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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제약 교육 고교, 원자력 특화 고교, 전력·반도체 중심 고교…. 전국 일반고 중 40곳이 ‘자율형 공립고 2.0’으로 지정돼 기업과 대학,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하는 특화 교육 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지역 명문고’를 부활시켜 붕괴된 지방 교육을 되살리고 지방 소멸 위기도 완화시키겠다는 취지다.● 부산 장안고 등 40곳 ‘자공고 2.0’ 선정 29일 교육부는 ‘2024 자율형 공립고 2.0’에 부산 장안고, 전남 나주고·봉황고·매성고, 경북 안동여고 등 40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학교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매년 지원한다. 학교당 5년간 총 10억 원을 지원받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도입한 자율형 공립고는 고교 교육 과정의 50%를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교육 과정이 일반고와 같아졌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자율형 공립고를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현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복귀한 이 부총리가 시행령을 개정해 부활시킨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자체 외에도 기업, 대학 등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의 범위를 넓혔고, 지원금은 연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북 상산고, 강원 민족사관고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학교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율형 공립고는 기존에 있던 것과 이번에 지정된 것들을 더하면 모두 62곳으로 늘었다.● 전력-반도체 특화 교육과정 도입 이번에 선정된 자율형 공립고들은 다양한 파트너와 지역 특색을 담은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장안고는 인근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 특화 과목을 개발해 운영하기로 했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청원고는 지역에 있는 에코프로, LG화학, 충북대와 연계해 이차전지 인재 육성 특강 및 멘토링을 도입한다. 고교끼리 힘을 합치는 사례도 있다. 전남 나주시에 있는 나주고, 봉황고, 매성고는 함께 지역에 있는 한국전력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기로 했다. 전력, 반도체, 정보보안, K콘텐츠 특화과정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고교 인근 산업단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고는 대산공단 입주 기업인 현대오일뱅크 등과 함께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경북 안동여고는 안동 바이오 산업단지 내 의약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교사로 초빙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정책 ‘재탕’ 지적도 교육부는 이번에 신청한 고교 40곳을 모두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했는데 이를 두고 ‘옥석을 가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명박 정부 때 지정됐던 자율형 사립고들이 이후 대입 실적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명문고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고교의 역량 향상은 자율형 공립고 지정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대구 경신고처럼 지역 명문고가 되려면 학교가 진로 진학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하고 이를 할 수 있는 역량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우리의 도전이 ‘SK프로보노’를 만나 공유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사업까지 확장됐습니다.” 도심의 빈 주차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주는 주차 공유 플랫폼 ‘주차장을 만드는 사람들’(주만사)의 김성환 대표는 27일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더 큰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만사는 도심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나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서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주차장으로 바꾸는 사회적 기업이다. 주차장을 찾기 힘든 지역을 방문한 운전자에게 주차 공간을 찾아주고, 해당 부지 소유주에게는 운전자가 지불한 주차장 이용료 수익의 일부를 준다. ‘공유 경제’를 활용해 도심 주차난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주만사는 지난해 11월 경기 군포시 공유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며 탄소중립 실천에도 나섰다. 주만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빌라, 아파트, 오피스텔 주차장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보급률은 높은 편이지만 이용자가 적은 장소에 설치된 충전기가 많아 편리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주만사는 공유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SK프로보노의 도움을 받았다. SK프로보노는 SK그룹 임직원들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자문 프로그램이다. 주차난 해소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사회적 가치 창출 방법을 고민하던 주만사는 지난해 2월 SK네트웍스와 SK렌터카의 자문을 거쳐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충전소 구축을 결정했다. 한편 주만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요금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또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소외 문제 해결에도 일조하고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의 공유 주차장 서비스를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1학년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에 157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입학식 없는 학교가 2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교육부가 2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초교(6175곳) 중 2.5%에 해당하는 학교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었다. 이는 국공립과 사립 모두 포함한 수치다. 1학년 신입생이 없는 초교는 2022년 121곳에서 지난해 146곳, 올해 157곳으로 2년 사이 29.8% 증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대부분 해당 지역에 초교 입학연령 아동이 아예 안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북(34곳)이 지난해(20곳)보다 70%나 증가했다. 경북(27곳), 강원(25곳), 전남(20곳), 충남(14곳), 경남(12곳)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 광주, 대전, 울산, 세종은 신입생이 0명인 초교가 하나도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에 초등학교가 하나만 남은 곳이 많아 쉽게 폐교나 통폐합을 고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1 예비소집을 마친 인원은 모두 36만9441명이다. 