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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71을 손 빼도 하변 흑이 사는 데는 지장 없지만 실리로 큰 곳. 좌변도 심하게 공격받을 돌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백 72 때 흑 73, 75가 안형을 풍부하게 하는 수여서 걱정 없다는 것이다. 백 76으로 참고 1도 백 1로 두는 것은 어떨까. 흑을 더 압박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데 흑 4로 뛰어나가면 잡기는 어렵다. 이후 흑 ‘가’, 백 ‘나’, 흑 ‘다’로 두는 수단이 남아 있는 것도 백에겐 부담이다. 흑 81로 달리자 A로 잡는 수와 자체에서 두 집을 내는 수가 있어 흑은 가볍게 살았다. 하지만 백도 82까지 흑 두 점을 잡고 중앙을 틀어막아 공격의 효과는 충분히 낸 셈. 그래서 흑 81로는 중앙 견제를 위해 참고 2도처럼 두는 것도 좋았다. 백이 중앙에서 얼마나 집을 내는지가 관건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의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영리단체(NPO)의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동체와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가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는 건 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이 자질 탓도 있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인력과 자금의 부족에서 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각종 분야에서 3만4800개가 넘는 공익법인이 활동하고 있다. 또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는 1만440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부는 다양한 지원을 해주면서 동시에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의무를 부과하고 감독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 책은 공익법인과 비영리단체의 운영을 돕기 위한 실전 지침서다. 하버드대에서 비영리단체 관련 강의를 해온 저자가 현장에서 꼭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담았다. 이사회, 직원 구성과 인사 관리, 마케팅, 재무 관리와 보고, 기금 조성, 계획 수립 등이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되도록 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는 물론 대학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2012년 번역됐고, 최근 재판이 나왔다. 번역자인 강승구 행복세상 사무총장은 “최근의 논란으로 인해 공익법인과 비영리단체의 체계적이고 투명한 운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구가 아직도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비영리단체들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데 이 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등이 요청할 경우 최대 2권씩 무료로 배포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제목과 저자 이름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기자가 아는 ‘그분’이 저자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저자의 명성이나 기존에 발간했던 책들에 비해 너무 말랑말랑한 제목이 달려 있었다. 저자 소개를 보니 ‘그분’이 맞았다. 2017년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을 대표하는 총괄팀장으로 탄핵을 이끌어냈고, 최근 몇 년 간 계속 대법관 물망에 오를 정도로 법조계 내 경력이 뛰어난 ‘그분’이었다. 평소 법률신문과 페이스북 등에서 논리적인 글쓰기를 선보여 ‘법조계 논객’으로도 불리는 저자가 왜 이런 ‘야릇한’ 제목이 책을 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책장을 넘겼다. 과거 중국과 한국 선비들은 50세, 60세 등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의 삶과 평생의 철학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자술(自述)’이란 책을 남겼다. 