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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중기(37)는 머플러(목도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듣는다.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야구모자에 머플러를 두른 채 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과거 화장품이나 면세점 CF 출연 때도 머플러를 두르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는 ‘송중기 따라하기’가 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을 따뜻하게 하면 큰 병치레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체온 조절 능력 약해서 더 중요한 목목에는 뇌로 올라가는 굵은 혈관들이 있어 이 혈관이 수축되면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노약자의 경우에는 뇌졸중 같은 치명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목 부위 보온은 중요하다. 목도리만 둘러도 체온을 3~5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목은 뇌 부위 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목도리가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는 이유다. 주원홍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66)은 10년 넘게 한여름을 빼고 봄, 가을, 겨울에 늘 머플러 또는 스카프를 하고 다닌다. 삼성물산과 삼성증권 테니스부 감독 시절 박성희, 이형택, 조윤정, 전미라, 정현 등을 길러낸 주 회장은 “목만 따뜻해도 온 몸이 든든하고 안정감을 준다. 이젠 안 하면 허전할 정도다. 목도리를 하면서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또 “주변 지인들에게도 목도리를 자주 권하고 있다. 비슷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웃었다. 추운 날씨에 외출하거나 등산이나 운동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각별히 보온과 함께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 65세 이상 노인인구 30% 낙상 경험겨울철엔 빙판길에 넘어지는 사고가 늘어나게 돼 낙상으로 인한 골절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문제는 고령일수록 위기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중 약 30%가 낙상을 경험하며, 이 중 36% 이상이 2주 이상 입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률 역시 타 연령 대비 10배에 이르며, 입원율은 8배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후유증이 남아 삶의 질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겨울철엔 낙상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하용찬 서울부민병원 진료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다리근력 저하, 어지럼증, 치매, 뇌졸중, 부정맥, 시력문제 등 노인성 질환의 사전 점검을 충실히 하면 노년층 낙상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낙상 후에는 증상이 가볍다고 하더라도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노인성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 골다공증 유무를 체크해봐야 한다. 하 부원장은 “춥다고 집에서 움츠리고 있기보다는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근력을 강화하고 무릎 부상을 최소화하는 운동으로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스트레칭 등이 있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긴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나홀로 운동은 금물. 만약 쓰러지기라도 하면 누군가 응급조치를 해주거나 구급차를 불러줘야 하기 때문이다. 운동 후 혈액순환을 촉진하도록 반신욕을 하거나 무릎과 어깨 등에 온찜질을 하는 것도 좋다. 추가적으로 고단백 음식(육류, 생선, 달걀, 콩 등) 섭취와 운동을 병행하면 근육 생성효과가 배가 된다. 관절이 나빠지기 쉬운 겨울철에는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거나, 바닥을 닦을 때 무릎을 꿇는 자세는 무릎을 굽히는 각도가 커져 관절에 무리를 준다. 따라서 의자, 침대를 사용하는 입식 생활을 하는 것이 좋고 집안 일을 할 때도 막대형 걸레 등을 사용하여 서서 청소하는 것을 권한다. ● 옷은 여러 겹, 술 담배 피해야 신체가 갑작스러운 추위에 덜 적응된 상태에서 한파에 노출되면 체내 중심 온도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 동상과 같은 한랭질환에 걸릴 수 있다. 말이 어눌해지고 졸리면서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떨리면 저체온증을 의심할 수 있는데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마른 담요로 몸을 감싸고 심부온도가 높아지도록 겨드랑이와 배에 핫팩이나 더운 물을 올려야 한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다. 동상은 찌르는 통증, 가려움, 부종이 생기는 1도, 피부가 검붉어지고 물집이 생기는 2도, 피부가 괴사하고 감각이 없어지는 3도, 근육과 뼈까지 괴사하는 4도로 나뉜다. 동상 증세를 보이면 38¤42도의 따뜻한 물에 발생 부위를 담그면 좋다. 이후 깨끗한 수건으로 습기를 제거하고 동상 부위를 높게 한 뒤 온몸을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라면 이미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이므로 동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잠시 열이 오르는 것 같아 따뜻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금세 피부혈관이 확장하면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취하면 추위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흡연은 혈관 수축을 일으키고 혈액 순환을 방해해 동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상에 걸렸을 때 회복을 늦출 수 있다. 효과적인 보온을 위해서는 두꺼운 옷 하나를 입기보다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어야 한다. 외출 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착용하고, 보폭을 평상시보다 10~20% 줄여야 한다.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으면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귀마개, 장갑, 털신 등으로 동상이 걸리기 쉬운 신체 부위를 보호한다. 축축해진 양말이나 장갑, 내의는 즉시 갈아입어야 한다. 겨울이 추운 건 당연한 이치. 춥다고 움츠리기만 한다면 엄동설한은 더 길게만 느껴질 수 있다. 찬 바람 뚫고 활력을 찾다보면 어느새 계절도 변하기 마련. 물론 동장군 극복을 위한 철저하고 안전한 대비가 먼저.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허재 프로농구 캐롯 구단 대표(57)는 요즘 한 전립샘(전립선) 치료제 CF에 등장하고 있다. ‘농구 대통령’으로 화려한 선수, 감독 시절을 보낸 그는 신생팀을 이끌면서 왕성한 방송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허 대표는 “배뇨 고민을 지닌 지인들이 많아졌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중장년 남성에게 활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립샘은 남성의 방광 아래 요도의 3cm 정도를 감싸고 있는데 40대부터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60대의 남성의 약 40%, 70대는 50% 정도가 전립샘비대증으로 소변보는 데 문제가 생겨 치료가 필요하다. 전립샘비대증이 있으면 혈중 전립샘 특이항원(PSA) 검사로 전립샘암이 동반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전립샘암은 미국에서 남성 8명 중 1명이 걸려 남성암 가운데 1위. 한국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국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샘암은 인구 10만 명당 65.6명으로 전체 남성 암 가운데 4위였다. 1989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연간 6.7%가량 증가하는 추세. 아버지나 형제 가운데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걸릴 위험이 2.5∼3배 높아진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8강까지 이끈 루이 판할 감독(71)은 지난 4월 자신이 전립샘암으로 투병 중이며 방사선 치료를 25번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73)은 52세 때인 2001년 PSA 수치가 높게 나와 조직검사로 암 판정을 받고 전립샘 제거 수술을 했다. 아버지도 전립샘암에 걸렸던 베이커 감독은 20년 넘게 6개월마다 병원 체크를 하고 있다. 전립샘 질환을 예방하려면 채소나 과일을 1주일에 5회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토마토와 콩, 마늘은 전립샘 건강에 도움이 된다. 베이커 감독은 아침은 주로 오트밀을 먹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고광진 교수는 “양성전립샘비대증과 같은 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부끄러워 쉬쉬하다가 병원을 늦게 찾으면 방광 및 신장 기능 저하, 요로 손상 등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할 감독과 베이커 감독도 모두 조기 진단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병마를 극복하고 있다. 허재 대표는 선수 시절 손가락이 부러지고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러도 코트를 지킨 투혼의 상징. “한번 날아간 새는 다시 오지 않듯 결정적 기회가 오면 꼭 잡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던 그는 60을 바라보며 술 담배를 줄이고 걷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지킨다는 정기검진을 며칠 전 받았다는 허 대표가 이젠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한번 날아간 건강을 되찾는 건 어렵다. 지킬 수 있는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농구대통령’ 허재(57)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프로농구 신생구단 캐롯 대표를 맡아 팀을 이끌고 있으며 왕성한 방송 활동도 펼치고 있다. 두 아들 허웅(KCC)와 허훈(국군체육부대)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간판 농구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허웅이 올 시즌 새롭게 이적한 KCC의 안방인 전주실내체육관에는 구름 관중이 몰리고 있다. 선수와 감독 시절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허재는 한 전립선 치료제 CF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는 “주변 지인들 가운데 배뇨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졌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50대 이상이 되면 남성에게만 있는 신체기관인 전립선에 이상을 겪기 마련이다. 발생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립선 비대에 의한 배뇨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노화 과정이라고 하는 이유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장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래 호두알 크기 정도인 전립선은 방광 아래 요도의 3㎝ 정도를 감싸고 있는데 40대 부터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생기는 배뇨장애인 전립선 비대증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60대의 약 40%, 70대에는 약 50% 정도 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면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진다. 평소 배뇨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의 골반 근육과 전립선 부위 근육이 긴장하고 이완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 가을 겨울철에는 땀으로 수분을 많이 배출하기가 힘들게 돼 소변량 증가로 쉽게 방광에 소변이 찰 수 있다. IPSS로 불리는 국제전립선 증상 점수표를 통해 20점 이상인 경우에는 심각, 35점 이상은 매우 심각한 정도로 판단하며 12점 이상이면 의사와 상의가 필요한 상태로 보고 있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증상이 경미하면 좌욕이나 배뇨습관 개선, 수분 섭취량 조절, 식사 요법 등으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 경과를 관찰한다. 최태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해져서 치료가 필요할 경우는 일차적으로 약물치료가 권장된다. 최근에는 좋은 약제들이 많아서 과거보다는 수술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다”면서 “약물치료를 하는데도 계속적으로 요로 감염이나 혈뉴, 요폐(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혈중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로 전립선암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전립선암은 미국에서 남성암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남성 7명 가운데 1명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 위험성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 국가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전체 남성암의 12.5%(인구 10만 명 당 65.6명)로 1989년 1.2%에서 10배 이상 늘었다. 연간 6.7% 가량 증가하는 추세로 연령별로 50대 이후에 급증하며 60~80대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전립선암 가운데 10% 가량은 유전적 요인이 관련된다. 아버지나 형제 가운데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위험도가 2.5~3배 높아진다. 최태수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증상이 있다면 질환이 진행되거나 위험성이 높다. PSA검사, 직장수지검사나 경직장 전립선초음파 등을 통한 진단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판할 감독, 베이커 감독 전립선암 극복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32명의 사령탑 가운데 최고령인 네덜란드 대표팀 루이 판할 감독(71)은 지난 4월 전립선암으로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방사선 치료를 25번 받았다고 밝혔다. 2020년 12월 암판정을 받은 판할 감독은 월드컵 예선 기간 대표팀에 자신의 병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아 심야에 병원을 가기도 했다. 판할 감독의 투병을 계기로 똘똘 뭉친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8강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10일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준준결승에서 0-2로 뒤지던 경기를 막판 2-2 동점까지 만들었으나 승부차기 끝에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73)도 52세 때인 2001년 건강검진에서 혈중 PSA 수치가 높게 나와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암 판정으로 전립선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도 전립선암에 걸렸던 베이커 감독은 20년 넘게 6개월 마다 병원을 찾아 체크를 하고 있다. 