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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향한 사랑에서 시작합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장에 선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이 같은 말로 6분간의 영어 연설을 시작했다. 국내 가수 최초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그는 전 세계를 향해 “당신의 목소리를 내주세요”라고 외쳤다. 글로벌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BTS가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2017년 11월 시작한 글로벌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의 대표 장면이다. 앞서 9월 비슷한 이름의 앨범(LOVE YOURSELF 承 ‘Her’)을 선보였던 BTS는 캠페인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결국 다른 사람과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 팬들에게 전달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 세계 아동과 청소년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유니세프의 ‘엔드 바이올런스’ 캠페인도 후원하고 있다.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BTS가 그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활발히 소통해왔던 만큼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2일 현재 캠페인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만 270만여 명에 ‘#BTSLoveMyself’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도 1000만 건이 넘는다.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한 팬들의 국가만 199개나 된다. 4월 넷째 주 홈페이지에 접속한 팬들의 출신지를 분석해보면 미국, 한국,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히트 관계자는 “캠페인의 메시지가 글로벌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 국내 팬은 SNS에 “친구관계, 가정, 학원, 학교에 치이며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힘이 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BTS) 오빠들 덕에 행복해졌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두 딸과 BTS 태국 콘서트장을 찾은 레누 씨(38·인도)는 “캠페인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이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슬로건을 외치는 수준을 넘어 기부금도 전달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 캠페인의 누적 기부금은 24억 원이 넘는다. 이 중 기획사인 빅히트가 기부금, 음반 및 굿즈 판매 수익 등을 포함해 17억 원을 냈다. 국내외 팬들의 자발적 기부도 이어졌다. 앨범과 콘서트, 캠페인이 결합해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독창적인 시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BTS는 이달부터 7월까지 전 세계 8개 지역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라는 이름의 월드투어를 실시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금의 교육 방식은 영어 자체를 배우기보단 영어 시험공부만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영어 공부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현실적인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2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송영성 유베스타 대표이사(56)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러면서도 쉴 틈 없이 자신의 교육 철학을 설명했다. 30여 년간 학원가에 몸담으며 품어왔던 현실적인 고민이 느껴졌다. ‘집에서 만나는 초중고 미국학교’라는 슬로건을 내건 유베스타의 교육브랜드 유즈스쿨은 미국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그대로 옮긴 디지털 온라인 교과학습 프로그램이다. 미국 내 180여개 교육청에서 채택하고 1만 여개 사립, 국공립학교에서 선택한 교육전문업체 ‘에쥬니어티(Edgenuity)’의 아시아 총판을 유베스타가 갖고 있다. 영어, 수학, 과학, 사회 4과목을 미국 학생들 수업방식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수학 강사로 일하던 송 이사장이 영어 교육사업까지 관심을 보이게 된 것 또한 교육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수학, 과학마저도 암기식,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있는 우리의 교육 환경에서 개념부터 접근하는 미국의 교육방식의 필요성을 느꼈다. 학생들이 대입을 코앞에 두고 나서야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고민하지만 사실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아예 어려서부터 미국의 교육 환경 그대로 가르치자는 게 유즈스쿨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영어 교육에 대한 한계도 지적했다. 송 대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있다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가서 유즈스쿨 강의를 들려줬더니 못 듣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현지인의 대화가 아닌 외국학생을 가르치기 위한 대화만을 공부해선 제대로 영어를 공부한다고 볼 수 없다. 유즈스쿨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송 이사장은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다보니 (영어를 원어로 쓰는) 호주 현지 학생들의 문의도 많이 받고 있다. 단순히 영어 교육을 넘어 미국식 교육 방식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1년 이상 유즈스쿨을 이용한 고객들의 재 구매비율이 50%가 넘는다. 학교, 기관 고객이 아닌 일반 고객들도 최근 2000여 명이 넘어서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회원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인 ‘21일 원정대’도 반응이 좋다는 평가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유즈스쿨의 교육콘서트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교육콘서트를 진행해 온 송 대표는 “콘서트를 할 때 마다 꼭 ‘영어문법 교육은 어떻게 하느냐’는 학부모의 질문이 나온다. 그럴 때 난 오히려 독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단순히 유즈스쿨 수강생을 늘리는 것을 떠나 학부모들이 독서콘서트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유즈스쿨은 5월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KDB생명타워, 6월 22일 강남구 역삼아이타워에서 교육콘서트를 연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더위로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 여름이 머지않았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오뚜기가 여름철을 앞두고 이달에 신제품 ‘미역초 비빔면’과 ‘와사비 진짜쫄면’을 출시했다. 별미 라면을 통해 고객의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각오다. 갈수록 성장하는 계절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쇠고기미역국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미역라면을 추가로 개발했다. 넓은 미역을 매콤한 면발에 싸먹을 수 있는 여름용 라면 미역초 비빔면이다. 여름 별미인 미역초무침을 라면으로 개발한 것으로, 매콤하고 새콤한 초고추장 비법소스에 남해안산 청정미역이 가득 담긴 제품이다. 쌀가루와 미역국농축액을 첨가한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에 큼지막한 미역을 넣어 식감은 물론이고 맛의 풍부함을 더했다. 태양초 고추장과 식초, 레몬, 참기름을 더해 여름 더위에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돋운다. 이 제품은 오뚜기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한정판 제품이다. 와사비 진짜쫄면은 지난해 여름철 쫄면 라면 시장을 이끌었던 ‘오뚜기 진짜쫄면’의 후속 제품이다. 최근 매콤한 쫄면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만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쫄면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나만의 레시피를 소개한 정보가 적지 않다. 와사비 진짜쫄면의 쫄깃하고 탄력 있는 면발, 태양초 고추장이 들어간 매콤 새콤한 비법양념장에 코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매운맛의 와사비 조합이 고객들에게 색다른 매운맛을 느끼게 해준다. 양도 푸짐한 편으로, 총 154g을 담았다. 와사비 소스에는 총 12%의 생와사비가 들어갔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름철 신제품 출시와 함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한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5세대(5G) 이동통신이 시작되면서 가슴 설레는 섬유 산업이 있다. 일명 ‘슈퍼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Aramid) 합성 섬유다. 아라미드가 각광받는 건 기존 나일론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 때문이다. 단면 1mm²(직경 약 1.6mm) 정도의 실로 약 350kg의 무게를 들어올릴 정도로 강도가 세다. 분해온도도 약 500도로 내열성도 강하다. 