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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이 대만을 찾아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서버 파트너사인 퀀타클라우드테크놀로지(QCT)와 세계 최대 스마트폰용 칩셋 업체 미디어텍 등을 방문했다. AI 서버 생산의 핵심 지역인 대만에서 AI 산업과 관련한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16일 대만 언론 롄허보와 QCT 등에 따르면 경 사장은 최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과 함께 대만 타오위안 QCT 본사를 방문해 량츠전(梁次震) 퀀타그룹 부회장 등 경영진을 만났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인 미디어텍도 방문했다. AI 서버 제조사인 QCT는 엔비디아의 협력사다. 애플 ‘맥북’ 조립업체로 유명한 노트북 제조사 퀀타컴퓨터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경 사장은 QCT 본사를 방문해 QCT와 인텔이 공동으로 구축한 5세대(5G) 오픈랩을 둘러보고 최신 서버와 데이터센터 솔루션 등을 찾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QCT와 서버용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신제품을 검증하는 등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QCT는 12일(현지 시간) 자사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 대표와 량 부회장이 본사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경 대표를 본사에서 맞이하고, 최신 기술 진보를 공유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경 사장이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대만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싱크탱크 MIC에 따르면 전 세계 AI 서버 생산 및 조립의 90%를 대만 기업들이 하고 있다. 대만 폭스콘은 최근 AI 서버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퀀타도 AI 서버 생산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상태다. SK하이닉스와 TSMC가 생산 협력을 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HBM 분야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5%, 마이크론이 9% 순이었다. 롄허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경 대표의 방문 목적은 삼성의 최신 HBM 홍보와 대만 공장과의 AI 협력”이라고 전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은 집회가 금지된 관저가 아니기 때문에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뒤 인근에서 열리는 집회를 허용하는 판결이 확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집회 금지 통고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12일 확정했다. 앞서 촛불행동은 2022년 5월 28일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서 출발해 녹사평역, 삼각지 교차로를 지나 용산역 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대통령의 주거 공간인 관저 100m 이내의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근거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불복한 촛불해동은 행정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집회 예정일 하루 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후 열린 본안 소송에서는 대통령 집무실을 주거 공간인 관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1·2심은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경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집시법상 ‘대통령 관저’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집회 장소는 집시법에서 집회를 금지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경찰은 지난해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통령실과 관저를 둘러싼 이태원로, 서빙고로 등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경찰은 “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라 집회 시위를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중국 권력 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방북 첫날인 11일 카운터파트인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하고 양국의 고위급 및 분야별 교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13일까지 북한에 머무는 자오 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12일 면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러 간 군사협력 등 밀착으로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전격 방북으로 강화되면서 2019년 이후 5년 만의 북-중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양국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상반기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하반기 김 위원장 방중이 이어지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중국 외교부와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자오 위원장은 평양에서 최룡해와 회담을 갖고 “올해 양국 친선의 해를 기회로 삼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일관 확고부동한 우리의 전략적 방침”이라고도 했다. 이에 최룡해도 “양국 친선 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면서 “양국 지도자의 영도에 따라 친선의 해를 계기로 각 분야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길 원한다”고 했다. 양국은 두 사람이 국제 정세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수장인 최룡해는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하고 있고 공식 서열 2위 인사로 평가된다. 자오 위원장의 방북은 미중 관계의 지렛대로 북한 관리에 나선 중국과 한미일 공조에 맞서 북-중-러 밀착이 중요한 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북-중 수교 70주년이었던 2019년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각각 방중, 방북했던 것처럼 연내 북-중 정상회담을 갖는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박명호 외무성 부상에 이어 지난달 ‘당 대 당’ 외교를 총괄하는 김성남 국제부장의 방중을 통해 중국과 상호 방문 인사의 직급을 높여 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가 8일(현지 시간)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 개발에 일본을 참여시키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일본의 강점과 미국, 영국, 호주와의 국방 파트너십을 감안해 오커스 ‘필러(기둥) 2’ 프로젝트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커스가 새 협력국을 공개한 것은 2021년 9월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오커스는 미국,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무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의 첨단 방위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를 추진하고 있다. 