베이커 감독은 경미한 뇌졸중을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만 고쳐도 전립선 비대에 따른 증상은 조절한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저녁에는 음료수를 줄이고 잠자기 한, 두 시간 전에는 어떤 것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카페인이나 술은 소변을 잘 생기게 하므로 방광을 예민하게 할 수 있어 줄여야 한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고 있다가 보게 되면 방광 근육이 늘어나 증상에 나빠질 수 있어 마려우면 바로 보아야 한다. 자주 일어나 걷고 다리 스트레칭 등을 하면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 토마토, 마늘 가깝게, 술 카페인 멀리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려면 채소나 과일을 1주일에 5회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토마토와 콩, 마늘은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베이커 감독은 아침은 주로 오트밀을 먹고 있다. 김용석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독일의 한 연구에 의하면 평소에 호박씨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전립선 비대를 호소하는 환자가 적었다”고 전했다. 굴에 들어있는 인과 아연은 이뇨와 소염 작용이 뛰어나 전립선 질환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고광진 교수는 “양성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질환은 초기에 잘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끄러워 쉬쉬하다가 병원을 늦게 찾으면 방광 및 신장 기능저하, 요로 손상 등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할 감독과 베이커 감독도 모두 조기 검진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병마를 극복했다.소문난 낚시광인 허재는 주당으로도 유명했다. 상대 수비 선수는 그의 입에서 뿜어대는 술 냄새 때문에 제대로 막지를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 정도. 그만큼 많이 마신다는 의미. 요즘은 방송 전날에는 술잔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그는 술 담배를 줄이고 식사 때 건강 식단을 챙기고 있다. KCC 감독 시절이던 40대 중반에 그는 입원 경험이 있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발견된 용종의 크기가 커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는 “병원에 누워 있어보기는 태어날 때 빼고는 처음이었다. 48시간 동안 물 한 잔도 들이켤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입원을 계기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정기검진 날짜만큼은 꼭 지키게 됐다고 한다. 허재는 선수, 감독 시절 타이밍을 강조했다. 점수차를 벌려야 할 때 오히려 추격을 허용한다면 승부가 어려워진다. 지도자로서 제때 타임아웃을 불러 전술 변화를 가져오거나 적시에 선수 교체를 못한다면 경기 흐름이 나빠져 쓰라린 패배를 떠안을 수도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미리 준비해야 근심이 없어진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큰 눈물 흘릴 수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자철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은 요즘 결혼식을 챙기느라 바쁘다. 시즌을 마친 골퍼들의 청첩장이 10장 넘게 쏟아지고 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한 임성재(24)와 김시우(27)는 각각 서울에서 17일과 18일 결혼한다. 임성재는 뉴욕대 음대 출신 예비신부와 화촉을 밝힌다. 김시우는 동료 선수 오지현(26)과 골프 커플이 된다. 최근 5년 5개월 만에 여자 골프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은 리디아 고(25)는 3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아들 정준 씨와 혼례를 치른다. 야구 축구에도 결혼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다. 운동선수들은 대개 30세 전후로 결혼하는 편이다. 사랑 또는 결혼은 운동선수의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샌버나디노 캘리포니아주립대가 올림픽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75%의 선수가 사랑에 빠졌을 때 높은 성과를 보였다. 사랑을 하면 도파민과 세라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돼 즐겁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결혼은 심리적 안정을 주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동기부여도 된다. 이성에 대해 한창 관심이 많을 때에 평생 반려자를 만나면 운동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기적 같은 16강 진출을 도운 김영권은 24세 때 결혼한 뒤 1녀 2남을 둔 가장으로 가족이 가장 큰 힘을 주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27세에 결혼 후 PGA투어 전성기를 맞은 이경훈은 “운동선수는 친구가 많아 보여도 외로움이 심하다. 동반자가 늘 곁에 있으면 한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골프 교습가 이시우 프로와 프로골퍼 이보미의 소개를 통해 현재 약혼자를 만난 리디아 고는 “그를 통해 평안을 얻었다”며 고마워했다. 결혼 생활이 늘 핑크빛일 수는 없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 이혼율은 60%가 넘는다.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와 훈련을 하느라 집을 자주 비운다. 결혼 전 잘 모르던 성격 차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18회)에 빛나는 잭 니클라우스(82)에게 “내가 남긴 숱한 기록 중 가장 뜻깊은 건 ‘5’”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20세 때 대학 동문인 바버라 씨와 결혼한 뒤 얻은 5명의 자녀와 손자 22명이 가장 소중하다는 의미. 가족에 대한 헌신이 있었기에 60년 넘게 해로하며 골프 전설로 남았다. “행복하고 건강한 부부가 되기 위한 필수 3요소는 정직, 신뢰, 유머다.” 부부관계 전문가 셰리 스트리토프의 조언도 새겨볼 만하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집안에 깨가 쏟아져야 바깥일도 잘 풀리는 법. 고소한 냄새를 혼자 낼 수는 없다. 가족 구성원의 배려와 희생,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 지원도 필수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기적 같은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수비수 김영권(32·울산 현대)의 오른쪽 팔에는 문신이 있다. 프랑스어로 ‘가슴 속에 지니고 있겠다’는 글귀와 함께 아내 이름, 첫째 딸 영문명(Sejin P & Baby Ria)을 차례로 새겼다. 김영권은 3일 열린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포르투갈와의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0-1로 뒤진 전반 27분 동점골을 터뜨린 뒤 오른쪽 팔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했다. 멀리서 응원하고 있을 가족을 떠올린 것이다. 김영권은 ‘카잔의 기적’으로 불린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0-0이던 후반 추가 시간 선제골을 올린 뒤에도 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즐겁고 유쾌한 기분에 집중력 강화 효과롤러코스터 같은 축구 인생을 걸어온 김영권에게 가족은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늘 그의 곁을 지켜주며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다. 2014년 12월 24세 나이로 승무원 출신 아내 박세진 씨와 결혼한 뒤 1녀 2남을 둔 가장으로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가족을 생각하며 휴식 시간에도 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달려 양발을 두루 잘 쓰게 됐다. “가족 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는 과거 ‘대회 기간 중 자녀출산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을 듣고는 “어떤 대회든 어떤 기간이든 아이를 보러 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권처럼 스포츠 무대에서는 일반인보다 빠르게 결혼을 하는 사례가 많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전년도보다 각각 0.12세, 0.19세 늘었다. 한일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이룬 해인 2002년 남자 평균 초혼 연령은 29.55세였고 여자는 27.01세. 운동선수들은 대개 30세를 넘기지 않는 편이다. 김영권이 그랬듯 장기레이스로 치르는 시즌을 마친 시점인 12월이나 1월에 결혼식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사랑 또는 결혼은 운동선수의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샌버나디노)가 올림픽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75%의 선수가 사랑에 빠졌을 때 높은 성과를 보였다. 사랑을 하게 되면 도파민과 세라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돼 즐겁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결혼 후 심리적 안정을 갖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훈련 또는 실전에서 강한 동기부여도 된다. 코칭 심리 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솔루션 대표는 “결혼은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에 있든 돌아갈 곳이 있고,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대상을 뜻하는 심리적 안전기지를 얻기 때문이다. 사람이기도 하고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 안정감이 있기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더 잘 견뎌 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여유와 유연함이 결합돼 팀 내 분위기도 좋아질 수 있다.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임성재 김시우 PGA간판스타 품절 대열 올 연말에는 프로골프 선수들의 결혼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따르면 최근 10장 넘는 청첩장이 쏟아졌다고 한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한 임성재(24)와 김시우(27)는 각각 서울에서 17일과 18일 하루 차이로 결혼한다. 임성재는 뉴욕대 음대를 졸업한 예비신부와 화촉을 밝힌다. 김시우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7승을 올린 동료 선수 오지현(26)과 골프 커플이 된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고 있는 전성현, 황중곤, 장동규, 이상희, 조민규 등도 평생 배필을 맞이한다 최근 5년 5개월 만에 여자골프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는 3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아들 정준 씨와 혼례를 치른다. 27세 때 결혼 한 이경훈은 지난해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올해는 세계 랭킹을 개인 최고인 33위까지 끌어올렸으며 한국 선수 최초로 PGA투어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경훈은 “운동선수는 친구가 많아 보여도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항상 같이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생기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경훈, 김시우, 임성재의 소속사인 CJ의 김유상 스포츠마케팅 상무는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골프 선수 결혼은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며 “아무래도 젊은 나이에 이성에 대한 관심도 높고 하다보니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전적으로 서포트해주는 사람도 생기다보니 더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유명 골프교습가인 이시우 프로와 프로골퍼 이보미의 소개를 통해 현재 약혼자를 만난 리디아 고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왕, 평균타수 1위, 올해의 선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정준 씨와 인연을 맺은 뒤 리디아 고는 과거 10대 천재 골프의 소녀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가. 리디아 고의 언니 고슬아 씨는 “그를 만나고 나서 리디아 고가 평안을 얻었다”고 전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 인터뷰에서 “골프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는 내 정체성과 골프를 연결해 생각했지만 그는 나와 골프를 연결짓지 않는다. 내가 79타를 치건 65타를 치건 항상 나를 사랑할 것이다”고 말했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정준 씨는 리디아 고를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리디아 고의 심리상담을 맡은 정그린 대표는 “리디아가 결혼할 친구와 소통이 잘 되고 강한 믿음을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스포츠 심리전문가는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스포츠다. 플레이 결과에 대한 부담을 혼자 지기 때문에 주위에 따뜻한 반려자가 있으면 심리적으로 위안이 된다. 특히 승부의 세계를 잘 이해하는 배우자라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지환 고우석 등 야구계에서만 40명 넘게 결혼 야구 축구에도 결혼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에 따르면 10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 심판 등을 합쳐 올 연말과 내년 초에 40명 넘는 혼사가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LG 주장 오지환(33)은 4일 김영은 씨와 결혼했다. 김영은 씨 슬하에 2남을 둔 오지환은 2019년 혼인신고를 올렸으나 시즌 일정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식을 미뤘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4)은 이종범 LG 코치의 딸이자 키움 이정후의 동생인 이가현 씨와 내년 1월 6일 결혼한다. 고우석은 올 시즌 61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의 성적을 거둬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김광환 LG 홍보팀장은 “야구 선수로 일찍 성공한 선수들이 결혼도 빨리 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야구 선수들의 결혼 시점이 일반인들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KT 황재균(35)은 10일 그룹 티아라 출신 지연과 결혼식을 갖는다. 황재균은 “한창 힘든 시기에 만나 흔들리던 나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옆에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 친구와 함께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라이언 킹 이승엽 이동국 다둥이 가장 과거 이승엽(현 프로야구 두산 감독)은 26세 때 12월에 이송정 씨와 결혼한 뒤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며 국민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이승엽은 아들 셋을 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출전 무산으로 실의에 빠졌던 이동국은 2005년 12월 26세 나이로 미스코리아 출신 동갑내기 이수진씨와 결혼한 뒤 재기에 성공하며 간판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다. 