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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아내 몰래 살 게 있다’는 문자를 받은 김용현 씨(가명)는 흔쾌히 50만 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돈을 빌려준 직후 동창과 연락이 되질 않았다. 이 문자를 보낸 건 동창이 아니라 스미싱 사기 조직원들이다. 조직원들이 휴대전화 해킹을 통해 피해자의 지인에게 스미싱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모바일 스미싱’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피해자 지인들에게까지 사기를 치는 신종 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주의를 당부했다.15일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심어 이른바 ‘좀비폰’을 만든 뒤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에 있는 지인들에게 미끼 문자를 대량 유포하는 스미싱 범죄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KISA에 따르면 올 1~9월 신고 및 차단된 미끼문자는 109만 건으로, 그중 지인을 사칭한 문자는 24만 건에 달한다. 탐지되지 않은 미끼 문자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스미싱 사기범들은 모르는 번호로 부고장이나 교통 범칙금 등을 가장한 미끼문자를 보낸다. 만약 문자 내에 기재된 링크를 누르게 되면 악성 앱이 설치돼 휴대전화 내 연락처, 개인·금융정보 등이 모두 빠져나가게 된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악성 앱을 통해 휴대전화를 원격조정한 뒤 피해자 지인들에게 똑같은 미끼 문자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지인 사칭형 스미싱을 시도한다. 카카오톡 내역 등을 토대로 지인 사이에서만 알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접근하기도 한다. 범죄 의심을 피해 사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경찰은 신종 스미싱 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모바일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상시 보안 상태를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미끼문자로 의심되는 문자를 받을 경우 카카오톡 채널 ‘보호나라’를 통해 스미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개인·금융정보가 해킹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에 신분증 사진이나 계좌·비밀번호 등을 저장해두지 않는 것도 예방 수칙 중 하나다.경찰청 관계자는 “초기 스미싱 사기는 정보를 탈취하는 기능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좀비폰을 만들어 휴대전화를 원격 조종하는 수법으로 고도화됐다”며 “가족·지인에게까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안 상태 점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서울경찰청은 선진화된 교통 역량을 활용해 안전한 행사가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사진)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3일 열리는 ‘2024 서울달리기’와 관련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서울 시민이 다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올해 서울달리기를 위해 대회가 열리는 종로 및 을지로 등 서울 도심권의 주요 도로에 행사 당일 관리인력 56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사이카(순찰 오토바이)와 견인차 4대를 운영해 교통사고 등 만일의 상황에도 대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찰은 대회 출발 지점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부터 도착 지점인 무교로까지 전 구간에 걸쳐 마라톤 주자들의 진행 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통을 통제할 예정이다. 서울광장의 경우 오전 6시부터 교통 통제가 시작돼 무교로에선 오전 11시에 교통 통제가 끝난다. 김 청장은 “주요 지점에 플래카드와 입간판을 충분히 설치하고 행사 당일은 내비게이션과 교통방송 등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해 시민 불편을 줄일 것”이라면서 “주변을 방문할 예정인 시민께서는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동아일보 취재팀이 ‘첸런(千人)계획’과 ‘하이구이(海歸)’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중국인 유학생이나 중국인 교수들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인재를 포섭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중 학술 교류나 대학 교류, 한국 유학 생활을 통해 친해진 한국 전문가나 교수들에게 접근해 중국으로 건너올 것을 제안했다. 그 제안의 이면에는 대부분 첸런계획 등 중국 정부 차원의 해외 인재 확보 정책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중국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인 정상진(가명·75) 교수는 생물자원 연구 등을 위해 중국 연변대와 교류하다 2010년경 중국인 유학생 제자로부터 첸런계획 참여를 제안받았다. 정 교수의 대학원 연구실에서 일하던 제자가 “중국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스승님을 추천하고 싶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이후 정 교수는 첸런계획에 선발돼 중국에서 생명공학 연구를 이어갔다. 중국 유학생이 중국 당국의 ‘메신저’가 된 셈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대만 당국은 중국 유학생 저우훙쉬를 2017년 간첩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대만 수사기관에 따르면 그는 대만 국립정치대 MBA 과정을 밟은 뒤 중국 국무원의 지령을 받으며 대만의 군인, 경찰, 정보기관 관계자 등을 포섭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미국 국무부 자료를 보면 2020년 1월경 체포된 찰스 리버 전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학과장은 중국 우한이공대의 한 교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리버 교수를 우한이공대의 ‘전략 과학자’로 채용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리버 교수는 우한을 직접 방문한 뒤 해당 제안을 수락했고, 이후 첸런계획에도 선발됐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받은 사실을 숨긴 혐의로 체포, 구속됐다가 가택연금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중국 유학생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미국 체류 자격을 취소했다. ‘미국 기술과 지식을 불법적으로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미국고등교육연감(CHE)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정부가 중국 유학생에게 발급한 비자 건수는 전년(2021년)보다 45% 줄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국방 분야에서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심사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국가 안보와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위한 조치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은 중국인 유학생은 학업을 마치면 2년 안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법정 304호. 