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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마지막날인 11일. 태풍 ‘카눈’ 때문에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던 스카우트 대원 약 4만명은 이날 오전부터 폐영식과 K팝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이동했다. 정부와 서울시 등은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이날 스카우트 대원들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했다.이날 정부가 동원한 버스 1400여대는 이날 오후 2시경부터 시차를 두고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속속 도착했다. 각 버스에는 수송 관련 교육을 받고 통역이 가능한 자원봉사자가 1명 이상씩 탑승해 대원들을 경기장까지 안내했다. 정부는 대원들의 출국 일정과 숙소 이동 거리를 고려해 폐막 후 이동 거리가 먼 국가부터 출발할 수 있도록 주차 때부터 자리를 배치했다.이날 경찰은 경기장 주변에 43개 기동대, 2500여 명을 투입해 인파 관리에 나섰다. 교통경찰 412명, 순찰차 30대 등도 경기장 주변에 배치돼 통행을 안내했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도 안전 관리 인력 약 40명이 배치됐다.140여개국, 대원 4만 명 이상이 모이는 만큼 경찰은 원활한 도착을 위해 인근 도로를 통제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월드컵로 약 2㎞ 구간은 양방향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서울 강변북로로 진·출입하는 차량도 월드컵지하차도로 우회하도록 안내했다.서울시도 이날 월드컵로와 증산로를 경유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14개 노선을 우회시켰다. 경기장 주변 도로의 주정차 위반 차량도 특별단속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경기장 주변에 응급의료소 4곳을 설치하고 의료진 42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태풍 덕분에 아버지 삶의 중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네요.” 10일 낮 12시경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미국 스카우트 운영요원 라이언 이 씨는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시에서 6·25전쟁 영웅 12명의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였다는 이 씨는 “아버지가 젊음을 바쳐 싸우신 곳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며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미국 스카우트 운영요원 및 지역대장 48명은 이날 오전 머물던 경기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출발해 비바람을 헤치고 박물관을 찾았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 “참전용사 후손들은 손을 들라”고 누군가 외치자 이 씨를 비롯해 참가자 8명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중에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파일럿으로 참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본인 역시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했다는 미셸 콤튼 씨 부부도 있었다.● “재난에서 협력하는 게 ‘스카우트 정신’”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한반도를 관통하며 전국 곳곳을 할퀴었지만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의 잼버리는 이날도 이어졌다.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날 전국 8개 시도에서 운영되는 잼버리 활동을 실내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진행했다. 이날 직접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맞은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미국 스카우트 스카프와 박물관 기념품을 맞바꾸는 교환식을 열었다. 운영요원 마이클 오어 씨(26)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라는 게 스카우트 정신”이라며 “재난의 순간에도 각국 대원들과 힘을 합쳐 ‘스카우트 정신’을 지키는 게 잼버리다. 태풍 덕분에 박물관에서 한미 간 인연을 알게 돼 행운”이라고 했다. 체코와 베네수엘라 대원 230여 명은 오후 2시 반경 서울 노원구 광운대 실내 아이스링크장에 모였다. 긴팔과 긴옷을 챙겨 입은 이들은 빙판을 가로지르며 무더위를 잊은 채 스케이트를 탔다. 체코에서 온 대원 자로슬로바 카라스코바 씨(20)는 “한국에 와서 스케이트를 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 18명도 이날 서울 종로구 북촌전통공예체험관에서 전통 팔찌 등을 만들며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한국 떠난 후에도 좋은 추억 될 것”국내 대기업 연수원에서 묵고 있는 각국 스카우트 단원 역시 다양한 실내 활동을 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연수원에 머무는 6개국 스카우트 단원 중 희망자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로 초청했다. 대원들은 용접 등 자동차 생산 공정을 둘러봤고, 진동 의자에 앉아 스크린을 보며 모터스포츠를 직접 즐기는 듯한 경험도 했다. 한 단원은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 모인 홍콩 스카우트 대원들은 조별로 롤러코스터 모형을 만들거나 ‘6인 7각 달리기’ 등을 하며 협동심을 다졌다. 환대에 감동한 홍콩 대원들이 스카우트 배지를 모아 연수원 직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아이돌그룹 아이브(IVE)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하기로 했다. 당초 6일 콘서트에 출연하기로 했던 아이브는 장소와 일정이 변경되면서 불참이 결정됐지만 아이브 측이 스카우트 대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다른 일정을 조정해 합류하게 됐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새만금과 서울, 2개의 서로 다른 잼버리를 경험하는 게 너무 흥미롭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유생 체험에 참여한 스위스 국적의 스카우트 대원인 마린 양(16)은 밝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스위스 대표단 280여 명은 보물 제141호로 지정된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600년 전 성균관 유생들의 교복인 ‘청금복’을 입고 K문화 투어를 즐겼다. 마린 양은 “조기 철수 소식에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모기도 없고 서울이 훨씬 좋으니 안심하라고 했다”며 “앞으로의 도심 투어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전날(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전국 8개 광역단체로 철수한 스카우트 대원들은 9일 조기 퇴영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도심 속 잼버리’를 이어갔다. 서울에 둥지를 튼 각국 대표단들은 경복궁, 청와대, 인사동, 대학로 곳곳을 탐방했다. 일부 대원은 K팝 댄스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광장과 여의도한강공원에서 DJ 공연을 즐겼다. 하지만 제6호 태풍 ‘카눈’의 여파로 잼버리 참가자들의 야외활동은 9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10일 영외 프로그램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1일 K팝 콘서트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청와대 방문-부채 만들기-K팝 댄스… 대원들 “다시 돌아올게요” 한국의 역사-전통문화 배우고 익혀英부모 “한국인, 처음보는 딸에게 미안하다,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순천서 대원 태운 버스 사고 3명 경상… 입국 안한 예멘 숙소 마련 ‘헛발질’도 “다시 돌아올게요(I will be back).” 9일 대전의 대표 관광명소인 중구 ‘오월드’를 방문한 브라질 스카우트 단원들은 일제히 이렇게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인 전북 부안 새만금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한 아쉬움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담긴 구호였다. 