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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에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파트너다. 2015년 기준으로 한미 양국의 상품 교역액은 1153억 달러, 서비스 교역액은 335억 달러다. 한국은 미국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독일에 이어 6번째로 큰 상품 교역 파트너이며, 10번째로 큰 서비스 교역 파트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은 전체수출에서 13.8%를 차지했다. 미국은 총 수출 대비 비중이 각각 24.4%, 6.4%를 차지한 중국, 베트남과 함께 국내 수출 ‘톱 3’ 국가다. 미국은 한국의 제1위 투자대상국(2015년까지 누계기준)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국 투자는 2008년 63억 달러 수준에서 2011년 166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뒤 2014년 92억 달러로 떨어졌다가 2015년 104억 달러로 회복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1997년 이후 금융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대폭 늘어난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엔 미국 경기침체로 인해 13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지만, 2015년에는 55억 달러로 올랐다.시장 개방 통해 경제협력 확대 한국의 대미 무역적자가 흑자로 반전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2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고 미국의 대(對)아시아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당시엔 이 때문에 한미 간 통상마찰이 불거지기도 했다. 미국은 1970년대엔 섬유, 신발 등 자국의 사양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규제 위주의 정책을 폈지만, 198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공정무역’ 개념에 기초해 상대국 수출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1980년대 중반엔 한국의 공산품 시장 개방을 위해 관세 인하 등을 요구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농산물 및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특허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강화를 요구했다. 국내에선 미국의 시장 개방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1990년대 초반엔 미국이 개별 통상 현안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한국에 시장 개방 압력을 행사했지만 강도는 다소 완화됐다. 양자 간 통상 현안 해결보다 우루과이라운드(UR) 등 다자간 협상이 통상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이면서부터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과거에 비해 한미 간 통상 마찰이 현저히 줄었고, 대부분의 현안을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 등 실무협의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처리하면서 원만한 통상관계가 유지됐다. 2007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것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됐다. 한미 양국은 그해 6월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했고, 2011년 10월과 11월 각각 미 의회와 한국 국회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 발효됐다. 한미 FTA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협상으로, 양국은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자유무역협정으로 한미 양국 수혜 경제계에서는 한미 양국이 FTA를 통해 많은 혜택을 보며 ‘윈윈’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FTA 발효 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늘어난 동시에 한국의 대미 투자도 2012년 70억 달러에서 지난해 180억 달러로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의 대한(對韓) 서비스 수지 흑자도 2011년 109억7000만 달러에서 2015년 143억8000만 달러로 늘었다. 관세 인하 등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역시 한국은 4억3000만 달러, 미국은 5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전망도 밝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우리나라 수출 톱 3 국가의 수출비중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은 2010년에 10.7%에서 지난해 1∼8월 13.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수입 수요가 개선되고 내수 경기가 활성화돼 대미 소비재 수출이 호조세라는 점을 이유로 분석했다. 미국이 여타 선진국 대비 높은 수입 물량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도 대미 수출 비중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등 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적발·시정하는 무역집행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덤핑, 상계관세 등 수입 규제 증가가 우려되지만, 그와 동시에 유망한 기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KOTRA가 올해 4월 발표한 ‘2018년도 미국 대통령 예산안과 대한국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신정부는 약가 인하를 목적으로 의약품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경쟁력 있는 의약품 수입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정보통신 시스템 효율화와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해 ‘비생산적 IT 규제 완화’를 목표로 제시한 만큼, IT 및 보안 시장의 확대가 전망된다. 한미 신정부 출범으로 경제계 기대 높아져 경제계는 한미 양국의 경제협력에 있어서 올해를 특히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동시에 출범한 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지난달 ‘도어노크(Door Knock·암참 회장단의 연례 워싱턴 방문 행사)’ 방문에서 처음으로 국내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동행해 4일간에 걸쳐 미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등 주요 관료 및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며 회의를 가졌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이달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도어노크 방문은 한미 양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처음 이뤄진 것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국 방문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52명의 경제인이 동행한다. 이번 방문에는 한국 내 고용에 기여한 한국GM, 한국3M 등 암참 회원기업들도 함께 참가해 양국 경제협력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단에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10개사, 중견기업 14개사, 중소기업 23개사, 공기업 2개사가 참여한다. 중소·중견기업이 3분의 2 이상이다. 업종별로는 IT·정보보안(8), 에너지·환경(7), 의료·바이오(5), 항공·우주(1), 플랜트·엔지니어링(1), 로봇시스템(1), 신소재(1) 등 첨단분야의 기업들과 기계장비·자재(7), 자동차·부품(6), 전기·전자(5), 소비재·유통(3) 등으로 꾸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비즈니스 서밋’을 열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양국 대표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는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제조, 서비스업을 비롯해 IT, 의료,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SK㈜는 45년째 후원하고 있는 장학퀴즈가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1973년 2월부터 이달까지 총 2194회 방송됐다. 