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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29일 의대생에 대해 ‘조건 없는 휴학 허용’ 방침을 밝혔지만 대학 대부분은 휴학 승인 결정을 미루는 모습이다. 교육부 방침이 정해지기 전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를 포함해도 31일까지 대학 40곳 중 6곳만 휴학을 승인한 상태다. 대학들은 내년에 7개 학년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에다 휴학 승인 시 등록금을 돌려줘야 하는 등 재정적으로도 타격이 불가피해 이달 중 최대한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분위기다.● 서울대 연세대는 1학기만 휴학 승인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의 총장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휴학 승인을)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건부 승인’에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물러난 것인데 같은 날 고려대와 연세대 신촌·원주캠퍼스가 휴학 승인을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가톨릭대, 31일에는 인제대가 의대생 휴학을 승인했다. 휴학을 승인한 대학들은 정원이 크게 늘지 않았거나 비교적 재정에 여유가 있는 곳들이다. 9월 30일 휴학계를 일괄 승인한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연세대 신촌캠퍼스, 가톨릭대는 서울 시내에 있어 증원 대상이 아니었다. 또,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인제대는 증원 규모가 각 7명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대학은 올해 휴학한 재학생과 내년에 증원된 신입생이 함께 수업을 듣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반면 증원 규모가 큰 대학은 상황이 다르다. 내년도 신입생이 많게는 올해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만큼 일부라도 수업을 진행해야 그만큼 내년 부담을 덜 수 있다. 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은 “몇 명이라도 복귀하면 교육할 생각으로 8일까지 학생들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휴학을 승인한 대학 중 서울대와 연세대는 1학기 휴학만 승인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돌아올 가능성이 낮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부 학생이 돌아오면 겨울방학을 반납하고 수업을 할 생각으로 기다리는 중”이라며 “돌아와도 학기 이수가 안 되는 시점이 되면 2학기 휴학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등록금 반환도 부담 휴학을 승인할 경우 학칙에 따라 등록금을 반환하거나 내년도로 이월시켜야 한다는 점도 대학의 고민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의대생 1명이 내는 연간 등록금은 약 984만 원으로 전체 평균(약 683만 원)보다 50%가량 많다. 6개 학년의 1년 등록금을 합칠 경우 수십억 원이 된다. 한편 대학 입장에선 소수의 학생만 나와도 교수 급여를 주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입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등록금이 전액 들어온다는 가정으로 1년 예산을 짰는데 (휴학을 승인하면) 의대 재정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의대에 투자되는 예산이 많은 상황이라 다른 단과대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비수도권 사립대 총장도 “증원에 대비해 지난겨울부터 증축 공사를 하고 교수도 수십 명 채용 공고를 냈다”며 “국립대는 정부 지원이 있어 사정이 다르겠지만 사립대는 재정이 빠듯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학 상당수는 법적으로 14주 동안 한 학기 수업을 마칠 수 있는 만큼 11월 말까지라도 학생들이 돌아오면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막판 설득에 나서는 모습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정부가 29일 ‘조건 없는 휴학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내년 예과 1학년의 경우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됐다. 많게는 4배 이상으로 늘어난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 대학에는 비상이 걸렸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향후 수련까지 길게는 11년 동안 함께 진급하는 만큼 예과, 본과 및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과정 전반에서 제대로 교육과 수련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예과는 대형 강의로, 본과 실습은 참관으로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도 의대 39곳의 모집인원은 4485명으로 올해(3016명)보다 1469명 늘었다. 그런데 올해 예과 1학년 출석률은 2% 미만으로 대부분 휴학 후 내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내년도 신입생을 포함해 7500여 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올해 신입생이 전원 휴학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천대는 올해 정원의 4.4배, 충북대는 3.5배, 인하대와 동국대는 3.4배의 인원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각 의대 커리큘럼에 따르면 예과 1, 2학년의 경우 대학 강의실에서 일반 화학, 의학물리학, 기초의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및 교양 수업이 진행된다. 대학들은 분반과 대규모 강의, 온라인 수업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한 비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평소보다 대형 강의, 온라인 강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은 “대형 강의실에 모니터를 가져다 놓고 수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대학에 있는 진로 상담 등 소규모 수업은 진행이 어려워진다.더 큰 문제는 본과에서 발생한다. 본과 1, 2학년은 본격적인 의학 교육과 함께 대학 실습실에서 해부학, 생리학 실습 등을 진행한다. 해부학 실습의 경우 커대버(해부용 시신)가 필수적인데 지금도 6∼8명이 시신 양쪽에 비좁게 선 채 실습하는 상황이다. 한 의대 교수는 “시신은 지금도 부족하고 늘릴 수도 없는데 20, 30명이 한 구를 해부할 경우 대부분은 참관만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발표된 의료계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450구 안팎의 시신이 실습에 활용되는데 2000명을 증원할 경우 매년 270구의 시신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상실습은 교수도, 환자도 부족 본과 3, 4학년은 병원에서 여러 진료과목을 1, 2주 단위로 돌며 임상 실습을 한다. 효율적인 실습을 위해 3∼5명으로 조를 짜 교수를 따라다니며 배우는데 정원이 늘어 한 조가 10명 이상이 될 경우 환자 얼굴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된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교육을 맡을 교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교육을 아예 못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 수련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충북대의 경우 충북대병원이 800병상이고 병상가동률은 의료공백 사태 전 70%가량이었다. 그런데 의대 정원이 200명으로 늘면 전공의와 실습생만 1000명 이상이 되면서 환자보다 많아진다. 교수도, 환자도 부족한데 실습생과 수련 전공의만 급증하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30일 부실 교육 및 수련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대학 자율로 교육과정을 짜도록 할 것”이라며 “예과 2년을 3학기로 단축하는 안 등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신입생의 경우 예과를 3학기로 단축해 내년 신입생과 본과 실습을 함께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대 교육과정을 5년이나 5.5년 등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반수와 군 휴학 등으로 내년 예과 1학년은 7500명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심 기획관은 내년도 정원 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2주 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면 바로 정시전형이 시작된다. 물리적·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며 선을 그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너프 이유식’의 이너프유가 1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최한 ‘2024 강한 소상공인 성장 지원 사업(넥스트 라이콘 어워즈)’에서 통합 우수상을 받았다. 강한 소상공인 성장 지원 사업은 중기부 등이 유망 소상공인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너프유는 육아 부담을 줄이면서 영양 균형이 잡힌 식단을 유지할 수 있는 간편 이유식 제품을 출시해 왔다. ‘이너프 앱’을 통해 모은 약 3200만 건의 영유아 식단과 영양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105가지 메뉴를 만들고 영유아 식습관 유형 분석 검사인 ‘ENTI’도 직접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계별로 나눈 밀키트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너프유는 포스텍홀딩스와 고려대기술지주, 스파크랩, 한국사회투자 등의 투자를 받았다. 2022년에는 이너프 애플리케이션(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로부터 ‘디지털 기반 식생활 관리 우수 앱 서비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너프유는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의 SE컨설턴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행복나래의 ‘SE컨설턴트’는 SK그룹 임원 출신 멘토가 소셜벤처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영 조언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대기업 임원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하고 소셜벤처의 성장을 도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승혁 이너프유 대표는 “매출 성장을 위한 브랜딩뿐만 아니라 조직 관리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받는 등 경영 전반에 관한 체계적이고 밀도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행복나래 SE컨설턴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또 다른 기업 ‘다정한마켓’도 이번 강한 소상공인 성장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다정한마켓은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로 반려동물 식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브랜드 ‘로렌츠’를 운영하고 있다. 