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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섬유 의류를 비롯한 관련 산업 최고경영자(CEO)를 위해 특화된 경영 기법을 체득하고 실제 경영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제24기생을 모집한다. 참가 대상은 패션 섬유 및 관련 산업 부문 CEO, 기업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임원급 이상 경영자, 향후 패션 섬유 산업 관련 기업을 열고자 하는 예비 경영인이다. 제24기 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수업은 3월 27일부터 11월 20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5시∼8시 40분, 두 강의로 진행된다.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이 주관하는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은 최신 디자인과 마케팅 기법을 실제에 도입해 응용할 수 있는 기회 제공에 목적을 둔다. 서울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빠른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경쟁력 및 사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과정은 경영 혁신, 전략, 리더십을 비롯한 기업 경영 교과와 패션 마케팅 리테일 매니지먼트 등의 사례 중심 전문 교과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 참가생 니즈(needs)에 맞는 맞춤형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패션산업 CEO가 갖춰야 할 전문 지식과 글로벌 시각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과정을 이수하면 서울대 총장 명의 이수 증서를 수여하며 서울대 총동창회원 자격이 부여된다. 수료생에 한해 신규 커리큘럼이나 재수강을 원하는 강의는 언제든지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평생 교육 제도도 운영한다. 총교우회 만찬 포럼, 각종 동호회 활동, 문화예술제, 경영인상 시상식 등 1100여 수료생과 교류할 수 있는 활동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관련 비즈니스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정규 수업 외에도 워크숍, 국내외 연수, 문화예술 특강, 원우 기업 방문 같은 행사와 취미활동 같은 문화 교류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 수료생으로는 패션그룹 형지 최병오 회장, 콜핑 박만영 회장, 충남섬유 진영식 회장, 도매꾹 모영일 대표이사, 더네이쳐홀딩스 박영준 대표이사, 엔라인 이항복 회장, ZARA RETAIL KOREA 송재용 사장 등 패션 섬유 산업 관련 경영자, 국회의원, 법조인, 언론인을 포함해 1100명 이상이다. 신청 및 문의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사무국.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스탠퍼드 대학교 총장을 16년 역임했던 존 헤네시의 저서를 두 번 읽었습니다.”어떤 마음으로 총장직을 수행했느냐는 물음에 이진숙 총장이 이같이 대답했다. 존 헤네시 총장은 2000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총장에 오른 뒤 끊임없는 혁신을 주도해 오늘날 실리콘 벨리를 만드는 토양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책,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두 번이나 읽은 것은 “충남대를 혁신시키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국의 10개 거점국립대에서 여성 총장은 그가 처음이다. 국내 거점국립대에서 여교수의 비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그만큼 여교수가 총장직에 오르는 일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가 총장에 선출된 것이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그 과정도 이례적이다. 신임 총장이 취임하면 곧바로 차기 총장 선거전이 물밑으로 진행되는 게 국립대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3개월간의 선거운동으로 총장에 당선됐다. 2019년 치러진 선거에서 2차 투표에 과반을 얻어 당선된 것. 거점국립대 총장 선거는 3차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사이에 후보자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2차 투표에서 당선됐다는 건 그만큼 구성원의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총장은 자신을 “한 번 계획을 세우면 어떤 일이 있어도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목표가 세워지면 온 힘을 다해 뛴다”는 것이다. 27일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가는 이 총장을 23일 충남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총장은 고생하는 자리이다-소감이 어떤가?“여한이 없다. 오늘 마지막으로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에 참석했는데 총장님들이 고생 많았다고 위로해 주셨다.”이 총장 말대로 거점국립대 총장은 ‘고생’하는 자리다. 거점국립대 총장이 되기 위해 재수, 삼수, 사수까지 감수하며 선출된 뒤 접하게 되는 첩첩이 쌓인 현안은 “내가 왜 총장을 했지”란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고 총장들은 말한다. 국립대 총장들은 뛰지 않으면 안 된다. 가만히 있으면 재정이라는 ‘떡’이 그냥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총장도 다른 총장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을 따내고 규제 완화를 위해 정부,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만 했다.-고생하는 자리인데 왜 총장이 되고 싶었나?“모교인 충남대를 지역에서 사랑받는 대학으로 만들고, 지역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이 총장은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 간 4년을 빼고는 평생을 대전에서 살면서 충남대 건축학과에서 공부했다. 그의 바람대로 충남대의 역량 강화는 교수 승진에 강화된 연구실적을 반영하는 것과 초광역 캠퍼스 구축으로 구체화됐다. 우수 인재 육성은 총장 취임 직후 우수 신입생에게 박사과정까지 학업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고 2억여 원을 지원하는‘CNU Honor Scholarship’이라는 장학제도 신설로 결실을 맺었다. -손에 꼽는 성과는 무엇인가?“크게 3개 부문이 있다. 첫째, 전국 거점국립대 최초로 초광역 캠퍼스의 토대를 놓았다. 대전의 대덕 캠퍼스와 보운 캠퍼스에 더해 세종 공동 캠퍼스, 신동 캠퍼스, 내포 캠퍼스까지 대전-세종-충남을 아우르는 캠퍼스의 확장을 이뤘다. 둘째, ‘글로벌 오픈 캠퍼스’의 길을 열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유수의 대학들과 협력을 맺어 국경을 초월한 고등교육 혁신 방법을 제시했다. 셋째, 4년간 1조 2000억 원이 넘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 장기 발전의 초석을 확보했다. 충남대는 앞으로 3~4년 뒤부터 달라진 인프라를 통해 새로운 연구·개발 성과를 낼 것이다.” ○ 나노 반도체, 의약·바이오 분야에서 ‘지방 서울대’가 되야 한다충남대의 ‘지방 서울대’ 되기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나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방에 있는 9개 거점국립대가 추구하는 대학 발전 방향이다. 이 안에는 거점국립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고 지역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바람이 들어있다. 현재 독일이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에 흩어져있는 국가연구소와 TU9이라는 국립공대 연합의 시너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충남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정출연) 16개가 밀집한 대덕연구단지와 붙어있고 KAIST와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있어 여느 거점국립대보다 ‘서울대’ 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충남대는 어떤 ‘지방 서울대’가 되고 싶은가?“나노 반도체와 의약·바이오 분야의 ‘서울대’가 되는 것이다. 두 분야는 대전·세종·충남의 중점 사업 분야이자, 충남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충남대는 지난해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 사업 충청지역 거점대학으로 선정됐다. 올해 신설한 반도체 융합학과를 포함해 2026년부터 매년 반도체 전문인력 1500명을 배출한다. 나노 반도체는 국방산업과도 연관이 깊은 만큼 인근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업해 초격차 연구를 수행할 플랫폼으로 자리잡는 게 목표다. 의약·바이오와 관련해서는 충남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충남대병원 등과 공동으로 글로벌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구축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인 산동지구에 있는 중이온가속기와 연계한 바이오메디컬 융합학과도 신설한다. 충남대는 대전 충남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등 충청권 전역을 아우르는 의학 벨트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초와 임상이 모두 가능하고, 시너지도 거둘 수 있다.” 충남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과 ‘지방 서울대’ 변신은 인근지역에 위치한 16개 정출연과 KAIST와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벌써 이뤄졌을 수도 있다. 이 총장이 취임 직후 지역협력본부와 연구 산학부총장을 신설하고 16개 정출연과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것도 “미흡한 성과를 반전시키보려는” 의도이다. 실제로 이 총장은 16개 정출연의 최고급 연구진 1000명이 참여하는 충남대 교육 및 연구 참여, 대전시 전략산업 분야 발전을 위한 개방형 연구복합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 한밭대와의 통합은 반드시 이뤄내야 충남대가 지난해 글로컬대학30에서 탈락한 일은 대학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글로컬대학30에 대한 공고가 나기 전부터 한밭대와의 통합과 대학 혁신을 추진했던 이 총장에게도 뼈아픈 성적표였다. 이 총장은 글로컬대학30 탈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한밭대와의 통합 무산에 있다고 본다. 4년을 탱크처럼 달려온 그가 “임기가 딱 1년만 더 있었더라면”이라고 아쉬움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2년 1월부터 시작한 한밭대의 통합은 충남대 교수,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까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입학성적에 차이가 있는 대학간 통합은 학생들이 심하게 반대하기 일쑤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충북대와 한국교통대의 통합 과정에서도 충북대 학생들은 합격생들의 성적을 뜻하는 ‘입시 결과(입결)’ 차이를 이유로 극심한 반대를 한 바 있다. 역시 글로컬대학30에 탈락한 경북대도 지난해 말 금오공대와 통합을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통합을 포기했다. 충남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총장이 통합 의지를 불태우고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 총장은 한밭대와의 통합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통합 각서도 체결했다. 