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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세계랭킹 공동 24위)이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9일 중국 장먼에서 열린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카타르(33위)에 풀세트 접전 끝에 3-2(25-18, 28-26, 22-25, 20-25, 15-13)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조별 리그에서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한국은 조 2위로 준결승 토너먼트에 올랐다. 조 1위는 카타르(승점 7)다. 호주(공동 15위)를 3-0으로 대파한 카타르는 이번 대회 최대 복병으로 꼽혔다. 앞서 호주에 2-3으로 아쉽게 진 한국은 준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선 이날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한국은 앞선 두 세트를 따내고도 4세트까지 승부를 마무리하지 못하며 코너에 몰렸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상대에 리드를 내줬던 한국은 11-11 상황에서 상대의 네트터치 범실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14-13에서 상대의 서브 범실이 나오면서 경기가 끝났다. 라이트 박철우(35·삼성화재)가 양 팀에서 가장 많은 20득점, 레프트 전광인(29·현대캐피탈)이 16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서브 에이스도 7개로 카타르(6점)보다 많았다. 임도헌 감독은 “상대의 높이와 강한 서브 때문에 세트 플레이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컨디션을 관리해서 (남은 경기)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신영석(34·현대캐피탈)은 “속으로 ‘할 수 있다’만 외치며 경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 대표팀(공동 8위)은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 B조 카자흐스탄(23위)과의 경기에서 3-0(25-20, 25-16, 25-21)으로 승리하며 3전 전승 조 1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남녀 대회 모두 준결승은 11일, 결승은 12일에 열린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KBO리그 NC 출신 외야수 에릭 테임즈(34·사진)가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워싱턴의 유니폼을 입는다. MLB.com은 7일 테임즈가 1+1년 최대 700만 달러(약 81억6200만 원)에 워싱턴과 계약했다고 밝혔다.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테임즈는 올해 300만 달러를 받는다. 내년에도 계약을 연장하면 400만 달러를 받는다. 워싱턴이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 바이아웃으로 100만 달러를 받는다. 올해 최소 400만 달러를 확보한 셈이다. 2014년부터 3년간 NC에서 뛰며 타율 0.349에 124홈런으로 활약한 테임즈는 2017년 밀워키와 계약해 지난해까지 뛰었다. 작년에는 149경기에 나서 타율 0.247, 25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테임즈는 재계약이 유력한 라이언 지머먼 등과 1루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테임즈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3년간 밀워키에서 뛰면서 느낀 즐거움을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고별인사를 전했다. 한편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야수 아키야마 쇼고(32)는 신시내티와 3년 2100만 달러(약 245억 원)에 최종 사인했다. 아키야마가 신시내티와 계약하면서 일본은 MLB 전체 30개 구단에서 모두 빅리거를 배출하게 됐다. 한국은 아직 디트로이트, 캔자스시티, 시카고 화이트삭스, 휴스턴,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없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아이언맨’ 윤성빈(26·강원도청)이 시즌 첫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은 5일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에서 1, 2차 합계 1분52초9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의 알렉산더 가스너(31·1분53초00)를 0.05초 차로 제쳤다. 김지수가 6위(1분53초49), 정승기가 9위(1분53초80)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세 명의 한국 선수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윤성빈이 2019∼2020시즌 월드컵에서 메달을 따낸 건 이번 3차 대회가 처음이다. 앞서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는 7위, 2차 대회에서는 6위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개인 통산 10번째 월드컵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은 “시즌 초반 떨어졌던 경기력이 올라와 기쁘다”고 했다. 세계랭킹 4위 윤성빈은 남은 대회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4차 대회는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다. 7차 대회가 열리는 스위스 생모리츠는 윤성빈이 역대 월드컵 금메달 3개를 따낸 곳으로 기대를 모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태국도 우리를, 우리도 태국을 잘 아는 만큼 쉽지 않은 경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장점인 공격력과 높이를 살린다면 승리할 수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공동 8위) 주장 김연경(32·터키 에즈자즈바시으)이 태국(14위)과의 일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대표팀은 7일부터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 장 남은 올림픽 티켓 획득에 도전한다. 도쿄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앞서 중국(1위)이 대륙간예선에서, 일본(7위)이 개최국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해 결승 상대는 이변이 없는 한 태국이다. 이기지 못하면 올림픽은 없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대표팀은 태국에 4연패를 당한 바 있다. 게다가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위해 태국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태국은 안방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이번 대회 유치부터 신경을 썼다. 또한 매년 10월쯤 시작했던 자국 리그를 아예 예선 이후로 미뤘다. 일본에서 장기간 전지훈련을 하며 현지 프로팀과 연습경기도 가졌다. 주요 선수로는 세터 눗사라 똠캄(35), 레프트 찻추온 목스리(21) 등이 꼽힌다.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칙 플레이가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승리의 열쇠는 공격이다. 김연경은 “수비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에 득점에 집중해 준비했다. 공격, 블로킹, 서브를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배구 대표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우리의 최대 강점은 세계적인 수준의 서브다. 공격과 수비 실력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정신적으로도 파이팅이 좋아졌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도전하는 남자 대표팀(공동 24위)도 이날 출국했다. 중국 장먼에서 열리는 예선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8위)을 포함해 호주(공동 15위) 등을 넘어 이변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주전 세터 한선수(대한항공)와 5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라이트 박철우(삼성화재) 등 1985년생 베테랑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남녀 대표팀 모두 7∼9일 조별예선에 이어 11일 준결승, 12일 결승(진출 시)을 치른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야구는 변화한다. 지난 10년간 메이저리그(MLB)도 그랬다. 2020년 새해를 맞아 미국 CBS스포츠가 ‘2010년대 MLB를 정의하는 5가지 트렌드’를 선정했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수비 시프트의 확산이다. 2010시즌 전체 타석의 2.6%에만 적용됐던 수비 시프트가 2019시즌 44.6%로 급증했다. 타자의 타구 방향 통계에 따라 수비수를 배치하는 수비 시프트는 2010년대 탬파베이가 조 매든 감독(현 LA 에인절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효과를 보면서 다른 구단들로 확산됐다. 구단들의 전략 분석이 더욱 세밀해지면서 그 효과도 커지고 있다. 2018시즌 리그 전체 타율이 0.248로 1972년(0.244)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수비 시프트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최근에는 시프트를 뚫으려는 타자들과의 전략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타자들도 더 이상 당겨 치는 타구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BS스포츠는 2020년대에 더 창의적인 시프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삼진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0시즌 18.5%를 차지했던 탈삼진 비율이 2019시즌 23.0%로 늘었다. 2019시즌 9이닝당 탈삼진 8.9개의 기록은 역대 최고치다. 지난 시즌만 해도 휴스턴의 개릿 콜(현 뉴욕 양키스·326개), 저스틴 벌랜더(300개)가 3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꾸준히 늘었다. 2010시즌 시속 91.4마일(약 147km)에서 2019시즌 92.6마일(약 149km)로 빨라졌다. 눈여겨볼 것은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같은 기간 63.0%에서 58.3%로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타자를 상대할 때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가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시즌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은 0.274로 슬라이더(0.217), 커브(0.228)보다 한참 높다. 한편 최근 MLB의 큰 화두였던 경기시간 단축 노력은 오히려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이닝 기준 경기시간은 2010시즌 2시간 50분에서 2019시즌 3시간 5분으로 15분 늘었다. 투구 페이스가 21.5초에서 24.4초로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송재우 위원은 “스피드 업 차원에서 2020시즌부터 원포인트 릴리프가 금지된다. 최근 불펜을 중용하는 상황에서 (원포인트 릴리프 금지로) 감독들의 경기 운영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도루의 감소도 5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홈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상 위험성이 높은 도루 시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쥐의 해를 맞은 쥐띠 스타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202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여자배구의 1996년생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 이다영(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V리그를 대표하는 두 선수는 올림픽 첫 동반 진출의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7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의 활약이 절실하다.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5분 차이로 태어난 언니 재영과 동생 다영은 진주 선명여고 재학 시절에 2014 인천아시아경기 대표팀(우승)에 선발될 정도로 일찌감치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선택을 받았다. 레프트 이재영이 전체 1순위, 세터 이다영이 2순위였다. 두 선수의 어머니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대표팀 세터로 활약한 김경희 씨다. 프로 무대에서는 이재영이 먼저 두각을 드러냈다. 데뷔한 2014∼2015시즌부터 신인상을 거머쥔 이재영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팀(8강)에 막내로 합류했다. 이다영은 2017∼2018시즌부터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아직 올림픽에는 나간 적이 없다. 