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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는 20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빵류 가격을 200원씩 올린다고 13일 밝혔다. 인상 대상은 빅단팥빵, 미니땅콩샌드, 미니딸기샌드 등 6개 제품이다. 연초 대전 성심당 등 유명 제과점부터 시작된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편의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밀가루, 식용유 값이 꺾이지 않은 데다 우유, 팥, 달걀 가격 연쇄 상승까지 더해진 원료 비용 오름세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도 2일부터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유치원생 남매를 키우는 김모 씨(44)는 최근 봄나들이 계획을 접었다. 당초 큰아이의 다음 달 생일에 맞춰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입장권 가격이 오르는 데다 추로스와 음료수, 장난감, 식사 등 각종 비용도 비싸져 예상 지출액만 30만 원 넘게 나왔다. 그는 “한 달 생활비의 10분의 1을 하루 여가비로 날릴 순 없지 않느냐”며 “아이들에게 집 근처 키즈카페에 가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추위가 풀리고 봄방학이 시작됐지만 “봄나들이 갈 엄두가 안 난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외식비까지 급등하면서 4인 가족이 외출하려면 하루 30만 원 이상이 드는 ‘봄나들이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가 4인 가족이 에버랜드로 봄나들이 가는 상황을 가정해 비용을 분석해 보니 30만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 우선 입장료가 13만6000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종일권 4장(27만2000원)에 제휴카드를 적용해 모두 50% 할인받은 가격이다. 점심 비용으로 2만6400원(KFC 불고기버거 세트 4개), 커피값으로 1만 원(스타벅스 카페라테 톨 사이즈 2잔)이 들었다. 여기에 에버랜드 내 기념품숍에서 장난감 등(6만2000원)을 사고 중식 레스토랑에서 저녁(8만6000원)을 먹으면 연료비(1만1000원)까지 더해 총 33만1400원이 나왔다. 사파리나 기획전시 등에 별도 요금이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실제 비용은 더 나올 수 있다.테마파크 6만원 넘고, 버거세트 6000원 훌쩍… “봄나들이 겁나네” 4인가족 나들이 ‘30만원+α’ 든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30년만에 최고‘저렴한 한끼’ 빅맥도 5000원 돌파“가격인상 주기 단축… 체감 더 클것” 두 아이를 키우는 유모 씨(41)는 다음 달부터 에버랜드 연간 이용권 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이용권 가입 생각을 버렸다. 대인과 소인 가격이 각각 29만 원, 23만 원으로 올라 4인 가족이 모두 가입하면 104만 원을 내야 한다. 기존(총 96만 원)보다 8.3% 비싸지는 것.유 씨는 “아무래도 100만 원 넘는 돈을 주고 이용권을 끊는 건 무리”라며 “아이들이 테마파크를 워낙 좋아해 안 갈 순 없고 가는 횟수를 줄이고 가더라도 하루 입장권을 끊을 생각”이라고 했다. 봄나들이 물가가 대폭 오른 이유는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며 테마파크와 영화관 등 대표적인 여가시설이 가격을 인상한 데다 외식 물가가 줄줄이 오른 영향이 크다. 1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다음 달 1일부터 종일권 성수기인 A 가격은 5만8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종일권 극성수기인 D 가격은 6만4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각각 인상한다. 연간 이용권(대인 기준)은 26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인상된다. 에버랜드는 계절, 요일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변동 가격제(A∼D)를 운영 중이다. 롯데월드는 이미 지난해 4월 성인 자유이용권 가격을 5만9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올렸다. 양대 테마파크 하루 이용권이 6만 원을 넘긴 셈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물가,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했다. 식품 가격 인상도 봄나들이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7.7%)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외식 물가 전 품목(39개)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올랐다. 나들이 음식 대표 격인 김밥(11.0%), 떡볶이(10.6%), 라면(10.3%)이 모두 10% 넘는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과거 최소 1년이었던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주기는 최근 6∼8개월로 단축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 특히 ‘저렴한 한 끼’로 인기였던 햄버거 가격이 잇달아 오르며 체감 물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맥도날드 ‘빅맥’ 단품 가격은 처음으로 5000원을 넘게 됐다. 맥도날드는 16일부터 햄버거와 탄산음료 등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대표 제품인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단품은 각각 4900원에서 5200원으로 300원씩 오른다. 신세계푸드도 15일부터 노브랜드 버거의 메뉴 23종 가격을 평균 4.8% 올린다. 역시 6개월 만이다. 인기 메뉴인 ‘NBB 오리지널 세트’ 가격은 5200원에서 5400원으로, ‘NBB 시그니처 세트’는 5900원에서 6300원으로 인상된다. 외식뿐만 아니라 호텔 숙박료(12.4%), 운동경기 관람료(7.0%), 공연예술 관람료(6.3%) 등 각종 여가비도 전년 동기 대비 줄줄이 올랐다. 영화 관람료도 성인 1명당 1만5000원까지 올라 ‘주말에 영화나 볼까’라며 부담 없이 극장에 가는 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돌비시네마 3D 등 특별관 주말 가격은 2만4000원까지 나온다. 가족을 대동하고 1만 원짜리 콤보(팝콘 라지 1개, 탄산음료 2개) 먹고 점심까지 사 먹으면 일반관을 간다 해도 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 씨(58)는 “요즘엔 25년 만에 재개봉하는 타이타닉 같은 대작 아니면 영화관을 안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해마다 밸런타인데이(2월 14일)가 되면 호텔업계에선 ‘케이크 특수’가 벌어집니다. 누가 더 예쁘게 만드나 경쟁하듯 평소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화려한 모양의 케이크가 쏟아집니다. 간결한 초콜릿 상자보다 레터링과 초 장식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케이크가 커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으로 더 돋보일 수 있겠죠. 올해는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 밸런타인데이 케이크(사진)처럼 하트 모양으로 만든 제품이 많이 보입니다. 조선팰리스의 화이트 로즈 하트 케이크(화이트), JW메리어트호텔서울의 초콜릿 무스 케이크(초콜릿),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러블리 로즈 케이크(레드) 등 컬러는 취향대로 고르면 되겠어요.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작품도 있습니다. 파티시에가 한땀 한땀 슈거크래프트로 접은 장미 장식 케이크 ‘디어 마이 러브’(웨스틴조선서울)나 쇼콜라티에가 24시간 수작업으로 만든 장미 꽃다발 모양의 ‘초콜릿 플라워 부케’(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가 대표적입니다. 각각 20개, 7개 한정 판매로 3∼5일 전 예약 주문만 받았다고 합니다. 아쉽게 놓치셨다고요? 걱정 마세요! 한 달 뒤 화이트데이(3월 14일)가 돌아옵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마트는 3~17일 본사 임원 및 관리 감독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및 하임리히법 훈련을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급성 심정지 등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기 위해 마련한 교육이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1년 기준 11.6%로, 시행하지 않았을 때(5.3%)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마트는 심폐소생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국 170개 사업장에 260개의 자동충격기를 배치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심폐소생술 뿐 아니라 화재 대응 교육, 실종 아동 대처, 정전 및 누수, 동파, 침수 대응 등 연간 33회에 걸쳐 안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직장인 김모 씨(41)는 이달 온라인 쇼핑몰 유료 멤버십 3개 중 2개를 해지했다. 