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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알고 지낸 경찰한테 물어봤다. “마약범 잡기가 쉬워요?” “뭔 소리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형사과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이 경찰은 “마약팀 형사들한테는 혹시라도 이런 거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돌 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묻게 된 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연관 수사의 입건자 수를 보고나서다. 손님과 직원 간의 폭행 시비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마약 투약·유통, 경찰과의 유착, 불법 촬영물 유포 등으로 번지면서 경찰이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18일까지 마약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는 83명이다. 이 중 11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 혐의로는 8명이 입건돼 2명이 구속됐다. 불법 촬영물 유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경찰은 이날 2명이 추가돼 8명이 됐다. 구속자는 없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경찰도 없다. 마약 수사에 비해 유착 수사의 성과가 많이 못 미친다. 수사 인력이나 역량 부족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버닝썬 연관 수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지능범죄·사이버수사대 등 126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팀을 꾸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고 역량의 팀들이 전부 합류해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 스스로 밝힌 유착 수사 부진의 이유는 이렇다. “유착 비리는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사안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영장을 신청하고 집행해야 한다. 금융계좌와 카드 사용 내용을 확인하고 통신사실 조회에 기지국 수사,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수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내부자를 수사해야 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쳐도 ‘우는소리’로 들린다. 마약 범죄도 은밀하게 이뤄지는 건 마찬가지다. 민 청장도 “수사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라면서 마약 수사를 높이 평가했다고 들었다. 게다가 경찰은 유착 수사에 ‘다걸기’를 하지 않았나. 민 청장은 “경찰 영혼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했다. 원경환 서울청장은 “경찰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그래 놓고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사정 늘어놓으면 앞의 말이 이상해진다. 경찰이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할 때가 있다. 이 자리에선 기자들이 질문도 많이 한다. 그런데 경찰의 대답에서 ‘은근한 차이’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식이다. ‘강남 클럽 마약 건은 조직적 유통 정황이 나왔나?’라고 물으면 ‘클럽과의 관련성은 아직 못 밝혔지만 그런 방향으로 조직적인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마약 관련 얘기가 등장하나?’라고 질문하면 ‘마약 단어가 안 나와도 그럴 개연성은 있으니까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앞부분은 부정이지만 뒤쪽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이 나온다. 유착 수사는 다르다. 유착 의혹에 대해 물으면 ‘짚고 간다는 마음으로 수사하는데 다만 구체적으로 나온 증거는 없다’거나 ‘아무리 많은 직원이 연루됐어도 모두 처벌하겠다. 그런데 현재로선 조직적 유착으로 보기 어렵다’는 식이다. 이런 차이가 수사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이종석 사회부 차장 wing@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 조각상(사진)이 다음 달 7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특별 전시된다. 뉴욕한인회는 10일(현지 시간) “2007년 7월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이어 이번 소녀상 특별 전시가 또 하나의 역사적 진전으로 남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뉴욕한인회는 지난해 10월 뉴욕한인회관 내 이민사박물관에 위안부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소녀상을 설치했다. 뉴욕한인회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의 소녀상과 동일한 김서경 김운성 씨의 작품으로 가로 180cm, 세로 160cm 크기의 화강암 바닥 위에 높이 123cm의 청동 조각상이 놓여 있는 형태다. 이 조각상은 특히 순회 전시를 염두에 두고 바닥에 고정하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한인이민사박물관 내 소녀상 건립 추진은 캐럴린 멀로니 하원의원(민주·뉴욕 12선거구)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뉴욕한인회가 위안부관 설치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멀로니 의원이 ‘소녀상을 박물관에 설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미국 내에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과 미시간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에 이어 맨해튼이 4번째였다. 멀로니 의원은 평소 의정활동을 하면서도 인신매매 관련 정책 등에 관심을 많이 보여 왔다. 멀로니 의원은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의 소녀상 특별 전시가 성사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한인회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녀상의 국회의사당 특별 전시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알릴 예정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국과 이란 경기가 열리는 3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중국 우한에서는 중국-우즈베키스탄 경기가 동시 킥오프를 한다. 