학령인구급감에 대처하고 더 좋은 대학, 지역에 사랑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통합은 필수”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통합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총장의 의지가 새로운 총장과 교수, 학생들에게 얼마나 어떻게 전해져 통합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 여자를 잊고, 유리천장은 생각지 마라 이 총장은 다음 달 건축공학과 평교수로 돌아간다. 교수로 돌아간 뒤 하는 첫 강의는 5일 오전 9시에 잡혀있다. 강의와 연구에 열중하다 1년 반을 보낸 뒤 정년을 맞을 생각이다. 총장에서 물러난 후 안식년을 보내고 정년을 맞는 일반적인 코스와는 다른 행보다. 이 총장의 경험은 훗날 다시 나올지 모르는 거점국립대 여성 총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여자를 잊어라”고 당부했다. “일은 남녀를 따지지 않는다. 여자가 올라갈 수 있는 유리천장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우리는 지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부산 벡스코에서는 이달 16일부터 25일까지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체육진로협회는 대회에 맞춰 현장에 생태 스포츠 홍보 부스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지구와 인간이 공존을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과 마주한다. 그 답은 “아픈 지구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생태 스포츠를 통한 실천이 필요하다”이다. 생태 스포츠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스포츠에 대한 생각 및 태도의 전환, 이에 따른 실천이 중요하다는 개념이다.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인 경쟁은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함으로써 공존과 평화, 정의, 평등을 이루자는 것이다.코로나19로 인해 4년이 연기됐다 열린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생태 스포츠 부스는 숨어있는 스포츠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순위와 경쟁을 중시하는 엘리트 스포츠와 신체 활동에 주목했던 스포츠의 개념을 확장 시켰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현직 교사들이 기후 위기 극복에 필요한 소양을 공교육에서 길러줘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생태 스포츠 개념을 고안했다는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교사들(이광희, 정우일, 박재전, 이상호(체육), 이예주(국어))이 ‘생태 스포츠 어벤져스’ 팀을 꾸려 자원봉사에 나서는 건 생태 스포츠가 교육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들의 혁신적인 생각은 탁구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선수, 임원,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일 300명씩 부스를 찾아 스포츠를 통한 공존과 지속 가능성의 실천 방법을 배워간다. 17일 부스를 찾은 파하드 방글라데시 선수단 임원은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모두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알 무프타 알리 카타르 선수단 임원은 “미래 세대를 위해 재활용의 중요성을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를 통해 알려야 한다”며 생태 스포츠 개념에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한국체육진로협회가 제시한 슬로건 ‘GIVE’도 생태 스포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GIVE란 성장·국제·가치·환경의 영어 첫 글자를 딴 조어이다. 각각 빨강, 하양, 파랑, 초록을 상징색으로 사용하며, 연대와 연결, 실천이라는 상징 가치를 담고 있다. 부스는 탁구를 통해 함께 지키는 가치를 일깨워주는 게임존, 스포츠 콘텐츠 관람과 퀴즈를 푸는 팬시존, 탁구 라버 재활용법을 배우고 병뚜껑 스포츠 아트를 감상하는 체험존, 지구를 지키는 탁구공 채우기와 인증 사진을 찍는 포토존으로 구성됐다. 생태 스포츠 부스는 벡스코 제 1전시장 팬존 4에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9시까지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주대 대학발전 전략의 핵심은 IB(국제 바칼로레아)와 체덕지(體德智)다. 이는 김일환 제주대 총장의 “초중등 교육이 정상화 돼야 대학이 발전한다”는 교육철학에서 비롯됐다.김 총장의 의지는 입시변화로 구체화하고 있다. 우선 입시변화를 통해 초중등 교육의 ‘기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가거점국립대의 책무를 시대 흐름에 맞게 확대하고, 교육 위기 돌파에 국가거점국립대가 호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수능점수 안 보고 의대·약대·수의대 선발파격적인 입시변화에서 제주대의 의지가 읽힌다. 2026년부터 시작하는 의대·약대·수의대·교대·사범대의 ‘지역인재 전형’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과대에 수능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지역인재를 신설했다. 총 입학정원 중 26명을 이 전형으로 선발하고 2029년까지 지역인재의 50%까지 확대·선발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 총장은 “정부가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밝힌 만큼 증원되는 정원에 맞춰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도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대가 이 전형을 도입하면 강원대, 충북대에 이어 거점국립대 의대로는 3번째다. 일부 사립대도 의대에 수능 최저 없는 선발을 적용하고 있다. 이은주 제주대 입학본부장은 제주대의 수능 최저 없는 전형에 대해 “학생의 가능성과 열정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학생이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대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의대는 2029년까지 70%로 확대하고 수의대·교육대·사범대는 50%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29학년도 이후 제주대 총 모집인원의 90%까지 수능 없는 학생부 중심 전형 선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6학년도 제주대 입학전형 주요 변화> 모집 단위(구분)‘26학년도 주요 내용특수목적대학(의·약·수의·교육·사범)ㅇ수능없는 학생부종합 지역인재(정원 내) 전형 신설 추진 ㅇ지역인재 특별전형 비율 확대 - 의대 : ‘29년 70%까지 - 약대·수의대·교육대·사범대 : ‘29년 50%까지자율학부ㅇ100% 수능없는 학생부 중심 전형 추진○우수한 지역인재가 제주대 발전의 밑거름김 총장은 “제주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 지역 산업 견인차, 지역 최고 고등교육기관 위상 강화는 우수한 지역인재가 제주대에 얼마나 들어오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제주대의 2024학년도 입학정원은 2167명으로 도내 출신이 70%에 이른다. 하지만 도내 고교생의 도외 대학 진학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지역인재 유출이 우려된다. 제주대 구성원들은 진학 위주 경쟁 교육과 간판과 지역이라는 대학 선택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제주대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제주대의 입시변화에는 지역 학생들을 IB와 체덕지를 바탕으로 훌륭히 키워 제주대에 입학시키자는 의도가 들어있다.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가 있는 해양 바이오, 신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항공우주 해상 발사 플랫폼, 다양한 생물이 기반인 천연물 유래 의약품 개발에는 제주대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교수-대학원생-학부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려면 우수한 지역인재 확보가 기본이라는 것이다. ○IB 학교 표선고의 성과와 학생부 종합전형의 결과가 제주대가 바뀌려는 이유김 총장은 지난해 5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표선고에서 IBDP(IB 고교과정)가 어떻게 학생들을 변화시키는지 확인했다. 김 총장은 “학생의 눈빛이 살아있고, 모든 학생이 진로에 대한 뚜렷한 생각이 있다는 데 놀랐다”고 했다. “친구가 경쟁 상대가 아니라 진정한 동료”라는 의식이 있는 것도 여느 고교와 달랐다. 아울러 2022년 표선고 2학년 학생들이 제주도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비결이 모든 교과에서 문제 풀이가 아닌 탐구력을 키워주는 IB에서 나왔음을 알게 됐다. 표선고 학생들이 ‘오지 학생들은 대부분 수포자’란 통념을 뒤집었을 때 제주의 반응은 “표선이?”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었다.표선고는 개교 이래 진학에서 ‘역대급’ 성적을 냈다. 105명의 IBDP 졸업생은 속칭 SKY 대학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각 1명, KENTECH(한국에너지공대) 1명, UNIST(울산과학기술원) 2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2명, 거점국립대 12명이 합격하는 등 202개 대학에 합격했다. (수시 기준) 더 의미 있는 것은 재수생이 단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수는 필수’라는 세간의 통념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사교육 수혜 없이 뛰어난 입학 성적을 거둔 것도 주목받고 있다. 자기 탐구를 바탕으로 논·서술형 평가가 이뤄지는 IB 프로그램 특성상 문제풀이식 사교육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대가 IB의 사교육 절감 효과에 긍정적 시선을 갖는 이유다. 제주대가 최근 실시한 2017년도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과 정시 입학생 간의 다양한 성취도 조사 결과도 김 총장이 “제주대가 변해야 한다”라는 결심을 굳히게 했다. 조사에서는 대학 성적(GPA), 중도 탈락률, 취업률, 대학원 진학률에서 학생부 종합전형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탈락율은 학종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낮았는데, 이는 전공과 진로 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IB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박차제주대는 2025학년도부터 대학 부설 초중고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제주대의 행보는 제주도교육청의 IB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또 IB 프로그램 운영 교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IBEC(IB 교육자 인증) 과정과 가칭 ‘글로벌 IB 교사양성센터’를 올해 안에 사범대 안에 개설할 예정이다. 서귀포시 대정면의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있는 IB 프로그램 운영 국제학교와 협력해 학생 및 교사의 IB 실무능력을 높일 계획도 추진 중이다. 제주대는 거점국립대 가운데 IB 인프라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만큼 향후 IB 확대에 사범대가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 체덕지인가?제주대가 체덕지를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띈다. 