오커스 국방장관들은 또 “올해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대상 국가로 거론되고 있다. 오커스 확장으로 미국은 아시아 주요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는 ‘전통적 안보동맹’ 대신 첨단무기를 공동 개발해 중국을 견제하는 ‘다자안보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중국은 9일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군국주의와 철저히 갈라서라”고 경고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사진)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이 11∼13일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북한 노동당과 정부 초청으로 자오 위원장이 방문한다고 밝혔다. 자오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평양을 방문하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9년 6월 방북한 바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북한과 전략적으로 더욱 밀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염두에 둔 사전 고위급 회동이란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 외교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해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되고 있다.中, 北러 협력속 北에 손내밀어… 김정은 연내 방중 가능성 中 서열 3위 내일 방북푸틴, 6월 방중 시진핑과 정상회담‘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가속화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자오 위원장의 방북에 대해 “양국의 깊은 우의와 중조(중-북) 관계에 대한 중국의 고도의 중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우호적 이웃으로, 양당과 양국은 줄곧 우호적 교류의 전통을 유지해 왔다”며 “올해는 중조 수교 75주년이자 양당·양국 최고 지도자가 확정한 중조 우호의 해”라고도 했다. 다만 북-중 양측 모두 구체적인 방북 의제나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오 위원장은 우리의 국회의장 격이다. 시 주석과 리창(李强) 총리 다음으로 서열이 높다. 시 주석 집권 2기(2017∼2022년) 당시 정적 제거 등 반부패 사정을 주도하는 등 시 주석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자오 위원장은 일단 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릴 ‘북-중 친선의 해’ 행사 개막식 등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권력 서열 3위 인사가 정전협정 기념일(북한은 ‘전승절’로 부름)이나 당 창건일 등이 아닌 계기로 방문하는 건 이례적이다. 북-러 밀착 속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양국이 수교 75주년을 명분으로 다시 밀착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러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가까워질 때 의도적으로 다소 거리를 두던 중국이 이제 다시 북한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문제 등을 놓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되자 중국이 북한을 다시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것.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우리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방중 이후 5년 만에 북-중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중국을 전격 방문하기 위한 조율이 자오 위원장 방북 기간 중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중 정상회담은 2019년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마지막이다. 향후 북-중-러 3국이 급속도로 밀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집권 5기 첫 순방지로 6월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에게 답방을 약속한 만큼 이어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이후 “유라시아 안보 형성을 위한 논의가 요구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이 3자 회담을 열고 “유럽이 이빨을 드러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유럽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이 저가 덤핑 공세로 전기차 등 전 세계 시장을 흔들고, 미국이 보조금 살포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것에 대비해 유럽 또한 강도 높은 보호무역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위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이 무역장벽을 높이면 한국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장관은 8일 파리 인근 뫼동에서 3자 회의를 열고 ‘공동 경제전략’을 논의했다. 이들은 AI 강화, 과도한 관료주의 해소, 기업 표준의 단순화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AI, 반도체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르메르 장관은 특히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전기차 등 우리의 모든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더 비싸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유럽은 이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보조금 지급 등으로 과잉 생산한 제품을 ‘싼 가격’을 무기로 미국, 유럽 등에 헐값으로 수출하면서 유럽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차이나 쇼크 2.0’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서방 주요국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르메르 장관과 회동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프랑스산 브랜디에 대한 중국의 반덤핑 조사가 EU의 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대한 보복 성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덤핑 조사는 특정 EU 회원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국내 업계의 신청으로 시작됐다”며 유화적으로 설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EU는 중국이 자국 전기차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사실로 판명되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중국 또한 올 1월부터 프랑스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왕 부장은 12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중국-이탈리아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한다. 그가 ‘차이나 쇼크 2.0’을 우려하는 유럽 주요국을 달래는 일종의 ‘회유 투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올 6월부터 대만 직장인들은 육아 휴직을 기존 30일에서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나눠 쓸 수 있다. 