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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이번 주 POLL+에서는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12~1시 휴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응답자 2만4322명 중 79%(1만9298명)가 “도입하면 안 된다”고 답했고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0%(4747명)에 그쳤습니다. ‘고수목마’ 독자는 “일반인들은 관공소에 볼 일 있을 때 점심시간대를 이용한다. 당연히 점심시간에도 공무원을 근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 더욱 그렇다”며 민원인이 많이 찾는 시간대를 피해 식사를 하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반면 ‘Jim88’ 독자는 “공무원 점심시간은 다른 회사의 점심시간과 연계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31년 전 독자의 편지에서 다룬 것사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 논쟁은 꽤나 해묵은 것입니다. 31년 전 동아일보에 도착한 독자 편지도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독자의 편지] 관청 점심시간 ‘휴무’, 교대근무 할 수 없나 (1991년8월25일)건물 등기부 등본을 교부받을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틈을 내 등기소에 들렀다. 12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안내하는 사람 하나 없고 10분 쯤 기다리고 있으려니 등기소 안에서 식사를 하던 중인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 “지금 접수를 하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전화 뿐 아니라 그 어떤 업무도 볼 수 없다며 1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기다렸다 접수를 하고 거의 1시간 이상 지나서야 등본 1통을 교부받았다. 최소한 다른 직장이라면 몰라도 관공서만큼은,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면 꼭 점심시간 1시간을 다 쓰느니 보다는 40분씩이라도 교대로 업무를 보아 민원인의 편의를 봐주면 어떨까. 박OO <서울銅雀구上道1동>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많은 관공서들이 점심시간 교대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공무원 당사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12시 점심시간 휴무는 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자의 휴식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측이 교대 근무, 순번제를 강요하며 사측의 의무를 노동자에게 떠넘겨 왔다”고 주장합니다. 전공노는 지난해 10월 ‘12시 멈춤! 공동행동’을 선언하며 12시 점심 휴무 쟁취를 다짐했습니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내년 4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고요. ● “교대근무 그렇게 어렵나”포털 뉴스 댓글은 대부분 12시 점심시간 휴무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댓글 다는 사람들의 직업 구성비만 생각해 봐도 이런 결과는 쉽게 추측할 수 있죠. 공무원보다는 비공무원이 훨씬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분석에서는 민심이 어떤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지 단어 간 연관성을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분석 대상은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 등 20개 언론사가 2021년 4월(광주시가 공무원 점심 휴무제 도입을 알린 시점)부터 2022년 12월27일 현재까지 공무원 점심 휴무제를 다룬 기사 36개와 댓글 713개입니다. ‘공무원’과 함께 쓰인 단어 중 빈도수 상위에 ‘세금’, ‘월급’, ‘봉사’, ‘연금’ 등의 단어가 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 단어들이 어떻게 조합됐을지 추측되시나요?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국민에 봉사’, ‘공무원 연금’ 등을 떠올렸다면, 맞습니다. 대표적인 댓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gefo****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이렇게 일시에 문 닫고 쉬면서 국민들 불편하게 해야 되나? 은행처럼 돌아가면서 밥 먹으러 가도 1시간만 보장받으면 되는 거 아냐? qoae**** 국민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다. 교대로 하면 되는 것인데, pure**** 점심시간 못 챙기는 불편함보다 그 이외 받고 있는 혜택을 생각해 보시길. 정시퇴근 못하시나요? 각종 휴가 못 쓰시나요? 언제 잘릴지 몰라 힘드시나요? 점심 다 함께 먹어야하는 생각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급기야 공무원 연금제를 손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sl11**** 이게 무슨 공무원이야. 일반 회사원이지. 왜 공무원 노후 보장하려고 일반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을 보존해줘야 하는 건지, 한번 물어나 봅시다.● “교대근무해도 제대로 밥 먹을 수 없어”빗발치는 비난 속에 12시 점심 휴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힘을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몰아세우기만 하는 건 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근무 인력이 적거나, 직원 수에 비해 일이 많은 곳에서는 교대로 식사를 하더라도 1시간 휴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거죠.jiki****밥 먹고 차 한 잔 마시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겨? 그리고 점심시간에 일을 시키려면 돈을 지급해.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한 명의 생활인이야, 정부가 악덕기업 역할 하는겨?ockh****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공무원도 인간이다.점심시간 휴무제로 몸살을 앓는 관공서가 있다면 민원 공무원의 교대 식사제를 운영하되 점심 휴게 1시간 동안은 확실히 쉴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없을까요?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이번 주 POLL+에서는 지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 폐기 기조에 대해 물었습니다. 현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응답자 3만598명 중 87%(2만6592명)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유지해야 한다(6%)”와 “폐기보다는 수정·보완해야 한다(7%)”는 의견은 총 13%(4006명)로 집계됐습니다. ‘유수산’ 독자는 “현 건강보험법은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번 국민에게 가혹할 정도로 많은 보험료를 요구한다”며 “나라에서 다 해 준다면서 국민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는 건강보험법은 악법으로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반면 ‘동래재활요양병원‘ 독자는 “서민들의 선택진료 부담, 비급여 부분 부담, 간병료 부담을 덜어주는 문재인 케어를 왜 포기해야 하느냐“며 폐기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문재인 케어 대수술 불가피’ 선언한 윤석열 정부 2017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실직이고 두번째가 의료비”라며 문재인 케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비급여 항목 3800여 개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MRI-초음파 등 건보 적용… ‘문재인 케어’ 30조원 투입’ )그로부터 5년 후, 윤석열 대통령은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며 문재인 케어를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대수술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MRI와 초음파 검사 등 과잉진료 문제가 지적돼 온 항목에 대해 건보 기준 적용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의료쇼핑’ 대책도 마련됩니다. 1년에 365회 이상 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해 본인부담비율을 90%까지 올린다는 방침입니다. 지난해 외래진료를 365회 이상 받은 환자가 2550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현 행 개 편 안 두통 환자의 뇌·뇌혈관 MRI신경학적 검사를 받기만 하면 적용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야 적용수술 전 상복부 초음파제한 기준 없이 적용'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연 365회 이상 과잉 의료 이용자본인 부담금 평균 20%본인 부담금 90%외국인 피부양자입국 즉시 적용입국 후 6개월 지나야 적용(배우자, 미성년자녀는 입국 즉시 적용) ● 국적, 세대 갈등 드러난 건보 보장성 문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민심은 어떨까요. 전국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 방송사 21곳이 복지위 국정감사 첫날인 10월5일부터 12월20일까지 네이버에 송출한 기사 78개와 여기에 달린 댓글 580개를 LDA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메인 토픽인 1번 토픽에는 ‘재정’, ‘중국’ ,‘ 노인’ 등의 단어가 빈도수 상위에 있습니다. ‘재정’은 건보 보장성을 높일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재원 문제를 걱정하는 댓글에서 주로 쓰였습니다. 문재인 케어가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내용입니다.osy0**** 엑스레이 찍어도 충분한 걸 MRI를 찍어서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국가는 최소한의 보장만 해주면 되는데 정권 유지를 위해서 선심정책을 남발해서 국가 재정을 도탄에 빠뜨렸다.‘중국’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건보에 기여하기보다는 혜택만 많이 받아간다는 피해 의식을 보여주는 댓글에 등장합니다.top8****중국인들이 문제인 케어로 의료 혜택 받는게 싫다. 몇 개월만 보험료 내면 의료혜택 받는게 말이 되냐? 중국 시진핑도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 그렇게 혜택 주나?ghjk**** 외국인들 혜택이나 이중국적자나 걸러내시오. 한국 국적 취소 안하고 방학시즌에 와서 의료투어 많이들 하더만.‘노인’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노인층이 윤 정부 때문에 건보 혜택을 덜 받게 됐다는 댓글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sos0**** 노인분들 병원 많이 가는데 혜택을 다 폐기하면? 윤석열 대선 투표 비중이 50대, 60대 이상이 높았는데 참나. 아이러니 하쥬?● ‘장모’가 빈도수 상위 19위, 왜? 댓글에 사용된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 빈도수를 세어보니 ‘건강’, ‘나라’, ‘의료’ 등 사이에 ‘장모’가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장모’의 빈도수는 상위 19위에 올라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는 경기 파주시의 요양병원 개설, 운영에 관여해 요양급여비용 22억9000여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로 2020년 11월 기소됐다가 지난 12월16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하지만 무죄 판결과 무관하게 이 사건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 보험료를 월 7만 원 낸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보험료 부실납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부정적 댓글의 논거가 되고 있습니다. enfr****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 9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 60억자산가 건보료 7만원 부정수급😡이런 거 땜에 적자나는거다!gofl**** ‘모럴 해저드’란 영어 쓰지 말고 ‘장모 편법술’ 때문이라고, 국어 , 국산 말로 건강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해 보게. 국가의 책무가 국민건강보험의 다양한 상황, 조건을 조절, 재조정하는 거라네, 그저 뒤집어 엎어버려서, 전 정권에 스트레스 푸는 것 아니네. 정말 유치해서 원!포털 기사의 댓글은 원래 원색적인 것이 특징입니다만 이번 주제와 관련해서는 더 원색적이고 독한 말들이 쏟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독한 말들이 오고가게 된 데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 몫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12월13일 국무회의에서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 재정을 파탄시켰다”고 말했죠. 건보 재정을 아껴 의료 사각지대나 중증 질환에 집중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엿보이지만 재정 적자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 해 여론을 분열시킨 것은 아니었는지. 댓글을 보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하나하나가 무겁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기자 nuk@donga.com}
