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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1∼6월) 서울과 경기 등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임산부 배려석(교통약자석)이 생긴다. 영유아 동반 가족 전용 주차구역은 전국으로 확대된다. 또 공공기관만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 공개하던 것을 민간기업에도 적용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30일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저출생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먼저 광역버스 44개 좌석 중 출구와 가까운 2∼4개 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조성한다. 배려석 자리는 노랑, 분홍 등으로 색상을 다르게 해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게 한다. 기존에도 배려석을 운영해 왔지만 식별하는 표지가 작아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만차 전까지 이용객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비워 두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광역버스 제도는 정부가 운수사업자 재정을 보조하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어 관련 지침을 배포하면 늦어도 내년 6월 중에는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연말까지는 주차장법을 개정해 영유아 동반 가족 및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근거가 모호해 일부 지자체에서만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전용 주차구역 설치 면수는 지자체에 위임할 계획이다. 남녀 육아휴직 사용률 의무 공개 대상에는 현재 공공기관만 포함돼 있다. 정부는 기업공시 관련 규정을 개정해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다음 달 중 공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실제 공시는 내년 3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또 내년 도입을 추진 중인 단기 육아휴직을 보다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연 ‘1회 2주’가 아닌 ‘2회 1주’로 바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2주 만에 태어난 세 쌍둥이가 5개월 만에 무사히 퇴원했다. 이화여대의료원 엄마아기병원은 22주차에 태어난 세 쌍둥이와 산모가 14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28일 밝혔다.5월 산모 A 씨는 다른 병원에서 조기 진통으로 입원 치료를 하던 중 갑작스런 진통을 겪었다. 이후 엄마아기병원으로 전원된 A 씨는 응급제왕절개로 세 쌍둥이를 출산했다. 쌍둥이들은 임신주수 22주 4일 만에 각각 440g, 540g, 460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세 쌍둥이가 22주 만에 태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 온 세 쌍둥이들은 출생 직후부터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했으나 70여 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첫째와 둘째는 입원 중 큰 수술이나 합병증 없이 각각 생후 120일, 140일 만에 2.3kg, 2.2kg으로 퇴원했으며, 셋째는 뇌실내출혈이 생겼으나 치료를 받고 생후 140일 만에 2.5kg으로 집으로 갈 수 있었다.이 병원의 심소연 고위험신생아집중치료센터장은 “세 쌍둥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다함께 백일 잔치를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며 “힘든 기간을 견뎌내 준 세 쌍둥이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지 50일이 넘었지만 아직 협의체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이 대표를 만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 대전협의 7가지 요구안도 변함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2월 수련 병원을 이탈한 직후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 7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는 “내년 봄에도 전공의와 학생들은 각각 병원과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2025학년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연일 날을 세우던 박 위원장은 민주당과는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와 현 사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문제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당과 앞으로도 종종 소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025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과 강청희 보건의료특위 위원장이 배석했다. 국민의힘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5개 단체 중 대한의학회,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조건 없는 휴학계 승인’을 조건으로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KAMC 관계자는 “휴학 승인 없이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KAMC는 지난주 각 대학에 휴학계 승인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다만 대학들이 KAMC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의대를 둔 수도권 대학 총장은 “내년에 2배로 늘어난 1학년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올해 1학년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교과과정을 이수해야 내년도에 보다 나은 여건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휴학 승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련 시행령 개정안 철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선결 조건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마땅히 시행돼야 할 조치”라며 “정부는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들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 진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8곳이 선정됐다. 24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1차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병원은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과 경북대병원, 경희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전북대병원, 중앙대병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상 감축 계획, 전공의 연속근무 단축 시범사업 참여 여부, 구조전환 이행계획 등을 평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028년까지 10조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를 위해 희망하는 병원에 한해 일반병상을 최대 15% 줄이고 중증환자 진료 비율은 70%로 높이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병원들은 필수의료 인력을 확대하고 일반병상을 줄이는 대신에 중환자실을 늘리며 중증 진료에 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선정된 병원을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대해 인상된 수가를 지급할 방침이다. 경증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회송할 때도 추가 보상을 받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매주 구조전환 지원사업 대상을 발표할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47곳 대부분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대본에서 공공병원의 필수의료 인력 유지를 위해 특별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경우 인건비 상한이 있다 보니 민간 병원과 급여 차이가 크고, 이 때문에 필수의료 인력 이탈이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고려대 안암병원·안산병원·구로병원 등 8개 병원이 선정됐다.24일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회의를 열고 지원사업 1차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경북대병원,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안산병원·구로병원, 세브란스병원, 전북대병원, 중앙대병원 등 8개 병원이 우선 선정됐다.