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상생형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생산한 캐스퍼 전기차가 첫 수출길에 오른다. 광주시는 23일 광산구 덕림동 광주글로벌모터스 내 출하장에서 캐스퍼 전기차 수출차량 선적식을 가졌다. 선적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 윤몽현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수출차 생산은 2021년 9월 캐스퍼를 처음 양산한 지 3년 만이다. 캐스퍼 전기차는 차체 조립, 도장, 조립 공정을 통해 양산되며 유럽의 까다로운 품질 인증 절차를 거쳐 수출된다. 첫 캐스퍼 수출차량은 독일, 네덜란드로 운반되는 등 이달에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 2600대를 수출한다. 이어 11월에는 4400대, 12월에는 4100대 등 연말까지 일본, 호주 등 세계 54개국에 총 1만1000여 대를 수출할 예정이다. 캐스퍼 수출에 따라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친환경 차량 생산 체제 전환으로 글로벌 자동차 위탁생산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시장은 “캐스퍼가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것은 광주 시민들에게도 기쁨”이라며 “광주글로벌모터스가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해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경제의 주춧돌이 되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동구 장동에는 ‘책과 생활’이란 서점이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동명동 카페거리 인근에 위치한 83㎡ 규모의 이 서점은 평일 100여 명, 주말 200여 명이 찾는 독립서점이다. 신헌창 대표(51)는 “서점을 찾는 시민 일부는 주민 도서지원 사업을 통해 읽고 싶은 책을 받아 간다. 도서지원 사업을 통해 책 읽는 기쁨을 느끼는 시민도 많다”고 말했다. 인문동아리 ‘독독한 사람들’의 신해인 회장(34)는 “주민 도서지원 사업이 회원 21명의 책 읽기 활동을 이끌어 독서운동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는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주민 도서지원 사업을 실시해 주민 1만4000여 명에게 읽고 싶은 책 1권씩을 지원해 주고 있다. 광주 출신인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후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사는 광주가 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동구가 ‘책 읽는 인문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구는 해마다 구민 권장도서 80권씩을 선정한 뒤 이들 권장도서 중에서 올해의 책 10권을 확정하고 있다. 4년 동안 권장도서 320권과 올해의 책 39권을 선정했다. 주민들은 동구청, 동구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권장도서, 올해의 책 목록을 보고 읽고 싶은 책 1권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한 책 1권은 ‘책과 생활’ 같은 동네 서점 10곳에서 무료로 받아 읽을 수 있다. 동네 서점 10곳 중 6곳은 인권, 환경, 철학, 구전문학, 미술비평, 시 낭송 등의 서적을 비중 있게 전시·판매하는 독립서점이다. 나머지 4곳은 향토서점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도서 선정단이 올해의 책과 권장도서를 추천하면 주민들이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선정한다. 이정이 광주 동구 인문도시정책과장은 “도서지원 사업은 주민들에게 책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제공하고 경영 위기에 놓인 동네서점을 살리는 상생 방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동네서점 10곳 중 8곳은 ‘책 마을 인문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책과 생활’ ‘기역 책방’ ‘소년의 서’ 등 각 서점의 특색을 담은 북 토크, 낭독회, 인문 강연 등이 5년간 76회 진행됐다. 주민들은 또 서점에서 소설가, 시인을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김미순 ‘동명책방 꽃이 피다’ 대표는 “성평등, 기후환경, 노동과 문학, 인문학 관련 책을 비중 있게 전시·판매하고 있다”며 “도서지원 사업은 주민들의 발길을 서점으로 이끌어 책을 읽는 계기를 만들고 서점 운영에 재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는 독서공모전, 찾아가는 독서교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올해의 책과 구민 권장도서를 신청해 읽고 난 뒤 감상문을 제출하는 독서공모전의 경우 참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에는 280여 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950여 명이 참여했다. ‘찾아가는 독서교실’도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교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찾아가는 독서교실은 학교, 경로당, 작은 도서관 등에서 380여 차례 진행돼 주민 6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밖에 독서 동아리 40여 개가 매달 책을 읽고 독후감을 공유하는 인문공동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부터 동구는 인문도시정책과를 신설하고 6년간 주민들이 참여해 책과 연관된 콘텐츠를 매개로 생활 속 인문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인문 도시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인문사업 성과가 6년간 쌓여 인문도시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책을 많이 읽고, 책을 많이 사는 광주를 조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돈 먹는 애물단지’ 관광특구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관광특구’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94년 8월 경주, 제주, 설악산, 해운대, 대전 유성이 최초 관광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30년간 전국 13개 시도 34곳으로 늘었지만 대다수가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외국인 방문객 10만 명 기준 등 특구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곳을 찾기가 손에 꼽을 정도다. 전국 관광특구에 매년 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호텔과 식당들의 줄폐업이 잇따르는 등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형국이다.》“여기가 관광특구라고요? 볼 것도 즐길 것도 없는데….” 11일 오후 6시경 대전 유성온천관광특구에서 만난 김민준 씨(38)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왔다는 김 씨는 “빼곡히 들어선 오피스텔과 텅 빈 식당만 보여서 유명 관광지인지 몰랐다”며 “관광특구라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한때 1000만 관광객으로 붐볐던 유성온천관광특구는 오간 데 없었다. 관광특구 중심부에 위치한 야외 온천에선 일부 노인들이 족욕을 즐기고 있었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손님이 없는 텅 빈 식당 내부나 아예 저녁 장사를 접고 문을 닫은 가게도 다수 눈에 띄었다. 