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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은 3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 파편(데브리) 극소량을 전날 격납용기 밖으로 꺼냈다고 밝혔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파한 뒤 핵연료 파편을 꺼낸 건 13년 만에 처음이다. NHK 등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크기 5mm 정도의 핵연료 파편 1개를 꺼냈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의 방사선량을 이르면 5일 측정해 회수할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방사선량이 위험 수준을 넘으면 회수하지 않고 핵연료 잔해를 다시 격납용기 안에 넣어둘 예정이다. 회수될 경우 방사선 노출을 막는 전용 금속용기에 넣은 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 이바라키현 연구소로 옮겨 수 개월간 원소 분포 등을 분석한다. 분석 자료는 향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자로 처리, 폐로 등에 쓰인다. 후쿠시마 원전 내 원자로 바닥에는 2011년 3월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가 약 880t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잔해 인근에서는 시간당 최대 수십 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계측되고 있다. 이는 사람이 몇 분만 머물러도 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사고 후 13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원전 내 원자로 인근에는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자로 등에 빗물, 지하수 등이 스며들어 발생하는 오염수를 탱크에 저장한 뒤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바닷물과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도쿄전력은 지난 8월 핵연료 잔해의 시험 반출 작업에 착수했지만 조립 실수, 카메라 고장 등으로 두 차례 실패를 거쳐 이번에 격납용기 밖으로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약 22m 길이의 신축형 파이프 장치를 개발해 파이프 끝에 부착한 손톱 형태 장치를 이용해 핵연료 잔해를 잡아 꺼냈다. 내시경으로 몸 안을 들여다보고 용종 등을 제거하는 작업과 비슷한 원리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핵연료 잔해 제거를 마친 뒤 2050년까지 후쿠시마 1원전 폐로 작업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마련돼지 않아 실현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31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도쿄 총리관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 안전 확인 철저 등을 지시했다”며 “현재로서는 피해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86분간 1000km가량 비행해 역대 최장이고, 최고 고도도 약 7000㎞를 넘어 역대 최고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오늘 오전 7시 11분께 평양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약 86분간 비행해 오전 8시 37분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200㎞,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이번 발사는 국제사회 전체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폭거”라며 “북한의 일련의 행동은 우리나라와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방위성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판단하고 분석 중이다. 나가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지금까지 발사된 탄도미사일 중 가장 긴 비행시간과 가장 높은 비행고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신형 탄도미사일인지 아닌지 등 자세한 내용은 계속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NHK는 이날 오전 8시 36분쯤 홋카이도 서부 오쿠시리섬 인근에 설치된 카메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낙하 시간에 찍은 영상을 포착해 보도했다. 영상에는 미사일로 보이는 물체 2개가 잇따라 떨어지는 장면이 담겼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투입을 위해 파병된 북한군 수용 작전명을 ‘동방계획’으로 명명하고 부대 운영을 위한 사령관도 소장으로 새롭게 임명했다고 일본 NHK방송이 31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위해 자국에 파병된 북한 부대 수용 계획을 ‘프로젝트 보스토크’(동방 계획)라고 명명했다. 또 파병된 북한 부대를 운영할 책임자로 2020년부터 러시아군 제76공정사단 사령관을 지냈으며 시리아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소장을 새로 임명했다.NHK는 “북한군 부대를 어디에 배치할지 등 북한과 긴밀히 협력해 운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그러면서 “러시아가 부대 책임자도 정하는 등 본격적인 운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명백해지면서 서방과 일본 정부는 북한 부대 투입이 전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도호쿠전력이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현 인근 미야기현의 오나가와(女川) 원자력발전소 2호기를 13년 만에 재가동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위치한 원전이 재가동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호쿠전력은 전날 오후 7시쯤 오나가와 원전 2호기에서 핵분열 반응을 억제하는 제어봉을 뽑는 작업을 시작해 원자로를 가동했다. 이르면 내달 7일 발전을 재개해 12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나가와 원전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17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1984년 가동을 시작한 곳으로, 동일본 대지진 때 최고 높이 13m에 이르는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쳤고 2호기 원자로는 건물 지하가 침수됐었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가동이 자동 정지돼 폭발 및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곳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과 동일한 비등수형(BWR) 경수로 원전이다. 이 방식의 원전이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에서 재가동되는 것도 처음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냉각하는 물이 발전기 터빈을 직접 돌리는 구조인 비등수형 원전이 한국 대다수 원전인 가압(PWR) 경수로 원전보다 덜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한국 원전은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가압 중수로)을 제외하면 모두 가압 경수로다. 한편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진행하는 핵연료 잔해 꺼내기 작업을 위해 원전 격납용기에 넣은 장치가 잔해 파편을 집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8월에 핵연료 잔해 꺼내기 작업을 시작하려다가 문제가 생겨 중단했고 지난달 재시도에 들어갔다. 