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연중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개봉될 신작 영화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개봉 시기를 놓고 혼선을 빚다 한 달 앞두고 결정됐다. 일찌감치 7월 개봉을 확정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홍보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1000만 관객 영화 ‘부산행’(2016년) 후속작인 ‘반도’는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취소한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황금종려상 로고를 포스터에 붙였다. 16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부산행과 동일한 시간대에 일어난 한 가족의 탈출 이야기”라며 “부산행을 찍을 장소를 헌팅할 때 봤던 많은 폐허가 반도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1000만 배우’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8월 개봉한다. 청부살인 의뢰로 인해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킬러 인남(황정민)과 복수를 위해 그를 쫓는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사투를 그린 추격액션 영화다.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두 배우가 재회했다.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태국 등 해외에서 촬영해 이국적인 볼거리도 기대된다. ‘강철비’를 만든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도 개봉한다. 전작에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다뤘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실 속에서 관객의 반응이 주목된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의 중에 북한군의 쿠데타가 발생해 3국 정상이 북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이들 한국 영화와 맞붙는다. 테넷은 다음 달 31일 북미 개봉이 확정돼 국내에서도 그즈음 극장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전을 그렸는데, 놀런 감독의 주특기인 시간을 종횡무진 유영한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개봉을 앞두고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을 24일부터 순차 재개봉한다. 여름 개봉이 예상됐던 ‘모가디슈’ ‘영웅’ ‘승리호’는 가을이나 연말로 개봉을 늦췄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04년 김덕영 감독(55·사진)이 루마니아행 비행기 표를 끊게 된 것은 서강대 철학과 선배인 박찬욱 감독의 ‘제보’ 때문이었다. 당시 다큐멘터리 방송 PD로 일하던 그는 ‘북한으로 송환된 북한인 남편을 기다리는 루마니아인 할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박 감독으로부터 전해 듣고 6·25전쟁에 얽힌 개인의 비극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6·25전쟁이 낳은 남한의 전쟁고아들은 미국과 서유럽으로 입양되어 갔고, 북한의 고아 5000여 명은 위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등 당시 소련의 위성국인 동유럽 국가로 보내졌다. 당시 이 북한 아이들을 가르친 루마니아 교사 미르초유 할머니와 인솔자였던 남편 조정호 씨가 갑작스러운 북한 송환으로 생이별한 사연은 김 감독이 제작해 2004년 지상파 방송사의 6·25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김 감독이 미르초유 할머니의 이야기에 더해 동유럽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고향을 지닌 기구한 전쟁고아들의 삶을 추적한 ‘김일성의 아이들’이 25일 6·25전쟁 70주년에 극장 개봉한다. 1952년부터 1960년까지 동유럽에서 생활한 북한 전쟁고아 5000여 명의 흔적을 추적한 분투기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22일 만난 김 감독은 “2004년 동유럽 취재 후 미르초유 할머니에게 남북 이산가족 신청을 통해 남편을 찾도록 노력해 보겠노라 약속했는데 할머니가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통일부가 거절했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아 그 이후 동유럽의 북한 전쟁고아들 이야기가 늘 마음속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방송 15년 만에 2019년 1월 가방 7개를 싸서 변변한 현지 연락처도 없이 떠난 것이 영화의 ‘크랭크인’이었다. 약 2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도 사재를 털어 충당했다. “북한 아이들과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동유럽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더는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밖에서 북한식 교육이 이뤄진 독특한 역사적 사례를 원석 그대로 취재해 객관적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의지도 있었지요.” 그는 아이들의 흔적을 뒤쫓기 위해 동유럽 각국의 문서보관소와 학교, 기숙사를 일일이 찾았다. 이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동유럽 사람들을 비롯해 역사학자들과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기숙사를 탈출한 아이들이 인근에 정착해 현지인과 결혼하고 택시 기사 등으로 생활했다는 각종 제보를 추적했지만 정착한 ‘아이들’을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대와 국립기록보관소에 잠자던 북한 아이들 관련 기록을 찾아낸 것은 큰 성과였다. 부모를 잃고 영문도 모른 채 낯선 유럽 땅으로 흘러온 북한의 아이들은 대부분 단체 생활을 했다. 벽안의 선생님을 ‘엄마’ ‘아빠’로 부르며 제2의 고향에 마음을 열었다. 김일성 칭송 노래를 부르고 단체로 걸을 때는 줄 맞춰 행진하도록 교육받았지만 숲속에서는 이내 대열을 이탈해 뛰어노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이후 북한이 1956년부터 차례로 아이들 대다수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면서 이들은 동유럽이라는 제2의 고향과도 생이별하는 또 다른 비극을 겪었다. 영화에는 폴란드를 고향으로 여기던 아이가 폴란드로 돌아가려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 국경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도 등장한다. 