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이번 주 POLL+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대전 등이 내년 1월1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1만4056명이 응답해 “지금부터 지자체 자율에 맡겨도 좋다(45%)”와 “전국 단일 방역체계를 유지해야 한다(53%)“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코로나 신규 확진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듯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 있습니다. ● “식당 문턱 넘을 때만 마스크 쓰라니…”포털 기사의 댓글은 의무 해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정책 기사 댓글은 보통 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쓰여지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해제를 주장하는 댓글이 얼마나 많은지 보는 대신 어떤 이유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분석에는 LDA알고리즘을 이용했습니다. LDA는 문서에 사용된 단어를 통해 해당 문서의 주제(topic)를 유추하는 알고리즘입니다. 분석 대상은 대전시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체 해제하겠다고 밝힌 12월2일부터 12월14일까지 네이버에 송출된 기사 381개와 댓글 1594개입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 댓글의 주제는 크게 5가지로 분류됩니다. 원의 지름이 가장 큰 1번 토픽이 이번 댓글의 메인 토픽입니다. 1번과 거리가 가까운 3번 토픽도 1번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번 토픽에는 ‘해제’, ‘식당’, ‘착용’, ‘강제’ 등이, 3번 토픽에는 ‘대중교통’이 빈도수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맞물려 ‘식당’과 ‘대중교통’이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강제’라는 단어와 함께 많이 사용됐음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래와 같은 댓글입니다. heun**** 식당, 까페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 벗고 있다가 출입문 통과하는 순간에만 마스크 쓰고 출입문 넘어가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덜 떨어진 짓을 1월 말까지 계속하라고? youn**** 식사 할 때는 얘기하고 밥 먹고 하는데 식당 들어갈 때는 마스크 쓰고 들어오라 하는 웃픈 현실. djzo**** 클럽, 유흥업소, 술집, 카페보다 대중교통이 위험한 근거는 무엇?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선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며 식사하는데 대화할 일이 많지 않은 지하철,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 방역’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4번째 토픽에는 이런 불신이 좀 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학’, ‘통제’, ‘타도’, ‘독재’ 등이 상위에 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외국 사례도 자주 언급됩니다. umy2**** 실내마스크를 왜 써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도 없으면서 헛소리.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미국 같은 선진국은 다 자율로 풀었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영유아 등 감염 취약자를 위해 계속 착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눈에 띕니다.gogo**** 확진자 세계 넘버 1에 무슨 마스크를 벗냐 ? grac**** 실내마스크 계속 쓰자. 갓난쟁이들은 마스크 못 써서 실내 가면 다 걸릴 판이야.“팬데믹은 사회적 합의로 끝난다”정부는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르면 내년 1월 해제할 방침임을 밝혔습니다. 언제 해제할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할 고위험 시설의 범위는 어떻게 할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포함시킬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칼로 무 베듯 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할 과학적 데이터가 과연 있을까요? 그런 데이터가 있었다면 마스크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벌써 정부가 공개했겠죠.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팬데믹은 끝났다”고 발언한 후 거센 후폭풍도 일지 않았겠죠.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는 한 칼럼에서 “팬데믹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끝난다”고 썼습니다. 어떤 팬데믹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0이 된다든지 모든 인구가 백신을 맞는 날 종식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확진자 수라든지 마스크를 쓰냐 마냐에 더 이상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날이 팬데믹이 끝나는 날이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정부는 얼마나 과학적 근거를 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느냐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할 때 정부는 잘 했습니다. “예방접종과 치료제 및 병상 확보 정도, 해외 국가의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추세, 코로나 재유행 안정세 진입을 두루 고려했다”고 설명했고 사람들은 불만이나 불안감 없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만하면 됐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유연한 착용 가이드를 만들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보다는 “감염 취약자를 배려해 달라”는 말로 호소력 있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마스크 의무를 자율로 전환했을 때 방역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 여부도 우리 사회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죠.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동아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설문에 응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에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추가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선보입니다. 이번 주 POLL+ 이슈는 성범죄자의 주거제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형량을 다 채우고 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는 질문에 1만5827명 중 83%(1만3097명)가 “합당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 의견은 15%(2417명)에 그쳤습니다. 거주지 제한에 찬성한다는 ‘닉네임한글여덟자’ 독자는 “재범 우려 때문”이라며 “성범죄자, 특히 아동성범죄자는 갱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울이’ 독자는 “교도소 수감 목적이 교정인데 수감을 통해 교정된 사람의 주거를 제한한다는 것이 과잉 조치”라며 “출소 후 재범이 우려되면 수감을 통한 교정이 안 된다는 것이니 평생 약물 투약 등 다른 종류의 교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사 댓글은 좀 더 살벌했습니다. 10월1일부터 12월7일까지 두 달 간 ‘성범죄자 출소’, ‘성범죄자 주거제한’을 키워드로 포털 뉴스 192개, 댓글 477개(중복 댓글 삭제)를 끌어와 살펴보니 477개의 댓글 중 “주거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은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단어 사용 빈도를 보면 댓글에 사용된 단어 6937개 중 ‘사형(10위)’, ‘놈(16위)’, ‘거세(22위)’, ‘무인도(26위)’ 등 처벌강화, 격리, 고립을 의미하는 단어가 상위에 올라 있습니다. ‘성범죄자’와 ‘무인도’ 간 상관관계도 높았습니다. ‘성범죄자’가 있는 댓글 문장에 ‘무인도’도 함께 자주 언급됐다는 의미입니다. verd**** 여성 열명을 성폭행하고 15년 형을 받은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범죄자의 인권이 왜 보장되어야하나요.(김근식은 미성년자 10여 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 복역함) skei**** 성범죄자들은 별개의 마을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되도록이면 무인도로.일부 국가는 아동 성범죄자 거주를 제한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거주 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상 가치와 충돌한다는 의견을 고려해 법제화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총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주거 제한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러나 댓글민심에는 전과자 신상과 주소를 공개하고 성충동조절 치료와 전자장치 부착, 외출시간 제한 등으로 관리 감독하는 현재의 조치만으로 재범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이 담겨 있습니다. 주어진 형기를 채우고 나온 성범죄자를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데 강경 일변도 조치만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지금보다 설득력 있는 성범죄자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동아일보의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설문에 응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에 포털 기사의 댓글 분석을 추가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매주 토요일 선보이려고 합니다. 이번 주 POLL+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조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윤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3만842명이 응답했습니다. 89%(3만954명)가 “잘했다”고 한 반면 “잘못했다”는 응답은 10%(3475명)에 그쳤습니다. ‘잘했다’는 독자는 “대통령의 흠만 잡으려는 기자들 앞에 서서 좋은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슬리퍼’는 ‘예의 없음’을 의미 좀더 다양한 독자층이 접속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민심은 어땠을까요? 데이터톡은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한 11월21일부터 12월1일 기간 중 도어스태핑 중단을 다룬 기사와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을 네이버 뉴스 섹션에서 끌어와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기사 278개, 댓글 1851개 입니다. 댓글 분석에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 ‘연관성 분석’입니다. 한 문장, 혹은 한 단락 안에서 특정한 두 단어가 자주 등장하면 두 단어의 연관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요, 도어스테핑 댓글을 뜯어보니 “슬리퍼-기자” 단어 조합이 상위에 올라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슬리퍼’와 ‘기자’가 함께 언급된 댓글이 많았다는 의미죠. ‘슬리퍼’ 단어빈도 역시 상위 10%에 속해 있을만큼 ‘슬리퍼’는 이번 사태의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슬리퍼’ 단어를 사용한 댓글들은 대개 ‘기자의 예의 없음’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zigu**** 기자가 기본 예의도 없이 슬리퍼 질질 끌고 시비 터니까 중단 할 수 있지-ykw0**** 슬리퍼 끌고 와서 쌈질하겠다는 말투와 태도! 이게 기자냐? 슬리퍼처럼 사소한 것에 연연하는 것이 ‘쪼잔해 보인다’, ‘괜한 트집 잡는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이런 의견은 2~3개에 그쳤습니다. kweo**** 슬리퍼 신은 기자들 한둘이 아니더만. SNS에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트집 그만 잡고. 다른 언론사들 어떻게 하나 한번 보겠다. 이건 전형적인 언론길들이기 언론 탄압인데.(하략)● “하지 마, 그냥”은 누구를 탓하는 말? ‘그냥’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단어 조합도 연관성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그냥’은 “하지 마”라는 말과 함께 주로 쓰였는데요, 우리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을 때 툭 내뱉듯 “하지마, 그냥”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냥’이 ‘기자’, ‘대통령’과 각각 쌍을 이뤄 여러 차례 언급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하지마, 그냥” 앞에는 보통 “이럴 거면”이라는 조건문이 축약돼 있는데, 이 조건문에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기자’라는 의견과 ‘대통령’이라는 의견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죠. step**** 대통령이 문제가아니라 기자들 수준이 저질이라 도어스테핑이 의미가 없다. 