작년 40만1752명에서 3만2311명 줄며 40만 명 선이 깨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26년에는 초1 입학생이 29만686명으로 떨어지며 30만 명 선이 깨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이 거의 없는 학급이나 학교가 많아지면 교육 재정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중고교를 통합 운영하는 이음학교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교육부가 내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각 대학에 “기존 수요조사와 다른 정원 규모를 제출할 경우 사유를 명시하라”는 내용을 공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이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달라는 의미로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각 대학이 의대 증원 신청에 대한 산출 또는 판단 근거를 제시할 때 “기제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수요조사 때 제출한 내용에 기초해 제출해 달라는 뜻이다.교육부는 또 “기존 수요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며 “그에 따른 대학의 교육여건 추가 확보 계획도 포함해 달라”고 적시했다. 각 대학은 이를 ‘지난해 제출한 규모보다 많거나 적게 제출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현장에선 ‘의대 정원을 최대한 확보해 학교의 위상을 올리고 등록금 수입도 올리겠다’는 대학 본부와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선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의대 학장들의 의견이 맞서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최근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교육여건에 비춰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한 점을 인정한다”며 “2000명은 단기간에 수용하기 불가능한 숫자“라고 밝힌 바 있다. 의대 교육 여건상 적절한 증원 규모로는 350명을 제시했다.하지만 상당수 총장들은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정원을 그대로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가 있는 대학의 한 총장은 이날 “지난해 실험실, 임상교수 당 학생 수 등을 전부 따져 희망 정원을 제출한 것이라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실제로 한 지방대 총장은 22일 교육부 공문을 받은 후 의대 학장에게 “실제 교육 적정인원을 적어내지 말고 (복지부에 낸) 기존인원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대의 한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인원을 내면 당장 강의실과 교원 수가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인데 총장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증원 규모를 배정하면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교육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최근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이번 주말이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과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교수들까지 집단휴업(파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비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병원의 진료가 이대로 간다면 열흘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주말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가 원하는 건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 토론을 통해 국민건강·의료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함께 만들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며 “파국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이날 비대위를 꾸리고 전공의들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대형병원 의사는 교수와 전임의(펠로), 전공의로 구성된다. 전공의들이 20일을 기점으로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의료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교수와 전임의마저 이탈할 경우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주요 병원 82곳의 전임의들은 이미 20일 입장문을 내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며 근무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대 비대위의 입장문이 나온 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정진행 비대위원장을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대 비대위 입장문에 대해 “잘못을 따지기 전에 사람이 죽어 나가게 생겼다”며 “전공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조속히 복귀 요청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다음 달 4일까지 증원분 2000명을 배분하기 위해 전국 의대 40곳의 입학정원 수요 조사를 시작했다. 정원 배분을 속전속결로 마쳐 증원 규모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학 총장들은 대부분 지난해 복지부에 제출한 내년도 증원 규모 총 2151∼2847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대 학장들은 최근 “지난해 수요 조사 당시 교육 여건에 비해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학내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의대 학장들은 이번 주말 정부에 제시할 새로운 증원 규모를 취합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주요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대들이 제시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총 1000명 이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파업을 주도했던 선배 의사가 병원을 이탈한 후배 전공의들에게 “성급한 행동으로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라”고 조언했다.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주동자 구속 및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행정처분 기록은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며 외국에 취업하려 할 때 치명적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권 교수는 의사이며 의료법 전공자로 2000년 의사 총파업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고 의협 대변인도 지냈다.권 교수는 “사직이 인정되더라도 현행 의료법에 따른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의료계 선배들이 해결해줄 것이란 생각은 잘못됐다. 의협 상근이사로 일하며 교육부로부터 고발당해 벌금형을 받았는데, 의협은 소송비용과 벌금을 내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건의료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만큼 조만간 정부가 강경 조치에 나설 것 같다”며 “전공의들이 충분히 알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썼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들이 모두 강경한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전체 움직임에 끌려가다 희생양이 되고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교육부는 다음 달 4일까지 증원분 2000명을 배분하기 위해 전국 의대 40곳의 입학정원 수요조사를 시작했다. 대학 총장들은 대부분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내년도 증원 규모 총 2151~2847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대 학장들은 최근 “지난해 수요조사 당시 교육 여건에 비해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혀 학내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19~22일 전국 의대생의 61.1%인 1만1481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교 측 설득 등으로 346명이 휴학을 철회하며 휴학계 제출 학생 수는 다소 줄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제가 교감 자질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시 교사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관할 교육지원청을 찾아 “교감을 못 하겠다. 