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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게 집권 3년 차인 올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이기도 하지만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해인 셈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내후년 대통령선거가 맞물려 올해 말부터 정치권은 선거 국면에 접어든다.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 처리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책성과를 극대화하려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말 ‘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秘線) 논란, 권력암투설 등도 밑바닥에는 박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31일 집권 3년 차를 맞아 박 대통령의 어떤 리더십을 바꾸어야 하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위기 맞은 ‘만기친람’ 리더십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권력은 힘에 의존하지만 리더십은 설득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1, 2년 차에 리더십보다 힘에 의존하다 보니 국정운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권 1, 2년 차에 보여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정치 배제, 행정 독주 리더십’이라고 촌평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위기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인사 지체가 심해져 ‘만시지탄(晩時之歎) 리더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청와대 중심의 행정을 내각 중심으로 바꾸고 장관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학)는 “대통령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며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 자율권을 주고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조정하는 정도의 역할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국정운영 프레임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인 리더십이 아닌 ‘팀워크와 협치(協治)’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혼자 결정하는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끌고 가기 어렵다”며 “팀워크를 통한 협치가 이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차관은 물론이고 부처 국장급까지 청와대가 인사를 틀어쥐고 있는 것은 팀워크와 협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박근혜 정부만의 비전이 모호하다”며 “탕평인사를 통한 내각이나 청와대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통 논란 불식해야 박 대통령을 둘러싼 ‘불통 논란’은 국정 지지율을 깎아먹는 ‘최대 난제’다. 이번에도 전문가들은 어김없이 박 대통령에게 소통을 넓히라고 주문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박 대통령이 소수에게만 의존하다 보니 아무리 유능한 인재가 청와대나 정부에 들어가도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여당과 각계각층의 천거를 받아 폭넓게 사람을 쓰고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효재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는 “박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핵심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로 여론 파악에 천부적 능력을 지닌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는 “청와대 안에 너무 갇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 대통령의 소통 논란을 뒤집어보면 결국 참모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참모들이 쓴소리를 못 한다는 방증이고, 박 대통령이 좀 더 폭넓게 용인술을 써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만큼 야당과의 소통 정례화가 필요하다”며 “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가 여야 대표를 자주 만나야 한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기 업무 시간의 70% 이상을 야당 인사들을 만나는 데 썼다”고 조언했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는 비전 전파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가고자 하는지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 최우선 정책-바로잡을 정책 ▼이벤트성 규제개혁 말고 덩어리규제 과감하게 풀길예산펑크-사회갈등 자초한 선심성 복지제도 손봐야 “아직도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집권 2년 차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한 셈이다. 이제 처방이 관건이다. 동아일보가 31일 전문가들에게 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 방향을 바로잡아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 물었다.○ 집권 3년 차 최우선 정책 과제는? 조진만 교수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대목이라 밥도 못 먹을까 봐 김밥을 샀지만 손님 수가 평일만도 못하다’고 하더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민경제 활성화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정치학)도 같은 주문을 내놓았다. 그는 “전월세 대란 등으로 인해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소비 심리의 위축이 심각하다”며 “서민 경제가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서민 경제 활성화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개혁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랐다. 이동관 총장은 “푸드트럭과 같은 이벤트성 규제 개혁이 아닌 ‘덩어리 규제’를 풀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푸드트럭을 합법화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실제 영업 신고를 한 푸드트럭은 3대밖에 없는 데다 서울에서는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는 곳도 없는 실정이다. 김병준 교수는 산업구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 주력 산업이 흔들리는 만큼 산업 인력 구조를 어떻게 개편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실업을 감안해 사회 안전망을 어떻게 강화하느냐를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 틀로는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힘들다”며 “적대의 정치를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연다는 자세로 박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신년 화두로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갈등의 통합 및 조정과 남북 관계 개선”을 집권 3년 차 최대 핵심 과제로 꼽았다.○ 바로잡아야 할 정책 1순위 많은 전문가들은 집권 3년 차 박근혜 정부가 복지정책부터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가 재정을 감안해 복지정책을 전면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사회 갈등만 부추길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효재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선거 때마다 여야가 선심 공약으로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안겼다”며 “당장 누리사업의 예산 부담을 두고 올해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다투다 임시방편으로 봉합했지만 앞으로 매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사업은 유치원생 1인당 월 20만 원씩 학부모에게 지급하는 사업이다.