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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올해 3월 출범한 뒤 가장 재산이 많은 고위공직자(국무위원 및 청와대 차관급 이상)의 순위가 바뀌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8월에 임명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4명의 재산등록 현황을 7일 발행된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은 윤창번 미래전략수석비서관으로 총액이 무려 139억6106만 원에 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이고 국무위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종전까지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46억9738만 원(올해 5월 발표 기준)으로 현 정부 최고 자산가였다. 윤 수석은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 비중이 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총면적 1376.45m²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신고가액만 116억5600만 원이나 됐다. 이 밖에 19억 원이 넘는 예금과 12억 원 가치의 주식도 함께 신고했다. 김 비서실장은 39억37만 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본인 명의의 부동산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10억2000만 원)과 경남 거제시 고현동 아파트(84.43m²·1억4100만 원) 등 2건.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예금은 27억 원을 넘었다. 부부가 소유한 회원권은 골프장 3개, 헬스클럽 2개, 콘도 2개 등 7개였다. 김 비서실장의 장남과 손자손녀는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장녀와 차녀는 결혼을 해 재산등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밖에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은 38억9020만 원, 홍경식 민정수석비서관은 25억3824만 원,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10억7093만 원을 각각 신고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한 정보기술(IT) 업체 간부였던 박모 씨(57)는 지난해 9월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자신처럼 나이 많은 근로자가 더 버틸 수 없었기 때문. IT 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청년 근로자가 장년층에 비해 많은 데다 청년 취업난까지 심화된 탓이다. 환갑을 앞둔 박 씨가 자신의 경력을 살려 IT 업종에 재취업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그는 지인을 통해 동종 업계 회사 몇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개를 떨궈야 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를 찾았다. 박 씨는 업종 변경이나 창업을 의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센터 측은 심리상담을 통해 박 씨에게 자신감부터 찾아 줬다. 이어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월드프렌즈 퇴직 전문 해외 파견 사업’ 참여를 안내했다. 박 씨는 용기를 얻었고 개발도상국 IT 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할 프로그래머로 채용돼 최근 몽골로 출국했다. 그는 “장년 근로자들은 재취업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쉽게 좌절감에 빠진다”며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곳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3월부터 올해 9월까지 박 씨처럼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 구직자는 약 3000명에 이른다. 전체 구직 신청자(5700명)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새 일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장년층의 구직 수요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전직 지원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재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일자리센터가 전국적으로 20여 곳. 노사발전재단은 서울 2곳 등 경기 인천 강원 부산 등지에서 일자리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도 주요 지역에 일자리센터를 마련했다. 단순한 취업 정보 제공을 넘어 구직자들의 새로운 인생 설계를 돕는 게 특징. 정년퇴직이나 실업으로 인해 떨어진 자신감을 높여 주고 필요에 따라 업종 전환이나 창업을 위한 교육도 실시한다. 구직자뿐 아니라 퇴직 예정자도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김영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장은 “허탈감이나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장년 구직자들을 위해 심리안정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진행한다. 해외 재취업을 특화해 큰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일(7일)에는 두툼한 외투 대신 작은 우산을 챙기는 게 좋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오전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낮에 빗방울이 약간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5mm 안팎. 하지만 입실시간 전후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주변 지역의 혼잡을 고려해 수험생은 일찍 집에서 출발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 한파’ 가능성은 낮다. 수능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10도로 평년(6.2도)보다 포근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땅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은 아름답다. 반짝이는 모습이 신비롭다. 그래서 별은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다. 만약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처럼 동경하던 별에 가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혹시 눈부신 광채는 사라지고 대신 차갑고 삭막한 ‘천체(天體)’만 남는 건 아닐까? 별은 하늘에만 있지 않다. 기업에도, 정부에도, 군대에도, 경찰에도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는 ‘별’이 있다. 대기업의 임원, 과거 1, 2급으로 분류됐던 고위공무원, 군 장성, 경찰 경무관…. 많은 이가 우러러보는 선망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조직의 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주에서 수많은 별이 태어나고 사라지듯이 직장에서 별이라고 불리는 고위직 역시 순식간에 명멸하는 자리다. 수십 년간 외길을 달려 마침내 그 자리에 올랐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더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뛰어야 한다. 때로는 문득 문득 상념에 빠져든다. “내가 만약 다른 직업을 선택했었다면….” 동아일보 취재팀은 대기업 임원, 고위공무원, 군 장성, 경찰 경무관 등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별’이라고 불리는 직위에 오른 이들을 만나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밟았는지, 업무환경과 보수는 어떤지, 다른 길을 선택한 고교 동창과 대학 동기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들어봤다. 그리고 직종별 데이터를 종합해 여러 분야 별들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봤다. 》 ▼ 조직의 얼굴… 건강-외국어교육 체계적으로 관리 받아 ▼★ ‘별’ 따기 난이도를 비교해보니 고위관리자를 별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군인 계급의 ‘스타’(장군)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군 장성은 영어로 ‘종합적인’ ‘전반적인’이란 의미의 제너럴(general)로 표현된다. 실제 장군이 되면 병과(주특기)가 아닌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맡게 된다. 군복에 붙어 있던 병과도 없어진다. 