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339

추천

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4-10-22~2024-11-21
국제정치55%
칼럼20%
산업10%
미국/북미3%
국제일반3%
기획3%
문화 일반3%
국제정세3%
  • 관리사 육성-플랫폼 구축… 스마트농업 시대 ‘활짝’

    본격적인 스마트농업 시대가 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스마트농업법)이 26일 시행됐다고 밝혔다. 2022년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 혁신 방안’이 발표되고 이듬해 스마트농업법이 제정된 데 이어 최근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스마트농업 육성 지원을 위한 법률 정비를 마친 것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농업 생산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변화, 농가 인구와 경지 면적 감소, 고령화 대응을 위해 첨단 기술 스마트농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부응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농업법은 육성 계획, 육성 지구, 전문 인력, 관리사 자격제도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육성 계획에 따르면 농식품부 장관이 5년 단위 기본 계획과 연도별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가 지역 여건에 맞춰 매년 시도 계획을 수립한다. 정책사업은 스마트농업 지원센터가 총괄 수행한다. 육성 지구와 관련해서는 스마트농업 관련 산업 지구를 조성하고 지역 단위 확산 거점을 마련한다. 올 하반기에 지방자치단체 신청을 받아 육성 지구를 지정하고 임대형 스마트팜 공급을 비롯한 재정 지원을 할 계획이다. 전문 인력 양성에 필요한 일정 요건을 갖춘 곳은 스마트농업 교육기관으로 지정된다. 현재 교육기관을 공모 중이며 8월에 원예와 축산 분야 각각 1곳을 시범 지정할 계획이다. 관리사는 스마트농업 전문성을 가지고 교육, 지도, 기술 보급, 정보 제공, 상담 업무를 수행한다. 올해 3월 태스크포스가 꾸려져 구체적인 자격제도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5년 첫 관리사 자격시험을 시행한다. 또 인공지능(AI), 로봇을 비롯해 스마트농업 기술 개발과 표준화 지원 기반이 조성된다. 농업인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한다. 스마트팜 창업부터 수출까지 단계별로 사업화, 투자 유치,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 스마트농업 발전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와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수직 농장 같은 새로운 농업 형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농지, 산업단지 등의 입지 규제 개선을 올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상만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스마트농업은 기상 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스마트농업 연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법령이 시행돼 농업 생산성 증대와 농산물 수급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파벌은 나라를 망친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할 고별 메시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I believe it is in the best interest of my party and the country for me to stand down and to focus solely on fulfilling my duties as President for the remainder of my term.”(사퇴하고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임무를 완수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미국 대선 후보 사퇴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핵심 단어는 ‘stand down’. 서서(stand) 아래로 향하다(down), 즉 ‘사퇴하다’라는 뜻입니다. ‘step down’과 같은 뜻입니다.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지도자가 물러나지 않으려는 데는 두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mission’(임무)과 ‘stature’(지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습니다.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50년 동안 고위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체성 상실을 의미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 임기를 끝냅니다. 임기 말이 불안한 한국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식으로 대국민 고별연설(farewell address)을 하고 퇴임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고할 만한 고별연설을 알아봤습니다. △“In the councils of government, we must guard against the acquisition of unwarranted influence by the military-industrial complex.”(정부 운영에서 우리는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을 이겨내야 한다) 첫째, 경고형입니다. 국민에게 어려운 숙제를 주고 떠나는 유형입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잘 몰라도 1961년 고별연설은 미국인들이 모두 기억합니다. ‘military-industrial complex’(군산복합체)라는 유명한 단어가 등장합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만 쓰이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People ask how I feel about leaving. And the fact is, parting is such sweet sorrow.”(사람들은 나에게 떠나는 기분을 물어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떠나는 것은 달콤한 슬픔이다) 반대로 자기 감정에 충실한 유형입니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고별연설에서 퇴임 후 자유로운 생활은 달콤하지만 떠나는 것 자체는 슬프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부분’이라는 뜻의 ‘part’는 원래 나눈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감성적 연설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종식, 레이거노믹스 등 화려한 업적은 이미 증명됐으니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All these emergencies have required the President to put in long hour―usually 17 hours a day, with no payment for overtime.”(긴급사태 때 하루 17시간 초과수당도 못 받고 일했다) 생색형입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참전 등 어려운 결정을 많이 내린 대통령입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그는 1953년 고별연설에서도 ‘buck’을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것은 물론 국민을 위해 저렴하게 봉사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The Spirit of the Party agitates the community with ill-founded jealousies and false alarms, kindles the animosity of one part against another, foments occasionally riot and insurrection.”(파벌주의의 망령은 질투와 허위 경고로 결속을 흔들고, 서로의 적대감을 키우며,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많이 참고할 곳으로 보이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고별연설입니다. 워싱턴 대통령은 헌법에 3선 금지 규정이 없었음에도 2번의 임기가 끝난 뒤 미련 없이 물러나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영국 조지 3세 국왕은 이렇게 감탄했습니다. “He will be the greatest man in the world.”(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워싱턴 대통령이 1796년 신문에 기고한 32장짜리 고별연설은 ‘최고의 명문(名文)’이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파벌주의가 미국 최대의 적(worst enemy)이라는 내용입니다.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는 구절은 2021년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때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요즘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마지막 순간, 이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고 숨을 거뒀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He didn’t miss a beat.”(그는 주저하지 않았다)요즘 미국인들이 많이 하는 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을 받고 무대 아래로 피신하면서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고 ‘fight’(싸우자)라고 세 번 외친 것을 두고 감탄스럽다는 것입니다. ‘beat’은 리듬을 말합니다. ‘miss’는 놓친다는 뜻입니다. ‘miss a beat’은 ‘리듬을 놓치다’ 즉 ‘우물쭈물하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혼비백산할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탁월한 정치감각과 쇼맨십이 없으면 힘든 일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그런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 누가 있을까 떠올려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사실 거의 없습니다. 그를 지지하건 비판하건 모든 언론이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이유입니다. “Trump’s Raised Fist Will Make History.”(트럼프의 번쩍 올린 주먹은 역사가 될 것이다)미국에서 암살당한 대통령은 4명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다치기는 했지만 암살 시도를 이겨낸 대통령은 3명. 시어도어 루즈벨트, 로널드 레이건,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암살 모의 단계에서 적발된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모든 대통령이 최소 2차례 이상씩 암살 모의를 겪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고 미국 대통령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되면서 암살 시도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번이나 암살 모의 단계에서 적발됐습니다.암살은 예기지 않은 순간에 벌어집니다. 마지막 순간 대통령이 어떤 말을 남겼는지는 오랫동안 역사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암살을 피한 트럼프 대통령은 말 대신 주먹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암살당한 지도자들의 마지막 말(last words)을 알아봤습니다.No, you certainly can’t.”(맞아요, 그런 말은 확실하게 못 하겠네요) 동부 진보주의의 본고장 매사추세츠 출신인 케네디 대통령은 보수의 아성인 남부 텍사스에서 지지도가 약했습니다. 1960년 대선 때 텍사스주에서 경쟁자 리처드 닉슨 부통령을 2%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이겼습니다.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댈러스 민주당 행사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보좌관들은 “환영 인파가 적을지도 모른다”라고 대통령에게 미리 알렸습니다. 실망하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예상외로 많은 댈러스 주민들이 대통령을 반겼습니다. 카퍼레이드하는 케네디 대통령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부부를 태운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 좌석은 3줄이었습니다. 맨 앞줄에 경호국 직원 2명이 앉았습니다. 두 번째 줄에 텍사스 주지사와 그의 부인, 마지막 줄에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앉았습니다. 주지사 부인이 뒤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Mr. President, they can’t make you believe now that there are not some in Dallas who love and appreciate you, can they?”(대통령님, 이제 그들은 댈러스에 당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 못하겠죠?)케네디 대통령은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그 순간 리 하비 오스왈드가 쏜 총알이 대통령을 관통했습니다. 마지막 말치고는 너무 평범하지만 그래도 웃으며 떠났다는 것을 위로로 삼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My God, I’ve been hit.”(하느님 맙소사, 내가 저격당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머리에 총격을 받는 즉시 의식을 잃고 10여 분 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렇게 긴 문장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총에 맞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도 화제입니다. 울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오랫동안 정설이었습니다. “I love you, Jack. I love you”(사랑해요, 잭, 사랑해요). 하지만 재클린 여사는 나중에 정정했습니다. “Jack, Jack, can you hear me? I love you.”(잭, 잭, 내 말 들려요? 사랑해요). 좀 더 절실한 분위기입니다. 재클린 여사의 가장 유명한 발언은 병원 도착 후 부통령 부인이 피 묻은 옷을 갈아있겠느냐고 물었을 때였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ant them to see what they have done to Jack.”(싫다. 잭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보기를 바란다)Play it real pretty.”(아름답게 연주해줘요)케네디 대통령 암살 5년 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습니다. 1968년 4월 4일 테네시 멤피스 파업에 참가한 다음 날 모텔 2층 발코니에서 다른 흑인 지도자들과 얘기하던 중 총에 맞았습니다. 킹 목사는 색소폰 연주자 벤 브랜치가 모텔 앞뜰로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브랜치는 그날 저녁 킹 목사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색소폰을 연주할 예정이었습니다. 킹 목사는 브랜치를 불러 세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Ben, play ‘Precious Lord’ in the meeting tonight. Play it real pretty.”(벤 오늘 저녁 모임에서 ‘존귀하신 주여’를 연주해줘요. 멋지게 연주해줘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가 길 건너편에서 쏜 총에 얼굴을 맞았습니다. ‘Precious Lord’는 킹 목사가 가장 좋아하는 가스펠송이었습니다. 원제는 ‘Take My Hand, Precious Lord’(내 손을 잡으소서, 존귀하신 주여)로 킹 목사는 재즈 여가수 마할리아 잭슨이 부른 버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잭슨은 킹 목사의 장례식에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play’는 뒤에 부사가 아닌 형용사가 온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름답게’라는 뜻인데 ‘ly’로 끝나는 부사가 아닌 형용사 ‘pretty’가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끄럽게 연주하다’라는 ‘play it loud’입니다.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 많이 쓰는 ‘play it safe’는 ‘안전하게 가다’ ‘신중을 기하다’입니다.It takes more than that to kill a Bull Moose.”(수컷 큰사슴을 죽이려면 저 정도로는 안 된다)트럼프 대통령 피격은 여러 면에서 100여 년 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사례와 비슷합니다. 두 명 모두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다시 대선에 도전했다가 표적이 됐습니다. 유세 연설을 하다가 총격을 받은 점도 비슷합니다. 피격 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도 중요한 공통점입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8년 임기를 모두 마친 뒤 제3당 혁신당을 만들어 다시 대통령에 도전했습니다. 국민들은 그의 권력욕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유세장은 썰렁했습니다. 몇 안 되는 관중 속에 존 플라맹 슈랭크라는 술집 주인이 있었습니다. 정신질환 전력이 있는 그는 시어도어 대통령을 스토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1912년 12월 14일 밀워키 유세에서 시어도어 대통령의 가슴을 향해 총을 발사했습니다. 쏜 이유에 대해 “꿈에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시켰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매킨리는 시어도어 대통령 이전에 암살당한 대통령입니다. 시어도어 대통령은 가슴에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그런데도 끄떡하지 않고 84분 동안 연설을 계속했습니다. 양복 윗주머니에 넣어둔 두꺼운 연설 원고와 금속 안경테가 총알의 충격을 줄여준 것입니다. 청중들은 총에 맞았는데도 연설을 계속하는 전직 대통령을 입이 딱 벌어져서 쳐다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쥔 것처럼 연설을 계속함으로써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발산한 것입니다.연단을 내려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입니다. ‘bull moose’(불무스)는 혁신당의 상징 동물이자 루즈벨트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수컷 큰사슴’이지만 사슴(moose)보다 황소(bull)에 가깝습니다. 엄청 뿔이 크고 저돌적인 동물입니다. ‘it takes more than’은 ‘보다 더 필요하다’입니다. ‘정도로는 안 된다’라는 뜻입니다. ‘It takes more than meets the eye.’ ‘눈을 만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격언입니다.진찰 결과 총알은 가슴 근육에 박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총알 제거 수술은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고 평생 박힌 채 살았습니다. 2주 뒤 회복해 다시 유세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정치를 포기하고 탐험가의 길로 나섰습니다. 아마존 탐사 때 가슴에 박힌 총알이 감염 위험을 일으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암살범 슈랭크는 정신질환자 판정을 받아 죽을 때까지 감옥이 아닌 정신병원에서 지냈습니다.명언의 품격1865년 4월 9일 4년에 걸친 남북전쟁이 막을 내렸습니다. 전쟁 부담에서 벗어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닷새 뒤인 4월 14일 워싱턴의 포드 극장으로 연극 ‘Our American Cousin’(우리의 미국 사촌)을 보러 갔습니다. 미국 촌뜨기가 영국에 사는 귀족 친척 집에 놀러 가 소동을 벌이는 코미디입니다. 사흘 전 링컨 대통령은 기이한 꿈을 꿨습니다. 백악관에 관이 놓여있고 조문객들이 모여있는 꿈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누가 죽었느냐”라고 묻자 “대통령이 죽었다. 암살당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주변에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암살당할지도 모르니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라고 충고가 이어졌지만 링컨 대통령은 어디를 가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믿는 운명론자였습니다. 포드 극장 대통령 별실에 4명이 앉았습니다. 링컨 대통령과 부인 메리 토드 여사, 링컨 대통령의 친구인 헨리 래스본 장교와 그의 약혼녀 클라라 해리스였습니다. 결혼 23년 차인 링컨 대통령 부부는 소문난 잉꼬부부였습니다. 백악관에서 자식을 2명이나 잃었기 때문에 부부간 유대감이 컸습니다. 연인처럼 바짝 붙어 앉았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슬며시 메리 토드 여사의 손을 잡았습니다. 메리 토드 여사가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What will Miss Harris think of my hanging on to you so?”(해리스 양이 당신 옆에 그렇게 바짝 붙어있는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요?). 초면인 젊은 해리스 양이 50대 대통령 부부의 애정 표현을 주책이라고 할까 봐 걱정한 것입니다. She won’t think anything about it.”(그녀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할거요)링컨 대통령의 대답이자 살아있는 순간 마지막으로 한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목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부인을 안심시키는 대답이었습니다. ‘think anything about’은 ‘think about’을 강조하기 위해 ‘anything’을 넣은 것입니다. 과묵하면서 정 깊은 링컨 대통령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hang on to’는 ‘붙어있다’라고 뜻입니다. 전화를 바꿔줄 때 “기다리세요”라고 합니다. “Hang on!”(행언)이라고 하면 됩니다. “You hang on to the phone”을 줄인 것입니다. 전화기 옆에 바짝 붙어 기다리라는 뜻입니다.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총성이 울렸습니다. 남군을 지지하는 배우 존 윌크스 부스가 몰래 들어와 링컨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것입니다. 9시간의 혼수상태 끝에 다음 날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총을 쏜 뒤 도망간 부스를 찾기 위해 당시로써는 최대 규모인 1만 명의 군인이 동원됐습니다. 12일에 걸친 수색 작전 끝에 버지니아의 한 농장에서 발견해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링컨 대통령이 숨을 거둔 날 오전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설립을 허가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SS가 제대로 경호만 했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당시 비밀경호국은 재무부 소속으로 위조지폐 추적이 임무였습니다. 대통령을 경호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SS가 대통령 안전을 책임지게 된 것은 36년 뒤인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부터입니다. 실전 보케 360일상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종종 이 코너 이름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습니다. ‘보케’는 ‘vocabulary’(단어), ‘360’은 ‘360도로 회전시키다’라는 뜻입니다. 단어를 이리저리 굴려 다양한 사용법을 알아보자는 취지입니다. CNN 뉴스쇼 ‘앤더슨 쿠퍼 360’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360’은 ‘다각도’ ‘속속들이’라는 뜻입니다.이렇게 숫자는 숫자로 끝나지 않고 어떤 의미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의미를 모르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180’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 셀럽 중에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화제입니다. 과거에 사귀다가 헤어진 배우 벤 애플렉과 얼마 전 결혼하더니 어느새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로페즈의 ‘diva attitude’(여왕의 태도)가 문제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나를 여왕으로 모셔라’라는 태도입니다.로페즈는 대인관계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불친절하고 베푸는 데 인색하다고 합니다. 특히 팁을 짜게 주기로 유명합니다. 제니퍼 로페즈를 검색하면 ‘bad tipper’(나쁜 티퍼), ‘lousy tipper’(형편없는 티퍼)가 연관어로 뜰 정도입니다. 그런 로페즈가 변했습니다. 이혼 난리 속에서 깨달은 바가 있는지 ‘generous tipper’(후한 티퍼)가 된 것입니다. 최근 독립기념일 휴가 중에 아이스크림 가게를 방문했는데 종업원에게 친절하게 대했을 뿐 아니라 팁으로 무려 50달러를 줬다고 합니다. 물론 몇백 달러의 팁은 아니지만 로페즈 기준에서는 아주 많은 팁입니다. 로페즈 팁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됐을 정도입니다.It’s a total 180.”(완벽 변신)‘180’은 ‘one hundred eighty’가 아니라 ‘one eighty’라고 읽습니다. 앞서 소개한 ‘360’과 마찬가지로 각도를 말합니다. 180도를 회전하면 정반대 쪽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표변을 ‘180’이라고 합니다. 명사이므로 ‘180’ 앞에 ‘a’를 붙여줘야 합니다. 동사와 함께 쓸 때는 ‘do a 180’ ‘make a 180’이라고 합니다. 친구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여행에 온다고 합니다. “He’s done a 180 and agreed to come on the trip.”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2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 건강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인들은 피격 후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린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그를 연상했습니다. 당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백악관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발산하기 위해 안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쇼’를 한 것입니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입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2020년 10월 12일자한국인들이 미국에 가서 가장 꺼리는 일 중 하나가 병원 방문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한국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데 영어로 하려면 정말 없던 병도 생길 지경입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었습니다. 의료진은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병세를 설명했습니다. ‘병원 영어’가 많이 등장했습니다.He had a little cough and fever. More than anything he’s felt run down.”(기침과 열이 조금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도의 피로감이다)입원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숀 콘리 주치의는 대통령의 증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run down’은 뭔가 너무 많이 써서 닳았을 때를 말합니다. 건물이 허물어질 정도로 낡았을 때, 배터리가 다 되었을 때, 몸이 녹초가 됐을 때 씁니다. 여기서는 건강 상태이므로 녹초가 됐다는 뜻입니다. 그냥 피곤한(tired) 수준이 아니라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 정도로 에너지가 빠져나갔을 때를 말합니다.We all know the president’s an impatient man, has he been itching to get out of here?”(우리 모두 대통령이 참을성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퇴원하고 싶어 근지러운 듯 보이던가요?)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사흘 만에 퇴원했습니다. 퇴원 날 회견에서 한 기자가 콘리 주치의에게 질문한 내용입니다. ‘itch’(이치)는 ‘가려움’을 말합니다. 미국 드럭스토어에 가면 벌레에 물려 가려운 데 바르는 연고에 ‘fast itch relief’(빠른 가려움증 완화)’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진짜로 몸이 가렵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는 의미입니다.He has not been on any fever reducing medications for over 72 hours.”(지난 72시간 동안 해열제 복용은 하지 않았다)퇴원 날 콘리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 호전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on’은 ‘위에’를 말합니다. 어떤 일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Are you on any medications?” 미국 병원에 가면 꼭 받는 질문입니다. 지금 복용 중인 약이 있느냐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24
    • 좋아요
    • 코멘트