국내 TV 방송 역사가 70년이 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45년 방송은 유례없는 대기록이다. 총 1만8000여 명에 이르는 장학퀴즈 출연 학생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사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인재보국(人才報國)의 기치 아래 장학퀴즈 후원을 결정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단독 후원자가 등장한 것은 장학퀴즈가 처음이었다. SK㈜ 관계자는 “장학퀴즈는 단순한 TV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 현대사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신청에 따라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등 전·현직 임원 5명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씨와 이 부회장의 첫 법정 대면이 이뤄지는 것으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은 재판의 핵심 쟁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간 합병안에 찬성해 1388억 원의 손해를 입었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61·구속)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구속)은 이달 8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됐다면 오히려 국민연금 자산가치가 더 크게 하락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옛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5년 5월 26일 합병 발표 직전일인 5월 22일 5만5300원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결정 직전일인 7월 9일 6만3600원으로 올랐다. 같은 시기 제일모직 주가도 16만3500원에서 17만4500원으로 상승했다. 두 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분 가치는 총 2조370억 원에서 2조2540억 원으로 2170억 원(1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42% 하락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당시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22%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추후 삼성물산에서 약 3조 원 규모의 추가 부실이 드러난 점 등까지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반대했을 경우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21일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으로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지분가치 증가분을 상실할뿐더러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고 증언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식 23조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이 무산되면 다른 삼성 계열사 주가도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당시 시장 반응과 합병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양사 합병이) 국민연금 자산 증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서도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검은 23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신문할 때도 삼성물산 합병 논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나 경영승계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김 사장이 일관되게 “없었다”고 대답하는데도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증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식의 증인 신문을 자제하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특검을 제지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삼성의 최 씨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삼성이 정유라 특정인을 지원한 것’이라는 특검 주장과 ‘승마 스포츠 전체를 지원하려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 정유라를 서둘러 지원한 것’이라는 삼성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이 부회장이 최 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삼성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지난해 8월에야 최 씨를 알게 됐다면 특검이 뇌물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금까지 정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은 유망주를 지원한 것일 뿐 부정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진행하는 이 부회장 재판은 4월 7일 첫 공판이 시작됐다. 이달 23일까지 열린 32차례 공판 동안 123명의 진술조서가 등장했고 39명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이 부회장 등 5명은 310시간(점심시간 포함) 동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이 부회장 구속 기한인 8월 27일까지 남은 시간이 두 달이어서 재판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권오혁 기자}
국내 100대 기업이 최근 4년간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빚부터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非)금융 상위 100대 기업(지난해 매출액 기준)의 지난해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33조5000억 원으로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았다. 이 지표는 자본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재무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나타낸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3년엔 22조8000억 원, 2014년엔 7조9000억 원으로 유입액이 더 컸다. 그러나 2015년(―16조1000억 원) 유출액이 유입액을 추월하더니 지난해 그 격차가 더 커졌다. 실제 100대 기업의 투자활동 현금유출 규모는 2013년 145조9000억 원에서 2014년 121조8000억 원으로 24조1000억 원(16.5%)이나 줄었다. 이후 2년간도 각각 121조9000억 원, 122조8000억 원으로 120조 원대에 머물렀다. 한경연은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늘어난 현금유입을 투자보다는 차입금 상환 등 재무상황 개선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투자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1∼3월) 투자활동 현금유출이 27조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증가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도 9000억 원으로 다시 유입액이 더 커졌다. 한편 1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13년 1500조 원에서 2014년 1490조 원, 2015년 1470조 원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532조 원으로 다시 늘어났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인 명단이 최종 확정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인 52명이 청와대 승인을 거쳐 ‘미국 방문 경제인단’으로 확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동행에서는 ‘경제사절단’이라는 단어가 주는 관료적인 이미지를 피하고자 명칭을 경제인단으로 바꿨다. 이번 명단에는 당초 대한상의가 심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검토를 요청한 목록에 포함됐던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빠졌다. 그 대신 이기승 한양 회장, 박성택 산하 회장(중소기업중앙회장), 장정호 세원셀론텍 대표 등 중견·중소기업인들과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아밋 라로야 한국쓰리엠 사장 등 주한미국상의 회원사 기업인들이 새로 추가됐다. 경제인단은 이달 20일 열린 대한상의 심의위원회와 청와대의 검증을 거쳤다. 