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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는 글을 올린 대한성공회 김규돈 신부(사진)가 사제직을 박탈당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교구장 유낙준)는 14일 김 신부에 대해 면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신부가 맡고 있는 성공회 원주 노인복지센터장과 원주교회 협동사제를 비롯한 모든 성직(聖職)을 박탈했다는 의미로, 대전교구는 “김 신부는 더 이상 성공회 신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속한 원주 나눔의 집은 대전교구 소속이다. 김 신부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일시 정해서, 동시에 양심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썼다. 이후 논란이 일자 글을 내렸다. 대전교구는 교구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어떻게 생명을 존중해야 할 사제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수많은 사람이 타고 있는 전용기의 추락을 염원할 수 있겠냐”며 “국민과 교구에 씻을 수 없는 분노와 상처, 분란을 야기시킨 사제는 마땅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한 이유를 설명했다. 성공회는 교황의 수위권(首位權)을 거부한 영국교회를 시작으로 각국에 뿌리내린 개신교단이다. 사제와 주교 등의 명칭을 쓰고 전례 등은 가톨릭 형식을 취하지만 교리와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성직자도 결혼을 허용한다. 한국에는 서울 대전 부산 교구가 있으며 3개 교구가 하나의 관구(管區)를 이룬다. 한편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신부가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 이용 미숙을 탓하며 사과했지만 정작 자신의 그릇된 생각과 막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분노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김 신부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33개 사찰에서 시작됐던 템플스테이는 현재 137개의 사찰에서 운영 중이다. 템플스테이를 총괄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템플스테이를 통한 누적 문화 체험 인원은 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템플스테이체험관에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원명 스님(56)을 7일 만났다. 그는 경기 김포 연운사를 창건했고, 조계사 부주지와 자정쇄신결사본부 사무총장을 지냈다. ―템플스테이 20년의 성과를 꼽아 달라. “사찰이 불자뿐 아니라 비신자, 나아가 외국인에게도 문화적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종교를 넘어 한국 문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과거 외국인이 절에서 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천년고찰에서의 템플스테이는 종교와 자연, 사찰음식이 어우러져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불교계 내부에 끼친 변화는 무엇인가. “초기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공부하러 절에 왔지, 남들 뒤치다꺼리하러 왔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20년은 사찰도 사람들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변화의 촉매가 됐다. 단적으로 해인사에도 침대가 있는 방이 있을 정도다. 전통과 편리함의 조화를 이끌어 내는 게 앞으로도 중요한 숙제다.” ―템플스테이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힐링은 기본이고, 특별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강원 영월군 금몽암은 조선시대 단종의 꿈에 얽힌 사연이 전해지고, 전남 해남군 미황사 도솔암과 경기 파주시 보광사 도솔암은 풍광이 뛰어난 암자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머무는 ‘암자 스테이’도 진화의 한 방향이 될 것이다.” ―암자 스테이는 흥미롭다. 또 다른 계획은 무엇인가. “모든 사찰에는 길이 있다. 경북 경주 남산과 지리산 등의 사찰 여러 곳을 묶어 명상과 순례가 가능한 템플스테이도 가능할 것이다.”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앉아서 진행되는 좌식 문화와 청결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이는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템플스테이’다.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힐링을 얻기 위해 절집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차담과 상담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종교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성직자 감소는 종교계의 일반적인 고민이지만 불교는 더 심각하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출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스스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잘 사는 스님들이 있어야 ‘나도 출가해야지’ ‘그 스님 보면 절에 가서 기도하고 법문 듣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출가 이후 마음에 담고 있는 경구가 궁금하다. “중국 당나라 때 황벽 희운 선사의 선시 중 ‘매서운 추위가 뼛속 깊이 사무치지 않았던들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라는 구절이 있다. 