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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당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15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 대표 홈페이지는 지난해 12월 19일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한은이 디도스 공격을 받은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디도스 공격을 포함해 한은을 상대로 한 해킹 시도는 지난해 97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으로 시스템에 접속하는 ‘비인가 접근 시도’가 82건으로 가장 많았고 ‘악성코드’ 12건, ‘정보수집’ 2건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국외에서 시도된 해킹이 88건이었고, 국내는 9건에 그쳤다. 미국에서 시도된 해킹이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은 3건, 브라질은 1건 등이었다. 북한에서 시도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킹은 없었다. 미국에서의 해킹 시도가 많았던 데 대해 한은 관계자는 “해킹 출처가 특정 국가에 쏠리는 건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서도 “인터넷주소(IP주소)를 우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 공격은 다른 나라에서 시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도 1월부터 8월까지 비인가 접근 시도 등 해킹 시도가 45건 발생했다. 한은 관계자는 “모의 해킹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에 대해 연구해 온 대런 애스모글루(57)와 사이먼 존슨(61)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64)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 시간) “사회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국가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것”이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이루는 데 있어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로빈슨 교수와 함께 2012년 펴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각국의 제도가 어떻게 흥망성쇠를 결정하는지, 존슨 교수와 공저한 ‘권력과 진보’에서 기술 진보가 어떻게 사회 불평등을 늘렸는지를 각각 다룬 바 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스타 작가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올해 열린 ‘2024 동아국제포럼’에서 기조 강연자로 나서서 인공지능(AI) 도입이 인간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포용적 제도가 국가번영 열쇠”… 정치경제학 진일보시켜노벨경제학상 애스모글루-존슨-로빈슨 공동수상“착취적 제도 국가는 정체-쇠퇴”… 남북한 사례로 들며 설명해 화제애스모글루 “민주주의 옹호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냐” 노벨상 소감동아금융포럼서 ‘AI 경계론’ 주장도14일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57)는 정치 제도가 국가의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로 정치경제학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학자다. 튀르키예(터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왜 군사 정권하의 튀르키예는 민주주의와 경제 모두 어려울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경제학 공부에 빠져들었다고 전해진다. 애스모글루 교수가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와 2012년 펴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가의 번영 또는 빈곤의 근본 원인을 탐구했다.● “정치 제도의 질이 경제 성장 좌우”애스모글루 교수 등은 이 책에서 한 나라의 경제적 성패가 정치·사회 제도의 질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포용적 제도’를 갖춘 국가들은 장기간 번영을 이루지만 이와 반대로 권력과 부가 소수 엘리트에게만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를 가진 국가는 정체되거나 쇠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는 민주주의와 사유재산 원칙이 확고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독점을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저자들은 남한(포용적 제도)과 북한(착취적 제도)을 그 단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올 5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북한과 달리 포용적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 그는 인터뷰에서 “(남한은) 아직 군사독재 시절의 관치경제, 부정부패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완전한 포용적 경제 제도를 이루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애스모글루 교수는 수상 발표 이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한 연구가 민주주의를 옹호한다고 광범위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한 후 “단,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간 친화적 AI 개발 필요”이번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사이먼 존슨 MIT 교수와 애스모글루 교수가 함께 쓴 ‘권력과 진보’는 정치·사회적 권력과 기술 발전 방향 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부 특권 계층에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중세 유럽에서 농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부를 귀족들이 독식한 것처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이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애스모글루 교수는 올 5월 열린 ‘2024 동아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과 서면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는 정보에 대한 독점적 통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는 AI를 이용한 자동화보다는 인간 친화적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AI가 유망한 기술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것이 아니라, AI가 개발되고 사용되는 방향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라며 “AI의 방향이 소수의 기술 리더와 그들의 기업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물리, 화학상 이어 경제학상도 AI가 장식 애스모글루 교수는 1000명이 넘는 MIT 교수 중 뛰어난 연구 실적을 증명한 10명 안팎에게만 부여되는 ‘인스티튜트 교수’다. 2005년에는 38세의 나이로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는 등 일찌감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예약해 둔 석학으로 여겨졌다. 시카고대 교수인 로빈슨 교수는 세계은행의 세계개발보고서 학술자문위원을 지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존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경제학자를 지내기도 했다. 