박민수 다정한마켓 대표는 “SE컨설턴트 자문위원들의 도움으로 판매 채널을 효율화하는 등 사업 구조를 강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이너프유, 다정한마켓 같은 소셜벤처들이 SE컨설턴트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들이 사회에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시각장애인 중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비율은 1%가 채 안 됩니다.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17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점자기술 전문기업 ‘센시(SENSEE)’의 서인식 대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보다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센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점자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번역하고,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까지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서 대표는 2015년 센시를 설립해 현재 10년째 운영 중이다. 2016년 SK그룹의 사회성과인센티브에 참여한 데 이어 2020년 SK텔레콤의 임팩트업스에 선발되는 등 지속적인 혁신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기업 설립 목표로 정한 서 대표는 시각을 감각화한다는 의미를 담아 사명에 ‘감각(sense)’과 ‘보다(see)’라는 단어를 담았다.● AI 프로그램 개발해 번역 속도 높여 “처음에는 그냥 아버지께 점자 번역기를 사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자 번역기를 찾아보니 가격이 비싼 데다 고령자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보였죠.” 서 대표는 젊은 시절 저시력자였던 아버지가 연세가 들면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상황을 가까이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며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을 하던 서 대표는 점자 번역기를 알아보다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2013년부터 2년간 복지관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기존 점자 기기의 형태와 장단점, 제작 배경 등을 조사했다. 기존 점자 번역기는 300쪽 분량의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길게는 6개월이나 걸렸다. 특히 복잡한 수식이나 화학식 등 이공계 관련 내용은 번역가들조차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해 번역 사례가 거의 없었다. 서 대표는 이에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AI에 점자 오번역 사례 등을 학습시키고 번역할 내용을 텍스트, 이미지, 이공계 숫자 등으로 분류한 뒤 분야별로 번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결과 점자책 번역 소요 시간은 권당 평균 30분대로 줄였고 정확도도 100% 가깝게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보통 인쇄소에서 센시의 점자 번역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점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인쇄소에서는 위아래를 반대로 찍는 사례도 생겼다. 이에 서 대표는 2021년 출판 공장을 직접 마련해 점자 인쇄에도 뛰어들었다. 또 효율성을 높여 한 권에 5만 원가량이었던 점자책 생산단가를 2000원 안팎까지 떨어뜨렸다.● 달력-앨범에도 점자… 해외 반응 뜨거워점자와 관련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센시는 현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점자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없다고 보고 점자 책에는 아무런 그림이 없이 점자만 나열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 대표는 “시각장애인 중 일부는 시력이 살아있는 저시력자”라며 “기존에 출시되던 시각장애인 서적은 점자책이거나 저시력자용으로 활자를 크게 만들어 발행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센시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색상이 살아있는 원본 책에 점자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적뿐 아니라 달력, 아동용 색칠놀이 교재, K팝 앨범, 택배 송장 라벨 등 다양한 출판물에 점자를 병기하고 있다. 센시의 점자 병기 기술과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등 해외 유수 대학과 논문 점자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교과서 점자 번역도 추진하고 있다. 센시의 점자 번역 프로그램은 영어, 스페인어 등 전 세계 48개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은 미국과 중남미, 유럽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서 대표는 “해외 주요국은 점자 병기를 갈수록 강력하게 법제화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제품 이름만 점자로 표기한다면 스페인 등에서는 유통기한과 사용법, 주의사항 등 제품의 주요 정보까지 모두 점자로 표기하게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마침 다음 달 4일은 ‘점자의 날’이다.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6점식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발표한 것을 기리며 3년 전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서 대표는 “국민들이 점자를 기념일에만 생각하는 ‘그들만의 언어’가 아니라 영어를 배우듯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또 하나의 외국어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정부가 “의대생 휴학계 승인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29일 밝혔다. 이달 6일 밝혔던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23일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의사단체 두 곳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르면 주중 협의체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오후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40곳 총장들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학생들이 개인적인 사유로 신청한 휴학에 대해 대학의 자율 판단에 맡겨 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2월 의대생의 수업 거부가 시작되자 ‘휴학 불가’ 방침을 유지하다 이달 6일 대학에 “동맹휴학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조건부 휴학 승인을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요구하며 반발했고 28일 국립대 총장들과 종교 지도자들도 교육부에 의대생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했다. 하지만 의대 관계자는 “의대생들은 올 2월 낸 휴학계에 ‘개인적 사유’라고 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승인하는 건 실질적으로는 동맹휴학도 허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9월 말 의대생 휴학계를 일괄 승인한 서울대에 이어 29일 고려대와 연세대가 의대생 휴학계를 승인했다. 일부 대학은 30일 휴학계를 일괄 승인할 방침이다.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의학계 학회들의 모임인 대한의학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이기도 하다. 이날 교육부의 결정으로 협의체 출범도 이르면 이번 주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전향적 입장을 환영한다. 의료계에서 더 많은 분들이 협의체 참여 결단을 내려 달라”고 했다.뒤늦게 의대 휴학 승인한 정부… 7500명 동시수업엔 “분반해 해결”[의대 ‘조건없는 휴학’ 허용]의료계 “7500명 최소 6년 함께 진급… 본과 실습-전공의 수련도 영향 우려”연세대 등 의대생 휴학계 일괄 승인… 일부대학 수업 부담에 승인 미뤄교육부가 29일 대학의 자율적 휴학 승인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은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대규모 의대생 유급·제적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이달 6일 내년 1학기 복귀 의사를 밝히는 경우 등에 한해 각 대학이 ‘조건부 휴학 승인’을 할 수 있게 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유급이나 제적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대생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대학들도 “유급이나 제적이 현실화될 경우 의학 교육이 붕괴하는 것은 물론 휴학을 불허한 대학을 상대로 의대생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교육부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이날 교육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내년 예과 1학년의 경우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사태가 현실화되게 됐다. 올해보다 많게는 4배 이상 늘어난 인원이 수업을 들으며 최소 6년 동안 함께 진급할 수밖에 없어 이를 준비해야 하는 각 대학에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보다 최대 4.4배 늘어난 인원 교육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인 예과 1학년 학생은 7월 기준으로 3361명 중 53명(1.6%)만 수업에 복귀한 상태다. 