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여 인적, 물적 피해 모두 극심한 상황이었다. 416일 만의 휴전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과거 레바논을 통치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졌다. 휴전 발효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모두 철수해야 하고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다. 다만 양측이 휴전 합의문에 자신들의 자위권을 명기해 충돌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측은 이날도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공습을 주고받았다. ● 이-헤즈볼라, 레바논 남부서 모두 철수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에선 전체 참석자 11명 중 찬성 10표 대 반대 1표로 이 휴전안을 승인했다. 휴전 합의문은 총 1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어떤 무장단체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며, 양측 모두 2006년 결의된 유엔 안보리 ‘1701호’를 이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그간 근거지였으며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중남부의 리타니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스라엘군도 60일 안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 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격퇴하겠다는 이스라엘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군에 침투하는 식의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 휴전 발효 직전까지 ‘최고 강도’ 공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휴전 승인 이유로 △이란 위협에 집중 △군에 휴식 제공 및 무기 보충 △하마스 고립 등을 언급했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 이란과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역시 여러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전쟁 장기화에 지친 이스라엘 내부 여론 등도 모두 휴전을 압박했다. 다만 휴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하산 파드랄라도 “수천 명이 저항에 동참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 양측이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은 것도 휴전이 지속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2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해 최소 7명이 숨졌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를 로켓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AFP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협상을 “돼지에 립스틱을 바른 격” “곧 끊어질 반창고” 등으로 혹평했다. 휴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60일간의 휴전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자 하루 뒤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일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까지 투입하며 공격 강도를 높여 인적, 물적 피해 모두 극심한 상황이었다.416일 만의 휴전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과거 레바논을 통치했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졌다. 휴전 발효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에서 모두 철수해야 하고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만 주둔할 수 있다. 다만 양측이 휴전 합의문에 자신들의 자위권을 명기해 충돌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양측은 이날도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공습을 주고 받았다.● 이-헤즈볼라, 레바논 남부서 모두 철수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 소집된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에선 전체 참석자 11명 중 찬성 10표 대 반대 1표로 이 휴전안을 승인했다.휴전 합의문은 총 13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헤즈볼라를 포함한 어떤 무장단체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며, 양측 모두 2006년 결의된 유엔 안보리 ‘1701호’를 이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는 그간 근거지였으며 이스라엘 국경과 인접한 레바논 중남부의 리타니 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스라엘군도 60일 안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를 완료해야 한다.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으며 이를 격퇴하겠다는 이스라엘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또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군에 침투하는 식의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휴전 발효 직전까지 ‘최고 강도’ 공격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연설을 통해 휴전 승인 이유로 △이란 위협에 집중 △군에 휴식 제공 및 무기 보충 △하마스 고립 등을 언급했다.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 이란과의 교전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역시 여러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전쟁 장기화에 지친 이스라엘 내부 여론 등도 모두 휴전을 압박했다.다만 휴전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 하산 파드랄라도 “수천 명이 저항에 동참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양측이 휴전 발효 직전까지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은 것도 휴전이 지속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2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해 최소 7명이 숨졌다. 27일 휴전 발효 30여 분 전 에도 베이루트 남부의 20여 곳을 공격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리타니강 일대까지 진출했다고 27일 전했다.이에 맞서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를 로켓과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AFP통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번 협상을 “돼지에 립스틱을 바른 격” “곧 끊어질 반창고” 등으로 혹평했다. 휴전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7일(현지 시간) 오전 4시(한국 시간 오전 11시)부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휴전에 돌입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2023년 10월 7일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투를 시작한지 415일 만이다.2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이날 찬성 10대 반대 1로 미국과 프랑스가 중재하는 휴전안을 승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도 통화를 가졌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미 백악관에서 연설을 열고 휴전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렸다.바이든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내일(27일) 오전 4시에 발효되는 이 협정에 따라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전투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는 적대 행위를 영구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에 남은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다시는 위협하지 않는 것이다”고 밝혔다.휴전 합의문은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교전을 중단하고, 헤즈볼라는 리타니강 이북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군은 향후 60일 간 점진적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해야 한다. 레바논 남부에는 레바논 정규군과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만이 주둔하게 된다.합의문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협상 과정에서 강하게 요구한 ‘레바논 내 행동의 자유’에 관한 내용도 포함했다.