한국 배구대표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자매를 중용하고 있다. 특히 세터 이다영은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토털배구’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러시아에서 열린 대륙간예선에 이다영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는 평가다. 당시 한국은 러시아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지면서 손에 쥘 뻔한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 올림픽 출전의 마지막 기회인 아시아예선에서 이재영은 주장 김연경(32)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세터로는 키(179cm)가 큰 편인 이다영은 빠르고 정확한 볼 배분과 블로킹 가담으로 승리를 도와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결승 맞대결이 유력한 태국을 상대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자매는 “꼭 도쿄에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자매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에 더 관심을 받고 있다. 둘이 같은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이다영의 현대건설, 이재영의 흥국생명은 리그 1, 2위로 치열한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2020년은 두 쥐띠 스타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를 놀라게 한 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정정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세 이하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31일 FIFA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19년을 놀라게 한 12개 대표팀’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한국은 준우승으로 한국 남자 축구 사상 FIFA 주관 대회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FIFA는 이강인(19·발렌시아)이 대회 최우수선수상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고 함께 소개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FIFA는 베트남이 2019년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고 월드컵 예선에서 최초로 3연승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토트넘의 손흥민(28)이 지난해 12월 번리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73m 질주 골’은 2019년 위대한 골 10개 중 하나로 뽑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빨간색 롱 패딩을 건네받았다. 오른손으로는 힘차게 구세군 종을 흔들었지만 목소리는 마음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렵사리 입을 뗐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연말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나눠 주세요.” 하지만 행인들은 아랑곳없이 자선냄비 옆을 지나쳤다. 외투 주머니에 들어간 손이 좀처럼 나올 줄 몰랐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날 때쯤, 백발의 노신사가 다가와서는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냄비에 넣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함께 모금 봉사활동을 하던 최상기 씨(61)가 미소를 지었다. 4년째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오늘은 시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연말이지만 직접 거리 위에서 건네는 도움의 손길은 오히려 줄고 있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리모금액은 약 35억 원으로 전년도 39억 원에 비해 10% 넘게 줄었다. 전체 기부금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줄면서 거리모금이 줄어들었다는 해석도 있고,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케틀메이트(자선냄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케틀메이트 활동은 기본적으로 2명이 한 조를 이룬다. 명동 등 거리모금이 활발한 곳은 구세군 사관이 직접 모금 활동을 한다. 자원봉사자는 구세군의 또 다른 얼굴인 만큼 정해진 복장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은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2, 3초에 한 번씩 울리는 것을 권한다. 재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 돈의동쪽방상담소 최선관 실장은 “예전에는 마이크를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종소리도 주변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설명했다. 주변 상가 등의 민원으로 자선냄비의 위치를 바꾸는 일도 종종 있다. 이날 인사동의 자선냄비도 최근 몇 년간 두 차례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행인들이 많아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답게 수분 간격으로 도움의 손길이 보태졌다. 이날 2시간 동안 40여 명이 거리모금에 참가했다. 평일에는 점심, 주말에는 저녁 시간대의 모금이 활발한 편이다. 이날 기부자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사리손으로 정성을 보태는 어린아이,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등학생 서희원 군(12)은 “교과서에서 본 대로 동참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 70대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2시간 동안 1명뿐이었다. 자원봉사자 최 씨는 “인사동 유동인구를 생각하면 (거리모금 참가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예전에 비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 한 시간에 한두 명이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애초 24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인사동 자선냄비는 모금액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평일에는 모집인원의 절반을 채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 등에게 도움을 구한다. 인사동 자선냄비의 경우 인근 돈의동 쪽방촌 거주민들이 주로 지키고 있다. 자원봉사 희망자는 1365 자원봉사포털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근 구세군을 사칭하는 ‘가짜냄비’들도 생겨나면서 거리모금에 한층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최 씨는 “(행인들이) 가짜 아니냐고 수군거리며 지나갈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진짜 자선냄비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이 붙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식별이 가능하다. 한편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들을 위해 최근에는 교통카드를 찍거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약속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 다음 자원봉사자가 도착했다. 입고 있던 롱 패딩을 건네자 “덕분에 패딩 안이 따뜻해졌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겨울 날씨에도 마음의 온도가 올라갔다. 돌아가는 내내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구세군은 올해 전국에 355개의 자선냄비를 운영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빨간색 롱 패딩을 건네받았다. 오른손으로는 힘차게 구세군 종을 흔들었지만 목소리는 마음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렵사리 입을 뗐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연말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나눠 주세요.” 하지만 행인들은 아랑곳없이 자선냄비 옆을 지나쳤다. 외투 주머니에 들어간 손이 좀처럼 나올 줄 몰랐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날 때쯤, 백발의 노신사가 다가와서는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냄비에 넣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함께 모금 봉사활동을 하던 최상기 씨(61)가 미소를 지었다. 4년째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오늘은 시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연말이지만 직접 거리 위에서 건네는 도움의 손길은 오히려 줄고 있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리모금액은 약 35억 원으로 전년도 39억 원에 비해 10% 넘게 줄었다. 전체 기부금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줄면서 거리모금이 줄어들었다는 해석도 있고,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 실상을 확인하러 케틀메이트(자선냄비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케틀메이트 활동은 기본적으로 2명이 한 조를 이룬다. 명동 등 거리모금이 활발한 곳은 구세군 사관이 직접 모금 활동을 한다. 자원봉사자는 구세군의 또 다른 얼굴인 만큼 정해진 복장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은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2, 3초에 한 번씩 울리는 것을 권한다. 재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 돈의동쪽방상담소 최선관 실장은 “예전에는 마이크를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종소리도 주변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설명했다. 주변 상가 등의 민원으로 자선냄비의 위치를 바꾸는 일도 종종 있다. 이날 인사동의 자선냄비도 최근 몇 년간 두 차례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행인들이 많아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답게 수분 간격으로 도움의 손길이 보태졌다. 이날 2시간 동안 40여 명이 거리모금에 참가했다. 평일에는 점심, 주말에는 저녁 시간대의 모금이 활발한 편이다. 이날 기부자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사리손으로 정성을 보태는 어린아이,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등학생 서희원 군(12)은 “교과서에서 본 대로 동참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 70대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2시간 동안 1명뿐이었다. 자원봉사자 최 씨는 “인사동 유동인구를 생각하면 (거리모금 참가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예전에 비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 한 시간에 한두 명이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애초 24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인사동 자선냄비는 모금액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평일에는 모집인원의 절반을 채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 등에게 도움을 구한다. 인사동 자선냄비의 경우 인근 돈의동 쪽방촌 거주민들이 주로 지키고 있다. 자원봉사 희망자는 1365 자원봉사포털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근 구세군을 사칭하는 ‘가짜냄비’들도 생겨나면서 거리모금에 한층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최 씨는 “(행인들이) 가짜 아니냐고 수군거리며 지나갈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진짜 자선냄비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이 붙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식별이 가능하다. 한편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들을 위해 최근에는 교통카드를 찍거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약속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 다음 자원봉사자가 도착했다. 