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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음 주는 마지막 ‘운명의 일주일’이다. 국회의 탄핵이냐, 자진 사퇴냐가 판가름 나는 시기다. 야권은 새누리당 비주류가 동참하지 않아도 9일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며 대오를 다시 정비했다. 박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을 막으려면 비주류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주에 어떤 형식으로든 ‘내년 4월 말 퇴진’을 공식화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안 처리와 조기 퇴진, 향후 대선 일정 등 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가 다음 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박 대통령, 조기 퇴진 어떻게 선언할까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정확한 퇴진 시점을 밝히고 2선 후퇴를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이때까지 퇴진 시점을 공식화하지 않으면 9일 탄핵안 처리에 동참하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야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여당 비주류가 ‘진퇴 문제 국회 일임’을 선언한 박 대통령에게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청와대는 어떤 형식으로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밝힐지 고심하고 있다. 유력한 방안 중 하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당론(4월 말 조기 퇴진-6월 말 조기 대선)을 수용하는 형태다. 실제 물밑 접촉도 이뤄지고 있다. 허원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황영철 의원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황 의원은 “대통령을 만나 우리의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주초에는 허 정무수석이 새누리당 초선의원 모임 간사인 박완수 의원에게 박 대통령과 초선의원들 간 회동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초 이번 주말 회동을 추진하려 했으나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해명을 내놓는 자리여선 곤란하다”는 일부 의원의 문제 제기로 성사되진 않았다. 새누리당 내에선 박 대통령이 일부 의원을 만나 조기 퇴진을 공식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황영철 의원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의원들 간 만남은 필요하지만 퇴진 시점과 퇴진 이후 로드맵 같은 중요한 문제는 정식 담화를 통해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퇴진 시점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없는 데다 (비주류가 설정한) 7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 무산 후폭풍’엔 “나 떨고 있니?” 박 대통령이 다음 주 ‘4월 조기 퇴진’을 공식화하더라도 비주류의 고민이 모두 풀리는 건 아니다.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퇴진 선언과 함께 여야 협상을 탄핵안 불참 조건으로 내걸었다. 야권은 이미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선언하든 말든 탄핵안 처리를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여야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주류가 9일 탄핵안 처리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비주류의 진짜 고민은 탄핵안 부결 시 그 책임을 비주류가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이다. 촛불 민심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역풍’이 비주류를 강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날 김무성 전 대표와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비주류 7, 8명은 국회 본회의장 주변에 모여 “(야권은) 탄핵안 부결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릴 거다. 우리가 가만히 당하고 있어야 하느냐”며 탄핵 무산 후폭풍을 염려했다고 한다. 유승민 의원이 기자들을 만나 “(비주류가) 탄핵을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그건 오해”라고 적극 해명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탄핵안이 부결되면 비주류가 똥바가지를 뒤집어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연락처가 인터넷에 유출된 이후 의원들에겐 하루 1000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 탄핵안을 통과시키라는 압박이다. 지역 민심도 좋지 않아 상당수 의원은 주말에도 지역구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여야 간 퇴진 협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비주류가 기댈 곳은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선언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어느 정도 풀어주지 못한다면 비주류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신진우 기자}
“대통령 온다 카는 소리도 못 들었다 아이가. 금방 왔다 가는 건 도리가 아이제. 접때는 손도 잡아주고 캤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큰불로 막대한 피해가 난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1일 전격 방문했다. 서문시장을 찾은 건 지난해 9월 7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악화된 여론을 감안한 듯 박 대통령은 최소한의 수행원만 데리고 갔다. 기자단도 동행하지 않았다. 대구에서도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으로 여기는 곳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다녀오면 기(氣)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동안 잠행 모드를 유지한 박 대통령이지만 남다르게 여기던 장소가 화마에 피해를 당한 걸 멀리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박 대통령을 연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만 봤다. 거칠게 항의하는 상인도 일부 있었다. 사전에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는지 대통령이 시장에 머문 시간은 10여 분에 그쳤다. 이날 서문시장 정문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약 80m를 걸어 119안전센터 상황실을 찾았다. 일부 상인이 “힘내세요”라고 말하거나 손을 흔들면 엷은 미소를 보였다. 이어 김영오 상가연합회장 등의 안내를 받아 4지구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여기 오는 데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주는 상인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데 찾아뵙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하도록 하겠다”며 즉석에서 강석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게 “관계 부처가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기업청 국세청 등 관계 부처 합동 지원협의체를 구성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이날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오전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대구시가 사고 수습 상황과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자 취소됐다가 오후에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미처 현장에 가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몇몇 상가연합회 간부들과만 시장을 둘러봤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순수한 마음에 시장을 방문하려는데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단체장 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20년간 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박종규 씨(42)는 “예전엔 가까이 가서 얼굴 한번 보려고 기다렸지만 오늘은 그럴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며 “그냥 쓱 왔다가 사고 수습대책 하나 내놓지 않고 무책임하게 가버린 대통령을 이제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4지구 피해 상인들도 정작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갔다며 크게 반발했다. 4지구 상가연합회의 한 간부는 “지금 이런 상황에 갑자기 온 대통령에게 박수칠 수가 있겠느냐”며 “피해 상인들도 만나지 않고 그냥 가버렸는데 도대체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대통령의 짧은 방문이 상인들에게 위로가 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윤성정 씨(59)는 “서문시장은 대통령이 아끼는 정치적 고향이 아니냐. 