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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건강 악화와 사업 부진 등을 비관해 고층 건물에서 투신하려던 20대 남성을 구한 경비원이 경찰이 주는 감사장을 받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남성을 구한 용감한 시민에게 23일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고 19일 밝혔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명학 씨(59·사진)는 16일 오전 5시 20분경 입주민 A 씨가 술에 취한 채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다. 이 씨는 “A 씨는 17층에 입주해 있는데 경비 데스크에서 폐쇄회로(CC)TV를 보고 있으니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며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쫓아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씨가 17층 높이 건물의 옥상에 도착했을 때 A 씨는 이미 철제 난간을 넘어선 뒤였다고 한다. A 씨는 난간 바깥쪽에 있는 폭 40㎝가량의 콘크리트 위에 서 있었다. 이 씨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A 씨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그런 뒤 이 씨는 “나처럼 나이 든 사람도 잘 사는데 젊은 사람이 왜 이러냐”며 “담배 한 대 피면서 얘기를 해보자”고 A 씨에게 말했다. 10여 분에 걸친 이 씨의 설득 끝에 마음을 돌린 A 씨는 이 씨의 손을 붙잡고 난간 안쪽으로 넘어왔다. 이 씨는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A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우리 운전사들은 매일 고령자와 장애인의 발이 돼 움직인다.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찾아가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10월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런던교통공사(TfL)의 제임스 미드 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드 씨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런던의 대중교통 운영을 맡고 있는 TfL에서 수요응답형교통서비스(DRT)의 하나인 ‘다이얼어라이드(Dial a Ride)’ 팀을 책임지고 있다. 다이얼어라이드는 시각·지체장애인과 85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위한 교통복지 서비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집 앞까지 버스가 찾아간다. 고령자와 시각·지체장애인들은 이 버스를 타고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한다. 이 서비스는 이용료가 무료이고 이용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2002년엔 한 번 이용할 때마다 80펜스(약 1250원)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런던시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2005년부터 무료로 전환했다.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운행을 위해 런던시 예산 약 3400만 파운드(약 531억 원)가 투입된다. 다이얼어라이드는 오전 2∼6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1년 365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등록 이용자는 4만2000여 명인데 지난해 연간 누적 이용 횟수가 100만 회를 넘었다. 올해로 운행 17년째를 맞은 다이얼어라이드는 런던 내 교통 취약계층의 든든한 발이 되고 있다. 런던에는 현재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정류소가 9곳 있다. 300여 명의 운전사들이 이 9곳의 정류소를 거점으로 버스를 운행한다. TfL 조사 결과 다이얼어라이드 이용자의 약 60%는 고정 시간대에 차량을 이용하면서 시장에 가거나 종교시설 등을 찾는다. 미드 씨는 “다이얼어라이드는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신분인 다이얼어라이드 운전사들은 교통 약자들의 이동을 돕기 위한 운전뿐 아니라 차량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차량 이용자들인 고령자, 장애인들과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운전사들은 이들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교육도 따로 받는다. 애딜리 파인들리 TfL 전화상담팀장은 “운전사들은 차량 이용자들을 자주 만나면서 대화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건강이나 심리 상태도 비교적 잘 알고 있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이용자의 생명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런던시는 다이얼어라이드 서비스를 통해 교통 약자들의 이동 편의를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1782명이었는데 이 중 32.9%에 해당하는 586명이 60세 이상이었다. 영국 교통부(DfT)는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2017년보다 2%, 2008년보다 17% 늘어난 1540만여 명에 이르자 ‘고령층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중요 국가 과제로 삼았다. 미드 씨는 “잘 훈련받은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운전사들은 서행 등 안전운전을 하고 차량 점검도 정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다”며 “개인이 차량을 직접 몰고 운행할 때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이얼어라이드 이외의 DRT 제도가 제각각 운영되는 등 여러 개로 나눠진 교통복지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건 TfL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런던에는 장애인에게 택시요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택시카드’ 등 다이얼어라이드와 유사한 서비스가 여러 개 있다. DRT 이용자가 병원에 가려면 국가보건서비스(NHS) 차량을 이용해야만 한다. 다이얼어라이드를 이용하면 병원 바로 앞에서 내리지 못하고 상점 등 병원 인근의 정류소에서 내려야 한다. 미드 씨는 “현재는 시스템이 복잡한 편이다. 병원을 가려고 하는 이용자는 우리가 직접 병원 앞까지 태우고 갈 수는 없고 NHS에 연락을 해야 한다”며 “교통 약자들을 위한 서비스 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다이얼어라이드를 비롯한 DRT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 중 고령층을 포함한 교통 약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는 1682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3781명)의 44.5%에 달했다. 2014년 전체 사망자의 38.1%였던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DRT 활성화에 나섰다. 이용자가 전화로 신청하면 공단의 DRT 시스템이 버스나 택시 등 적절한 교통수단을 찾아 보내주는 방식이다. 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은 “고령자와 장애인 등 교통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는 교통 서비스를 도입해 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런던=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아이돌 그룹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 씨(23)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악플러 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강 씨의 소속사인 커넥트엔터테인먼트는 “강다니엘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의 악성 게시물에 대해선 어떤 합의나 선처 없이 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이미 밝힌 적이 있다”며 “1차로 고소한 9월 이후 3개월간 4000여 건의 제보를 받아 수집한 수십만 개에 이르는 자료에 근거해 2차 고소를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강 씨 측이 서울 강남경찰서에 2차 고소한 8명 중에는 강 씨가 워너원 멤버로 최종 선발되는 과정에 시청자 문자투표 조작 등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들이 포함됐다. 2017년 방송된 케이블채널 엠넷의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는 최종 11명을 뽑아 남성 그룹 워너원을 결성했다. 