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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거듭 한국에 “일본과 네덜란드처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압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의지가 강한 데다 전반적인 한미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요청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중국의 거센 반발 또한 예상돼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시에 한국,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의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태국과 필리핀을 잇달아 찾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 속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인교 본부장 “美와 中 반도체 규제 협의 중”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12일(현지 시간)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그동안 한미 간 협의가 진행돼 온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고 했다. 그는 “한미 간에는 정기적으로 수출 통제 관련 협의가 있다. 앞으로 통제 수준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미국이) 우리와 긴밀하게 협의해 결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한국 고위 관계자가 직접 밝힌 것이다. 정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요청에 따라 중국에 대한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는 보도에 대해 “기업도 미국 정책에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 하이닉스 등 미국에 진출한 각국 반도체 기업에 지원할 보조금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3월 말에는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의회, 반도체 업계, 주요 싱크탱크 등 곳곳에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를 막기 위해 한국, 독일, 대만 등의 동맹국 또한 반도체 규제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전방위적 압박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가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최첨단 7nm(나노미터) 반도체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수출 규제의 구멍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동맹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수출통제 강화로 매출 감소에 직면한 미 반도체 업계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 “동맹국에도 강력한 수준의 규제 동참을 촉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美 다각화-中 반발로 한국 부담 커져 한국이 미국의 규제에 동참한다면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의 실적에는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의 규정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중국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이는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고, 중국 경쟁사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 시도, 중국의 거센 반발 등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러몬도 장관은 13일 태국 방콕,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은 왜 한두 국가(한국, 대만 등)에서 그렇게 많은 반도체를 사들이는가”라며 “이것이 우리가 다각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 사안을 언급하며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하는 미국의 정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4월 10일 기시다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워싱턴에서 정상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2022년 6월 취임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친(親)중국 성향이 강했던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달리 친미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도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은 샤오메이친(蕭美琴) 대만 부총통 당선인의 미국 방문을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샤오 당선인을 두고 ‘완고한 대만 독립 분리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어떤 명목과 구실로도 그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美-日-필리핀 군사협력 강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 달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필리핀을 준(準)동맹국으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미가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 또한 정상회의에 앞서 20일 필리핀 마닐라를 찾아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 외에도 3국은 최근 안보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 공동 훈련 시 수속을 간소화하는 ‘원활화 협정’을 체결했다. 필리핀에 연안 감시 레이더도 빌려주기로 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022년 9월 첫 방미 당시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며 미국을 치켜세웠다. 지난해 2월에는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 카가얀, 남서부 팔라완섬 등 자국 영토 4곳에 미군 기지를 세우는 것을 허용했다. 석 달 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군 현대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 지원도 얻어냈다.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일본, 남중국해 동맹인 필리핀을 엮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필리핀과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남중국해 곳곳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특히 힘의 우위를 앞세운 중국이 군함을 동원해 필리핀 민간 선박에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한 국민 분노가 높다. 두테르테 정권 시절 중국이 약속했던 경제 지원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반중 정서를 고조시켰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이 모두 중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남중국해의 약 90%에 달한다. 국제상설재판소(PCA)가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美-中, 대만 부총통 당선인 방미로도 갈등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샤오 당선인이 이번 주 개인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 뉴욕 등을 방문할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고 있다. 샤오 당선인은 일본 고베에서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총통으로 당선되기 전 사실상 ‘주미 대만대사’ 격인 워싱턴 주재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한 ‘미국통’이다.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 또한 부총통 당선인 시절 개인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은 반발했다. 