질문도 싸우자는 식의 말투의 시장 잡배수준. 그냥 안 하는 게 답이다“이런 의견은 “MBC에 밀리지 말라”는, 윤 대통령 지지층의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래 의견은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도어스테핑도 중단하라”는 비지지층의 주문으로 해석됩니다. ybr8****그냥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게 대부분의 국민들의 여론입니다. 나타나서 문제만 일으키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기가 싫다는 것입니다. 데이터톡은 이번 분석에서 댓글민심이 어느 쪽을 더 무겁게 질책하는지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포털 기사 댓글에 특정 집단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어 연관성만 살펴봤습니다. ● ‘용산’은 ‘소통’의 상징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용산-소통’ 단어 조합입니다. ‘용산’을 언급한 댓글은 대개 “계속 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이 소통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gyu9**** 소통하려고 용산 간 거 아니었냐?-ring****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간 거라더니, 아무도 못 보게 아예 셔터 내려버리는 거냐?용산의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시민, 기자들과의 접촉이 많은 ‘소통의 대통령’이고 도어스테핑은 용산 시대 개막의 상징이니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용산-소통’ 조합보다 2단계 아래 랭킹된 ‘언론–탄압’ 단어조합은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고 있습니다.skyj**** 자유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대통령이라니 전혀 앞뒤가 안 맞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고 말하는 자유는 도대체 무엇인가요?hgju**** 문대통령이 독재고 불통이라고 떠들던 국힘아, 제멋대로 용산 이전, 언론탄압, 무책임, 여론무시, 영수회담도 안하는 윤석열은 뭐라고 할래? 독재에 불통은 너희가 하는 것 아니니?우리는 상대방과 화해, 화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때 “하지마, 그냥”이라고 말해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이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겠죠. 네티즌은 “하지마, 그냥”이라고 했지만 여기에 담긴 민심은 정말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 겁니다. “하지마, 그냥” 앞에 있는 “이럴 거면”이라는 조건문을 잘 해석한다면 현명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현지기자 nuk@donga.com}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가족 4명이예요. 요새 식비 얼마나 쓰세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아껴 써도 100만 원 넘네요. 여기에 외식비랑 배달시키는 것까지 하면 150만 원이 넘어요. 저흰 외식도 많이 안 하고 몸이 힘들 때나 사먹거든요. 진짜 물가가 장난이 아니네요”“△△△ 초3, 중1 아들 있어요. 식비만 거의 200만 원 드는 것 같아요. TT”“○ 중딩, 초딩 여자애 둘 있는데 외식 배달은 두세 번 정도인데도 고기 사랑, 과일 사랑이라 식비만 한 달에 150만 원요.” 물가상승률 6% 시대, 허리띠를 조이는데도 지출은 점점 늘고 내가 낭비를 하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처지인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올라옵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MD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4인 가구는 외식비로 월 평균 57만3150원 지출했습니다. 집에서 밥 해먹을 여력이 적은 맞벌이 가구는 이보다 5만 원 많은 62만6625만 원을 썼습니다. 외식비는 식당에서 쓴 비용과 배달음식 시켜 먹은 비용, 일터에 나와 쓴 식사 비용을 모두 포함합니다. 2분기 외식비 지출은 1분기(1~3월) 월 평균 49만 원보다 8만 원 많았습니다. 4인 가구가 한 번 외식할 때 보통 5만~10만 원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식 두 번 더 할 수 있는 비용이 인플레이션 속에 녹아 사라진 셈입니다. ○ 그동안 못했던 외식 좀 하자는데… 한 달에 외식을 세 번 한 4인 가구의 지출금액을 따져봤습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에 중국 음식 한 번, 치킨 한 번 먹었을 뿐인데 22만 원이 나옵니다. 식당 주인들은 “식재료 값이 오르고 인건비도 올라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외식 수요가 늘어나 음식값을 밀어올린 요인도 있습니다. 배달비도 무섭게 오르고 있죠. 배달비는 지난해 평균 3000원이었지만 올 들어 대부분의 업체가 500~1000원 인상했습니다. 최근 한 택시 기사는 “통닭 배달은 1.5km에 4500원이다. 주말이면 500원, 비가 오면 1000원 할증한다. 사람 운송은 2km에 3800원이다. (사람이) 통닭만도 못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하죠. 배달비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니까 정부가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 배달비를 공개하는 배달비 공시제까지 도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 밥값 아끼려 고기, 과일 덜 사먹었다 식비는 소득이 줄거나 가격이 오르더라도 지출 금액을 줄이기 힘든 비탄력적 비용입니다. 외식비와 집밥 해 먹는 비용(식재료 구입비)을 모두 합친 식비 총액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4인 가구 식비 총액에서 눈길 가는 대목은 식재료 값이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밥 비용이 지난 분기보다 오히려 5만 원 가량 줄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뭔가를 덜 사먹었다는 얘기인데, 품목별로 살펴보니 고기와 과일 구입비가 올초에 비해 각각 1만1000원, 9000원 가량 줄었습니다. 다른 식재료 구입비는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이었습니다. 고기와 과일은 가장 인기 있으면서도 가장 비싼 식재료 중 하나 입니다. 더 저렴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취약한 품목이기도 합니다. 식비 걱정에 장 볼 때 고기, 과일을 집어들었다가 가격표 보고 다시 내려놓은 경험이 모두 한 두번 있었던 셈이죠. 고기, 과일을 덜 사먹은 덕(?)에 집밥 해먹는 비용이 외식비보다 적어졌습니다. 이것도 2020년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허리띠를 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외식비와 집밥 비용을 합친 전체 식비는 111만1690원. 여전히 사상 최대였습니다. 가계소비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했습니다. 그만큼 다른 곳에 지출할 여유가 없어진다는 얘기인데요. 인플레이션 속에 ‘생계유지형 소비’로 내몰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데이터톡은 5월 11일부터 7월 8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이뤄진 도어스테핑에서 윤석렬 대통령이 어떤 단어를 많이 썼는지, 단어와 단어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텍스트로 옮겨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후 단어를 하나하나 떼어내 빈도수에 따라 정렬했습니다.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글쎄(요)’였습니다. ‘글쎄(요)’는 총 52회나 언급돼, 뒤따르는 ‘우리(30회)’ ‘문제(28회)’, ‘생각(25회)’, ‘국민(24회)’, ‘대통령(22회)’보다 2배 가까운 빈도를 기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법조인 출신답게 ‘법’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법(13회)’, ‘법률(5회)’,‘헌법(4회)’, ‘사법’, ‘법안’, ‘법치국가’, ‘법률가’(각 2회)’의 빈도는 모두 합쳐 30회였습니다. 인사 논란과 함께 ‘인사(11회)’, ‘사람(16회)’, ‘장관(9회) 등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 ‘글쎄(요)’는 정치·외교 관련 단어와 연관성 높아 이어 단어 간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연관성 분석은 한 문장, 혹은 한 단락 안에서 특정 두 단어가 얼마나 자주 동시에 등장하는지 계산해 두 단어의 연관성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장바구니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방법론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이력에 기저귀와 맥주가 동시에 자주 나타난다면 “기저귀를 구매하는 사람이 맥주를 구매할 가능성도 높더라”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겠죠.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장관’과 ‘문제’, ‘인사’와 ‘역량’, ‘국회’와 ‘상황’, ‘위기’와 ‘경제’, ‘물가’와 ‘관리’, ‘법(원칙)’과 ‘따라서’의 단어 쌍이 연관성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 위기다”,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인사 기준은 전문성과 역량에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 하겠다”는 평소 발언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그러면 최다빈도어인 ‘글쎄(요)’는 어떤 단어들과 연관성이 있을까요? ‘글쎄(요)’는 ‘음’이나 ‘저’처럼 말문을 열 때 흔히 붙이는 의미 없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관성 분석을 해보니 특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글쎄(요)’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건 ‘생각’, ‘문제’ 등이었습니다만 이는 흔히 보이는 패턴이니 의미 있다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연관성 높은 단어는 ‘입장’, ‘검토’, ‘국회’, ‘나토’, ‘법(헌법)’, ‘정치’ 등 정치나 외교 관련이었습니다. ‘글쎄(요)’와 이 단어들의 연관정도는 ‘금리’, ‘물가’, ‘세계’ 등 경제 이슈 단어보다 높았습니다. “글쎄(요)”가 100개의 문장에서 쓰였다면 정치, 외교 관련 단어가 3~4회, 경제 관련 단어가 2회 정도 함께 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쎄(요)’는 다른 사람의 물음이나 요구에 대해 분명하지 않은 태도를 보일 때 주로 쓰는 감탄사입니다. 정치, 외교 관련 단어와 ‘글쎄(요)’의 연관성이 높다는 건 이 분야 질문에 대해 “확실한 입장이나 명확한 답이 아직 없다”고 말하고 싶은 윤 대통령의 심리가 투영돼 있다고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글쎄(요)’와 비슷한 맥락에서 또 하나 주목된 것은 ‘하여튼’의 빈도였습니다. ‘하여튼’은 ‘과거’, ‘상황’, ‘얘기’와 함께 10회 언급됐습니다. ‘장관(9회)‘, 정책(8회)’, ‘언론(8회)’에 비해서도 빈도수가 높습니다.‘하여튼’은 ‘무엇이 어떻든’이라는 의미입니다. 논리를 갖춘 말과는 거리가 멀죠. “알아서 할테니 너는 그냥 따라와”라는 느낌도 있고요. 도어스테핑에서 ‘메시지 리스크’가 점점 부각되고 있는 건 이런 단어의 사용과 관계없을까요?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매일 새벽 온라인으로 그날의 스크랩 내용과 예상 현안에 대한 자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참모들의 제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때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의 첫 취지와 장점을 살리려면 ‘글쎄(요)’나 ‘하여튼’과 같은 말이 가급적 나오지 않도록 좀 더 준비를 하고 기자단과 만나야 할 것 같네요.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Data Talk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전달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 요새 점심 회동을 하려면 1인 당 얼마 정도 예산을 잡으면 적당할까요? 서울 시내에선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려면 1만5000원도 부족할 것 같네요.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를 조금씩 떨어뜨려 ‘조용한 도둑’이라고도 불립니다. 지금의 100만 원이 10년 뒤 100만 원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은퇴 후 쓰려고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목돈을 모으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물가상승률에 내 돈의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 적금 붓기도 꺼려진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처럼 높은 물가상승률은 10년 뒤, 20년 뒤 내 돈의 가치를 얼마나 잠식할지, 목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돈벌이는 과연 몇 살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데이터톡이 따져봤습니다. ● 지금 1억 원은 10년 후 얼마의 가치? 