입고 있던 롱 패딩을 건네자 “덕분에 패딩 안이 따뜻해졌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겨울 날씨에도 마음의 온도가 올라갔다. 돌아가는 내내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구세군은 올해 전국에 355개의 자선냄비를 운영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경북 칠곡군 소재 자동차부품기업 화신정공은 2016년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주문량이 늘면서 생산 라인 확대가 불가피했고 직원들의 잦은 이탈도 고민거리였다. 무거운 부품을 나르면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다 2, 3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았다.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1981년 설립한 화신정공은 국산 완성차에 들어가는 정밀 가공부품 액슬 하우징, 섀시부품 크로스멤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청년 직원 사로잡은 스마트공장 화신정공이 선택한 대안은 로봇이었다. 회사의 주력 상품 라인에 6축 다관절 로봇을 2대 도입했다. 사람의 팔을 빼닮은 이 로봇은 무게 3∼5kg짜리 드라이브 기어를 들어올려 여러 차례 옮겨 싣는 역할을 했다. 공작기계에서 적재장으로, 또 배송트럭으로 쇳덩이를 실어 날랐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매일 수백 번 무거운 쇳덩이를 날라야 했던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노동생산성은 올라갔고 불량률은 낮아졌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부상 위험에서 벗어났다. 로봇 1대 도입에만 약 4000만 원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도입으로 효과를 본 화신정공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진행했다. 초정밀 자동차부품 제조 라인을 포함해 34개의 공정에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적용했다. 한층 일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화신정공은 시간당 생산량을 40% 이상 개선했고 납입기일도 100% 준수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율 0%를 기록하게 됐다. 화신정공은 현재 6축 다관절 로봇을 13대로 늘렸다. ‘2030 청년 직원’이 늘어난 것도 큰 변화다. 로봇 도입 전 2, 3명에 불과했던 20, 30대 청년 직원은 현재 20여 명까지 늘었다. 2017년에는 40세 미만 청년을 11명 채용해 경북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신정공의 김철우 전무는 “단순히 생산직이 아니라 시스템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면서 젊은 인재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이 터치식 작동장치에 더 쉽게 적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화신정공이 스마트공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지원도 한몫했다. 2015년 9월부터 MES 시스템 구축 등에 들인 8억3000만 원 중 절반에 가까운 4억 원을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사업으로 해결했다. 현재 화신정공은 화신로봇관리시스템(HRMS)이라는 자체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로봇과 부품을 관리해 고장을 예방하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완성차 업체와 미래형 차량의 부품 생산을 논의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도 찾아나가는 단계다. 장기적으로는 로봇의 부품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김 전무는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한 덕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신정공은 올해 중기부의 시범공장에도 선정돼 안전재고 유효성 검증을 통한 적정 재고 관리시스템 구축, 공정품 전수자동검사기 도입을 통한 공정 불량률 최소화 등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공장 도입을 희망하는 대구·경북지역의 기업들에 견학 기회를 제공해 운영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다. 과거 다른 공장의 문을 두드리며 벤치마킹 사례를 공부했던 경험을 잊지 않고 다른 업체에도 문을 연 것. 김 전무는 “주로 스마트공장의 구축비용, 효과, 장단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고민만 하지 말고 당장 문을 두드리면 중기부의 컨설팅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까지 전국 스마트공장 3만 개 보급 지난해 12월 정부는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주도하에 관계부처가 함께 전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2022년까지 전국에 스마트공장을 3만 개 보급하고 스마트 산업단지를 10개 조성하며 안전한 제조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 화신정공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마트공장 도입의 효과는 이미 결과로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연구 결과도 그렇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 7903개는 평균 생산성이 30%, 품질은 43.5% 높아졌다. 납기 준수율도 15.5% 올랐다. 반대로 원가는 15.9%, 산업재해율은 18.3% 낮아졌다. 생산성 향상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고용도 평균 3명 늘었다. 중기부는 올해에도 10월까지 3797개 기업을 스마트공장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올해 보급 목표(4400개)의 86.3% 규모다. 원활한 사업을 위해 정책자금 2조 원, 펀드 3000억 원도 조성했다. 단순 재정 지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기업 등 퇴직 전문인력 200명을 중소기업에 파견해 기술 및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5개 부처가 힘을 합쳐 2022년까지 10만 명을 목표로 스마트공장 전문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올 10월까지도 재직자 직무전환 1만748명, 신규 4864명 등 총 1만5612명을 전문 인력으로 키워냈다. 산업단지 근처에 스마트 랩을 구축했고 스마트공장 배움터도 구축했다. 전국에 스마트공장 거점 학교도 13곳 선정했다. 대기업,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지난해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올해는 LG전자도 추가됐다. 지난해 121억 원이었던 대기업 출연금도 올해 210억 원(잠정)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측은 “정부지원을 받아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기업들의 참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전국 19개의 테크노파크(TP)에 스마트제조혁신센터를 구축하는 등 지역 중심의 스마트공장 보급체계도 확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개 지자체에서 96억2000만 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했던 것이 올해는 16개 지자체, 488억 원으로 늘었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참여는 국내 영세기업의 성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중기부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연결해 중소 제조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일례로 국내 첫 등대공장(등대가 불을 비춰 배를 안내하듯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와 함께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인공지능(AI) 서비스 지원 등 포스코형 스마트 공장 확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제조 혁신을 위한 노력은 이어진다. 중기부는 내년도 핵심 정책 과제를 ‘세계 최강의 DNA(Data, Network, AI) Korea 구축’으로 내걸고 빠르고 혁신적인 중소벤처기업이 시장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신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책 패러다임도 전환한다. 기존 스마트공장 보급에 중점을 뒀다면 내년에는 AI 기반 스마트공장 고도화로 레벨 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제조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중소기업이 손쉽게 스마트공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용량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 및 제어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 전용의 AI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터 도입도 추진한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더 똑똑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AI와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고교 야구선수 A군은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야구 교실에 등록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 씨가 운영하는 야구 교실이었다. 프로 출신 지도자의 교육을 받아 프로 데뷔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였다. 한 달 뒤 이 씨는 A군의 아버지를 통해 비타민 접종을 권했다. 키가 크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했다. 도핑이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내 아이라도 (이 주사를) 맞힌다. 걱정 말라”고 했다. A군의 부모로서도 프로 선수 생활을 한 이 씨가 금지약물을 권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야구 교실 운영에 고교 리그 해설까지 하던 이 씨의 지속적인 권유를 선뜻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그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A군은 야구 교실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주사를 맞았다. 그 후로도 A군은 계속 야구 교실에 다녔다. ●A군 부모 “고의 아니다. 미성년자 감안해 달라” 올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A군의 소변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19-노르안드로스테론(19-NA)’이 검출된 것. 도핑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이 씨는 자신이 투여한 약물에는 전혀 금지약물 성분이 없다고 발뺌했다. A군의 부모가 학교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와 논의하려 할 때마다 이 씨는 “(이야기하면) A군의 야구인생이 끝난다. 내 말 들으면 오명 씻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때문에 A군은 식약처,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등의 조사에 협조해 감경받을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이 씨는 A군의 부모에게 선처 탄원서를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은 9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이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눈여겨볼 것은 A군의 자격정지 기간이다. KADA는 10월 청문위원회를 열고 A군에게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KADA의 한국도핑방지규정 제10조(개인에 대한 제재)에 따른 결과다. A군의 부모는 “잘못은 인정하지만 고의가 아니었고,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달라”는 입장이다. 고등학생 A군에게 4년 자격정지란 사실상 선수 생명의 끝을 의미한다. 관건은 고의 여부다. A군의 부모는 금지약물 구매 당시 이 씨에게 약물의 명칭, 성분, 부작용 등 세부사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전직 프로야구 이 씨를 상대로 선수와 선수의 부모가 해당 약물이 금지 약물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KADA는 의료인이 아닌 이 씨가 약물을 선수에게 판매했고, 일반 시중에선 구매할 수 없는 고가의 약물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의라고 판단,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자격정지 기간을 정하는 데 있어 A군이 미성년자라는 사실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부모의 주장이다. KADA의 한국도핑방지규정 용어 정의에 따르면 과실(Fault) 정도를 평가하면서 선수 또는 기타관계자가 미성년자인지 여부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KADA 관계자는 “(과실 평가에) 미성년자 여부는 반영되기 위해선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3일에는 A군에 대한 항소위원회가 열린다. A군 측은 약물구매가 두 차례가 아닌 한 차례 이뤄졌고, 이 씨가 끝까지 관련 사실을 숨긴 내용 등을 내세워 약물 투여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할 계획이다. ●프로는 시즌 절반 출전정지, 아마추어는 4년 자격정지? 