도쿄전력은 원자로 격납 용기에 파이프를 꽂고 내시경과 유사한 장치를 넣어 수g 무게의 파편을 끄집어낼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이 파편을 분석한 뒤 향후 본격적인 핵연료 잔해 제거 및 폐로 계획 등을 세울 예정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도호쿠전력이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현 인근 미야기현의 오나가와(女川) 원자력발전소 2호기를 13년 만에 재가동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위치한 원전이 재가동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도호쿠전력은 전날 오후 7시쯤 오나가와 원전 2호기에서 핵분열 반응을 억제하는 제어봉을 뽑는 작업을 시작해 원자로를 가동했다. 이르면 내달 7일 발전을 재개해 12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나가와 원전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170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1984년 가동을 시작한 곳으로, 동일본 대지진 때 최고 높이 13m에 이르는 쓰나미(지진해일)가 덮쳤고 2호기 원자로는 건물 지하가 침수됐었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가동이 자동 정지돼 폭발 및 방사선물질 유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곳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과 동일한 비등수형(BWR) 경수로 원전이다. 이 방식의 원전이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에서 재가동되는 것도 처음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냉각하는 물이 발전기 터빈을 직접 돌리는 구조인 비등수형 원전이 한국 대다수 원전인 가압(PWR) 경수로 원전보다 덜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한국 원전은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가압 중수로)을 제외하면 모두 가압 경수로다. 한편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서 진행하는 핵연료 잔해 꺼내기 작업을 위해 원전 격납용기에 넣은 장치가 잔해 파편을 집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8월에 핵연료 잔해 꺼내기 작업을 시작하려다가 문제가 생겨 중단했고 지난달 재시도에 들어갔다. 도쿄전력은 원자로 격납 용기에 파이프를 꼽고 내시경과 유사한 장치를 넣어 수 그램(g) 무게의 파편을 끄집어낼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이 파편을 분석한 뒤 향후 본격적인 핵연료 잔해 제거 및 폐로 계획 등을 세울 예정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한 집권 자민당이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부분적인 연합을 타진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연립여당 공명당과 여당 성향 무소속 당선자를 합쳐도 과반(233석)에 못 미치는 자민당(215석)으로서는 우호적인 추가 의석 확보가 절실하다. 공명당 수준의 완전 연정까진 아니지만 총리 재지명, 경제대책, 주요 법안 통과 등에서 연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민당은 이를 위해 전기료 인하 등 국민민주당 공약을 반영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사진) 국민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민·공명 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자 “정책에 따라 좋은 건 협력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며 제한적인 연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총선 최대 승자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이지만, 숨은 승자로는 국민민주당(28석)이 꼽힌다. 국민민주당은 야권 이합집산이 거셌던 2018년 옛 민주당 출신 다마키 대표가 설립했다.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잔류파 의원 중심으로 그간 당을 꾸려왔다. 한때 공산당과도 제휴할 만큼 진보 성향이 있는 입헌민주당과 달리 헌법 개정, 안보 정책에서 중도 보수 색채가 강하다. 이번 총선에서 ‘세후소득을 늘린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소비세 인하, 사회보험료 경감, 전기료 인하 등을 공약으로 앞세웠다. 또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7석에 불과했던 의석수가 4배로 늘어났다. 자민당보다도 우익 색채를 띠는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달리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의 중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향후 국민민주당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의 무게추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국민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이 입헌민주당 손을 들어주면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다. 다만 야당 간에 성향, 정책 등이 달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마키 대표는 “무효표가 돼도 다마키라고 쓰겠다”고 언급했다.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1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안 나오면 2차 투표에 들어간다. 2차에서는 과반을 못 얻어도 최다 득표자가 총리가 된다. 국민민주당 의원들이 2차에서 다마키 대표에게 투표하면 전부 무효표가 돼 자연스럽게 제1당인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재가 총리로 재지명된다. 일본 선거는 종이에 연필로 이름을 쓰는 방식이다. 무효를 각오하고 1차 투표 1, 2위 득표자 외의 이름을 2차에서 쓰는 걸 막을 수 없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딩동!” 22일 일본 서부 효고현 아카시의 한 주택가. 분홍색 점퍼를 입은 여성 배달원이 초인종을 누르며 “기저귀 배달 왔어요”라고 알렸다. 집에 있던 아기 엄마가 아이를 안고 문을 열었다. 여러 차례의 기저귀 배달로 이미 얼굴을 익힌 배달원과 아기 엄마는 친근한 동네 이웃처럼 자연스럽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아기는 잘 크나요?” “며칠 전 열이 나 걱정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요. 단골 소아청소년과에 가 보면 어떨까요?” 2분 넘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배달원은 기저귀를 건넸다. 아기 엄마 또한 받았다는 의미로 서류에 서명했다.》‘기저귀 정기편(おむつ定期便)’이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아카시 당국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 2020년 도입했다. 한국 못잖게 저출산 고민이 깊은 일본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위기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육아 경험 여성이 기저귀 배달아카시 당국은 생후 3개월∼1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기저귀, 분유, 이유식, 물티슈, 아기 비누 등 육아용품을 지원한다. 월 3000엔(약 2만7000원) 상당의 용품을 매달 1회 배달하며 지역 예산으로 무상 지원한다. 인구 30만 명의 아카시에서 약 2300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이 사업의 핵심은 배달원이 직접 육아용품을 배달해주는 것. 은행 계좌로 현금을 송금하거나 택배로 배송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지역민과의 소통을 중시한 시 당국이 배달원 대면 배송을 택했다. 배송은 생활협동조합 ‘코프(COOP) 고베’가 맡았다. 마루타니 사토코(丸谷聡子) 아카시 시장은 “육아용품을 전해 주면서 아기와 보호자의 고민을 듣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산후 후유증 등을 겪는 가정에는 보건소에서 인력을 보내기도 한다. 