한국의 한 대형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일했던 중국인 남성 A 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연구소의 첨단 의료 로봇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5∼2018년 해당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연구소 컴퓨터의 ‘캐드(CAD)’라는 폴더에서 파일들을 외부 저장 장치에 담아 반출했다. 캐드는 컴퓨터를 이용해 도면을 만드는 설계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A 씨가 빼낸 파일에는 이 연구소가 개발 중인 로봇 관련 자료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가 빼낸 기술로 ‘첸런(千人·천인)계획’과 유사한 중국 연구 지원 사업에 응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해 말 기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을 만난 연구소 관계자는 “우리가 10년 넘게 준비해 온 기술을 A 씨 본인이 개발한 것처럼 (중국에 넘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이구이 10명, 서울대 등에서 첨단 기술 연구중국은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다 자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연구원들을 ‘하이구이(海歸)’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바다를 건너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A 씨 역시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뒤 연구 자료를 가지고 중국으로 돌아가려 한 하이구이에 해당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0년 이후 한국에서 일정 기간 연구한 뒤 중국에 복귀해 첸런계획에 참여한 하이구이 10명의 명단을 파악해 분석했다. 현재는 폐쇄된 과거 첸런계획 홈페이지의 데이터, 첸런계획 후보자 명단, 한국 연구기관 연구자 현황 등을 종합해 명단을 추려냈다. 분석 결과 하이구이들은 한국에 체류할 당시 서울대, KAIST,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과학연구원(IBS),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최정상급 이공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AI), 나노 복합체, 나노 의학, 원자 단위 소재, 광섬유 레이저 등 다양했다. 대부분 각국이 경쟁 중인 첨단 기술 분야였다. 하이구이 10명 중에는 수년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이들도 있었다. 중국인 링모 박사(39)는 서울대와 IBS를 거친 뒤 중국에 돌아가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고, 상하이교통대 석좌교수 및 같은 대학 산하 고급진단시약연구센터 부소장에 임명됐다. 그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복귀한 뒤 ‘네이처’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수십 편 게재했다. 중국인 왕모 교수(43)는 2009년 포스텍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2013년경 첸런계획에 선발됐다. 이후 6년간 30편 이상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썼고 2018년 중국공산당 지역 우수당원에 선정됐다. 한 학계 관계자는 “하이구이들이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 정보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은 중국에 무방비로 첨단 기술 정보를 계속 내어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학계에선 ‘기술 유출’ 경계심 확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학계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KAIST에서 신소재공학 분야를 연구하는 B 교수는 최근 3, 4년 사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중국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들이 연구실에서 각종 지식을 배운 뒤 돌연 귀국하는 사례가 잇따랐던 것. 부족한 연구 인력을 유학생으로 채우고 있었는데,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떠나 버리니 난감했다. 한 중국인 박사는 “남자 친구가 중국으로 돌아가서 나도 같이 귀국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만 남긴 뒤 사라졌다. B 교수는 “신소재공학 분야는 1, 2년 공부해선 핵심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다행이지만, 기계나 전자 등의 분야는 설계도 등 연구 자료 유출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중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자국에 돌아온 하이구이들을 ‘애국자’로 치켜세우며 환대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19, 20일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하이구이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산당 간부들은 하이구이들에게 “애국주의를 견지하고 조국에 봉사하며 야망을 키우라”, “유학생들은 조국의 부름에 응답해 귀국하여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혜와 힘을 바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9년부터 7년간 한국 고등과학원(KIAS)과 일본 도쿄대 등을 오간 뒤 2016년 쑨원대로 복귀한 하이구이 리모 교수(43)는 동아일보에 자신이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한국은 중국처럼 청년 인재들에게 좋은 대우와 정책 지원을 해주지 못했고, 연구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연구 출입국 등 관리 감독 필요”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천인계획 연구’ 논문을 쓴 구자억 전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발전시킨 기술 대부분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하이구이 연구원들의 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연구 비자(E-3)를 받은 중국인은 249명이다.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E-3 비자 소지 중국인은 330∼340명 규모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많은 국내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였다”며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구 활동, 출입국, 취업에 대해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 아들을 둔 딸이 아이들을 재워 놓고 밤마다 공부했습니다. 애들이 울기라도 하면 등에 업거나 무릎에 눕혀 놓고 공부해 경찰이 됐습니다.”