건강과 바른 인성을 가진 인재 양성을 교육의 기본으로 강조하는 건 김 총장의 “진학 교육을 받치고 있는 지덕체 이념을 깨야 교육의 본령을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만 강조하다 보니 결국에는 순위와 경쟁이 주가 되는 교육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체덕지로 바꿔 아이들이 숨 쉴 수 있고 잃었던 많은 걸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대가 한국교육이 마주한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 초중등은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건강과 인성을 강조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그는 “미래세대들이 초중고 12년간 경쟁을 거치면서 몸도 마음도 아픈데 체육 중시 교육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에서 부실한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대학에서의 연구는 물론이고 졸업 후의 삶도 제대로 살 수 없기에 체덕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 같은 취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건강을 키우고 진로코칭에도 도움을 주는 과정을 올해 처음으로 개설했다. ‘제주올레길과 자아 성찰’이라는 1학점 비교과 교양과목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는 학생에게 자아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주고 수준 높은 진로 멘토링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수업의 전부는 학생들이 교직원과 외부 초청 명사와 대화를 나누며 수 시간씩 올레길을 걷는 것이다. 첫 수업은 다음 달 29일 올레길 6코스에서 열린다.○제주대 입시변화는 교육발전특구에도 긍정적제주대의 IB와 체덕지를 강조하는 입시변화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에도 긍정적이라는 전망이다. 교육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공교육 강화, 사교육비 절감, 초중등 교육과 대학 연계 등 정부가 제시하는 교육발전특구 조건이 제주대의 입시변화가 추구하는 데 상당 부분 들어있기 때문이다.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 입시변화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일치된 의견, IB에 대한 제주도민의 호감도 상승도 제주대 입시변화의 동력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원주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가 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 중요성이 부각하고 있는 드론+자율주행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학과의 교육은 1학년 학생이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학과 1학년 송의준 군은 26일 끝난 ‘2024 미래모빌리티 자율주행·비행경진대회’에서 1/10 크기 자율주행차의 코스 완주 속도를 겨루는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자율주행차의 주행 성능은 차체구조, 자율주행 기기,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좌우하는데 송 군은 자율주행차를 직접 만들었다.고국원 교수(미래모빌리티공학과 학과장)는 “CES 2024에서 현대차의 도심항공교통(UAM) 기체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면서 “드론과 자율주행을 융합한 기술이 향후 모든 미래모빌리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CES에서 공개한 UAM 기체인 S-A2는 4~5명의 승객을 싣고 시속 200km로 날 수 있다. 고 교수는 “미래모빌리티는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이 중시되고 있는데 한라대는 자체 개발한 aMAP(AI 기반 모빌리티 교육 플랫폼)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과의 aMAP와 실무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은 전 학년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고 관련 업체와 산학협력을 강화하는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aMAP는 대학의 모기업인 HL만도에서도 재직자 교육용으로도 활용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공립고교인 표선고가 IB(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K-에듀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표선고는 이석문 전 제주도 교육감이 학령인구가 줄어 표선중과 통합을 검토했을 만큼 존폐 자체를 걱정한 학교였는데 2024학년도 대입에서 ‘대박’을 쳤다.제주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오지 학교’가 남부럽지 않은 대입 성과를 낸 비결은 상생 교육을 추구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대학에 간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현실에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2021년 전국 최초로 전교생 대상 IB 프로그램 도입표선고는 2021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IB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역소멸 위기를 교육으로 대응하고,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통한 학생의 내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결단이었다.표선고는 시작부터 ‘어려운 IB 과정을 시골 학생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을 극복해야 했다. IB의 중심인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과 ‘사교육 도움 없이 과연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는 학생, 학부모의 걱정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었다.표선고의 전교생 대상 IBDP(IB 고교프로그램) 전면 실시는 국내 공립고교에서는 최초였고, 그것도 오지 학교에서 시도됐기에 교육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표선고와 같은 시기에 IB를 도입한 대구의 3개 고교는 학생 일부만을 대상으로 했다.○ 수준급 대입 성적에 다양한 진로 개발도 특징임영구 표선고 교장은 진학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에 의미를 뒀다. 세간에서 중시하는 속칭 명문대 진학도 의미가 있지만 “아이들의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진로 탐색 결과가 대학 진학으로 나타난 게 교육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선고의 2024학년도 대입 성적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105명의 졸업생은 수시모집에서 중복합격을 포함하면 202개 대학에 합격했다. 이 가운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각 1명, KENTECH(한국에너지공대) 1명, UNIST(울산과학기술원) 2명,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2명을 비롯해 20명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대학에 합격했다.거점국립대는 12명이 합격했고, 해외 대학인 도쿄 농업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SOKA 에도 지원해 1월 전형을 앞두고 있다. 국내 전문대학 합격자는 35명. 22일 현재 9명 만이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취업 준비 4명, 정시 지원 3명, 재수 및 IB 재수가 1명씩이다. 재수생의 비율이 현저히 적다는 건 자신들이 원하는 진로에 따라 대학에 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IB 도입 전후의 대입 성적표선고의 수시 결과는 IB가 어떻게 오지의 아이들을 변화시켰는지 보여준다. IB 도입 전인 2021학년도 대입 성적은 4년제 대학 진학 53명, 전문대 진학 31명에 그쳤다. 이 가운데 7명이 속칭 ‘인서울’ 대학에 들어갔지만, SKY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개교 이래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2023학년도의 대입 결과도 인서울 5명(서울대, 성대, 이대 각 1명, 한양대 2명) 4년제 대학 46명으로 2021학년도보다 약진했지만 2024학년도 결과에는 미치지 못한다.제주교육청이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표선고 학생들이 1학년일 때인 2021년 실시한 ‘IB 교육 효과 분석 종단 연구’(연구책임자 이혜정)에서 4년제 대학 이상 진학 희망자는 46%, 전문대 진학 희망자는 10%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3년간의 IB 교육을 받은 후 4년제 대학 진학 57%, 전문대 진학 34%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4년제 대학 진학률로만 IB의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의 기대를 뛰어넘은 결과가 나온 것은 IB가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학생들 역량 전반적으로 향상…사교육 의존 없이 지역 열세도 극복임 교장은 “학생들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올라갔고 특히 중하위권 학생의 향상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중하위권 학생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는 한국교육에서 드문 일이다. 중하위권은 대부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많고 사교육 인프라가 도시보다 부족한 농어촌의 경우 성적 향상이 힘들다는 통념을 뒤엎은 결과이다. 표선고 학생들은 2022년 제주도 수학 경시대회에서 연거푸 1등을 해 제주도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표선고 IB 1기 입학생의 지역 분포는 표선면 48%, 제주시 서귀포시 등 다른 지역 52%였다. 이번 입시에서 최상위 결과를 낸 학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중상위권이었다. 표선고의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의존도는 10%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2023년 전국 초중등 사교육 참여율은 78%이다. 표선고의 성과는 2024학년도 자체 신입생 선발 점수가 10점이 올라가고, 125명 모집에 140명이 지원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덩달아 표선면과 IB 교육에 대한 호감도도 올라가고 있다.○ IB, 한국교육 변화 동력 가능성세간의 통념을 뛰어넘는 표선고의 결과는 IB가 한국교육 변화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교육 성과는 입학 성적보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와 참여도가 중요한데 IB는 이 부분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임 교장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성균관대에 진학한 박가영 학생의 어머니 장민주 씨는 “대학을 안 가도 가영이가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IB를 경험하면서 성장했다”고 했다. IB 학교에 근무하는 대다수 교사는 “학생들의 변화가 교사들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임 교장은 “IB가 교육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시범적 실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후 우리 특성에 맞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IB 초등프로그램은 확대에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교사의 주도로 논·서술형 평가를 하고 학생들을 토론으로 유도하는 IB 중등 프로그램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자기장의 방향성을 한의학적 기혈순환 원리에 적용해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경락과 자기장을 연구하다 뒤늦게 한의사가 된 구태회 한서자기한의원 원장(55)의 말이다. 