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선정된 병원은 중증 진료 비중을 현재 50%에서 7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권역 내 협력 의료기관과 의뢰·회송을 활성화해 경증환자 진료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들 병원은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에 대해 인상된 수가를 적용받는다. 지난 달 정부는 중환자실 수가의 경우 현행 50%인 하루 30만 원을, 2~4인실 입원료는 현행 수가의 50%인 하루 7만5000원을 가산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이 경쟁보다 협력하는 상생 구조가 안착되고, 환자들은 중증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 진료를 줄여 확보된 진료 역량은 만일에 있을 응급환자 대응에 활용할 수 있게 돼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원사업에 더 많은 병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12월 말 이후까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모집할 계획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오전 9시에 출근해 환자 기록을 보다 오전 10시부터 외래 환자를 진료합니다. 그리고 환자 진료가 끝날 때마다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습니다.” 15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웨스턴대 산하 빅토리아병원 진료실. 이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4년 차 데니스 커리 씨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약물 중독 환자를 진료하고 약 처방을 한 뒤 옆방에 있던 지도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커리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환자에게 쉽게 설명하는 방법 등 진료 현장에서만 받을 수 있는 조언을 들었다”며 “일대일로 매칭돼 진료 후 바로 피드백을 받으니 전문의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의대 30위권에 대학 3곳이 이름을 올린 캐나다는 임상 중심의 의학 교육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빅토리아병원 정신과 수련 책임자인 제임스 로스 웨스턴대 교수는 “의대 실습과 레지던트 수련의 목표는 정확한 처방과 적절한 진료를 할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대생과 전공의 한 명마다 담당 교수가 배정돼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의대생도 일대일 임상 실습같은 날 빅토리아병원 정신과 병동에선 의대 4학년생 조너선 해밀턴 씨가 이재헌 웨스턴대 의대 정신과 교수와 함께 우울증 및 약물 중독을 겪는 환자를 진료했다. 진료를 마친 뒤 해밀턴 씨는 “우울증 약으로 세로토닌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다른 약을 쓸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고 이 교수에게 묻고 답을 들었다. 임상 실습 중인 해밀턴 씨는 이날부터 2주 동안 매일 4시간씩 진료실에서 환자 진찰, 검사, 처방 등을 교수와 둘이서 하게 된다. 의대 임상 실습 때 학생 6, 7명이 교수를 뒤따라가며 어깨너머로 보는 수준인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인턴 때 여러 과목을 배우고 레지던트 때 전공과를 정하는 한국의 전공의 시스템과 달리 캐나다는 대학 졸업 후 바로 전공과를 정하고 레지던트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의대생과 마찬가지로 레지던트 과정에도 담당 교수가 일대일로 지정돼 집중 수련을 한다. 정신과 레지던트라면 1∼2월은 기분장애를 담당하는 교수, 3∼4월은 중독을 전공하는 교수, 5∼6월은 성격장애를 담당하는 교수에게 일대일 수련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글렌 반디에라 캐나다왕립의사협회(RCPSC) 이사는 “레지던트는 근로자이면서 교육생”이라며 “환자 치료 방법 결정 등 전문의가 해야 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 교수 지도 아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했다. RCPSC는 캐나다 전역에서 전공의 수련 과정을 감독하고 전문의 자격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반면 한국은 대형 병원 전공과마다 수련 담당 교수가 있긴 하지만 전공의가 과마다 많게는 수십 명이나 되다 보니 개별 지도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 소재 대형 병원을 사직한 한 전공의는 “수련 담당 교수가 있긴 하지만 같이 진료를 보거나 시술 방법을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캐나다 의대와 병원에서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의대생과 레지던트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해밀턴 씨는 “지난해 임상 실습에서 환자 치료에 참여하면서 환자의 전반적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신과로 진로를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의대 정원 57.5% 늘려의대생과 레지던트에 대한 개별 지도가 가능한 것은 대학과 병원에 충분한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과대학협회(AFMC)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캐나다 의대 17곳에서 근무하는 전임 교원은 1만5226명인데 학생 역시 1만5000명 수준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교수 1명당 학생 1명꼴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난해 의대 40곳의 전임교원 대비 학생 수는 교수 1명당 1.69명이다. 여기에 내년도 신입생이 현행 대비 50%가량 늘어나고 유급생까지 더해지는 걸 감안하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 캐나다의 경우 같은 해 의대에서 전임 교원 1명이 담당하는 레지던트 수는 평균 1.99명이었다. 캐나다 명문 토론토대 의대의 경우 교원 1명이 담당하는 레지던트 수가 0.38명에 불과하다. 소수 정예로 수련을 하다 보니 6년 전공의 과정이 끝나면 관상동맥우회술, 관상동맥중재술 등 기본적인 심장 수술을 혼자 집도할 수 있게 된다. 의사 수 부족은 캐나다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캐나다가 2.8명으로 한국(2.6명)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었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자 캐나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1년 2000명에서 2021년 3150명으로 20년 동안 57.5% 늘렸다. 반면 한국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올해(3058명)보다 2000명(65.4%) 늘어난 5058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진통을 겪고 있다. 문병준 토론토대 산하 사우스레이크지역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캐나다는 교육과 수련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처럼 대폭 증원하는 대신 천천히 늘려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런던(온타리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개복 수술을 했는데 마지막 환자 복부 봉합은 간호사가 했습니다.”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뉴마켓 사우스레이크지역병원. ‘수술 전문 간호사(RNFA)’ 케런 치아 씨는 “방금 수술을 마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환자 옆으로 가서 모니터를 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이 병원에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없는 대신 수술 전문 간호사나 ‘전문 간호사(NP)’가 수술실과 중환자실에서 전공의 역할을 대신한다. 수술 전문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를 받아 절개, 상처 봉합, 출혈 조정 등을 맡는다. 캐나다 정부는 의사 부족 현상이 이어지자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간호사 역할과 규모를 확대해 일부 의사 업무를 대신하게 했다. 경력 2년 이상의 간호사는 캐나다수술간호사협회(ORNAC)에서 일정 기간 교육 과정을 마친 후 수술 전문 간호사가 될 수 있다. 이어 간호학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할 경우 전문 간호사가 된다. 국토가 한국의 100배에 달하는 캐나다는 토론토, 밴쿠버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환자들이 1차 의료를 담당하는 가정의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농촌이나 북극권에선 전문 간호사가 독립 진료를 하고 약도 처방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전문 간호사는 9235명에 달한다. 고령화와 함께 팽창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 전문 간호사와 수술 전문 간호사를 늘린 측면도 있다. 캐나다전문간호사협회(NPAC)는 “간호사는 의사보다 급여 수준이 낮아 전문 간호사와 수술 전문 간호사를 늘리면 의료비 지출을 줄이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캐나다 전문의 연간 급여는 30만∼45만 캐나다달러(약 3억∼4억50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전문 간호사는 10만5000∼12만5000캐나다달러(약 1억500만∼1억2500만 원), 수술 전문 간호사는 9만∼12만 캐나다달러(약 9000만∼1억2000만 원)가량을 받는다. 