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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21일 통화를 하고 “정부는 북-러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나토 및 나토 회원국들과 실질적 대응 조치를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민감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을 비롯한 북-러 간 불법 협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에 대한 실효적 공동 대응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18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한 뒤 윤 대통령이 직접 나토 측에 관련 내용을 공유한 건 처음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유를 위해 우리 정부가 나토에 대표단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대표단을 신속히 파견하고 한국과 우크라이나·나토 간 안보 협력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보를 뤼터 사무총장과 공유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러의 무모한 군사적 밀착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국제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북한의 파병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외교부, 러 대사 초치 “北 파병 등 군사협력 규탄”尹-나토 총장 “공동 대응”軍, 대북 확성기로 파병 소식 알려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차관은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지노비예프 대사를 불러 북-러 간 불법적 군사협력 등 우리 핵심 안보이익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북-러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 이동을 넘어 실질적인 북한군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한 동시에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외교부가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한 건 올해 3번째다. 앞서 2월엔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편향적”이라고 비난한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의 언급에 항의하기 위해 초치했고, 6월에도 유사시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 개입 근거를 명시한 북-러 조약 체결에 항의하기 위해 역시 초치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특별군사작전 수행을 위해 파병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서로 상충하는 정보들이 많다”면서도 “이 작전에 대해선 국방부에 질문해야 한다”며 답을 피했다. 북한 매체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 파병 사실을 공개한 지 나흘째인 이날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우리 국군심리전단은 전방에서 가동 중인 대북 확성기로 북한군 파병 소식을 북한군 및 주민들에게 알렸다.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 재개되면서 북한 내 MZ세대 군인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확성기로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 소식까지 전해 이들의 심리를 흔들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근 무인기(드론)가 북한 평양 상공에 세 차례나 침투한 것과 관련해 군·정부 당국이 “우리 영공에서 북으로 넘어간 무인기는 없었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직접 무인기를 날려 “반공화국 선동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는 북한 주장과 달리 우리 당국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사실 자체가 없고, 우리 민간단체 등이 한국에서 날린 무인기 항적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당국은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 잔해 사진까지 19일 공개한 북한은 우리 군에서 운용하는 무인기와 동일 기종이라며 한국 당국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군·정부 당국은 북한이 무인기 침범을 주장한 시점(이달 3, 9, 10일) 등을 중심으로 항공기 항적을 집중 추적·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한국 상공에서 북으로 넘어간 무인기는 전혀 없었단 결론을 내렸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 등 평양 ‘심장부’가 뚫렸을 당시, 일각에선 우리 군이 오물 풍선 살포 등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을 띄워 북으로 날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전방인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양까지는 직선 150km, 왕복 300km 거리인데 이 거리를 오갈 수 있는 상용 드론이 드문 것도 군에서 날린 것이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부에 따르면 우리 당국은 날린 사실이 없고, 우리 상공에서 날아간 무인기도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정전협정 위반 등 리스크를 감수하고 굳이 무인기로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군·정부 당국은 이번 무인기 사태가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개정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 온 북한이 무인기 침투까지 조작해 그 적개심을 더 끌어올리려 했다는 것.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위해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만큼 이에 따른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우리 정부가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조작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9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군부깡패들의 중대주권침해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추락된 무인기 사진’이라며 우리 군이 운용하는 것과 외형이 유사한 무인기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창설된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가 보유한 ‘원거리정찰용소형드론’이라며 “‘국군의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대꾸해줄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군 소식통도 “얼마든지 우리 무인기 외형만 복제해 던져 놓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돕겠다며 최정예 특수부대를 파병했다. 총알받이가 될지 모를 ‘병력’을 당장 하루 수천 명씩 죽어 나가는 전장에 보내는 건 백두혈통 독재자에게도 큰 부담이다. 파병에 따른 국제사회의 손가락질도 그렇지만 맥시멈으로 가해질 대북제재 수위는 가뜩이나 궁핍한 북한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자칭 세계 최강이라 선전해 온 특수부대가 막상 실전에선 ‘포탄밥’이 돼 체면을 구길지 모르고, 탈영 가능성 등 각종 골치 아픈 변수도 많다. 정부 소식통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진작 파병을 원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제야 본격 파병이 이뤄진다는 건 김정은으로서도 선뜻 마음먹기 힘든 결정이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결국 파병을 택했다. 그것도 후방 지원 병력이 아닌,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최정예 특수부대를 투입한다. 파병으로 얻을 반대급부가 부담으로 환산될 각종 리스크를 훌쩍 뛰어넘을 수준으로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다. 북한은 파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넉넉한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은 전장에서 보너스를 챙기고,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북-러가 올해 새로 맺은 조약에는 이미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 시 상호 군사 원조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병력을 실제 보낸다는 건 다른 차원의 의미다. 혹시 모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로부터 병력이나 첨단 무기를 지원받을 든든한 보험을 이번 화끈한 파병을 통해 들어놨다고 김정은은 믿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정보 소식통은 “왜 ‘지금’ 대규모 파병 결정을 내렸는지 봐야 김정은의 진정한 노림수가 보인다”고 했다. 신냉전 구름이 급격히 몰려오는 최근 국제 정세나 코앞에 다가온 다음 달 5일 미 대선 시점 등까지 염두에 둬야 김정은의 진정한 노림수가 보인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옥토버 서프라이즈’, 즉 10월의 깜짝 도발에 나설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미 정권 교체기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나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거란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대담한 도발에 나서려면 우선 믿고 지켜줄 뒷배가 절실하다. 김정은은 포탄 등 무기 제공 수준을 넘어 ‘병력’까지 전장에 보내주면 중대 도발에 나서도 푸틴이 어떻게든 병풍처럼 자신의 편에 서줄 거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푸틴의 뒷배가 든든해질수록 테이블 위에 올려진 도발 옵션 중 더 위험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혈맹(血盟)인 중국과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김정은으로선 북-러 관계라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단단하게 굳혀야 한다. 신냉전 속 북-러 관계를 콘크리트처럼 굳힐 유일한 옵션은 파병이다. 국가 간 관계가 물보다 진한 피로 묶이면 어느 한쪽도 무시하기 힘들다는 건 역사가 증명해 왔다. 김정은은 전장에서 흘린 피가 첨단무기 지원으로 돌아올 거란 기대감도 가진 듯하다. 청년들을 전장에 내몬 반대급부로 핵잠수함 건조 등 숙원사업을 해결할 ‘기술 설명서’를 손에 쥘 거라고 기대하고 있을 거란 의미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북한이 최근 개정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국”이란 표현을 명시했다. 1972년 ‘평화통일’ 개념을 헌법에 포함시킨 지 52년 만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완전히 부정하고 나선 것. 북한은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북-러 군사동맹을 등에 업은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헌법을 명분으로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남·대미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경의선·동해선을 폭파했던 사실을 전하며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에 따른 조치라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 일부를 개정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경의선 등 폭파 사실을 알리며 개정 헌법 내용을 밝힌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해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고 지시한 만큼 개정 헌법에는 이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헌법에 대남 적대 노선을 분명히 못 막은 건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위기 수위를 끌어올려 판을 흔들어 보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악화된 경제 사정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최근 심상치 않다”며 “김정은이 신냉전 기류 속에서 북-러 군사동맹이란 뒷배를 믿고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쟁땐 대한민국 점령’ 김정은 지시, 北 새 헌법에 반영한듯北 ‘대한민국=적대국’ 헌법에 명시선대의 ‘민족 대단결’ 유훈 버리고대남 군사도발 법적 근거 완성“한미 관심 끌 ‘도발 옵션’ 고민할 것”“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해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앞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에 해당)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닌 ‘적대국’으로 헌법에 명시하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은 헌법에서 삭제하라고도 했다.