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유재동 부장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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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전해드립니다.

jarrett@donga.com

취재분야

2024-09-18~2024-10-18
칼럼74%
금융20%
경제일반3%
사설/칼럼3%
  •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 선도

    신한카드는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신한금융그룹의 미션인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을 바탕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회사 ESG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시장 선도적인 ESG 경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0년 업계 최초로 ‘ESG팀’을 신설했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이 2020년 11월 동아시아 금융그룹 최초로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 추진을 선언한 것에 맞춰 금융을 통해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전기차 충전요금을 최대 50% 할인해주는 ‘신한카드 EV’, 카드 사용에 따라 ECO 기부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신한카드 Deep ECO’와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해 주는 ‘신한카드 MY CAR’ 등 친환경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또 환경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캠페인에 참여해 신한카드 보유 차량 100%를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작년 4월 도심 내 건강한 공원을 가꾸기 위한 ‘신한카드 ECO Zone’ 1호를 서울숲에 열었고, 올해 6월에는 부산 APEC 나루공원에 두 번째 에코존을 조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산림청과 기후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친환경 경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카드는 상생경영 활동도 다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신한카드는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커 나가는 것을 돕기 위해 2010년부터 ‘아름인 도서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532개 도서관을 개관해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 왔다. 2020년 11월에는 서울시, LG유플러스와 함께 서울 은평구 소재 복합문화공간인 ‘서울혁신파크’에 디지털도서관을 개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MZ세대 군장병을 위한 디지털 도서관도 개관했다. 신한카드는 고객과 함께 기부문화를 뿌리내리고자 업계 최초 기부 전용 포털 사이트 ‘아름人’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고객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아름인 고객봉사단’을 2007년에 출범시켜 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 밖에도 신한카드는 중소상공인 가맹점을 육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서는 신한카드는 2021년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CDR(기업의 디지털 책임) 경영을 발표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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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혁신 활동과 ESG 실천에 앞장

    우리카드는 우리금융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에 맞춰 다양한 방면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영혁신 활동과 ESG 실천에 앞장선 모범기업으로 선정돼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우리카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 경영의 일환으로 2021년 12월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세계자연기금(WWF)의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기업 공동 성명 ‘PACT’에 가입했다. 2030년 플라스틱 카드 발급량의 50% 감축을 목표로 플라스틱 카드 대신 친환경 소재 카드로 전환을 추진하고 플라스틱 감축 환경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카드는 또 우리금융그룹 공동 사회공헌 특화사업으로 한국메세나협회와 2020년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우리꿈나무 아트클래스’ 인재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복지기관 4∼6학년 60명을 대상으로 총 160회의 아트클래스 교육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미래 세대를 육성하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종로구 창신제2동과 1사1동 결연을 맺어 홀몸노인들에게 삼계탕, 연탄, 생필품 꾸러미 등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창신제2동 홀몸노인을 위해 임직원 참여 김장김치 나눔봉사를 진행했다. 우리카드는 작년 12월에는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국내 여아 지원사업으로 1억5000만 원 상당의 생리대를 지원했다. 올해 1월에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연탄을 지원했고, 금융감독원과 함께 영등포전통시장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활동에 나서고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1월부터 카드사로는 유일하게 ‘광화문One’팀에 참여했다. ‘광화문One’팀은 개별 기업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ESG 과제를 여러 기업의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 광화문광장 나무 기부,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 지원, 교통 약자들을 위한 무장애 도시환경 구축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서울시 주최로 출범한 기후위기 대응 민관 협력 네트워크 ‘제로 서울 실천단’에 업계에서 유일하게 참여했다. 우리카드는 앞으로도 임직원 종이팩 재활용 챌린지, 종이컵 줄이기, 텀블러 사용 의무화 등을 추진해 일회용품 감축 및 재활용 실천을 통한 사내 친환경 ESG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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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美中 경제는 상호보완적… 지금은 유럽이 가장 취약”