이들의 수상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 권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제도의 차이에 따른 기술적 진보 여부가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게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 성장의 원인을 연구해 온 많은 경제학자가 자본 축적이나 노동 생산성, 기술 진보 등을 원인으로 꼽았지만 이 원인이 만들어지는 요인에 대한 분석은 많지 않았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물리학상, 화학상에 이어 AI 분야를 다뤄온 애스모글루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가져가며 올해 노벨상의 화두는 AI가 장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인하한 가운데,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 중 대다수도 한동안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금리 인하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한 사람) 등에 의한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은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의 (금리) 인하 속도 등은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신중하고 균형 있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통위원 대다수 역시 3개월 후에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3개월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뒤 향후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에서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2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나머지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미국의 상황과 국내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은 10% 이상 올라갔고 금리도 500bp(5%포인트, 1bp=0.01%포인트) 이상 올렸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때 (금리를) 내리는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도 50bp(0.5%포인트)씩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가 없구나’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영끌족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이날 이 총재는 “한동안 이자율 수준이 예전의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으면 이자율이 낮아져서 비용이 작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자신의 금융비용을 고려하면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올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장 기간 동결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행위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정부 대출 규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좀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DSR 규제를 하게 되면 분명히 실수요자 등에게 여러 불편함이 있다. 현재 가계대출 등 상황을 보고 정부가 (추가 규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같은 한은의 신중론에 증권가에선 내년 1분기(1∼3월)에나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은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1월 인하 검토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해외 선진지수 편입이 결정된 한국 국채와 달리 국내 증시는 ‘공매도 금지’ 규제에 발이 묶여 선진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 선진국 도약은 요원한 목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증시는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DM·Developed Market) 지수 편입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MSCI는 올 6월 연례 시장 분류에서 현재 신흥국(EM·Emerging Market)에 속해 있는 한국에 대해 “변경 사항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결정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올 6월 MSCI는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시장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일시적인 조치로 예상되지만, 시장 규칙을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MSCI는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으로 ‘자유로운 공매도 허용’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별다른 실적 없이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대해 거품을 빼는 역할을 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해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기 위해선 공매도 허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MSCI의 관점이다.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려면 최소 2, 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종의 ‘후보군’ 개념인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시장 분류에서 후보군에 들어 자격을 인정받으면 2026년 6월 편입 여부가 발표되고, 2027년 6월 실제 편입이 이뤄진다. 현재 한국을 선진시장에 포함하고 있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의 경우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FTSE 러셀은 8일(현지 시간) 정기 분류에서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문제로 삼았다. FTSE 러셀은 “공매도 재개라는 목표가 신속하게 달성되지 않을 경우 한국 증시 분류를 두고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증시는 2009년부터 선진시장으로 분류돼 있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가 지속될 경우 선진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TSE 러셀의 다음 정례 시장 분류는 내년 4월 8일로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를 예고한 내년 3월 30일 이후인 만큼 재개 여부가 시장 분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약속한 조건들이 전제가 되면 원래 발표한 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로 인해 7일 외환시장에서 원화 및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큰 약세를 보였다. 이는 이번 주 있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뜨거운 美 고용, 금리 인하 속도 늦춰 7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25만4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인 14만∼15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고용 시장이 상당한 호조를 보였다는 뜻이다. 실업률은 4.1%로 하락해 전문가 예상치 4.2%보다 낮았다. 이로 인해 다음 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이 줄어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용을 포함한 경기가 호조를 이어갈 경우 통화 완화 정책을 펼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0.5%포인트 인하인 ‘빅컷’ 전망은 줄고 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우세한 모습이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향 수정된 (미국) 소득지표와 저축률, 큰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9월 고용 등을 고려하면 추가 ‘빅컷’에 나설 이유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랜딩’에서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이 0.5%포인트로 컸던 만큼 시중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돌이켜보면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한 건 실수였다”며 “(물가에 영향을 주는) 명목 임금 성장률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둔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가치는 한 달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7일 달러당 148엔대까지 떨어지며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도 4일 같은 시간 대비 13.0원 오른 1346.7원에 거래됐다.