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사회복지제도가 너무 무분별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복지제도와 일자리를 조합해 복지를 웰페어(welfare)에서 워크페어(workfare)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을 하지 않는 수혜자는 복지 혜택을 줄이고 일을 열심히 한 사람에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복지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형준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관련해 “신뢰는 결과이지 조건이 아니다”라며 “신뢰가 조건이 되다 보니 대북정책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관 총장도 “통일 대박은 결과”라며 “통일 대박을 어떻게 이뤄낼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병준 교수는 광역단체별로 대기업과 함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있는 데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기업별로 지역을 나누면 산업의 유기적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야구팀이나 지역 연고를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택 교수는 “일본 산케이신문 명예훼손 사건이나 카카오톡 검열 논란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았나 우려된다”며 “비판에 귀를 닫고 검찰을 활용해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홍정수 기자}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2014년 12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국 6개 사고 당원협의회의 조직위원장 후보 13명을 확정 발표했다. 서울 중구에서는 후보들 간의 평가 결과가 근소한 차이를 보여 현역 비례대표인 문정림, 민현주 의원과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 등 세 후보가 경쟁한다. 나머지 5개 지역에서는 후보가 두 명씩 선정됐다. 수원갑에서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김상민 의원이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의 최측근인 박종희 전 의원과 맞대결을 펼친다. 조강특위는 당초 이날까지 후보군 압축 심사를 마치고 당협위원장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12월 30일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전부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당협위원장 선출 방침을 밝히자 2, 3배수의 후보군만 발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인 강석호 의원은 “얼마만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는지에 대해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여론조사 반영방식과 비율, 일정은 1월 초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조강특위가 최종 결론을 미뤘지만 여전히 갈등은 잠복하고 있다. 100% 여론조사로 할 경우 정치 신인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대표가 이런 시점에 전면 여론조사를 주장하는데 조강특위가 독립적으로만 활동할 수 있겠냐”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그게 결국 ‘사당화(私黨化)’일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강석호 의원은 “(당협위원장 선발 과정은) 조강특위가 자율권을 가지고 있고 (김 대표의 발언은) 본인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 현역 의원과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은 5명 중 4명(80.6%)꼴로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입에 반대한 사람은 17.1%에 그쳤다.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공천·선거개혁 소위는 최근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을 상대로 실시한 이 같은 공천제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당협위원장 4명 중 3명(76.7%)은 반드시 기존 공천방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설문 결과는 김무성 대표의 핵심 공약인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당내 지지가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핵심인 공천개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찬성 이유로 ‘밀실공천·나눠먹기 공천을 막기 때문’(53.8%)이라고 답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반대한 응답자들은 반대 이유로 ‘이 제도가 정당정치를 훼손한다’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들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30일 김무성 대표를 대놓고 비판했다. 당 주류인 친박계가 세(勢)를 과시하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7월 전당대회 이후 형성된 김 대표와 친박계 간 ‘6개월 허니문’ 기간이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유기준 서상기 의원 등 친박계 중진 의원 7명은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열하루 만에 김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형국이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송년 오찬 모임을 가졌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 최고위원 등 39명이 참석했다. 공격 포인트는 당직 인선과 개헌 논의 파문 등에 맞춰졌다. 유 의원은 “260만 당원의 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이라며 “전당대회 득표율에 비해 (더 크게) 김 대표가 자기 혼자서 모든 것을 전횡하려는 듯한 모습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윤상현 의원도 “김 대표의 전당대회 득표율이 29%대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대표의 모습은 한마디로 92%를 ‘득템’(독점한다는 의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도 “내년에는 좀 더 많이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 주길 바란다”며 “나는 당의 최고 선배로서, 과거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길을 잘못 가면 지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과 당협위원장 선출 등을 놓고 김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이날 모임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10월 방중 기간 김 대표가 내놓았던 ‘개헌 봇물론’과 관련해 “내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찬스(기회)이기 때문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서 의원 등 친박계 중진 7명만 콕 찍어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청와대 만찬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30일 친박 모임에서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의원들이 대부분 이날 만찬 멤버였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제대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얘기들을 했다”며 “소통 강화를 위해서 정무장관실을 신설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선 2년 전 대선 당시 선거 사령탑인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 대표가 제외된 것에 대해 향후 정국 운영에서 김 대표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회동과 관련해 “대통령이 의원들과 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만 말했다.▼ 김무성, 기자단 오찬서 맞불 ▼“이렇게 공천권을 내려놓는데 사당(私黨)으로 운영한다고 할 수 있겠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곰탕집에서 당 출입기자들과 송년 오찬을 하면서 자신을 정조준한 친박계의 비판을 이같이 반박했다. “당협위원장 선정과 내년 4월 보궐선거의 공천 모두를 주민의 뜻에 따르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김 대표는 오찬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됐다. 