    《“세계는 다극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미중 슈퍼파워 외에 유럽 일본 인도 한국 등 ‘미들 파워(middle power)’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슈퍼파워는 미들파워 없이 어젠다를 밀어붙일 수 없다.” 미국 내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친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한국의 중간자적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달러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중에도 지난해 교역량이 사상 최대였다”면서 “양국은 여전히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며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세계 경제 판도에 대해서는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벗어나며 성장을 가속화하겠지만 미국은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50%”라며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과잉 부채에 시달리는 신흥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다트머스대에서 중국 역사를 공부한 달러 연구원은 세계은행(WB) 중국·몽골 담당 국장, 미국 재무부 중국 경제금융 특사 등을 지내며 중국 경제 및 미중 관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미국과 전 세계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미국과 EU 등 선진 경제권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다만 특히 중국 등 개도국에는 일부 밝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확률은 50 대 50으로 본다. 설령 미국이 침체를 피한다고 해도 성장은 느려지고 경기 침체와 다름없이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는 왜 긍정적으로 보나. “작년에 중국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경제 평균보다 느리게 성장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나라들이 둔화하는 가운데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금까지 경제 성장을 방해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갑작스럽게 끝냈다. 그 후 코로나 환자가 즉각적으로 늘었지만 지금은 빨리 회복되고 있다. 가계 소비도 증가 추세다. 1월 춘제 기간 중 국내 여행이 물론 코로나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작년보다는 크게 늘었다. 가계는 제로 코로나 기간에 저축을 쌓았고 소비할 준비가 돼 있다.” ―중국 양회가 폐막했다. 정책 기조의 변화가 있을까. “중국은 양회를 통해 경제 성장과 민간부문 신뢰 회복에 대한 약속을 했다. 리창(李强) 신임 총리는 시장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과 시 주석의 통제와 보안 기조를 존중하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될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잘 대응하고 있나. “팬데믹이 매우 이례적인 충격이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는 가계 소득을 보장해줄 비상 조치를 가동했다. 미국은 말 그대로 현금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거나 계좌에 직접 돈을 분배했다. 이런 지원은 필요한 것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과한 면이 있었다. 미국은 경기부양책이 과했던 것이 수요 과잉을 촉발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됐다. 공급 측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인상시켰다. 팬데믹으로 공장과 항만 물류 시설도 문을 닫아 공급망에 이상이 생겼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번 인플레이션은 무엇보다 과잉 수요의 결과다. 연준이 수요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이것이 먹히고 있다. 물가상승세는 아직 높은 편이지만 떨어지는 중이고 금리 인상은 더 있을 것이다. 경기 침체 없이 물가가 2%로 내려올 확률은 반반 정도 된다.” ―지금 어느 나라 경제가 가장 취약한가. “유럽이 가장 취약하다. 올겨울은 따뜻해서 그나마 나았지만 다음 겨울에도 에너지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러시아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급력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유럽은 자체적인 인플레 문제도 있다. 신흥국 중에는 터키나 아르헨티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소득 국가 중에는 과잉 부채에 시달리는 나라들도 상당수 있다. 중국이 주 채권국이지만 채무 삭감에 부정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해 다른 나라에 인프라 금융 지원을 했는데, 가난한 국가들은 이를 되갚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다른 리스크는 무엇인가. “각국마다 다르다. 미국은 재정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보다 더 개방하고 국내외 민간 부문을 더 포용해야 한다.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함께 힘을 합쳐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이번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국제기구들은 미래의 팬데믹을 잘 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에 존재론적인 도전이다. 기온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끝없는 위기들에 직면할 수 있다.”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것 같다.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나. “양국은 신(新)냉전을 피하려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협상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대만을 둘러싼 실제 전쟁은 (양측의 엄청난 실수가 아니라면)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양측은 점점 ‘수용 가능한 정책’의 끝단으로 가는 것 같다. 중국은 전투기와 전함을 대만 근처에 배치하고 있고 미국은 고위급 인사를 계속 대만으로 보내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조심스러운 외교만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전 세계에 위협인가, 기회인가 “위협이자 기회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추동하고 빈곤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들에 잠재적인 위협이다. 중국은 군사력을 증강하며 이웃 국가를 도발하고 있다. 또 러시아 이란 등 갈등과 불안을 유발하는 전 세계 권위주의 국가들을 지지하고 있다.” ―탈세계화가 가속화된다는 진단이 많다. 세계화는 끝난 건가. “세계화가 끝났거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세계화 흐름이 정체됐을 뿐이다. 지금 상황은 매우 모순적이다. 가령 미국과 중국은 무역 전쟁을 하고 있지만 작년 양국 간 무역액은 사상 최고였다. 반도체나 통신장비 등 첨단 제품의 무역은 2018년 고점 대비 크게 줄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물품은 무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화의 퇴조가 걱정되긴 하지만 아직 이를 목격하진 못했다.” ―미중 무역이 여전히 사상 최대라는 건 무엇을 시사하나. “양국 경제가 상당한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첨단기술과 자원이 풍부하고 중국은 노동력과 중간단계의 기술이 강점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게 효과적인 이유다. 양국 간 갈등은 ‘무역 전쟁’이라기보단 ‘기술 전쟁’이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반도체, 통신장비 등 기술 분야 무역은 크게 줄었지만 다른 제품군 무역은 증가하고 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미국의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중요한 영역에서 두 나라가 갈라서면 양국 경제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충격이 심할 것이다.” ―향후 국제 정세는 어떻게 될까. 미국은 슈퍼파워 지위를 유지할까. “지금 우리는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이 슈퍼파워지만 ‘중간 파워(medium-sized powers)’들도 중요한 시대다.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되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경제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을 한다. 유럽은 기후변화 대처를 주도한다. 인도는 중국을 보완할 만한 고성장 대국이다. 지금 미국이나 중국은 이런 ‘중간 파워’ 국가들의 지원 없이는 글로벌 어젠다를 밀어붙이기 어렵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중간자적 역할은 무엇을 뜻하나.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거대 시장인 중국과는 경제적 관계를 계속 강화하고,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위치에 놓인 만큼 미국과는 긴밀한 안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 한국은 두 슈퍼파워를 도발하지 않고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 잘 해나가야 한다.” ―한국은 ‘칩4 동맹’ 등 대중 반도체 규제 전선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 부분은 한국이 주의 깊게 잘 들여다봐야 한다. 평범한 반도체는 모든 소비자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으로 하여금 이런 범용 기술 접근을 막는 것은 실수일 수 있다. 다만 군사적 목적에 사용되는 하이테크 반도체에 대한 제재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한국 등 선진 민주국가의 과제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지지하면서도 그것이 군사력 확대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경제 분야로는 우선 TPP에 가입하고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들도 동참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미국도 언젠가는 TPP에 참여해야 하고 중국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안보 측면에선 한국은 대미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안보 우산 아래에서 현대적 규칙에 입각한 크고 개방적인 아시아 시장을 누리는 것은 한국의 번영을 위해 훌륭한 여건을 제공할 것이다.”데이비드 달러△1975년 다트머스대 졸업(중국사 및 중국어 전공)△1984년 뉴욕대 경제학 박사△1984∼1989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제학과 조교수△2004∼2009년 세계은행(WB) 중국·몽골 담당 국장△2009∼2013년 미국 재무부 중국 경제금융 특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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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 오명 씻을 때가 됐다[광화문에서/유재동]

    일본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가 30대 초반이던 1953년 처음 독일로 해외 출장을 갔을 때다. 식당 종업원이 디저트를 내오면서 아이스크림에 장식으로 꽂힌 종이 파라솔을 가리켜 일본산(産)이라고 소개했다. 환영하는 뜻에서 건넨 인사였지만 이는 모리타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일본은 고작 이 정도로 알려져 있구나. 갈 길이 멀다.’ 이후 절치부심한 소니와 일본의 발전상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1980년대 일본의 경제력은 미국마저 추월하며 세계 1등을 넘보는 나라가 됐다. 그 핵심 동력은 정부와 기업, 학계가 총력을 기울여 육성한 반도체 산업이었다. 모리타가 당시 일본의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함께 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에는 “일본의 반도체 기술 없이 미국의 군사력은 유지될 수 없다. 미국에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일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베스트셀러 ‘칩워(Chip War·반도체 전쟁)’를 쓴 경제사학자 크리스 밀러에 따르면 미국이 반도체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이 무렵부터였다. 후발주자 일본의 급부상으로 궁지에 몰리자 그동안 정부의 간섭도 지원도 마다했던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워싱턴을 제 발로 찾아갔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세금 지원, 지식재산권 보호 같은 카드를 내밀었지만 산업계의 위기감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온 게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일본이 자국 내 미국산 점유율을 높이고 일본산의 미국 수출은 제한하는 굴욕적인 협정을 계기로 일본 반도체 산업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동맹국의 주력 산업을 완력으로 뭉개버린 미국의 다음 타깃은 적성국인 중국으로 옮겨갔다.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 군사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굴기에 대응해 미국은 이른바 ‘숨통 끊기’(Chip Choke) 전략을 취한다. 핵심 반도체 기술·부품의 공급을 차단해 고부가 산업 발전의 사다리를 끊고 중국을 미국에 범접 못 하는 중진국으로 눌러 앉힌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공급망의 한 축씩을 담당하고 있는 각국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미국은 ‘칩4 동맹’을 만들어 동맹국들로 하여금 중국을 배제하도록 압박하더니, 최근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업 비밀과 초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안보 우산’을 무기 삼아 우방국들을 쥐어짜고 패권을 수호하겠다는 것이다. 칩워는 ‘영원한 내 편’이 없는 각자도생 혈투다. 상대에게 얕보이지 않을 초격차 기술이 없으면 아무리 혈맹이라도 힘에 의해 휘둘리고 탈탈 털리는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정부가 미국을 붙잡고 반도체지원법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지만 요청이나 부탁의 차원을 넘진 못할 것 같다. 협상의 지렛대를 얻으려면 본연의 힘을 키워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에게 그럴 의지나 전략이 있었나. 마침 반도체 투자에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K칩스법’이 여야와 정부의 공감대 속에 늦었지만 곧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 설령 그게 된다고 해도 우린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3류 관료, 4류 정치’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다는 오명도 떨칠 때가 됐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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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 금리, 버블-인플레 불러 경제위기 되레 키웠다”[파워인터뷰]