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또 미국 측은 이스라엘에 별도로 송부한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서한에 따르면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정규군에 침투하는 등 군사적 재건 움직임을 포착할 경우 곧바로 이스라엘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이스라엘은 음속 장벽을 넘지 않는 한 레바논 상공에서 정보 수집, 정찰 목적의 비행을 할 수 있다.휴전안을 승인한다는 표결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연설을 열고 휴전 이유는 세 가지라며 “이란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군대에 휴식을 주고 재고를 보충하며, 전선을 분리해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 기간은 레바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재무장을 시도한다면 우리는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휴전이 발효되기 30여 분 전까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공습을 가했다.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번 휴전 협상에 관여는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관련 내용을 백악관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연방하원의원은 X에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나선 건 트럼프 당선인 때문이다”며 “그의 압도적인 (대선) 승리는 세계에 혼란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5일 대선 승리 후 23일까지 불과 18일 만에 장관급 인사 15명 등을 포함한 수십 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그가 유례없는 ‘초고속 인선’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당선인 측 ‘이너서클’(내부 핵심 인사)의 알력 다툼 또한 격화했다. 특히 그의 오랜 참모인 보리스 엡스타인 전 법률고문은 주요 장관직 인선 전 물망에 오른 후보들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발탁될 수 있도록 도울 테니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를 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도 사사건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그와 재무장관직을 두고 겨뤘던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CEO 겸 상무장관 내정자는 서로 욕설이 섞인 전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 간 내분이 심해지고 수수 의혹까지 제기되자 트럼프 당선인도 칼을 빼들었다. 그는 직접 엡스타인 전 고문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 같은 내분이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돈 요구’ 엡스타인에게 머스크 불만 미 워싱턴 정가 소식을 다루는 보수매체 ‘저스트더뉴스’는 25일 엡스타인이 대선 전부터 장관직 등을 노리는 유명인에게 접근해 인선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대가로 월 1만∼1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자신이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만큼 장관에 인선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주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당선인은 캠프 법무팀에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엡스타인이 접촉한 인물 중에는 재무장관에 지명된 베센트도 포함됐다. 엡스타인은 올 2월 베센트 창업자가 재무장관직에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났다. 당시 베센트에게 ‘매달 3만∼4만 달러를 주면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신을 홍보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베센트 측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알려진 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도 잇따라 비슷한 보도를 내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머스크는 엡스타인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했다. 특히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트럼프 2기 인사 중 가장 먼저 자진 사퇴한 맷 게이츠 전 법무장관 지명자를 엡스타인이 추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인준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왜 추천했느냐는 취지다. 트럼프 당선인 캠프 관계자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엡스타인에게 항의를 했다”고 CNN에 전했다.● 베센트 vs 러트닉은 욕설 공방 베센트와 러트닉 또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24일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러트닉은 베센트가 재무장관직에 유력해지자 그가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의 측근이며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력 등을 거론하며 경쟁자를 깎아내렸다. 이에 베센트 또한 러트닉과의 통화에서 “꺼져(F××× you)”라고 원색적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투 톱’이라는 점 때문에 국정 운영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차기 행정부 주요 인사 간의 내분에 트럼프 당선인은 직접 수습에 나섰다. 그는 저스트더뉴스에 “나 외에는 아무도 특정 직책에 대한 지명을 약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는 행동 또한 용납하지 않겠다며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스티븐 청 트럼프 당선인 캠프 대변인 역시 측근 간 내분설을 부인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돕기 위해 함께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이 임박했으며 최종적으로 타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중재한 휴전안에 헤즈볼라가 동의한 가운데 26일 열리는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가 최종 관문이 될 전망이다. 만일 이날 휴전을 승인하면 양측은 416일 만의 전투 끝에 휴전에 합의하게 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타결에) 근접했다고 믿는다”면서 “논의가 건설적이었으며 휴전을 위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모든 것이 완료될 때까지 아무것도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협상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휴전안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60일간 과도기를 갖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중남부 리타니강 이남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 역시 리타니강 북쪽으로 중화기를 옮기자는 것이다. 이후 양측이 국경 확립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관리위원회가 휴전안이 잘 이행되는지를 감시하기로 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안보 내각을 소집해 해당 휴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타결이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나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골라인에 있지만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을 받을 때까지 항상 무언가 잘못될 수 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가자 전쟁 휴전 협상은 교착 끝에 중단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황폐화한 후 최근 레바논에 전력을 집중해 왔다. 전쟁이 14개월째 이어지며 이스라엘이 치를 전쟁 비용이 급증하자 정부 안팎에서 ‘충분히 성과를 냈으니 헤즈볼라와 전투를 중단하자’는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헤즈볼라의 무기 공급선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시리아 본토 공격을 실시했으나 시리아와 이라크로 전선이 확장될 거란 우려 또한 큰 상황”이라고 AP통신에 전했다. 전쟁 지속을 위해 하레디(초정통파 유대교도) 징병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배경으로 보인다. 