그런 기억에 화재로 힘들어하는 우리를 챙기려고 온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잠시 머물다 떠난 시장 골목에서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30여 명과 이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말싸움을 벌이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서문시장 입구인 동산네거리에서는 대구참여연대 등이 ‘박근혜 하야’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4지구에서 한복 장사를 하다 화재 피해를 본 김모 씨(60·여)는 “(박사모들이) 초상집에 와서 박수치고 떠드는 꼴”이라면서 “상인들에게 오히려 큰 상처를 줬다”며 눈물을 보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피해 상인들을 만나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 했지만 진화 작업과 조사가 이어지는 현장에 계속 있으면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현장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1일 4지구 건물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 일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장택동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에 힘을 실어주면서 ‘탄핵 정국’이 ‘퇴진 정국’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비주류가 동참하지 않으면 야권 성향 의원들만으로는 탄핵안 가결정족수(200명)를 맞출 수 없다. 야권으로선 촛불 여론의 눈치를 보며 부결되더라도 탄핵을 강행하든지, 탄핵 추진과 더불어 제3의 카드를 모색해야 할지 고민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3차 담화의 함정에 빠졌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퇴진 시점을 놓고 여야가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말 퇴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같은 날 새누리당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탄핵안을 지금 통과시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내년 1월 말 종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 3월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사이에 퇴진 시점을 두고 3개월이란 간격이 있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다음 주 초 선제적으로 퇴진 시점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퇴진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다시 탄핵 정국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탄핵에 등 돌린 새누리당 비주류 김 전 대표는 이날 추 대표와의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내년 4월 말 박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3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먼저 여야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새누리당의 당론을 받아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시점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땐 마지막 단계로 탄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이런 과정이 없다면 야권이 5일이든 9일이든 탄핵안 처리를 시도해도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주류의 변심(變心)은 전날 동아일보의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설문에 참여한 비주류 31명 중 25명이 ‘탄핵 직행’보다 ‘선(先) 여야 협상’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여야 협상이 없는 상태에서 탄핵안이 상정되면 탄핵안에 반대하거나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의원이 17명이었다. 사실상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 간 탄핵 공조가 깨진 셈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2일 긴급회의를 열어 야권의 탄핵안 처리 재시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퇴진 시점 협상 가능할까 새누리당은 내년 4월 말 박 대통령 퇴진, 6월 말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와 안정적 정권 이양’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보다는 ‘당 쇄신 작업과 대선 경선을 위해 최소한 6개월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 대통령뿐 아니라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만큼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야권 주류인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촛불민심이 타올랐을 때 대선을 치러야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추 대표가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간이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속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탄핵으로 가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기까지 4, 5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안이 통과돼도 내년 4월경에나 박 대통령 퇴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야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과연 퇴진 시점을 정치적으로 조율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 다음 주 퇴진 시점 밝힐 수도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내년 4월 퇴진’ 당론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담화 기조대로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여야의 공식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퇴진 시점을 밝히면 정치적 논란만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여야 협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야권이 설정한 탄핵안 처리 데드라인(9일)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퇴진 시점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 참여 명분을 없애려면 퇴진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주류가 설정한 퇴진 시한 공개 시점은 7일이다. 다음 주 초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는 4차 담화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탄핵과 퇴진 정국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 기자}
