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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남동부 발렌시아 일대에 지난 달 29일, 30일(현지 시간) 양일간 내린 기습 폭우로 1일 기준 최소 158명이 사망했다. 1973년 10월 홍수로 300명이 사망한 이후 51년만 최악의 인명 피해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스페인 당국은 발렌시아에서 155명,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 2명, 안달루시아에서 1명 총 158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폭발적인 홍수로 150개 이상의 도로가 마비됐고, 정전과 단수도 계속되고 있다. 발렌시아의 농경지들도 모두 피해를 입었는데, 해당 지역의 오렌지 등 감귤류 생산량은 스페인 전체의 3분의 2에 달한다. 다만 당국은 아직 실종자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국방장관은 “구조대가 접근 불가능한 지역도 있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스카르 푸엔테 교통장관은 고속 철도 재개에 최대 3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발렌시아 일부 지역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가 해당 지역의 지난 20개월 치 강수량보다 많았다. 이외에도 피해를 입은 일부 지역에는 2시간 만에 1㎡당 150∼200L의 비가 내렸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에 집중됐다. 진흑을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도로를 정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생존자 탐색을 위해 51개의 수색견팀, 15대의 헬기와 18대의 드론을 동원했고 1200명의 군인을 수해 현장에 배치했다. 31일 구조팀이 진흙을 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도로를 정리했다. 이 시기 이베리아반도에 흔히 발생하는 ‘고고도 저기압’의 영향으로 폭우가 잦다. 다만 국제 과학자 그룹 ‘세계기상기여도(WWA)’는 기후 변화가 이번 홍수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지중해 수온 상승이 더욱 많은 양의 비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다만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각한 홍수가 이미 시작된 29일 오후 8시 경에도 발렌시아 지역 당국이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발렌시아 교외의 라우라 빌라에스쿠사는 “피해자들은 제때 경고를 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또한 현지 매체들은 발렌시아 지방이 급속한 도시화 와중에 치수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범람한 물이 그대로 주거 지역을 덮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발렌시아 지역의 한 주민은 엘파이스에 “물이 갑작스럽게 불어났다”고 전했다. 아들과 차고에 갇힌 그는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2층 테라스로 대피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은 “30분 만에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기상청은 이번주 내로 또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비상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날 페드로 산체스 총리 역시 “집에 머물면서 구조대의 지시를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러시아 국방부가 29일(현지 시간) 적의 핵 선제공격 상황을 가정해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대규모 핵 공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날 훈련에는 지상·해상·공중 발사 미사일로 구성된 3대 핵전력이 모두 동원됐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사용 범위 확대 등을 검토하는 국가들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서방 측에 “지원받은 무기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훈련이 진행된 뒤 “우리는 새로운 군비 경쟁에 휘말릴 생각이 없다”면서도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등을 감안할 때 현대적이고 전투 준비가 갖춰진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수준으로 핵 능력을 유지할 것이고, 핵무기 사용은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궁극적이고 극단적인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북서부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극동 캄차카반도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또 잠수함에서는 시네바·불라바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에서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든 미사일이 지정된 목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에너지 기간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중단하는 데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당국자는 최근 이미 양국이 정보기관 합의에 따라 서로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빈도를 줄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이에 대해 “사실과 거리가 먼 정보”라며 부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경제가 3분기 3%에 육박하는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30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속보치)은 연율 기준으로 2.8%로 집계됐다. 당초 경제 전문가들이 전망한 3.1% 성장에는 미치지 못했고, 2분기(3.0%)보다 성장률이 다소 하락했으나 3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1%대 후반대로 추정되는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역시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계절조정)을 연간 성장률로 환산해서 GDP 통계를 발표한다.특히 개인소비 증가율이 3.7%로 지난해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 3분기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직전 분기 증가율은 2.8%였다. 개인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2.46%포인트로 전체 성장률의 대부분을 차지했다.인플레이션도 완화됐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분기 2.5%에서 3분기 1.5%로 하락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밑돌았다. 연준이 통화 정책 결정때 준거로 삼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분기 2.8%에서 3분기 2.2%로 하락, 물가 목표치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2022년부터 이어진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효과가 나타나고 재정부양책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미국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미 경제성장률 통계는 속보치 후 한 달마다 수정 발표되어 11월 말에 중간치, 12월 말에 3분기 확정치가 발표된다. 2분기의 경우 속보치는 2.8%였으나 중간치와 확정치가 3.0%로 높아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美 내년부터 AI 對中투자 차단미국 정부가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최종 규칙을 2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되는 이 규칙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이 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향후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에도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1월 2일부터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대(對)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내용의 투자 제한 규칙을 2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 승자와 관계없이 중국과의 첨단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 등 동맹국에도 중국 투자를 제한하라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중국 고율 관세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더 강력한 투자 제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한다.