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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청와대에 근무할 때 특별감사반장으로 함께 근무한 김형욱 부부장검사(44·사법연수원 31기)가 30일 사직했다. 김 부부장은 2015년 2월 서울남부지검 검사로 일하다 사표를 내고 청와대로 옮겨 2년간 근무하다가 대통령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올해 2월 검사로 재임용됐다. 김 부부장은 2006∼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에 근무하면서 교육부와 통일부 고위 공무원 뇌물사건을 맡아 탁월한 수사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부부장과 개인적 인연이 없던 서울중앙지법의 한 영장전담 판사가 사석에서 “김 검사가 청구한 영장은 믿고 발부할 수 있다”고 칭찬한 일이 검찰 내에 회자될 정도였다. 이후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당시 중수1과장이던 우 전 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 2월 검찰에 복귀한 김 부부장은 민정수석실에서 한 업무가 수사 대상이 되고, 우 전 수석과 근무한 인연이 구설에 오르는 일을 힘들어했다고 한다. 김 부부장은 사직서를 내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 업무에 전념하기 힘들다”는 사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돈 봉투 만찬’ 참석 검사 10명을 대면 조사한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법과 여론의 갈림길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직접 감찰 지시를 한 데다 참석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 형사 입건 등 엄벌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처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감찰반의 고민이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부산고검 차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대구고검 차장)은 각각 27일과 28일 감찰 조사를 받으며 “후배 검사들을 격려하는 취지로 금일봉을 건넸으며 특수활동비 등 관련 예산을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반은 이를 근거로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게서 돈을 받은 만찬 참석자들에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이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지난해 펴낸 ‘김영란법 Q&A’ 해설서에도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처벌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해설서에 따르면 검찰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이 이 전 지검장에게 식사 접대와 돈 봉투를 받은 일도 처벌할 수 없다. 해설서에는 ‘지방법원 사무국장 A가 격려 목적으로 같은 법원 예산 담당 사무관 B, 감사 담당 사무관 C와 저녁 식사를 하고 15만 원을 냈다면 법 위반인가’라는 예시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가 위로·격려 목적으로 B와 C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면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위법이 아니다’며 ‘인사이동으로 2, 3년마다 소속 법원이 바뀔 수 있으므로 같은 법원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예외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특수활동비 등 예산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감찰반 내부에서는 “이 전 지검장 등이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사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처벌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내사를 받았던 안 전 국장에게서 ‘돈 봉투’를 받았던 특수본 간부들에 대해 부정처사 후 수뢰죄 적용이 가능한지도 쟁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국장이 지난해 7∼10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19기)과 160여 차례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만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찰 일각에서는 “만찬 참석자들을 기소하거나 중징계한 뒤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적 처벌이 어렵다고 가벼운 징계로 마무리했다가는 청와대의 분노와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법을 다루는 기관이 법이 아닌 여론으로 감찰 결론을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당시 칼과 방패로 맞붙었던 검사와 변호사가 나란히 대통령민정수석실에서 동료 행정관으로 일하게 됐다. 25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49·사법연수원 25기) 밑에서 일하게 될 행정관에 공안검사 출신인 이인걸 김앤장 변호사(44·32기)가 인선됐다. 그리고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비서관으로 임명한 백원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51)의 지시를 받는 행정관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이광철 변호사(46·36기)가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헌재의 통진당 해산 심판 당시 이인걸 행정관은 정부를 대리하는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대응 태스크포스(TF)팀에 소속돼 통진당 해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반면 이광철 행정관은 민변 소속 김선수, 김진 변호사 등과 함께 정부에 맞서 통진당을 대리했다. 또 두 행정관은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에서도 검사와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 만나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였다. ‘왕재산 사건’은 일부 대학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에 포섭돼 지하당 조직을 결성한 뒤 간첩 활동을 하다 적발된 사건이다. 민정수석실 안에 두 행정관이 함께 일하게 된 것을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묘한 탕평 인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인걸 행정관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와 대검 연구관으로 재직하며 13년간 검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광철 행정관은 민변에서 사무차장과 국가보안법 연구모임 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백 민정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의 정무비서를 지낸 뒤 노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후 정계에 진출해 17,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백 비서관 임명 배경에 대해 “여론수렴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위해 직언이 가능한 정치인 출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신광영 neo@donga.com·문병기 기자}