본보 취재 결과 강 씨는 문자투표 결과에서 11명 중 상위권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앞서 9월에도 악플러 4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었다. 이달 3일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강 씨는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가수 김건모 씨(51)가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김 씨의 소속사인 건음기획 대표 손종민 씨와 고은석 변호사는 13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여성 A 씨를 무고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 변호사는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누구인지도 아직 모르고 (피해자가 낸) 고소장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건음기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진실된 미투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거짓 미투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9일 강용석 변호사를 통해 김 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이달 24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로 예정됐던 김 씨의 전국투어 콘서트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서울 강남의 ‘재건축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이곳 주민들은 아파트 주변에 하천이나 대형 쓰레기장 같은 시설이 없는데도 여름만 되면 모기 등 벌레가 많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런 궁금증을 적은 글들이 올여름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다고 한다. 원인을 찾아보기로 하고 나선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각 동 지하실을 보고 놀랐다. 전체 28개 동 각 지하실엔 냉장고와 책상, 의자, 이불, 가방 등 총 2300t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는데….》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동의 1층 복도.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녹슨 철문이 나왔다. ‘문을 꼭 닫아주세요. 모기 물려 아파요.’ 철문엔 이런 글이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금은 단종된 오래된 냉장고를 비롯해 커피포트, 의자, 책상, 장롱, 소파, 이불, 가방, 방석 등 생활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에 쌓인 흙먼지가 올라왔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배수관과 통신선 곳곳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녹슨 배수관에서 떨어진 물이 바닥 곳곳에 고여 있었다. 28개 동 4424가구가 사는 은마아파트 각 동엔 이런 지하실이 1, 2개씩 있는데 모든 지하실엔 생활쓰레기를 포함한 폐기물이 버려져 있다. 대부분 이사 가는 주민들이 아파트 주변에 버린 것인데 이를 경비원들이 지하실로 옮긴 것이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최고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누가 버리고 갔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실 쓰레기가 문제가 되자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2014년 쓰레기 양을 추산한 적이 있는데 당시 2300t가량 되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비원 등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지하실에 이런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걸 아는 주민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올여름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들이 올라오면서 많은 주민이 지하실 쓰레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아파트 주변에 하천이나 대형 쓰레기장 같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모기 등 벌레가 많으냐고 궁금해 하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은 원인을 찾아나섰고 결국 지하실 쓰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아파트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여름만 되면 모기가 너무 많은 게 늘 이상했는데 쓰레기가 방치된 지하실에 고인 물 때문에 그런 거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주민들은 각 동 대표를 통해 ‘지하실 청소’를 동대표자회의에 안건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표자회의는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28개 동에 있는 각 지하실의 쓰레기를 다 치우려면 15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내 실거주자의 65% 정도는 세입자다. 쓰레기를 치우려면 집주인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재건축될 아파트에 굳이 그런 돈을 쓰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쓰레기 양이 많은 지하실만이라도 청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고장 난 엘리베이터 수리와 아파트 도색, 수도관 교체 등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002년부터 재건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주민이 아파트의 여러 문제점을 공론화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아파트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 15명은 11일 강남구청을 찾아 내년으로 예정된 재건축추진위원장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구청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 중 일부는 구청 건물 안에 간이 돗자리와 이불을 펴고 밤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농성에 참여한 여성 B 씨는 “아무리 요구해도 개선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난생처음 집 밖에서 농성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예정 지역의 경우 수도관이나 가스관에 녹이 스는 등 관리상의 문제가 생기는데 지하실에 쓰레기가 방치된 은마아파트는 정도가 많이 심각한 편”이라고 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내년 1학기에 강의를 개설하겠다고 학교 측에 신청했다. 조 전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10월 14일 당일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해 하루 뒤 승인을 받았으나 올 2학기 강의 개설 신청 기간이 지난 뒤여서 그동안 강의는 하지 않았다. 10일 서울대 로스쿨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9일 오후 4시 20분경 2020학년도 1학기에 ‘형사판례 특수연구’ 강의를 개설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로스쿨 교무부원장에게 보냈다. 로스쿨 행정실은 내년 1학기 강의 개설 신청을 9월 중순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조 전 장관은 이달 8일까지 신청하지 않다가 이날 행정실 측으로부터 강의 개설 여부를 확인하는 이메일을 받고 하루 만에 강의 개설 신청 메일을 보냈다. 