고강도 나일론에 비해 강도는 3배 이상, 분해온도는 250도나 높다. 아라미드는 광케이블 외에도 방탄복, 보호복, 타이어보강재, 브레이크패드 등에 쓰인다. 주변의 압력과 충격에 강하기 때문에 특히 5G 광케이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만난 코오롱인더스트리 아라미드 사업 담당자들은 시장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79년 기초 연구를 시작해 2005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아라미드 생산에 성공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와 나일론을 합친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였다. 노수용 아라미드 사업담당 상무는 “강도와 탄성 면을 봤을 때 (광케이블에서) 아라미드를 대체할 만한 소재는 없다고 본다. 현재 글로벌 아라미드 광케이블 시장을 약 3000억 원 규모로 추산하는데 5년 안에 최소 2배, 최대 4배까지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글로벌 5G 인프라 시장은 2018년 528만 달러(약 73억 원)에서 2022년 26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에서 15%를 차지하는 광케이블 비중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트렌드에 편승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9월 생산 확대 계획을 밝혔다. 2020년 1분기(1∼3월) 완공을 목표로 경북 구미공장의 생산라인을 50% 증설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연간 5000t인 생산량은 2020년 7500t까지 늘어난다. 2015년 미국의 듀폰사와 6년간의 아라미드 소송전(벌금 및 합의금 총 3억6000만 달러)을 마무리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제 앞만 보고 뛰겠다는 각오다. 물량 확대에 맞춰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2018년 현재 아라미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7만 t이며 향후 5년간 매년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 경쟁력이 있던 아시아, 유럽 지역을 넘어 북미 시장을 적극 노크하겠다는 각오다. 노 상무는 “북미 시장은 방탄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보니 안전 기준이 높고 또 시장도 보수적인 편이다. 소재기업이지만 엔드 유저(최종소비자)까지 적극 공략하고 전문가들을 유통채널에 섭외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유럽 시장에서 갖고 있던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주미영 아라미드사업1팀 차장은 “유럽 쪽은 자동차 부품 관련 수요가 많다.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시장영향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이 경량화에 주목하면서 아라미드도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자동차 브레이크패드는 환경 규제 물질인 석면의 대체품으로 아라미드가 점차 활용되는 추세다. 넘어야 할 산은 브랜드 인지도 등이 꼽힌다. 고부가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이 회사가 아라미드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력사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런 기대감을 드러내듯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완공한 원앤온리타워 외관을 아라미드를 활용한 첨단 신소재로 꾸몄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 15일(한국 시간) 14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에게 쏟아지는 찬사다. 한때 성추문과 도박 스캔들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추락했던 우즈가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자 과거 비슷한 궤적을 밟았던 스포츠 스타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기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 스타 가운데 하나가 세계적인 복서 조지 포먼(70)과 고 무하마드 알리다. 뉴욕타임스가 우즈의 컴백을 계기로 위대한 재기를 한 스포츠 스타들을 선정하면서 복싱계의 대표로 꼽은 인물들이다. 조지 포먼은 1987년 10년 은퇴 공백을 깨고 사각 링 위로 돌아온 뒤 1994년 최고령 45세의 나이로 헤비급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자신보다 18세 어린 마이클 무어러를 상대했던 포먼은 상대의 집요한 공격에 수비로 맞서다 10회 라이트 훅 한 방으로 KO승을 따냈다. 당시 포먼이 챔피언이 되자 프로복싱 헤비급 선수들의 기량 저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포먼은 이후 세 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1967년 종교적인 이유로 베트남전 복무를 거부한 알리는 징병 기피 혐의로 기소됐고 챔피언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했다. 3년 뒤 복서 자격을 다시 얻은 그는 1974년 당시 최고 선수였던 포먼에게 KO승리하며 다시 세계 최정상에 섰다. 이때 패배의 충격으로 포먼은 복싱계를 한동안 떠났다. 농구 황제 미국의 마이클 조던(56)도 빼놓아선 안 될 화려한 재기 사례다. 1991∼1993년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조던은 총격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농구코트를 떠났다. 이후 프로야구에 도전해 마이너리그 소속 타자로 2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조롱을 받던 조던은 NBA로 돌아와 다시 팀의 3년 연속(1996∼1998년) 우승을 이끌며 전설이 됐다. 생사기로에서 다시 일어난 선수들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포뮬러1(F1) 레이서 니키 라우다(70)는 1976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 도중 차량이 벽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화염에 휩싸여 오른쪽 귀 대부분을 잃고 한동안 코마 상태로 지냈다. 심각한 사고였지만 6주 만에 레이스로 돌아와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는다. 이듬해 1977년에는 생애 두 번째 월드챔피언을 차지했고 현재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팀의 비상임 의장을 맡고 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여자 테니스 선수 모니카 셀레스(46·미국)는 1993년 경기 도중 난입한 괴한 칼로 등을 찔렸다.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선수 생활을 중단하기도 했던 그는 1996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며 재기했다. 국내에서는 KBO리그 OB(현 두산)의 투수 박철순(63)이 있다. 리그 출범 원년인 1982년 다승왕 출신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박철순은 이후 허리 디스크와 아킬레스건 파열 등 각종 부상에도 잇따라 재기에 성공하면서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다가오는 20일은 제39회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인식은 전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밑바탕이 되는 장애인 교육 문제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이상진 국립 한국복지대 총장(61)을 만나 한국 장애인 교육의 현주소와 가야 할 길을 물었다. 2016년 총장공모제를 통해 경기 평택시 한국복지대 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대사, 한국방송통신대 석좌교수 등을 거친 교육행정 전문가다. 전국 유일의 국립 전문대학(3년제)인 한국복지대는 고등교육단계 장애인 통합교육을 취지로 2002년 설립된 국립 특수목적대학이다. 장애 학생이 전체 재학생(700여 명)의 35% 정도를 차지한다.장애인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대 총장으로서 장애인의 날을 앞둔 감회는? 장애인의 날이 제정되던 1981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및 지원제도는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된 학교용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 아직도 사회 일반의 인식 수준이나 장애인 교육 및 고용 등에서 미흡한 부분도 많다. 한국복지대가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통합사회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총장으로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보다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대학으로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지난해 5월 법정의무교육에 추가되면서, 우리 대학은 평택시와 협력하여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양성과정을 5월 개설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다.한국 장애인 교육 발전을 위한 한국복지대의 역할은? 한국복지대가 문을 연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지금은 수학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대학 진학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봐야 한다. 질적 제고에 매진해야 할 시기라는 이야기다.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대비하는 장애인 교육시스템으로의 질적 전환이 긴요한 시점이다. 미래 전망은 엇갈린다. 첨단 의료기술, 과학기술의 발전과 융·복합으로 장애에 따른 의사소통 등 여러 제약 요인을 상당 부분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장애인 문제가 더욱 고착화, 양극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장애인 고등교육의 발전 방향도 여기에 있다. 