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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제가 어울리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덕후였는데…”27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위치한 나스닥 빌딩. 기술주들의 고향인 이곳에서 마주친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네이버웹툰이 공모가 주당 21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직후였다. 김 대표는 만화를 좋아하는 ‘네이버 사원’으로 시작해 김규삼, 손제호, 조석, 기안84 등 쟁쟁한 작가들을 웹툰 무대에 끌어들이며 웹툰 시장을 연 인물이다. 네이버웹툰이 네이버로부터 분사하고 미 증시 상장에 성공함에 따라 김 대표는 사원 출신 ‘창업자’로서 1000억 원에 가까운 주식 부자가 된 월급쟁이 성공 신화가 됐다. 네이버웹툰의 북미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상장 직후 주가가 장중 14%까지 치솟으며 상장 첫날 흥행 몰이에 나섰다. 종가로는 공모가보다 9.5% 높은 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약 29억달러(약 4조2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김 대표는 이후 간담회에서 “나스닥 상장식에서도 얼떨떨했다. (2000년대 초반) 엄청난 만화 팬이라 더 많이 보고 싶은데 당시 출판 시장이 어려워 새로운 콘텐츠가 안 나오는 상태였다”며 “어떻게 하면 신작을 많이 볼까 고민하다 웹툰 플랫폼을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좌절할 때 만난 준구”“저는 지금 네이버 웹툰이 성공했을 때를 가장한 시트콤을 찍고 있는 것 같아요.(‘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처음엔 정말 작게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글로벌 서비스가 되다니 얼떨떨합니다.(‘노블레스’ 손제호 작가)” “예전에는 작가들이 수입 때문에 만화계를 떠났어요. 여자친구 집에 만화가라고 소개하면 그냥 밥이나 먹고 가라 느낌의 직업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의사도 그만두고 웹툰을 한다는 말에 위상의 변화를 실감합니다.(‘천리마 마트’ 김규삼 작가)” 나스닥 상장을 기념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팬 사인회를 마치고 온 작가들의 표정도 김준구 대표 만큼이나 어리둥절해 보였다. 해외 팬들이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고도 했다. 이들은 2000년대 김준구 사원을 만나 ‘정통 만화가’들이 “그게 만화냐”라고 경시했던 웹툰 초창기에서 20년 만에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는 자리가 믿어지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드라마라도 만들어졌던 ‘쌉니다 천리마마트’ ,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로 유명한 김 작가는 20대의 끝자락이던 2006년 김준구 사원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만화가는 출판 잡지를 통해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연재에서 잘리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다고 느끼던 29살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직업은 다 이유가 있구나’, ‘내 20대를 버렸구나’ 좌절하며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려는데 준구가 전화했다”며 “지금도 분당에서 준구를 만났던 때가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학 중퇴까지 하며 시작했던 만화가 끝이 났다고 생각했을 때 웹툰으로 그릴 통로가 생겼고 그때 쓴 작품이 ‘정글고’”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주주로서도 가족이 되고 싶었다”며 10억 원 가량을 웹툰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고 한다. 손 작가는 “해외에서 의외의 독자가 연락을 해오고,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직업 만화가가 요즘에는 초등생이 선호하는 직업이 됐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작품을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만들기 보다 국내 독자들에게 일단 재미있게 써보자라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주식에 관심이 없어 “안 살 것”이라면서 “아는 형(김준구 대표) 한테 좋은 일이 생겼나보다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 “넥스트 피카추? 월가 반응 좋다”“처음에는 1억 버는 작가를 만들자, 그 다음에는 10억…크리에이터들이 잘돼야 우리가 잘된다는 게 강력한 플랫폼이 됐다.” 작가들의 ‘아는 형’ 김준구 대표는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앵커 투자자로 기업공개(IPO)에 참여하는 등 월가의 반응이 좋았던 이유로 크리에이터 플랫폼 생태계를 들었다. 미국 작가들이 미국 네이버웹툰 플랫폼에 늘어나면 이를 본 프랑스 작가들이 차며하며 전세계적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 블랙록이 우리의 비전을 높게 평가한 것은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능력있는 작가들의 놀이터가 됐다는 의미다. 이어 “웹툰 초창기에 한 만화학과 교수님이 ‘왜 웹툰 작가를 만화가라고 하는 인터뷰가 나오느냐’는 항의 전화를 걸어 왔다. 그 때 이를 악물고 작가들의 위상을 올려보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나스닥 상장날 당시 일이 생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김용수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나도 이력서 한장 들고 무작정 김 대표를 찾아가 ‘웹툰에서 일하고 싶다’고해 입사했다”고 웃으며 “전 세계적으로 2400만명의 창작자가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와 있고, 5천500만개의 콘텐츠가 있는데 ‘넥스트 해리포터’, ‘넥스트 피카츄’는 여기서 나올 수 있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어필이 됐다”고 설명했다.김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아시아의 디즈니’”라며 “이는 디즈니처럼 훌륭한 작품들을 글로벌로 배급할 수 있는 배급망과 지식재산(IP)을 갖춤과 동시에 디즈니처럼 100년 넘게 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 타종 행사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네이버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관계를 물으면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살다가 아들이 독립하고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한다”며 “이해진 GIO에게 ‘아버지는 독립한 아들에게 아들아 나보다 더 성공한 삶을 살아라.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말하면 된다’고 하자 이 GIO도 맞다며 웃었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80·사진)이 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토의에 참석해 6·25전쟁을 거론하며 “죽음과 파괴 속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며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아동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26일(현지 시간) 열린 안보리 연례 공개토의 ‘아동과 무력 분쟁’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전쟁 중 아동 인권 침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K웹툰’으로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인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시까지 진출했다. 기업 가치가 3조7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부모님 몰래 숨어서 보던 만화가 K웹툰으로 거듭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대형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27일(현지 시간) 공모가 주당 21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종목 코드 ‘WBTN’이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18∼21달러) 가운데 가장 높은 21달러로 결정돼 청약에 흥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웹툰을 이끈 김준구 대표는 총 900억 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웹툰 산업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상장은 네이버웹툰이 2005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1분기 기준 150여 국가에 진출해 월간 활성 이용자 1억6900만 명을 확보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5500만 개의 콘텐츠를 보유했으며 창작자는 2400만 명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마스크걸’ 등 100개 이상의 웹툰 IP가 영상 콘텐츠로 제작됐다.● 네이버웹툰 美증시 진출 네이버웹툰의 북미 소재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 주를 발행하고 3억1500만 달러(약 4400억 원)를 조달할 전망이다. 기업 가치는 약 27억 달러(약 3조7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후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63.4%를 보유한 지배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또 다른 주주인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는 지분 24.7%를 보유한 주주가 된다. K웹툰이 인기를 얻으며 웹툰엔터테인먼트 매출액은 지난해 12억8200만 달러(약 1조77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10억 달러) 약 20%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지식재산(IP)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만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려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IP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디즈니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 영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이 된 것을 벤치마킹할 방침이다. 