이동국은 5자녀를 뒀다. 2007년 딸 쌍둥이를 낳은 뒤 2013년 다시 딸 쌍둥이를 봤다. 겹쌍둥이에 이어 이듬해 ‘대박’이라는 태명을 가진 아들을 낳았다. 박인비(34)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챔피언에 된 뒤 LPGA투어에서 4년 가까이 우승 없이 부진에 빠졌다. 운동을 관둘까 고민하던 박인비는 2011년 남기협 스윙 코치와 약혼한 뒤 한 해에 메이저 대회에서만 3승을 올리는 등 황금기를 맞았다. 2014년 10월 결혼 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금메달까지 땄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결혼과 경기력의 상관관계는 개인차가 크다”면서 “야구처럼 정신력이 중요하고 시즌이 긴 종목일수록 결혼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그린 대표는 “요즘 트렌드가 결혼을 안 하거나 아주 늦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시기가 문제가 아닌 자신의 선택의 영역에 들어선 것 같다. 빠른 결혼이 도움이 된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적어도 올바른 결혼이라면 심리적 안정과 시스템의 안정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든, 일반인이든 결혼 생활이 늘 핑크빛일 수는 없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에서 이혼율은 60%가 넘는다.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와 훈련을 하느라 집을 자주 비우고 주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도 있다. 결혼 전 잘 모르던 성격 차이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메이저 골프 대회 최다 우승 기록(18회) 보유자인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82)는 “내가 남긴 숱한 기록 가운데 가장 뜻 깊은 건 ‘5’”라고 했다. 20세 때 부인 바버라 씨와 결혼한 뒤 얻은 5명의 자녀와 20명의 손자가 가장 소중하다는 의미다. 가정에 대한 헌신이 있었기에 골프 전설로 이름을 날리며 60년 넘게 해로할 수 있었다. 연속 2주 이상 가족과 떨어지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 선수 생활을 했다. 미국 덴버대에 따르면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구단의 연고 도시 이혼율이 그렇지 않은 도시보다 28% 떨어졌다. 덴버대 하워드 마크먼 심리학 교수는 “건전한 결혼 생활에는 재미와 우애가 중요한 가치다. 야구장을 찾아 즐기고 대화하는 과정은 사랑을 지키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말했다. 야구 관람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월드컵 축구를 같이 보며 끈끈한 가족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가사 노동과 육아 분담도 필수다. 결혼과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노력 없이 거저 얻는 건 없다. 가정의 행복도 마찬가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넬리 코르다(24·미국)는 얼마 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도 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기쁨을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그는 “모든 게 불확실해 너무 두려웠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조차 몰랐다”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LPGA투어 4승에 도쿄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건 코르다는 최고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뒤 2월 갑작스러운 혈전증으로 3개월 넘게 필드를 떠나 있었다. 아침 운동을 하다가 왼쪽 팔이 붓는 느낌이 들어 예방 차원에서 병원 응급실을 갔다 혈전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아 수술까지 했다. 혈전증은 혈관 속에서 혈액이 굳어진 덩어리인 혈전이 동맥 또는 정맥을 막는 질환이다. 혈류가 느려지거나,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액 응고 인자가 과다하게 생성되면 발생한다. 코르다는 양쪽 어깨 앞면에 있는 쇄골 뒤 큰 혈관인 쇄골하 정맥에서 생긴 혈전증이었는데 젊은 운동선수들도 걸릴 수 있다.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주변 조직이나 근육 등에 의해 정맥이 압박을 받게 돼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섬유성 조직이 혈관에 쌓여 정맥이 점차 좁아지면 혈류가 느려져 혈전을 생성할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혈전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색전증으로 진행돼 숨쉬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근육 속에 있는 큰 정맥이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은 응고된 핏덩어리(혈전)가 폐동맥을 막아서 급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한화큐셀의 후원을 받고 있는 코르다는 혈전증 발병 전후로 근력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꾸준히 컨디션을 관리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해 심박수, 호흡수, 수면 상태 등을 체크했다. 골프 라운드 때 그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119회이고 평균 최대 심박수는 155회로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매일 아침 공복 상태에서 1시간을 걸었다. 걷기는 근육 유지와 심폐 리듬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식전에는 인슐린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체지방을 더 잘 분해할 수 있다. 코르다는 산책 전 단백질 셰이크를 먹고 운동 후에도 충분한 수분과 단백질을 섭취했다. 독소 제거와 체지방 감소를 위해 하루 3L 가까운 물도 마셨다. 철저한 노력이 빠른 회복을 거들었을 것이다. 경고등이 켜진 자동차를 그대로 주행하다가는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 코르다가 몸에 이상을 느껴 바로 병원을 찾은 것은 올해 날린 최고의 ‘굿샷’이 아니었을까.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카타르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강호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16강 진출 희망을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은 14위 우루과이를 맞아 열세가 예상됐지만 ‘마스크 캡틴’ 손흥민의 투혼과 골키퍼 김승규와 김문환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등 ‘김씨 5형제’의 강력한 수비 라인을 앞세워 첫 스타트를 힘차게 끊었다. 한국은 28일 오후 10시 가나를 상대로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는 데 16강을 향한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길거리 응원과 집관 분위기도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90분 산책 효과, 심박수 증가축구 관람은 건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영국 리즈대는 2019년 축구 팬이 응원하는 팀 경기를 보면 빠른 걸음으로 90분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신체 부하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축구 경기 전과 하프타임, 경기 종료 후 팬들을 대상으로 심박수를 측정한 결과 평균 17%가 증가했다. 리즈대 안드레아 어틀리 교수는 “축구를 관전하면 적당히 감정이 고조되는데 이는 몸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영국 노팅엄대의 정신건강 전문가인 앨런 프링글 교수는 “많은 문화권에서 남성의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는 팬들에게 건강한 감정적인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경기 관람에 몰입하게 되면 자신이 경기를 뛰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켜 뇌가 호르몬을 조절하게 된다. 도파민,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돼 활력을 찾고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자신감과 긍정적 자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나친 흥분이나 과다한 몰입은 금물이다. 지난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야구, 골프, 축구 등 스포츠를 본 노인은 우울증 위험이 줄어든다’는 쓰쿠바대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65세 이상 조사 대상자 약 2만1000명 가운데 1년에1~3회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은 스포츠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 증세를 겪을 가능성이 70% 낮았다. 스포츠를 자주 볼수록 가족, 친구, 이웃과 더 많이 사귀는 경향이 많았다.●6시간 시차, 심야 치맥에는 과일, 채소 함께 결전의 땅 카타르 시간은 한국 보다 6시간 빠르다. 한국 조별리그 3경기 가운데 1,2차전은 오후 10시, 마지막 포르투갈전은 12월 3일 0시에 시작한다. 심야 관람 후유증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축구와 치맥은 찰떡궁합으로 유명하다. 이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대회 개막 후 배달 앱이 먹통이 되고 주문 후 치킨 받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치킨, 맥주, 피자 등 고칼로리 야식을 월드컵 기간 내내 과도하게 찾는다면 소화불량이나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평소 통풍이 있다면 과음과 폭식을 자제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닭튀김 대신 닭고기를 굽거나 삶는 통닭이나 백숙을 찾는다면 상대적으로 몸에 부담을 덜게 된다. 기름진 음식에 과일, 채소를 곁들이면 나트륨 배설을 촉진시키고 식이섬유가 성분의 체내 흡수를 막아줄 수 있다. 야간에 음식 섭취량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당일 점심은 저칼로리 위주의 가벼운 식단을 택해도 좋다. 맵고 짠 음식이나 커피 탄산음료 등 카페인을 자주 섭취하면 위산 역류가 일어나 식도염이나 후두염이 생길 수도 있다. 위산 역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이 들기 전까지 위에 음식이 남아있지 않도록 소화가 잘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마지막 식사 후 3시간이 지난 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전후반 내내 ‘부어라 마셔라’ 하기 보다는 시간을 정해두고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도 좋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이나 음료 등은 수면도 방해한다. 잠자리 들기 1~2시 간에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 관람과 취침장소를 분리해야 숙면이 가능하다. TV나 모바일 기기를 통한 관람에서는 올바른 자세도 중요하다. 휴대전화로 관전할 때는 턱을 당기고 시선은 아래 15도를 유지하면 목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경기 도중 스트레칭은 근육 긴장을 풀어준다.●“박지성 차분하고 침착하게 해설” 그동안 ‘굿샷 라이프’에서 축구와 남다른 사연을 소개한 인물들도 월드컵을 맞아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포츠 캐스터의 전설로 불리는 송재익 씨(80)는 1986년 멕시코부터 2006년 독일까지 6회 연속 월드컵 축구 현장을 지켰다. 1999년 정년퇴직 후2002년 한일월드컵 때 복귀해 한국 축구의 4강 신화의 현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77세였던 2019년부터 2년 동안 현역 최고령 캐스터로 프로축구 K리그 중계를 맡기도 했다.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함께 철저하게 자기를 관리한 덕분이다. 송 캐스터는 “우루과이와의 1차전은 지상파 3사 중계를 골고루 봤다. 박지성 해설이 차분한 성격처럼 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루과이가 남미 강호여서 당초 걱정을 했는데 상대에 대한 적절한 전력 분석과 함께 빌드업이 잘 된 것으로 보인다”며 “가나와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골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여부가 승부를 가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1970년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해 50년 넘게 마이크를 잡은 송재익 캐스터는 어록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다.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를 비롯해 “보신각 종 치듯 한 헤딩골”, “꽁치 그물에 고래가 걸렸네요.”, “저런 행동은 마치 자갈밭에서 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읽는 행동이군요.”, “한국 수비 깨진 쪽박처럼 물이 줄줄 새는군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가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기 직전 멘트도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빌고 없으신 분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 ●“깐깐해진 오프사이드 판정이 우리에겐 유리” 축구의 매력에 빠진 민영호 대한골프협회 핸디캡위원장(74)과 최철권 서울 숭의여고 농구부장(60)은 월드컵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민 위원장은 “체력 문제와 부상 변수만 없다면 한국이 16강에 오를 것 같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으로 오프사이드를 깐깐하게 잡아내는 게 우리에겐 오히려 유리해 보인다. 축구공은 둥글다. 붙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 골프장 사장직과 대학 겸임교수 자리에서 잇따라 물러난 뒤 우울증에 시달린 민 위원장은 자전거와 축구로 새로운 의욕을 찾았다. 토요일마다 ‘아축사(아침 축구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조기 축구회에 공을 차고 있는 민 위원장은 20대부터 80대까지 구성된 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오전 6시 정도부터 2시간 게임하고 해장국 먹고 카페에서 수다 떨다 귀가합니다. 그렇게 개운할 수 없어요.” 민 위원장은 “축구를 하다보면 세상에 독불장군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단체로 어우러져 살아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골프 국가대표 출신인 민 위원장은 과거 두 차례 아시안게임(1986년 서울,1994년 히로시마)에서 한국 골프대표팀 감독으로 금 1개, 은 2개, 동 2개의 메달을 이끈 국내 원조 골프 지도자다. 민 위원장은 70대 중반에 축구가 위험하지 않은지 주위의 우려도 듣는다. 축구하러 갈 때 자전거로 3km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워밍업을 한다는 민 위원장은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절대 무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 평소 몸 관리를 잘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1승 2무로 16강 진출 예상” 최철권 부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농구 대표 출신의 전설적인 슈터였다. 