보조공학기술 활용 등 4차 산업혁명의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정적 측면은 최소화해 나가기 위한 대학의 역할과 책임이 작지 않다. 국립대학으로서 한국복지대는 장애인 고등교육에서 그 선도, 모형,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직업교육 훈련 중심이다 보니 연구개발(R&D) 역량 축적이 어려웠고, 전체 학과 12개의 규모적 한계도 있다. 개교 17주년을 맞이한 지금이 우리 대학의 운영체제 개편 문제를 제2의 개교라는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4년제 승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건가. 4년제가 되면 한계를 극복하는 데 여지도 늘어날 것 아닌가. 여러 방안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건 인근 국립 한경대와의 통합 방안이라고 본다. 차로 20분 거리로 위치도 가까운 데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대학을 평택캠퍼스, 한경대를 안성캠퍼스로 운영하는 식이다. 통합 시너지를 거두면서 장애인 고등교육 분야에서 그 선도, 모형, 거점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큰 그림이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은 한경대와 한국융합복지연구원 설립 작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초기 단계다. 5월 중 실체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과정에서도 추진협의회 등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의 협의와 소통도 중요하지만 국립대 간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통합을 이룬다면 장애인 고등교육 발전과 복지 증진에서도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복지대 장애인 교육의 특·장점은…. 학생 정원(700여 명)이나 개설 학과(12개) 규모 등으로 보면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강소대학의 특색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10명 이내의 학생 맞춤형 교육환경, 국립대 최저 수준의 등록금, 다양한 장학금 및 복지 제도 등 모든 학생이 경제적인 걱정 없이 배울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장학금 지급률은 수도권 최상위 수준이고, 최근 수년간 졸업생 평균 취업률도 70%대다. 장애학생의 취업률이 오히려 비장애 학생보다 높을 때도 있다. ‘취업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즉 현재 70% 초반 수준인 본교의 학생 취업률을 90%대의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학의 취업지원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학과 신설의) 여건이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면 보건의료 분야의 학과 개설도 꿈꾸고 있다. 장애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본다. 지난해 이뤄진 교육부 대학진단평가에서 한국복지대가 평택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대학과 지역이 연계된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대학과 지역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일체의 관계라고 본다. 여전히 평택 지역사회에서는 도시 규모에 비해 대학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우리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발전하는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평택시 등 지역사회 차원의 투자도 절실하다. 지난해 우리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되면서 지역사회의 사랑과 아낌을 받을 수 있는 기초는 마련했다. 우리 학생 중 경기 남부권 출신이 40% 정도다. 산학협력,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운동장, 체육관, 도서관과 같은 학교 시설의 개방 등 다양한 경로와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생각이다. 평택시, 상공회의소, 고용노동지청 등 지역사회의 주요 유관 기관, 단체와의 협력관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평생교육도 대학과 지역사회가 만나는 중요한 접점이다. 장애인들에 대한 다양한 평생교육은 물론 장애인 활동지원사 양성과정, 경기 지역 보육교직원 연수과정 등 관련 프로그램을 차분하게 확충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 내 드론교육원을 설치해 지역 최초로 드론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 평택은 50만 명의 인구를 포용하고 있는 경기 남부권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이자 물류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 또한 현재 조성 중인 ‘브레인 시티(Brain City) 산업단지’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상반기 내 창업보육센터 개소를 목표로 하는 등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해 정부의 혁신성장에 일조하겠다. 우리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본격적인 봄이 되면 황사까지 몰려와 골치가 더 아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녹차다. 2008년 하버드 의대의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 테아닌 성분을 3개월간 충분히 섭취하면 호흡기계 질병과 독감이 3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녹차의 타닌 성분은 우리 몸에 축적된 수은과 납, 카드뮴, 크롬, 구리 등의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해준다. 녹차는 잘 알려진 대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하루에 5잔을 마시면 지방을 태워주기 때문이다.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도 막아준다. 당뇨를 예방하고 새로운 두뇌세포의 성장을 촉발시켜 기억력과 학습력을 강화해준다.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물질이 함유돼 있어 전립샘암과 유방암 예방 효과도 있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증가, 소화기능 개선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동원F&B가 1996년 5월 출시한 ‘동원 보성녹차’는 대표적인 녹차 음료 브랜드다. 녹차특산단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서 재배한 녹차잎을 사용한 동원 보성녹차는 출시 이후 명실상부하게 녹차음료 시장의 대표 상품이 됐다. 동원F&B는 동원 보성녹차를 출시한 이후 녹차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17년 출시한 ‘동원 보성말차’는 동원F&B가 20년 만에 선보인 최고급 프리미엄 녹차음료다. 국내 최초로 녹차 잎으로 만든 말차를 우려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높였다. 말차는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녹차 잎을 가루 형태로 곱게 갈아낸 제품이다. 특히 동원 보성말차는 녹차 잎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첫물 찻잎을 말차로 갈아 만들었다. 첫물 찻잎은 1년에 4번 돋아나는 녹차 잎 가운데 가장 처음 자란 어린잎을 말한다. 다른 녹차 잎보다 맛이 진하고 떫은맛이 적은 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용기 바닥에 말차가 가라앉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흔들어 마시면 녹차의 깊은 풍미를 더욱 즐길 수 있다. 동원 보성말차는 녹차음료로서는 국내 최초로 콜드브루 공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말차 가루를 차가운 얼음물에 담아 일반 녹차보다 3배 이상 긴 시간 동안 우려내 본연의 맛을 강화하고 목 넘김은 더욱 부드럽게 했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 보성녹차와 동원 보성말차는 고객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만든 건강 음료다. 동원F&B의 건강하고 깨끗한 녹차음료를 마시며 미세먼지 걱정을 날리길 바란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조국은 마음에 시(詩)를 불어넣는 심장박동이다.”―헤로니모 임 김의 시 ‘조국(homeland)’ 중(번역)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가수 노사연의 유행가 ‘만남’을 함께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일제의 압제에 조국을 떠나 쿠바까지 흘러들어 온 한인(韓人) 후손이다.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지금도 함께 모여 한국어를 배우고, 애국가를 부른다. 1921년 쿠바 땅에 첫발을 디딘 이후 여전히 한인 사회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숨은 영웅의 노력이 있었다. 바로 고(故) 헤로니모 임 김(Jeronimo Lim Kim·임은조)이다.○ 쿠바 한인 사회 재건을 위해 소매 걷고 뛰어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헤로니모의 삶은 곧 쿠바 한인의 역사다. 헤로니모의 아버지 임천택은 만 2세 때 1905년 홀어머니 품에 안겨 멕시코 에네켄(용설란) 농장으로 떠났다. 이후 쿠바로 이주한 그는 현지에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다. 사후인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한인 최초로 아바나대 법대에 입학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던 헤로니모는 그곳에서 대학 동기 피델 카스트로를 만난다.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혁명 전면에 선 그는 이후 식량산업부 차관까지 올랐다. 1967년 북한에도 다녀왔다. 