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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27대 사장으로 박장범 KBS 뉴스9 앵커(54·사진)가 임명 제청됐다. KBS 이사회는 2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면접심사와 투표를 거쳐 박장범 후보를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KBS 이사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송부했다. 박 후보자는 현재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과거 뉴스광장과 심야토론, 일요진단 등을 진행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KBS 최초로 9시뉴스 앵커 출신 사장이 된다. 제27대 KBS 사장 임기는 3년으로 오는 12월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다. 앞서 박 후보자는 올해 2월 7일 KBS 1TV에서 방영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대담 방송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진행을 맡기도 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을 인터뷰하면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해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야당 등의 비판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이날 사장 후보 면접에서도 방송 당시 ‘명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입산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된 가방을 ‘파우치’, ‘조그마한 가방’이라고 부른 데 대해 “제조사에서 붙인 이름을 쓰는 것이 원칙인데, 문제가 된 상품은 (명칭이) ‘디올 파우치’”라며 “다만 파우치는 ‘백’에 비해 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작은 가방’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84)가 소설가 한강(54)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동아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르 클레지오는 e메일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한강의 문학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기에 노벨 문학상 수상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강은 한국의 문학적 유산을 다시 아주 새롭게 만든 신세대 소설가”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생존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 문장을 쓰는 것으로 평가받는 르 클레지오는 ‘조서’(1963년), ‘홍수’(1966년), ‘사막’(1980년) 등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빛나’를 집필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보내온 e메일 전문.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열정적인 환호를 보냅니다. 나는 그의 문학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기 때문에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에게 보인 경의는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김애란, 백가흠, 안영실, 조경란, 박찬순, 김연수, 최진영, 윤성희, 편혜영 등과 더불어 한국의 문학적 유산을 다시 아주 새롭게 만든 신세대 소설가입니다. 이화여대 강연에서 한강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한국전쟁의 영향을 받은 이승우, 황석영 등 이전 세대와 자신(그리고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대부분)이 다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줘서 매우 흥미로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 집필이) 근대성에 물든 사회,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도시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주된 투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쟁의 잔인함에 대한 원한과 같은 한국의 ‘한(恨)’이라는 감정을 파고들었던 내게 한강과의 만남은 매우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김애란 등 다른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강의 유머 감각은 한국 작가들의 서사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나는 서울에서 가르치는 것이 매우 즐거웠고, 가족의 가치와 전통을 존중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한국 문화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다음에도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강의 작품을 매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말 놀랍거든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현대 영문학, 세계문학, 비평이론 등을 가르치는 안키 무케르지 영문학과 교수(사진)는 15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은 전 세계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 찬사를 받을 만하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했다.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소개하고 가르쳐 왔던 그는 10일(현지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으로 발표되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X(옛 트위터)에 수상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도 그녀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강의해 온 점에 주목해 인터뷰했다. 그는 NYT에 “한강의 글은 신체의 정치, 성별의 정치, 국가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정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년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그 무렵 영국 출신의 번역가인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를 우연히 접하고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이후 영문학과 석사 과정 중 ‘인도주의적 소설’ 과목에서 ‘채식주의자’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처음 소개하고 강의하기 시작했다. 인권 및 인도주의와 소설의 관계 등을 주로 탐구하는 과목이었다. 아시아 문학 자체도 낯선 학생들에게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욱 낯설었을 터. 