"대통령 온다캔는 소리도 못 들었다 아이가. 금방 왔다가는 건 도리가 아이제. 접때는 손도 잡아주고 캤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큰 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1일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9월 7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대구, 특히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으로 여기는 상징적인 곳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다녀오면 기(氣)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전과는 많이 달랐다.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싸늘한 태도였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사전에 이런 분위기를 읽어서인지 대통령이 시장에 머문 시간은 10여 분에 그쳤다. 서문시장 정문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약 80m를 걸어 119안전센터 상황실을 찾았다. 이어 김영오 상가연합회장 등의 안내를 받아 4지구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여기 오는 데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힘들 때마다 늘 힘을 주는 상인 여러분이 불의의 화재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데 찾아뵙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신속히 하도록 하겠다"며 현장에서 강석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게 "관계 부처가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불투명했다. 오전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대구시가 사고 수습 및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자 취소됐다가 오후에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순영 중구청장은 미처 현장에 가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몇몇 상가연합회 간부들과 시장을 둘러봤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순수한 마음에 시장을 방문하려는데 괜한 오해를 받을까봐 단체장 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20년간 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박종규 씨(42)는 "그냥 슥 왔다가 사고 수습대책 하나 내놓지 않고 무책임하게 가버린 대통령을 이제 누가 좋아하겠냐"며 "예전엔 가까이 가 얼굴 한번 보려고 기다렸지만 오늘은 그럴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4지구 피해 상인들도 크게 반발했다. 4지구 상가연합회 한 간부는 "지금 이런 상황에 갑자기 온 대통령에게 박수칠 수가 있느냐"며 "피해 상인들도 만나지 않고 그냥 가버렸는데 도대체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반면 대통령의 짧은 방문이 상인들에게 위로가 됐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윤성정 씨(59)는 "서문시장은 대통령이 아끼는 고향 아니냐. 그런 기억에 화재로 힘들어하는 우리를 챙기려고 온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잠시 머물다 떠난 시장 골목에서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30여 명과 이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말싸움을 벌이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서문시장 입구인 동산네거리에서는 대구참여연대 등이 '박근혜 하야'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피해 상인들을 만나 손이라도 잡고 직접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했지만 진화작업과 조사가 계속되는 현장에 계속 있으면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현장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을 보였다고 정 대변인은 전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 대규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가진 것은 10월 27일 부산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화재로 이 시장 4지구 내 점포 670여 곳이 전소됐다.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위로하고, 소방관과 관련 공무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이 시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9월 7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대구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도 핵심인 곳으로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이던 2012년 9월에도 이 시장을 방문했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
청와대는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퇴진 의사를 밝히며 ‘법 절차’를 언급한 것은 개헌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게 물러나려면 개헌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개헌이든 아니든 국회가 결정하는 대로 일정과 절차에 따라서 (물러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담화는 탄핵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발언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만 답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정치권이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발언을 놓고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해 달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변인의 발언은 이런 전제 조건 없이 여야가 합의하면 퇴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변인은 사퇴 시점에 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은 채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되기를 바란다”고만 밝혔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내년 4월까지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6월에 조기 대선을 실시하자는 정치권 원로들의 제안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지지하면서 비주류 의원들의 탄핵 동조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더 이상 당의 분열을 야기하는 탄핵 얘기는 하지 말고 내년 4월 30일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며 “(비주류가)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고 (1월 조기 전당대회) 로드맵도 거두겠다”고 말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도 “탄핵에 나서는 사람들은 당에 남아서는 절대 안 된다”며 “탄핵안이 부결되면 가담한 사람들은 보수 세력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낸 김선동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고 해도 전날 담화 정도의 얘기를 내놓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탄핵 추진을 중단하고 개헌 대 반(反)개헌,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수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검사에 박영수 변호사(64·사진)를 임명했다. 야당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한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한 것은 조속히 특검 국면으로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특검은 사법시험 20회 출신으로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 등 대형 수사를 지휘했다.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 박 특검과 호흡을 맞췄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은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90일 동안 수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30일 연장할 수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허동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세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사건(최순실 게이트)의 경위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며 검찰 수사 내용과 각종 의혹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담화를 마친 뒤 일부 기자들이 “질문이 있다”고 외쳤다. 