대한상의는 “대미 투자·교역, 미국 사업실적 및 사업계획,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선정 기준으로 했고, 현재 불법·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빚고 있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참여를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도 방문단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포스코와 KT는 다른 대기업에 비해 미국 사업 실적과 투자 계획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당 기업들의 수장 교체 가능성이 제기돼온 점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롯데는 경영비리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인 명단이 사실상 확정됐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청와대에 대통령의 방미에 함께할 경제인 50명의 명단을 제출하고 검토를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앞서 20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대통령 방미 행사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했다. 이번 명단에 주요 그룹 총수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주관 경제단체 수장 자격으로 동행한다. 주요 그룹 전문경영인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롯데에서는 허수영 화학BU장이, 한화에서는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가 참석한다. 이번 방문에 동행하는 기업엔 대기업 11곳, 중견기업 14곳, 중소기업 22곳이 포함됐다. 공기업에서는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동행한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정보보안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의료·바이오와 에너지·환경업계에서 각각 6명씩 참여한다. 방미 경제인들은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다. 이번 방문단 규모를 과거 경제사절단 규모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에 비해선 다소 적고, 이명박·노무현 정부 시절보다는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당시엔 2013년 5월 첫 방문 때 51명, 2015년 10월에 166명이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8∼2011년 총 세 차례에 걸친 방미 경제사절단에 14∼26명이, 노무현 정부 시절엔 2003년 31명이 동행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선서식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표현했다. 실력과 인성만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정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첫 카드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하반기 도입’을 전격 지시했다. ○ 스펙 없는 이력서 문 대통령은 이날 “차별적 요인들을 일절 기재하지 않도록 해서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공무원과 공공부문은 우리 정부의 결정만으로 가능하니 그렇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대표적인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의 ‘스펙 없는 이력서’라는 부분에 관련 공약이 담겼다. 현 청와대 부대변인인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를 대선 캠프에 영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고 부대변인은 2003년 KBS에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KBS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전체의 70∼80%를 차지하던 명문대 출신이 30% 이하로 줄고, 지방대 출신은 10%에서 31%로 늘었다”며 “편견이 개입되는 학력과 스펙, 사진을 없애니 비명문대 출신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표준이력서 가이드라인 제작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과 일부 공공기관에서 시행 중인 블라인드 채용이 하반기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05년부터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에서는 직무와 관련이 없는 학력, 신체조건, 가족사항 등의 개인 신상정보를 이력서에 기재할 수 없다. 면접 때에도 채점자에게 응시자의 학력, 필기 및 서류 시험 성적, 나이 등을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이 적용됐다. 다만 경력 채용에선 블라인드 방식이 적용되지 않고 있고, 주요 경력이나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을 고쳐 경력 채용 시에도 학위, 자격증, 경력사항 등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제출받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공공기관은 지난해까지 229개 기관이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제도를 전체 기관(332개)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NCS는 현장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산업 부문 및 수준별로 체계화해 구직자의 불필요한 ‘스펙’ 나열을 피하는 제도다. 아울러 정부는 모든 국가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 시험의 입사지원서를 통일하고, 서류전형과 면접 과정에서 블라인드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재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됐더라도 기관마다 이력서에서 배제하는 항목이 다른 실정”이라며 “표준이력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모든 공공부문에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탈(脫)스펙 전형 확산 전망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는 민간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은 일부 직원을 블라인드 채용으로 뽑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공개채용과는 별도로 지원자의 직무능력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롯데 스펙(SPEC) 태클 오디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서류 전형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적고, 기획제안서 등 직무 관련 서류만 요구하는 방식이다. KT는 2013년부터 학벌 등 차별적 요소를 빼고 직무 관련 역량만 약 5분간 자유롭게 발표하는 ‘스타 오디션’ 전형으로 약 10%를 채용하고 있다. SK텔레콤도 ‘바이킹 챌린지’라는 별도의 탈스펙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기업들이 모든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출신지를 아예 묻지 않거나, 영어시험 등 소위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 탈스펙 전형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박재명·이샘물 기자}
SK케미칼이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48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SK케미칼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SK케미칼 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로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존 존속법인은 지주회사(SK케미칼 홀딩스)로 전환하고, 사업회사는 신설회사(SK케미칼 사업회사)로 설립하게 된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48 대 52다. 이날 이사회의 승인에 따라 10월 27일 주주총회를 거치면 12월 1일자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예정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진행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의 일환으로, 투자와 사업 기능을 분리해 각 사업회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SK케미칼 홀딩스는 SK케미칼 사업회사(화학·제약)와 SK가스, SK플라즈마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각 사업회사는 고유의 사업영역에서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하고, SK케미칼 홀딩스는 각 사업회사의 경영 평가와 투자 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SK케미칼 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하고, SK케미칼 사업회사는 기존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SK케미칼은 현재 보유한 자사주(지분 13.3%)를 일부 소각(8%)하고 나머지는 매각(5.3%)하기로 했다. 