  • 시작하자마자 판정패 당하는 대선토론의 특징[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Misty eyes, blank stare, slack mouth,”(울 것 같은 눈, 초점 잃은 시선, 벌어진 입)최근 미국 대선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발언 내용은 앞뒤가 안 맞고 얼버무리며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날 가장 정확한 지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는 것입니다. “I really don’t know what he said at the end of that sentence. I don’t think he knows what he said, either.”(저 사람이 문장 끝에 뭐라고 말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자신도 모르는 것 같다) 토론 실력도 토론 실력이지만 미국인들이 더 충격을 받은 것은 비언어적 영역, 즉 바이든 대통령의 표정입니다. 연설 전문가들이 본 표정 3종 세트입니다. ‘misty eyes’는 ‘안개를 머금은 눈’ ‘촉촉한 눈’을 말합니다. 연인들 사이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중대 토론하러 나온 대통령에게 촉촉한 눈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눈이 향하는 방향은 초점을 잃었습니다. ‘blank stare’는 ‘텅 빈 시선’ ‘멍때리는 시선’을 말합니다. 게다가 입은 약간 벌어져 있습니다. ‘slack’(슬랙)은 ‘틈’을 말합니다. 일할 때 상대가 너무 몰아붙이면 이렇게 쏘아붙이면 됩니다. “Hey, give me some slack.”(이것 봐, 나에게 좀 틈을 줘) 영혼이 가출한 듯한 대통령의 표정이 너무 신기해 온갖 패러디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시험 첫 문제 읽었을 때 내 표정’ ‘슈퍼마켓에서 와이프가 사 오라는 목록 쪽지를 잃어버렸을 때 남편 표정’ ‘담배 한 갑 피고 맥주 8잔 마신 뒤 친구 바라볼 때 표정’ 등 대통령이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미국은 정치 연출학(political theatrics)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입니다. 토론이나 연설을 연극 무대로 보고, 정치인은 리더다운 표정과 제스처를 연출합니다.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표정 연기는 0점에 가까웠습니다. 대선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처럼 폭망한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I thought he was going to hit George.”(그가 조지를 때리는 줄 알았다)8년 상원의원, 8년 부통령을 지낸 후보와 5년 주지사 경험이 전부인 후보. 2000년 대선에서 맞붙은 앨 고어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후보의 경력 비교입니다. 화려한 경력의 고어 부통령의 승리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부시 후보는 아버지 덕에 출세한 무식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녔습니다. 고어 부통령의 우위는 토론에서 무너졌습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 때문입니다. 토론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도를 넘으면 보는 사람이 거북합니다. 1차 토론에서 부시 후보가 말할 때 고어 부통령의 다채로운 반응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숨 쉬기(sighing), 고개 젓기(shaking head), 눈알 굴리기(rolling eyes) 등의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상대의 발언이 수준 미달이라는 의미입니다. 정치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풍자할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더 문제가 된 것은 3차 토론 때였습니다. 의료보험을 주제로 토론하던 중 고어 부통령이 “당신은 환자의 권리를 아느냐”라고 물으며 부시 후보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한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personal space’(개인 공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무 들이대면 ‘invade personal space’(개인 공간 침범)라고 화를 냅니다. 신체적 위협으로 간주됩니다. 대화할 때 18∼24인치(45∼60cm) 거리가 적당합니다. 토론이 끝난 뒤 부시 후보의 어머니 바바라 여사의 소감이 화제가 됐습니다. 퍼스트레이디 출신다운 노련한 대답이었습니다. 고어 부통령에게 폭력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아들은 무고한 피해자임을 강조했습니다.They seemed less like leaders than deer caught in headlights.”(그들은 리더 같지 않고, 자동차 불빛에 놀란 사슴 같았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지미 카터 후보가 맞붙은 1976년 대선 토론은 여러 면에서 역사적이었씁니다. 우선, 16년 만에 처음 열린 토론이었습니다. 1960년 토론에서 존 F 케네디 후보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후 대선 후보들은 자신감을 상실해 토론을 사절했다가 1976년 대선 때 두 후보가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둘째, 기계 고장으로 중단된 첫 토론입니다. 90분 토론이 80분쯤 지났을 때 음향기계가 고장 나 27분간 중단됐다가 기계를 고친 뒤 속개됐습니다.기계를 고치는 동안 웃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기술자들이 분주히 오가고, 방청객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화제가 된 것은 두 후보의 행동이었습니다. 주변의 난리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잡담을 나누지도 않았습니다. 옆에 의자가 있었는데도 앉지 않은 두 후보는 토론 역사상 가장 어색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미국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문화입니다. 침묵을 꺼립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후보가 나홀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좋게 보였을 리 없습니다. 토론을 취재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한 말입니다. 한밤중 갑자기 자동차 불빛 안으로 뛰어든 사슴은 극도로 긴장한 상태입니다. ‘like a deer caught in the headlights’는 겁을 먹거나 놀란 상황을 가리킵니다. 정치인에게 놀란 사슴은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비유입니다.나중에 포드 대통령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방송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I suspect both of us would have liked to sit down and relax while the technicians were fixing the system, but I think both of us were hesitant to make any gesture that might look like we weren’t physically or mentally able to handle a problem like this.”(기계를 고치는 동안 우리 둘 다 자리에 앉아 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런 문제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어떤 행동도 취하기를 꺼렸다) That son of a bitch just cost us the election.”(저 자식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요즘은 수염을 기르는 대통령이 없습니다. 수염은 지저분하고 피곤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1913년 퇴임한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 이후 수염을 기른 대통령은 없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고민은 수염이 너무 빨리 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면도해도 저녁이 되면 거뭇하게 수염이 났습니다. 얼굴이 하얀 편이어서 수염 자국은 유독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1960년 부통령 때 대선에 출마한 그는 깔끔한 이미지의 케네디 후보와 격돌하게 됐습니다. 대선 토론을 2주 앞두고 언론인 월터 크롱카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수염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I can shave within thirty seconds before I go on television and still have a beard,”(30초 전에 면도하고 TV에 나가도 어느 사이에 수염이 자라있다)결국 수염은 대선 토론에서 문제가 됐습니다. 케네디 후보는 화장하지 않고 토론에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방금 끝낸 캘리포니아 유세에서 자연스러운 태닝이 돼서 TV 화면에 잘 받았습니다. 경쟁심이 발동한 닉슨 부통령은 자신도 화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5 o’clock shadow’(5시의 그림자). 아침에 면도해도 오후 5시면 돋아나는 수염을 말합니다. 비서에게 급히 ‘레이지 쉐이브’(Lazy Shave)라는 제품을 사 오도록 했습니다. 수염 자국을 가려주는 파우더입니다.토론장의 강렬한 조명 아래서 파우더가 땀과 결합해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머니에서 흰색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습니다. 이 유명한 순간을 ’Nixon handkerchief moment’(닉슨 손수건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선거 패배의 순간을 말합니다. 바로 그 순간 닉슨의 러닝메이트였던 헨리 캐봇 로지가 한 말입니다. 자신을 러닝메이트로 뽑아준 닉슨을 ‘SOB’라고 할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cost’는 ‘비용’이라는 명사 외에 ‘대가를 치르다’라는 동사로도 많이 씁니다.명언의 품격대통령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out of touch’입니다. ‘민심을 모른다’ ‘민심과 동떨어졌다’라는 비판입니다.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1992년 재선 도전 때 많이 들었던 비판입니다. ‘No New Taxes, Read My Lips’(새로운 세금은 없다. 내 입술을 읽어라)라는 멋진 슬로건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면서 거짓말을 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재선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는 슈퍼마켓 스캐너 사건. 대선 유세 중에 슈퍼마켓 행사에 참석해 스캐너를 보고 감탄했습니다. 16년 전부터 슈퍼마켓에 나와 있던 스캐너를 신기하게 바라본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Bush Encounters the Supermarket, Amazed’(부시, 감격해 슈퍼마켓과 조우하다). 서민의 삶을 모르는 대통령을 꼬집는 기사였습니다. 이 사건 후 정치인이 민심을 모르는 행동을 하면 ‘supermarket scanner moment’(슈퍼마켓 스캐너 순간)이라고 부르는 전통이 생겼습니다.몇 개월 뒤 대선 토론이 열렸습니다. 질문 코너에서 한 여성이 경기 침체가 후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습니다. 그 순간 시계를 보는 부시 대통령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신호였습니다. 토론에 임하는 성의 없는 모습에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Only 10 more minutes of this crap.”(10분만 더 이 헛소리를 참으면 된다)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시계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crap’(크랩)은 ‘화장실’이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헛소리’ ‘쓰레기’를 말합니다. 대선 토론이 쓰레기 같은 말잔치라는 것입니다. 시계를 본 뒤 부시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영혼 없는 대답’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Of course, you feel it when you’r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at’s why I’m trying to do something about it by stimulating the export, vesting more, better education system.”(대통령이면 당연히 경기 침체를 느낀다. 내가 수출을 늘리고, 더 나은 교육 시스템에 투자해 해결하려는 이유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토론 폭망 후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이겨본 적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대선 토론을 망치기는 했지만, 누구나 그런 때가 있는 법이라고 합니다. 한 지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Everyone has an off day.”(누구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다)‘off’는 ‘벗어난’, ‘day’는 ‘날’입니다. ‘off day’는 ‘평상시에서 벗어난 날’입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는 뜻입니다. 한 축구선수가 컨디션 난조로 골 찬스를 세 번이나 놓쳤습니다. 언론은 이렇게 보도합니다. “He had an off day, missing three goal chances.” 앞뒤를 바꾼 ‘day off’도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이 씁니다. ‘off’는 ‘on’의 반대 개념으로 ‘끄다’라는 뜻입니다. ‘일을 끈 날,’ 즉 ‘쉬는 날’을 말합니다. “This is my day off.”(오늘 나 쉬는 날이거든). 방해하지 말하는 의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2년 1월 10일 소개된 고령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관한 내용입니다. 4년 중임제(최장 8년)인 미국 대통령 제도는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이가 많으면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대통령 자리는 정신노동의 강도가 워낙 세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직을 마칠 때의 나이가 70대 후반 이후라면 적신호가 켜집니다. ▶2022년 1월 10일자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하면 82세 대통령이 됩니다. 정력적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고령(高齡)은 약점입니다. 고령 대권 도전자들의 ‘나이 문제 대응법’을 알아봤습니다.I’m a great respecter of fate.”(나는 운명을 존중하는 사람이다)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힐 때 운명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고령이지만 대통령 도전이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respecter’(리스펙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존중하다’라는 뜻이 있고, ‘차별하다’ ‘가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no respecter of persons’(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관용구로 많이 쓰입니다. ‘Death is no respecter of persons.’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격언입니다.I’m cognitively there.”(나는 인지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도전할 때 자신의 인지력(정신건강)이 국정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지력 검사 결과를 자랑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be’ 동사 다음에 ‘there’가 나오면 ‘‘목표에 도달했다’라는 뜻입니다.I will not make age an issue of this campaign. I a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나이를 선거 이슈로 만들지 않겠다.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1984년 73세에 재선에 도전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적수였던 56세의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가 나이를 문제 삼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정치 자산으로 만들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역대 대선 토론에서 나온 최고 명언으로 꼽힙니다. 이렇게 재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나라를 이끌어도 문제가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17
    • 좋아요
    • 코멘트
  • 외로워도 슬퍼도 대통령은 안 울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Biden wore his emotions on his sleeve.”(바이든은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참혹한 동영상을 보면서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은 정신건강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주 웁니다. 몇 달 전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슬프게 우는 때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보 바이든에 관한 얘기를 할 때입니다. 보 바이든 얘기가 나오면 100% 운다고 봐도 됩니다. 보 바이든 사망 때 마지막 안수 기도를 해준 성직자를 만나 울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취임식 전날 보 바이든 이름을 딴 델라웨어 군 시설을 방문해 “아들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라며 울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는 모습을 언론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소매 위에 감정을 입다’(wear emotion on sleeve)가 무슨 뜻일까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처음 나온 말입니다. ‘sleeve’(슬리브)는 옛날 기사들이 입은 갑옷 소매를 말합니다. 기사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준 정표를 갑옷 소매 속에 넣고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승리하면 갑옷 소매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전했습니다, 여기서 유래해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정을 참지 않고 울고 싶을 때 우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emotion’ 대신 ‘heart’를 써도 됩니다.옛날 대통령들은 좋을 때건 슬플 때건 감정을 참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요즘은 슬플 때 우는 리더가 대중의 공감을 삽니다. 너무 자주 울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눈물은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미국 대통령이 울 때를 알아봤습니다.At the end of our lives, whatever else we’ve accomplished, the things that we’ll remember are the joys that our children bring us.”(인생의 마지막에서 그 어떤 업적을 쌓았든 간에 우리가 기억할 것은 자녀들이 가져다준 기쁨일 것이다)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잘 우는 리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crybaby’(울보)라는 놀림을 당할 정도입니다. 보 바이든 장례식 때 조사를 낭독하면서 울었고, 선거 승리 후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울었습니다. 친한 장관 은퇴식 때도 울더니, 여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이 케네디센터 공연에서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을 멋지게 부르자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장 서럽게 운 것은 총기규제 법안에 서명했을 때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운 사건이기도 합니다. 27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6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희생자 부모들 앞에서 연설하다가 몇 번이나 목이 메어 연설을 중단했습니다. 본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눈물은 개인적인 눈물입니다.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큰딸 말리아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흘린 눈물입니다. 미국에서 대학 입학은 독립을 의미합니다. 집을 나와 따로 생활하게 될 자녀를 캠퍼스에 데려다줄 때 우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It was a little bit like open-heart surgery”(심장 수술 같았다). 힘들지만 건강을 위해 해야만 하는 수술 같다는 것입니다. 말리아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때는 용케 참았지만 오는 길에 눈물을 터졌다고 합니다. “On the way back, the Secret Service was off, looking straight ahead, pretending they weren’t hearing me as I sniffled and blew my nose”(오는 길에 경호원들은 멀리 앞쪽을 보며 내가 훌쩍거리며 코를 푸는 것을 못 본 척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녀관입니다. 사회적인 업적보다 자녀로 인한 기쁨이 중요하다고 합니다.There is no glory, no place that any man can reach in this world, no honour that can ever hide in his heart, the sacrifices that American soldiers pay to retain our freedom.”(그 어떤 영광도, 이 세상의 그 어떤 곳도 미국 군인들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치른 희생에 닿을 수 없고, 그 어떤 명예도 그 희생을 감출 수 없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낙하산 부대입니다. 본대 병력이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하기 전 1만8000명의 낙하산 부대가 먼저 들어가 길을 터주는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낙하 지점과 시간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낙하산 부대의 90%가 목숨을 잃는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결정의 무게를 진 사람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연합군 총사령관. 작전 개시 나흘 전까지 고심한 그는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I let the order stand”(명령을 고수한다). 원래 낙하 계획을 밀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낙하산 부대를 방문해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Don’t worry, You have the best equipment and leaders in the world, with a vast force coming in behind you.”(걱정하지 말라. 너희에게는 최고의 장비와 리더들이 있고, 엄청난 병력이 너희 뒤를 따를 것이다)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낙하산 부대의 사상자는 8%에 불과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8년 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이젠하워 장군은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후보로 공식 지명된 다음 날 시카고의 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제82 공수사단 모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자신을 믿고 따라준 바로 그 낙하산 부대였습니다. 군인들이 참석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자 아이젠하워는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의 연설 내용입니다. 연설을 끝낸 뒤 냅킨에 얼굴을 묻고 우는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딱딱한 군인 이미지를 벗고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This is the greatest moment of my life.”(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할 때도 울지 않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그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닥 한 번 있습니다. 19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흘린 눈물입니다. 아이젠하워가 닉슨을 부통령 후보로 거의 결정했을 때 닉슨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지지자들의 정치기부금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선거법은 일반 기부금을 선거자금으로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결정을 미루고 닉슨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코너에 몰린 닉슨은 결백을 주장하는 TV 연설을 했습니다. 유명한 ‘체커스(Checkers) 연설’입니다. 기부금은 모두 돌려주겠지만 기부받아 키우는 애완견 체커스는 돌려주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개 사랑이 지극한 미국인들은 감동했습니다. 닉슨 지지 편지와 개 사료가 전국에서 답지했습니다. 개 덕분에 전세를 역전시킨 닉슨은 아이젠하워와 담판을 벌였습니다. 부통령 후보로 결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닉슨 부통령과의 앙금 때문에 임기 8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명언의 품격리더는 울 줄도 알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을 울게 만들 줄도 알아야 합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감동의 눈물을 유발해 쿠데타 음모를 제압한 사건은 유명합니다. 독립전쟁 마지막 해인 1783년 영국군과 싸우는 대륙군(미군) 군인들은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싸워도 월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앙정부인 대륙회의는 재정 관리 능력이 부실했습니다.쿠데타 모의가 벌어졌습니다. 대륙군사령부가 있는 뉴욕 인근 뉴버그 지역에 장교와 군인들이 모여 공화정을 타도하고 유럽식 군주제로 돌아가자는 모의를 벌였습니다. 왕정 하에서는 적어도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책에도 나오는 ‘뉴버그의 음모’(Newburgh Conspiracy) 사건입니다. 미국 최초의 쿠데타 시도입니다.대륙군 최고사령관인 워싱턴 장군이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월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군인들은 들은 척 만 척했습니다. 그러자 워싱턴 장군은 편지 한 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정치인이 월급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편지였습니다. 워싱턴 장군은 잘 안 보이는지 첫 구절을 더듬거리며 읽었습니다. 잠깐 주저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안경이었습니다.Gentleman, you must pardon me, for I have not only grown gray but almost blind in service to my country.”(여러분,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라를 위해 싸우느라 백발이 되었을 뿐 아니라 거의 시력을 잃었소)군인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편지 내용 때문이 아닙니다. 워싱턴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회개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기를 내려놓았습니다. 쿠데타 계획을 접은 것입니다. ‘grow gray’ ‘grow blind’는 ‘흰머리가 늘다’ ‘시력을 잃다’라는 뜻의 옛날식 표현입니다. 요즘은 ‘go gray’ ‘go blind’라고 합니다.미국인들이 워싱턴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례입니다. 그의 최고의 군사적 업적은 총 칼 등 폭력적인 수단이 아닌 지혜로운 말로 쿠데타를 제압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나라가 됐습니다.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워싱턴 장군이 안경을 꺼내쓴 것이 계획된 행동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여성 국회의원이 화제입니다. 이란 이민자 출신인 골리즈 가라만 녹색당 국회의원은 고급 옷가게 4곳에서 9000뉴질랜드달러(750만 원) 어치의 옷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가라만 의원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했던 화려한 경력이 소유자입니다. 첫 난민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골리즈 의원의 거취에 대한 뉴질랜드 언론의 보도입니다. Green MP Golriz Ghahraman stood down amid shoplifting allegations.”(녹색당의 골리즈 가라만 국회의원은 절도 혐의를 받는 중에 물러났다)‘stand’는 ‘서다’ ‘down’은 ‘아래로’입니다. ‘stand down’은 ‘아래로 서다’가 돼서 의미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선 채로 아래쪽으로 향하다,’ 즉 ‘사임하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는 ‘step down’을 많이 쓰고,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stand down’을 씁니다. 사임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resign’입니다. 차이가 뭘까요. 왕권이나 고위직에서 내려올 때는 ‘step(stand) down,’ 하위직이나 일반 직장인일 때는 ‘resign’을 씁니다. 직장인들이 사표를 쓸 때 ‘I am resigning from my position as’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MP’는 ‘Member of Parliament’(국회의원)의 약자입니다. ‘stand’는 많이 쓰는 단어라서 다양한 활용법을 알아야 합니다. ‘stand up’은 ‘일어서다’라는 뜻입니다. ‘stand’와 ‘up’ 사이에 사람이 올 때도 있습니다. ‘누구를 서 있게 하다,’ 즉 ‘바람맞히다’라는 뜻입니다. 남자친구한테 바람맞은 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He stood me up.”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18년 9월 4일 소개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많은 눈물을 볼 수 있는 곳은 장례식입니다. 미국의 장례식은 매우 경건합니다. 2018년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당적을 초월해 워싱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추모객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2018년 9월 4일자워싱턴 특파원 시절에 상원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러셀 빌딩에 가면 존 매케인 의원실 앞은 언제나 시끌벅적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을 보러 온 구경꾼들로 가득합니다. 매케인 의원이 나오면 함성이 터집니다. 완전 록스타급 인기입니다. 매케인 의원은 이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지난달 25일 타계한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수많은 정치인과 일반 시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추모사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After all, what better way to get the last laugh than to make George and I say nice things about him before a national audience?”(전국의 관객이 보는 앞에서 조지와 나로부터 칭찬의 말을 듣는 것보다 최후의 승자가 되는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초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적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초대를 받고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사는 엄숙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과 2008년 대선 본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2000년 대선 경선에서 대결해 패했습니다. 그렇지만 패자가 아니라 최후의 승자라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치켜세웠습니다. ‘get the last laugh’는 ‘마지막 웃음을 얻다’ ‘최후의 승자가 되다’라는 뜻입니다. 패배를 안겨준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로 찬사를 듣는 매케인 의원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입니다.It crosses your mind and a smile comes to your lips before a tear to your eye.”(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추모사에서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3년 전 아들 보 바이든을 잃었기 때문에 유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유족은 큰 슬픔을 느낍니다. 슬픔의 강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집니다. 대신 슬픔이 있었던 곳에는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자리 잡게 됩니다. 미국 언론은 이 문장을 최고의 구절로 꼽았습니다.The more he humiliated you, the more he liked you. And in that regard I was well served.”(그가 당신에게 창피를 줄수록 당신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좋은 대접을 받았다) 매케인 의원의 절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추모사에서 매케인 의원으로부터 많이 혼났다고 고백했습니다. 혼나면서도 기뻤다고 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상대방에게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혼내지도 않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10