평범한 이들의 삶을 뒤흔든 전쟁, 그리고 국적에 관계없이 버려진 이들을 껴안는 인류애를 담은 점이 주목받으며 ‘김일성의 아이들’은 뉴욕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등 전 세계 10개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북한에 자주 다녀온 인사들이나 미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 역사를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관객들이 합리적으로 우리가 겪은 이 비극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연중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월 말~8월 초에 개봉될 신작 영화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개봉 시기를 놓고 혼선을 빚다 한 달 앞두고 결정됐다.일찌감치 7월 개봉을 확정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홍보 일정을 진행 중이다. 1000만 관객 영화 ‘부산행’(2016년) 후속작인 ‘반도’는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취소한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황금종려상 로고를 포스터에 붙였다. 16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부산행과 동일한 시간대에 일어난 한 가족의 탈출에서 이야기”라며 “부산행을 찍을 장소 헌팅을 할 때 봤던 많은 폐허가 반도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1000만 배우’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8월 개봉한다. 청부살인 의뢰로 인해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킬러 인남(황정민)과 복수를 위해 그를 쫓는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사투를 그린 추격액션 영화다. 영화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두 배우가 재회했다.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태국 등 해외에서 촬영해 이국적인 볼거리도 기대된다. ‘강철비’를 만든 양우석 감독의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도 개봉한다. 전작에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을 다뤘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실 속에서 관객의 반응이 주목된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한군의 쿠데타가 발생해 3국 정상이 북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연기 대결을 펼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이들 한국영화와 맞붙는다. 테넷은 다음달 31일 북미 개봉이 확정돼 국내에서도 그 즈음 극장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전을 그렸는데 놀란 감독의 주특기인 시간을 종횡무진 유영한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개봉을 앞두고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을 24일부터 순차 재개봉한다. 여름 개봉이 예상됐던 ‘모가디슈’ ‘영웅’ ‘승리호’는 가을이나 연말로 개봉을 늦췄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드라마 ‘도깨비’(2016년)에는 이승을 떠나 저승의 문 앞에 선, 앞 못 보는 사람이 등장한다. 큰 개 한 마리가 저승 입구 저편에서 반갑게 짖는 소리가 들리자 저승사자가 설명한다. “(개가 주인보다) 먼저 간 게 마음이 쓰였는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인간이 누리는 행복이란 어떤 모습일까. 반려견이 꿈꾸는 행복은 어떤 것일까. 11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는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강아지 마로나가 여러 인간을 거치며 겪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환상적인 스케치로 풀어낸다. 러닝타임 내내 아티스트의 화폭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으로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부문 대상을 받은 루마니아 출신 안카 다미안 감독(58·사진)을 18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어느 날 길을 걷는데 주인 없는 강아지가 저를 따라왔어요. 임시 보호할 가족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는데 가족이 바뀔 때마다 이 친구도 여러 변화를 겪어야 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 강아지를 통해서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는 것을요.” 2014년 그가 구조한 강아지 이름이 바로 마로나다. 루마니아어로 갈색이라는 뜻을 지닌 마로나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주인공 마로나는 곡예사 마놀, 건설업자 이스트반, 어린 소녀 솔랑주 등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이름과 함께 사는 환경도 달라진다. 그를 둘러싼 우주도 달라진다. 마놀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곡예사의 특성을 반영해 유연하고 다채로운 선형의 세계가 나타나고, 건축을 하는 이스트반과 살 때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가득하다. 그림은 ‘표범’ ‘예술 애호가들’ 등 유명 작품을 낸, 유럽을 대표하는 벨기에 출신 그래픽노블 작가 브레히트 에번스가 맡았다. 다미안 감독은 “에번스는 작품의 본질에 아주 근접했다. 그와의 작업은 걷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얄팍한 인간들은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유기견을 키운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개를 데려왔지만 곧 버리고 싶어 하거나, 강아지를 키우겠다며 떼를 쓰다가도 정작 돌보지 않는 소녀, 당장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되자 강아지 처분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은 현실의 축소판이다. 인간의 마음은 변할지라도 변치 않는 것은 단 하나, 주인에 대한 강아지 마로나의 무한한 사랑이다. 마로나가 말하는 행복은 소박하다. 자는 동안 지켜 줄 인간을 갖는 것.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내 인간의 얼굴을 핥는 것. 강아지 마로나는 짧은 생을 통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답을 건네준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죽음에서 출발하지만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는 것은 결국 사랑, 우리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이 다음 달 관객을 찾는다. 이태석재단은 ‘울지마 톤즈’의 후속 영화 ‘부활’을 다음 달 개봉한다고 17일 밝혔다. 2010년 개봉한 ‘울지마 톤즈’는 48세 나이로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가 생전 남수단 톤즈에서 선교사, 의사, 교사, 음악가로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 모습을 그렸다. 국내 개봉으로 관객 약 44만 명을 모았으며 헌신적이고 실천적인 이 신부의 삶은 종교를 떠나 많은 관객들에게 울림을 줬다. ‘부활’은 이 신부의 선종 10년 후 그의 제자들을 찾아 나섰다. 