기업은행 선수로 뛰던 1987년 광주 전국체육대회에 전북 선발로 출전해 부산 선발을 상대로 혼자 97점을 퍼부었다. 여자 농구 지도자이자 체육교사인 최 부장은 환갑이 된 올 들어 모교인 고려대 81학번으로 구성된 동호인 축구팀 ‘공차구(KU)’에 가입해 주 2회 친선게임으로 구슬땀을 쏟는다. 최 부장은 “축구를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한 행복한 삶을 느끼게 된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축구 하려고 평소 주 3,4회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을 향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가나를 2-1로 꺾고 포르투갈은 1-1로 비길 것 같아요. 1승 2무를 기록해 조 2위로 16강 진출을 예상해 봅니다. 손흥민 김민재가 든든하고 젊은 이강인 정우영의 패기가 돋보이네요.” 카타르 월드컵의 챔피언이 결정되는 대망의 결승은 12월 19일 0시에 열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할 게임은 숱하게 남았다. 즐겁고 안전하게 감상하시길. 12번째 선수라는 축구팬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태극전사들의 여정도 오래 지속되기를.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40대 프로야구 선수라는 직함만으로도 이미 대단한데 그는 한국시리즈 최고령 최우수선수까지 됐다. 최근 SSG를 창단 두 시즌 만에 첫 정상으로 이끈 김강민(40)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8타수 3안타를 기록한 그는 대타 홈런 2개로 5타점을 올리며 ‘짐승’이란 별명을 소환했다. 특히 5차전에서 팀이 2-4로 뒤지던 9회말 대타로 나와 터뜨린 끝내기 홈런은 야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세월을 거스른 김강민의 활약은 자신의 루틴(routine)을 철저하게 따른 결과다. 스포츠에서 루틴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고유한 프로그램을 일정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의 징크스와 달리 긍정적인 실천이다. 김강민은 “홈게임을 앞두고 파스타만 먹었다. 2년 전부터 그랬더니 결과가 좋았다. 샐러드, 시금치 파스타나 알리오올리오를 선호한다”며 웃었다. 파스타는 경기에 나서는 선수에게 적합하다. 당지수(GI)가 50∼55 정도로 높지 않으며 복합 탄수화물로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 오랜 기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식이요법으로 늘 적정 체중 89kg을 유지하는 김강민은 골반이 전방으로 기울어진 체형이라 남들보다 부상 위험이 높다. 긴장도가 높은 햄스트링은 올해도 두 차례 다쳤을 만큼 ‘아킬레스건’이다. 부상 예방을 위해 시즌 때도 매일 30분 동안 개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강화했다. 선발 출전이 아닌 경우 5회 이후 밴드 등 소도구를 통한 코어 근육 활성화까지 진행했다. 8시간 수면 원칙에 따라 야간 경기를 마친 뒤 불필요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일상의 규칙적인 습관은 누구에게나 인지 기능 향상과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캐나다 퀸스대 메건 에질로 교수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에게 루틴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출퇴근 지하철역 계단 이용, 점심 식사 후 걷기, 일주일에 몇 번은 동네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면 하루 운동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스포츠 게임,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취미 생활을 하거나 독서클럽 등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 몰입과 성취감을 얻어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50대 중반으로 철인 3종 경기에 빠진 필자의 선배는 “세상에서 최장 코스는 침대에서 현관까지인 것 같다”고 했다. 매일 새벽 운동 나가기가 힘들지만 그걸 극복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뜻. 너무 높지 않은 목표를 잡아 일단 시작했으면 빼먹지 않아야 한다. 사정이 생기면 줄여서라도 꼭 하는 게 중요하다. 루틴의 어원 ‘루트’는 길이라는 의미. 느리더라도 꾸준히 걸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행동 없이는 행복도 없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스포츠에서 루틴(routine)은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을 일정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의 징크스와 달리 긍정적인 실천이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SSG를 창단 두 시즌 만에 처음 정상으로 이끈 김강민(40)은 2년 전부터 홈게임을 앞두고는 저녁 식사 때 대부분 파스타를 먹고 있다. “게임 전 먹으면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파스트를 들었더니 결과가 좋더라고요. 몸에 부담이 덜하면서 힘도 나고요. 샐러드나 시금치가 들어간 파스타나 알리오올리오를 선호합니다.”●“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고 에너지원 충분” 김강민은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때도 안방경기에 앞서 늘 파스타를 찾았다. ‘파스타 파워’라도 있었을까. 김강민은 40세 1개월 25일로 한국시리즈 최고령(40세 1개월 25일) 최우수선수(MVP)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월드시리즈 MVP는 1979년 챔피언 피츠버그의 윌리 스타젤로 당시 나이 39세 225일.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8타수 3안타 5타점을 기록했는데 대타 홈런을 2개나 날리며 과거 ‘괴물’로 불릴 때 괴력을 재현했다. 특히 5차전에서 팀이 2-4로 뒤지던 9회말 대타로 나서 날린 끝내기 홈런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운동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파스타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박재현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파스타의 당지수(Glycemic Index)가 50~55정도로 높지 않으며 복합탄수화물로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 오랜 기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수정 차의과대학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파스타는 한식처럼 많은 반찬이 필요하지 않고 탄수화물 비중이 높으며 단백질, 지방 보다 빠르게 소화, 흡수될 수 있는 메뉴”라며 “운동 중 탄수화물은 근육과 중추신경계의 연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스타의 장점을 높이려면 통밀을 사용해 요리하면 더욱 좋다고 한다. 통밀 파스타는 적은 양에도 포만감을 주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질 햄스트링에 경기 중 근력 운동자신의 몸을 위한 최상의 메뉴까지 꼼꼼히 챙기는 김강민은 골반이 전방으로 기울어진 체형이라 남들 보다 부상 위험이 높다. 특히 긴장도가 높은 햄스트링은 이번 시즌에도 두 차례 다쳤을 만큼 ‘아킬레스건’이다. 박재현 교수는 “햄스트링이란 허벅지 뒤쪽에 있는 근육들을 합쳐서 부르는 용어로 무릎을 구부리고 고관절을 늘여서 펼치는 역할을 한다”며 “걷고 뛰고 점프와 같은 동작들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햄스트링은 운동선수의 12~16%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게 부상을 입는 부위다. 재발률도 34%로 높은 편이다. 김강민은 부상 예방을 위해 시즌 때도 매일 30분 동안 개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강화했다. 선발 출전이 아닌 경우 5회 이후 밴드 등 소도구를 이용해 코어 근육 활성화를 진행했다. 김강민은 “우리팀 트레이닝 파트에게 나는 요주의 인물이다. 다른 선수들이 며칠에 한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나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했다”며 “신체 부위별로 나눠 하고, 상체와 하체로 나눠 하고, 스피드 훈련도 했다. 트레이닝 파트가 정말 신경을 많이 써줘 더 챙겨줘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허수정 교수는 “햄스트링 부상 재발을 막으려면 신장성 근력운동과 순간적으로 빠르게 수축하는 모드에서의 운동(플라이오 매트릭 등)이 필요하다”며 “햄스트링 근육 뿐 아니라 엉덩이 근육, 후면 사슬 그룹의 근육들을 골고루 좋은 기능으로 유지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강민은 8시간 수면 원칙도 지키기 위해 야간 경기를 마친 뒤 불필요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체중도 베스트 수치인 89㎏을 늘 유지하고 있다. ●추신수 덕분에 다시 찾은 야수 본능세월을 거스르는 김강민의 눈부신 활약은 이처럼 자신의 루틴을 철저하게 따른 결과다. SSG 프런트 관계자는 “40세까지 선수생활을 이어올 수 있는 것은 20대부터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강민은 남들 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 땀을 흘렸다. 운동과 식단을 통한 체중 관리, 시즌 중에도 지속적인 웨이트트레이닝 등 젊은 선수와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자기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뛴 동갑내기 동료 추신수의 합류가 김강민에게는 큰 힘이 됐다. “추신수는 개인 트레이닝만 하루 2시간씩 하는 데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어요. 감히 흉내내기도 어렵지만 그런 모습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아요.” 김강민은 근육을 단단하게 채우면서 마음은 비웠다고 한다. “20,30대처럼 운동할 수 있는 몸은 아닙니다. 오늘 한 게임 풀로 하면 다음날 베스트 컨디션으로 나갈 수 없어요. 무리하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했죠. 욕심을 비우니까 모든 게 편해지더라고요. 뛰는 순간이 행복할 뿐입니다.” 김강민은 자신을 이빨 빠진 짐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와이번스가 랜더스에 인수된 뒤 더 혹독하게 훈련했다. 새로운 팀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선수로서 해볼 건 다 해본 것 같다. 팀에 민폐가 되면 바로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그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40대 중반에도 뛴 이치로의 집요한 습관46세에 은퇴한 일본의 야구 스타 스즈키 이치로(49)는 남다른 루틴으로 유명했다. 그는 경기 전에는 똑같은 음식만 먹었는데 홈 게임 전에는 아내가 만든 카레, 원정경기 때는 치즈 피자만 찾았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몸에도 부담을 덜 주기 위한 자신만의 방식이다. 허리에 안 좋을까 싶어 푹신한 소파를 멀리하며 스파이크를 신으면 자칫 미끄러질 수 있어 계단 대신 장애인용 슬로프를 이용하는 건 널리 알려진 일화. 늘 일정한 출근길 코스를 따라 오후 2시면 야구장에 도착했다. 인기 포수로 이름을 날린 홍성흔은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선수 시절 주꾸미를 먹고 홈런을 친 뒤 주꾸미를 매일 섭취해 4경기 연속 홈런을 친 적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운동이 직업인 선수들은 위장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식단을 짜야 게임에 안정감 있게 집중할 수 있다. 골프 선수들은 대회 때 생선회 같은 날 음식을 멀리하기 마련이다. 허수정 교수는 “소화가 잘되거나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메뉴를 정해 놓고 식사를 하면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명상과 일기쓰기를 하고 있다. 투자가 워런 버핏은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다. ● 계단 걷기, 그림 그리기 등 규칙적인 일상 반복일반인에게도 일상의 규칙적인 습관은 삶에 양념이 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루틴은 사람들이 즐겁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퀸즈대학 메건 에질로 교수는 “루틴은 인지 기능 향상과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년층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등하교나 출퇴근 때 지하철역에서 계단 이용, 점심 식사 후 걷기, 1주일에 몇 번은 동네 산책이나 자전거를 탄다면 1일 운동권장량을 충족할 수 있다. 또 정해진 시간에 스포츠 게임, 그림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취미 생활을 하거나 독서클럽 등 지역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 몰입과 성취감을 통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약을 같은 시간에 복용하고 열쇠를 늘 제 자리에 두면 약을 머었는지 안먹었는지 헷갈리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찾느라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게 된다. 코칭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루틴은 무의식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운동, 식단 등 평소 습관적인 관리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제 올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새해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미리 작지만 의미 있는 루틴들을 만들어 정리해보면 어떨까. 물론 절제와 노력을 통한 쉼없는 실천은 필수. 새로운 인생이 열릴 수도 있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김선미(49)는 4일 종료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시즌 2승을 거두며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7일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우며 최다승 기록(45회)에도 1승 차로 다가섰다. 올해 세는나이로 50세인 김선미는 210m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앞세워 40대 후배들과 당당히 맞섰다. 1972년 프로가 된 랑거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60대 중반에도 250m를 넘긴다. 세월을 거스르는 듯한 두 선수 모두 코어(척추, 골반, 고관절) 근육 단련에 집중하고 있다. 스무 살에 골프에 입문한 김선미는 무릎을 90도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런지를 매일 30번씩 3세트 하고 있다. 폼롤러를 활용한 오전 스트레칭과 저녁 식사 후 4km 걷기도 빼놓지 않는 일과다. 김선미는 “나이 먹을수록 근력, 유연성, 민첩성이 둔해지는 것 같다. 운동 부족으로 스윙이 잘못되면 발목, 어깨, 손목, 등 통증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랑거는 플랭크(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 전도사다. 그는 “플랭크 자세에서 시작해 한쪽 팔과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려 30초 동안 유지한 뒤 다른 쪽으로 전환한다. 균형감이 향상되고 허리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성봉주 박사(운동생리학)는 “랑거는 코어 근육과 밸런스 능력이 젊은 사람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중·노년 일반인들도 지속적인 근력 운동이 건강 수명 연장에 필수다. 근육량 감소는 40세 이후 시작되며 50세부터는 1년에 하지 근육량이 1∼2%, 근력이 1.5∼5% 감소한다. 근감소증 예방은 빠를수록 좋다. 