류 대변인은 미국을 향해 “미국은 샤오 당선인과 미 정부 관료의 접촉을 주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13일 “미국과 대만 간 어떤 형태의 왕래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가세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거듭 한국에 “일본과 네덜란드처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압박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미국의 의지가 강한 데다 전반적인 한미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요청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중국의 거센 반발 또한 예상돼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바이든 행정부는 동시에 한국,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의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태국과 필리핀을 잇따라 찾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발 속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인교 본부장 “美와 中 반도체 규제 협의 중”미국을 방문 중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현지 시간)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는 그동안 한미 간 협의가 진행돼 온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기 이르다”고 했다.그는 “한미 간에는 정기적으로 수출 통제 관련 협의가 있다. 앞으로 통제 수준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는 (미국이) 우리와 긴밀하게 협의해 결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한국 고위 관계자가 직접 밝힌 것이다. 정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요청에 따라 중국에 대한 노후 반도체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는 보도에 대해 “기업도 미국 정책에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 하이닉스 등 미국에 진출한 각국 반도체 기업에 지원할 보조금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3월 말에는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최근 미국에서는 의회, 반도체 업계, 주요 싱크탱크 등 곳곳에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를 막기 위해 한국, 독일, 대만 등의 동맹국 또한 반도체 규제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전방위적 압박이 일고 있다.특히 지난해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가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최첨단 7nm(나노미터) 반도체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하자 “수출 규제의 구멍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동맹을 동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수출통제 강화로 매출 감소에 직면한 미 반도체 업계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 “동맹국에도 강력한 수준의 규제 동참을 촉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美 다각화-中 반발로 한국 부담 커져한국이 미국의 규제에 동참한다면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의 실적에는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내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설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다만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의 규정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중국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이는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고, 중국 경쟁사들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고 했다.장기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 시도, 중국의 거센 반발 등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계속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러몬도 장관은 13일 태국 방콕, 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은 왜 한두 국가(한국, 대만 등)에서 그렇게 많은 반도체를 사들이는가”라며 “이것이 우리가 다각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 사안을 언급하며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하는 미국의 정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4월 10일 기시다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에 맞춰 워싱턴에서 정상회의를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2022년 6월>>취임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친(親)중국 성향이 강했던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대통령과 달리 친미 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도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이 필리핀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미국과 중국은 샤오메이친(蕭美琴) 대만 부총통 당선인의 미국 방문을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샤오 당선인을 두고 ‘완고한 대만 독립 분리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어떤 명목과 구실로도 그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美-日-필리핀 군사협력 강화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 달 3국 정상회의를계기로 필리핀을 준(準)동맹국으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미가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 또한 정상회의에 앞서20일 필리핀 마닐라를 찾아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로 했다.이 외에도 3국은 최근 안보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 공동 훈련 시 수속을 간소화하는 ‘원활화 협정’을 체결했다. 필리핀에 연안 감시 레이더도 빌려주기로 했다.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022년 9월 첫 방미 당시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고 미국을 추켜세웠다. 지난해 2월에는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북부 루손섬 카가얀, 남서부 팔라완섬 등 자국 영토4곳에미군 기지를 세우는 것을 허용했다.석 달 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군 현대화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 지원도 얻어냈다.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동아시아의 핵심동맹인 일본, 남중국해 동맹인 필리핀을 엮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필리핀과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남중국해 곳곳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특히 힘의 우위를 앞세운 중국이 군함을 동원해 필리핀 민간 선박에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한 국민 분노가 높다. 두테르테 정권 시절 중국이 약속했던 경제 지원을 이행하지 않는 것도 반중 정서를 고조시켰다.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이 모두 중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남중국해의 약 90%에 달한다. 국제상설재판소(PCA)가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美-中, 대만 부총통 당선인 방미로도 갈등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체적인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채 샤오당선인이 이번 주 개인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 뉴욕 등을 방문할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미 미국에 도착했다고 보고 있다.샤오 당선인은 일본 고베에서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선인이 되기 전 사실상 ‘주미대만대사’ 격인 워싱턴 주재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한 ‘미국통’이다.