    《“제로금리는 경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만 키웠다.”영국의 금융사(史) 전문가인 에드워드 챈슬러(61)가 최근 세계 경제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저서인 ‘금리의 역습(The Price of Time)’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제로금리 등 경기부양책이 자산 버블과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면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의 통화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금리가 너무 낮으면 무분별한 투기 열풍이 불어 금융시장이 취약해지고, 좀비 기업이 창궐하면서 결국 건실한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챈슬러는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투자회사 라자드브러더스와 GMO에서 일한 금융인 출신이다. 정통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금융 투기의 역사’ 등 많은 저서가 화제가 되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경제 칼럼을 쓰면서 ‘스타 저술가’로 인정받았다. 미 경제지 포천은 “생존한 최고의 금융사가 중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14일 그를 줌 화면을 통해 만났다.》―새 책 ‘금리의 역습’에서 저금리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금리가 지나치게 낮거나 갑자기 떨어졌을 때는 항상 투기성 버블이 있었다. 이자율이 낮으면 투자자들은 더 많은 위험을 짊어지면서 보상을 받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떤 사례가 있나. “그 유명한 ‘튤립 버블’(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과열 투기 현상)은 네덜란드의 통화 정책이 느슨했을 때 발생했다. 1700년대 ‘미시시피 버블’ 때도 이자율이 내리자 주가가 폭등했다. 현대에 와서는 미국, 일본 등의 금리가 낮을 때 신흥국이 싼값에 달러화나 엔화를 차입했다가 나중에 부채 규모가 늘어나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미시시피 버블’은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가 일으킨 투기 광풍을 말한다. 로는 프랑스에서 은행을 설립한 뒤 돈을 마구 찍어내 금리를 낮추고, 프랑스령 루이지애나 지역에 대한 독점거래권을 가진 ‘미시시피 회사’를 인수했다. 그러자 이 회사에 대한 투기가 시작돼 주가가 무려 20배 폭등했지만 이내 주식시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저금리의 폐해를 더 설명해 달라. “금리는 자본이 어디로 배분되는지를 결정한다. 금리에 따라 사람들이 투자처를 정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자본의 올바른 배분을 어렵게 하고 나쁜 투자를 일으킨다. 그다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게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비효율이 생긴다.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새로운 기업들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저성장, 저생산성의 원인이 된다. 금리는 저축에 대한 보상이다. 금리가 없다면 가치평가를 할 수 없고 자본을 배분하거나 투자할 수도 없다. 어느 체제이든, 특히 자본주의는 금리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금리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엄청난 고금리도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만일 금리가 10%에 달한다면 건실한 기업들도 망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고금리의 폐해는 모두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저금리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 한 것이다.” ―중앙은행들의 대응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 “지금까지 중앙은행들은 버블 붕괴나 금융위기를 금리 인하 및 돈 풀기로 서둘러 진정시키려고만 했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가 파산한 미 헤지펀드) 사태나 그 이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문제 해결을 자꾸 뒤로 미루면서 단기 대응에 급급하다 보니 그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기만 했다. 어떤 이들은 양적완화(QE)를 ‘수익을 미래에서 당겨오고, 위험은 미래로 보내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그래도 금융위기 같은 큰 위기가 오면 금리를 내리고 시장을 진정시키는 게 우선 아닌가. “금리를 제로로 낮춘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서 그랬다지만 그들은 이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에겐 아이슬란드라는 대안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아이슬란드는 부채 위기가 너무나 심각했지만 외국에서 달러화 지원을 받지도 않았고 은행을 억지로 구제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에 고통스러운 긴축을 받아들이고 저축을 늘렸다. 그런 기간을 보내고 난 뒤 아이슬란드는 위기를 극복하고 한때 금융에 과잉 의존하던 나라에서 기술과 관광산업으로 발전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또 부채는 줄었고 생산성은 늘었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그런 결단을 쉽게 할 수 있느냐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원인은 무엇인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연준은 채권을 매입하면서 유동성 공급을 하려 했지만 이 돈은 시중에 풀리지 않고 금융 시스템 안에서 계속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팬데믹으로 양적완화가 다시 시작됐을 때 그 돈은 과거와 달리 실업급여나 재난지원금으로 시중에 풀리며 소비가 실제로 늘었다. 물론 동시에 공급망이 붕괴되며 공급 쪽에 충격이 생긴 것도 인플레이션에 일조했다.”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건가. “중앙은행은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고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쉽게 말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은 너무 많은 돈을 뿌려 왔고 인플레이션이 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래도 어찌 됐든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긴 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저금리는 경제에 엄청난 취약성을 키웠다. 이럴 때 긴축을 하면 주식시장, 채권시장이 위험해지고 기업들도 위기가 찾아온다. 자본이 잘못 배분되면 이들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 이미 그런 현상을 우린 경험했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조금 둔화하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도 커지긴 했지만, 금융 시스템과 경제가 초저금리에 너무 익숙해져서 정상 수준의 금리를 받아들이기엔 힘이 들 것이다. 영어에 ‘weaning’(아이가 엄마 젖을 떼는 것)이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는 저금리 시기에서 젖을 떼야 한다. 자본주의의 생존을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은) 이제 초기 단계일 뿐이다.” ―당신이 중앙은행장이라면 뭘 할 것인가. “(한숨) 정말 어렵다. 이게 나한테 닥친 일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금융시장 리스크가 있으니 지금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를 택하겠다. 인플레이션을 당장 꺾으려 하다 보면 금융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 고물가를 당분간은 받아들이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해야 하지 않을까. 만일 금리를 올린다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주택담보대출자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쿠션’을 줘야 한다.”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좀비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좋은 일이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노동력, 자본, 토지를 (더 생산적인 쪽으로) 재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좀비 기업은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 기업들의 파산은 물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창조적 파괴를 하는 것은 우리 시스템의 본질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정부 부채는 어떤 영향을 받나. “저금리와 양적완화 시기에 정부는 싼 금리에 돈을 조달할 수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 부채가 상당히 늘어 미국 유럽, 영국 등에서는 국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지금 금리가 오르면서 정부 재정도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사라지나. “인플레이션은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계속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물가가 올랐다가 다시 잠잠해지고, 그래서 또 돈을 풀면 다시 물가가 뛰는 현상이 마치 1970년대처럼 반복될 것이다. 지금의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 전환기가 겹쳐서 그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같은 상황이 다시 올 것이라고 보나. “그건 아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 부동산 버블과 규제되지 않은 파생상품 등에서 비롯됐다. 각각의 위기는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그보다는 인플레이션으로 사람들이 궁핍해지는 것, 중국 경제의 고성장이 끝나가는 것이 우려된다.” ―어쩌다 경제사에 관심을 가졌나. “내 타고난 성향이다. 금융의 역사를 잘 알면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좋은 투자자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저자로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쓸 것이다. 매우 복잡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물가 현상을 잘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에드워드 챈슬러△ 1962년 영국 출생△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졸업△ 옥스퍼드대 석사(근대사 전공)△ 투자기업 라자드브러더스, GMO 근무△ 1999년 ‘금융 투기의 역사(Devil Take the Hindmost)’ 발간△ 2005년 ‘신용 크런치 타임(Crunch Time for Credit?)’ 발간△ 2008년 미국 언론상 ‘조지 포크상’ 수상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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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재동]팔 비틀기와 줄 세우기로는 은행 ‘돈잔치’ 못 막는다