행정실 측은 앞서 10월에도 교수들에게 강의 개설 의사를 묻는 메일을 한 차례 보냈는데 이때 조 전 장관은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의 ‘형사판례 특수연구’ 수업은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한 3학점 강의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수강 인원은 30명이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교수들이 신청하는 강의는 다 개설이 되고, 수강 인원이 3명 미만일 경우에는 폐강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른바 ‘백원우팀’ 검찰 수사관 A 씨(48)가 숨지기 전 열흘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의 한 관계자와 5차례 통화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서초경찰서는 A 씨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그의 휴대전화로 통화한 상대방 77명의 인적 사항을 통신사로부터 회신받았다. 경찰은 A 씨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되자 사망 동기를 밝히기 위해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통신사에 요청했다. 경찰은 A 씨가 숨지기 전 두 달간의 통화 기록을 확인하려 했지만 법원이 기간을 줄여 영장을 발부했다. A 씨가 숨진 배경을 두고 청와대 측은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고 한 반면 야당 측은 “청와대의 압박 탓에 궁지에 몰린 것 아니냐”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A 씨가 민정수석실 소속 관계자 B 씨와 5차례 통화한 것을 확인했다. 서울동부지검 소속이던 A 씨는 검찰 관계자 10명 이상과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 2명, 법원 관계자 1명과 통화한 기록도 있었다. 가족과의 통화가 가장 많았다. 통신사실 확인 자료엔 일반 유무선 전화를 이용한 통화 기록만 나온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한 통화 기록은 담겨 있지 않다. 검찰은 A 씨의 메신저 이용 명세 등을 파악하기 위해 2일부터 그의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시도하고 있다.한성희 chef@donga.com·윤다빈 기자}
야구교실 실내 연습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던 남성이 무술 합계 10단인 야구 코치의 뒤차기에 제압당한 뒤 경찰에 넘겨져 구속됐다.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9시 10분경 강북구 미아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야구교실 연습장에 남성 A 씨가 들어왔다. A 씨는 연습장에 있던 한 초등학생 아버지의 뺨을 때렸고 이를 본 야구교실 운영자 겸 코치인 김정곤 씨(44)가 제지하려 나서자 안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김 씨는 곧바로 주변에 있던 골프채를 집어 들고 A 씨와 대치했다. 그러면서 연습장에 있던 초등학생 1명과 아버지, 성인 수강생 3명을 건물 밖으로 먼저 나가게 한 뒤 자신도 빠져나왔다. 혼자 남은 A 씨는 연습장에 있던 점퍼를 훔쳐 입고 약 2분 뒤 밖으로 나왔다. A 씨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흉기를 들고 김 씨를 위협하다 김 씨의 뒤차기 한 방에 몸이 움츠러들며 제압을 당했다. 약 18년간 경호원으로 일했던 김 씨는 태권도, 합기도, 유도 등 무술 합계 10단의 유단자였다. 김 씨는 “흉기를 들고 있어 순간 위축되기는 했지만 (흉기 난동범 제압) 훈련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허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체포한 뒤 특수협박과 폭행 등의 혐의로 8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연습장에 있던 사람들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여서 정확한 범행 동기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윤다빈 empty@donga.com·구특교 기자}
지난달 8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있는 산안토니 지역. 왕복 2차로 중 한 차로엔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왕복 2차로였지만 차량은 한쪽 차로로만 다닐 수 있게 돼 있었다. 차량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10km였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나머지 한쪽 차로엔 대형 화분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화분 주위 곳곳엔 성인 예닐곱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이곳의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청년 일행은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은 채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선 한 중년 남성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태블릿PC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왕복 2차로는 바르셀로나시가 지정한 ‘슈퍼블록’ 구역 안에 있었다. 슈퍼블록은 한국의 행정구역 단위인 ‘통’, ‘반’처럼 바르셀로나시의 기본 행정구역 단위인 ‘만사나’를 가로, 세로 방향으로 3개씩 모두 9개를 묶은 ‘수페리야’를 가리키는 말이다. 1개의 슈퍼블록은 대개 가로, 세로 약 400m로 5000∼6000명이 거주한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정사각형 모양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만사나 대여섯 개를 묶어서 만들기도 해 모양은 다양하다. 바르셀로나 시내에는 모두 33개의 슈퍼블록이 있는데 시 전체 면적의 21%를 차지한다. 이날 기자는 산안토니 지역을 포함해 포블레노우, 레스코르트스 등 바르셀로나시 내의 슈퍼블록 3곳을 둘러봤다. 슈퍼블록 구역에서는 거주자 차량과 경찰차, 구급차, 택배 차량만 다닐 수 있게 돼 있었다. 주민들의 일생생활이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차량만 슈퍼블록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슈퍼블록에선 차량 통행보다는 보행자의 이동권과 안전이 우선이었다. 자동차는 한 방향으로만 다닐 수 있게 했고, 시속 10km를 넘는 빠르기로는 주행할 수 없도록 속도 제한도 엄격히 하고 있었다. 이런 제한 때문에 슈퍼블록으로 지정된 구역은 지정 전에 비해 차량 통행량이 평균 50∼65%가량 감소했다. 바르셀로나시가 슈퍼블록을 지정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도심에서의 차량 증가와 이에 따른 교통난으로 시민 불편이 커지고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시는 슈퍼블록 조성에 나선 이후 대중교통 확대를 위해 버스 노선 11개를 새로 만들었고 버스 노선망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해 시내 전체 면적의 67%를 버스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 자전거의 수송 부담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시민들이 집에서 300m 정도만 이동하면 자전거 도로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바르셀로나시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2.7명으로 스페인 전체의 3.9명보다 낮다. 전체 교통사고의 60% 이상이 도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스페인 정부는 슈퍼블록을 도심 사고율을 낮출 수 있는 해결책의 하나로 보고 있다. 슈퍼블록 지정으로 바르셀로나시는 녹지면적도 늘었다. 슈퍼블록으로 지정된 구역의 녹지면적 비율은 지정 전 평균 0.6%에서 지정 후 35.8%로 증가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시의 녹지면적은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시민 1명당 9m²)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바르셀로나시의 녹지면적은 약 115ha로 시민 1명당 2.7m²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9월 바르셀로나시는 계획 중인 슈퍼블록이 모두 조성되면 5년 전 예측됐던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 수(연간 3500명)를 연간 600명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르셀로나시는 슈퍼블록 지정으로 녹지 면적을 지금의 3배인 350ha까지 늘릴 계획이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슈퍼블록 지정을 처음부터 반긴 것은 아니다. 