● “한은, 빠른 금리 인하 필요성 줄어” 이 같은 글로벌 경제 상황은 이번 주(11일) 있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은도 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의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서둘러 금리 인하를 할 필요성은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한은이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섣불리 금리를 빨리 내렸다간 부동산 가격 상승 시 한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며 “심사숙고해 결정했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10월엔 금리를 내리지 않고 이후에 인하하거나, 이달 인하할 경우 다음엔 동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국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주식 대여 수수료율 격차가 21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산운용사가 고객 몫의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을 증권사에 헐값에 빌려주면서 증권사들은 손쉽게 이익을 올리는 반면 ETF 고객의 수익은 연평균 수백억 원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자산운용사·증권사 대여수수료 격차 21배 이상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산운용사별 주식 대여금 상위 10개 상장사의 연평균 수수료율은 0.06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주식 대여금 상위 10개사 연평균 수수료율은 1.413%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수수료율 격차는 21.7배에 달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대여를 통해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종목은 삼성전자로, 평균 수수료율은 0.047%였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삼성전자 주식 대여 수수료율은 0.279%로 수수료율 격차가 약 7배에 달한다. 에코프로(59배), 에코프로비엠(34배), 셀트리온(21배) 등의 경우 수십 배까지 격차를 보였다. 특히 고평가 논란 등으로 공매도 등의 타깃이 되는 종목들의 수수료 격차가 더 컸다. 지난해 바이오제약 업체인 HLB는 25배, 이차전지 업체 포스코DX는 무려 31배까지 났다. 2022년 신라젠(30배), 2021년에도 셀트리온제약(42배), 2020년 한진칼(35배) 등도 큰 격차를 보였다.● 자산운용사-증권사 ‘짬짜미 의혹’에 고객 손해 커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로부터 싸게 빌린 주식을 기관, 외국인 등에 더 높은 가격에 대여해주는 이른바 ‘주식 전전대’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자산운용사가 증권사와 비슷한 요율로 대여 수수료를 받았다면 300억 원 안팎의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 대여금 등은 ETF 상품의 순자산에 반영된다. 순자산이 늘어날 수록 ETF의 주가는 올라기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더 큰 매매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증권사에 유리한 수수료의 배경에는 신규 ETF 상장 시스템이 자리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ETF의 상장을 위해서는 최소 70억 원어치의 판매가 필요한데, 증권사가 핵심 투자자(LP)로서 대부분의 자금을 대고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ETF 보유 주식을 증권사에 싼값에 빌려주는 대신 증권사는 자산운용사가 신규로 출시하는 ETF를 사주면서 상부상조하고 있다”라고 했다. ‘짬짜미’ 거래 때문에 성장성이 떨어지는 ETF를 걸러내지 못하는 등 ETF 시장의 발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2002년 ETF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1071개의 ETF 상품이 상장됐는데, 상장에 실패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라고 말했다.수수료율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여 규모와 시기에 따라 수수료율이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율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규 ETF가 인기가 없을 경우 증권사가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를 대비한 수익 보전 차원”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금융당국의 대응이 ETF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금융사의 불공정 행위 의혹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면서 “당국의 관리감독 미흡이 일반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정감사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 세계 어디를 다녀도 모든 대학이 다양성을 위해 (학생을) 뽑고 있는데 우리는 성적 순으로 뽑는 것이 공정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대학 입시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쓴소리를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강남 등 부유한 지역 출신 학생에 대한 대학 입학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 8월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상위권 대학 지역 비례 선발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강남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대해 이 총재는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여성들이 커리어를 희생하기도 하는데, ‘과연 아이들이 행복한가’에 대해 강남에 모여든 부모들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총재는 한은 총재 중 역대 처음으로 기재부를 방문했다. 양 기관은 ‘지속가능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150여 명이 모여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최상목 부총리는 미팅에 앞서 “성장잠재력 약화, 사회이동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가 쌓여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미팅에서 “소득 면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평등도가 나쁘냐고 하면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자산 가격과 부동산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서든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10월 금리 인하 여부와 관련해선 두 기관의 수장 모두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와 상의해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에 오늘은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원-달러 환율이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최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반 강세를 보인 데 따라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8원 내린 1307.8원을 기록했다. 1월 3일(1304.8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 총리로 선출되며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화 가치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시게로 신임 총리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노선을 지지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10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중국 런민은행이 대출 금리를 낮추며 경기 부양에 나선 영향도 있다. 