학대에 가까운 육아 방임을 발견해 아동 상담소에 통보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배달원으로는 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을 채용한다. 이날 만난 배달원 호리카와 씨는 직접 트럭을 몰고 월 12일, 하루 20가구에 배달을 한다. 그를 포함한 배달원들은 배송 전 아동 상담소에서 교육도 받는다. 기저귀를 받는 부모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 아동 학대 징후를 파악하는 법 등을 집중적으로 배운다.호리카와 씨는 “사전에 교육을 받았고 나 자신도 육아 경험이 있기에 엄마들의 일부 육아 고민에 대해서는 직접 답을 준다. 지원이 필요하거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시에 연락해 지원을 주선한다”고 설명했다. 기저귀를 건네받은 다니미즈 가린 씨(34)는 인근 대도시인 고베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육아휴직을 한 뒤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다니미즈 씨는 “요즘 물가가 올라 경제적 부담이 커졌는데 육아용품을 지원받아 크게 도움이 됐다”며 “이 서비스를 받으려고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는 가정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육아용품 배달 서비스는 2016년 시가현 히가시오미시 당국이 최초로 도입했다. 4년 후 도입한 아카시 당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다른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도입에 나섰다. 후쿠오카는 지난해 8월부터 0∼2세 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쿄 시나가와구 역시 지난해 4월부터 0∼1세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월 1회 배달원이 들러 육아용품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 사업을 하고 있다.● 육아 지원에 출산율 상승 아카시 중심가인 아카시역 앞 대형 쇼핑몰 ‘파피오스’. 역 앞 광장 재개발 사업으로 2017년 문을 연 쇼핑몰의 5층에는 어린이 청소년 시설인 ‘아카시 어린이 광장’이 들어섰다. 축구장 절반 크기의 실내 공간에는 어린이 놀이방, 가족지원센터, 다목적실, 중고교생 댄스 연습실 등이 갖춰져 있다. 연간 12만 명이 이용하는 시의 중심 시설이다. 한국의 웬만한 유료 키즈카페보다 넓고 시설이 깨끗했다. 이날 놀이방에서 만난 가쓰카와 씨는 전날 야근 후 쉬는 날을 이용해 3세 아들을 데려왔다. 아빠와 노는 아이는 신이 난 듯 놀이방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쳤다. 편도 1시간 거리의 오사카 회사에서 근무하는 가쓰카와 씨는 “육아 지원이 많은 지역이라 결혼 후 아카시로 이사 왔다”며 “아내 혹은 내가 거의 매일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온다”고 했다. 아카시 시민은 무료이고 다른 지역 주민은 이용료 300엔(약 2700원)을 받는다. 다양한 지원책에 힘입어 아카시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48명에서 지난해 1.65명으로 늘었다. 시 인구 또한 2010년 29만3481명에서 지난해 30만6793명으로 13년 연속 증가세다. 일본 중핵시(인구 20만 명 이상 특례 지자체) 62곳 중 인구 증가율 1위다. 특히 젊은 부모 세대인 25∼39세(9607명 증가)와 어린 자녀 세대인 0∼9세(3495명)에서 인구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1.39명에서 1.20명으로 하락하고 지방 도시 대부분에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기간 한국의 출산율은 1.23명에서 0.72명으로 대폭 하락했다. 아카시의 육아 지원은 이즈미 후사호(泉房穂) 전 시장 때인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그는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 만들기’라는 구호를 걸고 다양한 정책을 폈다. 중학생까지 의료비를 무료로 지원하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작으로 시립 놀이방 설치, 어린이집 무상보육, 기저귀 지원, 중학교 무상급식 등을 잇달아 도입했다. 시의 아동 복지 예산 또한 2010년 40억 엔(약 360억 원)에서 2022년 99억 엔(892억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반면 토목 예산은 같은 기간 74억 엔에서 60억 엔으로 줄었다. 부채 상환 목적으로 쓰이는 예산도 이 기간에 11억 엔 줄었다. 당국은 “육아 시책에 중점을 두기 위한 강한 방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고령화 저출산 시대를 반영한 변화’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활성화에 역행하는 소모성 행정’이라고 우려한다. 육아 분야에만 예산을 치중해 고령자 지원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소모성 행정을 우려하는 쪽은 아카시 인구가 증가하고 합계출산율이 상승한 것은 오사카, 고베 등 인근 대도시에서 이주한 젊은 세대가 많은 영향이라고 지적한다. 아카시 인구와 출산율이 증가하는 만큼 다른 지역은 감소하는 ‘제로섬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본 사회 전반에 해당하는 저출산 해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아카시에서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한 집권 자민당이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부분적인 연합을 타진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연립여당 공명당과 여당 성향 무소속 당선자를 합쳐도 과반(233석)에 못 미치는 자민당(215석)으로서는 우호적인 추가 의석 확보가 절실하다. 공명당 수준의 완전 연정까진 아니지만 총리 재지명, 경제대책, 주요법안 통과 등에서 연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민당은 이를 위해 전기료 인하 등 국민민주당 공약을 반영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민·공명 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자 “정책에 따라 좋은 건 협력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며 제한적인 연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총선 최대 승자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이지만, 숨은 승자로는 국민민주당(28석)이 꼽힌다. 국민민주당은 야권 이합집산이 거셌던 2018년 옛 민주당 출신 다마키 대표가 설립했다.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잔류파 의원 중심으로 그간 당을 꾸려왔다. 한때 공산당과도 제휴할 만큼 진보 성향이 있는 입헌민주당과 달리 헌법 개정, 안보 정책에서 중도 보수 색채가 강하다. 이번 총선에서 ‘세후소득을 늘린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소비세 인하, 사회보험료 경감, 전기료 인하 등을 공약으로 앞세웠다. 또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7석에 불과했던 의석수가 4배로 늘어났다. 자민당보다도 우익 색채를 띠는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달리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의 중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향후 국민민주당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의 무게추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국민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이 입헌민주당 손을 들어주면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다. 다만 야당 간에 성향, 정책 등이 달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마키 대표는 “무효표가 돼도 다마키라고 쓰겠다”고 언급했다.