    얼마 전에 한 시중은행 임원을 지내고 퇴임한 A 씨를 만났다. 30년 직장 생활을 찬찬히 회고하던 그는 대뜸 자녀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를 따라 은행원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 법조인에 도전할지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다고 했다. 그러자 A 씨는 자신처럼 은행에 들어갔으면 높은 연봉 받으면서 비교적 평탄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아이가 굳이 고생스러운 길을 골랐다며 내심 아쉬워했다고 한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업이 가장 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그의 얘길 듣고 보니 여기에 은행도 포함되는구나 싶었다. 예전엔 공기업이나 대학 교직원이 ‘신의 직장’ 계열의 선두 주자였지만 지금은 지방 이전과 임금 정체 때문에 인기가 이전 같지 못하다.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온 게 은행이다. 외환위기 기억이 생생한 지금 40, 50대 이상 세대는 당시 정리해고 칼바람을 맞은 은행원을 화이트칼라의 눈물과 애환이 농축된 이미지로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보는 세상의 눈이 다시 달라진 것 같다. 은행이 소위 ‘만고땡’ 직장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물론 직원들은 쉽게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주변에 은행 다니는 친구들도 이런 지적을 하면 거품을 문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은행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남들이 하지 못하거나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내는 쪽이 높은 보상을 받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이 내놓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다들 고만고만하고 차별성이 없다. 억대 평균 연봉과 낮은 생산성, 뒤처진 경쟁력과 높은 수익이 기이하게 공존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지난해 줄줄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등 다른 주력 산업이 죄다 죽 쑤는 와중에도 유독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만 역대급 이익을 얻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은행들은 엄청난 혁신으로 금융업의 신기원을 열거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온 게 아니다. 정부가 설정한 높은 진입장벽 안에서 금리 상승의 과실을 나눠 먹으며 안전한 독과점 이익을 챙겼을 뿐이다. 은행들은 그것도 ‘성과’라면서 기본급의 300∼400%에 이르는 성과급 파티를 벌이고 어차피 은퇴가 몇 년 안 남은 직원들에게 1인당 6억∼7억 원의 퇴직금을 뿌렸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평생 모아도 마련하기 힘든 액수를 한 번에 받은 임원도 여럿이다. 대통령이 요즘 연일 은행 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 ‘열심히 민생을 챙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행보 이상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부가 할 일은 은행의 팔을 비틀어 대출금리 인하나 기부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혁신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 즉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시대착오적인 급여 시스템을 바꾸고 경영 효율화에 나서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라. “공적자금 받아놓고 염치가 없다”며 도덕성을 훈계하거나 사회공헌 액수로 순위를 매기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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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재동]‘월가의 황제’도 울고 갈 한국 금융의 인사 구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은 미국 월가를 호령하는 트로이카(삼두마차)다. 모두 60대 중반의 나이에 수천만 달러의 고연봉을 받으며 직원 10만∼20만 명의 글로벌 금융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벌써 15년 안팎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후계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유력 후보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해 다른 회사로 떠났거나 너무 나이가 들며 탈락했다. 이들의 임기는 요즘도 언론의 큰 관심사다. 고먼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언젠가는) 물러날 것이다. 죽을 때까지 자리를 지키진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기약이 없다. 당연히 논란과 뒷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매년 천문학적 연봉과 보너스를 챙겨간다는 대중의 비판과 함께, 막강한 금융 권력으로 시장은 물론이고 워싱턴 정가에까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에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는 이들은 회사 내부에서도 존재감이 너무 커져 마땅히 견제할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같았으면 당장에 금융당국이 뛰어들어 이들을 몇 번이고 자리에서 끌어내렸겠지만 미국에선 그런 종류의 인사 개입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러나 월가의 인사 관행은 애초에 우리나라와 수평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이 많다. 미국은 철저히 성과와 실적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CEO의 진퇴를 결정하고 회사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한 사람에게 10년, 20년을 맡긴다 한들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이먼과 고먼, 모이니핸은 모두 CEO 취임 이후 탄탄한 실적 상승을 발판으로 회사 주가를 2, 3배 이상 높였다. 선제적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으로 금융위기 같은 거대한 위협을 기회로 바꿔낸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한국은 다르다. 당국이 만들어낸 규제와 독과점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한 이자 장사로 수익을 내는 우리 금융사들의 경우 이사회나 주주는 허수아비에 가깝고 사실상 당국이 인사 실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을 저지하고 낙하산을 내려보내려 한다는 의혹으로 또다시 관치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은행 간판만 바꿔서 거의 매년 반복되는 이런 인사 구태는 우리 금융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하는 게 얼마나 요원한지를 일깨워 준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실적 쌓기를 내세워 주인 없는 회사에서 장기 집권을 하려는 개인의 욕심과 그 자리를 놓고 서로를 물고 뜯는 파벌 싸움, 막강한 규제 권한을 무기로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리꽂으려는 당국 및 정치권이 합작한 이 저질 드라마는 시대가 변해도 도무지 막을 내릴 줄을 모른다. 지금처럼 본연의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지 않고 극한의 권력 투쟁과 자리다툼만 일삼는다면 우리 금융은 혁신은커녕 앞으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할 것이다. 제아무리 ‘월가의 황제’라 불리는 다이먼이라도 만약 이런 한국에서 금융업을 했다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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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경제에 1%대 성장률이 의미하는 것 [광화문에서/유재동]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경제학자 A 씨는 그 근거로 대뜸 한국은행의 최근 통계 지표 하나를 내밀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집은 전체 소득의 평균 60%를 빚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이 가구들이 대출 상환을 하고 나면 거의 최저생계비만 남는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경제의 한 축인 민간소비가 어떤 충격을 받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서브프라임 사태에 준하는 현상이 한국에도 불어닥칠 수 있다고 했다. 평소 워낙 비관적인 전망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이번엔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집값과 금리, 소비의 함수 관계가 명확한 우리 경제에서 거의 모든 시그널이 침체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의 90% 이상은 새해에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의 하락은 가계의 소비 여력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집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고금리, 저성장 시대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 경제가 올해 기록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경제계에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물론이고, 항상 ‘희망이 듬뿍 섞인’ 전망을 내놓는 정부마저 1.6%라는 비교적 ‘담백한’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 경제 역사상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적은 외환위기, 오일쇼크, 코로나 등 심각한 경제 위기가 찾아왔을 때 말고는 없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0%대,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경고하고 있다. 별다른 외부 충격이 없었는데도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본 실력이 이제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사실 이런 성적표는 우리에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9년에도 연간 성장률은 원래 1%대가 유력했다. 통계를 유난히 중시했던 당시 정부가 막판에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겨우 2.0%를 맞췄다. 그해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1.5%포인트로 4분의 3을 차지했다. 가만히 놔뒀으면 사실상 성장의 맥이 끊겼을 것을 세금을 퍼부으면서 숫자를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일들이 수시로 생기는 것만 봐도 우리에겐 잠깐의 성장 쇼크가 아닌 일본식 상시 불황이 이미 도래한 것인지 모른다. 이대로는 20여 년 뒤 경제 규모가 나이지리아에 추월당한다는 골드만삭스의 경고도 그다지 허튼소리가 아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정부는 올해 대규모 ‘빅배스’(부실 털어내기)를 할 모양이다. 고금리 기조 속에 “빚내서 경기부양은 안 한다”고 일찌감치 선언했고, 전기·가스요금의 정상화,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개혁도 추진한다. 모두가 당장에 필요하고 해묵은 과제이긴 하지만 그에 비해 성장을 촉진하고 기업가의 야성을 깨우는 노력은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상처가 나면 환부를 깨끗이 닦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살이 돋아나도록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다. 1%대 성장률의 의미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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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재동]빚 무서운 줄 모르다가는 패가망신하는 시대가 왔다