윤은정 순경(40·사진)의 어머니는 딸의 ‘경찰 수험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윤 순경은 낮에는 세 아들을 키우고, 밤에는 경찰 임용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마침내 40대에 어릴 적 포기했던 경찰의 꿈을 이뤘다. 27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는 제314기 신임 순경 2191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경찰청 차장,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 졸업생 2191명과 가족 900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색 졸업생들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윤 순경은 “도전과 성취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격려 편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졸업한 송화평 순경(30)은 복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러나 올림픽 16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운동을 그만두기로 한 송 순경은 고교 시절 꿈이었던 경찰 임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99cm의 키에 복싱 슈퍼헤비급에서 활동한 송 순경은 ‘현실판 마동석’을 꿈꾼다. 그는 “조직 폭력배와 마약 사범을 잡는 형사과에서 일하고 싶다”며 “범죄자에겐 엄격하지만 약자에겐 부드러운 경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707특수임무단에서 8년간 여군으로 복무한 전민선 순경(34)은 2012년 하노이 국제유도대회에서 금메달까지 수상한 유도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최성욱 순경(23)은 지구대 및 파출소 현장 교육을 받을 때 강제추행 피의자를 100m 넘게 추격해 붙잡았다. 윤현상 순경(31)은 건물 난간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구조 대상자를 설득해 구조했다. 황보정 순경(24)은 ‘괴한이 칼 들고 찌르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을 제압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은 종합 성적 최우수자 1위 진영훈 순경(24)이, 국무총리상은 이근복 순경(24)이 각각 수상했다. 이호영 경찰청 차장은 축사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최후의 버팀목이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각종 범죄·비리에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경찰학교는 1987년 개교해 올해로 37주년을 맞았다. 이번 졸업생을 포함해 13만8932명의 경찰관을 배출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군 간부들이 사채업자에게 3급 비밀 ‘암구호’를 담보로 넘긴 사건에 군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유사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이 군 기강 해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이익 위해 군사 비밀 훔쳐도 ‘무죄’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판결이 내려진 사건 중 대법원 판결문검색시스템과 법원도서관 등에서 확인이 가능한 15건의 판결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형이 선고된 건 2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11건, 무죄가 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탄약을 제조 및 납품하는 방위산업체 직원 6명이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국군의 탄약 사용량 관련 기밀을 빼돌린 사건은 무죄가 내려졌다. “국가 안보에 위기를 초래할 성격의 기밀이 아니고, 회사 내부에만 보고서를 올렸기 때문에 개인의 금전 목적이 아니다”라는 게 판단 이유였다.암구호를 유출했지만 집행유예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2022년 2월 육군 하사 출신 민간인 A 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본인이 근무했던 부대에 전화해 암구호를 알아낸 뒤 이를 지인들에게 누설했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국내 잠수함 ‘장보고-III’ 등 민감한 군 무기 기술 정보를 빼돌린 사건들도 4건 모두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이 참작됐다.●유출사범 대부분 전현직 군인·방산업체 직원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대부분 전현직 군인이나 방산업체 직원이었다.취재팀이 분석한 15건의 사건 중 7건은 피고인이 전현직 군인, 6건이 방산업체 대표 및 직원들이었다. 나머지 2건은 전직 방위사업청 직원과 경찰이 범인이었다.전직 군인들은 주로 복무 당시 가지고 있던 자료를 빼돌리거나, 군 시절 알던 지인을 통해 정보를 유출했다.2016년 정보사령부 소속 장교는 2급 비밀문서를 자신의 군 경력을 자랑할 목적으로 외부에 유출했다.대학교수로 근무 중인 전직 해군 준장은 평소 알던 군 지인으로부터 북한의 군대 체계, 부대 전투력 등 기밀 정보를 빼돌려 개인 연구에 활용했다.방산업체 직원들의 경우엔 경쟁사를 따돌려야 한다는 실적 압박이 주된 범행 동기였다.국내 방산업체 B의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경쟁 업체는 해당 정보를 입수한 것 같은데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에 관한 자료를 빼돌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해당 직원들 중 일부는 2013년 해군본부 대령의 사무실에 방문해, 대령이 사무실을 빠져나간 사이 몰래 문서의 사진을 찍어 회사 내부망에 올렸다. 이 직원들은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또 다른 방산업체 C는 소속 직원이 회사 대표의 지시를 받고 군 사무실에 들어가 기술용역 보고서를 몰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전문가들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기밀 유출 등 기강 해이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벌어진 암구호 사건 등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군 기강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출사범에 대한 양형 수위를 높이는 한편, 방위사업청의 감사 기능을 강화해 전직 군인과 방산업체 직원들의 정보 유출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 사례처럼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 타기’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에 여야가 합의했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음주운전 뒤 경찰의 음주 측정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소위를 통과된 개정안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는 무조건 처벌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술 타기’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앞서 5월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차를 몰고 가다 정차 중인 택시를 치고 달아난 뒤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입해 마셨다. 