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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아열대성 맹독 문어인 ‘파란고리문어’에 물린 환자가 처음 나왔다. 이 문어는 복어처럼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한 독을 지니고 있어 여름 휴가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 따르면 김모 씨(38)는 10일 제주 북서부 협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파란고리문어에 물려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고둥, 게 등을 잡는 갯벌 체험 행사 중 이 문어를 발견하고 손에 올려놓고 구경하다 셋째 손가락을 물렸다. 김 씨는 119에 신고해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열흘 가까이 손뼈가 시리는 고통과 어지럼이 이어지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 문의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종빈 박사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파란고리문어의 독은 복어보다 무려 1000배나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불과 1mg가량의 독으로도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이빨 외에도 몸 표면의 점액 등에 독이 묻어 있어 발견 시 절대 맨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국내에서 아열대성 맹독 문어인 ‘파란고리문어’에 물린 환자가 처음 나왔다. 이 문어는 복어처럼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한 독을 지니고 있어 여름 휴가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 따르면 김모 씨(38)는 10일 제주 북서부 협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파란고리문어에 물려 치료를 받았다. 김 씨는 고동, 게 등을 잡는 갯벌 체험 행사 중 이 문어를 발견하고 손에 올려놓고 구경하다 셋째 손가락을 물렸다. 김 씨는 119에 신고해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열흘 가까이 손뼈가 시리는 고통과 어지러움이 이어지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 문의했다. 김 씨는 조사에서 “색깔이 화려하고 처음 보는 문어라 신기해 구경하다 갑자기 물렸다. 피가 조금 났고 벌에 쏘인 듯 욱신거렸으며 손가락이 마비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김 씨는 독극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 상태가 좋아졌다. 파란고리문어는 호주, 일본 등 남태평양해역에 주로 서식하는 열대생물로 크기가 10cm 정도로 매우 작다. 국내에서는 2012년부터 제주 연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종빈 박사는 “학계 보고에 따르면 파란고리문어의 독은 복어보다 무려 1000배나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불과 1mg 가량의 독으로도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이빨 외에도 몸 표면의 점액 등에 독이 묻어 있어 발견 시 절대 맨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다음 달부터 부산에서 대중교통 환승 때 내야 했던 추가 요금이 폐지된다. 그동안 부산시민들은 시내버스(1200원)를 먼저 타고 도시철도나 마을버스로 갈아탈 때 환승요금 200원을 추가로 부담했다. 하지만 7월부터는 1200원만 내면 된다. 마을버스(1010원)를 탄 뒤 시내버스나 도시철도로 갈아탈 때도 환승요금 200원과 차액 190원을 더해 1400원을 냈지만 이제 차액만 계산해 1200원을 내면 된다. 부산시는 환승요금을 없애면 연간 120억∼130억 원가량의 수입이 감소해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환승요금 무료화로 현재 42.4%인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1%포인트만 올라가면 연간 400억 원가량의 추가 수입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는 운송 원가 절감을 통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일부 적자분은 추경예산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당장 재정 부담이 있지만 무료환승제 전면 시행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활성화된다면 교통혼잡 비용과 환경오염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2018년까지 53%, 2020년까지 6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노인은 구부정한 자세로 빛바랜 훈장을 어루만졌다. 말을 더듬었고 귀도 안 들리는지 번번이 질문을 되물었다. 하지만 기억은 놀라울 만큼 생생했다. “1950년 8월 16일이었지. 그때 대구 계성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어. 자고 있는데 누가 깨우더니 갑자기 군대를 가라더군. 키가 작아서 소총을 어깨에 멨더니 개머리판이 땅에 닿을 정도였어….” 6·25전쟁 발발 65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부산 수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박태환 씨(84)를 만났다. 박 씨는 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지원했다. 형식적으론 지원이었지만 사실상 징집이었다. 그런데 국군이 아닌 미군 3사단에 배치됐다. “그때 듣기로는 맥아더 장군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해서 나처럼 여러 명이 미군에 배치됐다고 하더라고.” 박 씨는 일본에 있던 미군 훈련장에서 한 달간 사격 훈련을 받은 뒤 전장에 투입됐다. 첫 전투가 1950년 10월 2일 개시된 원산상륙작전이었다. 원산 상륙에 성공한 뒤 미군 3사단은 함흥과 철원 등에서 벌어진 여러 전투에 투입됐다. 철원 김화지구 전투에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그는 “적진을 향해 진격하다가 앞장섰던 소대가 전멸하는 걸 봤다”고 했다. 전쟁이 끝나고 1954년 3월 미군은 박 씨의 공로를 인정해 미국 동성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제대했다. 비록 국군이 아닌 미군 군복을 입고 전장에 나섰지만 박 씨는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켰다는 자부심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국가유공자 지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그의 자부심은 산산조각이 났다. 박 씨가 처음 국가보훈처의 문을 두드린 것은 1987년. 