“두 피고인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일치하고, 시간 낭비할 겨를이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공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재판과 합쳐서 진행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범죄가 하나의 사건이므로 함께 심리해 최대한 빨리 선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구속 만기(10월 16일) 이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부터 매주 3, 4회씩 열리는 재판에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계속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된다. ○ 재판부 “예단 편견 없이 재판 진행” 재판부는 두 사람의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준비기일 때부터 “재판부가 최 씨의 기존 재판 내용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50)는 “피고인(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아무런 예단이나 편견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히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 “두 피고인을 따로 심리하면 중복되는 증인을 이중으로 소환해야 한다”며 “증인신문을 양측에서 함께해야 모순점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는 “유감스럽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재판부 결정에 승복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부가 법령과 증거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8가지에 달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재판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재판부의 병합 결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인 10월 16일 이전에 1심 선고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판부는 25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공판을 연 뒤 29일부터 매주 3, 4차례씩 재판을 열기로 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심리하고, 나머지 이틀은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 박 전 대통령의 다른 혐의를 다룰 방침이다. ○ 이재용 부회장, 재판 도중 석방될 수도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최대 승부처는 18개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가 인정될지 여부다. 뇌물을 받은 액수가 1억 원이 넘으면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이다.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는 각각 징역 1년 이하,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단 유죄가 선고되면 실형을 피할 길이 없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 공여)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별도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돈을 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아직까지 “삼성에 돈을 달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자세다. 하지만 만약 두 사람이 법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말을 바꿀 경우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선고 시점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선고 시기와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 사건을 먼저 선고하면 그 결과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는 8월 27일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구속 만기 전 구치소에서 석방돼 박 전 대통령 선고가 내려지는 10월경까지 재판 결과를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신광영 neo@donga.com·전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을 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검찰의 이른바 ‘빅2’(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앉혀 검찰 개혁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윤 지검장은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 대상이 된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인 이영렬 부산고검 차장(59·18기)보다 5기수 후배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파동’으로 좌천됐던 윤 지검장이 중용되면서, 향후 검찰 후속 인사가 이른바 ‘우병우 사단’ 등 ‘박근혜 정부 사람’ 솎아내기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검찰 안팎에 파다하다. 윤석열 지검장은 국정 농단 사건 재수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 공소 유지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 파격 인사에 “새로운 줄 세우기” 우려 윤 지검장 임명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중앙지검 A 검사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다 좌천된 윤 지검장의 복권은 검찰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반겼다. 재경 지검 B 부장검사는 “국정 농단 사건과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후속 인사까지 빨리 끝내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검찰청 C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급을 고검장에서 검사장으로 낮추면서까지 윤 지검장을 앉힌 것은 또 다른 줄 세우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D 검사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윤 지검장 인사를 직접 발표한 것은, 검찰을 직접 손보겠다는 뜻이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검찰청법을 어기고 검사 인사를 직접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인사는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 11년 만에 호남 출신 검찰국장 ‘돈봉투 만찬’으로 감찰을 받고 있는 안태근 대구고검 차장(51·20기)의 후임에 임명된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51·21기)은 광주 출신이다. 호남 출신이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이 된 건 2006년 노무현 정부의 문성우 검찰국장(61·11기) 이후 11년 만이다. 박 신임 검찰국장은 법무부 검찰과 출신으로 평검사 시절부터 연수원 동기 중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윤 지검장의 인사가 파격이라면 박 국장의 인사는 새 정부 출범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박 국장이 그동안 실력에 비해 중요 보직을 맡지 못했다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 많았다. 이번 인사에 ‘호남 안배’가 작용됐다는 분석도 있다. ○ 검찰 고위 간부 ‘줄사표’ 법무부 장관 직무를 대행해온 이창재 차관(52·19기)이 이날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윤 지검장의 인사가 발표되자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공석인 검찰총장 대행 김주현 대검 차장(56·18기)도 이날 오후 6시 반경 사의를 밝혔다. 19일까지 문재인 정부 출범 10일 동안 퇴임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58·16기)을 포함해 이 차관과 김 대검 차장 그리고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좌천된 이 부산고검 차장(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 대전고검 차장(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고위직 검사 5명이 줄줄이 옷을 벗거나 사의를 표명했다. 한 검사장은 “초임 검사장인 윤 지검장에게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긴 것은, 기존 검찰 수뇌부는 다 나가라는 사인을 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장은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적폐’로 몰려 등 떠밀려 나가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을 떠나려는 검사장이 워낙 많아 그만두고 싶은 차장, 부장검사들은 올해 사표를 못 낼 지경”이라고 말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고 있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은 더 어수선하다. 일각에서는 만찬 참석자 전원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간부들은 타 기관인 검찰로부터 법에 정해진 금액 이상의 식사 접대를 받았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고, 서울중앙지검 참석자들도 타 기관인 법무부에서 돈을 받은 것이라 법 위반이라는 논리다.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반은 만찬 참석자들에게서 경위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조만간 소환 조사를 할 방침이다.