사고 직전 김 씨는 지인과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의 운전 중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하지 못해 결국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하고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범인도피 교사 등의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 이 때문에 김 씨가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맥주를 사서 마셨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곳곳에서 음주운전 뒤 일부러 술을 마시는 ‘모방 행위’가 이어졌다. 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경찰이 측정할 수 없도록 방해하기 위해서다. 음주운전으로 기소돼 재판까지 갈 경우, 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할 수 없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대학생 김수형 군(19·가명)과 최진호 군(18·가명)은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기술) 성착취물을 제작 및 판매해 1000만 원이 넘는 범죄 수익을 올렸다. 경찰은 잠입 수사를 통해 이들을 검거, 구속했고 성착취물을 산 구매자 24명도 체포했다.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3년간 위장 수사를 통해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착취물 피의자 1415명을 검거하고, 그중 9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를 허용하도록 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515건의 위장 수사를 진행했다.범죄 유형별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유포’가 4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알선’(66건)이 그 뒤를 이었다. 검거 인원의 경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배포‘ 사범이 10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시청 사범’(169명) 순이었다.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의 위장 수사도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이뤄진 위장 수사는 130건으로 전년 동기(123건) 대비 5.7% 늘었다. 같은 기간 검거 인원도 326명에서 387명으로 18.7% 증가했다.현재 경찰의 위장 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경찰은 위장 수사 대상을 성인 대상 디지털 범죄로 확대하고,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한편, 인천에서는 교사 등 4명을 상대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10대 고등학생이 검찰에 넘겨졌다.인천 남동경찰서는 올 7월 딥페이크 기술로 자신이 다니는 고교 교사 2명과 학원 강사, 선배 등 4명의 얼굴을 나체 사진에 합성한 성착취물을 만들어 SNS에 유포한 혐의로 10대 고등학생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예뻐서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해당 학생은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올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최현석(가명·17) 군은 중3 때 처음 온라인 도박을 시작했다. “바카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주변에서 돈을 빌려 도박을 했고 빚은 1500만 원까지 불었다. 현재 최 군은 한국도박문제치유원을 찾아 도박 중독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이 실시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실태 설문조사 결과 학생 10명 중 1명꼴로 주변에서 도박을 하는 친구를 봤다는 답변이 나왔다. 도박 청소년의 절반가량은 중학교 때 처음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박을 시작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는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수사기관은 도박 사이트의 계좌를 빠르게 동결하는 등의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10명 중 1명 “주변에 도박하는 친구 있다”11일 서울경찰청은 5월 17일부터 3개월간 서울 지역 초중고교생 및 학교 밖 청소년 1만685명이 참여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청소년 온라인 도박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응답자 중 157명(1.5%)은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중 1069명(10.0%)은 “친구가 도박을 하는 걸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도박을 해봤다고 답변한 학생은 적었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도박에 빠진 청소년 대부분은 중학교 때 처음 도박을 시작했다. 도박 중독 청소년 중 78명(49.7%)은 중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는 응답자는 35명(22.3%), 초등학교 5, 6학년 때 시작한 이들은 23명(14.6%)이다. 초 1∼4학년 때 시작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친구의 권유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본 뒤 도박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단기간에 소액의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나중에 20∼50%의 이자를 뜯어내는 이른바 ‘대리입금’ 사례들도 있었다. 대리입금 방식으로 직접 도박 자금을 빌렸다는 청소년은 응답자 중 65명이었다. 대리입금 경험자(총 65명) 중 24명(37%)은 “과도한 이자를 요구받았다”고 했다. 학생증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받은 경우는 19명(29%), 돈을 갚지 못해 폭행 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한 경우도 8명(12%)이나 있었다. 그 외 응답자 중 236명은 “친구가 도박을 하려고 돈을 빌리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강도 등 2차 범죄도… “처벌과 교육 강화해야”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올해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 도박, 교문을 넘다’ 시리즈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를 연속 보도했다. 