무료 배송과 할인 혜택이 비슷한 서비스가 중복돼 월 회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 대신 도시락을 싸게 살 수 있는 편의점 멤버십에 새로 가입했다. 김 씨는 “각각의 구독료는 5000원도 안 되지만 두세 개 모이면 고정 지출이 적지 않다. 혜택이 겹치지 않도록 멤버십을 조합해 돈 샐 틈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로 인해 유료 멤버십 줄이기에 나선 소비자가 늘면서 업체마다 우후죽순으로 선보였던 유료 멤버십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자 이탈로 회원제 유지가 어려워진 일부 업체들은 유료 멤버십을 포기하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회원제 기반으로 고객 ‘록인(lock in)’ 전략을 펼치던 이커머스 업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각 사가 주장하는 회원 수만 합쳐도 쿠팡 900만 명, 네이버 800만 명(누적), G마켓(SSG닷컴 통합) 300만 명 등 2000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가족 공동사용이 많은 점과 평균 가구원 수(2∼3명)를 감안하면 남아 있는 ‘순수 비회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가 폭증하던 시기에는 일단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줬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순 이용자가 감소하면 밑지는 혜택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멤버십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 제고를 위해 혜택을 재조정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일부 호텔은 연회비를 올리면서 조식 쿠폰을 식음료 이용권으로 대체했다. 티몬은 유료 멤버십 슈퍼세이브를 지난해 11월 종료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정 공유 수수료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커머스 선두권 업체들 사이에서의 차별화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멤버십 개수 줄이기에 나선 소비자들이 본전을 뽑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혜택을 주는 곳만 남겨 두는 ‘멤버십 짠테크’에 나서면서 기존 할인, 쿠폰 혜택을 넘어선 플러스알파 서비스가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쿠팡과 양강 구도인 네이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과 함께 제휴 동맹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존 멤버십에 게임 구독, 영어 학습권 등 대학생 맞춤 혜택을 보강한 캠퍼스 전용 멤버십을 선보인 이후 20대 이용자가 10% 늘었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 OTT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쿠팡플레이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여행상품 전문관 쿠키트래블 등 혜택을 늘리며 차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G마켓도 이르면 6월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 등 그룹사와 2단계 통합 멤버십을 선보여 구독자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료 멤버십의 경우 과도한 혜택이 늘면 기업 비용부담이 높아져 결국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보다 기업 특성에 맞춰 효율적이고 세밀한 설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새 정부 출범 후 약 9개월 동안 정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 5건 중 4건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이어받은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등도 국회에 계류돼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7일 동아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까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률 제·개정안은 총 276건이다. 이들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57건(20.7%)에 그쳤다. 나머지 219건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임기 내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법률은 모두 488건이다. 3개월 후면 출범 1년이 되는 상황에 국회를 통과한 국정과제 관련 법안은 약 12%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정부가 자체적으로 고칠 수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 등은 빠르게 제·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국정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필요한 하위법령 제·개정안은 총 223건이다. 이 중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52%에 달하는 115건의 정비를 마쳤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 각각 79건, 29건을 추가로 제·개정할 계획이다. 국회에 계류된 국정과제 법안 중에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민생과 안전을 더욱 두껍게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이 있다. 벤처,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1주당 여러 개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해당 사항은 2020년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인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역시 지난해 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본질이 타협과 협력인데도 현재 국회에서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위기를 포함해 국가가 전환기적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국회가 능동적으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선 “정부가 법안을 정기국회 끝무렵에 너무 늦게 상정하거나, 정부 내 조율을 이유로 시간을 끄는 경우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벤처 경영권 방어法 국회 2년 계류… AI-양자기술 육성法도 묶여 〈상〉국회서 멈춘 미래 먹거리 혁신성장 힘 싣는 복수의결권法“세습 우려” 일부 반대에 발 묶여업계 “이달 국회서 반드시 처리를” 신선 배송 플랫폼인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계속된 투자 유치로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5%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김 대표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불황 속에 기업가치도 떨어졌다. 결국 지난달 IPO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왓챠’도 창업자 박태훈 대표의 지분이 1년 만에 반 토막 났다. 2020년 총 3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듬해 전환사채(CB) 490억 원어치를 발행하면서 30.0%였던 박 대표의 지분은 15%대로 떨어졌다. 