○ 윤석열, 우병우·육영재단 수사 벌일 듯 윤 지검장은 일단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강해 사건을 마무리하고, 박 전 대통령 등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19기) 사건의 경우 앞선 수사에서 우 전 수석이 김 전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수사가 시작되면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의 유착 의혹이 파헤쳐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윤 지검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경제적 유착 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이사장을 지낸 육영재단을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재수사 방침을 밝힌 ‘정윤회 문건’ 사건도 검찰 고발이 있을 경우 윤 지검장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지검장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49·25기)과 호흡을 맞춰 강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상부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확대하다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함께 징계를 받았다. 박 비서관의 청와대 입성이 윤 지검장의 추천과 권유로 이뤄졌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은▼댓글사건 수사때 항명-좌천… 특검팀 검사로 화려한 부활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은 치밀한 수사력과 타고난 배짱으로 오랜 기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한 특별수사통이다. 충암고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지검장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58·16기)과 대학 동기다.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으나 2차 시험에서 떨어진 뒤 9년을 내리 낙방한 끝에 1991년 33회 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 동기 사이에서는 ‘맏형’으로 통한다. 윤 지검장은 대검 중수1,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치며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대형 비리 수사에 참여했다. 그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원 직원 체포영장 청구문제로 충돌을 빚었다. 윤 지검장은 이 사실을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해 ‘항명 파동’을 빚고 2014년 1월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석파견검사로 발탁되며 부활했다.신광영 neo@donga.com·김준일 기자·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석검사로 파견돼 국정 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7·사법연수원 23기·왼쪽 사진)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또 법무부 검찰국장에 호남 출신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51·21기·오른쪽 사진)을 전보 발령했다. 문 대통령은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18기)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을 각각 부산고검과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좌천시켰다. 문 대통령은 윤 지검장을 발탁한 배경에 대해 “현재 우리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 유지다. 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윤 지검장의 검사장 승진과 함께 고검장급 보직이던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한 단계 낮췄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사건 수사에 있어 검찰총장 등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고려해 종래와 같이 지검장급으로 환원했다”고 밝혔다. 윤 지검장은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과 검찰 수뇌부 간 통화 사실을 보강 조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경제적 유착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육영재단 등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 방침을 천명한 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사법시험 5년 후배인 윤 지검장을 전격 발탁하자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들이 연이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장관을 대행해 온 이창재 차관(52·19기)은 청와대가 윤 지검장의 임명을 발표하기 30분 전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차관과 윤 지검장 임명을 협의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 지검장 임명 후 김주현 대검 차장(56·18기)이 “직을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 전 검찰국장 등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조사 중인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만찬 자리에 참석한 검사 10명 전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새롭게 등장한 더 세련된 좌파들은 그때보다 더 정교한 방법으로 우파 궤멸 작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계했다.신광영 neo@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의 ‘돈 봉투 만찬’에 대해 17일 감찰을 지시한 것은 고강도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 직후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 두 기관이 동시 감찰에 나선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검찰의 이른바 ‘빅 2(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가 한꺼번에 감찰 대상이 되면서 검찰은 바짝 얼어붙은 모습이다.○ 한식당서 현금 봉투 전달 문제의 저녁 자리는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부근 B한식당에서 열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다. 이날 모임은 이 지검장이 검찰 후배인 안 국장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특수본 본부장인 이 지검장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52·21기)과 이원석 특수1부장(48·27기) 등 부장검사 5명을 대동했다. 안 국장 옆에는 법무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과 박세현 형사기획과장(42·29기)이 배석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안 국장은 노 차장에게 100만 원, 부장검사 5명에게 각각 70만 원씩 담긴 돈 봉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이 과장과 박 과장에게 각각 100만 원씩 든 돈 봉투를 줬다. 