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 또한 부총통 당선인 시절 개인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중국은 반발했다. 류 대변인은미국을 향해 “미국은 샤오 당선인과미정부 관료의 접촉을 주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원빈(汪文斌)중국 외교부 대변인 또한 13일 “미국과 대만이 어떤 형태의왕래를하는 것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가세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에서 ‘국민 생수’로 불리며 사랑받던 눙푸산취안(農夫山泉)이 거센 불매 운동에 휩싸였다. 일부 제품의 포장이 ‘일본풍’이라는 의혹에 창업자 중산산(鍾睒睒·70·사진) 회장의 아들이 미국 국적을 보유했단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의 ‘애국주의’ 심기를 건드렸다. 12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눙푸산취안의 제품을 폐기하거나 비판하는 영상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서 사람들은 커다란 생수병에 담긴 물을 그대로 변기에다 내버리는가 하면, 마트에서 눙푸산취안 생수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왜 그 제품을 사느냐’고 따져 묻는다. 장쑤성에 있는 한 편의점은 아예 ‘눙푸산취안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공고문을 내붙였다. 중국 생수업계 1위인 눙푸산취안이 하루아침에 역적으로 몰린 건 ‘친일 논란’이 계기가 됐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눙푸산취안의 음료수 포장지에 일본 사원이나 사찰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의혹이 빠르게 퍼졌다. 일각에선 “눙푸산취안 생수의 페트병 뚜껑이 빨간색인 건 일본 국기를 상징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눙푸산취안의 중 회장은 자수성가해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라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서민갑부 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개인 자산이 620억 달러(약 81조 원)에 이르러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馬化騰) 등을 제치고 3년 연속 자산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 회장이 지난달 세상을 떠난 쭝칭허우(宗慶後) 와하하그룹 회장을 젊은 시절에 배신한 적이 있단 소문이 퍼지며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게다가 아들 중수쯔(鍾墅子)가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반민족자’라는 딱지까지 붙게 됐다. 서방 매체들은 “중국 정부가 ‘샤오펀훙(小粉紅·극단적 애국주의)’의 선동 활동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애국심에 사로잡힌 중국인들이 정부나 공산당이 아닌 외국과 기업에 분노를 쏟아내게 만들어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의 대표적 소비재기업을 비난해 구매를 저하시키는 건 내수 회복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업 관계자를 인용해 “눙푸산취안은 공격보단 칭찬을 받을 게 많은 국내 기업”이라며 “냉정함을 유지하고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2인자는 없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1일 폐막했다. 4일 시작한 이번 양회에서는 지난해 취임한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총리의 권한 및 위상이 대대적으로 약화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통치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93년 이후 31년간 리 총리의 전임자들은 양회 폐막일마다 내외신 기자회견을 주재했다. 그러나 올해 리 총리는 이 회견을 개최하지 않았다. 또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이 1982년 “총리가 국무원(행정부) 업무를 지도한다”는 취지로 만든 국무원 조직법 또한 총리 대신 중국공산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됐다. 공산당과 국무원의 기능을 분리하고 총리에게 경제 전권을 부여했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독립적 통화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 또한 당 통제를 받는 국무원 산하로 포함시켰다. 양회 기간 당국의 여론 검열 또한 부쩍 강화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거주하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를 거론하며 “중난하이가 ‘블랙박스’처럼 변했다”며 시 주석의 1인 체제 강화, 권력 쏠림에 따른 불투명성 심화 등을 우려했다.● 당정분리 종언… 사라진 리창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는 11일 폐막식에서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2년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될 때 제정된 이 법이 개정된 건 42년 만에 처음이다. 개정안은 “국무원이 중국공산당의 이념과 지시를 더 철저히 따라야 한다”며 시 주석의 국무원 장악을 명문화했다. 공산당 지도 이념으로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에 더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포함시켰다. 당정 분리의 근간이었던 ‘총리 책임제’를 완전히 무력화한 셈이다. 런민은행을 국무원 조직에 편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금융 관련 문제는 반드시 당 중앙의 통일된 영도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이 통화정책에도 깊숙하게 관여하며 부동산 시장 부실 등에 시달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부양 정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리 총리 또한 5일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당 중앙의 결정과 배치를 관철하는 집행자, 실천자가 되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바짝 낮췄다. 이후 양회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시 주석에게 집중됐다. 특히 관영매체는 시 주석의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 참석, 시 주석의 ‘신품질 생산력’ 강조 언급 등을 대서특필했다. ‘신품질 생산력’은 국방 및 첨단기술 분야의 혁신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맞서겠다는 뜻이다. 중국이 올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2% 늘어난 1조6700억 위안(약 309조 원)으로 책정해 사상 최초로 300조 원을 넘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로 풀이된다.● 中 폐쇄성 우려 고조 양회 기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 또한 대폭 강화됐다. AFP통신은 행사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장 일대의 경계가 삼엄했고 가상사설망(VPN) 서비스에 대한 검열이 심해져 해외 소셜미디어가 종종 차단됐다고 전했다. 국산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도 ‘리창 총리의 기자회견 취소’ 같은 민감한 주제의 검색어를 사용할 수 없다. 양회 폐막 전날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 또한 중국 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은 10일 새벽 중난하이 남쪽 문으로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돌진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 따르면 해당 차량의 차 안에서 한 남성이 경호인력 등에 의해 끌려 나왔다. 중국 매체는 이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FT는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고조된 와중에 이번 양회를 계기로 중국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해외 자본이 중국에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진단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전 세계 주요국의 대결, 즉 ‘반도체 전쟁(Chip War)’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또한 최소 270억 달러(약 36조 원)의 반도체 전문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앞서 2014년과 2019년에도 합계 450억 달러(약 59조 원)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지만 당시에는 중앙정부가 기금 마련을 주도했다. 