●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추격 차단 의도미 재무부는 이날 대중(對中) 첨단 기술 투자 제한 행정명령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의 세부 규칙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 시민, 영주권자 등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집적회로 설계 및 제조, 슈퍼컴퓨터 관련 분야에선 지분 인수 및 합작투자 등에 관한 대중국 투자가 전면 차단된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주요 부품 개발 및 양자 통신 체계, AI에서는 군사·정보수집·감시 목적을 위한 시스템 투자 등이 금지된다. 미국인이 첨단 및 군사 용도의 AI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 또한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때는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중국 첨단 기술 기업 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와 미국 기업이 이미 중국에 두고 있는 자회사의 기존 운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내부 거래에 대해선 투자에 예외를 뒀다. 또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및 수출 통제 정책을 갖춘 국가들과의 협의를 통한 투자도 일부 허용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규칙에서 중국, 홍콩, 마카오를 ‘우려 국가’로 지정했다. 대만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화권 전체에 대한 미국의 첨단 기술 투자를 금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미국이 강도 높은 투자 제한 조치에 나선 것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폴 로즌 재무부 투자안보 차관보는 “AI와 반도체, 양자 기술은 차세대 군사·정보·사이버 보안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기술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불확실성 커질 수 있어 이번 조치가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미국 재무부 행정 규칙은 준수 의무자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현재까지 우려국에 포함된 나라는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이 유일하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앞서 8월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와 국내 산업계 입장을 취합해 미 재무부에 한국의 피해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기술 협력에 대한 투자 제한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양자컴퓨터, 첨단 반도체 제조 관련 핵심 기술 수출 통제에 관해 미국과 유사한 수출 통제 제도를 갖춘 일본, 독일 등의 기업에는 미국의 허가 없이 기술 수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한국은 제외됐다. 한편 현대자동차,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 등이 속한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최근 미 상무부에 중국산 ‘커넥티드카’ 수입 제한 규제를 최소 1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3일 “중국산(産) 통신 장치와 같은 자동차연결시스템(VCS) 부품이 설치된 차량은 2030년식 모델부터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20일까지 최종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1월 2일부터 첨단반도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대(對)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내용의 투자제한 규칙을 28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 승자와 관계없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에 따라 한국 등 동맹국에도 중국 투자를 제한하라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중국 고율 관세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더 강력한 투자 제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한다.●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추격 차단 의도미 재무부는 이날 대중(對中) 첨단 기술 투자제한 행정명령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에 대한 투자제한의 세부 규칙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이에 따라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 시민, 영주권자 등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집적회로 설계 및 제조, 슈퍼컴퓨터 관련 분야에 대해 지분 인수 및 합작투자 등에 관한 대중국 투자가 전면 차단된다. 양자컴퓨터에서는 주요 부품 개발 및 양자 통신 체계, AI에서는 군사·정보수집·감시 목적을 위한 투자 등이 금지된다. 미국인이 군사 용도의 AI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 또한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때는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대 36만8136달러(약 5억 원)의 벌금도 부과받을 수 있다.다만 중국 첨단 기술 기업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와 미국 기업이 이미 중국에 두고 있는 자회사의 기존 운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내부 거래에 대해선 투자에 예외를 뒀다. 또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 및 수출통제 정책을 갖춘 국가들과의 협의를 통한 투자도 일부 허용된다.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규칙에서 중국, 홍콩, 마카오를 ‘우려 국가’로 지정했다. 대만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화권 전체에 대한 미국의 첨단 기술 투자를 금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미국이 강도 높은 투자 제한 조치에 나선 것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격할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폴 로즌 재무부 투자안보 차관보는 “AI와 반도체, 양자 기술은 차세대 군사·정보·사이버 보안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기술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 불확실성 커질 수 있어이번 조치가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미국 재무부 행정 규칙은 준수 의무자가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으로 현재까지 우려국에 포함된 나라는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이 유일하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앞서 8월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와 국내 산업계 입장을 취합해 미 재무부에 한국의 피해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제출했다.그러나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기술 협력에 대한 투자 제한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양자컴퓨터, 첨단 반도체 제조 관련 핵심 기술 수출 통제에 관해 미국과 유사한 수출 통제 제도를 갖춘 일본, 독일 등의 기업에는 미국의 허가 없이 기술 수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한국은 제외됐다.