브라질 대원 200여 명은 이날 놀이공원 입구에서부터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췄다. K팝 노래를 함께 부르다 나들이를 나온 대전 시민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브라질인 스텔라 양(16)은 “새만금을 빨리 떠난 건 아쉽다”면서도 “대전에서 좋은 체험을 할 수 있게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한국 문화 체험 나선 단원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배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 국적 단원 165명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방문해 한국의 역대 대통령과 근현대사에 대해 배웠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노르웨이 출신 빅토리아 양(16)은 “(청와대에 와 보니) 아직 서울에서 경험할 게 많은 거 같아 흥분된다”며 “매일 숙소 밖을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한 레바논 대원 41명은 한국의 전통 부채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대원들은 “처음 보는 물건이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부채 만들기에 열중했다. 6·25전쟁 참전국인 영국과 벨기에의 잼버리 대원 40여 명은 인천 연수구의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방문했다. 대원들은 기념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자유수호의 탑에서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며 헌화했다. 벨기에 대표단 지도자 듀커 이리스 양은 “벨기에 선배들이 한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싸웠고 내가 그 현장을 돌아봤다는 게 무척 뜻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대원 50여 명은 서울 마포구 YGX아카데미에서 K팝 댄스를 배우기도 했다.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입은 대원들은 블랙핑크 맴버 지수의 솔로곡 ‘꽃’의 안무를 배우며 즐거워했다. 인솔자 스테파니 존슨 씨(33)는 “잼버리의 원래 취지가 ‘행복하기’인데, 오늘 개최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어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조기 철수 작전과 각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일부 해외 부모들의 감사 메시지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잼버리에 15세 딸을 보낸 섀넌 스와퍼 씨는 “딸이 ‘한국인들이 믿을 수 없도록 친절하다’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딸에게 와 ‘미안하다, 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 새만금 조기 철수 잡음 계속 하지만 지역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일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46분경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에서는 스위스 대원 38명을 태우고 가던 관광버스가 시내버스와 충돌해 대원 3명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이 중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조기 철수 작전이 마무리됐지만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됐다. 특히 입국하지 않은 대원들이 각 대학 기숙사와 연수원에 배정돼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충남 홍성군 혜전대는 8일 예멘 출신 대원 175명이 배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기숙사 등 숙소를 준비했다. 하지만 예멘 대원들은 입국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밤 9시경 알게 됐다. 학교 측은 환영 현수막과 175명분의 출장뷔페 음식까지 준비한 상황이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이셨어요.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자랑스럽다’고 종종 말씀하셨죠.”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의 추모제단 앞.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 링컨셔주 지역 대표 폴 잭슨 씨(33)는 ‘베레모’ 형상의 참전비에 헌화한 후 이처럼 말했다. 잭슨 씨의 할아버지인 고 로버트 쿡 씨는 6·25전쟁 당시 투입된 영국군 8만1084명 중 한 명이다. 잭슨 씨는 “할아버지도 스카우트 단원이셨는데, 같은 (스카우트) 배지를 달고 이곳에 방문하게 돼 영광”이라고 전했다. 이날 추모공원 투어에는 잭슨 씨 외에도 영국군 참전용사의 후손 4명이 참여했다. 참전용사의 후손인 데이지 밀린 양이 헌화에 나서기도 했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가장 먼저 퇴영한 영국 단원들은 한국 탐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체 영국 단원 4500여 명 중 400여 명은 이날 국가보훈부의 지원을 받아 영국군 전투 추모공원,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등지를 찾아 영국군 참전용사들을 추모했다. 추모공원을 찾은 단원들은 32도에 육박하는 기온에도 72년 전 이곳에서 발발한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전투에서 희생된 참전용사들을 추모했다. 일부 단원들은 행사 이후 추모의 벽에 새겨진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쓸어내리며 읽었다. 참가자 네이선 컬런 군(17)은 “영국을 대표해 참전용사들에게 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영국 대원 800여 명이 청와대를 방문해 본관과 정원 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소개된 특별전도 관람한 후 정동극장 예술단의 전통공연을 즐겼다.파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도심 번화가인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잇달아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회 내 은둔해 있다 계기만 생기면 갑자기 테러를 일으키는 ‘외톨이 테러’가 일상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미국 등 외국에서나 벌어졌던 총기 난사 사건 같은 테러 범죄가 우리의 일상 생활까지 파고든 것이다. 경찰이 4일 “흉기 난동과 모방 범죄에 대해 총기 사용도 주저하지 않는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겠다”고 선포했지만 ‘외톨이 테러’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서현역에서 차량과 흉기로 무차별 습격 난동을 벌인 최모 씨(22)는 4일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여서 경찰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전과는 없었지만 2020년 조현병 직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진단 전까지 약을 복용했던 최 씨는 이후엔 치료를 받지 않았다. 최 씨는 “나를 스토킹하는 집단 구성원 다수가 서현역에 있을 것 같았다”며 서현역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최 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 등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영재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의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 씨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올림피아드에 나가 수상하는 등 공부에 소질이 있었지만 특목고 진학에 실패한 뒤 삐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 내에 은둔해 있다 갑자기 테러를 일으키는 ‘외톨이 테러’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이런 유형의 범죄는 사전 징조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위험 단계’에 놓인 사람들을 초기에 파악하고 이들의 폭력을 제지할 ‘안전밸브’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발생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불과 13일 만에 발생한 것을 두고 이번 사건이 또 다른 무차별 범죄를 자극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본인이 현실화하지 못했던 범죄들이 실제로 행해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이 일부 ‘위험군’들에게 그동안 눌러왔던 사회적 분노를 일시에 폭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흉기 소지 의심자 또는 이상행동자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 검문검색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흉기 소지 범죄자에 한해서는 급박한 상황에서 경고사격 없이 실탄 사격도 허용할 방침이다. 