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1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안 나오면 2차 투표에 들어간다. 2차에서는 과반을 못 얻어도 최다 득표자가 총리가 된다. 국민민주당 의원들이 2차에서 다마키 대표에 투표하면 전부 무효표가 돼 자연스럽게 제1당인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재가 총리로 재지명된다. 일본 선거는 종이에 연필로 이름을 쓰는 방식이다. 무효를 각오하고 1차 투표 1, 2위 득표자 이외의 이름을 2차에서 쓰는 걸 막을 수 없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8일 개표가 완료된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연립여당 공명당은 물론 여당 성향 무소속 당선자를 모아도 과반(233석) 확보에 이르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다.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이래 최악의 총선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취임 8일 만에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선거 참패로 집권 한 달도 안 돼 퇴진 압박을 받게 됐다. 이날 발표된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191석을 얻어 선거 전(247석)보다 56석이 줄었다. 공명당(24석)도 8석 줄어들었다. 무소속 당선자 12명 중 친여당 성향은 6명으로 파악된다. 여당 합계로는 215석, 친여 무소속을 더해도 과반에 미달한다. 반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148석으로 선거 전(98석)보다 50석이나 늘었다. 야당 전체로는 235석을 획득했다.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당장 다음 달 7일 임시국회에서 자민당은 야당 협조 없이는 총리 재지명도 어렵게 됐다. 자민·공명 여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힘을 합치면 총리를 바꾸고 정권 교체까지 추진할 수 있다. 자민당은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비교적 여당에 협조적인 야당을 설득해 협력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식물 정권’으로 전락하고, 이시바 총리는 지속적인 퇴진 압박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총선에서 여당 과반 미달로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총리의 퇴진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패배하면서 현직 당 대표와 장관 등 거물급 정치인이 대거 낙선했다.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성난 일본 유권자들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또 일본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립여당 공명당을 이끄는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사이타마현에 출마했다가 국민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2위로 낙선했다. 공명당 대표 낙선은 민주당(입헌민주당 전신)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공명당 의석수도 선거 전 32석에서 24석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말 공명당 대표에 오른 이시이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닌데 대표를 계속하면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며 사실상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 공명당은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로 내각에 참여해 장관직도 맡고 있다. 공명당은 의석수는 적지만, 신흥 불교인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한 조직표가 단단해 주요 선거에서 자민당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지층 고령화, 지역 기반인 오사카의 일본유신회 선전 등으로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시바 내각의 현직 각료도 선거에서 떨어졌다. 마키하라 히데키(牧原秀樹) 법무상은 사이타마현에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전 입헌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했다. 오자토 야스히로(小里泰弘) 농림수산상은 가고시마현에서 낙선했다. 현직 각료가 낙선한 것은 2016년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8년 만이다. 대표적인 자민당 친한파로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전 총무상은 지역구 후쿠오카현에서 접전 끝에 일본유신회 후보에게 패배했다. 과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옛 아베파 거물들도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아베 정권 때 아베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와 함께 자민당의 ‘3A’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자민당 간사장은 13선 경력이 무색하게 가나가와현에서 패배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하면서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때부터 이어져 온 한일 관계 개선세가 꺾이진 않겠지만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적극적이며,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보수 정치인 중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역사 인식을 가졌다고 평가되지만, 총선 참패로 구심력이 크게 약화돼 자신의 소신을 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며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까지 자국 내 입지가 약해지면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기대됐던 일본의 역사 인식 개선, 양국의 협력 비전 제시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의지는 있지만 여력이 없는 상황”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저서에서 “한일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윤 대통령이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크게 패배하며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한국을 위해 전향적 역사 인식을 내놓기는 어렵다. 