벤처기업들은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의 국회 통과는 기약이 없다. ●벤처기업계 “2월 임시국회서 반드시 처리해야”첨단산업 기반 조성, 벤처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7일 관계부처와 국회에 따르면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 발의됐지만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통과를 촉구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벤처기업육성법은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벤처기업이 투자를 많이 받아 창업자 지분이 낮아져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2021년 3월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유 중 하나도 경영권 방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상장 당시 지분이 10.2%에 불과했지만 1주당 29개의 의결권을 가지는 복수의결권을 설정해 76%가 넘는 의결권을 인정받았다. 복수의결권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은 대주주에 지배력이 집중되거나 대기업 세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주요 의결사항에는 복수의결권이 제한되는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벤처기업계는 6일 성명을 내 “복수의결권은 혁신성장을 꿈꾸는 벤처기업이 안정적인 혁신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美 반도체에 350조 원 지원, 국내선 법안 계류 중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 차원에서 전략기술을 육성하겠다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도 시급한 입법 과제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양자, 반도체 등 경제·안보적 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에 우선 투자하고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지난해 민주당 조승래 의원(2월)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8월)이 각각 발의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뒤 12월부터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주요 국가들이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각종 투자와 법적 지원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입법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가 핵심기술인 반도체에 2800억 달러(약 351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와 과학법’에 서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1조3000억 엔(약 12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430억 유로(약 58조 원)를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입하는 ‘유럽 반도체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육성법 제정안이 지연된 건 정권교체로 인해 정부 방침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린 영향이 크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환영하는 법이라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해당 법안이 제정법인 데다 전략기술 범위가 굉장히 넓어 법사위 상정 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타 부처와 이견을 더 조율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해 초 처음 법안이 발의된 후 정권이 바뀌면서 부처 의견과 대외 변화를 반영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중소기업중앙회는 제27대 회장 선거에 김기문 현 회장(68·사진)이 단독 출마했다고 7일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28일 정기총회에서 김 회장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할 계획이다. 선거인단 과반수 투표에 과반 찬성을 얻으면 당선된다. 선거인단은 중기중앙회 정회원인 중소기업협동조합 대표자 또는 직무대행자 등 570여 명이다. 김 회장이 다시 당선되면 중기중앙회 사상 첫 4선 회장이 된다. 중기중앙회장직은 1회 연임 가능하며 중임 제한은 없다. 김 회장은 2007년 처음 회장을 맡은 뒤 2011년 연임해 2015년까지 8년간 중앙회를 이끈 바 있다. 이어 2019년 재출마해 현재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대통령·국무총리 주재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공식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는 등 재계에선 ‘중통령’으로도 불린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엔데믹으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면서 백화점 외국인 매출이 반등하고 있다. 강달러로 면세점 체감 가격이 오르면서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명품관 외국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0% 이상으로 늘었다고 7일 밝혔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구에 있어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5%가 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광객이 줄면서 갤러리아 명품관 외국인 매출 비중은 1% 아래까지로 떨어졌다가 최근 5% 선을 회복했다. 해외 관광객 필수 코스인 명동 인근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최근 6개월간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0%, 600%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도 점차 늘고 있다”며 “신규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할인 프로그램과 주변 상권과 연계한 제휴 혜택 등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품 소비가 늘면서 인당 구매액(객단가)도 늘었다. 더현대 서울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외국인 관광객 객단가가 지난해보다 26.4% 늘었다. 고환율로 면세점 가격 메리트가 희석되면서 접근성이 좋은 백화점에서 명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침체로 명품 브랜드 오픈런과 구매대기 행렬이 한풀 꺾이면서 전보다 관광객 소비환경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주를 이룬 것과 달리 최근에는 K콘텐츠 인기로 유럽, 미국, 동남아 등 다양한 국적의 쇼핑객이 늘고 있다.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2020년 1월보다 최근 6개월간 외국인 매출이 오히려 10% 늘었다. 더현대 서울도 뉴진스,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의 팝업 스토어를 잇달아 진행하면서 지난해보다 전체 외국인 매출이 11배로 뛰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 빗장이 풀리면 백화점뿐 아니라 면세점까지 외국인 관광 특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이달 임시국회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복수의결권은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에도 창업자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경영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투자를 받을 때마다 지분이 희석돼 경영권 위협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협의회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으로 개정안 논의 시간까지 포함하면 3년이 흘렀다”며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복수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투자 유치를 통한 기업 성장과 경제 발전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경기 침체와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의 꿈과 열정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뒤 