연정 내 극우 정당은 하레디 징병과 전쟁 중단에 모두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최근 하레디 7000명의 징집을 승인하며 압박에 나서자 양측이 징집 중단을 대가로 협상에 나섰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브라함 협정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주요 업적으로 꼽는 이 협정을 통해 2020년 9월 중동 왕정국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중동 지역에 진정한 안정을 가져올 조치를 마련할 적기”라며 “불과 4년 전 백악관 잔디밭에서 중동에 평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꽤 짧은 시간 안에 우리를 그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중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같은 날 뉴스위크는 “사우디 현지 전문가들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라’는 협상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며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 협상이 무산된 전후로 중동 정세는 크게 달라졌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중국 중재로 이란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살만 왕세자 역시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 아랍권 젊은 층에서 특히 중시하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idiots)이 아직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차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24일 연방정부 개혁의 첫 대상으로 국방부를 지목했다. 유인 전투기를 무인기(드론)로 대거 대체하고 국방 예산 또한 대폭 줄여야 한다며 ‘멍청이’란 원색적 표현을 쓴 것이다. 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인도계 기업인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국방부 예산 삭감이 우선 과제”라고 동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방예산 감축에 나선다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F-35는 대부분의 미 동맹국에서 주력 전투기로 쓰고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거듭 거론한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 외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 증액 등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머스크, 1960조 지출 국방부 정조준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오각형의 청사 건물을 보유한 국방부는 흔히 ‘펜타곤’(오각형이란 뜻)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를 지출한 ‘공룡 부처’다. 지출 규모 역시 연방정부 산하 15개 부처 중 보건부, 상무부에 이은 3위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과 정부효율부 X 계정에 동시에 게시물을 올려 국방부의 예산 낭비를 비판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군이 사용했던 위장 군복에 대한 라이선스 수수료로 아프간 측에 28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을 “예산 낭비 사례”로 꼽았다. 라마스와미 역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2025회계연도 국방 예산으로 8498억 달러(약 1190조 원)를 책정한 것을 비판했다. 이 큰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방부 관계자조차 거의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국방 예산 삭감이 정부효율부의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다만 국방 예산이 실제 삭감되면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 같은 기존 방위산업 업체 대신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기업인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해상충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는 현재 국방부와 위성기술과 관련된 최소 36억 달러의 계약을 맺고 있다. 역시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실리콘밸리의 거물’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역시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를 설립했다. 국방부가 유인 전투기 대신 무인기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수혜를 볼 것이란 의미다. 또 WSJ는 24일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이 틸이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펀드’의 파트너 트레이 스티븐스와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븐 페인버그를 국방부 차관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에 비해 투자를 덜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극초음속 기술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인수팀 ‘비밀자금’ 운영 비판 ‘비밀자금’으로 운영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뜨겁다. 통상 차기 미 행정부의 정권 인수팀은 인수 작업에 필요한 720만 달러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연방총무청(GSA)과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절차를 거부하고 지지자의 비밀 기부로 필요한 돈을 충당하고 있다. GSA와의 협약 체결을 거부한 대통령 당선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은 자금 모금 규모, 기부자, 지출 방식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권 인수팀의 기부자 비공개 역시 이해상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공직자 윤리에도 위반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면 누가 당선인 측에 얼마를 기부했으며, 그 대가로 무엇을 받는지를 알 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거나 영향력을 미치려는 이들이 부담 없이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비밀자금’을 이용해 운영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거부하는 대신 특정 대기업이나 이익단체들로부터 무제한으로 자금을 모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은 기부자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대기업이나 이익단체 등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NYT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정권 인수팀은 인수 작업에 필요한 자금 720만 달러(약 100억 원)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미 연방총무청(GSA)와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 절차를 거부했다. GSA와 협약 체결을 거부한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이다.GSA와 협약을 체결하면 기부자를 공개해야 하고 최대 기부금도 5000달러로 제한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거부함으로써 직원 고용비, 사무실 임대료 등을 기부금을 통해 무제한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 셈이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모금 규모, 누가 기부했는지, 자금은 어떻게 지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현재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다크 머니(자금 출처를 공개하지 않고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지출)’ 비영리단체로 설정돼 있다. 미 선거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다크 머니 비영리단체는 기부자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정권 인수팀의 기부자 비공개는 공직자 윤리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히스 브라운 존 제이 형사사법대 교수는 “기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면 누가 얼마를 기부하고 그 대가로 무엇을 받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NYT에 전했다. 차기 행정부의 환심을 사거나 영향력을 미치려는 이들이 부담 없이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다만 미 국세청(IRS)이 트럼프 정권 인수팀을 감사하고 기부자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부자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브라이언 갈레 조지타운대 교수(법학)는 “정권 인수팀의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권 인수팀이 국세청의) 감사를 받을 확률은 ‘0’이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한편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전까지 장관직 후보 지명자와 다른 직원들이 연방 기관과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백악관과의 양해각서 역시 서명하지 않고 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교황청이 23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다음 달 15일 프랑스 코르시카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이 이뤄지는 다음 달 7일보다 뒤인 15일 일정을 먼저 발표한 것으로 교황이 재개관 행사에 불참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교황이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을 건너뛰고 코르시카를 방문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다음 달 15일 하루 일정으로 코르시카 아작시오를 방문해 현지 종교행사 폐막식에 참석한 뒤 미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또 아작시오 국제공항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짧게 면담을 갖기로 했다. 