이는 조직의 상층부 또는 지도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신 상관이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다른 고위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도 마찬가지다. 기존 업무와 다른 일까지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셈이다. 보통 사관학교 출신이 별을 달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5년에서 길게는 30년이 걸린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생 가운데 10% 정도만이 별을 단다. 해군이나 공군의 경쟁률은 이보다 더 치열하다. 한국군의 전체 장성 수는 450명 안팎. 육군이 3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해군과 공군은 각각 60∼70명 정도다. 해군 소속 A 준장(50)은 “전체 사관학교 동기가 160명 정도 됐는데 장군이 된 사람은 8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별을 다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육군에 비해 해군 공군은 정말 ‘하늘의 별 따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공직 내 고위관리자는 어떨까? 지난해 말 기준 중앙 공공기관 고위공무원단에 소속된 가급(실장급)과 나급(국장급) 공무원은 약 1100명. 고시 출신이 국장급에 오르려면 22년 안팎이 걸린다. 과거에는 2급(이사관) 또는 3급(부이사관) 가운데 일부가 국장이 됐는데 지금은 실장급 자리인 1급(관리관)과 함께 고위공무원단으로 통합 관리된다. 고위공무원은 1∼3급의 ‘계급’을 없앤 것으로 참여정부 때 고위공무원들의 성과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7급, 9급에서 출발한 경우 30년 이상 근무해야 고위공무원을 노릴 수 있으며 그 비율은 극소수다. 박현숙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이 바로 이런 케이스다. 9급 공채 동기 중에 고위공무원이 된 건 그가 유일하다. 박 국장은 1975년 9급 공채로 입사해 2009년 5월 고위공무원이 됐다. 별이 되기까지 34년이 걸렸다. 그는 “너무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위로 올라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노력했겠지만 나는 갑절의 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별로 인정받는 대사직은 다른 부처보다 3, 4년 정도 더 걸리는 편이다. 다만, 재외공관이 워낙 많기 때문에 외무고시 출신은 대부분 1, 2회 정도 대사직을 경험할 수 있다. 외교부의 한 대사(58)는 “공관으로 가면 재외근무수당이 나와 수령액이 국내 근무 때보다 1.5배 수준으로 올라간다”며 “그러나 교육비 이사비용 등을 감안하면 인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경찰은 보통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의 경우 25년을 근무해야 경무관이 된다. 경무관은 일반적인 경찰서장(총경)보다 한 직급 위의 자리다. 예를 들어 경찰청 본청의 수사기획관,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부장 등이 경무관이다. 경무관 정원은 40명이 안 돼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건 회사별, 개인별로 시간차가 더 크다. 보통의 경우 입사한 뒤 20년이 기준이 된다. 최근에는 임원에 오르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입사 후 걸리는 기간도 짧아지는 편이다. 반면 임원이 되는 건 공무원보다도 좁은 문인 게 현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50여 개 기업을 조사한 자료(2011년)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고작 0.8%. 1000명 중 8명만이 별을 단 셈이다. S그룹 김모 상무(48)는 “동기 100여 명 가운데 5명이 임원이 됐는데 다른 기수는 그보다 훨씬 숫자가 적다”며 “공직이나 군인 조직은 그래도 끈끈함이 남아있지만 대기업은 동기 사이여도 알게 모르게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별의 밝기도 다 다르다 치열한 경쟁 끝에 임원이 되면 보상은 확실하다. 중견기업인 D그룹 박모 상무(53)의 연봉은 1억 원. 연봉 인상액은 전에 비해 2000만 원 남짓이지만 판공비용 법인카드가 나온다. 업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다. 성과가 좋으면 연봉의 절반에 이르는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전용 차량과 비서도 따라온다. 박 상무는 “승진이 확정됐을 때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자긍심 자부심 그리고 가족과 회사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저절로 배어나왔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기업은 임원의 연봉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거의 모든 계열사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까지 연봉 계약 때 ‘공개 금지’를 조건으로 달고 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임원 1년차의 경우 1억∼3억 원 정도의 연봉이 책정된다. 삼성전자처럼 실적이 좋은 회사는 많으면 연봉만큼의 성과급도 받는다. 계약을 갱신해 3년차 이상이 되면 연봉이 많게는 5억 원까지 오르기도 한다. 능력을 인정받은 고참 임원의 연봉은 10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군이나 경찰, 중앙부처의 고위관리자는 같은 공무원 신분이라 처우가 비슷하다. 준장이나 경무관, 국장급 고위공무원의 연봉 수준은 9000만 원 안팎이다. 경찰청 A 경무관은 “대기업 임원이 된 동창들을 만나보면 확실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였다”며 “그 친구들도 고민이 많겠지만 처우 부분에서는 공무원이 민간에 비해 낮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은 연봉뿐만 아니라 각종 혜택도 많다. 보통 배기량 3000cc 이상의 차량 및 유지비를 지원한다. 비서가 배정되는 경우가 많고 운전사는 임원 직급에 따라 다르다. 판공비용 법인카드는 기본이고 골프회원권을 주는 기업도 있다. 항공기 이용 때 비즈니스석 이상을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상해보험, 고액 건강검진, 외국어 교육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공무원의 경우 전용 사무실과 부속 직원이 배정되는 것이 전부다. 차량은 실장급에게만 지급된다. 업무 성격에 따라 판공비를 한 달에 50만∼100만 원 정도 쓸 수 있지만 경찰청 수사기획관처럼 보직에 따라 한 푼도 없는 경우도 있다. 해외출장 때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용은 가능하다. 고용노동부 A 국장(45)은 “고위공무원 중에서 해외출장을 가는 사람은 1년에 한두 명에 불과하다. 비즈니스석 이용도 ‘그림의 떡’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B 경무관은 “최소한의 품위 유지나 경조사 등을 챙기는 게 힘에 부친다. 공무원 월급이 올라봤자 쥐꼬리만 한 수준인데 지출은 갈수록 늘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현직에 대한 처우만 놓고 보면 대기업 임원이 별 중의 별인 셈이다. 그래서 임원들은 승진 이후 회사 동료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에 많은 신경을 쓴다. 임원 승진 1년차인 S그룹 이모 상무(48)는 “처음에는 실감이 안 됐는데 어느 날 아내가 차린 밥상 메뉴가 바뀐 것을 보고 ‘임원이 됐음’을 느꼈다”고 했다. 회사의 지원 덕택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 다른 S그룹 최모 상무(47)는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받기 때문에 핵심 업무에 더 신경을 많이 쓸 수 있다”며 “사내외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인적 네트워크가 고도화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모든 별에는 그림자가 있다 별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진한 법. 특히 대기업 임원이 그렇다. 이들의 경우 고액 연봉과 각종 혜택을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앞으로 해내야 할 업무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대가를 ‘선지급’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별을 달았다는 기쁨은 순간뿐이고 업무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임원이 많다. 2년 전 임원이 된 H그룹 김모 상무(51)의 출근시간은 보통 오전 6시 전후다. 