네이버웹툰도 웹툰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은 그동안 ‘원 스토리 멀티 유스’ 구호를 앞세워 스토리 IP 확장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보유한 웹툰이나 웹소설 콘텐츠를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은 100편 이상이며, 웹툰 원작 게임은 70개 이상이다. 웹툰·웹소설 단행본은 200종이며, 2차 사업화가 이뤄진 작품은 총 900편 이상이다.● 성공 비결은 창작자 중심 생태계 구축 네이버웹툰이 만화 종주국인 일본과 미국에서까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스토리를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6년 ‘도전 만화’ 코너를 마련해 창작자라면 누구라도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독자들의 인기를 얻은 작품을 모아 놓은 ‘베스트도전’으로 창작자 중심 웹툰 생태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웹툰 서비스 ‘웹툰’에서는 현지 아마추어 창작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이를 통해 공짜로 보던 웹툰을 산업으로 변신시켜 창작자에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8억 달러(약 3조8900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 이 같은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가 콘텐츠 다양화를 이끌어내며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한국 웹툰 시장의 성공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에 적합한 형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네이버 웹툰이 200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단순히 만화책을 스캔해 인터넷에 올리는 형식이었다. 당시 세계 만화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었다. 한국 웹툰 업체들은 책장을 넘기는 기존 만화와 달리 인터넷의 스크롤에 적합하도록 내용과 형식을 바꿨다. 이 같은 방식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웹툰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나스닥 상장까지 이끈 일등공신은 김준구 대표다. 김 대표는 총 900억 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주당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시 김 대표는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과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받게 된다. RSU를 제외해도 9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된다. 네이버웹툰 담당 실무자로 시작한 김 대표는 조석과 기안84, 김규삼 등 다수의 인기 작가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안착시킨 인물로 꼽힌다. 웹툰으로 발생한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파트너스 프로핏 셰어(PPS)’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부모님과 함께 떠나며 불타는 마을을 목격하던 인간적인 고통은 지금까지도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80)이 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토의에 참석해 자신이 어린 소년 시절 겪었던 6·25전쟁을 털어놨다. 그는 “죽음과 파괴 속에서 피난하며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며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아동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6일(현지 시간) 안보리 연례 공개토의 ‘아동과 무력 분쟁(Children and Armed Conflict·CAAC)’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상기시키며 전쟁 중 벌어지는 아동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2019년 6월 이후 5년 만에 유엔 안보리 무대에 돌아온 반 전 총장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제안으로 창설된 국제사회 원로 그룹(디 엘더스·The elders) 부의장 자격으로 이날 토의에서 연설을 맡았다.반 전 총장은 “지난해 아동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2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아동 살해 등이 35% 늘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무력 분쟁 과정에서 어린이는 가장 무고한 희생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아동과 무력 분쟁’ 사무총장 연례 보고서에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명단에 포함한 된 것을 두고 “책임자 확인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하며 “세계 어디에서든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면책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최근 신 냉전의 연장선으로 안보리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반 전 총장은 “평화 및 안전 수호라는 측면에서 안보리를 중심으로 두는 시스템은 낡고 비효율적”이라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상임이사국이 1945년 부여된 거부권을 남용하면서, 안보리는 분쟁 앞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대북 제재 등에 대해 의견이 갈리며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왜 미국 사람들의 물병은 저렇게 클까?”뉴욕에서 요가나 필라테스 클래스를 가끔 가면 늘 그들의 물병 크기에 놀라게 된다. 1리터가 넘는 생수병을 늘 이고 다니는 느낌이랄까. 카페에서도 자기 물병을 챙겨온 이들이 많다. 심지어 레스토랑에 망치처럼 생긴 커다란 물병을 들고 온 여성을 보기도 했다.올해 1월 미국 대형마트 타깃에서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물병이 출시됐을 때는 마트 앞에 전날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미친 듯이 뛰어가 물병을 잡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다. 무려 40oz(1.2리터)짜리 이 브랜드의 물병은 한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45달러)의 10배가 넘는 수십만 원 이상으로 몸값이 올랐다.영상 속 물병의 주인공은 바로 ‘스탠리’다. 그저 물만 담으면 될 물병을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기업이다. 올 초에 거의 모든 미국 언론사가 스탠리 열풍을 다루었고 이제는 지나간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한 번 유행이 시작되면 수년간 지속된다고 한다. 스탠리가 유행에서 사라진다 해도 다른 물병 브랜드들이 제왕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유치원 입학과 동시에 모든 아이들은 항상 물병을 들고 다니다 보니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민감한 아이들은 물병 브랜드에 눈을 뜨곤 한다.도대체 왜 물병일까? 궁금해 뉴욕시에 거주하는 20대들에게 물어봤다. 대학생 알레시아 알레산드라(22) 씨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물병 브랜드가 마치 가방처럼 ‘지위의 상징’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알레산드라 씨는 “나도 고교 시절에는 쿨하고 부자인 아이들을 따라 멋진 물병 여러 개를 모으곤 했다. 물병이 요가복 브랜드와 더불어 ‘지위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단순히 물병 자체가 인기 있다기보다 요가복 트렌드의 완성본처럼 하나의 ‘룩’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102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틈틈이 레몬 물을 먹는 건강한 여성상’을 상징하는 ‘클린 걸’ 트렌드가 확산돼 20대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들도 프리미엄 물병과 요가복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짧은 동영상 세대인 이들은 물병, 요가복, 운동,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등 라이프스타일을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고 물병은 이를 대변하는 상징인 셈이다.알레산드라 씨는 “물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물병도 점점 커져서 (1.2리터짜리) 스탠리 물병 유행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글레이디스 곤잘레즈 씨(26)도 기자에게 “물 마시기가 ‘웰니스’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 물병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 된 것”이라며 “환경을 생각하면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미국에서는 이 같은 물병 열풍으로 스탠리뿐 아니라 하이드로 플라스크, 오왈라, 예티 등 프리미엄 물병 브랜드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예티는 올해 4월 뉴욕 플랫아이언 지역에 전용 매장까지 냈다. 마치 ‘룰루레몬’이 프리미엄 요가복 시장을 열었고 ‘알로’ 등 새로운 요가복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과 비슷한 전개다. 