요즘에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이판은 수행을 위주로 하는 승려, 사판은 절의 재정과 사무를 관리하는 승려)이 따로 없다. 출가했으면 전심전력을 다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도(道)에 이르는 길이다. 스님이 스님답게 사는 게 포교의 핵심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교회법학회(학회장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 학술지인 ‘교회와 법’(사진)이 한국연구재단 2022년 평가에서 국내 학술지 최고 등급인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 승격됐다. 교회법 분야에서는 처음이다. 교회법학회는 2014년 ‘교회와 법’을 창간해 법학자와 변호사, 실무법률가와 행정학자, 신학자와 목회자 등의 연구논문을 수록해 해마다 1, 2회씩 발간해 왔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종교인 과세,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건강가정기본법, 기독교문화 유산보존법, 교회 재판 등 교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한 법학적, 신학적, 교회적 차원에서의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들이 실렸다. 학회 이사장인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앞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기독인 법학자와 연구자들의 논문 투고를 통해 학술지의 위상을 높여 가겠다”며 “한국교회를 든든히 지키고 대변하는 교회법 전문 기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경남 양산의 통도사 극락암에 계시는 경봉 노스님(1892∼1982)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예요. ‘정수리 정(頂), 집 우(宇) 자 쓰는 정우입니다’ 그랬더니, ‘야, 부처님 머리 위에 집을 지어’ 이러면서 껄껄 웃으시더군요.” 50년 이상 흘렀지만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정우 스님(70·서울 서초구 구룡사 회주)이 전하는 일화다. 통도사 주지와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을 역임했고, 총무원 총무부장을 두 차례 지낸 그는 불교계에서 도심과 해외포교의 대명사로 꼽힌다. 1980년대 구룡사를 건립해 통도사 서울포교당으로 등록하고 경기 고양시 일산 여래사 등 30여 년간 건립한 포교당만 20곳에 이른다. 인도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10여 곳에 포교당을 건립했고, 2004년부터 뉴욕 원각사 건립 불사를 시작해 조만간 개원을 앞두고 있다. 구룡사에서 4일 스님을 만났다. ―법명에 얽힌 일화가 흥미롭다. “세상에 우연의 일치는 없다. 은사(홍법 스님·1978년 입적)가 지어준 법명, 또 여러 스승들이 제게서 발견해 주신 그 길대로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뉴욕 원각사는 불사(佛事)에 20년 가까이 걸렸다. “인연을 맺은 것은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10년 정도다. 처음 가서 보니 30여 만 평(약 105만7850m²)인데 정글 상태였고, 귀신 나오겠더라.” 뉴욕 원각사는 건립비용만 1200만 달러(약 170억 원)에 달해 한국 불교사상 해외 조성 사찰로는 최대 규모다. 뉴욕주 오렌지카운티 솔즈베리밀스에 미 동부 최대의 사찰로 조성하고 있다. 2007년 입적한 법안 스님이 1986년 이 부지에 세계불교대학을 세우겠다는 뜻을 품었으나 과로로 쓰러진 뒤 2004년 정우 스님과 원각사의 인연이 이어졌다. ―종단 차원의 지원도 없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당시 휠체어를 타고 구룡사와 여래사를 둘러본 법안 스님과 동국대 이사장이던 녹원 스님(2017년 입적)이 ‘(불사에) 정우가 마음을 내면 좋겠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법안 스님의 마음이 느껴졌고,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이제 불사는 마무리 단계인가. “2023년 10월 종단 어른들을 모시고 낙성 법회를 할 계획이다. 그 뒤 템플스테이를 위한 공간과 종각 조성 등 2차 불사에 들어간다.” ―구룡사 옆에 전법회관도 조성 중이다. 어려운 불사에 원칙이 있는가. “세 가지인데 우선 승가공동체인 조계종의 종지(宗旨)를 따라야 한다. 불사의 시작부터 결과물까지 사유화가 아니라 공유화되어야 한다. 사찰이 어디에 있든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불교계에서도 사유화 논란이 적지 않다. “종정을 지낸 월하 노스님(2003년 입적)은 공부 때문에 서울에 있던 손자 상좌, 저를 보기 위해 두 번이나 다녀가셨다. 벽안 노스님(1988년 입적)은 ‘공부에 매진하고 젊은 세대가 구습을 타파해 우리 불교를 부흥시키라’는 당부의 편지를 주시기도 했다. 제가 70대에 들어섰지만 어른들의 보살핌과 그늘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우리도 후학에 대한 책무가 있는데 제대로 된 자양분을 주고 있는지 부끄러울 뿐이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고대 국가 중 가장 화려한 황금문화를 꽃피운 건 신라였다. (…) 1973년 ‘경주고도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천마총’ ‘황남대총’ 등이 차례로 발굴되면서 ‘황금의 나라, 신라’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일하는 현직 연구원이 문화재 보존과학의 세계를 조명한 이 책의 일부다. 세계적으로 고대 금관은 14점이 전해지는데, 이 가운데 10점이 한반도에서 나왔다고 한다. 