이번 펀드는 지방정부와 국영기업 등이 주도하며 단일 펀드의 기금으로는 2014년, 2019년보다 금액도 많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빅펀드(big fund)’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펀드의 조성은 경제수도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당국, 민간 투자회사 청퉁홀딩스그룹, 국영 기업 중국국가개발투자공사(SDIC) 등이 주도하기로 했다. 이들은 각각 수십억 위안을 내놓고 별도 투자자도 유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모금 방안 또한 수개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1, 2기 펀드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 메모리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유력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앞서 5일 리창(李强) 총리 또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과학기술 예산의 10% 증액,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을 강조하며 ‘과학 굴기(崛起)’를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사회주의 특성상 국가가 선택한 산업에 많은 양의 자본을 단기간에 배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계획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견제하기 위해 잇달아 규제 강도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SMIC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규제했고, 최근에는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가 자체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최신식 7nm(나노미터) 반도체를 탑재한 신형 스마트폰을 지난해 선보인 후 미국의 규제 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별도 기사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6개 반도체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화웨이 등에 제재를 가한 와중에 최근 CXMT가 AI용 반도체 개발에 뛰어든 것을 특히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 또한 최근 “상무부가 다수의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개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자국에 신규 공장 10개 건설에 착수한다. 지난해 말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을 조기 가동한 TSMC가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생산과 같은 최첨단 공정은 대만에 유지해 중국의 위협에서 자국을 지키는 ‘실리콘(반도체) 방패’ 전략을 이어갈 뜻도 분명히 했다. 7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궁밍신(龔明鑫)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위원(장관)은 전날 입법원(국회) 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TSMC 대만 공장 증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쯔유(自由)시보는 “예정된 공장은 대만 전역에 걸쳐 2nm 공장, 첨단 패키징 공장 등 총 10개에 이른다”며 “이르면 2년 안에 모두 완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2022년 4월 착공했던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2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조기 가동했다. 구마모토 2공장 역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할 예정이며, 미국 애리조나 공장도 내년부터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궁 주임위원은 연이은 해외 공장 건설로 실리콘 방패 효과가 약화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국외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국내외 동시에 확장하는 것”이라며 “국토가 좁은 대만 특성상 모든 생산시설을 남겨둘 수 없지만, 최첨단 공정은 남는다”고 강조했다. 현지 전문가에 따르면 대만 남서부 자이(嘉義)현 지역에 세워질 공장에는 TMSC가 보유한 첨단 후공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가 적용된다. 이는 앞으로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은 3차원(3D) 패키징 공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두 기술 모두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에 핵심적인 최첨단 기술들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이 ‘고품질 발전’을 앞세우며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가량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장비, 인공지능(AI) 칩 등의 수출 규제에 나서며 중국의 기술패권 도전을 견제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키워 난국을 타개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런 방침이 극도로 위축된 내수시장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껏 중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부동산 시장 등이 어려워지자 첨단 제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이 과학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AI와 6세대(6G) 이동통신 등을 둘러싼 미중 기술패권 경쟁도 지금보다 훨씬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 과학기술 예산만 68조 원 투입 중국 정부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 보고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과학기술 예산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3708억 위안(약 68조6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2019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지난해 증가율이 2%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이 3년 연속 집중 투자를 천명한 국방 분야(7.2%)보다도 더 높은 증가세이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는 “예산 제약이 있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중국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 때문에 계속해서 지출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리창(李强) 총리의 업무보고에서도 드러난다. 리 총리는 “새로운 생산력의 발전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표준 지침과 품질을 강화해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를 더 많이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분야로는 커넥티드카(스마트카)와 첨단 수소 에너지, 바이오 제조, 항공우주 산업 등을 꼽았다. 리 총리는 ‘AI+’라는 개념도 처음 사용했다. 중국은 2010년대에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라는 용어를 쓴 적이 있다. 