법무부가 검찰 수사팀에 수사비 명목의 특수활동비를 전달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자리에서처럼 직접 현금 봉투를 건네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2011년 4월 전국검사장 워크숍에서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참석자들에게 200만∼300만 원씩 든 돈 봉투를 돌렸다가 구설에 오른 뒤 계좌이체 등으로 전달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 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나 대검찰청 간부에게 돈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법무부의 후배 검사들을 격려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두 법무부 과장은 받은 돈을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최근 법무부 법무실과 범죄예방정책국 등의 다른 법무부 관계자들과 회식을 할 때는 돈 봉투를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자발적 조치 없자 감찰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돈 봉투 만찬’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언론보도가 나온 지 사흘이 되도록 검찰이 자발적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자 기류가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자정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공개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에서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 단호한 표정으로 “공직 기강 차원에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새 정부의 확고한 검찰 개혁 의지가 드러난 조치라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 출신인 데다 국정 농단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책임자”라며 “그런 이 지검장조차 내친 것은 향후 검찰제도 개혁과 인적 쇄신이 얼마나 가혹할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일부 간부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번 감찰이 ‘검찰 때리기’로 변질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신광영 neo@donga.com·한상준·전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간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5호 업무지시’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엄정히 조사해 공직 기강을 세우고 청탁금지법 등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 지검장과 검사 7명은 지난달 21일 안 국장 등 법무부 간부 3명과 저녁 식사를 했고, 이 자리에서 격려금 봉투가 오갔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당시 안 국장은 수사팀장들에게 70만∼100만 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두 명에게 100만 원씩의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격려금 출처와 제공 이유 및 적법 처리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공직기강 확립”을 감찰의 이유로 내세웠다. 15일 관련 보도를 접한 문 대통령은 당초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만 말했지만 법무부와 검찰이 자체 조치를 하지 않자 전격적으로 감찰을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고, 의혹도 있고, (법무부와 검찰의) 해명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문 대통령이 ‘그 점에 대해 우선적으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법무부 검찰에 대한 동시 감찰을 통해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사정비서관을 지냈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이 지검장에 대해 문 대통령이 엄중 감찰을 지시한 것은 향후 고강도 검찰 개혁과 인사 쇄신을 예고하는 것으로 검찰은 받아들이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광영 기자}
“민정수석실과 검찰에 의해 모두 덮였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을 조사했던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검찰에 강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국정 농단 사태가 초래됐다는 게 조 수석의 생각이다. 조 수석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출발은 정윤회 문건”이라며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존재를 밝혀내 경고하려 했던 민정수석실 공무원들이 도리어 처벌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민정수석실과 검찰 책임자들이 벌을 받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 부실 수사 논란 정윤회 문건은 박관천 전 경정(51·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2014년 1월경 정윤회 씨(62)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대통령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의 동향을 작성한 문건이다. 박 전 경정은 이를 당시 직속상관인 조응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5·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강원도 홍천에 은거 중인 정윤회 씨가 매달 2일 상경해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십상시와 모인다. 정 씨는 이 자리에서 청와대 동향 등을 보고받고 국정 운영을 지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문건에는 최순실 씨와 관련해 ‘(정 씨는) 고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의 남편’, ‘정 씨는 부인 최 씨와 별거한 바 있다’고 적혀 있었다.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이 문건을 처음 보도하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경찰관 2명이 박 전 경정이 청와대를 떠나며 불법 반출한 문건을 훔쳐 세계일보에 넘긴 사실을 확인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이 문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9)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조 전 비서관과 박 전 경정을 기소했다. 검찰은 2015년 1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발표했다. 비선 실세의 실체나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수사 결과는 없었다. 결국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비선 실세’ 최 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정윤회 문건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 특검이 수사 맡을 가능성 조 수석은 2014년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이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문고리 3인방’ 등과 짜고 최 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당시 민정수석실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검찰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게 조 수석의 시각이다. 조 수석은 “재조사 범위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관련된 진실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를 거친 뒤 고발이나 수사의뢰 등을 통해 강제 수사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특별검사가 수사를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선 조 수석의 재조사 방침에 대해 “민정수석은 수사 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밝힌 조 수석 자신의 11일 발언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 수석은 12일 “국민적 의혹 사건 조사는 내 의무다. (전날 발언은) ‘잡아넣어라’ ‘풀어주라’는 식의 표적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에 강하게 반발했다. 논평을 통해 “적폐 청산을 내세워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하려 한다면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광영 neo@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9시 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고 4시간 반이 지난 오후 2시 김수남 검찰총장(58)이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조 신임 민정수석이 기자들에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 방안을 밝힌 직후다. 