뉴욕타임스(NYT)는 “물병이 패션 액세서리가 된 후 지위의 상징으로서 색깔, 옷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물병 인기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스타일은 물병의 해”라고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트럼프가 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뜨거워질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 16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물가는 바이든 탓’이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27일 열리는 이번 대선 첫 TV토론을 앞두고 고물가가 누구 탓인지, 누가 해결사인지 커지는 논란에 경제학자들도 뛰어든 모양새다. 25일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은 “우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경제에 미칠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에서 이들은 “우리 각자는 다양한 경제정책의 세부사항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바이든의 경제 의제가 트럼프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서한에 서명한 16명의 학자 중 애컬로프 교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들은 특히 “많은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예산으로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이는 에버코어, 알리안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등 (금융계) 초당파적 연구자들도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소득세를 대폭 인하하는 대신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려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는데 이것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번 서한은 첫 TV토론에서 물가와 경제 이슈로 두 후보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미 CBS방송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10명 중 6명이 경제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등 경제 호황에도 오랜 고물가에 따른 불만이 높아지는 추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바이든 공격에 활용해 왔고,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가 잡혀 가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16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 경제에 대한 주요 투자를 법으로 제정했고, 이런 투자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미국 국민은 어느 대통령이 더 많은 돈을 주머니에 넣어줬는지 알려주기 위해 쓸모없는 노벨상 수상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경제의 적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임을 재차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최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며 장기화된 고금리로 자금 압박에 시달려 온 리비안으로선 ‘탄탄한 동아줄’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표 직후 리비안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장중 50% 가까이 뛰었다. 폭스바겐은 25일(현지 시간) “리비안에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 4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합작회사 설립안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리비안의 전기차 핵심 기술을 활용하고, 리비안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매진할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은 해당 합작회사가 “첨단 소프트웨어를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구동되는 차량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R 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에서 “파트너십을 통해 리비안의 소프트웨어 및 전자 플랫폼이 폭스바겐이 구축한 글로벌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도 “양사의 협력으로 차량에 대한 최고의 솔루션을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마련하겠다”며 “기술과 경쟁력을 모두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대항마’ 혹은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리비안은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인 2021년 11월 나스닥에 상장해 돌풍을 일으켰다. 상장 하루 만에 주가가 30% 급등하며 거대 자동차기업인 포드와 GM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리비안은 차량 1대당 손실액이 3만9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으며, 조지아주 공장 건설 계획도 중단한 바 있다. 막대한 실탄을 보유한 폭스바겐과 리비안이 손잡음으로써 테슬라, 비야디(BYD) 등이 겨루고 있는 전기차 경쟁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사다. 다만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개릿 넬슨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발표가 리비안에 대한 신뢰도를 올리긴 했지만 리비안이 운영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트럼프가 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뜨거워질 것이다.”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 16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물가는 바이든 탓’이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27일 열리는 이번 대선 첫 TV토론을 앞두고 고물가가 누구 탓인지, 누가 해결사인지 커지는 논란에 경제학자들도 뛰어든 모양새다.25일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조지 애커로프 조지타운대 교수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은 “우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경제에 미칠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에서 이들은 “우리 각자는 다양한 경제정책의 세부사항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바이든의 경제 의제가 트럼프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서한에 서명한 16명 학자 중 애커로프 교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들은 특히 “많은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예산으로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이는 에버코어, 알리안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등 (금융계) 초당파적 연구자들도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는 재집권하면 소득세를 대폭 인하하는 대신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려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는데 이것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번 서한은 첫 TV토론에서 물가와 경제 이슈로 두 후보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미 CBS방송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10명 중 6명이 경제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등 경제 호황에도 오랜 고물가에 따른 불만이 높아지는 추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바이든 공격에 활용해 왔고,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가 잡혀가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16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 경제에 대한 주요 투자를 법으로 제정했고, 이런 투자는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미국 국민은 어느 대통령이 더 많은 돈을 주머니에 넣어줬는지 알려주기 위해 쓸모없는 노벨상 수상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경제의 적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임을 재차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꺾이던 엔비디아 주가가 반등에 성공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6.8% 상승해 전날 하락 분을 회복하며 126.09 달러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3조 달러가 넘는 엔비디아의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 상승 마감했다. 엔비디아가 속해 있지 않은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0.8%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이날 다시 급등했지만 시가총액은 약 3조1000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3조3500억 달러), 애플(3억21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18일 시총이 3억3400억 달러까지 올라 하룻동안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이후 주가가 급락하며 ‘1일 천하’에 그쳤던 탓이다. 