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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찾아갔다가 주거침입 등 혐의로 고소된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더탐사)’에 경찰이 한 장관과 가족과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 조치(긴급응급조치)를 내린 가운데, 피해자인 한 장관 측에만 보내야 할 서류를 더탐사에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류에는 한 장관과 가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데, 더탐사는 이 서류 일부만 가린 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29일 더탐사는 유튜브 채널에 서울 수서경찰서로부터 받은 ‘긴급응급조치 결정서’를 공개했다. 결정서에는 더탐사 소속 기자 A 씨가 한 장관과 그 가족 등으로부터 100m 이내에 접근하면 안 된다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한 장관 가족의 이름, 자택 주소 등도 적혀 있었다. 더탐사는 결정서를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일부를 가렸지만 한 장관의 자택 도로명 주소와 호수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경찰이 더탐사에 보낸 결정서는 원래 스토킹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에게만 제공하는 서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 194조의3(긴급응급조치)에 따르면 긴급응급조치 결정서는 스토킹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에게 보내게 되어있다. 스토킹 가해자에게는 긴급응급조치의 내용과 기간, 불복방법 등만이 적혀있는 긴급응급조치 통보서를 전달하도록 규정돼 있다. 통보서에는 피해자 이름이나 주소 등 개인정보는 담겨 있지 않다. 경찰이 더탐사에 통보서가 아닌 결정서를 잘못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결정서를 보낸 건 맞으나, 더탐사 기자들도 무슨 이유로 긴급응급조치가 내려졌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보낸 것“이라며 “통보서에는 ‘7일 이내 항고할 수 있다’처럼 불복 절차 내용이 주로 담겨 있어 응급조치가 내려진 사유를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는 가리고 보냈어야 했는데 이미 한 장관 주소를 알고 있어 (이 부분을) 간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더탐사 소속 취재진 5명은 27일 오후 1시반 경 한 장관 자택을 찾아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했고 한 장관은 이들을 공동주거침입, 보복범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29일 더탐사 취재진에게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긴급응급조치를 결정한 것이다.더탐사가 공개한 긴급응급조치 결정문에는 긴급응급조치가 내려진 이유에 대해 “피의자(더탐사 기자 A 씨)는 올 9월부터 피해자가 접근을 완강히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연락을 여러 차례 강요하고, 피해자를 포함한 가족이 거주하는 주거지를 침입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적혀 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중국 내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중국인 유학생 일부도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학가에는 잇달아 대자보가 붙었고, 30일 모여 촛불집회를 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8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자유 중국(Free China)’, ‘자유냐 죽음이냐(Liberty or Death)’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시 주석 얼굴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합성한 ‘시틀러’ 사진도 붙었다. 29일 중앙대 중앙도서관 인근 게시판에도 ‘이것은 나의 의무다(It‘s my duty)’ ‘잊지 말자(Don’t forget)’ 등의 문구와 함께 24일 중국 서부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었다. 당시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이 숨졌는데 봉쇄를 위한 설치물 때문에 진화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학생을 포함한 주한 중국인들은 3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촛불 추모집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집회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29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약 370명이 모였다. 해당 채팅방에서 한 중국인은 “중국인들은 더 이상 정부와 국가를, 공산당과 중국을 헷갈리지 말자”라며 중국 내 시위에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거주 중국인은 84만 명가량인데 현재까지 추모집회 동참 의사를 밝힌 이는 극소수인 상황이다. 한편 각 대학 익명 게시판에도 중국 정부 비판 시위를 지지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고려대 재학생은 대자보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대단하다”고 썼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지역 화재 사고로 중국 내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도 단체행동에 나서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화재 사고로 10명의 희생자가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과 위구르인 홀대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국내외에서 반정부 시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28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Liberty or Death’ ‘Free China’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게시판에는 시 주석 얼굴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합성한 ‘시틀러’ 사진과 문구가 붙기도 했다. 이에 한 재학생은 관련 사진을 찍고 에브리타임에 글을 쓴 후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대단하다”고 했다. 본인을 중국인이라고 밝힌 한 학생도 댓글로 “공산주의가 빨리 사라져 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9일 중앙대 중앙도서관 인근 게시판에도 ‘It‘s my duty’, ‘Don’t forget‘ 등이 적힌 포스터와 함께 중국인 유학생들이 모이는 화재 사고 희생자 추모집회가 한국에서도 진행될 예정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었다. 