김 총장은 9일 대선 직전까지 대검찰청 참모들에게 올해 12월 1일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고 문 대통령이 취임한 10일까지도 평소처럼 업무 지시를 하며 주변에 사임 의사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조 수석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의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담을 느껴 그만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 “지난 정부와 반대로 간다” 조 수석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 (과거 민정수석들이) 그걸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은 민심을 정반대로 해석하고, 악용하지 않았느냐. 완전히 반대로 갈 것이다. (문 대통령도) 그걸 원하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어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검찰을 죽이는 게 아니고 진정으로 살리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공수처가 만들어질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회의 권한이지만 청와대와 국회가 (공수처 설치에) 합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영장청구권까지 가지고 있는데 그 막강한 권한을 엄정하게 사용해왔는지 의문”이라며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 1월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검찰을 ‘무소불위의 검찰’로 규정하고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분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검찰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 검찰, 고위 공직자 등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유지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이 이 책에서 밝힌 구상이다. 또 조 수석은 민정수석실에 검사를 파견 받는 관행에 대해 “아주 제한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검찰이 파견된 뒤 돌아가는 게 문제인데, 이건 절대 안 된다. 얼렁뚱땅 (검찰로) 돌아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 임종석 비서실장과 통화 중 ‘사의’ 밝혀 김 총장은 기자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대선이 끝나 소임을 마쳤다고 생각돼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사퇴와 관련해) 새 정부로부터 어떠한 압력도 없었으며 조 수석의 임명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언급을 한 적이 없고 조 수석을 임명하면서 검찰 권한 축소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김 총장으로선 이를 용퇴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장은 11일 공식 사의를 표명하기 전 10일 오후 임 비서실장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새 정부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면서 사실상 총장을 내보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 수석과 얽힌 과거사가 사퇴 결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 수석은 김 총장이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하자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박 전 대통령 측 일부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을 선처하려던 김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임기 보장을 약속받고 뒤통수를 친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신광영 neo@donga.com·한상준 기자}
국정 농단 사건 관련 청와대 문건들이 최장 30년간 봉인되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돼 대통령기록관 이관을 마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기록물의 봉인 해제를 위해 행정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생산된 대통령기록물의 이관 작업은 9일 모두 마무리됐다. 대통령기록물 이관은 원래 임기 만료 직전 6개월간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3월 20일경 시작돼 50여 일 만에 끝났다. 이관이 끝난 대통령기록물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혐의와 관련된 문건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 같은 사실은 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54·사법연수원 30기)가 청와대를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보고서 등 국정 농단 관련 문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청와대는 송 변호사 측에 “공개 요청 문건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민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청와대 기록물 봉인 결정을 국정 농단 증거 인멸 시도로 보고 봉인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권한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 당사자의 고유권한이어서 황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 대신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대행이 되기 이전인, 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생산된 자료를 봉인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 청와대가 주도해 좌파 성향 문화·예술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려고 만든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을 첨부했다. 청와대가 ‘민간단체 보조금 TF’ 등을 통해 배제 대상으로 관리한 문예계 인사는 8000여 명, 단체도 3000여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특수본의 수사 결과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문화·예술인 142명을 포함해 총 374건에 달했다.○ 문단의 거물들 ‘불온 인사’로 낙인 25일 본보가 입수한 블랙리스트 전체 명단에 따르면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문예기금 지원 대상자 선정 심사위원으로 추천받은 인사 중 19명을 ‘위촉 불가자’로 낙인찍었다. 여기에는 시인 정호승 정끝별 김사인 씨, 문화평론가 황현산 방민호 씨 등 거물급 문인이 대거 포함됐다. 예술위가 각종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을 위해 운영하는 심의위원 후보자군에서도 강은교 박범신 윤대녕 은희경 정여울 씨 등 유명 소설가와 시인 48명이 ‘불온 작가’라는 딱지를 달고 배제됐다. 출판진흥원의 우수도서 보급지원 사업인 ‘세종도서’ 선정에서도 지난해 맨부커상 수상자인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공지영 수필집 ‘수도원 기행’, 이재무의 시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등 문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빠졌다. 이들 작가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등 야당 인사 지지 의사를 표명했거나 제주해군기지, 세월호 참사, 5·18민주화운동, 제주 4·3항쟁 등의 문제에 진보적 색채를 보였다는 게 지원 배제 이유였다.○ “블랙리스트는 밉보인 단체 찍어내는 도구” 블랙리스트는 영화계에도 큰 악영향을 끼쳤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천안함 프로젝트’와 ‘다이빙벨’ ‘지슬’ 등 정부에 비판적 내용을 담은 영화 연출자와 관련 기관들을 통째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각종 예산지원 사업에서 솎아냈다. 이들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아리랑시네마센터 등은 2014∼2015년 각각 5000만 ∼1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이 취소됐다. 박찬경 영화감독은 형인 박찬욱 감독이 야권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2015년 예술영화 지원 사업에서 제외됐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예술위 공모 사업에서 배제된 공연·예술단체는 총 107곳이다. 이 가운데 37곳은 ‘배제 대상’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실제로 여러 사업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극단 하땅세는 무려 14차례나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됐으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12회), 연희단거리패(8회), 그린피그(6회) 등 극단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봤다. 