국내에선 의료 공백이 시작되자 올 2월 말 시범사업을 통해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수술 부위 봉합, 응급약물 투약 등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절개 등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 또 올 8월 국회에서 PA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됐으나 구체적인 업무 범위 등은 빠졌다. 의사들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등의 이유로 PA 간호사 제도화를 반대하고 있어 시행령으로 업무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뉴마켓=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미국 의대들은 지난 50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는 안정적으로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해컨색머리디언병원 암연구소장을 지낸 스티븐 서 디아그노신 대표(59)는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임상의사는 환자가 밀려 있다 보니 연구를 하기 쉽지 않고, 과학자는 임상 경험이 없어 제약 등의 연구에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바이오 제약사를 운영 중인 그는 “의사과학자는 의사와 과학자를 이어 주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로 임상 경험에 과학적 지식을 접목해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등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제약 분야에 필수 인재지만 한국에선 의사와 수입 차이가 크다 보니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충분한 연구비와 보상을 제공하며 197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미국 155개 의대 중 122개(78.7%)가 의사과학자 과정을 두고 있다.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 아이작 김 예일대 의대 비뇨의학과장(56)은 4일 인터뷰에서 “현재 중증 전립샘암 수술과 말기 임상 치료 관련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며 “연간 150건 정도 전립샘암 수술을 진행하고 매년 논문 10개를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재직 중인 예일대 비뇨의학과는 교수 1인당 연구비로 연간 25만 달러(약 3억4500만 원)를 지원한다. 의사과학자 교수들의 급여 역시 진료 교수의 70∼100% 수준을 보장한다. 미국 의대생들은 보통 학부를 졸업한 뒤 4년 과정의 의학전문대학원을 마치고 의사 자격(MD)을 취득한다. 하지만 의사과학자를 희망하는 경우 MD 과정과 함께 4, 5년 정도 추가 연구 과정을 통해 자연과학, 공학 등의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600여 명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되는데 5000명 이상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예일대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년 정원 104명 중 약 20명이 의사과학자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의사과학자의 활약은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 기준 화이자, 노바티스 등 상위 10대 제약회사 중 7곳에서 최고과학책임자로 의사 출신을 기용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 시장은 연평균 약 5% 성장하며 2027년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약 27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혹시 배가 아프거나 대변에서 피가 나온 적 있나요.” 3일 오후 미국 뉴욕시 퀸스의 프레시메도 센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김병문 씨(40)가 묻자 70대 아프리카계 여성이 “큰 이상은 없었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 여성은 지난해 10월 대변에서 피가 나오자 주치의를 통해 김 씨를 소개받았다. 이날 김 씨는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경과를 30분가량 자세히 물었다. 이 병원은 네트워크 병원인 ‘뉴욕 혈액 & 암 전문의들’이 뉴욕 시내에 보유한 64개 센터 중 하나다. 김 씨는 센터 2곳에 주 2, 3일씩 나눠 출근하며 주 50시간 근무한다. 그는 “미국은 항암치료에 대한 보상이 높아 한국과 달리 필수과인 혈액종양내과 인기가 높다”며 “일반 내과 의사(평균 4억3000만 원)의 1.5∼2배가량은 번다”고 말했다.● “보상 높으니 유능한 인재 유입” 지난달 30일 오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 내시경 센터. 장성욱 소화기내과 교수(52)는 “담석이 담관보다 커 담석을 깨야 한다. 여기서부턴 어려운 작업이니 직접 하겠다”며 전임의로부터 담도내시경 장비를 건네받았다. 이날 수술은 직경 3.3mm의 소형 내시경을 넣어 담석을 확인하고 레이저로 제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미국 4대 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장 교수는 췌담도 내시경 시술 전문가다. 주 5일 동안 50시간 근무하며 매주 평균 시술 36건과 외래 진료 12건을 진행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에 불과한 근무량이다. 전임의 데이비드 롱 씨(33)는 “미국에선 근무 후 회복 시간이 충분히 제공돼야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우수 인재들이 모여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본원은 고난도 내시경 시술에 집중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8명을 보유하고 있다. 또 내시경 센터에는 61㎡(약 18.5평) 크기의 수술실이 6개 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마취과 전문의, 간호사 2명, 전임의와 엑스레이 기사 등 최대 6명이 한 팀으로 초음파 내시경 등 첨단 장비를 갖춘 수술실에서 수술을 한다. 크기만 해도 한국의 내시경 수술실의 2, 3배에 달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우수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고난도 수술에 대한 보상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공보험 메디케어에 따르면 내시경을 활용해 상부 소화관 종양을 절제할 경우 한국 돈으로 최대 109만3000원을 받는데 이는 한국(19만4000원)의 5배가 넘는다.높은 수가는 필수과 전문의의 높은 연봉으로 이어진다. 미국 의사 80% 이상이 가입한 온라인 플랫폼 ‘독시미티’에 따르면 올해 전문의 연봉 1, 2위는 신경외과와 흉부외과로 각각 한국 돈으로 평균 10억5400만 원, 9억9500만 원이었다.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기준으로 한국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평균 3억7060만 원, 흉부외과가 4억8800만 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많게는 3배가량 차이가 난다. 보상이 많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도 챙길 수 있다 보니 국내에서 미국으로 터전을 옮기는 필수과 전문의도 적지 않다. ● 한국과 달리 필수과에 몰리는 전공의 중증 분야에서 고난도 시술을 할수록 보상이 많으니 필수과를 지망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도 많다. 중증 진료일수록 보상이 높다 보니 외과에선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내과에선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혈액종양내과 등 수술과 진료를 동시에 하는 필수과 선호도가 높다.미국의 경우 올해 심장혈관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신규 전공의 충원율이 각각 100%, 99.6%에 달했다. 필수과 중에서 경쟁률이 낮은 소아청소년과도 충원율 91.8%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말 진행한 레지던트 1년 차 충원율이 심장혈관흉부외과는 38.1%, 산부인과는 63.4%였다. 소아청소년과는 26.2%에 불과했다. 또 이번 의료공백 사태로 그나마 있던 필수과 전공의가 대부분 떠난 상황이다. 필수의료 전공의에 대한 대우도 다르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매년 8300만∼9700만 원가량을 전공의 개인에게 주고 별도 수련 비용을 병원에 지급한다. 병원 입장에선 전공의가 근로자이면서 고객이기도 한 셈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교육부학장 제임스 스톨러 교수는 “현재 수련 프로그램 124개를 운영 중인데 비용의 75%는 정부 지원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롱 씨도 “전공의 때 주 60시간 동안 커리큘럼에 따라 교수와 일대일로 수술 등을 하며 역량을 키웠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병원에서 연 5000만 원가량의 급여를 주고 ‘수련’ 대신 ‘일’을 시킨다. 4주 평균 주 80시간 초과 근무 비율도 52%에 달한다. 