책은 1부 ‘금속’ 2부 ‘토기 도자기 유리’ 3부 ‘목재’ 4부 ‘지류 직물 회화 벽화’ 5부 ‘석조’ 등으로 나눠 유물의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6부에서는 최근 문화재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복원을 다뤘다. 특정 시기 문명을 이끌었던 재료에 대한 이해와 보존과학의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청동거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다뉴세문경은 지름 21cm인 면에 100개의 동심원과 0.3mm 간격으로 1만3000개에 이르는 가는 선을 새겼다고 한다. 정교한 세공기법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은 오랜 도전 끝에 2007년경 실마리를 풀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의 분석 결과,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65.7%와 34.3%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고대문서에 나타난 청동거울 제작의 황금비율을 정확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덕대왕 신종과 황남대총 봉수형 유리병, 상감청자, 옹기 등에 얽힌 미스터리와 이를 풀기 위한 보존과학의 사례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어진다. 책 하단의 QR코드를 이용하면 관련 동영상도 볼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개신교 잡지인 ‘활천(活泉·사진)’이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관지로 1922년 11월 25일에 창간된 ‘활천’은 교회와 관련한 소식뿐 아니라 목회자가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 신자들의 영성을 키우는 글을 담아 왔다. 국내 목회자들이 모금한 돈으로 창간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당시에는 선교 비용 대부분을 해외 선교사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활천은 일제강점기 검열과 정간으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전쟁과 일제를 찬양하는 기사를 거부하자 6개월간 정간 처분이 내려졌고, 1941년 12월 1일자로 폐간됐다. 1946년 1월 활천 복간호는 한국 정치사상 중요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복 직후 남측의 대표적 지도자였던 이승만 김구 김규식은 1945년 11월 28일 서울 중구 정동교회에서 열린 환영예배에 참석해 정치와 개신교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내용은 활천에만 수록돼 있다고 한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3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신길교회에서 기념 예배를 개최하고, 27일을 ‘활천 100주년 주일’로 기념하기로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종립선원인 경북 문경시 봉암사 주지를 지낸 함현 스님(사진)의 염불수행 선언은 종단 내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다. 봉암사의 상징성이나 참선 수행하는 수좌(首座)들 사이에서 높은 그의 신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는 최근 비매품으로 출간한 저서 ‘머리 한 번 만져 보게나’를 통해 “수행자가 된 후 무엇보다 시도 때도 없이 ‘자아’의 벽에 부딪히는 것이 문제였다”며 “정토(淨土)의 살림꾼, 정토의 종치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선이 아니라 염불을 통해 정토에 이르는 염불수행자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다. 서울 은평구 도솔선원에서 26일 스님을 만났다. ―염불수행을 선언했다. 놀랍다. “부산 가다가 대구 내려서 들를 수도 있는 것이지…. 공부 많이 한 노스님들이 밤새 염불하는 것을 보고 이해 못 했는데, 나도 나이 들면서 이해가 되더라.” ―간화선(看話禪·화두를 틀고 참선하는 수행법)은 이제 안 하는 건가. “중 되기 전부터 참선했던 사람이라 쉽게 내려놓기가 어렵더라. 지난해 동안거(冬安居·3개월의 겨울 집중수행 기간)를 이곳에서 보냈다. 방 안에서 하루 8km를 걷고, 절 300배와 염불을 하면서 정리가 됐다.” ―수좌들 사이에서 말이 많을 것 같다. “봉암사 주지까지 한 사람이 염불이냐? 이런 얘기 나오지, 하하. 지난해 6월 실상사 화엄학림과 봉암사 태고선원 선덕(善德·선원의 어른)을 지낸 연관 스님을 보내드릴 때 수경 스님, 도반들과 함께 염불해 드렸다. 그분이 지병이 있어 곡기를 끊으셨는데 염불을 따라 하면서 얼굴이 맑고 편안해지더라. 그 모습 보면서 내가 길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수행자가 된 후 ‘자아’의 벽에 부딪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수행자라면 자신이 어느 단계의 어느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식이 이를 가로막기 시작하면 수행승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과정을 제대로 지도해줄 어른도 드물다. 그래서 나와 제자, 불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수행법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했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간화선 아닌 수행법에 대한 시비가 많다. “참선으로 시작해 남방불교 수행법이나 염불은 물론이고 경전도 두루 공부하고 있으니 나는 ‘통(通)불교’라고 한다. 부처님 법은 차별이 없다.” ―찬불가를 만드는 등 포교에도 관심이 많다. “12월 3일 오후 6시 은평 문화회관에서 60여 명으로 구성된 ‘무디따 합창단’이 공연한다. 