특수본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극단 중에는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이 아닌 곳도 다수 있다”며 “블랙리스트는 일관된 기준 없이 정권에 밉보인 예술단체를 찍어내기 위해 작성된 명단”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neo@donga.com·허동준 기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인 위장병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해 몸이 눈에 띄게 야위는 등 구치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교정당국과 박 전 대통령의 측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5차례에 걸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방문조사를 받으며 소화불량과 체력 저하 증세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부터 위장병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고 음식 조절을 해왔다”며 “구치소의 배식 시간과 식단에 갑자기 맞추려다 보니 음식을 거의 못 먹거나 체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한 채 검찰 조사를 받다 보니 계속 기력이 달리는 상황”이라며 “조사받을 때 외에는 독방 안에 머물며 운동이나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구치소 수감 직후, 박 전 대통령은 첫 이틀간 현재 머물고 있는 독방이 아닌 여자 사동 사무실에서 생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을 수용할 독방이 도배 등 필요한 준비가 안 끝나서 벌어진 일”이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경비 문제 때문에 다른 수용자와 격리하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17일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 기소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의 근황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상당히 억울해한다고 들었다”며 “나는 40년 가까이 그분을 모셔서 그분을 잘 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씨는 또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는 뜻을 변호인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의 한 측근은 “최 씨가 면회 도중 박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이며 ‘구치소에서라도 뵙고 싶었지만 면목이 없어 용기가 안 났다’고 하더라”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 공동체’는 아니어도 ‘정서적 공동체’인 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신광영 neo@donga.com·허동준 기자}
5월 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의 권력 지형을 대대적으로 바꿀 인사를 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파면되면서 박 전 대통령 임기 중 교체될 예정이었던 대법원장과 대법관 4명,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8명의 임명권을 새 대통령이 갖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만약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채웠다면 양승태 대법원장(9월 24일 퇴임 예정)과 이상훈(2월 27일 퇴임) 박병대(6월 1일 퇴임 예정) 김용덕 박보영(이상 내년 1월 1일 퇴임 예정) 대법관의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었다. 올해 1월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후임자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었다.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임명한 김재형 대법관(2022년 9월 퇴임 예정)을 제외한 13명이 모두 새 대통령 임기 중에 교체된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박 전 소장의 후임을 포함해 3명의 헌재 재판관을 새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또 올 12월 임기가 끝나는 김수남 검찰총장과 황찬현 감사원장 후임자 임명도 새 대통령이 한다. 현행 헌법상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때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 및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실상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헌법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임기(5년)와 사법기관의 핵심인 대법관(6년), 헌법재판관의 임기(6년)에 차이를 둔 목적은 사법기관의 다양성과 정치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여러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들이 대법원과 헌재 안에 공존하면서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시각이 판결에 골고루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파면되면서 사법 권력의 균형이 위협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5월 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이 내년 2월 24일까지 임기를 채웠다면 행사하게 돼 있던 임명권을 갖게 되면서 사법 권력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따른 결과라고 해도 헌법에 임기 차이를 두고 구현해 온 사법기관 구성의 균형 및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 전무후무한 사법기관 인사권 행사 12일 현재 대법원은 올 2월 퇴임한 이상훈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0기)의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양승태 대법원장(69·2기)과 12명의 대법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이 전 대통령은 양 대법원장과 고영한(62·11기) 김신(60·12기) 박병대(60·12기) 김용덕(60·12기) 김창석(61·13기) 박보영(56·16기) 김소영 대법관(52·19기) 등 8명을 임명했다. 2014년 이후 취임한 조희대(60·13기) 권순일(58·14기) 박상옥(61·11기) 이기택(58·14기) 김재형 대법관(52·18기) 등 5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각각 대법원 재판부 구성에 제한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우고 파면되면서 올해 9월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의 후임 임명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반면 5월 9일 선출될 새 대통령은 2022년 5월까지 임기 5년을 다 채운다고 가정할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 중 김재형 대법관(2022년 9월 퇴임)을 뺀 나머지 13명을 임기 중 교체하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올해 1월 31일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 지명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 채 다음 대통령에게 넘겨줬다. 헌재의 경우 현재 ‘8인 재판관’ 가운데 올해 3월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이 모두 차기 정부에서 바뀐다. 새 대통령은 이 중 박 전 헌재소장을 포함한 3명의 재판관 후임을 직접 임명하게 된다. 새 대통령이 임명할 차기 대법원장 지명 몫의 재판관 2명을 합한다면 전체 재판관 9명 중 5명을 새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임명하는 걸로 볼 수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두 최고 사법기관의 최고위 법관 대부분의 인사권을 새 대통령이 갖게 된 것이다.