오너의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매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CEO 입장에서 김 상무는 그저 수백 명의 임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원이 됐지만 이제부터는 임원들끼리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 임원 “실적이 바로 내 운명” 공무원 “가시방석 정규직” ▼임원들 “조직에선 가장 빛나지만… 공무원들 만날 때는 ‘을’ 신세”공직자들 후배에 밀리면 옷벗거나… 자격심사 탈락하면 직권면직도덕성 요구에 말-행동 조심조심그는 이를 악물고 일했다. 출근하자마자 회사 관련 기사를 챙기고 직원들과 보고서 내용을 확인한다. CEO 대신 매일 보는 전무, 매일 보다시피 하는 부사장께 할 보고다. 점심은 이틀에 한 번꼴로 외부에서 먹는다. 거래처 약속이 많지만 가끔 ‘대관(對官)’ 작업차 공무원들을 만날 때도 있다. 기획파트에 있는 그가 굳이 대관 작업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고위공무원들과 계속 끈을 이어놓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임원이라도 서기관 사무관 등의 공무원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을’의 신세”라며 “끈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무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귀가는 항상 늦다. 오후 10시는 기본이고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잦다. 자녀의 얼굴을 일주일이 넘도록 못 본 적도 많다. 김 상무는 “회사의 일이 곧 개인의 삶이 되는 자리가 바로 임원인 것 같다”며 “회사의 운명과 동고동락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괴롭다”고 말했다. 김 상무처럼 대기업 임원 대부분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성과에 따라 재계약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임시 직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같은 그룹의 한 임원(52·전무)은 “내 얼굴이 곧 회사의 얼굴이고 내가 마지막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은 정말 상상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 임원이 ‘계약직’인 반면에 공무원은 ‘정규직’이다. 비록 보수는 대기업보다 못해도 공무원에겐 ‘신분 보장’이라는 장점이 있다. 당사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대기업 임원 못지않다.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에 대한 부담도 크다. B 경무관은 “내 말이나 행동을 보고 ‘쯧쯧, 경무관씩이나 돼서 저러니…’란 소리를 들을까봐 조심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군 장성의 경우 정신적 압박이 더 크다. 해군 소속 B 준장(52)은 “장군의 경우 높은 도덕성은 기본이고 남다른 명예심, 국가와 군에 대한 충성심을 갖춰야 한다”며 “주변의 기대까지 생각하면 행동 하나, 말투 하나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고위공무원은 대기업 정도는 아니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보직을 받지 못한 고위공무원에 대해 수시로 적격심사를 벌일 계획이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직권 면직된다. 안전행정부 A 국장(53)은 “행정고시 출신의 경우 지금까지는 대부분 고위공무원에 올랐다. 하지만 3, 4년 뒤에는 동기 중에서도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뜨는 만큼 진다 “아! 드디어 났네요.” 10월 30일 오후 4시경, S그룹 이모 상무(52)는 인터넷에서 방금 전 발표된 CJ그룹 임원인사 내용을 본 뒤 혼잣말하듯 이렇게 말했다. 이 상무는 “우리 회사 인사도 아닌데 나까지 괜히 긴장되더라”며 멋쩍어했다. 그는 “이제 올가을 대기업 인사가 스타트를 끊은 셈”이라며 “승진한 임원들은 좋겠지만 그 자리에 없는 이들을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철을 앞둔 요즘 대기업의 분위기는 ‘살얼음판’ 같다. 겉으론 평온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임원 승진을 기대하는 이도, 해임을 피하려는 이도 피가 마르기는 마찬가지. 공직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새해 예산안이 통과하고 한숨 돌리는 순간 행정부처 군 경찰의 고위직 인사가 줄을 잇는다. 보통 새로운 정부 출범 1년을 맞을 때 인사는 의미가 크다. 한마디로 분위기 파악이 끝난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사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군 장성, 경찰 경무관 등 1600여 고위공직자 가운데 일부는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난해 12월 7일 삼성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부사장 48명, 전무 102명, 상무 335명 등 총 485명이 승진의 영광을 안았다. 승진 연한보다 빠른 이른바 ‘발탁 승진’도 74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기존 임원이 예상보다 빨리 회사를 그만뒀다는 뜻이다. 새로 임명된 임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계약 연장에 실패하고 옷을 벗는 임원도 늘어난다. L그룹 김모 상무(49)는 “지금 가장 빛나는 별인 만큼 언제 소멸될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중간간부일 때보다 불안감이 훨씬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의 임원들은 보통 해임돼도 자문역이나 상담역 고문 등의 직함을 받고 일정 기간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이 중 일부는 모기업의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다시 현장을 누비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특별한 일 없이 회사가 마련해준 사무실에서 신문을 뒤적이거나 TV를 보며 소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은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곧바로 퇴출된다. 계급 문화가 강한 군이나 경찰에서도 동기 또는 후배가 먼저 승진할 경우 옷을 벗는 경우가 많다. 행정공무원은 당장 퇴출은 면해도 한직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다만, 공무원은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제2의 인생을 살기도 한다. 군 장성이나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 대형 로펌에 가는 경우도 흔하다. 대기업 임원들은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에 호감을 나타냈다. S그룹 한모 상무(48)는 “사회적 영향력이나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 신분 보장 등을 감안하면 공직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군 장성들은 자신의 조직에 대한 믿음이 가장 강했다. 국방부 C 준장(53)은 “나는 군인이 천직이다. 다시 태어나도 군인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들에게는 권유하고 싶지 않다. 아들은 좀 더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딱딱한 조직문화의 영향 탓인지 경찰 간부 중에서는 교사나 여행가 같은 직업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은 대부분 ‘지금의 길을 다시 걷겠다’고 했다. 외교부 A 대사(59)는 “밖에서 볼 때는 외유 온 국회의원들 수발이나 드는 줄 알겠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강조했다. ▼ “내년을 기약 못해도… 자부심 하나로 후배를 이끈다 ” ▼#1 공군 최영훈 준장 “백 없이 이 정도 왔으면 보람 있는 삶 아닌가요”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수도권의 한 방공관제부대. 30여 년 전 최영훈 준장(56·공군 정훈공보실장)이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배치된 첫 임지다.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누구나 가기 싫어하고 가도 빨리 전속할 생각만 할 정도로 근무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의 병과는 정훈. 공군본부 근무 때 무려 7년 4개월이나 참모총장 연설문 작성을 맡았다. “정훈장교 하면서 대령까지 진급했다. 보통 이쪽은 대령을 한 뒤 전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군까지 됐으니…. 하늘이 주신 선물인 셈이다. 중령 진급 누락됐을 때 정말 그만둘 생각도 했는데, 그래도 ‘백’ 없이 실력으로 이 정도까지 진급했으니 보람 있는 삶 아닌가.” 성공적인 군 생활이었지만 마음속에는 늘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가족’. 