엔비디아의 반등에도 시장에선 여전히 인공지능(AI) 과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AI를 믿지만 지난 한 달 동안 과열 조짐이 있었다”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2일 엔비디아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40% 가까이 뛴 것이 과열됐다고 본 것이다. AI랠리의 또다른 복병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다. 9월과 11월 인하를 두고 시장의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연준 내에서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매파인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이민과 공격적인 재정부양이 미국 인플레이션을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우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다시 오를 경우 금리를 다시 인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리사 쿡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더 급격히” 떨어질 수 있고, “어느 시점에서 경제의 건전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리튬 배터리는 일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튬 배터리가 장착된 기기를 사용할 때는 열·수분·충격을 주의해야 한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전기차, 전기킥보드, 보조배터리, 디지털카메라 등에 배터리가 장착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생산 중인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모두 리튬 배터리를 활용한 제품이다. 아리셀 배터리와 사용처가 다소 다르지만 화재 위험성이 큰 리튬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2006년 일본 배터리를 장착한 델 노트북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트북 400만 대 이상을 리콜할 정도로 배터리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고였다. 2017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에서도 배터리 발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조사 결과 배터리 결함에 따른 화재임을 인정했다. 전기자전거나 킥보드의 경우 일부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과충전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노트북, 골프 거리측정기, 보조배터리 등을 비행기 탑승 시 수하물에 싣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산업 현장에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도 약 3300㎡에 달하는 넓은 장소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면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7월에는 호주에서 테슬라 에너지가 제작한 무게 13t의 대형 배터리인 ‘메가팩’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만 나흘이 걸리기도 했다. 사건 사고가 이어지면서 미국 뉴욕에서는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리튬 배터리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9월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이동기기에 대한 안전인증 제도 의무화를 담은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또 뉴욕의 대형 아파트들은 전기자전거의 보관을 전면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엄승욱 한국전기연구원 이차전지연구단장은 “전동킥보드의 경우에는 햇볕에 노출되고 길거리에 방치되는 경우가 유독 많기 때문에 배터리 화재 위험 예방 조치가 더 세심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승일 한국소비자원 전기전자팀장은 “배터리가 고온이나 물, 충격 등에 자주 노출되고 노후화되면 화재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KC마크가 붙은 배터리를 확인해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진격의 엔비디아가 ‘1일 천하’ 엔비디아로 내려앉았다. 18일(현지 시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뛰어넘어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찍은 지 하루 만에 주가가 급락한 엔비디아는 3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최고점 기준 5000억 달러(700조 원)가 날아갔다. 시총 순위도 3위로 떨어졌다. 특히 24일 뉴욕증시에선 주가가 6.7% 하락하며 이날 하루 만에 시총 2080억 달러가 사라졌다. 1년새 주가가 3배 이상 뛰어오르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엔비디아에 제대로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고개를 들던 ‘인공지능(AI) 거품론’도 다시 불거지며 AI 관련주들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뉴욕증시 ‘AI 블랙 먼데이’ 엔비디아 상승세를 타고 함께 주가가 상승했던 AI 관련 반도체 기업들은 엔비디아가 하락하자 줄줄이 폭락하며 ‘AI 블랙 먼데이’(월요일 증시 대폭락)를 형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 이상 떨어졌으며,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8.7%)와 델(―5.2%), 퀄컴(―5.5%), 브로드컴(―3.7%) 등이 모두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주 대주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9500만 달러(약 1320억 원)어치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일종의 경고음으로 작용했다. 3월에 이미 특정 가격이 되면 자동으로 지분을 매도하겠다고 증권거래위에 신고했던 거래였지만, 대주주의 대량 매도로 AI 거품 논란이 다시 일어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달 동안 40% 가까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던 차에, 황 CEO의 매도가 불안감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트레이드네이션 수석 시장분석가인 데이비드 모리손은 “최근 급상승세를 보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매도세는 다른 테크 기업으로 확산되면 (투자 심리가 떨어지는) 전염의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한국 증시에선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소폭 상승하는 등 엔비디아의 하락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품이다” vs “계속 오른다” 요동치는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상당히 엇갈린다. “차익 실현을 위한 조정 기간이 끝나면 다시 상승 여력이 있다”는 주장과 “이미 과도하게 올라 상승 여력이 사라졌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태다. 하이타워의 스테퍼니 링크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파티가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엔비디아 주식이 ‘과잉 사랑’을 받긴 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가파르게 주가가 올랐던 시스코가 시총 1위를 터치하자마자 이듬해 80% 폭락했다”며 “엔비디아가 시스코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블레인 커티스 제프리스 분석가는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생태계를 통제하고 있다”며 “현재 새로운 세대의 주기로 바뀌면 엔비디아의 오름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주가 상승을 내다봤다. 시장은 미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26일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으로 AI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다면, 시장의 AI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이게 리튬 배터리 때문이라니….”올해 2월 24일, 미국 맨해튼 북단 할렘 지역 아파트에서 불이나 입주민들이 창문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언론사 기자였던 20대 청년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목격자인 앤지 래치포드 씨는 미 CBS 방송에 “아파트 꼭대기에서 불이나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 소방당국은 음식 배달원들이 여러대 묶어놓은 리튬 배터리 구동 전기자전거에서 화재가 나 6층 짜리 아파트 전체로 번졌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인해 267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으며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층 아파트가 많고 팬데믹 이후 전기자전거가 폭증한 탓에 곳곳에서 화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운용하는 전기자동차와 달리 전기자전거나 스쿠터 등은 제조사가 불분명하고, 배터리만 갈아끼우는 사례도 빈번해 안전 기준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지난해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리튬 배터리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9월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 이동기기에 대한 안전인증 제도 의무화를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올해 1월에는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인증되지 않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판매를 주 전역에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 소방서에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추가 교육을 실시하고, 온라인 공공 서비스 안전 공지를 확대한다고도 밝혔다.