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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한 세금은 내지 않은 채 슬롯머신 당첨금을 몰래 받아서 빼돌리고 롤스로이스 같은 초고가 수입차를 리스해서 몰고 다닌 고액 체납자들이 과세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도 덜미를 잡혔다. 21일 국세청은 지능적인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 온 고액 체납자 696명을 집중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가족 등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81명, 호화 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부동산 분양 대행업체 대표인 A 씨는 부가가치세 등 수억 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로 최근 강원랜드를 찾아 슬롯머신으로 수억 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A 씨는 당첨금을 수표로 받아 숨기고 일부는 은행에서 달러로 환전해 자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뇨기과 의사 B 씨는 허위로 병원 경비를 꾸며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과된 종합소득세 수십억 원을 내지 않은 채로 자녀에게 수억 원의 현금을 증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B 씨는 특별한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오피스텔을 취득하는가 하면 해외 보험료 명목의 외화 송금을 통해서도 자산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다. 세금을 체납한 채로 고가 수입차를 리스해서 몰고 다니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이들도 대거 적발됐다. 화장품 제조업체 대표인 C 씨는 부가가치세를 축소 신고해 수십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채로 수억 원의 리스 보증금과 고액의 월 리스료를 내면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C 씨 소유의 서울 고가 아파트를 공매 의뢰하고 개인 명의의 리스 보증금은 압류했다.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 수억 원을 체납한 D 씨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20여 종의 가상자산을 활용해 양도 대금을 숨기고 일부 가상자산은 가족과 친척에게 넘겨준 사실이 적발됐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됐던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공정위가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서기로 해 결과가 내년이 돼야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관해 20일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관과 피심인들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추가 확인을 위한 것”이라며 “심사관은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사건에서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심사관)는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인데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 대출 조건을 짬짜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단순한 정보 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고 은행의 부당한 이익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부동산 규제 측면에서 금융당국이 명시적인 LTV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담합 여지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공정위가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내리려 했지만 재심사를 결정하면서 제재 여부와 수위는 내년 이후에나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심의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주장들을 추가로 확인해보자는 차원”이라며 “기존 심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거나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내년 초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IMF는 한국 경제를 두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20일 IMF 한국미션단은 최근 2주에 걸쳐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 발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기존의 2.5%에서 0.3%포인트 내린 것이다.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이 뒷걸음질 치고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올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낮은 0.1%에 그친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IMF 연례협의는 회원국의 거시경제와 재정, 금융 등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다. 이날 IMF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의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주변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중동의 지정학적인 긴장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고 이 때문에 한국 경제가 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라훌 아난드 한국미션단장은 “내수가 부진했던 이유는 가계의 구매력 저하와 공공부문 부채 부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장기적으로 잠재 성장률 수준인 2% 정도의 성장을 보이겠지만 하방 위험들이 실현된다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집권 리스크 속에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중기 과제와 관련해 IMF는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재정 여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외국인 인재 유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격차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고령화 때문에 커지는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건전 재정 기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금제도 개혁과 재정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 여러 가지 패키지를 활용하는 재정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난드 단장은 “한국은 고령화와 사회 안전망 확보, 기후변화 등으로 재정 수요와 사회적 지출이 커질 수 있다”며 “재정적 여력을 확보해야 지출을 늘려야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IMF는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점진적인 인하를 권고하면서 최근의 환율 변동성은 대응 여력이 충분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자상거래 중개 플랫폼으로서 책임은 회피하면서 이용자 개인정보는 사실상 무제한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의 불공정 약관들이 대거 개정된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와 테무가 사용하는 이용 약관을 심사해 총 13개 유형, 47개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급성장한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약관 심사를 벌인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불공정 약관 중 대표적인 유형은 플랫폼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 조항이었다. 