이후 9개월 만에 북한은 실제 헌법을 개정해 김 위원장 지시대로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했다. 선대의 유훈인 ‘민족대단결’을 미련 없이 버리는 대신 한국을 적대국으로 못 박으며 향후 군사 도발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완성한 것. 북한은 대남 단절 조치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앞서 15일엔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제거하는 ‘폭파 도발’까지 벌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이제 한미의 관심을 가장 끌 만한 ‘도발 옵션’ 몇 개를 테이블에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도발 후엔 개정 헌법을 명분으로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삭제했을 듯17일 북한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틀 전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공화국헌법의 요구와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예측불능의 전쟁접경에로 치닫고 있는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보도에는 “폐쇄된 남부 국경”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앞서 1월 영토 조항 신설도 지시한 만큼, 이번 헌법 개정에 영토 관련 내용 신설 가능성도 시사하는 대목이다.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번 헌법 개정으로 기존 헌법 서문에 있던 ‘통일은 민족 지상의 과업’ ‘조국통일 위업을 성취하기 위한 길’ 등 문구를 통째로 들어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원칙에서 조국통일 실현을 위해 투쟁한다”는 헌법 9조 역시 전면 삭제됐을 가능성이 크다.김 위원장은 1월 시정연설에서 남북 단절과 관련해 6가지를 지시한 바 있다. 그중 ‘한국을 적대국으로 헌법에 반영’ ‘경의선 육로 단절’ ‘조국통일 3대 헌정기념탑 철거’ 등 3가지는 이미 실행에 옮겨졌다.● “러시아 뒷배 믿고 위험한 도발 계획 가능성”다음 달 5일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헌법 개정을 단행한 북한은 미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위기를 부각시켜 관심을 최대한 끌어보겠단 속셈을 내비쳤다. 정부 소식통은 “외부의 적을 분명하게 (헌법에) 명시해 먹고살기 힘든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러시아를 위해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정황까지 포착될 정도로 밀착한 북-러 관계가 한미를 겨냥한 북한의 대담한 공세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러시아를 위한 무기 지원이나 파병 등에 대한 대가를 분명히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란 ‘뒷배’를 믿고 더 위험한 도발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정부는 당장 북한이 남북 단절 조치를 가시화하기 위한 조치로 비무장지대(DMZ) 지역 내 방벽 쌓기 등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각도 발사 등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참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무기뿐 아니라 인력 이동도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은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인을 대신할 공장의 근로자다. 또 러시아 군대를 위한 인력”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병력도 파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북한은 러시아 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두 번째 국가”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매체에서도 북한의 파병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제11공수돌격여단에 북한군 장병으로 구성된 ‘부랴트 특별대대’를 만들어 훈련하고 있고, 동원된 북한군이 최대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도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약 1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와 관련해 16일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추적 중”이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북한군 사상자 발생은 여러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파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북한과 러시아는 올 6월 상대방에 대한 군사 원조를 약속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했고, 최근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조약이 비준되면 양국은 더욱 밀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고 있다면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특수 부대 등 전투 병력 파견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러 밀착에 따른 ‘러시아 리스크’가 한반도에서 위협으로 떠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15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500억 원)를 냈을 것”이라며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 지급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한국은 미국에 거액의 방위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는 부유한 국가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머니 머신’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달 초 한미가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이달 초 SMA 협상을 타결하며 2026년부터 5년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합의했다. 한국은 첫해인 2026년도 분담금을 올해보다 8.3% 오른 1조5192억 원 부담한 뒤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분담금을 증액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재집권 시 이번에 합의된 금액의 약 9배 수준인 100억 달러를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北, 파병으로 러와 더 밀착… “러, 북한군 3000명 특별대대 편성”[젤렌스키 “北, 우크라전 참전”]젤렌스키 “무기 이어 인력지원 확인”… 美 “北 지원, 실제로 전장에 영향”6월 ‘北-러 조약’이후 군사협력 강화… 러도 한반도 유사시 北에 파병할수도“사실상 북한은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참전’한 두 번째 국가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자국 의회에 출석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는 물론 인력도 공급한 사실을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인력 중 러시아 군대를 위한 인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북한의 파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북한과 러시아가 6월 19일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북-러 조약)’에 따라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반도에서 ‘러시아 리스크’가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 러에 병력이나 지원 인력 파견한 듯”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당국은 북한 파병설을 뒷받침할 정황들이 있다고 보고 현재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1만 명 파견설’ 등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100만 발 이상의 포탄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등 주요 단거리 미사일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에 북한산 탄도미사일 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 군 기술자 수십 명을 전선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국방정보본부는 이와 관련된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 탄약 등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기술 지원 인력이 함께 파견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최근 우크라이나에서도 북한이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현지 매체들은 3일 “도네츠크 전선에서 자국군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측 20여 명 가운데 북한군 6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북한 병력으로 3000명 규모의 특별대대를 편성 중이라거나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1만 명을 보냈다는 등 ‘파병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15일에는 북한군 18명이 탈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 한반도 유사시 참전할 수도”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투입 병력까지 직접 지원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러 조약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타방은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북한이 이 조약대로 군사적 원조를 했다면, 한반도는 물론 국제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향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파병이나 첨단 무기 지원으로 참전할 가능성도 커진 것”이라고 우려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인력 공급을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살상 무기 제공을 요청할 가능성도 커졌다. 6월 북-러 조약 체결 당시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전투 병력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 우크라이나는 노골적으로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는 마친 상황이다. 무기 지원 시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 탄약부터 우선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6일 오후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활용되는 북한의 지원 물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며 “북한의 지원이 실제로 전장에서 영향을 느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도 “보도가 사실이면 북한이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기에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또 한미일 외교차관은 이날 열린 제14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차관들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하는 무기 이전을 포함한 러-북 군사협력 심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한국을 겨냥해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지급기)’이란 표현까지 쓰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제기했다.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달 초 한미가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심산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대통령 재임 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20억 달러를 받아냈고, 이듬해 50억 달러를 요구할 계획이었다”며 “조 바이든(대통령)이 당선되자 가장 행복했던 건 한국”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1조389억 원이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당시 환율 기준으로 5배 수준인 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기 말까지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고,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13.9% 오른 1조1833억 원에 타결했다. 