청와대는 1, 2차 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알렸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질문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오늘은) 여러 가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질문도 그때 했으면 좋겠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 기자들이 “최순실 씨와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 등 질문을 던졌지만 박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이는 이번 담화의 초점을 박 대통령의 진퇴 문제에 맞추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계, 이른바 ‘세월호 7시간 행적’ 등을 언급하면 담화의 초점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정치적 입장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며 “조만간 수사 등에 대해 토론이나 질의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시점은 다음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임기 단축 문제를 국회에 맡긴 만큼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특별검사가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에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야권의 탄핵안 발의를 눈앞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요구해 온 ‘질서 있는 퇴진’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구체적 퇴진 시기와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결국 ‘자진 하야(下野)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그 책임을 국회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탄핵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 대통령의 담화는 이번이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이 퇴진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법 절차’를 강조한 것은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야당이 현 상황에서 개헌 논의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정국 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있는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탄핵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야당은 이날 박 대통령 제안을 일축하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한마디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박 대통령은 하야에 대한 언급 없이 국회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국민 담화는) 완전히 (국회에) ‘퉁 치기’이고 꼼수이기 때문에 탄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간 의견이 갈렸다. 친박계는 “개헌을 통한 퇴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반면 비주류는 “여야 간 퇴진 일정 협상이 안 되면 탄핵을 강행할 것”이라고 맞섰다. 비주류가 탄핵 의지를 계속 유지할지가 탄핵 성사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헌법재판소는 최장 180일간 탄핵 심리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본격적인 개헌 논의와 대선 준비는 이때부터 시작하는 게 국정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정국 불안과 민심을 고려하면 개헌이나 대선 논의로 탄핵을 지연시키는 것보다 빨리 탄핵 절차를 밟아가면서 ‘포스트 탄핵’을 준비하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회가 정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국정과 대선을 책임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강경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처음으로 ‘임기 단축 등 진퇴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그 절차는 국회로 넘겼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탄핵 시계를 멈추기 위한 박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로 풀이된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지만 청와대는 이를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헌법 절차에 맞지 않고,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탄핵 의결을 위해 필요한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의 찬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국회에서 의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은 대국민 담화 발표 전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 의원들은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버팀목인 친박계마저 퇴진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이정현 대표는 대국민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친박계 의견과 민심을 전하며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뿐 아니라 전날과 지난 주말 등 거의 매일같이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민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전날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퇴진 건의가 박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여당의 의견을 받아 국회에 자신의 거취를 맡기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27일 전직 국회의장 등 각계 원로 17명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 하야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번 대국민 담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탄핵 과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탄핵으로 인해 당장 빚어지고 있는 혼란에 대해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 퇴진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를 둘러싼 오해를 피하고 대선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정치권에서 논의해 결정하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 스스로 언제 퇴진하겠다고 말했다면 그것 자체가 정쟁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에서 최적의 시간을 정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탄핵 발의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시기와 방법을 정하지 않은 채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야권과 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연합한 ‘탄핵 대오’의 균열을 꾀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의 퇴진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정치권의 논란에 불이 붙으면 탄핵의 구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란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개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심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했는데,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탄핵과 개헌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담화를 내놓은 것인 만큼 결국 ‘법 절차’는 개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야당과 비박 진영이 탄핵 추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개헌 논의는 탄핵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 마련하는 일정에 따라 대통령이 물러난 뒤 60일 안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 역시 법 절차에 부합하기 때문에 임기 단축과 개헌을 연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청와대는 동시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는 보류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던 4일 대국민 담화는 결국 허언(虛言)으로 드러나 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8일 법조기자단에 보낸 221자 분량의 문자메시지에서 “(대통령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 수습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내일(29일)까지 추천될 특별검사 후보 중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 변호사는 “어제(27일)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 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요청한 대면조사에 협조를 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앞서 23일 박 대통령에게 “29일 전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며 마지노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다가 시한 하루 전에야 거부를 통보한 것이다. 