취재 결과 단순 도박을 넘어 불법 사채에 손대거나 도박 사이트를 만드는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도박이 청소년들의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서울경찰청 조사에서도 “금품 갈취나 중고거래 사기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는 청소년이 7명 있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예방 교육의 ‘투 트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도박 사이트는 처음엔 마치 게임처럼 가상 머니를 주고 청소년을 유인한다”며 “게임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중독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도박 조직에 대한 처벌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교육 강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무홍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처럼 불법 도박사이트 의심 계좌는 신고만 해도 빨리 동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 당국이나 학교가 부모에게 자녀의 도박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도박 문제가 학교 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경우 해당 학생을 엄벌할 계획”이라며 “학생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상담기관 등에 바로 연계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올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최현석 군(가명·17)은 중3 때 처음 온라인 도박을 시작했다. “바카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급기야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 도박을 했고 빚은 1500만 원까지 불었다. 현재 최 군은 한국도박문제치유원을 찾아 도박 중독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경찰이 실시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실태 설문조사 결과 학생 10명 중 1명꼴로 주변에서 도박을 하는 친구를 봤다는 답변이 나왔다. 도박 청소년의 절반가량은 중학교 때 처음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박을 시작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는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수사기관은 도박 사이트의 계좌를 빠르게 동결하는 등의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10명 중 1명 “주변에 도박하는 친구 있다”11일 서울경찰청은 5월 17일부터 3개월간 서울 지역 초중고교생 및 학교 밖 청소년 1만685명이 참여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청소년 온라인 도박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응답자 중 157명(1.5%)은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중 1069명(10.0%)은 “친구가 도박을 하는 걸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도박을 해봤다고 답변한 학생은 적었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도박에 빠진 청소년 대부분은 중학교 때 처음 도박을 시작했다. 도박 중독 청소년 중 78명(49.7%)은 중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는 응답자는 35명(22.3%), 초등학교 5, 6학년 때 시작한 이들은 23명(14.6%)이다. 초1~4학년 때 시작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친구의 권유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를 본 뒤 도박을 시작했다고 답했다.단기간에 소액의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나중에 20∼50%의 이자를 뜯어내는 이른바 ‘대리입금’ 사례들도 있었다. 대리입금 방식으로 직접 도박 자금을 빌렸다는 청소년은 응답자 중 65명이었다. 대리입금 경험자(총 65명) 중 24명(37%)은 “과도한 이자를 요구받았다”고 했다. 신분증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받은 경우는 19명(29%), 돈을 갚지 못해 폭행 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한 경우도 8명(12%)이나 있었다. 그외 응답자 중 236명은 “친구가 도박을 하려고 돈을 빌리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강도 등 2차 범죄도… 전문가 “처벌과 교육 강화해야”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올해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 도박, 교문을 넘다’ 시리즈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를 연속 보도했다. 취재 결과 단순 도박을 넘어 불법 사채에 손대거나 도박 사이트를 만드는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도박이 청소년들의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서울경찰청 조사에서도 “금품 갈취나 중고거래 사기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했다”는 청소년이 7명 있었다.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예방 교육의 ‘투 트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한국중독전문가협회장은 “도박 사이트는 처음엔 마치 게임처럼 가상 머니를 주고 청소년을 유인한다”며 “게임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중독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도박 조직에 대한 처벌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교육 강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무홍 성균관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 범죄처럼 불법 도박사이트 의심 계좌는 신고만 해도 빨리 동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 당국이나 학교가 부모에게 자녀의 도박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도박 문제가 학교 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경우 해당 학생을 엄벌할 계획”며 “학생의 도박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상담기관 등에 바로 연계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수사 중인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약 40일 만에 70%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경찰이 수사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은 513건으로 집계됐다. 올 7월 말 기준 297건에서 40일 만에 72.7% 급증한 수치다. 경찰이 수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에서 올 들어 513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올 들어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318명이다.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10대가 251명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10대 피의자 중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63명에 달했다. 그 밖의 피의자는 20대 57명(17.9%), 30대 9명(2.8%), 40대 1명(0.3%)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역시 10대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범죄 10대 피해자는 181명으로 전체 피해자(292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0%에 달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범죄가 10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지난달 28일부터 집중 단속에 나섰다. 