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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순수한 영혜는 늘 혼자죠. 영혜를 닮은 여성들이 세계엔 많아요.”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올린 연극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를 맡은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피세두 씨는 “나 역시 영혜 같은 아픔이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남편과 아버지 등의 폭력성에 상처를 입지만 기댈 곳 없이 외롭게 견디는 영혜에게 깊은 공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이날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다. 이탈리아극단 인덱스는 지난달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전부터 일찍이 원작에 매료돼 연극을 준비해 왔다.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볼로냐 초연을 시작으로 유럽 주요 도시를 거쳐 마침내 파리를 찾아왔다. 16일까지 예정된 파리 공연 전 회가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1시간 50분간 이어진 연극엔 영혜와 남편, 언니와 형부 등 4명만 등장했지만, 배우들은 긴 독백을 통해 다른 인물들의 행동을 생생히 표현해 냈다. 영혜가 친정 가족들과 식사하다 아버지에게 고기를 먹으라는 강압에 시달리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각 배우는 마치 관객석에 등장 인물이 있는 듯 관중을 바라보며 가족들의 행동을 묘사했다. 연극 곳곳에서 애국가와 소주, 한국어 TV 방송 등 한국적 요소들도 두드러졌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디아나 핀토 모이지 씨는 “영혜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인류 보편적 감정을 잘 표현했다”며 “(영혜가 채식을 고집하며) 식물과 대화하려는 점은 아시아적이면서도 ‘숭고한 융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 소설을 완독했다는 도미니크 모이지 씨는 “무대의 빈 아파트, 회색 배경 등이 외로운 인물들을 잘 나타냈다”며 “고독의 미학을 드러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를 드러낸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릴리안 라하디 씨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을 땐 단어와 멜로디 속에서 언어가 둥둥 뜨는 느낌을 받았다”며 “채식주의자는 그보다 더 몽환적이고 은유적”이라고 했다. 일부 관객들은 원작의 예술성이 연극에 다 담기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파트리스 마쿠와 씨는 “원작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연극은 생동감 등에서 좀 부족한 듯했다”고 평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여리고 순수한 영혜는 늘 혼자죠. 영혜를 닮은 여성들이 세계엔 많아요.”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올린 연극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를 맡은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피세두 씨는 “나 역시 영혜 같은 아픔이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남편과 형부, 아버지 등 남성들의 폭력성에 상처를 입지만 기댈 곳 없어 홀로 외롭게 견디는 영혜에게 깊은 공감을 느꼈다는 얘기다.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한 이 동명의 연극은 이날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첫 공연을 시작했다. 지난달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부터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는 일찍이 원작에 매료돼 연극을 준비했다.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볼로냐를 시작으로 주요 도시에서 공연한 뒤 마침내 파리를 찾아왔다. 16일까지 예정된 파리 공연 전회가 매진될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1시간 50분간 이어진 연극엔 영혜와 남편, 언니와 형부 등 4명만 등장했지만 배우들은 긴 독백을 통해 다른 인물들의 행동을 생생히 표현해냈다. 영혜가 친정 가족들과 식사하다 아버지에게 고기를 먹으라는 강압에 시달리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각 배우는 마치 관중석 쪽에서 가족 식사 장면을 보고 있는 듯 관중을 바라본 채 가족들의 행동을 묘사했다. 아버지가 영혜를 때렸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각자가 동시에 자신의 뺨을 날카롭게 때려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연극 곳곳에서 소주, 한국어가 흘러나오는 TV, 무대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 등 한국적 요소들도 두드러졌다.공연이 끝난 뒤 여러 관객들은 영혜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디아나 핀토 모이지 씨는 영혜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연극이 인류 보편적인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혜가 채식을 고집하며) 식물과 대화하려는 점은 매우 아시아적이며 ‘숭고한 융합’을 보여준다”고도 했다.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먼저 완독했다는 도미니크 모이지 씨는 “무대의 빈 아파트, 회색 배경 등이 매우 외로운 인물들을 잘 나타냈다”며 “고독의 미학을 드러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높은 이해를 드러낸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릴리안 라하디 씨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을 때는 단어와 멜로디 속에서 언어가 둥둥 뜨는 느낌을 받았다”며 “채식주의자는 그보다 더 몽환적이고 은유적이다”라고 했다.일부 관객들은 원작의 문학성을 연극이 잘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파트리스 마쿠와 씨는 “원작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연극은 각색의 정도나 생동감 면에서 좀 부족한 듯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해외 유명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당선인을 비난했던 발언을 지우거나, 과거와는 다른 우호적인 메시지를 게시하는 등 재빠른 태세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예상되자 소셜미디어 X에 축하 글을 올리고 “앞으로 몇 년간 당신, J D 밴스 상원의원(부통령 당선자)과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래미 장관의 과거와 현재 발언을 비교하며 ‘글쎄, 이건 좀 어색하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기만적이고 부정직하고 외국인 혐오적, 자기혐오적 인물’이라고 칭했기 때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영·미의 특별한 관계는 몇 년이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불과 몇 주 전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인사들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지원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트럼프 당선인의 캠프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그에게 재빨리 전화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비난하고 트럼프 당선인은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그간 거칠게 대립한 바 있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현 주미 호주대사는 과거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했던 소셜미디어의 게시물 등을 삭제했다. 