구 원장은 한국 교육과 사회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 ‘의치한약수(의대 치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에 우수 학생이 쏠리는 현상)’를 이겨내고 오랜 꿈을 이뤘다. 구 원장은 2017년 대전대 한의과대학에 편입해 졸업한 뒤 올해 한의원을 개원했다. 중앙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1차까지 합격한 그가 진로를 바꾼 것은 선친인 구한서 한서생체자기연구원장의 가업을 발전시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구 원장의 선친은 자기장의 방향성을 활용해 몸과 마음의 고통을 해소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한서자기조절법’을 창시하고 평생 연구에 몰두했다. 한서자기조절법은 대체의학도 의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는 중국과 독일 등에서는 배우려는 의사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대체의학 가운데 하나인 ‘자석요법’으로만 알려졌을 뿐 제도권 진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꿈을 펼치려면 한의사 자격이 필요 구 원장이 한의사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던 건 대체의학이 법과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적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서자기조절법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중국 사천성중의학연구원,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등 국내외 6개 임상병원에서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지만 제도권 의학에서는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 원장은 한서자기조절법의 작용기전을 체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1999년부터 연세대에서 보건학 석사를 취득한 후 생체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과정 중간에 서울대 한의물리학연구실, 연세대 인공지능제어연구실, 삼성종합기술원 유 헬스(U-Health)팀 등과 공동으로 수행한 자기장과 경락의 상관성 연구는 구 원장에게 자기장의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일깨웠다. 하지만 공동연구는 연구비 지원 중단과 팀 해체 등 제도권 밖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생업 종사하며 하루 6시간 이상 공부 구 원장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의대 편입 준비에 나섰다. 한의대 편입시험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으나 서류+공인언어+지필고사+면접으로 구성돼 있다. 영어 공부는 매일 새벽 일정 시간을 할애해 원하는 점수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반복했다. 선친에게 배웠던 동양학 지식은 필수 시험인 한의학 개론과 한문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학 과정의 생물과 화학은 편입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가업인 의료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구 원장은 “무조건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밀어붙였다. 3년 동안 모든 외부 활동과 휴일 없이 평일에는 6시간, 주말에는 10시간 공부에 몰두했다. 가족들은 가업만으로도 생계에 지장이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선 가장을 응원했다. 구 원장은 한의대 재학 중 최고령 학생이었다. 교수 중에는 구 원장보다 나이가 어린 교수도 더러 있었다. 양이 많은 한의대 공부를 그것도 20대 동기들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한약사, 중국 중의사, 국책 연구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편입생들과 서로 격려하며 곁눈질 없이 공부했다. 주중에는 종일 수업과 공부에 매달렸고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와 생업을 돌봤다. 한의학과 한서자기조절법 융합해 한의학 발전에 기여 구 원장은 치료에 침뜸 한약과 자기장을 활용한다. 한서자기조절법은 덜 자극적이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신체의 변화와 기혈순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자석을 신체의 경락에 붙이는 한서자기조절법은 침이 아프다고 꺼리는 환자와 피부, 근육이 연약한 노인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구 원장은 한의학적 원리와 한서자기조절법을 융합해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영역을 넓힌다면 한의학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겉으로만 지덕체(智德體)인 교육을 체덕지(體德智)로 바꿔야 한국 교육이 산다.” 한국의 뜻있는 교사들이 공감하는 한국 교육 개혁 방법론이다. 지덕체는 한국 교육을 받치는 절대적인 이념으로 군림해왔지만, 이 생각에 사로잡혀서는 더 이상 한국 교육의 변화는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체육 교사를 중심으로 간간이 시도되는 체육 중심 융합 수업이 체덕지 교육의 방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충남 천안시 병천면 병천중에서 2∼3학년 전체가 참여한 ‘유관순 열사 순국 103주년 추모 역사 탐방 자전거 타기 대회’가 단위 학교에서 체덕지 교육의 모델이 됨직하다. 기자는 6일 1∼4교시 동안 이뤄진 3학년 2반 학생들의 체육 중심 수업을 참관했다. ● 체육-역사-국어-영어-과학 융합 수업 학생들은 학교 주변의 천안 역사 문화 둘레길 일부를 자전거로 탐방하며 체육 역사 국어 영어 과학이 어우러진 융복합 수업을 했다. 이들이 달린 거리는 15km 남짓. 이 구간에는 가파른 오르막길과 완만한 내리막길, 병천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고즈넉한 산책길도 포함됐다. 16명의 학생은 4시간여에 걸쳐 유관순 열사 생가와 유 열사가 다녔던 매봉 교회, 조병옥 박사 생가, 홍대용 과학관, 아우내 장터를 돌았다. 매봉 교회에서는 박윤억 담임목사로부터 구한말 상황과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에 나선 이유를 들었다. 설명을 들은 후 학생들은 교회에서 ‘내가 유관순이다’라는 주제로 5줄짜리 유언을 작성했다. 강은규 학생은 “내 삶이 여기서 끝나도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내 꽃은 지금 지지만 독립의 꽃은 언젠가 피어나리라”라는 유언을 적었다. 작성한 유언은 영어 시간에 영작하게 된다.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사전에 조사한 ‘우리 동네 병천 역사 탐방’의 주제인 역사 인물 유관순 열사, 조병옥 박사, 홍대용 실학자에 대해 발표했다. 수업을 진행한 김광섭 교사(국어)는 반 학생 골고루 소감을 밝힐 수 있게 했다. 이민규 교사(체육)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알도록 관련 교과 교사들이 상의한 끝에 독립운동가, 정치인, 실학자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 모바일 교육 앱 활용 과제 풀어 3학년 2반 학생들은 유관순 생가에서 30여 분간 자전거를 타고 조병옥 생가를 거쳐 홍대용 과학관에 도착했다. 홍대용 과학관에서는 과학관 견학과 체험을 통해 과학 교사가 내준 과제를 풀었다. 과제는 사전에 모바일 교육 플랫폼 앱인 ‘띵커벨’과 ‘페들렛’에 제시됐다. 달 탐사선 탑승, 무중력 체험, 360도 자전거 타기 등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홍대용 과학관을 떠난 학생들은 15분 동안 3km를 달려 아우내 독립 만세 기념공원에 도착해 만세를 부르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만세에는 체육 중심 융합 수업을 지지하는 퇴직 교사들과 천안 생태교통시민모임 회원도 함께 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구간에서 안전을 담당했다. 탐방을 마친 학생, 교사, 도우미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안 병천 순대 거리의 한 순댓국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영아 학생은 “자전거 타기가 힘들어서 완주하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완주했다”면서 “자신감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 행사 준비를 위해 1학기부터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지지가 융합 수업 동력 병천중은 천안시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도심에서 차로 40분이나 걸려야 가는 곳에 있는 농촌 학교다. 중학교와 고교가 한 울타리에 있으며 한 학년 2개 반씩 총 6개 학급에 전교생은 107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는 천안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사교육 환경이 불리하지만, 이런 환경은 오히려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는 동력이다. 체육 중심 융합 수업도 학부모의 학교 정책의 전적인 신뢰와 모든 교사가 한국 교육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산물이다. 왜 자전거이고 왜 체육인가에 대해 이민규 교사는 “자신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도구가 많다는 건 자기 주도성을 높이고, 이는 효율성을 올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쉽게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통학 거리가 먼 학생들의 자전거 통학은 근육의 적절한 자극으로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여유를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진학에만 매몰돼 길러주지 못하는 덕(德)성과 인내력도 체력과 관계가 깊다고 말한다. 이 교사는 “근력, 근지구력, 심폐 지구력이 있는 학생들은 자신감이 있고 여유가 있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에게 봉사하려면 자기 희생과 에너지가 요구되는데 기본적으로 체력과 중간에 포기하려는 걸 참고 오래 견디는 지구력이 필요하고 이는 덕성의 바탕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 학교에서 체육과 체육교사의 위상은 미미하다. 대다수 학생,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의 진학 위주 우선 사고 때문이다. 체육 교육에서 길러주는 인성과 소통 배려 등은 다른 교과의 성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타 교과 교사들의 이해와 참여 없이 융합 교육은 힘들다. 병천중의 체육 융합 수업은 변영우 교장을 비롯해 전 교원의 지지 덕분에 가능했다. 