    • 좋아요
    • 코멘트
  • 푸꾸옥 푸른 밤… 베트남 푸꾸옥 여행

    푸꾸옥은 베트남의 떠오르는 관광지다.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푸껫과 함께 아시아 3대 관광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 푸꾸옥은 발리나 푸껫만큼 익숙한 곳은 아니다. 베트남 하면 다낭, 호찌민, 냐짱(나트랑) 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 여행 전문가들의 찬사는 푸꾸옥에 집중된다. ‘월드트래블’ 잡지는 지난해 ‘세계에서 자연경관이 가장 뛰어난 섬’ 상(賞)에 푸꾸옥을 선정했다. 2년 연속 선정이다. 절경으로 소문난 아프리카 잔지바르, 카리브해 앤티가바부다, 스코틀랜드 아일오브스카이 등을 눌렀다. 미국 유명 여행 잡지 ‘트래블+레저’는 올 5월호에서 푸꾸옥을 ‘비용 대비 가장 알찬 열대 여행지 10선’에 꼽았다. 아시아에서는 푸꾸옥과 발리만 선정됐다.● 자연경관-비용-접근성 모두 갖춰 한국인들에게 푸꾸옥의 매력을 더하는 것은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직항으로 5시간 반이면 푸꾸옥 국제공항에 내린다. 많은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직항이 없어 연결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서 한국인의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가 폭발하자 지난해 10월 제주항공에 이어 11월에는 대한항공이 인천∼푸꾸옥 노선 운항에 돌입했다. 그동안은 베트남 비엣젯 항공만 운항하던 노선이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한국 국적기 취항 소식을 톱 뉴스로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렇게 빨리 국적기가 취항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푸꾸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이 중 한국인이 절반에 가까운 22만 명을 차지했다. 2위는 대만으로 8만 명. 최근 기자가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턴 호텔 초청으로 푸꾸옥을 방문했을 때 자정에 가까운 시간었음에도 공항은 한국인들로 가득했다.●‘베트남의 제주도’… 풍요의 섬 푸꾸옥은 두 가지 지형적 특징이 있다. 섬이라는 점과 베트남 서남단에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인 푸꾸옥은 섬 하나가 아니라 22개 섬 연합체다. 여러모로 제주도와 비슷해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의 제주도’로 불린다. 베트남은 동쪽의 홍콩과 마카오, 서쪽 태국, 남쪽 말레이시아 같은 관광 강국들에 접해 있다. 베트남 언론은 과거부터 ‘왜 외국인 관광객들은 베트남보다 태국으로 가나’ 같은 기사를 자주 실었다. 위기감을 느낀 베트남 정부는 2010년대 중반 이미 관광지로 기반이 잡힌 동쪽과 남쪽 대신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제주도 크기 3분의 1인 면적 600km²도 안 되는 작은 섬 푸꾸옥을 집중 개발 대상으로 삼았다. 단기간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관광지는 느긋한 곳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곳곳에서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푸꾸옥은 베트남 현지식으로 발음하면 ‘푸꿕’에 가깝다. 지명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정석대로 푸꾸옥으로 발음하는 것이 낫다. 푸는 한자어로 부(富), 꾸옥은 국(國)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풍족한 땅(fertile land)’이라는 뜻이다. 무엇이 풍요하다는 것일까.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3가지를 꼽는다. ‘진주가 많이 나는 섬’, ‘99개 산으로 이뤄진 섬’, ‘에메랄드빛 넘치는 섬’이라고 한다. 바다와 산이 풍부한 섬이라는 의미다. 북부는 울창한 삼림, 남부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해변, 중부는 산과 바다의 절충을 원하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 풍부 베트남은 레저 대기업 영향력이 크다. 푸꾸옥도 마찬가지다. 북부는 빈그룹, 남부는 선그룹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기자가 머문 남부에서는 ‘선’이라는 글자가 빠질 수 없다. 동네 이름도 선셋타운이고, 테마파크 이름도 ‘선월드 혼톰’이다. 선그룹은 해변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푸꾸옥 남부 특성을 살려 오락거리도 해상형으로 개발했다. ‘키스 시리즈’는 아일랜드 호핑, 스노클링을 하며 낮을 보낸 뒤 저녁에 즐길 만한 곳들로 구성돼 있다. 키스오브더시는 올 1월 첫선을 보인 멀티미디어 쇼다. 전용 해상 극장에서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9시 열린다. 쇼 잘 만드는 프랑스 프로덕션 ECA2가 제작해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1000m² 규모 해수 스크린과 3개의 연속 투영 돔 그리고 300개 장치를 사용해 푸꾸옥 청년과 은하계 소녀가 악에 맞서 싸우며 사랑을 지키는 줄거리를 구현해 냈다. 물 쇼, 불 쇼, 조명 쇼, 레이저 쇼, 트램펄린 쇼가 40여 분 동안 쉴 새 없이 펼쳐진다. 공연이 끝나면 불꽃놀이가 대미를 장식한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소문이 자자해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여행 웹사이트 등을 통해 입장권을 구매해서 온다. 키스오브더시 공연장 옆에 키스브리지가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카사몬티가 디자인한 건축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완공됐다. 두 다리가 만나는 독특한 구조다. 서로 만나는 다리와 다리 간격이 약 30cm인데 멀리서 보면 그 사이로 해가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양쪽 다리 끝에서 만난 연인이 석양을 배경으로 키스를 나눈다는 설정이다. 키스까지는 아니어도 손을 잡는 커플을 쉽게 볼 수 있다. 결혼 촬영 명소로도 소문이 나 다리 곳곳에서는 웨딩드레스를 휘날리며 사진을 찍는 베트남 여성들이 많다. ● 선셋타운에서 이탈리아 해변 감성을 인근 혼톰섬에는 선그룹이 조성한 거대한 테마파크가 있다. 혼톰섬까지 가는 교통수단인 케이블카는 그 자체로 명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논스톱 3선 케이블카’라는 기네스북 명패가 케이블카마다 걸려 있다. 20분에 걸쳐 8km 거리를 간다. 174m 높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 어선들이 바다에 작은 점처럼 펼쳐져 있다. 현지인에게는 이곳이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이다. 뜨거운 햇볕이 물러나면 푸꾸옥은 인구 대이동이 펼쳐진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장면이 잘 보이는 곳으로 너도나도 발걸음을 옮긴다. 서쪽 해변을 따라 개발된 선셋타운이 일몰 명소다. 선셋타운은 선그룹 회장이 과거에 갔던 이탈리아 남부 해변에 감명을 받아 조성한 오락 중심지다. 푸꾸옥 유일의 스타벅스가 있고 서구식 바들도 몰려 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저녁노을 인파를 지켜보면서 월드트래블이 푸꾸옥을 최고 여행지로 선정한 이유가 떠올랐다. ‘픽처 퍼펙트(picture perfect).’ 화려한 리조트와 낡은 어선이 공존하는 곳, 태양과 일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푸꾸옥의 매력이야말로 그림처럼 완벽하다는 것이다. 푸꾸옥=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통령이 아이돌? 오디션으로 부통령 뽑는 이 대선후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Veepstakes.”(도박판 부통령 선발대회)요즘 미국 사회 유행어입니다. 스테이크 레스토랑 이름이 아닙니다. ‘veep’은 부통령을 말합니다. 이런 제목의 미국 드라마도 있습니다. 부통령의 약자인 ‘vp’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의 ‘vip’를 합쳐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것입니다. ‘stake’는 ‘sweepstake’(스윕스테이크)의 줄임말로 빗자루로 쓸어 담듯이(sweep) 도박에서 판돈(stake)을 승자 한 명이 모두 차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개 막후에서 이뤄지는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을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해 화제입니다. 유세 때마다 부통령 후보 7, 8명을 몰고 다니며 뒤쪽에 세웁니다. 거명되면 한 명씩 무대로 나와 “내가 부통령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들기 위한 충성 발언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종 승자는 다음 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합니다. TV 리얼리티쇼를 진행해본 경험 덕분인지 그 재미 없는 부통령직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행정부 권력 서열 1, 2위입니다. 그런데 관계가 미묘합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부통령에 대한 대접이 박합니다. 헌법부터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서는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기술해 놓았으면서 부통령은 3개 조항이 전부입니다. 1조 3항에 상원 캐스팅보트 역할, 2조 1항에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2조 4항에 탄핵 대상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밑에 있던 존 애덤스 부통령은 부인에게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The most insignificant Office that ever the Invention of Man contrived or his Imagination conceived”(인간이 용케 발명해낸,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 2인자에게는 1인자의 견제가 따라옵니다. 대통령은 자신보다 뛰어난 부통령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불화를 알아봤습니다. The vice presidency is not worth a bucket of warm piss.”(부통령은 따뜻한 오줌 한 양동이만도 못한 자리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 존 낸스 가너 부통령이 한 말입니다. 옛날에는 따뜻한 오줌을 다양한 의학적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그런 오줌만도 못한 신세라고 부통령의 비애를 토로한 것입니다. 실제로 가너 부통령이 사용한 단어는 ‘piss’가 아니라 ‘spit’(침)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오줌이건 침이건 하찮은 존재라는 의미는 비슷합니다. 루즈벨트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많은 정치인들은 부통령 후보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루즈벨트처럼 카리스마 강한 대통령 밑에서는 부통령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 하원의장이던 가너는 부통령 제의를 수락했지만, 곧 루즈벨트 대통령과 갈등을 빚게 됐습니다.가너 부통령은 뉴딜 정책이 지나친 정부 개입을 몰고 온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조에 관대한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연방군을 노조 제압에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외교적 고립주의를 주장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려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결정을 반대했습니다. 1940년 대선 때 아예 부통령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마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하에서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10배 이상의 표 차로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Oh, God, can you ever imagine what would happen to the country if Lyndon was president?”(세상에, 만약 린든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는가?)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린든 존슨 부통령은 모든 점에서 대조적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동부 명문가 출신인 반면 존슨 부통령은 텍사스 시골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했습니다.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는 남부 표를 얻기 위해 마지못해 존슨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존슨 부통령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 피그만 침공 사건 때 존슨 부통령은 정책 결정에서 소외됐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자서전에 실린 케네디 대통령이 존슨 부통령을 평가한 대목입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입니다.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부통령의 불화는 케네디 암살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시당한 설움 때문인지 존슨 부통령은 케네디 암살 직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슬픔에 잠긴 재클린 여사가 남편을 추억하기 위해 잠시 에어포스원을 비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존슨 부통령은 당장 취임식을 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피 묻은 옷을 입은 재클린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 선서를 하는 유명한 사진은 이렇게 촬영됐습니다. If you give me a week I might think of one.”(일주일을 주면 한 가지를 생각해낼지 모르겠다)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8년이나 부통령을 지냈지만, 부통령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2년 대선 출마 때부터 당시 상원의원이던 닉슨을 싫어했습니다. 닉슨의 투철한 반공 의식과 대권 야심이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그를 부통령 후보로 택했습니다. 당선된 뒤에도 사이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사교적이지 못한 닉슨 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I can’t understand how a man can come so far in his profession and not have any friends.”(자신의 분야에서 저 정도의 경력을 쌓았으면서 저렇게 친구가 없는 사람은 처음 본다)1960년 닉슨 부통령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지원 유세에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닉슨 부통령이 어떤 정책 결정에 참여했는지 기자들이 묻자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He was not a part of decision-making”(그는 정책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업적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대답입니다. 농담이라지만 이 정도면 상대에게 상처가 됩니다.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못한 닉슨 부통령은 강적 케네디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명언의 품격반면 대통령과 부통령의 궁합이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월터 먼데일 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조지 H W 부시 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 바이든 부통령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환상의 조합입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대통령과 경험이 풍부한 부통령의 조합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Please be the last man in the room.”(방에서 마지막 사람이 되어달라)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선택할 때 당부한 말입니다.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마지막까지 방에 남아 직언을 하는 것이 2인자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이 명언을 마음속에 새긴 바이든 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 ‘man’을 ‘voice’로 바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똑같이 당부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미국에서 ‘Gen Z Cop’(Z세대 경찰)이 화제입니다. 최근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음주운전을 적발한 마이클 아킨슨이라는 24세의 Z세대 경찰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가 전하는 음주운전 적발 직후 팀버레이크와 아킨슨 경찰관 사이에 오간 대화입니다.Justin said under his breath, ‘This is going to ruin the tour.’ The cop replied, ‘What tour?’”(저스틴이 혼잣말로 ‘투어에 지장을 받겠네’라고 하자 경찰은 ‘무슨 투어’라고 물었다)‘under’는 ‘아래’, ‘breath’는 ‘숨’이라는 뜻입니다. ‘under breath’는 ‘숨 아래’를 말합니다. ‘say under breath’는 직역을 하면 ‘숨 아래로 말하다’가 됩니다. 숨 쉬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숨 쉬는 것보다도 아래로 말한다는 것은 ‘아주 작게 말하다’ ‘혼잣말을 하다’라는 뜻입니다.2000년대 초 인기를 끈 팀버레이크는 벌써 43세의 중년입니다. 딱히 음악에 관심이 없다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 24세의 아킨슨 경찰관이 바로 그렇습니다. “무슨 투어”냐고 되묻는 그의 반응을 통해 미국인들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는 “팀버레이크가 이 정도면 나는 양로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농담이 유행하고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21년 1월 18일 소개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관한 내용입니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이었다가 트럼프 지지자들이 벌인 의사당 난입 사태를 계기로 앙숙 관계가 됐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공식 인증한 것을 계기로 흥분한 폭도들이 의사당에 난입했습니다. ▶2021년 1월 18일자미국인들은 부통령을 가리켜 ‘3대 job(직무)’이라고 합니다. ‘thankless’(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useless’(필요 없는), ‘forgotten’(잊힌) job. 대통령에 가려 희미한 자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 의사당 난입 사태로 혼란에 빠진 미국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Trump and Pence have chosen to bury the hatchet after a week of silence, anger and finger-pointing.”(트럼프와 펜스는 침묵하고 화를 내고 남 탓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다가 화해하기로 했다)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하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승리를 공식 인증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다가 일주일 만에 화해했습니다. 물론 진심으로 화해한 것은 아니지만 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손도끼를 말하는 ‘hatchet’(햇칫)은 싸움을 상징합니다. 과거 원주민 부족들이 서로 싸우다가 휴전의 의미로 무기인 손도끼를 소나무 밑에 묻은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finger pointing’은 다른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즉 남 탓하는 것을 말합니다. He is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존재감 없다)오랫동안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뒤쪽에서 장식처럼 서 있는 존재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주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TV 심야 토크쇼의 단골 조롱 대상이었습니다. CBS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는 펜스 부통령을 가리켜 “베이지색 벽에 붙여진 마닐라 봉투”라고 비꼬았습니다. 마닐라 봉투는 베이지색입니다. 베이지색 벽에 붙여져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릅니다. ‘존재감 무(無)’라는 뜻입니다.I was running the dishwasher, putting my clothes in the laundry. We’re still waiting for him to return the call.”(식기세척기도 돌리고 세탁기에 빨래도 넣으며 기다렸다. 아직도 그의 답신 콜을 기다리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 난입 사태를 유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청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했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도록 하는 조항입니다.그런데 비서는 하염없이 “기다리라”라고 합니다. 당시 집에 있던 그녀는 가사 일을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20분 동안 대기했건만 비서는 마지막에 “부통령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라고 답합니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전화를 피하는 것으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부한 것입니다.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의 무응답에 화를 냈습니다. “나 아직도 당신의 답신 콜 기다리고 있거든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03
    • 좋아요
    • 코멘트
  • 치즈… 임실의 축복, 체험객의 즐거움[팜타스틱한 농촌으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특히 농촌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새로운 농촌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 소멸 대응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가 농촌 관광 활성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촌 관광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 현안 과제다. 치유, 워케이션, 체험 등을 테마로 현재 진행 중인 농촌 관광 사업지들을 둘러보는 이유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고물가 탓에 얇아진 지갑으로 고민 중인 독자에게는 쏠쏠한 여행 정보가 될 것이다.》“반죽을 고르게 펴 주세요.”(강사) “어휴, 생각보다 잘 안 되네.”(학생들) “이제 여러분이 좋아하는 순서, 치즈를 듬뿍 올립니다.”(강사) “와, 맛있겠다.”(학생들) 한국에서 치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전북 임실. 국내 최초로 치즈를 주제로 농촌체험학습을 시작한 곳이다. 이곳 체험센터 ‘치즈온’에서는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를 이용한 피자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기자가 방문했을 때 전남 고흥군 주민 50여 명이 1인용 피자 반죽에 토핑을 올리고 있었다. 중년의 ‘학생들’이지만 강사의 지도에 따라 치즈를 올리는 손길은 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완성된 피자 반죽은 오븐으로 직행했다. 15년 경력 베테랑 강사 심순섭 치즈온 대표는 피자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치즈 관련 퀴즈를 진행했다. “세상에 치즈는 몇 종류가 있을까요?”(심 대표) “300종? 500종?”(학생들) 3000종이 넘는다는 심 대표 설명에 모두 놀랐다는 표정이다. 15분 후 갓 구워진 피자를 보며 “이게 내가 만든 거야?”라며 감격했다. 피자는 현장에서 먹어도 되고 박스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도 된다. 임실 치즈를 듬뿍 넣고 밀가루가 아닌 우리 쌀가루로 반죽해 속이 편하다는 것이 심 대표의 설명이다. 고흥군 체험단을 인솔한 박정미 사회적경제 마을통합지원센터장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3시간 걸려 왔다”며 “치즈 체험은 흔하지 않아 주민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임실에 치즈가 터를 내린 것은 1967년 가톨릭 임실성당에 벨기에 출신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 신부가 부임하면서부터다. 당시 대부분 한국 시골처럼 임실은 가난한 동네였다. 지 신부는 산양 2마리를 들여와 주민들을 설득해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풀이 우거진 지형이 목축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주민들은 유럽에 치즈 연수를 갈 정도의 열성으로 임실을 치즈마을로 탄생시켰다. 현재 임실은 대형 유가공 공장 6곳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축사에 젖소를 키우고 있다. 주민들의 치즈 지식은 전문가급이다. 유제품 대기업의 영향력이 큰 한국에서 ‘작은 거인’ 격인 임실 치즈는 2000년대 초부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03년 정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 공모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치즈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자 도시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2006년 마을 이름을 ‘임실치즈마을’로 바꿨다. 심 대표는 “매년 최다 7만 명의 체험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임실치즈마을과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서로 다른 곳이다. 심 대표는 “마을공동체 형식으로 운영되는 임실치즈마을과 임실군에서 재단을 만들어 개인 위탁 등으로 운영하는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성격이 다르다”며 “목적지를 먼저 확인한 뒤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초중고교 학생 단체 방문이 가장 많은데 4인 이상 소규모 체험도 가능하다. 치즈 체험뿐 아니라 임실 치즈의 유래를 소개하는 마을 강의, 치즈 판매 시설을 둘러보는 마을 투어도 있다. 체험비는 피자 만들기는 4인 1조 4만 원, 모차렐라 치즈 만들기는 1인당 1만3000원이다. 1박 이상 묵고 싶은 체험객을 위해 사랑채라는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임실치즈마을에는 지정환공동체학교도 있다. 귀농이나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농촌에 거주하며 성공적 정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과 농어촌체험지도사 양성 과정 등을 운영한다. 심 대표는 “서양 음식 치즈는 이제 한국인에게 친숙한 음식이 됐다”며 “치즈가 국내에서 마을공동체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것에 많은 체험객들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끝― 임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7-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방에 남는 마지막 사람 돼달라” 2인자 향한 오바마의 충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The vice presidency is not worth a bucket of warm piss.”