한국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국과의 동반 승리다. 이날 한국이 이란에 승리하고,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으면 한국은 10차전 우즈베키스탄 방문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A조 2위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 30일 현재 A조 2위 한국은 승점 13이다. 3위 우즈베키스탄은 승점 12이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두 팀의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져 10차전 맞대결에서 순위가 바뀌는 일은 없다. 중국은 승점 6으로 A조 최하위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방문경기에서 0-2로 졌다. 역대 전적에서도 4승 1무 6패로 우즈베키스탄에 다소 밀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중국(77위)은 우즈베키스탄(64위) 밑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열린 3월 최종예선 경기에서 ‘공한증(恐韓症·축구에서 중국이 한국에 느끼는 공포증)’을 앓던 한국을 상대로 7년 만에 승리했다. 최종 예선 첫 승리였다. 이에 반해 우즈베키스탄은 최종 예선 5∼8차전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했다. 우즈베키스탄은 1∼4차전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30일 현재 ‘베트365’를 포함한 대부분의 베팅사이트는 중국의 배당률을 우즈베키스탄보다 낮게 책정해 놓았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이길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는 의미다. 중국은 조 최하위에 처져 있지만 아직 실낱같은 희망이 살아 있어 우즈베키스탄전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최종 예선 9, 10차전을 모두 이기면 다른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3위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A조 3위는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여기서 이기면 북중미 예선 4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리피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불가능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빨강 상의에 파랑 스타킹(사진)을 신고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에 나선다. 한국은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경기에 빨강 상의, 빨강 하의, 파랑 스타킹 차림으로 출전한다. 대표팀 역사상 빨강 상의에 파랑 스타킹 조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골키퍼는 상하의와 스타킹 모두 녹색을 착용하기로 했다. 대표팀은 그동안 상하의를 빨강으로 할 경우 스타킹까지 빨강으로 맞췄다. 하지만 이번엔 바꾸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이 그동안 파랑 상의를 입을 때 파랑 스타킹을 신은 적은 있지만 빨강 상의에 파랑 스타킹은 처음”이라며 “태극무늬를 떠올리는 빨강, 파랑 조합으로 태극전사의 위용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는 의도로 스타킹 색상을 바꿨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유니폼 색상 조합 변경은 2011년 이후 이란전 4연패 중인 분위기를 벗어나 보자는 의도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31일 상하의와 스타킹 모두 흰색을 착용한다. 이란 골키퍼는 상하의, 스타킹 모두 검은색이다. A매치에서 유니폼 색상 결정은 대부분 홈팀에 우선권을 준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신태용호 1기’가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사흘 앞둔 28일 완전체를 갖추고 비장한 각오로 발맞춤을 시작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4시쯤 손흥민(토트넘)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도착하면서 처음으로 ‘신태용호 1기’ 26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유럽파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일본 J리그에서 뛰는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장현수(FC도쿄) 등 8명이 대표팀에 추가로 합류했는데 손흥민이 가장 늦게 NFC에 도착했다. 손흥민은 이날 오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소속 팀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뛰고 비행기에 올랐다. 대표팀은 조기 소집이 가능했던 국내 K리거와 중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 위주로 21일부터 NFC에서 훈련해 왔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으로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신태용 감독은 “오늘부터 완전체로 훈련을 시작한다. 오늘 합류한 해외파는 회복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이틀 동안에 조직력 가다듬기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체력이나 경기 감각 등 몸 상태는 아주 좋다. 풀타임 출전에도 문제가 없다”며 이란전 출격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때 오른팔 골절 부상을 당한 손흥민은 그동안 이란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손흥민은 28일 소속 팀의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해 70분을 뛰어 체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했다. 손흥민은 “(이란전에) 만석이 될 가능성이 있을 만큼 관중이 많이 온다고 들었다. 많은 관중에게 실망을 안겨 드리기 싫다. 저희도 많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이란 경기는 28일 현재 5만 장이 넘는 입장권이 예매돼 대표팀 경기로서는 4년 만의 6만 관중이 예상된다. 신 감독은 완전체를 갖춘 이날 훈련을 초반 15분만 공개한 뒤 비공개로 돌렸다. 29일과 30일 훈련도 초반 15분만 공개하기로 했다. 대표팀 훈련의 초반 15분은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비공개 훈련’인 셈이다. 대개는 경기 하루 전날이나 돼야 훈련을 공개하지 않는다. 사흘 전부터 훈련 장면을 걸어 잠그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신 감독은 “모든 것을 공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상대 훈련 내용을) 다 알 수 있다. 