남수단과 에티오피아를 오가며 제자 70명을 만났다. 기자 의사 약사 공무원 등 직업은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생전의 이 신부처럼 공동체를 위한 삶을 펼쳐가고 있다. 이 신부가 초청해 한국에 유학 온 톤즈의 청소년 토머스 타반 아콧 씨와 존 마옌 루벤 씨는 의대생으로 훌쩍 성장해 두 사람 모두 의사시험에 합격해 국내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신부가 만든 브라스밴드 멤버로 활약하던 아순타 아조크 씨는 지난해 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그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영화는 이 신부가 남긴 사랑과 헌신의 삶이 제자들을 통해 희망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소개하고 진정한 행복의 가치와 리더십도 제시한다. 2010년 ‘울지마 톤즈’를 만든 KBS 출신 구수환 감독의 작품이다. 구 감독은 이 신부의 형 이태영 신부가 지난해 선종한 후 이태석재단의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격 연기됐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당초 내년 2월 28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약 두 달 미뤄 4월 25일 연다고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코로나19로 올 3월 중순부터 극장이 문을 닫고 신작 영화 개봉이 줄줄이 밀린 상황에서 시상식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년도 극장 개봉 영화 가운데 후보작을 선정한다. 앞서 AMPAS는 코로나19가 세계 영화산업을 뒤흔들자 ‘7일간 극장 상영을 해야 한다’는 후보작 출품 규정을 완화했다. 내년 시상식에 한해 온라인으로 먼저 상영된 작품에도 출품 자격을 부여하되 극장 개봉 일정을 제출하도록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개최 시점인 내년 2월 기준으로는 40년 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38년 로스앤젤레스 대홍수로 일주일 미뤄졌고,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때도 연기됐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피격 사건 때는 시상식 개막을 불과 4시간 앞두고 하루를 미뤘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지금은 작은 카메라를 통해 작은 모니터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분이 꽃피울 미래는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BTS의 리더 R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8일 오전(한국시간 기준) 유튜브로 중계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또래들에게 응원의 인사를 건넸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에서 졸업식을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유튜브가 주최한 온라인 졸업식이다. BTS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별 연사로 초청받아 12분 동안 영상을 통해 축사를 했다. 멤버들이 차례로 축사를 전했으며 해당 영상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로비에서 촬영됐다. RM은 “사람들은 저희에게 많은 것을 이뤘다고 하지만 저희는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학사모를 벗지 못한 채 날 것의 세상과 마주하는, 아직도 서툰 20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중요한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혼란한 시간을 겪었고, 그 불안감과 상실감은 아직 저희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다”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로 새로운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위로를 건넸다. 슈가는 요즘 한창 달리다 넘어져 ‘섬’ 안에 갇힌 기분이라고 털어놓으며 “‘섬’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나 자신의 틀을 깨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도 방탄소년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 경영자(CEO),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 다양한 명사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등 팝 스타들도 여럿 참여해 축사와 짧은 메시지 등을 전했다. 유튜브는 팝스타들과 함께 졸업식의 ‘애프터 파티’ 격인 온라인 공연을 마련했으며 BTS는 이 중계의 마지막 무대를 맡아 피날레를 장식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스릴러 영화 ‘침입자’가 개봉 첫 주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작 공백이 계속되던 극장에 ‘침입자’를 시작으로 신작들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는 개봉 사흘째에 관객 10만846명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일 전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8만4163명으로 5월 어린이날(11만4701명) 이후 최다 관객을 회복했다. ‘침입자’는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오빠 서진(김무열)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송지효의 서늘한 연기와 긴장감 있는 전개가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혜선 배종옥 주연의 영화 ‘결백’은 10일 개봉한다. 박상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을 그렸다.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사이에 숨겨진 추악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달 24일에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좀비물 ‘#살아있다’가 개봉한다. ‘침입자’ ‘결백’과 더불어 3월 초 개봉을 미뤘던 디즈니의 신작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도 극장으로 돌아온다. 17일 개봉하는 이번 작품은 톰 홀랜드, 크리스 프랫 등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이안’과 ‘발리’가 아빠를 찾아 나서는 모험을 그렸다. 코로나19로 침체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영진위는 ‘침입자’ 개봉일에 맞춰 이달 4일부터 목∼일요일 쓸 수 있는 6000권 할인권을 극장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연상호 감독(42)의 신작 ‘반도’와 임상수 감독(58)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제)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올해 칸 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실상 취소됐으나 칸 영화제 측은 3일(현지 시간) 공식 초청작 56편을 발표했다. 