그는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 “서방에 대한 반역자”라고 불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거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과 조만간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이미 통화했다고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혀 두 정상의 대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두고 “우리가 얘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 및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각국 70여 명의 지도자와도 통화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남부 소치에서 ‘트럼프를 상대할 준비가 됐는가’란 질문을 받고 “준비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론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새롭게 정해야 한다”는 뜻도 강조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자신들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우크라이나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푸틴에게 굴복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 전체에도 자살행위”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한국, 미국 등이 주시하는 북한과의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함께) 훈련을 할 수 있다. 왜 안 되겠는가”라고 했다. 올 6월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거론하며 이 조약에 상대방이 침략을 받으면 상호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측 교전이 치열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배치된 북한군 1만1000명 중 일부가 전투에 투입돼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북한군 파병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많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배치될 것이라며 추가 군사 지원을 호소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해외 유명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 당선인을 비난했던 발언을 지우거나, 과거와는 다른 우호적인 메시지를 게시하는 등 재빠른 태세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예상되자 소셜미디어 X에 축하 글을 올리고 “앞으로 몇 년간 당신, J D 밴스 상원의원(부통령 당선자)과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래미 장관의 과거와 현재 발언을 비교하며 ‘글쎄, 이건 좀 어색하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기만적이고 부정직하고 외국인 혐오적, 자기혐오적 인물’이라고 칭했기 때문.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영·미의 특별한 관계는 몇 년이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불과 몇 주 전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인사들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지원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트럼프 당선인의 캠프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그에게 재빨리 전화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비난하고 트럼프 당선인은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그간 거칠게 대립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뒤 그에게 가장 빨리 전화한 정상들 중 한명으로 꼽힌다,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현 주미 호주 대사는 과거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했던 소셜미디어의 게시물과 웹사이트 댓글을 삭제했다. 그는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 “서방에 대한 반역자”라고 불렀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를 확정짓자 해외 정상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다가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 조금이라도 자국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약 25분 동안 직접 통화했다.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협력’과 ‘긴밀한 접촉’을 강조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엘리제궁 관계자를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럽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같은 날 텔레그램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미국의 리더십은 세계와 정의로운 평화에 필수적”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등과 가자 전쟁을 치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직접 통화해 이스라엘 안보와 이란의 위협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CNN이 전했다. 미국과 무역 분쟁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가 이익을 얻고, 싸우면 모두 손해라는 걸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축전에는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없었던 ‘싸우면 모두 손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고 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도 이날 오전 트럼프 당선인과 5분가량 통화했다. 