변 교장은 “체육 중심 융합 수업은 자전거 타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왜 탐방하는지를 아이들이 생각하고 자전거 원리, 영어, 역사, 과학, 국어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서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병천=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교육 행정에 빅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지난 10개월간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데이터 댐’(이하 데이터 댐) 사업을 통해 9개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28일 밝혔다. 데이터 댐 사업은 교육지원청 내 각 부서의 교육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데이터 기반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해 도입됐다.데이터 댐 사업에는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2개국 8개 부서에 흩어져 있는 △학교급 운영사업 현황 △재원별 재정 현황 △학교 교실 현황 △교육환경개선 사업 현황 등의 데이터가 수집·분석됐다. 동작관악교육청이 꼽은 대표적인 데이터 댐 활용 사례는 ‘2023 동작관악 바로키움 프로젝트’와 ‘동작·관악구청의 교육경비보조금 지원사업’이다.바로키움 프로젝트는 서강대와 협업해 학교폭력 예방과 위기 상황에 놓인 학생 치유를 위해 심리·정서 교육 및 체육과 예술을 융합해 교육하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이 프로그램을 관내 4개 초중교 123명의 학생에게 실시 중이다.교육지원청은 동작·관악구청과의 교육경비보조금 사업에서도 교육 보조 인력을 활용하는 심리·정서 프로그램에 72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앞으로도 구청이 단위 학교를 지원할 때 중복 지원을 피할 수 있도록 데이터 댐을 활용할 계획이다.이 밖에도 AI 및 디지털 교수학습 역량을 가진 교사들을 자문단으로 구성해 에듀 테크를 수업에 활용하고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에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의 데이터 댐 사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폭 삭감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효율화에 돌파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줄어든 교부금 탓에 서울시교육청은 교부금이 적게 들어왔을 때를 대비해 쌓아둔 적립금인 통합교육재정 안정화 기금을 활용해 2024년도 예산을 편성했다.오정훈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교육정책이 학생·학부모·교사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맞춤 행정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데 빅 데이터 활용이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글로컬 전략과 제주 산업 발전 마중물 기대 국가거점국립대인 제주대의 연구역량 강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제주대 교수들의 연구역량 강화는 제주대의 글로컬 전략의 구체화와 제주지역 산업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대는 그린바이오, 레드바이오, 해양바이오 등 바이오 분야와 우주항공 연관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제주도 발전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주대 교수들의 연구역량 약진은 숫자로도 확인되고 있다. 제주대는 최근 발표된 세계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의 논문 상대적 피인용지수(FWCI)에서 1.09로 9개 거점국립대학교 중 1위를 차지했다. FWCI는 각 연구자가 게재한 논문이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인용되었느냐를 계산해 종합한 것으로, 연구자와 연구논문의 전문 분야별 상대적 우수성을 반영하는 지표다. 이 대학 전유진(수산생명의학), 김기영(해양생명과학), 김상재(메카트로닉스) 교수는 세계 에이디 과학 지수(AD Scientific Index)가 분석한 ‘월드 탑 2% 이내 과학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대의 월드 탑 2% 이내 교수 3명 보유는 전국 대학 가운데 18위다. 제주대에는 상위 10% 이내 과학자도 10명의 교수가 있다. 제주대 교수들의 연구역량 강화는 ‘BK21 대학원 혁신지원사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제주대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지원하는 4단계 BK21을 지원받고 있다. 월드 탑 2% 안에 선정된 전유진, 김상재 교수도 지원받고 있는데 두 교수의 연구 분야는 지역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교수들의 연구역량 강화는 우수한 신진 연구자들의 유입과 지역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유진, 김상재 교수의 연구 분야는 제주도가 핵심 산업으로 키우려는 해양산업과 연관이 있으며, 기술 수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교수들의 우수한 연구역량이 신입생 유치와 도민들의 평생교육, 지역 유망 산업 재직자들의 재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전북대 주도로 부산대 경북대가 참여하는 ‘방위산업 사업 추진 컨소시엄’이 17일 전주 전북대에서 발대식을 갖고 출범했다. 컨소시엄 출범으로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가진 거점대학들이 방산 분야 성장에 이바지하면서 지역발전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대학들은 지역 방산 기업의 성장과 첨단 방산 기업 이전을 통해 일자리 확대와 인구 유입도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전북도는 2025년 방위산업 클러스터에 선정되기 위해 한국 대표 방산 기업의 새만금 유치와 탄소 소재 방산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경북대는 방위산업 원천 연구에 집중함으로써 지역의 방산 클러스터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부산대는 첨단 잠수함, 레이저 유도무기 연구를 하고 있으며 방산 제조 기술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정부 정책 일관성, 무기체계 개발 여건,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2년 세계 방산 시장점유율 5위에 오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 한국을 방산 4대 강국으로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3개 국가거점국립대의 방산 컨소시엄 구성은 정부의 정책 목표와 호응한다. 고른 지역에 있는 국가거점국립대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결성한 것은 ‘플랫폼 기반’ 방위산업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플랫폼 기반의 필요성은 방위산업 분야에서 한국 주도의 국제적인 표준 제시와 한국의 가치체계 전수에 대학의 기술 개발 역량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대학들은 우선 방위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학과 개설에 나선다. 전북대는 2024년 전과 형태로 학생들을 모아 방위산업융합 전공을 개설하고, 경북대와 부산대는 2025년 방위산업 특화학과를 만들어 신입생을 모집한다. 대학들은 방위산업 특화학과 육성을 위해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발전계획을 담는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들과 커리큘럼 설계, 인턴 실습, 산학협력 등을 협조하는 MOU를 이미 체결했다. 참여대학들은 방위산업 학과가 본궤도에 오르면 공유대학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발대식에 참석한 김관영 전북지사는 “전북은 K-방산의 발전을 위해 다른 방산 클러스터와 경쟁 대신 신소재 기반 방위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면서 “전북대의 인재 양성을 돕겠다”라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국 교육은 시대 흐름에 맞는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지만, 여전히 진학 위주 경쟁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두를 품는 청소년 정책은 초중등, 대학 교육의 방향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이 일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대세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주력 교육 정책인 생태전환교육과 부산 동명대의 두잉(Do-ing) 교육은 한국 교육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제대로 시행되면 청소년 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13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순위를 가르는 한국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고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을 확산하기 위한 시도’를 주제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전호환 부산 동명대 총장이 나눈 좌담을 지상 중계한다. -생태전환교육, 두잉 교육, 청소년 정책 연구가 한국 교육 개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조 교육감=“생태전환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과 공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 교육이 효과를 보려면 개인의 인식, 태도, 행동 등 생활 양식을 바꾸는 다층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교육청에서는 ‘손수건에서 태양광까지’라는 슬로건으로 ‘배우고-느끼고-행하고-나누고-말하고’ 등 생태전환교육의 5단계 전략을 세웠다. 생태 감수성, 자연 친화 감수성을 갖춘 인재 발굴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삶의 패턴이 변한다. 서울의 초중학생들이 한 학기나 1년 동안 혼자 또는 부모와 함께 농촌에 체류하는 농촌 체류 유학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전 총장= “두잉 교육은 체덕지(體德智)를 바탕으로 존중, 배려, 소통, 공정의 가치를 길러준다는 점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생태전환교육과 통한다. 시대 트렌드에 맞게 학생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능력을 키워주자는 것이 두잉 교육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AI 기반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이 탑재된 핸드폰을 출시하는 것처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앞으로 AI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잘 활용하는 인간이 더 주목받을 것이다.” 김현철 원장= “근대 교육이 시작된 이래 배운다는 전제에는 가르침이 따라온다. 이것을 고민 없이 받아들인 것이 우리 교육의 병폐가 됐다. 두잉 교육은 청소년 정책 연구에도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입학 사정관 제도 하에서 체험 활동이 늘어났지만, 그냥 이벤트성이었다. 수준 높은 학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도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두잉 교육이 실천 엔진이 될 것 같다. 