이날 정부 방침에 따라 미복귀 학생의 휴학이 승인될 경우 내년 예과 1학년에는 증원된 신입생 4500여 명과 휴학 후 복귀한 3000여 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이 학칙상 1회 휴학 신청 기간은 최대 1년이기 때문에 올해 휴학한 경우 내년 1학기에는 복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각 대학은 휴학 승인으로 의대생 연내 추가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내년에 크게 늘어나는 예과 1학년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증원이 안 된 서울 시내 의대는 2배의 학생을, 증원된 의대의 경우 많게는 3∼4배의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천대의 경우 현재 40명인 정원이 내년에 137명으로 늘어난다. 올해 예과 1학년이 모두 휴학했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에는 올해의 4.4배인 177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한다.정부는 추가로 필요한 강의실은 대학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업은 교수가 반을 돌면서 같은 수업을 여러 번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17일 기자들과 만나 “의대 40곳에 분산되는 것이고 실습보다 강의 위주인 예과 1학년 교육 특성을 감안해 분반 등으로 대비하면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하지만 의료계에선 “7500여 명이 앞으로 계속 함께 진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대 예과는 물론 본과 실습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까지 모두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한 대학 관계자는 “예과 1학년은 이론과 기본 소양 및 교양 과목 위주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형 강의, 온라인 강의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습을 집중적으로 하는 본과 3, 4학년이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지방의 한 대학 총장은 “커대버(해부용 시신), 현미경, 기초의학센터 등을 모두 수년 내 늘려야 하는데 예산상 쉽지 않다”고 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실습과 수련을 제대로 못 한 부실 의사가 배출될 경우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연세대 등 일괄 휴학 승인교육부의 ‘조건 없는 휴학 승인’ 방침이 발표되자 고려대와 연세대는 29일 즉시 의대생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하지만 내년 수업 걱정 때문에 일부 대학에선 휴학계 승인을 미루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며 성과를 내고 다음 달 의대생 일부라도 복귀할 경우 내년 2월 말까지 1학기 수업이라도 마치겠다는 것이다.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내년에 늘어난 인원을 교육할 여력이 되거나 학내 갈등이 심했던 대학은 바로 휴학을 승인하겠지만 나머지 대학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대학 총장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는 의대생도 많다. 더 좋은 의대로 옮길 만한 점수가 안 나오면 일부 복귀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어 다음 달 14일 수능 때까진 기다리려 한다”며 “복귀만 하면 어떻게든 한 학기 수업은 할 것이다. 안 그러면 내년이 감당이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공무원에 이어 교수와 초중고교 교사도 전임자가 월급을 받으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한도가 결정됐다.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교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28일 전원회의를 열고 교원 근무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의결했다고 밝혔다.타임오프는 노조 활동을 유급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에는 2010년 도입됐고 2022년 공무원·교원 노조법 개정으로 공무원과 교수 및 교사도 지난해 말부터 타임오프 한도를 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가 중단되며 논의가 지연되다 올 6월부터 4개월 동안 근면위가 가동된 끝에 22일 공무원에 이어 28일 교원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교원 노조의 타임오프 한도는 학교별 특성에 맞게 총 9개 구간으로 적용된다. 조합원 99명 이하 노조는 연 최대 800시간, 3만 명 이상은 연 최대 2만5000시간 등이다. 이는 공무원 노조와 유사한 것으로 민간의 49% 수준에 해당한다. 윤종혁 경사노위 근면위원장은 “교원의 경우 학사일정, 학생의 학습권 보장 등을 고려해 타임오프 사용 시 1000시간 단위(한 학기)로 사용하는 걸 권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임자 1명이 주 40시간씩 1년간 노조 활동을 할 경우 2000시간가량이다. 파트타임으로 여러 명이 한도를 나눠 쓸 순 있지만 사용자가 정해진 전임자 인원의 2배를 넘을 순 없다.교육계에서는 단체별로 찬반이 엇갈렸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민간노조에만 인정되던 타임오프가 교원 노조에 적용된 것은 오랜 차별의 해소이자 역사적 사건”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소속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위해서는 타임오프 한도를 민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보장해야 한다”며 ‘반쪽짜리 합의’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가 아니라 교원단체로 분류돼 타임오프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교원단체도 타임오프 적용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2025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전국 고등학교 한 곳 당 의·약학 계열을 지원한 건수가 평균 8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대 지원자만 보면 학교당 평균 40.3건으로, 지난해보다 26% 늘었다. 또 기존 내신 1등급 위주였던 의대 지원에 2~3등급대 초반대 학생들도 가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년도 의대 증원 여파로 의대를 비롯한 이른바 ‘의치한약수(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쏠림’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를 비롯한 치대, 한의대, 수의대, 약대 등 의약학 계열 수시 지원 건수는 총 14만7700건으로 집계됐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예·체능고를 제외한 전국 고등학교가 총 1795개교인 점을 고려하면 고등학교 한 곳당 의약학 계열 수시로 82.3회 지원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70.8건)에 비해 16.2% 증가한 것이다. 수시 지원 대학 기준을 ‘의대’만으로 좁힐 경우 증가율이 더욱 가파르다. 2025학년도 전국 학교당 평균 지원 건은 40.3건으로 전년도 31.9건에 비해 26.3% 증가했다.의대 증원이 이뤄진 비수도권 고등학교에서는 지역인재전형 지원 건수도 늘었다. 전국 6개 권역 지방권 고교의 의약학 계열 수시 지원 건수는 학교당 평균 29.2건으로 나타나 작년(16.5건)보다 10건 이상 늘어났다. 지역인재 전형은 전국 6개 권역 중 해당 지역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의대 증원과 함께 수시 지역인재전형이 확대되며 의대를 노리는 비수도권 학생들도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이를 의대만으로 좁혀도 역시 의대 증원 여파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역 고교들의 평균 의대 지역인재전형 수시 지원은 18.4건으로 나타나 1년 전(7.9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그 중에서도 의대 정원 인원이 많은 충청권의 경우 지역인재전형 지원 건수가 고교당 26.4건으로, 지난해(6건)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권은 지난해 9.8건에서 21.1건, 강원권은 7.0건에서 16.3건, 호남권은 6.8건에서 15.6건으로 늘어나는 등 그외 지역도 2배 이상 늘었다. 부산·울산·경남권은 지난해 9.7건에서 15.4건, 제주권은 지난해 2.2건에서 3.1건으로 증가했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한 학생당 최대 수시 지원 가능 횟수가 6회임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고교당 13.7명 이상이 의약학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의약학계열 지원 내신 등급이 1등급대였다면 2, 3등급대 초반대 학생들 역시 의야학 계열에 도전하는 추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대평가인 내신에서 1등급은 100명 중 4등까지, 2등급은 11등 까지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의학계 학회 모임인 대한의학회가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전제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교육부는 23일 ‘조건부 휴학 승인’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교육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KAMC와 대한의학회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환영한다”면서도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고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한 휴학승인 방침이 동일하다”고 밝혔다. 또 “협의체가 구성되면 참여 주체들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협의체 발족 전 선결과제로 해결해 달라는 두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의대생들은 올 2월부터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6일 ‘휴학 및 유급 불가’ 방침을 철회했지만 대신 의대생이 개별적으로 동맹휴학이 아님을 소명하고 내년 1학기 복학을 약속할 경우에만 휴학을 승인하도록 했다.상당수 대학은 교육부의 휴학 승인 조건이 비현실적이란 입장이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지난주 학생간담회를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추가 조건에 서명할 생각이 없다. 