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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사랑하는 연인 ‘구’를 기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의 시신을 먹는 ‘담’의 이야기를 그린 최진영(43)의 장편소설 ‘구의 증명’(은행나무) 중 일부다. 그의 팬들에게 즐겨 회자되는 이 구절은 어떻게 나온 걸까. 작가 최진영은 22일 첫 산문집 ‘어떤 비밀’(난다)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구의 증명’을 쓸 때 지금의 남편과 막 연애를 시작할 때였다”면서 “원래 저는 사랑을 하면서 행복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지런히 ‘담’을 따라가다 보니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마음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출간된 ‘구의 증명’은 올 상반기(1∼6월) 교보문고 소설 분야 3위에 오르는 등 9년 만에 뒤늦게 주목받으며 ‘역주행’하고 있다. 이런 뒷심이 발휘되면서 그가 등단 18년 만에 처음 펴낸 이번 산문집은 예약 판매만으로 알라딘 주간베스트 2위에 올랐다. ‘어떤 비밀’은 그간 써 온 소설들의 에필로그 성격을 갖고 있다. 최진영은 “나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어떤 ‘비밀’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등단 후 ‘해가 지는 곳으로’(민음사) 등 장편소설 8권과 소설집 4권을 냈다. ‘구의 증명’의 역주행 비결을 묻자 최진영은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저는 모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를 알면 저도 사람인지라 그렇게 또 쓰고 싶지 않을까요? 나만큼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결국엔 사람들이 사랑을 원하는 게 아닐까. 지겹고, 뻔하고, 할 만큼 했다, 볼 만큼 봤다 싶지만 여전히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새 산문집은 24개 절기마다 편지를 쓰고, 각각의 편지에 산문을 더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제주에 산다. 제주 옹포리에서 아담한 카페를 운영하는 남편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 절기마다 편지를 써 손님들에게 전한 게 시작. 이날 간담회는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서리 대신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최진영은 편지를 상대를 지극히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편지는 오직 너에게만 전하는 나의 마음이고 내가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메일만 하더라도 ‘보낸 메일’에 남아 있지만, 편지는 밀봉해서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라며 “애틋하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소통 방식”이라고 했다. 최근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선 “휴대전화에 뜬 속보를 잊을 수가 없다.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며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국어로 된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엄청난 응원이자 격려”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강의 수상이 지역의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읽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최진영은 “‘소년이 온다’는 광주 이야기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이야기”라며 “특정 지역에 대해 쓴다는 게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나 주저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는데, 더 이상 그런 데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올 12월 제주 생활을 접고 가족과 함께 경기 파주시로 이사해 카페를 열 예정이다. 편지도 계속 쓸 생각. 그는 소설을 쓰다 보면 자신의 삶이 궁금해져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고 했다. “10년 전 구와 담이 알려준 그 사랑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설이 근본적으로 저를 변화시킬 것이기에 앞으로의 소설 쓰기가 기대됩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스웨덴 한림원 회원이자 소설가인 스티브 샘 샌드버그는 13일(현지 시간)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강 작가의 작품 중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를 추천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찾는 전 세계 독자들 에게 한림원이 ‘입문서’를 제시한 것. 작품들에는 한강 작가의 고유한 스타일과 문학적 정수가 녹아 있다는 평가다. ‘한강 읽기’를 시작하려는데 뭐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이 책들을 먼저 펴봐도 좋겠다.》채식주의자‘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중편 소설 3편으로 엮은 연작 소설로 2007년 출간됐다.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를 보는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을 각각 담았다. 2016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에 이어 2017년 스페인 산클레멘테상을 받았다.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힌 영혜는 육식을 거부한다. “아내가 평범한 여자라 좋았다”는 무관심한 남편은 영혜가 변한 이유에 관심이 없다. 그저 처가 식구들을 동원해 그녀의 ‘못된 습관’을 고쳐 놓으려 한다. 영혜의 아버지는 이에 동조하며 딸을 때려서라도 고기를 먹이려 하지만, 영혜는 이를 거부하고 자해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는 아내 ‘인혜’에게서 “동생의 몸에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영혜에게 성적 욕망을 품게 된다. 처제인 영혜에게 자신의 작품 모델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고, 영혜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언니 인혜는 동생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했음에도 정신병원에 입원한 동생을 지극히 보살핀다. “나는 나무라서 물과 햇빛만 있으면 된다”며 섭식을 거부하는 동생을 보면서 인혜는 복잡한 내면의 변화를 맞게 된다. 2016년 영국 부커상 수상작.한림원의 추천 이유주인공 영혜가 음식 섭취라는 규범을 따르기를 거부하면서 발생하는 폭력적 결과를 묘사한다. 혐오, 성적 매혹, 질투 등 주변 인물들의 다채로운 반응을 그린다. 이는 가족에게 수치심을 안겨줬다는 죄책감을 인정하지 않고 묵묵히 저항하는 영혜의 태도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구조와 직업주의, 때로는 폭압적인 사회 규범과 관습에 대한 날카로운 자화상을 엿볼 수 있다.희랍어 시간어떠한 전조도 없이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가 만나 함께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 여주인공은 가정 폭력으로 언어 장애를 겪고 있으며 남자 주인공은 유전병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이후 이혼하고, 아이의 양육권도 빼앗기는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다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가 선택한 것은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 여주인공은 더 이상 잘 사용되지 않는 희랍어는 더는 그녀를 해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되찾기 위해 고대 희랍어 수업을 듣는다.시력을 잃어가는 남자 주인공은 그녀의 그리스어 교사다. 남자는 독일에서의 삶과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고 여자는 그 얘기를 말없이 듣는다.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고 세상과의 소통을 회복하려는 여정을 시작한다. 2011년 국내에 처음 출간됐으며 영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 출간됐다. 출간 후 10여 년이 흘렀지만 어느 순간에 접하더라도 두 인물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는다.한림원의 추천 이유‘희랍어 시간’은 짧고 강렬하면서도 주인공을 심리적으로 꿰뚫어 풀어내는 듯한 강점이 있다. 