또 다른 관광특구인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27년째 특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퇴근 후 찾는 것 외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라고 말했다.● 관광객 통계도 없는 ‘유명무실’ 관광특구 관광특구는 정부가 전국 주요 관광지를 국제적 관광거점지역으로 육성하고자 1993년 관광진흥법에 따라 처음 마련됐다. 이듬해 8월 경주, 제주, 설악산, 해운대, 대전 유성이 최초 관광특구로 지정돼 현재 전국 13개 시도 34곳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관광특구는 이름만 남았다. 관광특구는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만 명을 넘고 관광 안내 및 공공 편익시설, 기반시설(숙박) 등을 충족해야 하지만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다. 동아일보가 34곳의 관광특구를 대상으로 최근 3년(2021∼2023년)간 외국인 관광객 방문 현황을 조사한 결과 26곳은 아예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통계를 집계하는 8곳 중 6곳은 관광객 수가 지정 요건에 미치지 못했다.● 쏟아부은 예산만 수백억…효과는 ‘미미’ 정부는 매년 관광특구에 3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내리고 있다. 지자체마다 정부 공모 사업을 따내는 구조인데, 공모에 선정되면 지자체마다 사업 성격에 맞춰 1억∼5억 원 규모의 예산이 지원된다. 법령 개정으로 공모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매년 30억 원씩 20년간 총 600억 원의 예산이 전국 각 관광특구에 투입된 셈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디어 조명, 안내판 설치, 특구 상징 조형물 구축 등 예산 사용처가 시설 확충에만 편중된 탓이다. 실제 대전 유성특구는 2020년 4억3000만 원을 지원받아 숲길 조성에 나섰지만 관광객 증가 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남 통영시 미륵도 특구도 지난해 2억9000만 원을 받아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런 탓에 당초 취지였던 지역 활성화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유성호텔 등 특구 내 호텔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고, 한때 200만 명이 다녀간 부곡온천의 경우 2017년 문을 닫은 뒤 지금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박상곤 연구원이 발표한 ‘관광특구 지정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관광특구의 경제지표를 분석한 결과 해당 지역 경제 상황은 평균적으로 5.5%가량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엉터리 ‘셀프 평가’…기준 미달에도 해제 없어 수년째 관광특구 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지정 해제가 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관광특구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광특구에 대한 평가는 각 지자체에서 매년 진행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3년에 한 번 실시한다. 문체부는 2004년 특구 지정 및 운영 권한을 각 시도지사에게 이양했기 때문에 권고 이외 지정 해제 등을 시행할 수는 없다. 지자체는 적합성(시설), 편의성(통역 등), 프로그램, 방문객 수 등을 따져 우수, 보통, 미흡, 부진으로 평가한다. ‘부진’을 받을 경우 지정이 해제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특구들은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심사를 하는 평가위원들이 해당 지자체 내 대학의 교수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셀프 평가’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박 연구원은 “평가 항목 지표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부풀려진 추정치들로 좋은 점수를 얻어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30년이 넘은 옛 관광특구의 기준과 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경남=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전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여수시는 19일 종포해양공원 일원에서 ‘따뜻한 이음, 공정무역을 만나다’를 주제로 2024년 여수 공정무역 축제를 개최한다. 여수시가 주최하고 여수YMCA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공정무역의 이해를 높이고 가치 확산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수 공정무역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공정무역은 빈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거래 방식으로 공정한 가격 보장을 통해 생산자는 노동자의 안전 및 근로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소비자는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착한 소비를 말한다. 이번 행사에는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한 9개 단체가 참여해 공정무역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14개 체험·홍보 부스를 운영한다. 또 공정무역 퀴즈 맞히기, 포토 존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공정무역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김태완 여수시 경제일자리과장은 “공정무역 축제는 공정한 노동 조건의 보장, 아동과 환경을 존중하는 공정무역의 정신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년이 온다’를 제일 먼저 읽어보고 싶어요.” 16일 광주 북구 중흥동 중흥도서관에 모인 효동초등학교 6학년 6반 학생 24명은 ‘한강이 궁금해’란 주제로 열린 야외 수업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학생들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중흥동에서 태어났고 효동초에서 1∼3학년을 다녔다는 설명을 듣곤 신기해했다. 수업에 참여한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학생들에게 한 작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몸담았던 고 문재학 열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 구청장은 “우리 학생들도 선배인 한 작가님처럼 노력해 제2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수업 끝 무렵에 한 작가에게 보내는 희망편지를 썼다. 김수혁 군(13)은 “선배이신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저도 (작가님처럼)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음에도 멋진 상을 받아 효동초교와 나라를 빛나게 해주세요”라고 썼다. 박수빈 양(13)은 “한강 작가님이 소설 ‘채식주의자’를 쓰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셔서 정말 축하합니다”라고 적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44년 만에 5월의 진실을 말해 마음이 편안합니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 정용국 씨(60·사진)는 1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현장 속으로: 기억과 사건’ 전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24일까지 개최되는 전시회는 문화전당이 세워진 터가 예전에 광주읍성, 옛 전남도청이 위치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정 씨는 한 달 전쯤 5·18민주화운동 주요 무대인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에서 나온 폐기물을 전시회 소품으로 사용하는 작업을 도왔다. 