한편 프로 무대인 KBO리그의 제재와 비교 했을 때 상대적으로 아마추어 선수에 대한 징계가 무겁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도핑방지규정 10조2항(금지약물 및 금지방법의 존재, 사용 또는 사용 시도, 소지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에 따르면 최대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4년이지만 경우에 따라 2년으로 감경될 수도 있다. 반면 KADA의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 9조2항(금지약물 및 금지방법의 존재, 사용 또는 사용 시도, 소지에 대한 출전정지 처분)에 따르면 야구의 경우 ‘해당 연도 정규시즌 총 경기 수의 50%에 해당하는 기간’의 출전정지 처분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25%로 감경된다. 출전정지가 되면 별도의 자격정지 처분은 받지 않는다. “프로 선수에게 출전정지는 사실상 자격정지와 같다”는 게 KADA 측의 설명이다. KBO 규약에는 도핑에 대해 “KADA의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에 따라 제재”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의 경우 종목에 따라 출전정지 처분 기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야구, 농구, 배구는 정규시즌 총 경기수의 50%인 반면 축구는 4년, 골프는 1년이다. KADA 관계자는 “미국 프로스포츠 사례를 참고해 국내 프로 단체와 결정했다. 축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반도핑기구(WADA) 기준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의 처분 차이와 관련해 “프로 단체와 충분히 협의한 만큼 현재 별도의 변경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13일 항소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번복의 기회는 없다. 해당 징계 내용이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로 공식 전달된다. 청문위원회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A군의 자격은 2023년 6월까지 정지된다. A군의 어머니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시작돼 결국 아이들이 그 죄를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야구만 생각하고 꿈을 키워 온 학생인 점을 감안해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A군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속여서 시작했다”는 이 씨의 진술서를 받아 KADA에 제출했다. 13일 항소위원회에도 서울시 초·중·고교 야구부 감독 60여 명의 서명을 받은 선처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19 지역사회공헌 인정의 날’ 행사를 열었다. 121개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기관에 인정패를 수여했다. 지역의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펼친 대기업 30곳, 중견기업 19곳, 중소기업 15곳, 공기업 22곳, 공공기관 28곳, 사회적기업 7곳이 인정패를 받았다. 이번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기관은 지방자치단체와 시도사회복지협의회의 1차 지역심사와 사회공헌 전문가로 구성된 최종인정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했다. 인정패를 받은 기업·기관은 1년간 인정제 엠블럼 사용 권한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보험 지원 및 컨설팅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날 사회공헌부문 유공단체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해성디에스가 보건복지부장관표창을, 사회공헌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에쓰오일,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다우환경, 맥키스컴퍼니,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한국남부발전, 신용보증기금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각각 받았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은 “우리 이웃과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기반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지속가능한 지역복지 공동체 구축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내년 초 온라인 기반의 지역사회공헌 인정제 플랫폼(가칭)도 새로 구축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엉킨 매듭의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는 2017년 12월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나주 SRF(Solid Refuse Fuel·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를 완공했다. 그러나 이 발전소는 준공 2년이 지나도록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SRF 연료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물질 배출과 악취 발생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사업 개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자인 한난과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문제 해결의 길도 한동안 요원했다.》그런데 지난해 12월 이런 교착 상태가 변화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한난과 지역 주민 외에 중재자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관련 지방자치단체(전남도, 나주시)까지 포함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구성되면서 논의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나주열병합발전소 쓰레기연료 사용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구성해 한난과 대립해 왔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는 올 14차까지 이어진 회의 끝에 올 9월 △시민참여형 환경영향조사 △주민수용성 조사 △난방 방식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변경 시 한난의 손실보전 방안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본합의서를 이끌어냈다. 또 향후 1년 안에 세부사항을 담은 별도의 부속합의서에 합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남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다.○ 준공 앞두고 나온 지역 주민 반대 목소리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의 시작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당시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의 폐기물에너지 활용 집단에너지사업 추진 요청에 따라 그해 12월 한난이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집단에너지시설 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을 거쳐 2014년 5월 첫 삽을 떴다. 2017년 12월 준공되기까지 약 2800억 원이 투자됐다. SRF는 생활폐기물, 폐합성수지·섬유, 폐고무 및 폐타이어 등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해 파쇄, 건조, 성형을 거쳐 제조한 고체연료를 말한다. 한난에 따르면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에서는 하루 기준 444t의 SRF가 열과 전기에너지로 탈바꿈한다. 공동주택 1만8000가구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SRF는 광주지역에서 70%, 나주 순천 목포 등 전남지역에서 30%를 조달할 방침이다. 갈등이 시작된 건 발전소 준공을 앞두고 2017년 9월 시운전을 하면서다. 생활폐기물 등에서 나온 SRF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의 SRF를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앞서 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등도 진행했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온전히 달래진 못했다. 환경오염물질 배출과 악취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범대위도 출범했다. 발전소 운영을 원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설득을 위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총리실, 산업부, 환경부, 전남도, 나주시, 광주시, 한난 등이 모여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쟁점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다른 갈등 해결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산업부 등 참여 ‘민·관 협력 거버넌스’ 대화 물꼬 본격적인 대화의 물꼬가 터진 것은 2018년 12월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구성되면서부터다. 지자체인 전남도가 앞장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면서 주민들로 구성된 범대위가 거버넌스에 참여하게 됐다. 범대위도 대화 창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국가 시책의 일환인 만큼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서도 참여해 신뢰도를 높였다. 거버넌스는 산업부, 전남도, 나주시, 한난, 범대위 및 외부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됐다. 올 1월 시작된 거버넌스 회의는 많게는 한 달에 두 차례까지 진행했다. 좌초 위기도 있었지만 모두 진정성을 갖고 테이블에 나섰다. 이들이 합의한 접점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시민 참여형 환경영향조사. 애초 범대위는 시운전을 위한 가동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통해 준비 작업(2개월) 및 조사(30일)를 위해 한시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하기로 뜻을 모았다. 가동 기간 중 지역 주민이 요구하면 가동 및 조사에 대한 상황을 볼 수 있게끔 했다. 둘째, 주민수용성 조사. 주민 투표와 공론조사 비율 등에 대해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주민투표 70%, 공론조사 30%를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활용해 SRF와 LNG 사용 방식 중 하나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상화 향한 첫걸음에 큰 의미 난항을 겪었던 건 마지막인 손실보전 방안이었다. 주민수용성 조사 결과 난방 방식이 SRF가 아닌 LNG 방식으로 변경될 경우 그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는 기관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손실 규모도 크거니와 향후 다른 사업에 있어서도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로 한 발씩 양보해 결국 주민수용성 조사 전까지 LNG로 변경될 경우에 대한 손실보전 방안 기본안을 만들기로 구성원이 합의했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에 참여한 5개 기관은 환경영향, 보건 등에 각각 외부 전문가를 추천하기로 했다. ‘큰 그림’에서 기본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해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기본합의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사항은 1년 안에 별도의 부속합의서를 통해 조율하기로 했다. 주민투표 방식, 손실의 부담 주체 등 아직도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사태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은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당장 지난달 26일 16차 회의에서도 환경영향조사를 내년 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기로 하는 등 진전된 합의가 이어졌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에 실무자로 참여한 백재승 한난 신성장사업처 신재생사업부 팀장은 “발전소 가동이냐 아니냐만 논의했다면 협의는 끝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찾아낸 게 주효했다. 