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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53)은 취임하면 첫 라틴계 미 국무장관이 된다. 쿠바에서 이민 온 바텐더 아버지와 호텔 청소부 어머니를 둔 루비오 의원은 1998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 시위원회 의원에 선출되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0∼2008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으로 활동했고, 2010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밀렸던 그는 트럼프 당선인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루비오 의원을 ‘꼬마 마코’(키가 작다는 뜻)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지지로 전향해 측근이 됐다. 콜롬비아계 치어리더 출신인 제넷과 1998년 결혼해 자녀 4명을 두고 있다. △1971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출생 △1996년 마이애미대 로스쿨 졸업 △2000∼2008년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2010년∼ 현재 연방 상원의원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불법 이민 근절”을 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트럼프 1기’ 당시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지낸 톰 호먼(63)을 차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관장할 ‘국경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로 지명했다. 7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임명한 데 이은 두 번째 인사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같은 날 공화당의 ‘친(親)트럼프’ 강경파 하원의원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40·뉴욕)을 주유엔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호먼 전 대행은 트럼프 1기 당시 가족 전체가 불법 이민을 왔을 땐 부모를 기소하고 이들의 자녀는 부모와 격리하는 ‘생이별’ 정책을 주도했다. 지난달 27일 CBS 인터뷰에서도 “(불법 이민) 가족을 전부 추방할 수 있다”고 밝히며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 집행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후 첫 인터뷰인 7일 NBC 인터뷰에서도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불법 이민자 추방을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집권 첫날 대규모 행정명령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민자를 추방할 것으로 본다.● ‘불법 이민 부모-자녀’ 격리 주도 트럼프 당선인은 10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국경 통제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호먼 전 대행이 차기 행정부에 합류해 미국의 모든 국경을 책임지는 ‘국경 차르’가 될 것”이라며 “그가 모든 불법 외국인을 원래 국가로 추방하는 업무를 맡을 것”이라고 썼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국경 차르’가 정확히 어떤 직책인지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은 그가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이민 정책 사령탑’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호먼 전 대행은 경찰, 국경순찰대 요원 등을 거쳐 2017년 1월∼ 2018년 6월 ICE 국장 직무 대행으로 일했다. 대행 시절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주도한 그를 트럼프 당선인이 눈여겨봤고, 그를 정식 국장으로 임명하려 했다. 하지만 부모-자녀 격리 정책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도 반인륜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국장 임명을 위한 의회의 인준 청문회를 열 수 없었다. 결국 호먼 전 대행은 사퇴했다. 그가 사퇴할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이 정책(부모-자녀 격리)을 반대한다”며 남편에게 반기를 들었다. 호먼 전 대행은 사퇴 후에도 트럼프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 갔다. 트럼프 당선인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올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찬조 연설자로 등장했다. 당시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가 급증했다며 “당장 짐을 싸서 미국을 떠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10일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고문들이 취임 직후 서명할 수십 개의 행정명령을 작성하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가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서 계속 머무르는 ‘멕시코 잔류(Remain in Mexico)’ 정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유대주의’ 논란 명문대 총장 낙마 주도 스터파닉, 유엔 대사 지명스터파닉 의원이 주유엔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는 건 트럼프 당선인 측이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스터파닉 의원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 명문대 총장들이 학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논란이 일자 같은 해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총장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이로 인해 보수 진영에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해당 청문회 뒤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 엘리자베스 맥길 전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등이 모두 사퇴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스터파닉 의원을 극찬하며 상대방 진영에 대한 “킬러(killer)”라고 추켜세웠다. 그간 스터파닉 의원은 유엔이 반유대주의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한편 트럼프 대선 캠프의 내부 회의 장면을 담은 영상도 화제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트오브더서지(Art of the Surge)’ 4회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참모들이 올 8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 스위트룸에 차린 ‘상황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와일스 위원장, 댄 스커비노 전 백악관 부실장, 제이슨 밀러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이 등장했다. 사실상 ‘트럼프 2기 백악관’이란 평가가 나온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67)을 임명했다. 당선 이틀 만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빠르게 이행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CNN 등은 백악관 비서실장에 여성이 임명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줬고 2016년,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며 “강인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이고 널리 존경받고 있다(tough, smart, innovative, and universally admired and respected)”고 추켜세웠다. 와일스는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다. 트럼프 당선인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4건의 형사 기소로 많은 측근이 떠났지만 충직하게 곁을 지키며 사실상 비서실장 노릇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당선인 주변 인사를 원활히 관리하는 장악력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와일스 외에 이미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를 정권 인수위원회에 배치하는 등 ‘충성파’의 전진 배치를 공식화했다. 그는 같은 날 NBC와 가진 당선 후 첫 인터뷰에서 최우선 과제가 “국경을 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나눌 뜻을 시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예정된 해외 순방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선 승리 9일 만에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뉴욕에서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사례를 참고해 관련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입바른 소리’ 참모와 불편했던 트럼프, 2기땐 ‘충성심’ 제1원칙[트럼프 재집권]집권 1기 때 불화-참모 배신 등 경험… 당선 이틀만에 와일스 비서실장 임명“가장 충성스러운 전사” 평가 받아… 인수위에도 ‘검증된 1기 출신’ 배치“트럼프 2기 인사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충성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틀 만인 7일(현지 시간)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정권 인수위원회에도 충성심이 검증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을 대거 배치하자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내놓은 분석이다. 2020년 대선 패배 과정에서 당시 백악관과 정부 부처의 많은 인사가 등을 돌린 것에 분노를 표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충성심이 검증됐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인사만 쓰겠다는 방침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문고리 권력’에 ‘충성파 중 충성파’ 기용 백악관 비서실장은 새 행정부 구성 및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요직 중 요직’이다. 장관직과 달리 의회 인준이 필요 없어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사가 기용된다. 와일스 역시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다. 그와 함께 이번 대선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크리스 라치비타 또한 와일스를 “함께 일해 본 이들 중 가장 충성스러운 전사”라고 했다. 이 같은 와일스의 발탁을 두고 향후 행정부 구성 과정에서 충성파를 선별하면서도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날 “와일스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비서실장을 맡는 대신 누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와일스가 ‘문고리 권력’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여러 비서실장과 불화를 빚었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1기 참모진의 대부분을 잘 몰랐다. 