틈틈이 신곡 16곡을 작사했는데 음악가들이 좋은 곡을 만들어줬다.” ―코로나19 이후 삶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큰 불행 속에서도 ‘코로나 보살’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우리가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불교계에서 대표적인 명상·상담 전문가인 마가 스님(62)이 올해 8월 경남 고성 옥천사 주지로 부임한 뒤 포교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마가 스님은 주지 취임식 대신에 음악과 영화, 법문이 어우러지는 ‘옥천사의 찾아가는 마음약방 콘서트’를 첫 프로그램으로 내놓았다. 콘서트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시 경남 진주시 경상대에서 열린다. 이달 27일엔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의 ‘행복 알약 3종 세트’ 법문과 불자 가수 김무한 씨의 공연이 열린다. 다음 달 24일에는 마가 스님의 법문과 영화 ‘불(佛)효자’ 상영을 하고, 12월 29일엔 해인사 상임포교사 광우 스님의 ‘나무아미타불! 노래하자’ 법문과 비구니 가수 현진 스님의 공연이 개최된다. 콘서트는 기존 법회의 틀에서 벗어나 마가 스님의 사회와 찬불가를 곁들인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다. 참가자들과의 즉문즉답 시간도 예정돼 있다. 마가 스님은 출가 이후 사찰 주지보다는 명상 보급에 주력하며 ‘자비명상’이란 단체를 이끌어 왔다. 구순 노모와 함께 영화 ‘불효자’를 찍기도 했다. 스님은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나누는 일은 우리 시대에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옥천사가 마음약방의 총본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옥천사는 경남 하동 쌍계사의 말사(末寺)로 경남 서남권 포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기존 법회뿐 아니라 명상과 마음치유를 위한 ‘마음약방’, 템플스테이, 청소년 명상캠프, 불교대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가 스님은 “향후 진주와 창원, 고성에 불교명상대학을 개설하고 지역대학 불교학생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여기 여자가 어딨습니까! 경찰이지!” ‘○○음식점에서 남성 두 명이 주인을 괴롭힌다’는 내용의 112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을 향해 “여자다”라고 말하자 이런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이 책은 여성 경찰 23인이 쓴 31편의 글을 모았다. 최근 몇 년 새 ‘연약한 여성 경찰’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경찰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책은 1부 ‘여경하는 슬픔’과 2부 ‘경찰하는 기쁨’으로 구성돼 있다. 22년 차 경찰로 서울경찰청 최초의 여성 감찰조사계장을 지낸 주명희 씨가 2017년 결성된 ‘경찰 젠더연구회’를 중심으로 여러 글을 모았다. 지구대 순경부터 형사, 기동대, 무술교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여성 경찰들의 사연이 나온다. 1947년 미 군정기 때 최초로 여성 경찰이 채용된 후 경찰 조직 내 여성 경찰 비율은 2022년 현재 13%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들은 여러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찰=남성’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필자들의 지적이다. 주 씨는 머리말에 “이 책은 ‘여경’들이 쓴 이야기이지만, 모든 경찰관의 이야기이고, 민원인의 이야기이고, 동시대를 사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라며 “우리 사회 전체가 평등을 지향할 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썼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과 명동대성당은 21∼30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성모동산 상설무대에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편지를 소재로 한 연극 ‘스물두 번째 편지’(사진)를 공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는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았고 2019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비대면 공연으로 진행됐다. 관객 앞에서 오프라인으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김대건 신부가 쓴 21통의 편지를 바탕으로 신앙과 삶의 역경을 낭독극 형식으로 펼쳐 나간다. 배우 5명이 편지를 낭독하고 그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곡이 함께 연주된다. 가톨릭 사제이면서 연극인으로도 활동 중인 문화홍보국장 유환민 신부가 연출을 맡았다. 사제 서품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한 그는 가톨릭 정신을 담은 연극뿐만 아니라 ‘왕, 죽어가다’ ‘안녕 히틀러’ 등 일반 작품도 작업했다. 그는 “다시 일상 회복을 꿈꾸는 요즘 시대의 풍파를 넘어 당당히 자신의 길을 완성하신 김대건 신부님을 여러분과 함께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야외극으로 선착순 300명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제26차 세계오순절대회가 14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회로 마무리되며 폐막됐다. 오순절은 그리스도가 부활한 지 50일째 되는 날로 예수의 사도들에게 성령이 내려온 것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파주 기도회에는 국내외 오순절 교단 목회자와 신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오순절 교단은 성령 강림과 체험의 역사를 강조하며, 세계적으로 6억5000만 명의 신도가 있는 개신교 최대 교단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특별 메시지에서 “성령의 바람이 북한에도 불어오게 하소서. 