이대로 가면 집단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교육부는 이날 협의체가 발족하면 내년도 의대 정원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두 단체의 요구에 대해서도 “대입 수시 전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법령상으로도, 사실상으로도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논의가능하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은 효과가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 심화학습을 강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16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2일 차를 맞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사교육 시장 과열을 가라앉힐 해결책으로 ‘공교육에서의 심화학습 수용’을 꼽았다. 정 교육감은 이날 인터뷰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 배제’ 등 현 정부의 사교육 완화 대책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 4년간 사교육비가 21조 원에서 29조 원으로 오히려 증가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 출제 배제 조치 등이 학부모 부담을 더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교육을 악(惡)으로만 치부하고 ‘전쟁’처럼 치르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후보 시절 ‘초등의대반’과 같은 과잉 선행학습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던 정 교육감은 사교육 대책 마련으로 ‘공교육에서의 심화학습 수용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사교육은 선행과 심화학습에 대한 열망으로 나뉜다. 우수한 학생들이 심화학습을 하고자 하는 욕망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교육에서 교육 과정을 무시한 선행학습을 할 순 없지만 심화학습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지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는 기존 진보 진영 교육감들이 학습 부담 완화를 강조했던 것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학원 단속을 강화하거나,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강경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 교육감은 “교육감이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지만, (1년 8개월의) 임기 동안 무리하게 효과를 보려는 조급한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임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선거를 도왔던 외부 인사들을 시교육청에 영입해 지적을 받았던 행보와 관련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도와주신 분들께 마음의 빚은 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자리를 주는 식으로 갚을 빚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쪽 진영 말만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취임 후 처음 방문할 학교 현장도 혁신학교, 일반 공립학교, 특목고 등 어느 학교나 될 수 있다.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관심을 가지는 교육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육감은 18일 오전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가칭) 기본 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내년부터 서울 시내 초등학교 1학년은 난독 검사, 고등학교 1학년은 경계선 지능 진단 검사를 받게 된다. 난독이나 난산, 경계선 지능으로 진단받은 학생은 맞춤형 지원을 받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교육 과열 문제 해결을 ‘전쟁’처럼 치를 게 아니라 학교에서의 심화학습 강화와 같은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합니다.”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교육 시장 과열을 가라앉힐 해결책으로 ‘공교육에서의 학습 심화 수용’을 꼽았다. 정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가칭) 기본 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1호 결재’를 마친 정 교육감을 만나 향후 서울시 교육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킬러문항 출제 배제’ 등의 정책을 펼친지 2년째다. “사교육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교육을 악(惡)으로만 치부하고 ‘전쟁’처럼 치르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은 일종의 수식어일 뿐이지, 실제로 학부모의 부담이 덜어지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4년간 사교육비 보면 21조에서 29조로 증가하지 않았나.”―후보 시절 초등의대반과 같은 과잉 선행학습 등의 사교육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 사교육 열풍이 가장 강한 곳인데 어떤 대책이 있나. “사교육 시장을 풀어가는 해법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공교육에서의 심화학습이다. 사교육은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으로 나뉘는데, 공교육에서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선행학습을 할 순 없다. 대신 심화학습을 공교육 체제로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심화학습 받으려고 하는 욕망은 있을 수밖에 없다.두번째는 사교육 시장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 논리만으로 부유한 학생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취약계층은 이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기금을 마련해 취약계층 학생들도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고민해보겠다. 학원연합회 등 여러 분들과 논의해나가겠다.”―사교육 열풍은 사실상 국어·수학·영어 위주 아닌지.“맞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의 줄세우기식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5지선다형 객관식에 치중된 대입 제도 개편도 필요하다. 물론 교육감의 권한은 초중등 교육까지이지만 최근 한국은행 총재도 입시 제도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웃음). 교육감도 그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초중등 학생들의 고민이 대학 입시에 연결된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 및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보궐 선거로 임기가 1년 8개월뿐이다. 초등의대반과 같은 선행학습을 금지하거나, 학원 교습시간 제한 강화 등의 강경책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생각도 있는지.“생각해본 적 없다. 강한 통제 정책이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박정희 정권 당시 중학교 입시 폐지나, 1980년 ‘과외 금지’같은 잘못된 처방은 1, 2년 후엔 부작용만 낳지 않았나. 1년 8개월 안에 당장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해 효과를 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은 없다. 교육은 1, 2년 안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진보 교육감 하에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제고사는 아니어도 학교에서의 어느정도 성취도 평가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평가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평가가 교육의 한단계 진전을 위한 평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의대, 로스쿨 등으로 서열 구조가 조금 달라졌지만 우리나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대학 서열화가 너무 강하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여러 대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강남이든 다른 곳이든 어느 학부모들이나 자녀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게 아니라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전날(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겠다”며 “혁신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학교를 챙기겠다”고 했다. 취임 후 어느 곳을 가장 먼저 방문할 계획인가.“사실 당장 다음주 22일에 국정감사가 있어 바로 현장을 방문하진 못할 것 같다(웃음). 혁신학교, 특수학교, 일반 공립학교, 특수목적고, 어느 학교나 (첫 방문 학교가) 될 수 있다. 강남 강북 강서 강동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 관심을 가질거다. 정규 학교뿐 아니라 대안학교 등 비정규 학교나 검정고시 학생들을 위한 정책도 생각해보고 싶다.”―전임 진보교육감들이 선거를 도왔던 외부 인사들을 시교육청으로 많이 영입하기도 했다.“저는 선거 빚을 진 것이 없다. 당연히 도와주고 지지해준 분들 감사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빚은 있지만 자리로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내가 민주·진보 교육감이라 해서 한쪽만 들어선 안된다. 고르게 이야기 듣겠다.”―공약으로 ‘첫 소풍처럼 설레는 학교’를 내걸었다. 어떤 교육 현장을 만들 계획인가.“우리 사회는 더 이상 학력이 높은 학생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가 말한 ‘첫 소풍처럼 설레는 학교’는 단순 학력뿐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학교다. 경제적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을 확대하고 여러 교육사업을 마련하겠다. 학생들이 맘껏 웃을 수 있는, 교육이 삶의 즐거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6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강남 3구’ 학부모의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리겠다”며 형평성과 함께 학력 신장에도 역점을 쏟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당선됐지만 보수 진영의 우려를 감안하며 교육 정책을 펴겠다는 취지다. 17일 당선증을 받고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업무를 시작한 정 교육감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에 대한 강남 3구 학부모의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역량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16일 선거에서 득표율 50.24%로 승리했지만 자치구 25곳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선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에게 뒤졌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교육감은 “진보 교육감들이 특수학교와 혁신학교에 관심을 쏟다 보니 이미 제도화된 학교들에 관심을 덜 가진 게 사실”이라며 “저는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학교를 찾아 다양한 처방을 내리겠다”고도 했다. 