내년 3월 말까지 7개월간 각 시도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관련 범죄를 철저히 추적해 범인들을 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응급실 등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 등의 실명을 공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게시물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회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유포자들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관련자 4명을 특정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협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의료계 내부 갈등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단 작성·유포를 중단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는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와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의 실명과 출신 대학, 가족 관계 등을 적시한 ‘감사한 의사 명단’ 사이트가 일반인도 볼 수 있는 상태로 운영 중이다. 특히 7일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겨 응급실에 남은 전문의와 파견 군의관 등의 실명 등이 올라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들을 낙인찍는 게시물이 올라온 것에 대해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라며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할 방침이지만 의료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응급실 블랙리스트 관련자 4명을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주동자 1명에 대해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나머지 3명은 게시물을 주변에 공유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협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경찰의 수사가 부당하다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명단 유포 피해자의 직접 고발 없이 정부의 유불리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사 대상자를 특정해 수사하는 경찰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은 의협 회원들 개인 간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양쪽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파렴치한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신임 대통령경호처장에 박근혜 정부에서 경호실 차장을 지낸 경찰 출신의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실 차장(60·사진)을 임명했다. 군 출신의 전임 처장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달리 경찰 출신이 현 정부 2번째 경호처장으로 발탁된 것이다. 박 신임 처장은 2013년 경호실 차장에 임명돼 2년 4개월간 근무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세종시에 출마했지만 낙마한 뒤 코레일 상임감사를 지냈다. 윤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충남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 행정학과(2기), 미국 시러큐스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6년 경찰에 입문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충남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경찰 내부에선 꼼꼼한 성격을 지닌 ‘기획통’으로 꼽힌다. 박 신임 처장은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후보로 충남 공주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고향 선배인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지역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정 실장이 서울 중구에 전략공천되면서 그는 경선 없이 본선에 진출했지만 당시 민주통합당 박수현 후보에게 패했다. 경찰 출신이 경호처장에 임명된 것은 경찰청장 출신인 김세옥 어청수 전 경호실장에 이어 역대 3번째다. 박 신임 처장은 “대통령 경호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완벽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필요한 경우 텔레그램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보낼 예정이다. 파벨 두로프(텔레그램 최고경영자) 외에도 성착취물 게시 방조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관계자가 있다면 입건이나 수배도 할 수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56)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수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예인의 ‘포토라인’ 논란에 대해선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선 안 된다”며 앞으로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 사례 같은 비공개 출석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텔레그램에 영장 보내고 인터폴 수배 검토” ―성착취물이 텔레그램에서 퍼지고 있다.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현실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가. “텔레그램이 범죄물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명백하게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 혐의가 나오면 그다음 스텝도 갈 수 있다.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도 그 프로세스 안에 있는 건 분명하다.” ―딥페이크 범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내년 2월 말까지 이례적인 장기 집중 단속을 할 것이다. 현재 경찰은 딥페이크물인지 1분 내에 판독하는 소프트웨어도 보유 중이다. 세계적인 범죄이므로 최근 인터폴, 유로폴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서 심포지엄도 열고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학생 교육에는 전국 학교전담경찰관(SPO) 1000여 명이 투입된다. 피의자 74%가 10대 청소년이다. 모든 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을 보내 딥페이크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 법적으로는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경찰이 잠입해 위장 수사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는 아동청소년 관련 범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모든 피의자에게 동일한 포토라인 적용해야” ―연예인 등의 경우 경찰에 출석할 때 포토라인에 서고, 안 서고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모든 피의자가 동일하게 조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지위나 상황이 다르다고 다른 방식을 적용할 순 없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 배우 유아인도 그런 원칙을 적용했다. 