슈퍼블록 구역이 늘어날수록 차량 운행과 주차 등 운전자들이 겪는 불편도 커지기 때문이다. 슈퍼블록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살바도르 루에다 팔렌수엘라 바르셀로나시 도시생태청장은 “슈퍼블록 지정으로 지상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대신 지하에 주차장을 많이 만들고 시민들의 의견도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며 ”슈퍼블록 지정 후 1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주민 대부분은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슈퍼블록 내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보행자 공간 확대’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소음 감소(88%), 대기질 개선(95%),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99%)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팔렌수엘라 청장은 “슈퍼블록 구역 내에서는 자동차가 우선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 소통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장수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슈퍼블록은 보행자나 자전거처럼 사람이 주체가 되는 교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지역과 지역을 잇게 만드는 개념”이라며 “국내에서도 교통안전과 보행자의 이동권 향상,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슈퍼블록 같은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바르셀로나=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올해 9월 ‘바르셀로나의 차 없는 슈퍼블록이 수백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가 2016년부터 지정하기 시작한 도심 내 슈퍼블록 구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교통사고뿐 아니라 대기오염도 줄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산하 유럽혁신기술연구소는 바르셀로나를 ‘유럽 도시 이동성 수도’로 선정했다. 유럽 각국의 도시 중 교통을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경제와 환경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곳을 선정하는 것인데 바르셀로나는 슈퍼블록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비토리아와 폰테베드라에서도 슈퍼블록을 도입했고, 수도인 마드리드시도 도심에 슈퍼블록 구역을 지정해 놓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처럼 도심 교통체계를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는 시도는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영국 런던시는 2017년 11월 도심 쇼핑 명소인 옥스퍼드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는 등 도심 거리 절반가량을 영구적으로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앞서 런던시는 2003년부터 도심으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11.5파운드(약 1만7000원)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마다 도시 내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한 도심 4개 구역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도시 면적의 40%가량을 나무를 심거나 공원으로 꾸며 자동차 대신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캐나다의 몬트리올은 거리를 새로 만드는 계획을 짜는 단계부터 ‘차 없는 거리’를 염두에 둔다. 일본은 최근 도쿄 도심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차로로 쓰였던 곳을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살바도르 루에다 팔렌수엘라 바르셀로나시 도시생태청장은 “슈퍼블록의 기본 개념인 차로 축소, 자전거도로 및 대중교통 공급 확대, 노후 차량 통행금지 등은 여러 나라에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통행량을 줄이고 그 대신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전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내년부터 보행 공간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바르셀로나=윤다빈 empty@donga.com / 서형석 기자}
홍콩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 대학생과 반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이 잇따르자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인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자보 앞을 지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울 성동구의 한양대 학생들은 1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서너 명씩 돌아가면서 인문과학관 앞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지켰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대만 국적의 유학생도 대자보를 지키는 활동에 참여했다. 한양대 학생들은 앞으로 일주일가량 대자보 앞을 계속 지키기로 했다. 이처럼 한양대 학생들이 대자보 앞을 지키게 된 것은 전날 중국인 유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 ‘하나의 중국, 분할은 용납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적은 종이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등을 대자보 위에 붙이면서 한국인 학생들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14일에도 한 중국인 유학생이 대자보 앞을 지키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욕설을 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오면서 20여 명이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날 인문과학관 근처에 홍콩 시위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14일까지 서울대와 서강대, 동국대, 숭실대, 아주대, 성공회대 등의 캠퍼스 안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은 중국 유학생들의 대자보 훼손을 막기 위해 학생들의 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학생모임 페이스북 계정에는 ”대자보 훼손이 발생하지 않는지 재학생들이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학생모임 측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학별로 레넌 벽을 설치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레넌 벽’은 1980년대 체코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구호와 함께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노래 가사를 벽에 적는 방식으로 저항한 데서 유래했다.윤다빈 empty@donga.com·신아형 기자}