런민은행은 전날 성명을 발표하고 시중은행이 모기지 금리를 중앙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보다 0.30%포인트 이상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중국 내 경기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며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거래소가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의 주가가 3거래일 만에 평균 3%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0개 종목 중 80개 종목의 주가가 오른 가운데, 코스닥 종목의 상승 폭이 코스피보다 더 컸다.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들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거래소가 올해 중 지수 종목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4분기(10∼12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지수 편입을 노리는 기업들이 상당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업 종목, 코스피 상승률 4배↑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장 마감 후 발표된 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들은 발표 이후 평균 2.97% 상승했다. 이는 24일과 27일 종가를 비교해 산출한 수치다. 이 기간 코스피가 0.69%, 코스닥이 0.93% 오른 것과 비교하면 밸류업 지수 종목들의 성적이 좋았던 셈이다. 주가 상승은 특히 코스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밸류업 지수 포함 종목 중 코스닥 33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11%로 코스피 67개 종목의 수익률(2.38%)을 앞질렀다. 코스피 대형주의 경우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이 많아 상승 폭이 작았던 반면에 중소형주들은 ‘깜짝’ 편입 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에코프로에이치엔(코스닥)으로 20.65% 올랐다. 이 밖에 효성티앤씨(15.95%·코스피), 한진칼(15.38%·코스피) 등의 상승률이 뚜렷했다. 섹터별로는 소재(5.77%)가 가장 크게 올랐고, 산업재(4.44%), 정보기술(3.65%) 등도 지수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밸류업 지수 중 정보기술 섹터에 속한 삼성전자(1.6%)와 SK하이닉스(12.4%) 등도 주가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선 반도체 기업 주가 상승은 밸류업 지수 편입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과 함께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일부 걷힌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4분기 밸류업 공시 기업, 신규 편입될까 관심 한편 거래소가 올해 중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4분기 밸류업 공시를 앞둔 기업들에 이목이 쏠린다. 지수 발표 이후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기업 중 상당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거래소는 당초 내년으로 계획됐던 ‘리밸런싱’(재조정)을 올해 중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29일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의 ‘기업 밸류업 정보’에 따르면 27일 기준 밸류업 예고 공시를 낸 기업 31곳 중 올해 중 본공시 예정인 기업은 27곳에 달한다. 지금까지 밸류업 본공시를 내놓은 기업은 총 15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첫 종목 선정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와 함께 다시 편입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의 재평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은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내 구성 종목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래에셋생명이 어린이 건강·상해보험을 강화하기 위해 ‘M-케어 0세부터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번 신상품 출시와 함께 미래에셋생명은 전 연령대별 건강·상해보험 라인업을 완성하고 손해보험 중심의 어린이 건강보험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M-케어 0세부터 건강보험은 0세부터 최대 30세 성인까지 폭넓은 연령대에서 가입할 수 있다. 납입 기간은 10년부터 최대 30년까지이며 보장 기간은 30세 만기, 100세 만기, 종신 만기까지 다양하다. 주계약은 비갱신형으로 기본형, 해약환급금이 없는 유형(납기 중 0%, 납기 후 50%)이 있다. 선호도가 높은 핵심 건강·상해 특약 41종을 갖추고 있으며 어린이 전용 수족구진단비 보장 특약 등으로 맞춤형 보장 설계를 제공한다. M-케어 0세부터 건강보험은 손해보험 상품과 달리 피보험자의 위험 변동 시 보험사에 바로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가 없다. 통상 손해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직업을 바꾸는 등 사고발생 위험이 달라질 경우 보험사에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M-케어 0세부터는 이 같은 통지의무가 없으므로 가입 후에도 보험금 감액 및 지급 거절 등의 불이익 없이 안심하고 보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등 주요 질병에 대한 평생 보장을 저렴한 보험료로 준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세 여자아이가 암특정치료비 6억5000만 원(비례보장 5억 원+정액보장 1억5000만 원)을 평생 보장받기 위해 가입할 경우 월 보험료가 2만 원대로 40세 여성 평균 대비 약 59% 저렴하다. 가입과 동시에 면책 및 감액 기간 없이 모든 보장을 100% 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단 15∼30세에 한해 암보장 면책 기간이 있다. 오상훈 미래에셋생명 상품개발본부장은 “M-케어 0세부터 건강보험은 보험 상품과 친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평생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보장을 설계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중심의 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의 건강한 미래를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수출입은행이 첨단 전략산업과 핵심 광물 확보 등을 지원하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출범해 올해에만 최대 5조 원을 투입한다. 기금은 공급망 위기를 사전 차단하고 위기 발생 시 즉각 대응을 통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은은 이달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점에서 공급망안정화기금 출범식을 진행했다. 해당 기금은 6월 시행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에 근거해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관련 핵심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치됐다. 수은에 따르면 해당 기금은 △첨단전략산업 △자원안보 △국민경제 및 산업 필수재 △물류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사업을 중점 지원하게 된다. 재원 조달은 정부 보증부 기금채권 발행을 통해 하반기(7∼12월) 중 최대 5조 원 범위에서 이뤄진다. 수은은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활용해 공급망 안정화 사업의 단계별로 다양한 금융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은 관계자는 “정부 보증을 통한 경쟁력 있는 자금조달로 국내 기업의 공급망 안정화 사업을 유리한 금융 조건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금형 대출 상품을 신설해 핵심 물자 공급, 국내외 시설 투자, 기술 도입 등 사업 유형별로 최대 10년까지 자금을 지원한다. 