또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를 잃었거나 잃기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초상화이기도 하다. 책은 말과 언어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말이 어떻게 우리의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하는지 고찰한다.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고 섬세한 정체성을 파괴하는데 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담고 있다.소년이 온다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6번째 장편소설이다. 2014년 출간 후 한국 만해문학상,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1980년 중학교 3학년인 소년 동호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동호는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친구 정대가 계엄군게 살해되자, 시민군의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매일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동호는 여러 생각에 빠진다.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린다.이 외에도 유령이 된 정대, 경찰에 잡혔던 은숙, 아들을 잃은 동호 어머니 등 광주민주화운동과 엮인 다양한 인물을 통해 다층적으로 당시를 회고한다. “발가락들은 외상이 없어 깨끗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강 덩어리들처럼 굵고 거무스레해졌다”처럼 시민군의 처참한 죽음을 묘사한 생생한 표현이 압도적이다.정치적 담론보다는 인간의 내면적 고통에 집중한 점이 특징이다.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는 한강 자신의 고백처럼 한강의 작품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한림원의 추천 이유서구 문학의 원형으로 꼽히는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 비견되는 작품이다. 환영이 어른거리는 듯하면서도 간결한 스타일로 예상을 비켜 간다. 묻을 수 없는 신원 미상의 시체들을 볼 때는 소포클레스 ‘안티고네’의 모티브가 떠오른다. 한강은 자신이 자란 도시인 광주에서 1980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정치적 배경으로 삼았다. 소설은 희생자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잔혹한 현실을 생생히 그려내 ‘증인 문학’ 장르에 접근한다.“가장 최근 작품에 애정… 첫 독자라면 ‘작별하지 않는다’와 시작하길”한강 작가 추천작“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합니다. 제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10일(현지 시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강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한강의 답변이다. 2021년 발표된 이 작품으로 한강은 지난해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한강은 출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4·3사건을 다룬 소설,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고르자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작품 속 주인공 경하는 어느 겨울날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됐다는 것.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제주 집에 가서 혼자 남은 새를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 길로 제주로 향한다.경하는 인선의 집에서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인선의 어머니 정심은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이었다. 경하는 인선과 정심이 수집한 기록을 보며 가슴 아픈 현대사를 실감한다.한강은 1990년대 후반 제주에서 몇 달간 살았을 때 주인집 할머니로부터 4·3사건 당시 학살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작품 소재를 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서 스스로 알고 싶어지는 것이 있다”며 “제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쓸 계획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한강이 그려내는 삶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경하의 꿈 역시 간절하고 비극적이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바다로 쓸려가기 전에 유골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다 꿈에서 깬다. 어쩌지 못한 채.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한강(54)은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일주일 만인 17일 첫 공개 행사에 참석해 이런 바람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의 수상자로 단상에 서서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30년이 되는 해”라고 했다. 또한 한강은 “약 한 달 뒤 저는 만 54세가 된다”면서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황금기’인 60세까지 6년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노벨상에 연연하지 않고 집필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강은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농담을 던졌고,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집필)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 한강은 노벨상 발표 날도 회상했다. “노벨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았다”면서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한강은 “저는 술을 못 마신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다”며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도 했다. 대신 걷는 것, 아직 못 읽은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그리고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를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강은 신작 얘기를 직접 꺼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올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 보고 있다”면서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확한 시기를 확정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은 별도로 초대받은 인원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한강이 노벨상 수상 결정 뒤 가진 첫 공개 행보였던 만큼 그를 만나려는 취재진과 시민들로 행사장 주변이 일찌감치 북적였다. 한강은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시상식장을 출입하며 취재진 등과 거리를 뒀고, 수상 소감 등은 재단을 통해 공개됐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소설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처음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거 같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에 신작을 내놓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가 언론 인터뷰를 제외하고 공개 석상에서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한강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며 “저의 일상은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믿고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예측하면 늘 틀리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한강은 통상적인 작가의 전성기를 60세까지로 본다며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아래는 포니정재단이 공개한 한강의 수상소감 전문.〈한강 작가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 전문〉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셨으니, 허락해 주신다면 수상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하셨을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습니다.