통상 기업들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이 발생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진정성 있게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투자재원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지분 17.0%)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20.7%를 가진 회사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지분 관계는 없지만 브랜드와 기업 문화를 공유하고 인력을 교류하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SK케미칼 측은 “SK그룹과의 계열 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내 30대 그룹 중 최근 3년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현대자동차와 롯데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2014년부터 올해 1분기(1∼3월)까지 공정위 제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와 롯데가 각각 28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21일 밝혔다. 3∼5위는 SK(27건), 삼성(23건), GS(20건)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했으며 소송 등으로 최종 면제 판정을 받거나 금액이 변동된 경우는 반영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현대건설이 담합으로 13건의 제재를 받은 것을 포함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스틸산업, 현대캐피탈 등 14개 계열사가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롯데는 롯데쇼핑의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 등 7건, 호텔롯데의 면세점 담합 등 5건, 롯데건설의 호남고속철도 담합 등으로 4건의 제재를 받았고, 롯데캐피탈·카드·손해보험 등 3개 금융사도 5건의 제재를 받았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 경기 이천의 그룹 연수원 겸 연구소인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책임과 해결’을 화두로 던졌다. 확대경영회의는 최 회장이 SK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연 1회 여는 행사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수펙스추구협의회 조대식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우리 사회는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하면서 양극화와 같은 의도치 않은 사회 경제적 이슈가 발생했고, 최근 들어 그 양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는 각 관계사들이 사업, 조직, 문화 등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를 할 것을 강조했다. 올해엔 개별 기업 차원의 변화를 넘어 ‘사회와 함께하는 변혁’을 강구할 것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사회와 함께하는 변혁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SK CEO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개방형 공유형 경제 체제에서는 기업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앞으로 사회와 함께하고, 사회를 위해 성장하는 새로운 성장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최 회장도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들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어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이 SK는 물론이고 사회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이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방되는 ‘공유 인프라’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CEO들에게 “SK그룹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 가운데 어떤 것들이 앞으로 공유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SK라는 공유 인프라를 통해 누구나 창업을 하고, 사업을 키울 수 있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SK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가 선결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SK그룹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은 최근 1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계도 공유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1월엔 사상 최대 규모인 17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대식 의장은 “SK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 3년간 연평균 8%의 성장을 이뤄 현재 100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00 상승률인 4%와 비교하면 분명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같은 기간 연평균 30∼40%의 성장을 이룬 것과 비교하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분발을 당부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화테크윈은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있는 약 10만 m²(약 3만250평) 규모의 부지에 공장을 짓기 위해 베트남 정부에 투자 승인을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항공기 엔진부품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목적이다. 공장은 축구장 면적의 약 8배에 이르는 약 6만 m²(약 1만8150평) 규모다. 승인을 받게 되면 8월에 공장 건설을 시작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한화테크윈은 베트남이 물류 환경이 좋고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생산 거점으로 선정했다. 베트남 공장 건립이 승인되면 더욱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해 민수 항공기 엔진 부품의 매출을 2025년까지 현재(연 3000억 원대)의 3배 이상인 약 1조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을 뽑는 ‘경제사절단 심의위원회’가 기존 관행과 달리 정부는 참여하지 않는 민간 주도형으로 구성된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주에 열리는 경제사절단 심의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산업부가 기업으로부터 직접 경제사절단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산업부가 주관하는 심의위원회를 거쳐 참가 기업을 선정했다. 대한상의는 업종별 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각 기업의 미국 관련 사업 현안과 투자 계획 등이 참가 기업 선정의 주요 선별 항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원회는 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KOTRA로부터 추천받은 기업 100여 곳을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심의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참가 기업 최종 확정 단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재계와 조율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체 사절단 규모는 정부에서 정해야 하고, 심의를 거치더라도 최종 명단은 청와대와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절단에 참여키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동행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피터 나바로 미국 국무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무역적자와 관련해 소비제품을 깊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특히 자동차업계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데이비드 럭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제1차 한미 경제정책포럼’에서 지난달 암참 도어노크 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한 결과를 이야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과 암참은 이날 한미 경제정책포럼을 출범시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을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다. 