지금의 공감대를 앞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균희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사회’와 ‘역할’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한 이사장은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약사의 역할, 약학교육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약학교육의 발전은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보다 많은 의료현장과 산업현장에 약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약학교육의 선진화 방안으로 전문학사 제도, 의료수가 반영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융합교육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약학교육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세대 약학대학장이기도 한 그는 “약학에는 화학, 생물, 의학, 경제학이 다 있다. 학문의 장벽이 없다. 진정한 ‘멜팅 폿(융화)’을 구현해낼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약학”이라고 설명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약학교육과 국내 약학교육의 현주소는? 약학교육은 시대적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새로운 시도들이 제도권으로 정착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최근 약학교육이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 바로 국제적인 팀 의료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의사 위주의 진료에서 약사, 간호사 등이 진료에 같이 참여하는 팀 의료 체제로 전환하면서 임상약사(Pharm D) 교육이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이런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1999년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또 2011년에는 미국식 임상약사(2+4학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21세기 들어 기존 의약품 제조 중심의 교육에서 학생들의 직무능력과 임상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약학교육이 사회가 요구하는 중요한 기대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바르게 변화한다. 학생들이 약사로서 대응해야 할 기술적인 콘텐츠도 방대해지고 있다. 과연 현재의 약학교육이 미래 기술 수요에 대응할만한 유연성과 진보적인 역량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약학 교육의 선진화는 사회공익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선진국에서는 팀 진료에 약사가 참여하면서 이미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지역공공의료를 보면 사회 취약 계층에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약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약사 양성교육에도 공공약료를 포함시키는 쪽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약학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많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에 지불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약학은 이러한 보건의료산업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약물 개발, 허가, 사용, 사용 후 연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약학의 학문 융합적 특성이 산업적 가치와 연계될 경우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융합과 미래가치를 추구하고 또 산업적인 성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약사의 전문성을 사회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미국, 일본 같은 팀 의료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환자 치료에 약사의 전문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약학 교육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권 침해로 이어진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도 약사의 전문성을 미래 공공의료시스템에 활용해 방문약료를 활성화해야 한다. 산업적인 측면도 강조해야 한다. 보건 의료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현장에서 사용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약학의 산업화는 단순 이윤 추구를 넘어서 국민 건강권과 인재 양성으로 이어진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해결방안이 있다면? 무엇보다 약사들이 활동할 사회적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고 본다. 임상과 직무 교육을 통해 배출된 임상 약사가 병원에서 팀 진료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자기 계발을 하는 제도와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약사의 팀 진료 참여가 단순 봉사로 처리되다 보니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약사의 팀 진료에 대한 적절한 의료수가 반영 및 보장이 필요하다. 실제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학병원에서도 약사의 진료서비스 참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단계다. 약사에 대한 사회적 지위 보장도 시급하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희생만 강요할 순 없다. 현재 약사들은 6년을 공부하고도 학사만 인정받고 있다. 전문 학사 제도를 도입해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약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약학은 어떻게 대학에 기여하는가? 대학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불확실성의 증가로 위기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언제나 위기는 기회다.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대학과 사회의 발전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약학에는 화학, 생물, 의학, 경제학이 다 있다. 융합적 성격이 강한 약학이 가진 산업적인 가치를 극대화한다면 대학이 직면한 문제와 추구하는 가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보건의료산업과 연계한 교육인프라를 교내 구성원과 공유한다면 산업적인 성과물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더 이상 국가고시 과목에만 연연하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재 제약 분야의 과목은 잘돼 있지만 바이오 분야 과목은 거의 전무하다.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교육 현장 또한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교수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미래에도 필요한 학문이 돼야 한다.지역 균형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약대가 고립될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로 팔을 뻗어야 한다. 사회복지, 간호사 등과 연계해 공공 의료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개발에서도 파편적으로 논문을 낼 것이 아니라 약대가 하나의 연구플랫폼이 돼야 한다. 중심이 돼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약학이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코드가 될 수 있다. 약대를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형성된다면 지역 인재들을 머물게 할 수 있다.연세대 약대의 비전은? 연세대 약대는 앞으로 송도 지역의 다양한 제약바이오 분야의 연구, 교육 수요에 맞춰 미래 지향적인 첨단 바이오 의약품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벤처 기업인 에스엘바이젠과 공동연구소를 세우고 교수급 인력을 공유하는 윈윈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 바이오 분야의 최고 연구자를 영입해 5년 이내 국내 최고의 연구 집단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융합 분야의 중심에서 의약품 개발의 전주기적 연구, 첨단 바이오의약품 및 진단기술을 개발해 연세대 국제캠퍼스가 신약 개발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한균희 연세대 약학대학장은 1965년 경기 수원 출생 / 서울대 제약학 학사 / 서울대 약학 석사 /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화학과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연세대 생명공학과 학과장/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기획부학장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키 196cm의 건장한 청년은 커다란 백 팩에서 흰색, 파란색 유니폼 두 벌을 꺼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어떤 옷을 입을지 한참 고민했다. 그 모습이 마치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해맑으면서도 신중했다.“(럭비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아무래도 인터뷰 촬영을 할 일이 없다. 럭비를 알릴 기회가 온 만큼 최대한 사진도 멋지게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촬영이 시작되자 그는 럭비공을 손에 들고는 실제 경기에서처럼 파이팅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푸른 눈의 이 청년은 한국 럭비 귀화 1호 선수인 안드레 진 코퀴야드(28).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안드레는 2017년 특별귀화로 럭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유창한 한국어로 “선수 생활을 하며 입어본 많은 유니폼 중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이 가장 좋다”고 말한 안드레에게 이 유니폼은 더욱 각별한 의미가 될 전망이다. 24일 인천에서 마무리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럭비 사상 첫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기 때문이다.1924년 파리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던 럭비는 92년 만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복귀했다. 올림픽 종목은 15인제가 아닌 7인제다. ●“한국 럭비, 아시아 럭비의 힘을 세계에”2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안드레는 여전히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럭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정식 종목이 아니다 보니 올림픽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럭비를 알릴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리우 대회 예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한국 럭비는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아시아 예선을 안방에 유치하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예선을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일본 유통경제대학 감독인 찰스 로우를 기술코치로 선임하기도 했다.서천오 대표팀 감독이 팀 운영 등 큰 그림을 맡았다면 로우 코치는 전술, 작전 등 세부사항을 책임졌다. 플레이 상황에 맞는 발의 위치 하나하나를 정하는 등 디테일하게 접근했다. 팀 합류 후 17일간의 짧은 시간 동안 일일이 선수와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면담 당시 코치의 통역을 맡았던 안드레는 “2002년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 로우 코치가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을 일깨웠다. 그만큼 선수들의 준비도 잘 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준결승, 홍콩과의 결승에서 모두 연장 승부 끝에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실업팀이 3개(국군체육부대 포함 4개)밖에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뛰어난 팀워크도 빛났다. 