탄력적 육아휴직을 통해 남성의 육아 참여를 끌어올리고, 직장 여성의 ‘독박 육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초저출산 국가 다. 9일 롄허보 등에 따르면 정부가 육아휴직 최소 신청 일수를 기존 30일에서 1~5일로 낮춘 ‘탄력적 육아휴직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6월부터 올해 말까지 시범 운영한 뒤 최종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8개 공공기관 외에도 은행 등 55개 민간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대만은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87명으로 한국(0.78명)과 비슷하다. 일본(1.26명), 싱가포르(1.05명) 등 이웃 아시아 국가보다 훨씬 낮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직장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고, 남성의 육아 휴직을 늘리는 것이 출산율 증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그간 대만 남성들은 오랜 기간 업무에서 이탈할 때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동료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육아휴직을 좀처럼 쓰지 않았다. 이에 정부 또한 2021년 7월부터 육아휴직 최소 신청 기간을 6개월에서 30일로 낮췄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헀다. 이후 전체 육아휴직 건수 중에 남성의 비율이 2021년 19.0%에서 지난해 24.7%로 증가했다. 이번 제도까지 정착되면 이 비율 또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둥우대(東吳大)의 홍후이펀(洪惠芬) 교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육아휴직에 대한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육아가 부부 공동 책임이라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경기 둔화가 심각한 중국에서 주택 1채를 사면 또 다른 1채를 공짜로 주는 ‘1+1’ 마케팅이 등장했다. 수도 베이징의 한 부동산 분양업체가 내놓은 이 전략은 베이징 아파트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산둥성 옌타이(煙臺)의 바다 전망 아파트를 공짜로 주는 방식이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있지만 대형 개발업체의 추가 청산 위기까지 이어지는 등 시장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일 펑파이신문,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퉁저우(通州)구의 한 부동산 업체는 청명절 연휴(4∼6일) 동안 ‘주택 1+1’ 행사를 벌였다. 해당 기간 동안 퉁저우구의 침실 2개짜리 77㎡ 새 주택을 구입하면 옌타이의 108㎡ 주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달 안에 계약을 마치면 7박 8일 크루즈 여행권을 주는 경품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퉁저우구의 해당 아파트 가격은 약 440만 위안(약 8억2000만 원)이다. 1+1 혜택을 받으려면 이달 안에 대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계속되는 매출 부진 속에 금융 비용 압박에 놓인 부동산 업체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파격적인 상품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 역시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27일 “이혼 시 주택 구매 제한 조치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시절 가구당 주택 구매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상당수 중국인들이 위장 이혼을 했다. 이에 당국은 부동산 투기를 막고자 2021년 8월부터 이혼을 한 사람도 향후 3년 동안 추가로 집을 사지 못하게 했다. 이 규정을 없앤 것이다. 다만 아직 부동산 시장에 눈에 띄는 회복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부동산정보회사(CRIC)에 따르면 100대 부동산 회사의 3월 말 기준 신규 주택 매출은 지난해 3월 대비 45.8% 급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또한 지난달 28일 올해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 감소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5∼10%’로 상향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스마오(世茂)그룹은 8일 공시를 통해 “중국 건설은행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자사를 상대로 청산 청원을 홍콩 고등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스마오는 부동산 업계 20위권으로, 쉬룽마오(許榮茂) 회장은 2009년 부동산 자산 기준 중국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마오는 2022년 7월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후 채권단과 117억 달러(약 15조8000억 원) 규모의 전체 역외채무의 구조조정 협상을 진행해 왔다. BBC는 “해외 채권자가 아닌 중국 국영은행이 자국 개발 업체에 청산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는 올해 1월 홍콩 법원에서 청산 결정이 내려졌다. 업계 1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역시 5월 청산 심리가 예정된 가운데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경기 둔화가 심각한 중국에서 주택 1채를 사면 또 다른 1채를 공짜로 주는 ‘1+1’ 마케팅이 등장했다. 수도 베이징의 한 부동산 분양업체가 내놓은 이 전략은 베이징 아파트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산둥성 옌타이(煙臺)의 바다 전망 아파트를 공짜로 주는 방식이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있지만 대형 개발업체의 추가 청산 위기까지 이어지는 등 시장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7일 펑파이신문,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퉁저우(通州)구의 한 부동산 업체는 청명절 연휴(4~6일) 동안 ‘주택 1+1’ 행사를 벌였다. 해당 기간 동안 퉁저우구의 침실 2개짜리 77㎡ 새 주택을 구입하면 옌타이의 108㎡ 주택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달 안에 계약을 마치면 7박 8일 크루즈 여행권을 주는 경품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퉁저우구의 해당 아파트 가격은 약 440만 위안(약 8억2000만 원)이다. 1+1 혜택을 받으려면 이달 안에 대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계속되는 매출 부진 속에 금융 비용 압박에 놓인 부동산 업체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파격적인 상품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당국 역시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27일 “이혼 시 주택 구매 제한 조치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시절 가구당 주택 구매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상당수 중국인들이 위장 이혼을 했다. 이에 당국은 부동산 투기를 막고자 2021년 8월부터 이혼을 한 사람도 향후 3년 동안 추가로 집을 사지 못하게 했다. 이 규정을 없앤 것이다.