헤로니모가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한 건 1995년 정부 광복 50주년 세계한민족축전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으면서부터다. 쿠바 내 한인 사회 재건을 결심한 그는 철학과 교수 출신 여동생 마르타 임 김(임은희)을 도와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책을 낸다. 선교사들을 지원해 한국어학교도 세웠다. 쿠바 한인들이 ‘만남’이나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알게 된 건 이때부터다. 숙원은 쿠바 내 한인회 설립이었다. 공식 한인회 설립을 위해선 한인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헤로니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쿠바 방방곡곡을 돌며 한인들을 만났다. 현지 신문에 광고도 냈다. 쿠바 이주 80주년인 2001년에는 마나티, 엘볼로 지역에 한인이주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두 기념비는 모두 조국이 있는 서쪽을 향해 세웠다. 헤로니모는 2006년 80세의 나이로 쿠바에서 눈을 감았다. 쿠바 이주 98주년인 현재, 그의 숙원이었던 한인회 설립은 쿠바 정부의 불허로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개봉 타진하는 ‘헤로니모’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의 이야기를 곧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동포 전후석 감독(35)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가 올해 국내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코트라 뉴욕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전 감독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건 2015년 12월 쿠바 배낭여행이 계기다. 현지 가이드로 헤로니모의 딸 페트리시아 임을 만난 것. 헤로니모의 아내, 형제 등을 만난 전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을 모은 그는 쿠바에만 네 차례 가는 등 4개국 17개 도시를 돌며 촬영했다. 쿠바 한인부터 선교사, 역사학자 등 70여 명을 인터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법륜 스님 등도 후원의 손길을 건넸다. 최근 국내 배급사들과의 미팅을 위해 입국한 전 감독은 “디아스포라(조국 밖에 퍼져 사는 이들)를 말하고 싶었다. 지금도 800만 명의 재외동포가 한반도 밖에 흩어져 살고 있다. 통일을 말하는 시대에 재외동포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한국인의 정의를 모두가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조국은 마음에 시를 불어넣는 심장박동이다. 아름다움이자 사랑이고, 작품이고 위대한 업적의 결정체다.”―헤로니모 임 김의 시 ‘조국(homeland)’ 중(번역)지구 반대편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가수 노사연의 유행가 ‘만남’을 함께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일제의 압제에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쿠바까지 흘러들어 온 한인(韓人) 후손이다. 쿠바 전역에 1000여 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지금도 함께 모여 한국어를 배우고, 애국가를, 고향의 봄을 부른다. 1921년 쿠바 땅에 첫발을 디딘 이후 100년이 다 되도록 한인 사회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숨은 영웅의 노력이 있었다. 고(故) 헤로니모 임 김(Jeronimo Lim Kim·한국명 임은조)이 주인공이다.● 쿠바 한인 사회 재건을 위해 팔 걷고 뛴 헤로니모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헤로니모의 삶은 곧 쿠바 한인의 역사다. 그의 아버지 임천택은 경기 광주 출신으로 두 살 때인 1905년 홀어머니 품에 안겨 멕시코 에네켄(용설란) 농장으로 떠났다. 쿠바 현지에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낸 임천택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인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기도 했다. 백범일지에도 이름이 나온다. 9남매 중 장남인 헤로니모는 한인 최초로 아바나대 법대에 입학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곳에서 대학 동기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게 된 헤로니모는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혁명 전면에 선다. 이후 식량산업부 차관까지 올랐고 1967년에는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헤로니모가 본격적인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한 건 1995년부터다. 광복 50주년 세계한민족축전에 초청돼 한국 땅을 밟은 헤로니모는 쿠바 내 한인 사회 재건을 결심한다. 철학과 교수 출신 여동생 마르타 임 김(한국명 임은희)을 도와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평소 한국어를 배워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따르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헤로니모는 선교사들을 지원해 한국어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쿠바 한인들이 만남이나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알게 된 건 이때부터다. 헤로니모의 가장 큰 숙원은 쿠바 내 한인회 설립이었다. 공식 한인회 설립을 위해선 한인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헤로니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쿠바 방방곡곡을 돌며 한인들을 만났다. 현지 신문에 광고까지 내가며 열정을 쏟았다. 쿠바 이주 80주년인 2001년 한인들이 첫발을 들였던 마나티, 초기 정착지인 엘볼로 지역에 한인들의 이주와 정착을 알리는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두 기념비는 모두 조국을 그리는 마음에 서쪽을 향해 지었다. 2003년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한 차례 더 한국 땅을 밟은 헤로니모는 2006년 80세의 나이로 쿠바에서 눈을 감았다. 쿠바 이주 98주년인 현재, 그의 숙원이었던 한인회 설립은 쿠바 정부의 불허로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 영화 ‘헤로니모’도 국내 개봉 예정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헤로니모의 이야기를 곧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동포 전후석 감독(35)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가 올해 국내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기 때문이다. 90분 길이의 이 영화의 배급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OTRA 뉴욕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전 감독이 난데없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건 2015년 12월 쿠바 배낭여행이 계기가 됐다. 현지 가이드로 헤로니모의 딸 페트리시아 임을 만난 것. 예기치 않게 헤로니모의 아내, 형제 등과 지인까지 만나게 된 전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영화화를 결심했다. 전 감독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영화학을 전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화 촬영 비용을 모은 그는 쿠바에만 네 차례 가는 등 4개국 17개 도시를 돌며 영화를 찍었다. 쿠바 한인부터 선교사, 역사학자 등 70여 명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법륜 스님,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등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배급 협의를 위해 최근 입국한 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디아스포라(조국 밖에 퍼져 사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도 800만 명의 재외동포가 한반도 밖에 흩어져 살고 있다. 통일을 말하는 시대에 재외동포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한국인의 정의를 모두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5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2층. 주로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매장에 줄지어 섰다. 인기 e스포츠 ‘배틀그라운드’ 관련 상품을 사려는 것. 게임 속 아이템을 그대로 구현해낸 인형, 텀블러 등을 흥미롭게 둘러보던 젊은이들 가운데는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도 있었다. e스포츠를 향한 백화점 업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보다는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e스포츠 굿즈 전문 브랜드 ‘슈퍼플레이’와 손잡고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신촌점에 ‘e스포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 롯데백화점 등도 지난해 e스포츠 관련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연내로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신촌, 목동, 판교점 등에 e스포츠 관련 정식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백화점 측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를 잡기 위한 콘텐츠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여의도점(가칭)에도 150평(약 495m²) 규모의 대형 매장도 구상하고 있다. 전문브랜드 슈퍼플레이도 올해 안에 전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홍익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등이 후보다. 