지난달 21일 대표팀 소집에 앞서 아시아세븐스시리즈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손발을 맞춰왔다.안드레는 “지금까지 대표팀이 ‘누군가 한 번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인의 실력에만 기대했다면 지금은 각자 역할만 잘하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전쟁터에서 서로 총알도 대신 맞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팀워크가 좋다”고 말했다.올림픽 티켓은 따냈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다. 안드레는 “뉴질랜드, 호주 경기를 보면 유니폼에 국내 대기업의 로고가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럭비는 분명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귀화 전 중국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몇 만 명이 넘는데 국내 협회의 팔로워는 아직 2000명이 안 된다. 럭비를 알릴 수만 있다면 공짜 CF도 찍을 수 있다는 각오”라고 힘주어 말했다.물론 선수의 본분은 좋은 경기력임을 잊지 않았다. 안드레는 “결승전에서 끝내기 트라이(득점)를 성공한 순간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 티켓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됐다. 우리는 도쿄에 관광 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 럭비, 더 나아가 아시아 럭비의 힘을 올림픽에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콩 귀화 제안에 직접 협회 문 두드려서울에서 초등학교에 다녔던 안드레는 식품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후 미국, 캐나다에서 살았다. 럭비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캐나다 고등학교에서였다. 어릴 때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웠던 그는 “사실 내 첫사랑은 축구다. 그러나 럭비를 해본 뒤로는 럭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축구의 움직임과 농구의 패스기술이 럭비에 다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럭비에서 두각을 드러낸 안드레는 미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에서 뛰기도 했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도 럭비공을 놓지 않았다. 취업하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안드레가 한국 국가대표를 꿈꾸게 된 건 공교롭게도 홍콩에서 귀화 제안을 받으면서다.안드레는 “홍콩에서 국가대표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시 협회에 연락해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으로 들어온 안드레는 2017년 특별 귀화했다. 안드레는 “한국 여권을 갖게 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애국가를 듣는데 눈물이 나더라. 나도 모르게 유니폼의 무궁화를 꽉 움켜쥐었다”고 했다. 어머니의 응원도 안드레에게 힘이 됐다. 안드레의 어머니는 1980년대 세계적인 모델로 활동했던 김동수 한국모델콘텐츠학회장(동덕여대 모델과 교수)이다.안드레는 “당시 어머니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듯 나도 한국 럭비를 위해 뛰고 싶다. 올림픽 티켓을 따낸 게 너무 기쁘고 행복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그다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이 신제품 ‘카누 라떼’ 발매를 기념해 다음달 15일까지 팝업스토어 ‘카누 스위트 카페’를 연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맥심플랜트 지하 2층을 전면 리뉴얼해 마련한 카누 스위트 카페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스위트 앤드 코지(Sweet & Cozy)’를 콘셉트로 한 카누 스위트 카페는 핑크톤의 인테리어와 다양한 포토존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머물게 했다. 대형 티라미수 케이크 모형, 핑큐뮬리 포토월에 우유 거품을 연상시키는 구름 조형물 등도 마련했다.개인 취향에 맞는 라떼도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달 선보인 신제품 카누 티라미수 라떼, 카누 바닐라라떼, 카누 디카페인 라떼는 물론 카누 라떼, 카누 더블샷 라떼 등 5종류의 다양한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굿즈 증정 이벤트도 마련했다. 사용한 머그잔을 직접 세척하는 방문객에게는 머그잔과 카누 라떼(10개입)로 구성된 샘플팩을 제공한다. 카누 스위트 카드로 커피를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을 글로 써 전할 수도 있다.앞서 지난달 동서식품은 다양한 라떼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3종류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카누 디카페인 라떼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라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디카페인 제품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카누 티라미수 라떼는 카누 마일드 로스트에 코코아, 마스카포네 치즈를 포함해 티라미수 케이크 특유의 진하고 달콤한 맛을 구현해냈다. 카누 바닐라 라떼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 추출물과 신선한 우유가 함유된 라떼 크리머를 사용해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향을 살렸다. 신제품 출시로 기존 카누 라떼, 카누 더블샷 라떼, 카누 아이스 라떼를 포함해 총 6종류의 라떼 제품을 갖췄다.2011년 출시된 맥심 카누는 국내 커피시장에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보였다.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도 1∼9월 8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진단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리스마스 블렌드, 스프링 블렌드 등 시즌 한정판으로 색다른 재미도 선사하고 있다.동서식품 백정헌 마케팅 매니저는 “기존에 없던차별화된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혔다”며 “앞으로도 동서식품은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 한 해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코리안몬스터’ 류현진(32). 6년 전인 2013년 그가 빅리그에 입성할 당시 곁에서 버팀목 역할을 한 인물이 있다. 2013, 2014시즌 LA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통역을 맡았던 마틴 김(40)이다. 그런 그에게도 2019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다저스, MLB 사무국 등 야구 현장에 몸담아왔던 그는 올 3월 글로벌 e스포츠 업체 ‘젠지(Gen.G)’로 둥지를 옮겨 사업제휴 상무를 맡았다.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젠지 서울HQ(본사)에서 김 상무를 만났다. ●한국의 e스포츠 문화가 전 세계에 뿌리내리도록 ‘어릴 적 동네에서 오락게임을 제일 못하던 아이’였다던 김 상무가 e스포츠 업체에서 일하게 된 건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그만큼 야구와 e스포츠는 달랐다. 김 상무는 “e스포츠와 야구는 때론 흑과 백 같다. 야구가 40대 이상 팬을 중심으로 3시간 넘게 경기가 진행된다면 e스포츠는 18~30세 젊은 팬들이 많다. 경기도 굉장히 짧고 굵게 진행된다”고 했다. 문화도 다르다. 김 상무는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보는 것이 야구라면 e스포츠는 영화를 보듯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여성 팬이 굉장히 많다는 점도 젠지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용기 내 도전장을 던진 건 크리스 박 젠지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컸다. MLB 사무국에서 제품 및 마케팅부문 부사장을 지낸 박 CEO가 김 상무에게 직접 러브 콜을 보낸 것. 김 상무는 “(야구에서 e스포츠로) 상품만 달라지는 것이지 내가 하는 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스포츠마케팅이라는 것이 어떻게 더 많은 팬을 끌어오느냐의 문제인데 MLB의 경험으로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옛 동료인 류현진의 한 마디도 큰 도움이 됐다. 김 상무는 “‘좋아서 결정했으면 앞만 보고 가라’는 현진이의 말에 수월하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저스에서도 그랬듯 김 상무는 젠지에서도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상무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선수를 보유한 것은 물론 20년 전부터 e스포츠 문화를 구축해왔다. 그 문화를 북미나 중국 등 전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2달에 한 번 꼴로 내한한다는 김 상무는 이번에도 젠지 최초의 팬페스티벌 ‘젠지콘’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김 상무는 “e스포츠가 주류 문화가 되는 건 시간문제의 일이다. 조만간 야구, 축구를 말하듯 e스포츠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언젠가 e스포츠에서의 경험을 다시 야구에 전하고 싶은 꿈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야 할 때 잘하는 선수, 류현진 류현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하는 김 상무는 최근에도함께 식사를 하는 등 주기적으로 류현진과 왕래하고 있다. 김 상무는 올 시즌 MLB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류현진에 대해 “FA계약 등 많은 것이 걸려있는 해였던 만큼 좋은 활약을 하리라 믿었다. 내가 본 현진이는 해야 할 때 잘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큰 경기에서 현진이가 원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그건 현진이가 못한 게 아니라 상대가 잘한 거다”라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김 상무에게 류현진은 어떤 선수냐 묻자 “말보다는 행동과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선수”라는 답이 돌아왔다. 평소 일로 야구를 봐야했던 것과 달리 올해만큼은 경기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김 상무는 “전반기 현진이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도리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야구란 언젠가 좋은 흐름이 꺾이기 마련이니까. 후반기 위기에도 올 한해를 잘 마무리해준 현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FA 계약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도 전했다. 김 상무는 “환경적으로는 한국 사람이 많은 큰 도시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진이는 큰 무대를 좋아하는 선수인 만큼 중요한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단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급적 원하는 계약기간을 얻되 나중에는 평소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재단법인 여시재에서 만난 이광재 원장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 2015년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4000억여 원을 출연해 설립한 여시재는 통일한국과 동북아의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서류 가방을 들고 온 이 원장은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수첩에 메모를 했다. 국가의 백년지대계 교육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듯했다. 전 국회의원이자 전 강원도지사인 이 원장은 현재 교육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국가와 대학,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 우리의 지능지수(IQ)는 세계 최고다. 유대인보다도 더 높다. 교육을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30명이 한 반이면 그중에 10명이 잔다. 아이도, 부모도, 선생도 모두가 불행하다.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도 결국 전공과 연관 없는 데서 일한다. 사회적 일꾼을 길러내지 못한다. 사회 모두가 불행하다. 