두 단체는 경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반기마다 행사를 열 계획이다. 암참은 매년 미국계 기업만 참여하던 도어노크 사절단에 올해 처음으로 현대자동차를 포함시켰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도어노크 방문에 참여함으로써 아주 독특하고 소중한 시각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면담을 할 때마다 한국 자동차기업과 다른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미국 경제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한 근거를 들어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암참에 따르면 현대차가 암참 사절단과 동행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미국 정부와 경제단체 등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80%가량이 자동차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암참이 ‘미국 친구’가 아닌 ‘한국 친구’라는 오해를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암참은 미국 측에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 LG, 두산, CJ 등이 미국에 엄청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1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했으며, 향후 3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현대차는 미국의 적이 아닌 친구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김 회장은 “도어노크 방문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이 확실히 바뀌었고, 한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대표단을 확대해 더 많은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는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12년보다 2.5배 이상 늘었고 2011∼2015년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도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암참 측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달래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은 “한국 정서를 반영해 ‘우리가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식으로 트럼프를 대하면 실패할 것이다. 트럼프를 기분 좋게 해줘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11조 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 조성 등 미국에 줄 ‘선물 보따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암참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끝에 도출된 내용인 만큼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불만을 달랠 ‘청구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암참 전·현직 회장단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암참에서 ‘한미 양국 간 암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암참은 양국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키기 위해 5가지 내용을 공동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가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및 셰일가스 수입 증대를 위해 노력하며 △향후 10∼12개월 동안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상 식별된 모든 한미 FTA 미이행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은 “암참이 자체적으로 생각한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조치를 하면 한미관계가 적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이 같은 리스트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산 제품 구매 펀드라는 개념을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가서 얘기해보니 엄청 좋게 생각하더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추천해달라는 부탁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달 15∼18일 진행된 ‘도어노크’(암참 사절단이 매년 워싱턴을 방문하는 주요 연례회의) 방문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사절단은 국무부 국가무역위원회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을 비롯해 백악관, 무역대표부, 재무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50여 차례 회의를 가졌다. 한미 양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사절단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존스 이사장은 “대한 무역 적자가 2배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 이것이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간 논의돼야 할 문제점이라는 부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이 나온 것도 한미 FTA에 대한 향후 논의에서 파생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양국의 호혜적인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암참 측 설명이다. 존스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즐겨 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회의를 앞두고 트윗에 올라올 법한 내용을 미리 생각해서 준비해 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가 무슨 내용으로 트윗을 할지 미리 생각해서 준비해 가야 한다. 트윗 내용에 따라 미국 상·하원과 언론이 회의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 금방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암참은 한미 FTA를 둘러싼 잡음이 FTA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게 아니라, FTA 이행 준수가 미달했거나 한국의 규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규제들이 한미 FTA보다 더 상위법안처럼 인식돼 한미 FTA 협정을 통해 동의됐던 부분이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외국 정상들은 경제적 선물 보따리를 건네며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나섰다. 2월 워싱턴으로 날아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자기업 샤프의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 등 총 70억 달러(약 7조8600억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이란과 치열하게 중동 패권을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5월 안방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려 1100억 달러(약 123조6000억 원)의 미국 무기 구입을 약속했다.이샘물 evey@donga.com·황인찬 기자}
