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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유럽연합(EU) 친환경 투자 기준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가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유럽의회가 6일(현지 시간)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EU 집행위원회 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 것은 원전 없이는 화석연료에 더욱 의존해 탄소중립(탄소배출 제로·0)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는 “EU가 고민 끝에 ‘과도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린워싱’-우크라이나 반대에도 통과택소노미는 특정 산업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지 규정한 목록이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목표인 EU의 기후변화 목표에 적합한 투자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여기에 포함돼야 친환경 관련 투자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6월 처음 발표됐을 때는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탄소배출이 많은 석유 석탄에서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곧바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이고 화석연료 비중을 줄인 스페인 영국 등은 지난해 전기료 급등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한 택소노미 초안을 올 2월 확정했다. 그러자 친환경적이지 않은 원전 등을 친환경 에너지로 위장하는 ‘그린워싱’(세뇌를 뜻하는 브레인워싱에서 따온 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전은 발전 시에는 친환경적이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폐연료봉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내는 메탄을 배출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천연가스가 포함된 택소노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유럽의회는 택소노미 포함 조건을 까다롭게 달았다. 원전과 천연가스에 투자하려면 반감기가 수십만 년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마련 및 안전한 처분, 기존 원전 시설 개선 및 수명 연장, 사고 확률이 낮은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등을 지켜야 한다. ○ 佛, 원전 확대 위해 전력공사 국유화 추진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유럽의회 결정에 대해 “EU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환경을 이유로 원전의 택소노미 포함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이겼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공백을 원전으로 메우려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과 천연가스에 투자하지 않으면 석탄 석유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 위성데이터분석업체 케이로스는 지난달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메탄 배출이 올 1분기(1∼3월) 세계 곳곳에서 지난해보다 최대 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주요국은 원전 폐기에서 원전 유지 및 확대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6일 “정부가 보유한 전력공사(EDF) 지분을 기존 84%에서 100%로 확대하겠다”며 전력 생산 국유화를 선언했다. EDF를 국유화해 원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28년부터 신규 원자로 6기 건설을 시작해 2035년에 새 원전을 가동시키겠다”며 원전에 10억 유로(약 1조3300억 원)를 투입하는 ‘프랑스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같은 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을 담은 ‘넷제로(Net Zero)’ 정책을 공개했다. 네덜란드는 50억 유로(약 6조7000억 원)를 투입해 원전 2기를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는 EU를 상대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7차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달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프랑수아 브론 프랑스 보건장관이 취임 하루 만인 5일(현지 시간) 의회에 출석해서 한 일성(一聲)이다. 이날 프랑스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75%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 감염자였다. 두 변이는 폐세포에서 더 쉽게 자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언론은 신임 보건장관의 경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브론 장관이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생명이 위급한 코로나19 환자를 헬리콥터로 이송하는 등 지역 응급상황 책임자로 일한 내용까지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때문인지 6, 7일 파리 지하철에는 평소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부쩍 늘었다. 지하철 8호선에서 만난 비탈리 씨는 “이미 두 번 코로나19에 걸려봤다”며 “고령의 부모님도 자주 만나고 있어 또 감염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다시 썼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면서 모든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실내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특히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식량 및 에너지 공급 교란과 인플레이션이 주요 사회 이슈로 등장하면서 코로나19는 언론 보도나 여론에서 증발했고 경각심도 사라졌다. 기자도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챙기던 습관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스페인도 지난달 1만 명 내외였던 하루 감염자가 이달 5일 7만 명을 넘자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를 논의하고 있다.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5, 6일 연속 일일 감염자 10만 명을 넘은 이탈리아도 방역 조치 재도입을 고려 중이다. 최근 ‘보복 여행’ 수요마저 폭발하자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사람들은 방역에 주의해 달라”며 “심각한 변종이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방심하는 새 ‘재유행’이 시작된 셈이다.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 강화도 정답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럽 주요국의 3차까지 백신 접종률은 77∼85%이지만 7차 유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매년 1번 이상 출몰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변이에 맞춰 백신을 개발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국 보건당국과 제약사 등은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이 아무리 빨라도 새로운 변이 발생 속도를 이길 수 없다. 면역학 전문가 대니 올트먼 임피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일으키며 인류를 감염시키는 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공포영화를 이미 봤는데도 더 끔찍한 공포영화들을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막는 최선의 길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환기같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후 30개월간 개개인이 쌓아온 방역 습관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 때 막을 수 있다.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보리스) 존슨 총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 인플레이션이 11%이고, 유럽이 전쟁이 휩싸인 이때 영국에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7일(현지 시간) 여당인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해 사실상 실권 없는 총리가 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의 퇴진은 신뢰가 더욱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데 대한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총리 리더십 부재가 영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최측근마저 ‘사퇴하라’ 압박 올 2월 존슨 총리가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은 외교부 부장관 재직 시절 성(性) 비위를 저질렀다. 