공식 초청작은 경쟁 부문, 비경쟁 부문(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나누지 않았다. 연 감독의 ‘반도’는 ‘부산행’(2016년)의 속편으로 부산행 이후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서 좀비와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동원 이정현이 주연을 맡아 여름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임 감독의 ‘헤븐: 행복의 나라로’는 우연히 만난 두 남자(최민식 박해일)가 삶의 마지막 행복을 찾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과 부산행으로 두 차례 칸 영화제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임 감독도 ‘그때 그 사람들’(2005년) ‘하녀’(2010년) ‘돈의 맛’(2012년)으로 세 차례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밖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85년 여름’ 등이 공식 초청작에 포함됐다. 칸 영화제 측은 올해 초청작 가운데 황금종려상이나 감독상 각본상 등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 영화들이 개봉하거나 필름마켓에서 거래될 때 ‘Cannes2020(칸2020)’이라는 문구와 함께 칸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사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식 초청작 56편은 올 하반기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예정대로 개최된다면 이들 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2067편이 출품됐다. 출품작이 2000편을 넘어선 것은 칸 영화제 사상 처음이다. 칸 영화제는 당초 지난달 12∼2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던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내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다시 활동하게 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테넷’은 위기에 빠진 극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극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테넷’이 정상 개봉할 수 있을지, 개봉한다면 극장 부활의 불씨가 될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이 지난달 말 두 번째 트레일러(예고편)를 공개했다. ‘테넷’은 놀런 감독의 전작 ‘덩케르크’처럼 아이맥스로 촬영한 국제 첩보 액션물이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첩보요원들의 고군분투를 담으면서도 놀런 감독의 주특기인 ‘비틀어진 시간’ 개념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넷’ 개봉을 기다리는 놀런 감독 팬들 사이에서는 영화를 이해하려면 ‘N(다회)차 관람’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등이 출연한다. 놀런 감독은 ‘1000만 영화’로 등극한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다크나이트’(2008년·417만 명) ‘인셉션’(2010년·594만 명) ‘덩케르크’(2017년·279만 명) 등으로 국내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테넷’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촬영을 진행했다. 그동안 제작한 작품 중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언급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테넷’은 개봉일을 당초 국내는 다음 달 16일, 해외는 17일로 정했다. 7월 말, 8월 초 한국 영화 성수기 직전이다. 코로나19로 관객이 평년 대비 80%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 ‘테넷’이 관객몰이에 들어가면 비슷한 시기 잇달아 개봉이 예정된 대작 한국 영화 ‘반도’ ‘영웅’ ‘모가디슈’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돼 개봉이 미뤄지는 경우다. 미국 대부분 극장이 영업을 재개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영화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테넷’의 개봉이 지연된다면 오히려 극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관련 매체들은 전 세계 극장의 80% 이상이 정상화하지 않는 한 홍보 효과와 제작비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테넷’ 개봉이 예정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기, 영화 ‘침입자’가 제법 규모가 있는 한국 상업영화 중에서는 처음 스크린으로 향한다. ‘침입자’는 3월 개봉을 준비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코로나19 확산에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됐지만 4일을 개봉일로 확정했다. 감독은 손원평(41).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 ‘아몬드’의 그 베스트셀러 작가다. 손 감독은 ‘아몬드’로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아몬드’는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아시아 소설로는 처음 수상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2001년 씨네21에서 영화평론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로 등단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여러 단편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그의 아버지는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언니는 손원정 연극 평론가 겸 연출가다. ‘침입자’는 그의 첫 장편영화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향한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서울 종로구에서 지난달 29일 만난 손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한 줄도 더 써지지 않던 시기’에 대해 털어놨다. “소설을 신춘문예에 계속 응모했고 영화도 잘 안되던 시기가 길었어요. 시나리오도 한 줄도 쓰지 못한 때가 있었지요. 당시에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몰랐던 것 같아요.” 2013년 출산을 계기로 수많은 질문이 그를 찾아왔다. 아이를 낳고 절박한 마음에 쉬지 않고 습작을 했다. 다가오는 모든 의문을 글로 풀었다. 동화도 쓰고 시나리오도 쓰고 소설도 썼다. ‘아몬드’와 ‘침입자’ 모두 이 무렵 태동한 이야기다. ‘침입자’는 서진(김무열)이 사는 집에 25년 전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익숙한 가족과 집이 한순간 낯설게 변하는 상황을 스릴러로 풀어냈다. 