    이달 초 KB금융이 출간한 보고서에는 ‘역시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절로 들게 하는 부분이 나온다. 금융자산만 10억 원이 넘는 자산가들의 특징을 분석해 봤더니 이들은 코로나 사태 때 새로운 자산에 적극 투자하기보다는 빚을 먼저 줄이는 전략을 썼다고 한다. 흔히들 빚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것을 ‘투자의 정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와 반대로 부자들은 60% 이상이 ‘부채는 자산이 아니다’라면서 빚내는 것에 거리를 뒀다. 심층면접에 응한 자산가들은 “꼭 필요하면 대출을 받더라도 현금이 생기면 빚을 우선적으로 갚는 데 주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청년, 서민들의 대응은 부자들의 이런 태도와 많이 달랐다. 코로나 이후 저금리가 길어지고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폭등하자 20, 30대 투자자들은 자기 돈, 남의 돈을 가리지 않고 끌어모아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였다. 외환위기 때 20%를 넘나드는 고금리를 경험한 장·노년층과 달리 대출의 무서움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무모한 ‘빚투’의 청구서는 지금 10%에 육박하는 대출 이자로 돌아오고 있다. 올겨울이 이들에게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상황만 보면 마치 고금리 시대가 어느 날 도둑처럼 갑자기 찾아왔고, 이를 예견한 부자들이 빚을 미리 줄여 나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경고는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는 이미 작년 봄부터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 주가와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각국 투자자들이 ‘유동성 파티’를 벌일 때였다. 그즈음 한국에서도 물가가 들썩이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일찌감치 투자자들의 ‘빚투’ 열풍에 우려의 메시지를 냈다. 지금 ‘영끌족’의 고통은 이런 경제 흐름을 읽지 못하고 분에 넘치는 위험을 짊어진 대가라는 지적도 무리가 아니다. 빚의 복수극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부터 더 본격화된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만큼 올린 것 같지만 아직도 최소 1%포인트는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연 5%에 이르는 금리 수준이 미국에서 한동안 이어지면 전 세계에 충격파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기간 민간부문 부채 증가폭이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었던 한국은 더 심각하다.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시중은행들은 내년엔 대규모 대출 부실에 대비해 상당한 충당금을 쌓아놨다고 한다. 이자 폭탄을 더는 못 버티고 쓰러지는 가계, 기업이 마구 쏟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도 영끌족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기업의 흑자도산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는 ‘누가 대신 해주겠거니’ 바라면서 팔짱만 끼고 있으면 안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제로금리와 저성장에 적응하려 노력해 왔듯이 각자가 고금리·고인플레 시대에 맞는 생존법을 익혀야 한다. 시대가 어떻게 바뀌든 항상 분명한 것은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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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은행들이 혁신을 못 하는 이유[광화문에서/유재동]