훈장과 복무사실기록 등을 근거로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거절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 정부로부터 무공훈장을 받은 경우는 국가유공자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부터 무공훈장 또는 보국훈장을 수여 받아야 국가유공자 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씨는 지금까지 거의 매년 보훈처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해마다 똑같은 답변만 듣고 있다. 청와대에 탄원서를 보내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5월 미국 정부로부터 당시 훈장을 수여했다는 증서까지 받았는데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6월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 잠을 설친다. 박 씨는 “다른 유공자들처럼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미군에 배치됐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강에 뛰어들어야 국가가 내 심정을 알아줄까 수백 번 고민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음 달 중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억울함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박 씨는 “미군이 내게 왜 훈장을 줬는지 그 이유를 우리 정부에 설명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울먹거렸다. 박 씨는 부인(80)과 함께 30m²도 안 되는 월세 15만 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낮에는 부부가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닌다. 아들들은 사업 실패 등의 이유로 20년 전부터 소식이 끊겼다. 출가한 딸에게 경제력이 있다는 이유로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했다. 정부 지원은 노인연금 등 월 30만 원이 전부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기차를 이용해 양산에 갈 경우 울산역에서 내린 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좋다. 고속철도(KTX)로 서울역에서 울산역까지 2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울산역에서는 코레일네트웍스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울산역에서 통도사까지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부산 구포역에 내릴 경우 도시철도를 이용해 양산으로 갈 수 있다. 덕천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양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오가는 버스도 있다. 3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양산 통도사 나들목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 통도사 나들목에서 사찰까지는 10분이면 간다. 내원사와 홍룡사는 국도 35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양산에는 맛집이 많다. 통도사 앞 경기식당은 유명한 산채 전문점이다. 영축산에서 자생하는 고사리 등 7가지 산나물을 비빔밥 재료로 사용한다. 우거짓국도 담백하다. 양산시 동면 호포로 67번길 일원에 조성된 ‘매운탕 거리’도 유명하다. 1급수에서만 사는 빠가사리(동자개) 매운탕과 참게탕이 일품이다. 잡내가 없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이 거리에선 낙동강의 운치와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여름철 양산에 가면 원동 매실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온화한 기후와 충분한 일조량 덕분에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량종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향이 진하고 과육이 단단하다. 장아찌나 식초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양산에 가면 원동 매실로 만든 음료와 막걸리, 장아찌를 맛본 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통도사 근처에서 묵으려면 통도환타지아콘도 통도자연관광호텔 통도신라호텔 등을 이용하면 된다. 내원사 근처에는 힐튼파크, 양산 웅상 근처엔 대운산자연휴양림이 있다. 펜션은 주로 원동면 배내골 일대에 많다. 반디펜션 무지개펜션 등 110여 개의 깔끔한 펜션이 여름 휴가객을 맞을 채비를 마쳤다. 통도사 관광안내소(055-382-4112)에는 외국어 통역사가, 내원사 관광안내소(055-374-5211)에는 해설사가 배치돼 있다. 양산시 홈페이지나 문화관광과(055-392-3233)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결국 돈을 빌려 쓰라는 건데, 가게가 문 닫을 상황에서 어떻게 대출을 받겠습니까.” 서울 중구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2)는 19일 분통을 터뜨렸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탓이다. 메르스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최근 김 씨 가게의 매출액은 지난달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는 실정이다. 김 씨는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생색내는 것 아니냐. 차라리 저리 융자보다 세금 감면 같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메르스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관련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온도’는 싸늘하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 A 씨는 “긴급 금융 지원을 한다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상과 선정 방법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최저 1.9%, 중소기업청 2.6%, 새마을금고 4.15%(1355개 금고 평균), 관광진흥개발기금 1.5% 등 지원 주체에 따라 금리도 제각각이다. 상인들도 헷갈릴 정도다. 그나마 서울 대형 시장은 사정이 낫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 상인들에겐 이런 정책마저 먼 나라 이야기다. 메르스 환자가 잠복기 때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한 식당은 매출이 평소의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식당 주인은 “도움이 절실한 건 맞는데 무엇을 어떻게 도와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관광업계는 메르스 충격의 피해가 가장 크다. 