지난 10년 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1.4%였습니다. 10년 전 목돈 1억 원을 예금 금리 2%로 은행에 넣어놓았다면(보통 현금 1억 원을 금고에 넣지 않고 은행에 넣어 두니까 예금 금리 만큼 투자수익률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10년 전 1억 원의 실질가치는 지금 1억608만 원이 되어있겠죠. 실질가치가 뭐냐고요?1년 전 월급이 300만 원, 생활비도 300만 원이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1년 뒤인 현재 물가가 10% 올라서 생활비가 330만원이 들게 됐습니다. 월급은 여전히 300만원입니다.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어디서 30만 원을 빌려야 하겠죠. 1년 전 300만 원 몫을 하던 월급이 이제 그만큼의 몫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내가 가진 돈의 액수는 달라지지 않더라도 물가상승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재화가 줄어들면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돈의 가치를 실질가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1억 원의 실질가치는 물가상승률이 금리(투자수익률)보다 높아지는 순간부터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물가상승률이 1.4%보다 1%p 높은 2.4% 수준이라면 지금 1억 원의 실질 가치는 10년 뒤 9616만 원, 20년 후에 9247만 원, 30년 후에는 8892만 원이 됩니다. IMF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4%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죠.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계속 4%를 유지한다면 지금 1억 원은 10년 후 8235만 원, 20년 후 6782만 원, 30년 후 5585만 원이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내 돈의 절반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35세에 5억 원 있어도 파이어족 불가능 물가가 치솟으면 돈벌이를 계속해야 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싱글이라면 적게는 5억 원의 금융자산만 모아도 퇴직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데이터톡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와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35세에 5억 원이 있어도 물가상승률이 2.4%를 넘어가면 파이어족(30대 후반~40대 초반 은퇴)이 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현재 35세인 싱글인 A가 5억 원의 자금을 모아 연 4%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에 넣어놓았다고 가정해 봅니다. 사망 예상 시점은 84세(한국인 기대 수명, 2020년), 은퇴 후 예상생활비는 월 165만 원(국민연금연구원, 2020년)입니다. 옆의 그래프를 보죠. 물가상승률이 1.4%인 경우 A는 38세에 일을 그만둬도 다른 이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38세 이후부터는 사망 시점까지 필요한 생활비의 총액(주황색 선)이 내 자산의 가치(파란색 선)보다 적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아질수록 생활비 총액선이 ‘내가 모은 돈의 가치’ 선과 만나는 지점은 점점 뒤로 밀립니다. 물가상승률이 2.4%라면 초록선과 파란선이 만나는 45세에야 은퇴가 가능합니다. 40대 초반에 파이어족이 되겠다는 꿈은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3.4%라면 55세에, 물가상승률이 4%라면 60세에나 퇴직할 수 있습니다. 30세 싱글이면서 금융자산 3억 원을 모은 B의 사례를 하나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B는 A보다 나이가 적어 앞으로 살아갈 날이 A보다 더 많은데 모아놓은 돈은 A보다 적기 때문에 퇴직 가능한 시점이 A보다 늦습니다. 물가상승률이 1.4%인 경우 B는 48세에 은퇴할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2.4%이라면 57세에, 3%라면 66세에 은퇴가 가능합니다. 물가상승률이 4%라면 70세나 퇴직하겠네요. 30세에 3억 원이 있어도 조기은퇴는 불가능한 셈입니다. ( ̄ヘ ̄;)●WSJ, “살인적 물가에 4% 법칙 흔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은퇴자들이 수십 년 간 안전한 공식으로 여겨오던 4%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Cut Your Retirement Spending Now, Says Creator of the 4% Rule‘, 2022년 4월19일) 4% 법칙이란 은퇴 첫해에 노후자산의 4%를 꺼내 쓰고 이듬해부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만큼 조금씩 늘려 꺼내 쓰면 최소 33년 간 자금고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으로, 1994년 미국의 재무 전문가 빌 벤젠이 만들었습니다. 빌 벤젠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이번 인터뷰를 통해 1926년 이후 지금까지 4% 법칙이 유효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의 물가 급등이 장기적 추세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이 설 때까지는 더 조심스럽게 지출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같이 유례없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 아래서는 매달 노후 자산의 4%보다 적게 꺼내 써야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투자조사 전문기관인 모닝스타는 인출액을 3.3%로 낮춰야 노후 30년이 안전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의 시뮬레이션이나 벤젠의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지금 같은 인플레 상황 아래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거나 더 오래 돈벌이를 할 궁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지네요. 국내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3~4%대의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적어도 물가상승에 기름 붓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18, 19대 대선 당시 기업과 관련한 양당 후보 기사에서 많이 언급된 ‘경제민주화’가 20대 대선 때는 ‘투자자’ 등 실리적 키워드로 대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는 18∼20대 대선 D―90일부터 90일간 두 명의 대선 후보가 함께 언급된 10대 종합일간지 기사 중 기업과 관련한 특정 키워드가 적어도 하나 이상 들어간 기사를 전수 분석했다. 기업 관련 키워드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5대 그룹 사명과 총수 이름, ‘기업’, ‘재벌’, ‘총수’ 등을 포함해 모두 25개로 설정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빅카인즈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1만2477개 기사의 24만여 단어였다. 고유명사나 지역명 등을 제외하고 20대 대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일자리’였다. 일자리는 18대, 19대에서도 각각 2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과 밀접한 단어였다. 20대 대선에서의 특징적 키워드는 ‘투자자’(2위), ‘코스피’(15위), ‘주식시장’(21위), ‘거래소’(23위) 등 주식투자와 연관된 단어들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맞붙은 18대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자주 거론됐다. 이는 문 대통령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경쟁한 19대 때도 7번째로 많이 나온 단어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키워드 ‘톱30’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선 두 대선에서 나란히 3, 5위에 오른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이번에 7위, 17위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20대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톱30’ 안에 ‘불공정’(12위), ‘공정성’(14위), ‘불평등’(18위) 등 MZ세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공정 관련 키워드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현지 기자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김현지 기자 nuk@donga.com}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가 우세했던 읍면동 중 38.6%의 표심이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선인 쪽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동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대 대선 전국 읍면동 대선 개표 현황을 19대 대선과 비교 분석한 결과 19대 때 문 후보가 우세했던 2101개 읍면동 가운데 811곳(38.6%)에선 20대 때 윤 당선인이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표심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반면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우세했던 1287개 읍면동 가운데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우세로 돌아선 지역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강원 원주시 지정면.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등 3곳에 불과했다. 이번 분석은 2022년 3월 현재 전국 3510개 읍면동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행정동이 나뉘거나 이름이 바뀌어 19대 대선 결과와 20대 대선 결과를 직접 비교분석하기 힘든 122개 읍면동을 제외하고 남은 3388곳의 표심을 대상으로 했다. 표심이 뒤바뀐 읍면동 중 윤 당선인이 높은 표차로 이 후보를 이긴 상위 3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3동과 강남구 대치2동, 개포1동이었다. 해당 지역에서 윤 당선인과 이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50%p를 웃돌았다. 이밖에 부산 수영구 남천제2동(37.8%p)과 해운대구 우제2동(35.2%p),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1동(35.8%p)에서도 윤 당선인이 많은 표차로 이 후보를 이겼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다른 후보를 제치고 우위를 점한 읍면동은 한 곳도 없었다. 심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4.7%). 해당 지역에서 이 후보와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각각 48.4%, 46.1%였다. 심 후보 득표율 상위 10개 지역 중에서는 마포구 합정동, 연남동, 서교동, 성산1동, 망원1동 등 서울시 마포구 소재 읍면동이 5곳이나 돼 눈길을 끌었다.※ 내가 사는 동네의 표심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https://www.donga.com/ISSUE/vote2022/votingRate?s=20_g)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결국 서울이 승부를 갈랐다. 3·9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에서만 325만5747표(50.56%)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5.73%·294만4981표)를 31만766표 차로 이겼다. 특히 지난 19대 대선 때 민주당이 석권했던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곳을 되찾아왔다는 점에 국민의힘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서울 민심을 잡지 않고는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이번 대선 표심이 6월 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尹, 강남 서초서 60% 몰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서울 강남(67.01%) 서초구(65.13%)에서 60%가 넘는 압도적 몰표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 조치에 따른 분노 투표로 해석된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강남3구와 용산구 외에 서울 종로 중구 성동 광진 동대문 마포 양천 영등포 동작 강동구 등 10개구가 이번 대선에선 윤 당선인을 택했다. 