리 총리는 “AI+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한때 안면인식 등 일부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여파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분야 등에선 미국에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미국은 엔비디아가 만드는 고사양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고, 최근 저사양 AI 반도체 수출마저 제동을 걸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중국 지도부가 최근 서방의 생성형 AI의 발전을 보면서 중국이 더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고품질 발전 위해 장애물 없애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첨단 기술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일 시 주석은 장쑤(江蘇)성 대표단을 만나 “과학기술, 교육, 인재 제도 등 개혁을 심화하고 새로운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에서 경제 규모가 2위인 장쑤성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장쑤성 대표단을 처음으로 만난 것 자체가 첨단 산업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번 양회를 계기로 중국이 본격적인 경제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4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 보고서에서 ‘혁신을 통한 산업 시스템 현대화’를 10대 핵심과제에서 최우선으로 꼽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경제의 구조적 업그레이드를 겪고 있다”며 “생산성 도약의 핵심은 과학기술 혁신”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대책 가능성도 거론했다. 6일 경제장관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판궁성(潘功勝) 런민(人民)은행장이 “현재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은 평균 7%로, 앞으로 더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돈이 줄어들어 시장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이는 리 총리의 업무보고에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 행장은 이어 “개인 모기지 대출 등 사회금융 비용 절감은 투자와 소비를 살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경제 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5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0% 안팎’으로 제시했다. 내수 촉진, 국채 발행 증가 등의 부양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 부실, 외국인 투자 이탈 등의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며 “성장의 기본 추세는 변함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관은 중국 성장률이 4%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예 “주요 성장 동력이 약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간 둔화할 것”이라며 투자 자제를 당부했다. 이날 대규모 부양책이 나오지 않은 실망감에 중국 상하이와 선전, 홍콩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 리창 “내수 촉진으로 5% 성장” 리창(李强)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업무 보고를 통해 올해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1994년부터 연간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취임한 리 총리의 첫 전국인대 업무 보고이기도 하다. 리 총리는 “경제 회복과 장기 성장이라는 근본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경제 회복 기초가 아직 안정적이지 않고, 유효수요 부족과 일부 산업의 과잉생산, 사회적 기대의 약화 등 많은 리스크와 잠재 문제가 있다”면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모든 위험과 도전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구형 소비재의 신제품 교체 지원 등 내수 부양 정책을 펼쳐 얼어붙은 국민의 지갑을 열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구도 빠졌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조 위안(약 185조 원)의 특별 국채도 발행해 시중에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 부실로 재정적자 압박을 받는 지방정부 대신 중앙정부가 빚 보증에 나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리 총리는 올해 재정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제시했다. 다만 부양책 집행이 계속되면 적자 규모는 이 수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재정적자 목표치를 3.0%로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3.8%를 지출했다.● 국방비 7.2% 증액, 美 겨냥 “패권 반대” 중국이 실제 5%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MF 등 서구 주요 기관은 이미 4%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중국 투자 자제를 촉구한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 5.2% 또한 믿을 수 없다며 “실제 성장률은 훨씬 더 낮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강력한 부양책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이날 증시에 드러났다. 중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중국발 훈풍의 수혜를 볼 것이란 섣부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목표치로 경기 심리가 좋아지는 일시적인 모멘텀이 될 여지는 있지만, 한국 경기가 연동해 살아날 것이란 장밋빛 희망을 갖기엔 이르다”고 조언했다. 리 총리는 5월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조국 통일의 대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중화민족의 근본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외 관계에 대해서도 “질서 있는 다극화를 추진하고 (특정 국가의) 패권을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외신들은 그간 중국 지도자들이 즐겨 사용하던 ‘평화 통일’ 문구에서 ‘평화’가 사라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 또한 작년보다 7.2% 늘어난 1조6700억 위안(약 309조 원)으로 책정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이 3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방예산 증가율 또한 2022년(7.1%), 지난해(7.2%)에 이어 3년 연속 7%대를 기록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한 가운데 폐막의 상징적 행사였던 중국 국무원(행정부)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올해부터 폐지된다. 지난 30년 넘게 이어온 관례가 깨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도 체제’가 강화된 뒤 서열 2위인 리창(李强·사진) 총리의 역할이 줄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러우친젠(婁勤儉) 대변인은 4일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전국인대 폐막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몇 년 동안 개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기자회견은 양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였다. 1991년 당시 리펑(李鵬) 총리 재임 시절 처음 이뤄진 뒤 30여 년 동안 관례로 이어졌다. 서열 2위이자 중국 국무원의 수장인 총리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한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실제 시 주석의 마지막 경쟁자로 지난해 갑자기 사망한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는 재임 시절 기자회견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2020년 양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시 주석의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리 총리의 역할 축소 분위기는 이번 양회 전부터 감지됐다. 매년 국무원 홈페이지에 열던 온라인 게시판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는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 건의합니다’로 바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창 총리가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해외 고위 인사나 경제계 관계자와 140회 만났는데, 리커창 전 총리의 취임 첫해 활동(219회)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양회는 4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열린다. 리 총리는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첫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러우 대변인은 “중국의 발전에 불리한 요인보다 유리한 조건이 더 많고,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 나아지는 기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사흘 뒤인 4일 개막된다. 