유학생 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30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여울마당로에 모여 촛불 추모집회를 진행한다. 집회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29일 오후 3시 기준 약 370명의 인원이 모였다. 해당 채팅방에서 한 중국인은 “한국도 선거를 통해 집권 정당이 바뀌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은 같다”며 “중국인들은 더 이상 정부와 국가를, 공산당과 중국을 헷갈리지 말라”고 남기며 중국 본토 시위에 연대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에 대해 “필요하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통화내역 등 주요 관련자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봤다고 주장한 첼리스트 A 씨와 전 남자친구 B 씨의 통화녹음을 공개했다. 한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며 이를 부인했고, 이후 보수단체가 김 의원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A 씨는 이달 23일 경찰 조사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고 진술했고, 김 의원은 다음 날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와 B 씨를 출국금지한 상태다. 이와 함께 경찰은 올 9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한 장관의 퇴근길을 미행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가 전날(27일) 다시 한 장관 자택에 찾아와 고발당한 것을 두고, 해당 사건 2개를 병합해 수사할지 검토 중이다. 한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과거엔 이정재 임화수 같은 정치 깡패들이 정치인이 하기 어려운 불법을 대행했는데 지금은 더탐사 같은 곳이 김의겸 같은 주류 정치인과 협업하거나 그 뒷배를 믿고 과거 정치 깡패들이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정치의 사법화’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지역 토착 비리에 대한 지금 수사에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다”며 “굳이 말한다면 정치인이 자기 범죄에 대한 방어를 위해 사법에 정치를 입히는 ‘사법의 정치화’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에 대해 “필요하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통화내역 등 주요 관련자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봤다고 주장한 첼리스트 A 씨와 전 남자친구 B 씨와의 통화녹음을 공개했다. 한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며 이를 부인했고, 이후 보수단체가 김 의원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A 씨는 이달 23일 경찰 조사에 출석해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한 거짓말”이라고 진술했고, 김 의원은 다음날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다시 그날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와 B 씨를 출국금지한 상태다. 이와 함께 경찰은 올 9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한 장관의 퇴근길을 미행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가 전날(27일) 다시 한 장관 자택에 찾아와 고발당한 것을 두고, 해당 사건 2개를 병합해 수사할지 검토 중이다. 한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과거엔 이정재 임화수 같은 정치 깡패들이 정치인이 하기 어려운 불법을 대행했는데 지금은 더탐사 같은 곳이 김의겸 같은 주류 정치인과 협업하거나 그 뒷배를 믿고 과거 정치 깡패들이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정치의 사법화’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한 장관은 “지역 토착 비리에 대한 지금 수사에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다”며 “굳이 말한다면 정치인이 자기 범죄에 대한 방어를 위해 사법에 정치를 입히는 ‘사법의 정치화’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개발 호재가 있다’며 속여 수천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A 씨 등 관계자 20여 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농지법 위반 등 혐의로 24일 검찰에 재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송파와 강동구, 강원도 원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토지에 대한 미공개 개발 정보를 알고 있다고 속여 피해자 3000여 명으로부터 토지 구매 대금 명목으로 250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개발 호재가 있다고 홍보한 토지는 군사·공공시설 등이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보전 산지’ 등으로 실제로는 개발이 불가능한 곳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들은 “20년 전통의 대한민국 최대 부동산종합그룹”이라고 홍보하며 토지 매입자를 끌어모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관계자들을 같은 해 10월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청하면서 경찰은 1년가량 보완 수사를 한 뒤 이번에 검찰이 재송치한 것. 피해자 가운데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도 포함됐다. 태연은 A 씨 일당에게 10억 원이 넘는 금액에 경기 하남시 땅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연은 지난해 10월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바람이었다”며 땅을 구입한 목적이 투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김윤이기자 yunik@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 퇴근길을 미행한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더탐사) 구성원들이 27일 한 장관 자택을 찾아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한 장관은 이들을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더탐사가 올린 유튜브 영상과 경찰 등에 따르면 스스로를 ‘더탐사 소속 취재진’이라고 밝힌 5명은 이날 오후 1시 반경 한 장관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를 찾았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장관 자택 현관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며 “한 장관님 계시냐. 취재하러 나왔다”고 외쳤다.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를 살피기도 했다. 당시 자택에는 한 장관의 부인과 자녀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 장관 자택 현관문 앞에 머문 시간은 1분 40초가량이다. 