또 이번 사건 이후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는 ‘살인 예고 글’ 및 가짜뉴스에 대해 경찰은 “예외 없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고,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서울-부산 등서 모방범죄 예고 27건… “위험군 외톨이 파악 시급” ‘외톨이 테러’ 줄예고, 불안 확산서울 강남 학원에 “학생 몰살” 글고속터미널선 흉기소지 남성 체포 “오늘 오후 7시 강남역에서 100명을 죽일 예정이다.” 4일 오전 2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의 일부다. 이날 서울 강서구에서는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란 제목의 살인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 민모 씨가 검거됐다. 서울 강남구 한티역에서의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쓴 작성자는 자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벌여 14명에게 중상을 입힌 최모 씨(22)처럼 불특정 다수를 노린 ‘외톨이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경기 성남시 오리역, 부산 서면 등 전국 각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대대적으로 추적에 나섰다. 4일 오후 8시 기준 경찰이 추적 중인 글은 최소 27건이며 이 중 5건이 검거됐다. ● “같이 죽어 보자” 글에 학원가 초비상 이날 온라인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학원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학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글 작성자는 “대치동 ○○학원 재수종합반 학생 몰살한다”며 “어쩌피(어차피) 수능 망한 거 같이 죽어 보자”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학원 측은 “해당 글을 확인한 직후 학생과 강사들을 전원 조퇴시켰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또 이날 오전 “고속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에서 흉기를 들고 다니던 20대 남성 A 씨를 발견해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A 씨는 쇼핑백 안에 칼과 장난감 총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경찰은 A 씨로부터 흉기 2개를 압수했다. ‘묻지 마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도 빗발쳤다. 대구의 한 PC방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범인이 도주 중이라는 글이 확산되자 대구경찰청은 4일 “사실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경기 포천시 종합터미널에서 흉기 난동과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는 글도 빠르게 확산됐으나 역시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정신 병력 치료 중단 없도록 전수 조사해야” 잇따르는 흉악 범죄에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법무부도 “흉악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도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흉기 소지 의심자, 이상 행동자에 대해 선별적 검문검색을 하고 필요한 경우 총기 등 물리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톨이 테러’가 또 다른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들이 타인의 범죄를 접한 후 억눌러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탈출구’로서 그대로 범죄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정신 병력이 확인된 사람의 경우 전수조사를 통해 치료가 시급한 이들을 파악해 치료 중단 위기를 맞이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성남=최원영 기자 o0@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전북도의회 소속 한 의원이 대회에 참여한 우리나라 청소년을 탓하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북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염영선 의원은 3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페이스북에 잼버리와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자 “잼버리는 피서가 아니다. 개인당 150만 원의 참가비를 내고 머나먼 이국에서 비싼 비행기를 타가며 고생을 사서 하려는 고난 극복의 체험”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대부분 해외 청소년은 얼굴이 빨갛게 익었지만 해맑았다”며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이다.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데다 야영 경험이 부족하다. 참가비마저 무료니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제대로 몰라 불평·불만이 많다”고 적었다. 염의원의 댓글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살짝 발만 찍고 돌아와서 현장 상황 모르면 가만있어라” “지금 거기 환자가 몇 명인 줄 알고 그런 글 쓰시는 거냐” 등 질타가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염 의원은 댓글 작성 5시간 만에 자신이 쓴 글을 지웠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려 깊지 못한 글을 올렸다”며 “스카우트 대원과 부모님들께 상처를 주고 심려를 끼쳤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창행 조직위원회 사무총장도 3일 기자 브리핑에서 개영식에서 온열 환자가 속출한 배경을 묻자 ‘K팝’과 ‘참가자들의 활동량’을 들어 빈축을 샀다. 그는 “(개영식에) K팝 행사가 있었는데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오늘 오후 7시 강남역에서 100명을 죽일 예정이다.”4일 오전 2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의 일부다. 이날 서울 강서구에서는 “오늘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제목의 살인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 민모 씨가 검거됐다. 서울 강남구 한티역에서의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쓴 작성자는 스스로 자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백화점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을 벌여 14명에게 중상을 입힌 최모 씨(22)처럼 불특정 다수를 노린 ‘외톨이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잠실역, 경기 성남시 오리역, 부산 서면 등 전국 각지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대대적으로 추적에 나섰다. 4일 오후 8시 기준 경찰이 추적 중인 글은 최소 27건이며, 이 중 5건이 검거됐다. ● “같이 죽어보자” 글에 학원가 초비상이날 온라인에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학원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학원가에도 비상이 일었다. 글 작성자는 “대치동 ○○학원 재수종합반 학생 몰살한다”며 “어쩌피(어차피) 수능 망한 거 같이 죽어보자”는 글을 남겼다. 