박재현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은 보행, 일상생활, 자세 유지 등 모든 활동에 필요하며 당뇨병 예방과 혈당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근력 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돼 인지 기능, 지방 분해, 골다공증 예방, 식욕 조절, 면역 등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선미와 랑거는 거창한 웨이트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회사에서도 충분히 근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계단 걷기, 양치하면서 까치발을 드는 종아리 운동 등을 통해 근육에 자극을 줄 수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62타를 치며 상금왕 2연패를 달성한 김종덕(61)도 일상에서 10kg 덤벨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을 40년 넘게 해오고 있다. 키 174cm에 50년 넘도록 늘 체중 72kg을 유지하는 랑거는 어릴 때 벽돌공 아버지 일을 도왔다. 그러면서 벽돌집을 짓듯 운동했다고 한다. 코어가 탄탄해야 집도, 건강도 오래갈 수 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지속적인 근력운동은 건강 수명 연장에 필수로 여겨진다. 근육량 감소는 40세 이후에 시작되며 50세 이후부터는 1년에 하지 근육량이 1~2%, 근력이 1.5~5.% 감소한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는 “80세에는 총 근육량의 40~60%를 잃는다”고 말했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생애 주기별로 근육량과 근력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박재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근육은 단순히 힘을 쓰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보행, 일상생활, 자세 유지 등 모든 활동에 필요하며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당뇨병의 발생을 막고,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근육량이 늘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혈액 순환이 증가해 고지혈증도 피할 수 있다. 근력운동을 하면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는 데 인지기능, 지방분해, 골다공증, 식욕조절, 면역에 걸쳐 전신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희망 드리고 싶어요.”김선미(49)는 4일 종료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스투어(40세 이상 출전)에서 2승을 거두며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7일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는 50세 이상이 나서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역대 최다승 기록(45회)에도 1승차로 다가섰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9일에는 김종덕(61)이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 한국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하며 마지막 날 10언더파 62타를 몰아치며 우승해 상금왕 2연패까지 달성했다. 아들이 올해 군에서 제대한 김선미는 “60세까지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아프지 않는 게 핸디다 오히려 체력은 어렸을 때보다 좋아진 거 같다”고 말했다. 손자 3명을 둔 할아버지인 김종덕은 “고참 골퍼들도 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주고 싶다.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랑거는 “내 우승이 50, 60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아직 뛰어난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런지, 플랭크, 스쾃으로 신체 균형세월을 거스르는 듯한 세 선수 모두 오랜 세월 코어(척추, 골반, 고관절) 근육 단련에 집중한 걸 장수의 비결로 꼽았다. 코어 근육은 상·하체를 연결하는 동시에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코어 근육이 발달하면 척추질환과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 초보자인 경우 기구 없이 자기 체중을 이용하는 근력 운동을 권한다.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 런지, 스쾃, 플랭크, 팔굽혀 펴기 등이 대표적이다. 김선미는 무릎을 90도 구부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런지를 매일 30번 씩 3세트 하고 있다. 런지 자세를 취하려면 한쪽 발은 앞으로, 반대쪽 발은 뒤로 뺀 다음 무릎을 구부리면 된다. 이 때 앞발은 무릎의 각도가 90도가 되도록 구부리고 뒷발을 무릎이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구부리면 된다. 런지는 많은 운동에 필수 동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특히 골프는 하체가 잘 받쳐줘야 스윙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므로 꼭 필요하다. 김선미는 “나이 먹을수록 근력, 유연성, 민첩성이 둔해진 것 같다. 운동 부족으로 스윙이 잘못되면 발목, 어깨, 손목, 등 통증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올해 세는 나이로 50이 된 김선미는 210m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지녔다. 정확한 아이언 샷도 장점이다. 김선미는 “간결하게 스윙하면서 과도한 체중이동을 피해야 한다. 임팩트가 한 부분이 아닌 공 앞 30cm 정도까지의 구간이라고 생각하고 길게 가져가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힘의 분산이 덜 되고 몸의 축이 흔들리지 않게 돼 정타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랑거는 코어 근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플랭크(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 신봉자다. 플랭크 기본 자세는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두 손을 어깨너비로 벌려 바닥을 집고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때 상체만 일어나서는 안 되고 몸이 전체적으로 일직선이 되도록 일으켜야 한다.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거나 위로 올라와서는 안된다. 랑거는 “플랭크 자세에서 시작해 팔과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려 30초 동안 유지한 뒤 다른 쪽으로 전환한다. 균형감이 향상되고 허리가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랑거처럼 65세 나이에 정자세로 프랭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코어근육과 밸런스 능력이 젊은 사람 이상으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1972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랑거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60대 중반에도 250m에 이른다. 탄탄한 코어 근육을 앞세운 몸통 스윙을 중시하는 김종덕 역시 티샷을 250m 넘게 보낸다.김종덕은 10㎏ 덤벨을 이용한 보디턴 훈련을 40년 넘게 해오고 있다. 매일 3분 정도 코어 운동을 하면 허리와 골반, 엉덩이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김종덕은 “양손으로 아령을 들고 스윙하듯이 좌향좌 우향우 동작을 반복하면 신체 밸런스가 잘 잡히고 전체적인 근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계단 걷기 등 일상에서 근육 자극코어 근육은 거창한 웨이트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충분히 근력을 기를 수 있다. 박재현 교수는 “인간이 독립생활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걷기다. 걷기 위해서는 인체에서 가장 많은 근육이 위치하는 하지 근력(엉덩이, 허버지, 종아리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체 근력 강화를 위해 일상에서 계단을 걷는다거나 양치를 하며 까치발을 드는 종아리 운동을 하는 식으로 자주 근육에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1주일에 두 번, 15~20분 정도의 근력 운동은 체력 향상과 균형잡힌 몸매를 있을 정도의 근육 자극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릎 관절염이 있거나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 있는 경우라면 증상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선미 역시 집에서 스쾃도 자주 하고 있다. 스쾃의 가장 기본자세는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가슴 앞부분에 오도록 둔 뒤 마치 의자에 앉듯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엉덩이는 뒤로 빼고 가슴은 구부러지지 않도록 세우는 동작이다. 폼롤러를 활용한 스트레칭과 저녁 식사 후 4㎞ 걷기도 늘 빼놓지 않는 김선미의 하루 일과다 김종덕은 덤벨과 고무줄(밴드)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긴다. “덤벨은 헬스클럽에서뿐 아니라 집에서 TV를 보면서 하기도 하고, 골프 대회 기간에는 호텔 방에서도 들어요. 한 번에 10~12회 3세트 정도를 합니다. 근력 강화를 위한 고무줄 당기기도 자주 하고요.” 서경묵 서울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장은 “노년층은 저강도 근력운동을 꾸준히 안하면 근육 자체가 저절로 빠지는 속도가 빨라져 근력과 지구력이 빨리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 센터장은 “자기 나이만큼 아침저녁으로 팔굽혀 펴기, 스쾃 천천히 하기, 프랭크 자세로 30초 씩 버티기, 마무리 스트레칭을 꾸준히 실천하면 좋다”고 권했다.●부상을 극복한 노장 투혼키가 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구 선수를 한 김선미는 구타가 일상화된 단체 운동을 견디지 못해 고교 시절 배구 코트를 떠나야 했다. 우연찮게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20대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26세 결혼한 뒤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골프채를 잠시 내려놓았던 그는 30세 KLPGA 정회원 자격증을 따다. 생계를 위해 서울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하루 25명까지 가르치느라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기도 했다. 김종덕은 20대 초반에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를 다쳤지만 오랜 세월 덤벨과 인연을 지킨 덕분에 부상을 모르고 장타의 원동력도 된다고 했다. 랑거는 19세 때 군 복무를 하다 척추 골절과 디스크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 후 50년 넘는 골프 선수 경력 동안 근력과 유연성 강화를 위해 매일 피트니스 운동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키 174㎝인 랑거의 체중은 반세기 넘도록 줄곧 72㎏을 유지하고 있다. 김종덕과 랑거는 부상 전력에 따라 일찍부터 몸에 부담을 덜 주는 부드러운 스윙을 지녔다. 허리, 어깨, 엉덩이 등의 관절을 많이 쓰지 않고 몸통 전체를 간결하게 회전하는 방식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스윙 교정을 시도하고 있다. 골프 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서다. 랑거는 일반적인 퍼터보다 10인치(25.4㎝) 이상 긴 45인치(약 114.3㎝)에 이르는 롱 퍼터가 트레이드마크다. 마치 빗자루를 쓸듯 왼손을 명치에 대고 오른손은 샤프트 중간부분 그립을 잡고 퍼트를 한다. 20년 가까이 ‘빗자루 퍼터’를 쓰며 퍼트의 달인이 됐다. 서경묵 센터장은 “랑거는 구부린 자세로 퍼터를 집게 그립으로 잡다가 긴 퍼터를 사용한 것은 당시 허리 통증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김선미, 김종덕, 랑거. 성별, 나이, 뛰는 무대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지 모른다. 기본에 충실하며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업적이다. 나무도 뿌리가 깊어야 오래간다고 하지 않았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리디아 고(25)는 얼마 전 강원 원주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올린 뒤 눈시울을 붉혔다. 한 해에 두 번 이상 우승은 19세 때인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질랜드 이민을 간 그가 원하던 고국에서의 첫 승을 이룬 감격도 컸다. 올 시즌 평균 타수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리디아 고의 10대 시절은 화려했다. 10년 전 15세로 LPGA투어 정상에 처음 선 뒤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고 2015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이때 나이 18세. 10대에 수집한 LPGA 우승 트로피만 15개에 이른다. 최초, 최연소 기록 제조기였다. 20대 들어 3년 가까이 무관에 그치며 부진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 가도를 질주하다가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BTS도 비슷한 이유로 활동 중단까지 선언했다. 이 같은 번아웃은 유명인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7월 동아일보와 한 설문 플랫폼이 20∼60대 남녀 1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7%, MZ세대의 43.9%가 번아웃을 겪었다. 안지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이 오면 피로감, 무기력감, 공감 능력 저하, 냉소, 의욕 상실, 흥미 저하, 이유 없는 잔통증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천재 운동선수들은 우승과 본인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안 교수의 분석. 리디아 고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올인한 뒤 허탈감에 빠졌다. 번아웃에 대한 해법은 뭘까. 업무나 성취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정하고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 등 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거나, 하루 10분 산책, 하루 한 번 식물 살피기, 매일 감사일기 쓰기 등 작지만 반복적인 성취를 통해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방법도 좋다. 리디아 고 역시 “작은 목표에 집중했다. 결과가 아니라 어떤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가령 해마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모두 70% 이상 기록해 보자는 식이다. 몸은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이요법으로 근육량을 7kg 늘렸다. 매일 아침 10km를 달리고 요가, 필라테스로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쉴 때는 K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즐기며, 독서와 신앙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우보천리(牛步千里)다. 조급함은 떨치고 천천히 끈질기게 걸어야 멀리 갈 수 있다. “큰 그림을 한번에 그릴 순 없잖아요. 눈에 보이는 것부터 하나하나 채워가려 합니다.” 미소를 되찾은 소띠 리디아 고의 얘기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최근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아일보와 설문플랫폼 SM C&C ‘틸리언 프로’가 지난 7월 20~60대 남녀 1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7%, MZ세대의 43.9%가 번아웃을 겪었다고 한다. 