당내 인사들과 일본 국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의지는 있지만 여력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시바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선 자민당 내 비주류로서 솔직한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기대를 했는데 이제는 (전향적 조치의) 실현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전임 기시다 내각과는 달리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야당 말도, 자민당 내 반대파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 제약이 늘어났다”며 “이시바 총리만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갈 동력은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 미국 대선이 있지만 누가 이기더라도 현재의 양호한 미일 관계를 유지하고, 주변국과의 대화도 계속해 나가겠다”며 현재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 “대담한 결단 추진 어려울 듯”일본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거나, 대담한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정치학)는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시바 총리만의 색깔을 내며 새로운 단계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만한 여유는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이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죄 담화를 내거나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유도하는 등 ‘통 큰 결단’을 기대하는 건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여당 과반 붕괴로 정국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외교보다는 연립 정권 확대, 정당 간 합종연횡 등 국내 사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지도력을 발휘해 현상을 바꾸는 대담한 대처를 하는 건 어렵게 됐다”며 “한국이 일본 측에 대담한 결단을 원해도 일본이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취임 전부터 주장해 온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자위대 헌법 명기 등도 총선 참패로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은커녕 과반 확보도 실패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조차 논란이 큰 정책을 추진할 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이시바의 리더십이 많은 상처를 입은 만큼 방위 안보 정책에서 본인이 하고자 했던 것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하면서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때부터 이어져온 한일 관계 개선세가 꺾이진 않겠지만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적극적이며, 성의 있는 호응’을 보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보수 정치인 중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역사 인식을 가졌다고 평가되지만, 총선 참패로 구심력이 크게 약화돼 자신의 소신을 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며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까지 자국 내 입지가 약해지면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기대됐던 일본의 역사 인식 개선, 양국의 협력 비전 제시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상황”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저서에서 “한일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윤 대통령이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크게 패배하며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한국을 위해 전향적 역사 인식을 내놓기는 어렵다. 당내 인사들과 일본 국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의지는 있지만 능력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시바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선 자민당 내 비주류로서 솔직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기대를 했는데 이제는 (전향적 조치의) 실현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전임 기시다 내각과는 달리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야당 말도, 자민당 내 반대파 의견도 수렴해야 하는 제약이 늘어났다”며 “이시바 총리만의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해나갈 동력은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이시바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다음주 미국 대선이 있지만 누가 이기더라도 현재의 양호한 미일 관계를 유지하고, 주변국과의 대화도 계속 해나가겠다”며 현재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대담한 결단 추진 어려울 듯”일본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거나, 대담한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정치학)는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시바 총리만의 색깔을 내며 새로운 단계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만한 여유는 상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이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죄 담화를 내거나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유도하는 등 ‘통큰 결단’을 기대하는 건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여당 과반 붕괴로 정국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외교보다는 연립 정권 확대, 정당간 합종연횡 등 국내 사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정치학)는 “이시바 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지도력을 발휘해 현상을 바꾸는 대담한 대처를 하는 건 어렵게 됐다”며 “한국이 일본 측에 대담한 결단을 원해도 일본이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취임 전부터 주장해온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자위대 헌법 명기 등도 총선 참패로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은커녕 과반 확보도 실패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조차 논란이 큰 정책을 추진할 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는 “이시바의 리더십이 많은 상처를 입은 만큼 방위 안보 정책에서 본인이 하고자 했던 것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권 교체는 가장 큰 정치 개혁이다. (자민당의) 비자금 문제는 권력 부패의 극치다.”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사진) 대표의 발언이다. 입헌민주당은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NHK방송 출구조사(오후 8시) 기준으로 128∼191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란 평을 얻고 있다. NHK방송 등의 출구조사 결과가 최종 결과로 이어질 경우 선거 전 98석에 머물렀던 입헌민주당은 집권 자민당과의 의석수 격차를 크게 좁히면서 정권 탈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입헌민주당은 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이미 101석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를 통해 예측된 입헌민주당의 성적은 2009년 당의 전신인 민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래 15년 만에 가장 좋은 편이다.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 결과에 따라 재집권을 노릴 만한 ‘대안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입헌민주당의 선전이 자민당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고 본다.