이를 계기로 용기를 내 5·18 경험을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증언했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정 씨는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에 대항하는 시민 행렬에 참여했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 발포 직후 옛 전남도청 주변에 있었다고 한다. 당시 집단 발포로 5·18 전체 사망자(166명)의 40%에 달하는 67명이 숨졌다. 정 씨는 집단 발포 이후 중앙초등학교 인근 전봇대에서 카빈소총을 든 20대 청년 뒤에 숨어있었다고 한다. 잠시 후 총성과 함께 20대 청년이 등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정 씨는 “총을 맞은 청년은 처음 본 사람이었고 아직까지 생사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총격 상황이 평생 악몽으로 남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나중에 군복무를 할 때 당시 청년이 저격병 조준사격으로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44년 만에 5월 진실을 밝혀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교복을 입고 있어 추가 조준사격을 하지 않은 것 같아 고마운 생각도 들고 저격병이 용기를 내어 양심고백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 씨는 “(나는 5·18 당시) 민주화를 염원하던 평범한 광주 시민이자 증인”이라며 “5·18 때 고초를 겪은 희생자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기 희망한다”고 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가 과거 한 작가의 집 근처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이 소설은 당시 ‘막내 시민군’ 문 열사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동호의 아픔을 다뤘다. 12일 취재팀은 과거 한 작가의 생가가 있었던 광주 북구 중흥동을 찾아갔다. 한 작가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는 기존 건물을 허문 뒤 1997년 2층 조립식 주택이 들어섰고, 현재 휴대전화 판매점으로 운영 중이었다. 한 작가는 1977년 광주 북구 효동초에 입학해 1979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광주에 살 당시 그의 생가는 효동초에서 500m 거리였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문 열사의 집은 효동초 바로 옆이었다. 문 열사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이 집에 살았다. 한 작가와 문 열사의 집은 직선거리로 280m 떨어져 있었다. 효동초는 5·18민주화운동이 처음 시작된 전남대 정문 근처에 있다. 광주상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문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이 쏜 총에 숨졌다. 이후 광주 북구 망월동 묘지에 가매장됐다가 10일 후 가족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85)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가 2010년경 효동초 인근 집을 찾아와 두 시간 동안 아들의 사연을 듣고 갔다”고 했다. 김 씨는 당시 한 작가에게 “1980년 6월 7일경 생사불명이던 아들이 가매장된 망월동 묘를 파 보니 관이 2cm 두께의 너무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져 관을 들면 시신이 떨어질 것 같았다. 시신은 알몸 상태로 광목천에 싸여 있었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김 씨는 “노벨 문학상 뉴스를 보고 기쁨과 고마움의 눈물이 흘렀다. 소설로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려줘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열사의 누나 미영 씨(62)는 “한 작가가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생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은 우연이지만 동시에 인연”이라고 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한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와 딸의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사업과 관련해 논의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은 (문학관 등) 모든 건물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지역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산업현장 경험을 쌓는다. 14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11일부터 광주공업고교, 광주전자공업고교, 전남공업고교, 금파공업고교, 동일미래과학고교, 숭의과학기술고교 등 6개 직업계 고교 3학년 학생 21명이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연말까지 약 3개월간 광주글로벌모터스 자동차 생산라인 각 단계에 배치된다. 학생 1명당 광주글로벌모터스 정규 직원인 기업 현장교사 1명이 연결돼 하루 최대 8시간 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장 경험시간은 정기 현장실습시간 7시간과 연장현장실습 1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시교육청은 기술인재가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21년부터 광주글로벌모터스의 문을 두드렸고, 3년 동안 공을 들인 끝에 올해 현장실습이 성사됐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최근 산업구조 개편과 전기차 생산 확대 등에 따른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광주글로벌모터스 현장실습 확대 등을 고려해 이번 프로그램 참여 분야를 자동차, 전기, 전자, 기계 등 직무 관련성이 있는 학생들로 선발했다. 현장실습 참여 학생은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심사를 거쳐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또 정규직으로 채용될 때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2019년 9월 법인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620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이 중 95%인 590명을 광주·전남 출신으로 채용했다. 전체 직원 중 20, 30대 젊은층이 510명으로 82%에 달한다. 현재는 전체 직원이 660여 명 규모다. 시교육청은 이번 실습을 통해 학생들이 전반적인 자동차 제작 과정을 이해하고, 생산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재학 전남공업고 교장은 “이번 현장실습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습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광주글로벌모터스와 협력해 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이해하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몽현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직업계고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실습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직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실무 역량을 키우며 지역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현장 실습과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과 관련된 인연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는 과거 한 작가의 집 근처에 살았다.12일 기자는 과거 한 작가의 생가가 있었던 광주 북구 중흥동을 찾아갔다. 