번아웃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돼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우울감이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안지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은 정신과적 진단은 아니어서 학자마다 다르게 이야기 하지만 피로감 또는 무기력감, 공감능력 저하, 냉소, 의욕 상실, 흥미 저하, 이유 없는 잔 통증, 업무 효율 저하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10대 시절 LPGA투어 15승 돌풍 리디아 고(25)는 천재 골프 소녀로 화려한 10대 시절을 보낸 뒤 20대 들어 슬럼프에 허덕였다. 10년 전인 2012년 15세로 LPGA투어 정상에 처음 선 뒤 이듬해 프로에 전향했고 2015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그의 나이 18세 때다. 10대에 수집한 LPGA 우승 트로피만 해도 15개에 이른다. 최초, 최연소 기록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2017년부터 정상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3년 가까이 무관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너무 이른 나이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번아웃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뚫고 재기에 성공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말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CC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시즌 2승째였다. 그가 한 해 두 번 이상 우승한 것은 19세 때인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리디아 고는 “모국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과 결혼을 앞두고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었다.●유명인, 일반인 가리지 않는 심신 탈진 증상BTS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 여름 활동 중단까지 선언했다. 이같은 번아웃은 유명인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일반 학생, 직장인들도 지나친 경쟁 구도, 코로나 19 장기화 등으로 심신의 탈진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번아웃에 대한 해법은 뭘까. 업무나 성취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정하고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거창한 계획 보다는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쉼을 찾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의 리스트를 만들어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번아웃 극복 방법-생체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루틴 만들기 : 수면 위생(특히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여 빛에 노출되는 시간과 생체시계를 맞추기),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우울, 불안 경감 효과가 있음)-작지만 반복적인 성취를 통해 자기 효능감 키우기 : 하루 10분 산책, 하루 1번 식물 가꾸기, 매일 감사일기 쓰기-업무와 휴식의 온(on)/오프(off)를 확실히 하기 : 업무시간 외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제한하기, 머릿속의 이미지로 회사의 셔터를 내리거나 전구를 끄고 나온다고 생각.-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 단순히 먼 미래의 성공, 승진, 우승 등 보다는 일주일, 한달 간격으로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추진.-명상, 마음 챙김, 심호흡 : 생각과 신체의 이완을 돕고, 현재의 상태의 집중하게 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음-스스로의 마음을 꾸준히 들여다보기-증상이 심하면 실제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 받기.(도움말 : 안지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다걸었던 리우 올림픽 이후 급격한 추락리디아 고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 뒤 2016년 하반기 아시아 지역 4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당시 시즌을 마친 뒤 리디아 고는 “잊지 못할 시즌이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클럽을 쳐다보지 않고 쉴 생각이다. 골프채도 내가 싫을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2019년 12월부터 리디아 멘털을 담당한 코치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솔류션 대표는 “리디아는 가장 큰 목표를 두고 전념했던 올림픽이 끝난 뒤 인생의 혼란함을 느꼈다. 앞으로의 길이 없는 것에 대한 허무함도 컸다”고 말했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있으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진 상태였다는 것이 정그린 대표의 진단이었다. 리디아 고 뿐 아니라 스포츠 무대에서는 어린 나이에 정상의 고지에 오른 뒤 좀처럼 새로운 목표를 찾지 못하거나 계속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다 소리 없이 사라진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운동선수들은 하나의 목표를 통해 극도의 노력을 하는데 결국 기억되는 우승자는 한명뿐이고, 경기력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압박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이 일반인들과 다른 점으로 꼽힌다. 평소 긴장을 풀고 자기만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우승과 선수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갈등 안지현 교수는 “리디아 고 뿐 아니라 오사카 나오미(테니스), 마이클 펠프스(수영) 같은 천재 운동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우승과 선수 자신을 동일시하는 결과가 많다. 경기가 선수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니라 선수 인생 그 자체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운동선수나 일반인들이나 업무나 성취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정하고 이것들이 내가 원하고 주도하는 인생 여정 가운데 ‘목표’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안 교수의 진단이다. 안교수는 또 “특히 어린 선수들은 정신발달학적으로도 잘 성숙하기 위해서 유년기, 청소년기, 초기 성인기 등에 성취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또래 관계, 자아정체감, 경쟁과 협동, 신뢰감 형성 등”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훈련과 게임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런 일상적인 발달 과정들을 놓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동년배들이 성취해 나가는 기본적인 발달 과정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코치나 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10km 달리기로 스트레스 해소” 리디아 고는 작은 목표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의욕을 되찾았다. 그는 “결과가 아니라 어떤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모두 70% 이상 기록할 수 있도록 훈련하자는 식이다. 몸은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단백질을 보충하는 식이요법으로 근육량을 7㎏ 늘렸다. 매일 아침 10㎞를 달리고 요가, 필라테스로 코어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했다. 악력을 키우려고 록클라이밍도 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조차 힘들어지면서 미국 플로리다 주 자택에 피트니스 기구를 들여놓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홈 트레이닝에 매달렸다. 리디아 고는 “뛰는 것을 싫어했지만 뛰면서 스트레스가 풀렸고 속에 있던 것들이 밖으로 분출되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워라밸을 중시한 그는 쉴 때는 K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며 독서와 신앙생활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인생은 흔히 마라톤에 비유된다. ‘소확행’이라고 했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지친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20일 남았다. 송재익 스포츠 캐스터(80)는 축구 중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도쿄 한일전에서 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지자 내지른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는 아직도 회자되는 불후의 한마디다. 1970년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6년 멕시코부터 2006년 독일까지 월드컵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1999년 정년퇴직 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복귀해 4강 신화의 감격을 전달했다. 77세였던 2019년 현역 최고령 캐스터로 K리그 중계를 맡기도 했다. 최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음성은 여전히 또랑또랑하고 활력이 넘쳤다. 당장 중계석을 지켜도 될 것 같았다. 반세기 넘게 방송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더니 “부모님이 잘 낳아준 덕분”이라면서 “목소리를 잘 지킨 것 같다. 나이 먹을수록 경력보다는 체력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목소리는 건강 상태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송창면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듯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성대가 위축된다. 좋은 목소리를 지키려면 성대를 아껴 써야 한다”고 말했다. 듣는 사람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음성 변화가 생겼다면 후두 내시경을 받아 목구멍에 생기는 암이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 식도암, 갑상샘암 등도 목소리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송 캐스터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술도 멀리하고 있다. “선친께서 맥주 회사에 다니면서 약주를 많이 하셨는데 나는 마시지 않았죠. 카투사 시절 귀하던 양담배 유혹도 거부했어요.” 소식도 실천하고 있다. 아침은 우유, 과일 등으로 가볍게 들고 저녁은 점심의 절반 정도만 먹는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신다. 매일 1시간 30분 동안 5km를 걷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캠핑카를 몰았다는 그는 틈 나는 대로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그저 ‘멍 때리기’로 마음을 비운다. 송창면 교수는 “송 캐스터는 자기관리로 성대를 아껴 쓴 것으로 보인다. 음성을 많이 사용하는 업무라면 최대한 목에 힘을 빼고 발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위산 역류를 줄이는 것도 목소리에 중요하다. 맵고 짠 음식이나 카페인은 피하고 마지막 식사 후 3시간이 지난 뒤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성대가 건조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절제와 겸손’을 인생 모토로 삼아 스포츠 중계에서 장수할 수 있었다는 송 캐스터는 종종 주례사를 할 때 “목소리를 낮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라는 의미일 터. 소음에 가까운 막말 홍수 속에 세월을 뛰어넘는 촌철살인 멘트의 울림이 더욱 절실해졌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목소리는 건강 상태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몸이 피곤하면 목소리도 달라진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듯 정상적인 노화과정으로 성대가 위축된다. 노화 때문에 충분한 호흡이 이뤄지지 않으면 목소리를 크게 내고 힘들고, 조금만 말을 해도 목이 쉽게 피로할 수 있다. 스포츠 중계의 전설로 불리는 송재익 캐스터(80)의 음성은 80대에 접어들었어도 여전히 활력이 넘쳤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며칠 전 전화로 연결됐을 때였다. 그는 1970년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해 50년 넘게 마이크를 잡았다. 한때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복싱 중계로 이름을 날리다가 1986년 멕시코부터 2006년 독일까지 6회 연속 월드컵 축구 현장을 지켰다. 1999년 정년퇴직 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복귀해 한국 축구의 4강 신화의 현장을 전달했다. 77세였던 2019년부터 2년 동안 현역 최고령 캐스터로 프로축구 K리그 중계를 맡기도 했다. 특히 그는 어록제조기로 세월을 뛰어넘는 불후의 멘트를 남겼다.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를 비롯해 “보신각 종 치듯 한 헤딩골”, “꽁치 그물에 고래가 걸렸네요.”, “저런 행동은 마치 자갈밭에서 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읽는 행동이군요.”, “한국 수비 깨진 쪽박처럼 물이 줄줄 새는군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 1997년 9월 일본 도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일전. 이민성의 극적인 역전골(2-1)이 터지자.▲ “보신각 종 치듯 한 헤딩골” “꽁치 그물에 고래가 걸렸다.” : 2004아테네 올림픽 조별리그 한국-말리전 조재진의 추격골, 상대 자책골에 대해. ▲ “6만3000 송이의 장미꽃이 활짝 핀 대구월드컵경기장입니다. 장미의 특색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향기, 하나는 가시입니다.” :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미국전. 붉은 악마 한국 응원단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 묘사. ▲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빌고 없으신 분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 :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스페인 8강전. 홍명보가 승부차기에 나서기 전. ▲ “깨진 쪽박입니다. 물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 1997년 서울 잠실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예선. 한일전(0-2 패배)오랜 세월 방송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는 “건강하게 목소리를 잘 지킨 것 같다. 나이 먹을수록 경력 보다는 체력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절제와 겸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덕분에 스포츠 중계에서 장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목을 쓰는 직업이지만 예전부터 성우가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들을 정도로 뛰어난 음성을 지닌 송 캐스터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술도 멀리 하고 있다. “선친께서 맥주회사에 다니면서 약주를 즐기셨어요. 