생중계 영상에는 한 장관이 사는 아파트의 동 호수가 그대로 노출됐다.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는 아파트 이름만 나오고 동 호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경찰은 “누군가 찾아와 유튜브 촬영 및 주거침입을 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한 장관은 집을 찾아온 5명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더탐사가 자신을 스토킹한 혐의로 고소당한 것에 대한 보복성으로 자택을 무단 침입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탐사 측은 이날 한 장관의 자택보다 먼저 서울 수서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이 이날 오전 한 장관 퇴근길 스토킹 사건과 관련해 더탐사 직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항의 방문을 한 것이다. 압수수색은 해당 직원이 불응해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관을 만나지 못한 이들은 이후 한 장관이 사는 아파트로 이동했고, 아파트 정문 앞에서 “일요일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지 한 장관도 공감해 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 볼까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올린 다른 유튜브 영상에서 “(한 장관 자택) 엘리베이터는 입주민 카드가 없으면 층수가 안 눌러지는 시스템인데, (같이 탑승한) 다른 입주민이 ‘제가 눌러드릴게요’라며 카드를 대줬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침입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한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중국 밀항’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적발된 이들 10명 중 3명은 김 전 회장 같은 경제사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밀항 행선지로는 일본이 53.3%로 가장 많았고 중국(28.9%)이 뒤를 이었다. 밀항 비용으로 지불한 최고액은 6500만 원이었다.○ “돈 있는 경제사범 밀항 많아”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10년 동안 밀항 단속법 위반으로 확정된 1심 판결문 45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밀항사범 45명 중 12명(26.6%)이 사기 횡령 다단계 등 경제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기 위해 ‘밀항’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주저축은행 총괄이사 이모 씨의 경우 2012년 6월 고객 예금 약 174억 원 등 총 210억 원을 횡령하고 부당대출로 회사에 29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후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중국으로 밀항했다. 이후 현지에서 검거돼 2014년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 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6500만 원을 건네고 화물선을 이용했다고 한다. 강도나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밀항을 시도했던 이들이 3명(6.7%)으로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경제 발전 후 과거에 많았던 해외 취업 목적의 밀항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에는 돈이 어느 정도 있는 경제사범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밀항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장 많은 21명(46.7%)은 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다가 강제 퇴거를 당한 후 재입국을 위해 밀항을 시도한 경우였다. 2001년 일본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돼 8년 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후 한국으로 쫓겨난 A 씨의 경우 정상적 방법으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2015년 3월 어선을 타고 일본으로 밀항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등이 현지에 있는 경우 밀항을 수차례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어선이나 화물선 타고 환기구 등에 숨어판결문에 공개된 밀항 비용은 수천만 원이 많았다. 판결문과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한주저축은행 총괄이사 이 씨가 밀항 대가로 지불한 6500만 원이 최고액이었다. 다만 무단 승선해 밀항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3년 3월에는 인천항에서 파나마로 향하던 화물선에 무단 승선한 B 씨가 밀항 시도 중 체포됐다. 밀항은 대부분 어선이나 화물선 등을 이용해 이뤄진다. 밀항 알선책을 찾은 다음 선박을 매수하고 신분증을 위조한 후 돈을 건네는 식이다. 배에선 보통 선박 냉각수 탱크, 밀실, 환기구 등에 은신한다. 밀항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많았다. 45건 중 24건(53.3%)은 일본, 13건(28.9%)은 중국으로 향했다. 필리핀 호주 파나마 등으로 향한 이들도 소수지만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본에서 쫓겨난 후 재입국을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거나,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도피 목적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최근 밀항사범은 줄어드는 추세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2건 검거 후 최근 2년 동안 검거 실적이 없다. 해경 관계자는 “항만 보안이 강화되면서 밀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검찰과 해경 등은 김 전 회장이 현재까진 국내에 숨어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수사망이 느슨해지는 타이밍에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국 항구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게 항의성 질문을 하고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인 MBC 기자를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이 온라인에 게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가 총대 메고 MBC 기자 죽인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MBC 기자가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이는 사진과 함께 “당장 MBC에 찾아가 죽이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얼마 후 삭제됐다. 