대형 아파트들은 리튬배터리 전기자전거 등의 보관을 전면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만드는 분위기다. 뉴욕시 퀸스 롱아일랜드시티 지역에 있는 54층 아파트는 지난달 전기자전거를 전면 금지한다고 입주민들에게 경고문을 보내며 “입주민 안전을 위해 리튬배터리 이동 기기를 공용 공간에서 보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대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27일 처음 열리는 TV토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공(열심히 공부)’ 모드에 들어갔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아 이번 TV토론이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미 대선 TV토론은 양당 전당대회 이후인 9, 10월경에 열렸다. 이번에는 첫 토론을 6월로 앞당겨 누가 기세를 잡느냐에 따라 향후 선거 과정에도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각각 82세와 78세인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의 나이를 거론하며 “고령 후보들의 인지 능력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의토론, 비공개회의… ‘필승전략’ 골몰 바이든 대통령은 TV토론을 일주일 정도 앞둔 20일부터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다. 22, 23일 주말 유세도 접고 대통령 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측근들과 토론 대비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한 바이든 캠프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의 트럼프에 대한 발언이 점점 더 강경해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TV토론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다른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팀은 트럼프가 낙태 등에 대해 극단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과 부유한 기부자들이 트럼프를 위해 수표를 쓰고 있어 ‘친서민적’이지 않단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철저한 준비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모의 TV토론’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에도 리허설에서 트럼프 대역을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밥 바워가 다시 한 번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현지에선 4년 전 대선 승리를 가져다준 ‘행운’의 의미로 이번에도 바워가 토론 준비팀에 참여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미 몇 주 전부터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측근들과 토론에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전문가는 물론 상원의원과 부통령 후보군도 참여했다고 한다. CNN은 “토론 준비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여한 비공개 회의가 12회 정도 열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경제나 불법이민 등에 초점을 맞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지난달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 유세에서 “바이든은 건강 보조제를 맞고 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 “두 고령 후보의 인지능력 시험대” 27일 TV토론을 진행하는 CNN이 공개한 토론 규칙에 따르면 두 후보는 상대방 발언 때 자신의 마이크를 꺼 둬야 한다. 상대방 말에 끼어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2020년 1차 TV토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행자의 만류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끼어들면서, 서로 발언을 훼방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된 데 따른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마이크 음소거는 바이든 대통령 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전했다. 전체 토론 시간은 90분으로, 중간광고를 위해 두 번 휴식을 취한다. 다만 후보들은 휴식 시간에도 참모를 접촉할 수 없다. 미리 작성한 원고도 볼 수 없다. 각 후보에게는 펜과 빈 메모장, 물 한 병만 허용된다. 자리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는데, 바이든 대통령 측이 이겨 TV 화면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를 선택했다. 준비한 원고나 참모 도움 없이 진행하는 조건 탓에 이번 TV토론이 고령인 두 후보의 인지능력 등을 판단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패트릭 스튜어트 아칸소대 정치학 교수는 로이터에 “후보들의 인지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혹은 떨어졌는지를 확인할 기회”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 후 군사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것에 대해 굳건한 한미일 공조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사이버 안보 공개 토론 주재차 참석차 방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뉴욕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뉴욕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전날 밤 미국, 일본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갖고 북러 정상회담 대응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며 “북러 위협에 대응해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방국인 미일과 적시 협의를 통해 긴밀한 공조하에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장관은 20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연쇄 유선 협의를 가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일 외교장관이 다른 일정을 제쳐놓고 긴급히 우리측과 통화한 것은 한미일 공조 체제가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리 측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검토 대응에 대해 “살상무기 지원은 한국의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한국은 걱정안해도 된다”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한국관계를 신경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한국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엔 무대에서 러시아가 대북 제재 자체를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도 설명하며 “국제 평화 안보를 책임져야할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통해 군사 협력을하고 있고, 이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조약을 체결했으니 한국으로서는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편 조 장관은 6월 안보리 의장국이 개최할 수 있는 시그니처 이벤트로 ‘사이버 안보 공개토의’를 위해 20일 유엔본부를 찾았다. 조 장관은 “이번 공개 토의는 안보리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최초로 대면 개최한 공식회의”라며 “특히 북한이 가상자산과 군사기술 탈취 등 악성 사이버 활동을 통해 유엔 제재를 위반하면서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안보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6~2019년 주유엔대사를 지낸 조 장관은 최근 5년 동안 지정학적 분열로 유엔 내 역학이 크게 바뀌었다고 언급하며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의 건설적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또 유엔대사 재직시 평화구축위원회(PBC) 의장을 수임하며 감비아 평화 구축을 이끌어나간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고도 덧붙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꿀밤’은 무슨 맛이지?” “소바면은 어떤 게 좋을까?”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중상층 주택가의 한국 식료품점 H마트. 중학생 또래 소녀들은 깐 밤이 든 한국 간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백인 여성은 소바 재료를 찾느라 진열대를 기웃거렸다. 한국 라면과 연어, 마늘 등을 구입한 60대 주민 댄 씨는 “이달 초 H마트가 생긴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며 “싱싱한 채소, 생선과 한국 일본 먹을거리를 찾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H마트는 1982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몰려들던 뉴욕 퀸스 우드사이드에서 ‘한아름마트’라는 이름의 한인 식료품점으로 출발했다. 창업 42년 만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여 곳의 매장을 보유한 아시아계 최대 독립 마트로 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아시아계 식료품점이 미국인의 식습관과 식료품 시장을 개조하고 있다”며 H마트를 주목했다. 