이달 17일까지 해외 337개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오려던 12만1524명이 일정을 취소하면서 약 2146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들은 시름이 깊다. 수학여행과 단체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광주의 한 여행사 대표 B 씨는 “오늘 마지막 남은 예약마저 취소되면서 이제 남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는 수학여행은 취소돼도 단체 여행은 일부 남았는데 올해는 말 그대로 ‘전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에 대한 불신은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B 씨는 “정부가 메르스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국민이 안심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미 다 망하고 나서 대출해 준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 C 씨는 “관광진흥개발기금과 같은 여행사들에 대한 융자 프로그램을 거치 기간을 연장하거나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찔끔 지원’ 같은 대책보다 메르스에 대한 오해와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메르스 확산 차단에 역량 집중’(75.4%)을 꼽았다. 이어 ‘메르스 관련 괴담 차단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국민 불안감 해소’(66%)를 요구했다. 이번 조사는 9∼13일 전국 2000여 개 중소기업·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송귀동 부산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상인회장은 “우리 지역이 메르스 전염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는 게 가장 절실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한우신 / 부산=강성명 기자}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1만1000명(해제된 4000여 명 포함)을 넘어서면서 이들에게 지원되는 긴급 생계비를 둘러싸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긴급 생계비를 받으려고 허위로 의심 증세를 신고하는가 하면 반대로 재산 노출을 우려해 지원을 거부하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생계비 때문에 막무가내 ‘격리 요구’ 18일 충북의 한 보건소에 따르면 A 씨는 9일 “기침이 심하게 나고 가래까지 끓는다. 메르스에 걸린 것 같다”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두 번에 걸친 검체 검사 결과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 11일 보건소가 결과를 통보하자 A 씨는 도리어 화를 냈다. 그는 “내가 병원 직원이라 잘 아는데 분명 검사가 잘못됐다”며 “이틀간 병가를 내 손해가 크다. 긴급 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격리 대상자에 넣어 달라”며 억지를 부렸다. 보건소 측이 관련 규정을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그는 “함께 사는 아내라도 먼저 격리 대상자로 지정해 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A 씨가 생떼를 쓴 시점은 정부가 긴급 생계비 지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 10일 정부는 메르스로 입원하거나 자택 및 시설에 격리된 사람이 신청할 경우 1인 가구 40만9000원, 2인 가구 69만6500원, 3인 가구 90만1100원, 4인 가구 110만5600원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1일에는 B 씨가 이 보건소를 찾아와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에서 90번 환자 옆에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격리 대상자로 넣어 달라”고 요구하며 “그런데 긴급 생계비를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90번 환자가 을지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던 8일 병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B 씨는 병원에 없었다.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생계비 지원 소식이 알려진 후 의심 증상이 있다는 신고가 부쩍 늘었다”며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전화로 통보하면 기뻐해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욕설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아마 생계비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재산 드러날까 ‘지원 거절’ 자가 격리 대상자이면서 긴급 생계비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전남지역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지자체의 지원을 거부한 사람이 18일 현재 7명에 이른다. 전남도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거나 생계비 지원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재산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긴급 생계비가 절실한 사람들이 규정에 가로막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확인됐다. 전남 보성군의 A 씨(64) 가족 7명은 10일부터 자가 격리 중이다. 정부의 규정대로면 A 씨 가족에게는 171만9000원(1개월 기준)이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이 가족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의료·교육비를 지원받는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이미 긴급 생계비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자가 격리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A 씨의 자녀 5명은 모두 학생이다. 가장인 A 씨가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성군은 2주간 수입이 막힌 A 씨 가족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별도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성군 측은 “후원을 받게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고 했다. 전남도는 지금까지 자가 격리자 168명에게 긴급 생계비 5100만 원을 지원했지만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10명은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7일까지 3900여 명에게 약 25억 원의 긴급 생계비가 지급됐다. 