체계적 교육도 없다 보니 환자를 보면서 틈틈이 책을 보거나 교수님을 붙잡고 배워야 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레지던트로 일한 박진욱 켄터키주 루이빌대 신장내과 조교수(38)는 “한국에선 필수과가 돈이 안 되니 병원에서도 잘 뽑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수련을 마치고도 취직할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지역의사제로 입학한 의대생 대부분은 9년간 지역 의료에 종사하고 일부는 그 후에도 남습니다.” 15일 일본 나가사키현 후쿠에섬 고토중앙병원. 이 병원의 마에다 다카히로 낙도의료연구소장은 “연구 결과 지역의사제가 지방 의료 살리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일본에서 가장 섬이 많은 나가사키현은 1970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의대 6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신 일정 기간 낙도 등에서 일하게 했다. 일본 정부는 제도의 효과가 검증됐다고 보고 2008년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전국에 지역의사제를 확대 적용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정원 9384명 중 18.9%가 지역의사제에 할당됐다. 한국에서도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의료계 반대로 진척되지 못했다. 올 초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위헌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지역의사제보다 느슨한 ‘계약형 필수의사제’로 선회했다. 일본 의료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만으론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정원을 소폭 늘리며 지역의사제를 병행해 지역 의료를 살린 일본 사례를 한국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日, 의대 19% 지역의사제 선발… 6년 학비 받고 9년 의무 근무〈2〉 지방의료 살리는 日 의대교육입학금 등 6년간 8700만원 지원… 섬 실습으로 지역의료 관심도 높여“기간 못채우는 비율 10%도 안돼”… 韓 ‘계약형 필수의사제’ 효과 미지수“지역의사제가 없었다면 외딴섬 주민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7일 일본 나가사키현청에서 만난 무라사토 료 의료인력대책실 주임주사는 “지역의사제로 입학한 학생 중 의무 근무 기간 9년을 못 채우는 비율은 10%미만”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나가사키현은 수도인 도쿄에서 1000km가량 서쪽으로 떨어져 있다. 지역 의대는 나가사키대밖에 없는데 관내 섬은 971개에 달하다 보니 매년 배출되는 의대 졸업생 120명을 최대한 지역에 남기는 것이 과제였다.● “별도 정원으로 선발해 경쟁률 낮아”나가사키현은 ‘낙도 주민을 돌볼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장학금 형태로 1970년 지역의사제를 처음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지역의사제로 입학한 의대생에겐 입학금과 학비 전액, 도서 구입비, 생활비 등 6년간 약 8700만 원을 지원한다.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9년 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해야 한다. 무라사토 주사는 “의사들이 의무 근무 기간을 못 채우고 그만두면 지원금 원금에 이자까지 더해 반환해야 하는데 이자율 14.5%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만난 의사들은 지역의사제로 의사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효과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나가사키시에서 고속선으로 1시간 반 걸리는 후쿠에섬의 고토중앙병원에서 일하는 내과 전문의 노나카 후미아키 씨는 “후배 의사들을 보면 학비를 전액 지원해준다는 게 큰 메리트”라며 “지원받은 돈을 다 반환하면서 도시 의료기관으로 근무지를 옮기고 싶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지역의사제 시행 후 섬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후생노동성은 나가사키현 사례를 주목하고 2008년 의대 증원과 동시에 지역의사제 전국 확대 시행을 결정했다. 의대 인원을 2008년 7793명에서 2024년 9384명으로 20%가량 늘리는 동안 지역의사제 정원은 418명에서 1770명으로 4배 이상이 됐다. 전체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에서 18.9%로 늘었다. 별도 정원으로 뽑다 보니 지역의사제로 입학할 때 경쟁률은 다른 전형보다 낮은 편이다.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대 의대 종합진료과 교수는 “나가사키대 의대의 경우 올해 일반전형 경쟁률이 7.7 대 1이었는데 지역의사제 전형은 2.2 대 1이었다”고 했다. 일본의사협회의 이마무라 히데히토 상임이사는 “의대 입학이 어렵다 보니 의사가 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지역의사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유사 제도 도입, 효과는 미지수 과거 국내에서도 일본의 지역의사제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의료계의 반발에 부닥쳤다. 이 같은 논란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가타미네 시게루 나가사키대 의대 명예교수는 “일본에서도 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에게 졸업 후 근무지를 미리 선택하는 건 이르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한 끝에 도시와 지방의 의료 격차 문제가 너무 심각해 지역의사제 도입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대신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지역 의료기관 근무를 약속한 8개 필수과 전문의 96명을 대상으로 월 400만 원의 지역근무수당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별도 정원을 할당해 선발하고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근무하게 하는 일본보다 다소 느슨한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무나 강제 대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 공공병원의 경우 연봉을 5억 원까지 올려도 의사 구인난을 겪는 상황에서 인센티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또 다소 강제성이 있더라도 일본처럼 확실하게 지방 의료를 살리는 제도를 함께 도입했다면 증원 규모를 낮출 수 있어 의료계 반발이 지금처럼 크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낙도 실습 등으로 지역 의료 관심 유도 동아일보 기자가 후쿠에섬을 찾은 15일 나가사키대 의대생 일부도 섬을 찾았다. 나가사키대는 의대생 전원에 대해 5학년 때 1주일 동안 섬에 머물며 낙도 실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졸업반인 6학년은 희망할 경우 한 달 동안 섬에 머물며 병원에서 실습할 수도 있다. 지역 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차원이다. 지자체는 대학과 손잡고 후쿠에섬에 낙도의료연구소도 만들었다. 노나카 씨는 “저도 대도시(후쿠오카시) 출신이지만 18년 전 낙도 실습을 하면서 지역 의료에 관심을 갖고 지금도 섬에 남아 있다”며 “지방이다 보니 연봉도 더 높다. 그리고 의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낙도 의료를 경험해 보면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나가사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15일 일본 나가사키현 후쿠에섬의 무인기(드론) 회사 소라이나 사무실. 안내를 받고 옆 창고로 들어서자 드론 12개의 몸체와 날개가 보였다. 창고 밖 공터에는 드론을 쏘아 올리는 대형 발사대도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인근 섬 약국 등 9곳으로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며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10분 내, 가장 먼 곳에는 50분 내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지역의사제 도입 등 정책적 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 지방 의료 공백을 첨단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소라이나는 2022년 4월 일본 최초로 이곳에서 드론을 이용한 의약품 배송을 시작했다. 섬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처방전을 받고 섬의 약국을 찾았는데 필요한 의약품이 없으면 배로 보낼 때까지 며칠간 기다려야 했다”며 “드론을 이용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토시는 낙도의료연구소와 함께 대면 검사와 비대면 진료를 병행하는 이동식 의원 ‘모바일 카’도 운영 중이다. 먼저 간호사가 승합차를 개조한 차를 타고 섬을 돌며 진료가 필요한 주민을 만나고 초기 문진과 혈압 등 기본적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의사들이 검사 결과를 보고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화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고 처방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카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83세. 