슈퍼플레이는 세계적인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롤), 오버워치 등의 관련 상품들을 제작 판매한다. 대표적인 상품은 세계적인 롤 플레이어 SK T1의 ‘페이커(본명 이상혁)’ 관련 굿즈다. 20평(약 66m²) 남짓한 매장에는 e스포츠 선수 유니폼, 티셔츠, 가방, 텀블러, 스마트폰 케이스 등 100여 종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주로 인기가 많은 건 유니폼, 티셔츠 등 의류 상품들이다. e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에서 직접 쓰는 게이밍 기어(키보드, 마우스 등)를 사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명 스포츠 스타의 운동화를 따라 사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여성들의 구매 비율도 높은 편이다. 1월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팬의 관련 상품 구입 경험(57.9%)이 남성 팬(23.8%)에 한참 앞선다. 이관우 슈퍼플레이 대표(48)는 “e스포츠 관련 상품하면 남성 고객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돌 굿즈 등에 친숙한 여성 고객들이 e스포츠 상품 구매에 더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 관련 상품을 찾는 외국인 고객도 적지 않다. 백화점은 이들 고객의 발길이 다른 매장으로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유튜브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 크리에이터 상품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3일에는 구독자 61만 명의 유명 크리에이터 ‘머독’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 이관우 대표는 “패키지(200개 한정) 현장 구매 고객에 한해 팬 미팅 참여 기회를 주는데 벌써부터 전날 밤 텐트를 치고 밤새워 기다린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의 성장에 발맞춰 상품 시장도 상승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지난달 발표한 2019 글로벌 e스포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 및 티켓 매출은 1억370만 달러(약 1172억 원)로 전년 대비 2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상품 시장은 현재 수십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난해 12월 문을 연 전남콘텐츠코리아랩(전남CKL)이 지역 내 정보문화산업 진흥에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도 출연기관인 진흥원은 지난해 전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7월), 광양메이커스페이스(11월)에 이어 전남CKL까지 거점을 넓혀가고 있다. 50년 이상 된 전남 순천 아랫장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한 전남CKL센터는 전남 동부권 창작자들의 교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0일에는 이곳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개발 제품이나 사업 모델을 전문 투자자에게 발표하는 ‘데모데이’ 행사도 열었다. 크라우드펀딩 등 5개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자리에서 최우수상 2팀 등 총 8개 팀에 총 700여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달 중에는 초중등 학생을 상대로 3차원(3D) 프린터 교육을 통한 콘텐츠 산업 관심을 유발하는 ‘전남 콘랩 4차산업 캠프’도 5회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 크로마키 스튜디오, 1인 창업 입주 공간 등 장비·시설 지원도 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남CKL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하면 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제1회 미래교육 오산국제포럼이 7월 경기 오산시에서 열린다. 세계 교육계의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을 꿈꾸는 이번 오산국제포럼에서는 국내외 미래교육에 대한 자료 공유와 발전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다. 오산 교육의 발전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이상적인 마을교육공동체 모델도 제시한다. 오산교육재단과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포럼이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는 7월 3∼5일 오산대 및 오산시 교육 현장에서 열린다. 학부모, 교사는 물론 시청, 교육청 관계자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이 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사 둘째 날인 4일에는 오산교육, 미래교육, 마을교육공동체를 주제로 한 3개 포럼 세션이 진행된다. 세션별로 기조강연, 워크숍을 실시하고 부스도 운영한다. 합동토크콘서트도 연다.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일반참가자의 오산 교육 현장 투어도 실시한다. 지역 내 혁신교육 및 마을공동체교육 운영 현장 등을 둘러본다.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 교육 전문가도 포럼에 참석한다. 독일 전문가는 방과 후 클럽 조직 및 지원 방안을, 이탈리아 전문가는 협동조합형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You can be anything).’ 오늘(9일)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비 인형에 담긴 철학이다. 1959년 세상에 바비 인형을 선보인 장난감회사 마텔의 대표 루스 핸들러는 “소녀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바비가 대변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환갑이 된 바비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현실적인 몸매로 미(美)의 기준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바비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이런 비판에 맞서고 있다.○ 바비의 메시지 “모험은 흥분된다!” 마텔은 지난해 ‘드림 갭 프로젝트(dream gap project)’를 선보였다. 소녀들이 느낄 수 있는 성차별의 간극(갭·gap)을 줄이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텔은 미국 내에서 바비 인형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달러씩 기부해 드림 갭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여성들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애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한 것은 그동안 바비가 이룬 의미 있는 업적이다. 다양한 복장의 바비 캐릭터에서 간접적인 ‘직업 체험’을 함으로써 여성들의 다양한 직업 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바비의 직업 변천사는 흥미롭다. 1960년대에는 간호사, 항공 승무원 등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의 바비를 주로 출시했지만, 1973년 외과의사 바비가 나오면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80, 90년대에는 최고경영자(CEO), 파일럿, 경찰관 등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직업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카레이서, 컴퓨터공학자 등 바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마텔은 바비 탄생 60주년을 맞은 올해 천체물리학자, 극지해양생물학자, 곤충학자 등 과학자 바비를 내놓고 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학 분야에 소녀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마이애미대 영문과 셰리 아네스 교수는 “아기 인형은 여자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면서 “바비는 어린 소녀에게 다양한 직업을 탐구해 보라고 권하고, 모험을 하는 것은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 뚱뚱한 바비, 휠체어 바비… 다양성 포용의 시대 마텔은 소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롤 모델들도 인형으로 제작해 선보이는 ‘모어 롤 모델스(more role models)’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여성 화가인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 인형 등을 만들었다. 이 인형들을 가리키는 이름은 ‘쉬어로(Shero)’. 여성 영웅이란 뜻이다. 21세기의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반영한 시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기업의 윤리 의식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중요한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논란도 있다. 바비 인형의 직업을 통해 과연 여성들이 실제로 해당 직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있느냐는 것이다. 직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선보인 곤충학자 바비는 옷에 흙탕물 하나 없어 실제 곤충학자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비를 가장 괴롭혀 온 비판은 아름다운 백인 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마텔은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바비를 선보였고 2016년엔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등 보다 현실적인 신체비율의 인형을 출시했다. 