그러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며 “둘로 나뉘었던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가 하나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듯이 언젠가 하나님의 은혜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흘간 열린 이번 대회의 주제는 ‘다음 세대의 부흥’이다. 1500여 명의 세계 오순절 교회 지도자들을 비롯해 신학자와 신자 등 5000여 명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했다. 3년마다 열리는 세계오순절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것은 1973, 199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오순절교회협회 총재인 미국 오럴로버츠대 윌리엄 윌슨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은 가까이 있는 하나님, 살아 역사하시는 예수님을 갈망하고 있으며 오순절 교회는 이런 갈망에 응답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성경의 기적이 여전히 지금도 일어나고 있음을 증언한다”고 말했다. 대회장인 이 목사는 “오순절 운동은 시작부터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했다”며 “오순절 교회들이 차별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섬긴다면 존경받는 교회로 변화될 것”이라고 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불교계를 대표하는 사진가로 활동한 관조 스님(1943∼2006)의 작품집 ‘관조’(觀照·불광출판사·사진)가 최근 출간됐다. 관조는 은사 지효 스님으로부터 받은 법호(法號)로 법명은 성국(性國)이다. 그는 31세 때인 1971년 경남 합천군 해인사 승가대에서 경전을 가르치는 강주(講主)를 맡을 정도로 불교 공부에 밝았다. 하지만 1976년 부산 범어사 총무국장 이후 다른 소임을 맡지 않았다. 그 대신 ‘밝게 비추어 본다’는 법호의 의미처럼 30여 년간 사진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전국 산사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20여만 점의 사진 중 이번 사진집에는 270여 점을 수록했다. 그의 시선은 탑과 석등, 대웅전, 불상, 탱화, 단청에 이어 사찰의 곳곳을 장식한 꽃살문으로 이어진다. 흔적만 남아 있는 폐사지는 생전 그의 단골 출사지였다. “어떻게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느냐?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며 자주 탄식했다는 게 맏상좌(제자) 승원 스님(경기 가평 백련사 주지)의 전언이다. 승원 스님은 “은사 스님이 병석에 계실 때 제대로 된 사진집을 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16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며 “‘관조’는 사진집이 아니라 은사 스님의 사리”라고 말했다. 백련사에서 24일 관조 스님 부도와 비 제막식, 사진집을 봉헌하는 16주기 다례재가 거행된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6일 전북 전주시 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 기념관 뒤편 선교사 묘역에는 ‘군산 선교의 개척자’로 불리는 윌리엄 전킨(한국명 전위렴)과 전주예수병원을 세운 마티 잉골드 등 선교사와 그들의 가족 14명의 묘비가 있다. 이곳을 둘러보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인 류영모 목사(사진)는 전킨 선교사의 묘비 앞에서 한참 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묘비 옆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전킨의 세 아들을 기리는 키 작은 묘비들도 있다. 1892년 조선에 들어온 전킨은 전주서문교회 담임목사에 이어 군산 영명학교를 세웠다. 그의 부인 메리 레이번은 기전여학교 초대 교장을 지냈다. 기전(紀全)은 ‘전킨 선교사를 기념한다’는 뜻. 류 목사는 “근대 개화기에 활동했던 많은 선교사들이 고국이 아니라 이 땅에 묻히길 소망했다”고 말했다. 7일 개관한 기념관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호남지역 개신교 선교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파송된 이른바 ‘7인의 선발대’ 활동 기록과 예수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분야 유물이 전시돼 있다. 미국 남장로교 출신인 7인의 선발대는 여선교사인 리니 데이니스를 시작으로 전킨과 레이번, 루이스 테이트, 윌리엄 레이놀즈, 테이트의 여동생 매티, 레이놀즈의 부인인 팻시 볼링까지, 1892년 한반도에 온 선교사들을 일컫는다. 당시 개신교의 조선 선교는 자립, 자전(自傳·자진전도), 자치의 3자(三自)를 핵심으로 하는 ‘네비우스 선교정책’으로 이뤄졌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교단들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선교한 존 네비우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역별로 나눠 활동했다.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3자와 함께 눈여겨볼 것이 목사와 교사, 의사가 협력해 선교활동을 하는 삼사운동”이라며 “개신교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사상적, 물질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1919년 3·1운동 직후 벌어진 제암리 학살사건은 개신교계의 선교정책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일제는 만세운동 주동자를 검거하기 위해 제암리 감리교회로 마을 주민들을 모은 뒤 불을 지르고 총을 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교수였던 프랭크 스코필드는 제암리 만행을 세계에 고발했다. 