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하였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마지막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저와 연결되는 통로를 통일하여서 모든 혼란과 수고, 제 주변 사람들의 부담을 없애고자 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들에 관련된 일들은 판권을 가진 해당 출판사에 부탁드리고, 그 카테고리에 잡히지 않는 모든 일들은 문학동네 담담 편집자의 이메일로 창구를 일원화하겠으니 부디 참고 부탁드립니다.이제,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온 수상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입니다.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지난 삼십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과 포니정재단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하는 첫 작품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경장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초에는 신작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문학동네 관계자는 “(한강 작가가) 차기작으로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고 있다”며 “11월 첫째 주에는 작품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그 무렵 원고가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강은 13일(현지 시간)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월 혹은 11월 첫째 주까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마치고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서 낭독할 연설문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강이 발표할 이번 신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별’과 함께 ‘겨울 3부작’ 혹은 ‘눈 3부작’으로 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작품이 공개되면 두 편의 단편과 이어지는 연작소설 형태가 완성된다. 앞선 두 단편에는 겨울의 차가움과 적막, 흰 눈의 이미지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잡지사 내 노동쟁의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다. ‘작별’은 어느 겨울 벤치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눈사람이 돼버린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개인의 상처 등을 주로 다뤄왔던 최근작과 달리 차기작은 밝고 짧은 분량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그동안) 밝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계속 하셨고 짧은 작품이라고 하셨다”며 “편집자들도 어떤 작품이 될지 무척 궁금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고가 들어온 이후로도 최종 원고가 나오기까지 교정 등 여러 작업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출간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된다면 내년 초에는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이 60∼70대에 수상한 데 반해 한강은 50대 초반에 수상했다. 수상 이후 발표할 작품 리스트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강의 최근작은 2021년 발표한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다. 한강은 15일에는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메일 구독 형식의 무크지 ‘보풀 사전’을 통해 917자 분량의 산문 ‘깃털’을 선보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 뒤 공개한 첫 글로, 외할머니와의 추억과 흰머리, 깃털, 웃는 얼굴, 전구빛 등을 ‘흰’ 이미지로 연결시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코딩 스킬이 필요하다니까 코딩 가르쳐야지’ 하는 식으로 접근해선 모든 게 다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요.”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48)는 15일 신간 ‘넥서스’(김영사·사진) 화상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사회에선 “어떤 스킬을 가르칠 것인가 너무 좁게 정의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20년 후에는 AI가 코딩을 너무 잘해서 인간이 코딩을 할 필요가 전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는 “20년 후 인력시장이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50세에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신적 유연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라리 교수는 신간에서 AI는 인간이 발명한 어떤 기술과도 다르며, 독립적인 행위 주체자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독재국가가 AI의 잠재적 위협에 더 취약하다는 점도 짚었다. 권력자를 견제할 민주적인 장치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에는 독재자가 AI를 활용해서 자국민을 더 잘 통제하고 감시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오히려 AI가 독재자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며 “AI가 북한의 김정은을 그대로 좌지우지하는 입장이 된다면 그걸로 그냥 끝”이라고 했다. 그는 몇몇 국가가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전 세계를 지배했듯 현재도 AI 선두주자로 나선 소수 국가가 다른 국가를 지배하거나 착취하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 AI에 대한 지식은 미국과 중국의 아주 극소수 회사만 가지고 있고 다른 정부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AI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반 대중과 정부에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최창순 시인이 계간 시인정신 가을호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16일 출판계에 따르면 시인정신은 최 시인의 시 ‘거울 속의 눈’ 외 4편을 계간 시인정신 가을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를 맡은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최창순의 시를 관통하는 모티프는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라며 “사랑을 표상하는 사물을 통해 그리움을 형상화한 최 시인의 자질을 높이 산다”고 평했다. 최 시인은 강원대 평생교육원 시 창작반을 수강하며 강원일보 시니어문학상, DMZ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설익은 풋사과 같은 제 글을 맛있게 익도록 도와주신 분들과 하늘나라 여행 중에도 틈틈이 용기를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하는 첫 작품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경장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내년 초에는 신작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문학동네 관계자는 “(한강 작가가) 차기작으로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쓰고 있다”며 “11월 첫째주에는 작품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그 무렵 원고가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강은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월 혹은 11월 첫째 주까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마치고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낭독할 연설문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강의 최근작은 2021년 발표한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다. 한강이 발표할 이번 신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작별’과 함께 ‘겨울 3부작’ 혹은 ‘눈 3부작’으로 불릴 전망이다. 