당권의 ‘권(權)’자를 없애겠다고 공약해서 당 대표가 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근처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의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오찬 자리에서 자신을 향해 ‘대표의 전횡’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비판과 관련해 “내가 정치(인생) 30년이다. 그런 말들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진 못했다.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보면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반 이상 (친박계 쪽에 당직을) 내놨다”며 ‘인사권 전횡’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치자 김 대표는 “당협위원장 선정은 국민의 뜻을 물어 전부 여론조사 하기로 했다.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31일 당협위원장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여론조사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만큼 최종 결정은 늦춰지게 됐다. 이어 김 대표는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도 100% 지역 주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내년 1월 중 조기 공천해 빨리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당 대표로서 권한이 없어져 당 장악력이 떨어진다는데 나는 당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7월 전당대회 때부터 김 대표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 도입을 앞둔 정지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김 대표는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말을 아꼈다. ‘기업인 가석방’ 논란에 대해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고 한마디 한 것이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더는 말을 안 한다. 그렇게 복잡한지 몰랐다”고 해명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여야는 29일 2014년도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열어 148건의 안건을 일괄 처리했다. 대부분 토론 없이 표결에 들어가 상정된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이날 오후 2시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이 통과됐다. 주택법 개정안은 2012년 9월 19일 발의돼 2년 3개월여 만에 통과됐다. 이로써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 택지 부문에는 그대로 적용되지만 민간 택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또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는 대신 3년간 유예하면서 재건축부담금 면제 기간이 올해 말에서 2017년 말로 연장됐다. 수도권 과밀 억제 권역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한 채의 주택만 분양받도록 규정한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도 최대 3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하도록 개정됐다. 부동산 3법 처리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이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경제 회복의 불쏘시개 역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회적 약자, 신혼부부, 청년층의 주거 복지 확대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률 10%를 목표로 한다’는 우리 당의 주장이 관철돼 국민이 최소한의 주거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3법 통과와 함께 전·월세 대책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후속 대책을 논의할 서민 주거복지특별위원회 구성안도 처리됐다.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한 자원외교 국정조사요구서도 이날 본회의에 보고됐고,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구성 결의안도 처리됐다. 두 특위는 최장 125일 동안 활동에 들어간다. 새누리당은 연금특위 위원장으로 주호영 정책위의장을 낙점했다. 아울러 여야는 자원외교 국정조사 대상 시기는 이명박 정부에 한정하지 않고 ‘해외자원 개발 외교가 시작된 이후부터 현재까지’로 확정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도 다루기로 했다. 이 밖에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 주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실업급여 전용 계좌에 지급된 돈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판사와 검사 정원을 2019년까지 각각 350명, 370명 늘리는 검사 정원법과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한편 여야가 추천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 10명의 선출안도 원안대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에 조대환 법무법인 하우림 대표를 선정했다. 비상임 위원으로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원 감사,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고문, 차기환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 황전원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을 선정했다. 새정치연합은 권영빈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선정했다. 비상임위원으로는 류희인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민변 전 부회장을 지낸 최일숙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진 변호사 등이 위촉됐다.손영일 scud2007@donga.com·홍정수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사진)은 29일 “새누리당이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광주 서을을 포기하는 것을 포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열세인 호남지역의 공천 포기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때 호남에 후보가 나오면 다행이고 안 나오면 말고 식의 정책이 아니라 집권당, 전국정당으로 국토의 한 부분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광주 서을은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이 결정되면서 통진당 오병윤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곳이다. 이 최고위원이 17, 19대 총선에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곳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2004년 총선에서 득표율 1.03%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2012년에는 39.7%를 득표해 화제를 모았고 올해 7·30 재·보궐선거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돼 호남의 높은 벽을 깼다. 이 의원은 “소외시켰거나 관심이 덜했던 지역을 상대로 새로운 노력을 하는 건 집권당의 당연한 의무다”며 “입만 열면 ‘전국정당’을 얘기해왔던 새누리당 입장에서 분명한 의지를 갖고 (호남에서의) 실질적인 당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광주 서을을 포기한다는 말은 아무도 안 했다”고 공천 의지를 강조했다.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는 조준성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국회가 2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결하고 100일간의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들어간다. 