트럼프 후보가 분담금의 약 9배에 이르는 100억 달러를 요구하면 한미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미 한미는 이달 초 2026년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조5192억 원으로 올린 뒤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증액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선 SMA가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결정으로 재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SMA를 뒤집는 건 미국도 부담이다. 16일 정부 소식통은 “정부 간 약속을 깨는 것인 만큼 상대(미국)가 정치적 도의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 대선 전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한 건 미 행정부가 바뀌어도 국가 간 합의의 연속성을 존중하리란 기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복원 의지도 시사했다. 그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이고, 오늘 김정은이 한국으로 가는 철도를 폭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는 큰일이며, 한국은 러시아나 중국 등과 단절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남북이 도로를 통한 육로 왕래는 실현된 적이 없는데도 이를 한국의 고립처럼 표현한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후보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북한의 철도와 도로 폭파를 언급하며 “오직 트럼프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후보는 ‘당신은 동맹국에 20∼30%의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질문에 “우리 동맹국은 적들보다 미국을 더 이용했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거론했다. 자신의 관세 공약을 옹호하며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자 제일 좋아하는 단어”라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한국을 겨냥해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지급기·부유하단 의미)’이란 표현까지 쓰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한번 제기했다. 다음 달 5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달 초 한미가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하고, ‘비용 분담’ 문제를 한미동맹의 핵심 쟁점으로 삼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가까웠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 시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한국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방위비 대폭 인상 예고트럼프 후보는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한국을 수차례 언급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는 “나는 한국에 20억 달러를 공짜로 받아냈고, 이듬해 다시 50억 달러를 요구할 계획이었다”며 “조 바이든(대통령이)이 당선되자 가장 행복해했던 것은 한국”이라고도 했다.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1조389억 원이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당시 환율 기준으로 5배 수준인 50억 달러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기 말까지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고,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13.9% 오른 1조1833억 원에 협상을 타결했다.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이날 발언처럼 합의된 분담금의 약 9배에 이르는 100억 달러를 요구하면 한미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미 한미는 이달 초 2026년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1조5192억 원으로 올린 뒤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분담금을 증액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에선 SMA가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결정으로 재협상이 가능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재협상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SMA엔 “협상이 서면 합의에 의해 개정되고 수정될 수 있다”는 문구도 있어 트럼프 후보가 이 문구를 재협상 근거로 삼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하지만 SMA를 뒤집는 건 미국으로서도 부담이다. 16일 정부 소식통은 “재협상 요구는 정부 간 엄연한 약속을 깨는 것인 만큼 상대(미국)가 법적 정치적 도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대선 전 방위비 협상을 마무리한 건 미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국가 간 합의의 연속성을 존중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어떤 상황이 와도 이번에 잘 합의된 합리적 수준을 바탕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철도 폭파 거론하며 “김정은과 좋은 관계” 트럼프 후보는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 복원 의지도 시사했다. 그는 “나는 믿기 힘든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과도 매우 좋은 관계이고, 오늘 김정은이 한국으로 가는 철도를 폭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것은 큰일(big things)이며 이제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 단절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남북을 잇는 도로를 통한 중국 및 러시아와의 육로 왕래는 실현된 적이 없는데도 이를 한국이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후보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북한의 철도·도로 폭파 등을 언급하며 “오직 트럼프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트럼프 후보는 관세 이슈에서도 한국을 언급했다. ‘당신은 동맹국에 20, 30% 관세를 부과하려 한다’는 질문에 “우리 동맹국은 적들보다 미국을 더 이용해 먹었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거론했다. 자신의 관세 공약을 옹호하며 “내게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자 제일 좋아하는 단어”라고도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북 단절을 선언하며 ‘요새화’에 나선 북한이 휴전선(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0m 밖에 있는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동해선 일부 구간을 15일 전격 폭파했다.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물인 이 두 곳을 대낮에 한국이 보란 듯 제거한 것. 앞서 8월 경의선·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북한은 두 달여 만에 도로까지 파괴하면서 남북 간 육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만 남게 됐다. 4년 전 2020년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이번엔 아예 남북 육로를 단절시켜버렸다. 정부 소식통은 “‘한국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며 긴장 수위를 확 끌어올린 북한이 이번 폭파를 통해 이러한 위협이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적반하장식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59분과 낮 12시 1분에 MDL 이북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 일부를 각각 폭파했다. MDL 이북 10m 지점에 대형 가림막(높이 6m)을 설치한 지점부터 북쪽으로 약 70m 구간의 콘크리트 도로를 폭파한 것. 군이 공개한 폭발 영상에는 수십 m 높이의 화염과 잔해가 공중으로 솟구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두 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한 것으로 볼 때) 중앙(평양)에서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 개의 구덩이에 각각 수십 kg의 TNT를 묻고 도화선에 연결해 일제히 터뜨린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폭파 작업 후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동원해 콘크리트 잔해 등을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군은 전했다. 북한의 도로 폭파 직후 군은 수차례 경고방송에 이어 인근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K6 중기관총과 K4 고속유탄발사기 등 중화기로 MDL 이남으로 수십 발씩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군 당국자는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된다”며 “폭파 잔해물이 우리쪽으로 상당 부분 낙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폭파하기 전 우리 군 장병들은 안전지역으로 대피해 우리 군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휴전선 코앞에서 한국을 위협한 북한은 오히려 남북 긴장 수위가 고조된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며 협박의 강도를 높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한국 군부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했다.北, 수천㎏ TNT로 ‘남북교류’ 날려버려… 軍, 중화기 대응사격[北,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오전 11시 59분 경의선 도로 폭파… 2분뒤 동해선서도 불기둥 치솟아우리軍, 반경 500m 밖 미리 대피… “김정은 렉서스 도로 폭파 현장에”北 ‘비무장지대 무효화’ 노릴 가능성… “완충구역 없애 하마스식 기습 위협”15일 오전 11시 59분. 경기 파주와 북한 개성공단을 연결하며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통하던 경의선 육로(도로) 북측 구간에서 불기둥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화염은 폭파 현장 앞에 세워둔 6m 높이 비닐 소재의 얇은 가림막을 가뿐히 넘어 3, 4배 높이로 솟구쳤다. 가림막 바로 앞에 있던 ‘여기서부터는 개성시입니다. 전방 10m’란 문구의 도로 표지판은 폭파 충격으로 공중에서 휘청거렸다. 연기가 가라앉자마자 북한은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중장비를 줄줄이 동원해 폭파 잔해물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북한군 10여 명이 이 잔해물 수거 작업을 감독하는 듯 분주히 오갔다. 2분 후인 낮 12시 1분. 이번엔 과거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에 쓰이던 동해선 육로에서도 불기둥이 치솟았다.● “분단 이후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 폭파 도발”우리 군은 폐쇄회로(CC)TV 등 각종 장비로 북한이 두 육로에서 거의 동시에 감행한 이 ‘폭파 도발’을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 상황에 대비한 것. 특히 이번 폭파가 MDL 코앞인 10m 떨어진 구간에서부터 감행된 만큼 군은 이날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번 폭파는 남북 분단 이후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감행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은 폭파 전 위험 반경을 최대 500m로 보고 휴전선 이남 위험 반경 안에 우리 장병이 없도록 미리 대피시켰다.북한은 이날 폭파에 앞서 경의선과 동해선에 새벽까지 각각 구덩이 수십 개를 파 구덩이마다 수십 kg 분량의 TNT를 매설했다. 군은 TNT의 총량에 대해 합계 수천 kg에 이를 수 있는 양이라고 봤다. 이후 정오가 되자 폭파 버튼을 눌렀다. 수십 년 동안 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20여 m 폭의 경의선과 동해선 콘크리트 육로 중 70여 m 구간은 몇 분 만에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고, 도로 곳곳은 흉물스럽게 파였다.폭파 뒤 콘크리트 파편 등 폭발 잔해가 MDL을 넘어 우리 측으로 날아왔다. 군은 곧바로 “폭파 행위는 우리에게 위협이며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니 멈추라”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곧이어 K4 고속유탄발사기와 K6 중기관총 등 중화기로 대응사격에 나섰다.