이후 업무를 시작한 정 교육감의 ‘1호 결재’는 공약에 포함된 ‘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였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며 “자치구별로 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해 학생들의 학습 부진과 경계선 지능 등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유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각 교육지원청에 마련된 학습도움센터를 학습진단치유센터로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오후 기자간담회에선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과 다소 결이 다른 입장도 내놨다. 현재 대법원 심리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경우 서울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첫날부터) 가혹한 질문”이라면서도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저하됐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로 폐지가 확정될 경우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에 대해서도 “일부 학생에 대해 시범으로 먼저 진행하는 등 신중하게 진행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 교육감의 임기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인 2026년 6월 30일까지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1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한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정 후보는 17일 0시 기준으로 74만8805표(50.72%)를 얻어 67만2373표(45.54%)를 얻은 조전혁 후보를 7만6432표 차로 앞섰다.정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에선 10년 동안 계속된 진보 교육의 흐름이 이어지게 됐다. 반면 보수 진영은 2014년 조희연 전 교육감의 첫 당선 이후 ‘4연패’를 기록했다. 정 후보는 16일 오후 11시가 넘어 당선이 확실시되자 선거사무소에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작품처럼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밝힐 열쇠”라며 “창의력과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심판” 메시지 반복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진보 진영인 조 전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를 부당 채용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고 치러지는 선거라 진보 진영에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계승자를 자처했던 정 후보가 당선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실망이 진보 후보 지지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했고,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는 “의료대란에 이은 교육대란을 막기 위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진통은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단일화를 이룬 것도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정 후보는 후보 등록 후에도 끈질긴 구애 끝에 2022년 선거에서 완주했던 최보선 전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 조 후보는 중도보수로 꼽히는 윤호상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표가 분산됐다.야권 지지자의 표 결집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감 선거는 각 후보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발기인이었던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을 “역사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왔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야권 지지자의 표심을 자극했다.● 혁신학교 등 기존 정책 유지정 후보는 17일 바로 임기를 시작해 2026년 6월 30일까지 1년 8개월 동안 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정 후보는 선거 기간 여러 차례 “조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먼저 조 전 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는 현행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인권조례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본안 소송을 이어가며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신의 공약인 ‘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정 후보는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경력을 살려 역사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다만 현 정부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며 선거를 치른 만큼 향후 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학생 84만 명과 연간 예산 13조 원을 책임지는 서울시교육감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문제도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6일 진행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3.5%에 불과했다. 전체 유권자 832만 명 중 100만 명의 표도 얻지 못한 채 당선된 것이다. 교육계에선 낮은 관심으로 선거 때마다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대로 유지할 것인지, 이제라도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15일 의대생 휴학 승인과 관련해 “휴학뿐 아니라 학사운영의 모든 권한은 학장에게 있으며 (승인)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을 승인해선 안 된다는 교육부 방침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총장이 휴학 승인권을 가져야 한다는 교육부 요구에 대해서도 “총장이 학생 휴학까지 승인하는 형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서울대 총장 “의대 자율권 존중”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진행된 서울대 국정감사에선 지난달 30일 서울대가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한 것과 이달 2일부터 진행 중인 교육부의 서울대 감사에 질의가 집중됐다. 유 총장은 이 자리에서 “(휴학 승인 전) 의대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휴학 승인 등 학사 운영은 의대 자율권으로 존중한다”고 했다. 김정은 의대 학장의 휴학 승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이 “중대 상황에선 휴학 승인권이 학장에게 있어도 총장과 의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유 총장은 “서울대는 출발 자체가 연합대학이었기 때문에 학사 운영은 단과대가 책임지는 전통이 학칙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또 의대생 휴학 승인의 배경에 대해선 “더 이상 물리적으로 1년 교육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 그리고 1학기 휴학 승인이 2학기 복귀 설득에 필요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사후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유 총장은 휴학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제가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이 주장하는 내년도 의대 정원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입시전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조정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 감사를 ‘보복성 감사’로 규정하며 감사 중단을 요구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찰 압수수색처럼 하는 문제털이식 감사”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도 “감사를 중단하고 빨리 철회하라”며 “(지난 국감에서) 감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오히려 기간을 연장했다.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은 서울대가 동맹휴학을 독단적으로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 교육부 “총장이 휴학 승인해야”, 일부 대학 진통 한편, 교육부는 이달 8일 의대가 있는 대학 40곳에 “앞으로 총장이 휴학 승인을 직접 관리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장이 휴학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법적 휴학 승인권은 총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학교의 장이 꼭 총장이라고 보지 않는다. 총장이 학생 휴학까지 승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일부 대학은 교육부의 공문에 따라 휴학 승인권자를 총장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두고 학내 진통도 발생하고 있다. 강원대의 경우 최근 휴학 승인권자를 학장에서 총장으로 변경했는데 이에 반발한 강원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교수들과 의대생들이 15일 총장실 앞에서 시위를 했다. 이들은 “학칙상 의대 학장에게 휴학 승인권이 있는 만큼 휴학 승인 절차를 원상 복구하고 독단적 행동을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강원대 측은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인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학칙으로 의대 학장에게 위임한 휴학 승인권을 한시적으로 고등교육법상 승인권자인 총장 권한으로 변경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서울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동시에 전국 교육감이 보수 8명, 진보 8명인 상황에서 무게추가 어디로 기울어질지 결정하는 의미도 있다.