예컨대 ‘알리는 거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이와 관련된 어떠한 손해·비용·지출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와 같은 조항이다. 또 공정위는 두 회사가 6개의 이용 약관을 통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무의 이용 약관에는 ‘당사가 귀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제공하고 저장한 모든 콘텐츠에 액세스하고 사용 가능하게 하고 저장할 수 있음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제출한 시정안을 바탕으로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실제 약관 개정 작업을 마무리 짓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올 5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산 커머스에서 위해 제품으로 판매 차단 조치를 한 건수가 총 1915건이라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가전·전자·통신기기’가 631건(33%)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유아용품’(588건, 30.7%), ‘액세서리류’(293건, 15.3%) 등이 뒤를 이었다. 위해 원인으로는 가전제품의 경우 유해물질 함유(359건, 56.9%), 감전 위험(132건, 20.9%) 등의 순이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80대 이상의 고령층이 세상을 떠난 뒤에 물려준 재산이 지난해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80, 90대 부모가 숨지면서 노인 줄에 접어든 자녀가 재산을 물려받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 규모는 5년 새 3배 이상으로 불었다. 1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712건으로 전체 상속 건수의 53.7%에 달했다. 이들이 물려준 재산은 총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이었다. 전년보다 3조91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80세 이상이 물려준 재산이 20조 원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5년 전(6조61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국세청 관계자는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라면 상속 받는 자녀는 적어도 50대 중반은 넘긴 경우가 많다”며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노노 상속 사례도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노노 상속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일본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늘어난 노노 상속으로 부가 돈을 쓸 곳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고령층에 머물며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난 바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산에서 유동화시키기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노노 상속이 늘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산도 적지 않다”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의 고령화까지 염두에 두고 부의 이전을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稅부담에 증여 막혀 ‘부의 고령화’… 60세이상이 순자산 44% 보유[고령화에 늘어나는 ‘老老상속’]60세이상 순자산 10년새 3배로… “고령층에 부 몰려 내수 침체 초래”老老상속 73% 부동산, 유동화 과제… “경제 활력 차원 세제 개편 필요”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씨(58)는 최근 재산 일부를 미리 자녀들에게 넘겨주려다가 관뒀다. 시가 20억 원대인 아파트를 증여하려고 알아보니 증여세만 6억 원이 넘었다.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자녀들이 내기에는 큰 액수였다. 이 씨는 “결혼과 출산 등을 앞둔 자녀들에게 재산을 좀 나눠주려 했는데 세금 부담이 너무 컸다”며 “결국 공장 법인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배당 등으로 조금씩 재산을 넘겨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노노(老老) 상속’이 5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어난 데는 최고 세율이 50%에 달하는 증여세율도 영향을 미쳤다. 높은 부동산 비중도 미리 재산을 넘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 안팎에서는 젊은 세대보다 씀씀이가 적은 고령층에 부가 집중되면서 내수 침체를 비롯해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증여세 부담에 고령화되는 ‘부(富)’19일 대학원생 장모 씨(35)는 “부모님이 올해 말 입주를 앞둔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지분을 동생과 절반씩 증여받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는데 세금 때문에 선뜻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억 원이 넘는 해당 아파트를 증여받을 경우 그와 동생은 각각 2억 원 이상의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현재 30억 원이 넘는 자산을 증여하면 세율은 50%가 적용된다.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자산인 경우에도 증여세율은 40%다. 세무법인 대륙아주의 강정호 세무사는 “과거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이 늘면서 자녀들이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년기에 자산을 넘겨주려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증여세 부담이 커서 직접 넘겨주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부(富)가 고령층에 집중되는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가구의 전체 순자산은 9479조 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주가 보유한 순자산은 4139조 원으로 43.7%에 달했다. 2013년에는 전체 순자산 4867조 원 가운데 60세 이상 가구주의 순자산이 1443조 원(29.6%) 수준이었는데 10년 새 3배 가까이로 늘었다.● 노노 상속의 73%가 부동산 자산노노 상속 재산에선 특히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80세 이상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준 재산 20조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0조1500억 원이 아파트를 비롯한 건물이었다. 