앞서 10일 에리크 드 물랭 보포르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은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의 주인공은 노트르담 그 자체다”라며 “교황은 이를 처음부터 이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9월에도 “나는 그곳(재개관 기념식)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선 교황이 자신이 방문할 경우 세간의 이목이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이 아닌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345년 완공돼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으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화재가 발생해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재개관 기념식 하루 뒤인 다음 달 8일부터는 일반 신도가 참여하는 공개 미사도 열릴 예정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8일 오후 6시 반경 이스라엘 북부 이스피야. 해가 져 어두워진 하늘 한 구석이 별안간 번개가 친 듯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멀리서 아주 희미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발사한 로켓이 이스라엘의 단거리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에 요격된 것이었다. 이 지역 주민인 바흐지 만수르 씨는 “오늘만 80발 가까이 로켓이 레바논에서 발사됐다. 지난주엔 하루에 200발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주민들은 각 집이나 건물마다 설치된 대피소로 이동한다. 여기서 최소 10분가량 머물다가 나와야 한다. 대피소가 있는 건물이 로켓에 타격돼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만수르 씨는 “2주 전엔 주민 2명이 로켓에 맞아 사망했다”고 말했다. ‘가자전쟁’(지난해 10월 7일 발발) 발발 1년을 넘긴 17∼21일 방문한 이스라엘에서 전쟁은 일상이 된 모습이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거세지며 거의 매일 로켓이 날아오지만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가자전쟁 발발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경험했고, 가족들이 인질로 붙잡힌 주민들은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었다. 하마스의 거점지 가자지구도 폐허로 변해 있었다. 이스라엘과의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가자지구에는 온전해 보이는 건물이 없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계속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도 수도 베이루트를 포함해 다양한 지역을 공습하고 있다.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사상자가 늘고 있다.● 일상이 된 전쟁 18일 찾은 하이파는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 40여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스라엘 북부 거점 도시다. 겉으로 보기엔 헤즈볼라와의 전쟁 중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점이 열려 있고, 교통체증도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열자 현 위치가 요르단 암만에 위치한 퀸 알리아 국제공항으로 나타났다.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를 방해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발신하고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신호 때문이었다. 현지 대형 병원인 ‘람밤 헬스케어 캠퍼스’(람밤 병원) 지하주차장은 거대한 병동으로 변화해 있었다. 이곳은 전술 핵공격도 버텨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부상한 시민들과 다친 군인들이 여기서 치료를 받는다.가자지구 국경 인근 마을에선 전쟁 트라우마가 일상이었다. 20일 찾은 베에리 키부츠는 가자지구 국경에서 5km가량 떨어진 곳으로,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집중 공격한 마을 중 하나다. 집들 곳곳에는 총탄 자국이 남아 있었고, 일부 집은 불에 타 뼈대만 남아 있었다. 이 마을에선 주민 1300명 중 102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납치됐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아옐레트 하킴 씨(56)는 당시 세이프룸으로 대피해 있었다. 하마스 대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치자 그의 남편은 17시간 동안 문고리를 잡고 문이 열리지 못하도록 버텼다고 한다. 하킴 씨는 “세이프룸에 갇혀 있던 경험이 떠올라서 이제 엘리베이터도 탈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하마스에 붙잡혀 간 형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킴 씨는 “형부의 생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연이은 가자지구·레바논 공습에 국민 여론은 양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 나가고 있다. 베에리 키부츠에 머무는 한 시간 반가량 동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한 폭발음이 10여 차례 들렸다. 가자지구 국경으로부터 1km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바라본 가자지구 북부 셰하이야의 건물들은 초토화돼 있었다. 23일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최근 48시간 동안 최소 120명이 사망하고 205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베이루트 중부를 겨냥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시리아 중부 지역에도 폭격을 해 최소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여론은 크게 나뉘어 있다. 텔아비브 인근에 거주하는 네타 슈포렌 씨(41)는 “공습 경보가 울릴 때마다 극도로 긴장해야 한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페르 슈메를링 씨는 “우리는 하마스에 의해 국가를 잃을 뻔했다”며 “계속해서 전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하이파·이스피야·비에리=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에 신설하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발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3)가 최근 이란과 대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시기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입지를 다져온 머스크 CEO가 향후 미국의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14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정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11일 뉴욕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만남은 비공개 장소에서 1시간 이상 진행됐으며, 머스크 CEO가 먼저 만남을 요청하고 이라바니 대사가 장소를 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란 외교부 관계자는 “이라바니 대사가 머스크 CEO에게 미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 (머스크 CEO의) 일부 사업체를 테헤란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만남에 대해 “긍정적이고 좋은 소식이었다”고 말했다.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는 머스크 CEO가 외교적 행보에 나서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시기 이란과의 핵 합의를 탈퇴하고 이란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또 2020년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을 지시했다. 