정부가 선정한 ‘안정화 선도사업자’의 경제안보품목 안정화 사업과 중소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우대금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안정화 선도사업자는 경제안보품목 등의 안정화 계획을 정부 각 부처에 제출해 선정된 사업자를 말한다. 윤희성 수은 행장은 “공급망안정화기금은 글로벌 공급망 위험에 대비한 범정부 대응 체계의 일환으로 설립된 공급망 특화 정책금융”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당 기금에 대해 “기업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곳에 투입돼 경제안보품목의 국내 생산, 수입 다변화, 기술 자립화 등에 쓰일 것”이라며 “정부는 공급망 정책의 전열을 탄탄하게 정비하고 경제 현장 곳곳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우리 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야심 차게 공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장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선정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장의 혹평 속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거래소는 주주 환원 규모가 절대적인 고려 요소는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커지는 논란에 당황한 듯 내년 6월 정기 변경에 앞서 올해 조기 종목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다. 26일 거래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지수 종목 구성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들 중 상당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밸류업 지수는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 평가, 자본 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충족한 기업들로 구성됐다”며 “주주 환원 규모만을 선정 기준으로 하는 경우 배당보다는 미래 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 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주주 환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배당 규모보다는 주주 환원의 지속성(2년 연속 실시 여부)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거래소 측 설명이다. 양 본부장은 “당장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는 ‘테마성 지수’보다는 밸류업 정책이라는 큰 차원에서의 정책 방향과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밸류업 지수를 통해서 기업의 밸류업 참여 촉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앞서 24일 거래소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 평가(주가순자산비율·PBR) △자본 효율성 등을 따져 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100종목을 담은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편입 종목 등을 둘러싸고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밸류업 지수에 KB금융 및 하나금융 등이 편입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번 지수에서 빠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목이 편입되면서 기존 코스피200 지수나 반도체 지수와 유사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해 ‘밸류 다운?’이라는 제목의 논평 보고서를 통해 “지수 구성이 바뀌지 않으면 향후 출시될 상장지수펀드(ETF)에 흘러갈 자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판했다. 거래소는 2026년 6월 예정된 정기 변경부터는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만으로 지수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번에 지수에 편입됐지만 밸류업 공시를 아직 하지 않은 기업들은 반드시 공시를 해야 지수에 잔류할 수 있다. 또한 각계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구성 종목을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영업자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고 저소득 또는 저신용 상태인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이 1년 새 13조 원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 1분기 10%를 넘긴 연체율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중 ‘자영업자 대출 및 연체율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말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121조9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2조8000억 원 늘어났다. 취약 자영업자는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빚을 낸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빚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갚을 능력은 커지지 않다 보니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뛰고 있다. 2분기 말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15%였다. 이 수치는 2022년 2분기 3.96%, 지난해 8.18% 등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내수 부진으로 서비스 분야 업황이 부진했던 영향”이라며 “경쟁력이 있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연체된 사업장엔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도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늘고 있다.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이 각각 707조8000억 원, 352조3000억 원을 차지했다. 연체율도 확대되고 있다. 2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56%였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대출 연체율이 3.30%로 은행 대출 연체율(0.41%)에 비해 8배가량 높았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 3년간 계속되는 한계기업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외감기업(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2만8946개 중 4747개(16.4%)가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계기업에 은행 등이 내준 대출 금액도 142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9조1000억 원(25.7%) 늘었다. 한편 한은은 이렇듯 고금리 부담을 짊어진 자영업자, 한계기업들의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대출금리가 낮아질 경우 주택시장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0.43%포인트 더 오르고, 특히 서울 지역은 0.83%포인트 더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이달 시행됐지만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 대비 상승해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2024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CSI는 119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이는 집값이 급등하던 2021년 10월(125)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수가 100보다 높을수록 집값 하락보다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들도 대출을 바짝 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뛸 것이란 기대 심리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다. 