난 워싱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I was not a Washington person)”이라고 했다. 그는 2016년 대선 승리 5일 후 라인스 프리버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당시 취임 전까지 70여 일 동안 10여 명의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는 데 그치는 등 후속 인사가 빠르지 않아 행정부 구성에서 혼란이 야기됐다. 프리버스의 발탁 이유는 공화당과의 원활한 관계 형성이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프리버스는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극우 선동가 스티브 배넌,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에 밀려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6개월 만에 경질됐다. 두 번째 비서실장은 4성 장군 출신의 존 켈리였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과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당선인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켈리와도 불편한 관계였고, 켈리는 약 17개월 만에 경질됐다. 켈리는 이번 대선 직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파시스트”라고 비판하며 “그는 나치 지도자 히틀러 같은 장군을 원했다. 미 헌법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대를 원했다”고 했다.● 인수위에도 충성파 가득 트럼프 당선인은 후속 인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는 부처별 인수팀을 구성해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 정보기관 인수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수팀은 국무장관 후보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고문을 지낸 조엘 레이번 전 시리아 특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 또 국무부 인수팀은 브라이언 훅 전 이란 특사, 국방부는 트럼프 1기 보훈장관을 지낸 로버트 윌키 등이 이끌고 있다.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마이크 데이비스 변호사 또한 ‘X’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직자는 충성심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역량과 충성심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불법 이민자 추방은) 가격표(price tag·비용을 의미)를 붙일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NBC와 당선 후 첫 인터뷰를 갖고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추방할 뜻을 밝혔다. 대선 기간에 꾸준히 “국경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언한 그는 이날도 불법 이민자가 저지르는 각종 강력 범죄의 폐해가 심각해 추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주요 경제 정책 중에서는 감세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 측 참모들이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과 만나 개인 소득세 등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에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 전 장관 또한 CNBC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에 감세가 포함될 것”으로 점쳤다. 다른 주요 정책의 윤곽 또한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다음 달 초중순 ‘트럼프 2기’의 주요 행정명령과 의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불법 이민자 강력 범죄 근절”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을 온) 사람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으로 국가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좋지만 애국심을 갖고 합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합법 이민만 받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선 이민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누리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 낭비되는 돈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2기 중 최대 7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할 구금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날인 4일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의 레딩 유세에서도 중남미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이민자 남성에게 딸을 잃은 패티 모린 씨를 연단에 올려 포옹했다. 모린 씨의 딸 레이철은 지난해 8월 조깅하러 집을 나섰다가 해당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다. 다만 대규모 추방과 수용 시설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이민협회는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체포하거나 대량 추방하는 데 총 9680억 달러(약 1341조 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불법 이민자의 상당수가 미국인들이 꺼리는 저소득 저임금 직종에 종사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저가 노동력 손실로 미 기업과 사회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찰 예산 삭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찰 예산 삭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그간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라틴계, 흑인 남성 등 비(非)백인 유권자층에서 선전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사고는 미국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원인”이라고 했다.● ‘소득세 인하-관세 인상’ 박차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내년 1월 출범할 새 의회와 개인 소득세를 인하하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稅收)는 관세를 올려 충당하는 일종의 ‘패키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선인이 공약했던 팁·사회보장급여에 대한 면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세금 정책 파트너’가 될 인사는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의 공화당 중진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상원 재정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그는 줄곧 ‘트럼프표 감세’를 옹호해 왔다. 다만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의회예산국(CBO)은 내년에 만료될 예정인 개인 소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는 데 10년간 최소 4조6000억 달러(약 6386조 원)가 든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입품 관세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이 돈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다만 공화당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 만큼 세금 관련 패키지 법안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통과가 성사되면 1930년 이후 94년 만에 의회를 통해 관세를 인상한 사례가 된다고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67)을 임명했다. 당선 이틀 만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빠르게 이행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CNN 등은 백악관 비서실장에 여성이 임명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줬고 2016년,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며 “강인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이고 널리 존경받고 있다(tough, smart, innovative, and universally admired and respected)”고 추켜세웠다. 또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와일스는 4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다. 트럼프 당선인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4건의 형사 기소로 많은 측근이 떠났지만 충직하게 곁을 지키며 사실상 비서실장 노릇을 했다.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는 당선인 주변 인사를 원활히 관리하는 장악력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은 와일스 외에 이미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를 정권 인수위원회에 배치하는 등 ‘충성파’의 전진 배치를 공식화했다. 그는 같은 날 NBC와 가진 당선 후 첫 인터뷰에서 최우선 과제가 “국경을 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대화를 나눌 뜻을 시사했다.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예정된 해외 순방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선 승리 9일 만에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뉴욕에서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사례를 참고해 관련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 2기 인사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충성심’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틀 만인 7일(현지 시간)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정권 인수위원회에도 충성심이 검증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을 대거 배치하자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내놓은 분석이다.2020년 대선 패배 과정에서 당시 백악관과 정부 부처의 많은 인사가 등을 돌린 것에 분노를 표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충성심이 검증됐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인사만 쓰겠다는 방침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문고리 권력’에 ‘충성파 중 충성파’ 기용백악관 비서실장은 새 행정부 구성 및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요직 중 요직’이다. 