여야의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자원외교 국조는 벌써부터 ‘친이(친이명박)’ 대 ‘친노(친노무현)’의 물러설 수 없는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 몫인 국조 위원장은 친노계인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이 선정됐다. 그는 당내 이명박(MB) 정부 해외자원개발 국부유출 진상조사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간사는 홍영표 의원을 앞세웠고 김현 최민희 의원 등 친노 의원들이 주공격수로 포진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이명박 정권에서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의원이 간사를 맡고 이명박 캠프의 안국포럼 출신인 조해진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차출됐다. 첫 전선은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범위다. 야당이 이명박 정권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여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포함해 자원외교 전반을 되짚어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권 의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원외교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사업으로 역대 모든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이라며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해서 해야지 어느 정권에 대해서만 한다면 국정조사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홍 의원은 “문제가 됐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등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정책 집행 과정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 채택을 놓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야당은 ‘자원외교 5인방’으로 지목해온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 부총리와 당시 자원외교 실무를 담당했던 윤 장관이 주요 타깃이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전직 대통령, 현직 장관이라고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권 의원은 “정치적 목적으로 근거 없이 부르는 ‘망신주기식’ 국조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권 의원은 “증인 문제는 담당 기관으로부터 우선 업무보고를 받은 뒤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누구를 채택할지 정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자원 확보 사업을 왜곡하는 것은 철저히 막겠다”고 밝혔다. 최대 125일간 활동할 특위는 국조 범위와 증인 명단 등을 담은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내년 1월 12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는 29일 본회의에서 주택법 개정안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부동산 3법’을 포함해 130여 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홍정수 hong@donga.com·손영일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에서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부동산 3법’을 의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해온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은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부동산 3법의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면서 최대 수혜지인 강남 재건축 단지가 들썩이고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3법 소식에 매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물이 팔리지도 않았지만 거둬들이지도 못했던 매도자들로부터 ‘호가를 더 올려도 좋은지’ ‘언제쯤 팔아야 할지’ 등을 묻는 문의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이날 현재 전달 대비 약 2000만 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1월 중순 7억6000만∼7억7000만 원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전용 50m² 아파트의 매도 호가는 7억9500만∼8억 원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앞으로 4000만∼5000만 원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본다. 매수자들의 태도도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그간 시장 분위기를 저울질하기만 하다가 ‘더이상 늦으면 안 되겠다’며 주말에 사무실을 찾아오겠다는 손님이 벌써 3, 4명”이라며 “그냥 알아보려는 게 아니라 실제 매수 의지가 강한 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게 11월과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수도권 소재 재개발·재건축 사업 후보지 가운데 사업성이 약하다고 판단했던 지역을 다시 검토하는 분위기다. 롯데건설 주택사업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내년에 10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데 시장이 받쳐준다면 10여 곳을 추가해 총 20여 곳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양혜석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추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는 회사가 적지 않아 내년 분양 예정 물량이 기존에 세워둔 계획에 비해 약 5%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아파트시장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W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탄력적으로 운용되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이 올라가면 기존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며 “기존 아파트시장도 매매가 늘고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월세의 기본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하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계약기간이 1년 늘어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전세금을 올릴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어서 전세금을 미리 올릴 가능성이 높아 전세금 상승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김현지 nuk@donga.com·홍정수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원죄’를 집중 공격했다. 김무성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의 진보세력들은 이제 낡은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건전 진보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며 “집권만을 위해 통진당과 연대했던 새정치연합은 종북, 헌법 파괴를 일삼는 낡은 진보세력들과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옛 통진당의 국회 진출에 큰 역할을 한 당시 야당 지도부는 책임 있는 사과나 반성이 없다”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생각인지 야당 일각에선 헌재 결정을 ‘정부 여당의 국면 전환용’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날 전체회의를 한 뒤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헌재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듯한 의견을 표명했는데 이는 ‘대선불복’보다 훨씬 더 심각한 ‘헌법불복’”이라며 “새정치연합의 이런 태도는 ‘종북 숙주’ 이미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친박(친박근혜) 맏형’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22일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사건과 관련해 “12년 전에 일어났던 대선 과정에서의 ‘김대업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공작을 통해 (김대업 씨가) 당시 정부여당의 힘을 빌려서 매 시간 방송과 신문에 이 문제를 터뜨려서 결국 한나라당이 대선에 패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던 그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수사관 자격을 사칭한 혐의로 대선 직후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후보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대선에서 패배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번 문건유출을 당시 사건에 빗대 “이번 청와대 문건 유출은 정치공작이 아닌 정부공작에 의해 국정이 완전히 놀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박관천 사건’으로 명명하며 “분명히 배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이 기회에 청와대 참모도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통령도 각계의 많은 인사를 어떻게 다 만나냐”며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도 각계각층과의 소통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청와대의 소통 강화를 촉구했다.