    우리나라의 시중은행들은 ‘금융회사’일까, ‘금융기관’일까. 금융권을 취재해 본 기자라면 누구나 가끔은 고민해 봤을 문제다. 경영 성과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금융회사’, 금융 시스템 안정이나 소비자 보호 같은 은행의 공공성을 중시한다면 ‘금융기관’이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아직도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두 용어를 혼용한다. 은행들을 오래 취재해 왔지만 이렇게 성격이 묘하고 뭐라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조직은 찾지 못했다. 겉모습만 보면 은행도 멀쩡한 민간기업이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증시에 상장돼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주주에게 배당도 한다. 가장 다른 점은 정부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과점(寡占) 회사라는 점이다. 덕분에 소수의 은행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안정적인 이자 마진을 나눠 가지면서 생존을 보장받고 있다. 정부는 은행들이 망하지 않게, 그렇다고 과도한 폭리를 취하지도 않게 밀착 관리한다. 정부는 은행들에 이런 특혜를 주는 대가로 각종 규제를 가한다. 말이 규제지 실제로는 은행들의 모든 영업행위를 조종, 통제한다. 예대마진이나 각종 수수료에 대한 간섭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국정과제나 정책 목적을 위해서도 수시로 동원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주요 은행장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90조 원의 채권 매입을 지시했다. 은행은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의 채무를 탕감하고 이자를 감면하는 일에도 자주 호출된다. 손실이 뻔하지만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 은행은 인사도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금융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언급하며 사실상 사임을 압박하는 듯한 말을 했다. 경영진 선임을 담당하는 이사회가 뻔히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간여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누가 권력의 ‘점지’를 받아 차기 회장이 될지 뒷말이 무성하다. 정상적인 민간기업이라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진행된다. 금융당국의 관치(官治)는 은행의 공공성을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은행이 부실에 빠졌을 때 경제 전체에 어떤 충격이 생기는지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하지만 당국의 숨 막히는 간섭 속에서 우리 은행의 경쟁력이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따뜻한 보호막 안에서 망할 걱정 안 하고 편하게 돈을 버는 동안, 은행은 대단한 경영 혁신도 없이 임직원들이 국내 최상위 수준의 연봉을 받는 꿈의 직장이 됐다. 그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은행이 혁신을 못하는 데는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은행들이 겉으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실상은 당국의 뒤에 숨어서 더 세밀한 지침을 요구하는 사례를 지금까지 많이 봤다. 정부가 은행을 말 잘 듣는 하청업체쯤으로 길들이려 하고, 은행도 자신들의 편안한 생존을 위해 기꺼이 길들여지기를 바라는 규제 환경이 바뀌지 않고서는 진정한 금융 혁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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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 [광화문에서/유재동]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의 야간 골프 열풍을 기사로 다뤘다. NYT는 “한국인들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 심지어 오전 1시까지도 골프를 친다”면서 대낮처럼 환하게 불빛을 켜고 즐긴다는 뜻으로 ‘백야(白夜) 골프’라고 이름 지었다. 미국에서도 ‘트와일라잇 티타임’이라고 해서 오후 늦게부터 해 질 녘까지 칠 수 있는 옵션이 있지만 한국처럼 달빛 아래에서 라운딩을 이어 나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의 명물로 자리 잡은 밤 골프 문화에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달아 한마디씩 쓴소리를 했다. 에너지 절약이 절실한 시점에 적절치 않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야간 골프 자제령은 공공기관 온도 조절, 난방시간 단축 등과 함께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때마다 정부가 꺼내 드는 ‘단골 카드’다. 정부는 “지금은 오일쇼크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라며 에너지 사용량 10% 감축을 목표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공급이 꽉 막힌 요즘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전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에펠탑 점등 시간을 줄인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셔츠 대신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올겨울 에너지 대란에 대비하려면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에 에너지 절약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6개월째 무역적자와 고물가, 고환율 악재가 겹쳐 있는 우리는 더욱 절실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 비용은 훨씬 늘었는데 가계나 기업의 에너지 소비량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 공공기관이 아무리 앞장서서 노력해도 민간 부문이 움직이지 않으니 만성 적자 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마냥 에너지를 아끼자는 구호를 외치고 야간 골프의 자제를 읍소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위기를 키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에너지 대책이었다. 대표적인 게 전기료 인상 억제와 유류세 인하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오르며 전기 생산·구매 비용도 폭증했지만 지지율 관리에 급급했던 역대 정권은 전기료를 낮은 수준에 계속 묶어뒀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기름값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줄여 가격 상승을 막았다. 에너지 값이 오르면 그에 맞춰 소비를 줄이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정상인데,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오히려 무리한 가격 통제를 남발했다. 이는 올해 한전의 30조 원 적자와 정부의 세수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국민들의 위기의식만 둔감하게 만들었다. 지금 같은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과소비는 불에 기름을 안고 뛰어드는 꼴이다. 또 막대한 무역적자를 키우고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은 대국민 절약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전기료와 난방비 인상도 병행해 자연스러운 수요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달콤한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우는 대신 고통을 감내하며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국민들을 설득할 용기 있는 지도자가 우리에겐 있을까. 노동개혁, 연금개혁 못지않게 시급한 개혁이 여기 또 있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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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재동]천재 경제학자의 가시밭길, ‘창용 매직’은 가능할까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술자리에서 보여주는 묘기 한 가지가 있었다. 목젖을 열고 한 번의 목 넘김도 없이 맥주를 입안으로 ‘들이붓는’ 것이다. 맥주가 가득했던 컵이 불과 1∼2초 안에 빈 잔이 돼 버리는 광경에 사람들은 신기해서 말문이 막힌다. 그가 가끔씩 선보인 ‘맥주가 사라지는 마술’의 임팩트는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요즘 언론에 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목 넘김이나 주저함이 없는 그의 성격은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이 총재는 올해 5월 임기 첫 기자회견에서 “제가 말이 빠르고 워낙 직접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시장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 경고했다. 그는 “인기가 없어도 금리는 올리겠다”,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 같은 꽤나 직설적인 메시지를 시장에 내놨고, 심지어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 같은 구체적인 수치도 주저 없이 제시했다. 이전 총재들이 “경제와 물가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통화 정책을 하겠다”는 식의 이도 저도 아닌 말들만 반복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거침없는 화법이다. 지금까지 거쳐 온 이력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그의 ‘직진 스타일’을 보여준다.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서울대 강단에 선 이 총재는 안정적인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금융위원회 초대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 등을 지냈다. 일찌감치 ‘천재 경제학자’로 명성을 쌓고 인지도도 높였지만 이에 들뜬 행동을 하거나 뚜렷한 정치적 색채를 보인 적도 없다. 전 정부가 임기 말 임명했지만 현 정부가 딱히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성격도 이력도 막힘이 없던 이 총재 앞에는 유례없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글로벌 강달러로 환율이 1400원 선을 노크하며 고물가를 자극하는 가운데 수출 둔화와 에너지 대란으로 무역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긴축과 공급망 위기, 전쟁 등 해외발 악재의 불똥을 사방에서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를 많이 올려 물가를 잡자니 경기침체와 가계부채가 걱정이고, 그렇다고 적게 올리자니 고환율을 악화시킬 수 있어 근심이 깊다. 물론 역대 총재들이 모두 해온 고민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 세계은행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세계 경제가 침체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물가안정 중시”라는 명확한 목소리를 시장에 전달해 왔다. 그러나 고물가·고환율의 충격 못지않게 고금리의 폐해와 부작용이 부각되기 시작한다면 그의 직진 행보에는 황색 신호등이 깜빡일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이 총재는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우리가 갈 길은 여기”라며 국민과 정치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해 복합위기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인가. 이번 위기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분간은 고물가가 단숨에 사라지거나 시장이 급격히 진정되는 마술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그때까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잘 버티는 길밖에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한 이 총재의 어깨가 무겁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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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재동]지금의 고물가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얼마 전 뉴욕 특파원 임기가 끝날 무렵, 그동안 신세 졌던 지인들에게 맨해튼에서 점심을 샀다. 세 명이서 파스타 하나씩과 조금씩 덜어 먹을 간단한 요리 하나, 커피 정도 시켰을 뿐인데 음식값이 240달러(약 31만 원)나 찍혀 나왔다. 그런 비싼 도시에서 살다 온 탓인지, 서울에 돌아온 후 며칠간은 모든 물건값이 너무 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착시에서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록 뉴욕 수준의 ‘살인 물가’나 남미 같은 ‘초(超)인플레’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 물가가 많이 올라 있었다. 특히 1만 원에 근접하는 계란 한 판 가격은 뉴욕 여느 부촌의 마트 못지않았다. 물가지수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 두 달 연속 6% 이상 오른 가운데, 체감물가 상승률도 8%에 육박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복합 위기’라고 부른다. ‘복합’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위험 요인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강한 긴축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공급망 위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지정학적 위기 등이 전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지금의 복합 위기는 이 중 어느 한두 가지가 잠잠해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기 다른 요인들이 중첩, 증폭되면서 장기간 계속될 여지가 크다. 그런 양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최근 물가 흐름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장기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 생산·물류 차질, 수요 증가, 에너지값·인건비 상승 같은 요인들이 한데 뒤섞여 발생했다. 물론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내리고 일부 물가지표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도 곧 고비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유럽발 에너지 대란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유가 등 연료비는 얼마든지 고공비행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또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데다 각국의 공급망 차질도 여전하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예전의 저물가 시대로 복귀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이번 복합 위기의 ‘전반전’이라면 후반에는 더 큰 괴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각국이 고통스러운 긴축으로 힘겹게 고물가와 싸우다 보면, 자칫 물가는 못 잡은 채 경기만 고꾸라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미국은 이미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2분기 성장률이 0.4%로 곤두박질친 중국도 올해 성장 목표치를 포기한 지 오래다. 신흥국들은 국가부도 도미노가 우려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멀쩡한 곳이 없다. 효율과 분업,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성장하던 세계 경제가 봉쇄와 규제, 안보 위기로 멍들어 가면서 한국도 그간의 경제 발전 공식을 새로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금 모든 위기의 근간이 된 탈세계화(deglobalization) 추세는 미국의 긴축이나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 새로운 판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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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80% 反中여론… 젊은층 더 부정적인 유일 국가”