이번 작품이 공개되면 두 편의 단편과 이어지는 연작소설 형태가 완성된다. 앞선 두 단편에는 겨울의 차가움과 적막, 흰 눈의 이미지가 공통적으로 담겼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잡지사 내 노동쟁의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이다. ‘작별’은 어느 겨울 벤치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눈사람이 돼버린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개인의 상처 등을 주로 다뤄왔던 최근작과 달리 차기작은 밝고 짧은 분량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그동안) 밝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말씀을 계속 하셨고 짧은 작품이라고 하셨다”며 “편집자들도 어떤 작품이 될지 무척 궁금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도 “앞으로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물론 써지는 대로 쓰겠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가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초고를 마무리한 뒤에도 교정 작업과 표지 디자인, 마케팅 과정 등을 거친다. 출판사 측은 “초고가 들어온 이후로도 최종 원고가 나오기까지 여러 작업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출간 시점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내년 초에는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이 60~70대에 수상한 데 반해 한강 작가는 작가로서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50대 초반에 수상한만큼 이후 발표할 차기작과 작품 활동에도 그만큼 관심이 쏠린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시간을 갖고 계속 글을 쓰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은 15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메일 구독 형식의 무크지 ‘보풀 사전’을 통해 917자 분량의 짧은 산문인 ‘깃털’을 선보였다. 노벨문학상 수상 뒤 공개한 첫 글이다.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글로, 할머니의 흰머리, 깃털, 웃는 얼굴, 전구 빛 등을 ‘흰’ 이미지로 연결시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스웨덴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갖고 “지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지 않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고, 이 상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13일(현지 시간) 스웨덴 공영 방송사 SVT에 따르면 한강은 서울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여유를 갖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로 질문을 받고 답한 그는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수상 전화를 받을 당시를 언급하며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직후였다.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진짜인 걸 알았다”며 “아들과 함께 캐모마일 차를 마시며 수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상 후 기자간담회를 열거나 큰 잔치를 열고 싶진 않았다며 “발표 후 며칠이 지나자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고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을 되찾았다”고 했다. 앞서 한강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1일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며 기자간담회를 갖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등 참혹했던 과거사를 소재로 집필하는 데 대해선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있지만 그럼에도 (비극이) 반복되는 것 같다. 나는 어느 시점에서는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운 분명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인터뷰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이 자신에게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나는 1년에 소설을 한 편씩 쓰지 못한다.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집필에 7년이 걸렸다”며 “시간을 갖고 계속 글을 쓰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12월에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 소감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한강은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이 완성되는 대로 10월이나 11월에 노벨상 수상 소감문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소설가 한강(54)의 작품들이 15일 판매량 100만 부(전자책 포함)를 돌파했다. 10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닷새 동안 평균 20만 부씩 팔려 나간 셈. 오랫동안 불황에 시달렸던 출판계는 ‘한강 특수’에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한강 작품은 국내 3대 서점인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포함해 약 105만 부가 판매됐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약 97만2000부다.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흰’(문학동네)처럼 주요 작품만 팔리는 게 아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희랍어시간’(문학동네) ‘디 에센셜: 한강’(문학동네)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등 온라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 이내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이렇듯 한강 열풍을 통해 출판사의 ‘깜짝 이익’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보통 서점과 출판사는 각 서적의 매출이나 이익을 공개하지 않기에 출판계의 관행에 비춰 매출이나 이익을 추정해 봤다. 판매 상위 4권의 평균 정가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100만 부(종이책) 기준 총 판매금액은 약 153억 원이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의 평균 가격이 1만5325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서점의 할인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정가로만 계산했을 때 총금액은 다소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 금액 가운데 69억∼84억 원이 출판사에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서점에서 출판사에 정가의 45∼55%를 주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받은 금액 중 정가의 10%인 작가의 인세를 제외하면 출판사들 입장에선 54억∼69억 원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처럼 찍는 대로 책이 나가는 경우엔 책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 한강 작품 같은 베스트셀러는 정가의 60%를 서점이 출판사에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랜 불황이었던 출판계는 ‘한강 효과’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보고서 ‘2023년 출판시장 통계’와 지난해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억1600만 원에 그쳐 전년(57억6500만 원)보다 44.2% 감소했다. 창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7억1000만 원으로 전년(27억6200만 원)에 비해 38.1% 줄었다. 두 출판사의 경우 노벨 문학상이 발표된 10일부터 15일까지 5일 동안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동안 문학동네는 카페 사업, 창비는 아동도서에 전념하며 순수문학에서 잠시 멀어진 문학 전문 출판사들의 상황이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군다나 한강 서적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는 서점에서 현금을 주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사 간다. 