대통령이 끝까지 검찰 대면조사를 거부한 것은 곧 가동될 특검에서 어차피 조사를 받아야 할 텐데 여러 번 곤욕을 치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가 사실상 특검으로 넘어가게 됐다. 야당은 29일 대통령에게 특검 후보자 두 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 달 2일까지는 이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특검이 임명되면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관련 수사 자료를 모두 특검으로 보내야 한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택동 기자}
청와대는 28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선 사표 ‘반려’ 대신 ‘보류’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이는 최 수석의 입장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검찰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공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김 장관이 21일 사표를 내자 최 수석도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김 장관과 내가 사표를 낸 이유가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는 두 사람에게 사의를 거둬 달라고 설득했지만 김 장관은 사의를 꺾지 않았다. ‘사정라인 투 톱’의 거취 논란이 길어지자 박 대통령은 결국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 수석의 사표만 반려하면 공동책임을 강조했던 최 수석이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 있어 일단 보류라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저지선이 무너지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처리 시계는 1차로 다음 달 2일에 맞춰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주체적으로 정국 수습에 나설 수 있는 기간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28일 검찰을 지휘하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의(辭意) 의지를 꺾지 못해 사표를 수리하면서 사정기관 컨트롤타워가 붕괴됐다. 정부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 의원들이 이날 박 대통령에게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 수용을 선언해 달라고 직접 건의하는 사태를 맞았다. 야당이 개헌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하야(下野) 불가피성을 강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사실상 아군(我軍)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금명간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박계도 등 돌리나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다른 친박계 중진 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국가적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탄핵 없이 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전날 국가 원로들이 건의한 ‘질서 있는 퇴진’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날 한 친박계 핵심 인사도 “오늘(28일) 친박계 재선 의원들이 모였는데, 명예로운 퇴진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가 의견 통일을 이룬 건 아니다. 이정현 대표는 ‘명예로운 퇴진’ 주장에 “나와는 전혀 상의한 적이 없다. 어떤 배경에서 나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박 대통령의 자진 퇴진을 주장한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참 비겁하다. 박 대통령을 팔아 권세를 누리고, 힘들 땐 대통령에게 업어 달라고 조른 사람들이 불리해지니까 대통령을 버리려고 한다”며 “(비주류의 인적 청산 대상에) 본인들 이름이 오르내리니 살겠다고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친박계가 적전분열(敵前分裂) 양상인 셈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청와대는 ‘기존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헌법 절차를 지키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국회가 탄핵을 하거나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퇴진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도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퇴진을 선언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친박계 핵심의 퇴진 주장이 야권의 탄핵 공조를 흩뜨리고 시간을 벌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여 인원이 5주 연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민심을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탄핵이란 방식으로 물러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의 반발과 국회의 탄핵 압력이 높아지자 결국 하야를 선택했다는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이 막판 고심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송찬욱 기자}
지난주 국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의 강행 방침 철회를 시사해 파문을 일으킨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를 하루 앞둔 27일 ‘국정화 철회’ 가능성을 일단 부인하며 교과서의 내용을 보고 판단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국정화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는 시각도 부인했다.○ “내용 보고 판단해 달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국정화 철회 등은 하지 않으며 대안을 선택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교과서에 대한 의견 수렴이 종료되는 다음 달 23일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었으니 국민께서 내용을 보시고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가 청와대와 상의 없이 국정화 철회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 등에 대해 이 부총리는 “원래 내년 3월에 공개하는 게 처음에 제시했던 시점이고 원칙적으로 정해진 방향”이라면서 “다만 교육부가 판단한 입장을 청와대와 조율했고, 청와대가 그 점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는 수준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황한 청와대는 이 부총리와 김용승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26일 청와대에서 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25일의 국회 발언에 대해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 후 의견 수렴을 하면서 현장 적용 방안 등에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방침을 정해서는 안 되며 충분히 보고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청와대는 국정화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단 갈등만 봉합하고 시간을 벌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이후 교육부가 국정화 재검토를 추진할 경우 청와대가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 시기’ 두고 다시 논란 25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최대 쟁점인 ‘건국 시기’와 관련해 국정 교과서가 기존 검정 교과서의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 대신에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게 확인되면서 논란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 이 표현에 대해 이 부총리는 “건국은 한 시점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1919년 3·1운동부터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독립운동을 통해 1945년 독립을 거쳐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 완성될 때까지 모든 활동이 건국 활동”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1919년에 건국됐다고 보는 진보 진영과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보수 진영의 입장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대한민국 수립’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반발했다. 