이듬해 12월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주주평등 원칙 위배 등의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내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엔데믹 후 맞이하는 첫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특수를 맞아 유통업체들이 선물 범위를 초콜릿 너머로 확대하는 ‘비욘드 초콜릿’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달달한 선물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오프라인 명소로 소비 심리를 이끌어 얼어붙은 경기 불황을 조금이라도 녹여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비대면 선물이 큰 인기를 끈 지난해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 마음을 전달할 포장 선물과 함께 데이트할 만한 장소가 많아졌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16일까지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 엠앤엠즈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엠앤엠즈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깔로 꾸며진 매장에서는 사은품 프로모션과 포토존 이벤트를 진행한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밸런타인데이 커플 베이킹과 명품 패키징 수석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보자기 아트 클래스 등 문화센터 강좌도 운영한다. 롯데백화점은 소셜미디어 인기 디저트 맛집을 확대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인증샷을 찍고 선물로 증정하는 트렌드에 따른 것이다. 본점과 잠실점에서는 스위스 수제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와 벨기에 레오니다스, 영국 위타드 등이 팝업 매장을 연다. 또 본점에서는 국내 디저트 브랜드 메종원스이어의 특별 케이크를, 잠실점에서는 생과일 마카롱 브랜드 소년의 행성을 만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에서 초콜릿과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위스키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존을 운영한다. 로제 와인 등 57종 주류를 최대 30% 할인한다. 초콜릿 대신 화장품 선물도 늘 것으로 보인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메이크업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색조·립스틱 등 인기 화장품 물량 30% 늘리기로 했다. 호텔 업계에선 ‘데이트 코스’ 강점을 살려 특별 케이크 등을 준비했다. 파라다이스 호텔&리조트는 이탈리아 피렌체 광장을 모티브로 한 실내 광장에서 가수 공연과 초대형 풍선 포토존을 마련했다. 석촌호수의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전문 쇼콜라티에가 만든 곰돌이 모양 초콜릿을, 여의도의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핑크빛 하트 모양의 프로마주 케이크 등을 한정 판매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한 끼에 김밥 세 알, 둘이서 피자 한 조각….’적은 양의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 번에 먹을 만큼만 즐길 수 있는 소용량·소포장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많이 먹는 것을 부각하는 먹방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데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친환경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 가구가 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꼭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절약형 소비 패턴이 부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5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품명에 ‘미니’ ‘쁘띠’가 들어간 상품 개수는 2020년 63종에서 지난해 99종으로 57% 늘었고 관련 상품의 매출도 같은 기간 42% 증가했다. 편의점 GS25가 소식좌를 겨냥해 출시한 ‘쁘띠컵밥’ 시리즈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20만 개가 팔렸다. 도시락 중량을 기존 메뉴의 절반인 200g 내외로 줄이면서 가격은 김밥 한 줄 가격 수준인 2300원으로 낮춰 얇아진 지갑 사정까지 고려했다. GS25는 올겨울 인기 품목인 딸기 샌드위치도 처음으로 1조각 구성으로 출시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지난해 12월부터 소비자가 스스로 밥 양을 적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시 ‘밥 변경 단계’에서 ‘밥 양 적게’를 선택하면 기본 밥 양인 230g보다 80g 적은 150g의 밥을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판매하는 ‘가성비 도시락’을 주력으로 하던 브랜드조차 최근 소용량 상품을 찾는 소비자 니즈를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맥주와 와인 등 주류 제품도 용량 줄이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10월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하이트제로 0.00’의 소용량 버전인 240mL 캔 제품을 출시했다. CU,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선 홈술족들을 겨냥해 용량을 와인 한 병(750mL)의 절반으로 줄인 ‘반병 와인’이 인기다. 과음 부담 없이 커피 한 잔 값(3000∼5900원)에 스페인, 칠레산 와인을 즐길 수 있어 최근 판매량이 20% 이상 늘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기는 등 장보기 풍속도가 달라진 점도 소포장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과일을 쪼개서 파는 ‘조각 과일’이나 간편하게 때울 수 있는 1인용 밀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24는 껍질을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자른 ‘껍질 없는 조각사과’와 세척할 필요없이 개봉 후 바로 즐길 수 있는 ‘컵 과일’을 판매 중인데 지난달 이들 조각 과일 제품군 매출이 전월 대비 26% 증가했다. 특히 1인 가구가 몰린 독신 주택가에서는 30% 넘게 증가했다. 홀로 자취 생활을 하는 회사원 이모 씨(37)는 “밀키트는 대부분 2인분 이상으로 나오는 등 음식을 사면 버리는 게 너무 많다. 버리는 음식 없이 한 끼에 먹기 적절한 양을 담은 소포장 상품에 손이 간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CJ제일제당은 한 번에 먹기 어려웠던 피자의 단점을 해결한 1인용 사각 피자를, 이랜드는 애슐리 홈스토랑 인기 메뉴인 파스타 밀키트를 기존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여 출시했다. 삼진어묵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의 어묵간식 명품바를 출시했다. 최근 치솟는 물가도 소용량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싼 맛에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날짜가 지나 버리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것이 더 알뜰한 소비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는 지난달 ‘작은 용기 즉석밥’ ‘작은 컵라면’ 등 제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40% 늘었다. 같은 기간 샌드위치, 초밥,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델리 코너 소용량 매출은 53%, 장보기 품목인 축산·수산류 제품군의 소포장 매출은 각각 14배, 17배씩 늘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음식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있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해 다이어트로 소식을 결심하는 고객이 늘면서 소용량 제품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로 인해 소포장 상품을 찾는 고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이달 20일 오전 경기 하남시 이마트 매장 뒤편의 SSG닷컴 물류센터인 PP센터. 300여 개의 박스가 층층이 쌓인 선반들 사이로 ‘삑삑’ 바코드를 읽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PP센터는 전국 100여 개 이마트 후방 공간에서 SSG닷컴 온라인 주문 상품을 집품(피킹), 포장(패킹)하는 곳이다. 