(부통령은 따뜻한 오줌 한 양동이만도 못한 자리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 존 낸스 가너 부통령이 한 말입니다. 옛날에는 따뜻한 오줌을 다양한 의학적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그런 오줌만도 못한 신세라고 부통령의 비애를 토로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은 행정부 권력 서열 1, 2위입니다. 그런데 관계가 미묘합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부통령에 대한 대접이 박합니다. 헌법부터 그렇습니다.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서는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기술해 놓았으면서 부통령은 3개 조항이 전부입니다. 1조 3항에 상원 캐스팅보트 역할, 2조 1항에 대통령 유고 시 권력 승계, 2조 4항에 탄핵 대상이라고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밑에 있던 존 애덤스 부통령은 부인에게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The most insignificant Office that ever the Invention of Man contrived or his Imagination conceived.”(인간이 용케 발명해낸,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장 하찮은 자리)● “Veepstakes.”(부통령 도박판 선발대회) 별 볼 일 없는 부통령이 요즘 주목받는 자리가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입니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서 ‘veepstakes’(비프스테이크)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 레스토랑 이름이 아닙니다. ‘veep’는 부통령을 말합니다. 부통령의 약자인 ‘vp’와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의 ‘vip’를 합쳐 소리 나는 대로 부르는 것입니다. ‘stake’는 ‘sweepstake’(스위프스테이크)의 줄임말로 빗자루로 쓸어 담듯이(sweep) 도박에서 판돈(stake)을 승자 한 명이 모두 차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개 막후에서 이뤄지는 부통령 후보 선정 작업을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으로 진행해 화제입니다. 유세 때마다 부통령 후보 7, 8명을 몰고 다니며 뒤쪽에 세웁니다. 거명되면 한 명씩 무대로 나와 “내가 부통령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음에 들기 위한 충성 발언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종 승자는 다음 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합니다. TV 리얼리티쇼를 진행해본 경험 덕분인지 그 재미없는 부통령직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Oh, God, can you ever imagine what would happen to the country if Lyndon was president?”(세상에, 만약 린든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돼?) 대통령이 부통령을 뽑을 때 불문율이 있습니다. 절대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갈등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들이 많습니다. 동부 엘리트 출신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텍사스 카우보이 출신의 린든 존슨 부통령이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하다고 싫어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의 자서전에 실린 케네디 대통령의 존슨 부통령에 대한 평가입니다.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사태, 피그만 침공 사건 등 굵직한 외교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존슨 부통령을 제외했습니다. 그 서운함 때문인지 존슨 부통령은 케네디 피살 직후 에어포스원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삐걱거린 것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관계입니다. 대통령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부통령이 권력 의지를 드러낼 때입니다. 닉슨 부통령의 대권 야심이 싫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지원 유세에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방해했습니다. 닉슨 부통령의 업적을 말해 달라는 언론의 요청에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If you give me a week I might think of one.”(나에게 일주일을 주면 한 가지 생각해 낼지도 모르겠다)● “Please be the last man in the room.”(방에서 마지막 사람이 되어 달라) 반면 대통령과 부통령의 궁합이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월터 먼데일 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조지 부시 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 바이든 부통령은 전문가들이 인정한 환상의 조합입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대통령과 경험이 풍부한 부통령의 조합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바이든 부통령을 선택할 때 당부한 말입니다.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마지막까지 방에 남아 직언을 하는 것이 2인자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이 명언을 마음속에 새긴 바이든 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 ‘man’을 ‘voice’로 바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똑같이 당부했습니다. ※ 매주 월요일 오전 7시 발송되는 뉴스레터 ‘정미경의 이런 영어저런 미국’에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빌게이츠한테 쿠폰 써서 맥도널드 사준 워런버핏[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lthough I don’t care where I rank on the list of the world’s richest people, I do know that as I succeed in giving, I will drop down and eventually off the list altogether.”(부자 순위에서 몇 위인지 관심이 없지만, 지금처럼 계속 기부한다면 언젠가는 순위에서 아예 밀려날 것이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요트 2척을 팔기로 했습니다. 그냥 요트가 아닙니다. ‘슈퍼요트’입니다. 2척 합쳐서 시장에 10억 달러(1조 4000억 원)에 나왔습니다. 본선과 부속선으로 이뤄졌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본선은 길이가 100m가 넘고, 스파 헬스 시설, 커피 바, 벽난로, 도서관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해 요트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려왔습니다. 게이츠는 아직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상태의 새 요트를 팔기로 한 것입니다.요트를 파는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엄청난 운영 비용을 감당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부호 순위에서 지난해 7위에서 올해 9위로 떨어졌습니다. 1990년 16위 이후로 가장 낮은 순위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환경 문제입니다. 아무리 수소 동력을 이용해도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매년 자신의 탄소 발자국을 발표하는 등 환경 문제에 앞장서온 게이츠는 위선자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빌 게이츠는 부자의 상징입니다. 그렇지만 ‘의식 있는 부자’로 통합니다. 카시오 시계 저가형 모델을 수십 년 동안 바꿔 차고 다닙니다. 요트는 동력 기계 수집이 취미인 그가 누리는 유일한 사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이츠가 부(富)에 대해 한 말입니다. 언젠가 부자 순위에서 밀려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의미입니다. 돈이 너무 많아 아예 달관한 경지에 오른 듯합니다. 게이츠 같은 억만장자들의 돈 관리법을 알아봤습니다. You offered to pay, dug Into your pocket and pulled out … coupons!”(네가 사겠다고 하더니 호주머니를 뒤져서 꺼낸 것은 쿠폰!)1990년대 빌 게이츠가 절친인 워런 버핏과 홍콩에 갔던 일화입니다. 버핏이 점심을 사겠다고 합니다. 게이츠는 놀랐습니다. 버핏이 밥을 사는 적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게이츠를 데리고 간 곳은 맥도널드. 홍콩의 산해진미를 기대했던 게이츠는 실망했습니다. 아직 실망은 이릅니다. 버핏이 계산대 앞에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찾습니다. 꺼낸 것은 맥도널드 할인 쿠폰. 맥도널드에 데리고 가더니 할인 쿠폰까지 게이츠는 실망의 원투 펀치를 얻어맞은 심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dug’는 ‘dig’의 과거형으로 ‘파다’라는 뜻입니다. ‘dig into pocket’은 호주머니에서 뭔가 찾으려고 손을 넣고 더듬는 것입니다. 반대로 꺼내는 것은 ‘pull out of pocket’이 됩니다.게이츠는 평소 버핏을 “big spender”(통 큰 소비자)라고 부릅니다. 그의 구두쇠 정신을 비꼬는 것입니다. 버핏은 30년 된 폭스바겐 자동차를 지금도 몰고 다닙니다. 그의 명언 중의 명언입니다. “Don’t save what’s left after spending, but spend what is left after saving.”(쓰고 남은 돈은 저축하지 말고. 저축하고 남은 돈을 써라)We don’t give them everything.”(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설립자는 버핏 같은 구두쇠는 아닙니다. 게이츠가 팔려고 내놓은 요트 다음으로 비싼 요트를 가지고 있고, 실리콘밸리, 레이크타호, 하와이 등에 호화 주택을 10채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투자 목적이고, 그가 매일 입고 다니는 회색 티셔츠에서 볼 수 있듯이 겉치레를 싫어합니다. 2020년 크리스마스 때 그가 찾은 곳이 화제가 됐습니다. 저렴한 창고형 상점 코스트코에서 부인과 함께 TV를 쇼핑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잡혔습니다. 스테레오가 빵빵 터지는 최고급 TV 세트를 선호할 것 같지만 그가 둘러본 것은 의외로 평범한 LED TV였습니다. 이곳에서 쇼핑을 마친 뒤 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로스 드레스 포 레스(Ross Dress for Less). 백화점에서 넘어온 의류를 싸게 파는 곳입니다.부인 프리실라 첸과 이탈리아 로마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맥도널드 햄버거를 계단에서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Billionaire’s McHoneymoon’(억만장자의 맥도널드 신혼여행). 다음날 언론 기사 제목입니다. 페이스북으로 부자가 된 뒤 그가 소유한 차는 3개로 모두 3만 달러 이하의 애큐라, 폭스바겐, 혼다의 중저가 모델들입니다.저커버그가 딸 2명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경제 관념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자녀교육의 첫 번째 규칙입니다. 사달라는 대로 모든 것을 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일터 데려가기. 부모가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사회에 공헌하는지 자녀에게 직접 보여준다고 합니다. 자녀 사진을 자주 페이스북에 올리는 그는 최근 두 살, 네 살 딸들이 식사 후 식기세척기로 설거지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parenting milestone unlocked’(육아 이정표 도달).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스스로 먹은 그릇을 치우도록 하는 것이 자녀교육의 시발점이라고 합니다.Wasting resources is a mortal sin.”(자원 낭비는 대역죄다)유럽에서 열린 ‘올해의 경영인’ 시상식장 입구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된 이케아 설립자 잉바르 캄프라드가 시상식에 못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리무진이 즐비한 가운데 버스를 타고 걸어온 평범한 옷차림의 캄프라드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기자들이 버스를 타고 온 이유를 묻자 “행사장까지 오는 버스가 있는데 굳이 리무진을 탈 필요가 있느냐”라고 답했습니다. 2018년 세상을 떠난 캄프라드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위의 부자지만 언제나 입는 옷은 중고의류. 이케아 성공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내 옷 중에서 중고시장에서 사지 않은 것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자들은 개인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일반 비행기, 그것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했습니다. 수십 년 타고 다닌 볼보 자동차는 너무 오래돼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폐차했습니다. 한번은 언론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에 출장 갔을 때 이발료가 22유로(3만 원)라서 너무 비쌌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출장 중 이발료가 싼 나라에서 이발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I try to get my haircut when I’m in a developing country. Last time it was in Vietnam.”(개발도상국에서 갔을 때 이발을 한다. 마지막으로 이발한 것은 베트남이었다)캄프라드의 고향은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스몰란드. 이곳에서 이케아를 설립해 세계 최대의 가구업체로 키웠습니다. 지금도 이케아는 스몰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한창 확장하던 무렵인 1976년 ‘어느 가구상의 증언’(The Testament of a Furniture Dealer)이라는 유명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실용적인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글의 원본은 이케아 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캄프라드의 절약 인생을 상징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얼마나 낭비가 싫으면 그냥 ‘sin’이 아니라 ‘mortal sin’이라고 했습니다. 가톨릭 용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죄라는 뜻입니다. 명언의 품격화려한 삶을 사는 할리우드 셀럽. 궁상맞은 절약 정신으로 존경받는 셀럽도 있습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두 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힐러리 스웽크입니다. 어린 시절 “트레일러 파크 키드”(trailer park kid)라는 수군거림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트레일러 파크는 정식 주택을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간이 이동주택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트레일러 파크에 산다는 것은 낙오자라는 의미입니다.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트레일러 파크조차 쫓겨났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단돈 75달러를 들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했습니다. 모녀는 집이 없어 고물차에 짐을 가득 싣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스웽크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습니다. 고난을 거쳐 성공했기 때문에 돈의 가치를 압니다. 아직도 중저가 의류 브랜드 ‘갭’에서 쇼핑을 합니다. 또 다른 절약방법은 쿠폰을 모으는 것입니다. 한국은 모바일 쿠폰을 많이 쓰지만, 미국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아직 종이 쿠폰이 대세입니다. 신문에 끼어오는 쿠폰 모음 전단에서 쿠폰을 오려 생활비를 절약하는 할머니를 ‘coupon lady’(쿠폰 레이디)라고 합니다. 스웽크는 자신을 ‘쿠폰 레이디’라고 말합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쿠폰을 모으는 습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When you open up the paper and see those coupons, it looks like dollar bills staring you in the face. It’s how I grew up,”(신문을 펼쳐 쿠폰을 보면 마치 달러 지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그게 내가 자란 방식이다)돈으로 계산하면 하찮은 쿠폰이지만 이를 통해 절약 습관을 배우고, 삶을 개척하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솔직 당당한 고백은 감동을 줬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쿠폰 예찬론을 펼칩니다. “You’ve always had to fight for what you have. Nothing is going to be given to you.”(나는 언제나 가진 것을 위해 싸워왔다. 공짜로 얻는 것은 없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이 화제입니다. 다른 정상들과 함께 군인들의 공중낙하 시범을 관람한 뒤 방향감각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정상들의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군인들 쪽으로 걸어갔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탓에 인지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군인들에게 인사하려던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프랑스 국빈방문 뒤 미국에 돌아가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불법 총기 소지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하루 만에 G7 회의 참석을 위해 다시 유럽에 갔습니다. G7에서도 쉴 틈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들과 연쇄 회담입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G7 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president’s schedule is jam-packed.”(대통령의 일정은 꽉 차 있다)‘jam’(잼)은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빵에 발라먹는 잼이 있습니다. 미국 슈퍼마켓에 가면 제조 방식에 따라 잼의 종류가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elly’(젤리)는 실제 과일이 아닌 과일 주스로 만든 것입니다. ‘jam’은 과일로 만든 것입니다. ‘preserves’(프리저브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일 덩어리가 들어있는 잼을 말합니다. 잼은 원래 좁은 장소에 자꾸 밀어 넣는다는 의미에서 유래했습니다. 결국 먹는 잼도 그런 의미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혼잡을 뜻합니다. 교통 체증을 ‘traffic jam’이라고 합니다. “This photocopier is jammed.” 프린터에 종이가 자꾸 밀려 고장났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뮤지션들이 사전 리허설 없이 한곳에 모여 벌이는 즉흥 연주 세션을 ‘jam session’이라고 합니다. ‘pack’은 짐을 꾸린다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혼잡으로 포장할 정도로 일정이 꽉 차 있다는 의미입니다. 재미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이런 평이 나옵니다. “The film is jam-packed with spectacular action sequences.”(영화는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가득하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5월 10일 소개된 빌-멀린다 게이츠 전 부부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1년 이혼한 게이츠 부부가 얼마 전 딸 피비의 21세 생일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서로 엇갈린 시간에 참석해 마주치지는 않았습니다. 게이츠 부부는 뚜렷한 이혼 사유를 밝히지 않아 이들의 결혼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이들이 언론 인터뷰를 밝힌 가정사를 알아봤습니다. ▶2021년 5월 10일자빌-멀린다 게이츠 부부가 최근 이혼을 발표했습니다. 함께 자선단체를 운영하며 활동해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이혼 소식에 놀랐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게이츠 부부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가정생활을 알아보겠습니다.Nobody leaves the kitchen until I leave the kitchen!”(내가 부엌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나가요)멀린다는 주부들이 수행하는 무임금 노동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점을 자주 비판해 왔습니다. 그녀의 경험담에 따르면 식사를 마치면 남편과 세 자녀는 치우지도 않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설거지는 당연히 주부의 몫이라는 겁니다. 어느 날 화가 난 멀린다가 남편과 자녀들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게이츠 가족은 2명씩 설거지 당번을 정해서 부엌일을 거들었다고 합니다.If Bill Gates can drive his kid to school, so can you!”(빌 게이츠가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 빌 게이츠는 장녀가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 직접 차로 데려다줬습니다. 자녀 데려다주기는 미국 부모들이 자주 하는 일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 빌 게이츠가 하면 주목을 받습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다른 집 부인들은 집에 가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성장한 뒤 빌 게이츠는 “아이를 데려다주는 시간이 소중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자녀 고민도 들어주고, 함께 음악도 듣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My only hope would be if you took him home with you. Take both of them.”(내 유일한 희망은 당신이 저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다. 아니 두 명 다) 멀린다 게이츠는 자선활동을 벌이면서 빈곤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인도 빈민가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두 아이를 안은 어머니가 매달리며 이렇게 애원했습니다. 자신의 품에서 굶어 죽게 하느니 차라리 떠나보내고 싶은 모정에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26
    • 좋아요
    • 코멘트
  • 지중해의 푸른 감성을 베트남에서 맛보다 … 여기가 바로 “라 돌체 비타” 탄성

    ‘Be Curious!’(호기심을 가져라)지난해 말 문을 연 긴 이름의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이하 라페스타 푸꾸옥)의 모토다. 소개 책자에도, 객실마다 비치된 커다란 밀짚모자에도 이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호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월돌프 아스토리아부터 더블트리까지 22개 브랜드를 보유한 힐튼이 베트남에 처음으로 선보인 큐리오 컬렉션(Curio Collection) 호텔이다. 한국에는 아직 큐리오 컬렉션이 없다. ‘curio’는 ‘진기한 물건’이라는 뜻이다.호텔의 어떤 점이 진기하다는 것일까. 큐리오 컬렉션은 힐튼의 보편적인 특징에 각 지역의 개성을 적절히 융합시킨 호텔에 붙이는 이름이다. 최근 기자단 투어로 방문한 라페스타 푸꾸옥은 베트남 호텔이지만 이탈리아 휴양지 감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텔 곳곳에 이탈리아 남부 해변의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신경을 썼다.그렇다고 지역적인 색채를 잃은 것은 아니다. 전통의상 아오자이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의 세심한 손길에서부터 동남아에서 가장 친절한 국가라는 베트남의 명성을 엿볼 수 있다. 유럽의 감성과 아시아의 멋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당신,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으로 떠나보자.○ 베트남과 유럽이 만나는 곳인천에서 5시간 반의 여정 후 라페스타 푸꾸옥에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가 맞아준다. 유달리 천장이 높다. 유리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호텔 전체가 밝고 활기찬 분위기다. 로비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기려는 투숙객들이 많다.룸은 197개가 있다. 스위트룸인 돌체비타 스위트(143㎡)에서부터 가장 많은 숫자의 발코니 오션뷰룸(31㎡)까지 13종류가 있다. 기자가 묶은 아말피 듀플렉스 오션뷰는 위층에 침실, 아래층에 거실이 있는 복층 구조다. 카프리 테라스 스위트는 발코니에 미니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객실 곳곳에서 이탈리아 테마와 로컬 특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다. 커튼과 벽면의 아치 디자인은 이탈리아 두오모(대성당)에서 유래했다. 에메랄드 색상으로 통일된 주요 집기들은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목욕용품은 1963년 영화 ‘경멸’(Le Mepris)에서 영감을 얻은 이탈리아 브랜드 ‘19-69 카프리’ 제품이다. 컵과 그릇들은 도예가 발달한 푸꾸옥의 예술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생산한 제품들이다. 복도에도 현지 미술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푸꾸옥의 명물은 선셋이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다. 푸꾸옥 남부에서 유일하게 서쪽에 위치한 호텔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일몰이 시작되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룸 발코니에 나가면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는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매일 저녁 해변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쇼 ‘키스 오브 더 씨’와 불꽃놀이는 유료 공연이지만 룸에서 직관이 가능하다.○ 푸꾸옥 남부 유일한 ‘선셋 호텔’레스토랑 4곳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다. 기자단을 맞은 브렛 밀러 총괄 셰프는 “이곳에 오기 전 한국 하얏트 호텔 등에서 근무했다”라며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4곳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는 평을 듣는다.마레는 지중해의 풍미를 담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가 전문이다.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주문하면 이탈리안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서빙해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머천트는 조식 장소인 동시에 국내외에서 공수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베트남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 살로네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각종 유럽 차(茶), 페이스트리를 맛보며 느긋한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비 바다. 햄버거와 피자로 허기를 달랜 뒤 비치나 수영장으로 뛰어나가고 싶다면 젊은 취향의 라 카프리 비치클럽이 제격이다.전용 비치는 푸꾸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켐 비치(Khem Beach)에 조성돼 있다. 호텔 수영장은 가로로 시원하게 뻗은 인피니티풀 스타일로 바다에 면한 쪽이 절벽처럼 떨어지는 디자인이라 짜릿한 맛을 준다. 베트남은 개인 스파숍이 워낙 발달해 호텔 스파는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에포레아 스파는 외부 스파들에 비해 별로 가격대가 별로 높지 않은데도 미국에서 공수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숙련된 마사지사들과 영어 대화가 가능하다. 5개의 스파룸과 8대의 스파 베드, 개별 샤워룸을 갖추고 있다.호텔 관계자는 “바쁜 일상을 잊고 라페스타 푸꾸옥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라 돌체 비타’(달콤한 삶)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걸어서 3∼5분 내에 즐길 거리 풍부”럭키 오우 총지배인이 말하는 라페스타 푸꾸옥 힐튼 호텔의 매력베트남의 떠오르는 관광지 푸꾸옥은 5성급 호텔의 격전지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이하 라페스타 푸꾸옥)은 한국인 투숙객 비율이 50%로 매우높은 호텔이다. 한국 고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호텔 측은 기자단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국 기자단을 가장 먼저 초청했다. 럭키 오우 호텔 총지배인은 기자단을 인솔해 호텔 곳곳을 직접 소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그는 라페스타 푸꾸옥 호텔만의 강점에 대해 인근에 즐길 거리가 풍부한 점을 들었다.“푸꾸옥은 상대적으로 교통비가 비싼 편이라서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에 즐길 거리를 갖춘 것이 중요합니다. 도보 3∼5분 이내에 혼똠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투어, 상징적인 키스 브릿지, 키스 오브 더 씨 공연, 부이페스트 야시장 등이 있습니다. 리조트 안에서 지내는 정적인 투숙 경험을 하고 싶은 고객과 다양한 야외활동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킵니다.”이탈리아 테마는 힐튼의 베트남 파트너인 레저 대기업 선(Sun) 그룹의 영향이다. 선그룹 회장은 과거에 방문했던 이탈리아 아말피 지역에 깊은 감명을 받아 호텔과 인근 선셋타운을 이탈리아 감성으로 꾸몄다. 타운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뚝딱 만들어내는 베트남식 기업문화가 놀랍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어디를 가나 파스텔 톤의 유럽 남부 해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서 ‘사진빨’이 보장된다. 선셋타운 건물의 상당수는 아직 비어있다.오우 지배인은 “직항이 없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다수의 항공사가 인천-푸꾸옥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며 “쇼핑 등 편의시설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어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베트남 푸꾸옥=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25