한 작가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는 기존 건물을 허문 뒤 1997년 2층 조립식 주택이 들어섰고, 현재 휴대전화 판매점으로 운영 중이었다. 한 작가는 1977년 광주 북구 효동초에 입학해 1979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광주에 살 당시 그의 생가는 효동초에서 500m 거리였다. 휴대전화 가게 주인 김모 씨(42)는 “한승원 작가가 늘 조용하고 매너가 있으셔서 유명한 소설가인지 한강 작가의 부모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문 열사의 집은 효동초 바로 옆이었다. 문 열사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한 작가와 문 열사의 집은 직선거리로 불과 280m 떨어져 있었다. 효동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처음 시작된 전남대 정문 근처에 있다. 광주상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문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이 쏜 총에 숨졌다. 이후 광주 북구 망월동 묘지에 가매장됐다가 10일 후 가족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소년이 온다’는 5·18 ‘막내 시민군’ 문 열사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동호, 그리고 주변 인물의 아픔을 다뤘다.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85)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가 2010년경 효동초 인근 집을 찾아와 두 시간 동안 아들의 사연을 듣고 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 한 작가에게 “1980년 6월 7일경 생사불명이던 아들이 가매장된 망월동 묘를 파보니 관은 2㎝ 두께의 너무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져 관을 들면 시신이 떨어질 것 같았다. 시신은 알몸 상태로 광목천에 둘러 싸여있었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김 씨는 “한 작가는 아들의 사연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간혹 질문을 했다”고 기억했다. 김 씨는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기쁨과 고마움의 눈물을 흘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40여 년 동안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100번, 1000번 노력했지만 국내에도 다 전하지 못했다”며 “한 작가가 소설로 5·18진실을 세계에 알려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문 열사의 누나 미영 씨(62)는 “한 작가가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생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은 우연이지만 동시에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한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는 “딸이 14살 때 은밀하게 숨겨둔 5·18 학살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소년이 온다’를 쓴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딸은 5·18 이외에도 4·3사건을 쓰기 위해 제주에서 오래 살 정도로 소설밖에 모른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노벨상 소식 이후 사흘간 1분도 안 쉬고 계속 인쇄기를 돌리는 중입니다.” 13일 오후 3시경 경기 파주시 천광인쇄사 입구에는 이제 막 인쇄된 소설가 한강(54)의 책이 높이 150cm 넘게 쌓여 있었다.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인쇄기가 돌아가는 가운데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한 직원 20명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표지를 찍어내느라 바빴다. 두 대의 인쇄기는 사흘간 24시간 ‘풀가동’ 중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한강의 저서 중 양장본이나 초판본, 친필 사인본은 정가의 수십 배 가격에 중고 거래됐다. 연세대 등 한강의 모교는 축하 메시지를 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인쇄소는 사흘간 풀가동 ‘즐거운 비명’ 한강 저서 품귀 현상에 인쇄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자가 찾아간 천광인쇄사는 이날 하루 동안 한강의 책 2만5000부를 찍었다. 인쇄소 관계자는 “이번 주 찍은 한강 책만 7만 부가 넘는다”고 했다. 한때 종이 공급이 인쇄 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인쇄소 관계자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11시 퇴근하고 있다”면서도 “몸은 힘들지만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책들은 10일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후 13일 오후 2시까지 사흘간 약 53만 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책은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한강의 모교 연세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강 수상은) 연세대의 자랑이며 보람인 동시에 한국을 넘어 전 인류가 공유하는 긍지와 성취”라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연세 문학인의 감수성인 동시에 140년 가까이 이어온 연세 교육의 지표”라고 축하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안연진 씨(20)는 “(한강의 수상이) 후배로서 열심히 공부할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배모 씨(22)는 “문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의 모교인 서울 강남구 풍문고도 교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풍문고의 자랑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민들 독서 열풍, 중고 거래선 ‘노벨상 프리미엄’ 시민들 사이에서도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책마당’에서는 한강의 책이 진열된 곳에 시민들이 길게 줄 섰다. 