이 책은 바로 그 ‘자술’과 같다. 경북 예천 ‘시골 중에 상시골’에서 태어나 고된 서울 유학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사연,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다니면서 아내인 김용희 평택대 교수를 만나기까지의 연애사, 만 15년간 판사로서 지내면서 ‘영장실질심사제’ 도입의 주축 역할을 맡은 법원 시절 이야기, 이후 국내 굴지의 로펌인 ‘김앤장’으로 옮겼다가 자신의 법무법인 소백을 세우면서 맡았던 정치와 선거 사건의 내막 등이 편년체로 담겼다. 여기에 저자의 가치관과 철학이 녹아 있음을 물론이다. 특히 한국 정치사와 법조사에 있어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탄핵 사건 당시의 뒷얘기가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탄핵 사건 원고 측의 대리인단 총괄팀장을 맡았다고 해서 그의 정치적 스탠스를 섣불리 예단해선 안 된다. 선거 사건 전문가인 그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안형환 의원 사건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사건을 맡았다. 의사가 환자를 가리지 않고 치료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억울하다면 누구든 법적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굴곡을 풀어낸 에세이라고 보기엔 묵직하고, ‘딱딱하다’는 법조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보기엔 너무 재밌다. 책의 제목을 왜 이렇게 ‘야시시’하게 지었는지는 맨 끝에 나온다. 힌트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그의 아내 덕이라는 점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의 씌움에 백 58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보이지만 좌변 흑 공격을 위해 침착하게 힘을 비축하는 수다. 흑 59는 두텁긴 한데 약간 아쉽다. 참고 1도 흑 1로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타개가 쉬워진다. 백 2로 근거를 앗으면 흑 3의 따끔한 한 방이 있고, 백 4의 공격에는 흑 5로 물러서면 그만이다. 백 60은 중앙 두터움을 위해 놓칠 수 없는 곳. 흑 61은 이런 형태의 맥점. 참고 2도 백 1이 무난하지만 흑 4로 막으면 흑은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따라서 백 62로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틈에 흑은 69까지 하변에서 실리를 차지했는데 그만큼 좌변 흑이 약해지고 있다. 흑이 하변을 보강하면 백은 즉시 좌변 공격에 나설 작정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서 한국 기사 6명이 8강에 올랐다. 세계대회에서 한국 기사들이 오랜만에 선전을 펼친 셈. 11월 9일 열리는 8강전은 박정환-양딩신 9단, 원성진-커제 9단, 신민준 9단-이태현 7단, 변상일-강동윤 9단의 대결로 치러진다. 전보에서 언급했듯 누구든 빨리 우변을 처리하고 좌변으로 먼저 손을 돌리는 것이 관건이다. 흑이 먼저 보강하면 전체적으로 약한 말이 없어 국면 운영이 편해진다. 줴이는 흑 53으로 백 54를 놓게 한 뒤 좌변에 선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물론 백도 우변에서 두터워져서 불만은 없지만 이전에 A를 선수할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수순 중 백 52도 참고도 백 1로 한 칸 뛰어 7까지 처리하는 것이 실전보다 더 두터운 진행이었다. 흑 57이 가볍고 탄력적인 행마. 백의 응수에 따라 반응하겠다는 능동적인 작전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9의 침입에 대해 백 40이 이채롭다. 예전에는 A로 늘어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백 40으로 한발 늦춘 것은 A와 비교할 때 공격 효과는 비슷한데 좌변을 더 확실히 지키는 효과가 있다. 백 40에 대해 프로기사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흑 41은 도발적 행마로 보이지만 일종의 사석작전이다. 참고 1도 백 1, 3으로 나와 끊으면 흑 6까지 튼튼하게 자세를 잡는다. 그래서 백 42로 먼 곳에서부터 공작을 시작했는데 참고 2도 백 1과 흑 2를 교환하고 두는 것이 좋았다. 참고 1도 백 1의 존재가 흑의 행마에 많은 제약을 가져오기 때문. 