    • 좋아요
    • 코멘트
  • 지중해의 푸른 감성을 베트남에서 맛보다… 여기가 바로 “라 돌체 비타∼”탄성

    ‘Be Curious!’(호기심을 가져라)지난해 말 문을 연 긴 이름의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이하 라페스타 푸꾸옥)의 모토다. 소개 책자에도, 객실마다 비치된 커다란 밀짚모자에도 이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호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월돌프 아스토리아부터 더블트리까지 22개 브랜드를 보유한 힐튼이 베트남에 처음으로 선보인 큐리오 컬렉션(Curio Collection) 호텔이다. 한국에는 아직 큐리오 컬렉션이 없다. ‘curio’는 ‘진기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호텔의 어떤 점이 진기하다는 것일까. 큐리오 컬렉션은 힐튼의 보편적인 특징에 각 지역의 개성을 적절히 융합시킨 호텔에 붙이는 이름이다. 최근 기자단 투어로 방문한 라페스타 푸꾸옥은 베트남 호텔이지만 이탈리아 휴양지 감성을 지향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호텔 곳곳에 이탈리아 남부 해변의 이국적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지역적인 색채를 잃은 것은 아니다. 전통의상 아오자이 스타일의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의 세심한 손길에서부터 동남아에서 가장 친절한 국가라는 베트남의 명성을 엿볼 수 있다. 유럽의 감성과 아시아의 멋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당신, 호텔 라페스타 푸꾸옥으로 떠나보자.베트남과 유럽이 만나는 곳인천에서 5시간 반의 여정 후 라페스타 푸꾸옥에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가 맞아준다. 유달리 천장이 높다. 유리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호텔 전체가 밝고 활기찬 분위기다. 로비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기려는 투숙객들이 많다.룸은 197개가 있다. 스위트룸인 돌체비타 스위트(143㎡)에서부터 가장 많은 숫자의 발코니 오션뷰룸(31㎡)까지 13종류가 있다. 기자가 묶은 아말피 듀플렉스 오션뷰는 위층에 침실, 아래층에 거실이 있는 복층 구조다. 카프리 테라스 스위트는 발코니에 미니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객실 곳곳에서 이탈리아 테마와 로컬 특성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다. 커튼과 벽면의 아치 디자인은 이탈리아 두오모(대성당)에서 유래했다. 에메랄드 색상으로 통일된 주요 집기들은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목욕용품은 1963년 영화 ‘경멸’(Le Mepris)에서 영감을 얻은 이탈리아 브랜드 ‘19-69 카프리’ 제품이다. 컵과 그릇들은 도예가 발달한 푸꾸옥의 예술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생산한 제품들이다. 복도에도 현지 미술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푸꾸옥의 명물은 선셋이다. 라페스타 푸꾸옥은 ‘일몰 맛집’으로 유명하다. 푸꾸옥 남부에서 유일하게 서쪽에 위치한 호텔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일몰이 시작되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룸 발코니에 나가면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는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매일 저녁 해변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쇼 ‘키스 오브 더 씨’와 불꽃놀이는 유료 공연이지만 룸에서 직관이 가능하다.푸꾸옥 남부 유일한 ‘선셋 호텔’레스토랑 4곳 모두 바다를 향해 있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다. 기자단을 맞은 브렛 밀러 총괄 셰프는 “이곳에 오기 전 한국 하얏트 호텔 등에서 근무했다”라며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 4곳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는 평을 듣는다.마레는 지중해의 풍미를 담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가 전문이다.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주문하면 이탈리안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서빙해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머천트는 조식 장소인 동시에 국내외에서 공수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베트남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일 살로네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각종 유럽 차(茶), 페이스트리를 맛보며 느긋한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로비 바다. 햄버거와 피자로 허기를 달랜 뒤 비치나 수영장으로 뛰어나가고 싶다면 젊은 취향의 라 카프리 비치클럽이 제격이다.전용 비치는 푸꾸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켐 비치(Khem Beach)에 조성돼 있다. 호텔 수영장은 가로로 시원하게 뻗은 인피니티풀 스타일로 바다에 면한 쪽이 절벽처럼 떨어지는 디자인이라 짜릿한 맛을 준다. 베트남은 개인 스파숍이 워낙 발달해 호텔 스파는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에포레아 스파는 외부 스파들에 비해 별로 가격대가 별로 높지 않은데도 미국에서 공수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숙련된 마사지사들과 영어 대화가 가능하다. 5개의 스파룸과 8대의 스파 베드, 개별 샤워룸을 갖추고 있다.호텔 관계자는 “바쁜 일상을 잊고 라페스타 푸꾸옥에서 보내는 며칠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라 돌체 비타’(달콤한 삶)를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걸어서 3∼5분 내에 즐길 거리 풍부”럭키 오우 총지배인이 말하는 라페스타 푸꾸옥 힐튼 호텔의 매력베트남의 떠오르는 관광지 푸꾸옥은 5성급 호텔의 격전지다. 가장 최근 문을 연 라페스타 푸꾸옥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은 한국인 투숙객 비율이 50%로 가장 높은 호텔이다. 한국 고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호텔 측은 기자단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국 기자단을 가장 먼저 초청했다. 럭키 오우(사진) 호텔 총지배인은 기자단을 인솔해 호텔 곳곳을 직접 소개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라페스타 푸꾸옥 호텔만의 강점에 대해 인근에 즐길 거리가 풍부한 점을 들었다.“푸꾸옥은 상대적으로 교통비가 비싼 편이라서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반경에 즐길 거리를 갖춘 것이 중요합니다. 도보 3∼5분 이내에 혼똠섬으로 가는 케이블카 투어, 상징적인 키스 브릿지, 키스 오브 더 씨 공연, 부이페스트 야시장 등이 있습니다. 리조트 안에서 지내는 정적인 투숙 경험을 하고 싶은 고객과 다양한 야외활동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킵니다.”이탈리아 테마는 힐튼의 베트남 파트너인 레저 대기업 선(Sun) 그룹의 영향이다. 선그룹 회장은 과거에 방문했던 이탈리아 아말피 지역에 깊은 감명을받아 호텔과 인근 선셋타운을 이탈리아 감성으로 꾸몄다. 타운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뚝딱 만들어내는 베트남식 기업문화가 놀랍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어디를 가나 파스텔 톤의 유럽 남부 해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서 ‘사진빨’이 보장된다. 선셋타운 건물의 상당수는 아직 비어있다.오우 지배인은 “직항이 없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다수의 항공사가 인천-푸꾸옥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며 “쇼핑 등 편의시설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어 한국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베트남 푸꾸옥=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라페스타 푸꾸옥 호텔 사진제공}

    • 2024-06-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메라 뒤에선 수시로 열불내는 대통령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Old Yeller.”(늙은 고함쟁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별명입니다. 원래는 널리 알려진 동화 제목입니다. 주워온 늙은 개가 어린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굴더니 나중에는 위험에서 구한다는 스토리입니다. ‘yeller’는 ‘yellow’(노란색)의 사투리로, 한국 버전으로 하면 ‘누렁이’가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별명은 물론 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늙은 나이에 고함을 지르며 화를 잘 내서 생긴 별명입니다. ‘yeller’(옐러)는 ‘yell’(고함치다)을 의인화한 명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는 농담을 섞어가며 여유롭게 얘기하는 ‘애버리지 조’(Average Joe)이지만 사람들이 안 보는 데서는 자주 분노를 폭발시키는 ‘앵그리 조’(Angry Joe)가 됩니다. 일명 ‘두 얼굴의 조.’ 5개월 후가 대선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sick fuck’(역겨운 놈), ‘fucking asshole’(개자식) 등 강한 욕도 서슴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쿨한 성격이기를 바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마음입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감정이 아닌 이성에 지배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대통령은 화를 낼 일도 많은 자리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 분노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최근 한국 대통령의 격노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들의 분노 조절법을 알아봤습니다.Get your act together, Reggie. Help me do my job.”(레지, 정신 차려. 내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성격 좋은 사람은 별로 화를 내는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예상외로 자주 화를 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욕을 왕창 퍼붓기보다 상처가 될만한 뾰족한 말을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인권에 관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회의 중에 인권에 관해 길게 말하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단칼에 자른 일화는 유명합니다. “Yes, Samantha, we know. We’ve all read your book.”(알아요, 사만사. 우리 모두 당신 책 읽었거든)분노를 그 자리에서 폭발시키지 않고 삭이는 것을 ‘cooling off’(냉각)이라고 합니다. 개인비서였던 레지 러브 보좌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쿨링오프를 잘 활용하는 지도자였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를 앞두고 러브 보좌관은 중요한 토론 원고가 든 가방을 분실했습니다. 한바탕 질책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가방을 다른 곳에 두고 왔다고?”라고 되물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러브 보좌관에게 반성의 시간을 주고, 자신에게는 화를 다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러브 보좌관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silence felt worse than being reprimanded.”(침묵이 혼나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다행히 토론회가 시작하기 전 가방을 찾았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러브 보좌관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해고를 각오한 러브 보좌관에게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자는 담백한 충고를 건넸습니다. ‘get your act together’(너의 행동을 함께 갖춰라)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충고 멘트 1호입니다. ‘정신 차려라’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의미로 ‘pull yourself together’(너 자신을 함께 당겨라)도 많이 씁니다. 이건 좀 더 훈계의 강도가 높습니다.Never waste a minute thinking about people you don’t like.”(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느라 단 1분도 허비하지 말라)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어릴 적부터 욱하는 성격이 문제였습니다. 열 살 핼러윈 때 그의 형들은 사탕을 얻는 ‘트릭 오어 트릿’ 놀이를 하러 나갔지만 아이젠하워는 나갈 수 없었습니다. 부모가 너무 어리다고 못 나가게 한 것입니다. 마당에 뛰쳐나가 사과나무를 주먹으로 계속 내리쳤습니다. 나중에는 손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아버지는 그에게 회초리 벌을 내렸습니다. 방에서 울고 있는 그에게 어머니가 조용히 찾아와 성경 잠언 구절을 들려줬습니다. 화를 다스리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가치 있다는 내용입니다. “He that conquereth his own soul is greater than he who taketh a city.”(자신의 영혼을 정복하는 자가 영토를 얻는 자보다 위대하다) 어머니는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며 좀 더 쉽게 설명했습니다. “Hating is a futile thing. The person who has incurred your displeasure probably doesn’t care, possibly doesn’t even know, and the only person injured is yourself”(미움은 헛된 일이란다. 네가 미워하는 사람은 네가 미워한다는 것에 관심도 없고, 아마 알지도 못할 거야. 너만 상처를 입을 뿐이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나중에 자서전에서 “그날 밤 어머니가 들려준 교훈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좌우명입니다. ‘waste time’이라고 해도 되지만 단 1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waste a minute’이라고 했습니다.이 좌우명을 바탕으로 ‘분노의 서랍’(anger drawer)을 지니고 살았습니다.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넣고 잠그는 것입니다, 분노의 서랍을 가장 많이 차지한 것은 기자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유럽에서 싸우는 동안 미국에 있는 기자들은 전장을 보지도 못하면서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총사령관의 잘못으로 돌리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한숨 한 번 쉬는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정 안 되면 기자의 이름을 적어 분노의 서랍에 넣었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서랍을 비우는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연말 행사였습니다. I’m really ticked off about this.”(지금 이 상황에 대해 정말 열 받았어)화를 잘 내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격노가 취미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크게 화를 낸 사건은 2020년 대선 한 달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선거 부정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을 때입니다. 선거 부정을 계속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을 당장 백악관으로 불렀습니다. 바 장관이 주장을 굽히지 않자 먹고 있던 케첩을 듬뿍 바른 햄버거를 벽에 내던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tick’(틱)은 ‘시계가 째깍거리다’라는 뜻입니다. 또한 ‘박스에 체크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check the box’라고 해도 되고 ‘tick the box’라고 해도 됩니다. ‘tick off’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자격 미달 군인 이름 옆에 체크를 하는데 하도 그 숫자가 많아서 담당자가 열을 받았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화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무례한 발언에 기분이 상했다면 “His rude comments ticked me off”라고 합니다. 또는 수동형으로 “I was ticked off by his rude comments”라고 합니다. 조금 더 친한 사이라면 ‘piss off’라고 해도 됩니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사임하더니 최근 다시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오락가락 횡보하고 있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인들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분노 조절 능력 때문입니다. 남북전쟁 때 북군의 조지 미드 장군은 게티스버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남군의 명장 로버트 리 장군의 도주를 허용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친 링컨 대통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미드 장군을 소환하지도 질책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며칠을 보낸 뒤 미드 장군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 내용은 예의를 갖췄고 공손하기까지 했습니다. ‘리 장군을 체포했다면’이라는 소망을 적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편지를 완성한 뒤였습니다. 그는 편지 겉봉에 이렇게 적었습니다.To Gen. Meade, never sent, or signed.”(미드 장군에게, 보내지도 않고 서명도 안 했다)‘sent’ ‘signed’는 과거분사 형태의 수동형입니다. 편지가 직행한 곳은 ‘Not Signed, Not Sent’(미서명, 미발송)이라고 적힌 서류철이었습니다. 서류철에는 이미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대면이 아닌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발송하지 않는 다중의 안전장치를 택한 것입니다. 편지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발송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져 있고, 분노의 표적이 되는 대상은 변명에 급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미드 장군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링컨 대통령은 얼마 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구절이 담긴 미국 최고의 연설 게티스버그 연설을 탄생시켰습니다.링컨 대통령은 이후 미드 장군에게 리 장군을 놓친 문제를 단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미드 장군은 계속 북군을 지휘했고, 2년 뒤 전쟁은 북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쿨한 리더십은 이후 대통령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화 잘 내기로 유명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벽에 링컨 초상화를 걸어놓고 중대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이렇게 물었습니다. “How would Lincoln solve this problem?”(링컨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오늘날까지도 효과적인 분노 조절법으로 심리학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편지의 시대가 아니므로 e메일로 대체됐습니다.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e메일을 씁니다. e메일을 자신에게 발송합니다. 30분 후 e메일을 읽어봅니다. 분노 상태에 내린 결정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국에서 전·현직 퍼스트레이디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스케줄이 화제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날아간 지 하루도 안 돼 다시 미국에 오더니 하루 만에 다시 프랑스 국빈 방문을 위해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질 여사가 바쁘게 미국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프랑스에 머물렀습니다. 질 여사가 73세의 여성으로 쉽지 않은 대서양 횡단 강행군을 벌인 것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불법 총기 소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것입니다. 헌터 바이든은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키웠기 때문에 친아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대선 시즌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가족은 한 명이라도 더 법정에 나와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CNN은 아들 재판에 출근 도장을 찍는 질 여사에 대해 말했습니다.The first lady was on hand for the proceedings for three days earlier this week.”(퍼스트레이디는 이번 주 초 사흘 동안 재판에 참석했다)‘hand’는 ‘손’이라는 뜻도 있지만 ‘시중’ ‘일꾼’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농장 등에 고용된 임시직 일꾼을 ‘hired hand’라고 합니다. ‘on’은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on hand’는 ‘도와주기 위해 대기 중’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고객의 구매를 돕는 전문가를 대기시켜놓은 상점이 많습니다. 그런 상점의 홍보 문구입니다. “Our shop has experts on hand to help you choose the right products.”(우리 상점에는 당신이 옳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을 돕기 위해 전문가들이 대기 중입니다). ‘on hand’의 앞뒤를 바꿔 ‘hands-on’으로도 많이 씁니다. 자녀 양육에 여기저기 따라다니며 적극 참여하는 엄마를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She is a hands-on mom.”(그녀는 열성 엄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0월 7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 관한 내용입니다. 원래 화 잘 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하원 탄핵 조사가 시작되자 극도로 예민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해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바이든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표적 수사를 시도했다는 스캔들입니다.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지켰습니다. ▶2019년 10월 7일자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조사로 속이 부글부글 끓고 뚜껑이 열릴 지경입니다. 한 언론은 그를 “다친 맹수”에 비유했습니다. 다친 맹수가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적들을 향한 독설과 막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Sadly, he choked!”(슬프게도 그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독설이 퍼붓는 대상은 같은 공화당 소속의 밋 롬니 전 대선 후보 겸 상원의원입니다. 롬니 의원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비난하자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반격했습니다. “헤이 밋, 이렇게 나를 비난하는 것만큼 2012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당당히 맞서 싸웠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슬프게도 숨도 못 쉬었잖아.” ‘choke’(쵸크)는 ‘질식하다 ’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공격에 꼼짝도 못 했다는 것입니다.Pompous ass.”(거들먹거리는 멍청이)롬니 의원을 향한 또 다른 독설입니다. 롬니 의원이 겉으로는 자신을 비난하고 있지만, 과거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지지 선언을 부탁했고, 국무장관을 시켜 달라고 애원한 적도 있다고 까발렸습니다. ‘pompous’(펌퍼스)는 ‘젠체한다.’라는 뜻입니다.That guy couldn’t carry Mike Pompeo’s blank strap.”(그 사람은 마이크 폼페이오의 보호대를 찰 위인이 못 된다)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대상이 롬니 의원이면 민주당에서는 탄핵 조사를 이끄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입니다. ‘that guy’는 시프 위원장을 말합니다. ‘blank strap’은 ‘jock strap’(작스트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남성이 경기할 때 착용하는 국부보호대입니다. ‘jock’이 속어와 비슷해서 ‘블랭크(괄호) 스트랩’이라고 자기검열을 한 것입니다. 시프 위원장은 남성미 넘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상대가 못 된다는 것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19
    • 좋아요
    • 코멘트