고토중앙병원 내과 전문의 노나카 후미야키 씨는 “귀가 잘 들리지 않거나 눈이 침침한 고령자도 간호사 도움을 받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법적 미비로 아직 의약품 드론 배송 등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전남 여수시, 충남 서산시 등 지방자치단체 14곳과 함께 드론을 활용해 섬 등에 생필품 등을 배달하는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서비스 품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약사법에서 비대면으로 의약품을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역시 현재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현재 의사들이 얼마나 활동하는지 잘 보여 주는 게 중요합니다.” 8일(현지 시간) 오전 네덜란드 중부 위트레흐트시. 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ACMMP) 회의실에 키스카 욜데르스마 사무국장 등 직원 10명이 캐주얼 복장으로 둘러앉았다. 이들은 동아일보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내년에 펴낼 인포그래픽 보고서 내용을 논의했다. 격주로 진행되는 정기 회의인데 정부 측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ACMMP는 의료 분야 79개 직종의 적정 인력 수를 3년마다 정부에 제언하는 기구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정부는 운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사무국은 의사 2명을 포함해 수학, 교육, 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 전문가 엘런 당커르스더 마리 씨는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의사 등 직종 종사자들이 중립성을 인정하고 추계 결과를 존중한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ACMMP는 유럽에서 의료인력 추계 시스템을 운영하는 19개국 협의체를 주도할 정도로 선진적 모델로 인정받는다. 사무국 직원들은 의사, 간호사 등 직종 분과로 나뉘어 전문가 100여 명과 추계 작업을 진행한다. 총 50가지 변수를 활용하는데 3년 주기 중 2년 이상을 데이터 수집에 할애한다. ‘오래 계획하고, 자주 추계한다’는 것이 사무국의 모토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인정받아 정부와 의사 모두 결과를 존중한다.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 역시 후생노동성 산하에 있지만 정부는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네덜란드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의사 수 추계 기관이 없다. 의료 공백 직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년간 28차례 만났지만 결론을 못 냈고 결국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최근에야 네덜란드와 일본 모델을 벤치마킹해 추계위원회 구성을 발표했지만 이미 신뢰가 사라진 의사들은 ‘들러리만 설 것’이라며 참여를 거부 중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선진국의 의사 추계 및 양성 시스템을 통해 의료 공백의 해법을 찾고자 네덜란드,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을 취재하고 전문가 50여 명을 만났다. 이들 국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같은 의정 갈등 없이 필수·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만큼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네덜란드, 의사 수 3년마다 추계… 데이터 수집에만 2년 쏟아〈1〉 ‘의사 수 논의’ 모범 네덜란드팬데믹 가능성-의료기술 발전 등… 50가지 변수 고려해 정원 산출정부, 지원만 하고 간섭은 안해… “기관 독립성-자료 객관성 가장 중요”“의사 등 의료인력을 추계할 때는 최대한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총 50가지 변수를 사용해 추계를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ACMMP) 사무국에서 일하는 통계학자 이베터 판 노르던 씨는 의료인력 추계 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데이터가 있어야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한 추론 대신 ‘12년 후 어느 지역, 어느 과에 의사 부족이 예상된다’는 것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ACMMP 사무국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기관의 독립성’과 ‘데이터의 객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야 추계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의사, 간호사 단체 등이 모두 납득할 수 있고 정부 정책에도 이견 없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계 주기 중 3분의 2 이상을 데이터 수집에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추계”1990년대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에는 별도의 의료인력 추계 기구가 없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을 결정했지만 지나치게 많이 뽑는 문제가 생겨 이후 정부에서 정원을 관리했다. 정부에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추첨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1990년대 후반 이번에는 의사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됐다. ACMMP에서 일하는 엘런 당커르스더 마리 씨는 “정부는 결국 의료인력 수는 전문가들이 모인 전문기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해당 직종 종사자, 교육과 수련을 맡은 대학과 병원, 돈을 지급하는 건강보험사 등 세 기관이 모여 합의하는 방식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정부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ACMMP 이사회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전문가 집단, 대학과 병원, 건강보험사에서 9명씩 추천해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지난해 기준으로 사무국 운영비 36억4600만 원은 모두 정부가 지원했다.사무국에서 10개 분과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추계 작업 역시 정부 개입 없이 이뤄진다. 역시 독립기관인 보건의료서비스연구소(NIVEL)와의 교차 검증도 진행된다. 마리 씨는 “정부와의 관계는 국회에서 대정부질의를 할 때 요청이 오면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가 전부”라며 “추계 과정은 굉장히 투명하고 명백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의대 2000명 증원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아직까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2022년 ACMMP는 보고서에서 현재 1만3492명인 주치의 수를 2027년까지 1190명(8.8%), 현재 2만5880명인 전문의 수를 1221명(4.7%)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고 정부는 받아들였다. 주치의는 한국으로 치면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이다. 다만 의대 정원은 2850여 명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는 수련 대기 인원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이 2.6명, 네덜란드는 3.9명이었다. OECD 평균은 3.8명이다.● “추계 위해 2년 이상 다양한 데이터 수집”ACMMP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를 할 때 총 50가지 변수를 활용한다. 변수에는 현재 활동 중인 의사 수와 향후 공급될 의사 수, 고령화 등 인구통계학적 변수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규 전염병 발생 가능성, 기술의 발전 등도 포함된다.하나의 변수에 대해 가능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교차 검증하기 때문에 3년 주기 활동 중 2년 이상이 데이터 수집에 소요된다. 이후 NIVEL과 함께 개발한 모델을 통해 추계를 진행한다. NIVEL 연구원 린다 플린테르만 씨는 “저희의 모델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며 “12년 후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키겠다는 목표로 3가지 시나리오를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12년은 의대에 입학한 학생이 실제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가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데이터에만 의존할 경우 빠질 수 있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델파이 기법’도 적극 활용한다. 각 협회에서 추천한 전문가 7명으로 익명 패널을 구성해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전문가 에흐버르트 클레버르스 씨는 “데이터로 추정이 어려운 사회문화적 변화, 기술 발전 동향 같은 변수에 대한 합의를 델파이 기법을 통해 이뤄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의사들도 ACMMP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증원이라면 받아들인다. 