하지만 한 학기 강의가 끝날 때면 학생들은 ‘채식주의자’를 가장 흥미로운 텍스트로 꼽았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피하면서 성적, 정치적, 예술적 각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는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소설은 어떠한 대상을 신성시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재미있으며 초현실적인 면도 갖추고 있거든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학생들이 먼저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도 강의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무케르지 교수는 “한강의 소설은 국가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단순히 회상시키는 방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인간성, 욕망, 기억을 신중하게 재구성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집단적 고통과 생존 형태에 집착하는 점도 흥미롭다”고 평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을 더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가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한 신곡 ‘APT.’를 18일 발표했다. 오는 12월 6일 정규 앨범 ‘로지(rosie)’의 발표를 앞두고 나온 선공개 곡이다. 한국의 술자리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아파트 게임’ 도입부의 리듬과 멜로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날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브루노 마스가 한국어 가사로 “건배, 건배”라고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도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밴드 록 스타일의 곡으로 그간 로제의 솔로곡이나 블랙핑크 그룹 활동 무대와는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앞서 17일 로제는 브루노 마스에게 한국의 술자리 게임을 알려줬다고 밝혀 주목받은 뒤 이튿날 이 게임을 직접적인 주제로 한 신곡을 발표했다. 로제와 협업한 브루노 마스는 그래미 어워즈를 총 15회 수상한 정상급 가수다.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와 ‘그러네이드’(Grenade) 등으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강의 작품을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그의 문학적 상상력은 정말 놀랍거든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현대 영문학, 세계문학, 비평이론 등을 가르치는 안키 무커지 영문학과 교수(사진)는 15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은 전 세계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 찬사를 받을 만하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했다. 10년째 매년 학생들에게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을 소개하고 가르쳐왔던 그는 10일(현지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으로 발표되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X(옛 트위터)에 수상 소식을 여러 차례 공유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도 그녀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 강의해온 점에 주목해 인터뷰했다. 그는 NYT에 “한강의 글은 신체의 정치, 성별의 정치, 국가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정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5년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그 무렵 영국 출신의 번역가인 데버라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를 우연히 접하고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챘다. 이후 영문학과 석사 과정 중 ‘인도주의적 소설’ 과목에서 ‘채식주의자’ 텍스트를 학생들에게 처음 소개하고 강의하기 시작했다. 인권 및 인도주의와 소설의 관계 등을 주로 탐구하는 과목이었다. 아시아 문학 자체도 낯선 학생들에게 한국 작가의 소설은 더욱 낯설었을 터. 하지만 한 학기 강의가 끝날 때면 학생들은 ‘채식주의자’를 가장 흥미로운 텍스트로 꼽았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고기를 피하면서 성적, 정치적, 예술적 각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는 정말 숨 막힐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소설은 어떠한 대상을 신성시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재미있으며 초현실적면도 갖추고 있거든요.”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몇 년 전부터는 학생들이 먼저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도 강의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무커지 교수는 “한강의 소설은 국가적 사건을 독자들에게 단순히 회상시키는 방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의 인간성, 욕망, 기억을 신중하게 재구성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작가가 소설 속 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집단적 고통과 생존 형태에 집착하는 점도 흥미롭다”고 평했다. 그는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을 더 폭넓게 소개할 계획”이라며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돼 전세계 독자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하니가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는 다 인간이지 않으냐.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증인으로 함께 출석한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노동청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하니는 “제가 오늘 여기에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거라는 걸 아니까 나왔다. 다른 선후배, 동기, 연습생분들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국감에) 나왔다”며 출석 배경을 설명했다. 하니는 이날 국정에서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관련 질의에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소속 팀원분들 세 분 정도와 여성 매니저가 저를 지나가셔서 잘 인사했다”며 “5분, 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왔다. 그 매니저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우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 사건만이 아니었다. 데뷔 초반부터 높은 분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 저희 인사를 다 안 받으신 것은 직업을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시 어도어 사내 이사로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은 다 취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니 씨가 이런 심정을 가지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아 제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하겠다. 