이에 학원 측은 “해당 글을 확인한 직후 학생과 강사들을 전원 조퇴시켰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또, 이날 오전 “고속터미널에 칼을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서울 서초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에서 흉기를 들고 다니던 20대 남성 A 씨를 발견해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A 씨는 쇼핑백 안에 칼과 장난감 총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경찰은 A 씨로부터 흉기 2개를 압수했다. ‘묻지 마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도 빗발쳤다. 대구의 한 PC방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범인이 도주 중이라는 글이 확산되자 대구경찰청은 4일 “사실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경기 포천시 종합터미널에서 흉기 난동과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는 글도 빠르게 확산됐으나 역시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정신 병력 치료 중단 없도록 전수 조사해야”잇따르는 흉악 범죄에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법무부도 “흉악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경찰도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국민 담화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며 “흉기 소지 의심자, 이상 행동자에 대해 선별적 검문검색을 하고 필요한 경우 총기 등 물리력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톨이 테러’가 또 다른 모방 범죄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이들이 타인의 범죄를 접한 후 억눌려오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탈출구’로서 그대로 범죄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정신 병력이 확인된 사람의 경우 전수조사를 통해 치료가 시급한 이들을 파악해 치료 중단 위기를 맞이하지 않도록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다친 가운데 이 사건 역시 ‘묻지마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목격자 증언과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등을 종합하면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범행과 유사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모 씨(22)로 확인됐다. 최 씨는 경찰에 붙잡힌 직후 피해망상을 호소하며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 살인하려 해서”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간이검사에선 음성이 나왔는데, 검찰은 최 씨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 등 정신병력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최 씨는 흰색 모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채 AK플라자 백화점 내부를 칼을 들고 돌아다녔다. 이어 갑자기 주위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이에 놀라 도망가는 사람들까지 쫓아가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한 목격자는 “(최 씨가)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어다니면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목격자는 “누가 보면 (마치)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사람처럼 보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 씨의 범행에 놀란 누군가가 “묻지마! (범행이다)”라고 소리치자 혼비백산한 시민들이 커피를 엎지르고 도망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문제는 최근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계속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 거리에선 조선(33·구속)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조선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조선은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엔 경기 양평군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남성 2명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서도 올 6월 60대 남성이 흉기를 든 채 시청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에선 안인득(46)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던 이웃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졌다. 당시 안인득은 한 달 전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 당일 새벽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안인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 역시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영상 등을 종합해보면 지난달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범행과 유사한 사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20대 초반 남성 A 씨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보면, 당시 A 씨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칼을 들고 AK플라자 백화점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도망가는 시민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며 범행 동기 등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신병력 및 마약 투약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최근 이 같은 ‘묻지마 범행’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인근에선 조선(33·구속)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한 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12일엔 경기 양평군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남성 2명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서도 올 6월 60대 남성이 흉기를 든 채 시청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붙잡혔다.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에선 안인득(46)이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던 이웃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졌다. 