신고를 받은 부산경찰청은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해 주소가 서울이라는 걸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조 요청을 받은 서울 마포경찰서는 해당 MBC 기자에게 신변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정보를 등록했다. 또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인근 순찰을 강화했다. 앞서 18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에 관한 질문을 받고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기자는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에게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고 되물었고, 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한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게 항의성 질문을 하고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인 MBC 기자를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이 온라인에 게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가 총대 메고 MBC 기자 죽인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MBC 기자가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이는 사진과 함께 “당장 MBC에 찾아가 죽이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얼마 후 삭제됐다. 신고를 받은 부산경찰청은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해 주소가 서울이라는 걸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조 요청을 받은 서울 마포경찰서는 해당 MBC 기자에게 신변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정보를 등록했다. 또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인근 순찰을 강화했다. MBC는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수사 의뢰 및 고발 방침을 밝혔다. 앞서 18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에 관한 질문을 받고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기자는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에게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라고 되물었고, 이를 두고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한 대통령실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경찰이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근 112신고 증가에 대비해 야간 근무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근무한 서울 용산경찰서 직원 수는 평소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은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자료에서 핼러윈 기간(지난달 28∼30일) 야간 근무 인원을 현원 대비 80%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용산서 직원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출근한 용산서 직원은 83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78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평일이었던 지난달 24∼28일 출근자가 293∼31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 ‘용산소방서 핼러윈데이 소방 안전대책 자료’에 따르면 최성범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6∼10시 순찰조 3명과 함께 ‘해밀톤호텔 앞’에서 근무하기로 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최 서장은 현장에서 약 180m 떨어진 이태원119안전센터에 머물렀고, 참사 발생 50분 뒤인 오후 11시 5분경 첫 무전 지시를 내렸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최 서장이 119안전센터를 현장 지휘소처럼 썼던 것”이라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경찰이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근 112신고 증가에 대비해 야간 근무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근무한 서울 용산경찰서 직원 수는 평소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은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자료에서 핼러윈 기간(지난달 28∼30일) 야간 근무 인원을 현원 대비 80%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용산서 직원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출근한 용산서 직원은 83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78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평일이었던 지난달 24~28일 출근자가 293~31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 ‘용산소방서 핼러윈데이 소방 안전대책 자료’에 따르면 최성범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6~10시 순찰조 3명과 함께 ‘해밀톤호텔 앞’에서 근무하기로 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최 서장은 현장에서 약 180m 떨어진 이태원119안전센터에 머물렀고, 참사 발생 50분 뒤인 오후 11시 5분경 첫 무전 지시를 내렸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최 서장이 119안전센터를 현장 지휘소처럼 썼던 것”이라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지금의 경찰처럼 수직적·단계적으로 보고와 지시가 이뤄지는 구조에선 중간에 한 사람만 문제가 생겨도 아래위가 완전히 먹통이 됩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가 커진 원인에 대해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같이 진단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인터뷰한 경찰 및 소방 행정 경영 분야 전문가 20명은 “경찰 등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통째로 바꾸지 않는다면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직선 수직 보고 체계가 키운 참사지금 경찰 조직은 11개 계급의 수직 구조이며, 단선적 지휘·명령 체계로 움직인다.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만큼 문제가 생긴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하고 규율 유지에 효과적이다. 