당사자들 간 서로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하니는 “(김 대표와 회사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사과할 의지가 없었고, 어떤 액션이나 의지가 없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히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 등 상대방이 인사하는 장면이 담긴 약 8초 분량의 폐쇄회로(CC)TV 영상만 있고, 이후 장면은 삭제돼 있다며 “중요 자리 미팅의 내용을 놓치지 않게 녹음하고 (면담에) 들어갔다. (김 대표가) 거짓말하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 질의에 대해 일부 소통이 어려웠던 점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만약 다시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며 발언을 마쳤다.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인이다. 이날 국감에서 고용노동부는 하이브의 ‘2024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이 부적절하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철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헌법재판소가 헌재 재판관이 최소 7명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의 효력을 14일 정지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이달 17일 임기를 마치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헌재 재판관의 후임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으면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을 비롯한 사건 처리가 ‘올스톱’될 것이란 우려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날 결정으로 헌재는 후임 재판관 3명 임명이 늦어지더라도 당분간 모든 사건에 대한 심리와 결정 등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헌재, “6명으로도 심리 가능” 헌재는 1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 헌재법 23조 1항에 대해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신청인(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며 “23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청인으로서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3명의 재판관 퇴임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위원장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국회 탄핵소추안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17일 이 소장과 두 재판관이 퇴임하면 재판관이 6명에 불과해 이 위원장 사건은 물론이고 모든 사건 심리를 진행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헌재 재판관은 대법원장과 대통령, 국회가 각각 3명씩 지명하는데, 이번에 퇴임하는 3명의 재판관은 모두 국회가 선출해야 하는 몫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추천 방식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헌재가 마비 상태에 빠질 거란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여야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관례대로 합의해 추천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이달 10일 헌재 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며 위헌 확인 헌법소원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 대해 “임기제하에서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도 밝혔다. 재판관 직무대행 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재판관이 7명보다 적어질 경우 헌재 기능이 마비되도록 두는 것이 헌법적으로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편의주의적 해석” 지적도 이번 사건은 이 위원장이 냈지만, 헌재 결정의 효력은 헌재가 심리 중인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 다른 사건도 ‘6명 체제’로 심리할 수 있는 것이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절차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신청인의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로, 결국 재판관 결위로 인한 불이익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업무 마비를 막기 위해 편의주의적인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헌재 연구관은 “심판 정족수는 헌재 운영에 굉장히 근본적인 요건인데, 특정 신청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다른 사건에도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것은 헌재 스스로를 위한 편의주의적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며 “민주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라는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를 이번 인용을 통해 엄숙하게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쉬움을 표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헌재 스스로 입법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는 점, 국감 이후 헌재 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며 “향후 진행될 헌재 심리가 이 위원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로 먼저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인 활동도 꾸준하다. 한강의 가장 최신작 또한 지난달 발표한 신작 시 2편이다. 한강은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시 ‘북향 방’과 ‘(고통에 대한 명상)’ 등 두 편을 실었다. ‘북향 방’에서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 살게 된 시인의 감상을 서늘한 시선으로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하략)” ‘(고통에 대한 명상)’은 새장에 갇힌 새를 보며 고통과 죽음을 그리는데 다음은 시의 일부.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기다린다고 했다/횃대에 발을 오그리고/어둠 속에서 꼿꼿이/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한강의 문학적 행보는 소설에 집중돼 있지만 2013년에는 20년간 꾸준히 써온 시를 모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펴내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기며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했다. 시와 소설 쓰기의 병행이 한강만의 독특한 문학적 색채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시로 먼저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인 활동도 꾸준하다. 한강의 가장 최신작 또한 지난달 발표한 신작 시 2편이다. 한강은 지난달 계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시 ‘북향 방’과 ‘(고통에 대한 명상)’ 두 편을 실었다. ‘북향 방’에서는 북쪽으로 향한 방에 살게 된 시인의 감상을 서늘한 시선으로 담았다.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하략)” ‘(고통에 대한 명상)’은 새장의 갇힌 새를 보며 고통을 죽음을 그리는데 다음은 시의 일부.