한편 현대자동차, 일본 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 등이 속한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최근 미 상무부에 중국산 ‘커넥티드카’ 수입 제한 규제를 최소 1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3일 “중국산(産) 통신 장치와 같은 자동차연결시스템(VCS) 부품이 설치된 차량은 2030년식 모델부터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20일까지 최종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26일 치러진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인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이 단독 과반을 달성한 가운데 무소속인 대통령과 야권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서방에서도 “선거 부정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사진)은 27일 여당 ‘조지아의 꿈’의 총선 승리에 대해 “야당과 마찬가지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조지아는 러시아의 ‘특별 작전’ 희생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야당 측은 또한 28일 오후 수도 트빌리시에서 개최하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 동참해 주길 국민에게 호소했다. ‘변화를 위한 연합’ 등 일부 야당은 부정선거를 이유로 의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 무소속이지만 여당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오른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조지아가 2020년 의원 내각제로 바뀌며 행정수반의 실권을 집권 여당 소속인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에게 내줬다. 이후 친서방 노선을 표방하며 여당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조지아 총선은 해외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공화연구소(IRI) 등은 “투표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조지아 총선에 대한 조사 요구를 지지한다”며 의혹 규명을 촉구했다. 집권 여당인 조지아의 꿈은 2012년 집권한 이래 친러 성향을 이어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으며, 올 5월 반정부 성향의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등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해 탄압하는 법도 제정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의혹이 심각해지면 친서방 성향인 군대가 개입할 수도 있다”며 “다만 2020년에도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시위는 사그라들었다”고 전했다. 코바히제 총리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야당은 2016년부터 매번 투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동유럽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EU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조지아는 물론이고 지난달 20일 몰도바에서도 대선 1차 투표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는 등 동유럽에서 EU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옛 소련에 속했던 흑해 연안국 조지아에서 26일 치러진 총선 결과를 놓고 ‘친(親)러시아’ 성향의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과 친서방 성향의 4개 야당이 강하게 충돌했다. 야권은 집권당이 승리했다는 선거 결과 발표가 조작됐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당분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조지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약 99%의 개표가 진행된 결과 ‘조지아의 꿈’이 54%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야권 연합은 37% 득표에 그쳤다. 이에 따라 ‘조지아의 꿈’이 전체 150석 중 89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현 의석(90석)과 비슷한 수준이다. 야권은 “결과가 조작됐다”며 반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주도했던 유럽연합(EU) 가입 찬성 여론이 80%에 달했을 정도로 야권 지지자가 많았는데 총선 결과에서 이런 민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 또한 제각각이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친정부 매체는 ‘조지아의 꿈’ 승리를 예측했지만 야권 성향 매체는 야권의 압승 가능성을 전했다. 선거 당국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여당과 야권이 모두 승리를 선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결과 발표 직후 최대 야당 ‘통합국민운동당’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및 여당이) 조지아 국민의 승리를 훔쳤다”며 불복했다. 또 다른 야당 ‘변화를 위한 연합’ 역시 “헌법적 쿠데타”라고 가세했다. 현지 선거 감시 단체 등도 여당이 유권자 매수 등 부정 선거를 자행했다고 했다. 다만 야권 또한 거듭된 내부 갈등, 경제난 해소 공약 미비 등으로 국민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조지아는 1991년 독립 후 줄곧 친러와 친서방 노선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 2008년 8월 러시아는 친러 주민이 많으며 독립을 추구하는 조지아 내 분쟁지 남오세티야를 돕는다며 이곳에 군대를 파견했다. 미국, 프랑스 등의 중재로 러시아는 약 2주 만에 군대를 철수시켰지만 이후 조지아에서 반러 감정은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부터 집권 중인 ‘조지아의 꿈’은 꾸준히 친러 성향을 보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이 주도한 러시아 제재를 거부했다. 또 올 5월에는 러시아 법을 모방해 반정부 성향의 언론, 비정부기구(NGO) 등을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해 모든 활동을 사사건건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법안 통과 직후 조지아인이 비자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반면 EU는 이 법안이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며 두 달 후 조지아의 EU 가입 시도를 무기한 중지시켰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러시아에 파견돼 훈련 중인 북한군의 실전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조우하거나 이들을 생포할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가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계정 ‘Z작전’은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군인 도착을 예상하며 지침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는 글과 문서 3장을 게시했다. 해당문서에는 한국어로 된 표현과 이를 우크라이나로 번역한 표현, 우크라이나어로 음차한 표기가 적혀 있는데, “우크라이나 군에 포로로 잡혔어”, “임무가 뭐야”, “배고파?”, “거짓말 하지마”, “지시대로 해라”, “도망가지마” 등 총 60가지의 표현이 있다. 계정은 이를 두고 “키이우가 만든 이 문서는 북한군이 ‘위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심문할 때 유용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다만 문서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베스티 등의 현지 매체도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전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및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했다고 보도했다. 23일 첫번째 북한군이 약 6천400㎞에 이르는 여정을 거쳐 쿠르스크에 온 이후 매일 수천명씩 도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우크라 정보총국은 25일 러시아 제18분리해병여단 장병 간 도청 결과를 인용, 러시아군은 북한군과 협력을 위해 장병 30명당 1명씩 통역관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언어장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군인들은 북한 군인들을 경멸을 표하기도 했다고 미 CNN은 말했다. 