일단 우변에서 근접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좌변에 누가 빨리 손을 돌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침입에 대해선 인공지능과 프로기사들이 두는 정석이 있다. 예전에는 참고 1도 백 1로 늘고 7까지 사는 진행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너무 옹색하게 살아간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요즘에는 실전 백 26처럼 마늘모 행마를 하는 수가 자주 쓰인다. 참고 1도 백 1보다는 탄력이 좋은 수라고 평가 받고 있다. 백 26이 놓이면 흑 31까지는 예정된 수순. 그런데 백 32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 수였다. 흑 33, 35를 두자 백 말이 좀 불안해진 것. 참고 2도를 보자. 백 1이었다면 5까지 실전에 비해 백 모양이 훨씬 단단해진다. 만약 흑이 2 대신 5의 곳에 두면 백 ‘가’로 벌리면 된다. 미세한 실수지만 나중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상 귀 흑의 3·3 침입에 대해 백은 여러 가지로 응수할 수 있다. 실전 백 14, 16은 가장 무난한 대응이다. 이어 백은 18의 눈목자 굳힘으로 좌변을 중시하는 포진을 펼쳤다. 백이 조금 더 복잡하게 두고 싶다면 참고 1도처럼 두는 진행도 있다. 흑 19와 백 20은 서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수. 백 20으론 참고 2도 백 1로 씌우는 것도 유력하다. 흑 2, 4로 나와 끊어도 백 5로 뻗어 충분히 싸울 수 있다. 하지만 한돌은 이 대국에서 서둘지 않고 있다. 좀 더 기다렸다가 파괴력 있는 수를 두겠다는 뜻일까. 한돌은 흑 21을 보자 백 22로 우상 흑 진으로 뛰어들어 파괴 공작에 나섰다. 흑은 A, B 어느 쪽으로 막아야 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4강전에서 최강 인공지능(AI) 줴이를 만난 한돌은 1국에서 선전했다. 비록 석패했지만 희망을 봤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흑을 잡은 줴이는 1, 3의 소목을 둔다. 화점을 좋아하는 AI와는 달리 복고풍의 길을 걷고 있는 것. 백 6으로 참고 1도 1로 낮게 걸치는 수도 많이 등장한다. 흑 2면 백 3으로 전개한다. 실전에선 백 6으로 높게 걸치고 두어 12까지 간명하게 처리했다. 수순 중 백 10으로 참고 2도 1로 호구하고 3으로 벌리는 것은 옛 정석. 흑 4가 선수가 되는 것은 백이 손해를 본 느낌이기 때문이다. 백 5를 두지 않아 흑에게 ‘가’를 허용하는 것도 백으로선 내키지 않는다. 흑 13의 3·3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곳.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2000년대 이후 후진타오-시진핑 정부의 대북 정책을 분석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잣대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중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오랜 동맹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북한이 잇따라 핵실험을 단행하자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고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참여했다. 그러자 “북중 동맹관계가 사실상 깨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둘 간의 관계를 예단하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중국의 공식·비공식 자료와 미중 지도자들의 회고록, 고위 탈북자의 증언 등 다양한 사실을 바탕으로 중국의 한반도 정책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 구도에서 북한 문제를 판단하며, 결국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대북외교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중 관계가 좋을 때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활동에 동참하지만, 미중 관계가 나쁠 때는 북한 정권 안정에 힘을 쓴다는 것이다. 또 중국은 북한 경제를 중국에 사실상 예속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통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95.6%(2018년)로 높여놓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대중 정책을 어떻게 펼쳐야할 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다. 