장관직과 달리 의회 인준이 필요 없어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인사가 기용된다. 와일스 역시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다. 그와 함께 이번 대선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크리스 라치비타 또한 와일스를 “함께 일해본 이들 중 가장 충성스러운 전사”라고 했다.이 같은 와일스의 발탁을 두고 향후 행정부 구성 과정에서 충성파를 선별하면서도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이날 “와일스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비서실장을 맡는 대신 누가 집무실에서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와일스가 ‘문고리 권력’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워싱턴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여러 비서실장과 불화를 빚었다.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1기 참모진의 대부분을 잘 몰랐다. 난 워싱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I was not a Washington person)”이라고 했다.그는 2016년 대선 승리 5일 후 라인스 프리버스 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당시 취임 전까지 70여 일 동안 10여 명의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는 데 그치는 등 후속 인사도 미뤄졌고 행정부 구성에서 혼란이 야기됐다.프리버스의 발탁 이유는 공화당과의 원활한 관계 형성이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프리버스는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극우 선동가 스티브 배넌,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 등에 밀려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6개월 만에 경질됐다.두 번째 비서실장은 4성 장군 출신의 존 켈리였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과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다. 돌출 행동이 잦은 트럼프 당선인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미였다.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켈리와도 불편한 관계였고, 켈리는 약 17개월 만에 경질됐다. 켈리는 이번 대선 직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파시스트”라고 비판하며 “그는 나치 지도자 히틀러 같은 장군을 원했다. 미 헌법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대를 원했다”고 했다.●인수위에도 충성파 가득트럼프 당선인은 후속 인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는 부처별 인수팀을 구성해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 충성심이 검증된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정보기관 인수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수팀은 국무장관 후보인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고문을 지낸 조엘 레이번 전 시리아 특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 또 국무부 인수팀은 브라이언 후크 전 이란 특사, 국방부는 트럼프 1기 보훈장관을 지낸 로버트 윌키 등이 이끌고 있다.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마이크 데이비스 변호사 또한 ‘X’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직자는 충성심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역량과 충성심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불법 이민자 추방은) 가격표(price tag·비용을 의미)의 문제가 아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NBC와의 당선 후 첫 인터뷰를 갖고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를 대규모로 추방할 뜻을 밝혔다. 대선 기간 꾸준히 “국경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언한 그는 이날도 불법 이민자가 저지르는 각종 강력 범죄의 폐해가 심각해 추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주요 경제 정책 중에서는 감세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 측 참모들이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과 만나 개인 소득세 등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에 재무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 전 장관 또한 CNBC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에 감세가 포함될 것”으로 점쳤다.다른 주요 정책의 윤곽 또한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다음 달 초중순 ‘트럼프 2기’의 주요 행정명령과 의회에 제출할 예산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불법 이민자 강력 범죄 근절”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을 온) 사람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마약으로 국가를 파괴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좋지만, 애국심을 갖고 합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합법 이민만 받겠다고 했다.트럼프 당선인 측에선 이민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누리는 각종 사회보장 혜택에 낭비되는 돈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뜻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2기 중 최대 7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수용할 구금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최근 밝혔다.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날인 4일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의 레딩 유세에서도 중남미 엘살바도르 출신 불법 이민자 남성에게 딸을 잃은 패티 모린 씨를 연단에 올려 포옹했다. 모린 씨의 딸 레이철은 지난해 8월 조깅하러 집을 나섰다가 해당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후 살해됐다. 다만 대규모 추방과 수용 시설 건설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이민협회는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체포하거나 대량 추방하는 데에 총 9680억 달러(약 1341조 원)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불법 이민자의 상당수가 미국인들이 꺼리는 저소득 저임금 직종에 종사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저가 노동력 손실로 미 기업과 사회가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봤다.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찰 예산 삭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목 조르기로 숨진 후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찰 예산 삭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그간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라틴계, 흑인 남성 등 비(非)백인 유권자로부터 선전한 것을 두고 “민주당의 사고는 미국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원인”이라고 했다.● ‘소득세 인하-관세 인상’ 박차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내년 1월 출범할 새 의회와 개인 소득세를 인하하고 이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稅收)는 관세를 올려 충당하는 일종의 ‘패키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선인이 공약했던 팁·사회보장급여에 대한 면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당선인의 ‘세금정책 파트너’가 될 인사는 신중하고 꼼꼼한 성향의 공화당 중진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상원 재정위원장을 맡을 것이 유력한 그는 줄곧 ‘트럼프표 감세’를 옹호해 왔다.다만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의회예산국(CBO)은 내년 만료될 예정인 개인 소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는 데 10년간 최소 4조6000억 달러(약 6386조 원)가 든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입품 관세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이 돈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다만 공화당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 만큼 세금 관련 패키지 법안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 통과가 성사되면 1930년 이후 94년 만에 의회를 통해 관세를 인상한 사례가 된다고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선거에서 패했을 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민주주의 원칙입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모교인 워싱턴 하워드대에서 승복 연설을 가졌다. 그는 “우리가 원한 바는 아니지만 선거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며 “선거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를 군주제 및 폭정과 구분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2020년 대선에서 패했지만 승복하지 않은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를 비판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당초 대선 당일인 5일 하워드대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표 초반부터 패색이 감돌자 일정을 취소했다. 다음 날 등장한 그는 “여러분이 보낸 성원과 나라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이 충만하다”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했고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며 “그를 도와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계 은퇴설에는 선을 그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유, 기회, 공정성, 모든 사람의 존엄성,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자유, 총기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 미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계속 싸우는 한 미국의 빛은 항상 밝게 타오를 것”이라고 했다. 