숨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숨겨야 한다”는 말로 이란전에 임하는 사령탑의 각오를 밝혔다. 한편 최근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득점력을 보여준 막내 공격수 황희찬은 소속 팀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해 이란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황희찬은 “뛸 수는 있는데 아직 통증이 좀 남아 있다. 좀 더 지켜보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은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맡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 없앤 이길용 기자(1899∼?)의 흉상 제막식이 25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열렸다. 꼭 81년 전인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2면에 일장기를 지워 없앤 손기정 선생의 시상식 사진이 실렸다. 이 일로 동아일보는 무기정간을 당했고, 이길용 기자는 옥고를 치렀다. 이길용 기자의 흉상은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 제2전시실의 ‘일장기 말소 사건’ 코너에 자리 잡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생(1912∼2002)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 없앤 이길용 기자(1899∼?) 흉상이 손기정기념관에 세워졌다. 한국체육언론인회(회장 이종세)와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정희돈)은 25일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이길용 기자 흉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은 동아일보 사회부 체육주임이던 이길용 기자가 주도한 ‘일장기 말소 사건’이 있은 지 81년이 되는 날이었다. 흉상 제막식이 열린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 앞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손기정 선생의 전신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양손으로 투구를 들고 서 있는 손기정 선생의 동상 가슴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81년 전 이길용 기자가 일장기를 지워 없앤 자리에 새겨 넣지 못했던 그 태극기다.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인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은 “이길용 기자를 할아버지와 함께 모실 수 있게 됐다. 좋은 인연이라는 게 이런 경우를 얘기하는 것 같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이렇게 또 만나고 다시 이어지게 된다. 이길용 기자의 저항정신이 앞으로도 잘 기억될 수 있도록 흉상을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길용 기자의 흉상은 손기정기념관 1층 제2전시실의 ‘일장기 말소사건’ 코너에 놓일 예정이다. 중견 조각가 이용철 작가가 완성한 이길용 기자의 흉상은 높이 88cm, 가로 65cm, 세로 35cm이다. 이 작가는 “처음 작업 제안을 받은 뒤 조건을 따지지 않고 수락했다. 이길용 기자의 정신을 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흉상 제막식에 앞서 손기정기념관에서는 ‘이길용 기자의 스포츠와 시대정신’을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김광희 한국체육언론인회 고문은 “‘민족의 표현기관으로 자임함’이라는 동아일보 사시(社是)를 관철하기 위해 이길용 기자는 일장기를 말소했고 이를 통해 민족의 울분과 일제의 만행을 폭로했다”며 “그는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독립투사이자 의사(義士)이다”라고 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공격수 자리를 10년 넘게 지켰던 웨인 루니(32)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루니는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이번 주 전화를 해 ‘나를 대표팀에 뽑고 싶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지만 나는 ‘이미 은퇴를 결심했다’고 감독에게 얘기했다. 오래 생각했고 가족, 가까운 지인들과 의논해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루니는 지난 시즌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입지 약화로 작년 11월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빠졌다. 하지만 이번 시즌 친정 팀 에버턴으로 이적한 루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과 함께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9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2경기를 앞두고 루니를 대표팀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루니는 17세 111일이던 2003년 2월 12일 호주전을 통해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루니는 A매치 119경기에서 모두 53골을 넣었다. A매치 119경기는 골키퍼였던 피터 실턴(68)의 125경기 다음으로, 잉글랜드 국가대표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한 루니이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루니는 “잉글랜드를 위해 뛰는 것은 항상 특별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토너먼트 대회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니는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각각 3차례 참가했지만 4강에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모두 11경기를 뛰었는데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13년 만에 친정 팀으로 돌아온 웨인 루니(32·에버턴)가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후 2경기 연속 골이자 EPL 통산 200호 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발걸음에 속도를 높였다. 루니는 22일 열린 EPL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의 방문경기 전반 35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간결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12일 스토크시티전 선제 결승골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이자 EPL 역대 2번째 200호 골이다. 