일일배송 1500∼2000건을 소화하는 하남 PP센터는 피킹 직원 13명이 1인당 하루 800개 이상의 물건을 꺼내 온다. 물건을 박스에 담는 포장 라인엔 단 6명뿐이다.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하루 2만 개 이상의 상품을 배송 처리할 수 있는 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SSG닷컴이 개발한 물류 애플리케이션 ‘mPDO’ 덕분이다. 손가락에 낀 반지 모양 스캐너를 바코드에 대면 선반의 녹색등이 켜져 상품을 담을 박스 위치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피킹할 땐 상품 위치 정보가 담긴 앱을 나침반 삼아 쇼핑하듯 카트에 담으면 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속도전’이 ‘물류 효율화’로 진화하고 있다. 물류 시스템 고도화가 온라인 장보기(식품 배송)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 팽창하는 온라인 식품 시장…물류 기술 경쟁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식품 소매판매액 가운데 온라인쇼핑 비중(온라인 침투율)은 28.1%였다.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3%, 14.3% 증가했다. 전체 온라인쇼핑 성장률(7.3%)보다 2배가량 높다. 식품군의 온라인 침투율은 매년 4∼5%포인트씩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을 잡기 위해 이커머스 업체들은 물류 효율화 경쟁에 나섰다. 관건은 신선식품이다. 재구매율이 높아 반드시 공략해야 할 품목이지만 품질 유지를 위한 설비(콜드체인)와 재고 폐기 문제로 일반 물류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선도나 포장 관리 등 검수를 위해 100% 자동화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SG닷컴은 자동화율 80%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와 함께 기존 이마트 매장과 인력을 활용한 ‘도심형 PP센터’의 효율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작업자 대부분이 4050 여성인 점을 고려해 게임하듯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자동화 반지’ 장치를 개발했다. 이후 전국 PP센터 일일배송 건수는 2021년 6만 건에서 지난해 7만5000건 수준으로 25% 증가했다. 네오와 합치면 하루 15만 건, 240만 개의 상품을 처리하고 있다. PP센터 관계자는 “디지털 분류 시스템(DAS)과 mPDO 도입으로 물류 생산성이 30% 이상 증가했다. 근로시간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는데도 처리 능력은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재고 감축 위한 물류테크로 진화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선 오아시스마켓은 60개 직영 매장을 통해 새벽배송 재고 폐기율 ‘0%대’를 유지하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오아시스루트’ 시스템을 통해 400명이 일일 3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상품 관리 능력과 구매력을 바탕으로 신선식품 경쟁사 중 가장 많은 6구간 시간 지정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재고 소진이 어려운 업체들은 신선식품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수요 예측을 고도화하고 있다. 직매입의 경우 못 팔수록 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로켓프레시를 운영하는 쿠팡은 수년간 쌓인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수요 예측을 고도화함으로써 지난해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2021년 대비 50% 줄였다. 농수산물 생산단지에서 곧바로 출하하는 산지직송 시스템을 통해 현지 설비를 활용하는 묘안도 도입했다. 마켓컬리는 데이터 예측 고도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2배로 늘리고 인플레이션, 날씨 등 외부 요인을 수요 예측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대면 구매 편의성으로 엔데믹에도 온라인 장보기 사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은 물류테크 및 데이터 처리 사업으로 진화해 과거와 전혀 다른 신산업이 됐다”고 말했다.하남=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롯데는 기존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뉴롯데’를 향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헬스 앤드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테마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꾀한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첫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에서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이달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 참가해 30여 명이 동시 다중 접속할 수 있는 초실감형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세븐일레븐과 협력해 각종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버추얼 스토어’를 선보였다. 헬스 앤드 웰니스 테마를 이끌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 확대 역량 확보에 나선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완료하고 올해 본격적인 생산 활동을 시작했다. 2030년까지 총 30억 달러를 투자해 총 36만 L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국내에 갖춘다는 계획이다. 롯데 유통군은 ‘라이프스타일’과 ‘그로서리’라는 큰 주제 아래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자동화물류센터(CFC) 6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차별화, 프리미엄화를 통해 충성 고객들에게 집중한다. 와인 명소 보틀벙커에서 다양한 체험형 행사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인도 자회사인 ‘하브모어’에 5년간 45억 루피(약 7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이 속한 롯데그룹 화학군은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및 분리막 소재 등 2차전지 핵심소재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는 국내 동박 생산 1위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앞두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지난해 12월 1조 원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박 원재료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동남아 시장 공략도 가속화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3300억 원을 투자한 35만 ㎡ 규모의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는 8월 개장 목표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호찌민 투티엠 지구에서는 60층 규모의 쇼핑몰 등 상업 시설과 함께 오피스, 호텔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정부가 예고한 대로 30일 0시부터 의료시설, 대중교통 등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실내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유행을 막기 위해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지침이 도입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대유행 이전의 일상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환영하지만 학교 등 일부 현장에서는 혼란도 감지됐다. 이날부터 쇼핑몰 등 각종 실내 시설과 음식점, 카페, 버스 터미널, 지하철역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었다.