또 “슬퍼하고 실망해도 괜찮다”며 “승리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싸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을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어두운 시기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알지만 밤하늘이 어두워야 별이 빛난다”며 “낙관과 믿음, 진실과 섬김의 별빛으로 밤하늘을 수놓아 (이 같은) 역경을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해 당선을 축하했고, 백악관으로도 초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초대에 응해 두 사람은 조만간 백악관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도 통화하며 위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당선인이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 정세에도 격랑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 동부 시간 6일 오전 8시 30분(한국 시간 6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270명)이 넘는 277명을 확보해 224명에 그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크게 앞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잡은 데 이어 최대 승부처로 꼽히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그는 위스콘신주에서도 승리했고,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미시간, 네바다, 애리조나주에서도 승리가 유력하다. 당초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경합주 7곳을 모두 휩쓰는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전 승리 연설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라며 “미국의 진정한 황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을 우선시하는 데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 대선 결과 불복, 지지층의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 난입 선동 등 4건의 혐의로 지난해 전현직 미 대통령 최초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한 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가속화한 고물가, 양극화 등으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백인 노동자층, 흑인, 라틴계 유권자가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4년 만에 상원 다수당을 탈환했다. 하원 다수당 유지도 유력하다. 이처럼 공화당이 대선과 양원 선거를 싹쓸이하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의회의 지지까지 확보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첫 임기 때보다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반도 정세에도 격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 때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해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관세 인상, 감세 등을 골자로 한 그의 경제 정책이 이른바 ‘킹(king) 달러’의 귀환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X’에 “축하드린다”며 “한미 동맹과 미국의 미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미국 황금시대 열겠다… 신이 나의 생명을 구한 이유”[트럼프 재집권] 트럼프 대선 승리 첫 메시지“美 치유하고 모든 것을 고칠 것”… 대선 과정 2차례 암살 위기 언급“美 역사상 본적 없는 정치적 재편”… 초접전 예상깨고 경합주 대승 강조“미국의 진정한 황금시대(golden age)를 열겠다. 미국을 우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후 내놓은 소감이다. 그는 선거 다음 날인 6일(현지 시간) 오전 2시 24분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센터 무대에 올라 지지층을 상대로 승리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며 속도감 있게 공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그는 대선 과정에서 두 차례 암살 시도를 모면한 것을 언급하며 “신(神)이 나의 생명을 구한 이유는 조국을 구하고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그 사명을 함께 완수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쉽지 않겠지만 내 영혼의 모든 에너지와 정신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돼 영광”이라며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하자 그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새겨진 붉은 모자를 쓴 채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 등을 외치며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초접전이 이어질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주요 경합주에서 대승을 거둔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본 적 없는 역사적인 정치적 재편”이라며 “노조원과 비(非)노조원, 흑인과 라틴계·아시아계·아랍계 등 미국 구석구석에서 상식을 갖춘 미국인들이 통합돼 가장 크고 넓은 정치적 연합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하고 단결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선전하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미국은 공화당에 상원 다수당이라는 전례 없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인이 그들 조국의 통제권을 되찾은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을 치유(healing)하고 국경 등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때는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중 306명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다만 당시 전국 득표율에서는 약 2.1%포인트 차로 뒤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선거인단과 전국 득표율 모두 앞섰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도 탈환했다.이날 무대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두 사람의 아들 배런,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당선인 등이 함께 올랐다. 밴스 당선인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을 증언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우리는 이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밴스 당선인을 두고 “초반에 논란이 있었지만 훌륭한 선택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이번 대선에서 당초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중도 사퇴 후 자신을 지지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언급했다. 그는 백신 반대론자인 케네디 주니어를 두고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그에게 보건 수장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히든 해리스(Hidden Harris)’는 없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의 숨은 지지자들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겉으론 지지를 표하지 않더라도 투표 때는 해리스 부통령을 찍는 ‘여성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미 CNN방송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성의 54%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으며, 44%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투표했다. 이는 2020년 대선 때 전체 여성의 55%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것과 별 차이가 없다. AP통신도 자체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히든 해리스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백인 여성 유권자들은 여전히 해리스 부통령(47%)보다 트럼프 당선인(52%)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종에 상관없이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은 것도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 전역에서 백인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59%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39%)과 큰 격차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라틴계 남성 유권자에게서도 54%의 지지를 받아 해리스 부통령(44%)보다 높게 나왔다. 원래 라틴계는 남녀 구분 없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이전의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에 허덕였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태어난 라틴계 유권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초강경 반(反)이민 공약을 내놓아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심지어 전국 흑인 남성의 지지율도 떨어졌다. 출구조사에서 78%의 지지를 얻어 2016,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90% 이상의 압도적 몰표를 받은 것과 비교된다. 남성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성소수자나 낙태권 등의 의제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과하게 진보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AP통신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약 절반이 “정부와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가 지나치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한 젊은 유권자 또한 트럼프 당선인을 더 많이 지지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55%가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은 44%에 그쳤다. 