향후 회담 일정에 대해 “현재 조율 중”이라며 조기 회담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앞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새로운 트럼프 시대 맞이에 들어갔다. ‘트럼프 시대의 재개막’이 향후 미국에서 강해질 ‘자국 우선주의’ 무역 및 안보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쟁 겪는 유럽, 이스라엘 축하 메시지 유럽 주요국, 이스라엘 등은 발 빠르게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가 향후 이들 지역의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과거 4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추후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가장 진실한 축하를 전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 국가 수장 중 처음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헝가리, 미국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아름다운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X에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 아래 강력한 미국의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신속한 종전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쪽에 기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우리의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될 것”이라며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시절 가까운 사이였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부르며 반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진정한 우정’을 언급하며 올 7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中-日, 동아시아 미칠 파장 예의 주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미국 국민의 민주주의 선택에도 경의를 표한다”며 “긴밀한 협력으로 미일 동맹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과의 조기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5번 골프를 칠 정도로 밀월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립주의 심화로 미국의 동아시아 관여가 약해지면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 및 러시아의 위협이 강해져 일본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중국은 미국에 대해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상생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바라보고 처리할 것”이라며 논평을 아꼈다.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해서만 ‘위험 축소(디리스킹)’ 정책을 펴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디커플링(공급망 단절)’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 대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집권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왔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거래에 능한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을 무역이나 경제 제재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줘룽타이(卓榮泰)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6일 대만의 방위비 부담 증액을 두고 “하루아침에 국방 예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과 충돌해 상당수가 숨졌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에 이어 미국에서도 나왔다. 미 행정부 관리가 북한군의 교전 중 사망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 시간) 미 고위급 관리를 인용해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처음으로 교전해 상당수(significant number)가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방어선의 약점을 조사하러 나섰다가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의 810 독립 해군 보병 여단과 함께 충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영상 연설에서 “북한 병사들의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며 교전 사실을 알렸다. “러시아와 북한 모두가 패배하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북한군의 교전 중 사망설에 대해 “소규모 인원이 다른 어떤 정찰 활동이나 어떤 전쟁 이외의 사전 준비 차원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라면서 “분명한 것은 본격적인 우크라이나군과 북-러 군의 전투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러 군의 본격적인 전투가 개시되면 우리의 안보 필요성에 따라 대응할 이유가 생긴다”며 “그런 차원에서 전장 모니터링팀이 일정 규모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앞다투어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새로운 트럼프 시대 맞이에 들어갔다. ‘트럼프 시대의 재개막’이 향후 미국에서 강해질 ‘자국 우선주의’ 무역 및 안보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쟁 겪는 유럽, 이스라엘 축하 메시지전쟁 중인 유럽과 이스라엘 등은 발빠르게 트럼프 후보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며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가 향후 이들 지역의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X에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 지난 4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추후 협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가장 진실한 축하”를 전했다. 