    세계 각국에서 반중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중국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의 반중 정서가 상당하다고 미국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9일 분석했다. 중국의 인권 탄압, 이웃 나라에 대한 군사 위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퓨리서치센터가 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미국 한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 국민 2만4525명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반중 여론은 80%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2년에는 반중 여론이 31%에 불과했지만 2010년 56%, 2017년 61%, 2020년 75%로 꾸준히 상승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코로나19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은 중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54%)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이어 △중국의 군사력(46%) △중국의 인권 정책(42%) △중국과의 경제 경쟁(37%) 등이 꼽혔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이 이번 조사 대상 19개국 중 젊은층이 장·노년층보다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진단했다. 서구 주요국의 반중 여론 또한 상당했다. 19개국 중 반중 여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87%)이었다. 최근 중국과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호주(86%)를 포함해 스웨덴(83%), 미국(82%) 등도 모두 80%대를 넘었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의 올해 반중 여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19개국 전체로 보면 응답자들은 ‘중국의 인권 정책’(79%)을 가장 많이 문제 삼았다. ‘중국의 군사력’(72%), ‘중국과의 경제 경쟁’(66%)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정책을 관장하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은 최근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에서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삭제해야 한다는 서한을 두 회사에 보냈다. 틱톡이 각국의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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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코로나 前같은 저물가 다신 안올것” 美 1분기 성장률 ―1.6%… 예상보다 낮아

    미국 경제 성장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올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5월 발표된 잠정치 ―1.5%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미 경제 역성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이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때 6.9% 성장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경기가 확연히 둔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지만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은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저물가 시대가 끝났다며 이에 따라 통화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 나가서(기준금리를 올려서) 위험하다? 물론 위험은 있다”면서 “하지만 더 큰 실수는 물가 안정 회복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라는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하더라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완전히 다른 요인들로 경제가 돌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시대 이전과 같은 저물가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또 “우리가 물가상승률 2%에,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이른바 경제 ‘연착륙’을 자신하지 못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의 형태로 유럽을 다른 지역보다 심하게 강타하고 있다. 우리가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파월 의장에게 동감을 표했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상승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월과 동일했으나, 전월 대비 상승률은 4월 0.2%에서 3배로 높아졌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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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80% “중국 싫다”…美日도 반중정서 확산