뉴욕 변두리 한인 마트를 미국에서 가장 핫한 마트로 키운 주역은 경북 예천군 용문면 덕신리 출신 권씨 3형제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3형제를 잘 아는 미국과 한국의 지인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상품 통해 모국 자부심 느끼게 하고 싶어” 셋째인 권일연 회장(69)은 H마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권 회장이 3만 달러를 밑천으로 우드사이드에 가게를 열었던 1980년대는 한 해 2만, 3만 명의 한인이 미국으로 이주하던 ‘대이민의 시대’였다. 한인 마트는 낯선 타국에서 고향 음식을 그리워하는 한국계 이민자들을 위한 ‘부엌’ 역할을 했다. 권 회장은 마트 이름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한아름’으로 지었다. H마트 역사는 미주 한인사회 성장의 축소판이다. 이민 1세대는 과일가게, 식료품점, 세탁소, 주류점, 꽃집 등의 장사를 했지만 2, 3세대는 주류사회에서 변호사, 의사, 공무원 등 전문직으로 활약하고 있다. H마트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260만 한인사회에 안주하지 않고 아시아계와 주류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2002년 19번째 매장을 열며 한국식 발음인 한아름마트를 현지인들도 쉽게 기억하는 ‘H마트’로 바꿨다. 미국 주류 마트처럼 깔끔하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자 고객층이 한인에서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로 확장됐다. 최근 유학생과 이민자가 많은 대학가와 한인타운 밖으로 나와 중상층 주택가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객 3명 중 1명은 비아시아계다. “우리의 훌륭한 상품으로 동료 한인들이 모국 대한민국의 장대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권일연 회장은 “우리의 식품은 우리의 자존심”이라고 강조한다. H마트의 홈페이지 인사말과 사명을 통해 “뛰어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뉴욕의 풀턴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직접 가져오거나 재배 농부와 농산물을 직거래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한다”고 밝히고 있다. H마트는 대만계 99랜치마켓, 일본계 미쓰와, 인도계 파텔브러더스 등 다른 아시아계 식료품과 경쟁하며 신선한 생선과 채소, 잘 정리된 상품, 깨끗한 매장으로 차별화했다. 권 회장의 전 부인이자 H마트 점포 디자인을 맡아 온 엘리자베스 권(주정아) 씨는 NYT에 “아시아 식료품점이 지저분하고 낡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매장을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물건을 찾기 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중동 건설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뉴욕서 도전 H마트의 장점은 다양한 한국산 식재료다. 미국 현지에 한국산 농산물과 식품을 철마다 선보일 수 있었던 건 부산에서 40년 넘게 식품 수출 사업을 하고 있는 맏형 권중천 희창물산 회장(79)이 있기 때문이다. ‘산청 메뚜기쌀’ ‘상주곶감’ ‘해남배추’ 등 H마트에서 팔리는 한국산 농산물이 희창물산을 통해 부산항에서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맏형이 부산에서 한국산 식재료를 조달해 수출하고, 셋째 동생이 미국 현지에서 판로를 여는 형제 간 분업 체제가 가동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붕어빵(Bean cake)과 뻥튀기(Popped Rice)를 H마트에서 소개해 ‘완판’했던 적도 있다. 미국 언론에서 “한국의 웰빙 음식”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다. 박진배 뉴욕 패션공과대(FIT) 교수는 “물류망이 안정된 H마트는 미국 마트보다 값싸고 신선한 채소, 생선으로 주류 고객을 끌었다”며 “2010년대 들어 한류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권 씨 형제의 ‘아메리칸 드림’은 1970년대 중동에서 시작됐다. 현대건설 동아건설이 중동에서 항만 등 건설 사업을 수주하며 ‘중동 붐’이 일던 때였다. 당시 10만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중동에서 땀을 흘렸다. 권중천 회장은 중동에 한국 식음료를 공급하며 식품 유통업에 눈을 떴다. 올해 1월 부산수산정책포럼은 권 회장에게 ‘제9회 수산대상’을 수여하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의 교민에게 식자재를 공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38년간 20개국에 수산물 1000여 종을 수출했다”고 공적으로 설명했다. 둘째인 권중갑 스탠포드호텔그룹 회장(76)도 사우디에서 종잣돈을 모아 뉴욕에서 식료품점, 호텔업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권 회장 역시 동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붐이 불던 1978년 사우디에서 일하다가 1980년 미국 뉴욕에 정착했다”고 했다. 언론 노출을 기피하는 권 씨 형제들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모국과 고향을 위한 일을 할 때다. 2020년 맏형인 권중천 회장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뜻을 모으자”고 두 동생에게 제안해 2억 원의 성금을 한국에 기부했다. 권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셋째 권일연 회장에 대해 “고향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마음과 행동은 세계 1등”이라며 “안동소주를 H마트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진열해 준 덕분에 유명해졌다”라고 말했다. ● ‘메이드 인 아메리카 한류’, K푸드 도전 시험대 미국 최대의 아시아계 식품점 체인으로 성장한 H마트는 미국과 한국을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인들도 한국 드라마에서 본 음식을 만들고 싶다거나 김치를 담가 보고 싶다며 H마트를 찾는다. 한인 2, 3세들에겐 한국 문화를 이어 가는 장소다. 한국계 미국인인 조이스 정 씨는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지만 두 아들의 도시락에 김밥을 싸주고 떡볶이를 함께 한다. 정 씨는 “언어보다 강한 게 음식 같다. H마트는 한인 2, 3세들에게 부모님 나라와의 연결 고리”라고 말했다. 2021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한 베스트셀러 ‘H마트에서 울다’를 쓴 한국계 미국 인디 팝밴드 가수인 미셸 자우너에게 H마트는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는 “신성한 공간”이다. H마트는 한인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권일연 회장은 1980년대 사업 초기부터 덩치가 커졌다고 다른 한인의 사업을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구매력을 키워 한인업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다”고 말했다. 권회장은 뉴욕 한인들의 정치력을 결집하려는 한인유권자운동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전 세계 음식 문화가 흘러 들어오는 미국 뉴욕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등을 테마로 식자재 마트와 음식점이 한 공간에 들어선 ‘푸드홀’이 있다. ‘미국에서 만든 한국 전통(Korean tradition made in America)’을 강조하는 H마트 역시 상품을 판매하는 마트에서 한국 먹거리와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K푸드 허브’가 되고 있다. 올해 5월 롱아일랜드시티에 문을 연 H마트 매장에는 김가네, 라이스보이, 오케이도그 등 한국 음식점이 입점했다. 미국에서 동네 한인마트의 한계를 뛰어넘은 H마트도 미주 한인 사회의 걱정인 ‘민족성 소멸’과 정체성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가 줄고 이민 1세대가 퇴장하면 미국 일본 커뮤니티처럼 민족적 정체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김동석 대표는 “중국 대만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상품과 고객층이 다양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식품점 정체성이 약해지는 문제를 H마트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H마트는 1982년 뉴욕 퀸스 우드사이드에 ‘한아름마트’(사진)로 오픈1987년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점 오픈1990년대 뉴저지 및 펜실베이니아주로 매장 확대2000년대 버지니아, 메릴랜드, 조지아, 텍사스주 진출. H마트로 사명 변경2021년 NYT ‘H마트의 유혹, 아시아만큼이나 넓은 진열대’ 전면 기사2024년 뉴저지주 아메리칸드림몰에 대규모 푸드코트 오픈 예정. NYT “H마트는 문화현상” 재조명박용 부국장 parky@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식당 ‘데니스’. 서른 살 반도체 엔지니어 젠슨 황은 또 다른 엔지니어 크리스 맬러카우스키, 커티스 프림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컴퓨터에서 어떻게 3차원(3D) 그래픽 게임을 구현할 것인가.” 두 아이의 아빠였던 황은 곧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어줄 화려한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빠른 연산에 특화된 칩, 훗날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름 지은 ‘꿈의 칩’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식당 구석에 회사를 차렸다. ‘부럽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엔비디아의 시작이었다. 31년 뒤인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까지 뛰면서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 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단숨에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픈AI 창업 전부터 “AI 온다” 대만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부모 없이 미국에 살던 삼촌 집으로 이민 ‘보내진’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데니스에서 창업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5세 때 데니스에서 설거지와 서빙 ‘알바’를 해 익숙했고, 리필되는 커피가 쌌다. 