트럼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EU) 국가 수장 중 처음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헝가리와 미국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아름다운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적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X에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 아래 강력한 미국의 시대가 오길 기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후보는 신속한 종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우리의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던 시절 가까운 사이였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SNS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부르며 축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진정한 우정’을 언급하며 올 7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후보 자택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 중국-일본, 동아시아 미칠 파장 예의주시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6일 “미일 동맹은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이며 인도 태평양 지역, 국제사회 평화 번영의 기반”이라며 “안보 환경이 더욱 엄중해지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 강화는 전례 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빠른 시기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트럼프 후보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르면 내년 1월 대면 회담을 성사하기 위한 물밑 조율에 들어갔다.트럼프 후보는 재임 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5번 골프를 칠 정도로 밀월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립주의 심화로 미국의 동아시아 관여가 약해지면 중국의 해양 진출, 북한 및 러시아의 위협이 강해져 일본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중국 외교부는 6일 “중국은 미국에 대해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상생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바라보고 처리할 것”이라며 논평을 아꼈다.첨단기술 분야에 대해서만 ‘위험 축소(디리스킹)’ 정책을 펴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디커플링(공급망 단절)’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 대중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트럼프 후보는 재집권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왔다. 다만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거래에 능한 트럼프 후보가 대만을 무역이나 경제 제재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의 줘룽타이 행정원장(총리)은 6일 대만의 방위비 부담과 관련해 “하루아침에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영국 20대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이 점점 늦어지고 있으며 주요 원인은 주거비 급등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주거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 또한 역대 최고령인 34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1997∼2012년에 태어난 ‘Z세대’ 중에서 연령이 높은 편인 25∼27세는 지난해 기준 3명 중 1명꼴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 이 비율은 20%였지만 약 1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통신기업 버진미디어가 최근 18∼35세 MZ세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약 3분의 1이 “주거비, 전기·수도 요금 같은 공과금을 부모에게 의존한다”고 답했다. 영국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 또한 34세였다. ‘주택을 소유한 25세 미만’의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20년 전에는 이 수치가 24%였지만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이는 주택 매매값과 임차료가 동시에 치솟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초 기준 주택 임차료의 평균 상승률은 연 9.2%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였다고 FT는 전했다. 또 25세 미만의 수입에서 주택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47%에 달했다. 싱크탱크 ‘레졸루션재단’의 몰리 브룸 분석가는 경제적 불안정이 커지면서 젊은층의 출산율, 가족 형성 등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압박이 큰 젊은층이 사교 활동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감지된다. 보험업체 피닉스그룹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성인의 68%가 “경제적 이유로 사교 모임이나 활동을 피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25% 이상이 “술, 담배 등 기호식품에 돈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코코아 가격이 최근에만 10∼15% 올랐어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초콜릿 박람회 ‘살롱 뒤 쇼콜라’에서 만난 초콜릿 판매업자 아산 이슈앙 씨의 말이다. 초콜릿의 핵심 원료 코코아 값이 급등해 제조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BFM TV에 따르면 코코아 값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 사이에 130% 급등했다.》프랑스와 모로코 등에서 초콜릿을 파는 그는 이날 초콜릿으로 만든 에펠탑 모형을 선보였다. 비싼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를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같은 달 29일 개막한 이 박람회에서는 이슈앙 씨를 포함해 40여 개국에서 온 장인들이 다양한 초콜릿을 내놓고 고객을 맞았다. 다만 비싼 가격 때문인지 소비자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대부분 업체별 부스를 돌아다니며 무료로 제공되는 초콜릿 조각만 시식하는 분위기였다. 초콜릿을 맛보던 시민 델핀 그로이자르 씨는 “초콜릿이 비싸긴 비싸다”며 “그렇다고 저렴한 제품을 사면 품질이 안 좋을 수 있으니 이곳에서 좋은 초콜릿을 골라 즐겨야 한다”고 했다.● 코코아 값 급등 고착화 이번 박람회는 다양한 시식회, 초콜릿 레시피 강연, 초콜릿으로 만든 14벌의 드레스 패션쇼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이달 3일까지 진행된 박람회 기간에 최소 9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등장한 제품 또한 단순한 사각 초콜릿부터 대표적인 가을 간식인 밤, 딸기, 달걀 등을 표현한 제품까지 다양했다. 여성용 하이힐은 물론이고 볼트와 도끼 등 각종 공구까지 초콜릿으로 만들어 실력을 뽐내는 장인도 있었다. 