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기다린다고 했다/횃대에 발을 오그리고/어둠 속에서 꼿꼿이/발가락을 오그려붙이고 암전” 한강의 문학적 행보는 소설에 집중돼 있지만 2013년에는 20년간 꾸준히 써온 시를 모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도 펴내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기며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 평가했다. 시와 소설 쓰기의 병행이 한강만의 독특한 문학적 색채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1일 오전 소설가 한강(54)의 서울 자택을 찾았다. 대문이 굳게 잠긴 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들만이 놓여 있었다. 축하 화분을 전해 주러 온 배달 기사가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렀지만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어제 낮이나 오후까지는 있었던 것 같은데 어젯밤부터 집에 불이 안 켜졌고 지금도 조용한 걸 보니 안 계시는 것 같다. 우편물 등이 없어진 걸 보니 챙겨서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인터뷰를 따로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이후 언론사는 물론이고 출판 관계자 등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태다. 소설가 한강이 있을 만한 곳은 한 곳 더 있었다.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이 그곳.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책방오늘’은 오후 1시 개점 시간이 한참 남은 오전부터 독자들이 찾아와 입장을 기다리는 줄까지 생겼다. 책방을 담당하는 직원 한 명만 서점을 지켰을 뿐 한 작가나 가족들의 모습은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기자의 여러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날 책방은 문을 연 지 2시간도 채 안 된 오후 2시 50분경 영업을 종료했다. 원래는 오후 7시까지 하는 곳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강의 책 구매에 실패해 찾아왔다는 김모 씨(59)는 “혹시나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문을 닫아서 아쉽다”고 했다. 수수하면서도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던 소설가 한강을 기억하며 “너무 소박하고 평범해서 유명 작가인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동네 주민도 있었다. 조기태 씨(79)는 “지나다니면서 종종 뵌 분인데 이렇게 유명한 분일 줄 몰랐다”며 “축하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집 앞에 둘 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옆집 주민은 “이사 올 때 작가라고는 들었는데 한강 작가인 것을 어제 알았다”고 했다. 한 작가가 8년간 찾고 있다는 한 음식점의 주인은 “말수가 많지 않으신 편이다. 밤에 피아노도 종종 치시고 경복궁역 주변 걷기 운동하며 평범하게 지내셨다”며 “아드님과도 종종 왔다”고 했다. 또한 “주 3회 정도는 식당에 왔는데 오전 11시 오픈 전에 와서 기다릴 때도 있었다. 밤새 힘들게 글 쓰고 오신 것 같아 먼저 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평소 식당에선 곤드레밥(1만1000원)과 비빔밥 메뉴들(1만 원 안팎)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8회 인촌상 시상식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1일 열렸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유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진강)와 동아일보사는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매년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수상자는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교육) △박정자 연극배우(언론·문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인문·사회)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 교수(과학·기술)로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수상자 공적은 본보 9월 9일자 A8면 참조 이진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은 인촌 선생의 나라 사랑을 되새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노력을 공유하기 위함”이라며 “올해 수상자들의 모습에서 민족을 위해 조용히 헌신하셨던 인촌 선생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김도연 인촌상 운영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운영위원회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후보군을 추린 뒤 6∼8월 수차례 회의를 열고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82)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교육과 지원사업을 이끌어 왔다. 특히 장애인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과 통합을 실천하기 위해 헌신했다.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남서울은혜교회의 원로목사로 1996년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밀알학교를 설립했다. 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터울 막내 여동생이 취업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들을 돕기로 했다. 유치원 등 총 13학급으로 출발한 밀알학교는 현재 초중고교, 직업 훈련 과정인 드림대학까지 총 31학급 규모다. 재학생은 총 196명. 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기증품 판매점)는 33호점까지 확장했고 장애인 직원만 약 400명이다. 홍 이사장은 “민족의 스승들 같은 역대 인촌상 수상자의 뒤를 이어 큰 상을 받는 건 두렵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밀알 정신으로 겸허히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정자 연극배우(82)는 1962년 연극 ‘페드라’ 이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서 일생을 연극에 헌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철학으로 160여 편의 작품에 주연, 조연, 앙상블(주·조연 제외한 배역)로 출연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라는 말로 삶의 지표를 표현했다. 1986년 연극 ‘위기의 여자’로 여성 관객들을 대거 문화 현장으로 불러내는 트렌드도 만들었으며 연극인 복지 향상에도 힘썼다. 박 배우는 시상식에서 “인촌상이 연극배우에게 처음 주어지는데 앞으로 후배에게 빗장이 열린 것 같아 더욱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신조가 담긴 시라며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를 낭독했다. 안대회 교수(63)는 한문학 연구 권위자로 고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18, 19세기 문집을 집중 연구해 조선시대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는 미시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학술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문 자료들을 번역해 왔다. ‘택리지’ 이본을 수집해 정본을 확정하고, 주석을 붙여 번역 출간하는 등 조선 후기 풍속사와 문화예술사 연구의 기반을 구축했다. 