안인득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 중인 60대 목사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고소돼 경찰이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 A 목사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신고 의무자이기도 하다.A 목사가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것은 지난달 21일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모두 8명인데, 이들은 A 목사의 범행이 최소 5년 전부터 이어졌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달 말 학교를 압수수색해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A 목사는 올 2월 혼자 기숙사에 누워있는 B 양(17)에 접근해 성추행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 사실이 B 양의 어머니에게 알려지자 A 목사는 “B 양의 학업과 미래를 위해 어떤 일이든 끝까지 지원하겠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등의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회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A 목사는 또 2019년 11월경 배가 아파 홀로 누워있던 C 양(당시 13살) 상의 안으로 손을 넣고 배를 쓰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A 목사는 20년 넘게 북한 주민 1000여 명의 탈북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과거 사이버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탈북 여성들을 돕는 과정에서 명성을 얻었다. 2009년에는 서울에 대안학교를 설립해 이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동아일보는 A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과 특수교사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후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고소한 걸 두고 ‘수업을 녹음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교원단체 측은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녹취 오남용 사례가 늘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학부모단체 측은 “녹음은 학부모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맞서고 있다.2일 법무부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특수교사 A 씨는 지난해 9월 13일 교실에서 주호민의 아들 B 군(9)에게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냐”고 말한 내용이 녹음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너 싫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B 군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은 전체 대화의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일부 발언만 골라 공소장에 나열한 것”이란 입장이다.논란이 확산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1일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녹취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 자료로 채택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무단 녹음이 합법적으로 용인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도 “교육 활동을 위협하는 녹음 행위를 엄벌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반면 학부모들은 “아동 스스로 의견을 밝히기 불가능한 경우엔 녹음이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항변한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발달장애아동은 스스로 (아동학대)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며 “부모로선 녹음 말고는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주요셉 전국학부모시민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아이의 불이익이 확실한 상황에서 수차례 개선 요구에도 학교 측 변화가 없다면 무단 녹음이라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과거 재판에선 아동학대 사건에서 무단 녹음이 증거로 인정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수원지법의 경우 2020년 학부모가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서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공익이 사익보다 클 경우 무단 녹음도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교사의 인격권과 아동의 행복권리추구권을 두루 비교해 증거 인정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전국이 끓고 있다. 1일 경기 여주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8.4도까지 올랐고 안성시에선 체감온도가 39.1도까지 올랐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최소 22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2년 온열질환 사망자(9명)와 2021년 사망자(20명)를 이미 넘은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행정안전부는 1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중대본은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 취약계층과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춰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94세 이어 89세도 폭염속 일하다 숨져… 경북선 ‘논밭일 금지령’ 온열질환 22명 사망“어르신들, 낮엔 일하지 마세요”지자체, 살인폭염 대책 초비상 “푹푹 찌는 거 누가 모릅니까. 농사는 다 때가 있잖아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리의 한 과수원. 이날 오후 3시경 기자와 만난 신모 씨(66)는 단감나무 600여 그루에 농약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창원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신 씨는 얼굴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2만6440m²(약 8000평) 부지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신 씨는 “폭우가 끝난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혼자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날이 더워도 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포도를 키우는 박모 씨(76)도 “자식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면서 ‘낮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기에 맞게 포도를 따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금지” 불볕더위에도 신 씨와 박 씨처럼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일 오후 4시 46분경 전북 정읍시 이평면 논에선 89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체온이 높아 온열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전날 오후 8시 28분경 경북 성주에선 비닐하우스 고추밭을 돌보러 나갔던 A 씨(9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 중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역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경북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에선 비상이 걸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공사장 작업 등을 못 하도록 시군 및 소방과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예정됐던 자신의 여름휴가와 해외 방문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 동안 야영 준비에 나선 스카우트 대원 21명이 고열과 탈수 등을 호소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1명은 실신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191명에 달한다.● 전문가 “낮 12시∼오후 5시 외출 삼가야” 온열질환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전북도는 질병관리청 및 도내 의료기관 등과 함께 지역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충남도는 야외 공연장 등에 오후 2∼4시 공연 자제 권고를 내렸다. 대전시는 야외근로자 등에 오후 2∼5시 작업을 중지하란 지침을 내렸다. 무더위 쉼터 운영도 대폭 늘렸다. 