하지만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다. 11, 12일 진행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은 8.28%로 2014년 사전투표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았다. 본투표도 휴일이 아닌 만큼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듯 보수 및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한 조전혁 후보와 정근식 후보는 14일 막판 선거운동을 통한 표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조전혁 후보, “20년 교육 일한 내가 적임자”조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 측에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혁신학교를 만들었지만 두 아들을 외국어고에 진학시켰다”며 “정 후보는 혁신학교를 계승 발전시키기로 했으면서 (두 자녀를) 미국 유학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 두 딸은 공립 초중고를 졸업했다”고도 했다. 또 정 후보 장남의 탈세 의혹과 함께 정 후보가 소유한 경기 용인시 땅의 농지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조 후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 잘 못 할 수준으로 공교육 분야에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며 “20여 년 동안 국회 교육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 등을 한 제가 자질상 낫다”고 강조했다. 또 “무조건 역사 이야기 심판만 이야기하는 사람은 교육 미래 비전을 그릴 수 없다”며 자신에게 투표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 진영의 위기감은 12일 최보선 후보가 사퇴하고 정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면서 더 커진 상태다. 조 후보는 “단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완주를 고수하는) 윤호상 후보에게 좌파 교육감이 되면 안 되지 않느냐. 힘을 합치자며 계속 연락하고 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이날 오전 7시 반 서울 종로구 광화문을 시작으로 압구정, 반포, 마포 등에서 거리유세를 이어갔다. ●정근식 후보 “올바른 역사의식이 중요”정 후보는 조 후보 측에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저는 40년간 깨끗하고 맑게 살아왔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후보 측은 “정 교수가 1993, 1994년 미국 하버드대 등에 방문 교수로 재직할 당시 자녀들과 동행했다. 당시 자녀들은 초등학생으로 캠브리지에 있는 공립학교에 1년 다닌 후 돌아와 한국에서 중고교와 대학에 진학했다”고 했다. 또 “장남의 미국 유학 8년 의혹 제기는 근거 없다. (아들은) 해외 체류도 2주가 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포커 선수로 활동하는 아들의 소득과 관련한 조 후보의 해명 요구에 대해선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없다는 건 분명하며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용인 농지는 주말농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이 기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는 역사의식과 문화 예술적 감수성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제가 교육감이 되면 서울 교육을 서열 위주의 입시 경쟁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의식과 문화예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창의 교육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경제, 문화 선진국에서 세계적인 교육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을 서울에서 놓겠다는 것”이라며 “서울 교육을 지켜낼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한 표 행사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정 후보는 오전 7시 40분 서울 용산구 삼각산고에서 등교 인사를 한 뒤 수유, 창동 등 강북구 인근과 을지로 등에서 거리유세를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11, 12일)가 마무리된 가운데 선거 막판 판세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은 12일 오전 최보선 후보가 사퇴하고 정근식 후보로의 단일화가 완성되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이미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만큼 단일화가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단일화, 진보는 마무리 vs 보수는 막판 총력 12일 오전 9시경 최 후보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정 후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가 서울 교육을 책임질 적임자”라며 단일화 합의를 선언했다. 이로써 진보 진영은 출마를 선언한 후보 9명이 모두 정 후보로 단일화됐다. 최 후보의 막판 단일화 결심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와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는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는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고 완주해 3.3%를 득표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막판 접전인 만큼 최 후보의 단일화 결정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단일화 무산으로 3연패를 경험한 보수 진영은 “사전투표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투표용지 인쇄도 마무리된 만큼 단일화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내심 긴장하면서 중도보수 성향인 윤호상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 후보는 13일 오전 “대의를 위해 간곡히 요청한다. 보수 진영 역시 단일화를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청했다. 정 후보 측도 윤 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이날 “최근 조 후보가 윤 후보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친일 교육과 역사 왜곡에 맞설 정책연대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쪽 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접근”이라며 “제 마음은 변치 않는다. 오로지 학생과 학부모만 보고 가겠다”며 완주 의사를 재확인했다. 윤 후보는 2022년 선거 때도 완주해 5.34%를 득표했다. 서울시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와 16일 치러지는 본투표 모두 이미 투표용지 인쇄가 끝나 기표란에는 최 후보 사퇴 사실이 표시되지 않는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전날인 10일 오후 6시까지 사퇴했어야 사전투표 용지 기표란에 표시되고, 이 경우에도 인쇄가 끝난 본투표 용지에는 표시되지 않는다”며 “최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한 직후부터 투표소 현장 포스터와 현수막 등을 통해 사퇴 소식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전투표율 8.3%, 보수 성향 자치구 높아또 다른 변수는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틀 동안 진행된 사전투표에 동참한 유권자는 전체의 8.28%에 불과했다. 투표율은 종로구에서 10.52%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는 6.92%로 가장 낮았다. 보수 성향인 서초구(9.14%)와 송파구(8.81%) 등에서 평균 이상의 투표율이 나온 것을 두고 ‘보수 진영 결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진보 진영의 막판 단일화가 효과를 냈다면 최 후보 사퇴 직후 투표율이 올라갔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남은 사흘간 조직력을 총동원해 본투표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정 후보 측은 “사전투표율이 생각보다 낮은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막판까지 본투표 독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과거 진행된 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20% 안팎에 불과했던 만큼 막판에 세를 얼마나 결집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중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 측은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 사이에선 시험 문제 유출이 확인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인 만큼 재시험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술 시험지가 유출됐다면 1885년 연세대 개교 이후 초유의 사태가 된다.●감독관 실수로 시험지 사전 배포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선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인문·사회 계열 논술시험이, 오후 2시부터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졌다. 261명을 선발하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에는 수험생 9667명이 응시했다.