이런 박람회가 개최된 이유는 프랑스인의 초콜릿 사랑이 유난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월드포퓰레이션리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프랑스의 연간 초콜릿 소비량은 22만2822t이다. 미국(38만7216t), 영국(31만5228t)에 이어 세계 3위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 소비자들은 초콜릿을 고르는 데도 신중하고 깐깐했다. 이날 박람회에서도 초콜릿을 시식할 때 맛을 보기 전에 먼저 디자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향까지 확인하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 코코아 값 급등으로 초콜릿 가격이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깐깐해지고 있다. 많은 박람회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 것과 달리 이번 박람회에서는 대부분의 초콜릿이 정가로 판매됐다. 초콜릿 5, 6개가 든 작은 상자 한 개가 대부분 20유로(약 3만 원) 이상이었다. 이 같은 초콜릿 가격 상승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소비자단체 ‘UFC크슈아지르’가 80개의 초콜릿 상품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가격 상승률이 5%였다. 이는 대표적 코코아 생산국인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가나의 코코아 수확량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폭염과 폭우 등 기후변화로 세계 코코아의 4분의 3을 생산하는 서아프리카 국가의 수확이 급감하고 있다. 산업화 정도가 낮은 코코아 농업의 구조적 문제도 한몫했다. 최근 미국 JP모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코아는 여전히 소규모 농부들이 주로 재배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생계를 유지할 수준의 소득을 창출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농지에 재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트레이시 앨런 JP모건 농산물 전략가는 “코코아 재배자가 가져가는 수익 비중이 매우 적어 재식(栽植) 비율이 매우 낮고 코코아 나무 또한 노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팽오쇼콜라 사재기 우려 코코아 값 급등은 프랑스 제과업계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빵 가운데 다크 초콜릿이 들어간 전통 빵 ‘팽오쇼콜라’의 품귀 현상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빵집 전국 연맹 회장인 도미니크 앙락 씨는 BFM TV에 “이런 초콜릿 수급난을 경험한 적이 없다”며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팽오쇼콜라) 사재기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초콜릿 부족으로 팽오쇼콜라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저렴한 냉동 제품을 사서 팽오쇼콜라를 만드는 가게도 있다. 코르시카섬 빵집에서 일하는 크리스토프 에르비 씨는 BFM TV에 “가격이 계속 오르면 팽오쇼콜라는 고급 제품이 될 것”이라며 냉동 제품으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제매체 카피탈에 따르면 프랑스와 식문화가 비슷한 벨기에 브뤼셀의 초콜릿 장인 로랑 제르포 씨 또한 “초콜릿이 ‘사치품’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초콜릿 상인들은 ‘설탕세’ 신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의회는 설탕이 첨가된 가공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년도 사회보장재정법안(PLFSS) 개정안을 발의했다. 설탕 가공제품 소비를 줄여 당뇨병 등 관련 질병 위험을 낮추자는 취지다. 준비에브 다리외세크 보건장관은 현지 매체 르텔레그람 인터뷰에서 “초콜릿 장인과 디저트 제빵사들을 처벌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면서도 “(이 법을 통해) 약 50억 유로(약 7조4800억 원)에 달하는 건강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정안을 지지했다. 초콜릿 업계는 법이 통과되면 초콜릿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코코아 값 상승에 이은 경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한다.● 고급화로 승부각종 악재를 맞은 초콜릿 업계는 돌파구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젊은 초콜릿 장인(쇼콜라티에)들은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20, 30대 청년층이 자주 찾는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근처에 지난해 말 매장을 연 윌리앙 아르티그 씨는 매장의 고급화에 신경을 썼다. 이날 방문한 그의 매장은 내부와 제품 전시 가구가 모두 베이지 색이었다. 초콜릿 상자, 전시 방식 등이 마치 고급 백화점의 보석 매장처럼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아르티그 씨는 “디자인을 단순화해 고객들이 초콜릿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에서 만난 또 다른 상점 ‘베르트랑 쇼콜라티에’는 다양한 색채가 입혀진 구슬 모양의 초콜릿을 선보였다. 남편과 이 상점을 운영 중인 에밀리 베르트랑 씨는 “남편이 독학으로 연구해 다양한 색과 맛을 입힌 초콜릿을 발명했다”며 새로운 제품 개발에 쏟은 노력을 강조했다. 일부 장인은 초콜릿은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당을 낮추는 방법 또한 고민한다. 박람회 곳곳에도 ‘설탕을 쓰지 않았다’는 간판을 내건 상인이 많았다. 초콜릿 업체 ‘이가’에서 일하는 도리앙 투도 씨는 “사과와 포도에서 추출한 자연 당을 써서 초콜릿의 당 지수를 낮추고 있다”며 “당뇨병 환자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 한다”고 밝혔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격전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의 교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북한군 첫 병력이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북한군 피해 등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발렌코 센터장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국영방송에서 “북한군은 아직 참전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이날 직접 교전이 벌어졌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은 북한군 약 8000명이 쿠르스크주에 집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 장갑차 한 대가 군인들을 버린 채 떠나는 영상도 공개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버리고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RFA가 2일 우크라이나군이 제공했다며 공개한 영상에는 한 장갑차가 병사 4명이 다가오자 방향을 바꾼 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병사들은 계속 쫓아갔지만 장갑차는 멈추지 않고 