SK㈜가 개인 간(P2P) 차량공유 업체인 ‘투로(TURO)’ 지분을 사들이며 차량공유 서비스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SK㈜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한 끝에 투로에 지분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SK의 투자 규모는 400억∼500억 원 선일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지분은 협상하고 있으며 두 회사 간 정식 계약은 이달 말에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로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량공유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자동차 업계의 에어비앤비’로도 불리는 업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4000여 도시에서 선풍적인 인기 속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투로 앱에서 개인 차주들이 올린 차량 리스트를 보고 원하는 차량을 대여해 요금을 지불하고, 투로는 중개수수료를 얻는 구조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2000년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사업화한 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차량공유 업체 중 ‘집카’는 기존 렌터카처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모델이다. ‘우버’는 차주가 운행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모델인 반면 투로는 개인 간에 차만 공유하는 P2P 방식이다. 투로에 따르면 차량 이용자들은 기존 업체들에 비해 평균 35% 저렴한 가격으로 차를 빌리고, 차량 소유주들은 월평균 720달러(약 81만3600원)를 번다. 이용 요금이 저렴하고 장기 대여도 가능해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고 공유경제에 익숙한 젊은층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이번 투로 지분 투자는 SK그룹이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SK㈜는 투로 지분 투자로 글로벌 P2P 서비스 운영 역량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공식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13일 발표했다. 두 정상은 29, 30일(현지 시간) 이틀에 걸쳐 백악관에서 환영만찬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향과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 방안, 한반도 평화 실현, 실질 경제 협력 및 글로벌 협력 심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방안이 최대 현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면서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대북 정책 기조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최대 압박과 관여’를 대북 정책 기조로 확정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공동 대응 방안 마련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 동맹의 포괄적 강화 방안을 담은 공동 선언을 채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은 사드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날 방한한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1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등을 면담하고 한미 정상회담 세부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는 경제사절단도 동행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단체로부터 현재 100여 명의 사절단 추천 명단을 받았으며 청와대 승인을 거쳐 참가 기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절단 규모는 50명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이 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주요 인사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등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이샘물 기자}
“우리는 셰일가스 개발을 ‘에너지 혁명’ 또는 ‘에너지 르네상스’라고 부릅니다. 셰일가스 채굴 기술 덕분에 (중동에 의존하던) 전 세계 에너지 수급 균형에 변화가 왔습니다.” ‘셰일가스의 대부’ 해럴드 햄 콘티넨털 회장(72)의 말투는 다소 느렸다. 하지만 눈빛에는 에너지업계 거물다운 자신감이 묻어났다. 동아일보는 1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햄 회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을 공동 인터뷰했다. SK E&S는 2014년 9월부터 콘티넨털과 오클라호마주 북동부의 우드퍼드 셰일가스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콘티넨털의 유일한 해외 파트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한미 합작 사례다. 햄 회장은 22세 때 콘티넨털을 창업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가난한 소작농의 13번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자산 가치 105억 달러(약 12조 원)의 글로벌 87위(포브스 기준) 부호가 됐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조언해 왔고 새 정부 첫 에너지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햄 회장은 한미 에너지 공동사업이 양국 간 경제협력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깨끗한 연료 중 하나인 천연가스를 세계로 수출하면 지구 환경에도 이익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확장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임기 동안 에너지 분야에서 실직한 40만 명의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을 그만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얘기다. 햄 회장은 “에너지 분야의 협력은 한미 간 통상 문제 해결에 당연히 효과가 있다. 한국의 셰일가스 수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도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SK E&S는 올 1월 셰일가스 6만6000t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다. 2019년부터는 20년간 연간 220만 t의 셰일가스를 들여올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달부터 20년간 연간 280만 t의 셰일가스를 도입한다. 한국 역시 셰일 혁명의 한복판에 들어선 것이다. 유 사장은 “미국 셰일가스는 석탄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이 적고 중동에 대한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셰일가스는 중동 지역 천연가스와 달리 유가에 연동되지 않아 가격도 안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셰일가스 도입이 수입처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햄 회장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햄 회장은 “독일, 스페인 등 신재생에너지가 비용이 많이 들고 일자리나 환경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한 것에 대해서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과거엔 20년 치였다면 최근엔 (셰일가스 혁명으로) 100년 치로 늘어났다. 에너지 수급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 사장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사회적, 경제적 히든 코스트(숨겨진 비용)까지 감안해 특정 에너지원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 현실에 맞는 적절한 에너지 믹스(에너지원별 비중)를 설계하고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티넨털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햄 회장은 전날 만찬을 함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50주년 기념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햄 회장은 “SK와 여러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샘물 기자}