지역의 생태전환교육도 환경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한 지속 가능 발전목표’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대학 입학이 우선 순위여서 진학 위주의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교육의 본령에 충실하면서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이 연속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 전 총장= “두잉 교육은 다양한 고교-대학 연계 공동교육 과정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각자의 재능과 장점을 인정받으면 낙오자가 줄고 더 열심히 산다. 두잉 교육을 대구, 제주의 일부 고교에서 채택 중인 IB 프로그램의 대학 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김 원장= “기계적 학습은 중고교 학생들의 대학 수학 능력 수준을 떨어뜨린다.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고 구색 갖추기로 되어 있는 교육 정책들이 피로감을 준다. 고교생에게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자는 취지로 도입된 자유학기제도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에서 가져왔는데 우리는 중학교 1학년으로 자유학기제를 보내버렸다. 제도가 대학 입시에 가장 영향을 덜 미치는 지대로 도망간 셈이다.” 조 교육감= “오랜 세월 1만 명을 먹여 살릴 1등 인재를 걸러내기 위한 평가가 반복되다 보니 인간주의적 평가 방식으로 바꾸기가 어렵게 됐다. 이 병목 지점에서 어떻게 우리가 태세 전환을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동명대처럼 학생의 능력을 존중받는 수준에서 최선의 교육 방법을 찾고 그 기반에서 대학 평가 제도까지 바꾸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두잉 교육은 소수가 아닌 전체를 위한 교육 방법론이다. 이런 철학이 청소년 교육 정책 연구에 어떻게 반영이 될 수 있을까. 김 원장= “지역, 마을과 같이 손잡고 교육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다. 당연히 이런 교육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이나 지역 관계자들이 교육 전문성을 성장시키는 플랫폼도 있어야 한다. 마을 교육 등의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지역 전문가들이 교육자로 역량이 성장하는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조 교육감= “마을이나 지역이 교육의 ‘협력적 로컬 생태계’가 되는 것에 공감한다. 청소년 정책 연구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교육은 학생들의 학교 안팎 위치에 따라 교육감 또는 지자체의 관할 책임이 달라져 정책 진행에 혼선을 빚는 점이 개선돼야 한다.” 전 총장= “융합 실천을 중심으로 청소년 교육, 진학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동명대는 1인 1스포츠, 1악기를 한다. 악기를 예로 들면 가르치지는 않고 학생 본인이 5명이든, 10명이든 합주해서 유튜브나 SNS 등에 올리면 학점을 준다. 합주하려면 서로 악기를 나누고 협의를 하는 등 소통과 공감을 한다. 유튜브도 3학점 과목이다. 스토리텔링 기획을 하고 재밌게 촬영, 편집해서 구독자를 모은다. 졸업할 때까지 영상 30개를 올려야 하고 조회 수 1만 건이 돼야 학점을 받는 식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명산 30곳을 등산해서 인증하고 등산 기록을 리포트로 내면 3학점 준다. 등산 3학점에 글쓰기 3학점, 유튜브 3학점을 등산과 접목해서 딸 수 있다. 무학년, 무학점, 무티칭이 두잉 교육이다.” -생태전환교육, 두잉 교육에서 가치 실현의 핵심으로 체육이 강조되고 있다. 청소년 교육 정책에서 체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 교육감= “체육은 학교 교육 제도가 형성된 이래 가장 오래된 기본 교육이다. 핀란드에 가보니 학교를 ‘무브 인 스쿨’로 표현하더라. 학교에서 아이들의 움직임, 운동, 트레이닝 등을 무척 강조한다. 교육청도 악기, 스포츠, 예술 한 가지씩 배우도록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즌 2, 다시 뛰는 아침’이라는 슬로건으로 틈새 시간 체육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으로 생태스포츠를 정착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에 ‘자타공인’이라는 교육 과정이 있다. ‘자타공인’은 자전거 타기를 공교육 안으로 끌어왔다는 의미다.” 김 원장= “한국의 경우, 치열한 입시 경쟁을 위한 시간 싸움을 치열하게 하다 보니 체육이 지능 발달, 인지적 기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학생이나 부모나 잘 인식하지 못한다. 운동할 시간을 줘도 충분히 괜찮은데 부모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자식이 문제 하나 더 풀기를 원한다. 학습 시간에 대한 불안이 있으니 절대 체육을 안 시킨다. 선진국 중에서 이렇게 운동을 안 하는 나라는 없다. 입시 제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운동에 조금 더 투자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특히 여학생의 체육 참여율이 남자보다 현격히 낮다는 건 국가 전체가 고민할 부분이다.” 조 교육감= “맞다. 체육 활동에서도 젠더 편향성이 존재한다. 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여학생 스포츠 활성화 정책으로 ‘공차소서’가 있다. 여자 축구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공을 차자! 소녀들아! 서울에서’의 줄임말이다. 지금은 팀이 많아져 학교 대항 리그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야구 프로그램으로 ‘공치소서’도 있는데 아직은 축구보다 참여도가 적다.” 한국 교육 정상화의 걸림돌인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전 총장은 “어려운 문제다. 다만 지방 대학이 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해 의대 인원을 늘리는 대학에서는 그만큼 다른 전공에서 입학 정원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수직 서열화된 교육평가 체계에서 수평적 다양성 평가로의 전환이 학교에서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1등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까 이제는 사회가 누가 먼저 체념할까 예의주시하는 상태로 간다”며 “과잉 경쟁 사회에서 적정 경쟁 사회로라도 인식 자체에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선진국 경제력에서 아이들을 무모하게 경쟁시키는 것”에 물음표를 던졌다. 김 원장도 “과거에는 학벌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의대 다음에 학벌”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예전에는 기초과학을 안 한다고 논란이 됐는데, 이제 기초과학은 물론이고 공학도 안 한다. 인문학은 바닥이다. 의대에 가고 싶은 건 알겠는데 지금 교육 구조가 다른 꿈을 못 꾸게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히말라야처럼 올라갈 봉우리가 많아야 한다. 에베레스트가 있지만 주위엔 다른 봉우리도 많다. 안나푸르나, K-2 등이 곳곳에 있다”고 예를 들었다. -정부가 2023년 ‘글로컬 대학 30’ 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육과 대학이 지역균형 개발의 핵심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교육 발전 특구 등 육성책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전 총장= “지방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대학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구조조정에만 방점을 찍은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번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된 지방 대학은 5년에 1000억 원을 지원 받는다. 1년 200억 원인데 그 정도 예산으로 거점지방국립대가 바뀌겠나. 지방 사립대는 절실하게 필요한 돈일 수 있다. 일본은 ‘국제탁월대학’으로 5개를 선정했는데 2조 원 정도를 지원한다. 일본처럼 우리도 거점국립대학은 1년에 2000억 원 정도 지원을 해서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고, 글로컬대학은 지역 특색과 완전히 융합하는 대학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김 원장= “동의한다. 글로컬 대학 지원 금액이 커 보여도 실제로는 적다. 이 돈으로 혁신적으로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선진국을 보면 국립대학이든 사립대학이든 나라의 최고 대학과 더불어 자랑할 만한 지역대학도 있다. 굳이 지방거점대학 역할을 안 해도 핵심이 되는 대학들이 있다. 이런 대학도 육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류 대학 중심으로 흐르는 구조는 우리밖에 없다.” 조 교육감= “정부의 교육 발전 특구 핵심은 공교육 경쟁력을 높여 해당 지역 인재를 지역 대학과 기업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두고 초중등 교육 과정에 자율을 줬다. 정부가 강력한 지방 분권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권역별로 자족적인 사회 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교육도 혁신할 수 있다. 다만 자율학교나 특목고를 설립해 고교 서열화를 더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 다음이 대학 서열화 완화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도입이 필요하다. 서울대 수준의 거점국립대학 육성도 마찬가지다. 국립대학끼리 서로 상생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대는 상생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통합국립대학 같은 구조 개혁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본다.”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교부금은 지역의 의무교육 기관을 비롯한 공립학교의 경비 일부분을 정부가 충당해주는 법정 재원이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초중고의 공교육 예산이 남아돌지 않느냐는 문제가 지적됐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 예산의 일부가 넘어오길 바라고 있다. 전 총장=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1971년 재정됐다. 당시보다 학생 수는 줄었는데 세수는 많이 올라갔다. 올해 교육 예산 중에 14% 만이 대학 관련 예산이다. 대학은 학생들을 피날레 교육을 시켜 산업 전선에 내보낸다. 그런데 대학에 지원되는 예산 비율은 OECD 평균 이하다. 바꿔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 이어지는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 등록금 자율화, 대학 보유 자산에 대한 세제 완화 등이 따라와야 한다. 예일대는 지난해 자산을 굴려 15조 원을 벌었다. 대학에 예산을 많이 배정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인기 없는 정책일 수 있다. 그래도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폐교하고 싶은 대학도 퇴로가 열린다. 학령인구에 맞는 적정 대학을 남겨두고 그 대학을 살리기 위해 투자를 한다고 하면 비판이 안 나올 것이다.” 조 교육감= “고등교육 예산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데 초등교육 예산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15년 넘게 대학 등록금이 동결돼 있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정책 전환이 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단지 초중등 교육으로 가는 재정을 떼서 대학 지원을 하는 건 교육감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초중등 교육 재정 여유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세수가 많았던 것에도 일정 부분 기인한다. 