아우키어 플라허 네덜란드 의사 노동조합 책임이사는 “네덜란드 의사들은 추계 결과에 대해 집단으로 반발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함께 추계해 왔기 때문에 잘했을 것이란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위트레흐트·나가사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가장 중요한 것은 근거에 기반한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11일 일본 나가사키시의 나가사키항 메디컬센터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가타미네 시게루 전 의사수급분과회장은 2015년 12월∼2022년 1월 의사 수 추계기구 대표를 맡았던 경험을 돌이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수·지방의료 공백 문제가 제기됐던 일본은 2008년부터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후생노동성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했다. 정부 산하에 있지만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정부 측 인사는 논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나가사키대 총장이던 가타미네 전 회장은 “총 22명의 위원이 모여 6년여 동안 40번가량 회의를 했다”며 “22명 중 의사 출신이 13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환자 단체와 간호사 단체 출신 위원도 있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후생노동성은 회의가 열릴 때마다 발언자 명단과 주요 발언이 담긴 회의록을 모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가타미네 전 회장은 “결정 과정에 대한 근거를 정부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8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려 2007년 7625명이던 의대 정원이 올해 9403명이 됐다. 17년 동안 정원을 약 23% 늘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국 각지의 의료 수요와 공급량 등을 조사해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한 의사수급분과회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의사수급분과회에선 의사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일본의사협회의 이마무라 히데히토 상임이사는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한 번에 정원을 60% 이상 늘린다고 했으면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의대 교수들이 늘어난 학생들을 가르칠 시스템이 짧은 시간 안에 갖춰지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으냐”고 했다. 다만 현지에서 만난 일본 의사들은 어떤 경우에도 의사가 병원을 떠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마무라 이사는 “일본 사회에서 의사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다”고 했다. 가타미네 전 회장도 “반발의 대상은 정부인 만큼 국민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김소영 박경민 여근호(이상 정책사회부)}
“의대 증원 결정에 참고한 보고서를 보완해 나온 결론은 연간 4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2000명이 최소한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지출이 많아집니다.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습니다.”(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선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의사단체가 함께한 첫 공개 토론회였는데,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 2000명 증원 필요성, 의견 엇갈려 장 수석은 “의대 증원 결정에 참고한 보고서 3개에서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들 연구를 더 깊게 들여다보며 비현실적 가정을 보완한 결과 2035년에 실제로 부족한 의사 수는 2만 명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라는 점을 거론하며 “의사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강 위원장은 “의사 수가 적은 것과 부족한 것은 다르다”며 “부족하다면 문제가 생겨야 하는데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 대비 3년이나 길다”고 반박했다. 장 수석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증원과 관련해 37차례 협의했고 여러 의사단체에 적정 증원 규모를 물었는데 종합병원협회만 3000명이란 답을 줬다”고 했을 때는 방청석에서 ‘거짓말’이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응급실 뺑뺑이’ 해법도 달라 중증·응급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해법도 엇갈렸다. 장 수석은 “응급실 문제는 의료개혁의 계기이기도 하다”며 “응급의학과 및 배후 필수과 전문의가 지방으로 갈수록 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많은데 이들이 응급 진료를 안 하는 게 문제”라며 “소송 리스크와 저수가, 배후 필수과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맞섰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일본처럼 시스템을 바꿔 대기 인력에 투자하고 병상을 비워 놓는 것에 보상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교육부가 최근 의대 교육 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겠다고 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오해’라고 했다. 장 수석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조기 졸업 규정이 있다”며 “의대생이 복귀하면 해당 규정을 활용해 집단행동을 한 시간만큼 교육 프로그램을 단축하거나 방학 등을 활용할 여지를 주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의대 본과 수업계획표를 화면에 띄운 후 “의대 본과 과정은 고교 4학년이라고 할 정도”라며 “(교육과정 단축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비대위가 대통령실에 초청 의사를 전해 마련됐다. 양측은 의견 접근을 이루진 못했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대화를 이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비대위는 당사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을 대변할 수 없다”며 “의료농단 주범들과 야합하는 이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수석이 제정신이 아닌 걸로 봐서 40명쯤 늘려야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 환자 1명이 병원 34곳에서 465번에 걸쳐 수면진정제 졸피뎀 1만1207개를 처방받는 등 ‘마약류 쇼핑’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투약 이력을 실시간 확인한 후 처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상위 20명은 의료기관 52곳에서 1인당 평균 5658개를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 평균 처방량(260.5개)의 약 22배다. 졸피뎀은 처방량 상위 20명이 전체 평균(88.3개)의 60배에 달하는 5315개(1인당 평균)를 처방받았다.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는 상위 20명이 1인당 평균 4950개를 처방받아 전체 평균(198.4개)의 25배에 달했다.지난해 졸피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를 각각 처방받은 상위 20명, 총 60명을 조사한 결과 38.3%는 3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다니며 약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다닌 환자도 3명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의료기관 32곳에서 139번에 걸쳐 졸피뎀 3619개를 처방받았고, 다른 한 명은 의료기관 13곳에서 ADHD 치료제 8658개를 54번에 걸쳐 처방받았다.전 의원은 “현재 의사가 실시간으로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약물은 펜타닐 성분 뿐”이라며 “마약류 처방 전 의사가 투약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62)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유를 묻자 “부부 모두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연명치료 안 받은 사망자 6년간 33만 명 이 씨 부부처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만720명으로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첫해인 2018년(3만1765명)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되면서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2023년 6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만7097명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의사 2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 과정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이 씨 부부처럼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244만 명이 사전의향서 등록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두려면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지난해 말 기준)을 찾아 상담한 후 관련 서류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전의향서 등록자는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57만3937명으로 5년 만에 5.7배가 됐다. 