이를 알고도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던 존슨 총리는 1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사퇴하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 총리 질의 시간에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이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중론이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 총리가 되기 전까지 ‘스타 정치인’으로 통한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다. 일간 더타임즈 기자 등을 거쳐 2001년 하원에 첫 당선됐고 2007년 런던시장에 당선되면서 ‘추진력 강한 정치인’이란 명성도 얻었다. 특히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 문제에 갈팡질팡하다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의 직설화법과 무모하기까지 한 추진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결국 올 4월 범칙금 통지를 받았다. 지난달 당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 비위 인사를 요직에 앉히다 또 다시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 4,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9% 이상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경제 악화도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 보수당 내부 “총리 직도 내려 놔야” 존슨 총리는 총리 직은 10월 보수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2019년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존슨 총리에게 패했던 제러미 헌트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수십 년 만의 경제 위기 속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개월 만에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 곳곳에서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려된다. 프랑스 보건부는 5일(현지 시간) “지난 24시간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20만6554명이 발생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5, 6월 평균 5만 명 이하이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달 말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일주일간 12만 명을 넘었다. 프랑수아 브론 보건부 장관은 하원에서 “BA.4와 BA.5가 7차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시 마스크를 쓰고 취약계층은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끝으로 모든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5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이하로 줄었던 독일도 5일 신규 감염자가 14만7489명으로 늘어났다. 독일병원협회(DKG)는 “여름이 지나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신규 확진자가 13만227명으로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6월 26일∼7월 2일) BA.5 검출 비율이 전체 확진 사례의 53.6%를 기록해 우세종이 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BA.4 비율은 16.5%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비율이 총 70%를 차지했다. BA.5의 일주일 전 비율은 40.5%였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155명으로 2주 전에 비해 4% 상승했다. NYT는 “이번 확산세가 두 번째로 큰 유행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의 5일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6189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86.7%(1만6808명) 증가했다. 일본에서 하루 감염자가 3만 명을 넘은 것은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은 6일 “BA.5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다시 확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산시성 시안은 6일부터 준(準)봉쇄에 해당되는 임시 방역 조치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5월 29일 세계 일일 확진자는 27만 명까지 줄었지만 여름이 되며 증가세로 돌아서 이달 5일 121만 명을 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A.4와 BA.5가 주도하는 새로운 코로나19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역대급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사는 40대 직장인 펠리크 씨는 5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시락을 싸면 식비를 20% 줄일 수 있다. 설거지를 위한 온수 사용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값이 5월에만 1년 전에 비해 38.3% 올라 절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난방비가 많이 들 겨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함부르크 당국은 최근 공과금 미납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와 온수가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저소득층 가정에 온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해 주는 긴급 대책에 나섰다. 5월 독일에서 난방용 석유는 전년 동기 대비 94.8%, 천연가스는 55.2% 올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3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겨울에) 갑자기 난방비가 수백 유로 오르면 많은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은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해 5월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 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 독일인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10.5%포인트 늘었다. 에너지 요금 비교 사이트 ‘베리복스’는 올해 독일 4인 가족 기준 난방비와 전기요금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881유로(약 255만 원), 235유로(약 32만 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 값 급등으로 독일의 5월 무역적자 역시 10억 유로(약 1조3500억 원)를 기록했다.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적자로 통상 강국 독일에 이례적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공급 국가로부터 수입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반면에 서방의 제재로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이 감소한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4일 치솟는 유가에 저항해 트럭 운전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여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 겨울철에는 에너지 가격이 더 급등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BBC는 우려했다. 1일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보일러, 가전제품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5일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03달러를 기록해 20년 만에 달러 대비 가치가 최저로 떨어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역대급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사는 40대 직장인 펠릭 씨는 5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시락을 싸면 식비를 20% 줄일 수 있다. 설거지를 위한 온수 사용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등 에너지값이 6월에만 1년 전에 비해 38% 급등한 탓에 절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난방비가 많이 들 겨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함부르크 당국은 최근 저소득층 가정에 온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주기로 했다. 