지능지수라는 우리의 자원을 진화의 영역으로, 발전 동력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결국 인적자원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국가도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그렇다면 교육 문제에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연구개발(R&D)에 정부 예산 20조 원이 들어가는데 자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프로젝트만 5만2000개다. 너무 많다. 사실상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허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다. 그러나 문제는 특허가 라이선스로 전환되는 게 중요하다. 연구개발 역량 자체가 산업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의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두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싱가포르 연구개발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 전부 노벨상 수상자급이 와서 한다. 세계 최정상급 전문가들이 와서 연구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안에 과학관실을 두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한다. 이 두 가지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역할은? 하버드대, 예일대 같은 곳만 봐도 특정 학과가 유명한 것이지 전체가 세계 최고인 건 아니다. 국내 종합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모두를 키우려 하기보다는 집중이 필요하다. 삼성과 성균관대의 산학협력 모델을 10개, 20개, 30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몇십 대 1, 몇백 대 1의 경쟁률을 통해 사람을 뽑을 게 아니라 기업이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미스 매칭을 줄이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제 혜택을 대대적으로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이 한전 공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인근 대학 전기 관련 학과와 협력을 하는 거다. 인재 양성은 물론 지방이 살아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의 만남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의 담장을 허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이 담장을 허물어 교수, 유학생 자원을 초·중·고에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빨리 합쳐야 한다. 돈의 물꼬를 학교로 보내야 한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동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학은 유력한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학을 도와야 대학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지·산·학을 강조한다. 대학이 가능성이 무궁하지만 대학을 지원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학을 살리기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유아, 초등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지능의 80%가 8세 이전에, 언어지능의 80%가 12세 이전에 발달한다는 학설이 있다. 학설에 관한 찬반양론을 떠나 그만큼 유아, 초등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현재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옛날 방식이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의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는 아파트 단지 1층에 유아원, 유치원 등 교육시설을 마련하자는 거다. 동시에 식당시설, 노인들을 위한 공공시설을 같이 두는 거다. 그러면 일단 안전 문제가 해결되고 아파트 내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애들의 식사, 교육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교육의 계층사다리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한 의견은?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 교육의 기회가 곧 계층 이동의 기회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소득 격차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달라지고 계급 격차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교육을 근본적인 국가 과제로 해야 한다. 교육에서 모두가 최대의 기회를 갖고 있다고 믿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을 국가의 1번 과제로 봐야 한다. 수년간 토론을 해서라도 뭔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본다.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려면 정파를 초월한, 정권의 임기를 넘는 합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여시재가 교육에 천착하는 이유는? 세계가 길을 잃었다. G1, G2가 갈등하면서 G-제로 상황이 됐다. G-제로는 한반도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미·중·일·러 틈바구니 사이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생존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세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상과 기술력이라는 두 가지 답이 나온다. 사상과 기술력을 만들어내는 기본이 무엇이냐. 바로 창조력이다. 그 창조력을 만들어내는 솔루션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에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직 정치인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봤을 때 가장 많이 느낀 점이 있다면?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가 없다는 거다. 현재 정당연구소는 선거연구소지 국가의 미래를 연구하는 곳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산업연구원은 IMF 이후 먹고 살기 바쁘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년이 멀다하고 바뀐다. 현재 대한민국을 설계하는 곳이 없다. 설계도, 청사진 없이 집을 지어선 좋은 집을 짓기 어렵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내 첫 번째 고민이다. 두 번째 고민은 리더십이다. 흥망성쇠의 큰 본질은 리더십이다. 회사도 국가도 리더의 크기만큼 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재 양성 시스템이 없다. 국회의원만 하더라도 기초의원을 거쳐 차츰차츰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한번 유명해지면 (국회의원을 넘어) 대통령 후보까지 간다. 인재 양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 고민은 통합이다. 분열된 나라에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지금의 분열을 어떻게 통합으로 만들어낼 것이냐. 이 세 가지가 한국 사회의 본질적 과제라고 본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1965년 강원 평창 출생 / 원주고·연세대 법학과 졸업 /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 제17,18대 국회의원 / 제35대 강원도지사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70m² 남짓한 교실에는 교탁도, 화이트보드도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사방 벽면에 부착된 각종 학습 교보재들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학생마다 일대일로 배치된 교사들은 교탁 앞이 아니라 학생 옆 자리에 앉아 학생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잠시도 담당 학생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학생이 식당을 찾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단짝처럼 내내 붙어 다녔다. 야외활동도 함께 했다. 올 9월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털루마 지역의 자폐아 특수학교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의 교실 풍경이다. 미국 뇌성마비협회(UCP)가 세운 이 학교는 자폐증, 다운증후군을 겪는 이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현재 5∼17세의 학생 70여 명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다수가 초등학생 나이대다.○ 통합교육은 물론 커뮤니티 적응훈련까지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일반 학교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특수교사 네이선 예이츠 씨는 “일반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받는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에 이곳에서 교사의 일대일 맞춤수업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세컨더리 스쿨(18∼22세 대상)로 가면 학생 3명에 교사 1명이 배치된다. 교사 의존도를 점점 낮추면서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것. 지난해 미국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특수교육 대상(6∼21세) 중 95%가량이 일반학급에서 일부 또는 전체 수업을 듣는다.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처럼 별도 기관에서 장애학생이 따로 수업을 듣는 건 전체의 5% 남짓이다. 그럼에도 통합교육이라는 대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현재 매주 두 차례씩 인근 일반학교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학교의 학생들이 이곳으로 찾아와 함께 음악, 요가, 서핑 등의 수업을 듣는다. 사회적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론적 학습보다는 활동 중심 수업이 주로 진행된다. 사회적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장애학생들을 위해 수업은 가급적 여러 테이블로 나뉘어 진행된다. 심리적 압박감을 낮추기 위해서다. 로라 브리긴 교장은 “일반학교의 프로그램은 비장애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무래도 장애학생들이 적응에 실패하기 쉽다. 이 때문에 여기에선 학생들이 무엇이든 성공을 경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성공이 사회생활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교육은 비장애학생들에게도 성장의 좋은 자양분이 된다. 예이츠 씨는 “미국 사회가 인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높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비장애학생은 통합교육을 통해 ‘세상은 다양하고 모두 평등하다’는 건강한 세계관을 확립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통합교육을 경험한 비장애학생들이 이후 자원봉사자나 특수교사로 다시 돌아오는 일도 적지 않다. 비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사회 적응훈련도 병행한다. 언젠가 장애학생이 홀로 사회를 마주할 상황에 대비해 미리 경험을 해두는 것이다.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매일 장애학생이 담당 교사와 함께 인근 가게에 가서 과제를 수행한다. 식료품점에 가서 쇼핑 리스트에 맞는 품목을 사오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식이다. 예이츠 씨는 “언어폭력 등 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게에 사전 협조를 구해 놓는다. 학생의 적응 정도에 따라 교사 없이 혼자 보내거나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일반 가게에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한미 양국 특수교육의 온도차를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 중 학습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교육부의 ‘2019 특수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특수교육 대상자 중 학습장애의 비율은 1.5%다. 반면 지난해 미국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특정학습장애의 비율은 38.6%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다. 