이준식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뉴라이트 진영은 1948년에 방점을 찍고 싶어 그 이전은 준비 기간으로 보는데 교육부가 이런 주장을 교과서에 쓰고 있다”며 “1919년 대한민국이 출범했다는 게 학계의 통설인데 교육부가 왜 소수 의견을 교과서에 싣느냐”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919년에 시작돼 1948년에 마무리된다고 보면 그 시각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올해 초 펴낸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1948년에 대한민국은 ‘재건’이요, ‘정부 수립’인 동시에 ‘새로운 국가의 건설’이기도 했으므로 지나치게 양자택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유덕영 firedy@donga.com·장택동·노지원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가 우여곡절 속에 1년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28일 공개된다. 교육부는 28일 오후 1시 20분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전용 웹사이트()에 전자책(e-Book) 형태로 공개한다. 집필진 47명의 명단도 공개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같은 시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교육부는 다음 달 23일까지 교과서에 대한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 휴대전화, 공인인증서, 아이핀 등으로 본인 인증을 한 뒤 의견을 낼 수 있다. 검토 의견이 반영된 최종본은 내년 1월 완성되며 이때 편찬심의위원 16명의 명단도 공개된다. 이 부총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국정 역사교과서를 철회할 경우 대안은 언제 결정하느냐’는 질문에 “다음 달 23일까지 의견 수렴을 하게 돼 있는데 그 시점이 (국정 교과서의 적용 방법을 결정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현재 시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포기하거나 철회하려는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현장 적용 방안으로는 국·검정 교과서 혼용 방안과 국정 교과서의 적용 시기를 미루고 시범학교에만 먼저 적용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유덕영 firedy@donga.com·장택동 기자}
청와대는 26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또 다시 열리자 긴장된 분위기 속에 상황을 주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TV로 집회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모들로부터 수시로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도 전원 출근해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가면서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어 민심 수습 방안과 정국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이 허용됐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청와대의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집회가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국민의 뜻을 다시 한 번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심 수습을 위해 박 대통령이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의 추가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거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입장을 밝히는 형식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3주 동안 이어져 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5%가 깨졌다.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조사해 25일 공개한 11월 넷째 주 정례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박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4%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대구 경북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3%에 그쳤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오른 93%로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도도 지난주보다 3%포인트 하락한 12%로 나타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더불어민주당(34%), 국민의당(16%)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 발표,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표명 등의 영향으로 추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최 수석은 사의가 사실상 반려됐고, 김 장관은 사의를 고수하고 있어 계속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법무부 내에서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청와대와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김 장관에게 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 장관은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사의를 밝힌 것뿐이고, 오히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 속에서 최 수석의 사의가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아직 숙고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추가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해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은 국회가 탄핵을 발의하기 전 또는 다음 달 5일 청와대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까지 지켜본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임기가 만료된 김영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의 후임으로 최혜리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51)을 내정했다. 최순실 정국이 본격화된 이후 박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16일 외교부 2차관, 17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인사에 이어 세 번째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교육부가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년 3월부터 모든 중고교에서 새로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일괄적으로 사용하게 하려는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편향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겠다며 국정 교과서 강행 방침을 밝혀 온 교육부가 현장 검토본 공개 후 국민의 반응을 보고 새 대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 교과서를 계속 강행하느냐”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예정대로 (28일) 내용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다음 교과서가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또 공개 이후 반대 여론이 높으면 철회하겠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공개한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존의 국정 교과서 단일화 추진 방침은 사실상 철회했음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국정화를 철회할 경우 이미 만들어진 국정 교과서와 기존의 검정 교과서 중에서 중고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국·검정 혼용’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 교과서 채택 1년 연기’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철회나 국·검정 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고 검토된 바 없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28일 공개할 예정이었던 국정 역사 교과서의 편찬기준이 의원들의 요구로 25일 공개됐다. 