  • 춤추고 노래하는 ‘잡기에 능한’ 대통령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f this doesn’t clear the house, I don’t know what will.”(만약 이것이 사람들을 도망치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그럴지 모르겠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기타 공연이 화제입니다. 600억 달러(83조 원)의 선물 꾸러미를 들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수도 키이우의 한 라이브 바에서 현지 밴드의 연주를 관람하다가 무대 위에 올라 기타를 잡았습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닐 영의 ‘록킹 인 더 프리 월드’(Rockin’ in the Free World).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음악외교 행사에서 머디 워터스의 블루스곡 ‘후치 푸치맨’(Hoochie Coochie Man)을 기타 연주로 불렀습니다. 쑥스러운지 연주 전에 한 말입니다. ‘clean’(클린)과 ‘clear’(클리어)는 알파벳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clean’은 깨끗하게 ’닦다’인 반면 ‘clear’는 깨끗하게 ‘치우다’입니다. ‘clear’는 치워서 빈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 모두 행사장에서 도망갈 것이라는 자폭 개그입니다.엄살을 부렸지만 실은 엄청난 록 음악 애호가입니다, X 프로필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husband, dad, (very) amateur guitarist, and the 71st Secretary of the State’(남편, 아빠, 매우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71번째 국무장관). 기타 연주자라는 사실이 미국 외교 수장보다 앞에 나옵니다. 아버지가 유명 투자사를 세운 부잣집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법대 등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블링컨 장관은 어릴 적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고 합니다. 에릭 클랩턴의 광팬으로 직접 작곡해 부른 노래 3곡이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에 올라있습니다. 부캐 연예인답게 예명도 있습니다. ‘ABlinken’(에이블링컨). Anthony Blinken의 줄임말인데 ‘에이브(에이브러햄) 링컨’과 발음이 같아 화제입니다.블링컨 장관의 기타 연주 사실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 이런 댓글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Holy Shit!’(대박!). 좋은 충격을 받았을 때 쓰는 감탄사입니다. 미국 정치인 중에는 블링컨 장관처럼 흔히 ‘잡기(雜技)’라고 부르는 업무 외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딱딱하고 근엄한 정치인의 뜻밖의 재주를 알게 됐을 때 왠지 친밀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미국 대통령의 잡기를 알아봤습니다. Dancing is so agreeable and innocent an amusement.”(춤은 매우 유쾌하고 정직한 오락이다)미국에 ‘댄싱 위드 더 스타즈’(Dancing with the Stars)라는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워낙 유명해 ‘DWTS’라는 약자로 통합니다. 만약 DWTS에서 우승할만한 초절정 댄스 실력을 갖춘 대통령을 꼽으라면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입니다. 미국의 건국 대통령이 춤을 잘 춘다고 하면 왠지 제비족(?)스럽지만 그의 취미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상류층 남성의 에티켓이었습니다. 수많은 노예를 거느린 부농 가문 출신인 그는 10대 때 이복형을 따라다니며 댄스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워싱턴 대통령이 밝힌 댄스 철학입니다. so+형용사+단수 명사가 나오는 형태는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구식 영어입니다. 미국은 남녀가 파트너가 돼서 정해진 스텝에 따라 춤을 추는 무도회 댄스(ballroom dance) 전통이 강합니다. 독립전쟁 때 워싱턴 장군은 낮에는 영국군을 격파하느라 바빴지만, 저녁에는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바빴습니다. 여성들은 젊고 잘생긴 전쟁 영웅 워싱턴 장군과 짝을 이뤄 춤추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당시 한 상류층 여성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워싱턴 장군이 무도회에 입장하면 여성들은 그의 춤 신청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번은 부관 너새니얼 그린 장군의 부인과 짝을 이뤄 3시간 반 동안 춤을 춰 상류사회의 스캔들이 되기도 했습니다. 졸지에 부인을 상관의 댄스 파트너로 뺏긴 그린 장군은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His Excellency and Mrs. Greene danced upwards of three hours without once sitting down.”(각하와 그린 부인은 자리에 한 번 앉지도 않고 3시간 이상 춤을 추더라)What do you mean bringing a ringer into the game?”(저런 고수를 게임에 데려와 어쩌자는 거야)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전문가 뺨치는 포커 플레이어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이 도박꾼이라는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포커는 철저히 수학적 논리에 근거한 승률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포커에 접근할 때 도박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젠하워가 포커에 입문한 것은 8세 때였습니다. 가난한 캔자스 농촌 출신인 그는 산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산에서 밥 데이비스라는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데이비스는 어린 아이젠하워의 승부사 기질을 알아보고 매일 모닥불 앞에서 포커의 규칙을 가르쳐 줬습니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날 때까지 10년 넘게 데이비스로부터 포커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포커의 기술이 아니라 냉철하게 머리를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자서전에서 데이비스를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웨스트포인트에서도 포커 기술은 빛을 발했습니다. 휴일에 친구들이 댄스파티에 가느라 정신이 없을 때 그는 포커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포커 게임으로 용돈을 벌었습니다. 한번은 동료들의 포커 게임에 인원이 모자라 땜빵 선수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판을 휩쓸자 당황한 동료들은 그를 데려온 친구에게 이렇게 불평했습니다. ‘ringer’(링어)는 게임에 불법적으로 참가한 선수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고수’라는 뜻입니다. 웨스트포인트 졸업 후 메릴랜드 미드 기지에 배치됐을 때 자신만큼 포커를 잘하는 동료 군인을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 대전차군단을 지휘한 조지 패튼 장군입니다. 둘은 매일 밤을 새우며 포커를 치고 탱크 전략을 세웠습니다. 가난한 아이젠하워와 명문가 출신의 패튼은 포커 스타일도 달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차분한 방어형이었다면 패튼은 치열한 공격형이었습니다. 패튼 장군의 전차부대 구호가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There is only attack and attack.”(공격 또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어느 날 아이젠하워와 포커를 치던 군인 한 명이 큰돈을 잃게 됐습니다. 그가 잃은 돈을 다시 딸 수 있도록 져주기 게임을 한 판 한 뒤 아이젠하워는 영원히 포커에서 손을 뗐습니다. 명예를 중시하는 군인으로서 도박성을 띤 포커를 하는 것이 자랑스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브리지 게임으로 종목을 바꿨습니다. 브리지 게임에서도 언제나 승자였습니다. 마닐라에 파견됐을 때 그의 브리지 상대는 마누엘 케손 필리핀 초대 대통령. 케손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의 브리지 실력에 감탄해 이런 별명을 붙였습니다. ‘Bridge Wizard of Manila.’(마닐라의 브리지 마법사)You don’t play as well as I sing. But I don’t sing as well as you govern.”(내 노래 만큼 당신의 연주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당신의 통치만큼 내 노래는 뛰어나지 않다)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클라리넷, 아코디언 등 5종류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뤘습니다. 어머니의 열성 교육열 덕분입니다. 닉슨이 12세 때 어머니는 인디애나폴리스 컨서버토리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여동생에게 그를 보내 음악을 배우도록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기본으로 재즈, 컨트리 뮤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연주했습니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음악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196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TV 토크쇼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것이 계기로 극적으로 정치에 컴백했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등장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백악관 주지사 만찬에 초청된 재즈 여가수 펄 베일리의 피아노 반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닉슨 대통령과 베일리는 만담식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참석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제럴드 포드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laughed so much I cried”(눈물이 나올 정도로 웃었다). 이 자리에서 베일리가 닉슨 대통령을 위로한 말입니다. 국정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칭찬입니다.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숨지 않고 평상시처럼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대통령은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계기로 닉슨 대통령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탄핵이 아닌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습니다. 명언의 품격미국에서 인기 높은 크로스워드 퍼즐(cross-word puzzle)은 ‘grid’(격자판)라고 불리는 바둑판 도형에 가로 세로로 낱말을 맞춰가는 게임입니다. 처음 크로스워드 퍼즐이 생겨난 것은 1913년 ‘뉴욕 월드’라는 신문이었습니다. 간단한 낱말 게임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방 팬들이 늘었습니다. 1920∼30년대 신문들은 앞다퉈 크로스워드 퍼즐을 도입했습니다. 유일하게 거부한 것이 뉴욕타임스입니다. 낱말 맞히기는 독자의 값싼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전쟁이 뉴욕타임스의 고집을 꺾었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두 달 후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 너를 시작했습니다. 전쟁 중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줄 오락거리가 필요했습니다. 아서 헤이즈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최고의 퍼즐 전문가를 초빙해 크로스워드 퍼즐 코너를 꾸미도록 했습니다. 오늘날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150여 개 언론매체에 신디케이션 계약으로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이 매일 게재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스도쿠, 워들 등 다른 형태의 낱말 게임도 선보이지만 크로스워드 퍼즐이 원탑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만큼 크로스워드 퍼즐도 어렵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뉴욕타임스 측은 어린아이도 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초보자 수준은 풀기 힘듭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크로스워드 퍼즐을 척척 푸는 사람이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퍼즐을 푸는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다른 나라 정상과 전화로 외교 협상을 하면서 손으로는 퍼즐을 푸는 장면이 수차례 목격됐습니다.그의 크로스워드 퍼즐 실력은 불우한 성장 환경에서 비롯됐습니다. 양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면서 아침마다 아버지가 출근한 뒤 신문에서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처음에 지역 신문 퍼즐을 풀다가 나중에 뉴욕타임스 퍼즐로 옮겨갔습니다. 워낙 실력이 뛰어나 뉴욕타임스의 요청으로 2007년, 2017년 퍼즐 출제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말하는 퍼즐 잘 푸는 비결입니다.You start with what you know the answer to and you just build on it.”(정답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쌓아가면 된다)퍼즐을 꼭 1번부터, 왼쪽 위부터 풀 필요는 없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는 것, 익숙한 것에서 출발해 조금씩 낯선 세계로 전진하면 됩니다. ‘build’(설계하다)라는 단어를 쓴 이유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 평범한 진리를 크로스워드 퍼즐뿐 아니라 국정 운영, 더 나아가 삶의 원칙으로 지키며 살았다고 합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할리우드 톱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18세 딸 샤일로가 아빠 성을 지워달라는 개명 신청서를 냈습니다. 원래 성 ‘졸리 피트’에서 ‘피트’를 빼달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개명 신청은 카운티 법원에 접수하면 됩니다. 샤일로는 피트-졸리의 여섯 자녀 중 넷째이자 입양이 아닌 출산 첫 자녀입니다. 부모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외모가 출중한 샤일로는 어릴 적부터 연예계 스타 감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피트는 샤일로의 개명 신청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졸리가 자신과 자녀들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장본인이라고 했습니다. 샤일로는 현재 댄스 전문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화려한 춤 동작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을 본 피트의 반응입니다.I don’t know where she got it from. I’m Mr. Two-Left-Feet here.”(누구한테서 물려받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스터 몸치인데 말이야)‘two left feet’는 두 개의 왼발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오른발, 왼발이 하나씩 있어야 하는데 왼발이 두 개라면 정상이 아니므로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몸치라는 뜻입니다. 1700년대 발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생긴 단어입니다. 처음에는 몸치의 정반대인 날렵한 움직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발레 무용수들은 왼발로 리드하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왼발이 두 개라는 것은 그만큼 유연하다는 증거입니다. 이후 발레보다 자유로운 동작을 구사하는 현대 댄스들이 유행하면서 왼발 두 개는 둔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습니다. 비슷한 뜻으로 ‘stiff’(뻣뻣한), ‘clumsy’(서투른) 등이 있습니다. 피트는 자신 같은 몸치 아빠 밑에서 샤일로처럼 춤꾼 딸이 태어난 것이 신기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선거 영합 정치에 관한 내용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지키지도 못할 선심 공약과 아부성 발언을 남발합니다. 이런 정치 관행을 ‘pandering’(팬더링)이라고 합니다 ‘대중 영합’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대선 시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2020년 9월 21일자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인데요.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내가 이 사람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최근 플로리다 대선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라틴 댄스곡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능청을 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의 음악적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 노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플로리다는 중남미계 유권자가 많은 곳이라서 아부한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오글거린다”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라는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by acclamation’(어클래메이션)은 구두 투표입니다. 말로 해도 될 정도로 만장일치 상황을 말합니다.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매운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에게 잘 보이려는 발언이냐”라고 묻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힐러리 후보의 소스 취향을 살펴보면 진짜 오래전부터 핫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그러나 흑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개발론자에서 환경 보호론자로 급변신한 것입니다.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일간지 올랜도 센티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과 결부시켜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12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정미경]보내지도 않을 편지 쓰며 격노 참은 링컨 대통령

    ‘격노’라는 단어가 화제다. ‘격노’ ‘분노’ ‘진노’ 등 노(怒)자 들어가는 단어들의 차이점을 주변에 물어봤다. 확실한 차이는 몰라도 격노가 가장 화난 상태 같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격(激) 때문이다. 현명한 리더는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안다 과연 격노할 문제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성격상 오히려 차분한 설득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일반인도 격노하면 무서운데 대통령이 격노했으니 상대방의 가슴이 얼마나 벌렁거렸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화 잘 내는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격노가 취미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크게 화를 낸 사건은 2020년 대선 한 달 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선거 부정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말했을 때였다. 선거 부정을 계속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보고받았을 때 케첩을 듬뿍 바른 햄버거를 먹고 있다가 분을 참지 못하고 벽에 내던졌다. 케첩이 벽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백악관 직원들은 “화산이 폭발하는 줄 알았다”(volcanic), “기차가 탈선한 것 같았다”(off the rails)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 장관은 2주 뒤 물러났고,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에서 ‘비판자’로 변신했다. 어려운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대통령은 화를 낼 일도 많은 자리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이다. 미국인들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분노 조절 능력 때문이다. 남북전쟁 때 북군의 조지 미드 장군은 게티즈버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남군의 명장 로버트 리 장군의 도주를 허용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친 링컨 대통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미드 장군을 소환하지도 질책하지도 않았다. 일단 며칠을 보낸 뒤 미드 장군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은 예의를 갖췄고 공손하기까지 했다. ‘리 장군을 체포했다면’이라는 소망을 적었다. 편지는 사실 헛수고였다. 완성된 후 책상 한쪽의 서류철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Not Signed, Not Sent’(서명하지 않고 보내지 않은 편지함)라고 적힌 서류철에는 이미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대면이 아닌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발송하지 않는 다중의 안전장치를 택한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냉각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미국인들은 ‘쿨링오프’라고 부른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분노의 표적이 되는 대상은 변명에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미드 장군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링컨 대통령은 얼마 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구절이 담긴 미국 최고의 연설 게티즈버그 연설을 탄생시켰다.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분노의 서랍’ 지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는 ‘분노의 서랍’(anger drawer)이 있었다. 화나게 만든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책상 마지막 서랍에 넣고 잠근 뒤 깨끗하게 잊는 것이다. 전임자였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만큼 섹시하지는 않지만,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책상 위에도 팻말이 놓여 있었다. ‘Gently in Manner, Strong in Deed’(태도는 부드럽게, 행동은 단호하게).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 총사령관으로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책임졌던 그는 부하에게 던지는 말 한마디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으로 돌아와 ‘햄버거 패대기 사건’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 “당신이 흘린 케첩은 당신이 닦으시오.” 격노의 뒷수습은 상대방도 아닌, 국민도 아닌, 당사자의 몫이라는 것이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거부권 남발했는데, 그 대통령은 왜 인기있었을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strongly opposes this political ploy.”(이런 정치 공작에 강력히 반대한다)최근 한국에서 대통령 거부권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정치 문화가 크게 달라서 거부권 이슈를 단편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야당의 권력이 커질수록 거부권 문제가 부각된다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1월 출범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2023년부터입니다. 2022년 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이 장악하고부터입니다. 공화당은 환경 노동 등의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많이 만들어 통과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은 열심히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1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8년 동안 각각 12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 동안 10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숫자입니다.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바이든 행정부과 공화당 사이에서 불꽃 튀는 여론전이 벌어집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단골 멘트입니다. ‘ploy’는 ‘술책’ ‘공작’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술수라는 뜻입니다. 요즘 한국 정치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거부권 역사를 알아봤습니다.To give Congress the middle finger.”(의회를 엿 먹이려고)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전통이 있습니다. 20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가필드는 무시무시하게 덩치가 큰 반려견을 키웠습니다. 뉴파운드랜드종으로 몸무게가 50kg에 육박하고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였습니다. 백악관에 입성하는 대통령 가족보다 개를 보러 더 많은 구경꾼이 몰려들 정도였습니다.외모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개의 이름. ‘거부권’이라는 뜻의 ‘비토’(veto)였습니다. 한국식으로 하면 “비토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러더퍼드 헤이즈 전임 대통령이 박력 있게 의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감명받아 개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한 유명 정치학자는 이런 이름을 붙인 가필드 대통령의 속마음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욕 대용으로 쓰는 ‘give the middle finger’(셋째 손가락을 주다)는 ‘엿 먹이다’라는 뜻입니다. ‘middle’을 생략해도 됩니다. 마음에 안 드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개집에 처박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실제로 가필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 might not sign all of the bills Congress passed”(의회를 통과한 모든 법률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비토’는 가필드 대통령을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마구간을 엉망으로 만든 말을 제압하고, 불이 났을 때 요란하게 짖어서 주인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이 정도면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아니라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가필드 대통령은 ‘비토’의 이름에 걸맞은 거부권 한 번 행사해보지도 못하고 취임 6개월 만에 암살된 비운의 대통령입니다. If he approve he shall sign it, but if not he shall return it.”(만약 대통령이 승인하면 서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돌려보낸다)견공 ‘비토’ 사례는 미국 정치에서 대통령 거부권의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제도로 삼권 분립만큼 미국 정치의 근간이 되는 원칙입니다. 헌법 1조 7항입니다. ‘veto’ 대신 ‘return’(의회로 돌려보내다)이라는 단어로 거부의 의미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헌법은 많은 수정을 거쳤지만, 거부권 조항은 처음 헌법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있었습니다. 건국 때부터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을 예견하고, 권력 균형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거부권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The Framers of the Constitution gave the President the power to veto acts of Congress to prevent the legislative branch from becoming too powerful.”(헌법 입안자들은 입법부가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회의 행위에 대한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초기 대통령들은 조심스럽게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의회와의 갈등을 원치 않았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8년 임기 동안 두 번밖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2대 존 애덤스,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거부권은 팽창기에 늘어났습니다. 국력 팽창과 함께 대통령의 권력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후반 서부 개척시대, 1900년대 초중반 미국이 국제무대의 최강자가 되면서 거부권이 많아졌다가 지금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The hard lessons learned by the tragic Watergate experience must result in some positive achievement.”(비극적인 워터게이트 경험으로부터 배운 힘든 교훈은 긍정적인 성과로 귀결돼야 한다)미국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은 국민 누구나 연방 정부 기록을 청구 열람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1966년 제정된 FOIA는 원래 정보 공개 범위가 넓지 않고, 공개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후폭풍으로 FOIA법의 정보 공개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FOIA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앞에 도착했습니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나중에 기밀 해제된 정부 문서에 따르면 도널드 럼스펠드 백악관 비서실장, 딕 체니 비서실 차창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대통령을 설득했습니다. 재역전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의회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하원에서 371 대 31, 다음날 상원에서 65 대 27의 압도적인 표 차로 다시 통과됐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무효가 된 것입니다. 거부권 기각(overriding veto)은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3분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 중에서 7%만이 성공했을 정도로 어려운 절차입니다. 기각 표결을 주도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절대적인 국민 요구가 있다면 대통령 거부권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명언의 품격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대통령의 롤모델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635회입니다. 1년에 60회꼴로 거부권을 행사하느라 바빴습니다. ‘veto president’(거부권 대통령). 아예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루즈벨트는 거부권 행사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전통을 세운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대공황 막바지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대우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운 군인들을 돕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군인 보너스 법안’(Soldiers’ Bonus Bill)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이 힘든 상황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단순히 거부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1935년 상하원 합동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연설 마지막 구절입니다. I believe the welfare of the Nation, as well as the future welfare of the veterans, wholly justifies my disapproval of this measure.”(나는 국가의 안녕과 참전용사들의 미래 복지가 이 법안에 대한 나의 거부를 정당화해줄 것으로 믿는다)정부가 참전용사들에게 이미 많은 보상을 해주고 있고, 보조금 지급이 경기부양 효과가 없다는 점을 정부 예산을 거론해가며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의회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의원과 일반 청중들은 42분 동안 초집중을 하고 대통령 연설을 경청했습니다. 명연설 많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꼽은 “가장 힘든 연설”이었습니다. 대통령은 법안에서 자신의 우려 사항이 무엇인지 확실히 밝혔습니다. 