이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 모든 경찰 부서가 알고 있을 것이다.” ―7월부터 일선 경찰관들의 자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는데…. “작년 11월부터 고소 사건 반려제가 폐지되면서 접수 사건이 50% 늘었다. 상당한 부담인데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진단을 통해 업무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순찰차에서 여성이 숨지는 등 경찰의 근무 태만도 논란이다. “경찰 책임자로서 국민께 송구하다.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게 내 역할이다. 지금은 2, 3명이 근무하는 작은 파출소에선 동료끼리 묵인하면 해야 할 일들을 그냥 넘길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 지구대 및 파출소를 2, 3곳씩 묶고 대표 격인 1곳을 ‘중심지역관서’로 지정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생각이다.” ―세관 마약 사건에서 ‘용산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외압이 있었다면 서울경찰청장이었던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나.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이 수사팀에 전화한 건 부적절했다. 그게 이 사건의 전부다.”● “위법 소음 집회는 앰프 선 뽑을 것”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소음 집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위법 상황까지 용인해선 안 된다. 집회 참가자가 많다고 법 적용이 달라질 순 없다. 앞으로는 필요시 현장 경찰들이 집회 측의 앰프 선을 뽑도록 주문할 것이다.” ―도박, 사기, 마약 범죄 근절 의지를 밝혔는데, 방안은…. “조직범죄의 고리는 자금원이다. 돈이 흘러가는 고리를 끊는 데 수사를 집중할 예정이다. 조직폭력배들의 경우 아무리 조직원을 잡아들여도 안 없어지지만, 관련 유흥업소들을 잠그면 조폭이 사라진다. 비슷한 원리다.” ―임기 중 가장 큰 목표가 있다면…. “범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호의호식하는 집단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악성 사기, 마약, 도박이다. 부를 형성하는 범죄 그룹을 막지 못하면 나중에 국가도 못 막는 카르텔이 된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임원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와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이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6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전직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임원 출신 최모 씨(66)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60)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날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D램 생산 공정에 필요한 온도, 압력 등 정보가 담긴 자료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삼성전자 상무,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냈고 2021년 중국 청두시에서 투자를 받아 ‘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CHJS)’라는 중국 기업을 설립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빼돌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설립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5개월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오 씨 역시 최 씨가 세운 청두가오전의 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사실상 기술을 통째로 넘긴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한 뒤 조만간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와 삼성전자 전 수석연구원이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6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전직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임원 출신 최모 씨(66)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60)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날 법원 영장을 발부 받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급 D램 생산 공정에 필요한 온도, 압력 등 정보가 담긴 자료를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삼성전자 상무, 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냈고 2021년 중국 청두시에서 투자를 받아 ‘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CHJS)’라는 중국 기업을 설립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빼돌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설립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5개월 뒤 보석 석방됐다. 오 씨 역시 최 씨가 세운 청두가오전의 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사실상 기술을 통째로 넘긴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한 뒤 조만간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총 1511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중국에서 공안과 우리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액 기준으로 단일 보이스피싱 조직이 저지른 최대 규모 범죄로 피해자만 1900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조롱당한 피해자는 목숨을 끊기도 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중국 공안부와 협조해 한국인 보이스피싱 총책 A 씨 등 4명을 중국에서 붙잡아 22, 23일 이틀에 걸쳐 국내로 이송했다. ‘김○○파’라는 조직 소속인 이들은 2017년부터 중국 항저우, 다롄 등을 근거지로 삼아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만 1923명에 이른다. 경찰은 2020년부터 김○○파를 뒤쫓다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2022년에는 중국 내 소재지를 파악했고, 공안과 협동 작전을 벌인 끝에 같은 해 11월 항저우에서 조직원 8명을 검거했다. 올해 3월에는 다롄의 은신처에서 총책인 A 씨를 포함한 한국인 조직원 29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붙잡힌 이들 중 18명에 대한 한국 이송을 결정했고, 이들 중 죄질이 가장 좋지 않은 4명이 먼저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김○○파의 전체 조직 규모는 9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송환된 이들 중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도 있었다. 