논란의 핵심인 1948년을 기술하는 용어로 ‘대한민국 수립’이 선택됐고, ‘좌편향’ 논란이 제기됐던 북한 관련 내용은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핵과 인권, 북한 이탈주민 등 북한 동향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설명하도록 제시했다. 한편 국회 교문위는 25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장택동 기자}
“상처가 났을 때 그 부위를 마취하려는 겁니다. 주사 맞을 때 덜 아프라고 솜에 바르는 거예요.” ‘청와대가 성형시술용 마취크림을 구입했다’는 동아일보 보도(24일자 A1·8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전 언론에 밝힌 해명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사를 맞을 때에는 ‘알코올이 묻은 솜으로 주사 부위를 닦아낸다’는 의료계의 반론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선우 의무실장까지 나서 의약품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의료계에서는 “상식과 다르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전문의 “간단한 주사제만 있으면 시술 가능” 청와대 의무실은 이날 ‘엠라5%크림’에 대해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에 주로 쓰이고 다른 용도로는 잘 쓰이지 않는 약품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청와대 내에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주삿바늘 삽입 또는 피부 표면 마취를 위해 사용되는 약물”이라며 의약품의 일반적인 효능만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취재한 복수의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의사들마다 진료나 처방이 다르겠지만 엠라5%크림은 상처가 난 곳이 아닌 상처를 내기 전, 즉 미용이나 성형 시술에 주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A성형외과 원장은 “이 크림을 상처 치료에 쓰려고 발랐다는 건 ‘된장이 상처에 좋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우리 의무실은 피부미용, 성형 시술을 할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형 전문의들에 따르면 보톡스, 필러, 리프팅 등의 주요 성형 시술은 작은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주사제, 알코올 솜, 주사기, 엠라5%크림 정도만 있으면 어디서든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B성형외과 전문의는 “간호사 없이 의사 혼자서도 가능하다. 설비는 별로 필요치 않다”며 “다만 병원 외에 장소에서 시술하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는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서는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고산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선택한 약제”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된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비아그라 등이 혈관 확장 효과가 있어 산악 현장에서 일부 이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학과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고산병을 악화시킨다는 연구도 있고, 가격도 고산병 표준 예방·치료제인 아세타졸아마이드보다 70배 이상 비싸다”고 밝혔다.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 주사제를 청와대 근무자 건강관리를 위해 구입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전문의들은 “이 주사제들은 건강보다는 피부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제2의 프로포폴은 의견 엇갈려 청와대는 이날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와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에 대해 “응급상황으로 기도 삽입 시 고통을 줄이는 응급약품으로 호흡 억제, 뇌압 안정성 면에서 우수해서 구매했다” “피부미용 시술용이 아니라 경호실 직원, 경찰의 외상 처치 시 통증 감소용”이라고 각각 설명했다. 취재팀이 국내 대형병원에 의뢰해 이 같은 해명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가 밝힌 각 의약품의 효과는 사실이며, 사용방식도 일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미용성형에 많이 쓰이는 프로포폴이 향정신성 의약품인 탓에 최근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가 그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도 ‘맞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프로포폴은 혈압 강하 등의 부작용으로 심하면 사망하는 의료사고도 발생할 수 있지만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한 번에 약 5mL씩 처방하는데 청와대는 300mL나 구입했다”며 의아해했다. 청와대는 또 고령층용 불면증 환자 수면제 ‘서카딘서방정’을 600개나 구입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 해외순방 시 수행원들의 시차적응용”이라고 해명했다. 보스민액, 니트로주사 등 수술 시 사용되는 혈압조절 약품을 구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혈용, 비상상황 시 혈관 확장 등 응급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의료진의 경험과 선호가 달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지만 소신대로 구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청와대 해명이 일부 맞더라도 세간의 불신이 너무 큰 만큼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더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김윤종 zozo@donga.com·장택동 기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 ‘사정라인 투 톱’ 공백이 길어지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선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곧 두 사람의 사표를 반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등도 박 대통령에게 사표 반려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도 끝내 두 사람의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사표 수리 결정을 늦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행여나 김 총장이 나가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뜻이라면 탄핵 사유가 또 하나 추가된다”고 경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최 수석의 사퇴 의지가 강해 청와대가 고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수석으로선 후배 검사들이 수사한 것을 부정할 수도 없어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특검과 탄핵을 앞둔 상황에서 최 수석은 교체할 수 없고, 김 장관의 사의 수용은 검토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 마련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2일이나 9일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음 주초까지 초안을 마련해 최종안 조율에 들어간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도하는 ‘탄핵 찬성’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도 4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우경임·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