문제는 책임자가 부재중이거나 사안에 대해 잘 모를 경우 발생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직선 보고 시스템에선 한 군데가 막히면 전체가 멈추는 ‘동맥 경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 대비가 잘 안된 것도 핼러윈을 잘 모르는 중장년 의사결정자들이 인파 위험성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참사에선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늑장 대처로 위로는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으로의 보고가 지연됐고, 아래로는 지휘자 부재로 인한 현장 혼란이 발생했다. 112상황실, 경비, 정보 등 경찰 각 기능 사이에 칸막이가 쳐진 것도 유기적 대처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들은 자기 업무 외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데, 이를 판단해줄 지휘관의 지시가 없으니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참사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늦게나마 감지한 이태원파출소가 바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출동을 요청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없었다. 마약 단속을 나갔던 경찰관들은 인파 통제에는 손을 놨다가 뒤늦게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 계급은 너무 많고 협업은 안 돼경찰 조직의 계급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주별로 다르지만 미국 경찰은 계급이 7개 정도인데, 우리는 11개”라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적고 관리·감독 인력이 많다 보니 지휘체계가 복잡하고 유사 시 대응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보고 단계 축소와 권한 이양, 프로젝트 단위로 각 기능 협업 구조를 상시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윤호 교수는 “기능을 융합하면서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급 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현장 인력과 하위 조직에도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처럼 비상 시 단계를 건너뛰어 상위 책임자에게 보고할 수 있는 ‘핫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관 간 협업, 기존 안전 대책 작동 안 해기관 간 불통도 문제다. 3년 만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핼러윈을 앞둔 상태에서 경찰 소방 구청 등 어느 곳도 참사에 대비하지 않았다. 참사 발생 전후에는 경찰과 소방이 서로의 공조 요청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안전 부문을 총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한 기관이 문제를 인지하면 동시에 다른 기관도 이를 즉시 알 수 있는 다중망 소통 체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재난 시 협업을 활성화하겠다며 경찰 소방 지자체 등이 소통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했지만 정작 참사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14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반발했고, 정의당은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한 매체는 이날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망자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매체는 이날 밤 일부 희생자 이름을 ‘김○○’ 등 익명으로 바꿨다. 이들은 명단을 공개하면서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매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보로 명단을 입수했지만 제보자 신원 등 관련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언론이 희생자 이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매체 측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명단을 전달했고, 사제단도 이날 오후 7시 추모 미사에서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로 보장해줘야 하느냐.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유족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해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간 희생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희생자 명단과 사진이 공개돼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유가족이 상당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유가족 동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동의 없이 이런 명단들이 공개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박 수석대변인은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라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설계했던 것은 민주당”이라며 “지금은 온라인 매체 뒤에 숨어 방조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한 유족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개되면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들이 14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반발했고, 정의당은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한 매체는 이날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 아래 사망자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매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보로 명단을 입수했지만 제보자 신원 등 관련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언론이 희생자 이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매체 측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명단을 전달했고, 사제단도 이날 오후 7시 추모 미사에서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로 보장해 줘야 하느냐.