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도 회의 시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포함한 지침을 내부에 전달했다. 버스 내부, 병원, 요양원 등 감염 취약 시설에는 의무 착용 지침이 유지됐다. 다만 요양원 내부 다인실 입원 환자의 경우 의료진이나 방문객이 없을 때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등 방역이 유연하게 적용된다. 의무 착용 지침 해제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계속 마스크를 쓰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입시학원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직원이 민원인을 대면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확진자 7일 격리 등 남은 방역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달려 있다. WHO는 30일(현지 시간)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WHO가 비상사태를 해제하면 한국 보건당국 역시 추가 방역 조치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 “회의실-통근버스선 마스크 써야”… 일부 학교 “계속 착용” 주요 대학 대부분 착용 해제학원가는 “마스크 안 벗겠다”은행 “창구직원 마스크 쓰라”마트도 매장 직원 착용 권고 “회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홀가분한 마음도 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만 명 안팎으로 나오는데 집단감염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 씨(30)는 29일 “회사에서 개인 자리에 있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회의할 때는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30일 0시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가운데 기업, 학교, 지방자치단체 등은 자체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사무실에선 마스크를 벗더라도 고객을 상대하거나 회의를 할 때는 여전히 쓰라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학교 “계속 마스크 쓰라” 안내30일부터 적용된 정부의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는 원칙적으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선 자체적으로 착용 유지 방침을 세우고 학부모 등에게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도 세부 방침은 ‘학교장 재량’에 맡긴 상태다. 다음 달 9일 강당에서 대면 졸업식을 여는 서울 배재고 고진영 교장은 “졸업식 동안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원가도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형 학원인 종로학원과 메가스터디는 수강생 마스크 착용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양주시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하여 설문조사를 해 보니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마스크 착용을 선호해 실내 마스크 착용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고 있다. 연세대는 도서관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고, 중앙대도 강의실과 도서관 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을 제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적인 마스크 착용 기준을 마련해 안내하고 있다. 서울시는 회의실과 엘리베이터 등 사람이 여럿 모이는 곳과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기업 “공용 공간에선 써야” 삼성전자는 개인 좌석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회의실, 통근버스 등에선 의무 착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공지했다. 구내 식당에선 한 칸 띄어 앉기를 해제했지만 좌석 간 차단막은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자동차와 SK, LG의 경우 통근버스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LG 관계자는 “고객 대면 업무 종사자의 경우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고 했다. 이날부터 점포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로 정상화한 은행은 창구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 방침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순 없지만 창구 직원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 역시 매장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을 대면하는 매장 근무자 및 판매사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도 매장과 물류센터에서 당분간 기존처럼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지훈 씨(40)는 “식사 중일 때가 아니면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하면서 항의를 많이 받았는데 이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졌다. 손님도 늘어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서울 중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모 씨(63)는 “직원들은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손님들에게도 최대한 식사시간 외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경제 위기 영향으로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11.9%(9162억 원) 감소한 6조76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액수가 줄었지만 역대 최대였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하반기(7∼12월) 본격화된 글로벌 고물가·고금리 위기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같은 기간 벤처 선도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의 벤처투자액이 각각 30.9%, 40.7%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감소폭이 비교적 작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등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액의 70.5%가 집중됐다. ICT 서비스(2조3518억 원)와 유통·서비스(1조3126억 원) 투자액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3.2%, 9.8% 감소했고 바이오·의료(1조1058억 원)는 상장 기업의 주가 하락, 기술특례 상장 심사 강화 등으로 34.1% 줄었다. 반면 영상·공연·음반 투자(4604억 원)는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K팝·K드라마의 세계적 유행과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영화 관람 회복 등이 투자 심리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기업(업력 3년 이하) 투자는 전년 대비 7.8%(1452억 원) 늘어난 2조50억 원으로 처음 2조 원을 돌파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이다. 새해를 맞아 유행에 민감한 패션 업계에서 토끼는 가장 핫한 캐릭터가 됐다. 토끼는 큰 귀와 짧은 꼬리,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특징 때문에 귀엽고 친숙한 캐릭터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강한 번식력으로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시계를 든 토끼나 피터래빗, 미피 등 동심 세계는 물론이고 플레이보이 잡지의 나비넥타이를 맨 버니까지 다양한 캐릭터 산업에 활용됐다.설화나 속담에서 토끼는 작고 약해 보이지만 꾀가 많고 영리한 동물로 자주 등장했다. ‘별주부전’에서 자신의 간을 구하러 온 자라에게 간을 빼놓고 다닌다는 기지를 발휘해 죽을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토끼는 숨을 수 있는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뜻의 ‘교토삼굴’이란 고사성어는 위험이 닥치기 전 미리 준비하는 지혜로운 면모를 나타낸다. 