이는 정교(政敎)분리 원칙 아래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교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교회 담임목사로 32년간 활동한 뒤 2012년 은퇴한 강신범 목사는 “누구에게나 ‘3·8·6’ 딱 3가지만 기억해달라고 말한다. 3·1운동과 8·15광복, 6·25전쟁”이라며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아프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교총은 개별 교회나 교단이 진행하기 힘든 개신교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탐방을 단체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에선 선교사들이 설립한 새문안교회와 정동제일교회, 경기와 충청에선 3·1운동 순국유적지인 화성시 제암교회와 성경 전래지로 알려진 충남 서천군 마량진, 호남은 전주와 광주의 선교사 묘역과 근대문화마을, 대구에서는 청라언덕 중심의 근대 기독교 유산 등이다. “세상은 종교 없이 살 수 있어도, 종교는 세상 없이 살 수 없어요. 한국교회는 초기 선교사들이 뿌린 씨앗과 초심(初心)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류 목사) 전주·화성=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 밤/…어느새 뜬금없이 나타난 달빛도, 별빛도/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시인으로 활동해온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가 최근 출간한 12번째 시집 ‘너의 이름을 사랑이라 부른다’(시선사·사진) 중 ‘풀벌레1’의 일부다. 시집에는 나비, 풀벌레, 종달새, 호랑이, 사자 등 다양한 소재로 쓴 연작시가 실렸다. 소 목사는 시인의 말에서 “내 안에는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나비와 풀벌레, 종달새도 있다”며 “나의 시와 노래가 꿈과 야성, 낭만과 순수를 잃고 살아가는 콘크리트 도시 속 현대인들에게 사랑과 위로, 꿈과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 시집은 사랑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 가치라는 것을 일깨워준다”며 “그 사랑이 절대적 사랑에 의해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했다. 19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한 소 목사는 ‘다시, 별 헤는 밤’,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 ‘외로운 선율을 찾아서’ 등 12권의 시집과 5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윤동주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을 수상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서울 동작구 보문사는 요즘 경사를 맞았다. 주지 지범 스님(66)이 천일기도 끝에 완공한 보문선원이 2일 개원 법회를 가진 것. 이를 기념한 간화선 대법회도 23일까지 매주 일요일 개최된다. 사찰 옆에 들어선 선원은 스님과 신자들이 사용하는 대중선원과 시민선원으로 나뉜다. 대중선원은 10명, 시민선원은 50여 명까지 수행할 수 있다. 지범 스님은 2018년 수좌(首座·선원에서 참선 위주로 수행하는 출가자)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화제작 ‘선원일기’를 출간했다. 지난달 29일 보문사에서 지범 스님을 만났다. ―대법회 초청 연사가 화려하다. “출가 이후 오랜 인연을 맺은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 줬다. 백담사 유나(維那·승려들의 규율 책임자) 영진 스님, 고불총림 수좌 일수 스님, 덕숭총림 방장 우송 스님에 이어 앞으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 문광 스님(9일), 한산사 선덕(禪德·선에 밝아 덕망이 높은 승려) 월암 스님(16일), 대흥사 조실 보선 스님(23일)이 법문해 주신다.” ―도심 선원 개원은 어떤 의미가 있나. “오래 서울에 있다 보니 신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수행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스님들도 산중 수행만 하다 보면 타성에 젖을 수 있어 자극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 불사(佛事)가 진행됐다. “신도들도 오지 않는데 무슨 땅을 파냐며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천일기도를 하며 부처님이 도와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40여 년 선방을 찾아다니며 인연을 쌓았더니 돈은 따라오더라(웃음). ‘선원일기’도 불사의 씨앗이 됐다. 책 출간 이후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지대방 산책’에 출연했는데 저를 알게 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오현 스님(2018년 입적)의 뜻을 기리는 무산선원도 최근 개원했다. “저도 최근 무산선원을 방문했다. 문화예술인을 위한 좋은 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다. 인연도 적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오현 스님이다. 책을 보낸 뒤 며칠 지나 새벽 5시에 전화를 하셔서 책이 너무 좋다며 3000권을 사주셨다. 