은퇴한 앨런 시어러(47)가 260골을 넣었다. 루니는 오른발로 153골, 왼발로 26골, 머리로 21골을 넣었다. 루니에게 개인 통산 50호와 150호 골을 허용했던 맨시티는 이날 200호 골까지 내주면서 루니의 ‘마일스톤 골(이정표가 되는 골)’ 단골 희생자가 됐다. 이날 두 팀의 경기는 1-1로 비겼다. 루니가 200골을 넣기까지 ‘일등 도우미’는 동갑내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였다. 호날두는 루니가 200골을 넣는 동안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한 팀 동료인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다섯 시즌을 함께 뛰면서 13개의 도움을 배달했다. 같이 뛴 다섯 시즌 동안 호날두는 자신이 기록한 전체 도움(30개)의 절반 가까이를 루니에게 몰아줬다. 루니가 이번 시즌 EPL 개막 후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면서 부활 조짐을 보이자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 대표팀에 다시 뽑힐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니는 지난 시즌 맨유 사령탑 조제 모리뉴 감독에게서 신뢰를 얻지 못해 출전 기회가 줄었다. 지난 시즌 루니는 맨유 입단 이후 가장 적은 리그 25경기(교체 투입 10경기)에 나섰고, 역시 맨유 이적 후 가장 적은 5골을 넣는 데 그쳤다. 루니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최다 골(53골) 기록을 보유한 공격수이지만 소속 팀 맨유에서의 입지 약화로 지난해 11월 이후 삼사자 군단의 명단에서도 이름이 사라졌다. 루니는 200호 골 기록을 세운 뒤 “곧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해 대표팀 재승선의 기대를 내비쳤다. 잉글랜드는 9월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2경기를 앞두고 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신태용호 1기’의 막내 공격수 황희찬(21·잘츠부르크)의 발끝이 뜨겁다. 황희찬은 21일 끝난 2017∼2018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장크트푈텐과의 5라운드 안방경기에서 후반 45분 왼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팀의 5-1 완승에 힘을 보탰다. 잘츠부르크는 승점을 13(4승 1무)으로 늘리면서 2위를 유지했다. 18일 비토룰 콘스탄차(루마니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5분을 뛰었던 황희찬은 이날 체력 안배 차원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후반 28분 그라운드를 밟은 황희찬은 길지 않은 출전 시간에도 골 맛을 보면서 최근 물오른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 18일 경기에 이은 2경기 연속 골로 리그 3호이자 이번 시즌 7호 골이다. 황희찬은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4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는 등 이번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모두 7골을 넣었다. 35경기에 나서 16골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보다 많이 빠른 득점 페이스다. 황희찬이 전하는 잦은 골 소식으로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47)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에 대비한 대표팀 명단(26명)을 14일 발표하면서 황희찬을 이동국(38), 김신욱(29·이상 전북)과 함께 공격수 포지션으로 묶었다. 황희찬은 수비수 김민재(21·전북)와 함께 ‘신태용호 1기’에서 가장 어린 선수다. 대표팀 최고참 이동국이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전을 치렀던 1998년 당시 황희찬은 두 살이었다. 17세 차이의 황희찬과 이동국이 경기에 함께 나설 경우 어떤 공격 조합을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2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첫 소집훈련을 가진 신 감독은 “28일 합류하는 황희찬은 이란전(31일)까지 3일 동안 훈련하면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른팔 골절 부상에서 회복 중인 손흥민(25·토트넘·사진)은 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의 경기 후반 23분에 교체 출전해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나선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시즌 EPL 개막 후 2경기 연속 출전하면서 이란전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최미선(광주여대·사진)이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대회 양궁 여자 리커브 예선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21일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최미선은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경기에서 687점(720점 만점)을 쏴 이전 세계기록을 1점 더 경신하면서 예선 라운드 1위를 차지했다. 종전 기록은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세운 686점이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세계양궁연맹으로부터 기록을 인정받는 대회다. 최미선은 지난해 6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양궁월드컵 3차 대회 때 686점을 쏴 당시 기보배의 세계기록과 타이를 이룬 적이 있다. 최미선은 “베를린 월드컵(8월 8∼13일) 이후 바로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해 조금 피곤하고 컨디션 걱정도 됐지만 문제없이 잘 적응해 예선 경기에서 잘 쏠 수 있었다. 끝까지 잘해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제대로 잘 뽑았네….’ ‘신태용호 1기’에 이름을 올린 국내파 K리거들이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14일) 이후 뛴 첫 리그 경기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19일 열린 K리그 클래식(1부)에서 6명의 국가대표가 모두 7개(3골, 4도움)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47)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을 위해 선발한 대표팀(전체 26명) 중 K리거는 모두 11명. 이 중 필드 플레이어는 골키퍼 조현우(대구)를 제외한 10명인데 절반이 넘는 6명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활약으로 대표팀 조기 소집을 앞둔 신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19일 오후 7시에 동시 킥오프를 한 4개 구장에서 가장 먼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국가대표 K리거는 대표팀 막내인 전북 김민재(21)였다. 