각 지자체가 관할 보건소로부터 격리 대상자 명단을 받아 당사자에게 연락한 뒤 곧장 은행 계좌로 지급하고 있다.강성명 smkang@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기원에서 불법 도박을 하던 장모 씨(49)가 경찰에 붙잡혔다. 장 씨는 신원조회를 요구하는 경찰에게 “주민등록증을 갖고 오지 않았다”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다. 경찰은 범죄가 경미하다는 판단에 즉결 심판 동의서에 김 씨 서명을 받고 풀어줬다. 며칠 뒤 부산 동부경찰서에 전화가 걸려왔다. 김모 씨(51)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내게 즉결심판 서류를 보냈느냐”고 따졌다. 경찰은 그제서야 장 씨가 김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장 씨는 15일 경찰에 붙잡혔지만 그때에도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하다 경찰의 지문 확인 결과 덜미가 잡혔다. 그는 명의 도용 및 마약 투약 혐의로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1986년 길에서 김 씨의 주민등록증을 주웠는데 주민번호를 외웠고, 여러 번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조사결과 장 씨는 1987년 마약 투약 혐의로 붙잡히자 김 씨로 신분을 속여 징역까지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소 후 마약 절도 폭력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만 하면 김 씨의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번도 신분이 탄로 난 적은 없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김 씨에게 돌아갔다. 김 씨는 경찰에서 “1986년 집에 도둑이 들어 신분증이 사라진 뒤 입사 면접만 보면 고배를 마시고 불심 검문에서 빈집털이범으로 경찰에 연행되는 등 수차례 피해를 봤다”며 “2000년에는 마약, 절도, 폭력죄로 전과자가 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법원에 진정을 넣어 전과를 삭제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피해가 계속됐다”고 밝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17일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서명을 도용한 혐의(공문서 부정행사·사서명 위조 및 동행사)로 장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6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의 한 공장. 약 10m² 넓이의 작업장에서 커다란 기계 두 대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한 대는 합성섬유를 가공해 납작한 마스크 몸체를, 다른 한 대는 귀에 거는 흰색 고무줄을 만드는 기계다. 흰색 위생복과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한 10명의 직원은 두 대의 기계가 쏟아내는 부품을 모아 황사 예방용 마스크를 만들어냈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이달 5일부터 24시간 가동에 들어간 마스크 제조업체인 ㈜엠씨 공장의 풍경이다. 직원들은 열흘 넘게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상태. 직원 20명이 2, 3교대를 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최근 아르바이트생 5명을 고용했다. 메르스 사태로 주문량이 10배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설립된 엠씨는 원래 산업용 필터를 만들었지만 올해부터 신규 사업으로 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정연규 대표(38)는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2000개 정도 생산했는데 주문이 일정하지 않아 쉬는 날도 많았다”며 “그러나 요즘은 하루 2만여 개를 만드는데도 주문이 쏟아져 벌써 2개월이나 밀린 상태”라고 했다.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지만 정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메르스로 일감이 늘었지만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있어 기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의 특성상 무엇보다 위생이 중요하다”며 “매일 아침 직원들의 체온을 재고 조금이라도 몸이 아픈 직원은 바로 병원을 찾게 한다”고 덧붙였다. 급기야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이 비상근무에 들어가자 그는 조금이나마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방역과 역학조사에 나서는 공무원들의 마스크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12일 금정구에 마스크 800개를 기증했다. 이어 14일 첫 환자(81번)가 숨지고 부산의 두 번째 환자(143번)까지 발생하자 15일 부산시에 추가로 마스크 3200개를 전달했다. 비용은 엠씨와 마스크 판매업체인 팜피앤피㈜가 절반씩 부담했다. 정 대표는 “매일 생산되는 마스크를 보면서 메르스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할 시기인 만큼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엠씨뿐 아니라 유한킴벌리와 3M 등 대형 마스크 제조업체들도 메르스 여파로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생산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원래 이 업체들은 공장을 하루에 8∼10시간 가동했다. 최근 매출도 메르스 발생 이전의 2,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유한킴벌리 측은 “봄철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수요가 늘어 마스크 물량을 충분히 준비해놓았지만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워낙 커 공장을 풀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자 최근엔 수입 물량도 늘리고 있다. 국내 생산만 고수하던 유한킴벌리는 최근 미국 업체로부터 의료용 마스크를 긴급 조달했다. 3M 역시 수입량을 늘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기준만 충족한다면 수입 제품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인증해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준을 통과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제품 인증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마스크가 일회용이기 때문에 재고 소진율이 높아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3M 관계자는 “국내 생산량을 급히 늘렸고 수입 물량 유통에 대한 준비도 어느 정도 끝나 이번 주부터는 시중에 어느 정도 물건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양산=강성명 smkang@donga.com / 김성모 기자}