아시아를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중국 중심의 질서로 바꾸고자 하는 중국은 북한, 더 나아가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향력 아래 놓고 싶어 한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통해 북한의 움직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책을 펼치면 이것은 큰 착각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중국은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에 결코 협력하지 않는다는 것. 인구 7500만의 ‘자유민주 국가’인 통일 한국은 중국에 위협이 된다. 저자는 대중 외교에서 ‘원칙 있는 태도’ ‘저자세 외교 배제’ ‘중국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활용’ ‘기술과 상품경쟁력의 우위’를 기본에 깔고 해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 있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한돌은 중반 초입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우상 귀에서도 깔끔하게 모양을 정리했고, 하변 흑 진을 웅장하게 키우며 백의 실리 전법에 맞섰다. 결국 하변 흑 진에서 집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됐다. 여기서 줴이가 보여준 참고 1도 백 1, 3이 하이라이트다. 특히 백 3은 엉뚱한 붙임 같지만 좌하에서 백이 살아가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줴이는 참고 1도 백 13까지 좌하 귀를 선수로 파헤치며 승기를 잡았다. 흑 117로 좌하 귀 백에서 패를 낸 것은 마지막 승부수. 원래는 참고 2도처럼 흑 대마를 살펴야 했다. 줴이는 용서가 없었다. 백 122부터 시작된 공격으로 흑 대마를 시원하게 잡아버렸다. 156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먹여친 수에 대해 얼결에 참고 1도 백 1로 두면 흑 8까지 백 두 점이 잡혀 흑 대마가 살아간다. 백 40으로 잇는 것이 정수. 흑 43으로 잇자 상변 백도 미생이다. 참고 2도를 보자. 흑 1로 젖히면 백 6까지 우상 흑과 얽힌 패가 난다. 하지만 백의 입장에선 두 수 늘어진 패인 데다 자체 팻감마저 있어 별 부담이 없다. 한돌은 참고 2도를 포기하고 흑 45로 우상 흑부터 돌보는 시늉을 했는데, 이때 백은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패를 따내면 흑 A로 젖혀 백은 참고 2도보다 훨씬 불리한 패싸움을 해야 한다. 백 46으로 살아버린 것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흑 47부터 여기저기 찔러보지만 수가 날 리가 만무하다. 백 56을 본 한돌은 패배를 선언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타개의 맥점이긴 하다. 백이 참고 1도 1로 젖힌다면 말이다. 흑 6 이후 백은 7로 찌르고 9로 이어야 하는데 흑 10, 12로 돌려 치면 대마가 살아 간다. 하지만 백 28로 가만히 내려 서는 수가 침착한 대응. 흑 33까지 우변에서 후수 한 집이 나긴 하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한돌이 흑 35로 중앙에서 한 집을 내자 백 36으로 우변에서는 흑의 눈 모양이 사라졌다. 흑 35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버텨도 집이 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 흑은 이제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흑 37을 선수하고 39로 먹여치는 수가 온갖 지략을 다 짜낸 수. 그만큼 만만한 수가 아니다. 대마 사냥의 마지막 고비인데 줴이의 응수는?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수. 우상 흑 대마가 포위될 위기에 처했는데, 한가하게 좌하 백의 생사를 추궁하고 나선 격이다. 좌하 귀는 흑 21까지 패가 난다. 하지만 패를 이겨 잡아봐야 20집 안팎에 불과해 지금 단계에선 작은 곳이다. 한돌은 그냥 우상을 살리는 것으로는 진다고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승부수라는 개념을 갖고 둔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진행으론 승리가 어렵다고 본 것은 분명하다. 백 22가 파호의 급소이고 24로 흑 대마를 가뒀다. 흑 25의 묘한 껴붙임은 노림을 품고 있다. 참고도 백 1로 두면 흑의 계략에 걸려든다. 흑 2가 선수여서 중앙에서 한 집을 만든 뒤 10까지 우변에서도 한 집을 내면 대마가 살아간다. 