안 교수는 “수많은 옛 문헌의 숲을 뒤져 연구하고 대중화한 30여 년의 끈기와 수고를 인정해주신 인촌기념회에 감사하다”며 “인촌상이 제 어깨를 누르며 더 진중하게 학문에 열중하라고 요구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권인소 교수(66)는 1980년대 국내 불모지였던 로보틱스·컴퓨터비전 분야에 도전해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1세대 컴퓨터비전 연구자로 200여 명의 제자를 양성했고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최근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으로 확장했다. 영상 인식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CBAM’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관련 논문은 2만 회가 넘는 압도적인 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권 교수는 “대학 때부터 존경한 인촌 선생의 유지를 기리는 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상금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AI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엔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안병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장석영 대한언론인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축하 공연은 박정자 배우의 후배인 뮤지컬 배우 김호영, 루나와 ‘오페라의 유령’ 주연 배우 브래드 리틀이 펼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그래도 선진국에서 자랐으니 한국보단 나았을 거야.”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데는 모두가 꿈꾸는 나라잖아.” 남들이 툭툭 던지는 말들이 이들의 상처 난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평생 혼자 속앓이하며 정체성을 고민했던 삶. 학대와 성범죄에 노출돼도 주변에 쉽게 말도 꺼낼 수 없었던 삶. 겉보기엔 해외에서 번듯한 직업을 갖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인식이 달라질지 모른다. 신간은 해외 입양인 43명과 그 가족들의 자기 고백을 엮었다. 해외 입양인 당사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입양 실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입양아로서의 모진 삶을 견뎌내고 버텨냈다는 의미로 스스로 입양인이 아닌 ‘입양 생존자’로 부르는 이도 있다. 입양인 대다수는 고국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방문해 친부모를 적극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입양 과정에서 숱하게 서류 조작이 있었으며 친부모에 관한 단서도 모두 조작됐다는 걸 알게 돼 연신 좌절한다. 또 경제적 궁핍 때문에 친부모가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는 어두운 사실도 알게 돼 눈물짓는다. 13세 때 노르웨이 양부모에게로 입양된 잉에르토네 우엘란 신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양부모가 입양 자격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양부모와 기관이 협의해 불법을 감췄고, 그의 입양을 강행한 것이다. 불행한 유년을 보냈던 그는 입양 기관이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공로 훈장까지 받은 사실을 알게 되자 “불법 입양에 연루된 기관에 메달을 수여해선 안 된다”며 국왕에게 편지도 쓴다. 그는 “서양으로 입양된 건 행운일 수가 없다. 공허하다”고 고백한다. 해외 입양인을 부모로 둔 2세들의 이야기는 입양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들은 “우리 엄마가 입양된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입양은 당사자 말고도 부모, 자녀, 배우자, 주변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유려한 문장들은 책 밖으로 나와 몇 차례 무대, 스크린 관객과도 만났다. 그의 텍스트에 기반한 작품들이 이미 국내외에서 호평받으면서 앞으로도 한강 작가의 원작을 각색한 연극과 영화 제작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2019년 11월 서울 남산예술극장에서 ‘휴먼 푸가’라는 작품의 연극으로 각색돼 초연됐다. 한강의 문장이 배우들의 몸짓으로 재해석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주인공들의 아픔을 연극, 춤과 결합해 풀어냈다. 한 사건의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반복되는 소설의 구조를 음악 형식 ‘푸가’와 접목했다. 이 작품은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당시 제작진과 만난 한강 작가는 배우들이 정형화된 극의 구조를 탈피해 몸으로 고통을 사유하는 표현 방식 등에 크게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소년이 온다’는 폴란드 무대에도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은 2019년 10월 ‘더 보이 이즈 커밍’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해외에서 한강의 텍스트에 매력을 느끼고 먼저 무대화에 나선 셈이다. 이는 이후 한국으로 ‘역수출’돼 2020년 5월 공연 앞두고 있었으나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끈 ‘채식주의자’도 무대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작품을 공동제작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2년 뒤 공연 시도도 팬데믹 재확산으로 무산됐다. 영화계도 한강을 주목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200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상영된 바 있다. 또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아기 부처’를 원작으로 한 영화 ‘흉터’도 2011년 극장에서 개봉했다. 당시 두 영화 모두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노벨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작품인 만큼 영화계가 다른 텍스트를 활용한 영화 제작에도 눈독을 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작가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의 경우 “영화화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수락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 점은 줄거리 중심으로 제작되는 대중 영화 특성상 창작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한강의 작품이 다른 장르로 뻗어 나갈 잠재력은 충분하나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창작자들에게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아시아에서는 역대 5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에선 여성 작가로선 최초 수상이다. 앞선 수상자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작가들인 만큼 한강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한강이 먼저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으로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기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다. 시집 ‘기탄잘리(신께 바치는 노래)’가 깊으면서도 섬세한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타고르는 1929년 일본 방문 시 한국을 소재로 한 짧은 시 ‘동방의 등촉’을 동아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초 수상자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로 대표작 ‘설국’을 썼다. 