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각각 수십 발을 발사했다. 대응 사격에 동원된 탄은 MDL 이남 100m 지점의 우리 군이 미리 설정해 둔 표적에 탄착했다.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사격한 건 공개된 것을 기준으로 앞서 6월 북한군 수십 명이 불모지 작업 중 실수로 MDL을 넘어왔을 때 이후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지뢰 매설 등을 통해 이미 폐쇄 조치가 끝난 도로를 굳이 이날 폭파까지 해 날려버린 건 남북 영구 단절 의지를 가시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극적인 드라마 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했다.정부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타는 렉서스 차량이 폭파 전 현장에 도착했으나 실제 김 위원장이 시찰했는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DMZ 무력화’ 신호탄 쏜 걸 수도북한은 남북 충돌 완화를 위해 MDL 남북 2km 구간에 설정한 DMZ를 무력화하듯 MDL 코앞에서 폭파 버튼을 누르며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폭파가 북한이 ‘DMZ 무력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선포식’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을 시작으로 MDL 곳곳에서 폭파를 벌이며 남북에 더는 군사 완충 구역이 없다면서 언제든 한국으로 기습 침투할 수 있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당시 지역 간 DMZ와 같은 완충 구역이 없어 이스라엘의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김 위원장은 14일 북한판 NSC인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처음 소집해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나흘 연속 담화를 내고 “우리는 한국군부깡패들이 수도 상공을 침공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도발자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폭파 구간에 콘크리트 방벽을 세워 (북한이 최근 공식화한) ‘국경선 요새화’ 조치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11일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적이 없다”며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남북 단절을 공식 선언한 북한이 대남 군사 도발에 나서려는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오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중대 성명’에서 한국이 3차례나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며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 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위협했다. 이어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우리는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를 찍었다면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형상, 삐라 묶음통이라고 주장한 물체, 삐라가 공중에 살포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 도중 우리가 무인기를 보냈다는 북한 주장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어 구체적인 정보를 묻는 말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이 있어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북한 내부 소행일 수도 있다”고 북한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밤 언론 공지를 통해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일각에선 우리 민간단체에서 북한으로 날린 무인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군 관계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단체에서 날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관계자는 “200만 원도 안 되는 무인기도 개조해서 날리면 평양을 찍고 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이 11일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적이 없다”며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남북 단절을 공식 선언한 북한이 대남 군사 도발에 나서려는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군 안팎에서 관측이 나오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양상이다.북한 외무성은 이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중대 성명’에서 한국이 3차례나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며 “국방성과 총참모부, 군대의 각급은 사태 발전의 각이한 경우에 대응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위협했다. 이어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며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 상태에 두고 우리는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를 찍었다면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형상, 삐라 묶음통이라고 주장한 물체, 삐라가 공중에 살표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 도중 우리가 무인기를 보냈다는 북한 주장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어 구체적인 정보를 묻는 말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이 있어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북한 내부 소행 일수도 있다”고 북한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밤 언론공지를 통해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군 일각에선 우리 민간단체에서 북한으로 날린 무인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군 관계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단체에서 날렸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관계자는 “200만 원도 안 되는 무인기도 개조해서 날리면 평양을 찍고 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지난달 북한 주민 1명이 배를 타고 서해로 귀순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8월 8일 북한 주민 1명이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온 ‘도보 귀순’, 같은 달 20일 북한군이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지뢰밭 우회 귀순’에 이어 또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것. 한 달여 만에 알려진 사례로만 3건의 귀순이 이어진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우리 군 합동참모본부에 해당)가 9일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전격 선언한 것도 북한 주민·군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요새화 조치는) 김정은 체제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라며 “외부 차단 목적과 함께 내부 인원 유출을 막기 위한 것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북한 주민이 목선을 타고 귀순했다. 우리 군 등 경계 병력은 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기 직전부터 감시 장비로 포착해 관계 당국에 인계하는 등 귀순 유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자가 전방에서 복무 중이던 북한군일 가능성도 제기됐다.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개성공단을 잇던 경의선과 금강산 관광에 쓰이던 동해선 육로 등에 지뢰를 대량 매설하는 등 11개월에 걸쳐 남북 단절을 위한 공사를 이어 왔다. 그러다 이번에 남북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전방 북한 주민들이나 군인들의 이탈을 확실히 막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도 이날 “경의선과 동해선은 (이미) 8월에 차단됐다. 현재 경의선, 동해선은 완전히 철거되고 허허벌판”이라며 “(북한이 완전 단절 선언을) 이번에 발표한 의도는 (요새화 공사 등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8월 중순부터 한 달여 동안 3건이나 귀순이 발생하면서 북한 집권층의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방벽을 세우는 등 차단 조치에 더해 전방 부대 등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군 상부에서 모두 통제하기 힘드니 최근 전방 부대 내부에서 서로 감시·통제 수위를 높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7월 21일 휴전선 전 전선에서 전면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3개월째로 접어든 것도 북한의 불안감을 더한 요인으로 보인다. 애초 군 당국은 확성기 방송이 전방에서 지뢰 매설 작업 등을 하는 북한군이나 주민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쳐 이로 인해 탈북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가동 만 3개월쯤으로 예상했다. 반년쯤 지나면 그 효과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날 김 의장은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의 K팝 노래를 듣고 춤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입니까’라는 질의에 “사실”이라고 답했다. 대북 방송을 실시하는 국군심리전단의 양환석 단장(대령)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에 최근 귀마개 착용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볼 때 확성기 방송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게 소음 방송 등으로 맞불 조치에 나섰음에도 전방 군인들에게 끼치는 확성기 효과가 적지 않아 귀마개까지 착용하라고 지시했다는 의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남쪽 국경’을 영구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9일 전격 선언했다. 그동안 남북을 잇는 도로·철도 등을 끊고 비무장지대(DMZ) 지역 내 방벽 설치 등 단절 조치에 나서온 북한이 이번에 남북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단절하겠다고 공식화한 것. 특히 북한은 우리 군이 아닌 미군 측에만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혀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만 상대하겠단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이 끝난 뒤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우며 미국의 새 행정부와 핵보유국 인정 담판에 나서려는 사전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 단절 조치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한 만큼 DMZ 지뢰 매설 작업 등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우발적 충돌 상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우리 군은 일방적 현상 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지원 및 지휘 세력까지 압도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한국군 합참)는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구조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9일 9시 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했다. 북한은 실제 이날 미군이 주축인 유엔군사령부에 DMZ 내에서 폭파 작업을 할 거란 내용 등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북한은 이번 단절 조치가 남한의 군사훈련 및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전략자산 전개 등 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적반하장 논리를 내세우며 당당하게 미 대선 때까지 도발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요새화 조치를 급하게 꺼내든 게 북한군 내 탈북 움직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고 있다. 