이른바 ‘마·용·성’과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벨트’ 라인으로, 모두 이번 정부 들어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노원과 도봉구 등 강북 지역에서도 이 후보에게 1∼3%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밀리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심상치 않은 강북의 재건축 민심에 1월 노원구 상계동의 노후 아파트 단지를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도 진행했지만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개표단위별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체 상계1∼10동에서 3개동을 제외하고 이 후보를 이긴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부동산 민심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전체 약 25만 표 차로 진 것에 서울이 큰 숫자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 尹, 이대남 구애 집중하다 이대녀 역풍 부동층 비중이 높아 이번 대선의 최대 ‘캐스팅보터’로 꼽혔던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정반대로 쪼개졌다. 9일 투표 직후 나온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 득표율은 윤 당선인이 58.7%, 이 후보가 36.3%였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은 이 후보가 58%였고 윤 후보는 33.8%에 그쳤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20대 남성 지지율에 줄곧 주력해 온 국민의힘이 목표했던 ‘이대남’ 표심을 빨아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20대 여성들은 이 후보 편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텔레그램 ‘n번방’ 사태를 밝혀낸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활동가가 선거 막바지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등 지지를 호소한 것도 20대 여성 표심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 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은 여성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모습을 선거 전략으로 삼아왔다”며 “많은 여성이 이에 분노해 투표로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 이번 선거운동 과정 내내 윤 당선인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향해 구애를 이어갔고,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출신인 점을 앞세워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민심에 호소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주의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광주·전남·전북에서 각각 12.72%, 11.44%, 14.42% 득표율에 그쳤다. 호남 지역은 80% 넘는 지지를 이 후보에게 보냈다. 이 후보 역시 대구·경북에서 각각 21.60%, 23.80%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윤 후보는 70% 넘는 지지를 받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빙 승부 속에 이뤄진 야권 후보 단일화와 사전 투표 논란으로 양당 지지층이 ‘영끌 결집’한 결과”라며 “결국 지역주의를 극복할 만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양당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현지 기자 nu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2017년 19대와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결과를 비교한 결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3분의 1에 달하는 76개 시군구에서 표심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대선에선 민주당 지지가 우위였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19대 대선의 경우 이전 18대 선거와 비교해 87개 시군구에서 표심 이반이 일어났다. 20대 대선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민심의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10일 동아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4개에서 표심이 뒤바뀌었다. 이들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으나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서초구와 강남구에선 가장 높은 표차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겼다. 서울은 앞선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이 석권한 지역이다. 19대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25개 자치구를 싹쓸이했고, 18대 대선에서도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울산의 표심 변화도 두드러졌다. 부산 지역 16개 시군구 모두에서, 울산은 5개 시군구 중 4개에서 윤 후보가 높은 표차로 이 후보를 이겼다. 19대 대선에서는 부산 13개 시군구와 울산 전역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면서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려온 충청의 경우 이번에 30개 시군구 중 26개에서 윤 후보 지지가 높았다. 19대 대선에서는 23개 시군구에서 문 재인 후보 지지가 우위였다. 충청의 선택이 대선 결과를 보여준다는 선거 공식이 이번에도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이지만 최근 민심의 변화가 관심사였던 광주와 전라도는 이 후보에게 84.6%의 표를 몰아주며 지역 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도 19대 대선 때보다 컸다. ※ 내가 사는 동네의 표심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https://www.donga.com/ISSUE/vote2022/votingRate?s=20_g)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제10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해군 특수전전단(UDT) 김정호 준위(47)가 선정됐다. 1994년 하사로 임관한 그는 27년 군 생활 동안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구조작전,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한진텐진호 구출작전 등 군의 여러 주요 작전과 여섯 차례 해외 파병에 지원해 헌신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준위는 올해 2월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을 타고 아덴만 일대로 이동해 선박 좌초로 막힌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임무 등을 수행해왔다. 그는 “개인의 상이 아니며 UDT 전체를 대표해 받은 영예로운 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청해부대 4번째 파병… “생명 구하는 희생, 본질은 사랑이죠” 大賞 김정호 준위 목숨을 건 잠수였다. 30cm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과 물속에서 태풍을 맞는 듯한 높은 파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저체온증이 오는 3도의 수온. 구조작전은 잇단 강풍에 중단되기 일쑤였다. 2010년 3월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상은 해군 특수전전단(UDT) 김정호 준위(당시 상사)의 말처럼 “잠수를 하기엔 너무나 거친 환경”이었다. 당시 김 준위는 48시간 동안 여섯 차례나 심해로 뛰어들었다. 동료들과 가까스로 천안함 함수에 부표를 설치했지만 그는 함미에서 수중 작업 도중 어지럼을 호소하다 결국 실신한 뒤 감압치료를 받고 깨어났다.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던 19년 선배 한주호 준위는 끝내 스스로 올라오지 못했다. 작전 중 처음 겪는 동료의 사망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그를 괴롭혔다. 지금도 15년을 동고동락한 한 준위와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천안함 승무원 구조작전을 마친 그해 휴식 없이 청해부대 6진 파병에 지원한 뒤 김 준위는 2011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함교를 장악한 뒤 “대한민국 해군입니다”라는 외침에 선원들이 환하게 웃던 그때 그 모습은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후로도 그는 2015년 청해부대 18진, 2017년 25진에 자원해 아덴만 일대에서 해적 퇴치 및 선박 보호 임무를 완수했다. 악명 높은 UDT 훈련 속에서 항상 ‘팀’과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희생의 본질은 사랑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청해부대 34진으로 아덴만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그는 4월 27일 위성전화 통화에서 “천안함 구조 때 아찔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며 “생존해 있을 전우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구조작전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네 번째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 올라 우리 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 중인 그는 8월 중순 귀국한다. 빈틈없는 경계로 밀입국 중국인 2명 적발 지난해 9월 5일 오전 1시 반경. 수 km 밖 해상에 정박된 선박 주변에서 육지로 접근하는 미세한 열점(熱點) 2개가 감시장비에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은 김민석 육군 53보병사단 125연대 4대대장(중령)은 즉각 예상 접안 지역에 병력을 출동시켰다. 열점 형태와 이동 경로를 볼 때 외부 세력의 침투임을 직감한 것. 상부 보고와 해경과의 공조 작전도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져 밀입국을 시도하던 중국인 선원 2명은 조기에 검거됐다. 김 중령은 “적이 반드시 내 구역으로 침투해 온다는 각오로 부대원들과 대비태세에 구슬땀을 흘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격오지 부대의 지휘관 및 참모를 맡아 작전 성과를 올렸다. 2006년 최전방 경계부대의 중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북한군이 우리 군에 소초 총격 도발을 했을 때 즉각 응사 및 경고방송을 지시했다.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때는 군단 지휘통제반장으로 최초 상황 조치에 기여했다. 2007년엔 부대원의 부모를 노린 송금 사기 사건을 발견해 조치한 공로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생활범죄 수사 베테랑… 793건 맡아 922명 검거 ‘우산, 카메라 삼각대, 택배 상자, 자전거….’ 언뜻 보면 특별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 강원경찰청 태백경찰서 전욱창 경감(57)은 지난 3년간 이런 물건들을 애타게 찾아다녔다. 전 경감은 앞서 춘천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장으로 생활범죄 793건을 맡아 총 922명을 검거했다. 전 경감은 30여 년의 경찰 생활 가운데 20년을 형사과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강력사건을 해결하던 그는 처음 생활범죄수사팀으로 발령받아 피해액 500만 원 이하 소액 사건을 맡자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를 이 잡듯 뒤져 사라진 물건이나 돈을 찾아주면 활짝 웃는 민원인을 보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대학 캠퍼스에서 33회에 걸쳐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을 훔친 남성, 영세시장 상가에 침입해 김치 등을 훔친 노인 등. 그가 해결한 사건들은 사소하지만 일상과 가까웠다. 전 경감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베스트 형사팀장’으로 선정됐다. 전 경감은 “민원인의 사연이 담긴 소중한 물건을 언제든 찾아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행복드림 상담실’ 제안… 가정학대 예방 앞장 “그늘 속 위기 가정을 발굴해 변화시키는 것이 제가 뛰는 이유입니다.” 올해 5년 차 ‘학대예방경찰관(APO)’인 전북경찰청 전주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최은해 경위(47)는 지난해 7명의 아이를 쓰레기더미 집에서 구출했다. 폭력 가해자가 변해야 가정폭력을 끊을 수 있다는 뜻에서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가해자를 위한 ‘화목한(가해자) 상담실’은 2019년 최 경위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25명의 가해자와 소통했던 최 경위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가정폭력의 재발을 막을 수 있었다. 위기 가정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상담소 ‘행복드림 상담실(상담 Car)’도 최 경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8년 전북경찰 베스트 APO에 선정된 최 경위는 “당시 구했던 생후 2개월 아기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2년 차 APO였던 최 경위는 납치 피해자였던 한 여성에게 생후 2개월 아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 심장이 안 좋은 아기에게 병원을 알아봐주는 등 여러 지원을 물색해 아이를 살렸다. 최 경위는 “APO로서 전문성을 높여 아동학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1000번 넘게 화재 현장출동… “시민 구조가 천직” 2019년 8월 늦은 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경기도소방 고양소방서에 접수됐다. 구조2팀장이던 김창수 소방위(41)가 대원들과 함께 도착했을 땐 이미 2층까지 불이 번진 상황이었다. 불길을 잡아가며 현장에 진입해야 했지만 당장 주민들의 안전 확보가 시급했다. 김 소방위는 소화호스를 펼 겨를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 소방위와 대원들은 곳곳을 수색해 전신 화상을 입은 채 계단에 쓰러져 있던 80대 어르신을 포함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당시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는 4층까지 번졌지만 김 소방위 등의 발 빠른 대응으로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2004년 소방관이 된 김 소방위는 그동안 1000번이 넘게 현장에 출동해 시민들을 구조해왔다.