그런데 올해는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내국세 기준으로 주어지는 교부금이 작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 교육 재정이 압박받고 있다. 서울도 지난해에 비해 거의 2조 원 가까이 재정이 축소됐다. 시도에서 걷는 시도세 중에 일부를 교육청에 법정 전출금으로 주는데 이것도 50% 감축하려고 한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예산을 당장 미래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과 후 수업 등 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한 비용도 더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미래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을 위해 여전히 배가 고픈 상황이다.” 김 원장= “예산을 형식적으로 ‘N 분의 1’로 쪼개는 건 아닌 것 같다. 초중등 교육도 예산이 많으면 좋겠지만 혁신을 전제로 갈 길을 찾는 게 우선이다. 대학도 힘들다고 링거 주사 놔달라는 식으로 지원을 요구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생태를 바꾸는 실행 가능한 혁신 로드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진행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서울 용산구 용산철도고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틸팅열차 한빛200이 18일 설치됐다. 틸팅열차란 기차가 철로의 곡선부에 진입할 때 차체가 기울어지면서 원심력을 상쇄시켜 속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된 차량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01년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07년 틸팅열차 6량으로 편성된 완성차 개발에 성공했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틸팅열차 용산철도고 기증은 철도 분야 특성화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차원이다. 틸팅열차는 우리나라 철로가 직선화돼 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실험 실습 기자재로 활용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전문성과 현장 감각을 심어주게 된다. 용산철도고는 기증받은 틸팅열차를 운전실 교육용과 철도차량 정비기능사 실습용으로 활용하고 초중학교 학생들의 진로 체험용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용산철도고는 2021년 개교한 철도 특성화 공립고교로 철도운전기계과, 철도전기신호과, 철도전자통신과, 철도건설학과, 공조설비과, 자동차과 등 6개 전공이 있다. 내년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용산철도고는 전국의 모든 중학생이 지원할 수 있으며 재학생들은 기숙사에 입주해 생활한다. 백해룡 용산철도고 교장은 “한국이 철도 기술의 세계화를 추진함에 따라 필요한 전문 인력 수요도 늘고 있다”면서 “안정적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용산철도고가 마이스터고 수준의 교육의 질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라대 미래모빌리티 공학과 학생들이 미래모빌리티 연구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학과 신입생들과 3학년 학생들은 3일 끝난 ‘2023 한국정보처리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각각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김태민, 마성민, 송의준, 이재혁, 원유민 등 5명의 신입생이 제출한 논문은 ‘인공지능 기반 1/5 스케일 콘 추종 자율주행기법에 관한 연구’. 3학년 문정수, 문찬혁, 백록담, 이현석, 최정훈은 ‘1/5 스케일 자율주행 교육 플랫폼 개발’ 연구 성과를 논문에 담았다.1학년 학생들은 논문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많이 쓰는 고가의 라이더(Lidar·자율주행 차량의 핵심 기술로 3차원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광학 기계를 뜻함) 대신 인공지능을 활용한 카메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기존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3대 이상의 라이더가 필요하지만,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안전 삼각뿔을 검출해 1대의 카메라로도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만도 소프트웨어 전공 소속 3학년생들은 작은 크기의 자율주행차가 어떤 교육적 효과를 거두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학생들을 지도한 고국원 교수(미래모빌리티공학)는 “자율주행 실습에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만, 교수와 학생이 힘을 모아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 수 있는 교육 장비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저작권 등록, 지적재산 출원, 논문 투고 등 여러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생태전환교육의 확산 가능성을 밝게 해주는 행사가 30일 서울 동작구 흑석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생태전환교육은 서울시교육청의 주력 교육정책 가운데 하나로 기후위기를 실천으로 극복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이날 열린 ‘2023 세상을 바꾸는 두바퀴 실천 활동’(세바퀴) 행사는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체육의 생태적 전환과 생활 속 자전거 타기 실천을 위해 기획했다.행사에는 흑석초 학생 18명, 성남중 학생 29명과 학부모, 교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학생들은 왕복 5km를 40여 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달려 샛강에 도착한 후 수질 정화용 EM 흙공을 던지고 다시 흑석초로 돌아왔다. EM 흙공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받으면서 틈틈이 만들었다.이날 행사는 학교 주변 인프라인 한강과 지역 자전거 동호인, 교직원 등 다양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학교 환경 교육의 학교 밖 일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가 중요하다는 걸 깨우쳐주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린 것도 주목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신체활동을 통해 소통, 배려, 협업, 실천을 이끄는 생태스포츠를 생태전환교육 방법론으로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0교시 체육, 자전거 타기, 학생 스포츠 동아리, 여학생 구기 활동은 각급 학교에서 확산 중이다. 행사를 진행한 지건호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장학사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역량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는 학교 안 교육과 학교 밖 교육이 어울려야 한다”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한 생태전환교육의 확산은 진학 위주의 교육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최민재 군(성남중 3)은 “지구의 미래가 환경에 달려있는데 친구들과 자전거를 함께 타면서 환경도 보호하고 아름다운 한강의 경치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제주대는 23일 의대 병리학 교실 김혜성, 장보근 교수 연구팀이 인간 구충제에 들어가는 피르비늄(Pyrvinium)이 위암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밝혔다. 피르비늄의 암 억제 효과는 2017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미국 스탠퍼드대학 등과 실시한 공동연구에서 간암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연구 결과로 발표된 바 있다.연구팀은 피르비늄이 20명의 위암 환자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인공장기)에서 위암 전 단계인 장상피화생과 이형성 병변에서 나오는 신호인 MEK/ERK와 STAT3를 차단함으로써 병변 성장을 억제하고 사멸시킨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는 위의 전암성 병변 연구에 권위가 있는 미국 반더빌트대 최은영, 골든링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에 권위있는 저널인 가스트로엔터놀러지(Gastroenterology) 10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장상피화생은 위점막 세포가 장 점막처럼 변하는 현상으로 위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의심받고 있다. 장상피화생이 위암 발병을 2~4배에서 최대 11배 가까이 증가시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한국인의 장상피화생 유병률은 30대 11%, 40대 31%, 70대 50%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위암 발병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이 피르비늄의 효과를 오가노이드에서 입증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제1 저자인 김혜성 교수는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오가노이드 기술의 시장성과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위의 전암 단계 오가노이드를 확보한 것은 한국이 이 시장에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음을 뜻한다”고 의미 부여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학교폭력 예측에 부모와 대화, 공격적인 성향 여부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생은 부모와 대화가 많을수록, 중등 학생은 공격적인 성향이 적을수록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교사들은 학생의 심리·정서에 문제가 있거나 공격적 행동이 나타났을 때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김수환 총신대 교수(미디어연구소장) 팀은 18일 ‘학교폭력 예측 AI 모델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서울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극 행정을 실시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동작관악교육지원청 데이터 댐’ 사업의 하나로 기획됐다. 김 교수 팀은 7월 1일부터 17일까지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내 18개 학교(초 9개, 중 6개, 고 3개) 학생 1274명(초 617명, 중 455명, 고 202명)과 교사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속성공학(Feature Engineering)을 활용한 연구에서 김 교수팀은 학생용 14개, 교사용 13개를 문항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초등학생의 경우 평소에 안절부절하고 조용하게 놀지 않거나, 쉴 새 없이 행동하는 것과 마음에 불편한 일이 있을 때 물건을 던지는 등 강한 반응을 자주 보이는 것이 학교폭력과 연관 관계가 높다고 예측했다. 