9일 오후 11시 45분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먹자골목의 한 술집 앞. 이 가게를 막 나선 술에 취한 30대 남성에게 일행들은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술집 인근에 세워져 있던 전동킥보드를 타고 골목길에서 사라졌다. 헬멧도 쓰지 않은 채였다. 본보 취재팀이 4일과 9일 각각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서울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3호선 신사역 인근의 술집 주변을 둘러본 결과 술을 마신 채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는 사람들을 여러 명 볼 수 있었다. 4일 밤 12시 무렵, 논현동 먹자골목에서는 얼굴빛이 불콰해질 정도로 술을 마신 이모 씨(31)가 전동킥보드에 올랐다. 이 씨는 “집이 압구정동인데 걸어가기엔 멀고 택시는 잘 안 잡혀 전동킥보드를 타고 간다”며 “대여료 3000원 정도면 집까지 갈 수 있어서 이 동네에서 술을 마실 땐 종종 이용한다”고 했다. 신사역 인근의 가로수길에서 만난 또 다른 전동킥보드 이용자 김모 씨(26)는 “택시가 잘 잡히는 곳까지만 타고 가서 거기서부터는 택시로 (경기 성남시) 분당 집까지 갈 것”이라며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몰면 재미도 있고 술도 깬다”고 말했다. 논현역 인근 도로에서는 하나의 전동킥보드에 2명이 함께 타고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운전면허나 원동기면허가 있어야 몰 수 있는 전동킥보드는 스쿠터, 전동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있어 음주운전은 처벌 대상이다. 운전 중 헬멧을 착용하지 않거나 신호 위반, 인도 주행 등의 경우에도 오토바이와 같은 액수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모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고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 50분경 신사동에서는 미성년자 임모 군(18)이 음주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몰고 인도로 달리던 중 보행자를 피하려다 차도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앞서 지난달 22일 오전 2시 반경엔 홍모 씨(40)가 논현동의 한 골목길 편의점 앞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2%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았다. 홍 씨는 무면허 운전자였다. 이달 5일 오후 10시 50분경엔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취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45%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몰던 남성 운전자가 경찰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택시를 잡기가 힘든 강남 지역 일대에서 음주 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모는 운전자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강남 일대에만 10곳이 넘는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가 있는데 대부분이 대여 서비스를 24시간 내내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회원 가입 후 간단한 인증 과정만 거치면 밤늦은 시간에도 전동킥보드를 빌려 탈 수 있다.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2017년 181건, 지난해 258건으로 늘었다. 삼성화재에만 접수된 사고 수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는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심야시간에 전동킥보드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며 “전동킥보드 대여 시간 제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윤다빈 기자}
‘10월 축제’라는 의미의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뮌헨시의 맥주 축제다.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넓이 42만 m²의 뮌헨시 ‘테레지엔비제’에서 2주간 열린다. 세계 3대 축제라는 명성답게 186번째 행사가 열린 올해도 독일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연인원 약 630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달 3일(현지 시간) 테레지엔비제 광장 정문 앞엔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이 생겼다. 행사장 정문 앞에 경찰들이 일렬로 서서 입장객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손가방을 제외한 배낭이나 핸드백 등은 반입이 금지됐다. 입장객들은 입구에 마련된 부스에 7유로(약 9000원)를 내고 가방을 맡겨야 했다. 오전 9시 문이 열리자마자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대형 천막 16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뮌헨시의 유명 양조장들이 설치한 것으로 가장 큰 천막은 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천막 내 테이블은 행사 1년 전부터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천막 안에서 종업원들은 양손에 1L짜리 맥주를 대여섯 개씩 들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넘치는 인파와 달리 행사장 주변에서는 차량을 볼 수 없었다. 뮌헨시가 배포한 행사장 안내도에 표시된 주차장은 장애인용 1곳뿐이었다. 뮌헨시가 옥토버페스트 기간엔 테레지엔비제 바깥에 지정한 5개 구역에서만 주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테레지엔비제 북쪽의 3곳을 비롯해 동쪽과 남쪽에 1곳씩 있는 지하철역 출입구마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행사장에 가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지하철역에서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차로는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그 대신 차로는 보행자 통로로 쓰였다. 버스정류장에서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차로 역시 보행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옥토버페스트가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음주운전을 막고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뮌헨시의 노력도 한몫했다. 뮌헨시는 ‘옥토버페스트와 운전은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옥토버페스트 교통대책 안내문 가장 맨 앞에 적어 놓았다. 행사장을 찾을 때는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취지다. 멀리서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경로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환승역도 안내했다. 야간엔 행사장 인근 지하철역의 열차 운행 간격을 평소의 7∼8분에서 3분으로 단축했다. 역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주 경찰은 9월 2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진행된 옥토버페스트 기간 행사장 주변에 경찰관 600여 명을 배치해 교통과 치안을 관리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시에서는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1건도 없었다. 뮌헨시 교통안전정책 담당자 마르틴 슈라이너 씨는 “경찰 통제에 따라 지정된 곳에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차를 갖고 행사장에 오는 방문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뮌헨시를 방문한 이지혜 씨(21·여)는 “행사장 인근엔 주차할 곳이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왔다”며 “대중교통 안내가 무척 잘돼 있어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시에 새로운 교통안전 과제를 안겼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퍼스널모빌리티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주차 공간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음주 상태에서 퍼스널모빌리티를 모는 운전자도 많았다. 바이에른주 경찰은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에서만 퍼스널모빌리티 음주운전자 414명을 적발했다. 