다만 아직 부동산 시장에 눈에 띄는 회복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부동산정보회사(CRIC)에 따르면 100대 부동산 회사의 3월 말 기준 신규 주택 매출은 지난해 3월 대비 45.8% 급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또한 지난달 28일 올해 중국의 신규 주택 판매 감소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5~10%’로 상향했다.이런 가운데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스마오(世茂)그룹은 8일 공시를 통해 “중국 건설은행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자사를 상대로 청산 청원을 홍콩 고등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스마오는 부동산 업계 20위권으로, 쉬룽마오(许荣茂) 회장은 2009년 부동산 자산 기준 중국 1위에 오르기도 했다.스마오는 2022년 7월 10억 달러(약 1조3500 억 원)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후 채권단과 117억 달러(약 15조 8000억 원) 규모의 전체 역외채무의 구조조정 협상을 진행해왔다. BBC는 “해외 채권자가 아닌 중국 국영은행이 자국 개발 업체에 청산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중국의 대형 부동산 회사 헝다는 올해 1월 홍콩 법원에서 청산 결정이 내려졌다. 업계 1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역시 5월 청산 심리가 예정된 가운데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이 자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차, 태양광 패널, 철강, 배터리 등을 헐값으로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밀어내기를 하자 미국이 관세 부과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저가 상품을 무기로 미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천명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 재계에서 중국의 덤핑을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고성능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에 주력하며 ‘좁은 마당,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이제 범용 상품에까지 칼날을 겨누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베이징에 머무는 8, 9일 중국은 보란 듯이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해 양국 외교수장 회담을 열며 협력을 과시한다. ● 美 재계 “中 덤핑은 ‘제2의 차이나 쇼크’” 옐런 장관은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두 나라는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자국과 세계의 복잡한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중국의 덤핑 공세를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앞서 5일 중국 남부의 경제 중심지 광둥성 광저우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의 과잉 생산을 문제 삼았다. 중국은 경제를 떠받쳤던 국내 건설 투자 등 부동산 시장이 연쇄 도산 위기를 맞자 내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바탕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한 뒤 ‘밀어내기 수출’로 덤핑 판매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게 미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미 재계에서는 중국의 덤핑 공세를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수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회담에서 옐런 장관의 지적에 대해 “미국은 공정 경쟁, 개방, 협력이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규범을 준수하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안보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또 “(중국의) 생산 능력 문제는 시장과 글로벌 비전, 경제법칙의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변증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과잉 생산이 중국만의 문제라는 미국의 지적에 동의할 수 없으며 미국이 자신들의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핑곗거리로 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4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테무와 쉬인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현지 위구르족을 강제노동에 동원해 싼 제품을 생산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 연방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 강제노동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의 미 수출을 금할 수 있다.● 美 경고에도 보란 듯 中-러 협력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활용될 군사 목적의 위성사진과 탱크용 전자부품 및 장비를 제공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미국 측 지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 5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회원국에 요청했다. 옐런 장관도 6일 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8,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한다. 왕 부장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이 기간 옐런 장관이 베이징에서 공식 일정을 이어가고 9일 기자회견도 예고한 상황이라 이례적이다. 양측은 유엔, 브릭스(BRICS) 등 다자 플랫폼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
3일(현지 시간) 대만 북동부 화롄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일부 가동이 중단됐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가 4일 밤 “전체 공장 설비를 80% 이상 복구했으나, 일부 라인은 생산 재개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TSMC는 “일부 장비가 손상돼 생산 라인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노광장비(EUV)를 포함한 주요 설비는 문제가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신규 공장 건설 공사는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비 복귀율은 공정에 따라 80% 안팎이어서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강진으로 TSMC를 포함해 대만 7대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총 100억 대만달러(약 42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대만 매체들은 내다봤다. 피해 복구에 애쓰고 있는 대만은 4일 인명 구조에 전력을 쏟고 있다. 4일 오후 8시 기준 사망자는 1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고립되거나 실종된 사람이 약 700명으로 크게 늘어나 새벽부터 군과 소방 인력 등을 총동원해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대만 화롄현 타이루거(太魯閣) 국립공원 인근 징잉(晶英)호텔 직원인 차오(曹) 씨는 3일 오전 동료 40여 명과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가 강진을 겪었다. 터널을 지날 때쯤 땅이 크게 흔들리더니 커다란 바위가 차 지붕 위로 떨어졌다. 