그는 “집사람이 묵묵히 내조해준 덕분에 행복하게 근무했다”며 고마워했지만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은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다 커서 결혼도 했지만 초등학교 때 2년마다 전학 다닌 것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고 다시 사귀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다. 당시 아이들이 일기장에 ‘군인인 아빠를 이해한다’고 쓴 걸 보고 짠했다.” 그의 고향 친구나 중고교 동창들은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제외하고 대부분 은퇴했다. 조직에서 현역생활을 하는 것은 최 준장이 거의 유일하다. “군인이 일반인보다 먼저 간다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현업에 남아 있었다. 이제 나도 그 길을 따를 거고….” 최 준장은 10월 3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11월 말이면 전역을 하고 예비역의 신분이 된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고민에 앞서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군이라는 조직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서비스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진다. 장군이 돼서 명예도 얻었고…. 물론 (다른 조직의 별들에 비해) 금전적이나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정신적 윤리적으로 충분히 보상이 된다. (전역하면) 군 교육과 관련된 글을 쓰고 싶다. 국방에 대해 인문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글….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고 하하.” #2 고용노동부 신기창 국장 “경력 발휘도 좋겠지만 남들과 다른 길 가고싶어”“다시 태어난다면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데….” 신기창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국장(52)은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여러 별 가운데 한 명이다.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그는 관례와는 다른 생활을 꿈꾸고 있다. 보통 노동부 고위공무원 출신은 대학에서 강의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석좌교수 특임교수 같은 직함을 갖지만 사실상 시간강사나 다름없다. 기간도 2, 3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 성격상 노무법인으로 가는 경우도 많고 최근에는 대형 로펌을 선택하거나 기업체 사외이사를 맡는 이들도 있다. 신 국장은 “공직에 있을 때 쌓은 지식과 경력을 사회를 위해 쓰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한 만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일에 도전하는 것에 더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인 그는 1980년 전남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입시에서 낙방한 뒤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배경에는 지금의 부인이 있었다. “그때 집사람을 처음 만났다. 집안끼리도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집사람과 떨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결국 눌러앉게 됐다.” 고시에 합격한 것은 1987년 행시 31회였다. 지금 부인과 결혼을 약속한 상태에서 ‘백수’ 생활을 오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도전한 고시였다. “당시 시험을 치를 때만 해도 공무원으로서 큰 뜻을 품지는 않았다. 내 인생과 아내를 봐서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노동부에 들어와 공보담당관, 노사협력복지과장, 노사관계조정팀장 등을 거쳤다. 모나지 않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조직 내에서 인기가 높았다. 업무는 꼼꼼한 편이지만 융통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교체되는 것과 상관없이 꾸준히 주요 보직을 맡았다. 2011년에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하면서 고위공무원이 됐고 지금은 인력수급과 청년고용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적어도 공직에 있어서는 무난한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였다. “실무자 시절 유난히 힘들게 한 상사가 있었다. 어느 조직이나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지금 봐서는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도 있었다. 결국 두 번이나 사표를 쓰려고 했다.” 신 국장 역시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틋함이 있다. 그는 원래 아들만 하나였지만 현재 2남 1녀를 두고 있다. 2008년 1남 1녀를 입양했다. 이 아이들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서 부부의 자녀들. 노동부 내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암으로 숨진 막내 처제의 유언이기도 했고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자연스럽게 내린 결정이었다.” 신 국장은 26년을 공직에 머물면서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이 확고해졌다. 대기업 임원에 비해 보수는 적지만 신분이 안정적이고 군 장성의 일보다 개방적이다. 경찰처럼 연일 터지는 사건사고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부담감도 커졌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비난을 받을 때 가슴이 아프다”며 “공직자 입장에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3 대기업 전무 B씨 “실적 나쁜 임원뿐 아니라 잘나가는 사람도 몸조심”“지금은 안 되는데….” A그룹 B 전무(52)는 한참을 망설였다. 미리 약속된 만남인데도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대기업 인사철이 다가오면 어느 회사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직원들과 달리 ‘단칼’에 날아갈 수 있는 임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시기에 언론에 개인적인 인터뷰가 나오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회사 안팎에서 좋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잘나가는 임원이든 못 나가는 임원이든 상관없다. 실적이 좋은 임원이 기사에 나오면 ‘혼자서 튀려고 한다’고 할 것이 뻔하다. 실적 나쁜 임원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입사 23년 만인 2년 전 별이 된 B 전무. “처음부터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계속 살아남아 올라가다 보니 임원까지 왔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때 팀원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실력 좋고 든든한 후배들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내 평가가 달라지니까. 그래서 임원이 되기 전부터 후배들과 직장 동료 이상의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노릴 후배들에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터. 그 역시 인사철이 되면 예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회사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일단 임원이 되면 전무까지는 보장해줬는데 요즘은 임원 달고 1년 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장급 후배들의 신경전도 훨씬 치열해졌다. 임원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부장은 많으니까. 특히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 선임으로 오면 참 비참하다. 등 뒤에서 ‘누구 물먹었다며?’라는 말을 들으면 민망할 때가 많다.” 인사를 앞둔 대기업 임원들의 스트레스는 다른 조직의 별보다 훨씬 심해 보였다. 