4조6900억 원은 토지였다. 노노 상속 재산의 4분의 3에 육박하는 재산이 건물과 토지인 것이다. 부동산은 통상 세금 문제 때문에 현금성 자산보다 증여가 힘들 뿐만 아니라 유동화도 쉽지 않아 생전에 물려주기가 어렵다. 또 본인이 살고 있는 집까지 죽기 전에 넘겨줄 수도 없다.노노 상속이 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령층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부 합산 1주택 이하인 기초연금 수급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 등을 팔아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최대 1000만 원까지 양도소득세를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령층의 부동산 유동화를 돕는 것을 고령화시대의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자녀가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양가를 합쳐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 없이 재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부의 대물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내수 활성화와 경제 활력 차원에서 자산 이전 문제를 바라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의 축적이 아니라 소비와 투자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면 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식의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에 집중된 한국의 자산 특징을 고려하면 양도세 대신 보유세 중심으로 세제를 개편해 쉽게 팔 수 있게 해주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보다 앞서 ‘노노(老老) 상속’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2년 전부터 ‘부(富)의 회춘(回春)’ 정책을 펴고 있다. 고령층의 자산이 젊은 세대로 옮겨갈 수 있게 더욱 빨리 사전 증여를 하도록 제도를 손봤다. 미국은 증여와 상속을 합쳐 190억 원 가까이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영국은 가족한테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해 번 돈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노노 상속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가운데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998년에 46.5%에 달했다. 2018년에는 71.1%까지 상승했다. 한국은 피상속인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가 지난해 53.7%였다. 고령자의 부가 소비나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채 예금 형태로 잠겨 있자 일본은 2013년부터 생전 증여 제도를 확대했다. 증여세 감면을 통해 부의 빠른 이전을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도 노노 상속 문제가 이어지자 2022년부터는 ‘부의 회춘’ 정책을 실시했다. 고령층에게 쏠린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기 위해 사전 증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세제를 정비했다. 특히 더 빨리 사전 증여를 하도록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증여 시점을 3년에서 7년으로 늘렸다. 일본은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면 1년에 110만 엔(약 1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증여 시점이 부모가 사망한 날로부터 3년 이내면 나중에 상속세를 추가로 부과했는데, 부의 회춘 정책으로 2031년까지는 7년 이내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손주 교육비(1500만 엔), 결혼육아비(1000만 엔)도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지난해 3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3년 더 연장했다.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유도하는 건 미국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상속·증여세 통합세액공제를 2018년 1월부터 크게 확대했다. 증여와 상속을 합해 한 명당 약 550만 달러(약 76억 원)까지 면제해주던 것을 1100만 달러(약 150억 원)로 늘렸고, 현재는 1361만 달러(약 190억 원)까지 면제해준다. 이에 더해 자녀나 손주의 교육비 명목으로 미리 저축한 돈을 실제 그 용도대로 사용할 경우 그간의 운용 수익은 세금을 면제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가족 구성원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그 대신 추후에 증여받은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자본이득세를 내는 방식이다. 다만 증여한 사람이 증여 후 7년 이내에 사망하면 상속세를 낼 수도 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보일러 제조사인 귀뚜라미가 협력 업체의 기술을 국내외 업체에 유출했다가 10억 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보일러 부품을 더 낮은 가격에 납품받으려 중국 업체에까지 기술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귀뚜라미에 9억5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귀뚜라미그룹의 지주회사인 귀뚜라미홀딩스도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들은 협력 업체 2곳의 부품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2020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9개월에 걸쳐 센서를 납품하던 협력 업체의 기술자료 32건을 중국 소재 경쟁 업체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난방수와 배기가스 온도 등을 감지하는 부품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받으려 기존 납품 업체의 기술을 경쟁사에 대거 유출한 것이다. 이렇게 유출된 자료에는 센서 부품의 구조와 특성은 물론 사양과 제품 도면, 세부 부품의 종류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자료를 제공받은 중국 업체는 3종류의 센서 개발에 성공했고 1종류의 센서는 2021년부터 귀뚜라미에 실제 납품됐다. 귀뚜라미는 2022년 5월에도 냉방기 팬에 쓰이는 전동기의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 업체의 기술자료 2건을 국내의 다른 경쟁 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쟁 업체는 자료를 이용해 전동기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공정위가 확보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원가 절감이나 가격 인상 대응 차원에서 제품 납품처를 이원화한다며 기술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귀뚜라미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두 협력 업체로부터 기술자료 46건을 요구하면서 그 목적 등이 기재된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함께 적발했다. 