정보총국의 감청결과 러시아 군인들이 북한 군인들을 경멸조로 ‘K 대대’라고 부르고, 때로 “빌어먹을 중국인들”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키이브 포스트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한 군인은 욕설을 섞어 “중국 놈들이 도착했는데, 이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통역관 이외 자국군 장병도 북한군 30명당 3명씩 배치할 예정이지만 “북한군 30명당 고위 장교 3명을 어디서 구하냐”며 지휘관 배정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북한군이 파병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NYT는 지금으로선 미 당국자들이 반대급부의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면서도, 북한이 중요한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전선 투입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저녁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점점 더 북한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제 북한군은 언제든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전장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군사 지원을) 결정할 때가 오면, 우리가 주권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해당 조약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군 파병이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되나, 유사시 러시아도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다는 걸 공개 천명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 공조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한반도에도 긴장감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전쟁을 2년 이상 이어오면서도 북한 핵 비확산엔 서방과 공조해 왔지만, 이번 파병을 계기로 ‘최후의 보루’마저 넘어설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세계 핵 비확산 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러 군사 협력, 주권적 결정”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북-러 조약에서 ‘한쪽이 공격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한 제4조를 이틀 내내 언급했다. 그는 25일 국영 로시야1 방송에서 “이건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우리가 무언가를 사용할지, 어디서 어떻게 필요로 할지,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에 사용할지는 우리의 문제”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부터 북-러 조약을 언급한 건 당일 오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조약 비준이 끝나길 기다렸단 해석이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군사 협력이 조약에 기반한 주권 사항이라 말해 왔다”며 “더 이상 부인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러 협력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자국 안보를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을 받듯 러시아도 북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논리다. 진행자인 올가 스카베예바가 “대통령 발언으로 미 워싱턴에서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어떤 폭발인진 모르겠지만 파편이 멀리 가진 않았다”고 농담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특별군사작전’으로 이웃 국가와 협력하는 건 스스로 결정할 문제란 논리”라고 설명했다. 현 부원장은 이어 “한반도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전쟁 가능성이 있을 때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이 된다”고 짚었다. 국내 외교가에선 “러시아가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파병을 부인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를 언급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러 군용기, 북에서 모스크바로”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전방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배치돼 이르면 27일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25일 “탄약을 비롯해 침구, 의류, 신발 등과 매달 화장지 50m, 비누 300g이 북한군에 배급됐다”고 밝혔다. HUR에 따르면 북한군 약 1만2000명은 러시아 동부 우수리스크와 울란우데, 예카테리노슬랍스카, 크냐제볼콘스코예, 세르게옙카 등 5개 군사 훈련장에서 훈련받고 있다. 북한군 훈련은 유누스베크 옙쿠포르 러시아 국방차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옙쿠포르 차관은 제1, 2차 체첸전쟁 등을 이끈 ‘전쟁 베테랑’이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군은 꽤 양호한 응집력과 사기를 갖췄을 수 있다”고 평했다. 북한군 파병으로 국제사회 질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NYT는 24일 “북-러 군사 동맹이 강화되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공조가 무너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 아이뉴스에 따르면 최대 436명이 탈 수 있는 러시아 특수비행편대의 군용기가 23일 밤 북한 황주 공군기지를 출발해 24일 오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아이뉴스는 “북한의 추가 병력 등을 이송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지에서 ‘족집게’로 불리는 대선 판세 전문가 두 명의 승자 예측이 엇갈려 화제다. 정치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석좌교수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버는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내 직감으로는 트럼프가 이길 것’이란 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대선 승자를 좌우할 7개 경합주 모두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면서도 “그래도 누가 유리한지 대답하라고 한다면 ‘트럼프’”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모두 여론조사에 비해 높은 득표율을 거뒀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버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주로 여론조사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낮다”며 여론조사 기관들이 트럼프 지지층의 무응답으로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인도계와 자메이카계 흑인 혼혈인 해리스 후보가 ‘브래들리 효과’에 직면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브래들리 효과는 비(非)백인 후보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낮은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릭트먼 교수는 같은 날 케이블방송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을 볼 때 해리스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여론조사가 아닌 각 진영의 장단기 경제 성과, 제3후보, 사회 불안, 도전자의 카리스마 등 13가지 항목을 통해 대선 승자를 예측한다. 1984년부터 2020년까지 치러진 10번의 대선에서 9번 승자를 맞혔다. 