최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면 재개되면서 북한 내 MZ세대 군인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北, 南 빼고 美에만 “DMZ내 폭파 작업” 통보… 노골적 통미봉남[北 “남북단절 요새화”]“요새화 공사” 남북 완전단절 공식화北, 유엔사에 “DMZ 인원-장비 투입”… 지뢰 추가 매설-방벽 설치 가능성 합참 “김정은 정권 혹독한 고립 초래”… 北 ‘적대적 두 국가’ 개헌 여부도 주목북한이 9일 남북이 연결되는 도로와 철로를 끊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구조물)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남북 간 물리적 단절 조치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추가 적대 행위를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감행하겠다고 선포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전방 일대 우리 군 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북한이 책임을 전가한 만큼 향후 국지 도발을 포함한 릴레이 도발의 명분을 마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날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정전 체제 무력화를 획책해 온 북한의 이번 차단 및 봉쇄 운운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北 “미군 측에 요새화 공사 통보” 북한은 이날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면서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실을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만 통보했다.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임하는 유엔사를 미군과 동일시해 온 북한은 ‘미군 측’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이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있는 직통 전화기인 일명 ‘핑크폰’으로 통보한 내용엔 공사에 다수 인원과 중장비가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이 우리 군은 배제하고 유엔사에만 요새화 공사를 통보한 건 향후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의 대외전략에서 남한을 철저히 ‘패싱’하겠단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요새화’ 선언은 휴전선에서 남북 각각 2km로 설정된 DMZ 안으로까지 군사 행동 구역을 확대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그동안 DMZ 안에서 지뢰 매설 등 군사 행동을 하면서도 이를 유엔사에 통보하지 않았는데 이번 통보는 정전협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겠다는 엄포로 본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지난해 말부터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을 시작으로 DMZ 내 전 전선에 걸쳐 지뢰를 심었고, 경의선·동해선 철로까지 철거했다. 4월부턴 DMZ 인근에서 많은 병력을 동원해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방벽 및 철조망 설치, 지뢰 매설 등을 해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요새화를 위한 새로운 구조물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DMZ 내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이 자주 식별됐고 불모지 평탄화 작업에 나선 동향이 포착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부전선 오두산 전망대에선 북측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음이 청취되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군이 DMZ 안에 지뢰를 추가로 매설하거나 대전차 방벽 설치를 휴전선과 근접한 곳에 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 “MZ세대 북한군 내부 단속 가능성” 군 당국은 이런 북한의 전방위적인 남북 분리 조치 강화가 북한군의 동요에 따른 내부 단속과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8월 북한군 1명은 강원 고성군 일원 동해선 인근 지역 휴전선을 걸어서 귀순했다. 그에 앞서 7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전 전선에서 전면 재개됐는데 방송 기간이 만 3개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방송의 영향으로 귀순이 늘어나는 등 방송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은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초 예상됐던 통일·민족 삭제와 영토 규정 신설 등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반영한 헌법 개정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총참모부의 요새화 발표가 남북 관계 단절 등을 반영한 개헌 후속 조치일 수 있는 만큼 북한이 관련 개헌을 하고도 공개만 안 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관련 개헌을 일단 미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북한이 물리적 단절 조치부터 추진한 뒤 이를 헌법 개정으로 향후 명문화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 대선 결과를 보고 정치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추후 안건으로 미루는 속도 조절에 나섰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미가 2026∼2030년 5년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이에 한국은 2026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보다 8.3% 증가한 1조5192억 원을 부담한다.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을 33일 앞둔 4일 이번 합의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4월 양국이 조기 협상에 착수한 지 반년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와 그간 진행된 협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미 모두 합의문 마련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작지 않아 ‘트럼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제12차 SMA 합의 내용에 따르면 첫해인 2026년 분담금만 전해 대비 8.3% 증액하고, 이후엔 분담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킨다. 2026년 총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분담금 증가율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등까지 반영돼 8.3%로 비교적 높지만 이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은 각각 2.4%와 2%다. 한미는 이번에 연간 방위비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증가율 상한선’도 다시 도입했다. 한미는 앞서 2021년 제11차 협상에서 처음으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기로 합의해 적용해 왔지만 이번에 다시 물가상승률에 맞추기로 했다. 제11차 협상을 통해선 분담금이 첫해 13.9% 인상됐고, 이후 국방비 증가율과 연계돼 연평균 4.3%씩 올랐다. 미 대선에 앞서 한미 SMA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 내부에선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상관없이 민감한 방위비 문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근거를 마련했다”는 자평이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가 집권해도 합의 자체를 쉽게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분담금을 5배 증액하라고 요구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서면 재협상을 주장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SMA는 한국에선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이지만 미국에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협정’이다.방위비, 美차기 대통령이 재협상 요구 가능… ‘트럼프 리스크’ 우려한미 분담금 협상 타결트럼프 집권 가능성 염두 속전속결… “협정 깨면 美 책임이라 부담 클 것”2026년 이후 물가상승률과 연동… 5% 넘지 않도록 상한선 다시 도입‘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사용’ 명문화미 대선을 33일 앞두고 한미가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타결 사실을 전격 발표하면서 불확실한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향후 안정적으로 분담금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는 일단 마련했다. 다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미국에선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연방 행정협정’이라 대통령 결단만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방위비 재협상에 나설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후보 집권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재협상을 하자고 해오더라도 이번 한미 합의로 (트럼프 주장에 맞서) ‘우리의 협상 베이스는 여기’라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집권 시 재협상 주장할 수도”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하고, 2027∼2030년에는 매년 우리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하는 안에 합의했다. 한미 협상 대표는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가서명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미는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4월부터 협상을 이어왔다. 앞서 11차 협상 당시엔 트럼프 정부 때 시작됐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타결됐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조기 협상에 나섰고, 그 반년 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이번 SMA를 파기하거나 오히려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며 더 강한 협상을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선 SMA가 ‘행정협정’으로 분류돼 한국처럼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 없다. 이번 SMA에는 “협상이 서면 합의에 의해 개정되고 수정될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기존 SMA에도 이 문구가 있었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이 문구를 재협상 근거로 들고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의 주요 관심사는 ‘돈 문제’”라며 “집권 시 바이든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협정을 타깃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집권 시 한국에 재협상을 요구해 오더라도 이번 SMA 타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트럼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방어할 근거를 확보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재협상을 해도 이번 합의가 기초 베이스가 되는 것”이라며 “이미 합의한 이상 협정을 깨도 미국의 책임이 되는 만큼 미 측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합의에 성공하면서 2020년과 같은 ‘협정 공백’ 재발 가능성은 현저히 낮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적어도 한국에 방파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11차 SMA 당시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합의안 승인을 거부하면서 1년 3개월간 협정 공백이 생겼고, 주한미군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불거진 바 있다.● 연간 인상률 5% 못 넘게 ‘상한선’ 마련앞서 11차 SMA 때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을 처음으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되도록 했지만 이번엔 연간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맞추기로 합의했다. 당시 연간 5% 안팎인 국방비 증가율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에선 “분담금 폭탄을 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번 SMA에선 한미가 물가상승률 기준으로 다시 바꾸면서 한국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 물가상승률을 2%로 전망했다. 