장애 영역을 구분하는 양국의 기준도 다를뿐더러 장애 자체를 결정하는 세부 기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지형도가 확연히 다른 건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장애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가급적 학습 장애를 애써 숨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교육청의 캐시 월 통합교육 담당 국장은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을 키우기 위해선 문화적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수다. 보다 정교한 진단 및 점검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예이츠 씨도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학생의 장애가 개선되면 언제든 일반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관별 협력도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차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사회 시스템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월 국장은 “차별은 여전하지만 우리에겐 장애학생의 교육을 법이 보장한다는 믿음이 있다. 지속적으로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장애학생이 갖고 있던 제약조건이 많이 사라졌다. 장애학생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이 당연한 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4년 기존 장애인교육법(IDEA)이 장애인교육향상법(IDEIA)으로 개정되면서 조기 중재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장애학생과 보호자의 권리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샌타클래라 교육청 통합교육 담당자 엘리 호 씨는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은 인권 및 사회적 정의와 관련돼 있다는 인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수교사의 수급 문제 등은 미국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통합교육 최적화 모델에 대한 고민은 미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미국 내 통합교육은 크게 ‘인터그레이션’과 ‘인클루전’ 등 두 가지 모델로 구분하고 있다. 인터그레이션은 일반 학급에서 장애학생이 별도의 특수교육을 받는 방식, 인클루전은 교실 안에서 모든 학생이 자기 수준에 맞는 개별화 교육을 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최대한 일찍 통합교육을 경험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월 국장은 “통합교육은 학생이 어리면 어릴수록 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통합교육의 기회를 주면 그들은 저항 없이 배운다. 문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 씨는 “현장에서는 고등학교 때 통합교육을 시작해도 이미 어렵다고 본다. 통합교육으로 가는 여정은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 모두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페털루마·새너제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70㎡ 남짓한 교실에는 교탁도, 화이트보드도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사방 벽면에 각종 학습 교보재들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학생마다 일대일로 배치된 교사들은 교탁 앞이 아니라 학생 옆 자리에 앉아 학생별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잠시도 담당 학생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학생이 식당을 찾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단짝처럼 내내 붙어 다녔다. 야외활동도 함께 했다. 올 9월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털루마 지역의 자폐아 특수학교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의 교실 풍경이다. 미국 뇌성마비협회(UCP)가 세운 이 학교는 자폐증, 다운증후군을 겪는 이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현재 5~17세의 학생 70여 명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다수가 초등학생 나이대다.● 통합교육은 물론 커뮤니티 적응훈련까지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의 학생 대부분은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중증 장애 학생들이다. 일반학교의 소개로 이곳에 오게 된 학생들은 교육구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이 곳의 특수교사인 네이선 예이츠 씨는 “일반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 함께 교육받는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이곳에서 교사의 일대일 맞춤수업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세컨더리 스쿨(18~22세 대상)로 가면 학생 3명에 교사 1명이 배치된다. 교사 의존도를 점점 낮추면서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하는 것. 2016년 미국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특수교육 대상(6~21세) 중 95%가량이 일반학급에서 일부 또는 전체 수업을 듣는다.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처럼 별도의 기관에서 장애학생이 따로 수업을 듣는 건 전체의 5% 남짓이다. 그럼에도 통합교육이라는 기본 원칙은 엄수되고 있다. 실제로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현재 매주 두 차례씩 인근 일반학교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학교의 비장애학생들이 찾아와 함께 음악, 요가, 서핑 등 수업을 듣는다. 사회적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론적 학습보다는 활동 중심 수업이 주로 진행된다. 사회적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장애학생들을 위해 수업은 가급적 여러 테이블로 나뉘어 진행된다. 심리적 압박감을 낮추기 위해서다. 로라 브리긴 교장은 “일반학교의 프로그램은 비장애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무래도 장애학생들이 실패하기 쉽다. 이 때문에 여기에선 학생들이 무엇이든 성공을 경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성공이 사회생활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교육은 비장애학생들에게도 성장의 좋은 자양분이 된다. 예이츠 씨는 “미국 사회가 인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높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비장애학생은 통합교육을 통해 ‘세상은 다양하고 모두 평등하다’는 건강한 세계관을 확립하게 된다. 이는 교사들에게도 큰 가르침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통합교육을 경험한 비장애학생 중에선 나중에 자원봉사자 또는 특수교사로 다시 돌아오는 일도 적지 않다. 비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이곳에서는 커뮤니티 적응훈련도 병행한다. 언젠가 장애학생이 홀로 사회를 마주할 상황에 대비해 미리 경험을 해두는 것이다.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에서는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매일 장애학생이 담당교사와 함께 인근 가게에 가서 과제를 수행한다. 식료품점에 가서 쇼핑리스트에 맞는 품목을 사오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식이다. 예이츠 씨는 “언어폭력 등 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게에 사전 협조를 구해놓는다. 학생의 적응정도에 따라 교사 없이 혼자 보내거나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일반 가게에 가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 통합교육의 최적화 모델을 찾는 과정은 미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의 산타클라라 교육청에서 만난 통합교육 전문가 엘리 호는 “미국에서 통합교육은 크게 인터그레이션과 인클루전으로 나뉜다. 인터그레이션이 일반 학급에서 장애학생이 별도의 특수교육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면 인클루전은 교실 안에서 모든 학생이 자기의 수준에 맞는 개별화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이 따로 교육을 받는 익스클루전을 포함, 다양한 모델 중 무엇이 효율적인지는 따져 봐야하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인터그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같은 교육청의 케이시 월 통합교육 디렉터는 “통합교육은 학생이 어리면 어릴수록 쉽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통합교육의 기회를 주면 그들은 배운다. 문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 또한 장애 학생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월 디렉터는 “차별 문제도 여전하지만 장애학생의 교육은 법이 보장한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다. 지속적으로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장애학생이 갖고 있던 제약조건이 많이 상쇄됐다. 장애학생이 교실에 들어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됐다”고 설명했다. 2004년 기존 장애인교육법(IDEA)이 장애인교육향상법(IDEIA)으로 개정되면서 조기 중재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장애 학생과 보호자의 권리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수교사의 수급 문제나 학부모, 교사 등의 의식 개선 등은 미국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장애학생의 교육은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호 씨는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은 인권 및 사회적 정의와 관련돼 있다는 인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완전한 통합교육으로 가는 여정은 어려운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 특수교육의 온도차를 보여주는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특수교육 대상자 중 학습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교육부의 ‘2019 특수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특수교육 대상자 중 학습장애의 비율은 1.5%다. 전체 10가지 항목 중 가장 그 비율이 낮다. 반면 2016년 미국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특정학습장애의 비율은 39.2%로 전체 7가지 항목 중 가장 높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 장애 영역을 구분하는 양국의 기준도 다를뿐더러 장애 자체를 결정하는 세부 기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양국의 지형도가 이처럼 확연히 다른 건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평가다. 국내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장애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국내에서는 가급적 학습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산타클라라 교육청의 케이시 월 통합교육 디렉터는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을 키우기 위해선 문화적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수다. 보다 정교한 진단 및 점검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사이프레스 프라이머리 스쿨의 특수교사 네이선 예이츠 씨도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학생의 장애가 개선되면 언제든 일반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관별 협력도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학습장애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수교육법에 의한 정의와 현장 진단의 어려움 등으로 현재 학습장애의 출현 비율이 낮게 나오고 있다.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안전망도 있다. 현재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가 학습장애에 속하지 않은 학습 지진, 부진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향상 지원을 별도로 하고 있다. 페탈루마·산호세=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