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이 2009년 집권 후 보인 행보를 아직도 비판한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제대로 된 수습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해 큰 실망감을 안겼다. 이를 기억하는 유권자에게 ‘집권 능력이 있는 정당’이라는 신뢰와 안정감을 얼마나 주느냐가 향후 당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노다 대표는 민주당의 집권 기간인 2011년 9월∼2012년 12월 총리까지 지냈다. 지난달 12년 만에 당 대표로 복귀했다. 애초 ‘신선함이 떨어진다’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당내 비판도 존재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드문 국정 경험, 수권 능력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노다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 내내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스캔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노다 대표는 개표 중 기자회견에서 “비자금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엄격한 비판이 있었다”며 “정치 개혁을 위해 어떤 당이 좋을까라는 관점에서 우리 당에 지지가 모였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비자금 사태에 실망한 상당수 보수 유권자들이 노다 대표의 안정적 이미지를 강조한 입헌민주당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7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과반 의석(233석)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연립여당 공명당과 함께 여당 전체로도 과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NHK방송에 따르면 개표가 진행 중인 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전체 465석 중 집권 자민당은 123석을 확보했다. 이날 투표 종료 후 발표한 NHK방송 출구조사 결과(오후 8시 기준)에 따르면 전체 465석 중 자민당은 153∼21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21∼3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사히신문은 자체 출구조사에서 자민당 185석, 공명당 26석 안팎 의석으로 여당 과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거 전(자민당 256석, 공명당 32석)보다 의석을 크게 잃게 됐다. NHK방송과 아사히신문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한 최종 결과가 나올 경우 자민당은 2009년 총선 패배로 민주당(입헌민주당 전신)에 정권을 내준 뒤 15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 과반 확보를 못 할 경우 다른 정당과 연정 구성을 해야만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취임 8일 만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여 취임 한 달도 안 돼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민당은 2012년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은 이후 지금까지는 계속 단독 과반을 확보해 왔다. 정권 재창출 뒤 앞서 치른 네 차례 총선에서 256∼294석을 얻으며 ‘절대 1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부패의 민낯이 드러난 데다 고물가가 계속되고 실질 임금이 줄어들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번 총선에도 이 같은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28∼191석을 얻으며 선거 전(98석)보다 크게 약진할 것으로 NHK방송은 전망했다. 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입헌민주당은 이미 101석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신인 민주당이 2009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후 가장 많은 의석수다.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민당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시바 총리 반대 진영인 보수 강경파가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일본 유권자들은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전날 도쿄 마지막 유세에서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일본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당은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뿐”이라고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사망 이후 불거져 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착 의혹 등으로 부패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절대 1강’ 자민당에 등을 돌렸다.이날 오후 10시 40분 기준 개표 상황과 NHK방송,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오후 8시)에 따르면 자민당은 정권을 잃었던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적은 의석 확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이 향후 뼈를 깎는 쇄신을 하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취임 한 달도 안 돼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단명(短命) 총리로 물러날 위기에 몰렸다.● 비자금 스캔들이 가장 큰 패인 자민당이 15년 만에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패배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파벌 비자금 스캔들’이 꼽힌다.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보수 강경 아베파 등이 후원회에서 걷은 정치자금 일부를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뒷돈으로 빼돌려 소속 의원들에게 지급한 사실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커졌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는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며 연임을 포기했다. 이시바 총리는 새 내각 출범 후 국민적 기대감이 클 때 국회를 해산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오랜 자민당 전략을 따라 취임 8일 만에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에 나섰다. 하지만 승부수는 먹히지 않았다. 비자금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출구조사(교도통신)에서 투표자 74%가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응답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선거 막판 터져 나온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 교부금’ 문제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자민당 본부가 비자금 문제로 공천이 배제된 후보의 소속 당 지부에 국민 세금인 정당 교부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자 “허울뿐인 공천 배제”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시바 총리는 개표 중 기자회견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매우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거취에 대한) 그런 말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임론을 부정했다.