잠시 뒤 산사태가 멈췄지만 17세 동료 직원은 버스를 뚫고 들어온 돌에 깔려 양쪽 다리가 부러졌다. 차오 씨는 “깜깜한 터널에서 밤새 돌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모두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7명은 흙먼지로 가득한 터널 안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고, 고립 30시간 만인 4일 오후 구조됐다. 함께 구조된 추(邱) 씨는 구조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감히 다시는 산에 오르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고립된 사람 가운데 600여 명은 협곡으로 유명한 타이루거 국립공원 내 호텔이나 정상 사무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오 씨와 추 씨가 갇혀 있던 장소 역시 국립공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헝(中橫) 고속도로였다. 도로 중간에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개방형 터널이나 산책로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조대원들은 4일 날이 밝자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막힌 도로를 헤쳐 나갔고, 오후에 직원 7명을 먼저 구조했다. 이들이 발견된 곳에서 약 3km 떨어진 주추둥(九曲洞) 인근에 있던 직원 20여 명도 수색을 위한 무인기(드론) 카메라에 양호한 상태로 포착됐다. 하지만 진앙과 가까운 화롄으로 가는 도로가 상당 부분 끊어지고, 해안과 협곡을 끼고 있는 지형은 진입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지진 발생 하루 뒤인 4일에도 35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져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협곡을 트레킹하다 소식이 끊겼던 영국·스위스 관광객 8명도 이날 오전 극적으로 구출됐다. 이들은 지진 직후 휴대전화가 끊기고 식수도 떨어졌으나, 싸 왔던 간식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밤새 차도를 향해 걸었던 덕에 아침에 수송트럭을 만나 구조됐다. 대만 최대 시멘트회사인 TCC의 허핑(和平) 공장에서 고립됐던 직원 59명도 무사히 탈출했다. 소방당국은 4일 오전 일찍 헬리콥터로 이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했으며 동료들을 찾아 나선 ‘TCC 채굴팀’이 직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깜깜한 터널 속에서 밤새 돌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모두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했어요.”대만 화롄현 타이루거(太魯閣) 국립공원 인근 징잉(晶英)호텔 직원인 차오(曹) 씨는 3일 오전 동료 40여 명과 버스를 나눠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터널을 지날 때쯤 땅이 크게 흔들리더니 커다란 바위가 차 지붕 위로 떨어졌다. 잠시 뒤 산사태가 멈췄지만 17세 동료 직원은 버스 지붕을 뚫고 들어온 돌에 깔려 양쪽 다리가 부러졌다. 터널 안은 흙먼지로 온통 회색빛이었다. 7명은 그 자리에서 꼬박 밤을 지샜고 고립 30시간 만인 4일 오후 구조됐다. 함께 구조된 추(邱) 씨는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감히 다시는 산에 오르지 못하겠다”고 털어놨다.3일 북동부 화롄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만은 하루가 지난 지금도 인명 구조에 전력을 쏟고 있다. 4일 오후 8시 기준 사망자는 1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고립되거나 실종된 사람이 약 700명으로 크게 늘면서 새벽부터 군과 소방 인력 등을 총동원해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립된 사람 가운데 600여 명은 협곡으로 유명한 타이거루 국립공원 내 호텔이나 정상 사무소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오 씨와 추 씨가 갇혀 있던 장소 역시 국립공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헝(中橫) 고속도로였다. 도로 중간에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개방형 터널이나 산책로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조대원들은 4일 날이 밝자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막힌 도로를 헤쳐나갔고, 오후 직원 7명을 먼저 구조했다. 이들이 발견된 곳에서 약 3km 떨어진 주추둥(九曲洞) 인근에 있던 직원 20여 명도 수색을 위한 무인기(드론) 카메라에 양호한 상태로 포착됐다. 하지만 진앙지와 가까운 화롄으로 가는 도로가 상당 부분 끊어지고, 해안과 협곡을 끼고 있는 지형은 진입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지진 발생 하루 뒤인 4일에도 35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구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다행히 구조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협곡 산책로를 트래킹하다 소식이 끊겼던 영국·스위스 관광객 8명이 이날 오전 극적으로 구출됐다. 이들은 지진 직후 휴대전화가 끊기고 식수도 떨어져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싸왔던 간식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밤새 차도를 향해 걸었던 덕에 아침에 수송트럭을 만나 구조됐다. 대만 최대 시멘트회사인 TCC의 허핑(和平)공장에서 고립됐던 직원 59명도 무사히 탈출했다. 소방당국은 4일 오전 일찍 헬리콥터로 이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했으며, 동료들을 찾아 나선 ‘TCC 채굴팀’이 직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대만매체 쯔유(自由)시보는 “채굴팀은 허핑 아오화 부족 출신이라 현지 지형에 밝았다”며 “오래 전에 사용하던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을 안내했다”고 했다.지진으로 일부 가동이 중단됐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3일 밤 성명을 통해 “일부 장비가 손상돼 생산 라인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노광장비(EUV)를 포함한 주요 설비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장비 복귀율은 공정에 따라 70~80%여서 생산 일정에 다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번 강진으로 TSMC를 포함해 대만 7대 팹 회사들은 총 100억 대만 달러 이상(약 42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라고 대만 매체들은 내다봤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 등 반도체 공장이 다수 있는 대만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하자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만 북부 지역의 반도체 생산 시설 일부가 가동을 일시 중단했지만 아직까지 큰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계속되는 여진 여파 등에 따라 글로벌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TSMC는 3일 지진 발생 직후 일부 생산라인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주난 지역 일부 공장의 가동을 6시간 중단시켰다. TSMC는 이후 성명을 통해 “현재 안전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며 대피한 직원들도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다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 건설 작업은 잠시 중단하고, 안전 검사를 마친 뒤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TSMC의 대만 내 공장이 주로 서부에 위치해 있어 북동부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생산 일시 중단으로 인한 추정 손실이 6000만 달러(약 81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만 내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와 애플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 등도 일부 제조 공정을 일시 중단했다. 