흑 27이 탄력적인 맥점. 과연 이를 바탕으로 대마 타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하변 흑 모양을 축소시키고 백 6으로 손을 돌려 백이 확실히 앞서가고 있다. 흑 9는 선수가 되는 곳. 하지만 백은 바로 응수하지 않고 10으로 붙여간다. 흑이 참고 1도 1로 잡으러 가는 것은 무리한 수. 백 2, 4로 응수하면 흑에게 전혀 이득이 없고 중앙 흑 대마에 악영향만 준다. 한돌은 흑 11, 13으로 하변을 지키며 자중한다. 지금은 인내를 가지고 버텨야 나중에 기회가 온다. 그런데 줴이가 백 14, 16으로 빵때림을 하며 기분을 내자 한돌의 인내가 무너진 것일까. 지금 상황에선 참고 2도 흑 1, 3으로 대마를 돌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돌은 손을 빼도 대마가 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붙임에 담긴 심오한 의미는 곧 드러난다. 우선 첫 번째 관문은 흑 95 대신 참고 1도 1, 3으로 강력하게 틀어막는 것이다. 백은 4로 나가 끊어야 하고, 흑 17까지는 외길 수순인데 백 ◎ 덕분에 18로 젖히는 수가 성립한다. 좌변 백이 잡히더라도 하변 흑 모양이 크게 부서지면 흑에게 손해다. 두 번째 관문은 흑 99다. 참고 2도 흑 1이 성립한다면 좋은데, 이때도 역시 백 ◎ 덕분에 12가 성립해 역시 하변 흑진이 깨진다. 돌아볼수록 백 ◎가 교묘한 수인 것을 알 수 있다. 백 104까지 좌하에서 간단히 살았다. 특히 흑 105의 가일수가 필요한 점이 백으로선 만족스럽다. 백이 조금씩 흑을 앞서가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 흑이 중앙으로 진출하자 백은 82로 우상 귀를 패로 잡겠다고 나섰다. 패이긴 하지만 흑이 그냥 사는 것과는 실리에서 큰 차이가 난다. 흑의 분발이 요구되는 장면이다. 흑 83, 85로 하변 흑 모양을 노골적으로 키우고 있다. 하변이 통째로 집이 된다면 일당백이다. 백도 더 이상 하변 흑 모양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백 86은 ‘침입’ 족보에 있는 수. 참고 1도 흑 1처럼 무난하게 위에서 틀어막으면 백 12까지 알뜰하게 살아 백 만족이다. 이어 백 88은 좌충우돌하는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이때 참고 2도 백 1로 두는 것이 흔한 행마지만 백으로서도 모험이다. 흑 2, 4로 두어 백도 다음 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67의 역습은 예상 밖의 강수. 백이 참고 1도 1로 차단하면 흑은 2의 급소를 둬 10까지 무난하게 수습한다. 백 68, 70으로 흑 한 점을 취하는 백. 작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상변 흑에 대해 선수가 되는 수다. 흑이 손을 빼서 참고 2도 백 1, 3으로 공략당하면 두 집을 낼 수 없다. 그래서 흑 71, 73의 보강은 불가피한데, 백 74 때가 고민스럽다. 흑이 손을 뺄 수만 있다면 다른 큰 곳을 갈 수 있는데, 그땐 75의 곳을 두들겨 맞는 것이 너무 아프다. 흑 75가 인내를 담은 수. 백 76은 흑이 A로 뛰어 들여다보는 수를 예방하면서 좌상 흑을 공격하는 수다. 국면의 흐름이 백에게 유리하게 돌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A로 살지 않고 ⊙로 하변 흑 모양을 키우고 나섰다. 나중에 A를 누가 차지하는지가 승부의 키포인트다. 백 54로는 참고 1도 1로 귀를 지키는 것이 실리가 크다. 흑은 ⊙로 둔 뜻을 살리려면 2로 하변을 키워야 하는데 백 3으로 우변도 차지할 수 있다. 백이 귀보다 실전처럼 우변에 신경 쓴 것은 우상 쪽 흑을 공격 사정권에 넣겠다는 것이다. 흑 57의 모자씌움에 백은 58로 우직하게 밀어간다. 흑 59는 침착하게 약점을 지킨 수처럼 보이지만 약간 소극적이었다. 참고 2도 흑 1, 3으로 밀어붙이고 5로 뛰는 것이 역동적인 행마다. 백은 60으로 상변을 두텁게 해둔 뒤 흑이 우하 귀 실리를 차지하자 66으로 공격의 나팔을 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44로 자중한 것은 정수. 참고 1도 백 1로 끊어서 강하게 싸우는 것은 흑 12의 묘착이 있어 곤란하다. 흑 14로 축이 성립하기 때문. 백은 48까지 상변과 우변 백을 모두 수습했지만 흑 45로 막은 형태가 두터워 아직까지 형세는 팽팽하다. 흑이 49로 보강하자 백도 52로 둬 확실한 눈 모양을 확보하며 흑에게도 살아가라고 하는 장면. 그런데 여기서 한돌이 A에 두지 않고 53으로 하변 경영에 힘을 쏟는다. 백 A로 둬도 패를 낼 수 있으니 버티겠다는 뜻. 하지만 계속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적절할 때 선수를 잡아 A를 둬야 한다. 흑 53으로 참고 2도와 같이 두는 방법도 있었다. 실전과 거의 같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