중고등학생은 공격적인 성향 다음으로 평소에 안절부절하고 조용하게 놀지 않거나, 쉴 새 없이 행동하는 것에 이어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학교폭력과 높은 상관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교사의 설문에는 학교 급별과 무관하게 학생이 1년 이내 원만한 학교생활을 한다는 기대가 적을수록 학교폭력과 상관관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를 주도한 김수환 교수는 “심리·정서상의 이상 행동들이 학교폭력과 관계있다는 상식이 이번 조사를 통해 실증적 데이터로 밝혀지고 검증됐다”면서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님과의 대화가 학교폭력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 만큼 학생 지도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실시된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총신대 팀의 AI 기반 학교폭력 예측 연구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예측 요소를 중요도별로 제시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희 동작관악교육청 학교통합지원센터 과장은 “연구 결과를 학교폭력 예방에 체계적으로 활용하겠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첫 걸음을 뗀 만큼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2차, 3차 연구까지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교수는 “AI의 학교폭력 예측 모델이 더 정교해지려면 교육 현장을 잘 아는 교사와 교육행정가가 연구에 참여하고 학생의 다양한 개인정보 접근도 쉽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출범 1년을 갓 넘긴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의 행보를 보면 왜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국교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정부는 교육과 대학을 지역 균형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교육청은 경쟁 교육 완화를 위해 IB(대구)와 생태전환교육(서울, 경남, 인천)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계에서 충격적인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민은 보이지 않는 국교위에 어떤 기대도 걸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국교위는 존재감 없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전락할 것이다. 국교위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100년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좌우를 오가는 교육에서 벗어나고,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의 위상에 맞는 교육의 역할을 규정하며, 여기에 필요한 정책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끌어내는 등 국교위에 주어진 책무는 막중하다. 한국의 국교위는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 핀란드 국교위는 정치적 중립성, 법적 독립성, 민주성, 일관성 등 4가지 원칙으로 운영된다. 사회적 합의가 뒤를 받치고 있다. 핀란드 국교위 역시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다. 에르끼 아호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이 1972년부터 1991년까지 정권이 바뀌어도 20년간 한 자리에 있으면서 교육개혁을 할 수 있었던 건 ‘교육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라는 사회적 합의 덕분이었다. 핀란드는 교육개혁 준비에 무려 30여 년 동안 공을 들였다. 한국이 핀란드 국교위를 벤치마킹해 우리에게 맞는 교육을 찾으려는 건 잘한 일이지만, 자칫하면 흉내 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핵심을 구현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교위가 심의·의결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한국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중차대함에도 위원간 표 대결로 통과됐다. 국교위의 표 대결은 핀란드 국교위가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교육 수요자와 소수민족 대표 등 다양한 주체들과 논의하고, 초안을 만들기 전에 5∼6만 명의 국민을 2년여에 걸쳐 인터뷰하는 것과 비교된다. 경쟁에서 비롯된 한국 교육의 부정적인 면은 학교폭력, 교권 추락, 의대 올인, 사교육 심화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한국 교육 문제의 근원은 객관식 대입과 줄 세우기 교육에 있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 개선은 힘들다. 진영, 계층, 지역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평생교육과 유아교육의 내실화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 없이 교육 문제의 현상 위주 대처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퍼스트 무버가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발표된 2028 대입 개편도 한 예다. 정부 주도의 대학 입시의 개편으로 경쟁에서 벗어나고,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주는 교육은 더 힘들게 됐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개혁의 물꼬를 트라고 만든 기구다. 국교위가 할 일은 우리만의 교육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하다는 걸 국민에게 앞장서서 알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 노력 대신 언제 바뀔지 모를 어설픈 교육정책 제안에만 매달리고 진영간 대결의 장으로 삼는 건 국교위에 주어진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국교위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십자가를 짊어지기 바란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년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인권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고립감과 사회적 연결실태를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조사이다. 은둔형 외톨이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예방책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구원의 청소년 대상 조사는 아동·청소년기를 포함한 생애주기별 조사를 통해 기초자료를 축적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추정만 나오는 건 부족한 통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일된 기준도 필요하다.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한국 사회 실정에 맞는 고립은둔 기준을 정해 조사해야 한다는 권고를 했다. 정확한 기준의 부재로 2023년 국무조정실 조사의 경우 고립은둔 청년은 전체 19∼34세 청년 인구의 2.4%인 24만 명, 2022년 서울시 조사에서는 19∼39세 고립은둔 청년은 서울시 전체 청년 인구의 4.5%인 14만 명으로 나타나는 등 기준과 숫자가 들쭉날쭉했다. 고립은둔 대책에는 여러 중앙부처가 나서고 있다. 학교 폭력, 청년 실업, 출산율 감소 등 한국이 마주한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고 정부와 광역지자체, 교육청, 국책 연구기관이 고립은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청년기의 고립은둔을 지원하는 부서는 고용노동부, 복지부, 여가부, 문체부 등이다. 지금까지 고립은둔 연구 결과는 청소년기 고립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고 보고 있어 아동·청소년기부터 예방적 접근을 강조한다.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원구원장은 고립은둔의 예방이 중요한 이유를 “고립은둔은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아동·청소년기에 경험한 가정폭력, 학교 폭력, 따돌림, 학교 부적응과 이후에 경험하는 진학 실패, 취업 실패와 같은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조치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여성가족부 등 여러 기관과 함께 다음 달 포럼을 열고 고립은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결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생태전환교육은 선생님들한테는 고민이에요.” “미래 교육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생태전환교육이죠.” 서울시교육청이 중점 정책으로 추진 중인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극과 극의 반응이다. 전자는 서울 강북 고교의 생태전환교육 담당 부장 교사의 말이고 후자는 진로교육 전문가인 구청 교육 담당자의 말이다. 입시가 고교 교육의 전부인데 생태전환교육을 하라고 예산을 내려보내니 어떻게 쓸까 궁리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이 교사의 하소연이다. 이 교사는 작년 지역 연계 생태전환교육 예산으로 236만 원을 받아 ‘겨우’ 썼다고 했다. 예산을 남기면 교장이 싫어해서 안 쓸 수 없다는 것. 이에 반해 평생 겪어보지 못한 가장 뜨거운 여름과 1년에 내릴 비의 반이 하루에 쏟아져 내리는 걸 보면서 AI 교육, 디지털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게 생태교육이라고 확신했다는 공무원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생태전환교육은 초중학교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고교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위의 기사에 언급한 오산고처럼 생태전환교육을 대학입시에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사례다. 그런데도 오산고의 사례를 소개한 것은 기자도 생태전환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생태전환교육의 확산 여부는 ‘기승전입시’를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다. 고교에서는 입시가 최우선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도덕 교육 같은 생태전환교육을 한다면 누가 호응하겠느냐”라는 게 강북 교사의 반문이다. 어려운 용어도 문제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거의 모든 교사가 용어가 어렵다고 했다. 교육 수요자들은 어려운 용어에 이질감을 느낀다. 서울시의회는 생태전환교육 예산을 삭감하고 조례를 폐지했다. 생태전환교육 예산의 거의 전부가 농촌 유학에 쓰이고, 환경 교육과 무엇이 다르냐는 물음에 서울시교육청이 제대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의회는 생태전환교육이 조희연 교육감의 좌파 교육이라고 의심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환경 교육과 생태전환교육과의 차이점을 아는 교사는 많지 않다. 특목고·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추진과 같은 ‘실험’이라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생태전환교육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지 간에 교사들은 홍보 부족과 상명하달식의 경직된 정책 집행과정을 생태전환교육이 확산하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교사들은 “입시가 전부인 현실을 바꾸고, 밑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올 때 생태전환교육이 한국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담당자가 귀담아들을 만한 말이다.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