이어 1994년 일본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가받는 오에 겐자부로가 두 번째로 수상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극작가 가오싱젠이 수상했지만 그는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 국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어 중국 출신의 모옌이 2012년 수상하면서 국적 기준으로 아시아 출신 수상자는 여태까지 4명에 불과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이 일본의 대표 작가인 하루키보다 먼저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점도 큰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등을 펴낸 하루키가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아시아 대표 작가로 거론돼 왔다. 역대 수상자 중 여성으로는 한강이 아시아 최초이자 18번째 수상을 하게 됐다. 그간 남성 위주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자 스웨덴 한림원은 2012년 이후 매년 남녀를 번갈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 올해 중국 출신의 여성 작가 찬쉐(71)가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된 점도 이 때문이다. 한강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의 아픔, 트라우마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그리고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5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감사하다.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라며 “한국 독자들,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다.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년),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년)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인간 폭력성과 상처 집요한 탐구… “시적 현대 산문의 혁신가”한강의 작품 세계-수상 이유폭력적 본성 파헤친 ‘채식주의자’… 5·18 상처 보듬은 ‘소년이 온다’ 4·3 비극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특수성 넘어 세계적 공감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예측하는 사람은 적었다. 문학적 성취를 논외로 하더라도 노벨상을 받기에는 아직 젊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영국 유명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서 순위권에도 오르지 않았다. 10일 오후 8시 수상 발표 이후 동아일보와 통화한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조차 “멍해질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본인에게 확인해 봐야겠다. 좋은 일인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몇 차례나 사실이냐고 되물었다.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등 국제 문학상을 두루 수상해 온 한강은 화려한 수상 경력에도 작가 특유의 겸손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태도를 잃지 않아 왔다. 그는 국내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직후인 2016년 5월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상은 책을 쓴 다음 아주 먼 다음의 결과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유명한 원로 작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어려서부터 문학과 친숙했다. 지천에 책이 널려 있던 집에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곤 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그의 날카로운 글쓰기가 그때부터 벼려졌다. 대학 재학 당시 시인 정현종의 시창작론 시간에 시 ‘이월’을 선보여 “무당기 같은 게 보인다”는 평을 들은 게 작가가 되는 계기였다고 본인은 회고한 바 있다.등단 후 30년 동안 그는 늘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집요하게 헤집어 왔다.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딸 한강의 문학세계에 대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추구한다든지 하는 평을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 문제를 이야기한다”며 “비극적인 사안을 묘사하고 인물들을 동원할지라도 결국은 큰 사랑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1998년 출간된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에서는 한낮에 도심을 알몸으로 달음박질하는 여자와 그녀를 찾아 강원도 오지를 헤매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인간의 광기 속에서 개인과 시대의 상처를 조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한강 소설의 본류라는 평이 나온다. 이후 남편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하고 점차 식물화돼 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창비·2000년), 인체를 석고로 뜨는 조각가를 통해 육체의 탈 속에 숨은 삶의 생채기를 드러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2002년) 등을 거치며 특유의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색깔을 확립했다.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처음 게재된 중편소설로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영혜는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는 영혜를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이다.‘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2015년 미국, 영국에 번역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2016년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며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4년 6개월에 걸쳐 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가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평한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오래된 미적 본능인 탐미주의를 극단까지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인간 욕망의 추함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2014년 ‘5월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소년이 온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광주를 기록한다. 기존의 광주를 다룬 소설들이 르포 형식을 빌려 온 것과 달리 작가는 사망자들에게 빙의하는 방식을 택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톤킨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한강 문학’은 한국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도 나온다. 