조직원 B 씨는 2019년 전화금융사기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할 당시 “피해금을 돌려 달라”고 호소한 피해자를 조롱했고, 해당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직원 C 씨는 스스로를 ‘검사’라고 사칭하며 실제 검사 사진을 입힌 가짜 공무원증 등을 범행에 사용했다. 이들은 가짜로 만든 사전 구속영장을 제시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경찰청은 수사 담당인 충남경찰청을 중심으로 송환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에 남아 있는 14명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안에 국내 송환을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해외에 있는 범죄조직에 대해 강력한 단속 및 검거를 하고, 말단 조직원부터 총책까지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31·사진)가 23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6일 음주 사실이 적발된 지 17일 만이다. 슈가는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정상적으로 공익 근무를 마친 뒤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흰 티셔츠에 검정 재킷을 입고 취재진 포토라인에 선 슈가는 “굉장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슈가는 “많은 팬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성실히 조사받고 오겠다”고 밝혔다. 이어 슈가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고개 숙인 후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 출석이 늦어진 이유는 무엇이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슈가의 음주운전 경위와 음주량, 사안 축소 의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슈가는 이달 6일 오후 11시 14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스쿠터를 타고 귀가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취소 기준(0.08%)을 크게 웃도는 0.227%로 확인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음주 후 ‘전동 킥보드를 탔다’는 슈가의 해명과 달리 전동 스쿠터를 몬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안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이 ‘세관 마약수사팀 외압’ 의혹을 받는 조병노 경무관에 대해 “좌천성 인사가 아니라 좌천시킨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12일 취임한 조 청장은 이날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조 경무관이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을 하면서 (영등포경찰서 수사팀에) 전화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한 행위”라며 “그 뒤에도 여러 적절하지 못한 행태가 있어 최소한 인사적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인사권을 가진 경찰서장으로 보임하거나 민감한 부분을 다룰 수 있는 정보·수사 등의 보직을 맡는 건 적절치 않다”며 “갈 수 있는 데가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경 조 경무관(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당시 영등포서 형사 2과장으로 세관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관세청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달라’는 취지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는 세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말라달라는 맥락이었다. 조 경무관은 자신보다 두 계급이 낮은 백 경정에게 이 건으로 문자도 여러 차례 보내며 직접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마약 수사팀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이 한국으로 필로폰을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이 사건에 대해 조 청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경무관에 대한 인사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14일 경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조 경무관을 전보 조치했다. 조 청장은 이날 대공 수사 강화를 위해 안보수사국 내에 ‘안보분석과’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는 “본청 일부 직제를 조정해 총경급을 과장으로 두는 안보분석과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보분석과 신설은 기존에 흩어져있던 안보수사 관련 첩보 수집과 정보 분석 기능을 일원화해 정보의 정확성과 대공수사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조 청장은 “대공수사 분야가 업무 특성상 공개되기 어렵다 보니 우수한 인력들이 지원하지 않는 현상이 있다”며 “우수 인력 유입을 위해 인사·조직·예산 등 여러 분야에서 과감하게 투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치안정감인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 차장에 김봉식 경기남부경찰청장(57·경찰대 5기)과 이호영 경찰대학장(58·간부후보 40기)이 각각 임명됐다. 경찰청은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치안정감 등 고위직 인사를 발표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12일 취임해 2년 임기를 시작한 데 따른 후속 인사다. 서울청장에 임명된 김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 경찰대를 졸업한 후 주로 대구에서 근무했다. 2022년 1월 경무관에 올랐으며, 이번 정부 들어 치안감과 치안정감으로 두 계급을 고속 승진했다. 김 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1994∼1996년, 2009년 대구지검에서 일할 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임 경찰청 차장은 충남 출생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간부후보 40기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 경무관 승진 후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 등을 역임했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임기가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고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개 자리가 있다. 김수환 경찰청 차장(55·경찰대 9기)은 부산경찰청장에, 김준영 강원경찰청장(54·경찰대 9기)은 경기남부청장에, 오문교 충남경찰청장(57·경찰대 5기)은 경찰대학장에 각각 임명됐다. 치안정감 바로 아래인 치안감 24명 전보 인사도 단행됐다. 10일 치안감으로 승진한 김동권 경찰청 국제협력관과 도준수 서울경찰청 경찰관리관이 각각 신임 경찰청 대변인과 경찰청 기획조정관으로 임명됐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