김홍근 공정위 기술유용조사과장은 “기술 유용과 관련한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돼 위반 당시 정액 과징금 상한선인 10억 원에 근접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앞으로도 수급 사업자의 시장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기술 유용 행위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달러와 비교한 원화 가치가 올 들어 8% 가까이 떨어지며 주요국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의 외환 거래 손실이 벌써 지난해의 4배에 육박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외화 유동성 점검에 나선다.1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5일 오후 3시 30분 1398.8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치면서 지난해 말보다 8.6%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곧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으로 이 기간 원화 절하율은 7.92%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절하율을 보인 엔화(9.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절하율이다. 다른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절하율은 유로 5.11%, 영국 파운드 1.08%, 호주 달러 5.67%, 대만 달러 5.99% 수준이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의 위기론 속에 한국에 대한 투자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는 환율 흐름”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은행권의 외환 손실 규모가 상반기(1∼6월)에 비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외환 거래 누적 손실은 총 3864억 원이었다. 손실액이 전년 동기(1018억 원) 대비 약 3.8배로 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강달러 추이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부채의 평가손실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20일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10여 곳의 외환·자금 담당 임원을 소집해 은행권의 유동성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말 달러화 예금은 한 달 전보다 31억 달러 줄었다. 환율 상승으로 예비용 자금 수요가 줄고 달러화 매도는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고객들이 경매를 통해 싸게 사 온 생선에 대해서는 손질을 금지했던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내 상인 모임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17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노량진수산시장 A 상우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5일 경고 처분했다. 이 상우회는 올 8, 9월 소속 회원인 약 250점포에 손님들이 경매상으로부터 사 온 생선 손질을 금지하고 소매 판매까지 하는 경매상과는 거래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수산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소매 점포에서 활어를 고르고 즉석에서 회로 떠주면 인근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매장에서 활어를 싸게 산 뒤에 추가 비용을 주고 소매 점포에서 회로 떠 이보다 저렴하게 회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이를 막으려 짬짜미에 나선 것이다. 이 상우회는 회원들에게 중매인·보관장 등에서 판매한 활어 및 기타 상품에 대해서 가공 처리 등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를 받았지만 상우회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원의 사업 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라며 “상우회 스스로 이런 행위를 멈췄다는 점 등을 고려해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수요를 고려해 대학 바로 옆에도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 서비스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5년간 66조 원 규모의 수출 금융으로 서비스 수출도 돕기로 했다. 14일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 생산성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규제를 풀고 부지 공급을 늘려 숙박과 노인 복지 서비스 등에서 규모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숙박업소의 경우 100실 이상을 운영하는 관광호텔은 대학 바로 인근에도 지을 수 있게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50m 이내에는 숙박업소 건축이 아예 불가능하고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인 경우에도 별도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유흥주점 같은 유해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또 노인 복지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해 도심지 인근 폐교 부지와 국·공유 유휴 부지를 활용해 노인 요양 시설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물류 서비스에 자율주행 로봇을 결합한 미국 기업 ‘뉴로’처럼 기술 기반의 혁신 서비스 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3년간 최대 7억5000만 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유망 중소기업 도약 프로그램’에 기술 서비스, 콘텐츠 등의 영역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서비스 기업이 뽑힐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연계된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방산·조선·원전·항공 등과 관련한 유지·보수·정비(MRO) 육성 계획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방산 분야에서는 내년에 MRO 육성 계획을 마련해 해외 시장 개척과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이렇게 육성한 서비스 산업의 수출을 위해 내년부터 5년 동안 역대 최대 규모인 66조 원 규모의 수출 금융 지원에도 나선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 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장기간 60%대에 머물러 있는데 2035년에는 70% 수준까지 높여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라 세계 각국의 성장 격차가 커지고 중국과 유로 지역의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KIEP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5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했다.이날 KIEP가 내놓은 내년도 세계성장률(3.0%)은 올 5월 전망치(3.2%)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2%), 국제통화기금(IMF·3.2%) 등이 미국 대선 전에 내놓은 전망보다도 낮다.KIEP는 내년부터 미국 신정부의 공약들이 차례대로 이행되면서 세계 각국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격차’라는 문구로 내년도 세계경제를 요약했다.