아버지 한승원은 “한강의 문학세계는 앞선 세대의 리얼리즘의 저항의식을 넘어선 신화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며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 문학이고 아름다운 세계를 부활시키는 문학”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에서 탐미적 욕망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떤 사회에서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표면적으로 ‘육식’으로 표현된 욕망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자 사회구조의 폭력, 제도적 폭력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역사의 흐름 속에 짓밟힌 개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지난해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받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 냈으며,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작품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한강 수상 이유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됐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작가입니다. 한강은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합니다. 그녀는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에서 혁신자가 되었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BS가 한글날 경축식 방송에서 한글 자막을 잇달아 잘못 표기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KBS 1TV는 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78돌 한글날 경축식’을 생중계했다. 행사 중 ‘서도밴드’가 민요 ‘한글뒤풀이’를 부를 때 가사 중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기억 니은 디읃 리을’이라고 자막 표기해 내보냈다. 해당 가사 자막은 맞춤법이 틀린 채로 여러 차례 반복 등장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이어졌고,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도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한글날 경축식에서 자막을 사전에 확인도 안 하고 내보냈나”라며 “국가 행사 방송을 이렇게 대충 해도 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KBS는 논란이 커지자 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행사 기획사가 제공한 가사 자막에 오류가 있었으나 방송용으로 재제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8월 15일 광복절에도 일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방송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같은 날 ‘뉴스930’에서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좌우가 뒤바뀐 이미지를 내보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가 한강(54)은 아시아에서는 역대 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에선 여성 작가로선 최초 수상이다. 앞선 수상자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작가들인 만큼 한강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앞서 한강이 먼저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으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기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다. 시집 ‘기탄잘리(신께 바치는 노래)’가 깊으면서도 섬세한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타고르는 1929년 일본 방문 시 한국을 소재로 한 짧은 시 ‘동방의 등촉’을 동아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초 수상자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로 대표작 ‘설국’을 썼다. 이어 1994년 일본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가받는 오에 겐자부로가 두 번째로 수상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극작가 가오싱젠이 수상했지만 그는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 국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어 중국 출신의 모옌이 2012년 수상하면서 국적 기준으로 아시아 출신 수상자는 여태까지 4명에 불과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이 일본의 대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더 먼저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점도 큰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등을 펴낸 하루키가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아시아 대표 작가로 거론돼 왔다. 역대 수상자 중 여성으로는 한강이 아시아 최초이자 18번째 수상을 하게 됐다. 그간 남성 위주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자 스웨덴 한림원은 2012년 이후 매년 남녀를 번갈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 올해 중국 출신의 여성 작가 찬쉐(71)가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된 점도 이 때문이다. 한강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의 아픔, 트라우마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그리고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설가 한강(54‧사진)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6번째다.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림원은 특히 2007년 발표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소개했다.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설에 익숙했던 그는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 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다.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사진)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이같이 밝혔다.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작가로서는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 지금까지 3명에 불과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 씨는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설에 익숙했던 그는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을 만큼 국제적 명성을 확보했다.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 대표작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이 있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2000만 원)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한국판 산티아고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 접경지역을 잇는 ‘코리아둘레길’이 지난달 23일 완성되자 이런 평이 나왔다.