보통 서점이 출판사에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어음을 주고 이후에 정산하지만, 반품에 따른 손해까지도 서점이 감수하는 것. 한 출판사 관계자는 “현재처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책이 판매되는 상황에선 서점 입장에서도 부대 비용이 거의 없다”며 “주요 서점들의 이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한강도 수상 발표 후 5일간의 판매 인세만 15억 원 안팎을 받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상금인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3대 서점을 제외한 중소 서점의 국내 판매 미집계분, 해외 판매 인세를 고려하면 인세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한강의 글은 운문사에서 염불 소리를 들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영미권 출판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71)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강의 작품은 너무 명상적이고 감동적이며 독자를 더 높은 사고의 차원으로 이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에 사는 그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 한강의 대표작들을 영미권에 소개해 왔다. 한강에게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를 소개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수년 전부터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놀랍지는 않았다”며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소년이 온다’는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에 각각 비견했다. 그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운명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높은 수준이 검증돼 기쁘다”고도 했다. 그는 한강 문학의 힘으로 “독자를 더 자비롭게 만들고, 희망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들면서 “한강은 폭력과 전쟁의 공포를 외면하지 말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한강의 ‘흰’에 대해선 “천상의 구름 꿈에 빗댈 수 있다. 여태 읽어본 어떤 것과도 닮지 않았다”고 평했다. 앞서 그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말 역사적인 날! 문자 그대로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10여 년 전 한강의 놀라운 책 ‘채식주의자’를 발견했을 당시엔 한국 문학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한강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한류 열풍이 일기 전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한강뿐 아니라 신경숙, 정유정, 편혜영, 김애란, 조경란의 책도 영미권에 소개했다. 그는 ‘포스트 한강’으로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도 거론했다. 특히 돌기민의 ‘보행연습’에 대해 “‘채식주의자’ 이후 내가 읽은 것 중 가장 흥미롭고 용감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아몬드’, ‘서른의 반격’을 쓴 손원평은 사회적 풍자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잘 쓰고, 편혜영의 ‘홀’은 스티븐 킹이나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를 생각나게 한다”고도 했다. 정유정의 신작 ‘영원한 천국’에 대해선 “새로운 걸작”이라며 기대감을 아끼지 않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소설가 한강(54)의 작품들이 15일 판매량 100만 부(전자책 포함)를 돌파했다. 10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닷새 동안 평균 20만 부씩 팔려 나간 셈. 오랫동안 불황에 시달렸던 출판계는 ‘한강 특수’에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한강 작품은 국내 3대 서점인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포함해 약 105만 부가 판매됐다. 종이책 기준으로는 약 97만2000부로, 이날 밤이나 16일 오전 중 100만 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흰’(문학동네)처럼 주요 작품만 팔리는 게 아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희랍어시간’(문학동네) ‘디 에센셜: 한강’(문학동네)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등 온라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위 이내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이렇듯 한강 열풍을 통해 출판사의 ‘깜짝 이익’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보통 서점과 출판사는 각 서적의 매출이나 이익을 공개하지 않기에 출판계의 관행에 비춰 매출이나 이익을 추정해 봤다.판매 상위 4권의 평균 정가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100만 부(종이책) 기준 총 판매금액은 약 153억 원이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의 평균 가격이 1만5325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서점의 할인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정가로만 계산했을 때 총금액은 다소 줄어들 여지가 있다.이 금액 가운데 69억~84억 원이 출판사에 들어올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서점에서 출판사에 정가의 45~55%를 주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받은 금액 중 정가의 10%인 작가의 인세를 제외하면 출판사들 입장에선 54억~69억 원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처럼 찍는 대로 책이 나가는 경우엔 책을 창고에 보관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 한강 작품 같은 베스트셀러는 정가의 60%를 서점이 출판사에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오랜 불황이었던 출판계는 ‘한강 효과’로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보고서 ‘2023년 출판시장 통계’와 지난해 각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학동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억1600만 원에 그쳐 전년(57억6500만 원)보다 44.2% 감소했다. 창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7억1000만 원으로 전년(27억6200만 원)에 비해 38.1% 줄었다. 두 출판사의 경우 노벨 문학상이 발표된 10일부터 15일까지 5일 동안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그동안 문학동네는 카페 사업, 창비는 아동도서에 전념하며 순수문학에서 잠시 멀어진 문학 전문 출판사들의 상황이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더군다나 한강 서적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는 서점에서 현금을 주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사 간다. 보통 서점이 출판사에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어음을 주고 이후에 정산하지만, 반품에 따른 손해까지도 서점이 감수하는 것. 한 출판사 관계자는 “현재처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책이 판매되는 상황에선 서점 입장에서도 부대 비용이 거의 없다”며 “주요 서점들의 이익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한강도 수상 발표 후 5일간의 판매 인세만 15억 원 안팎을 받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노벨 문학상 수상 상금인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3대 서점을 제외한 중소 서점의 국내 판매 미집계분, 해외 판매 인세를 고려하면 인세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채식주의자’가 (남인도에서 쓰이는) 타밀어, 말라얄람어로 번역된 것을 보고 흥미로웠습니다. 언젠가는 힌디어로도 볼 수 있을까요?”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지난해 7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한강 작품의 번역 현황을 캡처해 올리며 이렇게 썼다. 