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이에 따른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 중국 경제 부진 등이 세계 경기의 하방 요인이라는 것이다. KIEP는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성장의 방해 요인으로 꼽았다.미국과 관련해 KIEP는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 신정부가 감세와 관세 인상 등의 조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당장 내년부터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편관세는 내후년쯤 실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했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미국의) 감세 정책 등이 물가 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 관세는) 당분간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보편 관세 자체의 실현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데 시기적으로는 내년보다는 내후년일 확률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KIEP는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5월 전망치(1.7%)보다 0.4%포인트 상향한 것이다.반면 미국을 제외한 상당수 국가는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유로 지역은 독일 경제 부진 등으로 내년 성장률 전망이 1.6%에서 1.3%로 낮아졌다. 중국 역시 미국의 추가 관세 도입과 대중 제재 등으로 기존 전망(4.5%)보다 0.4%포인트 낮은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한편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 KIEP는 세계적인 강달러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분석했다. 정영식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1400원은 글로벌 달러 흐름을 반영하고 있고 원화는 유로, 엔화 등의 통화에 비해 약세가 덜하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다음 달 300만 원짜리 냉장고를 새로 구입하려는 A 씨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세금을 줄이는 길일 수 있다. 올해 전체 급여가 6000만 원인 A 씨는 지난달까지 이미 신용카드로 3100만 원어치의 물품을 샀다. 결제액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 사용액이 소득공제의 기준이 되는 총급여의 25%인 1500만 원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는 공제율이 30%여서 신용카드(15%)보다 높은 체크카드를 쓰면 절세가 가능한 것이다. 국세청은 A 씨가 체크카드로 냉장고를 사면 신용카드로 살 때보다 최대 15만 원의 소득공제를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국세청은 근로자들이 연말정산 결과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15일부터 개통한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정산 결과와 올 1∼9월 신용카드 사용액을 토대로 내년 연말정산 예상 세액을 계산해 보고 A 씨처럼 올해 남은 기간 활용할 수 있는 절세법도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다.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서비스에 접속하면 올해 연봉 변동, 부양가족 공제 변경에 따른 인적공제와 신용카드·의료비 공제 증감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세청은 연말정산을 하면서 놓치기 쉬운 교육비 등 7개 항목과 관련해서는 맞춤형 안내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컨대 교육비 세액공제의 경우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상환도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은 근로자 B 씨가 취업 이후 매달 50만 원씩을 상환하고 있다면 전액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B 씨는 연 600만 원에 15%의 공제율을 적용해 90만 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무주택자에 대한 월세액 세액공제는 오피스텔도 대상에 포함되고 총급여 기준이 7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해 상향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무주택자인 C 씨가 주거용 오피스텔에 살면서 월세 50만 원을 내고 있다면 급여에 따라 15% 혹은 17%의 세액공제를 받아 100만 원 안팎의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올해 연말정산에서는 둘째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액이 1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높아졌고 6세 이하 부양가족에게 지출한 의료비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산후조리원 비용도 급여와 무관하게 누구나 최대 2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해졌다. 또 장기 주택저당 차입금에 대한 이자 상환액은 상환 기간과 조건에 따라 300만∼1800만 원이었던 소득공제 한도가 600만∼2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공제를 위한 주택 기준시가 요건도 기존의 5억 원 이하에서 6억 원 이하로 완화됐다. 다만 정부가 이미 예고했지만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1인당 50만 원씩의 결혼 세액공제 등은 이번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제 세법 개정이 이뤄지는지를 지켜보고 연말정산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0일로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정부 주요 부처가 잇따라 국정 성과 홍보에 나섰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복합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일각에선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성적표와 동떨어진 자화자찬식 성과 홍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 반환점을 맞아 경제 성과 점검’ 자료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물가·고금리 속에 출범한 정부가 비상 경제 체제로 글로벌 복합 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지난달에 1년 전보다 1.3% 상승한 소비자물가를 핵심 성과로 앞세웠다. 미국(2.4%), 유럽연합(EU·2.1%) 등에 비해 낮은 상승률로 물가 안정세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사상 최고치가 예상되는 수출과 32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인 고용률, 가계부채 및 국가채무 연착륙 등도 핵심 경제 성과로 꼽았다. 이 같은 성과로 대외 신인도를 향상시키고 민간 중심의 경제 운용 기조 전환에도 성공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호조를 보인 지표가 실제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9월 63.3%로 같은 달 기준 사상 최고치를 보인 고용률의 경우 60세 이상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7만2000명 늘면서 고령층 중심의 일자리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오히려 16만8000명 줄었다. 