가난한 이민자였던 황 CEO는 이제 포브스 집계 기준 순 자산이 약 1170억 달러(약 161조6000억 원)로 세계 부자 순위 11위가 됐다. 1년 만에 주가가 세 배 뛰었고, 2년 전 시총 4000억 달러 안팎에서 3조 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뛴 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으로 ‘AI 시대’가 도래한 덕이다.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수조 원대 AI 개발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AI 칩을 마구 사들이니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고 있다. AI 가속기로 불리는 특화 칩 시장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78% 수준이다. 역으로 엔비디아 덕분에 챗GPT 등장이 가능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2018년 GPT 모델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황은 AI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993년 ‘데니스 결의’ 이후 GPU 시장을 석권한 황은 2000년대 중반 대학원생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연결해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것을 보고 슈퍼컴퓨팅의 미래를 봤다고 한다. 엔비디아 칩으로 슈퍼컴퓨팅을 가능케 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쿠다’를 2007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가는 ‘돈 되는 게임용 칩만 만들지’였다.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쿠다 출시 이후 2008년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70%나 하락할 정도였다.● “AI 전쟁의 유일한 무기 거래상” 황 CEO의 비전은 결국 AI 학계 천재들과 만나 빚을 발했다. 2012년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오픈AI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키버가 엔비디아 칩을 이용해 딥러닝의 가능성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다. 학계에서도 소수 괴짜 취급을 받던 AI가 실리콘 밸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던 순간이었다. 이후 2015년 오픈AI가 창업됐고 2023년에는 챗GPT 열풍이 불며 엔비디아를 시총 3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뉴요커는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유일한 무기 거래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앞서 컴퓨터 게임의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서 번 돈으로 AI 시대를 앞당긴 배경에는 황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개방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특히 유명하다. 올해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엔비디아 관계자는 “회사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젠슨 황이 찾아와 질문 폭탄을 던져 괴롭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과 유럽에서 시가총액(시총) 상위 기업들이 활발히 바뀌는 동안 국내 증시는 역동성을 잃은 채 지수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산업구조가 대폭 변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선 혁신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며 증시가 ‘고인 물’이 됐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8곳은 5년 전인 2019년에도 10위 안에 속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4년 이후 새로 증시에 상장해 10대 기업에 오른 건 ‘셀트리온’이 유일했다. 최근 5년 사이 새로 시총 10대 기업에 오른 상장 기업은 전무했다. 업종별로 분석해도 국내 주식 시장의 변화는 미미했다.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는 10년 전에도 여전히 시총 5대 기업에 올라 있었다. 삼성전자는 1999년 처음으로 시총 1위에 오른 뒤 2000년 이후 24년째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가 눈부시게 급변한 최근 10∼20년 동안 국내 증시를 주도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바뀜이 없었던 셈이다. 한국이 ‘혁신 기업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국내 증시 전체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누르고 전 세계 시총 1위에 등극한 엔비디아(3조3350억 달러)는 한국 증시 전체 시총(1조9360억 달러)의 1.7배에 이를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이날 코스피가 전날보다 1.21% 오른 2,797.33으로 마감하며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이 올랐지만 여전히 수년째 이어진 박스권은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증시는 혁신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 시총 1위에 등극한 기업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MS, 엑손모빌, 아마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6개 기업이다. 유럽 증시도 시총 1위를 두고 명품기업 LVMH와 비만 신약으로 위세를 떨친 노보 노디스크,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1년부터 굳건히 1위를 지켰던 LVMH는 지난해 9월부터 노보 노디스크에 밀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기업이 쏟아지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과도한 기업 규제로 신기술 혁신이 늦어지며 10년 전과 비교해 시총 상위 기업이 거의 똑같다”며 “기업 규제 등을 적극 해소하고 청년들에게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식당 ‘데니스’. 서른 살 반도체 엔지니어 젠슨 황은 또 다른 엔지니어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엠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컴퓨터에서 어떻게 3차원(3D) 그래픽 게임을 구현할 것인가.”두 아이의 아빠였던 황은 곧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어줄 화려한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빠른 연산에 특화된 칩, 훗날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름 지은 ‘꿈의 칩’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식당 구석에 회사를 차렸다. ‘부럽다’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엔비디아의 시작이었다.31년 뒤인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까지 뛰면서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 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단숨에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픈AI 창업 전부터 “AI 온다”대만에서 태어나 9살에 부모 없이 미국에 살던 삼촌 집으로 이민 ‘보내진’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데니스에서 창업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5세 때 데니스에서 설거지와 서빙 ‘알바’를 해 익숙했고, 리필되는 커피가 쌌다.가난한 이민자였던 황 CEO는 이제 포브스 집계 기준 순자산이 약 1170억달러(약 161조6000억원)로 세계 부자 순위 11위가 됐다. 1년 만에 주가가 세배 뛰었고, 2년 전 시총 4000억 달러 안팎에서 3조 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뛴 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으로 ‘AI 시대’가 도래한 덕이다.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들이 수 조원 대 AI 개발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AI 칩을 마구 사들이니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고 있다. AI가속기로 불리는 특화 칩 시장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78% 수준이다.역으로 엔비디아 덕분에 챗GPT 등장이 가능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2018년 GPT 모델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황은 AI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1993년 ‘데니스 결의’ 이후 GPU 시장을 석권한 황은 2000년대 중반 대학원생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연결해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것을 보고 슈퍼컴퓨팅의 미래를 봤다고 한다. 엔비디아 칩으로 슈퍼컴퓨팅을 가능케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쿠다’를 2007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가는 ‘돈 되는 게임용 칩만 만들지’였다.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쿠다 출시 이후 2008년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70%나 하락할 정도였다.● “AI전쟁의 유일한 무기 거래상”황 CEO의 비전은 결국 AI 학계 천재들과 만나 빚을 발했다. 2012년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오픈AI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아 수츠케버가 엔비디아 칩을 이용해 딥러닝의 가능성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다. 학계에서도 소수 괴짜 취급을 받던 AI가 실리콘 밸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던 순간이었다. 