가족과 집에 대한 통념을 비틀었다는 점에서 소설 ‘아몬드’와 비슷한 면이 있다. 글 쓰는 사람답게 서사를 장악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그는 “글 쓰는 일이 너무나 지난하고 힘들다. 5분에 한 번씩 딴짓을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첫사랑을 기다리는 순간처럼, 어떤 이야기를 쓸지 구상하는 그 순간을 좋아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완성하며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오. 처음과 맨 끝을 경험하는 것, 그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 철저히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이라면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 정반대에 있다. 가끔은 영화라는 장르가 내뿜는 에너지가 버거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시간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절대로 영화를 해서는 안 돼!’라고 스스로에게 외치고 싶어진다고 한다. “영화는 같이 해서 든든해요. 한데 다른 취향과 세계관을 지닌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서 만들어내잖아요. 그 과정에서 오는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보통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봉준호 감독님 말씀처럼 ‘영화를 그만둘 수 없는 병’에 걸렸나 봐요. 징글맞으면서도 재미있고, 서로 의견 충돌이 벌어질 때 다시금 되돌아보는, 관둘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이 ‘장르 여행자’의 차기작은 소설이다. 격월간지 악스트에 연재했던 ‘일종의 연애소설’을 모아 낼 예정이다. 소설가, 영화감독, 평론가 중 어떤 이름을 가장 아끼는지 묻는 우문에 그의 답은 이랬다. “‘나에게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스스로 물으면 부정의 답만 들려오는 것 같아요. 어떤 이름을 앞세우기보다는 영화든 소설이든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고 싶어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와 베테랑 엄마 배우 신애라. 아이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혀본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직접 만나 속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픈 조합이다. 채널A 신규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이하 ‘금쪽’)는 오 박사의 노하우에 신애라 등 출연자들의 경험이 녹아든 진심 어린 조언이 만나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5월 29일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금쪽’은 의뢰인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반에 방송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DDMC 스튜디오에서 ‘금쪽’ 멤버 신애라(51) 장영란(42) 홍현희(38)와 오은영 박사(54)를 만났다. 이들은 첫 방송에 쏟아진 시청자들의 관심에 뿌듯해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육아 솔루션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1회 방송에서는 평소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살기 가득한 눈빛을 쏘는 9세 남자아이 민호의 이야기가 나왔다. “‘금쪽’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에요.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고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편하게 얘기해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는 게 저희의 몫이에요.”(오 박사) “아이의 내면, 외로움과 상실감을 들여다보는 게 다른 프로그램들과 가장 다른 면이에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남의 집 얘기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신애라) 쌍둥이 딸을 키우는 정형돈(42), 두 아이의 엄마 장영란이 각각 엄마, 아빠, 아이의 입장에서 풀어놓는 경험담도 또 다른 재미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경험한 ‘진짜 육아’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장영란은 “갓난아기를 키울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더니 이제는 음식 1000가지를 만드는 것보다 즐겁게 공부시키는 게 더 힘들다. 엄마가 되고 나니 출연자들 사례만 봐도 눈물이 난다. 정형돈 씨도 함께 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홍현희가 “남편 제이슨 씨와도 육아의 방향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부모가 되자는 다짐도 했다”고 거들자 다른 출연자들이 응수했다. “아휴, 키워 봐!” 신애라에게는 7년 만의 방송 복귀작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때부터 오 박사님 방송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보며 저의 육아 스승님이라 생각했어요. 함께 방송을 하신다니 당연히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삼남매를 키우며 23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베테랑 엄마로서 후배 부모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부탁했다. “첫째는 공감이에요.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차분하게 해주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일관성이고요. 참는 건 결국 내가 병들거나 상대를 병들게 해요. 겪어 보니 훈육이라는 게 꼭 화를 내거나 매를 드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대로 훈육을 하면 부모도 덜 힘들고 아이들도 제대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당신은 소방관이다. 산소통을 지고 불길이 치솟는 지옥 같은 집안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요람과 장난감이 뒹굴고 있다. 아버지는 간신히 구조했지만 아기가 집안에 있는지 확실치 않다.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고 공기통의 산소는 줄어들고 있다. 당신은 이 순간 밖으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집안에 있을지도 모를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수색을 계속할 것인가. 