이 전망치를 적용하면 2026년 1조5192억 원으로 시작한 분담금은 매년 2%씩 늘어 2030년 1조6444억 원 수준이 된다. 첫해 8.3%를 포함하면 연평균 증가율은 3.2%가 된다. 반면 이전 협정처럼 국방비 증가율(연간 5% 수준·첫해 포함 시 5.7%)로 적용하면 2030년 한국의 분담금은 1조8466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부는 연간 분담금 인상률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선’도 다시 도입했다. 이 상한선은 과거 8차(2009∼2013년)와 9차(2014∼2018년) 협정 때는 4%였지만, 10차와 11차 SMA에선 빠진 바 있다. 한미는 이번 SMA에서 “한국의 분담금을 한반도 주둔 자산의 수리, 정비 용역에만 사용한다”는 점도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일미군 전투기 정비 등에 한국의 분담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분명히 한 것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미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합의했다. 이에 한국은 2026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보다 8.3% 증가한 1조5192억 원을 부담한다.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을 33일 앞둔 4일 이번 합의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4월 양국이 조기 협상에 착수한 지 반년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와 그간 진행된 협의를 무시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미 모두 합의문 마련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작지 않아 ‘트럼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2026~2030년 방위비 분담금 예상 액수〉연도액수 2026년1조5192억 원 2027년1조5496억 원 2028년1조5806억 원 2029년1조6122억 원 2030년1조6444억 원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제12차 SMA 합의 내용에 따르면 한미는 매년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앞서 2021년 제11차 협상에선 처음으로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시키기로 합의해 적용해 왔지만 이번에 다시 물가상승률에 맞추기로 한 것. 정부가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 적용 시 5년 동안 방위비 증가율은 14.9~19.5% 수준으로 국방비 증가율 연동 시(26.7~31.6%)보다 증가 폭이 최대 15%포인트 이상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는 이번에 연간 방위비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증가율 상한선’도 다시 도입했다.〈달라지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인상 기준연평균 증가율 총액 증가율 국방비 증가율(2021~2025)5.7%31.6%물가상승률(2026~2030)3.2%17.2%미 대선에 앞서 한미 SMA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 정부 내부에선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상관 없이 민감한 방위비 문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근거를 마련했다”는 자평이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앞서 방위비 합의 뒤 재협상을 한 전례가 없다”며 “트럼프가 집권해도 합의 자체를 쉽게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1기’ 당시 분담금을 5배 증액하라고 요구한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서면 재협상을 주장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트럼프 후보는 4월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 다수 반영된 제11차 SMA 합의 결과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Doesn’t make sense)”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SMA는 한국에선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이지만 미국에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협정’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1일 “미국 본토 안전에 중대한 우려감을 더해주는 새로운 방식들이 응당 출현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 대선을 35일 앞두고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도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미 본토를 겨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성-18형은 발사 명령 수십 분 만에 미 본토 전역에 도달 가능해 ‘북한 ICBM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화성-18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공해상에 낙탄시키려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ICBM을 고각(高角)으로만 쏴 올렸던 북한이 이번엔 정상각도로 발사해 위협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강일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국군의 날인 이날 미 공군 전략폭격기인 B-1B의 한반도 전개를 겨냥해 “철저히 상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핵 보유국이란 국위(國位)를 놓고 그 누구와도 흥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당장 7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시하는 등 헌법을 개정해 도발 명분을 쌓은 뒤 ‘중대 도발’ 수순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대선 직전 ICBM 등을 발사해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를 노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경고했다. 군은 이날 행사에서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탄도미사일을 처음 공개했다. 탄두 중량이 8t에 달하는 현무-5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미사일이다.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하거나 공격할 기미를 보이면 우리 군은 이 미사일 20여 발을 사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무실과 북한군 지휘부의 벙커 등 평양 내 주요 시설을 도려내는 ‘대량응징보복(KMPR)’ 실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과 ‘한국판 사드’로 불리는 요격 무기 L-SAM(장거리지대공미사일) 등 첨단 무기도 대거 공개됐다.“北, 화성-18형 정상각도 발사로 美본토 타격 위협 극대화할 것”[北, 대선앞 美본토 타격 위협]北, 고각으로만 ICBM 시험발사… 러,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전 가능성“어느 정권이든 달라진 우리 상대해야”… 美대선 겨냥 도발 수위 높일 듯北, 7일 새 ‘해상국경선’ 설정해… 서해상 무력 분쟁 유도할 우려도11월 5일 미국 대선을 35일 앞둔 가운데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시사하면서 10월에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정점으로 치달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 당국은 최근까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주로 한국을 겨냥한 도발에 집중해온 북한이 이제는 미 대선을 의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미국의 관심을 끌 만한 중대 도발까지 병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이렇게 북한은 대남·대미 타격 수단을 순차적으로 과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뒤 미 대선 이후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해 미국의 새 행정부에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며 핵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ICBM,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 미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정상각도 ICBM, 하와이 인근 낙하시킬수도북한은 5000km 이상 사거리를 지닌 ICBM에 대한 시험발사를 그동안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만 진행했다. 지난해 4월과 7월 최신 ICBM인 ‘화성-18형’을 정상각도로 발사하긴 했지만 2, 3단 발사체가 분리될 땐 고각 궤도로 비행시켜 사거리를 1000km대로 조정했다. 이에 북한이 ICBM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갖추지 못한 거란 의구심이 나왔다.그런 만큼 북한이 이번엔 미 대선을 앞두고 화성-18형의 1∼3단 추진체를 모두 정상각도로 발사한 뒤 5000km 이상 날려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공해상에 탄두를 낙하시킬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각 발사 때보다 높은 고열·마찰을 견디며 궤도가 수정되지 않고 탄두가 안정적으로 대기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려 할 거란 것. 일각에선 북한이 ICBM 완성의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재진입 기술 등을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가 격상된 러시아로부터 일부 이전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소식통은 “최대 사거리(1만 km 이상)로 쏘지 않더라도 5000km 이상 정상각도 발사에만 성공해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입증됐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ICBM은 하와이에서 불과 1000∼2000km 떨어진 바다에 떨어질 수도 있어 정상각도 발사 자체가 한미엔 엄청난 위협감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화성-18형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기습타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이다.일각에선 북한이 자신감이 더 있는 액체연료 기반의 화성-17형부터 일단 정상각도로 날릴 거란 전망도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ICBM을 날리는 방향을 그동안 정찰위성 발사를 해온 필리핀 쪽으로 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달 북한은 기존 ICBM 이동식발사대(TEL)보다 긴 12축 TEL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 만큼 북한이 미사일 길이나 탄두 중량을 늘린 신형 ICBM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北 “美 어떤 정권도 달라진 우리 상대해야”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우리(북한)는 주권 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우리의 자위권을 놓고 뒤돌아보기도 아득한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그 어떤 정권도 달라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와 달리 이미 핵을 다수 보유한 만큼 이를 자위권이라면서 미국 역시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에 편승해 차기 미 행정부와 핵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한 핵군축 협상을 벌일 의도를 시사한 것이다.북한은 7일로 예고한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 격)에선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시하고 새로운 ‘해상국경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고 2007년 주장한 ‘경비계선’이나 그보다 더 남쪽으로 연평도·백령도 인근에 새로운 선을 그은 뒤 함정 등을 의도적으로 내려보내 분쟁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부가 북한이 13일 처음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에 대해 평안남도에 위치한 ‘강선’ 핵시설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빽빽이 들어선 원심분리기가 바짝 붙은 모습 등 핵물질 생산시설을 보란 듯 공개했지만 구체적으로 그 지역 등은 밝히지 않았다. 강선은 앞서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핵시설이 은폐된 곳으로 지목하며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이곳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후에도 꽁꽁 숨겨뒀지만 이번엔 전격 공개한 것.