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2014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와 2018년 고양저유소 화재 때도 김 소방위는 몸을 돌보지 않고 싸웠다. 낙상과 골절 등 수많은 부상을 달고 살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천직은 화재 현장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1050억 상당 마약 밀반입 해결한 ‘해경 자존심’ “고향을 위해 일하는 베테랑 형사가 되겠다는 꿈에 점점 가까워져 행복을 느낍니다.” 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계장 이경열 경감(50)은 제복을 입은 26년 중 무려 20년을 수사와 형사만 담당한 수사 전문가다. 범인 검거에 따른 특진만으로 경감에 이른 이 경감은 해양경찰청의 주요 사건 때마다 현장을 지켰다. 2016년 베트남 선원들이 한국인 2명을 살해한 광현호 살인 사건, 올 2월 발생한 1050억 원 상당의 마약 밀반입 사건 등 해경의 굵직한 사건들을 담당해왔다. 이 경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을 꼽기도 했다. 그는 “선원으로 위장 파견돼 배 위에서 사흘 동안 한숨도 못 자며 조사를 진행했을 때가 떠오른다”며 “당시 현지와의 외교 분쟁 우려로 파견 이틀 전에 관용여권을 일반여권으로 바꿀 정도로 급박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된 업무였지만 법원에서 직접 작성한 실황조서를 증거로 채택했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했다.바위섬 동굴 고립 다이버 2명 구하다 순직 통영해양경찰서 구조대 정호종 경장(당시 34세)은 지난해 6월 7일 홍도 인근 해상에서 순직했다. 바위섬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 2명을 구조하려다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전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통영해경 구조선은 거친 너울성 파도로 좌우로 크게 흔들려 바위섬에 접안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조대원 2명이 수경과 잠수복, 오리발 등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 거친 파도를 헤치며 동굴에 들어갔다. 이들은 가까스로 다이버들을 만났지만 들고 갔던 구명줄이 바위에 걸려 움직이지 않아 구조에 실패했다. 정 경장은 포기하지 않고 구명줄을 들고 동굴에 다시 진입했다. 하지만 또다시 구명줄이 바위에 걸려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물이 빠지는 간조 때 빠져나오기로 판단하고 다이버들을 안심시키면서 곁에 머물렀다. 하지만 체력을 다 쓰고 탈진 증상을 보이던 그는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해 물속으로 사라졌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9일 통영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서 정 경장의 흉상 제막식을 엄수했다. 순직 당시 순경이던 고인의 업적을 기려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의암호 구조활동 중 순직… 음주차량에 큰 부상 강원경찰청 춘천경찰서 소속인 고 이종우 경감(당시 53세)은 지난해 8월 6일 오전 11시경 춘천시 의암호에서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정을 조종해 출동했다.이 경감은 인공수초섬 결박을 위해 출동한 춘천시 환경감시선 직원 등을 구하려다가 순찰정이 전복돼 순직했다. 이틀 뒤 사고 지점에서 3km가량 떨어진 하류에서 발견됐다. 동료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주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던 의로운 경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경찰청 익산경찰서 조보라 순경(29·여)은 지난해 11월 음주 측정에 불응하는 피의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도주 차량에 매달렸다가 떨어졌다. 얼굴 등을 크게 다쳐 두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다. 입원과 통원치료를 계속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올 1월 조 순경은 치료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현장에 복귀했다. 병가 연장이 가능했지만 경찰로서 시민을 돕는 보람이 그를 이끌었다. 복귀 뒤엔 목표였던 수사경찰이 됐다. 지구대에서 익산서 여성청소년과로 자리를 옮겨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자신의 몸 내던져… 인명구조-대민지원 헌신 대구소방안전본부 수성소방서 정석후 소방장(40)은 2018년 6월 20일 수성구의 한 식당 철거 현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정 소방장은 불이 시작된 식당 배전반에 접근하다가 2만2900V 특고압전기에 감전됐다. 사고로 정 소방장은 신체의 17%에 2∼4도의 화상을 입었다. 1년 이상 입원해 피부 이식, 인대 수술 등 11회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강원도소방본부 속초소방서 고 김종현 소방교(당시 29세)는 2011년 7월 27일 속초시 교동의 한 건물에서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추락해 순직했다. 김 소방교는 대민 지원 도중 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처음엔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이 거부됐다. 하지만 정식 재판을 거쳐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전남소방본부 순천소방서 고 김국환 소방장(당시 29세)은 지난해 7월 31일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접하고 긴급 출동했다. 물에 빠진 피서객을 발견한 김 소방장은 급히 다가갔으나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결국 피서객과 김 소방장도 숨을 거뒀다.■ 이렇게 심사했습니다위험 무릅쓰고 국민보호 임무 수행 높이 평가 ‘제10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 이승헌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종훈 채널A 뉴스A에디터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한 심사위원장은 최종 심사를 마친 뒤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 보호, 국민 생활 안전 확보 등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업무에서 필요한 제도를 만들고 정비하며 체계화한 노력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단은 각 기관에서 추천한 후보자들의 공적 사항을 분석한 뒤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국민 위한 헌신-봉사… 수상자 명단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제10회 수상자가 선정됐습니다. 이 상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군인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공무원 여러분의 노력과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각 소속 기관의 추천을 받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수상자 12명을 선정했습니다. 시상식은 7월 1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립니다. ○ 대상(상금 3000만 원)김정호 준위(해군 특수전전단)○ 영예로운 제복상(상금 각 2000만 원)김민석 중령(육군 53보병사단)전욱창 경감(강원경찰청 태백경찰서 수사과)최은해 경위(전북경찰청 전주덕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김창수 소방위(경기도소방 고양소방서 119구조대)이경열 경감(부산해양경찰서 수사과) ○ 위민경찰관상(상금 각 1000만 원)고 이종우 경감(강원경찰청 춘천경찰서)조보라 순경(전북경찰청 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위민소방관상(상금 각 1000만 원)정석후 소방장(대구소방안전본부 수성소방서)고 김종현 소방교(강원도소방본부 속초소방서)고 김국환 소방장(전남소방본부 순천소방서)○ 특별상(상금 1000만 원)고 정호종 경장(통영해양경찰서 구조대)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통영=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춘천=이인모 imlee@donga.com / 익산=박영민 기자 대구=명민준 mmj86@donga.com / 속초=이인모 / 순천=이형주 기자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청해부대 3차례 파병돼 피랍 한국인 선원 구출 ▼제복상 김태근 소령 청해부대 강감찬함 갑판에 착륙한 링스헬기에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4명이 내리자 김태근 해군 627비행대대 소령(40)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 소령은 2012년 12월 1일, 582일 동안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이들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제미니호 피랍 선원 구출 작전의 숨은 주역인 김 소령은 청해부대 파병 임무를 3차례 수행한 베테랑 조종사다. 링스헬기 조종사로선 최초이자 최다 기록. 파병 기간에 유독 아찔한 상황이 많았다고 한다. 2009년 청해부대 1진으로 첫 파병 때 부조종사로 참여한 그는 피랍 위협에 처한 북한과 덴마크, 파나마, 이집트 상선의 구조를 도왔다. 김 소령은 “당시엔 하루에도 5, 6차례 해적들이 상선에 접근했다”고 회상했다. 정조종사로 참여한 2012년 11진에 이어, 2018년엔 26진 항공대장으로서 서아프리카 가나 해역에 피랍된 한국인들을 구출하는 작전에 참여했다. 김 소령은 “파병 때마다 큰 사건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위기였지만 기회가 됐다. 이런 임무를 맡긴 국가와 해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1만시간 무사고 비행… 추락 위기서 민가 보호 ▼제복상 김용필 준위“한 건의 사고 없이 비행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동료들 덕분입니다.” 김용필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71항공정비대대 준위(56)는 1983년 헬기 정비 부사관으로 입대한 뒤 37년간 전투헬기를 조종해 왔다. 그는 육군 현역 조종사 중에서 최다 무사고 비행 1만 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장기운용 헬기(500MD)의 완벽한 품질보증을 통해 시범비행 무사고 4000시간 공적도 달성했다. 특히 2018년 12월 정비 시험비행 중 강원 원주시 상공에서 엔진 이상 징후를 보인 항공기를 교회 앞 공터에 착륙시킨 건 그의 순발력 있는 판단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군의 평가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을 대표해 상을 받아 어깨가 무겁다”고 전했다. 김 준위는 활발한 대민자원봉사 활동으로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2018년엔 취업 멘토링을 통해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고 불우이웃 자원봉사 500시간을 달성해 ‘자원봉사 동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서민 등치는 보이스피싱 7개 조직 244명 구속 ▼제복상 박종배 경감인천지방경찰청 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박종배 경감(51)은 금융범죄 수사 전문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등에 거점을 두고 보이스피싱으로 3000여 명으로부터 120억 원을 가로챈 7개 조직을 붙잡아 244명을 구속시켰다. 4년 동안 수많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구속시켜 관련 조직들이 박 경감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유할 정도다.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 모집 광고를 내면 계좌번호 등을 알려준 뒤 체크카드를 건네는 장소에 잠복했다가 조직원을 붙잡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워낙 은밀히 움직여 수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런데도 적극 단속한 이유는 피해자가 대부분 평범한 서민이기 때문이다. 전화나 문자에 속아 절망하다가 목숨을 끊는 피해자도 있다. 1993년 순경으로 채용된 그는 지금까지 모든 계급을 범인검거 공로로 특진했을 정도로 인천의 대표적 ‘수사통’이다. 박 경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교묘해지지만 동료들과 수사 기법을 개발하고 공유해 끝까지 단속하겠다”고 밝혔다.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새벽 순찰중 불길속 뛰어들어 7명 목숨 구해 ▼제복상 신영환 경위전북 고창경찰서 흥덕파출소에 근무하는 신영환 경위(53)는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란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2018년 6월 26일 오전 3시경. 고창군 상하면 주택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순찰 중이던 신 경위와 동료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우왕좌왕하던 노부부를 구한 뒤, 불길이 옆집으로 번지자 온 힘을 다해 잠긴 문을 두드렸다. 주택이 전소했지만 신 경위는 모두 7명의 생명을 구했다. 2017년에는 도로 위를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대형 트랙터를 발견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신 경위는 트랙터에 뛰어올라 안전하게 멈춰 세웠다. 운전자도 신 경위의 대처로 목숨을 건졌다. 