지난달엔 휠체어를 탄 바비, 의족을 단 바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텔의 전략은 성공했다. 디지털 오락상품이 늘어나면서 장난감 시장이 위축되는 추세지만 바비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했다. 바비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완구산업 컨설팅회사 ‘글로벌토이엑스퍼츠’의 대표인 리처드 고틀리브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인 외모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바비의 구매를 꺼리다가 최근 바비의 변화에 호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지영 kimjy@donga.com·강홍구 기자}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You can be anything).’ 오늘(9일)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비 인형에 담긴 철학이다. 1959년 세상에 바비 인형을 선보인 루스 핸들러는 “소녀는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바비가 대변한다”고 말했다. 핸들러는 바비 제작사인 마텔의 공동대표였다. 어느새 환갑이 된 바비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현실적인 몸매로 미(美)의 기준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바비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하는 데 주력함하면서 비판에 맞서고 있다. 바비 자신의 플라스틱 천장을 넘어 사회의 유리 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사회적 장애물)을 깨려는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바비의 메시지, “모험은 흥분된다!” 마텔은 지난해 ‘드림 갭 프로젝트(dream gap project)’를 선보였다. 소녀들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에 막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성차별의 간극(갭·gap)을 줄이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마텔은 미국 내에서 바비 인형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달러씩 기부해 드림 갭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여성들의 잠재력을 가로 막는 사회적 장애물에 대한 조사도 하고 있다. 사실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한 것은 지난 세기 바비가 이룬 의미 있는 업적이다. 다양한 복장의 바비 캐릭터들을 통해 간접적인 ‘직업 체험’을 함으로써 여성들이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변화에 따른 바비의 직업 변천사는 흥미롭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패션 에디터, 간호사, 항공승무원 등 여성 종사비율이 높은 직업의 바비가 출시됐다. 1973년 외과의사 바비가 출시되면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고 80~90년대에는 최고경영자(CEO), 파일럿, 경찰관, 소방관 등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업의 의상도 입었다. 최근에도 컴퓨터 엔지니어, 카레이서, 건축업자 등 바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마텔은 바비 탄생 60주년을 맞은 올해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협력해 천체물리학자, 야생동물 환경보호 활동가, 극지해양생물학자, 야생동물 사진작가, 곤충학자 등 여성 과학자 바비 인형을 내놓기로 했다. 여성 전공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과학 분야에 대해 소녀들이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의도다. 마이애미대 영문과 셰리 아네스 교수는 “장난감은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 어떤 삶으로 나갈지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비가 나오기 전 여자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은 대개 아기인형이었다. 아네스 교수는 “아기인형은 여자아이들에게 모성과 가정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소녀들이 어머니가 되는 것이 그들에게 열려진 자연스런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면서 “바비는 어린 소녀에게 다양한 직업을 탐구해 보라고 권하고, 모험을 하는 것은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뚱뚱한 바비, 휠체어 바비…다양성 포용의 시대 마텔은 소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롤 모델들도 인형으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성 유명인사들을 집중 조명하는 ‘more role models’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여성 화가로 꼽히는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 아시아 테니스 선수 최초로 단식 세계랭킹 1위를 한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 인형 등을 만들었다. 이 인형들을 가리키는 이름은 ‘쉬어로(Shero)’로 붙여졌다. ‘여성 영웅’이란 뜻이다. 21세기의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반영한 시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기업의 윤리 의식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논란도 있다. 바비 인형의 직업을 통해 과연 여성들이 실제로 해당 직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있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직업상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선보인 곤충학자 바비는 분홍색 조끼를 입고 손에는 우아하게 나비를 쥐고 있다. 옷에 흙탕물 하나 튀지 않은 모습이 실제 곤충학자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바비가 오랫동안 시달려온 또 다른 비판은 아름다운 백인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이 비난을 해소하고자 마텔은 흑인과 아시안, 히스패닉 바비 등을 선보였고 2016년엔 통통한 몸매의 ‘커비 바비’, 키가 작은 ‘프티 바비’ 등 보다 현실적인 신체비율의 인형을 출시했다. 지난달 발표한 신제품 중엔 휠체어를 탄 바비, 의족을 달고 있는 바비가 포함됐다. 마텔의 전략은 들어맞는 분위기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장난감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마텔 역시 2012년부터 4번이나 CEO를 갈아치웠고 2013년 이후 매년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비는 휴가와 크리스마스 시즌이 모두 지난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이상 상승하면서 주목받았다. 완구산업 컨설팅회사 ‘글로벌토이엑스퍼츠’의 대표인 리처드 고틀립은 “피부 색깔, 신체 크기에 다양성을 부여한 것이 바비의 매출 신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고틀립은 “바비의 이런 다양성은 아이들이 아니라 학부모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통해 좀더 현실적인 외모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바비의 구매를 꺼리다가 최근 바비의 변화에 호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제1회 대상그룹 대학생 스마트폰 푸드 영화제 ‘E.T(Eat & Travel) 필름 페스티벌’(사진)이 24일 막을 내렸다. 대상홀딩스가 후원한 이 영화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두 나라를 오가며 맛을 주제로 단편영화를 만드는 행사다. 스마트폰만 사용해 영화를 찍는다. 시나리오 심사 등을 통해 선발된 대학생 24명(한국 12명, 인도네시아 12명)은 지난달부터 3차례 화상회의를 통해 시놉시스와 촬영 스케줄을 조율했다. 양국 학생 3명씩 총 6명이 한 팀을 꾸렸다. 이달 중순부터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한국 서울 등을 돌며 5분 길이의 영화를 촬영했다. 대상그룹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건 양국이 국가 수교를 맺은 197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1호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시사회 및 시상식에 참석한 정홍언 대상 대표이사는 “인도네시아에 애착을 가진 만큼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영화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대상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스-올로지’를 찍은 어벤저스 팀이 수상했다. 두 나라의 매운 소스인 삼발소스와 고추장을 소개하는 영화다. 대상 상금은 600만 원이다. 어벤저스 팀의 윤현기 씨(24·경일대 사진학과 4년)는 “한겨울에 낯선 인도네시아의 무더위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유튜브 ‘Eat & Travel Film Festival’ 계정에서 볼 수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농심의 ‘신라면’ 브랜드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86년. 이후 25년 뒤인 2011년에는 제품을 고급화한 ‘신라면 블랙’이 출시됐다. 다시 8년 뒤인 2019년 2월, 농심은 신라면의 3세대 제품인 ‘신라면 건면’을 시장에 내놨다. 신라면이 처음 태어난 해로부터 따지면 33년 만이다. 라면 시장 부동의 1위 제품인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지키면서 점차 커지는 건면(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승부수다. 신라면 건면 개발의 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농심은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1년여의 검토 기간 끝에 신제품의 콘셉트를 건면으로 결정했다. 