또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했다고 했지만 지난해 56조4000억 원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세수 부족에도 병사 월급과 기초연금 인상 등의 선심성 정책을 이어가면서 나랏빚은 계속 늘고 있다. 정부 출범 전인 2021년 말 939조1000억 원이었던 중앙정부 채무는 올 8월 말 1167조3000억 원까지 늘었다. 이날 정부는 올 6월 말 ‘순대외금융자산’이 8585억 달러(약 1200조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도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미국 등 해외 증시 투자가 늘어난 결과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비교적 빠르게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동결했던 각종 공공요금이 사후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며 “재정 건전성에 방점을 찍은 정부가 감세로 세수 기반을 허물고 있다는 점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2조 2631억 원. 정부가 내년에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보급에 쓰려는 예산의 규모인데요.올해 예산 2조 3193억 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내년도 전체 예산(677조 4000억 원)에 비춰봐도 여전히 작지 않은 수치입니다.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국회에서는 치열한 ‘예산 전쟁’이 이미 시작된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친환경차 보급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는데요.전기차가 일반화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캐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정부는 보급 대수를 더 높여 잡은 상황과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 보급, 보조금 단가 낮추고 대수는 상향규모가 큰 전기차 예산부터 보면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은 1조 5218억 원. 올해 예산(1조 7340억 원)에 비해 2000억 원 이상이 줄었는데요.전기차가 점차 대중화되는 만큼 정부의 보조금 예산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그런데 정부의 전기승용차 보급 목표 대수는 내년에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올해 23만 3000대의 보급 목표가 내년에는 26만 대로 더 커진 것인데요.올해는 대당 보조금이 400만 원이었지만 내년에는 300만 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예산이 줄었음에도 보급 목표는 더 늘어난 것입니다.● 3년 연속으로 전기차 보급 목표 못 채울 듯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가 좀처럼 달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예정처는 2021년 7만여 대의 보급 목표를 채운 이후 2022, 2023년에는 모두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올해도 10월까지의 목표 달성률이 44.4%(8월 기준은 34.8%)에 그치고 있습니다.여전히 전기차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매년 보조금은 줄어들고 ‘얼리 어답터’가 아닌 일반 구매자들로 수요층이 바뀌면서 수요가 정체된 상황이라는 분석인데요.그렇다면 대당 지원 단가가 100만 원 더 낮아지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보급하는 일이 가능하냐는 것이 예정처가 제기하는 의문입니다.● 수소승용차, 내년에 1만 1000대 보급 목표수소차 보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내년도 수소차 보급 예산은 7218억 원. 올해(5714억 원)보다 오히려 1500억 원 이상 늘었습니다.충전 기반이 여전히 부족한 수소차의 경우 승용차뿐만 아니라 버스와 화물차 등으로 보급 방향을 확장·전환하면서 수소승용차 보급 예산으로는 이 가운데 2475억 원이 책정됐는데요.정부는 수소승용차 역시 올해 6800대에서 내년 1만1000대로 보급 목표를 크게 높여 잡았습니다.하지만 수소승용차 역시 전기차처럼 보급 계획 달성률이 2022년 57.2%, 2023년 26.8%로 저조했고 올해도 10월까지의 달성률이 36.8%(8월 기준은 30.4%)에 그치는 상황인데요.예정처에서는 수소차 보급 실적이 연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적정한 예산 편성인지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차 업계, 가격 경쟁력 높이고 수소차 신차 출시최근 여러 해 동안 정부의 보급 목표가 어긋나고 있다는 수치만 놓고 보면 예정처의 지적이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정부의 보조금을 받아야 하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친환경차 보급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우선, 전기차의 경우에는 기존보다 가격을 낮춘 전기차들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대당 보조금을 낮추더라도 보급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실제로 기아는 내년에 준중형 전기 세단 ‘EV 4’를 새롭게 출시하고 중국에서 먼저 내놓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 5’도 국내 출시를 예고한 상황입니다.수소승용차에서는 현대차가 2018년 출시한 ‘넥쏘’ 이후 7년 만에 신차를 내놓으면서 판매량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데요.현대차는 얼마 전 수소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공개하면서 수소차 신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보조금, 자동차·배터리 산업 육성의 핵심 수단” 목소리도 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내년도 친환경차 보급 목표가 ‘공격적’이라고 평가합니다.최근 부진한 내수 경기와 전기차 수요 정체, 아직 열악한 수소 충전 기반 등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인데요.여러 해 동안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회에서의 예산 논의 과정에서 친환경차 보급 예산이 일부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다만, 친환경차 보급과 관련해서는 보급 목표 달성 여부만이 사업의 전부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한국 산업의 가장 큰 기둥 가운데 하나인 차 산업이 친환경차 대전환을 마주한 상황에서 보급 예산을 통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노력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인데요.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는 일부 예산이 덜 쓰이는 상황까지 각오하면서 친환경차 관련 사업을 지원하되, 지원 단가는 계속 낮추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의 전기차·수소차 보급 대수를 450만 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놓았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데요.