다만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9월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들이 나오면서 지수 상승 폭 자체는 둔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9월 지수 상승 폭은 7월(7포인트), 8월(3포인트)에 비해 줄어들었다. 소비 심리는 소폭 위축됐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내린 100을 기록했다.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물가는 내리고 있지만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향후 금리를 예측하는 금리수준전망 CSI는 전월과 같은 93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금리는 내리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강한 가계대출 제한 정책을 펴면서 전망치가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주택자금 마련을 위해 1억2000만 원의 사내대출을 이용한 직장인 김모 씨(32)는 지난달부터 월급여의 약 90만 원씩을 고스란히 사내대출 상환금으로 쓰고 있다. 김 씨는 “주택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권 대출을 최대 한도 3억5000만 원 정도 받은 것에 더해 사내대출까지 끌어 썼다”며 “저축은 전혀 못하고 있고, 생활비 지출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인 상황”이라고 했다.● ‘통계 밖 사내대출’ 올해만 1조 원 육박김 씨처럼 사내대출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 주택자금 마련에 나서는 직장인이 늘어남에 따라 사내대출 규모도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내대출 보증보험을 단독 운영하는 SGI서울보증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9월 초까지 기업 자체자금을 활용한 사내대출이 총 9172억 원 이었다. 사내대출액은 2019년 8009억 원에서 지난해 1조3922억 원으로 4년 새 73.8% 늘어났다. 직장인 1명당 평균 대출액은 같은 기간 2502만 원에서 3511만 원으로 40.3% 증가했다. 상당수 기업들은 직원복지의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주거자금이나 생활비를 대출해 준다. 은행 등 금융기관과 연계해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 금융위원회 등이 집계하는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지만, 기업이 자체 보유 자금으로 실시하는 사내대출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올해에만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숨겨진 부채’가 1조 원 가까이 발생한 셈이다. 대출사고에 대비해 SGI서울보증 보증보험을 이용한 규모가 그 정도로, 보증보험을 이용하지 않은 회사들을 감안하면 실제 사내대출 규모는 더 클 수도 있다. 자체 사내대출은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 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DSR은 ‘은행업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과 같은 법령에 근거해 은행 등 금융사를 통해 적용되는데, 사내대출은 이 영역 밖에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내 기금을 통한 대출은 은행 등 금융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자체 규정을 가지고 대출 규모를 제한하지 않는 한 규제 적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숨겨진 부채’인 사내대출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내대출 역시 금융권 대출과 마찬가지로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워 소비를 위축시키는데,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이를 고려해 금융당국은 전체 DSR 산정을 좀 더 보수적으로 하거나, 보증기관의 사내대출 보증 한도를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공공기관 33곳 사내대출 관련 정부 지침 위반일부 공공기관이 정부 지침을 어기고 사내대출을 실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33곳은 지난해 정부 지침에서 정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해 주거나 적은 이자율을 적용해 지적을 받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대출 한도를 정부가 정한 7000만 원보다 많은 2억 원으로 정했고, 생활안정자금 이자율도 2.5%로 정부 지침보다 낮아 문제가 됐다. 안 의원은 “정부는 내년 예정된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과 함께 공·사기업 사내대출 등 가계부채 사각지대도 촘촘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서면서 ‘물가와의 전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미 유럽, 영국 등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에 맞서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연준은 17, 18일(현지 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폭을 결정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당시였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동안 금리를 내린 적이 없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의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리 인상을 거듭하며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이제는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임에 따라 연준은 2년여의 길었던 ‘물가와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경기 침체 대응으로 방향 전환에 나섰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를 시작했거나 앞으로 금리를 내리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과 9월 0.25%포인트씩 2차례 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지난달 금리 인하를 시작한 영국중앙은행은 11월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7개월째 역대 최장기간 기준금리(3.50%)를 동결해 오고 있는 한국은행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통화 정책이 대전환을 맞고 있지만, 한은은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선뜻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30일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해 11곳 은행장을 만나 가계부채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국내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금융투자 관련 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 세제는 금투세와 유사하게 발생한 양도차익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과 한국의 현행 세제처럼 거래액에 따른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주식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체계를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본 투자로 발생한 이익을 일반 소득과 합산해 10∼37% 세율로 과세한다. 하지만 1년 넘게 주식 등을 보유한 경우에는 0∼20%의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 장기간에 걸쳐 세제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손익 발생과 무관하게 거래액에 따라 세금이 발생하는 ‘거래세’가 증시 활성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1961년부터 20여 년에 걸쳐 과세 대상을 점차 늘린 끝에 1989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를 시작했다. 