어떤 분야에서든 중요한 결정이란 얄궂게도 가장 급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맞닥뜨린다. 책의 원제는 ‘The Heat of the Moment’. 불길이 치솟는 극단의 그 순간 인간의 의사결정은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가. 영국 소방당국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20년차 여성 소방관이자 심리학 박사인 저자가 긴급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과정과 지휘의 기술을 담아냈다. 저자가 체험한 재난 현장의 이야기가 밑바탕이 돼 읽는 재미와 신뢰를 더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도깨비나 귀신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봐야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를 보고 자란 30, 40세대라면, 게다가 ‘호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마음을 졸이다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도 이 애니메이션, 참 이상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도깨비와 귀신을 소재로 친구 사이의 우정 모험 도전 인과응보 등 좋은 콘텐츠는 다 갖췄다.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들과 같이 보다 보니 내가 더 빠졌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다. CJ ENM 투니버스 채널의 토종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파일럿(반응을 보기 위한 시험 프로그램)이 처음 방송된 2014년 말 이후 5년여 만에 자체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쓰며 승승장구 중이다.○ 오싹한 귀신 이야기 속 용기와 우정 투니버스에 따르면 이달 14일 방영된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10화는 시청률 8.04%로(4∼13세 유료가구 타깃시청률) 이전 시즌의 최고 기록 7.74%를 뛰어넘으며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파일럿 방송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신비아파트는 2016년 첫 시즌이 정규 편성됐고 이후 3개 시즌이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백 살 넘은 도깨비 신비가 초등학생 구하리, 두리 남매와 힘을 합해 억울한 일을 겪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악귀를 혼내주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타깃 시청층이다. ‘2등신’ 몸의 귀여움에 신통력을 자랑하는 연두색 도깨비 신비와 씩씩하고 정의로운 하리, 활검을 휘두르며 귀신을 무찌르는 강림 등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이 분명하다. 매회 등장하는 귀신들은 다양한 사연과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신비아파트를 담당하는 최우석 PD는 “제작진이 얻은 결론은 아이들도 어른 같은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성인지감수성, 인종감수성 등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중요 요소들은 다양한 세대가 모인 제작진의 수평적인 회의를 통해 다듬어진다. 이 회의에서 오싹한 이야기지만 악귀를 처단하고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 구조도 완성된다.○ ‘대세 콘텐츠’ 공식 따라 장르 확장 신비아파트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팬심’을 바탕으로 ’뽀로로’ ‘펭수’같이 대세 콘텐츠만이 걸을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확장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극장판 신비아파트와 뮤지컬, 시뮬레이션 게임, 웹드라마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져 팬의 범위를 온 가족으로 넓혔다. 보편적이고 좋은 이야기를 유지하면서 장르에 맞게 변형한 것이 주효했다. 2017년 시작해 현재까지 3개 작품이 나온 신비아파트 뮤지컬은 초연 때부터 티켓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98%에 이를 정도다. 웹드라마 ‘기억, 하리’와 ‘연애공식 구하리’는 하리와 강림의 로맨스에 중점을 둬 어린 시절 신비아파트를 보고 자란 중고등학생층을 공략했다. 신비아파트 주인공들과 함께 귀신을 잡는 게임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와 시뮬레이션 게임 ‘고스트 시그널’, 강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슈팅게임 ‘궁수 강림’도 연령대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성인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도깨비나 귀신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봐야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를 보고 자란 30,40세대라면, 게다가 ‘호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마음을 졸이고 화들짝 놀라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도 이 애니메이션, 참 이상하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도깨비와 귀신을 소재로 친구들 사이의 우정, 모험, 도전, 인과응보 등 좋은 콘텐츠가 갖춰야 할 내용이 빼곡하다. 부모들 사이에서도 “아이들과 같이 보다보니 내가 더 빠졌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다. 투니버스 채널의 토종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파일럿이 처음 방송된 2014년 말 이후 약 5년 만에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쓰며 초등학생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승승장구 중이다. ●오싹한 귀신 이야기에 담긴 용기와 우정 투니버스에 따르면 이달 14일 방영된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10화는 시청률 8.04%로(4~13세 유료가구 타깃시청률) 이전 시즌의 최고 기록 시청률 7.74%를 뛰어넘으며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파일럿 방송이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2016년 첫 시즌이 정규 편성됐고 이후 3개 시즌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야기의 큰 틀은 100살이 넘은 도깨비 신비가 초등학생 구하리·두리 남매와 힘을 합해 억울한 일을 겪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 악귀를 혼내주는 ‘호러 애니메이션’이다. 주 타깃 시청층은 초등학교 저학년.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과학실에 사는 귀신이나, 아파트 물탱크에 사는 귀신 등 ‘귀신이야기’를 봐도 되는지 의아해하던 부모들도 최근 신비아파트에 함께 빠지는 사례가 늘었다. 2등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귀여움에 신통한 능력을 자랑하는 연두색 도깨비 ‘신비’와 씩씩하고 정의로운 여자 아이 ‘하리’, 활검을 휘두르며 귀신을 무찌르는 ‘강림’ 캐릭터 등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이 분명하다. 