신 경위는 1990년 경찰관이 됐다. 천직으로 여기고 일한 지 올해로 30년째다. 그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찔하지만 당시에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약한 사람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창=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화재진압-구조 15년 베테랑… 하루 24번 출동도 ▼제복상 서왕국소방장“작은 아들이 ‘우리 아버지 소방관이다’라고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 특수부대 중사로 전역한 뒤 2005년 소방공무원 구조대원으로 특채된 서왕국 인천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43)은 15년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왔다. 서 소방장은 2017년 12월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 전복사고 때 선체를 인양해 시신 3구를 수습했다. 같은 달 인천 서구 루원시티 내 8층 건물 공사장 화재 때도 실종된 노동자의 주검을 찾아냈다. 서부구조대에서 일하며 하루 24번이나 출동한 적도 있다. 그에게 2018년 4월 서구 가좌동 화학물질 처리업체인 이례화학 공장에서의 화재진압 상황은 아직도 생생하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했다가 바다 건너 검은 구름을 목격했다. 직감적으로 대형 화재라 판단하고 특수구조단으로 달려갔다. 그는 “유독물질 폭발로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화재 진압에 나섰다”고 회상했다.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사고선박 선장 구조… ‘흉기 위협 中어선’ 나포 ▼제복상 최문호 경장지난해 7월 23일 오전 4시경. 육지에서 배로 7시간쯤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 최문호 경장(32)은 상황실에서 ‘화물선과 어선이 충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고 지점은 서격렬비열도 인근 해상. 어둠과 높은 너울, 해무를 헤치고 도착한 최 경장은 화물선 선장(52)이 바다에 빠졌단 소식을 접했다. 단정(短艇)으로 옮겨 탄 최 경장은 수색 끝에 극적으로 선장을 찾았다. 하지만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혼미했던 선장을 최 경장은 신속히 본함으로 옮겼다. 병원 간 원격진료를 통해 의사 지시에 따라 응급 처리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2016년 경찰에 입문한 최 경장은 해상 인명구조와 해상주권 수호에 열정적이다. 평소 특수기동대, 수사요원 활동뿐만 아니라 응급구조사로서 1인3역을 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한 불법 중국 어선을 추격해 나포했다. 최 경장은 “어민들의 안전한 활동을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했다.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위기의 순간에 몸던져 시민 안전 지켜내 ▼위민경찰관상경남 김해중부경찰서 고 이상무 경위는 2018년 10월 18일 교통사고를 수습하러 출동했다. 이 경위는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트럭을 갓길로 밀었다. 그때 방향을 틀던 차량이 김 경위를 치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당시 34세였던 이 경위는 2009년 경찰에 입문했다. 평소 성실한 태도로 귀감이 돼 왔다. 서울 도봉경찰서 김지형 경사와 결혼해 3, 5, 7세 아들 셋을 뒀다. 김 경사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는 아빠처럼 경찰관이 장래 희망이다. 아이들에게 멋진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 수고하는 모든 경찰 가족을 대표해 주는 상이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경찰서 국승옥 경위(54)는 2018년 1월 25일을 잊지 못한다. 사랑하는 동료를 떠나보냈고 자신도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현장으로 출동하던 순찰차가 중앙선을 넘어온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 경위는 10주 진단을 받았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6개월 뒤 현장에 복귀했다. 그는 “동료의 응원과 격려 덕에 돌아왔다. 먼저 떠난 동료 몫까지 국민에게 봉사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경찰서 김양진 경위(49)는 2018년 10월 마을버스에 탄 승객들이 황급히 내리는 모습을 봤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경찰차 사이렌을 울린 뒤 주변을 통제했다. 입에서 거품이 나고 구토도 했지만 구조대가 오기까지 참다 병원으로 이송됐다. 5년 전엔 택시 운전사를 폭행하던 남성을 제압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도 받았다. 김 경위는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면 언제라도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김해=강정훈 manman@donga.com / 익산=박영민 / 부산=강성명 기자 ▼ 소방안전 업무중 과로로 안타까운 희생 ▼위민소방관상특전사 출신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서나 사무실에서나 늘 솔선수범의 상징이었다. 소방청 운영지원과 인사계장이었던 고 박찬희 소방령(당시 49세)은 지난해 10월 2일 오후 2시경 국정감사와 소방의날 기념식 행사를 준비하다 갑자기 쓰려졌다. 과로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를 받던 박 소방령은 3개월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 지난달 25일 병세 악화로 순직했다. 1996년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구조경력직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박 소방령은 중앙119구조대, 소방청 소방정책과·생활안전과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인사팀장으로 근무했다.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활동은 물론이고 조직·예산·인사업무 등을 수행해 조직 발전에 기여했다. 박 소방령과 함께 근무해 온 동료들은 ‘중요한 일이건 허드렛일이건 항상 앞장서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상관에겐 신뢰를 받았고, 부하 직원들은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으로 박 소방령을 꼽았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위험 무릅쓰는 희생정신과 실질적 업적 평가 ▼이렇게 심사했습니다‘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용민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이명건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김상수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한덕수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최종 심사를 마친 뒤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희생정신과 실질적 업적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단은 엄정한 논의 끝에 지난해 10월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대원 5명을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영예로운 제복상 6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1명 등 모두 15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민심도 갈리고 있다. 서울과 대구의 생생한 민심을 들어 본다.}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 문제가 사회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회사에 남은 워킹맘들도 이에 못지않은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워킹맘들이 임신 출산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과 노력은 치열한 승진 경쟁 속에서 중대한 ‘결함’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자의타의로 주요 핵심부서에서 일할 기회가 차단되는 워킹맘들은 “우리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도 경단녀”라고 외친다. 올해는 한국의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지는 ‘여초(女超)시대’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여초시대에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의 생애주기 특성을 고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임신 출산이 승진 발목 대기업 직장 경력 9년 차인 이선민(가명·36) 씨는 지난해 10월 임신 20주 차에 들어선 어느 날 팀장에게 불려갔다. 남자 팀장은 그에게 출산 뒤 육아휴직을 쓸 것인지를 물으며 “업무공백이 생기면 과장으로 승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근속 연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조항이 있지만 현실은 법과 많이 달랐다. 이 씨 이야기를 들은 친구 중 한 명은 “그나마 대기업은 육아휴직을 쓰게라도 해주지 않느냐”며 “내가 다니는 중소기업에선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 승진은 인사단계 중 성 평등이 가장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으로 꼽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3년에 공무원 1396명을 대상을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영역’으로 ‘승진’(49.1%)과 ‘보직 배치’(45.4%)가 꼽혔다. 워킹맘들은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주요 보직을 떠나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최이수(가명·39) 씨는 지금 경영기획팀에서 일하지만 다음번 인사 때 인력개발팀의 교육 담당으로 지원할까 고민 중이다. 핵심 보직은 아니지만 비교적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최 씨는 “최근에 아이가 ‘학원에서 어떤 형이 내 신발을 변기에 넣었다’며 울어 가슴이 아팠다”며 “아이가 학교나 학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차장 진급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교육팀에 가는 게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잘 안다”면서도 “마음은 점점 교육 담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워킹맘들은 이렇게 주요 보직에서 점점 멀어지기도 한다. 한 번 핵심 보직에서 멀어지면 나중에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중견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영혜(가명·42) 씨는 “육아 기간 중 한직(閑職)에 있었다는 이유로 끝까지 한직만 맴돌다 퇴사하는 여자 선배를 여럿 봤다”며 “한직에 있을 때 월급을 적게 받고 승진도 늦어지는 식으로 이미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다시 열심히 일하려 할 때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 낳기 적절한 타이밍’은 없다 임신 출산 육아를 ‘전략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여성 직장인에게 임신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언제일까. 결혼생활 1년, 직장생활 3년차인 박세화(가명·31) 씨는 선배들로부터 정반대되는 조언을 들었다. 아이를 30대 중반에 낳은 A 선배는 “기왕 아이를 낳을 계획이면 빨리 낳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책임이 작은 낮은 연차에 육아에 집중하고, 중간 관리자가 되는 시기 이후에는 회사 일에 몰두하는 게 ‘성공적인 여성 직장인’이 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아이를 20대 후반에 낳은 B 선배는 “3, 4년쯤 후 낳으라”고 조언했다. 입사 초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면 회사 일에만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박 씨는 “두 선배의 조언을 들으니 더 헷갈린다”고 말했다. 많은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고 푸념한다. 돈을 써서 육아, 가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아니면 고위직으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신규 노동자 중 백인 남성이 소수에 그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인사담당자가 노동력의 다양성을 관리하는 일을 주된 업무로 삼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인사관리가 남성 위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미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육의 책임을 주로 여성이 맡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회사들도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춰 직무 분배를 해주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며 “자녀가 어린 시기에 야근이 적은 직무나 비핵심 업무를 맡았던 경력이 평생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남단의 운중로를 따라가다 보면 3층 건물 200여 채가 모여 있는 서판교 상가주택 거리가 나온다. 