이듬해 의회는 이를 반영한 수정 법안을 다시 통과시켰고, 이번에는 대통령이 서명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국 최고 미인대회인 ‘미스 USA’ 우승자들이 잇따라 왕관을 반납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미스 USA, 미스 틴 USA 우승자가 모두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24세의 미스 USA는 정신 건강을, 17세의 미스 틴 USA는 대회 주최사와 개인적인 가치관이 맞지 않지 않는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주최사인 미스 USA 조직위원회는 그동안 미숙한 운영, 성희롱 등의 논란이 일었으나 우승자가 사퇴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CNN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Shock Miss USA resignations are just the tip of the iceberg, insiders say.”(놀라운 미스 USA 사퇴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내부자들은 말한다)‘iceberg’(아이스버그)는 바다에 떠다니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 빙산을 말합니다. ‘tip’(팁)은 조그만 끝 부분을 말합니다. ‘tip of the iceberg’는 빙산의 끝부분을 말합니다. 우리 눈에는 아주 작은 부분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닷속에 엄청난 얼음 덩어리가 잠겨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라는 뜻입니다. ‘tip’은 ‘조금’ ‘작은’이라는 의미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보답으로 놓는 봉사료 ‘팁’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간단한 해결책을 알려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advice’가 중대한 충고라면 ‘tip’은 간단한 조언입니다. ‘tip’은 활용도가 높습니다. 할 말이 딱 생각나지 않고 혀끝을 맴돌 때 ‘on the tip of tongue’(혀끝에 있다)이라고 합니다. 눈앞의 것에 매몰돼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것을 ‘can’t see past the tip of nose’(코끝을 지난 지점을 보지 못하다)라고 합니다. ‘tip’을 동사로 쓰면 ‘한쪽으로 기울이다’라는 뜻입니다. ‘tip the scales’는 ‘저울, 즉 상황을 기울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in favor of’(그쪽으로) 또는 ‘against’(반대쪽으로)가 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8일 게재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회의 모습입니다. 요즘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시대의 백악관 회의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각료회의는 사실 지루합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혼자 발언을 독점하며 이리저리 주제를 옮겨 다니며 얘기하는 통에 듣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짜릿한 맛이 있었습니다.▶2019년 1월 8일자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첫 각료회의를 열었습니다. 95분 내내 혼자 열변을 토했습니다. 아니 횡설수설했습니다. 1시간 반 동안 얘기한 주제가 24개라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팩트체크를 해보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75∼80%는 왜곡, 과장, 거짓 통계 인용 등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AP통신은 ‘fact-busting’(사실 때려잡기)이라는 단어로 요약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장관들에게 말할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나홀로 발언을 이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bizarre’(기괴한)라고 했습니다. 긴 발언 동안 배워둘 만한 영어도 꽤 많이 나왔습니다.As long as it takes. I’m prepared.”(아무리 오래 걸려도 괜찮다. 나는 각오하고 있다)지금 미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중입니다.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정치권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각료회의 시작 전 “셧다운이 얼마나 길어질 것으로 보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이 두 문장은 붙어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배짱을 부릴 때 씁니다.We’re given no credit for it.”(아무도 우리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북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자랑하면서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이라고 장관들을 약 올립니다. 이어 “김정은과 나는 세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섭섭한 표정을 짓습니다. ‘credit’(크레딧)은 ‘신용’ ‘융자’라는 뜻의 금융 용어이지만 일상대화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give credit for’는 ‘인정하다’ ‘평가하다’라는 뜻입니다.Better looking than Tom Cruise.”(톰 크루즈보다 잘 생겼더라)얘기의 방향을 확확 바꾸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입니다. 이란 핵문제 얘기 중에 갑자기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등장합니다. “국방부에서 장성들과 이란 문제에 대해 회의를 했는데 장성들이 너무 잘생겼더라. 톰 크루즈보다 더”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트위터에서 톰 크루즈 팬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Leave Tom Cruise Alone.”(톰 크루즈 가만 놔둬)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6-05
    • 좋아요
    • 코멘트
  • 텍사스만 가면 새벽마다 전기톱 들고 사라지던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t’s good to be home.”(집에 오니 좋다)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집에 자주 가는 대통령입니다. 집권 3년(1095일) 동안 254일을 델라웨어 윌밍턴에 있는 집에서 보냈습니다. 5일의 하루꼴입니다. 주로 금요일 오후에 가서 월요일 아침 백악관에 복귀합니다. 하도 집에 자주 가서 “일은 언제 하느냐”라는 비판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집에서 일한다”라고 반박합니다. 기밀서류를 집에서 늘어놓고 일하다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델라웨어 집은 가족의 역사가 담긴 곳입니다. 둘째 아들 헌터에게 방탕한 생활을 정리하도록 눈물로 호소한 곳입니다. 대선 출마를 고심할 때 손주들이 “출마해! 출마해!”라고 기합을 불어넣어 준 곳입니다, 부통령 시절 첫째 아들 보의 항암 치료비를 대느라 팔 생각을 한 집입니다. 그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따뜻한 말을 건넸습니다. “Don’t do that. I’ll give you the money. I have it. You can pay me back whenever.”(그러지 마세요. 내가 빌려주겠습니다. 나 돈 있습니다. 언제든 갚으면 됩니다)올해 대선 선거본부도 아예 델라웨어 집 근처에 차렸습니다. 최근 이곳에 들러 운동원들을 격려했습니다. 멀리 떠나 있던 사람이 집에 돌아왔을 때 하는 말입니다. 미국에는 집에 관련된 격언이 많습니다. ‘Home is where the heart is’(집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이 세상에 집 같은 곳은 없다) 등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델라웨어 집은 휴식의 공간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손주들과 저녁을 먹습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휴식처를 알아봤습니다.If it wasn’t heaven itself, it probably has the same ZIP code.”(이곳이 천국이 아니면 아마 우편번호가 같을 것이다)대부분의 대통령은 워싱턴과 가까운 동부에 별장을 둡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서쪽 끝 캘리포니아에 휴가지를 뒀습니다. 이름도 멋진 ‘Rancho del Cielo’(하늘의 목장). 미국에서 가장 절경인 태평양 연안 국도 1번(US Route 101)을 타면 갈 수 있습니다. ‘하늘’이라는 이름 때문에 광활한 느낌이 들지만 688에이커(80만 평)로 미국 기준에서 별로 넓지 않습니다. 197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때 샀습니다. 원래 딸 친구의 부모가 소유한 별장이었습니다.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자 상심한 부모는 목장을 팔기로 했습니다. 이를 사들인 레이건 주지사가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붙인 이름입니다. 목장 수리 비용이 없던 그는 전주인이 쓰던 샤워기도 그대로 쓰고 마구간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이번 결혼기념일에도 부인 낸시 여사와 함께 목장에서 보낼 것이나”라고 기자들이 묻자 레이건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얼마나 좋으면 천국에 비유했을까요. ‘같은 우편번호’는 천국이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근처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ZIP code’(집 코드)는 ‘Zone Improvement Plan’(구역개선계획)의 약자입니다. 현재와 같은 5자리 숫자의 우편번호 체계가 생긴 것은 6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편량이 급증하자 1963년 미 우정국은 전국을 3만8000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구역에 5자리 우편번호를 부여했습니다. 현재는 더욱 늘어나 4만 개가 넘습니다. 미국인들은 살고 싶은 동네를 암호처럼 우편번호로 말합니다.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베벌리힐스는 ‘90210’입니다. ‘90210’가 아직도 최고의 우편번호일까요. 아닙니다. 6위로 떨어졌습니다. 1위는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모여 사는 샌머테이오 카운티 애서턴이라는 곳으로 ‘94027’입니다.레이건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 외국 정상들을 목장에 초청해 회담을 열었습니다. 1983년 영국 여왕이 방문했을 때 일 년 내내 화창한 캘리포니아 날씨가 심술을 부려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진흙탕 산길을 뚫고 겨우 목장에 도착한 여왕은 유머를 잃지 않았습니다. “United Kingdom had exported many of our traditions to the United States, I had not realized before that weather was one of them.”(영국은 미국에 많은 전통을 수출했다. 날씨도 그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몰랐네)The amazing thing about this job is, the job seems to follow you around.”(이 자리의 재미있는 점은 일이 항상 당신을 따라다닌다는 점이다)‘Texas Chainsaw Massacre’(텍사스 전기톱 학살)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살인마가 전기톱으로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별명이 섬뜩하게 ‘전기톱 조지’(Chainsaw George)입니다.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전기톱을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생긴 별명입니다. 부시 가문은 원래 동부 금융 명문가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텍사스에 진출해 석유사업을 벌였습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덕분에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고, 텍사스 레인저스 프로야구팀을 소유했습니다. 대통령에 출마하기 직전 텍사스 레인저스를 팔고 그 돈으로 크로퍼드 목장을 130만 달러에 샀습니다. 190만 평으로 용인 에버랜드의 여섯 배 크기입니다. 휴가지에서 여유롭게 쉬는 대통령도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아닙니다. 아침 5시에 눈을 떠서 어두워질 때까지 고된 육체노동을 했습니다. 취임 첫해 9·11 테러를 겪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수많은 젊은이를 보낸 대통령으로서 한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목장에서 하는 일은 잡목 제거. 섭씨 40도가 넘는 텍사스 뙤약볕 아래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하니까 보좌관, 장관, 수행 기자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여자라서 간신히 피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부시 대통령은 고된 노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the job’은 직업으로서 대통령을 말합니다. 백악관에 있건, 휴가지에 있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손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부지런한 리더라는 자부심이 배어있습니다. 텍사스 카우보이답게 전기톱을 다루는 위험한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휴가 중 사진이 찍히는 것을 싫어했지만 전기톱을 들고 있는 사진은 예외였습니다. 전기톱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합니다. ‘스트롱맨’의 시초는 부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I decided to resign rather than face impeachment.”(탄핵을 당하느니 물러나겠다)에어포스원을 ‘flying White House’(하늘 위의 백악관)라고 합니다. ‘flying’이 있다면 ‘floating’(물 위)도 있었습니다. 1880년부터 1977년까지 100년 동안 대통령 전용 선박이 있었습니다. ‘돌핀호’ ‘실프호’ ‘메이플라워호’ ‘포토맥호’ ‘윌리엄스버그호’ ‘허니핏츠호’ ‘시쿼이어호’ 등 시대별로 있었습니다. 근검절약으로 유명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사치스럽다”라는 이유로 취임하자마자 없앴습니다. 해군 선박을 개조한 것이라서 앞에 ‘USS’(United States Ship)가 붙습니다. 가장 역사가 긴 배는 50년 동안 9명의 대통령이 거쳐 간 시쿼이어호(USS Sequoia)입니다. 에어포스원이 업무용이라면 대통령 선박은 휴식용입니다. 생각을 정리할 때, 밀담을 나눌 때, 파티를 열 때 자주 이용됐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백악관이 아닌 시쿼이어호로 불러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의논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기 전 마지막 생일 파티를 연 곳입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이 죽은 뒤 이곳에서 홀로 슬픔을 달랬습니다.가장 애용한 사람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입니다. 중국 방문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듬해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포토맥강에 띄워놓은 시쿼이어호로 초대해 만찬을 열고 데탕트(화해)에 합의했습니다. 닉슨 외교력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워터게이트 스캔들 속에서 다시 시쿼이어호를 찾았습니다. 부인 딸과 함께 갔습니다. 불도 켜지 않은 선실에서 혼자 피아노를 치며 많은 고민을 한 그가 부인과 딸에게 처음 건넨 말입니다. 탄핵과 사퇴라는 최악의 선택지에서 사퇴를 택해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5일 뒤 사임을 발표했습니다.명언의 품격잘 생기고, 연설 잘하고, 부자에 똑똑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거기에 옷까지 잘 입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패션은 양복이 아니라 휴가복입니다. 폴로셔츠 상의, 흰색 바지, 원색 양말, 흰색 운동화, 검은색 레이번 선글라스입니다. ‘낸터킷 패션’이라고 합니다. 매사추세츠 케이프커드 낸터킷(Nantucket)에 있는 케네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낼 때 입었던 의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미국 대통령들은 각각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세일링(sailing), 요트 타기입니다. “케네디는 대통령, 상원의원, 하원의원, 해군 영웅, 하버드 졸업생 이전에 선원(sailor)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부자 아버지 덕분에 태어날 때부터 백만장자였던 그는 생전에 10대 이상 요트를 소유했습니다. 19세 때 처음 요트 대회에 출전해 승리했습니다. 1962년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서 열린 국제 요트 대회 아메리칸 컵에 참석했습니다. 재임 기간이 길지 않은 그가 유일하게 참석했던 스포츠 행사입니다. 축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When we go back to the sea, whether it is to sail or to watch it we are going back from whence we came.”(요트를 타든 구경을 하든,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케네디 대통령의 개인적인 열정이 가장 묻어나는 연설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Go Back to the Sea Speech’(바다로 돌아가자 연설)로 불립니다. 인간이 바다에 끌리는 것은 자연의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이어 생물학 지식도 동원했습니다. “It is an interesting biological fact that all of us have, in our veins the exact same percentage of salt in our blood that exists in the ocean.”(재미있는 생물학적 사실은 우리의 핏속에 바다와 똑같은 비율의 소금기가 있다는 것이다)케네디 대통령은 이듬해 텍사스 휴스턴의 라이스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댈러스에서 열리는 민주당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나중에 호텔 청소부는 그의 방을 치우다가 우연히 쓰레기통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라이스 호텔’이라고 박힌 메모지에는 케네디 대통령이 그린 요트 스케치가 있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밤 바다로 돌아가기를 소망하며 죽음을 예감한 건지도 모릅니다. 요트 그림은 보스턴에 있는 케네디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연이은 벌금 폭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침체 때문에 자금 마련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미국과 세계 곳곳에 노른자위 땅을 다수 보유한 부동산 재벌이지만 부동산은 빨리 현금화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If Trump has to start selling these assets, he’ll likely be handing someone a fire-sale deal.”(만약 트럼프가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면 누군가에게 폭탄세일을 안겨주는 것이다)‘fire’는 ‘불’, ‘sale’은 ‘판매’입니다. ‘fire sale’은 ‘불티나게 팔린다’라는 뜻일까요. 그게 아니라 ‘왕창 싸게 판다’라는 뜻입니다. 19세기 말 미국이 산업화하면서 대형 건물에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상점들이 생겨났습니다. 부실한 건물 관리 때문에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불에 타거나 그을린 물건을 싸게 판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폐업 직전의 상점 창문에 ‘fire sale’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에 탄, 즉 하자가 있는 상품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요즘 상인들은 ‘hot sale’을 선호합니다. ‘인기 만점 세일’이라는 뜻입니다. ‘hand’를 동사로 쓸 때는 ‘넘겨주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16일 소개된 휴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휴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휴가 후 일상 복귀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휴가에서 돌아온 뒤 우울해지는 증상을 겪습니다. ‘post-vacation blues’(휴가 후 우울감)라고 합니다. 우울감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2019년 9월 16일자추석 연휴가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 업무로 복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허무함? 기대감? 여러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적지 않은 우울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한국인뿐만이 아닙니다. 일 열심히 하기로 소문난 미국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꿀꿀한 기분 퇴치법을 알아봤습니다.It’s time to get back to the grind.”(이제 일터로 돌아갈 시간입니다)연휴 마지막 날 TV 뉴스 앵커의 마무리 멘트입니다. ‘일터’는 ‘work’ ‘job’ 대신에 ‘grind’(그라인드)라고 했습니다. 원래 ‘갈다’라는 뜻입니다. 직장은 힘든 곳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든 모두 갈아버린다는 것입니다. 흔히 미국의 직장 문화를 ‘grind culture’(가는 문화)라고 합니다.What goes up, must come down.”(올라가는 것은 꼭 내려온다) 아이작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했던 유명한 말입니다. 물리 법칙일 뿐 아니라 세상의 이치도 이렇습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올 때가 있습니다. 한 유명 심리학자는 연휴 뒤 우울감을 이 격언에 비유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각한 병리학적 우울증과 다르다는 것입니다.Count your blessings.”(당신이 누리는 것에 감사하라)요즘 세상에 직장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휴가 뒤 우울감을 호소하면 엄살로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직역하면 ‘네가 가진 축복을 세어 봐라”’입니다. 현재의 행복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하나씩 세어보라는 의미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29
    • 좋아요
    • 코멘트
  • “공포탄이 아니잖아!” 여학생은 절규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Rioting is not protesting. Looting is not protesting. Setting fires is not protesting. None of this is protesting.”(폭동은 시위가 아니다. 약탈은 시위가 아니다. 방화는 시위가 아니다. 이런 모든 것은 시위가 아니다)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친(親) 팔레스타인 시위가 거세게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130여 개 대학 시위로 2500여 명의 학생이 체포됐습니다. 시위 하면 한국입니다. 시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 구별법입니다. 시위의 의미가 포함된 영어 단어로는 ‘protest’(프로테스트), ‘demonstration’(데먼스트레이션), ‘rally’(랠리), ‘march’(마치), ‘riot’(라이엇) 등이 있습니다.가장 흔히 쓰는 단어는 ‘protest’입니다. ‘시위’보다 ‘반대’ ‘저항’에 가깝습니다. ‘protest’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 ‘demonstration’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데모’라고 했던 단어입니다. 만약 시위 현장을 묘사하고 싶다면 ‘demonstration’을 쓰고, 학생 시위, 노동자 시위 등을 말하고 싶다면 ‘protest’를 씁니다. ‘demonstration’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rally’는 연사의 연설을 듣거나 콘서트 등의 형태입니다. ‘march’는 행진하는 형태입니다. ‘riot’은 시위가 목적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돌변했을 때, 폭동을 말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하는 폭동, 약탈, 방화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평화 시위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60년대에 20대 시절을 보냈지만, 시위 참가 전력은 없습니다. “I’m not big on flak jackets and tie-dyed shirts. That’s not me.”(나는 방탄복과 염색 셔츠에 관심이 없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방탄복(flak jacket)과 염색 셔츠(tie-dyed shirt)는 반전 시위를 상징하는 패션입니다. 미국은 노동자 파업 시위는 별로 없는 반면 학생 시위는 활발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진로 고민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학생 시위를 알아봤습니다.Jim Crow rides the American eagle.”(짐 크로우가 미국 독수리에 올라타다)학생 시위의 시초는 1943년 흑인 대학 하워드대 학생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입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습니다. 백인과 흑인 군인이 해외 전장에서 힘을 합쳐 싸우는 마당에 국내에서 차별받는 것을 부당하다는 것이 흑인 학생들의 주장이었습니다. 하워드대 법대생 3명이 워싱턴 시내의 백인 전용 음식점 ‘톰슨스’에 들어갔습니다. 착석을 거부당하자 카운터 좌석에 앉았습니다. 가방에서 잡지, 연필, 시집 등을 꺼냈습니다. 장기전에 들어간다는 신호였습니다. 이어 흑인 학생들이 계속 입장했습니다. 나중에는 카페에 흑인 학생 200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주문을 받지 않고 4시간 동안 버티던 주인은 본사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주문을 받으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이런 시위 방식을 장소 내부에 앉아 벌인다고 해서 싯인(sit-in) 시위라고 합니다. 정부 보조금이 중단될 것을 우려한 하워드대 측이 학생들에게 시위를 그만둘 것을 종용하면서 톰슨스는 다시 흑백 분리로 돌아갔지만, 흑인이 백인 음식점을 이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학생들의 구호입니다. ‘crow rides eagle’은 유명한 속담입니다. ‘까마귀가 독수리 위에 탄다’라는 뜻입니다. 약자는 강자를 이용해 생존한다는 의미입니다. 속담을 살짝 비틀어 ‘crow’ 앞에 ‘Jim’, ‘eagle’ 앞에 ‘American’을 붙였습니다. 짐 크로우는 19세기 연극에 등장하는 흑인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한 흑인 차별 관습을 말합니다. 아메리칸 이글은 미국, 즉 백인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이 시위가 모델이 돼서 1955년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 1960년 그린즈버러 4인조 등 흑인 민권운동이 막이 올랐습니다.They didn’t have blank!”(공포탄이 아니야)가장 광범위한 학생 시위는 1960년대 말 베트남전 반대 운동입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평화적인 시위에 주력했습니다. 세미나, 강연, 교육을 통한 베트남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방식이었습니다. ‘티치인’(teach-in) 시위라고 합니다. 교실, 세미나실 등에서 가르친다는 의미입니다. 1970년 미국이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졌습니다. 베트남전 철수를 공약으로 당선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공약을 깨고 오히려 인접한 중립국 캄보디아를 공격한 것입니다. 확전의 의미였습니다.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오하이오 켄트주립대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켄트 시장은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했습니다. 3000여 명의 시위대와 이틀 동안 대치하던 군대는 학생들이 돌을 던지며 대항하자 실탄을 발포했습니다. 학생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Kent State Massacre’(켄트주립대 학살), ‘May 8 Massacre’(5·8 학살) 등으로 불립니다.29명의 군인이 가담한 13초간의 짧은 총격전에서 61∼67발의 총탄이 발사됐습니다.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발포를 유발한 상황이 어땠는지 등은 지금까지 논란거리입니다. 총격 발생 직후 현장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정적을 뚫고 메리 앤 베키오라는 여학생이 시신 앞에서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학생 시위가 반전을 넘어 반정부, 반체제 운동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blank’(비어있는)는 공포탄을 말합니다. ‘fire blanks’ ‘shoot blanks’는 ‘공포탄을 발사한다’라는 뜻입니다. 이로부터 두 달 뒤 미국은 캄보디아에서 철수했습니다. Boycott, Divestment, Sanctions.”(보이콧, 투자회수, 제재)베트남전 운동을 계기로 학생 시위는 달라졌습니다. 과격 시위 전략을 버리고 대학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체적인 로비기구를 만들었습니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주도하는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국제적인 문제로 주목받자 뉴욕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는 구체적이었습니다. 등록금, 기부금 등으로 운용되는 학교기금이 남아공에 투자하는 기업들로부터 손을 떼도록 요구한 것입니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가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 흑인 목사 제시 잭슨 등이 학생 지지 의사를 밝히자 결정을 바꾸었습니다. 