어쩌면 회사는 이미 그런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을 임원으로 뽑았을 것이다. B 전무는 “마음 같아선 당장 그만두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느냐”며 “그래도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 ‘별’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특별한 사람만 되는게 아니고… 특별한 노력을 하면 누구라도…”“별은 특별한 사람만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면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가 밝힌 별이 되기 위한 ‘비법’은 간단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조 대표는 “오랜 직장생활 내내 진정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어, 어’ 하는 사이에 시간만 흐르고 결국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전자부품업체 일본전산은 신입사원 면접 때 임원이 되려는 꿈이 있는지를 꼭 물었다고 한다. 임원의 꿈이 없으면 뽑지 않았다. 조 대표는 “어느 직장이건 들어가면 별이 되려는 꿈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고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없다”며 “좋은 CEO는 그런 사람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임원의 조건’이란 책을 낸 그는 농협중앙회 상무, 강원도 정무부지사,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조 대표는 “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4월 발생한 ‘라면 상무’ 사건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별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리로 사람들에게 이해됐지만 지금은 밑에서 올려다보는 일종의 ‘표적’으로도 받아들여진다”며 “그만큼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5의 탄생’이라는 책을 낸 증권솔루션업체 ㈜디알에프앤의 이문태 이사는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대학 입학 및 직장 생활의 시작을 각각 새로운 탄생으로 보고 임원이 되는 것을 다섯 번째 탄생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인생에서 매우 큰 변화라는 뜻이다. 이 이사는 임원의 마인드를 연습하라고 주문했다. “신입직원은 물론이고 과장 부장도 ‘임원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임원으로서의 태도와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늘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성호 starsky@donga.com·손영일·정지영 기자▽정치부 조숭호 손영일 기자 ▽경제부 홍수용 박재명 기자▽산업부 김용석 김지현 정지영 박창규 김창덕 기자▽사회부 이성호 이은택 기자 ▽소비자경제부 권기범 기자▽교육복지부 이샘물 기자}
일부 사업장 노동조합들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으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별노조가 제동을 걸어 힘겨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회(단위 사업장 노조) 자체 결정만으로는 상급단체를 탈퇴할 수 없도록 한 규약이 가장 큰 이유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자주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재 최소 4곳 이상의 사업장 노조가 상급단체 탈퇴 문제를 놓고 소송을 치르고 있거나 갈등에 휘말려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대구의 상신브레이크는 2010년까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지회였다. 지회는 2010년 11월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산별노조에서 기업별 노조 전환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를 탈퇴한다”는 것. 그러자 금속노조는 “탈퇴 결의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독자적 교섭력이 없는 지회의 결의만으로 상급단체 탈퇴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올해 6월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경북 경주의 자동차부품업체 발레오 전장(電裝)시스템코리아 노조도 2010년 6월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이듬해 법원은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9월 열린 2심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2011년 4월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으나 의결 정족수를 놓고 절차상 하자 논란이 일면서 1, 2심 재판에서 모두 무효 판결이 내려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내 2개 노조의 통합을 둘러싸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건보공단의 민주노총 소속 전국사회보험지부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노조는 10월 초 통합을 결정했다. 두 노조는 내년 10월 통합하고 상급단체를 탈퇴한 뒤 조합원 투표를 거쳐 다시 상급단체 가입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 사회보험지부 내에서는 상급단체 탈퇴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조합원의 절대 다수가 결정한 내용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는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고용노동부 ▽부이사관 △근로개선정책과장 박광일 ▽서기관 △기획재정담당관실 박미심 △직업능력정책과 장석철 △사회적기업과 배영일 △고용차별개선과 김태현 △산재보상정책과 김남용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의정부고용센터소장 한흥수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장 김효순 ◇중소기업청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정환두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성장지원과장 손후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철 △연구위원 지민웅 문혜선 김숙경 황선웅}
올해 ‘수능 한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기상청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1월 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구름만 낄 뿐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의 경우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8도로 예상돼 11월 상순 평년기온(6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낮 최고기온도 16도로 평년(14.8도)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도 아침에는 6∼13도, 낮에는 15∼20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기온분포가 예상된다. 다만 예비소집일인 6일 제주 등 일부지방에 약간의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11월 중순에 수능시험이 치러진 2010년에 수능 한파가 나타난 뒤로는 해마다 평년 수준이거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2010년 11월 18일 서울의 아침기온은 평년(3도)을 밑돌며 1.9도를 기록해 쌀쌀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시험일이 11월 10일로 당겨지고 서울 아침기온은 10.9도, 낮은 17도로 포근했다. 지난해에도 평년과 비슷한 날씨 속에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기상청은 29일부터 홈페이지(kma.go.kr) 알림판을 통해 시험장별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모 씨(52)는 부산의 한 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쌍용에 취직했다. 10년 넘게 대기업 ‘상사맨’으로 지내던 그에게 첫 시련이 닥쳤다. 외환위기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얼마 뒤 김 씨는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인 ㈜하이디스에 입사했다. 그러나 회사가 외국기업에 인수된 뒤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첫 퇴직 후 10년 만인 지난해 다시 퇴사의 아픔을 겪었다. 김 씨처럼 특별한 기술 없이 해외영업 경력만 있는 50대 퇴직자는 재취업할 곳이 많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찾았다. 1년 가까이 이력서를 냈다가 실패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한때 창업을 고민했지만 20년 넘게 쌓은 경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침내 올해 6월 한 중견 의료기업의 일본 주재원으로 채용됐다. 