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관심도가 높은 핵시설을 공개해 향후 대미 협상판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기존에 알려진 영변이 아닌 다른 핵무기 제조시설의 내부를 공개하며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에선 이미 한미의 집중 표적이 된 평안북도 영변이 아닌 강선까지 노출시키는 건 부담스러운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미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알릴 필요성이 절박한 시점이라 판단해 일단 주목도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는 것.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원심분리기 등 핵물질 생산시설을 둘러보면서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했다. 강선 핵시설은 평양의 남동쪽 외곽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강선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이 일부 이뤄지는 정황을 그동안 포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영변과 강선에서만 원심분리기를 1만∼1만2000개가량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8∼10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北, 영변-강선서 핵탄두 年10개 생산 가능… 제3 시설 있을수도”“김정은 공개 핵시설 강선”북한은 그동안 영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덜 노출된 강선 핵시설을 은밀하게 가동해 오면서 이미 수년간 상당한 양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수천 개로 추정되는 원심분리기가 가득 차 있는 강선 핵시설의 내부를 전격 공개한 것도 이곳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최후의 카드’인 7차 핵실험을 앞두고 핵 능력 고도화를 과시하는 카드로 강선 핵시설부터 공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강선 핵시설 가동 정황을 포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강선 핵시설이 지속적으로 가동되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IAEA는 올해 2월 시작된 강선 시설 별관 공사가 4월 마무리돼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났다고 했다. 또 5월엔 인접한 건물에 대한 개축 공사도 진행됐다면서 강선 시설의 규모가 확장됐다고도 했다. 정부는 북한이 영변이나 강선이 아닌 또 다른 비밀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로 과거 북한 핵 위기 때마다 핵물질의 생산 거점이자 최우선 비핵화 대상으로 지목된 영변이나 이번에 전격 공개한 강선이 아닌 ‘제3의 핵기지’가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북한 핵시설 확장 패턴이나 김정은의 핵 보유 의지 등을 고려하면 제3의 핵시설을 북한이 준비 중이거나 이미 운용 중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HEU 시설은 은폐가 핵심인데 이미 강선의 존재는 한미 당국에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아예 핵시설을 먼저 공개까지 한 걸 보면 제3의 시설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과 강선에서만 산술적으로 매년 200∼240kg의 HEU를 확보해 연간 최대 10개가량의 핵탄두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다른 핵물질인 플루토늄도 언제든 생산할 수 있도록 영변의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폐연료봉 인출·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만약 제3의 핵시설까지 가동된다면 북한의 핵 운용 능력은 더욱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강행할 것이 유력하다는 군 정보당국의 평가가 최근 나왔다. 국가정보원도 이미 핵실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이 끝난 풍계리 3번 갱도 등에 대해 “상시 핵실험이 가능하도록 관리되고 있는 상태”라고 공식 평가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 7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 대선을 전후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김정은이 결심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태”라고 23일 밝혔다. 최근 핵무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로 공개하며 한미를 겨냥해 핵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북한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만간 핵실험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핵실험 버튼을 누르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최근 우리 군·정보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영변 핵시설 등 북한 핵시설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동시다발적으로 핵 도발 정황이 확인되는 데다 미 대선까지 코앞에 다가온 만큼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 실장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최근 고농축우라늄 공장을 처음 공개한 만큼 핵실험 가능성이 있어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당국은 풍계리 3번 갱도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시설 정비가 이뤄지는 데다 드나드는 인력이 증가한 정황 등도 포착됐기 때문. 국방정보본부도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3번 갱도가 유력하다”고 답했다. 깊이 300∼400m의 3번 갱도는 전술핵무기 실험을 위한 용도에 적합하다. 우리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평가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3번 갱도에서 핵실험 후 깊이 700∼800m에 달하는 4번 갱도에서 폭발력이 큰 수소폭탄 등 대형 핵탄두 실험 등으로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 오물풍선 테러를 겨냥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선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이 공개적으로 오물풍선에 대응해 군사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건 처음이다.“北, 깊이 400m 풍계리 3번 갱도서 전술핵탄두 실험 가능성”北, 美대선 전후 7차 핵실험 우려최근 ‘核심장’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더 깊은 4번 갱도 복구작업도 포착정부 “한미, 北주요 핵표적 집중감시”우리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물질 생산 시설 가동부터 핵 실험장 복구까지 7차 핵실험에 필요한 제반 조건들이 갖춰진 동향이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남 겨냥 전술핵탄두의 소형화·표준화에 이미 성공한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의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폐연료봉 인출·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두고 있다. 핵탄두에 실을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언제든 생산할 수 있다는 것.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된다. 북한은 또 다른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을 최근 전격 공개했다. 또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선 장비나 인력의 이동이 최근 늘어났다. 한미를 겨냥해 동시다발적 핵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당국은 최근 대북 정찰 주기를 좁히고 북한의 주요 핵 표적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깊이 400m 3번 갱도서 전술핵 실험 가능성”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지만 2022년 3월 전격 복원 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같은 해 3번 갱도 복구는 마무리한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최근 3번 갱도 등을 중심으로 장비 및 인력의 이동 등이 증가해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핵실험 직전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는 기폭장치 반입 등 결정적 단서는 없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있으면 수일 내로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당국이 7차 핵실험 장소로 풍계리 3번 갱도를 주목하는 건 복구가 일찌감치 완료돼 집중 관리를 받아온 데다 깊이 300∼400m의 이 갱도에서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 실험이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한국 전역을 겨냥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화산-31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최종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23일 “기술적으로 북한은 핵 소형화 등을 위해 몇 차례 더 핵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700∼800m 깊이의 수소폭탄 등 대형 핵탄두 실험이 가능한 4번 갱도에 대한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동향도 일부 포착돼 왔다. 향후 초대형 핵탄두나 여러 발의 전술핵을 이용한 추가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북한이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는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북한이 플루토늄과 HEU를 동시 증산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은 영변의 5MW급 원자로에 대해선 2021년 재가동된 뒤 3년이 지나 언제든 폐연료봉 인출·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보고 있다. 즉시 플루토늄을 추가 추출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은 이미 최대 12기가량의 핵무기를 바로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 70여 kg을 보유 중이라고 정보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영변 외에도 평양 인근 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이 일부 이뤄지는 정황도 포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이상기류로 핵실험 강행 부담 줄어”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직후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부각하고 나선 건 미 정권 교체기를 맞아 북한이 협상판 새로 짜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실장은 이날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란 많은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 하지 않았다”면서도 “잃는 걸 상쇄할 만한 전략적 유리점이 있을 때 할 텐데 미 대선 전후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 소형화 달성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핵실험의 충분조건임을 내세우면서 전략적인 유불리를 따지는 데 미 대선이 중요한 변수임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북한이 HEU 시설을 이유 없이 공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최근 북-중 관계 이상기류로 핵실험 감행에 따른 북한의 부담감이 다소 줄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22년부터 북한의 핵실험 준비 징후가 언급될 때마다 중국 당국은 북한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해 온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강하게 밀착한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과는 다소 거리가 생기면서 핵실험에 대한 운신의 폭은 넓어졌을 수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전·현 정권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은 전날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의견과 유사하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같은 날 ‘기존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전쟁이 끝났다. 