이에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어떠한 협상도 모두 금지시켰다.NYT는 “이란 고위 관리와 머스크 사이의 조기 직접 회담은 대통령 당선자와 이란의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이란 사이의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이란 내부에서도 변화를 반기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14일 X에 “차이점은 협력과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 우리는 용기와 선의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란은 평화적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 테이블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개혁파였던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 내부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거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할 기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한편 머스크 CEO는 13일 DOGE의 X 계정을 만들고 구인 공고를 올렸다. 이 게시물은 “우리는 (정부) 비용 절감을 위해 주당 80시간 이상 일할 의향이 있는 초고지능(super high-IQ)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X를 통해 “실제로 이것은 지루한 작업이고 많은 적을 만들 것이며 보수는 0이다”고 말했다.다만 이력서를 DOGE 계정의 메시지(DM) 기능을 통해 받겠다고 한 점은 논란이 되고 있다. DOGE 계정에 DM을 보내기 위해서는 유료 계정으로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료 계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매월 8~16달러를 지불해야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선물로 레바논과의 휴전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현직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취임 초기부터 외교 성과를 안겨 ‘트럼프 2기’ 중 중동 정세를 최대한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때도 △이란 핵합의 탈퇴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외교 정상화) 등을 추진하며 철저한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다. W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이 트럼프 당선인과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만나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방문한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장관도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머 장관은 마러라고를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가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특사를 지낸 프랭크 로언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의가 없으며 전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는 데 집중할 것이다”라고 WP에 말했다. 실제로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최근 며칠간 세 차례 통화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이스라엘에 중요한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WP는 “가자지구 전쟁 1년,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지 6주 만에 나온 인상적인 성명”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예루살렘 법원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부패 혐의 재판 증언을 미뤄 달라는 네타냐후 총리 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앞서 10일 네타냐후 총리 측은 “전쟁으로 증언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증언을 10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증언 연기 요청이 기각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3주 이내에 법정에 나서야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선물로 레바논과의 휴전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현직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취임 초기부터 외교 성과를 안겨 ‘트럼프 2기’ 중 중동 정세를 최대한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때도 △이란 핵합의 탈퇴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외교 정상화) 등을 추진하며 철저한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였다.W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이 트럼프 당선인과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그의 사위 제레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만나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휴전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전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방문한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도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머 장관은 마러라고를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가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특사를 지낸 프랭크 로웬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없으며 전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WP에 말했다.실제로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최근 며칠간 세 차례 통화했다고 밝히면서 “특히 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있어 이스라엘에게 중요한 기회가 올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WP는 “가자지구 전쟁 1년,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지 6주 만에 나온 인상적인 성명”이라고 평가했다.한편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예루살렘 법원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부패 혐의 재판 증언을 미뤄달라는 네타냐후 총리 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앞서 10일 네타냐후 총리 측은 “전쟁으로 증언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증언을 10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증언 연기 요청이 기각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3주 이내에 법정에 나서야 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차기 행정부와 백악관 요직을 연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인선 작업의 중심엔 ‘대형 스마트TV’가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가 11일 보도했다. 이 스마트TV란 트럼프 당선인이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이라고 부른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의 스위트룸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일컫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시상황실로 쓰는 스위트룸에서 40여 개 고위직에 발탁할 잠재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원회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종이 서류보다 대형 TV 모니터에 띄운 자료를 더 선호한다. 해당 후보들이 ‘미국 우선주의’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를 특히 중점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뭣보다 인수위가 대형 모니터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후보자들의 과거 ‘방송 출연’을 편집한 영상들을 살피기 위해서다. 액시오스는 “해당 영상들을 보고 후보자가 어떤 인상을 풍기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도 이른바 “이상적 외모”라는 표현을 애용할 정도로 생김새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작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5인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하워드 러트닉 인수위 공동위원장, 스티브 윗코프 취임식 공동준비위원장,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법무장관과 국방장관, 재무장관, 국토안보장관 등은 후보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미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직책마다 최소 5∼8명의 후보 이력서가 담긴 목록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력서엔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이나 기부자, 측근 중 누가 추천했는지도 적혀 있다고 한다. 