대만 매체들은 “1999년 ‘921 대지진’ 이후 진도 4 이상이 감지되면 보호 장치가 가동되도록 기계의 내진 설비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만에 판매법인을 두고 있거나 대만에서 반도체를 공급받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 기업들도 지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번 지진으로 반도체 등 부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혹시 여파가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대만의 지정학적 취약점도 다시 불거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밀한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진동으로도 전체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지진으로 대만의 물류나 전력 인프라가 손상될 경우 반도체 칩 배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전일 대비 1.27% 하락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3일 대만 북동부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1999년 9월 21일 중부 난터우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2400여 명이 숨진 ‘921 대지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다. 대만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 일대에서 발생한 강진은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중부 타오위안 등 대만 전역은 물론 바다 건너 중국 남서부 푸젠성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산사태와 건물 붕괴가 이어져 대만에서 오후 8시 반(한국 시간) 현재 최소 9명이 숨지고 946명이 다쳤다. 지진 발생 직후 건물들이 약 1분간 격렬하게 흔들렸고 일부는 무너지거나 중심을 잃고 심하게 기울어졌다. 붕괴된 건물에 최소 50여 명의 주민이 갇혀 있어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진 직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진원지에서 130km 떨어진 주난 지역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조업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대만에 인접한 일본 오키나와현과 필리핀에도 한때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가 내려졌다. 오키나와에 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된 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후 13년 만이다. 오키나와는 주일미군 기지 여러 곳이 있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요충지라 비상이 걸렸다. 다만 큰 피해는 없어 경보는 이날 오후에 해제됐다. 이번 지진은 진원으로부터의 거리나 에너지 전파 방향 등으로 한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만과 일본 등에서 지진이 이어지는 만큼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원폭 32개 위력에… 화롄 건물 붕괴-산사태, 대만 전체가 흔들 [대만 25년만에 최대 강진]150차례 여진 이어져 950여명 사상… 출근길 시민들 비명 “재난영화 방불”150km 떨어진 타이베이 5.0 진동… 오키나와 미군기지도 쓰나미 경보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창밖으로 산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3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동부 화롄으로 가는 기차를 탔던 타이베이 시민 훙모 씨가 현지 매체 롄허보에 전한 지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다. 그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까지 울려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현 남동쪽 25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은 대만 전역을 강타했다. 진앙에서 약 150km 떨어진 타이베이에서도 진도 5의 진동이 감지됐다. 출근길 타이베이 지하철에서는 심한 진동으로 곳곳에서 승객들이 주저앉고 비명을 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CG)은 지진 규모를 7.4, 일본은 7.7까지 높여 발표했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다. 인구 35만 명이 거주하는 북동부 거점도시 화롄은 진원과 가까워 피해가 특히 컸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산책로에서 등산객 3명이 낙석에 맞아 숨졌고, 동쪽 해안 인근 고속도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지진 당시 도심의 8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도로 쪽으로 기울어지자 행인들이 황급히 도망가고,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대만 기상청은 “진원이 육지와 가깝고, 깊이도 매우 얕은 편이라 대만 전역에서 진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는 “기숙사 책상에 올려둔 커피나 향수병이 모두 쏟아졌다. 무서워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20∼30초 동안 진동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타이베이 지하철은 이날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고속열차는 운행 재개 이후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저속 운행했다. 또 대만 전역에서 36만8700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첫 지진 발생 약 10분 뒤 6.5 규모의 지진을 포함해 이날만 15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 또한 “앞으로 3, 4일간 6.5∼7.0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 난터우현 일대를 강타한 ‘921 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꼽힌다. 당시 7.3 규모의 강진으로 2400여 명이 숨지고 8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만은 921 대지진 이후 공공과 민간 건물 모두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 버틸 수 있게 설계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1999년 지진 당시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진원 깊이가 15.5km로 얕아 내진 설계에도 건물이 무너졌다. 이웃 일본과 필리핀도 긴장했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지진 발생 이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공영 NHK방송은 정규방송 대신 긴급 특별 재난방송을 전했고, 필리핀 또한 해안 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경고했다. 