메르스 3차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슈퍼 전파자의 행적을 밝혀내기 위해 보건당국이 전방위 추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해야만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적 과정에는 보건당국과 경찰은 물론이고 금융기관과 이동통신사까지 참여하고 있다. ○ CCTV, 블랙박스까지 분석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5팀은 14일 오후부터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이곳은 13일 141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42)의 자택. 경찰이 CCTV에서 찾는 것은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강남세브란스병원까지 타고 온 택시다. A 씨는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라”는 보건소의 지침을 무시한 채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이다. 그는 ‘선별진료실’에 격리돼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도중에도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난동을 피우고 탈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A 씨가 탄 택시를 몰았던 운전사의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CCTV 분석을 통해 택시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와 인근 주민의 차량 블랙박스까지 살폈지만 아직 택시번호를 확인하지 못했다. 택시비도 현금으로 지불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택시 운전사에게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어 신원이 확보되는 대로 격리조치시킬 예정”이라며 “만약 택시 운전사가 메르스 증상이 있으면 A 씨 이후에 택시를 탄 손님들도 격리조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격리조치 대상자 수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잠재적 슈퍼 전파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부산 143번 환자(31)의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확인하는 데도 경찰이 투입됐다. 부산지방경찰청은 15일 143번 환자가 다녀간 수영구의 좋은강안병원 등 병원 4곳과 식당 등의 CCTV 분석을 위해 지방청 과학수사계와 경찰서 직원 5명을 메르스대책본부에 파견했다. 대책본부에는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협업해 143번 환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143번 환자의 접촉자를 빨리 확인하는 게 목적이어서 범죄 수사 때 CCTV 분석 경험이 많은 직원을 선발해 파견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거래명세도 확인 자체 역학조사반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는 확진환자의 신용카드 결제 명세까지 살펴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역학조사가 의료기관 방문 위주로 이뤄져 버스,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모두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37번 환자(55)가 5일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실도 바로 신용카드 결제 명세 확인을 통해 14일 파악됐다. 137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이송요원으로 역시 잠재적 슈퍼 전파자로 지목됐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중앙역학조사반 조사와는 별도로 역학조사를 1번 더 하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과정이 복잡해 1팀당 ‘하루 1건’을 조사하는 것이 한계다”라고 설명했다. 동선 파악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정부는 ‘위치추적팀’을 신설해 통신사가 제공하는 위치추적 정보까지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했다. 역학조사반원들은 이 시스템으로 확진환자가 다녀간 장소로 출동한 뒤 CCTV를 확보해 분석하거나 탐문조사를 벌인다. 필요할 경우 가족이나 직장동료들의 진술까지 확보하는 등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김재형 monami@donga.com / 부산=강성명 / 이철호 기자}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진 부산에서 15일 처음으로 휴업이 실시됐다. 부산은 전날 슈퍼 전파자 가능성이 제기된 143번 환자(31)가 발생한 데 이어 첫 확진환자(81번·61)가 숨지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휴업하는 학교의 규모는 크게 감소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15일부터 유치원 29곳, 초등학교 11곳, 중학교 5곳 등 45곳이 사흘 이상의 휴업에 들어갔다. 대부분 학교가 143번 환자가 거쳐 간 병원 4곳이 있는 수영구에 집중됐고, 인접한 남구와 해운대구의 일부 학교도 포함됐다. 시 교육청은 “현재 학생 중 자가 격리 대상자는 6명, 교사는 2명”이라고 밝혔다. 휴업 학교 중에는 전날 긴급하게 휴업을 결정한 곳이 많았다. 수영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143번 환자가 입원했던 좋은강안병원 등 4곳의 병원을 다녀간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에 많은 편이어서 상당수 학부모가 휴업에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휴업을 결정한 광안초 허동길 교장은 “학내에도 격리 대상자가 3명이나 되는 상황이라 일단 5일간의 휴업에 대부분의 구성원이 동의했다”며 “어린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외부에서 느끼는 것보다 메르스에 대한 학교의 두려움은 훨씬 큰 상태”라고 전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주 후반 3000곳에 육박했던 휴업 학교가 이날 475곳으로 급감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내려졌던 일괄휴업령이 12일을 끝으로 해제되면서 15일 대부분 학교가 수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휴업 학교가 가장 많았던 경기도도 전체 학교의 5.4%인 244곳을 제외하고 모두 휴업을 종료했다. 