한편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차기 행정부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캐피털 회사에 간다”고 1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전날 공화당 기부자 행사에서 “1789캐피털에 파트너로 합류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1789캐피털은 주로 극우보수층이 선호하는 업체나 제품에 투자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주니어는 정부 직책을 맡지 않아도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을 신속하게 종전시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선 최근 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 당사국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전에 상황을 조금이라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자국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최근 북한군을 포함해 병력 5만 명을 집결시키고 대대적인 탈환 작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 속에 영토를 한 치라도 더 확보해 두려는 취지로 보인다. 친(親)이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타격’까지 시사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러, 10∼15분마다 쿠르스크 공격”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넷 등은 11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최대 5만 명을 투입해 10∼15분마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도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인 노바야소로치나와 포그레브키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최신형 장갑차(BTR-82A) 15대를 투입해 돌진했다”고 전했다. 조만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참전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상하원을 통과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1일 이 조약에 대한 비준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약은 양국이 비준서를 교환하는 날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양국이 북한군의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만간 ‘북한군 파병’을 공식 발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화한 뒤 쿠르스크 공격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이전에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해 종전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 전했다.● 트럼프 등에 업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도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1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신임 국방장관은 “이란 핵 시설 보안이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며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고려해 공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합병 의사도 드러내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식 표현) 정착촌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철저히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1일 레바논 북부 아인야꿉 마을을 공습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을 우려한 이란은 수도 테헤란에 ‘방어 터널’을 건설 중이라고 타스님통신이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전쟁, 가자전쟁)’을 신속하게 종전시키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선 최근 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 당사국들이 트럼프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전에 상황을 조금이라도 자국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공격 강도를 높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자국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최근 북한군을 포함해 병력 5만 명을 집결시키고 대대적인 탈환 작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 속에 영토를 한 치라도 더 확보해 두려는 취지로 보인다.친(親)이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타격’까지 시사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러, 10~15분마다 쿠르스크 공격”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넷 등은 11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최대 5만 명을 투입해 10~15분마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도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인 노보야 소로치나와 포그레브키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최신형 장갑차(BTR-82A) 15대를 투입해 돌진했다”고 전했다. 조만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참전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상하원을 통과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1일 이 조약에 대한 비준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약은 양국이 비준서를 교환하는 날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양국이 북한군의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만간 ‘북한군 파병’을 공식 발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러시아는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화한 뒤 쿠르스크 공격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이전에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해 종전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 전했다.● 트럼프 등에 업은 이스라엘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측도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1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신임 국방장관은 “이란 핵 시설 보안이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며 타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고려해 공격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합병 의사도 드러내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식 표현) 정착촌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할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철저히 이스라엘 편을 들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보류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에 합의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태생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은 예외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1일 레바논 북부 아인 야쿠브 마을을 공습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의 추가 공습을 우려한 이란은 수도 테헤란에 ‘방어 터널’을 건설 중이라고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차기 행정부와 백악관 요직을 연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인선 작업의 중심엔 ‘대형 스마트TV’가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가 11일 보도했다.이 스마트TV란 트럼프 당선인이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이라고 부른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의 스위트룸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일컫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시상황실로 쓰는 스위트룸에서 40여 개 고위직에 발탁할 잠재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원회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종이 서류보다 대형 TV모니터에 띄운 자료를 더 선호한다. 