김 씨는 “종합상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 열정을 쏟겠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에서 밀려난 장년층에게 재취업은 더 큰 산으로 다가온다. ‘장년근로자는 업무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한 데다 ‘조직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리는 곳이 많기 때문. 장년근로자들이 과거 직장 수준의 처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이 없는 근로자도 눈높이를 낮추면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노복덕 씨(61)도 4년 전 직장인의 ‘꿈’을 이뤘다. 그가 취업한 곳은 대구 동구 용계동 ㈜유니월드. 손수건 스카프 장갑 등 패션잡화를 만드는 서도산업㈜의 계열사로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다. 지난해 매출이 10억 원, 순이익도 3억 원에 이른다. 이 회사 근로자 40여 명 가운데 노 씨 등 장년층은 70%에 이른다. 이들은 하루 8시간씩 일하며 매달 150만 원 정도(수당 등 포함)의 급여를 받는다. 노 씨는 “자식들 모두 결혼시킨 뒤 뭐라도 하려는데 쉽지 않았다”며 “회사의 배려로 이 나이에 직장생활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여동구 유니월드 이사(59)는 “장년근로자를 위해 구내식당 메뉴도 건강식 중심으로 바꾸고 학자금 지원용 사내복지기금도 설립했다”며 “정년(60세)이 있지만 건강만 허락하면 더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1년 사회적기업이 된 뉴시니어라이프는 실버패션 전문기업. ‘노을빛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장년층을 대상으로 의류 제조, 모델 매니지먼트, 이벤트 등을 연다. 이 회사는 30년 넘게 의상디자이너로 활동한 구하주 대표(67·여)가 설립했다. 그는 직접 가르친 50∼80대 나이의 시니어모델과 함께 1년에 10회 넘게 패션쇼도 진행했다. 구 대표는 “의상실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던 중 패션과 실버산업의 융합을 생각했다”며 “나를 포함해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특성과 전통문화를 결합한 ‘야시장’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조성된다. 안전행정부는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에 29일부터 매일 오후 6시∼밤 12시 야시장을 개장한다고 28일 밝혔다. 부평깡통시장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등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다. 6·25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을 주로 팔았다고 해서 ‘깡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도 각종 수입식품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어묵 유부주머니 등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기존 상가 외에 30여 개 판매시설이 추가되고 소규모 축제와 문화공연이 펼쳐진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지역 특성과 전통문화를 결합한 ‘야시장’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조성된다. 안전행정부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전통시장에 야시장을 개장한다고 28일 밝혔다. 첫 번째 야시장은 29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에 문을 연다. 부평깡통시장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등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다. 6·25전쟁 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을 주로 팔았다고 해서 ‘깡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도 각종 수입식품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어묵 유부주머니 등 먹거리도 다양하다. 앞으로는 매일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이곳에 야시장이 선다. 기존 상가 외에 30여 개 판매시설이 추가되고 소규모 축제와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말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 개장될 ‘전주 남부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열린다. 겨울철(11월∼다음 해 3월)에는 오후 7∼10시, 봄부터 가을까지는 오후 7시∼12시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기존 점포 40여 개를 포함해 70여 개가 운영된다. 지역예술인들의 문화공연, 공개오디션, 시와 음악이 있는 전시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행부는 2개 시장의 운영성과를 분석해 단계적으로 야시장 개장을 늘릴 계획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장맛비가 내리던 올해 7월 14일 경기 가평군 가평읍 자라섬 캠핑장. 나흘 넘게 500mm 가까운 폭우가 내리면서 자라섬 주변의 북한강 수위가 크게 올랐다. 갑자기 진입로가 물에 잠겼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용객들은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겨우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마터면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한 일부 이용객들은 캠핑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처럼 폭우 또는 폭설, 태풍 같은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캠핑장 운영이 곧바로 중지된다. 이용객은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거나 귀가해야 한다. 안전행정부는 캠핑장 조성 및 운영 과정의 안전수칙을 담은 통합안전기준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산사태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캠핑장 터의 경사는 10도 이하여야 한다. 구급차 소방차 등의 긴급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진입로도 갖춰야 한다. 차량이 다니는 국도나 지방도에서 최소 2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소음을 유발하고 화재의 원인이 되는 폭죽이나 풍등(風燈) 사용도 금지된다. 시설 내부에는 반드시 소화기를 배치하고 텐트 사이의 거리도 최소 3m 이상이 확보해야 한다.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식수도 정기검사를 해 결과를 공개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1100여 곳의 캠핑장이 있고 이 가운데 800여 곳은 사설캠핑장이다. 그러나 캠핑장 관련 규정은 관광진흥법상 ‘자동차 야영장업’에 주차공간과 수용규모 등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내년에 안전기준을 반영한 캠핑장업을 법령에 신설해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동해를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한 일본의 옛 지도가 공개됐다. 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일본 고(古)지도인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를 24일 공개했다. 신제여지전도는 1844년 일본인 학자 미쓰구리 쇼고(箕作省吾)가 프랑스에서 제작된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만든 것. 이 지도는 세계를 동반구와 서반구로 나눠 조선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조선해’로 표기했다. 일본 동쪽 바다는 ‘대 일본해’, 태평양은 ‘대 동양’으로 적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한 일본의 고지도는 ‘지구만국산해여지전도설’(1785년), ‘신정만국전도’(1810년), ‘여지육대주’(1835년), ‘지구만국방도’(1853년) 등이 있다. 이날 19세기 중반 국내에서 만들어진 ‘해좌전도(海左全圖)’도 공개됐다. 만든 이가 알려지지 않은 이 지도에는 울릉도와 우산도(독도)가 정확히 표기돼 있다. 또 지도 한쪽에는 우산국이 신라에 편입된 사실 등 울릉도 독도의 역사를 담았다. 두 지도는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독도박물관에 보관되다가 이번에 복원 및 복제작업을 거쳐 공개됐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6개월에 걸쳐 복원된 이 지도들에서 독도가 역사 지리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액화수소’는 친환경적이고 힘이 좋아 로켓 발사에 사용되는 연료다. 