일괄휴업이 끝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 가운데 15일 자율적으로 휴업을 연장한 곳은 없었다. 가장 먼저 휴업에 돌입했던 강남구 대치초는 이날 오전 학교보안관과 학부모 두 명이 교문에서 학생들에게 모두 마스크를 쓰라고 지시했다. 건물 현관에서는 교사들이 전자식 체온계로 일일이 발열검사를 했다. 대치초에서 800m 정도 떨어진 대곡초 교문에서도 마스크 착용과 발염 검사가 이뤄졌다. 자녀를 바래다 준 부모들은 “쉬는 시간마다 세정제로 손을 닦으라”고 신신당부하며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가도 한동안 교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반면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112곳이 자율적으로 휴업을 연장했다. 학생 1명과 교사 1명이 자가 격리 중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는 19일까지 휴업한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이은택·임현석 기자}
S&T모티브가 노사 합의를 통해 통상임금 소송을 마무리했다. 노사가 먼저 합의안을 만들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소송이 종결된 건 처음이다. S&T모티브는 최근 부산지법 제9민사부의 조정 결정으로 3년여 끌어 온 통상임금 소송을 종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노사는 각각 선임한 변호사들이 1차 합의안을 만들고, 노사가 다시 이를 조정한 뒤 최종 합의안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사측은 소송제기 이전 3년간 임금에 대해 700%인 정기상여금 가운데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소급 지급하기로 했다. 합의 종결에 대한 격려금도 5억 원을 내놓기로 했다. 또 소송 제기 이후 최근까지 2년간 임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이 늘어난 만큼 법정수당 상승분을 소급해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노조는 주휴수당 등 일부 항목을 통상임금에서 빼고, 소급 임금의 이자를 포기하기로 해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통상임금이란 보너스 등 비통상적 임금을 뺀 기본 급여를 말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마다 임금의 구성이나 상여금 지급관행이 달라 하급심에서는 엇갈린 판결이 잇따랐다. 회사마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 관련 소송만 2500여 건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모티브 측은 “통상임금 문제를 노사 자율로 해결했다”며 “향후 노사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인 새 임금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모티브는 부산지역 최대 자동차 부품 회사로 지난해 1조 993억 원의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을 올렸다.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부산의 첫 메르스 확진환자인 박모 씨(61·81번 환자)가 14일 오후 폐렴 증세가 악화돼 숨졌다. 전국적으로 15번째 메르스 사망자다. 마른 체형의 박 씨는 평소 간수치가 약간 높았을 뿐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지난달 26∼28일 삼성서울병원에 폐암으로 입원 중인 매형 이모 씨(66)를 병문안했을 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는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시기다. 당시 함께 병원에 머물렀던 박 씨의 조카(36·55번 환자·이 씨 아들)도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박 씨의 누나(65·139번 환자·이 씨 부인)도 14일 메르스 감염이 최종 확인됐다. 이 씨는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을 퇴원해 경기 부천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가족들은 사흘간 이 씨의 장례를 함께 치른 뒤 헤어졌다. 박 씨는 1일부터 한기를 느꼈으나 자신이 메르스 환자 접촉자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고 결국 부산에서 조카의 확진 판정을 전해 들은 뒤 9일에야 메르스 감염이 확인됐다. 이 씨의 아들과 부인은 모두 국가지정 격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의 둘째 아들(35)은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에 다시 한 번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한 ‘잠재적 슈퍼 전파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3, 14일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 이송요원으로 활동 중인 137번 환자(55)와 이 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37)가 포함돼 있다. 두 환자는 모두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71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격리 없이 계속 활동해 왔던 것으로 전해져 보건당국은 대규모 추가 감염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던 시기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 뒤인 12일까지 대규모 추가 감염만 없으면 고비를 넘기는 상황으로 봤지만 이제는 이달 말까지는 긴장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삼성병원서 다시 대규모 감염 발생하나?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137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137번 환자는 2일부터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세를 보였고, 10일까지 계속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접촉한 사람은 약 430명에 이른다. 