닷새 전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되면서 축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던 김민재는 광주와의 경기 전반 30분 아크서클 부근에서 강한 왼발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선배들로부터 축하의 ‘뒤통수 가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시즌 2호 골을 기록한 중앙 수비수 김민재는 데뷔 첫해에 ‘골 넣는 수비수’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재성(25)은 팀의 두 번째 골에 도움을 기록했고, 김신욱(29)이 터뜨린 세 번째 골은 이동국(38)이 도움을 배달하는 등 이날 전북의 3골 모두 국가대표의 발끝을 거쳤다. 광주를 3-1로 꺾은 전북은 K리그가 클래식, 챌린지(2부)로 나눠 열린 2013시즌 이후 다섯 시즌 만에 가장 먼저 100승(47무 32패)을 달성했다. 도움 1개를 추가한 이동국은 개인 통산 196골, 69도움이 되면서 K리그 최초의 70-70클럽(득점, 도움 각 70개 이상) 가입에 도움 1개만을 남겼다. 나란히 2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34)과 김민우(27·이상 수원)는 강원을 상대로 각각 2도움, 1득점의 활약으로 이날 경기장을 찾아 관전한 신 감독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수원은 2-2로 맞선 후반 39분 강원에 페널티킥 골을 내줘 2-3으로 패했다. 국가대표인 강원 이근호(32)는 페널티킥을 직접 얻었지만 득점 기회는 황진성(33)에게 양보했다. 31일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르는 대표팀은 K리거 11명을 포함한 16명이 2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조기 소집돼 훈련을 시작한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때 6만 관중을 넘길 수 있을까. 17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한국-이란 경기의 입장권이 이날 현재 3만 장 넘게 팔렸다. 축구협회는 10일부터 입장권 예매를 시작했는데 3월 열린 최종예선 시리아전(1만3000장)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될 수도 있는 경기인 데다 대표팀 사령탑이 신태용 감독으로 바뀐 뒤 치르는 첫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여서 일명 ‘직관(직접 관전)’을 원하는 팬들이 몰리고 있다. 한국이 이란을 꺾고 같은 날 열리는 중국-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중국이 이기면 한국은 A조 2위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차지한다. 축구협회는 지금과 같은 예매 추세라면 4년 만의 6만 관중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6만6704석)에서 치른 A매치 중 6만 관중을 넘긴 경기는 모두 18차례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3번뿐이다. 2013년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때 기록한 6만5308명이 대표팀이 안방에서 치른 마지막 6만 관중 경기다. 대표팀의 6만 관중 경기는 대부분 친선경기였다. 월드컵 지역예선(2차, 최종) 경기에 6만 관중이 든 것은 세 번밖에 되지 않는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안방 네 경기에서도 중국전만 관중 5만 명을 넘겼고, 나머지 세 경기는 모두 3만 명대였다. 그동안 한국은 이란 방문경기를 치를 때마다 힘든 경기를 했다.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란의 안방 아자디 스타디움(7만8116석)을 채운 이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애를 먹었다. 지난해 10월 대표팀의 이란 방문경기 때는 7만5800명의 관중이 아자드 스타디움을 찾았다. 축구협회와 대표팀은 31일 이란전 때 모처럼 6만 관중의 응원 물결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설공단은 한국-이란 경기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전체 잔디 중 4분의 1가량을 새로 깔기로 했다. 최근 신 감독과 대표팀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국축구대표팀 김남일 코치(40)는 지난달 23일 중국 정저우의 항하이 경기장을 찾았다.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의 중앙 수비수 권경원(25·사진)의 경기력 점검을 위해서였다. 이날 취안젠은 허난 젠예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1명이 퇴장을 당한 수적 열세에도 1-1로 비겼다.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수비를 한 권경원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그는 14일 신태용 감독(47)이 발표한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전 소집 명단(26명)에 들어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가 됐다. 국내 축구팬에게 권경원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그는 2013년 전북에서 프로 데뷔를 했고, 알아흘리(아랍에미리트)를 거쳐 올 시즌 취안젠으로 이적했다. 그런데 취안젠이 그를 영입하면서 알아흘리에 건넨 이적료가 1100만 달러(약 126억 원)나 된다.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돈이다. 손흥민(25)이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잉글랜드)으로 옮길 때 이적료가 2200만 파운드(약 324억 원)였다. 취안젠 구단이 권경원의 가치를 그만큼 높이 봤다는 얘기다. 권경원은 취안젠에서 연봉 300만 달러(약 34억 원)를 받는다. 알아흘리 소속이던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베스트11에 뽑힌 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주전 경쟁이 유독 치열한 슈퍼리그에서도 주전 센터백을 꿰찼다. 신 감독이 선발한 5명의 중국파 중 올 시즌 리그 출전 시간이 가장 긴 선수가 권경원이다. “외박을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고 훈련하던 선수다.” 그를 가르쳤던 최강희 전북 감독(58)은 “굉장히 성실하고 집념이 강했다. 188cm의 큰 키에 체격도 좋아 수비수로 성공할 자질을 갖췄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는데 붙잡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2015시즌을 앞둔 전북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알아흘리와 연습경기를 할 때 권경원을 눈여겨본 알아흘리 구단이 거절하기 힘들 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이적료 30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약 11억4000만 원)였다. 