지난해 3연임을 공식화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집권 3기에 맞는 두 번째 양회다. 현재 시 주석과 중국공산당 앞에 놓인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각종 제품 수출은 물론 투자도 통제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경기 불황이 가중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가 대만 총통으로 당선되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양회에서 중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지난해 GDP 5.2% 성장…올해도 5% 전망 일반적으로 열흘 정도 진행되는 양회는 정책자문기구라 할 수 있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먼저 개막한다. 다음 날 5일에 우리나라 국회 격인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가 열린다.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선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가 이뤄진다. 주요 관건은 이 자리에서 공개하는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다. 중국은 지난해 해당 목표치를 5%(안팎)로 공표했고, 최근 5.2%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부에선 올해도 엇비슷한 목표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 미만으로 낮추면 경제 침체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바깥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국제기구와 서양 외신들은 부동산 경기와 소비 심리까지 살아나지 못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4.5% 안팎으로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인하 이외에 가계에 직접 현금을 주는 지원책 등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인프라와 제조업에서 가계로 지원 방향을 전환하는 새로운 정책 없이 작년과 유사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신뢰를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해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첫 업무보고 데뷔전을 치르는 리창(李强) 총리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 1인 체제가 확립되면서 리 총리의 존재감이 고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이번 양회가 중국 경제를 이끄는 사령탑으로서 역량과 해법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다. ● 대만 라이칭더 향한 경고 메시지 촉각 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27일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장관)이 전국인대 대표 자격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친 전 부장은 시 주석의 총애를 받으며 외교부장으로 고속 승진했고, 힘을 과시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취임 7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돌연 면직된 뒤 실종설과 사망설까지 나돌았다. 그동안 외교부장은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임해 왔지만, 이번 양회를 통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난 류젠차오(劉建超) 대외연락부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부터 줄줄이 낙마한 로켓군의 고위 인사들 후임도 함께 발표될 수 있다. 친미·독립 성향 라이 당선인의 5월 취임을 앞두고 이번 양회에서 양안 관계에 대해서도 강경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王滬寧) 정협 주석은 최근 대만공작회의에서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하게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격’은 지난해 언급한 ‘반대’보다 훨씬 강한 표현이다. 대만 롄허보는 “올해 연설에서는 (대만) 독립 반대와 통일 추진에 대한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의 금융 엘리트들이 속속 해외로 떠나고 있다. 당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금융계 종사자를 ‘사치스러운 집단’으로 비판하면서 최근 1, 2년간 급여가 대폭 감소한 데다 당국의 규제 또한 날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 살기)’를 강조하며 알리바바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유명 연예인 등을 옥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당국이 ‘쾌락주의에 빠졌다’며 금융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이 분야 인재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채용정보회사 모건매킨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중국 주요 금융사 및 금융서비스 회사의 약 80%가 핵심 직원들을 잃었다. 경제 중심지인 광둥성 선전의 한 투자은행에 다니는 그레이스 씨도 “급여가 동결됐고 연간 보너스 역시 60% 줄었다. 홍콩으로 건너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투자은행인 중국국제자본공사(CCIC)는 최근 임원 상여금을 40% 이상 줄였다. 중신증권(CITIC) 역시 일부 직원의 기본급을 15% 삭감했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감찰기구인 기율·감찰위원회는 지난해 2월 “금융 엘리트의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 풍조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에만 100명이 넘는 금융권 인사가 부패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투자업계 거물인 바오판(包凡) ‘차이나르네상스’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초 돌연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종 1년 만인 이달 초 회장 직을 사임했다. 그간 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당국은 지난해 3월 중앙금융위원회, 중앙금융공작위원회 등을 신설하며 공산당 차원의 직접 통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당국의 거듭된 규제 철퇴를 맞고 있는 것도 2020년 10월 당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천즈우 홍콩대 교수(금융학)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기 이전의 ‘계획경제’ 체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의 금융 엘리트들이 속속 해외로 떠나고 있다. 당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금융계 종사자를 ‘사치스러운 집단’으로 비판하면서 최근 1, 2년 간 급여가 대폭 감소한 데다 체포 등 당국의 규제 또한 날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 살기)’를 강조하며 알리바바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유명 연예인 등을 옥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7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당국이 ‘쾌락주의에 빠졌다’며 금융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이 분야 인재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채용정보회사 모건맥킨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중국 주요 금융사 및 금융서비스 회사의 약 80%가 핵심 직원들을 잃었다. 경제 중심지인 광둥성 선전의 한 투자은행에 다니는 그레이스 씨도 “급여가 동결됐고 연간 보너스 역시 60% 줄었다. 홍콩으로 건너 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대형 투자은행인 중국국제자본공사(CCIC)는 최근 임원 상여금을 40% 이상 줄였다. 중신증권(CITIC) 역시 일부 직원의 기본급을 15% 삭감했다.중국공산당의 최고 감찰기구인 기율·감찰위원회는 지난해 2월 “금융 엘리트의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 풍조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에만 100명이 넘는 금융권 인사가 부패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투자업계 거물인 바오판(包凡) ‘차이나르네상스’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초 돌연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실종 1년 만인 이달 초 회장 직을 사임했다. 