자녀를 ‘글쓰기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부모들이 늘며 교육계도 들썩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38)는 “아이에게 글쓰기를 꼭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부터 글쓰기 학원을 보내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도 ‘한강처럼 글 쓰는 법’ 등의 문구를 내걸며 홍보에 나섰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소년이 온다’를 30만 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가(1만3000원)의 20배를 넘는 가격이다. ‘소년이 온다’ 저자 서명본은 40만 원에 사겠다는 글도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초판 1쇄를 20만 원에 구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86)가 살고 있는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선 이날 주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한 작가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한 작가는 고마운 마음만 표현하며 참석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한 작가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벨 문학상을 받은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이 너무 어렵다”며 “딸에게 (주민들이) 마을 잔치를 열려고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잔치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고 전했다. 이에 한 작가가 딸에게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잔치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못 하게 하느냐”고 답변했다고 한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노벨상 소식 이후 사흘간 1분도 안 쉬고 계속 인쇄기를 돌리는 중입니다.”13일 오후 3시경 경기 파주시 천광인쇄사 입구에는 이제 막 인쇄된 소설가 한강(54)의 책이 높이 150cm 넘게 쌓여 있었다.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인쇄기가 돌아가는 가운데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한 직원 20명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표지를 찍어내느라 바빴다. 두 대의 인쇄기는 사흘간 24시간 ‘풀가동’ 중이었다.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한강의 저서 중 양장본이나 초판본, 친필 사인본은 정가의 수십 배 가격에 중고 거래됐다. 연세대 등 한강의 모교는 축하 메시지를 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인쇄소는 사흘간 풀가동 ‘즐거운 비명’한강 저서 품귀 현상에 인쇄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기자가 찾아간 천광인쇄사는 이날 하루 동안 한강의 책 2만 부를 찍었다. 인쇄소 관계자는 “내일은 3만 부, 모레는 2만 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한때 종이 공급이 인쇄 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인쇄소 관계자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11시 퇴근하고 있다”면서도 “몸은 힘들지만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한강의 모교 연세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강 수상은) 연세대의 자랑이며 보람인 동시에 한국을 넘어 전 인류가 공유하는 긍지와 성취”라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연세 문학인의 감수성인 동시에 140년 가까이 이어온 연세 교육의 지표”라고 축하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안연진 씨(20)는 “(한강의 수상이) 후배로서 열심히 공부할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배모 씨(22)는 “문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의 모교인 서울 강남구 풍문고도 교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풍문고의 자랑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민들 독서 열풍, 중고 거래선 ‘노벨상 프리미엄’시민들 사이에서도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책마당’에서는 한강의 책이 진열된 곳에 시민들이 길게 줄 섰다. 자녀를 ‘글쓰기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부모들이 늘며 교육계도 들썩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38)는 “아이에게 글쓰기를 꼭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부터 글쓰기 학원을 보내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도 ‘한강처럼 글 쓰는 법’ 등의 문구를 내걸며 홍보에 나섰다.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소년이 온다’를 30만 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가(1만3000원)의 20배를 넘는 가격이다. ‘소년이 온다’ 저자 서명본은 40만 원에 사겠다는 글도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초판 1쇄를 20만 원에 구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강이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악동뮤지션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음원차트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역주행’했다.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86)가 살고 있는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선 이날 주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한 작가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한 작가는 고마운 마음만 표현하며 참석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한 작가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벨 문학상을 받은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이 너무 어렵다”며 “딸에게 (주민들이) 마을 잔치를 열려고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잔치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고 전했다. 이에 한 작가가 딸에게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잔치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못 하게 하느냐”고 답변했다고 한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외로울 것 같아서 찾아왔는가. 고맙네.”13일 오전 10시경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 해산토굴 입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는 김연식 재경장흥군향우회 회장(69) 등 주민 4명을 반기며 말했다. 한 작가는 주민들로부터 이날 율산마을 회관 앞에서 열린 축하잔치 참석을 3, 4차례 권유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한 작가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딸을 둔 아버지 역할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고려해 기자회견 등을 하지 않는다는 뉴스가 세계에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마을 축제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주민들에 따르면 한 작가는 딸에게 “(주민들이) 마을 잔치를 열려고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딸은 “잔치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에 한 작가는 딸에게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잔치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못하게 하느냐”고 답변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 강 모 씨(57세)는 “한 작가는 딸의 뜻을 철저하게 존중하고 따르는 스타일이다. 