가버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RFA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95여단 관할 구역에 나타났단 첩보가 입수된 뒤 지난달 30일 무인기(드론) 카메라에 잡힌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RFA에 따르면 장갑차가 탑승한 군인들에게 하차를 지시했는데, 장갑차에서 내린 군인들이 돌격은커녕 장갑차 옆에서 엎어져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다만 해당 군인들이 실제 북한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에서 5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최소 217명이 숨진 스페인에서 펠리페 6세 국왕 부부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수해 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당국의 늑장 대응에 분노한 주민들이 욕설과 함께 진흙 세례를 퍼부었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3일 수해로 최소 62명이 목숨을 잃은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와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들을 향해 진흙과 물건 등을 던지며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라”며 외쳤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 등으로 보호에 나섰지만 펠리페 국왕 부부의 얼굴과 옷에 진흙이 묻은 모습이 목격됐다. BBC에 따르면 주민들의 공격을 피해 현장을 빠져나가던 산체스 총리 탑승 차량에는 돌멩이가 날아들기도 했다.스페인에선 국왕을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이에 펠리페 6세는 이후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한다”며 위로했다. 산체스 총리도 앞서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 명을 추가 파견하겠다”며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참사는 폭우가 내린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다리가 무너지고 마을이 진흙으로 뒤덮이며 많은 지역이 고립됐다. 물과 음식, 전기 등 기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며칠째 이어졌다. 3일 기준 사망자 수는 최소 217명으로 파악됐으며 실종자가 적지 않아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지 언론은 “1967년 포르투갈에서 최소 500명이 목숨을 잃은 대홍수 이래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 재해”라고 전했다. 피해 주민들은 이번 참사가 당국의 미흡한 대응으로 벌어진 인재(人災)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뒤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될 때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느린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더 커졌다는 판단이다. 마손 주지사가 비상대책위원회를 비효율적이란 이유로 해산하는 바람에 대처가 더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격전지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 장갑차 한 대가 군인들을 내버린 채 떠나는 영상이 공개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버려두고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RFA가 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에게 제공받았다며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넓은 벌판에 있던 한 장갑차가 앞쪽에서 병사 4명이 달려오자 방향을 바꾼 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병사들은 장갑차를 계속해서 쫓아갔지만 장갑차는 멈추지 않고 가버렸다.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RFA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95여단 관할 구역에 나타났다는 첩보가 입수된 뒤 지난달 30일 무인기(드론) 카메라에 잡혔다”며 “러시아군 BTR-82 장갑차 3대가 칼리노프 마을 남쪽 4km 거리에 있는 수목지대를 공격하는데, 이들은 손발이 전혀 안 맞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RFA에 따르면 장갑차가 기관포 사격을 가하며 탑승한 보병들에게 하차를 지시했는데, 장갑차에서 내린 보병들이 돌격하기는커녕 장갑차 옆에 그대로 엎어져 우왕좌왕했다고 한다. 이에 장갑차들은 보병들을 지켜주지 않고 방향을 바꿔 왔던 길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RFA에 따르면 이 국장은 “아직 영상을 분석 중이지만, 아마도 장갑차를 모는 러시아군과 탑승병력이었던 북한군 사이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대부분 보병이라 차량이나 장갑차를 다루는 러시아군의 교리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해당 보병들이 실제로 북한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전장에 배치된 북한군이 이른바 ‘총알받이’ 역할을 할 것이란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리투아니아의 민간단체인 ‘블루·옐로’는 북한군은 지난달 25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했으며,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살됐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럽에서 57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최소 217명이 숨진 스페인에서 펠리페 6세 국왕 부부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수해 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당국의 늑장 대응에 분노한 주민들이 욕설과 함께 진흙 세례를 퍼부었다.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3일 수해로 최소 62명이 목숨을 잃은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와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들을 향해 진흙과 물건 등을 던지며 “살인자” “부끄러운 줄 알라”며 외쳤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 등으로 보호에 나섰지만, 펠리페 국왕 부부의 얼굴과 옷에 진흙이 묻은 모습이 목격됐다. BBC에 따르면 주민들의 공격을 피해 현장을 빠져나가던 산체스 총리 탑승 차량에는 돌맹이가 날아들기도 했다.스페인에선 국왕을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욕설을 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분노에 극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이에 펠리페 6세는 이후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한다”며 위로했다. 