릭트먼 교수는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인당 임금 성장률 또한 과거 정권의 평균을 웃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NYT, 뉴스위크 등과의 인터뷰에서도 줄곧 “해리스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에서 10대 아들이 인공지능(AI) 챗봇에 중독돼 죽음에 이르렀다며 AI 챗봇 개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에 사는 메건 가르시아는 인공지능(AI) 챗봇 때문에 자신의 14살 아들 슈얼 세처가 올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AI 스타트업인 ‘캐릭터.AI(Character.AI)’를 상대로 올랜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구글 직원들이 2021년 회사를 나와 설립한 캐릭터.AI는 실제 인물뿐 아니라 만화 속 인물 등과 대화할 수 있는 AI 챗봇 개발 스타트업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 중 하나다.소장에 따르면 슈얼이 캐릭터. AI의 챗봇 ‘대너리스(Daenerys)’빠진 건 지난해 4월부터다. 이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등장인물을 기반으로 만든 챗봇이다. 가르시아는 챗봇이 실제 사람, 심리 치료사나 심지어 연인처럼 느끼도록 설계됐으며 “슈엘이 가상 세계가 아닌 곳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챗봇은 슈얼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자살 생각을 털어놓은 슈얼에게 이를 반복적으로 꺼내기도 했다.올해 2월 슈얼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엄마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휴대전화를 찾자 그는 챗봇에 “사랑한다”며 (대너리스가 있는)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챗봇은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와 줘, 내 사랑”이라고 답했다. 결국 슈얼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 목숨을 끊었다고 가르시아는 주장한다. 캐릭터.AI는 소송에 대해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한다”며 “18세 미만 이용자에 대해 민감한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변화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 대상엔 구글도 포함됐다. 구글은 올 8월 자사 출신인 캐릭터.AI의 창립자들을 재영입하고 AI기술에 대해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가르시아는 “구글이 기술 개발에 매우 광범위하게 기여했기 때문에 ‘공동 창작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구글은 캐릭터.AI의 개발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가르시아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한 위험한 AI 챗봇이 내 아들을 조종했다”며 “우리 가족은 이 비극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우리는 중독성 있는 AI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캐릭터.AI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대선을 약 10여일 남겨놓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누가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을지를 두고 측근들 사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22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력하다고 꼽히는 인물은 수지 와일즈 트럼프재선캠페인 공동 선대위원장(67)이다. 와일스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선 캠프 때 일정 관리자로 경력을 시작한 이후 40년 이상 공화당 선거에서 역할을 해온 ‘선거 베테랑’이다. 2016년, 202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대선 캠페인 공동 의장으로 트럼프 후보를 도왔고, 2018년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현재 와일즈는 트럼프 캠프에서 대선 캠페인 메시지와 예산, 유세, 조직 등을 총괄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인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혼란스러운 성격의 트럼프가 보다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선거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와일즈 ”라며 “혼란스러운 캠프에 질서를 확립한 그의 공로를 모두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후보가 와일즈의 말을 매우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와일즈는 다른 참모들과 달리 실제 행정부·의회 고위직 경험이 없다.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 AFPI·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의 브룩 롤린스 대표와 전직 하원의장인 케빈 매카시도 현재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자문기구인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을 지낸 롤린스는 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롤린스는 텍사스 출신으로 미 연방 판사 서기 등을 거쳤고, 공화당 릭 페리 주지사의 법률 자문을 맡으면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트럼프 후보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가까운 사이다.이달초 미 뉴욕타임스(NYT)는 “롤린스가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롤린스가 전통적인 자유 시장 보수주의자들과 가깝기 때문에 높은 관세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시대의 경제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정치 감각과 정책 노하우를 모두 가진 인물이다. 매카시는 2006년 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된 뒤 5선을 했다. 폴리티코는 “매카시는 열렬한 정치 동물”이라며 “그가 워싱턴에서 평생 동안 쌓아온 관계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은 (비서 실장 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트럼프 캠프 내부 소식통 의견을 전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매카시가 하원의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트럼프 후보는) 그를 약한 협상가로 여겼다”며 트럼프 후보가 실제로 그에게 자리를 줄지는 의문이라고도 전망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주요 선거 예측기관의 당선 확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외교, 이민 등 대선 주요 의제에서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트럼프 후보의 상승세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과 함께 해리스 후보가 라틴계, 흑인 남성, 노조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선 최근 미국 사회에서 강조돼 온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반발로 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 확률 높아져21일(현지 시간) 영국 시사매체 이코노미스트의 자체 예측 모델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은 54%로 해리스 후보(45%)를 앞섰다. 또 트럼프 후보가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6명을, 해리스 후보는 262명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해리스 후보를 앞선 건 올 8월 19일 이후 처음이다. 이 모델은 주요 여론조사 결과, 과거 선거 결과, 인구 특성, 각 지역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 성향의 부동층 유권자가 트럼프 후보 쪽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BC방송의 선거 전문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 정치매체 더힐의 예측 모델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각각 51%, 52%로 해리스 후보보다 높았다. 유명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가 세운 ‘실버불러틴’ 역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을 52.7%로 점쳤다. 