각종 공과금 미납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와 온수가 끊기는 사례까지 종종 발생하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3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물가 급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겨울에) 갑자기 난방비가 수백 유로가 오르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이체벨레 등은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해 5월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 독일인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독일 저소득층의 65%는 에너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오일쇼크가 한창이었던 1970년대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값 급등으로 독일의 5월 무역적자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를 기록해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적자를 나타냈다. 통상강국 독일이 이례적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공급국가로부터 수입한 에너지 가격이 급증한 반면 서방의 제재로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이 감소한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였지만 에너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 가격은 올랐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6월 유럽 에너지가격은 전년비 41.9% 올랐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4일 치솟는 유가에 저항해 트럭운전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여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로 1992년 이후 30년 최고치다. 노르웨이 정유노조는 5일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공항노조 역시 8일부터 파업에 나선다. 겨울철이 되면 에너지가격이 더 급등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BBC는 우려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최후 보루로 꼽혔던 리시찬스크를 점령해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차지했다. 또 이웃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까지 공략하며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전체를 장악할 채비도 갖췄다.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이른바 ‘돈바스 해방’을 내세운 러시아가 전쟁 목표 중 일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도네츠크를 둘러싼 공방전이 전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북부의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일 러시아군의 리시찬스크 점령 사실을 시인하며 “병사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시찬스크 철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형 무기를 확보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그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도네츠크의 주요 도시 슬라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에도 다량의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6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루한스크 전체와 도네츠크의 절반 등을 포함해 돈바스의 약 75%에 이른다. CNN은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가 가까워졌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선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최후 보루로 꼽혔던 리시찬스크를 점령해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차지했다. 또 이웃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까지 공략하며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전체를 장악할 채비도 갖췄다.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이른바 ‘돈바스 해방’을 내세운 러시아가 전쟁 목표 중 일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도네츠크를 둘러싼 공방전이 전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북부의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일 러시아군의 리시찬스크 점령 사실을 시인하며 “병사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시찬스크 철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형 무기를 확보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그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도네츠크의 주요 도시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에도 다량의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바딤 랴흐 슬로비얀스크 시장은 “시내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소 6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루한스크 전체와 도네츠크의 절반 등을 포함해 돈바스의 약 75%에 이른다. CNN은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가 가까워졌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선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3일 “형제국 러시아와 하나로 행동해왔다”며 러시아를 도와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 사회의 압박 및 우크라이나 지원 또한 이어졌다. 튀르키예(터키)는 이날 흑해 카라수 항구에서 러시아 국기를 단 화물선 ‘지벡졸리’호를 붙잡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배에 러시아군이 훔친 우크라이나 곡물이 담겨 있다며 압류를 촉구해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역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장갑차 등 각종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요충지인 루한스크 지역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3일 밝혔다.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이면 돈바스를 구성하는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가운데 도네츠크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러시아 수중에 넘어간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돈바스 해방”이 전쟁 목표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향후 전쟁의 향방을 놓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던 “리시찬스크를 점령해 루한스크를 해방시켰다”고 보고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아직 리시찬스크를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EU 회원국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보내는 화물의 운송 제한을 풀기로 했다.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이 현실화된 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 핵무기 추가 배치를 위협하며 발트해의 군사 긴장이 일촉즉발로 번지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독일 슈피겔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러시아가 리투아니아를 경유해 모든 품목을 운송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하되, 운송 허용 규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러시아 본토에서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금속, 석탄, 시멘트 등 EU 제재 대상 화물의 운송을 금지했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운송 제한 해제를 주장해온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투아니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러시아가 EU를 공포와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EU의 패배”라고 불만을 드러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극장 등 파리 곳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를 벌여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33·사진)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1981년 사형제를 폐지한 프랑스에서는 종신형이 법정 최고형이며 1994년 도입 이후 이번을 포함해 총 5차례만 선고됐다. 