응급실을 중심으로 한 병원 내부, 응급차량 내부, 응급 이송을 위해 방문했던 장소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며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 이송 대상자들 중 많은 수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감염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증세가 발현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9일간 격리되지 않은 건 3차 대규모 확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라며 “지금부터 3차 확산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로는 35번 환자(38)에 이어 두 번째로 메르스에 감염된 138번 환자 역시 10일까지 격리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8번 환자도 지난달 27∼29일 직접 14번 환자를 진료하지는 않았지만 이 환자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38번 환자는 10일 오후까지는 메르스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감염 상태에서 환자나 의료진과 접촉했고, 병원 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점에서 138번 환자로 인한 추가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부산, 3번째 메르스 진원지 될 수 있어 부산에서 확인된 두 번째 메르스 감염자인 143번 환자(31)는 경기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국내 ‘3번째 메르스 진원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143번 환자는 대전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를 발생시킨 16번 환자(40)가 대청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인 지난달 25∼30일에 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3번 환자는 대청병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한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2일부터 12일 격리되기 전까지 부산 수영구의 병원 4곳을 방문했지만 의심환자로 진단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143번 환자는 75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은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35)에 대해서도 방역망을 벗어난 상태에서 메르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119번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 환자(54)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두 환자 간 병원을 찾은 시간에 차이가 있는 등 명확한 감염경로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 24∼26일까지는 지켜봐야 방역망에서 숨겨져 있거나, 정확한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메르스 환자들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과 4차 감염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격리됐어야 할 대상자들이 늦게 파악됐고 이 중 상당수는 증세가 발현되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137번, 138번, 143번 환자가 격리된 시점으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가 되는 24∼26일 전후로 환자 수가 얼마나 발생하느냐가 메르스 사태 진정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김수연 / 부산=강성명 기자}
“할머니 요새 몸은 좀 어떠세요? 주신 돈 잘 처리 됐습니다.” 1992년 경남 남해의 한 신협 지점. 직원 A 씨(49·여)가 예금을 맡긴 고객에게 통장을 건네며 활짝 웃었다. A 씨는 은행 안팎에서 친절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통했다. 작은 시골 마을인데다 고객 대부분이 조합원이어서 직원과 고객 사이는 이웃처럼 끈끈했다. A 씨는 그런 ‘인기’ 덕분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이 곳에서 지점장을 했다. 평온하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힌 건 지난해 4월 A 씨가 본사로 옮겨가면서다. 후임 지점장이 고객 통장 계좌와 전산원장을 대조하던 중 금액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 금액 규모는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는 곧바로 본사에 통보했고, 감사팀은 자체 조사 후에 올해 3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주로 돈이 입금된 것처럼 통장을 꾸미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새 통장을 발급할 때를 노렸다.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이미 동일 금액이 예탁돼 있는 다른 사람 통장의 금액면을 복사한 속지를 붙였다. 고객이 맡긴 돈은 고스란히 빼돌렸다. 경찰은 “A 씨가 조합원 155명의 돈을 횡령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105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내 ‘돌려막기’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협 측의 실제 손실액은 27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고발되기 직전 재산 일부를 처분해 6억 원을 변제했다. 경남 남해경찰서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횡령) 혐의로 A 씨를 구속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1991년 남동생이 교통사고가 나서 거액의 합의금이 필요해 그때부터 횡령을 시작했다”며 “기간이 워낙 오래돼 (횡령) 금액이 이토록 커진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역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60대 환자가 14일 오후 숨졌다. 이로서 메르스 관련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6일부터 부산의료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던 81번 환자 박모 씨(60)가 14일 오후 2시 13분 사망했다. 부산시 대책본부 측은 “시립의료원과 부산대학병원 등의 호흡기·감염내과 팀이 협진을 했지만 폐렴이 악화돼 숨졌다”고 밝혔다. 박 씨는 12일부터 혼수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희망버스’ 행사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시인 송경동 씨(48)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구남수)는 11일 송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차 희망버스 시위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행위(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와 교통방해행위(일반교통방해), 영도조선소 침입(공동주거침입) 등을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또 3·4·5차 희망버스와 관련한 혐의는 집회와 시위의 주최자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도 수용했다.