최 감독은 권경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최 감독에게 “(권경원이) 국가대표 맞죠?” 하고 물은 알아흘리 직원이 있었다. 최 감독이 “아니다”라고 하자 그 직원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은 중동 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거의 점검하지 않았다. 몇 차례 현지로 날아가 직접 관전했던 중국, 유럽 리그와는 달랐다. 카타르 리그 지도자 경험이 있는 슈틸리케 전 감독은 중동 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고 보지 않았다. 권경원은 2015년부터 2년간 중동 리그에서 뛰었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전 감독의 눈에 띌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 코치는 권경원을 잘 알고 있었다. 김 코치는 선수 시절 전북에서 권경원과 한솥밥을 먹었다. 또 최근까지 슈퍼리그 장쑤 쑤닝 코치를 지내 올 시즌 권경원의 몸 상태도 잘 알고 있었다. 권경원은 취안젠에서 중앙 수비를 맡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겨도 무리가 없는 멀티 플레이어다. 신 감독도 그를 일단 미드필더로 분류했다. 공중볼 다툼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크고 탄탄한 체격을 가져 ‘바위섬’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넓은 시야와 악바리 근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국내 팬에게는 낯선 권경원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란 축구대표팀이 미드필더 2명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 논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31일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을 치르는 이란의 마수드 쇼자에이(33)와 에산 하지사피(27)가 대표팀에서 쫓겨날지도 모르게 됐다. 이스라엘 팀과의 경기에 출전한 것이 빌미가 됐다. 파니오니오스(그리스) 소속인 둘은 4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예선 마카비 텔아비브(이스라엘)와의 경기에 나섰다. 그러자 이란 정부는 10일 “쇼자에이와 하지사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앞으로는 대표팀에 뽑히지 못할 것”이라며 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예고했다. 이란은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 선수 및 팀과의 대결을 금지하고 있다. 최종예선 8경기 중 각각 4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둘은 팀 내 주장단에 속한 주요 선수다. 쇼자에이가 최종예선에서 세 차례, 하지사피가 한 차례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이란축구협회는 13일 “쇼자에이와 하지사피는 여전히 대표팀에 속해 있다”는 의견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전달했다. 축구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FIFA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쇼자에이와 하지사피가 대표팀에서 최종적으로 빠진다면 한국이 상대하기는 한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이 0-1로 패한 이란 방문경기 때 하지사피는 풀타임을 뛰었고, 쇼자에이는 출전하지 않았다. 앞서 FIFA는 이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라는 의견을 내놨었다. 승점 20(6승 2무)인 이란은 최종예선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A조 1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FIFA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2인자’ 저스틴 개틀린(35·미국)이 12년 만에, 그것도 최고령 우승 기록까지 세우며 남자 육상 100m 정상에 다시 섰다. 하지만 그에게 날아든 것은 환호가 아닌 야유였다. 개틀린은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9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지났다. 2005년 헬싱키 대회 이후 12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자 남자 100m 역대 최고령 1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개틀린은 우사인 볼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단거리 1인자였다. 하지만 2001년에 이어 2005년 말 금지약물을 사용한 것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4년간의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트랙에 서지 못했다. 6일 열린 100m 결선 출발에 앞서 개틀린의 이름이 소개될 때도, 개틀린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관중들이 그에게 야유를 퍼부은 것은 이 같은 ‘약물 전력’ 때문이다. 개틀린은 출전정지 징계가 풀려 돌아왔지만 매번 볼트의 벽을 넘지 못해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개틀린은 2013년 모스크바와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100m에서 모두 2위를 했는데 이 3개 대회 1위를 모두 볼트가 차지했다. 개틀린은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200m에서도 볼트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개틀린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기분이 좋다.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볼트의 축하를 받아 더 기쁘다”며 “야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국제대회 때마다 야유를 받지만 나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거의 모든 카메라가 그를 향했다. 5만6000여 관중의 시선도 그를 쫓았다. 기립박수도 함께 따랐다. 자메이카 국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다. 트랙에 입도 맞췄다. 쏟아지는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번개 세리머니’도 보여줬다. 그가 결승선을 지난 뒤 벌어진 장면들은 이전과 별다를 게 없었다. 그의 이름이 전광판 맨 윗자리에 뜨지 않았다는 것만 빼고는…. 