미 NBC방송은 “2020년 대선 때는 이들의 64%가 바이든 대통령을, 32%가 트럼프 당선인을 찍었다”고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5일(현지 시간) 치러진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인 건 결국 경제였다. 고물가와 경제 위기에 따른 ‘바이든 정권 심판론’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패배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CNN, ABC, CBS, NBC가 이날 공개한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 투표자 중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직무 수행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8%로,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40%)보다 18%포인트나 높았다. 또 72%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ABC는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인 해리스가 유권자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CNN 출구조사에선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응답한 투표자는 67%에 달했다. 좋다고 응답한 비율(32%)을 35%포인트 차로 크게 웃돌았다. 투표장에 나선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재정 상황이 크게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의 45%는 4년 전보다 자신의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고 밝혔고, 고물가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75%나 됐다. 특히 경제정책을 더 잘 펼칠 대통령으로는 51%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47%가 해리스 부통령을 선택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바이든 행정부 기간 미국은 2차 오일쇼크를 겪은 1980년 이후 40여 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 위기를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큰 충격을 받으며 미국의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다. 미국 CPI 상승률은 2021년 3월부터 3년 반 넘게 2%대 밑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흥’을 강조했다. 2016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노동자 표심을 붙잡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전기차 보조금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2022년 시행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의 진정한 황금시대(golden era)를 열겠다. 미국을 우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한 후 내놓은 소감이다. 그는 선거 다음날인 6일(현지 시간) 오전 2시 24분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컨벤션센터 무대에 올라 지지층을 상대로 승리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며 속도감 있게 공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그는 대선 과정에서 두 차례 암살 시도를 모면한 것을 언급하며 “신(神)이 나의 생명을 구한 이유는 조국을 구하고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그 사명을 함께 완수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쉽지 않겠지만 내 영혼의 모든 에너지와 정신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제 47대 대통령에 당선돼 영광”이라며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하자 그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새겨진 붉은 모자를 쓴 채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유에스에이(USA)” 등을 외치며 열광적으로 환호했다.초접전이 이어질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주요 경합주에서 대승을 거둔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역사에서 본적 없는 역사적인 정치적 재편”이라며 “노조원과 비(非)노조원, 흑인과 라틴계·아시아계·아랍계 등 미국 구석구석에서 상식을 갖춘 미국인들이 통합돼 가장 크고 넓은 정치적 연합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이어 “미국은 공화당에 상원 다수당이라는 전례 없는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인이 그들의 조국의 통제권을 되찾은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을 치유(healing)하고 국경, 경제 등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때는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중 306명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다만 당시 전국 득표율에서는 약 2.1%포인트 격차로 뒤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선거인단과 전국 득표율 모두 앞섰고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도 탈환했다. 첫 대선 승리 연설 당시에는 ‘통합’과 ‘단결’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하고 단결할 때다”란 원론적 발언을 내놨다. 이날 무대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두 사람의 아들 배런,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당선인 등이 함께 올랐다. 밴스 당선인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을 증언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우리는 이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부활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밴스 당선인을 두고 “초반에 논란이 있었지만 훌륭한 선택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이번 대선에서 당초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중도 사퇴후 자신을 지지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도 언급했다. 그는 백신 반대론자인 케네디 주니어를 두고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그에게 보건수장직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5일(현지 시간) 시작됐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4일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맞불 유세를 벌이며 승리를 다짐했다. 미 대선 현장투표는 5일 0시 뉴햄프셔주의 산간마을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50개 주(州)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6명이 투표해 바로 개표한 딕스빌노치에선 두 후보가 3표씩을 얻었다. 소수 인원이 참여한 투표지만 올해 대선의 초접전 양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본격 개표는 5일 오후 6시(한국 시간 6일 오전 8시) 인디애나와 켄터키주에서 투표가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 승부를 좌우할 이른바 ‘7대 경합주’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에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주는 5일 밤(한국 시간 6일 오전)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접전이 이어지면 며칠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후보는 4일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등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5차례 유세를 가졌다. 같은 날 트럼프 후보는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주를 거쳐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를 마무리했다. 해리스 후보는 마지막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미국을 분열시킨 트럼프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조 바이든(대통령)과 카멀라가 미국을 망쳤다”며 “내가 미국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4일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주 등 4개 주에서 1∼2%포인트 차로 해리스 후보보다 높았다. 위스콘신과 네바다주는 동률이었고, 미시간주는 해리스 후보가 2%포인트 더 높았다.해리스 ‘록키’ 계단서, 트럼프 당선때와 같은 곳서 “승리” 호소경합지 돌며 마지막 유세 총력전해리스, 펜실베이니아에 막판 집중 “난 언더도그… 새 리더십 위한 시간”트럼프, 하루 3개주 1800㎞ 이동 “더는 못참아… 카멀라 해고해야”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유세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내내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 머무르며 5개 도시에서 유세를 벌이는 ‘다걸기(올인)’ 전략을 폈다. 트럼프 후보는 남동부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북동부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주 등 하루에만 3개 주 약 1800km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쉬지 않고 운전해도 17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해리스, 영화 ‘록키’ 계단서 마지막 유세해리스 후보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탄광촌 스크랜턴을 시작으로 앨런타운, 레딩, 피츠버그를 거쳐 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마무리 유세를 벌였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승패를 결정할 7대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또 필라델피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흑인과 라틴계 인구가 많다.해리스 후보는 이날 일부 유권자의 집을 직접 방문했다. 또 낙태권 의제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여성, 청년, 라틴계 결집에 나섰다.특히 그는 철강 도시 피츠버그에서 철강업 쇠락으로 1982년 폐쇄된 뒤 국가사적지가 된 US스틸의 ‘캐리 용광로’를 찾았다. US스틸은 일본제철로의 인수가 발표됐지만 해리스 후보는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줄곧 밝혔다. 과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후보 지지 성향을 보이는 백인 노동자층에 구애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그는 5일 0시 영화 ‘록키’에 나왔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 앞에서 유세를 갖고 대미를 장식했다. 