다만 지진 발생 약 3시간 뒤 쓰나미 위협이 대체로 지나가 양국의 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 아직까지 지진에 따른 대만 내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롄 일대에만 약 50명의 한국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은 즉각 구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본토(중국)는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 동포에게 애도를 표한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창 밖으로 산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3일 오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동부 화롄으로 가는 기차를 탔던 타이베이 시민 홍모 씨는 현지 매체 롄허보에 전한 지진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다. 그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며 “지진해일(쓰나미) 경보까지 울려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 시간) 화롄현 남동쪽 25㎞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은 대만 전역을 강타했다. 진앙에서 약 150km 떨어진 타이베이에서도 규모 5.0의 진동이 감지됐다. 출근길 타이베이 지하철에서는 심한 진동으로 곳곳에서 승객들이 주저앉고 비명을 질렀다. 미국 지질조사국(USCG)은 지진 규모를 7.4, 일본은 7.7까지 높여 발표했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다.인구 35만 명이 거주하는 북동부 거점도시 화롄은 진원과 가까워 피해가 특히 컸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산책로에서 등산객 3명이 낙석에 맞아 숨졌고, 동쪽 해안 인근 고속도로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지진 당시 도심의 9층짜리 톈왕싱(天王星) 빌딩이 도로 쪽으로 기울어지자 행인들이 황급히 도망가고, 운전자들도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대만 기상청은 “진원이 육지와 가깝고, 깊이도 매우 얕은 편이라 대만 전역에서 진동이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는 “기숙사 책상에 올려둔 커피나 향수병이 모두 쏟아졌다. 무서워 책상 밑으로 숨었는데 20~30초 동안 진동이 이어졌다”고 전했다.타이베이 지하철은 이날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고속 열차는 운행 재개 이후에도 안전상의 이유로 저속 운행했다. 또 대만 전역에서 36만8700여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첫 지진 발생 약 10분 뒤 6.5 규모의 지진을 포함해 이날만 15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 기상청 또한 “앞으로 3,4일 간 6.5~7.0 사이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번 지진은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 난터우현 일대를 강타한 ‘921 대지진’ 이후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꼽힌다. 당시 7.3 규모의 강진으로 2400여 명이 숨지고 8600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만은 921 대지진 이후 공공과 민간 건물 모두 리히터 규모 6.0에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이에 1999년 지진 당시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진원 깊이가 15.5㎞로 얕아 내진 설계에도 건물이 무너졌다.이웃 일본과 필리핀도 긴장했다. 일본 오키나와현은 지진 발생 이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당시 공영 NHK방송은 정규방송 대신 긴급 특별 재난방송을 전했고, 필리핀 또한 해안 지역 주민에 대피를 경고했다. 다만 지진 발생 약 3시간 뒤 쓰나미 위협이 대체로 지나가 양국의 주의보는 모두 해제됐다.아직까지 지진에 따른 대만 내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롄 일대에만 약 50명의 한국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은 즉각 구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만 업무를 담당하는 중국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본토(중국)는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 동포에게 애도를 표한다.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부동산 시장 부실, 소비 둔화 등으로 중국 경제가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도 건강, 관광업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소비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국 고액 자산가가 선호하는 스마트폰 브랜드에서는 중국 화웨이가 애플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일 대만 롄허보는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胡潤)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중국 프리미엄 소비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 늘어난 약 1조6600억 위안(약 310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소비 시장에는 고급 자동차(9000만 원 이상), 명품 의류·시계, 보석, 가전제품, 호화 여행 및 건강관리 산업 등이 포함된다. 후룬 측은 “고급 자동차 시장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호화 여행 산업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시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위해 평균 자산이 4500만 위안(약 83억 원)인 750명을 설문했다. 이들 가운데 33명은 자산 1억 위안(약 186억 원)이 넘는 초고액 자산가다. 평균 연령은 36세로 나타났다. 올해 중국 고액 자산가가 투자를 가장 늘릴 분야는 금, 펀드, 은행 예금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시장 부실을 반영한 듯 주택·상가 등 부동산 투자는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후룬은 이날 ‘2024년 베스트 브랜드’ 순위도 발표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선호하는 스마트폰으로 지난해까지 1위였던 애플 대신 화웨이를 꼽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에 따른 애국주의 소비 열풍, 당국이 공무원 및 국영기업 직원에게 외국산 스마트폰 브랜드의 사용 금지령을 내린 여파 등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전기차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최고의 전기차 브랜드로는 미국 테슬라를 꼽았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2월 당선된 이후 첫 해외 방문지를 중국으로 택하며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한 것이다. 실제 중국은 대규모 경제 원조를 바탕으로 미국을 제치고 동남아시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로 부상했다.2일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당선인은 1일 시 주석을 만나 “중국은 지역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국방 협력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시 주석도 “중국-인도네시아 관계는 운명공동체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화답했다.프라보워 당선인은 2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프라보워 당선인은 대선 이후 1달 반 만에 중국을 처음으로 찾았고, 중국은 그가 국방장관 신분임에도 국가 원수급 대우로 맞았다.