마을잔치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한 작가가 살고 있는 율촌마을에는 이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있었고 관광객 발길도 이어졌다. 주민 김관형 씨는 “이웃집 딸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축하의 의미로 현수막을 스스로 설치했다”고 말했다.서울에 왔다는 관광객 윤모 씨(74)는 “가족들과 강진군 1주일 살기를 하려왔다가 한강 작가 부모님이 사시는 마을이 옆에 있다고 해서 제일 먼저 찾아왔다”고 말했다.율산마을 주민들은 이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김영건 탁구선수의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잔치를 열었다. 수문리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율산마을은 주민 80여 가구 150여명이 살고 있다. 율산마을에는 한 작가의 글쓰기 작업실인 해산토굴, 한승원문학관, 한승원 산책로가 있다.박흥식 율산마을 이장(65)은 “작은 마을에서 세계적 인물 2명이 잇따라 배출되자 주민들 스스로 축하하는 마음에 마을회비로 조촐한 잔치를 열었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패럴림픽 금메달 선수를 배출한 전남 장흥군 율산마을 주민들이 13일 조촐한 마을잔치를 연다.12일 율산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주민들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율산마을 회관과 인근에서 마을잔치를 연다. 수문리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율산마을은 80여 가구 150여 명이 살고 있다. 율산마을에는 작가 한승원의 글쓰기 작업실인 해산토굴, 한승원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이번 마을잔치는 율산마을에 사는 작가 한승원(86)의 딸 한강 씨(54)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주민 김규태 씨(70)의 아들 김영건 선수(40)가 17회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한국 장애인 탁구 에이스 김영건(광주시청)은 2012 런던 패럴림픽 이후 12년 만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을 주민 대표들은 11일 밤 회의를 갖고 마을 잔치 개최를 결정한 뒤 한승원 작가를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한승원 작가는 “딸(한강)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도 안 하기로 했다”며 반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강 작가는 11일 저녁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한 국내 기자회견은 하지 않기로 했다.율산마을 사람들은 주민 자녀 두 명이 세계적 인물이 된 것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며 자체 잔치를 열기로 결정했다. 박흥식 율산마을 이장(64)은 “김규태 씨는 지난달 아들이 파리에서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자 마을잔치를 하라며 돼지 한 마리 금액을 기부했다. 그런데 마을잔치를 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한승원 작가의 딸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자 세계적 인물 두 명을 배출한 마을이라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마을 회비로 조촐한 잔치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강아, 강아.” 어느 날 소설가 아버지는 한참 소설을 쓰다 문득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찾아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다. 밖에 나와 있던 두 아들과 달리 딸은 자신의 방 어두컴컴한 구석에 홀로 있었다. 방으로 들어선 아버지를 보더니 딸은 “네”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딸은 조용히 답했다. “공상하고 있었어요. 공상하면 안 돼요?” 소설가 한승원 씨(86)는 11일 자신의 집필실인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 토굴 앞 정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0여 년 전 그때를 바로 어제처럼 기억했다. 전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대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딸이지만, 한 씨는 손때 묻은 옛 사진 속 어린아이를 보는 듯 한강을 자꾸 ‘아이’라 불렀다. 한 씨는 “혹평하자면 딸은 요리도 못하고 소설밖에 모른다”면서도 “영어는 어딜 가든 만점을 받았다”고 했다. 한강은 어릴 적부터 언어 능력이 두드러졌다.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땐 영어책을 달달 외웠고, 오빠보다 영어를 잘했다. 고등학교 땐 한글날 글짓기에서 텔레비전을 ‘말틀’이라고 표현해 상을 받았다. 아버지가 소설 쓰기를 가르친 적도 없었지만, 대학에 진학할 땐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아버지가 10세 때 준 타자기로 글을 쓴 문사(文士)다운 선언이었다. 고집도 남달랐다. 부모는 먹고살기에 조금이나마 나을 거라는 생각에 영문과에 가라고 권했지만, 한강은 단호히 거부했다. 자신이 정한 길을 걷기 위해 연세대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한강의 어머니 임감오 씨(84)는 1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에 대한 꿈을 꿨다”며 “딸은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소설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에도 한강은 한강다웠다. 아버지는 전화로 딸에게 “기자간담회를 하라”고 권했지만, 한강은 수상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민한 끝에 자신의 생각을 정했다고 한다. 한 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더라. 딸은 노벨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의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새 한국 안에서만 사는 작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감각으로 (생각하는 작가로)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합니다. 나는 평균치를 약간 넘어선 사람인데요. 평균치를 뛰어넘은 아버지를 뛰어넘은 딸이죠.” 한 씨는 전날 밤 경황없던 때를 돌이키기도 했다. 한 씨는 “10일 밤 동아일보 여기자에게 처음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가짜뉴스’ 아니냐고 되물었다. 딸이 너무 젊어 수상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딸은 몇 년 뒤에야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수상 소식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말했다. 1968년 등단한 선배 소설가로서 딸의 작품에 대한 상세한 평가도 전했다. 한 씨는 “딸은 문장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프다”면서 “작가로서 딸의 장점은 끈질김”이라고 했다. 한 씨는 “소설 ‘소년이 온다’는 굉장히 시적이고 환상적인 그런 세계를 다루고 있다. 