건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미 건면 전용 제조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당시로서는 타당성 있는 선택이었다.○ 맛 설계부터 다시… 2017년 프로젝트팀 출범 2017년 농심연구소에서 신라면 건면 개발을 위한 ‘신라면 Light 프로젝트팀’이 출범했다.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의 후속 제품인 만큼 면, 수프, 건더기 할 것 없이 각 분야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최근 수년간 신라면의 품질 관리를 담당하고 신라면 블랙, 신라면 블랙 사발 개발에 참여한 ‘신라면 전문가’도 포함됐다. 유탕면이 아닌 건면을 쓰면 제품의 모든 속성이 달라진다. ‘신라면 Light 프로젝트팀’이 처음부터 맛 설계를 새로 해야 했던 이유다. 스프개발팀 김재욱 과장은 “라면을 만드는 데 수십 가지의 재료를 쓴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크게 맛이 달라진다. 그 최적의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프 개발에선 신라면 특유의 ‘맛있는 매운맛’을 그대로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같은 국물이라도 어떤 면을 넣느냐에 따라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탕면을 튀기는 기름이 고추와 후추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보니 건면으로 맛을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같은 국물에 신라면과 신라면 건면을 넣고 먹어 보면 건면이 더 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팀은 건면의 고추와 후추 함량을 줄이고 소고기육수와 표고버섯 등 국물 맛에 깊이를 더하는 재료를 늘려 건면으로 바뀌면서 생긴 맛의 차이를 줄였다.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채소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렸고, 유탕면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 문제도 동시에 해결했다.○ 칼로리는 기존 제품의 70% 수준 면 역시 건면의 장점을 살리면서 신라면 고유의 특징을 담았다. 심지어 조리 시간까지 맞췄다. 면 개발팀 신봉직 과장은 “신라면의 4분 30초 조리 시간은 그대로 지키면서 건면 특유의 쫄깃함과 잘 퍼지지 않는 면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미세한 기공이 생기는 유탕면과 달리 바람에 말리는 건면은 면의 밀도가 높고 더 쫄깃하지만 상대적으로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농심 측은 “면의 두께와 폭, 재료의 배합 비율을 조절해 4분 30초의 조리 시간과 건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건면의 칼로리는 일반 라면의 약 70% 수준인 350Kcal다. 건더기도 늘렸다. 별첨개발팀 노경현 과장은 “시각적 효과는 물론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표고버섯 건더기의 크기를 더 크게 하고 함량도 늘렸다”고 말했다. 기존 열풍 건조 처리하던 고추 건더기는 동결 방식으로 바꿔 재료의 신선함을 더했다. 맛의 미세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율 작업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심은 사내 30여 명의 맛 전문가로 패널을 구성해 수없이 시식 조사를 반복하며 재료의 배합비를 맞췄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매주 1회 이상 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발 기간만 2년. 총 2000번이 넘는 시식 끝에 지금의 신라면 건면이 만들어졌다. 농심은 신라면 건면으로 라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외연을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농심 측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인 만큼 평소 라면을 덜 먹거나 먹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십대가 되더니 달라진 우리 아이. 갑작스레 부모의 말에 반항하는 아이를 과연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 10만 독자가 선택한 ‘하루 3시간 엄마 냄새’의 저자 이현수 박사(힐링심리학아카데미원장)가 6년 만에 신간을 선보였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20년간 심리검사 및 상담을 한 저자의 심리학, 뇌 과학 이론과 보통 엄마로서의 경험이 담긴 청소년 양육서다. 십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양육법으로 토론을 제시한다. 열 살 전까지 주요 양육 방법이 ‘엄마 냄새’였다면 그 이후는 부모와의 ‘토론’이라는 것. 자녀와의 원활한 토론을 위한 꿀 팁도 소개한다. 토론 중 감정이 올라올 때 대처하는 탁구치기 기법, ‘99번 더 말해줄게’ 기법 등도 만날 수 있다. 토론의 5단계, 알아두면 쓸모 있는 토론의 8가지 잔기술도 있다. 20년 자녀 양육의 마스터키가 절실한 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사상 첫 봄 배구(포스트시즌)를 넘어 정상을 바라본다. 남자배구 만년 하위 우리카드가 1위에 올랐다. 13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추가한 우리카드는 19승 11패 승점 59점으로 순위 테이블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경기를 덜 치른 2위 대한항공(57점), 3위 현대캐피탈(56점)을 제쳤다. 2008년 출범 후 사상 첫 봄 배구를 넘어 정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전체 7팀 중 6위에 머무는 등 상위권과 연이 없던 우리카드가 이렇게 달라진 데는 결정적인 세 가지의 선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신영철 감독(55) 선임이다. 김상우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우리카드는 신임 감독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내걸었다. △세터 출신으로 △지도력이 있고 △봄 배구 진출 경험이 있는 감독을 원했다. 그 적임자가 바로 신 감독이었다. 신 감독을 선택한 우리카드는 어깨에 힘도 잔뜩 실어줬다. 정원재 구단주는 신 감독에게 트레이드 권한을 일임했다. 과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단장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정 구단주는 현장의 판단을 믿었다. 신뢰를 등에 업은 신 감독은 시즌 전 과거 한국전력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베테랑 센터 윤봉우(37)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1982년생 맏형 윤봉우는 기존에 있던 베테랑 세터 유광우(34)를 포함 팀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역할을 했다. 신 감독의 우선 과제는 팀에 가득한 패배 의식을 씻는 것이었다. 신 감독은 13일 통화에서 “(순위권) 아래 있는 팀을 많이 맡다보니 팀을 끌어올리는 건 자신이 있었다. 다만 성적이 안 나는 팀 특유의 불신이 쌓여있는 분위기를 없애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4연패로 시작했던 신 감독은 “올해 봄 배구를 못해도 좋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너희는 계속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쓴 소리를 하며 선수들을 일깨우려 애썼다. 지금의 팀 분위기는 신 감독도 만족할 정도다. 사실 팀 전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두 번째 선택이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아가메즈(34)를 선택한 것이다. 전 시즌 순위에 따라 2018~2019시즌 트라이아웃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확률(21.4%)을 갖고 있던 우리카드는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 권한을 얻었다. 애초 1순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타이스(삼성화재) 또는 파다르(현대캐피탈) 지명 계획을 세웠던 우리카드는 주저 없이 아가메즈의 이름을 호명했다. 선수를 택했다고 모든 구슬이 꿰어지는 건 아니었다. 까다로운 성격의 아가메즈를 팀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구단은 과거 V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던 네맥 마틴 코치를 전담으로 붙여 관리하게 했다. 신 감독은 아가메즈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코트 위에서 해줘야 할 역할을 명확히 했다. 팀에 안착한 아가메즈는 기대대로 ‘세계적인 공격수’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아가메즈도 자신이 만난 감독 중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신 감독을 높게 평가하고 존중했다. 아가메즈는 현재 득점 선두(864점), 공격종합 3위(성공률 55.39%)에 오르며 팀 성적을 견인하고 있다.세터 노재욱(27)의 영입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붙박이 주전 세터(유광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 감독은 토종 에이스 최홍석을 보내고 세터 노재욱을 받아오는 한국전력의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였다. 키가 크지 않은 유광우(184㎝)를 대신해 191㎝의 노재욱을 기용해 사이드 블로킹을 높이겠다는 계산이었다. 토스가 낮고 빠른 노재욱의 장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카드는 11월 노재욱 영입 후 그의 출전 기회를 늘리면서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최홍석이 빠지면서 생긴 빈 자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됐다. 평소 결정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레프트 나경복(25)은 꾸준한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2년차 한성정(23) 또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인 황경민(23)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 감독은 “세 선수의 장단점이 각기 다르다. 