무더위 쉼터 690곳을 운영하는 전주시는 시청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 6곳에서 양산을 빌려주고 부채 1만 개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햇빛이 강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고 조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노년층들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걸 피해야 한다. 외출 시에도 물을 자주 마시고 모자나 손수건 등을 물에 적셔 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어지럼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 음료 등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전국이 끓고 있다. 1일 경기 여주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8.4도까지 올랐고 안성시에선 체감온도가 39.1도까지 올랐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1일까지 최소 22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2년 온열질환 사망자(9명)과 2021년 사망자(20명)을 이미 넘은 것이다.지난 주말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행정안전부는 1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중대본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취약계층과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춰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 동안 야영 준비에 나선 스카우트 대원 21명이 고열과 탈수 등을 호소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1명은 실신했다.94세 이어 89세도 폭염속 일하다 숨져… 경북선 ‘논밭일 금지령’“푹푹 찌는 거 누가 모릅니까. 농사는 다 때가 있잖아요.”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리의 한 과수원. 이날 오후 3시경 기자와 만난 신모 씨(66)는 단감나무 600여 그루에 농약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창원의 낮 최고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신 씨는 얼굴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2만6440m²(약 8000평) 부지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신 씨는 “폭우가 끝난 지금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혼자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날이 더워도 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포도를 키우는 박모 씨(76)도 “자식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면서 ‘낮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기에 맞게 포도를 따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금지”불볕더위에도 신 씨와 박 씨처럼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일 오후 4시 46분경 전북 정읍시 이평면 논에선 89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체온이 높아 온열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전날 오후 8시 28분경 경북 성주에선 비닐하우스 고추밭을 돌보러 나갔던 A 씨(94)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별다른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수사 중이다.소방청에 따르면 지역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경북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순으로 집계됐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에선 비상이 걸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공사장 작업 등을 못 하도록 시군 및 소방과 협력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예정됐던 자신의 여름휴가와 해외 방문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전국 주요 도심에는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낮 12시경 폭염특보가 발효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선 점심을 먹으러 나선 직장인들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음식점과 카페 등으로 몰렸다. 한 카페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대보다 2배 이상 손님이 많았다. 차가운 음료를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191명에 달한다.● 전문가 “낮 12시~오후 5시 외출 삼가야”온열질환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전북도는 질병관리청 및 도내 의료기관 등과 함께 지역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충남도는 야외 공연장 등에 오후 2~4시 공연 자제 권고를 내렸다. 대전시는 야외근로자 등에 오후 2~5시 작업을 중지하란 지침을 내렸다.무더위 쉼터 운영도 대폭 늘렸다. 무더위쉼터 690곳을 운영하는 전주시는 시청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 6곳에서 양산을 빌려주고 부채 1만 개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전문가들은 햇빛이 강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고 조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노년층들은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걸 피해야 한다. 외출 시에도 물을 자주 마시고 모자나 손수건 등을 물에 적셔 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어지럼 증상이 나타나면 찬물을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 음료 등을 마셔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 간부가 있는 업체가 설계와 감리를 맡아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H에 대한 공익감사도 청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붕괴 사고가 난 아파트) 공사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출신을 영입한 업체였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LH 출신 전관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에 LH가 일감을 몰아주고 부실한 업무 처리도 눈감아줬기 때문에 이 같은 부실 공사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붕괴 아파트의 설계를 맡은 A업체는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따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는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조달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국토교통부 출신 등 전관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 5명이 일하고 있었다”며 “감리를 맡은 업체 3곳 중 2곳에도 LH 전관들이 재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한준 LH 사장은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쳐진) LH가 통합된 것은 2019년이지만, 대한주택공사부터 60년 된 조직”이라며 “매년 몇백 명씩 은퇴하고 나가고,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건설, 설계, 감리 회사여서 대한민국 설계 회사나 용역 회사 등 어디든 LH 출신이 많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LH 전관 누가 있는지 전관 명단을 제출하게 할 예정이고, 허위 제출할 경우 입찰 제한, 계약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전체적인 건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건설 분야의 이권 카르텔도 본격적으로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LH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실련의 공익감사 청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후 진행될 감사원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며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 고발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텔레그램) 공식 로고와 함께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왔는데, 무심코 첨부된 링크를 누를 뻔했어요. 