평교사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이례적인 인사 발령을 요청했다. 교장과 교사들 사이에 끼여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행법상 학교의 교원 정원이 줄거나 교감 직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교감이 교사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감을 여러 번 설득해 겨우 달랬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가 숨진 뒤 학부모의 악성 민원,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지자 현장 교사 업무 중 상당수가 관리자인 교감에게 옮겨졌다. 대표적인 것이 학부모 민원 대응, 학생 분리 지도 등이다. 그러자 최근 교감들이 불만을 나타내며 “차라리 교감을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서이초 사건 이후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는 학부모 민원 창구가 교감 등 교내 민원팀으로 일원화됐다.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 행동으로 교실 밖으로 분리 조치된 학생도 학교 대부분에서 교감이 지도하고 있다.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내 다른 누군가가 민원 등을 맡아야 하는데, 교장은 학교의 최고 관리자다 보니 실무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 행정실에선 ‘학생 관리는 교원이 해야 할 몫’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중간 관리자’인 교감이 업무를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교 교감은 “분리 조치된 학생을 담당하는데 학교가 과밀 상태라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수업 방해 학생을 데리고 나와도 분리시킬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올 1학기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2학기에 전면 시행 예정인 늘봄학교도 교감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상당수 학교에서 ‘늘봄학교 지원실장’을 교감이 겸임하는데, 그러다 보니 교감들 사이에선 “늘봄 준비하랴, 안 하겠다는 교사들 설득하랴 우리만 이리저리 치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감이 기피 직책으로 분류되면서 교감으로 승진하는 중간 코스인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직을 맡으면 승진 가산점을 채울 수 있어 교감이 되기에 유리하다. 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교사 4648명을 대상으로 ‘올해 보직교사를 맡을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78.8%(3662명)가 ‘없다’고 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국 의대 재학생 중 절반가량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19, 20일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전체 재학생(1만8793명)의 47%에 해당하는 875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대생 단체가 선언한 동맹휴학 ‘디데이’인 20일에만 의대 27곳에서 7620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확히 몇 명이 동맹휴학에 가담했는지 단정할 순 없지만 이 중 입대나 건강 등 명확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34명”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8719명 중 상당수는 동맹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각 대학은 동맹휴학이라고 판단한 경우 휴학계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휴학을 하려면 학장이나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휴학계를 낸 학생 중 상당수는 수업도 거부하고 있어 파행 운영되는 의대가 적지 않다. 교육부는 이날 “수업 거부가 공식 확인된 학교는 3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곳은 더 많다. 휴학계를 제출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들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 휴강이나 개강 연기 등의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 대부분은 전공 수업의 3분의 1∼4분의 1 결석 시 F학점을 받고 유급된다. 교육부는 “집단 휴학 및 수업 거부로 유급 처분된 학생은 구제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수업 거부가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유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대 교수는 “의대는 다른 학과가 방학일 때도 실습과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개강을 미룰 수 있는 건 1, 2주 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 40개 의대 교수협의회장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 방침대로) 입학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적절한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의교협은 “의과대학 교육은 강의실 수를 늘리고 병원을 짓는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교육을 담당할 기초와 임상의학 교수진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장인 김창수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수가 학생을 데리고 실습을 도는 임상의학의 경우 학생이 100명 늘면 교수 수십 명이 더 필요하다”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성명을 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19일까지 7개 의대 재학생 1133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휴학을 신청하지 않고도 수업을 거부하는 재학생이 많아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의대도 줄을 잇고 있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휴학계를 반려하지 않는 대학에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정부는 19일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의 단체행동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의사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고 전공의 약 1만3000명에게는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의협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맞섰다. 이날 복지부는 의협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조직위원장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7일 정부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의협이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한 전공의들에게는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최대 1년간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 불응 의사가 확인되는 의료인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며 “구속영장 신청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도 전국 검찰청에 “의료법 위반 등 불법 행위에 대해 강제 수사를 포함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전국 의대 40곳 재학생들이 20일 동맹휴학을 예고한 걸 두고 “집단 휴학 및 수업 거부로 유급 처분된 학생은 구제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정부의 강경 방침에 반발했다. 