수소를 액체로 만들려면 온도를 영하 250도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이때 극저온 상태에서 수소를 용기에 저장하고 보관하는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 초저온 액화가스 저장 및 보관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 최동준 부영CST㈜ 대표(55·사진)다.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최 대표는 1982년 한 열기계 관련 중소기업에서 고압가스탱크 일을 시작했다. 고되고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가스의 특성을 몸소 느끼며 실무와 이론을 익혀나갔다. 그는 외환위기 때 회사가 부도나자 직접 부영가스기공을 설립해 초저온 액화가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영하 50도의 저온을 넘어 초저온(영하 150도) 극저온(영하 273도) 저장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고압가스탱크 속 가스 잔량을 디지털로 측정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초저온탱크 관련 기술의 국산화율은 90%까지 도달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4일 최 대표를 10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했다. 그는 “초저온 저장기술은 농업 화학 생명공학 등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까다롭고 위험한 분야지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유난히 추웠던 올해 1월. 정명숙 씨(58·여)의 마음도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 2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뒤 ‘촉탁직’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1년 더 일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고맙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9개월 뒤 정 씨의 움츠러든 가슴은 활짝 펴졌다. 촉탁직에서 다시 정규직으로 계약한 것. 정 씨가 일하던 ㈜남선알미늄은 올해 9월 노사 합의로 57세였던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이 회사는 직원이 350명이 넘어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적용되지만 3년이나 빨리 시작했다. 그 덕분에 정년퇴직 뒤 촉탁직으로 일하던 정 씨 등 근로자 11명이 이달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 대신 57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기본급이 10% 정도 삭감된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부터 급여를 깎는 대신 고용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실제 삭감액은 줄어들 수 있다. 정 씨는 “이 나이에 어디에서 이 정도 일자리를 쉽게 구하겠느냐”며 “요즘 우리 회사 생각만 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처럼 임금체계를 바꿔 인건비 부담을 덜고 대신 정년을 늘려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2005년 2.3%에서 2012년 16.3%로 증가 추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가 확고하고 임금피크제가 구조조정이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활용된 탓에 쉽게 확산되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정년연장에 초점을 맞춘 ‘시니어 사원제도’가 도입돼 다양한 형태로 시행 중이다. 이 제도에 따라 연장되는 정년도 평균 5년 정도로 긴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금융기관 공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이 늘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올해 5월 정년을 60세로 늘렸고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2007년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 60세 연장에 합의해 시행 중이다. 기업들은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면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성재 남선알미늄 과장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까다롭거나 힘든 일이 많지 않아 60세까지 일하는 데 체력적이나 기술적으로 부담이 적다”며 “회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기존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는 게 회사나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내전으로 폐허가 된 리비아 재건을 위해 한국의 근로자 교육훈련시스템이 활용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1일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무함마드 아수알름 리비아 노동부 장관, 무스타파 엘사게슬리 참전용사위원회(WAC)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훈련시스템 수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WAC는 전국의 민병대를 관리하는 리비아 총리실 산하 기구. 이번 사업은 리비아 근로자 초청연수 및 현지 직업훈련센터 건립 등으로 이뤄졌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2140명의 근로자가 한국을 찾아 6개월∼1년간 각종 직업훈련을 받는다. 또 기존의 외국인 직업훈련과 달리 경영학 멀티미디어 관광·호텔 같은 분야의 석사 과정도 개설돼 약 260명이 참가하는 등 총 2400명이 방한할 예정이다. 짧은 기간에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초청연수로는 최대 규모다.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는 직업훈련센터가 건립된다. 공사 기간은 약 2년으로 자동차 전기 멀티미디어 등 6개 분야에 걸쳐 연간 900명이 교육훈련을 받게 된다. 전체 9480만 달러(약 1050억 원)의 사업비는 리비아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송영중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대상 국가의 자금으로 한국의 직업훈련시설 및 프로그램을 모두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업이 잘 추진되면 30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해직자를 노조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 요구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이후 14년 만에 ‘법외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전교조에 따르면 16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노동부 시정요구 수용 여부’를 묻는 총투표에 참가 조합원의 68.59%가 수용 거부를 선택했다. ‘수용한다’에 투표한 조합원은 28.09%였다. 투표율은 80.96%로 집계됐다. 전교조는 19일 오후 2시 서울 독립문공원에서 약 1만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교사대회를 여는 등 투쟁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23일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 개정과 조합원으로 활동 중인 해직자 9명의 탈퇴를 요구했다. 노동부는 이달 23일까지 전교조가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 아님’ 통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시정 거부 결정을 함에 따라 23일부터 일주일 내에 법외노조 통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5일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 16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방의 아침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반 설악산 중청봉(해발 1676m) 일대에 진눈깨비가 내렸다. 눈은 오후까지 내리면서 2cm가량 쌓였다. 