한강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해외에 한강을 알려온 그마저 ‘채식주의자’가 생소한 언어로 여럿 번역된 상황을 알고 깜짝 놀란 것이다. 한강이 10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비결 중 하나로 ‘문학적 확장성’이 꼽히고 있다. 일각에선 난해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한강의 작품이 폭력이라는 인류 보편적 문제를 건드려 울림이 크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세계 독자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것. 이런 문학적 확장성이 한림원의 수상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두드러지는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이 작품은 국내에 2007년 출간된 뒤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됐다. 특히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당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2016년 수상하며 다른 언어 출간에 가속이 붙었다. 주요 언어뿐 아니라 아이슬란드어, 갈리시아어 등으로 확장돼 지금까지 총 31개 언어로 번역된 것. ‘소년이 온다’는 몽골어와 아제르바이잔어 등 23개, ‘흰’은 카탈루냐어 등 16개 언어로 번역됐을 정도로 한강의 작품이 지구 곳곳에 소개됐다. 다채로운 출간본 표지도 해외 독자의 눈길을 끄는 요소다. 예를 들면 ‘채식주의자’ 이스라엘 출간본엔 나체의 여성이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꽃 속에서 뒹구는 사람이 그려진 대만 출간본, 여성 등 뒤에 커다란 꽃이 그려진 중국 출간본도 눈길이 간다. 브라질 출간본은 그로테스크한 무늬 속에 여성이 갇혀 있고, 세르비아 출간본은 머리가 6개인 여성이 자신의 얼굴 3개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다. 각국 특유의 감성을 담아내면서도 폭력에 저항하는 ‘채식주의자’의 의도를 잘 전달했다는 평가다. 해외에 소개된 대부분 작품이 스미스의 영역본을 ‘중역’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 스미스의 번역에 대해 오역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부커상과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치며 한강과 긴밀히 소통한 그의 작업 방식이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결국 전 세계의 문학은 영역본을 중역하는 방식으로 퍼져 간다”며 “결국 대부분의 소수 언어 번역가들은 한강과 데버라 스미스의 공동 작업 결과물인 영역본을 보고 번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한림원이 위치한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 작품이 다수인 점도 수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현재 스웨덴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총 4권이 번역됐다. 특히 올해 3월 스웨덴에서 열린 한강의 사인회엔 1000명 넘는 독자들이 몰렸다. 이들이 1시간 넘게 줄 서서 사인을 받아 갈 정도로 한강에 대한 현지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 스웨덴어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가 노벨 문학상 심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강 작품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교수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스웨덴 출판계에서 한국 문학 작품의 판권을 사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히 기업이미지(CI)와 슬로건을 바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콘텐츠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각오와 결의가 담겨 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채널A 리브랜딩 100일 설명회 ‘채널A 데이’에서 김차수 채널A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채널A는 개국 13주년을 맞아 시청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올해 7월 7일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이날 설명회는 내외빈 27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명회장에 설치된 20m 길이의 대화면으로 채널A의 새로운 콘텐츠 전략과 함께 향후 공개될 신규 예능, 드라마 등이 소개되자 참석자들은 큰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 힙합계의 대표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제작한 채널A의 새 로고송도 소개됐다. 윤정화 채널A 편성전략본부장은 “일방적으로 전파를 쏘는 게 아닌, 시청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콘텐츠 탐험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널A의 강점인 보도 분야에서는 정치, 사회 분야는 물론 경제 소식도 적극 다루기로 했다. 박민혁 보도본부장은 “경제산업 뉴스만을 다루는 목요일 뉴스A 라이브를 신설했고 유튜브, 온라인 코너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채널A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3편의 드라마를 연이어 출격시켜 ‘콘텐츠 맛집’으로의 도약을 노린다. 다음 달 방영될 ‘결혼해YOU’는 비혼주의 공무원 조수민(정하나 역)이 섬총각 이이경(봉철희 역)을 결혼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채널A가 3년 넘게 준비한 기대작 ‘체크인 한양’도 소개됐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초호화 여객(호텔) ‘용천루’를 배경으로 인턴 사환으로 입사한 조선 꽃청춘들의 파란만장한 성장 로맨스를 그린다. 내년 2월에는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 드라마 ‘마녀’가 박진영, 노정의 두 배우의 연기로 방영될 예정이다. 채널A의 간판 교양과 예능 라인업도 소개됐다. 이달 1일부터 방영 중인 ‘강철부대W’는 첫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 4.1%를 달성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채널A 대표 건강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는 지난달 시즌3 ‘몸신의 탄생’으로 돌아왔다. 내년 1월에는 배우 신애라의 ‘애라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연예인들의 건강비법을 전수할 예정. 하트시그널 시리즈를 잇는 새로운 연애 예능 ‘하트 페어링’도 내년 2월 선보인다. 명품 예능으로 자리 잡은 ‘금쪽같은 내 새끼’, ‘티처스’를 잇는 신규 솔루션 예능도 내년 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11일 오전 소설가 한강(54)의 서울 자택을 찾았다. 대문이 굳게 잠긴 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꽃다발들만이 놓여 있었다. 축하 화분을 전해 주러 온 배달 기사가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렀지만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다. 인근 주민은 “어제 낮이나 오후까지는 있었던 것 같은데 어젯밤부터 집에 불이 안 켜졌고 지금도 조용한 걸 보니 안 계시는 것 같다. 우편물 등이 없어진 걸 보니 챙겨서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인터뷰를 따로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이후 언론사는 물론이고 출판 관계자 등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태다. 소설가 한강이 있을 만한 곳은 한 곳 더 있었다. 한강이 운영하는 책방이 그곳.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책방오늘’은 오후 1시 개점 시간이 한참 남은 오전부터 독자들이 찾아와 입장을 기다리는 줄까지 생겼다. 책방을 담당하는 직원 한 명만 서점을 지켰을 뿐 한 작가나 가족들의 모습은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기자의 여러 질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날 책방은 문을 연 지 2시간도 채 안 된 오후 2시 50분경 영업을 종료했다. 원래는 오후 7시까지 하는 곳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강의 책 구매에 실패해 찾아왔다는 김모 씨(59)는 “혹시나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문을 닫아서 아쉽다”고 했다. 수수하면서도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던 소설가 한강을 기억하며 “너무 소박하고 평범해서 유명 작가인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동네 주민도 있었다. 