평화가 왔다’면서 미국과 전 세계에 로비하러 다닌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대화를 포기하고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용산 “북에 동조” vs 文 “흡수통일로 상황 악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수행 중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고 의무”라며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앞서 임 전 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비현실적 통일 논의를 접어두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 이 관계자는 또 “(임 전 실장의 발언은) 이제 우리도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북한이 과연 통일을 포기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이 (고려연방제를) 주창할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이 나가면 연방제가 가능하다고 전제조건을 건 적이 있다”며 “따라서 이런 두 가지 전제조건에 동조하는 세력은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그런 의견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지난 정부를 돌이켜 보면 종전선언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힘에 대해 어떤 물리적 대응을 마련하느냐에 대한 준비는 허술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만 하며 평화를 지키겠다는 평화론이라면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의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해왔던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이 첨예한 대결구도의 최전선에 서면서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냉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지금처럼 (북한과)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면 언젠가 북-미 대화가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국가 수용론은 탈북민 포기” 비판 전문가들은 임 전 실장의 두 국가 수용론 및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 주장이 “탈북민을 우리 정부가 보호할 법적 근거를 없애고 영구 분단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땅을 우리 영토로 볼 헌법적 근거를 없애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남북 단절 조치를 이어가는 데 대한 전·현 정권 간 입장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전 장관은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전·현 정부가 정쟁을 벌이는 건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전·현 정권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0일 대통령실은 전날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의견과 유사하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같은 날 ‘기존 평화 담론과 통일 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전쟁이 끝났다. 평화가 왔다’면서 미국과 전 세계에 로비하러 다닌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대화를 포기하고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용산 “북에 동조” vs 文 “흡수통일로 상황 악화”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수행 중 기자들과 만나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고 의무”라며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앞서 임 전 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비현실적 통일 논의를 접어두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 이 관계자는 또 “(임 전 실장의 발언은) 이제 우리도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북한이 과연 통일을 포기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이 (고려 연방제를) 주창할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이 나가면 연방제가 가능하다고 전제조건을 건 적이 있다”며 “따라서 이런 두 가지 전제조건에 동조하는 세력은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그런 의견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지난 정부를 돌이켜 보면 종전선언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힘에 대해 어떤 물리적 대응을 마련하느냐에 대한 준비는 허술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만 하며 평화를 지키겠다는 평화론이라면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반면 문 전 대통령은 20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맞아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의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가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해왔던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문 전 대통령은 “(지금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이 첨예한 대결구도의 최전선에 서면서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냉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지금처럼 (북한과)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면 언젠가 북-미 대화가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국가 수용론은 탈북민 포기” 비판전문가들은 임 전 실장의 두 국가 수용론 및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 주장이 “탈북민을 우리 정부가 보호할 법적 근거를 없애고 영구 분단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땅을 우리 영토로 볼 헌법적 근거를 없애자는 것이기 때문이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남북 단절 조치를 이어가는 데 대한 전·현 정권 간 입장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대중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전 장관은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전·현 정부가 정쟁을 벌이는 건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한국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기습 발사했다.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 공개한 지 5일 만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며 대남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 앞서 정보당국은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소형화·표준화했다고 공식 평가까지 한 바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전 6시 50분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약 40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은 4.5t급 초대형 재래식 모의 탄두를 장착한 전술 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형(북한식 명칭)일 가능성이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 미사일은 탄두 무게를 늘리고 사거리는 줄이는 식으로 KN-23을 개량한 기종으로 최대 사거리는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600km가량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내달 1일 전략사령부를 공식 출범시킨다. 국방부 장관 소속인 전략사령부는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北, 핵탄두 소형화 이어 재래식 괴물 탄두로 남한 초토화 노려”北, 대남 투트랙 위협KN-23 개량형 추정 미사일 쏜듯… 탄두무게 4.5t보다 더 늘렸을 가능성“재래식-핵 전력 섞어 배합전 의도”… ‘북핵 대응 주도’ 전략사 내달 출범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로 가득한 핵물질 제조 시설을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최초 공개한 북한이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한국을 겨냥한 대남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했다. 대남용으로 소형화된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것. 이후 18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초대형 재래식 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군 안팎에서 보고 있다. 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한 북한이 재래식 탄두는 초대형으로 개발하는 등 ‘투트랙’ 도발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북한은 이처럼 핵·재래식 전력으로 번갈아 위협하며 향후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판 괴물미사일’로 서울 초토화 의도 앞서 7월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해 1발을 최대 사거리인 600km 이상 비행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 미사일의 탄두가 중량 4.5t급 초대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역시 KN-23 개량형 추정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 미사일은 400km가량만 날아갔다. 이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모의 탄두 무게는 4.5t보다 더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장착한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이 ‘현무-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판 괴물 미사일’이라 부를 만한 고중량·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이번에 시험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해 올 때 현무-5 미사일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 역시 ‘북한판 괴물 미사일’ 수십 발을 쏟아부어 서울을 초토화한다는 계획하에 지속적으로 탄두 중량 등 미사일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 타격용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 세트인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에 핵전력들을 건전지 갈아 끼우듯 쏠 수 있게끔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우리 정보당국이 공식 평가했다. 북한은 이러한 핵전력에 더해 파괴력을 극대화한 초대형 재래식 탄두 탄도미사일 등 고위력 재래식 무기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투트랙 대남 위협 전략’으로 관계가 악화된 한국을 겨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재래식·핵전력을 혼합한 ‘배합전’을 통해 한국을 점령할 것이란 의도를 북한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12월 김 위원장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한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남 적대화 정책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한동안 수해 피해 대응에 역량을 집중한 북한은 이제 한국은 물론이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미를 동시에 겨냥한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N-23 개량형 미사일의 최종 실전 배치를 위한 시험 발사부터 우선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 전력자산 통합 지휘 전략사 출범 우리 군 당국이 내달 1일 출범시킬 전략사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 북한 핵·WMD 위협 등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는 것. 다만 군 당국은 전면 실시 중인 대북확성기 방송 외에는 북한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대응은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명분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