홍정수기자 hong@donga.com}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위기를 맞은 진보 진영이 재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거스른 채 낡은 종북(從北) 프레임을 교조적으로 부여잡은 일부 진보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장이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정당의 강제 해산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데도 ‘올바른 결정’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진보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는 노동이나 복지, 환경 등 진보 진영의 고유 가치에 집중하는 ‘세련된 진보주의’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본격화된 양극화 현상을 민주노동당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진보 정당은 그런 국민의 요구에 부흥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진보는 이제 자본주의 양극화 해결 등에 집중하는 ‘선진국형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주 대표는 2000년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 창당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통진당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 전반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꾸준히 문제시되었던 이른바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민노당 창당 멤버로, 17대 국회 때 민노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념이 아닌 국민의 삶과 직결된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노당 대변인을 지낸 박용진 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은 “진보 정당다운 고용(일자리)과 복지, 이 두 가지에 집중하는 민생 정치를 보여줌으로써 진보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를 겨냥해 “진보를 표방하며 대선에 나와 ‘당신 떨어뜨리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은 ‘진보 정당이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고용과 복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도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만으로도 진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진보가 살길은 진짜 진보적 가치를 표출하고 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가령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데 대한 진단과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민생을 고리로 대안 정당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창당 멤버인 최규엽 전 민노당 최고위원은 “진보는 도덕성, 헌신성이 생명”이라며 “국회의원 수에 연연하지 말고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복지, 노동 등의 가치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최고위원은 올해 4월 새정치연합에 입당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는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당과 진보 진영은 먼저 과거 통진당과 연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앞으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 진보를 표방하고, 담론이 아닌 실천으로 옮기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겹치면서 여야가 강경 대치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때 새정치민주연합이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통진당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원죄’를 쟁점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를 거듭 요구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르면 22일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정국의 흐름을 돌려놓겠다는 생각이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통화에서 “종북세력, 대한민국 적대세력이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새정치연합은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정치연합을 ‘종북 숙주’로 정조준한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해산으로 대여공세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운영위를 반드시 열어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국회에 불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전체 상임위를 열자고 하면서 현안이 걸린 운영위는 못 연다고 한다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여야는 22일 오전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운영위 개최,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및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 구성,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견해차가 좁혀지면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최종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는 이번 주 중 검찰 수사 발표 뒤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300명으로 출발한 19대 국회의원 정수는 2016년 4월 20대 총선 때까지 298명으로 조정된다.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의원은 정당이 해산되는 경우 의석을 충원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헌재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은 김재연 이석기 의원 두 명이다. 내란음모·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구속 수감돼 있다. 공직선거법은 과거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정당 해산 이외에도 선거범죄로 인해 당선이 무효가 될 경우에도 의원직을 충원하지 못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2010년 법 개정 때 △정당 해산 시 △임기가 120일 이내로 남았을 때에 국한해서 의원직 충원을 하지 않도록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난달 28일 ‘정윤회 동향’ 문건이 처음 보도된 지 사흘 만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정치권은 새누리당의 ‘투 톱’으로 불리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입에 주목했다. 