누적 등록자는 올 6월까지 총 244만1805명이다. 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의료 중단이 안 이뤄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의원 시절 존엄사법 통과를 주도한 원혜영 웰다잉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다”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통해 현재 삶의 의미를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임종을 앞두고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지난해 연간 7만 명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20%를 넘어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후 5년 만에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만720명으로 존엄사법 시행 첫해인 2018년(3만1765명)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됐다.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먼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 직전이란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후 환자나 환자 가족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같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마지막 존엄을 지키고 싶다’며 아프기 전 미리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전의향서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한 사람은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57만3937명으로 5.7배가 됐다. 누적으로는 올 6월까지 총 244만1805명이다.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를 먹으며 ‘웰다잉’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만큼 연명의료 중단은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삶, 억지로 연장 안해”…5년간 38만명 연명치료 거부하고 떠나“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62)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유를 묻자 “부부 모두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씨는 또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연명치료 안 받은 사망자 5년간 33만 명이 씨 부부처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만7097명에 달한다.지난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숨진 환자는 7만720명으로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의 2.2배가 됐다. 올 상반기(1~6월)에도 3만4433명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는 해당기간 사망자 19.4%에 해당한다.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의사 2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이 씨 부부처럼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구성원의 합의 중 하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244만 명이 사전의향서 등록‘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고 싶다’며 미리 사전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올 상반기까지 244만1805명에 달한다. 사전의향서 작성을 위해선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지난해 말 기준)을 찾아 상담한 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올리면 된다.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의료 중단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내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만큼 존엄사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회장은 “통증 완화가 되지 않는 말기 암 환자 등 조력 자살을 희망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국회의원 시절 존엄사법 통과를 주도한 원혜영 웰다잉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을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다”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통해 현재 삶의 의미를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교육부가 전날(6일) 발표한 의대 교육과정 단축 방안을 질타하며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교육 기간을 단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교육부를 옹호했고 윤 대통령 사과 요구에는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야당 “의대 수업이 덤핑이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복지위 국감임에도 전날 교육부에서 발표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 중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집중 공세를 폈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의대 교육과정 공백을 해결하라고 하니 의대 교육을 줄인다고 한다”며 “의대 교육이 덤핑 물건이냐. 시중에서 정작 줄여야 할 것은 윤 대통령 임기란 말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도 “수의대가 6년인데 의대가 5년이면 국민 목숨이 개돼지보다 못하다는 말인가”라며 “의사를 관리하는 복지부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의대 교육 단축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교육 기간 단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일률적으로 6년제에서 5년제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학교 사정에 따라 교육의 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교육 기간 단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공보의 대형병원 파견 전면 재검토” 이날 국감에선 의료공백 이후 의료 취약지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이탈한 대형병원으로 파견한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비수도권에서 공보의를 차출해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 파견한 걸 두고 “어려운 집 곳간 털어 대감댁 시주한 격”이라고 했다. 서 의원도 “실효성이 없는 공보의를 파견하고 의료대란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조 장관은 “지역의료 공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공보의 배치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조 장관은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해 “주무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사과는)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라고만 밝혔다. 