경기 침체라는 암초를 만난 패션 업계가 토끼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다.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전환시키고 이 위기 또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캐릭터로 손색이 없다.》 아시아 시장 정조준 글로벌 명품 브랜드… ‘토끼 마케팅’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토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비정규 시즌 유행에 따라 제품 가짓수를 줄여 작은 규모로 발표하는 ‘캡슐 컬렉션’ 형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혜, 건강, 장수를 상징하는 토끼 모티브를 재치 있게 담아낸 ‘구찌 래빗’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구찌는 지난해에도 호랑이해를 기념한 타이거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당시 실제 호랑이가 등장하는 광고로 인해 동물 보호 단체들로부터 “멸종 위기 동물을 상품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올해는 공식 홈페이지에 “독립 인증기관(뷰로 베리타스)이 광고 캠페인 촬영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촬영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이 해를 입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히는 등 동물복지에 더욱 신경 쓴 모습이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토끼 귀를 연상시키는 보 장식의 힐과 토끼 문양이 들어간 로퍼 등 신발부터 핸드백, 주얼리,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감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BTS의 무대 의상을 담당하기도 했던 유명 디자이너 킴 존스와 캘리포니아 패션 브랜드 ERL의 엘리 러셀 리네츠가 콜라보한 ‘디올 루나’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토끼를 ERL 특유의 감성으로 담아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빨간색 바탕에 하얗고 복슬복슬한 질감으로 귀여우면서도 정열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도 토끼해를 맞아 가방과 의류 등에 토끼 문양을 넣었다. 토끼들이 서로를 등지고 앉아 하트 모양으로 귀를 모은 패턴과 브랜드 설립자 토머스 버버리의 이니셜인 TB 로고 위에 토끼를 겹친 유쾌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는 기존 인기 가방인 ‘버니백’에 매듭 장식으로 유대감을 표현한 제품을 내놨다. 가방 위 부드럽게 늘어지는 가죽으로 토끼 귀를 형상화하고 토끼의 둥근 꼬리가 연상되는 귀여운 폼 장식 등을 통해 입체감을 높였다. 가방 외에도 토끼 모양의 주사위와 캔들, 토끼 종이접기 세트까지 준비했다.서구 명품 브랜드들, 아시아 겨냥한 설날 12간지 마케팅 서양 문화권에 뿌리를 둔 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새해 동양 풍습 기반의 동물을 모티브로 한 상품을 내놓는이유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존재감 때문이다. 상징적 동물들로 새로운 해를 기념하는 동아시아의 12간지 문화를 패션에 입혀 현지 마케팅을 강화함과 동시에, 봄여름(SS) 시즌이 시작되기 전 비수기인 1월 설 명절 특수로 새로운 쇼핑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2030년까지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 소비자의 비율이 3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 영향으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여전히 미국 유럽과 함께 명품의 최대 판매처다. 여기에 음력설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시장을 합하면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2021년보다 24% 증가했다. 중국의 1인당 55달러, 미국의 280달러보다 많다. 돈 많은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일본 시장 역시 최근 엔화 약세로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다. 매스티지(대중 명품) 브랜드들은 보다 과감하고 개성 넘치는 토끼 디자인을 선보이며 희소성과 색다름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정면 겨냥했다. MCM은 자체 고안한 장난꾸러기 토끼 캐릭터 ‘하루’를 반영한 업사이클링 한정판 캡슐 에디션을 출시했다. 지난해 타이거 컬렉션 반응이 좋아 올해도 12간지 아이템을 내놓은 것. MCM의 상징인 코냑 비세토스 패턴이 들어간 스테디셀러 제품에 하루를 넣어 새로운 감성을 연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브랜드 토리버치 역시 특별 제작한 토끼 캐릭터 ‘리바’를 포인트로 내세웠다. 행운과 기쁨을 상징하는 빨간색 바탕에 토끼를 모자이크로 배치해 젊은층 취향을 공략했다. 카디건, 버킷백, 스니커즈뿐 아니라 토끼 하면 떠오르는 당근을 형상화한 액세서리까지 토끼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멀버리는 유명 토끼 캐릭터 ‘미피’와 협업해 키링, 여행용 액세서리, 가죽 소품, 가방 등에 미피의 모습을 새겨 넣었다. 스위스 럭셔리 시계에서도 매년 한정판 동물 시계 선보여 명품 시계 브랜드들에도 시간의 흐름과 관련된 12간지 문화는 매력적인 마케팅 요소다. 쇼파드, 피아제, 바쉐론 콘스탄틴 등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토끼 모티브 시계를 선보였다. 매년 음력 12간지를 기념하는 럭셔리 시계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쇼파드는 섬세한 일본식 수공예 기술로 가공한 토끼 시계를 선보였다. 이름은 L.U.C XP 우루시 토끼의 해 타임피스. 일본의 옻칠 공예 장인들이 제작한 다이얼에는 그레이와 레드 컬러의 토끼 두 마리가 보름달이 뜬 풍경에서 노닐고 있다. 날카로운 눈과 쫑긋 선 귀를 가진 토끼들은 성공과 성취를 상징하는 아시아 토종 관목 달빛 올리브 나무 풍경을 배경으로 활력 있게 묘사됐다. 화려한 장식의 주얼리와 2mm 두께의 초박형 기계식 손목시계로 유명한 피아제는 두 마리 토끼를 그려 넣은 알티플라노 시계를 공개했다. 피아제가 토끼 시계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그랑 푀 클루아조네 에나멜 기법이다. 그랑 푀는 금속판 위에 곱게 간 에나멜 가루를 뿌린 뒤 고온의 가마에 반복해서 구워내는 기법을 뜻한다. 클루아조네는 가느다란 금실로 윤곽선을 만들고 그 안에 도료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한 멋이 일품이다. 에나멜링 장인 아니타 포르셰는 다이아몬드 78개를 세팅한 직경 38mm의 좁은 케이스 안에서 벨벳처럼 부드러운 토끼의 피부를 은은하게 구현해냈다. 38점 한정 제작됐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티에 다르 더 레전드 오브 차이니스 조디악 시리즈에 플래티넘과 핑크골드 버전으로 제작된 2종의 토끼 시계를 추가했다. 다이얼 중앙 양각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토끼 주변으로 중국 도상학에서 영감을 받은 나뭇잎 장식이 새겨져 있다. 파랗고 붉은 배경은 그랑 푀 에나멜 기법으로 구현했고 4개의 작은 디스크는 각각 시, 분, 날짜, 요일을 나타낸다. 버전당 9점씩 한정 출시한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명품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현지 상황을 고려한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상징인 호랑이와 달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양의 토끼 아이템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어 찾는 고객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백화점 업계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엔데믹 전환에 맞춰 새해 문화센터 회원 확충에 나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 봄학기 접수에 나서는 신세계아카데미는 직장인을 겨냥해 재테크 강좌 40여 개 중 30개(75%)를 주말로 배치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 주로 편성됐던 강좌를 주말로 옮겨 젊은 고객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주식·금융투자 전문가와 유명 인플루언서가 140분간 올해 시장 전망과 유망 종목 등을 소개한다. 26일 접수를 시작하는 롯데백화점은 전체 강좌 수를 지난해보다 15% 늘렸다. 