제주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첫 문장은 굉장히 으스스하고 신화적인 그런 분위기, 환상적인 리얼리즘 분위기로 끌고 간다”며 “트라우마와 열린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 덧붙였다.장흥=이형주 peneye09@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이 실려 나가고 그러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울까요.”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이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에게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승원은 밝혔다.한승원은 11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우리 딸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른 거 같다”며 “나는 골목대장(국내만 산다는 의미)인데, 한강은 세계를 보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한강은 아버지에게 “수상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 인줄 알았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한강의 어머니 임감오 씨는 이날 새벽 자택 앞에 태극기를 걸어놓기도 했다. 임 씨는 “딸에게 노벨문학상 받으면 태극기를 걸겠다고 평소 말해왔다”고 말했다.한강은 10일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 지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다. 나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뉴스가 한국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떻게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것이냐란 질문에 그는 “내가 술은 안 마신다”면서 “전화 통화 후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며 웃었다.그는 2019년 인촌상 수상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친 한승원 소설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사방에 널린 책들 속에서 자랐다는 것. 그는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나를 도와줬다”고 말했다.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 지역의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시, 시교육청, 경찰, 시민단체가 손을 잡았다. 광주시는 광주시교육청, 광주경찰청,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와 광주지역 범죄 관련 등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희망틔움 통합지원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희망틔움 통합지원단은 범죄와 관련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구축된 공공·민간 네트워크다. 광주자치경찰위원회와 광주경찰청 주도로 광주지역 69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협약에 따라 광주경찰청은 범죄 관련 사회적 약자를 신속하게 발굴하고,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 굿네이버스는 돌봄·교육 및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범죄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료, 건강한 일상 복귀를 돕는다. 광주시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통해 범죄 피해자의 일상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는 올 4월 새벽에 귀가 중 ‘묻지 마 범죄’로 피해를 입어 거동조차 어려운 70대 노인에게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식사와 가사, 병원치료 동행 서비스를 지원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질병·사고·노쇠·장애 탓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희망틔움 통합지원단은 피해자 회복을 돕는 따뜻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며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통해 시민의 삶을 지키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0대 여학생을 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당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한 진술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실제 박 씨가 마신 것은 두 병뿐인 것으로 파악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박 씨의 진술에도 의구심이 커질 전망이다. 6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경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박 씨의 가게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식탁에는 안주와 소주병 4개가 있었는데 그중 술이 다 비워진 것은 두 병뿐이었다. 나머지 두 병 중 한 병은 마개가 따져 있었지만 술은 그대로였고, 다른 한 병은 마개도 따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박 씨가 마신 것은 두 병뿐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9시경부터 가게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정쯤 거리를 배회하다 그를 승객으로 오해한 한 택시 기사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후 박 씨의 형이 동생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해 5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박 씨는 경찰이 돌아간 뒤 피해자 A 양(18)을 보고 800m를 따라가 살해했다. 그는 이후 호프집, 노래방에서 다시 술을 마신 뒤 인근 마트에 주차된 승용차를 발로 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박 씨는 범행 전후 3시간 동안 그의 가게 반경 2km에서 다섯 번이나 사람들을 접촉했다. 그와 만난 사람들은 “(박 씨가) 취했지만 대화가 가능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박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소주 4병을 마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씨가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허리춤에 감추고 나와 범행 후 버리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0대 여학생을 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당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한 진술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실제 박 씨가 마신 것은 두 병 뿐인 것으로 파악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박 씨의 진술에도 의구심이 커질 전망이다.6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경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박 씨의 가게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식탁에는 안주와 소주병 4개가 있었는데 그 중 술이 다 비워진 것은 두 병 뿐이었다. 