슈라이너 씨는 “퍼스널모빌리티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에 따라 퍼스널모빌리티 공유 사업자들의 영업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2006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닝애프터’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축제 때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숙취운전에 나서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워키시 경찰은 지역축제가 많은 올 7월에 행사장 주변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매년 7월 술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국내의 한 지역축제 행사장에서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무료 주차장을 제공하고 행사장 주변에 임시 주차장까지 갖춰 놓았다. 지역축제가 몰리는 시기에는 전국적으로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사고 위험도 함께 높아질 우려가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는 875개의 축제(한국관광공사 등록 기준)가 열렸고, 이 가운데 223개가 10월에 집중됐다. 2018년 월별 교통사고 발생 수와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부상자 수를 보면 세 부문 모두 연중 10월이 가장 많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축제 기간에는 운전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음주운전을 줄이려는 행사 주최 측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뮌헨=윤다빈 empty@donga.com / 서형석 기자}
‘10월 축제’라는 의미의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뮌헨시의 맥주 축제다.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 42만㎡ 넓이의 뮌헨시 ‘테레지엔비제’에서 2주간 열린다. 세계 3대 축제라는 명성답게 186번째 행사가 열린 올해도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연인원 약 630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달 3일(현지 시간) 테레지엔비제 광장 정문 앞엔 아침 일찍부터 긴 줄이 생겼다. 행사장 정문 앞에 경찰들이 일렬로 서서 입장객의 소지품을 확인했다. 손가방을 제외한 배낭이나 핸드백 등은 반입이 금지됐다. 입장객들은 입구에 마련된 부스에 7유로(약 9000원)를 내고 가방을 맡겨야 했다. 오전 9시 문이 열리자마자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대형 천막 16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천막은 뮌헨시의 유명 양조장들이 설치한 것이다. 천막 내 테이블은 행사 1년 전부터 예약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천막 안에서 종업원들은 양손에 1L짜리 맥주를 대여섯 개씩 들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넘치는 인파와 달리 행사장 주변에서는 차량을 볼 수 없었다. 뮌헨시가 배포한 행사장 안내도에 표시된 주차장은 장애인용 1곳뿐이었다. 뮌헨시가 옥토버페스트 기간엔 테레지엔비제 바깥에 지정한 5개 구역에서만 주차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테레지엔비제 북쪽의 3곳을 비롯해 동쪽과 남쪽에 1곳씩 있는 지하철역 출입구마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행사장에 가려는 행렬이 이어졌다. 지하철역에서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차로는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대신 차로는 보행자 통로로 쓰였다. 옥토버페스트가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음주운전을 막고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뮌헨시의 노력도 한몫했다. 뮌헨시는 ‘옥토버페스트와 운전은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옥토버페스트 교통대책 안내문 가장 맨 앞에 적어놓았다. 행사장을 찾을 때는 직접 운전을 하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취지다. 멀리서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각 경로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 환승역도 안내했다. 야간엔 행사장 인근 지하철역의 열차 운행 간격을 평소의 7~8분에서 3분으로 단축했다. 역마다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만일의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주 경찰은 9월 21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진행된 옥토버페스트 기간 행사장 주변에 경찰관 600여 명을 배치해 교통과 치안을 관리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시에서는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가고 1건도 없었다. 뮌헨시 교통안전정책 담당자 마르틴 슈라이너 씨는 “경찰 통제에 따라 지정된 곳에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차를 갖고 행사장에 오는 방문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뮌헨시를 방문한 이지혜 씨(21·여)는 “행사장 인근엔 주차할 곳이 없다는 안내문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왔다”며 “대중교통 안내가 무척 잘 돼있어 불편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시에 새로운 교통안전 과제를 안겼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퍼스널모빌리티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주차 공간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음주 상태에서 퍼스널모빌리티를 모는 운전자도 많았다. 바이에른주 경찰은 올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에서만 퍼스널모빌리티 음주운전자 414명을 적발했다. 슈라이너 씨는 “퍼스널모빌리티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에 따라 퍼스널모빌리티 공유 사업자들의 영업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2006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닝애프터’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축제 때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운전에 나서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워키시 경찰은 지역축제가 많은 올 7월에 행사장 주변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는 875개의 축제(한국관광공사 등록 기준)가 열렸고, 이 가운데 223개가 10월에 몰렸다. 2018년 월별 교통사고 발생 수와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부상자 수를 보면 연중 10월이 가장 많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축제 기간에는 운전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 음주운전을 줄이려는 행사 주최 측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뮌헨=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노인성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법원에 재판 불출석 허가를 신청해 받아들여진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모습은 7일 서울 서대문구의원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측이 촬영한 영상에 담겼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강원 홍천군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2시간가량 골프를 쳤다. 임 부대표가 라운드 중이던 전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5·18 학살에 대해 아직도 책임이 없는 것이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 광주 학살에 대해서 모른다 난”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영상에 나온다. 