중국은 조코위 대통령 시절 고속철도와 수력발전소 등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이어왔다.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에 따른 조치로, 인도네시아 외에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경제적 지원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가 동남아시아인 1994명을 설문한 결과 미국과 중국 가운데 선호하는 파트너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조금 넘는 50.5%가 중국을 선택했다고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조사 당시 38.9%에서 12%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며, 무슬림이 다수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에서는 4명 중 3명이 중국을 선호했다. 최근 미국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군사 지원을 했고, 동남아 시장에 대한 미국의 경제 지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다만 역내 국가들과의 영유권 분쟁은 중국에 마이너스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은 각각 83.3%, 79% 비율로 미국을 선호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은 채 초저가로 무장해 전 세계 Z세대를 공략하는 중국의 패스트 패션 쇼핑몰 ‘쉬인’이 전년보다 3배 가까운 순이익을 지난해 벌어들였다. 쉬인은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를 노리고 있다. 중국 당국이 쉬인의 IPO를 허용할 경우 중국 기술기업들의 미 증시 상장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쉬인은 지난해 매출 450억 달러(약 60조7000억 원), 순이익은 20억 달러를 거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지난해 수익(7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라이벌로 꼽히는 스웨덴 H&M(8억2000만 달러)을 이미 넘었고, 업계 최고 기업인 스페인 인디텍스(자라의 모회사·58억 달러)에 이어 2위다. 쉬인은 초저가와 빠른 공급망을 무기로 미국 등 세계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11월 미 뉴욕증시 진출을 목표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상장신청을 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해 5월 기준 기업가치가 660억 달러로 평가됐고, 올해 9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IPO가 성사될 경우 21일 상장한 미 소셜미디어 기업 레딧의 기업가치(50억 달러 미만)보다 약 20배 높은 올해 최대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쉬인의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중국 본토에 1만여 명의 직원을 두고 물류 등 실질적인 사업을 진행한다. 중국은 데이터 보안 등을 이유로 자국 기업의 해외 IPO 신청 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쉬인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에 주식 매각 승인 요청을 했으며 몇 주안에 승인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미 의회가 2020년 말 미 회계 감리를 3년 연속 거부한 중국 기업을 퇴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중국 기술기업의 미국 IPO가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중국의 반대에도 미국에서 IPO를 강행했다가 결국 중국의 규제 철퇴를 맞고 1년 만에 상장 폐지됐다. FT는 쉬인의 IPO 여부를 두고 “자국 기업들이 월가에서 수십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이 허용할지에 대한 시험대”라고 평가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백두산이 중국에서 부르는 ‘창바이(長白)산’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27일(현지 시간) 백두산을 비롯한 18개 후보지를 새 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했다. 유네스코는 2015년부터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질학적 유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에 18곳이 추가돼 총 49개국 213곳으로 늘어났다. 현재 전체 백두산 가운데 4분의 1이 북한, 4분의 3이 중국 땅에 속한다. 중국은 자국의 영토 부분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달라고 2020년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북한도 1년 앞선 2019년 같은 신청을 냈지만 후보지에 포함되지 못했다. 유네스코 측은 백두산을 소개하며 “극적인 지형과 다양한 암석 유형을 갖춘 야외 화산 교실과 같은 곳”이라며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가장 잘 보존된 복합 화산 중 하나”라고 전했다. 특히 백두산 천지에 대해서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높고 가장 큰 정상의 화구호는 숨막히는 절경”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에서는 백두산 이외에도 푸젠(福建)성 롱옌, 장시(江西)성 우공산을 포함해 총 6곳이 이번에 세계지질공원에 포함됐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중국이 호주 와인에 최대 200% 넘게 부과했던 반덤핑·반보조금 관세를 3년 만에 없애기로 했다. 호주의 미국 밀착 등을 놓고 한동안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다는 상징적인 조치다. 경제적으로도 와인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호주와 호주산 와인을 선호하는 중국 모두 ‘윈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29일부터 호주산 와인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관세를 철폐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했을 때 예견됐다. 당시 왕 부장은 “호주산 와인 문제는 이미 적절하게 해결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 호주산 와인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하지만 호주에서 2018년 친미·반중 성향이 강한 자유당 스콧 모리슨 총리가 집권하면서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호주가 2020년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2021년 3월부터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같은 시기 소고기, 랍스터, 보리 등 10여 개 제품에도 높은 관세를 매겼다. 이 여파로 보복 관세 첫해인 2021년 호주의 대(對)중국 와인 수출액이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2022년 들어선 중립 성향의 노동당 정권은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안보를 챙기면서도, 경제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는 ‘실리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이번에 양국 갈등의 상징이었던 호주 와인에 대한 보복 관세까지 철폐됐다. 이번 조치로 연간 12억 호주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성명을 통해 “호주 와인 산업에 중요한 시기에 나온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전 세계적인 와인 소비 감소로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수백만 그루의 포도나무를 죽게 내버려두는 상황이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