그간 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당국은 지난해 3월 중앙금융위원회, 중앙금융공작위원회 등을 신설하며 공산당 차원의 직접 통제와 감독을 강화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주가 당국의 거듭된 규제 철퇴를 맞고 있는 것도 2020년 10월 당국의 금융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즈우 첸 홍콩대학교 교수(금융학) 교수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기 이전의 ‘계획경제’ 체제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이 해외에 거주하는 몇몇 반체제 인사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물론이고 이 계정을 구독 중인 일반인까지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고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이 26일 보도했다. 다음 달 초 시작되는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여론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2015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살고 있는 유명 여성 반체제 인사 리잉(李穎·32)은 2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안당국이 내 계정을 구독한 팔로어 160만 명, 내 게시물에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차 한잔하자’고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차 한잔’이라는 말은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는 뜻의 중국 온라인계 은어다. 리잉은 최근 공안에 불려간 자신의 팔로어 한 명이 직장을 잃었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26일 리잉의 팔로어 수는 약 140만 명으로 불과 하루 만에 20만 명이 감소했다. 그는 2022년 11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흰 종이를 들고 길거리로 나왔던 ‘백지 시위’ 현장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올려 유명해졌다. 리잉은 또한 최근 허난성 정저우의 한 여성이 시내 곳곳에서 “나는 할 말이 없다”고 쓴 하얀색 손팻말을 들고 중국 소셜미디어 ‘더우인’(중국 틱톡)을 통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지만 갑자기 방송이 중단된 사실도 공개했다. 역시 당국이 개입해 의도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AP통신은 전직 관영 중국중앙(CC)TV 기자이자 반체제 유튜브 언론인으로 일본에 거주 중인 왕즈안(王志安)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같은 이유로 왕즈안 계정을 구독한 사람들에게 “구독을 끊으라”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해외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수 없지만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접속이 가능하다. 최근 당국은 X,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 대한 감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이 해외에 거주하는 몇몇 반체제 인사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물론 이 계정을 구독 중인 일반인까지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고 대만 쯔유(自由)시보 등이 26일 보도했다. 다음 달 초 시작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여론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중국에서 태어났지만 2015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살고 있는 유명 여성 반체제 인사 리잉(李颖·32)은 25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공안당국이 내 계정을 구독한 팔로워는 160만 명, 내 게시물에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차 한 잔 하자’고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차 한 잔’이라는 말은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는 뜻의 중국 온라인계의 은어다. 리잉은 최근 공안에 불려간 자신의 팔로어 한 명이 직장을 잃었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26일 리잉의 팔로어 수는 약 140만 명으로 불과 하루 만에 20만 명이 감소했다. 그는 2022년 11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흰 종이를 들고 길거리로 나왔던 ‘백지 시위’ 현장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올려 유명해졌다.리잉은 또한 최근 허난성 정저우의 여성이 시내 곳곳에서 “나는 할 말이 없다”라고 쓴 하얀색 손팻말을 들고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를 통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지만 갑자기 방송이 중단된 사실도 공개했다. 역시 당국의 개입해 의도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미국 AP통신은 전직 관영 중국중앙(CC)TV 기자 겸 반체제 유튜브 언론인으로 일본에 거주 중인 왕즈안(王志安)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같은 이유로 왕즈안 계정을 구독한 사람들에게 “구독을 끊으라”고 압박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해외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수 없지만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접속이 가능하다. 최근 당국은 X,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 대한 감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국이 52년 만에 무인(無人)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킨 가운데 중국은 2030년을 목표로 유인(有人) 탐사선의 달 착륙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관영 중국중앙(CC)TV는 “달에 보낼 유인 우주선의 명칭을 ‘멍저우(夢舟·꿈의 배·사진)’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상용화한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화물 우주선 ‘톈저우(天舟)’의 이름을 계승하는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후 내내 강조해 온 ‘중국몽(中國夢)’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다. 2000여 건의 공모작 가운데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정해졌다. 우주인 2명을 태우고 직접 달에 착륙해 탐사에 나설 탐사선(탐사로봇)의 이름도 같은 방식을 통해 ‘란웨(攬月·달을 움켜쥐다)’로 결정됐다.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이 종종 언급한 ‘구천에 올라 달을 딴다(可上九天攬)’는 구절을 반영했다. CCTV는 멍저우와 란웨를 두고 “우주를 탐험하는 중국인의 영웅심과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우주항공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3년 ‘창어 프로젝트’로 명명한 달 탐사 계획을 수립했고 10년 만인 2013년 무인 탐사선 ‘창어 3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달에 착륙한 국가가 된 것이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역시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22년 말 자체 구축한 우주정거장 ‘톈궁’도 완성시켰다. 중국은 23일 남부 하이난성에서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도 발사했다. 중국은 “지구 궤도를 돌며 고속 위성통신 기술을 실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우주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는 “기밀 군사위성”이라고 규정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군 자산이 위험이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나라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민간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는 22일 무인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미 정부는 2027년 달에 또 한 번 사람을 다시 착륙시키겠다는 ‘아르테미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와 일본의 무인 탐사선도 각각 달에 착륙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인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2일 대만을 방문했다. 