의협은 대국민 호소문에서 “의사들은 파업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의 압박에 희망이 없어 의사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차관이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했다며 “의도적으로 그런 표현을 했다면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새’는 온라인에서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복지부는 “단순한 실수이며 의도된 것이 아니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 단체도 이날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전국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각 대학이 2151∼2847명 증원을 희망한다고 했던 걸 두고 “당시 실제 교육 여건에 비춰 무리한 규모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일 낮 12시 의협 회관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처음으로 집단 휴학계를 낸 원광대 의대생들이 하루 만에 휴학을 철회했다. 학사상 불이익을 우려한 학생들이 지도교수 등의 설득으로 휴학 의사를 자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교육부 “의대생, 집단행동으로 유급시 구제 불가” 교육부가 19일 “집단 휴학, 수업 거부로 유급 처분된 학생은 구제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20일까지 동맹 휴학에 동참할 의대생들이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대학에서는 의대생들이 교수와 릴레이 면담을 이어가며 휴강 요청 등 집단 휴학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추가로 집단 휴학계가 접수된 대학은 없다. 18일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원광대 의대생 160명은 19일 전원이 휴학계를 철회했다. 원광대 관계자는 “전날 밤부터 오전까지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상담을 통해 (철회가)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미 1학기 본과 수업이 시작된 대부분 대학 의대와 달리 원광대는 예과와 본과 모두 개강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전국 의대 중 가장 먼저 집단 휴학계를 냈다. 동맹 휴학 계획을 가장 먼저 밝혔던 한림대에는 이날까지 휴학계가 제출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날 각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긴급 영상회의를 소집해 집단 휴학에 참여한 학생에 대한 ‘구제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일 집단 휴학계가 제출된 대학에 1차적으로 학생을 설득해 자진 철회하도록 하고 안되면 대학이 휴학계를 반려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면서도 “(무단 결석이 장기화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유급 처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학 등은 대학이 학칙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지만 교육부는 “동맹 휴학은 군입대, 질병 등과 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 대학이 휴학을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학칙 위반 등 학사 운영에 대해 관리·권한이 있어 학칙 이행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대부분 대학은 교육부 요청에 따라 집단 휴학계가 제출되면 학칙상 휴학 요건을 충족하는지 따져 반려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 대학들 “피해 최소화 방안 고심 중”문제는 학생들이 무단 결석으로 수업 거부에 나설 경우다. 학생들은 짧게는 3일만 무단 결석해도 유급 처분을 당할 수 있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분 의대의 현행 학칙상 수업 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이상 결석하면 F학점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현재 2주 짜리 실습 수업을 듣는 본과 3학년생이 수업을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빠지면 출석 미달로 F학점을 받는다. 상당수 의대는 학생이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분한다. 이에 대학들은 고심 중이다. 한 학년 정원이 100명 정도인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단체로 유급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내년에 두 개 학년을 한꺼번에 가르쳐야 하는데다 특히 지방대는 신입생 정원이 100명씩 늘면 감당이 안될 것”이라며 “학년별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 본과 4학년생은 “N수로 들어온 학생들은 유급 처분이 걱정돼 동맹휴학에 참여할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생들과 교수들은 연일 면담을 갖고 이번 주 수업을 휴강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장기간 이어지면 의대 학사일정이 워낙 빡빡하기 때문에 휴강도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받게 될 학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교수가 자진해 수업을 휴강한 경우 보강 계획이 없어다면 그것도 학칙 위반이라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1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갖고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이라며 의사단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빅5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을 결의한 상태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절대적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병원을 떠나는 건 환자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국민이 있고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고 했다. 또 “(의사들이 반대하는) 2000명 증원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23개 병원, 715명이다. 이 중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103명 중 3명은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 221곳에 ‘전공의 근무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한 총리의 담화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반발했다. 또 원광대 의대는 전국 의대 중 처음으로 재학생 160명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 서명 등 요건이 미비해 반려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빅5병원-국립암센터 수술 절반 연기… “날짜 확정 못해” 통보도 진료 일정 조정 등 개별 통보 시작환자들 “갑자기 취소 말도 안돼”일부 병원선 외래진료까지 차질의협 “의사 악마화, 대재앙 맞을것” “엊그제만 해도 ‘이달 내로 수술하자’더니 돌연 취소가 말이 되나요.” 18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김모 씨(57)는 간암을 앓고 있는 남편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외래 진료와 입원 치료를 반복하던 김 씨의 남편은 며칠 전 증상이 심해져 응급환자로 이 병원에 들어왔다. 병원 측에서 먼저 수술 날짜를 앞당기자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날 병원으로부터 돌연 “수술 날짜를 확정지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의료) 파업 여파가 아닐까 싶다. 기한 없이 기다리는 상황에서 큰일이라도 일어날까 두렵다”고 했다. ● 환자들 “수술 취소되고 일정도 확정 안 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8일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곳곳에서 수술 건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수술 일정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18일부터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술 연기 방침을 전달하고 있다. 19일부터 수술을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세브란스병원도 수술 연기 환자를 선별해 통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45건 안팎의 수술을 진행하던 국립암센터는 20∼23일 예정 수술 중 절반가량을 연기하기로 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센터 환자들은 모두 중증이라 파업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엔 총 70명의 전공의가 근무 중이다. 