매회 등장하는 귀신들은 다채로운 사연과 모습으로 방송을 거듭할수록 호기심을 자아낸다. CJ ENM 투니버스에서 ‘신비아파트’를 담당하는 최우석 PD는 “제작진이 얻은 결론은 아이들도 어른들과 같은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교육의 대상이라고 보기 보다는 아이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다 보니 성인지감수성, 인종감수성 등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중요한 스토리의 요소들이 다양한 세대가 모인 제작진들의 수평적인 회의에서 공격과 방어를 거듭하며 다듬어진다. 오싹하도록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이 힘을 합쳐 귀신의 잘못을 처단하고, 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 구조도 완성된다.●‘대세 콘텐츠’ 공식 따르는 장르확장 ‘신비아파트’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팬심’을 바탕으로 ‘뽀로로’ ‘펭수’ 등 대세 콘텐츠들만이 걸을 수 있는 IP(지식재산권) 확장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극장판 ‘신비아파트’와 뮤지컬, 시뮬레이션 게임, 웹드라마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팬의 범위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온가족으로 넓혔다. 보편적인 좋은 이야기를 유지하되 뮤지컬, 웹드라마 등 장르에 맞게 변형한 것이 주효했다. 2017년 시작해 현재까지 3개 작품이 나온 ‘신비아파트 뮤지컬’은 초연 티켓 예매가 시작될 때 마다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한다. 평균 객석 점유율이 98%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신비아파트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드라마 ‘기억, 하리’와 ‘연애공식 구하리’는 하림과 강림의 로맨스에 중점을 둬 어린 시절 신비아파트를 보고 자란 중,고등학생 팬층을 공략했다. 신비아파트 주인공들과 함께 귀신을 잡는 게임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와 시뮬레이션 게임 ‘고스트 시그널’, ‘강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슈팅게임 ‘궁수 강림’도 연령대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성인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조선 좀비’에 이어 ‘아파트 좀비’가 온다. 정체불명의 감염으로 데이터와 와이파이, 통신이 모두 두절된다. 아파트에는 생존자들이 고립돼 있고, 집 밖에는 감염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생존자는 과연 살아서 탈출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초부터 침체기를 겪는 극장에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로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살아있다’가 처음 개봉을 확정했다. 6월 말 관객을 찾을 예정인 ‘#살아있다’는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올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시리즈 ‘킹덤2’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가운데 ‘한국형 좀비’의 기세가 침체된 극장가에 관객을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살아있다’는 미국 시나리오 작가 맷 네일러가 쓴 원작을 조일형 감독이 우리말로 각색하고 연출했다. 원작 시나리오는 미국에서 ‘얼론(Alone)’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됐지만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하며 제목도 우리말로 바꾸고 해시태그(#)를 붙였다. 유아인, 박신혜가 출연하는 영화는 주인공 준우(유아인)의 이름으로 개설된 인스타그램을 ‘생존스타그램’으로 홍보하며 개봉 전부터 10, 20대 관객의 입소문을 유도하고 있다. 상업 영화로 좀비를 다룬 영화 ‘부산행’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좀비물은 소수 마니아를 위한 장르에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2010년)가 약 10년간 시즌을 이어가며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2013년 개봉한 영화 ‘월드워Z’가 관객 50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관객 1100만 명을 모으며 본격적으로 ‘K좀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 달 ‘#살아있다’ 개봉에 이어 여름 성수기에 ‘부산행’의 속편 ‘반도’가 개봉될 예정이어서 극장가의 좀비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제대로 박살나 보면 정신 차릴 거야.” 올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이름이 네 차례나 울려 퍼진 봉준호 감독이 들은 말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한 뒤였다. 신랄한 혹평보다 더한 무지근한 악평과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진 그 시간을 봉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보여줄 방법을 갈고닦는 기회로 활용한다. 그 결과물이 20년 뒤 나온 ‘기생충’이다. 동아방송예술대가 기획한 젊은 창작자를 위한 강의 ‘디마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던 영화감독과 배우 11명의 강연록을 모았다. 강제규 곽경택 김용화 이순재 정진영 등 정상의 자리에 오른 영화인들이 각자 가장 외롭고 낮은 위치에 있던 순간을 털어놓는다. 성공 너머에 숨겨진 솔직한 이야기는 감독이나 배우를 준비하는 젊은 예술가뿐 아니라 인생 시나리오를 그리는 모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밤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한다. 정체 모를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탈취하고 부기장과 헬리콥터 조종 경력이 있다고 손을 든 승객 한 명이 관제탑의 승인 없이 비행기를 이륙시킨다. 폐쇄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와 승객들 간 대립을 다룬 액션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이 재난의 진짜 실체는 인류 생명의 근원 태양이다. 태양 전자기장의 변화라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며 햇빛에 노출되면 인간은 죽는다. 일면식도 없는 승객들을 실은 비행기는 태양을 피해 끊임없이 서쪽으로 가야 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이달 1일 공개된 벨기에 드라마 ‘어둠 속으로(Into The Night)’가 인기다.