영화 속 무명 복서 ‘록키’는 인생을 뒤바꾸는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이 계단을 오르며 훈련한다. 최초의 미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그는 자신을 ‘언더도그(약자)’로 칭하며 “약자로 시작해 승리를 향해 올라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의미에서 이곳을 마지막 유세지로 골랐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위한 시간”이라며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유세에는 ‘토크쇼 여제’ 오프라 윈프리,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 푸에르토리코계 가수 리키 마틴, 해리스 후보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1800km 강행군…“어게인 2016”트럼프 후보는 최근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같은 날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첫날 사상 최대 규모의 범죄자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며 불법이민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펜실베이니아주 레딩으로 이동한 그는 해리스 후보가 속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물가, 불법이민 등을 비판했다. 그는 “여러분은 내일 카멀라에게 ‘우리는 충분히 참았다. 더는 못 참겠다. 너는 미국에서 가장 무능한 부통령이다. 카멀라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자신이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출신이라는 점,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범의 암살 시도로 오른쪽 귀에 총알이 관통했던 경험 등도 언급했다.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에선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철강 노조를 겨냥해 “내가 미 제조업을 지킬 적임자”라고 외쳤다. 폭스뉴스의 간판 여성 앵커 메긴 켈리,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야구선수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가족, 장남 트럼프 주니어 등도 연단에 올랐다. 낙태권을 중시하는 여성 유권자, 지난달 27일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섬”이라고 발언한 데 실망한 라틴계 유권자를 달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트럼프 후보는 마지막 유세지인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선 “(나의) 마지막 대선 유세”라며 “미시간주에서 이기면 이 역사적인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그랜드래피즈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여론조사 열세에도 깜짝 승리를 이뤄냈던 2016년 대선을 재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시간주 역시 경합주(선거인단 16명)이며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마지막 유세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내내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머무르며 5개 도시에서 유세를 벌이는 ‘다걸기(올인)’ 전략을 폈다. 트럼프 후보는 남동부인 노스캐롤라이나주와 북동부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주 등 하루에만 3개주 약 1800km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쉬지 않고 운전해도 17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해리스, 영화 ‘록키’ 계단서 마지막 유세해리스 후보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탄광촌 스크랜턴을 시작으로 앨런타운, 레딩, 피츠버그를 거쳐 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마무리 유세를 벌였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승패를 결정할 7대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또 필라델피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흑인과 라틴계 인구가 많다.해리스 후보는 이날 일부 유권자의 집을 직접 방문했다. 또 낙태권 의제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여성, 청년, 라틴계 결집에 나섰다. 특히 그는 철강 도시 피츠버그에서 철강업 쇠락으로 1982년 폐쇄된 뒤 국가사적지가 된 US스틸의 ‘캐리 용광로’를 찾았다. US스틸은 일본제철로의 인수가 발표됐지만 해리스 후보는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줄곧 밝혔다. 과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후보 지지 성향을 보이는 백인 노동자층에 구애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그는 5일 0시 영화 ‘록키’에 나왔던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계단 앞에서 유세를 갖고 대미를 장식했다. 영화 속 무명 복서 ‘록키’는 인생을 뒤바꾸는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이 계단을 오르며 훈련한다. 최초의 미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그는 자신을 ‘언더도그(약자)’로 칭하며 “약자로 시작해 승리를 향해 올라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의미에서 이곳을 마지막 유세지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019년 5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 근처에서 연설을 했다.이어 그는 “새로운 리더십을 위한 시간”이라며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유세에는 ‘토크쇼 여제’ 오프라 윈프리,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 푸에르토리코계 가수 리키 마틴, 해리스 후보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1800km 강행군…“어게인 2016”트럼프 후보는 최근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한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같은 날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 첫날 사상 최대 규모의 범죄자 추방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며 불법이민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으로 이동한 그는 해리스 후보가 속한 바이든 행정부의 고물가, 불법이민 등을 비판했다. 그는 “여러분은 내일 카멀라에게 ‘우리는 충분히 참았다. 더는 못 참겠다. 너는 미국에서 가장 무능한 부통령이다. 카멀라 넌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자신이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출신이라는 점,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범의 암살 시도로 오른쪽 귀에 총알이 관통했던 경험 등도 언급했다. 당시 피를 흘리면서 “싸우자”를 외쳤던 트럼프 후보는 이날도 “나는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유세에선 이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철강 노조를 겨냥해 “내가 미 제조업을 지킬 적임자”라고 외쳤다. 폭스뉴스의 간판 여성 앵커 메긴 켈리,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야구선수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가족, 장남 트럼프 주니어 등도 연단에 올랐다. 낙태권을 중시하는 여성 유권자, 지난달 27일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섬”이라고 발언한 데 실망한 라틴계 유권자를 달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트럼프 후보는 마지막 유세지인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선 “(나의) 마지막 대선 유세”라며 “미시간주에서 이기면 이 역사적인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그랜드래피즈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여론조사 열세에도 깜짝 승리를 이뤄냈던 2016년 대선을 재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시간주 역시 경합주(선거인단 16명)이며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5일(현지 시간) 시작됐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4일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맞불 유세를 가지며 승리를 다짐했다. 미 대선 현장투표는 5일 0시 뉴햄프셔주의 산간마을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50개 주(州)에서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6명이 투표해 바로 개표한 딕스빌노치에선 두 후보가 3표씩을 얻었다. 소수 인원이 참여한 투표지만 올해 대선의 초접전 양상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본격 개표는 5일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8시) 인디애나와 켄터키주에서 투표가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 승부를 좌우할 이른바 ‘7대 경합주’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에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주는 5일 밤(한국시간 6일 오전)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접전이 이어지면 며칠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해리스 후보는 4일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등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5차례 유세를 가졌다. 같은 날 트럼프 후보는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주를 거쳐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유세를 마무리했다. 해리스 후보는 마지막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미국을 분열시킨 트럼프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조 바이든(대통령)과 카멀라가 미국을 망쳤다”며 “내가 미국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한편 의회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4일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은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주 등 4개 주에서 1~2%포인트 차로 해리스 후보보다 높았다. 