산체스 총리도 앞서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 명을 추가 파견하겠다”며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스페인 참사는 폭우가 내린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다리가 무너지고 마을이 진흙으로 뒤덮이며 많은 지역이 고립됐다. 물과 음식, 전기 등 기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며칠째 이어졌다. 3일 기준 사망자 수는 최소 217명으로 파악됐으며, 실종자가 적지 않아 숫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지 언론은 “1967년 포르투갈에서 최소 500명이 목숨을 잃은 대홍수 이래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 재해”라고 전했다.피해 주민들은 이번 참사가 당국의 미흡한 대응으로 벌어진 인재(人災)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뒤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될 때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느린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더 커졌다는 판단이다. 마손 주지사가 비상대책위원회가 비효율적이란 이유로 해산하는 바람에 대처가 더 늦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사진)가 3일 한국 방문을 통해 “EU와 한국 간 안보·국방 협력을 다음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한국과 EU의 안보·국방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하는 ‘안보·방위 파트너십’이 채택될지 주목된다. 스페인 외교장관 출신인 보렐 고위대표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0시 반경 소셜미디어 X 계정에 올린 글에서 서울에 도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디지털·녹색·보건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양자 관계의) 상당한 진전을 이뤄 한층 더 긴밀한 파트너가 됐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4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제1차 한-EU 전략대화를 공동 주재한다. 전략대화는 지난해 5월 한-EU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신설된 회의체다. 여기서는 한-EU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EU와 한국은 보렐 고위대표의 방한 기간 양자 간 안보·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대응 공조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보렐 고위대표는 방한 기간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한편 보렐 고위대표는 1일 일본 도쿄에서 EU-일본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보렐 고위대표와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외상은 이날 사상 처음 개최한 일본-EU 외교장관 전략 대화에 앞서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EU-일본 파트너십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두고 체결한 안보협력 방안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국장급 ‘안보·방위 대화’의 신설과 연례 개최, 일본 자위대와 EU 해군 부대의 공동 훈련, 안보 정보 교류를 위한 협정 체결 검토 등이 명시됐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4년간 집권하다 올해 7월 총선에서 참패한 영국 보수당에서 첫 흑인 당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케미 베이드녹 전 기업통상부 장관(44). 여성으로서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에 이은 네 번째 당수다. 보수당 안팎에선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보수당 색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란 평가가 나온다. 또 베이드녹 신임 대표가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는 보수당을 어떻게 재건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일 영국 제1야당인 보수당의 전국 당원 투표 개표 결과 베이드녹 대표가 5만3806표를 얻어 4만1388표를 얻은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42)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당원 투표율은 72.8%였다. 베이드녹 대표는 올 7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리시 수낵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위기의 보수당을 이끌게 됐다. 베이드녹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14년간 집권하며 실수를 했고 (당의) 기준을 낮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우리의 첫 책임은 (집권) 노동당 정부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 목표는 정부가 다음 선거 때까지 정부의 업무 방식을 바꿔 이 나라를 변화시킬 명확한 계획을 갖도록 몇 년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보수당을 기본으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춰 호응을 이끌어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베이드녹 대표는 영국 서식스대에서 컴퓨터시스템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영국 런던대 소속 버벡대에서 파트타임으로 법학 학사도 취득했다. 그 후에는 은행과 잡지사에서 일했고 내각에선 여성평등부와 기업통상부 장관 등을 거쳤다. 그는 논쟁에 적극 뛰어드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강조하는 그는 투쟁적인 우익적 기조를 되살릴 것이고 당 재건을 위해 ‘진정한 보수주의’로의 복귀를 다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수당을 재건해야 하는 그의 앞길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당 의석수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도 9만5000표 중 56%를 조금 넘게 얻어 어렵게 대표로 선출된 만큼 당내 민심도 잘 다독여야 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의 세계적 명품기업 에르메스의 창립자 직계 후손인 니콜라 퓌에슈(81·사진)가 제기한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 증발 사건’이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퓌에슈는 자신의 자산관리인 에리크 프레몽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프레몽은 퓌에슈가 정원사 자딜 부트라크와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WSJ에 따르면 에르메스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직계 후손 퓌에슈는 지난해 자신이 보유했던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가 사라졌다고 주장해 왔다. 