경제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면서 국회와의 소통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12일 국회에서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경제계가 대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있으니 많이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이후 격랑을 겪으면서 경제인 입장에서 불확실성의 시간이 아주 오래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위원장은 “개혁 앞에 굉장히 불안할 수 있지만 다 같이 노력해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고칠 것은 고치고 바꿀 것은 바꾸는 모습을 보여 달라. 무리한 법적 절차나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법으로는 (개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13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찾아가 면담할 예정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만 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다. 박 회장은 같은 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의 지도부도 만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 개혁, 비정규직 격차 해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녹록지 않은 재계 현실을 토로하자 문 대통령이 이튿날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재계 간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달 8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일방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만 하니 실망스럽다”며 ‘군기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들은 대부분 상법, 공정거래법,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등의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경제계에서는 국회가 이 법안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계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박 회장은 “(경제계가) 건설적인 제안을 만들고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대출 규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개편 방안과 관련해 “지역별, 계층별 여건 등을 감안해 관계 부처와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다음 달 말 기존 규제가 일몰되는 LTV·DTI를 일률적으로 강화하기보다는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선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또 ‘전월세 상한제’는 단계적 도입이 공식화됐으며,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수술이 예고됐다.○ 지역별·계층별 ‘맞춤 규제’ 시사 12일 국토부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LTV·DTI 완화가 저금리, 생활자금 대출수요 증가, 분양물량 증가 등과 맞물려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 됐다”며 박근혜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LTV·DTI 규제가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완화 연장 여부는 부채 증가세, 주택시장 동향, 대출 동기, 지역별 계층별 여건 등을 감안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2004년 8월 완화된 LTV·DTI를 종전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일괄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제동을 걸지 않는 범위에서 선별적으로 LTV·DTI를 강화하는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LTV·DTI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경연은 “DTI 강화로 가계부채가 10%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국내총생산(GDP)은 2조7090억 원 줄어든다”며 “추후 경기가 안정되면 DTI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또 최근 집값 상승과 관련해 “서울 등 일부 지역에 투자 목적의 수요가 늘면서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주택시장은 지역경제 기반과 주택 수급 상황 등에 따라 지역별 차별화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조만간 내놓을 부동산 대책 또한 시장 전반보다는 일부 과열 지역에 국한된 맞춤형 ‘핀셋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전월세 상한제 단계적 도입” 김 후보자는 전월세 인상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임대료 상한제’와 세입자가 원하면 추가로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제’와 관련해 “단계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표준 임대료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했다. 표준 임대료는 주택의 위치와 상태, 건축 시기와 내구연한 등에 따라 전월세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또 2015년 시작된 뉴스테이와 관련해서는 “택지, 세제, 기금 지원 등의 특례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며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하고 사업 계획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도심 기능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시급하게 정비가 필요한 곳은 올해부터 사업 지구를 지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임차료가 올라 기존 주민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영세 상인과 청년 창업자 등이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정임수 imsoo@donga.com·이샘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에 동행해 재계의 얼굴로 활약할 예정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각 기업에 방미(訪美) 경제사절단 동행 의사를 타진했다. 내부적으로 순방 동행을 결정한 곳은 이날 현재 SK그룹과 LG그룹, 포스코 정도다. SK그룹은 미국과 에너지 사업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SK E&S는 올 1월 미국산 셰일가스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고, SK이노베이션은 2014년부터 국내 최초의 미국 내 석유생산 광구를 운영해왔다. LG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사절단에 합류한다. 구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을 대리해 올해부터 ‘글로벌 CEO 전략회의(GCC)’를 주재하는 등 그룹 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 부회장은 이번 순방에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회사와 LG화학 등의 협력방안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철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한미 경제사절단에 동행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이니 좋은 성과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사절단 참가를 두고 고심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고령인 정몽구 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아버지 대신 처음으로 대통령 순방에 동행할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직전 5년간 31억 달러(약 3조47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대외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경제사절단 참여를 신청했지만 청와대가 작성할 최종 리스트에 포함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 명단은 정부가 정하기 때문에 정부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의 대표 재계단체 수장으로 참가하는 게 확정적이다. 중소기업들은 경제사절단 동행이 그다지 실익이 없다고 보는 듯 호응이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는 미국 시장과 관련 있는 기업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의향을 확인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경제사절단 규모가 대·중소기업을 포함해 50명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한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