그런데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논술시험 시간을 오후 1시부터로 착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감독관은 낮 12시 55분경 논술 시험지를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 31명에게 배부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감독관이 착오가 생긴 것을 알아차리고 15분가량 지난 오후 1시 10분경 회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하지만 일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후 논술시험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에는 오후 1시~1시 반 “1번(문제) 아까 말한 도형 맞나”, “유출됐다는 게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인가” 등 시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실제로 1번 문제는 확률 문제인데 문제 하단에 정사각형 8개로 구성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한 글쓴이는 “휴대전화 수거 전 시험지를 나눠주는 바람에 1번 문제가 사진으로 온라인에 유출됐다”고 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13일 밤 입장문을 내고 “시험 시작 전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사진은 시험 종료 후 문제지를 불법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며 “시험 시작 전 공유된 것처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선 4-2문항에서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시험 중 발견되기도 했다.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 전 이 사실을 공지하고 수험생 전원에게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해 줬다.●연세대 “경찰에 수사 의뢰 검토”연세대 입학처는 시험지를 사전 배포한 고사장 감독관 2명을 13일 대면 조사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두 감독관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에 넣은 후 고사장 뒤에 둔 상태에서 시험지가 교부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감독관이 시험 시작을 선언하기 전 시험지 회수도 이뤄졌다”고 했다.연세대 측은 이날 밤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다만 문제지 수거 후 시험지 배부·회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얼핏 본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고 추정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된 여러 정보가 서로 무관한데도 마치 하나의 사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합되고 확대되고 있다”며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측은 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을 치렀다는 한 학생은 “A3 한 장 앞뒤에 6문제가 나와 있었다. 문제가 된 고사장에서 문제를 사전에 봤다면 시험지 회수 후에도 1시간 가까이 미리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정성 문제가 큰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입시업계 “재시험 또는 납득할 해명을”연세대 측은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며 휴대전화 소지 및 문제 유출 불가는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된 사항인 만큼 이를 어겼거나 문제 유출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0점 처리, 입학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로선 재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험지가 수험생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라며 “어떤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다면 명백한 문제 유출로 봐야 하며 재시험이 불가피하다. 아니라면 대학 측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빠르게 내놔야 한다”고 했다.교육부는 일단 연세대의 향후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은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 의무가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지도감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11, 12일)가 마무리된 가운데 선거 막판 판세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은 12일 오전 최보선 후보가 사퇴하고 정근식 후보로의 단일화가 완성되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이미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만큼 단일화가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단일화, 진보는 마무리 vs 보수는 막판 총력12일 오전 9시경 최 후보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정 후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가 서울 교육을 책임질 적임자”라며 단일화 합의를 선언했다. 이로써 진보 진영은 출마를 선언한 후보 9명이 모두 정 후보로 단일화됐다.최 후보의 막판 단일화 결심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와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는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는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고 완주해 3.3%를 득표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막판 접전인 만큼 최 후보의 단일화 결정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반면 단일화 무산으로 3연패를 경험한 보수 진영은 “사전투표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투표용지 인쇄도 마무리된 만큼 단일화가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내심 긴장하면서 중도보수 성향인 윤호상 후보와의 막판 단일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 후보는 13일 오전 “대의를 위해 간곡히 요청한다. 보수 진영 역시 단일화를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요청했다.정 후보 측도 윤 후보에게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최근 조 후보가 윤 후보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친일 교육과 역사 왜곡에 맞설 정책연대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쪽 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접근”이라며 “제 마음은 변치 않는다. 오로지 학생과 학부모만 보고 가겠다”며 완주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후보는 2022년 선거 때도 완주해 5.34%를 득표했다.서울시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와 16일 치러지는 본투표 모두 이미 투표용지 인쇄가 끝나 기표란에는 최 후보 사퇴 사실이 표시되지 않는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 전날인 10일 오후 6시까지 사퇴했어야 사전투표 용지 기표란에 표시되고, 이 경우에도 인쇄가 끝난 본투표 용지에는 표시되지 않는다”며 “대신 최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한 직후부터 투표소 현장 포스터와 현수막 등을 통해 사퇴 소식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사전투표율 8.3%, 보수 성향 자치구 높아또 다른 변수는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틀 동안 진행된 사전투표에 동참한 유권자는 전체의 8.28%에 불과했다. 투표율은 종로구에서 10.52%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에서 6.92%로 가장 낮았다. 보수 성향인 서초구에서 9.14%, 송파구에서 8.81% 등 평균 이상의 투표율이 나온 걸 두고 ‘보수 진영 결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조 후보 측 관계자는 “진보 진영 막판 단일화가 효과를 냈다면 최 후보 사퇴 직후 투표율이 올라갔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남은 사흘간 조직력을 총동원해 본투표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정 후보 측은 “사전투표율이 생각보다 낮은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막판까지 본투표 독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과거 진행된 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20% 안팎에 불과했던 만큼 막판에 세를 얼마나 결집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중 시험지가 일찍 배부돼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연세대 측은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위원회를 구성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 사이에선 시험 문제 유출이 확인될 경우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인 만큼 재시험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술 시험지가 유출됐다면 1885년 연세대 개교 이후 초유의 사태가 된다.●감독관 실수로 시험지 사전 배포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선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는 인문·사회 계열 논술시험이, 오후 2시부터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졌다. 261명을 선발하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에는 수험생 9667명이 응시했다.그런데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논술시험 시간을 오후 1시부터로 착각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감독관은 낮 12시 55분경 논술 시험지를 고사장에 있던 수험생 31명에게 배부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감독관이 착오가 생긴 것을 알아차리고 15분가량 지난 오후 1시 10분경 회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하지만 일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후 논술시험 관련 글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에는 오후 1시~1시 반 “1번(문제) 아까 말한 도형 맞나”, “유출됐다는 게 정사각형에 직사각형 4개인가” 등 시험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실제로 1번 문제는 확률 문제인데 문제 하단에 정사각형 8개로 구성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한 글쓴이는 “휴대전화 수거 전 시험지를 나눠주는 바람에 1번 문제가 사진으로 온라인에 유출됐다”고 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13일 밤 입장문을 내고 “시험 시작 전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면서 올라온 사진은 시험 종료 후 문제지를 불법 촬영한 파일이 공유된 것”이라며 “시험 시작 전 공유된 것처럼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선 4-2문항에서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시험 중 발견되기도 했다. 