● 일본 정국 불안정성 커져 주요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 단독 과반은 물론이고, 자민-공명 연립여당 과반도 위험해지면서 일본 정국은 한층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절반을 훌쩍 웃도는 의석을 토대로 정부와 여당 뜻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법안을 통과시켜 왔지만, 당장 11월 초 국회에서 열릴 총리 재지명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정당도 확실한 장악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민당 내, 야당들 간에 이합집산이 수시로 벌어질 수 있다.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 집권하지 못했던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후반에는 거의 매년 내각 총사퇴, 총리 교체가 반복됐던 전례가 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 실패로 이시바 총리의 구심력 약화는 불가피해졌다”며 “공천 배제를 당한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당내에서 이시바 총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라토시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정치학)는 “자민당은 공명당과 함께 과반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자민당 단독 과반 여부가 사실상의 승패 기준이었다”며 “자민당이 200석 확보에도 실패하면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일본 집권 자민당이 27일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며 당내에선 벌써부터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후임을 노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 전반에서 총리 교체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안팎에서는 우익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보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유력한 ‘포스트 이시바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자민당이 2009년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후 15년 만에 가장 큰 총선 패배를 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당 내부의 충격이 크고, 확실한 1강으로 꼽히는 후보도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한 결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겨뤘던 포스트 이시바 주자들은 총선 기간 중 총재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노리고 우군 확보를 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경제를 성장시키지 않고 국민 부담만 증가하는 정책에는 철저히 반대한다”며 ‘아베노믹스’에 비판적인 이시바 총리에게 날을 세웠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기시다 정권의 새로운 자본주의로 희망의 씨앗을 뿌렸고, 임금이 오르며 싹이 텄다”며 자신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의 후계자라는 뜻을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이미 ‘포스트 이시바’를 바라보며 각자의 생각을 가슴에 품고 활동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총선 전 자민당 내에서는 집권 전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이시바 총리가 당의 고질적인 문제인 파벌 비자금 스캔들을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정권 심판론’이 계속 힘을 얻으면서 이시바 총리로는 선거에서 이기는 게 어렵다는 당내 목소리가 선거 중에도 계속됐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27일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233석) 확보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일본 NHK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자민당 단독 과반은커녕, 여당 과반 의석 확보도 실패하면서 향후 일본 정국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NHK방송에 따르면 개표가 진행 중인 28일 오전 1시40분 기준 전체 465석 중 집권 자민당은 186석, 공명당은 22석을 확보했다. 반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143석)을 비롯한 야당은 과반을 웃도는 235석을 획득했다. 여당 남은 의석을 모두 얻어도 과반 확보는 어렵게 됐다. 일본 여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한 건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27일 투표 종료 후 발표한 NHK방송 출구조사 결과(오후 8시 기준)에 따르면 전체 465석 중 자민당은 153~21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21~3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사히신문은 자체 출구조사에서 자민당 185석, 공명당 26석 안팎 의석으로 여당 과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거 전(자민 256석, 공명 32석)보다 의석을 크게 잃게 됐다.NHK와 아사히신문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슷한 최종 결과가 나올 경우 자민당은 2009년 총선 패배로 민주당(입헌민주당 전신)에 정권을 내준 뒤 15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 과반 확보를 못 할 경우 다른 정당과 연정 구성을 해야만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취임 8일 만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여 취임 한 달도 안 돼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자민당은 2012년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은 이후 지금까지는 계속 단독 과반을 확보해 왔다. 정권 재창출 뒤 앞서 치른 네 차례 총선에서 256~294석을 얻으며 ‘절대 1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부패의 민낯이 드러난 데다 고물가가 계속되고 실질 임금이 줄어들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번 총선에도 이 같은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28~191석을 얻으며 선거 전(98석)보다 크게 약진할 것으로 NHK방송은 전망했다. 전신인 민주당이 2009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이후 가장 많은 의석수다. 일본 야당이 100석 이상을 차지한 건 2009년 정권 교체 때를 제외하면 2005년(113석) 이후 처음이다.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민당에서는 이시바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시바 총리 반대 진영인 보수 강경파가 ‘이시바 끌어내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한국인 등 183명이 목숨을 잃은 일본 야마구치현 해저 탄광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이달 말부터 유골 발굴 작업이 시작된다. 1942년 사고 발생 이후 82년 만이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25일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갱구 앞에서 26일 추도식을 갖고 발굴 시작을 알리는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 희생자 유가족과 불교계 인사,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다. 