벨기에 태생의 모로코계 프랑스인인 그는 다른 9명의 테러범이 자폭하거나 사살된 것과 달리 현장에서 도주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지난달 29일 공판에서 압데슬람에게 테러, 살인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재판의 초기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눈물을 글썽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변호인만 330여 명에 달했고 사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증인으로 나서 프랑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판결 후 여론은 ‘정의가 실현됐다’와 ‘형이 가볍다’는 반응으로 완전히 갈렸다. 형이 가볍다고 주장하는 쪽은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무려 130명을 죽인 테러범이 60대에 다시 세상에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극장 등 파리 곳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를 벌여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33)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1981년 사형제를 폐지한 프랑스에서는 종신형이 법정 최고형이며 1994년 도입 이후 이번을 포함해 총 5차례만 선고됐다. 벨기에 태생의 모로코계 프랑스인인 그는 다른 9명의 테러범이 자폭하거나 사살된 것과 달리 현장에서 도주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지난달 29일 공판에서 압데슬람에게 테러, 살인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재판의 초기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눈물을 글썽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변호인만 330여 명에 달했고 사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증인으로 나서 프랑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판결 후 여론은 ‘정의가 실현됐다’와 ‘형이 가볍다’는 반응으로 완전히 갈렸다. 형이 가볍다고 주장하는 쪽은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무려 130명을 죽인 테러범이 60대에 다시 세상에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을 지켜온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29, 30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9일 트위터로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며 “이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두 나라가 가입 의사를 밝힌 뒤 가입에 반대했던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터키)는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28일 반대 의사를 전격 철회하고 찬성으로 돌아섰다. 다만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 연안의 자국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유럽 안보지형 격변에 따른 ‘신(新)핵냉전’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마드리드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3국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스웨덴은 1814년부터 208년간, 러시아와 약 1100km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1948년 이후 74년간 군사 비동맹 및 중립주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나토 가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최종 확정되면 발트해는 ‘나토의 내해(內海)’가 된다. 러시아를 제외한 발트해 연안 모든 국가가 나토 회원국이 돼 러시아를 포위한다는 의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나토의 동진이 위협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풍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확정되면 러시아는 이미 공언한 대로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 추가 배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발트해 연안 국가인 리투아니아는 최근 자국 영토를 지나는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행 화물열차의 운송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무기 반입이 가로막히면 양측의 군사 충돌이 발발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발트해를 비롯한 세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 터키 → 튀르키예 표기 변경 국호를 ‘튀르키예’로 바꿔 달라는 터키 정부의 요청을 유엔이 승인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공식 표기를 ‘튀르키예’로 변경했습니다. 본보는 30일자부터 ‘튀르키예’로 표기합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핵무기가 이곳에서 폭발하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핵으로 맞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리투아니아 국경 도시 니다에서 만난 로마 씨(40)는 “발트해가 신(新)냉전의 최전선이 되면서 국경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이곳에서 불과 90km 떨어진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주요 의제인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현실화되면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28일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발트해로 이어지는 해안이 아름다운 인구 2000여 명의 소도시 니다는 휴양도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핵위협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관광객이 끊겼다. 러시아는 지난달 4일 칼리닌그라드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뮬레이션을 벌였다. 전동킥보드 대여업을 하는 지역 주민 노스 씨(21)는 22일 “예년에는 여름철 손님이 하루 100명이 넘었지만 오늘은 5명도 안 된다. 당장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곳에 누가 오려 하겠나”라고 했다. 러시아의 핵위협이 현실화되자 칼리닌그라드로 연결되는 국경검문소 도로 진입이 차단됐다. 나토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27일 러시아는 핵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이날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Tu-22M3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로 1000명의 시민이 몰려 있던 우크라이나 중부 크레멘추크시 쇼핑센터를 공격해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 발트해와 동유럽 일대에서 러시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을 현재 4만 명 규모에서 7.5배 이상 늘어난 “30만 명 이상으로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골적 핵위협이 핵전쟁 문턱을 낮춰 핵공포를 확산시키고 나토가 병력·군비 증강으로 맞서는 ‘신(新)핵냉전’ 시대가 온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핵무기와 군비 지출을 억제하던 탈냉전 시대에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군 훈련 잦아진 리투아니아… 시민들 “현대판 서베를린” 불안감 [오늘 나토 정상회의]‘핵전쟁 공포’ 리투아니아 르포푸틴측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땐 두 나라 턱밑에 핵탑재 미사일 배치”주민들 “러의 다음 타깃은 발트해” 리투아니아, 미군 영구 주둔 요구나토, 동유럽 병력 8배로 증강 발표… 러 “크림반도 침범땐 3차 대전” “괜히 힘 빼지 말고 돌아가십시오. 지금 탱크 오가는 거 안 보입니까?”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약 48km 떨어진 소도시 파브라데. 탱크와 장갑차 4대가 지난해 8월 운영을 시작한 군사시설 헤르쿠스 실전훈련 캠프에 연이어 진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훈련을 벌이는 곳이다. 