○ “사법부 다양성 담보할 대안 마련해야” 이처럼 새 대통령에 대한 사법기관의 인사권 쏠림 현상은 사법 권력의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새 대통령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법관으로 대법원을 채우면 이는 하급법원 인사와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 대통령으로부터 사법기관의 다양성을 담보할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특정 정파 소속인 대통령이 사법기관 최고위 법관들을 한꺼번에 교체하면 인사의 다양성 원칙이 퇴색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검증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임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사법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사법기관 인사권이 삼권분립 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부에 ‘최고위 법관 인사추천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추천하는 인사를 국회가 검증해 임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은 형식적으로만 행사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의 인사권 자체를 줄이거나 형식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삼권분립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대법관을 독립된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방식 등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신광영·허동준 기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65)에 대한 검찰의 방문 조사가 이번 주 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4일 이전에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10일 서울구치소에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수사검사 1명, 수사관 1명을 보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이날 특수본의 구치소 방문 조사는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네 번째다. 앞서 4일과 6일, 8일 등 세 차례의 방문 조사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담당했다. 특수본은 다음 주부터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는 점을 감안해 이번 주에 한두 차례 추가 조사를 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12일 방문 조사를 한 차례 더 할 계획”이라며 “그날 조사가 마무리될지는 진행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기소와 함께 SK와 롯데에 대한 수사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소유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에 대한 80억 원 지원을 요구받았지만 돈을 내지 않은 SK는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을 통해 돈을 요구했다”는 SK 측 진술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 수뢰(뇌물 요구)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지난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추가 출연했다 돌려받은 롯데에 대해선 면세점 신규 허가와 추가 출연의 대가 관계를 따져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특수본이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사진)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우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의 불법성을 알고도 진상을 은폐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11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르재단이 무엇이냐, 문제가 없겠느냐”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발적으로 모금했다”고 답하자 이 전 실장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수본은 당시 우 전 수석이 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재단의 문제를 조사하지 않고 비슷한 시기 최 씨가 재단 임원으로 추천한 인사들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였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1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전주영 aimhigh@donga.com·신광영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에 대한 첫 ‘출장 조사’를 했다.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곳에 검찰이 찾아가 조사한 것은 1996년 1월 안양교도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조사한 후 21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구치소 내 사무실을 개조한 조사실에서 이뤄졌다. 특수본에서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과 수사 검사, 여성 수사관 등 3명이 조사에 투입됐다. 한 부장검사와 수사 검사가 박 전 대통령과 마주 앉아 조사를 벌였고, 영상녹화는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옆에는 유영하 변호사(55)가 앉아서 변론했다.조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 점심식사 시간(1시간 20분)을 제외하고 4시간 55분가량 이뤄졌다.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집중했고, 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게 없으며 최순실 씨의 비리도 몰랐다”는 기존 자세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40분경까지 신문조서를 검토했다. 특수본은 6일 다시 검사를 구치소에 보내 조사하는 등 앞으로 2, 3차례 추가 조사를 한 뒤 대선 후보자 등록일(4월 15, 16일) 이전인 4월 14일까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묵인하고 은폐한 혐의(직무유기 등)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에게 6일 오전 10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신광영 neo@donga.com·허동준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사진)을 4, 5일경 소환 조사한 뒤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묵인하고 은폐한 혐의(직무유기 등)를 받고 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올 2월 우 전 수석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공무원 표적 감찰,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방해 등 특검이 조사했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뿐 아니라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및 배임 혐의와 세월호 수사 외압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특수본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에게 3일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구치소 조사를 요청해 4일 구치소에서 ‘출장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특수본은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3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소 및 재판은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일정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대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4월 15일 이전에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소를 마무리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1심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는 장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5월 9일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늦어도 4월 14일까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 기한을 1차례 연장할 경우 4월 19일까지 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자 등록일(4월 15일) 전에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대한 빨리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기소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을 