또 트럼프 후보가 선거인단 중 300석을 확보하는 ‘압승 가능성’도 33.3%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7개 경합주(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주) 유권자 5016명을 조사해 21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주요 대선 의제에서 대부분 ‘트럼프 후보가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봤다. 경제, 물가 의제에서 트럼프 후보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각각 51%, 49%로 해리스 후보(경제 36%, 물가 33%)를 크게 앞섰다. 특히 트럼프 후보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누가 더 잘 대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43%의 지지를 받아 해리스 후보(40%)를 근소하게 앞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대응(중동전쟁)에 관한 질문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각각 47%, 45%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전쟁 34%, 중동전쟁 31%에 그쳤다.● 라틴계·흑인 남성, 민주당서 이탈 최근 해리스 후보의 부진은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 이탈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21일 USA투데이와 서퍽대 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의 49%가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해리스 후보는 38%에 그쳤다. 2020년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의 59%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것과 큰 차이다. 이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는 흑인 유권자로부터 72%의 지지를 얻었지만 역시 4년 전 대선 때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92%)에 크게 못 미쳤다. 이를 두고 사회적 약자가 많은 비백인 유권자가 고물가, 불법 이민 등에 더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 이탈이 미국 사회의 보수화를 나타낸다는 분석도 있다.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등장 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미투 운동’ 등 정치적 올바름 강조 현상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다는 것. 타일러 카우언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블로그에 “미국 사회의 보수화가 이미 진행 중이고, 흑인과 라틴계 남성들이 점점 더 공화당 진영으로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선거활동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 시간) 자신도 트럼프 후보처럼 암살 당할 위험이 매우 커졌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X’에 펜실베이니아 트럼프 후보 지원 유세에서 자신이 발언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암살 당할 위험이 아주 극적으로 커졌다”며 “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정치에 원하는 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 주류 언론이 트럼프 공화당 후보 및 자신에 대한 끊임 없는 비난 기사를 통해 암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영상과 함께 독일의 유명 일간지 슈피겔의 영문 기사 캡처 사진을 올렸는데, ‘적 2호’(Enemy number two)라는 제목의 영문 슈피겔 기사에는 머스크 CEO의 얼굴 사진과 트럼프 후보의 얼굴 사진 일부를 찢어 붙인 듯이 합성한 이미지도 있었다.머스크 CEO는 올 7월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 의견을 표출해왔다.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후원 단체)인 ‘아메리카 팩‘에 3분기에만 최소 7500만 달러(약 1021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특히 그는 19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트럼프 후보 지원 유세에서 아메리칸 팩이 진행하는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 지지 청원에 서명하는 사람 중 매일 한 명을 뽑아 100만 달러(약 13억7000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 7월 트럼프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공개적으로 그를 지지해온 머스크 CEO는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후원 단체)인 ‘아메리카 팩‘에 3분기에만 최소 7500만 달러(약 1021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19일에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트럼프 후보 지원 유세에서 아메리칸 팩이 진행하는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 지지 청원에 서명하는 사람 중 매일 한 명을 뽑아 100만 달러(약 13억7000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경합주 보수 성향 지지자들을 식별해, 그들을 트럼프 지지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되는데,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21일 ABC 방송에 출연해 “대중을 위한 계획이 없을 때, 중산층에 이로운 경제 계획이 없을 때 하는 전술”이라고 비판했다.선거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연방법은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를 이유로 금품을 지급하거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청원 서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청원에 서명하기 위한 자격으로 머스크 CEO가 ‘유권자 등록’을 내걸었단 점에서 투표나 투표 등록의 대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법 집행기관이 살펴봐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몰도바가 20일 대선 1차 투표, 헌법에 유럽연합(EU) 가입 여부를 명기하는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했다. 이번 투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친(親)서방과 친러시아 노선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유럽 각국의 민심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대선과 국민투표 모두 당초 여론조사와 달리 친러 진영이 선전했다. 이에 따라 친서방 노선인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사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개표율 98%를 넘긴 상황에서 집권 행동과연대당(PAS) 소속 산두 대통령은 41.92%를 득표했다. 이에 따라 그는 다음 달 3일 친러 성향인 알렉산드르 스토이아노글로 사회주의당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스토이아노글로 후보의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했지만 1차 투표에서 26.35%를 얻으며 선전했다. EU 가입 논의 국민투표에서도 개표율 98%의 상황에서 찬성 50.07%, 반대 49.93%로 찬성표가 미세하게 앞섰다. 역시 대선 전 조사에서 EU 가입 찬성 여론이 64%를 기록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집권한 산두 대통령은 내내 친서방 노선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대러시아 교역 감소,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고물가 등으로 경제난이 가속화하자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같은 민심이 대선 1차 투표와 국민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산두 대통령이 설사 결선투표에서 승리한다 해도 내년 총선에서 PAS가 과반 의석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몰도바가 20일 대선 1차 투표, 헌법에 유럽연합(EU) 가입 명기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했다. 