캠프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리투아니아군 디아노스 씨는 기자에게 “요즘처럼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나토군과 함께) 훈련하는 장소를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거쳐 발트해 연안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열차의 운송 제한 조치를 내리자 군사 보복을 경고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발트해 연안에 나토군 소속 미군의 영구 주둔을 요구하고 나섰다. ○ 리투아니아, 연일 나토군과 연합훈련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주요 의제인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현실화되면 “두 국가의 턱밑(발트해)에 (핵 탑재) 이스칸데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28일 위협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핵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지만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이번엔 대놓고 핵미사일 배치를 경고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트해 연안은 ‘신(新)핵냉전’의 최전선이 됐다. 군사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서 리투아니아에서 나토군과 연합훈련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만난 빌뉴스 시민들은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군 훈련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리투아니아 정부가 10∼12일 “갑작스러운 미사일, 전투기 소리에 놀라지 말 것. 나토군 훈련 중”이란 ‘훈련 고지 문자’를 재난경보처럼 수도권 시민들에게 전송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칼리닌그라드와 친(親)러시아 국가 벨라루스 사이에 끼어 있는 리투아니아는 현대판 서베를린”이라고 했다. 냉전 기간 소련이 통제하는 동독에 둘러싸여 서방의 최전선 역할을 한 서베를린과 지정학적 의미가 같다는 뜻이다. 5세 딸을 둔 다이와 씨는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발트국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러의 다음 타깃은 발트해”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확정될 경우 러시아를 제외한 발트해 연안 8개 국가가 모두 나토 소속 국가가 된다. 발트해가 ‘나토의 내해(內海)’가 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푸틴 대통령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려 하면 발트 연안 국가들 침공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 개입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발트해 국가들에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8일 “나토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침범하면 3차 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즉각적 위협”이라며 “발트해를 비롯해 동유럽 일대에 러시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을 30만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미 NBC 방송은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국과 폴란드의 미군 주둔 규모를 확장하는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유럽 일대에 병력 4만2000명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병력을 7.5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 2024년까지 나토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19개국이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는 나토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9개국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핵위협이 나토의 군비 증강 본격화로 이어진 것이다.니다·빌뉴스·파브라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 켄터키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는 조지프 시스크 씨는 23일(현지 시간) 회색 반점이 곳곳에 핀 옥수수 이파리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얼룩진 이파리는 가뭄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그는 더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농장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한 지역 매체는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농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미국 농가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장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올 1월 1부셸당 5.87달러에서 이달 16일 7.88달러로 34% 올랐다. ○ 곡물 수확 급감, 소들 폐사…식품 물가 올라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예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가루, 빵, 파스타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캔자스주의 한 목장에서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소 2000여 마리가 폐사해 약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부 테네시주에서 목축업을 하는 브라이언 플라워스 씨는 소들이 폭염 스트레스로 우유가 적게 나온다며 “우유 매출이 이전보다 하루 400달러(약 52만 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FFPI)는 곡물, 육류 등 55개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데 지난달 지수가 157.4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98.1이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며 125.7로 올랐는데,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겹쳐 또다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는 섬유, 가구, 인조 고무, 화장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식량 위기는 일반 공산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 파리 시민들 에어컨 쐬러 ‘미술관 피신’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던 18일 시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실내 관광지로 피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47∼1989년 사이 42년간 9번의 폭염이 발생했는데 1989∼2019년 사이 30년간에는 무려 32차례의 폭염이 있었다”며 “이제 파리는 에어컨 없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최근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80유로(약 52만 원)를 넘어서며 일주일 새 64% 넘게 올랐다.○ 냉방기기 가동 여력 있느냐가 생사 좌우저소득층과 저개발국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50도를 넘었다. 남부 바스라는 45도에 달했다. 이 지역 인구 상당수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없이 부채 등으로 버티고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폭염에 정전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낮아져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서부 지역 15개 주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MISO는 이 중 11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이달 초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수천 명이 40도가 넘는 더위를 길거리에서 견디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폭염 사망자 339명 중 최소 130명이 노숙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공의료·재난센터의 데이비드 아이젠먼 국장은 “더위 때문에 하루에 16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NBC 뉴스는 “냉방기기를 살 수 있느냐, 또 가동할 돈이 있느냐는 이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한국도 이른 폭염에 노숙인 등 취약 계층과 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열사병 환자가 6월부터 폭증하는 것은 물론 폭염이 불러일으킨 물가상승이 서민 가계를 옥죄면서 ‘복합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울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지자체의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 폭염에 77% 늘어난 온열질환자노숙인 등에게 무료급식과 임시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경기 안양시 ‘유쾌한공동체’에는 최근 주거지원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낮 최고기온 35도에 이르는 폭염을 견디다 못해 도움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이 단체는 이들을 위해 16일부터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다. 