각 상가주택은 1층에는 상가가, 2층과 3층에는 주택이 들어서 있다. 1층 상가에 카페와 빵집, 냉면집, 족발집 등이 들어찬 이곳은 주중에는 점심을 먹으러 오는 인근 회사 직원들로, 주말에는 브런치를 즐기는 판교 거주자들로 붐비는 판교의 명소다. 판교신도시에 상가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 5년째. 판교 상가주택 거리는 주택 임대와 상가 임대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베이비부머가 조성한 서판교 카페거리 서판교 상가주택 거리를 조성한 주역은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 하나둘 지은 상가주택들이 모여 상가주택 거리가 형성됐다. 이 주변 N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판교 상가주택을 지은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은퇴한 베이비부머”라며 “대부분 원래 살고 있던 서울 강남 혹은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처분해 손에 쥔 10억 원 안팎의 자금을 건축비 등에 투자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들이 특히 상가주택에 주목한 이유는 주거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3층으로 상가주택을 지어 1층은 상가로, 2층은 주택으로 임대하고 3층은 주택 소유주가 거주한다. 서판교에 상가주택을 지으려면 사업 초기에 땅값과 건축비를 합해 15억∼2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집을 팔아 10억 원가량을 확보한 베이비부머들은 전세 보증금을 받아 나머지 금액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줄였다. 이후 상가 임대를 통해 얻는 250만∼500만 원의 월세로 대출이자를 갚고 노후 생활자금을 쓰는 게 기본 전략이다. 실제로 김시경(가명·57) 씨는 한 달 전 서판교의 목 좋은 상가주택 1채를 21억 원에 매입했다. 필요한 자금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전용 124m² 리센츠아파트를 팔아 얻은 14억 원과 2층 주택 2채의 전세보증금 4억 원으로 충당했다. 나머지 3억 원은 은행에서 연 3.3% 금리로 대출받았다. 매월 1층 커피숍에서 들어오는 월세는 약 455만 원으로 대출이자 82만5000원을 갚은 후 남은 372만5000원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김 씨는 “은퇴 이후 안정적인 현금 수익을 확보하기에 상가만큼 좋은 투자가 없는 것 같다”며 “상가주택에 투자하면 주거도 해결할 수 있어 자금 부담이 컸지만 노후를 위해 투자했다”고 말했다.상가로 다시 쏠리는 투자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최근 상가주택을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유입되는 자금이 다시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부동산 매입과 매각을 반복하면서 높은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매각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월세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7, 8년 전이었다면 아파트를 한 채라도 더 사려고 했을 사람들이 지금은 상가 투자로 몰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때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이끌었던 건 오피스텔이었다. 2010년을 전후해 오피스텔 투자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3, 4년 전부터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상가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 월세와 매매가는 2011년 이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상가 투자의 열기는 상가 필지 청약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경기 위례신도시에서 진행된 점포 겸용 주택(상가주택) 용지 45개 필지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390 대 1, 최고 2746 대 1을 기록했다. 3.3m²당 1240만∼1530만 원으로 싸지 않은 가격대였지만 “없어서 못 팔았다”는 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 이야기다. 법원에서 진행되는 상가 경매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급등하고 있다. 법원 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수익형 부동산 낙찰가율은 66.4%로 2003년(67.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땅을 소유한 경우 상가주택 공사비는 3.3m²당 300만∼500만 원이다. 중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에 따르면 4층 상가주택 건축비는 1층 상가에 3.3m²당 300만 원, 2∼3층 임대주택에 400만 원, 4층 주인집에 500만 원 정도 책정된다. 대지 200m²에 4층 규모로 지을 경우 총액 기준으로 4억5000만∼5억 원이면 된다. 최민경(가명·60·여) 씨는 2012년 8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125m² 크기의 본인 소유 땅에 건축비 4억1500만 원을 들여 4층짜리 상가주택을 지었다. 원래 있던 1층짜리 건물이 너무 낡아 손볼 곳이 많아지자 허물고 1층 상가와 주차장, 2∼4층 원룸 9실로 구성된 상가주택을 5개월 만에 완공했다. 최 씨는 현재 임대보증금 1억7000만 원, 월세 730만 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상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1층에 입점한 편의점 주인으로부터 보증금 8000만 원에 월세 280만 원을 꼬박꼬박 받는다. 원룸 1채에 월세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이 나온다. 원룸에서 매월 나오는 현금만 450만 원이다. 최 씨는 임대보증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했고 월세 수익 일부는 대출이자로 갚고 있지만 남는 돈으로 남편과 함께 생활하기에 충분하다. 상가주택과 더불어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여러 상가 유형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좋은 편이다.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 거주민이라는 확실한 소비층이 형성돼 있어 ‘공실’의 위험이 적다. 또 상가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상가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새로 분양한 단지 내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m²당 2532만 원(1층 상가 기준)이다. 전용면적 33m² 규모라면 약 2억5000만 원에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석 달 전 금융권에서 은퇴한 강성호(가명·57) 씨는 롯데건설이 서울 중구 순화동에 공급한 덕수궁롯데캐슬 단지 상가 ‘뜨락’ 내의 전용면적 30m² 규모 점포를 퇴직금 2억 원을 보태 3억 원대에 분양받았다. 분식점 등에 점포를 임대할 계획인 강 씨는 “보수적으로 수익률을 잡아도 은행이자보다 높은 4% 정도는 나올 것 같다”며 “주변에 회사가 많아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회사원들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상권 형성에 차질 생길 경우 등 위험에 대비해야 그렇다고 상가 투자가 온통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위험요소를 간과하고 섣불리 투자했다간 노후를 위해 마련한 목돈을 날리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신규 택지개발지구에 짓는 상가는 상권 형성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투자 초기에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택지지구에서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후 3∼5년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신이 투자한 곳 주위의 상권이 원하는 대로 조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컨대 투자자는 카페거리가 만들어지기를 원하지만 카페 대신 창고, 카센터 등이 들어올 수도 있다. 이런 점이 걱정된다면 이미 상권이 조성돼 있는 곳의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지은 지 10년 정도 된 건물들은 여기저기 고칠 데가 많아 일반적으로 매매가가 저렴하게 책정된다”며 “이런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하면 대체로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가 경매에 나서려면 발품을 팔아 충분한 정보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경매에 나온 상가 주변의 상권이 이미 망가진 건 아닌지 등을 사전답사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 주위 상가들 여기저기에 공실이 생기고 수개월간 임대가 되지 않아 경매시장에 나온 상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롯데건설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화 복합단지 M1블록에 공급하는 ‘송도 캠퍼스타운’(사진) 아파트 잔여 물량을 분양한다고 30일 밝혔다. 송도 캠퍼스타운은 지하 4층, 지상 55층 6개 동, 전용면적 59∼101m² 1230채로 구성된 대형단지로 이 중 전용 101m² 일부를 분양하고 있다. 잔여 물량의 3.3m²당 분양가는 1300만 원, 평균 분양가는 5억6100만 원이다. 101m²는 거실부터 주방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시원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됐다. 롯데건설 측은 “거실과 안방 사이에 알파룸이 있어 이 벽면을 트면 안방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트지 않으면 드레스룸이나 서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지하 1층에는 스크린골프를 할 수 있는 실내골프클럽, 탁구장, 피트니스클럽, 샤워실이 들어서고 70석 규모의 독서실,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스마트홈 오피스도 생길 예정이다. 커뮤니티센터 지상 1층에는 키즈클럽, 키즈카페, 실버클럽이 마련된다. 송도 캠퍼스타운은 인천지하철 1호선 ‘캠퍼스타운역’과 도보 5분 거리인 초역세권 단지다. 롯데건설 측은 “연세대 신입생 전원이 한 학기 동안 인천 연수구 송도과학로의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RC)’가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어 이 일대에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큰 상권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송도 캠퍼스타운 본보기집은 연수구 송도동 8-23(인천지하철 1호선 테크노파크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다. 입주는 2016년 3월 예정. 032-713-5000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market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being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 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센델 지음·와이즈베리·2012년) 》올해 네 살인 큰아이가 여섯 살쯤 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우리 집에 ‘가상 화폐’를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새 장난감을 사거나 초콜릿을 먹고 싶다면 가상 화폐를 모아야 하고 가상 화폐를 모으려면 장난감을 정리한다든지 동생을 돌보는 등의 일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멀거니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책을 읽어도 가상 화폐를 줘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노동의 가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가르치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내가 간과한 점이 있다. 가상 화폐를 주는 것이 자발적으로 형제자매를 도와주거나 책을 읽는 데서 아이들이 얻는 내재적 즐거움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를 ‘돈을 받으려면 해야 하는 노동’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집에 가상 화폐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돈과 교환할 수 있다는 시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시장주의에 물들어가는 현대사회를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로 휩쓸려 왔다”는 말로 꼬집는다.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경제는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효과적 도구인 데 비해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에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일종의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교육, 가정, 예술, 시민의 의무 등의 가치를 시장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는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은 상품화되는 순간 변질되거나 저평가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태로 자본주의가 계속 흘러간다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