나머지 두 병 중 한 병은 마개가 따져있지만 술은 그대로였고, 다른 한 병은 마개도 따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박 씨가 마신 것은 두 병 뿐이다.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9시경부터 가게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정쯤 거리를 배회하다 그를 승객으로 오해한 한 택시 기사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후 박 씨의 형이 동생이 자살할지도 모른다고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해 5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박 씨는 경찰이 돌아간 뒤 피해자 A 양(18)을 보고 800m를 따라가 살해했다. 그는 이후 호프집, 노래방에서 다시 술을 마신 뒤 인근 마트에 주차된 승용차를 발로 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박 씨는 범행 전후 3시간 동안 그의 가게 반경 2㎞에서 다섯 번이나 사람들을 접촉했다. 그와 만난 사람들은 “(박 씨가) 취했지만 대화가 가능했다”고 진술했다.앞서 박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소주 4병을 마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 씨가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허리춤에 감추고 나와 범행 후 버리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순천에서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의 범행이 이뤄지기 불과 20분 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를 면담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26일 0시 15분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박대성의 가게로 출동했다. 경북 경주에 사는 박대성의 형으로부터 “동생이 자살하려 한다”는 112 신고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박대성이 소주 2병을 마신 것을 확인했다. 다만 그가 크게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자살할 생각이 없다”는 말에 0시 23분에 면담을 끝내고 돌아갔다. 그러나 앞서 박대성은 주방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고 0시 8분경에는 허리춤에 흉기를 숨긴 채 그를 손님으로 착각한 택시기사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박대성은 경찰이 돌아간 뒤 21분 후인 0시 44분경 귀가하던 A 양(18)을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했다. A 양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박대성은 범행 이후 호프집과 노래방 등을 차례로 출입했다. 범행 과정에서 슬리퍼가 벗겨지자 가게로 돌아와 운동화로 갈아신고 나왔다. 도주 과정에서 웃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황장애가 있다” 등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을 이어왔다. 그러나 경찰은 박대성이 흉기를 챙겨 나와 허리춤에 감추고 범행 후 버리는 등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전남 순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박대성을 검찰에 송치했다.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은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셔 범행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공황장애를 주장했으나 경찰은 진료기록 등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박대성이 자신의 가게에서 미리 흉기를 챙겨 나온 점 등 계획적 범죄의 정황을 확인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 가게 주방서 흉기 챙긴 후 3시간 활보전남 순천경찰서는 4일 살인 혐의로 박대성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경 전남 순천시 조례동 자신의 가게 주방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가게에서 나오기 전에 소주 4병을 혼자 마셨다. 그를 손님으로 인식한 택시기사와 잠시 대화를 나눌 땐 흉기를 허리춤에 감췄다.박대성은 흉기를 소지한 채 인도를 살피며 30분 동안 가게를 오갔다. 그는 택시기사에 이어 두 번째로 본 A 양(18)을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났다. A양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범행 13분 후 박대성이 웃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촬영됐다.범행 당시 슬리퍼가 벗겨진 박대성은 맨발로 흉기를 소지한 채 인근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 반 병을 마셨다. 가게로 되돌아온 그는 운동화를 신고 다시 나와 노래방에 갔다가 나와 인근 원룸 주차장에 흉기를 버렸다. 흉기를 버리고 나서도 1시간여 동안 거리를 배회했다.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오전 3시경 인근 마트에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검거됐다. 그는 가게를 중심으로 반경 2㎞를 3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경찰, 계획적 범행 정황 확인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각종 CCTV 영상을 보여주자 “조금씩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평소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돌변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점, 가게영업이 되지 않는 경제적 문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소주 4병을 마셔 뚜렷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범행을 인정한다”고 진술했다.박대성은 과거 다른 폭력사건 2건에 연루돼 경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 지역 출신인 그는 5년 전 순천으로 와 음식점 주방장으로 일했다. 그는 동료 종업원들과 술을 마사다 폭력을 휘둘렀고 추후 합의돼 처벌받지 않았다.경찰은 박대성이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나와 범행을 저지르고 택시기사, 호프집·노래방 주인과 대화를 나눌 때 흉기를 허리춤에 감춘 점 등을 감안해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A 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약을 사러 나갔다가 친구를 만나 배웅해주고 귀가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조례동에 마련된 A 양의 분향소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간 추모객 4000명이 다녀갔다. 순천시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A 양 얼굴이 공개되는 것은 원치 않아 영정사진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시청 홈페이지 온라인 추모관은 당분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흉악범죄 피의자인 박대성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을 공개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