나중에 해킹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죠.”20대 취업준비생 유모 씨(24)는 지난달 21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전 버전은 해킹에 취약하니 가능한 한 빨리 업데이트하라’는 문구와 업데이트 안내 링크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 텔레그램에 익숙지 않았던 유 씨는 잠시 고민하다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라는 경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단 버튼을 눌렀다. 유 씨는 “보안성이 강하다고 생각한 텔레그램에서도 피싱 범죄가 발생했다니 앞으로 뭘 믿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최근 국내에서 텔레그램을 통한 계정 탈취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익명성’과 ‘암호화’를 내세우며 ‘보안성’을 자랑했던 텔레그램마저 피싱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의 특성상 수사도 쉽지 않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7월 한 달에만 사이트 10곳이 텔레그램 사칭 피싱 웹사이트로 파악돼 차단됐다. 다만 이번 사태의 공격 주체나 피해 범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피해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추가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가짜 메시지나 웹사이트 등으로 이용자를 유인해 개인정보나 계정정보를 입력하도록 한 후 계정을 탈취하는 전형적인 ‘피싱 공격’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기존 문자메시지(SMS)나 카카오톡 등에서 유행하던 범죄가 텔레그램으로 넘어온 것이다. 특히 보안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텔레그램을 이용하던 정치인 및 고위 공무원 다수가 이번 해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최근 텔레그램 해킹 피해를 입었다. 전 헌법재판관 A 씨, 중앙 부처 차관급을 지낸 B 씨 등도 해킹을 당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당내 공지를 통해 “확인되지 않는 링크를 클릭하는 등 해킹 피해에 노출될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밝혔다.● “업데이트하세요” 접근하는 해커들해커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텔레그램 사용자 계정 아이디(ID)를 확보한다. 단체 대화방에 있는 다수의 사용자를 노리거나, 사전에 탈취한 계정과 친구 관계인 계정을 목표로 정하기도 한다. 다크웹(접속하려면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웹사이트) 등에서 계정을 구매해 무작위로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 계정을 확보한 해커들은 서비스 운영자로 위장하거나 지인을 사칭해 사용자에게 접근한다. 주 공격 루트는 일대일 대화창이었다. 이들은 ‘불법 사용이 발견됐으니 24시간 내 재로그인하라’, ‘계정 재인증을 위해 전화번호를 입력하라’, ‘링크를 눌러 업데이트를 실행하라’ 등의 내용으로 메시지 내 피싱 사이트 링크로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피싱 사이트 링크로는 텔레그램 공식 웹사이트 주소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URL(인터넷주소)이 활용됐다. 알파벳 ‘o’를 숫자 ‘0’으로 바꾼 telegram.0rg를 이용하기도 했고, ‘telegram’을 ‘telegrim’, ‘teiegrim’, ‘telegramvip’ 등으로 일부 철자를 바꾸며 교묘하게 사용자들을 속였다. 피싱 사이트 디자인 역시 정상적인 텔레그램 서비스 로그인 페이지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사용자가 무심코 피싱 사이트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해커들은 그 번호를 실제 텔레그램 사이트에 입력해 사용자에게 인증코드를 전송하게 했다. 안랩 관계자는 “사용자가 해당 인증코드를 피싱 사이트에 입력하면 해커들은 사용자 계정에 완전한 접근권을 갖게 된다”며 “해커들은 계정 탈취 후 다시 해당 계정의 지인들에게 피싱 메시지를 재유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을 활용한 피싱 범죄는 단시간에 고도화되고 있다. 다크웹에는 텔레그램 맞춤 ‘피싱 키트’를 판매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돈을 내면 해킹용 메시지, 피싱 사이트 URL, 추적 방지 시스템은 물론 번역 시스템까지 제공한다. 사이버 보안 전문업체 ‘카스퍼스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올 3월 추적된 텔레그램용 해킹용 링크만 250만 개에 달했다. 국내 보안업체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는 해킹 메시지는 기존 영문 메시지가 한국어로 번역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해외에선 2021년 말부터 유사한 방식의 텔레그램 계정 탈취 시도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정보, 악성앱 통한 추가 금융 범죄 우려도텔레그램 탈취 사례 중 국내에서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을 통한 추가 금융 범죄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안랩 관계자는 “메신저로 피싱 사이트 URL 접속을 유도한 후 사용자의 카드번호 등 금융 정보를 기입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탈취된 금융 정보는 추후 금융 사기에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메신저를 통해 악성앱 다운로드 페이지 접속을 유도한 경우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장악해 저장된 개인정보를 빼돌릴 수도 있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악성앱을 잘못 다운받을 경우 스마트폰에 설치된 은행 앱이나 저장된 ‘공동확인서’ 등 개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스마트폰 내 민감한 정보를 탈취해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공격이 텔레그램 자체를 해킹한 건 아닌 만큼 메신저의 보안 안정성이 취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피싱 사기가 텔레그램에서도 등장한 것”이라며 “텔레그램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피싱 사기에) 특별히 취약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 “출처 불분명한 링크 접속 말아야”보안 전문가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주소 접속이나 파일 설치를 유도하는 메시지를 받을 경우 ‘피싱 범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접속하지 말고 바로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지인이 보낸 링크도 섣불리 눌러선 안 된다. 다운로드나 업데이트를 할 경우 공식 홈페이지나 정식 앱스토어를 방문하는 등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정 관리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 접속할 때 ‘2단계 인증’을 활용하는 것이다. 사용자 계정 정보나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더라도 인증 방식을 강화할 경우 공격자가 쉽게 계정에 접근할 수 없다. 안랩 관계자는 “메시지 수신자의 아이디와 공식 로고 여부 등을 꼭 확인하고, 접속하려는 URL이 정확한지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ISA 측은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번 없이 118로 즉시 신고해 달라. 