또 임 부대표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도 있지 않은데, 명령권도 없는 사람이 명령을 하냐”고 되물었다. 전 전 대통령 비서관을 지낸 민정기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 전 대통령은) 부인 이순자 여사의 골프 모임에 따라간 것”이라며 “알츠하이머병 약을 포함해 하루에도 여러 번 약을 챙겨 드셔야 하는데 집에 혼자 있으면 그걸 못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했다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지난달 25일 오전 등교하던 고교생을 태우고 가다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낸 통학버스 운전사는 일명 ‘쪽탕’을 뛰는 운전사였다. ‘쪽탕’은 버스를 소유한 통학버스 운전사들이 관광버스 운행 등 개인적으로 따낸 일거리를 말한다. 지입 차량으로 운행되는 통학버스만 몰아서는 생계유지가 쉽지 않아 하루에도 여러 건의 쪽탕을 뛰어야 한다는데…. 》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4년째 통학버스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A 씨(63)는 1일 오전 5시 45분경 눈을 떴다. 학생들을 늦지 않게 등교시키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오전 6시 반부터 학교 인근의 아파트 3곳을 돌며 학생들을 태운 뒤 학교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전 7시 28분이었다. A 씨는 고교생들을 등교시켰던 버스를 몰고 학교에서 6.4km 떨어진 어린이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이 학원에 다니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등하원 운행도 맡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오전 8시경 유치부 아이들을 등원시켰고 오전 9시 반엔 체험학습장인 송파구의 한 소방서까지 아이들을 태워다 줬다. 오후 2시경 다시 아이들을 태우고 영어학원으로 돌아온 A 씨는 이후 3시간 동안 모두 4차례에 걸쳐 아이들의 등하원을 위해 차를 몰았다. A 씨는 이렇게 고등학교와 영어학원 2곳에서 일하고 한 달에 28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A 씨가 속한 운송회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35만 원을 주고 운전자보험료 10만 원, 4대 보험료 15만 원, 한 달 유류비 80만 원, 차량 유지보수비 10만 원을 빼고 나면 남는 건 130만 원뿐이다. A 씨 소유의 차량은 운송회사에 등록해 일감을 받아 일하고 보수를 지급받는 이른바 ‘지입 차량’이다. A 씨는 운송회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대가로 수수료를 회사 측에 지급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 씨는 영어학원 운행을 마쳐도 곧바로 쉴 수 없는 형편이다. 이때부터 A 씨는 통학차량 운전자들 사이에서 일명 ‘쪽탕’으로 불리는 운행에 나선다. 쪽탕은 버스를 소유한 운전사들이 개인적으로 따낸 일거리를 말한다. 이날 A 씨는 2차례 쪽탕 운행을 했다. 오후 6시경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건설사로 가서 직원들 퇴근 운행을 맡았고, 오후 7시 25분엔 경기 하남시의 한 사회복지시설로 가 아이들의 귀가 운행을 책임졌다. 쪽탕 운행을 마친 A 씨는 다시 송파구의 고등학교로 차를 몰아 학생들을 태우고 하교시켰다. 하루 운행을 모두 마친 A 씨가 이날 귀가한 시간은 오후 11시경이었다. 지난달 25일 오전 등교하던 고교생들을 태우고 가다 신호를 위반해 사고를 낸 통학버스 운전사 정모 씨(47)의 하루 운행 일정도 A 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료 운전사들에 따르면 정 씨는 새벽부터 아침기도를 가는 교회 신도들을 태워다 준 뒤 고교생들을 태우고 학교로 갔다. 사고 당일 정 씨가 몰던 버스에 타고 있던 고3 학생 1명이 숨졌다. 정 씨는 고교생 등교 운행을 마친 뒤엔 곧바로 송파구의 한 영어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등원 운행을 하기로 돼 있었다. 정 씨의 차량도 A 씨와 마찬가지로 지입 차량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고교 통학버스 운전사로 일하는 박모 씨(51)는 주말에 관광버스 운행을 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고교 통학버스를 모는 김모 씨(61)는 “주말에도 관광버스 운행을 하다 피로 운전으로 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다”고 했다. A 씨는 도착 예정 시간에 대기 위해 속도를 내다 사고를 낸 적이 있다. 영국, 독일 등에서는 학교가 아닌 지방정부가 운송회사와 직접 통학버스 계약을 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지입 차량이 통학버스로 쓰이는 일이 없다. 미국의 경우 학교 측이 통학버스를 직접 운영하거나 특정 업체에 운영을 맡기더라도 공인받은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에 몰래 들어가 3억 원어치가 넘는 명품 옷을 갖고 나온 남성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대 남성 A 씨를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7시경 강남구의 한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는 전 여자 친구 B 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코트와 점퍼 등 고가의 명품 의류를 들고 나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B 씨 아파트의 폐쇄회로(CC)TV에는 A 씨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가져간 옷들은 약 3억2000만 원어치”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아파트에서 가지고 나온 옷들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B 씨에게 전송했는데 이를 본 B 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A 씨는 B 씨 집에서 가지고 나온 옷들을 이삿짐센터에 보관했다. A 씨는 지난달 28일 B 씨의 아파트를 나오면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놓기도 했는데 닷새 뒤인 2일 오전 9시 반경 이 아파트를 다시 찾았을 땐 비밀번호가 다른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와는 약 6년간 교제했던 사실혼 관계로 아파트를 살 때도 내가 돈을 다 구해줬고 들고 나온 옷들도 다 내가 선물해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세 달 전 헤어졌다고 한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선물로 사준 물건은 상대방에게 증여돼 소유권이 이미 넘어간 것으로 본다”며 “A 씨의 경우처럼 자신이 선물해 준 물건이라고 해도 소유권자 몰래 가지고 나왔다면 절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1호’의 사고 직전 이륙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KBS 직원이 수색당국에 빨리 전달했다면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KBS 해명을 두고 독도경비대가 재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 KB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영남1호의 이착륙 모습을 3개의 동영상으로 찍은 KBS 직원이 경찰에 제공하지 않은 1개의 동영상(20초 분량)엔 헬기가 이륙하면서 180도로 방향을 트는 장면이 담겼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처음 진행 방향이 담긴 동영상을 바로 수색당국에 전달했으면 신속한 수색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헬기가 이륙 초기에 고도를 올리느라 속도가 느린 장면도 담겨 있어 수색 범위를 진행 방향과 가까운 곳으로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륙 후 (KBS 직원이) ‘퍽’ 소리를 들을 때까지의 시간을 신속히 증언했다면, 추락 위치를 가늠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동영상을 찍은 직원이 “이륙 얼마 있다가 무거운 소리,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헬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이 KBS 뉴스를 통해 사고 이틀 뒤인 2일 보도됐다. 