이번 투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친(親)서방과 친러시아 노선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유럽 각국의 민심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대선과 국민투표 모두 당초 여론조사와 달리 친러 진영이 선전했다. 이에 따라 친서방 노선인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개표율 98%를 넘긴 상황에서 집권 행동과연대당(PAS) 소속 산두 대통령은 41. 92%를 득표했다. 이에 따라 그는 다음달 3일 친러 성향인 알렉산드르 스토야글로 사회주의당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스토야글로 후보의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했지만 1차 투표에서 26.35%를 얻으며 선전했다.EU 가입 논의 국민투표에서도 개표율 98%의 상황에서 찬성 50.07%, 반대 49.93%로 찬성표가 미세하게 앞섰다. 역시 대선 전 조사에서 EU 가입 찬성 여론이 64%를 기록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2020년 집권한 산두 대통령은 내내 친서방 노선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대러시아 교역 감소,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 고물가 등으로 경제난이 가속화하자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같은 민심이 대선 1차 투표와 국민투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산두 대통령이 설사 결선투표에서 승리한다 해도 내년 총선에서 PAS가 과반 의석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순찰을 돌던 19세 이스라엘 군인들이 신와르를 발견했다.”이스라엘군의 보병 분대장 양성조직 ‘828비슬라크’여단의 19세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16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인근 텔술탄에서 우연히 맞닥뜨려 그의 제거까지 이끌어냈다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17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10대 병사가 대부분인 828여단의 ‘훈련병 팀(trainee squad)’이 신출귀몰한 신와르를 발견했음을 집중 조명했다.신와르는 전쟁 발발 당일 이스라엘 민간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붙잡는 작전을 주도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신와르를 줄곧 ‘제거 0순위’로 천명하고 40만 달러(약 5억 4800만 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히브리어에도 능통한 그는 ‘걸어다니는 죽은 자(dead man walking)’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추적을 교묘히 피했다.이후 1년 넘게 행방이 묘연했던 그가 베테랑 병사나 정보요원이 아닌 어린 훈련병의 일상적 인 순찰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당초 그가 가자지구 곳곳에 있는 지하땅굴 깊숙히 은신했으며 ‘인간 방패’ 용도로 이스라엘 인질까지 대동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텔술탄 주택가에 홀로 있었고 인질도 대동하지 않은 채 최후를 맞았다.● 신와르인줄 모르고 제거 후 신원 확인신와르 제거는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이 아니라 우연에 가까웠다. 16일 828여단 병사들은 텔술탄 일대를 순찰하던 중 3명의 무장세력과 맞닥뜨렸다. 3명 중 1명이 주거용 2층 건물로 피신했고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으로 그가 건물 내에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했다.이 때 10대 훈련병들의 보고를 받은 828여단 대대장이 건물에 포격 명령을 내렸고 전차 포탄 등으로 그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 1명이 바로 신와르다.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당초 제거한 사람이 신와르임을 알지 못했다.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눈 근처의 독특한 점, 삐뚤빼뚤한 치아 등이 신와르와 놀랍도록 닮았음을 인지했다.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신와르의 시신에 ‘부비트랩’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 등을 우려해 지문이 있는 시신의 손가락 일부만 잘라 기초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쳤다. 이후 치아 등의 법의학 검사로 최종 확인을 단행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인 4명의 살해를 모의한 혐의로 1989~2011년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됐다. 이를 통해 이미 그의 DNA를 확보했던 이스라엘은 쉽게 신원 확인을 마쳤다.● 탐지 드론 향해 막대기 던지며 필사 저항이스라엘군은 17일 신와르의 최후 모습이 담긴 약 20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노출을 피하기 위해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그는 포격으로 완전히 무너진 해당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소파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부상을 입은 듯한 오른팔의 움직임도 불편해보였다.그는 자신을 탐지하려는 이스라엘 드론을 향해 잔해 속에 나뒹굴던 나무 막대기를 던지며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몸부림쳤다.이스라엘군은 그의 시신 주변에 여러 폭발물이 존재했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소속 인물의 신분증, 4만 셰켈(약 1500만 원), 다양한 무기, 이탈리아 유명 사탕 ‘멘토스’ 등이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해당 신분증에는 라파 출신 하니 주로브라고 표기돼있었으나 주로브는 최근 몇 달간 이집트에 머물고 있었다. 신와르가 타인 신분증을 도용해 감시망을 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2년 이 감옥 복역, 네타냐후가 2011년 풀어줘신와르는 1962년 당시 이집트가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반이스라엘 독립 투쟁) 때 하마스에 가담했다. 특히 22년간 이스라엘 감옥에서 복역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강하게 키웠다. 이스라엘에 협력한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못지 않게 처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 ‘도살자’로도 불렸다.2011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를 돌려받기 위해 신와르를 포함해 1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이 교환을 승인한 사람이 당시 두번째로 집권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결과적으로 이 때의 신와르 석방이 네타냐후 총리의 세 번째 집권 기간 중인 지난해의 전쟁 발발로 돌아온 셈이다.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하마스의 1~3인자와 주요 간부를 속속 제거했다. 올 1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 공습을 단행해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겸 서열 3위인 살레흐 아루리를 제거했다. 같은 해 7월 서열 1위 겸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신와르의 최측근 무함마드 데이프 또한 제거했다. 하니예 사망 전 2인자 였으며 이후 1인자에 오른 신와르 또한 16일 숨지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됐다. 다만 레바논 언론 ‘LBCI’는 하마스 해외조직 책임자 칼레드 마샤알이 새 수장에 올랐다고 18일 전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러시아가 올 8월 6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빼앗겼던 남부 쿠르스크주 영토의 약 절반을 탈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쿠르스크주 수자 일대를 점령한 후 이를 기반으로 러시아에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반환하라”고 주장하려 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승리 계획(Victory plan)’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쿠르스크주에 투입된 러시아 특수부대를 이끄는 체첸공화국 고위 사령관 압티 알라우디노프 소장은 15일 “약 5만 명의 병력이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고 있다. 