한 직장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공의 파업으로 어머니 수술이 취소됐다. 다음 일정도 확정 안 된 이 상황이 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병원에선 외래 진료까지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황모 씨(72)는 “아내가 고령인데다 폐렴 증상이 심해 입원을 요청했으나 병원에서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계속 거부했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수술 날짜가 조정되며 지정 헌혈 날짜까지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혈소판감소증 환자도 있었다. 이 환자는 “고위험 산모여서 대학병원을 선택했는데 동네 병원보다 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군이 메우게 하려다 반발에 부닥친 병원도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속의 한 간호사는 “의사 파업으로 간호사에게 업무가 넘어오는 것에 대해 무력감만 느낀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8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사 집단 진료 중단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지역 병원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3차 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전공의들이 19일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도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 전공의들(약 880명)의 사직서 제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수립 중이다.● ‘개인적 사직’에 복지부 “집단 사직 판단할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전국 수련병원 23곳에서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이라고 밝힌 전공의 4년 차 김혜민 씨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의국장은 전공의들을 통솔하는 최고참 전공의다. 김 씨는“아파도 병가는 꿈도 못 꾸고, 수액 달고 폴대 끌며 근무해왔다. 엄마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직의 표면적 사유가 개인 사정이라고 해도 집단 사직을 공모했거나 동료들의 동반 사직을 독려한 정황이 있다면 집단 사직으로 판단하고 병원들이 사직서 수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직 이후 동료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진다면, 집단 사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의사를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하는 정부 행태가 변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의대생,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에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올해 등록금을 결정한 전국 4년제 대학 137곳 중 14%가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18일 각 대학이 공개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등록금을 결정한 대학 137곳 중 19곳이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의 경우 4년제 대학 193곳 중 17곳(8.8%)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아직 전체 대학이 등록금을 결정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인상 비율이 1.6배가량으로 늘었다. 교육부는 다음 달 대학 등록금 인상 최종 현황을 전수 조사해 4월에 공시한다. 물가가 오르고 이와 연동된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가 5.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통한 재정 확충을 택한 대학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학부 등록금을 올린 대학을 국가장학금Ⅱ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막아 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빅5(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1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갖고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이라며 의사단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빅5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을 결의한 상태다.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절대적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병원을 떠나는 건 환자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국민이 있고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다”고 했다. 또 “(의사들이 반대하는) 2000명 증원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까지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23개 병원, 715명이다. 이 중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103명 중 3명은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 221곳에 ‘전공의 근무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했다가 다시 이탈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한편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한 총리의 담화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며 반발했다. 한편 원광대 의대는 전국 의대 중 처음으로 재학생 160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 서명 등 요건이 미비해 반려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등록금을 결정한 전국 4년제 대학 137곳 중 14%가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18일 각 대학이 공개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등록금을 결정한 대학 137곳 중 19곳이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4년제 대학 193곳 중 17곳(8.8%)이 등록금을 인상한 것과 비교하면 인상 동참 비율이 1.6배로 늘었다. 교육부는 다음달 대학 등록금 인상 현황을 전수조사해 4월에 공시한다.물가가 오르고 이와 연동된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가 5.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통한 재정 확충을 택한 대학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2012년부터 학부 등록금을 올린 대학을 국가장학금Ⅱ 사업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막아 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과 관련한 반발이 의사뿐 아니라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의대생 단체는 새 학기를 앞두고 “동맹 휴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각 의대에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보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5일 성명을 내고 “13일 열린 총회에서 40개 의대 대표가 만장일치로 단체행동 추진에 찬성했다”며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최종 의결을 거쳐 동맹 휴학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의대생은 약 2만 명이다. 