이후 거래세를 점차 인하해 1999년에는 완전히 폐지했다. 대만은 양도세 전환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1989년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을 발표한 직후 한 달 만에 지수가 36% 급락하는 등 투자자 반발이 컸다. 이듬해 이를 철회한 뒤 2013년 다시 한번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추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투자자들의 반발로 3년 만에 이를 포기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를 통해 실현된 모든 소득에 종합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장기화되며 자본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시행(내년 1월 1일)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도 방향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코스피가 부진한 가운데 금투세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며 국내 증시 성장을 막는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 줄다리기 4년에도 결론 안 나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소득 중 5000만 원을 초과(해외 주식은 250만 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2%에서 27.5%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다. 금투세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소득세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가 올해 7월 금투세 폐지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초 ‘금투세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 금투세 유예를 요구하는 입장이 나타나면서 이달 24일 토론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2년 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당시 금투세 도입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여당이 2년 유예를 추진하고 야당이 이에 동의하면서 2025년 1월 1일로 시행 시점이 미뤄졌다. 장기화된 금투세 논란의 최대 쟁점은 금투세가 과연 우리 증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이냐 여부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과세 대상자가 1% 안팎으로 일부에 불과해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금투세 시행 시 국내 증시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본보가 국내 증권사 소속 프라이빗뱅커(PB) 및 세무사 1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4.9%가 “금투세 도입 시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금투세 도입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얼마나 줄일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20∼30%’라고 응답한 인원이 21.3%로 가장 많았다. ● 국내 증시 짓누르는 금투세 리스크 금투세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찬반을 떠나 이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한국 증시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금투세를 둘러싸고 도입, 유예, 폐지 등으로 메시지가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투세 시행을 대비하고 있는 증권사, 은행 등에서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금투세는 금융사가 정부를 대신해 투자자 세금을 원천 징수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에 앞서 관련 전산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이 예고됐던 2년 전에도 시스템을 구축하다가 유예되며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며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많게는 수십억 원이 드는데, 이번에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시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2년 전처럼 다시 한번 유예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바라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 시행을 다시 유예할 거라면 차라리 폐지하고 원점에서 논의하는 게 낫다”며 “금투세 논의가 바람직한 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백지화하고 다시 합리적인 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이라며 “금투세 시행이 다시 한번 유예될 경우 늘어난 기간만큼 우리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은행이 서울 집값이 2021년 고점의 90% 수준까지 회복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다시 상승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12일 한은이 발표한 ‘최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지표를 확인한 결과 서울의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이전 고점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위험지수도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7월 기준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1.11로 ‘고평가’ 단계(0.5∼1.5)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0.50) 고평가 단계에 진입한 뒤 계속 올라 ‘과열’ 단계(1.5 이상)에 다가서고 있다.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상승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5월 이후 나타난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져 온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높은 가계부채비율이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0%를 넘어선 2010년대 중반 이후 가계부채 증가와 함께 민간소비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우세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환율이 소폭 하락하고 ‘해리스 관련주’가 상승하는 등 자산시장도 반응을 보였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4.7원 내린 13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일보다 소폭 오른 1344.0원에 개장했다가 하락 전환해 장중 1336.9원까지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였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달러 강세가, 반대로 해리스 부통령이 우세할 경우 달러 약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 자산인 비트코인은 이날 하락세를 보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토론 시작 전인 이날 오전 10시경 비트코인은 5만7700달러대를 유지하다가 토론 시작 직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토론 종료 이후인 오후 6시경엔 5만6400달러 선을 보였다. 이날 국내 증시에선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주가도 크게 올랐다. 트럼프 후보는 전기차 업종에 부정적인 공약을 앞세운 반면에 해리스 후보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단 입장이다. 이에 삼성SDI는 9.91%, LG에너지솔루션은 5.14%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선 HD현대에너지솔루션(13.73%), SK이터닉스(29.94%) 등의 상승 폭이 컸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