그래도 주인공은 그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군림해 온 ‘번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가 선수로서의 마지막 100m 레이스를 1등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볼트는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남자 결선에서 9초95의 기록으로 3위를 했다. 볼트가 메이저 대회(세계선수권, 올림픽) 100m에서 우승을 놓친 건 부정 출발로 실격된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두 번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볼트의 우승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가짜 뉴스 아님(not fake news)’이라고 따로 표시할 정도로 볼트의 3위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저스틴 개틀린(35)이 9초92로 1위, 크리스천 콜먼(21·이상 미국)이 9초94로 2위를 했다. 출발이 늦었던 볼트는 전성기 때처럼 50∼60m 이후 치고 나가는 막판 스퍼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볼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골인했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막판까지 전력 질주하면서 결승선 직전에는 머리를 들이미는 흔치 않은 모습까지 보였다. 볼트는 결선 진출자 8명 중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시간(0.183초)이 두 번째로 길었다. 원래도 출발이 좋은 편은 아니었던 볼트는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실격 이후 ‘안전 출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볼트는 “예전에는 레이스 중 (늦은 출발을) 만회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볼트는 100m에서 기록이 좋지 못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3차례 레이스 중 10초대가 두 번이었다. 볼트는 4월 절친한 동료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뒤 충격으로 한동안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볼트의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했었다. 그동안 볼트가 메이저 대회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볼트는 세계선수권에서 11개,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10년 가까이 메이저 대회에서는 불패의 레이스를 펼쳐 왔다. 하지만 볼트는 마지막 100m 레이스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찍는 데 만족해야 했다. 볼트는 익숙지 않은 패자의 경험을 하고도 담담했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볼트는 “개틀린은 대단한 경쟁자다. 콜먼은 어린 선수이지만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 그런 선수들에게 졌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은퇴를 번복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볼트는 개틀린에게 축하의 인사도 건넸다. 볼트는 칼 루이스와 모리스 그린(이상 미국)이 달성한 세계선수권대회 100m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개인 통산 메달 14개(금메달 1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이 부문 타이를 기록했다. 자메이카 출신의 여성 스프린터 멀린 오티(57·슬로베니아·은퇴)가 14개(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를 땄다. 볼트는 13일 400m 계주(결선)에서 역대 최다인 15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볼트가 선수로 뛰는 마지막 경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적 시장 ‘영입 제로’, 믿는 데가 있었네…. 전북이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6월 29일∼7월 28일)을 전력 보강 없이 넘기고도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독주 체제를 갖추는 분위기다. 전북은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인 2일 인천전에서 3-1로 승리해 4연승했다. 클래식 12개 팀 중 가장 먼저 승점 50을 채운 선두 전북은 2, 3위인 수원, 울산(이상 승점 43)과의 차이를 7점으로 벌렸다. 전북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팀을 떠난 선수는 있다.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김보경이 일본 J리그로 이적했다. “이적시장을 이렇게 조용히 넘긴 건 오랜만이다.” 평소 선수 욕심이 많기로 알려진 최강희 전북 감독은 “안 뽑기도 했고, 못 뽑기도 했다”며 전력 보강이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전북은 7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면서 해마다 ACL과 K리그를 함께 치르는 체제로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올해는 ACL 참가 불발로 K리그에만 집중해도 되는 상황에서 시즌을 맞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36명 안팎으로 유지했던 등록 선수를 올해 30명 선으로 줄였다. 선수단 규모를 줄였어도 전북은 K리그 클래식(1부) 최강의 전력이다. 최 감독은 “다른 팀에 가면 많이 뛸 수 있는데 전북에 있어서 못 뛰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한테는 미안해서 눈을 마주치기도 불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수를 또 영입하는 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은 최대 4명(아시아 쿼터 1명 포함)을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카드도 아직 1장이 남아 있다. 전북은 성남에서 뛰다 중동 리그를 거쳐 지금은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티아구를 영입하려 했지만 선수 계약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접었다. 최 감독이 “못 뽑기도 했다”고 한 경우가 바로 티아구다. 하지만 최 감독은 “지금 전력으로도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노메달로 부진했던 김소희(한국가스공사)가 월드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김소희는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막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 여자 49kg급에 출전한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소희는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때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8강전에서 탈락했다. 