    세계 각국에서 반중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중국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으며 특히 젊은층의 반중 정서가 상당하다고 미국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9일 분석했다. 중국의 인권 탄압, 이웃나라에 대한 군사 위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퓨리서치센터가 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미국 한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 국민 2만4525명을 상대로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반중 여론은 80%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2년에는 반중 여론이 31%에 불과했지만 2010년(56%), 2017년(61%), 2020년(75%)로 꾸준히 상승했고 80%대를 넘어섰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코로나19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은 중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섭’(54%)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이어 △중국의 군사력(46%) △중국의 인권 정책(42%) △중국과의 경제 경쟁(37%) 등이 꼽혔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이 이번 조사 대상 19개국 중 젊은층이 장노년층보다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진단했다. 서구 주요국의 반중 여론 또한 상당했다. 19개국 중 반중 여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87%)이었다. 최근 중국과 격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호주(86%)를 포함해 스웨덴(83%), 미국(82%) 등도 모두 80%대를 넘었다. 퓨리서치센터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캐나다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 주요국의 올해 반중 여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19개국 전체로 보면 응답자들은 ‘중국의 인권 정책’(79%)을 가장 많이 문제 삼았다. ‘중국의 군사력’(72%), ‘중국과의 경제 경쟁’(66%)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정책을 관장하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은 최근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에서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삭제해야 한다는 서한을 두 회사에 보냈다. 틱톡이 각국의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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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우크라 쇼핑몰 공습’ 추모 묵념… 러 대표도 기립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실. 뒷면 대형 스크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레이드마크인 올리브색 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전날 러시아군이 1000여 명의 민간인이 있던 중부 크레멘추크의 쇼핑몰에 미사일을 발사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난 것을 규탄하던 그는 화상 연설 마지막에 “전쟁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추모하자”며 1분간의 묵념을 제안했다. 화면 속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자에서 일어난 후 뒤로 물러서서 묵념 자세를 취하자 회의에 참석했던 각국 대표단들도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립한 사람 중에는 러시아 대표인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있었다. 이들은 20초간 묵념을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 대표들을 향해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테러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며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러시아의 행위는 유엔이 속히 ‘테러 국가’의 정의를 명기하고 그런 국가를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혹은 유엔 특별 대표를 참사가 발생한 크레멘추크로 보내 러시아의 만행을 직접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밀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역시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증거가 넘쳐난다”며 러시아군이 병원과 학교를 포격하고 달아나는 민간인을 겨냥했다고 비판했다.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 담당 사무차장 역시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에서 사망자 4731명을 포함해 1만600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폴리안스키 대사는 희생자를 위한 묵념에는 동참했지만 쇼핑몰 공격이 민간인을 노린 것이 아니라 인근 무기고를 겨냥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유엔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무기를 더 받아내기 위한 선전 장소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와 나토 회원국을 비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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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美, 경기침체 아닌 둔화”…전문가들 “이미 경기침체”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이 복합적인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 인사가 여전히 경기침체 가능성을 부인하는 견해를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28일(현지 시간) CNBC방송 인터뷰에서 “경기침체는 지금 내 ‘베이스 케이스’(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다만 “경제는 강력한데, 금융 여건은 더욱 빡빡해졌다”면서 “올해 성장률이 작년과 비교해서 꽤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1.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그러나 “이것은 경기침체가 아니다”며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경기둔화일 뿐”이라고 풀이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3~3.5%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우린 아직도 (금리 인상을 위해) 한참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다음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다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이달 FOMC에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을 부인하는 연준의 주장과는 반대로 시장에서는 경기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이미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돈 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우드 CEO는 “재고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45년 경력에서 이렇게 재고가 많이 증가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드 CEO는 “우리도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장기화될 줄은 몰랐다”면서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내다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작년부터 경고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경기침체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와 만나 “우리가 일종의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로 돌아갈 가능성이 60대 40”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7로 전달(103.2)보다 하락했고 월가 예상치(100)도 밑돌았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라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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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인플레 수당’ 지급… 캘리포니아주 가구당 최대 135만원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수당(inflation relief)’이라 불리는 현금 지원을 하는 주(州)가 늘고 있다. 현금 지원이나 세금 환급 조치는 당장의 물가 고통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캘리포니아주는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가구당 최대 1050달러(약 135만 원)를 나눠주기로 했다. 27일 미 언론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주 의회는 이런 내용의 인플레이션 수당 패키지에 합의했다. 총 1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에는 인플레이션 수당을 비롯해 경유세 유예, 임차료와 전기료 지원 등이 포함됐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평균 휘발유값이 갤런당 6.32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30% 가까이 높다. 주지사실은 “글로벌 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주민에게 현금을 돌려주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수당은 세금 환급 형태로 신청자 계좌에 직접 입금되며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받는 구조다. 이런 현금 지원을 하는 주는 점점 늘고 있다. 북동부 메인주도 이달 초 주민 약 85만8000명에게 1인당 850달러(약 109만 원)의 인플레이션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는 “성실한 메인 주민들 상황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벼랑으로 내몰렸다”며 “물가 상승에 대응해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달 주정부 재정 여유분을 활용해 12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만들었다. 서부 아이다호주도 주민에게 75달러씩 세금을 환급하기 시작했고 인디애나 켄터키 같은 주도 비슷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40여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월급을 생활비로 다 소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개인 간(P2P) 금융 대출회사 렌딩클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는 ‘하루 벌어 하루 산다(paycheck to paycheck)’고 답했다. 특히 연봉 25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자의 30%도 이같이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컨설팅 업체 윌리스타워왓슨 설문조사에서도 연봉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상인 응답자의 36%가 “하루 벌어 하루 산다”고 밝혔다. 근로자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임에도 더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따라잡기 어려운 실상은 신용카드 결제액 증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미국인 신용카드 결제액은 총 84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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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135만원…美캘리포니아 ‘인플레 수당’ 준다

    미국의 물가 급등세가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수당’(inflation relief)라고 불리는 현금 지원을 하는 주(州)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금 지원이나 세금 환급 조치는 당장의 물가 고통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결국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캘리포니아주는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가구당 최대 1050달러(135만 원)의 현금을 나눠주는 인플레이션 수당을 주기로 했다. 27일 미 언론에 따르면 개빈 뉴섬 주지사와 주의회는 이런 내용의 인플레이션 수당 패키지에 합의했다. 전체 1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에는 인플레이션 수당을 비롯해 경유에 대한 세금 유예, 임차료와 전기료 지원 등이 포함됐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평균 휘발유값이 갤런당 6.32달러로 전국 평균에 비해서도 30%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주지사실은 “이번 예산은 글로벌 물가상승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현금을 돌려주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당은 세금 환급 형태로 신청자의 계좌에 직접 입금되며,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받는 구조로 짜여졌다. 가령 연간 소득이 15만 달러(약 1억9300만 원) 미만인 부부가 자녀가 두 명 있을 경우 이들은 모두 10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부 소득이 그보다 많을 경우 수령액이 점점 줄어들고 50만 달러 이상이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현금 지원을 하는 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 북동부 메인주도 이달 초 약 85만8000명의 주민들에게 1인당 850달러(약 109만 원)씩의 인플레이션 수당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재닛 밀스 메인 주지사는 “성실한 메인 주민들의 상황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벼랑으로 내몰렸다”며 “물가 상승에 대응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지난달 주정부 재정 여유분을 활용해 12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만들었다. 서부 아이다호주도 주민들에게 75달러씩의 세금을 환급하기 시작했고 인디애나 켄터키 등의 주들도 비슷한 내용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이 이처럼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는 가운데 미국인 10명 중의 6명은 월급을 생활비로 다 소진하는 힘겨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P2P(개인 간 금융) 대출회사 렌딩클럽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8%는 ‘하루 벌어 하루 산다’(paycheck to paycheck)고 답했다. 특히 연봉 25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자들 중에서도 30%는 이 같은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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