적군이 점령한 영토의 절반가량이 이미 해방됐다”고 주장했다. 14일 미국 전쟁 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러시아군이 빼앗긴 쿠르스크주 영토의 46%를 탈환했다는 시각적 증거를 확인했다며 러시아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앞서 12일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쿠르스크주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전선을 뚫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을비로 쿠르스크주 일대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우크라이나군보다 더 많은 궤도 차량을 운영하는 러시아군이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일반 차량은 궤도 차량과 달리 진흙을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어선이 지켜지고 있다”며 줄곧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서구 주요국을 돌며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하고, 서방이 이미 지원한 장거리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앞서 10∼11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4개국 순방길에 올라 자신의 승리 계획을 설명하고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비슷한 발언을 하기로 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북동부 격전지 내 요충지를 추가 점령하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부 도네츠크주 토레츠크의 약 3분의 2를 이미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고 보고 있다.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철도 요충지 쿠퍈스크 일대 주민에게도 15일 대피령이 내려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존 ‘2개의 전쟁’ 외에 한반도와 대만 해협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이 동시다발적으로 군사 위협을 가하면서 국제 정세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14일 중국은 나흘 전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 연설을 문제 삼아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당일 종료했다. 라이 총통의 취임식 직후였던 올 5월 이후 5개월 만의 군사 훈련으로 압박 강도는 훨씬 강화됐다는 평이다. 이에 미국, 일본 등은 이 훈련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맞섰다.● 中, 5개월 만에 또 대만 포위 훈련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리시(李熹) 대변인은 14일 “육해공군 및 로켓군 병력을 투입해 대만 해협과 대만 섬 북부·남부·동부에서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B 훈련’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대만 독립 시도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훈련 완료 발표는 이날 오전 훈련 실시 발표 후 약 13시간 만에 나왔다. 이날 훈련에는 중국군 제1호 항모인 랴오닝함 전단과 해경 편대도 참여했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이번 훈련은 대만 섬 전체를 둘러싸는 형태라는 점에서 올 5월과 비슷하지만 훈련 지역은 당시 5곳에서 6곳으로 늘었다. 또 중국이 공격 목표로 표시한 대만 도시 또한 타이베이 등 기존 4곳에서 북부 지룽, 남동부 타이둥 등이 추가돼 5월보다 위협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이다. AP통신 또한 대만 국방부를 인용해 중국이 이날 훈련에 군용기 125대를 투입했으며 하루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라고 전했다. 중국 군함 17척도 투입됐다. ‘랴오닝’ 항공모함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랴오닝함이 이끄는 인민해방군 해군 선단은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 해협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고 홍콩 밍(明)보 등이 14일 전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 또한 “대만과 외부를 잇는 해상과 영공을 차단하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병력 지원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랴오닝함은 1998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뒤 14년 동안 연구·개조를 거쳐 2012년 선보인 중국 최초의 항모로 꼽힌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 총통은 앞서 10일 국경절 113주년 기념 연설에서 “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 발언을 두고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타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또한 “중국이 (라이 총통의) 정기적인 연설에 군사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제력을 가지라”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또한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며 미국에 동조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또한 14일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고 외부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미국 등에 날을 세웠다.● 한반도 긴장도 고조… 캠벨 내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또한 16일 한국을 방문해 최근 북한의 도발을 둘러싼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이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 대응하는 방안 또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13일 영상 연설을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는 물론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 국방장관 등 국방 수석대표가 17일(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IP4 회의’를 갖기로 했다. 17, 18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계기로 나토와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협력은 물론 IP4만의 협력 또한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4개국의 공조 및 군사 위협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IP4 또한 서로 밀착해 이 4개국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에서는 국정감사 등으로 김용현 국방장관 대신 김선호 국방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IP4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 및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초청받았지만 나토 국방장관 회의 초청, 4개국만의 단독 국방 수석 대표 회의 등은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호주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등 4개국은 4개국끼리의 군사 협력 강화, 나토와 군사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일 나토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당일 기자회견에서 “IP4가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최초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대해 공동의 접근 방식을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 등을,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지원받는 만큼 나토 또한 인도태평양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