해당 후보들이 ‘미국 우선주의’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를 특히 중점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뭣보다 인수위가 대형 모니터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후보자들의 과거 ‘방송출연’을 편집한 영상들을 살피기 위해서다. 액시오스는 “해당 영상들을 보고 후보자가 어떤 인상을 풍기는지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때도 이른바 “이상적 외모(central casting)”라는 표현을 애용할 정도로 생김새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작업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5인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하워드 러트닉 인수위 공동위원장, 스티브 윗코프 취임식 공동준비위원장,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법무장관과 국방장관, 재무장관, 국토안보장관 등은 후보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미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수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주요 직책마다 최소 5~8명 후보들의 이력서가 담긴 목록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력서엔 트럼프 당선인의 가족이나 기부자, 측근 중 누가 추천했는지도 적혀 있다고 한다.한편 NYT는 “트럼프 당선인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차기 행정부에 참여하지 않고 벤처캐피털회사에 간다”고 11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전날 공화당 기부자 행사에서 “1789캐피털에 파트너로 합류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1789캐피털은 주로 극우보수층이 선호하는 업체나 제품에 투자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주니어는 정부 직책을 맡지 않아도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17년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은 ‘X’에 “마러라고의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에서 취임 연설문을 쓰고 있다”며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탁상 앞에 앉아 메모하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그가 내년 1월 20일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지금,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초호화 리조트이자 그의 사저인 마러라고가 ‘두 번째 백악관’ 또는 ‘남부의 백악관’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고, 마러라고를 워낙 편하게 생각해 이곳에서 업무 보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그의 당선 확정 직후 조현동 주미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 사절들이 앞다퉈 찾은 곳, 6일부터 가동 중인 정권 인수위원회가 둥지를 튼 곳도 마러라고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당선 직후부터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다. 미 경호당국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마러라고 일대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뉴욕포스트는 이곳에 최근 “쓰다듬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첨단 ‘로봇 순찰견’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첫 임기 때 142일 머무르며 정상 외교마러라고는 스페인어로 ‘바다에서 호수로’란 뜻이다. 유명 시리얼 회사 ‘포스트’의 상속자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7년 지었고,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600km 떨어져 있다.스위트룸 58개, 트럼프 당선인이 즐기는 ‘웰던’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초호화 식당, 인근 골프장 등을 보유한 회원제 복합 상업 시설이다. 다만 회원권 가격, 가입 기준, 회원 규모와 면면 등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일각에서는 회원권 가격을 100만 달러(약 14억 원)로 점친다. 마러라고가 자리 잡은 팜비치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이다. ‘뉴욕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 당선인은 1985년 이 저택을 매입했다. 당시에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자 상류층의 사교 활동 무대로 사용했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2016년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 이곳에서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 인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를 외면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4년 임기 동안 총 32회 마러라고를 찾아 142일간 머물렀다. 그는 퇴임하면서 백악관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구석구석으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마러라고를 ‘논란의 장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도 공화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외교장관 등을 이곳에서 만났다. CBS는 이미 4월에 “트럼프의 측근들이 각국 대사관에 외교 사절들을 마러라고에 미리 파견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주요국 정상을 자신의 텍사스주 목장으로 초청하는 등 역대 미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자택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 건 관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마러라고는 단순한 사저를 넘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상업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이해상충 비판도 늘 뒤따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러라고 리조트는 2022년 한 해에만 2200만 달러(약 308억 원)의 순익을 냈다. 마러라고는 2020년 대선을 거치며 그의 골수 지지층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세력의 본부’로 탈바꿈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등 극단적이고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일대에서 그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권 인수 작업 본거지로 이미 기능 중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이미 이곳에서 약 4000개에 달하는 차기 행정부의 요직 인선에 들어갔다. 7일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위원장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내가 아닌 그가 마러라고를 관장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당선인을 보좌했다.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곳에서 주요국 정상을 맞이할 가능성도 크다. 임기 중 5, 6일에 한 번꼴로 라운딩에 나설 만큼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그가 아베 전 총리처럼 자신과 가까운 정상을 초청해 ‘골프 외교’를 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지지 단체 ‘트럼펫USA’의 대표이자 당선인의 측근인 토니 홀트 크레이머 또한 “화려한 팜비치(마러라고)가 촌스러운 워싱턴(백악관)보다 낫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대 남성(이대남) 표심 확보 전략이 이번 대선을 승리로 이끈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되는 가운데, 관련 전략의 핵심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3남 2녀 중 막내인 배런(18·사진)이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배런이 이른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일깨워줬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올 8월 트럼프 당선인은 유튜브 구독자 435만 명을 확보한 유명 게임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인 애딘 로스의 방송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내가 아는 것은 아들(배런)이 ‘아빠는 이 인터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른다’라고 말해준 것뿐이다”고 밝혔다. WSJ는 이 방송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매노스피어의 세계에 진입하게 됐다고 진단하며 “투표보다는 게임에 더 관심이 많은 20대 남성의 지지가 (대선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또 배런이 트럼프 당선인을 매노스피어로 인도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로스의 방송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매노스피어와의 접점을 늘려갔다. 