의대협은 “2000명 증원할 경우 교육의 질적 저하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1년간 동맹 휴학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동맹 휴학은 의대생들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카드다. 4년 전 의대 증원 논의 때는 의사 국가고시 응시 대상 중 86%가 시험을 거부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국가고시가 끝난 터라 동맹 휴학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정부는 집단 휴학으로 의대생들의 졸업이 늦어지면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자제하라고 설득할 계획이다. 휴학은 보호자 동의와 학과장 및 지도교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는 과목이 1년 과정으로 편성돼 한 학기를 휴학하면 1년을 손해 볼 수 있다”며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적극 설득하겠다”고 했다. 이날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대전협)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달 20일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면서도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대전협 회장 및 비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전공의 사이에선 “집단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니 우회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자는 시그널”이란 반응과 “비대위 구성도 안 하고 떠난 건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수도권의 2년 차 레지던트는 “새 비대위원장을 뽑아 더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했다. 원광대병원 전공의 7명도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사직한다고 병원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전공의 파업으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 시도의사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등 10개 시도에서 의대 증원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의대 증원 논의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국가 혼란을 초래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2024학년도 대입 정시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첨단학과에서도 합격생이 무더기로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대학의 의약학계열에 중복 합격한 뒤 의대나 약대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종로학원은 올해 정시 일반전형 합격자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졸업 후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경우 합격자 25명 중 23명(92%)이 등록을 포기해 미등록률이 지난해(70%)보다 22%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역시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합격자 미등록률이 지난해 16.7%에서 올해 70%로 뛰었다. 현대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미등록률이 지난해 36.4%에서 올해 65%로 2배가량이 됐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도 미등록률이 지난해 18.2%에서 올해 50%로 약 3배가 됐다. 미등록 합격자 대부분은 중복 합격한 의약학계열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입학정원 논란 와중에도 의대에 대한 수험생 선호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2024학년도 대입 정시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첨단학과에서도 합격생이 무더기로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대학의 의약학계열에 중복 합격한 뒤 의대나 약대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14일 종로학원은 올해 정시 일반전형 합격자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졸업 후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되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경우 합격자 25명 중 23명(92%)이 등록을 포기해 미등록률이 지난해(70%)보다 22%포인트 늘었다고 밝혔다. 역시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는 합격자 미등록률이 지난해 16.7%에서 올해 70%로 뛰었다. 현대차 계약학과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미등록률이 지난해 36.4%에서 올해 65%로 2배 가량이 됐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도 미등록률이 지난해 18.2%에서 올해 50%로 약 3배가 됐다. 미등록 합격자 대부분은 중복 합격한 의약학계열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입학정원 논란 와중에도 의대에 대한 수험생 선호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이 허용할 경우 첫 학기부터 원하는 학과·학부로 ‘전과(전공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또 의대는 자체적으로 예과(2년)와 본과(4년)를 합쳐 운영하는 게 가능해졌다. 교육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학년 이상인 학생이 다른 모집단위로 옮기는 걸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2학년 이상인 학생’을 삭제해 대학이 허용할 경우 신입생이 첫 학기부터 전과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또 ‘대학에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도 1952년 만들어진 후 72년 만에 사라졌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과·학부에 상응하는 조직을 학칙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전공도 자유롭게 신설·폐지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이 융합전공이나 무전공 등을 다양하게 도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뉜 교육과정을 통합해 총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혁신할 제도적 기반을 두텁게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올해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이 허용할 경우 첫 학기부터 원하는 학과·학부로 ‘전과(전공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또 의대는 자체적으로 예과(2년)와 본과(4년)를 합쳐 운영하는 게 가능해졌다.교육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했다고 밝혔다.개정안은 ‘2학년 이상인 학생이 다른 모집단위로 옮기는 걸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2학년 이상인 학생’을 삭제해 대학이 허용할 경우 신입생이 첫 학기부터 전과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또 ‘대학에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도 1952년 만들어진 후 72년 만에 사라졌다. 이에 따라 대학은 학과·학부에 상응하는 조직을 학칙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전공도 자유롭게 신설·폐지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이 융합전공이나 무전공 등을 다양하게 도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나뉘어진 교육과정을 통합해 총 6년 범위에서 대학이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물고 대학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혁신할 제도적 기반을 두텁게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