연세대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 전 이 사실을 공지하고 수험생 전원에게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해 줬다.●연세대 “경찰에 수사 의뢰 검토”연세대 입학처는 시험지를 사전 배포한 고사장 감독관 2명을 13일 대면 조사했다. 연세대 입학처 관계자는 “두 감독관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끄고 가방에 넣은 후 고사장 뒤에 둔 상태에서 시험지가 교부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감독관이 시험 시작을 선언하기 전 시험지 회수도 이뤄졌다”고 했다.연세대 측은 이날 밤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다만 문제지 수거 후 시험지 배부·회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얼핏 본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고 추정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된 여러 정보가 서로 무관한데도 마치 하나의 사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합되고 확대되고 있다”며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연세대 측은 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조사를 하고 필요하다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자연계열 논술 시험을 치렀다는 한 학생은 “A3 한 장 앞뒤에 6문제가 나와 있었다. 문제가 된 고사장에서 문제를 사전에 봤다면 시험지 회수 후에도 1시간 가까이 미리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정성 문제가 큰 만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입시업계 “재시험 또는 납득할 해명을”연세대 측은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며 휴대전화 소지 및 문제 유출 불가는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된 사항인 만큼 이를 어겼거나 문제 유출로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0점 처리, 입학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로선 재시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험지가 수험생에게 사전에 전달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라며 “어떤 문제인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왔다면 명백한 문제 유출로 봐야 하며 재시험이 불가피하다. 아니라면 대학 측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빠르게 내놔야 한다”고 했다.교육부는 일단 연세대의 향후 조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은 공정한 입학전형 운영 의무가 있다.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지도감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후보 간 정책 토론회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한 채 11일 시작된다. 유력 후보 간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회는 사전투표 첫날 저녁에야 열리는데, 유력 후보 모두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전에 열을 올리고 있어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 4명은 11일 오후 6시 10분부터 70분 동안 EBS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다. 사전투표가 11,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걸 감안하면 사전투표 첫날 투표하는 시민들은 정책 토론회를 한 번도 못 본 상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렇게 된 것은 서울시선관위가 주관하고 지상파 3사에서 7일 생방송으로 중계한 토론회에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만 참석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주관 대담이나 토론회에 참가하려면 언론에서 진행해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이거나, 최근 4년 이내 해당 선거구에 출마해 거둔 득표율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권자 관심이 낮다 보니 일간지와 지상파 등 주요 매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가 없고 인터넷 언론 등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만 있어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는 토론회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궐선거를 불과 9일 앞두고 상대 후보가 ‘나 홀로 TV토론회’에 참석하자 정 후보는 “불공정 편파 관권 선거”라며 서울시선관위에서 별도로 진행한 ‘초청 외 후보’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다. 정책 토론회가 무산된 상황에서 보수·진보 진영은 모두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8일 조 후보 캠프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인용해 “정 후보 장남이 2022년 소득세로 21만 원을 냈는데 그해 포커 대회 상금으로 약 3억8000만 원을 받아 세금 탈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 측은 “세계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탄 것으로 세금은 (상금을 받은) 해당 국가에 냈다. 조 후보 측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정 후보 캠프는 조 후보의 선거 공보물을 문제 삼았다. 공보물에서 서울이 아닌 전국 자료를 인용해 ‘10년간 서울 학생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한 것이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정 후보 측은 “전국과 서울 통계를 구별하지 못했거나 의도적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후보 측은 “지역 단위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전국 수치를 사용한 것이지 허위 기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선관위는 9일 교육감선거 투표용지 인쇄를 마쳤다. 투표용지에는 조 후보와 정 후보 외에 단일화를 거부한 윤호상 최보선 후보의 이름이 정당명과 기호 없이 표기됐다. 또 후보자 이름은 순서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순환 배열됐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후보 간 정책 토론회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한 채 11일 시작된다. 유력 후보 간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회는 사전투표 첫날 저녁에야 열리는데, 유력 후보 모두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전에 열을 올리고 있어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9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 4명은 11일 오후 6시 10분부터 70분 동안 EBS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다. 사전투표가 11,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걸 감안하면 사전투표 첫날 투표하는 시민들은 정책 토론회를 한 번도 못 본 상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이렇게 된 것은 서울시선관위가 주관하고 지상파 3사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한 7일 토론회에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만 참석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주관 대담이나 토론회에 참가하려면 언론에서 진행해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이거나, 최근 4년 이내 해당 선거구에 출마해 득표율이 10% 이상이었어야 한다.그런데 유권자 관심이 낮다 보니 일간지와 지상파 등 주요 매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가 없고 인터넷 언론 등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만 있어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토론회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궐선거를 불과 9일 앞두고 상대 후보가 ‘나 홀로 TV 토론회’에 참석하자 정 후보는 “불공정 편파 관권 선거”라며 서울시선관위에서 별도로 진행한 ‘초청 외 후보’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다.정책 토론회가 무산된 상황에서 보수·진보 진영은 모두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8일 조 후보 캠프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인용해 “정 후보 장남이 2022년 소득세로 21만 원을 냈는데 그해 포커 대회 상금으로 약 3억5000만 원을 받아 세금 탈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 측은 “세계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탄 것으로 세금은 (상금을 받은) 해당 국가에 냈다. 조 후보 측 주장은 허위사실” 이라고 반박했다.같은 날 정 후보 캠프는 조 후보의 선거 공보물을 문제 삼았다. 공보물에서 서울이 아닌 전국 자료를 인용해 ‘10년간 서울 학생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한 것이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정 후보 측은 “전국과 서울 통계를 구별하지 못했거나 의도적 왜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후보 측은 “지역 단위 성적이 공개되지 않아 전국 수치를 사용한 것이지 허위 기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한편 서울시선관위는 9일 교육감선거 투표용지 인쇄를 마쳤다. 투표용지에는 조 후보와 정 후보 외에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한 윤호상 최보선 후보의 이름이 정당명과 기호 없이 표기됐다. 또 후보자 이름은 순서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순환 배열됐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