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 영어도 아닌 프랑스어 대사에도 공개 이후부터 꾸준히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콘텐츠 톱10 순위를 유지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좀비, 자연재해같이 디스토피아 소재를 다룬 재난물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작품의 소재와 설정은 단연 독특하다. 이 시리즈의 몇몇 단면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에 처한 인류의 현실과 꼭 닮아 있다. 태양이 재난의 근원이라는 SF적 설정은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를 연상케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태양을 등지고 햇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는 것뿐.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하고 각국의 국경이 닫힌 극한 상황에서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남을 돕고 카오스에 빠졌던 비행기 안은 나름의 질서를 찾아간다. 서로 돕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극 중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다. 6개 에피소드가 40분 내외 짧은 러닝타임으로 구성돼 비행기의 속도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인다. 폴란드 소설가 야체크 두카이가 2015년 공개한 SF소설 ‘The Old Axolotl’이 원작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직장인 김모 씨(29)는 최근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서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의 1990년 작 ‘사랑과 영혼’을 극장에서 관람했다. 1991년생인 김 씨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김 씨 부모가 연애 시절 데이트를 하면서 본 영화. 김 씨는 “도자기 빚는 장면의 포스터로만 알던 영화인데 엄마가 데이트하던 시절의 영화를 보니 애틋하고 기분이 묘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작이 사라진 요즘 극장은 추억의 ‘그때 그 영화’로 가득한 시네마 천국이다. 배우 오드리 헵번의 1950년대 개봉작부터 1990년 개봉한 ‘사랑과 영혼’까지 다양하다.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추억을, 2000년 전후 태어난 밀레니얼들에게는 낯설지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제목만 알던 1990년대 영화를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관람한 2030세대 관객들은 극장 관람 후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고 있다. 최근 주체적인 여성을 그린 서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3년 개봉했던 지나 데이비스와 수전 서랜던 주연의 ‘델마와 루이스’도 다시 개봉해 2030세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1998년 개봉), ‘시네마천국’(1990년 개봉) 등도 2030세대 관객들의 관람률이 높았다. CGV가 지난달 30일 시작한 ‘오드리 헵번 기획전’은 20대와 50대가 함께 관람하는 대표적 추억의 영화다. ‘로마의 휴일’(1955년)을 비롯해 ‘사브리나’(1956년) ‘티파니에서 아침을’(1962년) 등 헵번의 대표작 6편을 상영 중이다. CGV의 관객 분석에 따르면 이 기획전은 20대와 5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동시에 높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로마의 휴일’ 등 비교적 잘 알려진 헵번의 작품들은 20대 관객들이 특히 많이 관람했고, ‘사브리나’ ‘샤레이드’ 등은 50대 관객이 많이 봤다. 2003년 세상을 떠난 장궈룽(張國榮)이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도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로 재개봉해 최근 관객 7만 명을 넘어섰다. 1993년 개봉했던 원작에서 미공개 영상이 15분 추가된 확장판으로 장궈룽의 사망 17주기를 맞아 재개봉이 추진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내 이름은 미카엘이야.”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 용기 있게 첫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남자 이름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세 소녀 로레의 성장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경쟁했던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품 ‘톰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이 ‘관객 절벽’에 처한 가운데서도 9년 전 작품을 소환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다. 올 1월 국내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4만 명을 모으면서 시아마 감독의 전작(前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모은 기획전에서 ‘톰보이’를 본 관객들은 “정식으로 개봉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이달 14일 ‘톰보이’는 극장에서 개봉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저 표현하고픈 시기.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영화언어로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냈다. ‘미카엘’이라는 비밀을 안고 지내는 로레의 여름날은 여느 스릴러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니의 비밀을 알아챈 잔망스러운 여동생 잔은 여기에 사랑스러운 웃음을 더한다. ‘원피스’와 ‘축구’로 구별 지어진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나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좋은 것 같아”라며 친구에게 자랑하는 잔의 모습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미카엘이자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과 동생 잔 역을 맡은 말론 레바나 등 아역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소년과 소녀를 넘나드는 얼굴,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로레의 눈빛은 시아마 감독이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입증한다. 다른 아역들에 허란의 진짜 친구들을 캐스팅해 자유분방하지만 천진난만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영화는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지난 주말 1만 관객을 넘어섰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