위스콘신과 네바다주는 동률이었고, 미시간주는 해리스 후보가 2%포인트 더 높았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오래 기다린 끝에 프랑스 소고기가 한국에 다시 진출하게 됐습니다.” 4일 필리프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는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소고기 수입 재개 기념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사관은 이날 자신들이 직접 들여온 프랑스산 소고기 63kg 중 일부를 활용해 소고기 요리 시식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프랑스는 육우 1000만 마리, 젖소 700만 마리 등 170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유럽연합(EU) 내 최대 소고기 생산국입니다. 프랑스산 소고기가 한국에 수입된 건 24년 만에 처음입니다. 소해면상뇌증(BSE·일명 광우병)이 발생하면서 2000년부터 수입이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광우병 위험을 무시할 만한 나라’로 분류되면서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열렸습니다.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서 소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면 국회에서 수입 위생 조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 위생 조건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또 올 6월에는 도축장 승인 등 남은 협의가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당장 마트에서 프랑스산 소고기를 찾아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U산 소고기는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에 비해 수입 단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비자가 선호하는 근내지방 함량(마블링)도 적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산 소고기는 아직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대량으로 공급되기 어려워 조만간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주로 기업 간 거래(B2B) 목적으로 소량으로 수입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 프랑스 축산협회와 소고기 수출업체 비가드 등은 한국 내 판로 개척을 위해 국내 유통업계와 상담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비가드의 막상스 비가드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경쟁력이 미국·호주산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프랑스산을 원하는 한국 수입업자를 찾아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소고기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 소고기는 45만 t이었는데 그중 90% 이상이 미국산과 호주산이었습니다. 프랑스산 소고기가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소고기로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5일 미국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이 대선 승자와 관계없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이란이 미 대선 직후부터 새 미 대통령 취임식이 치러지는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이스라엘에 강도 높은 보복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전망했다. 이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레바논 접경지인 북부의 군부대를 시찰하며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궤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근거지이며 이스라엘 국경과 불과 16km 떨어진 레바논 중남부의 리타니 강을 거론하며 “헤즈볼라를 이 강 너머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 달 간 시리아 영토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벌여 이란과 연계한 테러조직의 첩보원 알리 솔레이만 알아시를 붙잡아 구금했다고 공개했다. 국제사회로부터 “시리아 주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공개한 것 또한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궤멸하겠다는 네타냐후 정권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대응 또한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WSJ은 이스라엘 공격 시기를 조율 중인 이란이 탄도미사일, 무인기(드론) 등 기존에 주로 썼던 공격 방식보다 강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거론하지 않았으나 이 경우 이제껏 이란 군사시설을 주로 공격했던 이스라엘 또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또한 2일 온라인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압도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보복을 경고했다.앞서 이란은 지난 달 1일 이스라엘 본토를 탄토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같은 달 26일 이스라엘이 이란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보복에 나서자 이란 또한 재보복을 공언한 상태다. 다만 두 나라 모두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모두 양측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및 헤즈볼라의 빠른 휴전을 원한다”고 압박하고 있다.특히 이란은 자국에 적대적인 트럼프 후보의 재집권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트럼프 후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 시절 미국 등 서방 5개국이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를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는 지난 달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도 “이스라엘이 후환을 두려워 말고 이란에 보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 군사시설에 보복 공격을 감행한 데 대해 이란이 재보복을 결단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란이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긴장 수위가 한층 올라가자 미국은 중동에 전략폭격기를 급파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2일 테헤란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이란과 저항 전선(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단체)에 가한 공격에 대해 압도적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이날 하메네이는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이 444일 동안 억류된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의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만 보복의 시기나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중동 지역에 B-52 폭격기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는 재보복 감행을 검토하는 이란에 보내는 경고로 풀이된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스틴 장관은 이란과 대리 세력이 중동 내 미국인과 미국의 이익을 공격 목표로 삼는다면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동에 배치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전단이 이달 중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기지로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은 이를 대체할 해군 구축함도 중동에 보낼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은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로 배치하며 방어망 전력도 보강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 경제 회복을 위한 전환점 또는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겨 줄 수 있다.”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한국의 국회격) 상무위원회 제12차 회의가 4일부터 8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선 특별 국채 발행을 포함한 대규모 재정정책이 집중 논의되고, 폐막일인 8일 침체돼 있는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종합 경기 부양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중국이 올해 9월 말부터 쏟아낸 통화 완화 조치, 부동산 부양책 등을 포함한 각종 경기 부양책의 세부 내용이 결정될 전망이다. 또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5%) 달성 여부를 가늠하는 최종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10조 위안 특별 국채 발행 전망”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이번 전국인대 상무위 회의에서 10조 위안(약 1934조 원) 이상의 추가 국채 발행을 승인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6조 위안은 지방정부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4조 위안은 유휴 토지와 부동산 매입에 쓸 것으로 전망했다.중국 지방 정부 부채는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최근 부동산 침체로 인한 세수가 부족하고, 코로나19 확산 당시 투입된 행정 비용 부담으로 그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숨겨진 부채’로 불리는 중국 지방정부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LGFV) 부채 규모가 올해 66조 위안(약 1경2700조 원)으로 중국 GDP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지방 정부의 재정난을 완화시키면 지방 정부가 밀린 공사대금과 급여를 지급할 수 있고, 추가 투자에 나설 여력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관건은 재정 투입 규모다. 