나중에 다시 1만 권을 사겠다고 얘기하셔서 너무 과한 것 같아 사양했다.” ―보문선원은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禪)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선방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제가 잘 살아야 하고, 제 공부가 충실해야 한다. 선원을 통해 도반뿐 아니라 신도들을 시봉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안거(安倨·여름과 겨울에 각각 3개월간 하는 집중 수행)뿐 아니라 매달 철야정진과 2박 3일 수련 프로그램도 진행할 생각이다.” ―‘선원일기’ 후속 책은 언제 출간할 예정인가. “내년 봄쯤 책이 나올 것 같다. ‘친한 줄 알았는데 나는 왜 뺐냐’고 농하는 분들도 여럿 있었는데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동작구 보문사는 요즘 겹경사를 맞았다. 주지 지범 스님(66)이 천일기도 끝에 완공한 보문선원이 2일 개원 법회를 가졌다. 이를 기념한 간화선 대법회도 23일까지 매주 일요일 개최된다. 사찰 옆에 들어선 선원은 스님과 신자들이 사용하는 대중선원과 시민선원으로 나뉜다. 대중선원은 10명, 시민선원은 50여명까지 수행할 수 있다. 지범 스님은 2018년 수좌(首座ㆍ선원에서 참선 위주로 수행하는 출가자)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화제작 ‘선원일기’를 출간했다. ―대법회 초청연사가 화려하다.“출가 이후 오랜 인연을 맺은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줬다. 백담사 유나(維那ㆍ승려들의 규율 책임자) 영진 스님, 고불총림 수좌 일수 스님, 덕숭총림 방장 우송 스님에 이어 앞으로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 문광 스님(9일), 한산사 선덕(禪德ㆍ선에 밝아 덕망이 높은 승려)월암 스님(16일), 대흥사 조실 보선 스님(23일)의 법문해 주신다.”―도심선원 개원은 어떤 의미가 있나.“오래 서울에 있다보니 신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수행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스님들도 산중 수행만 하다보면 타성에 젖을 수 있어 자극이 필요하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한창일 때 불사(佛事)가 진행됐다. “신도들도 오지 않는데 무슨 땅을 파냐며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천일기도를 하며 부처님이 도와줄 것으로 굳게 믿었다. 40여년 선방을 찾아다니며 인연을 쌓았더니 돈은 따라오더라(웃음). ‘선원일기’도 불사의 씨앗이 됐다. 책 출간 이후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지대방 산책’에 출연했는데 저를 알게 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오현 스님(2018년 입적)의 뜻을 기리는 무산선원도 최근 개원했다.“저도 최근 무산선원을 방문했는데 문화예술인을 위한 좋은 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다. 인연도 적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오현 스님이다. 책을 보낸 뒤 며칠 지나 새벽 5시에 전화를 하셔 책이 너무 좋다며 3000권을 사주셨다. 나중 다시 1만 권을 얘기하셔서 너무 과한 것 같아 사양했다.”―향후 보문선원 계획은 어떤가?“좋은 프로그램 만들어 선(禪)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선방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제가 잘 살아야 하고, 제 공부가 충실해야 한다. 선원을 통해 도반 뿐 아니라 신도들을 시봉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안거(安倨ㆍ여름과 겨울의 각각 3개월 집중수행 기간) 뿐 아니라 매달 철야정진과 2박3일 수련 프로그램도 진행할 생각이다.”―‘선원일기’ 후속 책은 어떻게?“내년 봄 쯤 책이 나올 것 같다. ‘친한 줄 알았는데 나는 왜 뺐냐’고 농하는 분들도 여럿 있었는데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개신교 선교방송인 극동방송이 다음 달 28일 오후 7시 반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을음악회’를 연다. 2015년부터 시작한 음악회는 오케스트라 협연과 성악가, 가수들이 어우러지는 명품 음악회를 지향하고 있다. 극동방송은 1976년부터 ‘전국합창제’, 1981년부터 ‘가스펠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다. 올해 가을음악회의 주제는 ‘그래도 당신은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좌석 티켓은 전액 후원금으로 조성됐으며 수익금은 다음 세대를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개최 당일이 ‘교정(矯正)의 날’인 것을 기념해 교도관과 교정 공무원을 초청했다. 가수 윤형주와 뮤지컬 배우 김소현, 성악가 국윤종 서선영 허종훈, 팝페라 남성그룹 ‘컨템포디보’가 출연한다.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과 교정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창단도 무대에 오른다. 극동방송은 “가을음악회는 해마다 특별한 주제로 우리 사회의 고마운 분들을 되돌아보고 감사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던 템플스테이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경복궁 책방길’과 연계한 1박 2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경복궁 책방길이라는 이름은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 건너 서촌길에 작은 책방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붙여졌다. 경복궁 책방길 템플스테이는 10월 7∼8일, 11월 11∼12일 두 차례 진행된다. 지정된 책방에서 책을 구입해 사찰 큰방에서 함께 독서하는 형식이다. 28일 시작하는 국화 축제 ‘시월 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에 출품된 국화의 진한 향기도 느낄 수 있다. 