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 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유족의 권리와 입장을 고려해 명단 공개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간 유족 동의를 전제로 명단 공개를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데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희생자 명단과 사진이 공개돼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진 유가족이 상당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 유족은 동아일보 통화에서 “공개되면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주말인 12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보수·진보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려 교통 체증을 빚으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진보단체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 인정을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고 보수단체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숭례문~서울시청 앞 왕복 10차선 도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9만 여 명(경찰 추산 6만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요구했다. 또 이태원 참사 책임자의 처벌을 촉구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앞서 오후 1시부터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경찰 추산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문재인 구속’ ‘이재명 구속’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청 앞 도로에는 민노총과 자유통일당이 각각 설치한 전광판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지만 경찰이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도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서 ‘윤석열 퇴진 중고생 촛불집회’를 열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정부가 윤석열차 정치풍자 만화 논란 등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각, 용산 대통령실 인근 4호선 삼각지역 주변에서도 보수·진보 집회가 열렸다. 진보성향의 촛불전환행동은 오후 4시경부터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경찰 추산 4000여 명)이 참가해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건너편에는 보수성향의 신자유연대가 약 8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윤석열 지지’ 손팻말 들고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윤이기자 yunik@donga.com}
토요일인 12일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진보 성향 단체들은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2주 연속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고, 보수 성향 단체들은 촛불집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도심에 몰리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9만여 명(경찰 추산 6만여 명)이 모였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약 2시간 동안 숭례문 교차로에서 서울시의회까지 세종대로 약 1km 구간 왕복 10차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진행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집회에서 ‘공무집행법 반대’, ‘노동개악 저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했다. 동시에 “이태원 참사 국가책임이다. 윤석열 정부 책임져라“는 구호도 외쳤다. 인근에서 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도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이 이날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최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구속하라’ ‘이재명 구속하라’는 팻말을 들고 모였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근처에서도 진보-보수 단체가 각각 주최한 집회가 동시에 여렸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경부터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40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퇴진이 추모다’ ‘퇴진이 평화다’는 손팻말을 들고 “더 이상 못 참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보수 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는 맞불집회 성격으로 ‘전 정부 인사 구속 수사 촉구 집회’를 열고 “추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연대 집회에는 경찰 추산 800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시청과 대통령실 인근에서 진보-보수 단체가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이날 서울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오후 6시 기준 시속 7.8㎞로, 올해 9월 토요일 도심 평균 속도 시속(19.5㎞)의 절반도 못 미쳤다. 집회 참가자들로 인도 통행조차 쉽지 않았다. 이날 광화문에 잠시 업무를 보러 온 30대 직장인 A 씨는 “일을 금방 마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종로3가에서 SFC까지 오는 데 1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윤이기자 yunik@donga.com}
“우리 아이가 이번에 이태원에서 죽었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참사에 국가의 책임은 없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이태원에서 동생이 크게 다쳤는데, 나머지 가족까지 충격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통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을까요?” 최근 한 법률사무소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들이 문의한 내용이라고 한다. 참사 이후 정부의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희생자 유족 등의 국가 상대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참사의 경우 국가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족 등 “국가 배상 원한다”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법적인 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시민사회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희생자 유족 등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참사 후 유족 등 몇몇이 법률 도움을 요청해왔다”며 “조만간 이들이 모일 자리를 마련해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전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과 피해자의 권리’ 기자회견도 열었다. 