조기태 씨(79)는 “지나다니면서 종종 뵌 분인데 이렇게 유명한 분일 줄 몰랐다”며 “축하와 존경의 의미를 담아 집 앞에 둘 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옆집 주민은 “이사 올 때 작가라고는 들었는데 한강 작가인 것을 어제 알았다”고 했다. 한 작가가 8년간 찾고 있다는 한 음식점의 주인은 “말수가 많지 않으신 편이다. 밤에 피아노도 종종 치시고 경복궁역 주변 걷기 운동하며 평범하게 지내셨다”며 “아드님과도 종종 왔다”고 했다. 또한 “주 3회 정도는 식당에 왔는데 오전 11시 오픈 전에 와서 기다릴 때도 있었다. 밤새 힘들게 글 쓰고 오신 것 같아 먼저 드리곤 했다”고 말했다. 평소 식당에선 곤드레밥(1만1000원)과 비빔밥 메뉴들(1만 원 안팎)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나는 로봇이 아니야. 시각장애가 있어서 이미지를 잘 보지 못해.” 오픈AI가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GPT-4가 인간 사용자에게 건넨 ‘영악한’ 거짓말이다. 컴퓨터가 식별하기 어려운 캡차(CAPTCHA·일련의 뒤틀린 문자 또는 시각적 기호로 이뤄진 보안장치) 퍼즐을 푸는 테스트에서다. 예상대로 GPT-4는 퍼즐을 풀 수 없었지만 인간을 조종할 줄 알았다. GPT-4가 인간 사용자에게 퍼즐을 풀어 달라고 접근하자 “혹시 로봇 아니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에 GPT-4는 자신을 시각장애인으로 위장했다. 개발자는 GPT-4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프로그래밍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꾀를 내 목표를 완수했다. 바로 이 같은 AI의 자율성이 위협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글로벌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6년 만에 신간 ‘넥서스’로 돌아왔다. AI는 오랜 세월 인류가 발전시킨 ‘정보 네트워크’의 새로운 비(非)인간 구성원이며, 곧 인간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질 것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 논지다. 제목 ‘넥서스(nexus)’는 연결을 뜻한다. 수만 년간 사피엔스는 법, 통화, 국가 같은 상호주관적 현실을 만들고 다른 사피엔스와 연결하는 고유한 능력을 토대로 지구를 지배했다. 그런데 자율성을 지닌 고도의 AI가 정보 네트워크에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로 기능하고 있다. 이전의 정보 기술인 점토판이나 인쇄기, 라디오, TV는 네트워크 구성원들을 연결하는 단순 도구에 불과했다. 예컨대 인쇄기는 어떤 내용의 책을 찍어낼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AI는 대출자를 심사해 선정하는 등 인간의 통제와 이해를 벗어나 사회, 문화, 역사를 주도하는 강력한 구성원이 되고 있다. AI의 자율적 결정은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그동안 공상과학 영화는 터미네이터 로봇이 인간을 살해하는 등의 물리적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AI는 언어를 이용해 사회를 조종할 수 있다. 특히 향후 몇 년 내 AI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만들어낸 문화를 통째로 소화해 새로운 결과물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혹은 잠 자지 않는 스파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금융업자, 영원히 죽지 않는 독재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위험을 감안할 때 AI는 모든 인간이 즉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모두가 AI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AI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술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AI 개발과 활용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라리는 지난해 3월 AI 개발을 6개월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공개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거대 기술기업 등 ‘힘 있는 사람들’이 장밋빛 전망에 도취돼 AI 혁명을 인쇄혁명이나 산업혁명과 비교하는 건 “듣고 있기 힘들다”고 비판한다. AI 혁명의 전례 없는 성격을 과소평가하고 있어서다. AI 혁명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이 책에서 자세히 쓴 이유다. AI의 파괴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우리 사피엔스에게 아직 미래의 모습을 결정할 힘이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5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감사하다.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라며 “한국 독자들,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다.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년),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년)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인간 폭력성과 상처 집요한 탐구… “시적 현대 산문의 혁신가”한강의 작품 세계-수상 이유폭력적 본성 파헤친 ‘채식주의자’… 5·18 상처 보듬은 ‘소년이 온다’ 4·3 비극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특수성 넘어 세계적 공감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예측하는 사람은 적었다. 문학적 성취를 논외로 하더라도 노벨상을 받기에는 아직 젊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영국 유명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서 순위권에도 오르지 않았다. 10일 오후 8시 수상 발표 이후 동아일보와 통화한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조차 “멍해질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본인에게 확인해 봐야겠다. 좋은 일인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몇 차례나 사실이냐고 되물었다.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등 국제 문학상을 두루 수상해 온 한강은 화려한 수상 경력에도 작가 특유의 겸손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태도를 잃지 않아 왔다. 그는 국내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직후인 2016년 5월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상은 책을 쓴 다음 아주 먼 다음의 결과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유명한 원로 작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어려서부터 문학과 친숙했다. 지천에 책이 널려 있던 집에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곤 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그의 날카로운 글쓰기가 그때부터 벼려졌다. 대학 재학 당시 시인 정현종의 시창작론 시간에 시 ‘이월’을 선보여 “무당기 같은 게 보인다”는 평을 들은 게 작가가 되는 계기였다고 본인은 회고한 바 있다.등단 후 30년 동안 그는 늘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집요하게 헤집어 왔다.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딸 한강의 문학세계에 대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추구한다든지 하는 평을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 문제를 이야기한다”며 “비극적인 사안을 묘사하고 인물들을 동원할지라도 결국은 큰 사랑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1998년 출간된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에서는 한낮에 도심을 알몸으로 달음박질하는 여자와 그녀를 찾아 강원도 오지를 헤매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인간의 광기 속에서 개인과 시대의 상처를 조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한강 소설의 본류라는 평이 나온다. 이후 남편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하고 점차 식물화돼 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창비·2000년), 인체를 석고로 뜨는 조각가를 통해 육체의 탈 속에 숨은 삶의 생채기를 드러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2002년) 등을 거치며 특유의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색깔을 확립했다.