빈병 장수가 우리 집 앞에 자주 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죠. 카투사로 군 복무하던 시절 귀하던 양담배를 쉽게 피울 수 있는 유혹도 마다했어요. 목이 갈라지거나 안 좋아지는 일을 피했던 것 같아요.” 송 캐스터는 소식(小食)을 실천하고 있다. 아침은 우유, 과일, 채소 위주로 간단히 들고 저녁에는 점심 식사량의 절반 정도만 먹는다. 따뜻한 물도 자주 마신다고 한다. 매일 1시간 30분 동안 5km를 걷는다. 그는 캠핑의 원조를 자처한다. 1990년대 후반 캠핑카를 마련한 뒤 틈나는 대로 전국의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그저 ‘멍때리기’로 마음을 비운다. 송창면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송재익 캐스터의 경우에는 절제가 중요한 열쇠가 된 것 같다. 좋은 목소리를 지키려면 성대를 아껴 써야 하며 위산 역류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측 성대가 접촉을 하면서 목소리가 나오는데, 성대가 접촉할 때 과도한 마찰력이 생기거나 충격이 생기는 경우 성대에 결절, 폴립, 낭종, 부종 등이 생겨서 목소리가 악화되는 악순환을 거치게 된다. 성대에 무리를 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대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음성 사용 시간이 과도하게 길지 않아야 하고, 발성 강도가 세지 않아야 한다. 송 교수는 “업무 상 음성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최대한 목에 힘을 빼고 발성할 것을 추천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말하기 위해서는 목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한 조용한 환경에서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으면 좋다”고 덧붙였다. 성대에 물리적 충격을 줄이는 것과 함께 화학적인 공격으로부터 성대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고, 커피나 탄산음료 등 카페인을 자주 마시거나 야식을 즐기는 경우 새벽에 자는 동안 위산 역류가 일어날 수 있다. 식도 입구와 성대가 같은 부위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위산 역류로 인한 역류성 후두염이 생기는 경우 성대가 위산이라는 강력한 액체에 노출되어 점막 손상이 일어난다. 위산 역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이 들기 전까지 위에 음식이 남아있지 않도록 소화가 잘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마지막 식사 후 3 시간이 지난 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성대가 건조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 물을 자주 조금씩 마시고 물 한 잔에 레몬 반개를 넣어 입안과 목을 자주 적셔주는 것도 권한다. 걷기 등 유산소운동으로 폐활량을 확보하면 건강한 목소리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송 교수는 “듣는 사람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음성변화가 생겼다면 후두 내시경을 받아 목구멍에 생기는 암이 없는 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 식도암, 갑상선암 등의 질환도 목소리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좋은 목소리를 위한 습관을 묵묵히 따랐던 송 캐스터는 아나운서 초기에 토크 프로그램을 원했으나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다. “1970년 입사하고 수습 때 처음 받은 월급이 1만 원이었어요. 수습 끝나니 2만 원 주더군요. 몇 만원 하던 금성 녹음기를 사서 효창운동장에서 선배들을 따라하며 중계 연습을 했습니다.” 스포츠 캐스터로 남다른 공을 들인 그는 복싱 중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70년대와 80년대 최고 스포츠는 복싱이었습니다. 스포츠 캐스터라며 누구나 욕심을 냈죠. 복싱 중계는 시청률이 높았고 외국 출장의 특전도 많았습니다.” 송 캐스터는 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김득구와 레이 멘시니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을 중계했는데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이날 김득구는 투혼을 발휘하다 링에서 쓰러진 뒤 삶을 마감했다. 후일 송 캐스터는 김득구의 삶을 다룬 영화 ‘챔피언’에 캐스터로 출연했다. 송 캐스터는 한국 축구가 32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일화도 떠올렸다. “아즈테카 구장의 수용인원이 11만 명이나 됐습니다. 운동장에 압도됐죠. 잔디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한번 드러누워 봤죠. 현지 임원이 빨리 일어나라고 하더군요. 허허.” 송 캐스터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축구장을 찾아 꼼꼼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공을 위주로 중계를 하는 게 아니라 상황 위주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미리 가서 근처에 뭔 산이 있는지, 그 계절에 피는 꽃은 뭔지 환경을 파악해 두곤 했죠.” 그는 “중계가 있으면 아내가 김장독을 묻어달라고 해도 안 해준다. 혹시 허리라도 삐끗할까 싶어서다”라며 웃었다. 송 캐스터는 70대 후반의 나이로 축구 중계를 할 때 어린이들에게 사인 요청을 받기도 했다. 자신을 잘 모를 것 같아서 이유를 물어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부탁을 받았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3대에 걸친 애청자를 뒀다는 보람과 뿌듯함이 컸다. “한국 축구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건강해야 축구도 즐길 수 있다”는 송 캐스터의 바람에서 반세기 TV 브라운관을 관통한 무게감이 느껴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쌀쌀한 날씨에도 라켓을 휘두르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알록달록한 공을 쫓다 보니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며칠 전 경기 고양시 농협대에서 열린 NH농협은행 매직테니스 캠프 현장이다. 이날 행사에는 초등학생 52명(남 30명, 여 22명)이 참가해 테니스 기초를 익혔다. 한 여학생은 “처음 배웠는데 바로 게임도 해 너무 재밌었다. 또 하고 싶다”며 웃었다. 매직테니스는 테니스가 어렵다는 인식을 깨고 쉽게 접하게 할 목적으로 국제테니스연맹이 고안한 프로그램. 일반 코트 4분의 1 크기로 가능하고 네트 높이는 80cm 이하로 더 낮다. 라켓도 작고 가볍다. 말랑말랑한 공은 크기와 공기 압력에 따라 레드, 오렌지, 그린볼로 나뉜다. 일반 테니스보다 부상 위험이 적다. 장한섭 농협스포츠단 단장은 “매직테니스는 많은 인원이 편하게 입문할 수 있다. 초보자도 간단한 동작만 익히면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건강기구는 청소년들이 신체활동에 참여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대사증후군 발생률을 낮춰 주며 과체중과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와 맥길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 진학 후 집중력이 우수하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았다. 테니스 플레이에 필요한 판단력과 상상력은 두뇌 계발을 이끈다. 장점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으로 마음껏 뛰어놀기도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매직테니스와 같은 신종 스포츠는 좀 더 접근하기 쉬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초중학교를 돌며 티볼 강습회를 개최하고 있다. 티볼은 허리 높이의 티(tee)에 공을 놓고 치는 간이 배팅볼이다. 규칙은 야구와 비슷하다. 티볼 전도사를 자처한 허구연 KBO 총재는 “티볼은 고무 방망이와 고무공, 배팅티만 있으면 경기를 할 수 있다. 다칠 염려가 없다. 야구 저변 확대와 전인교육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몸싸움과 골키퍼를 없앤 ‘핸볼’을 창안했다. 부드러우면서 잘 튀는 공을 사용하는 핸볼은 초등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인데 남녀 학생이 함께 할 수 있고 골이 많이 나와 반응이 좋다. 뉴 스포츠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면 ‘진짜’ 테니스, 야구, 핸드볼 클럽이나 학교 운동부에 가입해 전문 선수가 될 수도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어려서 운동에 재미를 붙여야 평생 스포츠로 연결된다. 청소년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은 어른 책임이다. 그래야 그들도, 국가도 건강해진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가수 윤종신은 테니스 마니아로 유명하다. 테니스 스타 출신 전미라와 아들도 테니스를 친다. 윤종신은 테니스의 매력에 대해 “재밌지만 어려워 늘 도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테니스 라켓을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그립,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싱,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레슨 과정도 한동안 특정 기술에만 집착하도록 유도해 흥미를 잃게 한다. 가령 줄곧 포핸드만 가르치다가 어느 정도 완성이 돼야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무리하게 공을 치다보면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등에 크고 작은 부상에 노출되기도 쉽다. 요즘 테니스 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코트, 코치 찾기도 쉽지 않다. ●NH농협은행 재능기부 행사 성황‘테니스는 어렵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국제테니스연맹(ITF)은 2007년 테니스 교육 프로그램인 ‘PLAY+STAY’를 고안했다. 테니스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하게 해 평생 스포츠로 할 수 있도록 한 것. 국내에는 매직테니스라 이름으로 도입됐다. 매직테니스는 일반 코트 4분의 1 크기로도 가능하며 네트 높이는 일반 규격보다 10㎝ 이상 낮은 80㎝ 이하다. 라켓도 작고 가볍다. 말랑말랑한 공은 크기와 공기 압력에 따라 레드볼, 오렌지볼, 그린볼로 나뉜다. 일반 테니스보다 부상 위험이 적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합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할 수 있어 교우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테니스 플레이에 필요한 판단력과 상상력은 두뇌 계발 효과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임지헌 삼육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매직테니스는 진입장벽이 낮아 많은 인원이 편하게 입문할 수 있다. 테니스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아이들은 테니스를 평생 하는 스포츠로 삼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매직테니스는 잘 계획된 훈련과 재미있는 게임으로 수업을 신선하고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얘기다. 국내에 ITF가 발급하는 매직테니스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는 약 300명가량이라고 한다. 방과 후 수업이나 용품업체 이벤트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지역마다 초보자 레슨을 매직 테니스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코트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어르신 매직테니스 클럽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최근 경기 고양시 농협대 테니스코트에서는 NH농협은행 주최 매직테니스 교실이 열렸다. 휠라코리아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당초 참가자를 40명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250명이 신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은행 측은 참가자를 늘려 초등학생 52명(남학생 30명, 여학생 22명)이 참가했다. 여자 테니스 명문팀 NH농협은행의 김동현 감독을 비롯해 간판선수 최지희와 정영원 이은혜 백다연 정보영 등은 일일강사로 변신해 고사리 손에게 테니스의 기본을 직접 가르친 뒤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인 초등학교 5학년 이하랑 양(11)은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가까이에서 선수 언니들을 본 것도 신기했다. 마지막에 우리끼리 경기를 했는데 져서 아쉽다. 아빠한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웃었다. 한 남학생은 “쉽게 게임을 할 수 있어 너무 재밌었다. 시간이 빨리 가 아쉬웠다.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어린 참가자들은 새롭게 익힌 매직테니스의 매력에 빠져 밝은 표정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최지희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잘 따라해 주니까 너무 뿌듯했다”며 “요즘 아이들은 많이 뛰어놀지 않는데 매직테니스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서 하니까 교우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한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매직테니스는 테니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테니스는 어려운 운동이지만 매직테니스를 통해 보다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또 “매직 테니스 재능기부 행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한 해 4차례 정도 진행했던 인기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예년에 비해 테니스 열풍이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참가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치면서 해맑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모님들도 ‘좋은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셔서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테니스 붐으로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여 뜻 깊은 시간을 보내 기쁘다. 앞으로도 스포츠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을 후원한데 이어 이번 행사까지 지원한 휠라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어린이 테니스도 성인 못지않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입시 위주 교육에 뒷전으로 밀린 청소년 운동학창 시절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세계건강기구(WHO)는 청소년들이 신체활동에 참여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대사증후군 발생률을 낮춰주며 과체중과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와 맥길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중학교 진학 후 집중력이 우수하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았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으로 마음껏 뛰어놀기도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보면 10대의 체육참여율(일주일에 1회 이상)은 50.1%로 전 연령에서 가장 낮게 조사됐다. WHO가 발표한 146개국 11¤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하루 신체활동량 조사에서 한국은 1시간미만이 94.2%로 전체 1위였다. 2020년 문체부 조사에서도 10대의 35.8%는 규칙적인 체육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70세 이상(3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10대 여성은 이 비율이 49%로 남녀를 통틀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KBO 찾아가는 티볼 교실 시행이런 현실에서 매직테니스와 같은 신종스포츠는 좀더 접근하기 쉬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돌며 티볼 강습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67개교, 중학교 67개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참가학교에는 140만 원 상당의 티볼 용품과 글러브가 제공된다. 