두 단체는 “정부 당국은 이번 참사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았다”며 “희생자 유족이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있는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에도 9일 오후까지 유족 등 16명이 소송 진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국가 손해배상 책임 인정 가능성”법조계에 따르면 국가 배상 소송이 진행될 경우 주요 쟁점은 공무원의 직무 범위와 과실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참사의 경우 경찰이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112신고 녹취록도 공개한 만큼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관련 신고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치안 관리와 통제를 할 의무는 공무원의 직무 범위로 인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소송에선 여러 차례 신고에도 경찰 등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볼 수 있을지 따지게 될 것”이라며 “만약 누군가 현장에서 떠밀어 참사에 일부 원인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국가의 과실 정도를 따지는 데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또 “경찰과 소방, 서울교통공사, 지자체 등 가운데 주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도 소송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지음의 장희진 변호사도 “국가나 지자체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손해를 방지하지 못했고, 경찰 지휘부 등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일부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최소 3∼5년이 소요되는 만큼 관련 소송이 제기되기 전 정부가 선제적인 배상안을 내놓고 유가족을 위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태국 마약 조직과 국내 거주 태국인을 통해 마약이 확산되는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마약사범 2339명 가운데 태국인이 888명(38.0%)으로 가장 많았다. 2019년 551명에서 300명 넘게 늘어난 것으로, 국내 외국인 마약사범 10명 중 4명이 태국인인 셈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태국인 마약사범은 지역 산업단지와 대규모 농장, 유흥업소 등을 중심으로 신종 마약 ‘야바’를 매매하거나 투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적발된 태국인 마약 투약자 중에는 공장이나 농촌 근로자가 많다. 지난달 강원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태국 등에서 들여온 시가 5억 원 상당의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태국인 65명을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올 4∼9월 강원과 경기, 충북, 전남 등의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야바와 필로폰, 대마초 등을 판매하거나 투약 또는 흡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에 중독된 태국인 근로자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것도 대부분 태국인이다. 지난달 19일 의정부지법은 4년간 국내에서 불법 체류하며 야바 등을 불법 유통시킨 40대 태국인 남성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올 5월 전남 나주시의 한 건물에서 중간판매책에게 야바 2000정을 제공하고 2400만 원을 챙겼다. 태국인 밀수범들은 국내에 불법 체류하면서 태국 현지 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밀수한 후 중간판매책들에게 도매가로 넘긴다고 한다. 밀수는 주로 국제우편을 이용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으로부터의 마약 밀수는 국제우편으로 발송되는 초콜릿, 건강식품, 인형, 베개 등에 숨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태국인 주부 2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야바 1억8000만 원어치를 가방과 운동화 등에 숨겨 밀반입하려다가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밀수된 태국산 마약은 필로폰과 카페인 성분이 섞인 야바가 대부분이지만 필로폰도 적지 않다.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밀반입돼 적발된 야바는 전체 49kg 중 34kg(69.4%)이 태국산이었다. 필로폰은 태국에서 온 것이 29kg으로 멕시코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태국산 마약은 한국인을 대상으로도 일부 유통되고 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야바를 투약하는 한국인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태국에서는 야바가 1정에 1000∼2000원 정도인데 국내에서는 3만∼5만 원에 팔리니, 손쉽게 돈을 벌려는 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마약 밀수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사람이 압사 당하게 생겼어요.”(신고자) “다친 사람이 있어요?”(접수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에 접수된 이 신고를 시작으로 다음 날 0시 56분까지 관련 119 신고가 총 100건(무응답 제외 총 87건) 접수됐다. 7일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119 신고 녹취록에는 참사 현장에서 신고자들이 간절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후 10시 18분 신고자는 “여기…. 죽을 것 같아요”라고 했고, 오후 10시 22분 신고자는 비명을 지르며 “빨리. 살려주세요! ○○앞이에요”라고 외쳤다. 수화기 너머에선 “밀지 마!”라는 아우성이 가득했다. 하지만 소방은 “가고 있어요”, “출동 중이에요”라는 답을 반복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로 올린 것은 오후 11시 13분이었는데 녹취된 87건 중 64번째 신고가 접수된 다음이었다. 이 때문에 초기 신고자는 약 1시간 뒤 다시 119에 전화해 “군부대를 투입해도 모자라다고, 경찰이고 소방이고 다 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몇 명이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항의했다. 오후 11시 6분에는 ‘서울 용산경찰서 상황실’이라고 밝힌 신고자가 “구급차 서너 대 정도는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참사 발생 51분이 흐른 당시에도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정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