한국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 역시 친환경차 보급 규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친환경차 보급 예산은 앞으로도 정부의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정부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수지 적자 회복을 내걸고 있는 만큼 에너지 수입 확대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돼지고기를 비롯한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10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미국산 LNG와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지난해 444억 달러에 이어 올 9월까지도 399억 달러에 이르면서 에너지 수입처 가운데 일부를 미국으로 전환해서라도 흑자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고민이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LNG 도입 계약 만료를 앞둔 한국가스공사가 도입처를 다변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말부터 해마다 898만 t 규모로 수입해 온 카타르와 오만산 LNG의 장기 계약이 올해 종료되면서 가스공사는 장기 계약뿐만 아니라 3∼15년 기간의 중·단기 계약도 활용해 LNG 도입을 유연화한다는 계획이다.업계에서는 운송 비용은 더 높지만 중동산 등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고 지정학적인 위험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산 LNG가 가스공사의 계약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장기 계약을 대체하는 계약 중에는 내년 초 낙찰 예정인 물량도 있다”며 “미국산 LNG를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산 원유는 수입을 늘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1∼9월 기준으로 미국산 원유의 수입량은 전체의 16.2%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농축산물 수입 요구와 관련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응을 준비 중이다. 미국이 이미 한국이 수입 중인 품목은 그 폭을 키울 것을 요구하고 수입이 개방되지 않은 품목은 개방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중이지만 과일과 육류가 수입 확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농업 부문 정책 변화 전망과 우리 농업의 대응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돼지고기와 쇠고기, 옥수수, 대두, 치즈 등의 수입 확대나 수입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는 “균형 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한국을 중국과 동일선상에 올려놓을 수 있기에 흑자 폭을 관리해야 한다”며 “대(對)한국 수출량이 많은 미국 여러 주의 주지사 등을 통해 한국이 에너지와 농산물, 기계류 등을 이미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대형 조선사에 선박용 에어컨 등을 공급하는 하이에어코리아가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이용해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다가 26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기술 유용 관련 사건으로는 역대 가장 큰 과징금이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에어코리아의 기술 유용 행위와 보복 조치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적발해 과징금 26억4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법인과 대표이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하이에어코리아는 선박용 에어컨과 댐퍼 등의 공기 정화·조절 장비를 제조해 대형 조선사에 공급하는 업체로 국내 시장의 98%, 세계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에어코리아는 자신들이 기술 개발에 실패한 바 있는 댐퍼 장치를 중소 수급 사업자인 A사로부터 납품받으면서 A사의 도면과 제품 사진을 이용해 2020년 유사한 제품을 개발했다. 2022년 7월 하이에어코리아의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가 자신들이 조선사에 납품하기로 예정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A사는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하이에어코리아는 이를 거절했을뿐더러 A사가 공정위에 사건을 신고하자 2022년 12월부터 모든 거래를 단절하는 보복 행위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하이에어코리아는 이후 A사가 납품하던 또 다른 제품이 필요하게 되자 A사의 경쟁 업체에 이 제품의 도면을 제공하고 같은 제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도면을 제공받은 경쟁 업체는 하이에어코리아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의상 제조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 유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면서 11년 만의 보복 조치 금지 관련 적발 사례”라고 밝혔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가 한국 같은 동맹에는 예외일 수 있지 않냐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통상 전략을 이렇게 전망했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당시 수석대표로 협상을 이끈 바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를 무역수지 적자 해소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통상 협상에서의 레버리지(지렛대),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의 도구로도 쓸 것”이라며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던 그의 말에서도 관세를 앞세운 통상 정책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무역수지를 양국 간 경제 관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유 전 본부장은 “올해 대미 무역흑자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어떤 일방적인 조치로부터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통상 이슈에서 최대한 한국에 대한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로 프로파일(Low Profile)’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는 중국과 유럽연합(EU), 멕시코, 베트남처럼 통상 문제를 손봐야 할 나라가 산적해 있다”며 “우리가 나서서 현안을 부각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상대해 본 통상 관료들이 여전히 정부 조직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조용하지만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FTA 재협상 당시 미국은 수십 가지의 요구 사항을 들고 왔다”며 “밤을 새워가며 여러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검토했기 때문에 5가지 이내로 줄여서 타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유치 행사인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 