추가 조사하고 공소장 작성을 위한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을 단 한 차례밖에 소환 조사하지 못한 만큼, 구속 기간 내에 추가 소환 조사를 해 재판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너뜨릴 빈틈을 찾겠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추가 소환 조사는 4월 3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 측과 3일 소환 조사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같은 구속 피의자의 경우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을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구치소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할 경우 강제구인을 하는 대신에 검찰이 구치소로 출장 조사를 가는 방안도 있다. 1995년 구속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구치소와 교도소로 찾아가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특수본은 이 같은 전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은 대선일인 5월 9일 이후 시작되고, 그 전에 재판준비기일은 여러 차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과 관련된 사건 내용이 복잡하고 재판부가 법정에 부를 증인 수도 많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대선이 치러지고 여론의 관심이 식은 뒤 재판을 시작하는 게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가급적 10월 이전에 1심 선고를 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 피고인에 대한 재판은 기소 후 최장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항소심도 구속 상태로 최장 6개월까지 진행된다. 항소심에서도 다시 유죄 판결이 선고되면 대법원은 최장 6개월까지 구속 상태로 상고심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1년 6개월 동안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재판 도중 새로운 혐의로 추가 기소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기간은 최장 6개월 연장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기소 후 1심 선고까지 8개월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도 상황에 따라 올해 8월을 넘길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심리 중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 등 국정 농단 사건 주요 공범들의 재판과 병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은 최 씨 등의 재판 진행 상황을 검토한 뒤 박 전 대통령 사건과의 병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신광영 neo@donga.com·허동준 기자}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호칭은 ‘피의자’였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와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장(47·28기), 이원석 특수1부장(48·27기) 등 영장심사에 참여한 검사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라고 불렀다. 앞서 9일 전 검찰 소환조사 당시 한 부장검사 등은 예우 차원에서 ‘대통령님’이라고 불렀지만 이날은 일반적인 영장심사 관행을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서 간혹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흥분했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영장심사에서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를 유지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강 판사에게 직접 소명하기 위해 변호인단 가운데 유영하 변호사(55·24기)와 채명성 변호사(39·36기) 2명만 법정에 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혐의 놓고 치열한 다툼 “피의자는 직업이 뭔가요?”(강 판사) “전직 대통령입니다.”(박 전 대통령) 오전 10시 반 영장심사가 시작되자 강 판사는 정면 피의자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에게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 등 인적사항을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왼편에는 한 부장과 이 부장 등 검사들이 앉았고, 오른편에는 유 변호사와 채 변호사가 자리했다. 먼저 한 부장이 박 전 대통령의 298억 원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 13가지를 비롯한 구속영장 청구 요지를 설명하며 “피의자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으며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등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 “대가성 있는 돈을 단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 변호사는 “검찰 조사와 영장심사에 충실히 응하고 있다”며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국가지도자를 구속까지 시키는 건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다툰 사안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298억 원을 받은 혐의였다. 13가지 혐의 가운데 이 뇌물 수수의 법정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으로 가장 무겁다. 유 변호사와 채 변호사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 원은 두 재단에 자발적으로 낸 출연금이라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 씨 등이 삼성에서 지원을 받는 등 사익을 챙겼다고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측에 두 재단 출연을 요구할 때 경영권 승계 청탁이 오간 정황이 있어서 ‘제3자 뇌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의 마지막 절차인 최후진술에서 차분하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라인 그냥 지나친 朴 이날 영장심사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9일 전 검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을 때보다 더 굳어 있었다. 오전 10시 19분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에서 내려 청사 내 보안검색대를 지나 통제구역으로 들어갈 때까지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포토라인에 멈춰 서지도 않았다. 앞서 21일 검찰에 소환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설 땐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했지만 이날은 그마저도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원 12명에게 둘러싸인 채 영장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향하는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을 마중하거나 차를 대접하는 등의 예우를 하지 않았다. 이날 심문에 소요된 시간은 8시간 40분.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 방식으로 영장심사 제도가 바뀐 1997년 이후 최장 피의자 심문 시간 기록이다. 지난달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영장심사 때의 7시간 반보다 1시간 10분이 더 걸렸다.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속됐던 1995년 당시에는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법원은 서류 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12만 쪽에 달하는 방대한 수사 기록을 강 판사에게 제출했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 정문을 통해 나온 박 전 대통령 측 두 변호사는 “영장심사를 잘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받았다”고 짧게 대답했다. 영장심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심사를 마친 뒤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돌아왔다.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