사라진 주식 규모는 에르메스 지분의 6%, 시가는 120억 유로(약 18조 원)에 달한다. 그간 퓌에슈는 1980년대부터 자신의 자산관리인으로 일했던 프레몽을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프레몽이 25년 전 에르메스의 경쟁사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에르메스 지분을 은밀하게 쌓으려 했을 때 도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프레몽은 퓌에슈가 금치산 상태에서 자작극을 펼치고 있다는 취지의 반론을 내놨다. 수년 전 퓌에슈의 저택에 고용된 모로코 국적의 정원사 부트라크와 그의 여자 친구 마리아 파즈가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퓌에슈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뒤 허위 주장을 펴도록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원사는 퓌에슈의 양자로 입양될 절차까지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퓌에슈가 머물고 있는 스위스에선 양자가 되면 재산 이전에 따른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린 조치라는 게 프레몽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 복지기관은 퓌에슈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는 프레몽의 신고에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다고 퓌에슈가 제기한 소송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게다가 퓌에슈의 주식이 소유자를 등록할 필요가 없는 무기명이어서 사건은 더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의 세계적 명품기업 에르메스의 창립자 직계 후손인 니콜라 퓌에슈(81)가 제기한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 증발 사건’이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퓌에슈는 자신의 자산관리인 에리크 프레몽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프레몽은 퓌에슈가 정원사 부트락과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WSJ에 따르면 에르메스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직계 후손 퓌에슈는 지난해 자신이 보유했던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가 사라졌다고 주장해 왔다. 사라진 주식 규모는 에르메스 지분의 6%, 시가는 120억 유로(약 18조 원)에 달한다. 그간 퓌에슈는 1980년대부터 자신의 자산관리인으로 일했던 프레몽을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프레몽이 25년 전 에르메스의 경쟁사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에르메스 지분을 은밀하게 쌓으려 했을 때 도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반면 프레몽은 퓌에슈가 금치산 상태에서 자작극을 펼치고 있다는 취지의 반론을 내놨다. 수년 전 퓌에슈의 저택에 고용된 모로코 국적의 정원사 자딜 부트락과 그의 여자 친구 마리아 파즈가 배우자와 자식이 없는 퓌에슈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뒤 허위 주장을 펴도록 조종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원사는 퓌에슈의 양자로 입양될 절차까지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퓌에슈가 머물고 있는 스위스에선 양자가 되면 재산 이전에 따른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린 조치라는 게 프레몽의 주장이다.그러나 최근 스위스 복지기관은 퓌에슈에 대해 조치를 취해 달라는 프레몽의 신고에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다고 퓌에슈가 제기한 소송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게다가 퓌에슈의 주식이 소유자를 등록할 필요가 없는 무기명이어서 사건은 더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4년간 집권하다 올해 7월 총선에서 참패한 영국 보수당에서 첫 흑인 당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케미 베이드녹 전 기업통상부 장관(44). 여성으로서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에 이은 네 번째 당수다. 보수당 안팎에선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보수당 색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란 평가가 나온다. 또 베이드녹 신임 대표가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는 보수당을 어떻게 재건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일 영국 제1야당인 보수당의 전국 당원 투표 개표 결과 베이드녹 대표가 5만3806표를 얻어 4만1388표를 얻은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42)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당원 투표율은 72.8%였다. 베이드녹 대표는 올 7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리시 수낵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위기의 보수당을 이끌게 됐다.베이드녹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14년간 집권하며 실수를 했고 (당의) 기준을 낮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우리의 첫 책임은 (집권) 노동당 정부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 목표는 정부가 다음 선거 때까지 정부의 업무 방식을 바꿔 이 나라를 변화시킬 명확한 계획을 갖도록 몇 년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베이드녹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보수당을 기본으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춰 호응을 이끌어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베이드녹 대표는 영국 서식스대에서 컴퓨터시스템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영국 런던대 소속 버벡대에서 파트타임으로 법학 학사도 취득했다. 그 후에는 은행과 잡지사에서 일했고 내각에선 여성평등부와 기업통상부 장관 등을 거쳤다. 그는 논쟁에 적극 뛰어드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강조하는 그는 투쟁적인 우익적 기조를 되살릴 것이고 당 재건을 위해 ‘진정한 보수주의’로의 복귀를 다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보수당을 재건해야 하는 그의 앞길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당 의석수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도 9만5000표 중 56%를 조금 넘게 얻어 어렵게 대표로 선출된 만큼 당내 민심도 잘 다독여야 한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