경복이의 장점이 높이라면 경민이는 스윙이 빠르다. 성정이도 수비 부담이 있는 포지션 선수치고 공격력이 좋다. 앞으로 상황이 되는 대로 선수들을 기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사상 첫 봄 배구에는 다가섰지만 남은 최종 6라운드 결과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 뒤바뀔 수 있다. 신 감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선수들이 지금처럼 자신감을 가진다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믿는다. 기술적으로는 서브 리시브나 세터 노재욱의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배구 팬들을 놀라게 한 우리카드는 과연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그 결과가 주목된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당구장 맞아?”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에스프레소 머신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는 어두컴컴했다. 당구대에는 박스 조명이 달렸다. 분위기 좋은 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당구대마다 달린 스코어보드도 디지털 방식이었다. 바둑알이 매달려 있어 마치 주판을 연상하게 하는 다른 당구장의 스코어보드와는 달랐다. 스코어 아래 화면에서는 방금 전 당구공을 친 사람의 리플레이 영상이 흘러나왔다. 대기 손님들을 위한 별도의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설 연휴 직전인 1일 오후 5시. 서울 강동구 DS빌리어드클럽 당구장에는 빈자리 하나 없었다. 총 10개의 당구대가 모두 손님으로 가득 찼다. 그중 절반 이상이 20, 30대 젊은 고객이었다. 연인과 함께 온 여성도 여럿 눈에 띄었다. 2030 젊은 세대에게도 당구가 ‘신종’ 레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이었던 당구장이 최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뀌면서 PC방, 노래방 등에 익숙한 이들이 당구의 재미에 눈을 뜬 것. 이들 젊은 세대를 당구장으로 유인하려는 업체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당구장 안에서 커피 또는 피자와 맥주를 팔거나 다트 등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요소는 ‘쾌적함’이다. 과거 담배 연기 자욱했던 당구장의 이미지를 지워야 젊은 고객들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곳을 연습장으로 쓰는 프로 선수 조명우 씨(21)는 “당구장 안에서 흡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확실히 친구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용철 DS빌리어드클럽 대표는 “젊은 고객들은 다른 손님과의 간격에도 예민한 편이다. 보통 대형 당구대 하나에 10평(약 33m²) 정도의 면적을 할당하는데, 우리는 13평(43m²)으로 잡았다. 인테리어 문의를 해오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당구대를 줄이면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익이 줄어들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젊은 고객을 유치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대화보다는 개인의 플레이에 집중하길 좋아하는 젊은 고객들을 위해 가급적 배경음악도 잔잔한 곡으로 선택한다. 이 당구장의 경우 2030고객의 비율이 30∼40%대다. 최근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당구부 창단 움직임도 젊은 고객 증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0대 1인 미디어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는 인터넷방송진행자(유튜버)다. 법률전문가(7위), 가수(8위)보다도 순위가 높다. 초등학생 8597명이 설문에 응했다. 최근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구독자를 보유한 10대 스타 유튜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대 인기 유튜버 2명의 일상을 살펴봤다.○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일상이 곧 콘텐츠 “안녕하세요, 마이린입니다.” 스마트폰 녹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줄줄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자연스러운 손동작은 웬만한 방송인 못지않았다. 2015년 시작한 개인방송 ‘마이린TV’의 주인공 최린 군(13)은 7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최 군은 ‘초통령’ ‘유튜브계의 유재석’ 등으로 불린다. 지난해 올린 ‘밤 12시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 영상은 826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집에서 만난 최 군은 “아빠와 함께 유튜브 키즈 대회에 나갔다가 영상을 찍어 올리면 장난감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조회 수 올리는 재미로 꾸준히 하다 보니 요새는 하루에 댓글만 1000∼2000개가 달린다”고 말했다. 또래 학생들을 주요 구독자로 둔 최 군의 일상이 모두 콘텐츠다.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졸업 선물 교환 등을 촬영해 올린다. 또래에게 인기가 많은 슬라임, 바퀴 달린 운동화(힐리스) 등도 방송 소재다. 최 군은 “편의점, 문방구에서 인기가 많은 것들을 사서 영상을 찍기도 하고 포털사이트 트렌드 검색 기능도 자주 쓴다. 요새 무엇이 인기가 많은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1업로드를 원칙으로 삼는 최 군은 별도의 대본 없이 스스로 방송을 진행한다. 촬영은 주로 아버지 최영민 씨(48)가 스마트폰으로 한다. 초창기에는 최 군이 직접 편집을 하기도 했지만 채널 규모가 커지면서 편집 담당자를 1명 채용했다. 집 안에는 간단한 조명 시설을 갖춘 최 군만의 스튜디오도 뒀다. 최근에는 최 군의 어머니도 채널을 새로 개설했다. 10대 유튜버 하면 염려스러운 학업과의 병행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매일 업로드를 하지만 영상 촬영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한다. 아버지 최 씨는 “6개월마다 성적 공개를 콘텐츠로 만들다 보니 오히려 성적도 좋아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군은 지난달 프로농구 경기에서 시투를 하기도 했다. 목표는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최 군은 멘토링 등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구독, 댓글 활발한 또래 등에 업은 10대 유튜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최연우 양(16)은 혼자서 방송 촬영, 편집 등을 다 하는 케이스다. 최 양이 운영하는 ‘여우린TV’의 구독자는 현재 5만여 명이다. 교내 축제, 체육대회, 아이돌 가수 콘서트 관람 등 일상이 주요 콘텐츠다. 라면 끓이기, 화장법 등도 소재가 된다. 1일 경기 용인시에서 만난 최 양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구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최 양은 “아무래도 10대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영상 구독이나 댓글 달기 등을 활발히 하는 만큼 (그들을 주요 시청자로 하는) 10대 유튜버들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내 일상을 주로 영상으로 찍는 최 양은 현재 사전 동의를 얻은 친구들에 한해 함께 영상에 내보낸다. 최 양은 평소 5∼10분 영상 편집에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자신의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만으로 촬영하는 최 양은 고가의 촬영장비보다 편집을 통한 보정 작업을 추천했다. 학업과의 병행이 고민스럽긴 하지만 유튜버 생활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최 양은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미디어영상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패션 등 콘텐츠를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입만 보고 시작할 직업은 아냐” 높은 인기만큼 관심이 높은 것이 수입이다. 광고 종류, 시청 시간 등에 따라 책정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통상 조회 수 1당 약 1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유튜버도 적지 않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간접광고(PPL)도 붙는다. 구독자 수에 따라 관련 영상 한 건당 수백만, 수천만 원씩의 광고료를 받기도 한다. 관련 굿즈 사업을 하는 채널도 있다. 마이린TV의 최 군은 부모가, 여우린TV의 최 양은 자신이 직접 수입을 관리한다. 그러나 높은 수입은 유튜버의 단면을 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최영민 씨는 “마이린TV도 아무도 유튜브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 시작했기에 경쟁력이 있었다. 첫 구독자 100명을 모으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여우린TV의 최 양도 “초반에는 열정페이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입만을 보고 시작하면 유튜버라는 직업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양은 또 “트렌드만 좇다 보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같은 소재더라도 편집이나 배경음악으로 차별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군은 “무엇이든 꾸준히 올리는 게 중요하다. 영상이 흔들리면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만큼 어린 친구들에겐 꼭 삼각대를 마련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