외신들은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 규모가 10조 위안을 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GDP의 13% 수준인 4조 위안의 경기 부약책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 10조 위안을 투입한다 해도 지난해 기준 GDP의 약 8%에 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발표액이 이보다 낮으면 시장에서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美 대선 따라 투입액 달라질 수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중국이 서방의 경제무역 제재 속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자체 소비 시장을 살려야 본격적인 경기 침체 탈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지금까지 내놓은 부양책들은 과잉 생산과 내수 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책은 소비를 포함해 국내 수요를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현금 살포성’ 대책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들의 현금 지급에 대한 기대감, 나아가 복지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중국 당국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시행 중인 ‘이구환신(以舊換新·가전제품을 바꿀 때 보조금 지원)’ 정책 외에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이나 사회보장 제도 강화 정책은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중국 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해당 월말에 열리는 게 일반적이다. 중국이 이번 제12차 회의를 당초 예상보다 1주일가량 미룬 것은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유세 중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폭탄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GDP가 최대 2.5%포인트 줄어든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경우 중국은 무역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10∼20% 더 많은 재정 지원책을 승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일한 쓰레기는 ‘트럼프 지지자’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발언) “푸에르토리코는 ‘쓰레기 섬’이다.”(미국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의 지난달 27일 발언) 5일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의 ‘쓰레기’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초접전 구도로 한 표가 아쉬운데 같은 진영 인사가 실언으로 ‘내부 총질’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발언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번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 트럼프, 쓰레기 수거차 타고 바이든 비판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30일 주요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쓰레기 수거차를 타고 나타났다. 오렌지색과 형광색이 섞인 안전조끼 등 환경미화원 복장을 한 채 “2억5000만 미국인(유권자)은 쓰레기가 아니다. 그들(해리스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체를 쓰레기처럼 대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같은 날 또 다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도 “내 지지자는 쓰레기가 아닌 미국의 심장 겸 영혼”이라며 “미국인을 미워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달 27일 트럼프 후보의 뉴욕 유세에 찬조 연설자로 나선 백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라틴계가 대부분인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폄훼했다. 이틀 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이 이 발언에 관해 묻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의 쓰레기 수거차 탑승과 환경미화원 복장 착용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힌치클리프의 실언을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려던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는 지난달 30일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해리스 캠프와 민주당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반등 기회를 날렸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CNN은 캠프 내에서 “바이든을 대선 유세에서 사라지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사전투표 5900만 명… 투·개표 법정 다툼도 두 후보의 전국 및 경합주 지지율은 초접전이다. 지난달 30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대선 승자 예측 모델에 따르면 두 후보의 승리 확률이 50%로 동률이었다. 같은 날 CNN이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모두 48%의 지지를 얻었다. 다만 퀴니피액대의 같은 주 조사에서는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47%로 해리스 후보(46%)를 근소하게 앞섰다. 사전투표 열기 또한 뜨겁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는 지난달 30일 기준 사전투표자가 5900만 명을 넘겼다고 집계했다. 투·개표 과정을 둘러싼 법정 다툼도 한창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운전면허증에 따르면 미국 시민이 아닌데도 버지니아주 유권자로 등록한 1600명을 버지니아주의 유권자 명부에서 삭제하는 것을 허용했다. 트럼프 후보 측에 유리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선 트럼프 후보 측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29일까지였던 우편투표 용지 수령 마감 기한을 1일로 연장했다. 민주당과 해리스 캠프 측은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가 대선 패배 시 불복하며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벌써부터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자가 누구이건 내년 1월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한 트럼프 후보는 다음 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다. 또 정치매체 더힐은 대선 당일 해리스 후보 모교인 워싱턴의 흑인 명문대 하워드대에서, 트럼프 후보는 플로리다주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표 현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휴전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 하아레츠 등이 29일 보도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뇌부를 속속 제거하며 헤즈볼라의 군사 역량이 심각하게 저하됐고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중동 긴장 완화를 강하게 압박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으로 레바논 주권을 침해하는 ‘레바논 내 작전권’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또한 나임 깟셈 신임 헤즈볼라 지도자를 향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헤즈볼라 궤멸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에서 약 6km 떨어진 남부 마을 키암까지 진격하며 지상전 범위를 확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1∼22일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품이 트럭 704대 분량으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전 같은 기간 평균치(1만1000대)의 6.4%에 불과하다며 우려했다.● 이, 헤즈볼라 투항-레바논 작전권 요구 하아레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내각 수뇌부는 29일 비공개 회의에서 헤즈볼라와의 휴전 협상안을 검토했다. 헤즈볼라가 근거지인 레바논 남중부 리타니강의 북쪽으로 철수하고 재무장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헤즈볼라의 투항을 뜻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하산 나스랄라 전 헤즈볼라 지도자, 3일 나스랄라의 후임자 하솀 사피엣딘 등 지도부를 잇달아 제거했다. 헤즈볼라 군사 시설이 밀집된 레바논 남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다히예 등에도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 비축량의 80%를 상실한 만큼 더 이상 이스라엘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헤즈볼라가 새 지도자로 깟셈 전 사무차장을 선출했다고 밝힌 후 갈란트 장관이 보인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소셜미디어 ‘X’에 깟셈의 사진을 올린 후 “임시 임명에 불과하다.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헤즈볼라 궤멸을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도 적었다. 또한 네타냐후 정권은 “‘위협 발견 시’ 레바논 남부에서의 작전권을 갖게 해 달라”는 요구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대표적인 분쟁지인 레바논 남부는 레바논군과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주둔 중인 유엔 평화유지군의 작전만 가능하다. 레바논 주권 침해 논란은 물론이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완전 철군’을 조건으로 채택된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1701호’에도 위배된다. 이스라엘은 이 1701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헤즈볼라의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며 작전권 요구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네타냐후 정권은 17일에도 바이든 행정부에 레바논 작전권을 요구했다. 29일 휴전 협상 논의를 위해 이스라엘에 도착한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과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특사 아모스 혹스틴이 이 같은 요구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가자지구 공습과 구호품 통제 강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압박도 지속하고 있다. 29일 이스라엘이 공습한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는 30일 기준 최소 9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같은 날 인근에 있는 다른 건물도 공습을 받아 최소 19명이 숨졌다. 건물 잔해에 깔린 실종자, 중상자 등을 감안하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 의회는 가자 주민을 돕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법을 28일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표결 전 “UNRWA가 가자지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구호품 반입과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은 미국발(發) 구호품의 반입을 막는 국가에는 군사 지원을 허용하지 않는데 이 점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압박하자는 취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