재판부는 그러나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양형이 지나치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송 씨는 2011년 5월 인터넷 카페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을 점거해 농성하던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에 모이자며 ‘희망버스’ 행사를 제안했고 같은 해 6월부터 10월까지 모두 5차례 집회와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송 씨는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도로를 무단 점거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이문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사전 신고 경로를 벗어나 도로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송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해 5월 17일 저녁 전교조,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대응 원탁회의’가 주최한 집회 도중 참가자 1000여 명과 함께 경찰에 신고한 행진 경로를 벗어나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약 20여 분간 서울 계동 현대건설 앞 전차로를 점거했다. 또 같은 해 6월 28일 퇴근시간인 오후 6시 무렵 약 50분간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 3000명과 함께 신고 경로를 벗어나 종로타워~광화문 8개 전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송 씨는 2013~2015년 같은 혐의로 3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부산시가 출자한 아시아드컨트리클럽(CC)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0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부산 기장군 일광면 아시아드CC와 골프장 코스 관리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부산시의회 공기업 특별위원회(특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시의회 공기업 특위는 “아시아드CC가 2012∼2014년 골프장 내 수목 이식 공사와 코스 그늘집 보수, 조경 개선 등 모두 1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개입찰을 피하기 위해 수의 계약 상한액인 2000만 원 이내로 공사를 분할 발주했다”고 주장했다. 특정 업체를 위해 이른바 ‘쪼개기 발주’를 했다는 것. 특위는 코스관리 업체 선정 당시 심사위원 6명 중 5명을 아시아드CC 임직원이 맡은 점도 특혜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특위 소속인 최준식 의원(새누리당)은 “조사 결과 2007년 11월부터 특정 업체에 코스관리 공사를 맡기면서 157억 원어치의 일감을 몰아줬고, 최근 4년간 배수 공사 등을 하며 이사회의 예산집행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수의계약으로 13억2500만 원 상당의 공사를 코스관리 업체에 추가로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드CC의 자산은 1380억 원, 부채는 1269억 원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세금이 투입된 시설이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른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인제대는 12일부터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의대에 특별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이태석 신부 유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재단법인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가 보관 중이던 이 신부의 유품을 최근 인제대에 무상 대여하면서 성사됐다. 전시 유품은 이 신부가 남수단 톤즈에서 쓰던 청진기, 혈압계, 초음파 영상진단장치, 의학교과서, 의무기록지 등 10여 개. 전시가 시작되는 12일 오후 2시 인제대 의대에서는 ‘의사의 삶과 사회: 이타성과 책무성’을 주제로 제5회 이태석 기념 심포지엄도 열린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 대학 3회 졸업생이다. 영화 ‘울지 마 톤즈’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는 2001년 남수단 톤즈 마을에 정착했다. 현지의 유일한 의사로 아픈 주민들을 돌봤고 선교 활동도 했다. 휴가차 2008년 한국에 들렀다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으며 2010년 세상을 떠났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50일 넘게 부산시청 광장 앞 광고탑에 올라가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 2명을 응원하는 희망버스 행사가 진행됐다. 생탁·택시 고공농성 부산대책위와 장그래살리기 운동본부는 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희망버스 행사를 열었다. 부산합동양조 노조원 송복남 씨(54)와 한남택시 노조원 심정보 씨(52)는 4월 16일부터 노동 기본권 보장과 노동자 처우 개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며 11m 높이 광고탑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 연제구 부산합동양조 연산동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부산시청까지 거리 행진을 펼쳤다. 이어 오후 11시까지 시청 앞 광장에서 농성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7일 오전 11시까지 집회를 연 뒤 해산했다.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막걸리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 노조는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1년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사측이 새 노조와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기존 노조와 교섭은 외면한 채 파업 노조원에게 현장 복귀를 명령한 상태다. 사측 편향의 노조에 반기를 들고 설립한 한남택시 노조도 1년 넘게 회사 밖에서 투쟁하고 있다. 두 노조 모두 ‘복수노조인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관계 법령에 따라 조합원이 많은 노조에 밀려 교섭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