티볼은 허리 높이의 티(tee)에 공을 놓고 치는 간이 배팅볼이다. 규칙은 야구와 비슷하다. 다만 야구에서는 스리 아웃에 공수가 교대되지만 ‘티볼’은 공격 측 타자 전원이 모두 타격해야 한 이닝이 끝난다. 마지막 타자가 타격을 끝낸 시점의 잔루 주자는 다음 이닝 시작 때 그대로 이어진다. 또 야구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은 스트라이크로 인정되지 않지만 ‘티볼’에서는 인정된다. 번트와 도루가 없는 것도 다른 점이다. 티볼 전도사를 자처하며 강사로도 직접 나서고 있는 허구연 KBO 총재는 “티볼은 고무 방망이와 고무공, 배팅티만 있으면 경기를 할 수 있다. 다칠 염려가 없다. 야구 저변 확대와 전인교육에도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KBO는 티볼교실 강사로 은퇴 모임인 일구회(회장 김광수)와 함께 시니어 봉사단을 구성해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학생 눈높이에 맞춘 미니 핸드볼 ‘핸볼’ 대한핸드볼협회는 몸싸움과 골키퍼를 없앤 ‘핸볼’ 보급에 나서고 있다. 부드러우면서 잘 튀는 공을 사용하는 핸볼은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는 데 남녀 학생이 함께 할 수도 있고 골이 많이 나와 반응이 좋다고 한다. 채 하나를 갖고 미니 코스에서 9홀 또는 18홀을 도는 파크골프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매직테니스, 티볼, 핸볼 등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면 ‘진짜’ 테니스, 야구, 핸드볼 클럽이나 운동부에 가입해 전문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릴 적 땀으로 얻은 성취감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살아나 평생에 걸쳐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운동하는 학생이 많아질 때 나라도 건전해질 수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 최강 박민지(24)는 ‘연장의 여왕’이다. 9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연장전을 거쳐 다섯 차례 정상에 섰다. 통산 연장전 전적은 5승 1패로 승률이 83%에 이른다. 박세리(4승 2패)와 타이였던 연장전 최다승 기록을 깨뜨렸다. 박민지의 연장전은 모두 서든 데스(sudden death) 방식. 한 홀 결과에 운명이 결정되기에 가슴은 쿵쾅거리고 간이 콩알 만해질 법하다. 일반인들도 대학 입시, 입사 면접 등에서 그런 압박감을 겪을 게다. 모의고사 문제는 척척 풀고, 리허설에서는 청산유수이다가도 정작 ‘본(本)게임’에서는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결전을 치를 때는 평정심이 중요하다. 긴장하면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 분비로 교감신경을 자극해 근육이 경직되고 심장 박동 수가 늘어난다. 불안장애가 무대공포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칭 심리전문가인 정그린 씨는 “압박감이 극대화될 때 가장 편안하고 심플한 상태를 만들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자신만의 루틴을 강조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시험, 인터뷰 등에서 불안이 크게 높아진다면 비슷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험장 근처에 미리 가 본다든지 실제로 시험을 보듯이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해도 좋다. 박세리는 “훈련할 때 실제 경기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실수에 대처하는 요령을 수없이 반복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는 “엄마(핸드볼 대표 출신)는 늘 고강도 운동의 ‘마지막 하나 더’를 강조하셨다. 스쾃을 하더라도 20개째가 되면 죽을 것 같은데 엄마는 거기서 1, 2개를 항상 더 시켰다. 극한의 순간을 넘어서는 경험으로 현재의 멘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1도가 없으면 물은 끓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려서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갖춘 박민지는 초등학교 때 매일 10km를 뛰었다. 9홀 파3 골프장을 하루에 7바퀴 돌기도 했다. 비거리를 늘리려고 하나도 못 하던 턱걸이를 7개까지 하고 푸시업 30개도 했다는 건 유명한 얘기. 박민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연습장 2, 3층에서는 공을 못 쳐 1층에서만 실제 그린을 상상해가며 샷을 하다 보니 100m 이내 어프로치샷도 유달리 좋다고. “체력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유지했어요. 연장전에서는 패해도 2등이라는 긍정 마인드로 즐겼더니 자신감이 커졌죠.” 강심장 박민지에게서 보듯 몸과 마음은 따로일 수 없다. 심신이 튼튼해질 때 승리도, 건강도 지킬 수 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살다보면 누구나 최고의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을 맞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입사 최종면접, 중요한 계약이 걸린 PPT 발표 등에서 심장은 요동치고 입이 바짝 마르기도 한다. 평소 모의고사 문제는 척척 풀고, 가상인터뷰에서는 청산유수이다가도 정작 본 게임에서는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평정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긴장하면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교감신경을 자극하는데 근육 긴장도가 커지고 심박동수가 늘어난다. 불안장애가 무대공포증으로 커지기도 한다. 코칭 심리전문가인 정그린 그린코칭 솔루션 대표는 “긴장과 압박감이 극대화될 때 가장 편안하고 심플한 상태를 만들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결전’을 치를 때는 평소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시험, 면접 등에서 불안이 크게 높아진다면 비슷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긴장을 이완할 필요가 있다. 시험장 근처에 미리 가 본다든지 실제로 시험을 보듯이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강한 뒷심…2년 연속 상금 10억원 돌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필드 여왕’으로 불리는 박민지(24·NH투자증권)는 강한 뒷심을 지닌 승부사다. 특히 박민지는 연장전 같은 긴박한 상황에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9일 끝난 경기 여주 블루헤런골프장에서 끝난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2차 연장 끝에 정윤지를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연장전에서만 5승을 거뒀다. 통산 연장전 전적은 5승 1패로 승률이 83%에 이른다. 우승 상금 2억1600만 원 받아 시즌 상금 12억6458만 원으로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킨 박민지는 전설 박세리(4승 2패)와 함께 갖고 있던 KLPGA투어 연장전 최다 승리 기록도 깨뜨리는 새 역사를 썼다. 박민지는 장하나와 KLPGA투어 현역 최다 우승자(15회) 반열에도 올라섰는데 이 가운데 3분의1이 연장전에서 나왔다. 박민지는 “연장전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승률이 높아졌다. 박빙의 연장 승부에서 높은 승률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나름 뿌듯하다”고 말했다. 잊지 못할 KLPGA투어 첫 우승도 연장전을 통해 따냈다. 박민지는 2017년 경기 용인 88CC에서 열린 삼천리투게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안시현, 박결과 동타를 이룬 뒤 3차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승리를 결정지었다. KLPGA투어 데뷔 후 불과 10일 만에 나온 우승이었다. 박민지의 유일한 연장전 패배는 2020년 포천힐스골프장에서 열린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에서 나왔다. 당시 박민지는 연장전에서 버디를 낚고도 이글을 잡은 김지영에게 패했다. 박민지는 “잘하고도 졌기 때문에 후회는 없던 기억”이라고 밝혔다. 박민지가 치른 연장전은 모두 서든 데스(sudden death) 방식. 한 홀 결과에 운명이 결정되기에 가슴은 쿵쾅거리고 간이 콩알 만해지기도 한다.●어릴 때부터 체력왕 유명 박민지는 주니어 시절부터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체계적이고도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갖췄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때 매일 하루 10km를 뛰었다. 골프장 주차장을 달리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시절에는 9홀짜리 파3 골프장을 하루에 7바퀴 돌기도 했다. 국가대표 시절에는 훈련 장소 가운데 하나인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 골프장 입구 가파른 오르막길을 달려서 오르기를 반복했다. 모든 멘탈과 자신감은 연습의 양에서 나온다고 한다는 최경주의 말을 기억한다는 박민지는 “엄마도 늘 고강도 운동의 ‘마지막 하나 더’가 멘탈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스¤을 하더라도 20개째가 되면 죽을 것 같은데 엄마는 거기서 1~2개를 더 시켰다. 극한의 순간에 엄마가 채근했던 것들이 현재의 멘털이 된 것 같다. 선수 생활을 할수록 두 분 말씀이 정확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1도가 없으면 물은 끓지 않다고 했던가. 박민지가 비거리를 향상을 위해 정자세로 한 개도 못했던 턱걸이 7개, 푸시업 30개를 한다는 건 유명한 얘기가 됐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골프 연습장 2,3층에서는 공을 못 쳐 1층에서만 실제 그린을 떠올리며 샷을 하다보니 거리감이 유달리 좋다. 박민지는 “체력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유지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야 하기에 플레이는 한결 간결하게 가져갔다. 연장전이라고 의식하기 보다는 즐기려했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했다. 박민지는 티샷 전에 물을 마시는 루틴을 갖고 있다. 연장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첫 샷을 하기에 앞서 일정한 간격의 여유를 습관화하는 것이다. 수분이 부족하면 뇌의 에너지 생성이 감소하며 불안, 우울증, 기분장애와 관련이 있는 코르티솔 호르몬이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물을 마시면 긴장이 완화되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결과보다 진행과정 중요대사를 앞두고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결과보다는 진행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박세리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커질수록 마음을 내려놓고 플레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원 출신인 김병현 박사는 “불안이란 목표와 자신의 능력을 비교하며 ‘할 수 있을까’라는 조바심을 내는 데서 온다”며 “실패 또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도 진단했다. 김 박사는 또 “평소 실수를 무서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기술을 구사하는 훈련을 반복해야 하며.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그린 대표는 “내가 우승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임했을 때 이기는 경우가 많다. 편안한 상태로 할 일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과몰입이 돼 몸이 경직되고 사고를 넓게 할 수 없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장전에서는) 패하더라도 2등이라는 긍정 마인드로 지녔어요.” 박민지도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일이 잘 풀렸다고 한다. 물론 단단한 몸은 기본이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오른쪽 뒤에 BTS!!!” 며칠 전 퇴근 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코리아오픈 단식 경기를 보고 있을 때 한 선배가 불쑥 문자를 보냈다.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알고 보니 필자 주변에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앉아 있었다. 테니스 애호가인 진뿐 아니라 이번 대회에는 연일 관중이 몰려들었다. 결승전에 9931명의 팬이 센터코트를 가득 메운 것을 포함해 대회 기간 총 관중 수는 5만1783명이었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제약이 심했던 경기 관람을 마음껏 즐기게 된 데다 최근 뜨거워진 테니스 인기가 결합된 게 흥행 요인.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아낌없는 탄성과 박수를 보낸 팬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스포츠 관람은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여주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특히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노년층은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야구, 골프 등 스포츠를 즐겨본 노인은 우울증 위험이 준다’는 쓰쿠바대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65세 이상 조사 대상자 약 2만1000명 가운데 1년에 1∼3회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은 스포츠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 증세를 겪을 가능성이 70% 낮았다. 온라인이나 TV로 한 달에 1∼3회 시청해도 7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를 자주 볼수록 가족,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남윤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장은 “근골격계나 대사 질환을 겪는 노년층에게 경기 관람은 운동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동기 부여가 된다”며 “스포츠 중계 활성화, 입장권 할인 등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연고 도시 이혼율은 야구팀이 없는 도시보다 25% 낮다고 한다. 덴버대 하워드 마크먼 심리학과 교수는 “건전한 결혼 생활에는 재미와 우애가 중요한 가치로 작용한다. 야구를 즐기고 대화하면 사랑을 지키는 방편이 된다”고 분석했다. 2019년 영국 리즈대 연구에 따르면 축구 팬이 자신의 응원 팀 경기를 보면 빠른 걸음으로 90분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신체 부하를 경험하게 된다. 경기 전후와 하프타임에 팬들의 심박수를 측정한 결과 평균 17%가 증가했다. 리즈대 앤드리아 어틀리 교수는 “축구 관전을 통한 긍정적인 스트레스는 몸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침 종착역을 앞둔 야구, 축구는 연일 불꽃 튀는 승부가 쏟아지고 있다. 농구, 배구는 시즌 개막이 눈앞이다. 11월에는 카타르 월드컵도 있다. ‘직관’이든 ‘집관’이든 살아 있는 스포츠를 느껴보시라.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릴지 모른다. 다만 과도한 치맥은 금물.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