김소희는 모스크바와 좋은 인연이 있다. 2년 전인 2015시즌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는데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의 월드그랑프리 첫 우승이었다. WT가 2013년 창설한 월드그랑프리 시리즈는 1∼3차 대회와 파이널 대회까지 매년 4차례(여름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1차례) 열린다. 김소희는 그동안 이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다. 무주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첫 우승과 함께 여자부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겹경사를 맞았던 이아름(고양시청)은 57kg급에 출전해 월드그랑프리 첫 정상에 도전한다. 이아름은 그동안 두 차례 기록한 3위가 월드그랑프리 최고 성적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오혜리(춘천시청)는 여자부 67kg급에 나선다. 오혜리는 무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했다. 남자부에서는 무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이대훈(한국가스공사)이 68kg급에 출전해 월드그랑프리 통산 6번째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무주에서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했던 김태훈(수원시청)은 58kg급에서 금빛 발차기를 시도한다. 남녀 각 4체급으로 나눠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15명(남자 7명, 여자 8명)이 출전하는 한국을 포함해 53개국에서 모두 22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해외시장을 공략한다고? 국내 팬부터 제대로 관리해라.” 지난달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7 K리그 올스타전 이후 국내 축구 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K리그 선발팀이 올스타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베트남 22세 이하 대표팀에 패한 탓이 크지만 국내에서도 관심을 못 끄는 콘텐츠로 베트남 수출을 노린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 K리그 올스타전을 국내가 아닌 베트남에서 개최한 것은 K리그 중계권 판매를 포함한 동남아 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K리그 경기가 동남아 국가에 중계되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K리그 후원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1부)의 관중 현황을 보면 해외시장 개척보다는 국내 팬 확보가 더 시급해 보인다. 31일 현재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평균 관중은 6719명이다. 중국 슈퍼리그(2만3870명)와 일본 J1리그(2만3020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 게다가 초대권 입장 등 ‘공짜 손님’을 빼고 나면 돈을 내고 입장하는 유료 관중은 평균 5521명이다. 클래식 12개 팀 중 평균 유료 관중이 3000명대 이하인 구단만 절반인 6곳이나 된다.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린다는 강원의 평균 유료 관중은 1335명밖에 안 된다. 국내에서 대접을 받아야 중계권을 팔아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중계권 수입으로 슈퍼리그는 연간 16억 위안(약 2661억 원), J리그가 210억 엔(약 2124억 원)을 벌지만 K리그는 65억 원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안 먹히는 상품으로 수출 시장을 뚫겠다는 건 난센스다.” 이번 올스타전 이후 이 같은 누리꾼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베트남은 자국 프로축구 V리그의 인기가 나쁘지 않은 데다 K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유럽 리그가 이미 중계되고 있어 애초부터 K리그의 중계권 판매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프로연맹은 이번 올스타전에 2만 명이 넘는 베트남 관중이 찾은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22세 이하 대표팀의 인기가 성인 대표팀보다 훨씬 더 높다. 이 연령대 대표팀이 국가대항전을 하면 관중이 많이 몰린다. 지난달 23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 한국-베트남 경기에도 1만8000명의 관중이 찾았다. 올스타전의 많은 관중이 K리그 인기 때문이라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 2그룹 우승을 노리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결승 진출을 놓고 독일과 맞붙는다. 한국은 29일 오후 11시 10분(한국 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독일과 월드그랑프리 2그룹 결선 토너먼트 4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12개 팀이 속한 2그룹 예선 라운드에서 1위(8승 1패·승점 25)를 차지했다. 그런데 네 팀이 오르는 결선 토너먼트의 톱시드는 개최국 체코가 챙겼다. 이 때문에 체코는 예선 라운드를 4위로 통과하고도 나머지 세 팀 중 순위가 가장 낮은 폴란드(3위)와 준결승전을 치르고, 한국은 1위를 하고도 2위 독일(8승 1패·승점 23)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폴란드보다는 독일을 좀 더 수월한 상대로 평가했다. 김연경은 “폴란드는 예선 라운드에서 두 번을 맞붙었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분석과 적응이 잘돼 있을 것이다. 우리와 한 경기만 했던 독일이 오히려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은 한국이 예선 라운드에서 한 번 꺾었던 상대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독일을 만나 3-1로 승리했는데 독일의 예선 라운드 유일한 패배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포함한 독일과의 상대 전적에서 18승 5패로 크게 앞선다. FIVB 랭킹에서도 한국(10위)이 독일(13위)보다 위다. 한국이 독일을 꺾으면 체코-폴란드 경기 승자와 31일 우승을 다툰다. 한국은 2그룹 우승을 차지해 내년 대회에서는 1그룹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다. 2014년 1그룹에 속했던 한국은 2015년부터 두 해 연속 대회에 불참해 2그룹으로 떨어졌다. 모두 32개 나라가 참가한 월드그랑프리는 1, 2그룹에 각 12개 팀, 3그룹에 8개 팀이 속해 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