조세이 탄광은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 탄광으로 일제강점기인 1920년 문을 열었다. 태평양전쟁으로 무리한 채탄 작업이 계속되던 1942년 2월 3일, 해저 갱도에 물이 새면서 수몰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 탄광은 사고 뒤 시신도 수습되지 않은 채 폐쇄됐다. 지금까지 희생자 수습 및 사고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은 바다 위로 보이는 환기 배수용 콘크리트 구조물이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2004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에게 진상 조사 및 유골 발굴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매몰 위치, 심도 등이 불분명해 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발굴은 시민단체 측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돈으로 이뤄진다. 9월 바닷가에서 지상 작업을 시작해 지하 4m에서 가로 2.2m, 세로 1.6m 크기의 해저터널 입구를 발견했다. 이달 29일부터는 잠수부가 들어가 갱내 상황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유골 발굴에 나선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집회에 보낸 추도사에서 “희생자 유골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진실을 밝혀 희생자 유해와 영혼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측은 “여기까지 온 만큼 한 조각이라도 유골을 찾아 유족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유골 존재가 밝혀지면 국가(일본)가 책임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된 한국인 등 183명이 목숨을 잃은 일본 야마구치현 해저 탄광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이달 말부터 유골 발굴 작업이 시작된다. 1942년 사고 발생 이후 82년 만이다.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25일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 탄광 갱구 앞에서 26일 추도식을 갖고 발굴 시작을 알리는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 희생자 유가족과 불교계 인사,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다. 조세이 탄광은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 탄광으로 일제 강점기인 1920년 문을 열었다. 태평양 전쟁으로 무리한 채탄 작업이 계속되던 1942년 2월 3일, 해저 갱도에 물이 새면서 수몰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탄광은 사고 뒤 시신도 수습되지 않은 채 폐쇄됐다. 지금까지 희생자 수습 및 사고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은 바다 위로 보이는 환기 배수용 콘크리트 구조물이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2004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에게 진상 조사 및 유골 발굴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매몰 위치, 심도 등이 불분명해 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이번 발굴은 시민단체 측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돈으로 이뤄진다. 9월 바닷가에서 지상 작업을 시작해 지하 4m에서 가로 2.2m, 세로 1.6m 크기의 해저터널 입구를 발견했다. 이달 29일부터는 잠수부가 들어가 갱내 상황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유골 발굴에 나선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집회에 보낸 추도사에서 “희생자 유골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진실을 밝혀 희생자 유해와 영혼이 고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측은 “여기까지 온 만큼 한 조각이라도 유골을 찾아 유족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유골 존재가 밝혀지만 국가(일본)가 책임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자민당이야말로 악몽에 가깝다.”(쓰지모토 기요미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대행)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과반 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집권 자민당이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입헌민주당 등 야당들도 반격에 나섰다. 일본 야당들은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2009년 이래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모습이다. 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욱 강하게 자민당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24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자민·공명)은 기존 279석에서 194∼254석(과반 233석)으로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26∼177석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됐다. 일본은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뒤 선거철에도 “안정이 필요하다”(여당)거나 “자민당을 심판해 달라”(야당) 정도의 ‘얌전한’ 말들이 오갔다. 자민당 1강 체제가 강력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민주당 정권의 미숙했던 대처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야당이 유권자를 설득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파벌 비자금 추문으로 자민당이 국민적 비판에 시달리며 야당이 모처럼 호기를 맞고 있다. 자민당 역시 과거 여유롭게 선거를 치르던 모습과 달리, 민주당 정권 시절의 실책까지 끄집어내며 야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다만 ‘막말 전쟁’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미국 대선만큼 과도한 비난은 일본 국민 정서상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사진) 대표는 전날 기타큐슈시 거리 연설에서 “자민당 공천 배제가 엄중한 조치라더니 엉터리였다”며 “(우리에게) 악몽 같은 정권이라더니 (자민당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22일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2009∼2012년 정권을 잡았던 현 야당을 공격한 것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한편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자민당이 비자금 사건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가 이끄는 당 지부에도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을 입금했다”며 “이 돈은 세금에서 조성된 정당 교부금”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측은 “당에 지급한 활동비일 뿐, 후보에게 준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다 대표도 “(비자금 연루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척하더니 실제로는 뒤로 돈(정당 교부금)을 줬다”면서 “유권자에 대한 사기”라며 여당을 비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