무더위 쉼터 운영 등에 필요한 75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하지만 24일까지 2만 원을 모았다. 윤유정 유쾌한공동체 사무국장은 “이대로 여름을 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건강에 ‘직격탄’을 맞는 건 취약계층과 서민들이다. 폭염경보에도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실외 근로자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6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92명) 대비 77.2% 급증했다. 장마도 더위를 식히기 역부족이다. 기상청은 올해 ‘폭염, 폭우, 다시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을 예보했다. 20일 경북 경산시, 구미시, 의성군에는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대구시 등에 발효됐던 폭염경보(7월 11일)보다 20일이나 빠르다. 대구시는 이미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에게 3개월 동안 매일 얼음 생수 1병과 선풍기, 보양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8월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은 올 7,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50%, 비슷할 확률을 30%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바렌츠해의 빙하와 티베트고원의 눈이 녹아 발생한 고기압이 한반도의 여름 기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뭄에 폭염까지 밥상 물가 ‘비상’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밥상 물가도 비상등이 켜졌다. 채소류 가격은 줄줄이 급등세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24일 감자 가격은 100g당 590원으로 전년 동기(390원) 대비 51.3% 올랐다. 같은 기간 배추(1통)는 2480원에서 3890원으로, 깻잎(100g)은 1580원에서 219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르자 시민들은 강제 ‘긴축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의 50대 주부 박모 씨는 “동네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두드려 보다 한 통에 3만2000원 가격표를 보고서 그냥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이 겹치면서 이달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과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푸드뱅크도 물가 상승의 타격을 받았다. 최근 밀가루 값이 오르면서 라면 비축분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강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사업단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기부가 더 어려워진다”며 “운영난을 호소하는 지역조직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美, 식량수확 줄고 소 폐사… 佛선 전기가격 일주일새 64% 폭등 [복합위기속 폭염 덮친 지구촌-해외] 미국 켄터키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는 조지프 시스크 씨는 23일(현지 시간) 회색 반점이 곳곳에 핀 옥수수 이파리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얼룩진 이파리는 가뭄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그는 더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농장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한 지역 매체는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농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미국 농가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장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올 1월 1부셸당 5.87달러에서 이달 16일 7.88달러로 34% 올랐다. ○ 곡물 수확 급감, 소들 폐사…식품 물가 올라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예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가루, 빵, 파스타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캔자스주의 한 목장에서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소 2000여 마리가 폐사해 약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부 테네시주에서 목축업을 하는 브라이언 플라워스 씨는 소들이 폭염 스트레스로 우유가 적게 나온다며 “우유 매출이 이전보다 하루 400달러(약 52만 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FFPI)는 곡물, 육류 등 55개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데 지난달 지수가 157.4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98.1이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며 125.7로 올랐는데,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겹쳐 또다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는 섬유, 가구, 인조 고무, 화장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식량 위기는 일반 공산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 파리 시민들 에어컨 쐬러 ‘미술관 피신’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던 18일 시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실내 관광지로 피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47∼1989년 사이 42년간 9번의 폭염이 발생했는데 1989∼2019년 사이 30년간에는 무려 32차례의 폭염이 있었다”며 “이제 파리는 에어컨 없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최근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80유로(약 52만 원)를 넘어서며 일주일 새 64% 넘게 올랐다.○ 냉방기기 가동 여력 있느냐가 생사 좌우저소득층과 저개발국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50도를 넘었다. 남부 바스라는 45도에 달했다. 이 지역 인구 상당수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없이 부채 등으로 버티고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폭염에 정전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낮아져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서부 지역 15개 주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MISO는 이 중 11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이달 초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수천 명이 40도가 넘는 더위를 길거리에서 견디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폭염 사망자 339명 중 최소 130명이 노숙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공의료·재난센터의 데이비드 아이젠먼 국장은 “더위 때문에 하루에 16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NBC 뉴스는 “냉방기기를 살 수 있느냐, 또 가동할 돈이 있느냐는 이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크라이나가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EU 가입을 위한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26∼28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9, 30일 양일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새로운 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발표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맞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을 규합해 독자 경제권을 만들 뜻을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 달러의 기축통화 위치를 이용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전 세계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푸틴 대통령을 두둔했다.