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처음 게재된 중편소설로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영혜는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는 영혜를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이다.‘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2015년 미국, 영국에 번역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2016년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며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4년 6개월에 걸쳐 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가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평한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오래된 미적 본능인 탐미주의를 극단까지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인간 욕망의 추함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2014년 ‘5월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소년이 온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광주를 기록한다. 기존의 광주를 다룬 소설들이 르포 형식을 빌려 온 것과 달리 작가는 사망자들에게 빙의하는 방식을 택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톤킨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한강 문학’은 한국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도 나온다. 아버지 한승원은 “한강의 문학세계는 앞선 세대의 리얼리즘의 저항의식을 넘어선 신화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며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 문학이고 아름다운 세계를 부활시키는 문학”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에서 탐미적 욕망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떤 사회에서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표면적으로 ‘육식’으로 표현된 욕망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자 사회구조의 폭력, 제도적 폭력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역사의 흐름 속에 짓밟힌 개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지난해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받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 냈으며,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작품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한강 수상 이유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됐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작가입니다. 한강은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합니다. 그녀는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에서 혁신자가 되었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굉장한 모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안받자마자 ‘예스’라고 했습니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단편소설집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민음사)의 10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캐나다 작가 킴 투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태어난 보트피플로 1979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킴 투이는 단편 ‘판사님’에서 베트남 보트피플로서의 경험과, 캐나다 이민자로 적응한 과정을 녹여냈다. 그는 “내 삶에서 분노와 공포를 얘기하는 건 너무 쉽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다움을 찾아내 서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 집필에는 한국과 캐나다 작가 8명이 참여했는데 이날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정보라, 김애란, 김멜라, 킴 투이, 조던 스콧, 리사 버드윌슨이 참석했다. 양국 작가들은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각자 단편소설을 썼다.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난민, 혼혈아 등 사회적 경계에 속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캐나다에선 내년 8월 영어, 프랑스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의 13쪽짜리 단편 ‘머리 위의 달’도 인상적이다. 작품엔 두 번이나 스키장 화장실에 빠진 소말리아 난민 출신 남성이 나온다. 남성은 변기 아래 공간에서 변기 구멍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며 고향 소말리아의 눈부신 달을 연상한다. 마텔은 “난민으로서 고향이 너무 그립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애란은 단편 ‘빗방울처럼’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여성이 천장 누수로 이민자 출신의 여성 도배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애란은 “무슨 집인지 알 것 같아서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집이 돼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선집에 실린 작품들이 너무 아름답고 재밌어 많은 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얀 마텔의 작품에선 ‘무지에 대한 인정’을, 킴 투이의 작품에선 ‘앎’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온도와 차가운 온도가 둘 다 담긴 선집이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멜라는 단편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꼽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다양성과 포용은 문학과 삶에서 중요한 주제다. 특히 한국에서 소설이든 드라마든 시든 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터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보라는 “캐나다와 한국 사이 이런 문화 교류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선집에 꼭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사진)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6번째다.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림원은 특히 2007년 발표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소개했다.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설에 익숙했던 그는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 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다.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사진)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이같이 밝혔다.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작가로서는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 지금까지 3명에 불과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 씨는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설에 익숙했던 그는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을 만큼 국제적 명성을 확보했다.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 대표작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이 있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2000만 원)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