그도 그럴 것이 총길이가 4530㎞로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순례길(약 1500㎞)의세 배가량이나 되기 때문. 하루에 20㎞ 걸어도 약 8개월이 꼬박 걸린다.걷기 마니아들에게는 완주가 ‘인생 도전’이 됐다. 매해 계획을 세워 ‘지역 순례’를 해야 되는만큼 그 지역의 관광지, 축제 등과 연결해 여행 계획을 짜 보면 어떨까.지역 곳곳의 볼거리, 즐길 거리 100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로컬100(지역 문화 매력 100선)’을 살펴보자. 지역과 명소, 콘텐츠, 명인 등에 관한 정보가 가득하다. 국내 여행 계획을 좀 더 손쉽게 짤 수 있을 것이다.부산 남구-해운대구해파랑길 01 코스2000리 해파랑길을 시작하는 코스다. 길은 이기대, 광안리 해변, 동백섬,해운대 해변으로 이어진다. 드넓은 바다와 기암절벽, 고층 빌딩 숲이 어울려 만드는 풍광이 그림처럼 곱다.오륙도해맞이공원→동생말→광안리 해변→APEC하우스→해운대 관광안내소(총 이동 길이 16.9㎞ / 총 소요 시간 6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충남 태안군서해랑길 70 코스우리나라 최고 모래언덕인 신두리해안사구를 지나는 길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이 신비롭다. 먼동 해변은 겨울철 일몰 풍광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걸음 끝에서 만나는 학암포 저녁노을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의항출장소→웅도→신두리해수욕장→구례포해수욕장→학암포해변(총 이동 길이 19.2㎞ / 총 소요 시간 6시간 / 난이도 보통)경남 통영시남파랑길 29 코스통영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자원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동피랑·서피랑 마을과 통영세병관, 충렬사, 통영시립박물관 등 들를 곳, 볼 것이 많아 시간은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남망산조각공원 입구→서피랑→통영대교→평림항→무전동 해변공원(총 이동 길이 17.7㎞ / 총 소요 시간 6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전남 해남군남파랑길 90 코스1470km 남파랑길 마지막 구간이다. 해남군이 만든 ‘달마고도’ 서쪽 구간을 따라간다. 미황사부터 땅끝 탑까지 대부분이 산길이다. 남파랑길을 따라 땅끝 탑에 닿으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묵직한 울림이 있다.미황사 천왕문 → 물고리재 → 땅끝전망대 → 땅끝탑(총 이동 길이 13.9㎞ / 총 소요 시간 7시간 / 난이도 매우 어려움)울산 북구-동구해파랑길 08 코스봄이면 벚꽃으로 환해지는 염포산을 넘는다. 산길에서 만나는 울산대교 전망대는 울산의 도시 정체성을 확인하는 곳이다. 방어진, 슬도,대왕암 공원을 차례로 지나면 고운 모래의 일산해수욕장에 닿는다.염포산입구→울산대교전망대→방어진항→대왕암공원→일산해수욕장(총 이동 길이 12.4㎞ / 총 소요 시간 4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강원 강릉시해파랑길 39 코스안목해변에서의 커피 한잔으로 기분 좋게 걷기를 시작해 보자. 해파랑길 최장 거리를 자랑하는 곰솔 숲길(3㎞)을 따라 다섯 개 달이 뜬다는 경포호를 돌아 나가면 경포해변이다. 조그만 해변 몇 개를 더 지나면 사천진항이다.솔바람다리→허균·허난설헌기념관→경포대→사천진해변공원(총 이동 길이 15.8㎞ / 총 소요 시간 5시간 30분 / 난이도 쉬움)인천 강화군소창체험관·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1970년대까지 인견, 비단 등을 직조하는 공장으로 번성했던 곳. 현재는 강화 직물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체험관과 생활문화센터로 조성.서울 중구문화역서울2842004년에 (구)서울역사의 폐쇄 이후 2009년부터 원형 복원을 통해 100년 전 역사 내부 재현.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경기 이천시이천쌀문화축제맑은 물과 기름진 흙 등 천혜의 자연 보유. 왕에게진상한 ‘이천쌀’을 활용한 쌀밥의 우수성과 농경문화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농산물 축제.강원 고성군DMZ 평화의길DMZ를 안보 교육관광의 현장으로 활용.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고성 DMZ로 A 코스는 동해 바다를 따라 걷는 유일한 코스.강원 양구군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박수근 생가터에 조성된 미술관으로 박수근 작품 278점 보유. 박수근기념전시관, 현대미술관, 박수근파빌리온 등 5개 전시관으로 구성.강원 인제군속삭이는 자작나무 숲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 2008년 숲 유치원으로 개방돼 알려졌으며 현재 7개 코스의 탐방로 조성.대구 중구김광석다시그리기길김광석을 테마로 한 콘서트·뮤지컬·축제 창작의 원천. 전통시장 옆 거리를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바탕으로 체험시설·아트숍 등 새로운 문화 공간 조성.부산 중구모퉁이극장상영작 선정, 기획전 운영, 부대 행사 등을 관객이 직접 만드는 지역 밀착형 동네 극장.경북 청도군운문사신라 진흥왕(560년) 창건 이후 원광국사가 중창하고 세속오계를 내려준 화랑정신의 발원지. 전국 최대 규모 비구니 승가 대학.경남 산청군동의보감촌한국의 전통 한의학 관련 교육, 문화 행사 및 한방 약초를 중심으로 한 웰니스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광주 남구인문학축제 굿모닝! 양림인물·공간·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인문학 강의,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양림동 내 문화관광 자원인 우일선교사사택·양림미술관 등 연계.광주 동구남도달밤야시장예술작가가 참여하는 놀이동산형 야시장 축제로 매회 1만 명 이상 방문. 대인예술시장에서 토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으로 연간 15회로 12년째 운영 중.전남 나주시천연염색박물관영산강과 바닷물이 합류해 쪽 재배의 유리한 환경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으로 천연 염색과 작물 생산의 명소. 2006년 개관해 랜드마크로 기능.전남 순천시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전남 출신 한창기가 발간한 ‘뿌리깊은 나무’ 잡지를 전시. 전남의 음식·풍습·예술 등 문화를 기록하고 있는 잡지로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전북 완주군삼례문화예술촌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양곡 반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물창고를 문화예술 재생공간으로 재탄생. 예술촌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대전 중구테미오래1932년 충남 도청 이전 후 지어진 ‘충남도지사 관사촌’으로 2012년까지 충남도지사와 공무원의 관사로 사용. 2019년부터 문화체험 공간으로 개조.충북 청주시문화제조창1946년부터 2004년까지 청주의 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2021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충북 영동군영동난계국악축제·대한민국 와인축제국악의 3대 악성 난계 박연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개최되는 국내 유일 국악축제. 매년 10월 영동의 대표 과일 포도를 중심의 대한민국 와인축제와 함께 개최.충북 보은군보은대추축제보은 대추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는 축제. 보은 대추 및 보은 농특산물 판매, 다양한 문화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충북 제천시배론성지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을 피한 은신처이자 천주교 원주교구의 성지. 우리나라 근대식 교육기관인 배론신학교 등 천주교 성지순례 장소.코리아둘레길QR코드를 스캔하면 코리아둘레길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로컬100QR코드를 스캔하면 로컬100(지역 문화매력 100선)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