2년 안에 총 9억 달러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남아공 투자분 3900만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컬럼비아대는 남아공 투자를 회수한 첫 아이비리그 대학이 됐습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는 30억 달러를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경제에 치중하는 남아공 시위 방식을 ‘BDS’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Boycott’(보이콧)은 해당국이 주최하는 문화, 스포츠, 학술 행사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Divestment’는 투자 회수입니다. ‘Sanction’은 남아공과 거래를 끊도록 정부에 압력을 넣는 한편 유엔,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기구에 회원국 자격 박탈 청원을 넣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켄트주립대 총격 사건 뒤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는 사상 최대 인파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링컨기념관 앞 시위에서 여자친구 제니와 재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뉴욕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대는 월가에 있는 연방홀에 집결했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선서를 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노동자들이 맞불 시위를 벌였습니다. ‘anti-anti-war protests’(반반전 시위)로 불립니다. 노동자들은 학생들이 전쟁의 실상도 모르면서 길거리로 나온 것을 배부른 투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애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슬로건입니다.America, love it or leave it.”(미국을 사랑하던지 그냥 놔둬라)‘leave’는 뒤에 나오는 대상을 ‘남겨두다,’ 즉 ‘떠나다’라는 뜻입니다. ‘live’(살다)와 발음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leave’는 ‘리’를 길게 끌고, ‘live’는 짧게 끊습니다. 물건을 흥정할 때 용어 ‘take it or leave it’에서 유래했습니다. 상인이 최후의 가격을 제시한 뒤 그 가격에 가져가든지(take it) 그냥 놓고 가든지(leave it) 택하라는 뜻입니다. 학생들에게 미국을 사랑하든지 조용히 놓아두든지 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맞불 시위자는 대부분 힘든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였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쓰고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안전모를 ‘hard hat’(하드햇)이라고 합니다. ‘딱딱한 모자’라는 뜻입니다. 이 시위를 ‘hard hat riot’(안전모 폭동)이라고 합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노동자 시위대를 환영했습니다. 백악관에 초대했습니다. 시위대는 닉슨 대통령에게 안전모를 선물했습니다. 안전모는 지금도 닉슨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은 나중에 닉슨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에까지 올랐습니다. 애국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노동자 지지층의 유래를 따져보면 안전모 시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영화 ‘폴 가이’(한국명 스턴트맨)가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 미국에서 4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2800만 달러에 머물렀습니다. 해외 시장 반응도 신통치 않습니다. 겨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폴 가이’에 이어 개봉을 기다리는 흥행 대작도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여름 ‘바벤하이머’로 통하는 ‘바비’와 ‘오펜하이머’ 콤비가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폴 가이’의 흥행 부진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주인공이 40대 중년이라 10대 블록버스터 관객들과 나이대가 맞지 않습니다. 영화 배경이 할리우드라는 점도 불리합니다. ‘폴 가이’는 ’fall guy,’ 즉 떨어지는 남자, 스턴트맨을 말합니다. 스턴트맨의 세계를 통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The Fall Guy is about how the sausages are made.”(영화 ‘폴 가이’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sausage’는 ‘소시지’입니다. ‘how the sausage is made’는 ‘어떻게 소시지가 만들어지는지’라는 뜻입니다. 고기를 이겨 길게 소시지로 만드는 과정은 별로 유쾌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근사한 겉모습과 달리 불쾌하고 지저분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how the sausage gets made’라고 합니다. 할리우드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겉은 근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관객들은 ‘라라랜드’처럼 할리우드를 아름답게 그린 영화는 좋아하지만 ‘폴 가이’처럼 현실적으로 묘사한 영화에는 별로 끌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1일 소개된 1.6 의사당 난입 사태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회 건물에 난입한 것은 성숙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미국에게 치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의회 관계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2021년 2월 1일자의회 난입 사태는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남겼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이 그렇게 쉽게 폭도들에게 점령당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최근 미 의회에서는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청문회가 열렸습니다.We need additional boots on the ground.”(우리는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청문회에 출석한 요가난다 피트먼 의회 경찰국장 대행의 말입니다. 신속하게 연방경찰과 주방위군 등에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boots on the ground’는 직역하면 ‘지상의 군화’입니다. ‘지상군’ ‘육군’ ‘파병 병력’ 등을 가리킵니다. It was only by pure dumb luck more weren’t killed.”(더 많은 인명 손실이 없었던 것을 뜻밖의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사태로 시위대에서 4명, 경찰에서 2명이 사망했습니다. 청문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dumb luck’은 ‘바보 같은 행운’을 말합니다. 그냥 ‘luck’보다 좀 더 어처구니없는 행운을 말합니다. ‘blind luck’(눈이 먼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more’ 다음에 ‘people’이 생략된 것입니다. We need to get to the bottom of this.”(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에 온도 차가 있습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은 시위대를 마구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get to the bottom of’는 ‘바닥까지 가다’라는 뜻입니다. 한국 정치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말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22
    • 좋아요
    • 코멘트
  • [오늘과 내일/정미경]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에 없는 3가지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 9명의 대통령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이지만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신조는 이렇습니다. “정책과 정치에 관한 큰 질문에 답을 얻으려면 밖에서 안을 봐야 한다.” 백악관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은 화려하지만 먹을 게 없는 밥상 같다는 명언입니다.‘얼빠진 아이디어’에서 빅 이벤트로 진화 우드워드 기자니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기자회견이 아니더라도 그는 정책과 정치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그가 인터뷰하자고 하면 대통령들은 대환영입니다. 언론에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우드워드 기자에게는 수십 시간을 내주며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미국은 정치에 관심 많은 나라가 아니지만, 대통령 기자회견은 예외입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빅 이벤트입니다. 대화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기자회견 하는 대통령과 친밀한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과 국민이 “사랑을 나눈다”라고 비유한 전문가도 있습니다. 기자회견이 미드, 리얼리티 예능 시청률을 누르는 것은 예사입니다. 생방송 기자회견 전통을 세운 것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처음에 기자들은 반대했습니다. 대통령이 말실수라도 하면 국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냉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명칼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훌라후프 이후로 가장 얼빠진 아이디어다.” 케네디 행정부는 기자들에게 ‘3무(無)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무각본(unscripted)’, ‘무검열(unscreened)’, ‘무할당(unallotted)’. 각본 없이 진행하고 기자의 질문을 검열하지 않으며 주제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 속에서 1961년 1월 25일 열린 첫 기자회견은 이보다 닷새 전에 열린 케네디 취임 연설만큼이나 미국인들의 기억에 깊게 새겨진 날입니다. 37분 동안 32개의 질의응답이 오갔습니다. 핵무기 감축, 쿠바 수교, 우주 개척에서부터 정부 예산, 무료 급식, 지역 정치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같은 주제의 질문이 연달아 나온 적은 없습니다. 대신 기자들은 여러 주제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아까 다룬 주제라도 부족하다면 나중에 각도를 바꿔 다시 물었습니다. 성공적인 기자회견은 4대 능력에 좌우됩니다. ‘팩트 장악력’ ‘빠른 정리력’ ‘매끄러운 전달력’ ‘한 꼬집 유머력’. 케네디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갖춘 리더입니다. 하지만 타고난 명연설가라고 자만하지 않고, 언제나 브리핑북을 끼고 다니며 열공하고 스피치라이터와 함께 국민을 설득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질의응답이 오갔지만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은 이유입니다. 재임 동안 총 64번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16일에 한 번꼴입니다. 그만큼 케네디 정부는 투명하게 운영됐다는 증거입니다.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기자회견의 달인들 이후 대통령들도 3무 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각본이 없으니 예기치 않은 드라마가 자주 펼쳐집니다. ‘거침없는(feisty)’, ‘열띤(heated)’은 한국에서는 실종됐지만,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며 준비 덜 된 질문을 던진 기자를 혼낸 사례는 유명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말실수가 잦다는 약점이 있지만 강점도 있습니다. 권위적이지 않고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출 줄 압니다. ‘애버리지 조’(평범한 조)의 기자회견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통령도 한 번 만나보고 싶어하는 ‘슈퍼 셀럽’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Every time I’ve gone and visited a prison, I’ve met some of the smartest individuals with the brightest ideas”(교도소를 방문할 때마다 빛나는 아이디어를 가진 똑똑한 수감자들을 만난다)최근 한 여성이 백악관에서 열린 사법제도 개혁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주재한 토론회에서 이 여성은 사법제도가 과잉 형량과 사회 복귀 지원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두꺼운 화장과 긴 머리로 연예인 아우라를 내뿜은 이 여성. TV 리얼리티쇼 주인공이자 속옷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입니다. 몇 년 전 약물 소지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감형 판결을 받도록 도와준 것을 계기로 사법개혁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합니다. 백악관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여러 번 백악관을 방문해 연설도 했습니다.‘FFBF.’ ‘Famous For Being Famous’(유명한 것으로 유명한)의 약자입니다. 카다시안 같은 연예인을 부르는 말입니다. 배우도 아니요, 가수도 아니요, 유명한 이유가 모호한 셀럽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섹스 테이프 유출, 결혼 두 달 만에 이혼, 성형 중독 등 갖가지 스캔들을 양산해온 카다시안이 백악관 테이블에 앉아 그 어려운 사법개혁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것은 너무나 이질적인 장면이지만 이게 통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셀럽 문화의 종주국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연예계 스타와 어깨동무를 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셀럽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을 때부터 정치인은 연예인과 친교를 다졌습니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배우들을 정치 유세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나중에 자신을 암살한 배우 존 윌크스 부스의 광팬으로 팬레터도 자주 쓰고 백악관에 초대도 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화에 심취해 습작 각본을 썼습니다. 1950년대 TV가 보급되면서 셀럽의 영향력을 더욱 커졌습니다. 셀럽과 특히 친한 지도자로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꼽힙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과 셀럽의 만남을 알아봤습니다. You have your show and I have mine.”(당신에게는 당신의 쇼가 있고, 내게는 내 쇼가 있소이다)미국 국립문서기록괸리청(NARA)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자료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악수하는 사진입니다. 하루 8000장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머그잔, 티셔츠에 인쇄된 형태로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근엄한 대통령과 화려한 로큰롤 스타가 마치 정상회담하듯이 악수하는 장면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만난 것은 1970년. 프레슬리는 어느 날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사전 약속은 없었습니다. 프레슬리는 기내 메모지에 대통령을 만나려는 이유를 6장에 걸쳐 썼습니다. 당시 만연했던 마약 문화를 퇴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백악관 경비원에게 편지를 건넨 뒤 접견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호텔에서 대기했습니다. 지구 최고 스타와의 만남을 거절할 대통령은 없습니다. 편지를 전달한 지 6시간도 안 돼 접견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접견실이 아닌 백악관의 심장 집무실로 초대됐습니다. 장발, 번쩍이는 장신구, 대형 벨트 등 무대 의상 차림의 프레슬 리가 등장하자 백악관 직원들은 구경하느라 난리였습니다. 프레슬리의 의상이 신기한 닉슨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You dress kind of strange, don’t you?”(옷차림이 이상하네). ‘dress’는 한국에서 화려한 드레스가 연상되지만, 원래는 ‘옷을 입다’라는 평범한 뜻입니다. 프레슬리는 쿨하게 받아넘겼습니다. 여기서 ‘show’는 화려한 이벤트 ‘쇼’가 아니라 ‘드러내 놓는 행위’를 말합니다. 프레슬리는 마약과 공산주의 세뇌 기법을 10년 동안 연구했다고 했습니다. 비틀스를 ‘마약 문화 전파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대화가 끝날 때쯤 백악관을 찾은 진짜 이유를 말했습니다. 마약단속국(DEA)의 전신인 마약위험약물 관리국(BNDD) 수사관들이 차는 배지를 얻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권력에 집착하는 프레슬리는 경찰 배지와 총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프레슬리는 감사 표시로 콜트 45구경 권총과 가족사진을 선물했습니다. 이들은 불운하게 역사에서 퇴장했습니다. 마약 퇴치를 주장한 프레슬리는 7년 뒤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고, 3년 앞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습니다. Well, isn’t this a thriller?”(이게 스릴러 아닌가)1984년 마이클 잭슨이 백악관에 등장했습니다. 히트곡 ‘Beat It’을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공익 광고에 사용하도록 기부한 공로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자리였습니다. 반짝이 양복, 검은 선글라스, 흰 장갑, 휘장 등 완벽한 무대 의상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유머 넘치는 연설로 좌중을 웃겼습니다. 잭슨의 히트곡 ‘Thriller’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젊은이의 표본으로 잭슨을 치하했습니다. “He is the proof of what a young person can accomplish free of drink or drug abuse”(그는 음주와 약물 남용 없이도 젊은이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증거이다). 2009년 잭슨이 약물 중독 의혹으로 사망했을 때 이 연설이 소환됐습니다.행사 뒷얘기에 따르면 먼저 제안한 쪽은 백악관이 아니라 잭슨이었습니다. 노래를 기부할 테니 감사패 이벤트를 열어달라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할리우드와 친한 레이건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잭슨과는 초면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사법당국이 잭슨의 아동 성추행 의혹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잭슨의 멕시코 아동 2명 성추행 혐의에 대한 내사에 벌이고 있었습니다. 성추행 혐의가 공론화되기 벌써 10년 전입니다. 중범죄 혐의자에게 감사패를 줄 수는 없습니다. 백악관은 FBI에게 조사 일시 중단 조처를 내렸습니다. 그만큼 잭슨 초청 행사를 열고 싶었던 것입니다. Everyone is voting for Jack. ‘Cause he’s got what all the rest lack.”(모두 잭을 위해 투표하네. 그는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가지고 있네)존 F 케네디가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케네디 자택에서 함께 승리를 만끽한 연예인이 있습니다. ‘마이웨이’로 유명한 가수 겸 영화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입니다. 케네디 당선의 일등 공신입니다. 마피아 ‘빽’이 있는 시나트라는 마피아의 영향권 하에 있는 노조를 설득해 케네디에게 표를 찍도록 했습니다. 진 켈리, 냇 킹 콜 등 유명 연예인들을 케네디 유세에 동원했습니다. ‘원대한 희망’(High Hopes)이라는 케네디 캠페인송을 직접 불렀습니다. 첫 구절입니다. 원래 자신이 출연한 영화 주제가인데 캠페인용으로 개사했습니다. 정치송임에도 불구하고 거물 가수 시나트라가 불렀다는 점 때문에 이례적으로 인기 차트에 올랐습니다.케네디에게 시나트라를 소개해준 것은 할리우드 제작자 출신인 케네디의 아버지였습니다. 금세 친구가 됐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삶을 부러워했습니다. 케네디는 화려한 연예계를 동경했고, 시나트라는 권력을 얻고 싶었습니다. 중대한 공통점은 바람기가 많다는 것. 시나트라는 케네디에게 여인들을 소개해준 장본인입니다. 케네디는 시나트라의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구경 갔다가 마릴린 먼로를 보고 한눈에 반해 내연관계가 됐습니다. 시나트라는 케네디가 집권하자 자유롭게 백악관을 드나들며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케네디가 마피아 척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마피아와 친한 시나트라가 정치적 부담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나트라가 케네디를 팜스프링스 집에 초대하면서 결정적으로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시나트라는 헬기 착륙장까지 만들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막판에 마음을 바꿔 근처에 사는 배우 빙 크로스비의 집에서 묶었습니다. 분노한 시나트라는 케네디 대통령은 물론 빙 크로스비와도 죽을 때까지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는 펑펑 울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명언의 품격‘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허약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예일대 시절 야구선수로 이름을 날린 만능 스포츠맨입니다. 취임 후 의욕적으로 펼친 정책은 국민 체력 단련. 운동을 장려하는 ‘대통령 직속 신체건강 및 스포츠 위원회’(President’s Council on Physical Fitness and Sports)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영화 ‘터미네이터’ ‘토탈 리콜’ 등으로 인기가 높던 근육질 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위원장에 임명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촌스러운 영어 발음을 구사하는 슈왈제네거는 감격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된 것입니다. 이름만 걸어놓는 위원장직이 아니라 국민 PT가 돼서 전국을 돌며 운동 시범을 펼쳤습니다.당시 미국은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으로 중동에 미군을 대거 주둔시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시 대통령은 슈왈제네거에게 뉴욕타임스에서 읽은 기사 얘기를 꺼냈습니다. 미군이 운동기구가 없어 모래주머니를 들고 체력을 단련한다는 기사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운동기구를 보낼 방법이 없을까”라고 하자 슈왈제네거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You’re talking to the right guy.”(당신은 적임자와 얘기하고 있다)자신감을 보여주는 화법입니다. “내가 하겠다”라고 자청할 때 “I can do it” 보다 “you’re talking to the right person”이 고수의 대화법입니다. 보디빌더 출신인 슈왈제네거는 아는 헬스장이 많았습니다. 전국 헬스장에서 안 쓰는 덤벨, 바벨 등을 기부받았습니다. 40t 분량의 운동기구를 모아 컨테이너에 넣는 작업까지 감독한 뒤 국방부에 발송 연락을 취했습니다. 이 소식은 사막의 폭풍 작전을 지휘하던 콜린 파월 합참의장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슈왈제네거의 열정에 감동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Arnold, I’m not gonna be that stupid and ship this over with a ship, I’m gonna fly the fucking thing over there. It’s gonna be there in two days.”(아놀드, 멍청하게 배로 보내지 않겠다. 이 망할 것을 항공편으로 보내겠다. 이틀 내에 도착할 것이다). 하루라도 군인들이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항공편으로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3주 후 슈왈제네거에게 미군들의 감사 편지가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10년 후 슈왈제네거가 ‘터미네이터 3’을 홍보하기 위해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보낸 운동기구들이 운동장처럼 넓은 미군 헬스장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었다고 합니다.슈왈제네거는 부시 대통령의 절친이 됐습니다. 그의 영향으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2003∼2011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습니다. 2018년 부시 대통령 타계 때 이렇게 애도했습니다. “I learned from him the good sides of politics, that you can cross the aisle and that you can talk to the other side, respect the other side, even though you disagree.”(그로부터 정치의 좋은 면을 배웠다. 비록 동의하지 않더라도 당파를 초월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부통령이 뭐길래. 최근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발간한 책 ’No Going Back’이 논란입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놈 주지사가 리더십 자질을 홍보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외국 지도자들을 만난 얘기의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경험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I’m sure he underestimated me, having no clue about my experience staring down little tyrants.”(확신하건대 그는 나를 과소평가했다. 작은 폭군들을 제압한 나의 경험을 몰라본 것이다)‘stare’(스테어)는 ‘응시하다 ’입니다. ‘down’이 뒤에 들어가면 ‘아래로 응시하다’ ‘깔보다’라는 뜻입니다. ‘기선을 제압하다’라는 의미입니다. “He tried to stare down his opponent in the debate.” 토론회에서 상대를 노려보며 제압하려는 상황을 말합니다. 놈 주지사가 말한 ‘little tyrants’는 과거 교회에서 어린이 담당 목사로 일한 경험을 말합니다. 작은 폭군처럼 구는 아이들을 제압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김 위원장 만났을 때 기선을 제압했다는 주장입니다. 김 위원장을 어린이들에 비교한 것도 웃기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놈 주지사가 김 위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놈 주지사가 하원 군사위 방문단의 일원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시점에 만남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놈 주지사는 이런 언론의 지적에 대해 이렇게 화를 냈습니다. “The media will, of course, try and make these tiny issues huge.”(언론은 언제나처럼 침소봉대한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녀 8월 16일 소개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60세 생일 파티에 관한 내용입니다. 마냥 젊게만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이 2021년 60세 환갑을 맞았습니다. ‘star-studded’(스타 스터디드). 그의 60세 생일 파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stud’는 ‘박다’라는 뜻입니다. ‘별들이 박힌’ 것처럼 스타들이 총출동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코로나19 시국에 파티를 열었다는 점입니다.▶2021년 8월 16일자최근 미국인들의 눈이 매사추세츠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 쏠렸습니다. 퇴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60세 생일 파티가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팬데믹 시국에 수백 명이 모이는 파티를 연 것의 적절성에서부터 참석자들의 유명세, 파티의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화제였습니다.Some invitees were treated to a cold dose of reality.”(일부 초대객은 차가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온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의 성대한 잔치였지만 사실 이것도 행사 규모를 크게 줄인 겁니다. 500여 명이 참석하는 초대형 파티를 열려다가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자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미국인들은 파티 초대로 자신의 인기를 평가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파티에 초대됐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에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초청객 명단에 들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빠지게 된 이들의 허탈감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invitee’는 ‘invite’(초대) 대상자를 말합니다. ‘인바이티’라고 ‘티’를 강하게 읽습니다. ‘dose of reality’는 직역을 하면 ‘현실의 복용량’이라는 뜻입니다. ‘냉정한 현실’이라는 의미입니다.A celebrity mosh pit is maybe not the wisest choice.”(셀럽 머시핏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오바마 지지자로 유명한 심야 토크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도 불운하게 빠진 초청객입니다. 그래도 그는 행사 규모를 줄인 오바마 대통령을 두둔했습니다. ‘mosh pit’(머시핏)은 록 콘서트장 무대 앞쪽에 관객들이 뒤엉켜 춤추는 공간을 말합니다. 코로나19 시국에 셀럽들이 뒤엉켜 노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해 초청객을 줄인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입니다.I look forward to catching up with you soon and properly welcoming you into the over 60 club.”(조만간 만나서 근사하게 60세 이상 클럽 가입을 축하해주겠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대신 영상 메시지로 축하 인사를 전했습니다. ‘catch up with’는 ‘따라잡다’라는 뜻입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얼굴 좀 보자”라고 할 때 “Let’s catch up”이라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4-05-15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