도착 첫날 갤러거 위원장은 5월 취임하는 반(反)중국 성향 라이칭더(賴清德) 총통 당선인을 만나 양국 협력을 다짐했다. 동시에 중국을 향해 “대만 침공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갤러거 위원장은 이날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특위 소속 의원 4명과 대만 땅을 밟았다. 이들은 지난달 라이 당선인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만을 찾은 3번째 미 대표단이다. 선거 직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보낸 사절단이, 지난달 말에는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관계자들이 잇따라 대만을 찾았다. 갤러거 위원장은 라이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대만의 파트너십이 더 굳건해질 것”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이 대만 침공이라는 엄청나게 어리석은 결정을 한다면 그 노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별도 기자회견에서도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대만에 대한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대만 국민은 ‘미국이 대만 편에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총통 선거 직후 “나의 승리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대결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이라고 했던 라이 당선인은 “안보 역량을 강화해 조국을 보호하겠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멈추라”고 밝혔다.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 대만 봉쇄를 가정한 군사 훈련 등을 진행하며 대만을 위협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 국영기업에 이어 민간기업에서도 한국 예비군과 유사한 개념의 자체 군 조직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번성했던 민병대의 부활을 두고 부동산 경기 불황 등 악재가 겹친 중국이 안보 이슈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인 이리(伊利)는 지난해 12월 사내 군 관련 부서인 인민무장부(PAFD·People’s Armed Forces departments)를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국영기업들은 최소 15개 업체 이상이 비슷한 군사 조직을 만들었는데, 민간기업이 만든 건 처음이다. 인민무장부 소속원들은 정식 군인 신분은 아닌 민간인들이지만, 군사 훈련을 받으며 상황에 따라 사회질서 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미국 CNN방송은 “이리의 인민무장부는 중국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 집권 시기에 있던 민병대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민병대는 민간인들로 이뤄져 농촌 지역까지 말단 조직을 갖춘 채 질서 유지 등을 담당했다. 마오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할 목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당 안팎에서 개인 숭배에 이용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런 민병대들은 1950년대에 들어서며 인민해방군의 예비군 격인 인민무장부가 그 기능을 물려받았다. 한때 소속 구성원이 2억 명에 이르기도 했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으로 국가 전반의 실용성을 강조하며 지방정부나 일부 국영기업에서만 명맥을 유지해 왔다. 존재감을 잃었던 인민무장부의 재등장은 중국 사회 내부의 불안감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팬데믹 이후 이어진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해외 분쟁 가능성에도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티머시 히스 선임연구원은 FT에 “중국 당국이 주요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를 관리하고 조정할 사회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닐 토머스 연구원도 CNN에 “군이 지휘하는 기업 민병대는 소비자 불만이나 직원 파업 등의 사회 불안 상황을 더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중국공산당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 예금 지급준비율을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를 전격 낮추면서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격적인 금리 인하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과 경기 둔화 위협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의 이런 경제 상황은 한국 등 다른 나라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데다, 중국 기업들이 침체된 자국 내수 시장 대신에 해외 시장을 겨냥해 헐값에 상품을 밀어내면서 한국 등 이웃 나라의 유통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中, 디플레 대응 위해 전격 금리 인하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연 4.20%에서 연 3.95%로 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1년 만기 LPR은 연 3.45%로 그대로 유지했다. 중국에서 LPR은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낮춘 건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1년 만기 금리만 0.1%포인트 낮췄다. 주택담보대출과 직결된 5년 만기 금리 인하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3.95%(5년 만기)는 중국이 LPR 제도를 도입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한번에 0.25%포인트를 내린 것도 역대 최대 폭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조치였지만 그 폭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당초 로이터통신은 시장전문가 설문을 통해 중국의 금리 인하 폭을 0.15%포인트로 전망했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에 대해 “모기지 비용을 낮춰 부동산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본격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앞서 5일 예금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려 시장에 약 1조 위안(약 188조 원)을 공급한 바 있다.● 한국 등에 ‘저가 공세’ 지속될 듯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 카드를 내놓은 것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ID) 경제전망실장은 “중국이 금리 인하라는 경기 부양책을 꺼내든 건 중국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수요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국내에선 경쟁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의 저가 상품이 국내 유통시장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마켓·쿠팡·11번가·SSG닷컴(쓱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앞서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에서 국내 판매자가 역차별받지 않도록 중국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값싼 중국산 상품 수출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전 세계 시장에 싼값으로 덤핑 수출해 자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완화하려고 하면 동맹국들과 함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 섐보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FT에 “수요 창출보다 공급에 더 초점을 맞춘 중국의 산업지원정책과 거시정책이 중국의 과잉 생산을 조장하고 세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