경기 남양주시 봉선사는 ‘비밀의 숲 산책 템플스테이’(1박 2일)를 주말에 운영한다. 108배와 108염주 만들기를 비롯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봉선사 일대의 광릉숲길에서 걷기명상이 진행된다. 가을 은행나무로 유명한 사찰 중 한 곳이 충북 영동군 영국사다. 이곳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영국사에서는 ‘은행나무처럼 템플스테이’(1박 2일)를 주말마다 운영한다. 문화재 탐방과 인근 망탑봉 트레킹도 진행된다. 충남 공주시 갑사에선 매월 2주 차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 동안 ‘구곡 트레킹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갑사 초입부터 신흥암, 수정봉에 이르는 갑사구곡을 탐방하며 별빛 명상, 철당간 사색의 길 산책, 용문폭포 걷기 명상을 한다. 전문적인 수행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무문관(無門關) 템플스테이’(최소 2박 3일 이상)’를 상시 운영 중이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는 수행과 관련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무문관 템플스테이’가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전화로 예약해야 하고 담당 스님과 면접 후에 프로그램 참여가 결정된다. 당일형과 주말체험형, 장기휴식형, 팔만대장경 순례 등 다양한 유형의 템플스테이가 있다.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강원 영월군 망경산사는 10월 28∼30일 ‘메주 만들기 체험 템플스테이’를 연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새끼를 꼬는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경북 포항시 보경사에서는 고즈넉한 숲길과 내연산 12폭포가 있는 계곡길을 거닐 수 있는 ‘자연과 함께 내면의 행복찾기 템플스테이’(1박 2일)를 주말에 운영한다. 보경사 성보박물관 견학을 비롯해 108배와 명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국 템플스테이 사찰 정보와 예약 현황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삶의 여러 지점에서 여러 차례 느꼈을 법한 의문이지만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필요하지만,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 주제에 도전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신분석학과 사회학, 비교문학, 철학 등을 섭렵한 전방위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출간된 그의 저서로는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2018년), ‘하버드 사랑학 수업’(2020년)이 있다. 그는 머리말에서 자기 계발 전문가들이 몇 가지 지침이나 특징을 앞세워 가치 있는 삶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 문화 속에 널리 퍼져 있는 자기 계발 및 ‘긍정적인 사고’라는 쉽고 단순한 생각과 복잡한 삶의 흐름에 신중히 발을 딛는 행동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책은 1부 ‘진정한 나로 사는 삶’, 2부 ‘나를 책임진다는 것’, 3부 ‘나를 잃어버릴 용기’로 구성돼 있다. 기질과 욕망, 관계와 책임, 고통과 초월성 등의 키워드가 자아와 정체성, 나아가 우리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다뤘다. 저자는 “좋은 삶의 열쇠는 고통을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고통을 소화하고 변화시켜 우리가 우리 자신과 더 가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한다. 니체와 프로이트, 자크 라캉 등 시대를 풍미한 철학자와 정신분석학자의 이론을 저자의 언어로 풀어쓴 해석이 눈길을 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예수그리수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한국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반도체 전문가인 신용인 박사(74·사진)가 미국 브리검영대(BYU) 동창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 상은 45만 여명의 BYU 동창생 중 매년 3, 4명이 수상하며 2012년 미국 공화당대통령 후보였던 미트 롬니 상원의원,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잘 알려진 크레이턴 크리스텐슨 교수(2020년 작고), 메리어트 호텔 창업자 가족, PGA 골프 대회에서 25승을 기록한 자니 밀러 등이 역대 수상자다. 시상식은 10월 14일 BYU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신 박사는 BYU 졸업 이후 1978년 미국 시그네틱스와 인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회로 설계와 연구자로 일했으며 국내 전문가 중 미국 현지에서 활동한 반도체 산증인의 한 사람이다. 2007년 삼성전자에서 은퇴한 뒤 서울대와 미국 유타대에서 강의하며 반도체와 관련한 국제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2013년 몰몬교 대전 선교부 회장으로 3년간 봉사했으며 현재 온라인을 통해 칼럼과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수상자로 선정된 뒤 “생애를 돌이켜 보면, 하나님 손길이 나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인도하셨던 것을 마음 뿐 아니라 피부로도 느껴왔다”며 “이 모든 축복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모든 영광을 주님께 바친다”고 말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