2024’가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반도체 장비 등 주요 산업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행사 첫날 1조2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신고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 행사가 열린다고 밝혔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이 행사는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개막에 이어 진행된 투자 신고식에서는 반도체 장비와 자동차 부품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 7곳이 1조2600억 원(9억2000만 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신고했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몰딩 장비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토와가 충남 천안공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또 독일의 자동차 전장 부품 기업인 프레틀은 배터리와 전자부품, 헬스케어, 공조 시스템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신고했다. 이어서 열린 글로벌 지역본부 지정식에서는 HP와 세계적인 풍력터빈 기업 베스타스가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HQ)를 두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국이 외국인 투자와 함께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비즈니스 거점으로 성장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부가 법에 따라 써야 하는 의무지출과 인건비 등의 경직성 지출을 계속 늘리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순재량지출’의 규모가 전체 지출의 3분의 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나랏빚이 늘면서 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데 정부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힘든 지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의 순재량지출 비중은 32.6%로 집계됐다. 내년도 총지출이 677조4000억 원인데 법에 따라 써야 하는 의무지출(365조6000억 원)과 인건비나 국방비처럼 의무지출은 아니지만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지출(91조1000억 원)을 더하면 그 규모가 67.4%(456조7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총지출에서 의무·경직성 지출을 뺀 순재량지출의 비중은 올해 예산안에서는 33.7% 수준이지만 내년에 1.1%포인트 더 낮아진다. 특히 예정처는 교육과 국방 분야에서 국가장학금과 인건비 등의 경직성 비용이 대거 증액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올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맞춤형 국가장학금 사업의 경우 올해 4조7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내년에는 5조3100억 원 규모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대상을 소득·자산 기준으로 1∼10구간으로 구분한 다음 8구간까지 주던 1유형 국가장학금을 9구간까지 지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예산이 12.5% 증액되는 것이다. 국방 예산에서는 ‘병사 봉급 200만 원’ 공약에 따라 병 인건비 사업 예산이 올해 3조2700억 원에서 내년 3조7700억 원으로 15.3%(5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건비 성격의 병 내일준비지원 사업 예산도 내년에 3100억 원 증액되는 가운데 예정처는 경직성이 큰 전력운영비 확대가 첨단 무기체계 도입 등에 필요한 방위력 개선비 확보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은 계속 늘어나 중앙정부 채무가 8월 말 1167조30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황. 예정처는 정부의 이자 지출이 올해 27조 원 규모에서 내년 29조9000억 원에 이어 2028년 36조7000억 원까지 늘어나 전체 의무지출에서 8.5%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산층까지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과도한 복지 지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최근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인데 병사 인건비도 너무 급격하게 높이는 것이 아닌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가 올해 3분기(7∼9월)까지 2년 반째 줄며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서비스업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서비스업생산지수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최근 모든 지역의 백화점, 대형소매점 등에서 재화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등 내수 부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2020년=100)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4∼6월·―0.2%)에 꺾이기 시작한 이후 10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장기간 기록이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가전제품 등 고가상품인 내구재가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 2022년 1분기(1∼3월·―2.4%)부터 올 3분기(―0.4%)까지 매 분기 줄었다. 특히 승용차는 올 2분기(―13.2%)에 소비가 크게 준 데 이어 3분기(―1.4%)에도 감소 흐름이 지속됐다.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액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엔데믹 이후 여행과 외식 수요 등이 늘면서 증가세를 보였던 서비스 소비도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에 그치며 2021년 1분기(0.7%)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내수 부진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올 3분기 서울 부산 등 전국 8개 광역권·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전 지역에서 2개 분기 연속 1년 전보다 모두 감소했다. 특히 경남(―8.2%), 광주(―7.1%) 등에서 크게 감소했는데, 모든 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이 2개 분기 연속 줄어든 건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올 3분기 대형소매점 판매액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 인천을 제외한 15곳에서 감소했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 역시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한국 수출액이 최대 61조70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수출은 4.6% 증가하면서 13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지만, 전년 대비 상승 폭은 둔화했다.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