특히 매노스피어가 열광하는 UFC(격투기)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UFC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나 화이트와 가까운 관계를 형성한 것도 매노스피어의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뒤 미국 내 성별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X, 틱톡 등 SNS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뉴저지주 하원의원(42·민주당)이 민주당을 향해 “우리 정치에는 오만함이 너무 많다”며 쓴소리를 했다.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를 불신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 게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나가서 사람들과 깊고 사려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자”고 제안했다.김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인 7일 자신의 X에 “4년 전 2020년 대선 당시 자신이 청취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다시 읽어봤다”고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했던 뉴저지주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이었다. 김 의원은 유권자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을 뽑았지만 대선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고 한다.김 의원은 “정치인과 현상 유지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깊이 자리잡은 장기적인 불만이었다”며 “(유권자들에게는) 트럼프가 다르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기존 정치와 거버넌스에 대한 깊은 불신이 트럼프에 산소를 불어넣었다”고 밝혔다.이어 자신이 2020년에 당선될 수 있던 이유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나를 다르다고 봤다”며 “‘크로스오버’ 유권자(공화당에서 민주당 지지로 변화한 유권자)들은 내가 개혁에 집중하고 부패에 맞서는 데 공감했다”며 “내가 기업 정치활동위원회(PAC)의 선거자금을 받지 않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과 다른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당선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다.김 의원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요점은 ‘다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치에는 오만함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는 국가로서 지속 불가능한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며 “나가서 사람들과 깊고 사려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우려사항을 해결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2017년 1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은 ‘X’에 “마러라고의 ‘겨울 백악관(Winter White House)’에서 취임 연설문을 쓰고 있다”며 화려한 벽지를 배경으로 탁상 앞에 앉아 메모하는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그가 내년 1월 20일 47대 대통령으로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지금,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초호화 리조트 겸 그의 사저 마러라고가 ‘두 번째 백악관’ 또는 ‘남부의 백악관’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고, 마러라고를 워낙 편하게 생각해 이곳에서 업무 보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그의 당선 확정 직후 조현동 주미 대사를 비롯해 각국 외교 사절들이 앞다퉈 찾은 곳, 6일부터 가동 중인 정권 인수위원회가 둥지를 튼 곳도 마러라고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당선 직후부터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다.미 경호당국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마러라고 일대에 대한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뉴욕포스트는 이곳에 최근 “쓰다듬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첨단 ‘로봇 순찰견’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첫 임기 때 142일 머무르며 정상 외교마러라고는 스페인어로 ‘바다에서 호수로’란 뜻이다. 유명 시리얼 회사 ‘포스트’의 상속자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7년 지었고, 수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600km 떨어져 있다.스위트룸 58개, 트럼프 당선인이 즐기는 ‘웰던’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초호화 식당, 인근 골프장 등을 보유한 회원제 복합 상업 시설이다. 다만 회원권 가격, 가입 기준, 회원 규모와 면면 등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일각에서는 회원권 가격을 100만 달러(약 14억 원)로 점친다. 마러라고가 자리 잡은 팜비치도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촌이다.‘뉴욕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 당선인은 1985년 이 저택을 매입했다. 당시에는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자 상류층의 사교 활동 무대로 사용했다.마러라고는 트럼프 당선인의 2016년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로 변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 이곳에서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 인근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를 외면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마러라고에서 보낸 것.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4년 임기 동안 총 32회 마러라고를 찾아 142일간 머물렀다. 그는 퇴임하면서 백악관 기밀문서를 마러라고의 구석구석으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일각에서 마러라고를 ‘논란의 장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다.트럼프 당선인은 올해도 공화당 대선 후보 신분으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외교장관 등을 이곳에서 만났다. CBS는 이미 4월에 “트럼프의 측근들이 각국 대사관에 외교 사절들을 마러라고에 미리 파견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주요국 정상을 자신의 텍사스주 목장으로 초청하는 등 역대 미 대통령이 백악관이 아닌 자택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 건 관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마러라고는 단순한 사저를 넘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상업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이해상충 비판도 늘 뒤따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러라고 리조트는 2022년 한 해에만 2200만 달러(약 308억 원)의 순익을 냈다.마러라고는 2020년 대선을 거치며 그의 골수 지지층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세력의 본부’로 탈바꿈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등 극단적이고 음모론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일대에서 그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권 인수작업 본거지로 이미 기능 중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이미 이곳에서 약 4000개에 달하는 차기 행정부의 요직 인선에 들어갔다. 7일 그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위원장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내가 아닌 그가 마러라고를 관장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곳에서 당선인을 보좌했다.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곳에서 주요국 정상을 맞이할 가능성도 크다.임기중 5, 6일에 한 번꼴로 라운딩에 나설 만큼 소문난 골프 애호가인 그가 아베 전 총리처럼 자신과 가까운 정상을 초청해 ‘골프 외교’를 실시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인근 트럼프 당선인이 소유한 골프장에는 정상회담을 치를 수 있는 회의 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트럼프 지지단체 ‘트럼펫USA’의 대표 겸 당선인의 측근 토니 홀트 크레이머 또한 “화려한 팜비치(마러라고)가 촌스러운 워싱턴(백악관)보다 낫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