○ 우크라이나, EU 가입 첫발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EU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국민의 미래는 우리 안에 있을 것”이라며 두 나라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식 회원국의 전 단계인 ‘후보국’ 지위를 얻으려면 회원 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며 최소 수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4일 만인 올해 2월 28일 EU 가입을 신청했다.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후보국이 된 것은 EU 전체가 우크라이나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후보국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에 관한 EU의 가입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및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개최국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는 ‘마셜 플랜’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당시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 주도로 폐허가 된 서유럽에 대대적인 원조를 아끼지 않아 서유럽 재건 및 옛 소련 견제에 성공했던 경험을 우크라이나에도 이식하겠다는 의미다. APF통신은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및 곡물 값 급등에 따른 대처 방안,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등이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두 정상회의에서 모두 화상 연설을 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 “러, 발트3국 전력망 차단 가능성”푸틴 대통령은 22일 화상으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서방이 퇴출시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 대응할 브릭스 차원의 자체 국제결제 체계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브릭스 5개국이 인구 30억 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무역의 20%,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브릭스 회원국 협력과 단결을 통해 서방에 맞설 자체적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갈등이 폭발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3국으로 가는 전기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도 등장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22일 로이터통신에 “러시아의 전력망 차단이 우려된다. 현재 대처 중”이라고 밝혔다. 3개국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독립했고 2004년 EU에 가입했지만 아직까지 전력망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침공하면 우리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발트3국에 주둔 중인 나토군은 총 3000여 명에 불과하므로 “최소 2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발트3국에 각각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한 유럽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발트해 주변국들로 번지며 군사적 충돌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자국을 거쳐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에 이어 자동차 화물에까지 운송 제한 조치를 가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에서는 러시아 헬기가 영공을 무단 침범했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까지 위협하자 미국은 나토 집단 방위 규정을 거론하며 러시아에 경고장을 보냈다.○ 리투아니아 이어 에스토니아까지에스토니아 외교부는 21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군 Mi-8 헬기가 18일 오후 에스토니아 영공을 허가 없이 2분간 비행했다.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밝혔다. Mi-8 헬기는 옛 소련이 개발한 중형 수송헬기로 승무원을 포함해 27명을 태울 수 있다.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러시아는 이웃나라 위협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대가가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하며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2004년 나토에 가입했다. 영토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 국민 사이에 반(反)러시아 감정이 높다.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들을 마치 속국처럼 지칭하자 에스토니아 정부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날 대러 제재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본토에서 400km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석탄 금속 건설자재 시멘트 철강 사치품 등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화물의 자동차 운송을 제한한 것. 18일 철도 운송 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다. 러시아는 ‘외딴 섬’처럼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영토를 거쳐 가는 내용의 협정을 2003년 EU와 맺었지만 사실상 EU가 이를 막은 것이다. 화물 운송이 차단되면서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다. 러시아는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전날에 이어 발끈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에 화물 운송을 즉각 복원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어 “긴장을 고조시키는 EU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불법적이고 전례 없는 조치”라면서 “며칠간 깊이 분석한 뒤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리투아니아 국민에게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美 집단 방위 거론, 러시아에 ‘경고’미국은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의 조치를 옹호하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등의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나토와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 특히 나토 조항 5조에 대한 우리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5조는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동 대응한다’고 돼 있다. 미국은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약 56억 달러(약 7조3000억 원) 규모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했다. 이런 후방 지원만으로도 ‘개전 보름 내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한다’는 러시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넉 달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여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거기(러시아) 가는 표는 없습니다.” 21일 오전 8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 인근 중앙역. 출근 시간임에도 역사는 비교적 한산했다. 기자가 매표소에서 “칼리닌그라드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표를 달라. 러시아로 꼭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자 매표소 직원 지타 씨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요즘은 러시아행 표가 없다”고 했다. 기자가 “왜 없냐”고 계속 따지자 역 경비를 서던 경찰 에스코모 씨는 “우리 정부가 그렇게 정했으니 그냥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보던 한 시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발트해로 연결돼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 기지가 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주둔지다. 특히 러시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이곳에 배치했다. 