설악산 첫눈은 지난해(10월 30일)보다 15일이나 빠른 것이다. 16일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8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 철원 3도, 대전 7도, 광주 9도 등 남해안 일부와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아침기온이 10도를 밑돌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중부 내륙 등지에는 얼음이 얼거나 서리가 내릴 개연성도 높아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 낮 기온도 중부지방은 15∼17도, 남부지방은 15∼19도 등으로 대부분 20도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 추위’는 금요일인 18일까지 계속되다 주말부터 평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내가 과연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국내 한 정유업체의 김모 차장(37)은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제도 개선은 반갑지만 자신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 차장의 회사는 이미 2년 전 노사 합의로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그러나 대부분 생산직 근로자에게 적용됐을 뿐 김 차장 같은 사무직 근로자는 거의 없었다. 그는 “법으로 정년을 보장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지만 솔직히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생산직이나 전문 엔지니어와 달리 사무직은 정년을 다 채우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김 차장뿐만이 아니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KLI)에 따르면 ‘만 60세 정년시대 현실성’을 묻는 질문에 “지켜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한 근로자는 38%에 불과했다.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본 근로자는 33%, ‘보통’이라는 중립 의견은 29%였다. 이는 KLI가 지난달 전국의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 결과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의 퇴직자 가운데 정년까지 다닌 사람은 10.7%에 불과하다. 기업이 정년규정을 지키려면 고용을 유지한 근로자 수만큼 인건비를 계속 지출해야 한다. 보통 장년 근로자 1명당 인건비는 신규 근로자 2, 3명을 합친 수준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정년 연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꼽히는 게 ‘임금피크제’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 직후 재고용하는 제도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제도화되면서 임금보다 고용안정을 선택하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KLI 의식조사에서 근로자 10명 가운데 6명은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62.9%)고 답했다. “필요치 않다”는 의견은 12.7%에 불과했다. 조사를 실시한 이장원 KLI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정년 보장은 단지 법제도가 아니라 국내 노동시장 현실을 바꿔야 가능하다”며 “급한 대로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 연장에 대한 기업의 부담과 우려를 덜어 실효성 있는 고용안정을 얻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게 주는 지원금 한도액을 인상하는 등 대상과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을 올해 114억 원에서 292억 원으로 늘렸다. 또 정년퇴직자 고용 지원금도 450억 원에서 530억 원으로 확대했다. 장년층의 재취업을 도울 수 있는 취업아카데미도 신설하기로 했다. 김윤태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는 장년층 고용에 매우 불리하다”며 “일과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체계가 바뀌어야 정년 연장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윤모 씨(26·여)는 13일 새벽 퇴근길에 택시 때문에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 1시경 주말야근을 끝내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자취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서는 택시마다 “기본요금 거리라 안 간다”, “인천으로 가는 차다”라며 그냥 가버렸다. 홍익대 앞까지 10분을 걸어가서 겨우 택시를 잡은 윤 씨는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는데 서비스는 최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말인 12일 밤 서울 시내 번화가 곳곳의 풍경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 종로, 강남역 일대 등에서는 승객들을 골라 태우는 ‘얌체 택시’의 행태가 여전했다. 택시운전사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행선지를 묻고는 승객을 놔두고 그냥 가버리기 일쑤였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2일 오전 4시부터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 2009년 이후 4년 만의 인상이다. 서울시는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운전사 처우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요금 인상을 계기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원 권모 씨(34)는 “사납금과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요금이 올라도 손님만 불편하고 운전사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택시운전사들의 불친절과 횡포가 없어질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의 주요 명분으로 택시운전사 월급제 정착 유도를 꼽았지만 상당수 택시회사들이 요금 인상과 거의 동시에 사납금을 올리고 있어 택시운전사들은 여전히 손님 골라태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법인택시운전사 한모 씨(52)는 “매일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 10만5000원인데 곧 13만 원으로 오른다”며 “그에 반해 월급은 20만 원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류비 지원 확대와 기본요금 인상으로 오르는 사납금은 채울 수 있겠지만 종전보다 손에 쥐는 돈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납금 부담이 없는 개인택시운전사들은 요금 인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개인택시운전사 송모 씨는 “한 달에 50만∼60만 원을 더 벌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부 개인택시운전사들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요금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택시요금 인상은 다른 공공요금 인상까지 덩달아 불러오면서 물가 인상을 압박할 우려가 크다. 13일 안전행정부 지방물가정보 공개서비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중형택시 평균 기본요금은 2740원으로 지난해 11월 말 2382원에 비해 약 15% 올랐다. 올해 1월 부산 대구 울산의 택시 기본요금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일제히 인상된 데 이어 대전 충북 강원 등 15개 시도에서 요금이 올랐다. 순수 기본요금만 놓고 보면 최고 27%까지 인상됐고 거리·시간 요금제를 함께 계산해도 20% 안팎의 인상폭이다. 운송거리가 넓은 전남지역은 평균 기본요금이 3200원을 넘어섰다. 경기는 이달 중 인상된 요금제가 시행되고 인천은 연말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말까지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택시요금을 인상하게 된다. 기초자치단체 중에는 기본요금을 4000원으로 올리거나 검토 중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요금의 인상 폭은 시내버스료와 전철료, 도시가스료, 상하수도료 등 지방공공요금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에 하수도료는 4.9%, 도시가스료는 4.7%, 상수도료는 2.2%, 시내버스료는 1.7% 올라 택시 기본요금 인상률 15%와는 차이가 크다. 물론 택시요금 인상이 4년 만에 이뤄지긴 했지만 택시의 경우 시민들이 이용할 때마다 바로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인상에 대한 체감도는 다른 공공요금보다 훨씬 크다. 이성호·이은택·백연상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