하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론이 청와대의 무능을 질타하는데도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는 없었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고 매듭을 짓기 바란다”고 했고, 이 원내대표는 “국정 현안에 여야의 정치적 공세는 지양해야겠다”고만 주문했다. 이후 보름이 지나는 동안 당 지도부의 공식 발언과 대변인 논평은 ‘신속한 검찰 수사’와 ‘야당의 정쟁 자제’를 촉구하는 선에서 맴돌았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것에 대해서는 아예 공식 발언도, 논평도 없었다. 청와대를 향한 비판은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에서만 나온다. 지도부는 청와대를 감싸지도, 비판하지도 못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청와대 겨낭한 발언 삼가 김 대표는 7·14전당대회에서 당청관계의 변화를 주장하며 당선됐다. 전당대회 직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당청관계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일방적 지시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당청관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에서 청와대에 반드시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정도 외에는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김 대표는 17일 지난 경선캠프 관계자 등 200여 명과 송년모임을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일심동체”라고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이 채 안 됐고,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지금 당청이 각을 세우면 여권이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를 놓고 친이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 친박(친박근혜)계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헌과 관련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개각 앞두고 ‘입 조심’ 분위기도 또 연말이나 연초에 개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른 일부 여당 중진 의원이 ‘입 조심’에 나서면서 새누리당의 침묵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청관계의 분수령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17일 “검찰 수사가 빨리 종결돼야 한다. 올해 안에 다 끝내고, 잘못된 것에 대한 대처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여권이 힘을 모아 해결할 과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의 입지가 넓지는 않다”고 평가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40% 선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8∼12일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7%(‘매우 잘함’ 12.1%, ‘잘하는 편’ 27.6%)였다. 전주에 비해 6.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2.1%로 6.3%포인트 높아졌다. ‘정윤회 동향’ 문건의 여파가 여전히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 중에서도 지지율이 66.7%에 그쳤다. 1주 전(75.0%)보다 8.3%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한국갤럽이 9∼11일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긍정 평가가 41%로 1주 전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60세 이상 노년층의 지지도는 1주 만에 72%에서 64%로 8%포인트 떨어졌다. 여권의 아성인 대구·경북지역 지지도도 66%에서 55%로 11%포인트나 낮아졌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취임 이후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것은 기존의 박 대통령 지지층-반대층-유동층의 기본 프레임 자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던 층이 이번 사건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여파를 받을 것인지에 따라서 여론의 향배가 결정 날 것”이라고 봤다.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15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조화(弔花) 배달 심부름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 의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 조화 전달을 위해 16일 개성을 방문한다.○ 김진태 “야당은 종북 숙주냐” 김 의원은 이날 현안질문에서 ‘박모 의원’을 지칭하며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올 8월)에는 (북한에) 조화를 받으러 가서 전달한 사람”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김정은, 김정일 조화를 배달하는 심부름꾼이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새정치연합은 통합진보당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정당에까지 손을 뻗치는 것이 제1야당의 현주소”라며 “이러니까 종북숙주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박지원 의원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내시, 비서실장 역할을 자처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본회의장에 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질문 수준을 높여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라며 김 의원을 맹비난했다. 서영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왜 김정일을 만나러 간 거냐”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도 맞고함으로 대응하면서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현안질문이 끝난 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막말 비하가 도를 넘었다”며 “새누리당이 종북 논란을 저질 막말로 부추긴다고 해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이 가려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야당 의원들과 ‘설전’ 국정조사가 실시될 해외자원개발 대상을 놓고 야당 의원들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때 자원개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은 “이명박 정부 동안 자원개발 사업에 41조 원을 투입해 회수액은 5조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에는 (자원개발) 55건에 투자해 28건을 실패했다. 그때는 국정조사 하자고는 안 했다”고 맞받아쳤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유엔은 지난 10년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이뤄내지 못한 것을 최근 1년 동안 이뤄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아시아·유럽 여성 콘퍼런스’에 참석한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대담을 하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이달 안에 유엔 총회를 통과하면 북한 정부에 상당한 자극과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은호 민주평통 아세안지역 부의장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상정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다루스만 보고관은 “가능성이 있지만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국제사회의 여론이 단일화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도 지금까지의 북-중 관계에서 벗어나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카르타=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새누리당은 8일 의원총회를 열고 보수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5개 혁신안 중 4개안을 당론으로 발의한다는 내용을 추인했다.