필요하면 보안점검 서비스인 ‘내 PC·모바일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해 필요한 조치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수현 사회부 기자 newsoo@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 씨(25)가 지난해부터 담당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며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달 18일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달에만 3차례 상담이 진행됐다. 27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업무 관련 상담 10건을 학교에 요청했다. 지난해 2건에 그쳤던 업무 상담은 올 들어 8건으로 급증했다. 학기 시작 직후인 올 3월에는 “화내고 짜증 내며 막말하는 B 학생이 있다”며 부장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올 4월에는 “울고 고집을 부리며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C 학생을 교무실로 데리고 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C 학생에 대한 상담은 4월 한 달 동안에만 3차례 진행됐다. 이 학생은 수업시간에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 보호자가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올 7월 A 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상담할 때는 “C 학생과 C 학생의 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자꾸 들으니 내 탓이란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B 학생 관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상담에서 A 씨는 “B 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힘든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가 됐다.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서 말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이달 12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발생했고, A 씨의 주선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부모가 직접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가해자 측 사과로 원만히 해결됐지만 이후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상담에서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으나 학교 측은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 씨(37)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 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 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노린 범행 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흉기 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 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은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 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 씨(25)가 지난해부터 담당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며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달 18일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달에만 3차례 상담이 진행됐다. 27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업무 관련 상담 10건을 학교에 요청했다. 지난해 2건에 그쳤던 업무 상담은 올 들어 8건으로 급증했다. 학기 시작 직후인 올 3월에는 “화내고 짜증내며 막말하는 B 학생이 있다”며 부장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올 4월에는 “울고 고집을 부리며 불안 증세를 보인다”며 C 학생을 교무실로 데리고 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C 학생에 대한 상담은 4월 한 달 동안에만 3차례 진행됐다. 이 학생은 수업시간에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 보호자가 집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올 7월 A 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상담할 때는 “C 학생과 C 학생의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자꾸 들으니 내 탓이란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B 학생 관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달 상담에서 A 씨는 “B 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힘든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가 됐다.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서 말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이달 12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발생했고, A 씨의 주선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부모가 직접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가해자 측 사과로 원만히 해결됐지만 이후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상담에서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으나 학교 측은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37) 씨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평소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여 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 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들어찼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노린 범행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 흉기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는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정신병원’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대비 및 대응 부실 책임을 이유로 국회가 청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안이 25일 기각되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스스로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 장관 탄핵 소추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된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민 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해 10월 29일 참담했던 심정을 오늘 또 느낄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 159명이 정부 부재의 순간에 목숨을 잃었음에도 (정부는) 인정하지도,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켜 책임자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진행 중 일부 유족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헌재 맞은편 도로에선 보수 단체 100여 명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한 보수 성향 유튜버의 도발로 유족 기자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몸싸움도 벌어져 유족 일부가 다쳤고 그중 3명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협의회와 대책회의는 내년 1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준비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