이후 2015년 오픈AI가 창업됐고 2023년에는 챗GPT 열풍이 불며 엔비디아를 시총 3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 올렸다. 뉴요커는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유일한 무기 거래상”이라고 분석했다.엔비디아가 앞서 컴퓨터 게임의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서 번 돈으로 AI 시대를 앞당긴 배경에는 황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개방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특히 유명하다. 올해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엔비디아 관계자는 “회사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젠슨 황이 찾아와 질문 폭탄을 던져 괴롭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담배나 술처럼 소셜미디어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 부착을 추진한다. 미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17일 “소셜미디어 화면에 정기적으로 경고문을 띄워 청소년과 부모들이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무총감까지 나서 ‘소셜미디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높아지며 자살률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이런 실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여러 주(州)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연방정부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빅테크 자정 희망 버려야” 의무총감은 이른바 ‘미국의 주치의’로 불리는 자리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을 이끌며 대외적으로 공중보건 이슈를 국민에게 알리는 얼굴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에선 담배나 술에 붙은 위험 안내도 ‘의무총감의 경고’라는 형식을 취한다. 머시 총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경고문을 부착해야 하는 이유(Why I’m Calling for a Warning Label on Social Media Platforms)’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담배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고문은 (위험) 인식을 높이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경고문도 부모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의 NYT 인터뷰에서도 “의회도 소셜미디어 경고문 부착 추진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더 이상 빅테크들이 (청소년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거란 희망에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 머시 총감은 지난해 5월부터 청소년 정신건강에 소셜미디어가 유해하다는 경고를 지속해 왔다. 부모에게 즉각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설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응급상황에는 모든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는 응급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미 보건당국에 따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겪을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미 청소년들은 지난해 기준 1일 평균 4.8시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13∼17세 청소년의 45%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자신의 외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됐다는 연구도 있다. 머시 총감은 “경고문 부착에 그칠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학교 졸업 이후로 미루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 알고리즘 끊고 소송전도 확산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 고교생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했으며, 10∼14세 자살률도 2007년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 차원에선 이미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관련 법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42개 주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청소년 중독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이나 ‘좋아요’ 버튼, 알림, 사진필터 등을 중독을 유도하는 대표적 기능으로 꼽았다. 뉴욕 주의회는 이달 7일 청소년에겐 추천 알고리즘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뉴욕에선 18세 미만에게 게시물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공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 최고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5월 알고리즘 금지는 물론이고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선 비공개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셜미디어 중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생일 축하합니다! 박수!” 13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의사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캐피톨 힐 클럽’.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78세 생일을 하루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다 같이 축하 노래를 불렀다.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과의 야구 경기를 31―11로 승리로 이끈 야구공과 방망이를 선물로 건넸다. 윌리엄스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자리를 옮겨 공화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들과 또 한 차례 생일 파티를 했다. 상·하원 주요 인사들이 대거 출동한 이날의 ‘워싱턴 컴백’ 행사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트럼프의 당 장악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저지른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로 그와 거리를 두던 인사들이 3년 만에 아첨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의사당 바로 인근에서 이뤄진 이날 행사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는 미국의 전통을 위협했던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평했다. ● 트럼프, 3년 반 만의 워싱턴 ‘금의환향’ 1·6 사태 이후 3년 반 만에 워싱턴 의사당 구역을 공개적으로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잇달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상원의원들도 하원의원들에 이어 회동을 위해 성조기가 그려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숫자 ‘45’(재임 당시 ‘45대 대통령’ 의미)와 ‘47’(재선 성공 시 ‘47대 대통령’ 의미)이 적힌 초에 불을 켜며 지지 경쟁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받은 유죄 평결에 대해 비판했고, 당내 강경파인 맷 게이츠 의원은 “하원은 사법당국에 지갑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충성 맹세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혐의를 들춰내는 사법당국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3년 반 만의 재회도 주목받았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1·6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비판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이 엄청나게 단결했다”며 연설을 마치자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악수를 하고 ‘주먹 인사’를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에서 각종 논란성 발언도 쏟아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해 “날 지지하지 않아 놀랐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두고는 ‘끔찍한 도시(horrible city)’라고 비하했다. 밀워키는 민주당 ‘텃밭’인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직후 이 지역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美 거물 CEO 줄줄이 ‘트럼프 열공’ 공화당 상·하원 의원 회동 사이 워싱턴에서 이뤄진 미 재계 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주최 행사에 미 주요 경영진 80여 명이 줄을 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 등도 참석했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면 소득세를 포함한 세금을 인하하고 첫 임기 동안 시행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회동에서도 수입품에 대한 ‘전방위 관세 부과(all tariff policy)’를 통해 미국이 소득세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을 내놨다고 CNBC는 전했다. 소득세를 폐지해 물가 인상에 대응하고, 부족한 세수는 수입품 관세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