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도 이날 원칙적으로 의결했지만 구체적인 법안은 위헌 소지를 없앤 뒤 추후 확정키로 했다. 이로써 지난달 11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안이 줄줄이 ‘퇴짜’를 맞았던 혁신위는 가까스로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다. 혁신위는 이날 출판기념회 금지 등 의원들의 반발이 심했던 부분을 일부 수정해 의총에 상정했다. 9개 과제를 5개 법안에 담아 보고했고 4개 법안은 즉각 입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추인됐다.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고 △국회 회의가 열리지 않거나 국회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세비를 깎고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윤리특위를 강화하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옮기는 4개 안이다. 관련 법안은 당론으로 발의한다. 출판기념회는 ‘전면 금지’였던 원안을 ‘사실상 금지’로 일부 완화했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되 돈을 받고 책을 파는 행위는 금지하고, 입장료 형태의 대가성 금품도 못 받게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혁신안 통과를 위해 “지금은 혁신이 대세다. 여기서 우리가 머뭇거릴 수 없다”는 논리로 의원들을 설득했다. 위헌 논란이 일었던 ‘불체포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은 헌법상 규정된 ‘의원의 불체포 특권(44조)’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추가 논의를 통해 확정키로 했다.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1시간 동안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혁신위는 체포동의안을 72시간 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가결된 것으로 보는 원안 대신에 다음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에 부치는 수정안을 내놨다. 안형환 혁신위 간사는 기자회견에서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며 “특권 포기 원칙 아래 법률 전문가와 구체안을 성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한 관계자는 “1단계 혁신과제는 힘겹게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냈지만 앞으로 진행될 2, 3단계 혁신과제인 정당·정치개혁 논의에도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청와대로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데리고 들어왔으면 어떻겠나. 가족들이 섭섭하겠지만 안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7일 낮 청와대 백악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자리한 오찬 헤드테이블에서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에 대해 냉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역대 정권을 보면 실세라고 하면 파리처럼 달려들어서 못 견딘다. (그래서) 친인척 중 한 명도 청와대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내가 키우는 진돗개가 실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정윤회 비선(秘線) 실세’ 논란과 관련해서도 “실세가 누구냐고 하는데 없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정 씨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한 뒤 “이미 오래전에 내 옆을 떠났고 전혀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실세가 없으니까 (내가 키우는) 진돗개가 실세라는 얘기가 있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망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에 대해 “이들은 15년 동안 나하고 같이 묵묵히 일만 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잘못을 했다면 나하고 같이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낮 12시부터 1시간 50분간 진행된 비공개 오찬엔 당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당 의원 등 60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취임 후 여당 의원들과의 회동은 11번째다. 회동 분위기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오찬에 앞서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30여 분간 먼저 만났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도 배석했다. 한 참석자는 “특별한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에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를 설명하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 달라는 뜻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 “대통령과 당은 한 몸”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언젠가 세상을 떠날 텐데 일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모든 것을 바치자”며 “여러분, 파이팅!”을 외쳤다. 오찬이 끝난 뒤에는 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주요 현안 등을 잘 챙겨줄 것을 당부하면서 기념촬영도 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 나의 목적이고 그 외에는 다 번뇌”라며 “지금까지 그 하나로 살아왔고 앞으로 (세상을) 마치는 날까지 그 일로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시간이 됐다. 여러분도 저의 진심을 믿고, 흔들리지 말고 한마음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자체가 실체가 없는 만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당내 비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 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다.○ 침묵한 김기춘 식사 후 발언자로 지목받은 윤영석 의원은 “흔들리지 말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담담한 어조로 “내가 흔들릴 이유가 뭐가 있나. 나는 욕심도 없고 국민만 보고 간다.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했다. 친박(친박근혜)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문건 유출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수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요하지만 공무원들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을 세밀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행정수석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정윤회 동향’ 문건과 관련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0)은 7일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대통령과 연락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이사장은 이날 채널A ‘논설주간의 세상보기’에 출연해 “(대통령 가족들을) 주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것 아시죠”라고 되물은 뒤 “도와주려다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생인 박지만 씨 ‘미행설’에 대해서도 “(관찰 업무는) 해당 부서에서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여러 얘기가 도는 것은 해당 부서에서 미행을 한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만 씨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 측에 의해 미행당했다는 언론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박 전 이사장은 “왕래는 없어도 주변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은 소통이 나름대로 잘되고 있다”며 불화설은 일축했다. 지만 씨와 자주 연락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지만 씨가) 누나(박 대통령)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