봄 제철 요리 클래스와 덕수궁 출장 사진 등 체험형 클래스와 함께 ‘호텔 바에서 즐기는 위스키’ 같은 프리미엄 강좌 수를 30% 늘렸다. 현대백화점도 도슨트가 알려주는 미술관 현장 학습, 전문가가 강의하는 기초 투자 아카데미 등 재테크, 현장형 강좌를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렸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지난해 국내 신규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 결성액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었다. 순수 민간펀드 비중(40%)이 정부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펀드 비중(36%)을 역전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민간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펀드 신규 결성액은 10조7286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2308억 원(13.0%) 증가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도 이미 약정된 자금 유입과 벤처캐피털(VC)의 출자자 모집으로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나타냈다. 전년보다 유일하게 감소한 지난해 4분기에도 3조5000억 원이 넘는 펀드가 새로 결성됐다. 정책자금 출자없이 순수 민간자금으로 결성된 벤처펀드(4조3651억 원)는 지난해보다 1조 원 가까이 늘면서 처음으로 모태 자펀드(3조8572억 원)를 넘어섰다. 가장 많이 출자한 민간부문은 ‘금융기관’으로 출자액은 2021년 대비 6921억 원(40%) 증가한 2조4255억 원이었다. 그간 민간투자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대형펀드 결성액도 크게 늘었다. 1000억 원 이상 결성된 순수 민간 대형펀드(1조3917억 원)는 2021년 대비 117% 증가하면서 전체 1000억 원 이상 펀드결성액 증가율(46%)보다 2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둔화 속에서도 명절 고가 선물 대명사인 백화점 한우세트가 지난해 설 직전보다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한우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데다 ‘체리슈머(알뜰한 전략적 소비자)’를 겨냥해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가격에 맞춰 제작하는 맞춤형 선물세트를 늘린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동아일보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백화점 4사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이달 2∼15일 2주간 한우 선물세트 매출 성장률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 백화점은 12∼33%, 대형마트는 11∼72%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세트 성공의 일등공신은 가격이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7일 기준 1등급 등심은 kg당 9만8590원으로 1년 전(11만2490원)에 비해 12.4% 하락했다. 지난해 한우 사육 마릿수(355만 마리)가 역대 최대 수준인 데 반해 소비 위축으로 소비는 감소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조림, 조미료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 가격이 20% 올랐지만 한우세트는 작년과 대동소이해 ‘상대적으로 가성비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격별 세트 구색을 늘리며 고객 선택권은 확대한 ‘체리슈머 마케팅’도 효과를 봤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설 35만 원짜리 한우세트를 주문했던 기업·특판업체들이 올해 가격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해 28만 원짜리 세트를 대량 기획했다. 기존 구이용을 불고기, 국거리로 변경하는 식으로 양은 지난해와 맞추면서 가격을 낮춘 것. 그 결과 30만 원 미만 한우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500g부터 4kg까지 한우 부위·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나만의 한우 선물’ 세트에 와인을 함께 넣은 혼합 패키지를 출시했는데 준비한 700세트가 2주 만에 완판됐다. 고객별 취향을 반영하는 맞춤제작 세트도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등심, 안심, 채끝, 부채살, 치마살, 업진살 등 구이류를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부위와 금액대까지 맞춰주는 ‘맞춤형 냉장 세트’를 선보였다. 맞춤 세트가 주로 포진한 20만 원 안팎의 세트 매출이 전년보다 245% 늘었다.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인 마트에서도 한우가 잘 팔렸다. 롯데마트 하이엔드 ‘마블나인’ 세트는 40만∼50만 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매출이 6배로 늘었다. 이마트는 조선호텔과 협업해 ‘경주 천년 한우’ ‘화식한우’ 라인 등을 선보였는데 30만 원 이상 판매 증가율(21.3%)이 전체 한우세트 증가율(11.1%)의 2배에 달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같은 1++등급(투뿔) 마블링 9단계 한우라도 백화점은 100만 원이 넘지만 마트는 40만 원에 살 수 있다. 씀씀이는 줄여도 품질은 포기 못 하는 실속형 소비 패턴이 확연해졌다”고 말했다. 한우세트는 과일이나 생활용품 등 다른 선물세트들보다 단가나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높아 ‘명절 장사는 기승전한우’라는 말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설이 불황기 첫 명절인 만큼 올해 소비 트렌드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며 “경기침체 우려에 설 대목을 놓칠까 염려했는데 한우세트가 잘 팔리면서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어머니, 나물 재료 장볼겸 전통시장 갈까요?” 올해 설맞이 장보기를 할때 고사리, 깐도라지 등 채소류는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대형마트에서 살 때보다 53.6%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차례상 차림비용 역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5만 원 이상 싼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이달 3~6일 전통시장 37곳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설 제수용품 27개를 비교한 결과 4인 기준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전통시장(27만656원)이 대형마트(32만9473원)보다 5만8817원(17.9%)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품목은 채소류였다. 고사리는 400g 기준 대형마트에서 1만3567원이었지만 전통시장에선 4519원으로 3배 차이가 났다. 깐도라지(400g)도 전통시장(4639원)이 대형마트(1만3505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밖에 숙주, 시금치, 대파 모두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18~43% 더 저렴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도 모두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10~30% 쌌다. 반면 조기와 사과, 배 등은 대형마트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 조기 1마리 가격은 대형마트(4138원)가 전통시장(4655원)보다 12.5% 저렴했고, 사과(국산 5개 기준)는 전통시장(1만3165원)이 대형마트(9881원)보다 33% 더 비쌌다. 두부(수입산 5모 기준)는 전통시장에서 1만원이 넘었지만 대형마트에선 8000원대에 살수 있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통시장은 약 8000원 올랐고, 대형마트는 1만2000원 가량 하락했다. 과일과 채소류는 작황 호조로 가격이 안정적인 편이었으나 최근 한파와 폭설로 대파와 무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년 대비 대파는 7~19%, 무는 12% 올랐고 배와 단감은 각각 15~21%, 19~29% 가격이 떨어졌다. 계란과 밀가루는 각각 4~11%, 10~31% 가격이 올랐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