스웨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한 곳이 칼리닌그라드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 및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곳을 둘러싼 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돼 왔다. 19일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지나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금지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 성명에서 “화물 운송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국익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에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화물 운송 금지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근거로 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석탄과 철강 수입을 금지한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본토에서 해당 화물을 싣고 자국을 통과해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열차의 통행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노골적으로 적대적” “도발적”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EU 제재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EU 제재 역시 불법으로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에 군사적 보복 조치를 시사하면서 리투아니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유럽에서 자칫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내 반(反)러시아 정서도 높아졌다. 빌뉴스 시내 관공서를 비롯해 주택가 곳곳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나토에 발트해 주둔 병력 증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서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리투아니아-폴란드 국경 사이 약 100km지역을 일컫는 ‘수바우키 회랑’을 러시아가 첫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미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러시아가 확전을 선택할 경우 칼리닌그라드로 직접 연결되는 육지 회랑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부터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수바우키 회랑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군사 개입하는 집단안보 체제이지만 인구 280만의 소국 리투아니아를 위해 나토가 위험을 감수할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있어 수바우키 회랑은 ‘나토의 아킬레스건’으로도 불린다.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성향 범여권 연합 ‘앙상블’이 19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극우 및 극좌 정당은 모두 약진해 여소야대 의회가 탄생했다. 2002년 총선 이후 20년 만에 집권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불과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추진했던 감세, 연금 개혁 등 국정 운영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 차원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적극적이었던 마크롱 대통령과 달리 극우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와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모두 친러시아 색채가 강하며 제재에도 부정적이다. ○ 37년 최고 수준 물가에 발목 19일 내무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 ‘르네상스’, 민주운동, 지평선 등 중도우파 정당의 연합 ‘앙상블’은 하원 577석 중 245석을 얻어 과반(289석) 달성에 실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것이 예상되자 지난달 초 당명을 기존 ‘전진하는프랑스’에서 ‘르네상스’로 바꾸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했다. 그의 총선 패배를 야기한 최대 원인으로는 ‘경제’가 꼽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와 식량 값이 치솟고 있는데도 외교에만 치중해 국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985년 이후 37년 최고치인 5.8%까지 올랐다. 반면 4월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경합했던 르펜 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은 89석을 얻었다. 5년 전 총선에서는 단 8석에 그쳤지만 약 10배 많은 의석을 얻었다. 당초 국민연합의 목표가 15석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라고 르피가로는 진단했다. 멜랑숑 대표가 녹색당, 프랑스공산당, 사회당 등을 합쳐 만든 좌파연합 ‘뉘프’는 135석을 얻어 제1야당에 올랐다. 멜랑숑 대표는 “총선 결과를 단 한마디로 말하면 마크롱의 패배”라며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감세, 은퇴 연령 62세에서 65세로 상향 등 각종 정책의 집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 대표와 멜랑숑 대표는 줄곧 정년 연장에 반대해 왔다. 마크롱 정권의 다른 법안 역시 의회 통과에 상당한 난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61석을 얻은 전통 우파정당 공화당의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 극좌보다는 상대적으로 노선이 비슷한 우파와 손을 잡고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에도 찬성하고 있다.○ EU 차원의 반러 노선도 차질 프랑스의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에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르펜 대표는 국민연합 운영 과정에서 러시아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일 정도로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줄곧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해제하라”고 주장했다. 멜랑숑 대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궁지에 몰면 안 된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AFP통신은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을 발동해 재선거를 시도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등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러시아 국영 정유사 가스프롬이 이달 21일부터 28일까지 흑해 해저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터키스트림’ 가스관 운영을 중단한다고 18일 밝혔다. 2020년 개통된 길이 1100km의 이 송유관은 터키를 포함해 터키와 국경을 면한 그리스,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 남동부 국가에 연 315억 m³의 가스를 공급해 왔다. 앞서 러시아가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맞서 이달 초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공급을 대폭 줄인 데 이어 터키스트림까지 잠그는 등 연일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프롬 측은 “가스관 운영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관이 없다. 관련국과도 사전에 조율했다”며 미리 예정됐던 점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공급을 대폭 줄일 때도 “가스 터빈 엔진 제작사인 독일 지멘스가 제때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지 않았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댔다. 이를 감안할 때 사전 점검 때문이라는 이번 해명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1주일 후 러시아가 터키스트림 운영을 재개할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공급 축소로 독일은 물론 독일로부터 러시아산 가스를 받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주요국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올겨울 유럽 주요국에서 가스 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 등은 전망했다. 에너지 대란이 심해지면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의 동력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에너지 수출량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서방 제재의 효용에 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17일 가스프롬과 극동 지방의 가스 공급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협정서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이미 연 500억 m³ 내외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해 왔는데 이번 협정으로 중국 공급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