동영상을 제때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3일 KBS는 “직원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4일 독도경비대는 “곧바로 제공했다”는 KBS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경비대에 따르면 KBS 직원은 “헬기 뜨는 모습을 찍는 것을 봤는데 수색에 참고하게 좀 보내 달라”는 경비대 관계자의 요청을 4차례 거부했다. 경비대 측은 사고 발생 90분이 지난 1일 0시 55분과 오전 1시 1분에 각각 전화를 걸어 KBS 직원에게 동영상을 요청했으나 직원은 “이륙 장면은 없다”고 했다. 그러다 직원은 오전 1시 8분에 문자로 “착륙 장면만 있다”고 알리면서 영상을 경비대 측에 보냈다. 다시 오전 1시 13분 경비대 관계자가 “이륙 모습을 찍는 걸 봤다”고 전화로 다시 요청했지만 KBS 직원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이 직원은 오전 6시 20분 식당에서 경비대 관계자와 마주쳤을 땐 “이륙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비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색작업으로 바쁜 와중에 KBS의 동영상 제공 여부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느라 3일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늦게라도 KBS가 사과 방송을 한 건 다행”이라고 밝혔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윤다빈 기자}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1호’의 사고 직전 이륙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KBS 직원이 수색 당국에 빨리 전달했다면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4일 KB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영남1호의 이착륙 모습을 3개의 동영상으로 찍은 KBS 직원이 경찰에 제공하지 않은 1개의 동영상(20초 분량)엔 헬기가 이륙하면서 180도로 방향을 트는 장면이 담겼다. KBS 관계자는 “헬기가 멀리서 날아오는 장면과 착륙하는 장면이 담긴 2개 동영상은 수색 당국에 바로 전달했지만 이륙 장면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처음 진행 방향이 담긴 동영상을 바로 수색 당국에 전달했으면 신속한 수색에 도움이 된다”며 “헬기가 이륙 초기에 고도를 올리느라 속도가 느린 장면도 담겨 있어 수색 범위를 진행 방향과 가까운 곳으로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영상을 찍은 직원이 “이륙 얼마 있다가 무거운 소리, ‘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헬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이 KBS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륙 후 (KBS 직원이) ‘퍽’ 소리를 들었던 때까지의 시간을 신속히 증언했다면, 추락 위치를 가늠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KBS는 사고 이틀 뒤인 2일 ‘KBS 뉴스9’에서 3개 동영상을 편집해 사고 헬기가 독도에 착륙한 뒤 환자를 태우고, 이륙해 방향을 돌리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후 독도경비대 관계자가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고 뉴스에 댓글을 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3일 KBS는 뉴스로 보도한 동영상 3개를 공개하고 일부 동영상은 경찰에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서 응급환자를 태운 채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 1호’가 3일 사고 62시간여 만에 인양됐다. 해양경찰청은 헬기 탑승자 7명 중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소방관 시신 2구를 수습했다. 나머지 실종자 5명은 발견하지 못했다. 당초 무인잠수정으로 확인한 헬기 동체 안의 실종자는 인양 도중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중 그물망에도 동체 인양 중 실종자 유실 3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독도에서 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에서 해군 심해잠수사가 해저 72m 아래로 투입돼 바닥에 거꾸러져 있던 헬기 동체 고정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 2시 4분경 해군 잠수구조함인 청해진함이 심하게 훼손된 동체를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날 청해진함의 무인잠수정으로 확인한 결과 동체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던 실종자는 내부 수색 결과 발견되지 않았다. 동해해경 황상훈 수색구조계장은 “실종자가 파손된 기체 일부와 함께 인양 중 유실된 것으로 판단된다. 유실 방지를 위해 그물망을 이중으로 설치했으나 기체 일부와 내부 장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함께 유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 측은 그물망이 찢어지면서 시신이 유실된 것인지에 대해 “청해진함에서 이뤄진 수색 관련 사항은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 “사고 원인 규명할 블랙박스 아직 회수 안 돼” 인양된 동체는 헬기 꼬리와 프로펠러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조종석이 부서져 있었다. 당국은 동체를 포항항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옮겨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 동체가 인양됐지만 사고 원인을 밝힐 헬기의 블랙박스와 음성기록 장치는 회수되지 않았다. 두 장치는 사고 헬기의 꼬리날개 부근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꼬리날개 등 헬기의 꼬리 부분은 인양되지 않았다. 수색 당국 관계자는 “해저에 있는 꼬리 부분도 추후 인양해 사고 원인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동체와 헬기 정비 실적, 운항 실적 등을 종합해 사고 원인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후부터 동해 중부 전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당국은 수중 수색을 중단하고 함정 12척과 항공기 4대를 동원해 야간 해상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당국은 4일 오후 기상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가용 인원과 장비를 총동원해 수중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다. 사고 헬기는 2016년 3월 도입 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결함·고장 발생으로 40차례 수리됐다. 본보가 입수한 수리 내역을 보면 소방청은 2016년 5월 헬기 날개 전방부 파손(blade leading edge crack)으로 10일간 수리하기도 했다. 한 헬기 정비사는 “헬기 급가동 시 공기 저항이나 자재 불량 등으로 파손된 것으로 보인다. 고장 당시에 큰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NA 대조 통해 소방관 2명 신원 확인 앞서 2일 오후 9시 14분경에는 헬기 동체 근처에서 수색 작업을 펼친 청해진함이 영남119특수구조대 소속 이모 부기장(39)과 서모 정비사(45)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고 헬기에는 김모 기장(46) 등 대원 5명과 환자 윤모 씨(50), 보호자 박모 씨(46) 등 7명이 탑승해 있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DNA) 분석과 해경의 정밀지문 감식 결과로 두 소방관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신은 헬기 동체에서 약 90m 떨어져 나간 헬기의 꼬리 부근에 있었다. 동체에서 각각 110m와 15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고인의 시신은 이날 낮 12시 5분 헬기와 차량으로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 안치됐다. 동산병원에 들어선 실종자 가족 대표 7명은 비통한 표정이었다. 소방청은 “유족과 의논해 이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울릉=구특교 kootg@donga.com / 대구=명민준 / 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