야당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는 “자리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이 “2025학년도 증원은 요지부동, 불변이냐”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복지부 “자생한방병원 감사 검토” 민주당은 첩약 건강보험 적용 2차 시범사업과 관련해 자생한방병원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올 3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특허를 갖고 있는 첩약이 2차 건강보험 시범사업 대상으로 인정된 배경에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신 이사장은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의 장인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신 이사장 차녀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해 준 사람이 윤 대통령이고, 이 비서관의 부인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정도로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 윤 대통령과 연관 있다고 단정 짓는 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유와 근거를 알아보고 필요하면 감사도 검토하겠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휴학은 개인의 권리인데 오늘(6일) 발표된 교육부 대책은 제한적으로만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22)은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육부의 ‘복귀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서울대 의대가 지난달 30일 정부의 ‘휴학 유급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휴학을 승인해 일단 1학기만 휴학 처리가 된 상태다. 의대생 수업 거부 사태 이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김 회장은 “저는 2월 20일에 휴학을 신청했는데 최근에야 휴학이 승인됐다”며 “학생들이 개별 판단에 따라 휴학을 신청한 것인데 교육부는 ‘정당하지 않다’고 주관적으로 결론을 내고 개인의 권리를 억압해 왔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이날 의대를 6년 과정에서 5년 과정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올해 11월 중순까지 돌아와도 1년 치 수업을 끝낼 수 있다고 한 것을 두고선 “의대 수업은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에 진행되고 방학도 길어야 3주인데 압축적으로 수업을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또 “수업을 압축하면 실습 기간도 줄여야 하는데 학생들은 정상적 의대 교육을 받고 능력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며 “의대 교육 선진화를 내세우는 교육부가 압축 수업, 무수업 진급 등을 언급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도 증원이 정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전국 의대 40곳의 예과 1학년이 지난해의 2.5배인 7500여 명으로 늘면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금도 서울대에선 해부학 실습을 한 조에 10명씩 진행하고 있어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학생은 3, 4명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1학년은 교양 수업이 많아 교육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을 두고서도 “예과도 엄연히 인증된 의대 정규 교육과정”이라며 “정부는 의과학자 양성을 이야기하면서 예과에서 배우는 자연과학이나 기초의학 학문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그는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대화를 할 수 있는데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하고, 수업을 안 받아도 그냥 진급하라는 상황에서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흉부외과 전문의를 지망했던 김 회장은 자신의 근황에 대해 “임상의사가 되는 것만 길은 아닌 것 같아서 코딩 공부도 하고 창업 관련해서도 알아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이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4일만 해도 대학 총장들을 불러 ‘휴학 불가’ 방침을 강조했던 교육부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2025학년도 학사 정상화를 목표로 미복귀 학생이 내년 학기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동맹 휴학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증빙 서류를 내며 휴학 사유를 소명할 때만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휴학 승인 없이 지속적으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유급 및 제적 등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고 각 대학에 당부했다. 이번 조치로 내년 전국 의대 예과 1학년의 경우 지난해의 2.5배인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또 휴학 승인으로 내년 신규 의사 3000명 배출이 중단되는 등 예상되는 의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 측이 원하면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터 주기로 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은 “휴학은 개인의 권리인데 이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5곳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대 교육 기간 단축은) 대놓고 의대 교육 부실화를 고착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교육부 “의대 과정 6년→5년 추진”… 의료계 “부실교육 될 것”[의료공백 장기화]정부 “일률 전환 아닌 원하는 경우시행령 수정”… 예과 1년 단축 거론‘내년 3월 복귀 조건’ 휴학 승인엔… 대학들 “정부, 책임 떠넘기기” 반발교육부는 6일 의대생 본인이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고, 내년 1학기 학교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휴학 승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각 대학에선 “아프다는 가짜 서류라도 받아 두라는 말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두고선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대학들 “휴학 승인 책임 떠넘기기”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에서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복귀 시한을 정하고 학생들을 설득하되 휴학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각 대학은 제출된 휴학원 정정 등 별도 절차를 통해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휴학 승인 없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학생은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미등록 제적된다. 휴학이 승인됐더라도 내년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 또는 제적 대상이 된다.대학에선 “동맹휴학 불허 방침은 달라진 게 없는데 휴학 승인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이 승인한 휴학이 동맹휴학에 해당하는지 등을 점검해 내년부터 재정지원에 반영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도 학칙상 개인 사정으로 인한 휴학이 가능하다. 질병이나 군입대 사유가 아니면 동맹휴학으로 보고 휴학 승인이 안 된다고 해놓고 이제 와 서류를 보고 각 대학이 판단하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했다.의사단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은 “협회와 의대 학장들은 정부의 학사 정상화 방안을 단호히 거부한다.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의대 5년으로 줄이면 부실 교육”교육부는 휴학 승인으로 의대생 연내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신규 의사 공백을 줄이기 위해 총 6년인 현행 의대 교육과정(예과 2년, 본과 4년)을 대학이 원할 경우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교육부는 “의대를 일률적으로 5년제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현행 6년제를 유지하되 원하는 대학이 학사 운영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의대, 한의대, 수의대 등의 교육과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6년으로 규정돼 있다. 교육계에선 시행령을 고쳐 교양 과정 위주인 예과를 1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교육부는 또 의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시 시기를 유연하게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2개 학기를 넘는 연속 휴학은 제한하는 규정을 학칙에 추가하라고도 했다.의료계에선 의사 배출을 위해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단축할 경우 의학교육 질 저하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학 발전에 따라 각종 실습이 늘어나는 등 의대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내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의대 교육기간을 줄이면 부실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