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근무 중 뇌출혈로 심정지에 빠진 간호사가 동료 의료진의 응급 시술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8일 아주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간호사 A 씨는 4일 오후 1시경 근무 중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다. 동료 의료진이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벌인 덕에 A 씨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응급실로 옮겨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보니 상태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A 씨의 뇌동맥류가 터져있던 것.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인데, 파열되면 3명 중 1명꼴로 사망에 이른다. 또 다른 뇌동맥류 파열 환자의 시술을 마무리하고 있던 같은 병원 임용철 신경외과 교수는 곧장 A 씨의 응급 시술에 들어갔다. 뇌동맥류에 백금 코일을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코일색전술’이었다. A 씨가 쓰러진 후 임 교수팀이 응급 시술을 마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A 씨는 이내 의식을 찾았고, 8일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교수는 “A 씨처럼 뇌동맥류가 터질 경우 최대한 빠른 응급 수술이나 시술만이 생명을 살릴 수 있고 영구장애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라며 “전에 겪지 않은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마비, 언어장애, 의식저하 등이 있는 경우 뇌혈관 시술이 가능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차 보건의료체계에서 전통의약의 역할을 모색하는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과 2일 이틀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2022 국제 전통의약 협력을 위한 국제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한다. 행사에는 16개국 53명의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뉴노멀 시대, 국가 일차보건의료체계에서의 전통의약’이다. 루디 에거스 WHO 통합보건의료서비스국장은 1일 기조연설에서 WHO의 통합보건의료서비스 및 전통의약 전략을 밝힌다. 정희재 경희대 한방병원장은 한의약 감염병 대응 연구 현황을 소개한다. 대한한의학회가 진행하는 4개 학술토론회(심포지엄)에는 중국과 일본, 필리핀, 이탈리아, 그리스, 우루과이, 멕시코 등 8개국 전문가가 참여해 침술과 한약제제에 관한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코로나 시대 전통의약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한의약진흥원 등이 진행하는 7개 분과(세션)에서는 각국의 전통의약 제도와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학술대회는 전통의약 발전을 위한 각국의 정책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이 주관하고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가 후원한다. 전용 누리집(https://www.2022ictm.org)을 통해 온라인으로 중계되며, 누리집에서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치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실시간 참여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제도를 지탱하려면 일정 시기마다 ‘더 내고 덜 받는’ 대책을 시행해야 했다. 5년마다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살림을 점검하고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해온 이유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낮추고(2028년 적용)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미루기로 했다(2033년 적용). 인기 없는 개혁이었지만 연금 재정 고갈을 늦추기 위해선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데 월급에서 떼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비율(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1988년 3%였던 보험료율은 1993년 6%, 1998년 9%로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12.65%까지 올리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동결을 택했다. 2006년엔 정부가 보험료율을 12.9%로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가 폐기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재정의 ‘고갈 시계’는 점점 빨라졌다. 정부 추계에서 2013년엔 ‘2060년 고갈’로 예측됐지만, 2018년엔 ‘2057년 고갈’로 앞당겨졌다. 그사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명 미만으로 곤두박질했고 경제 전망도 악화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54년 이전 고갈’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21일 착수한 제5차 재정계산 결과는 내년 3월 나온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회에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그다음은 여야의 몫이다. 보험료 인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진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88년까지 연금 재정을 남기기 위한 보험료율은 2020년엔 16.02%였다. 그런데 보험료율 인상을 2030년으로 미루면 필요한 보험료율은 17.95%로 높아진다. 2040년엔 20.93%가 된다. 100만 원을 벌면 20만 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와의 서면 문답에서 연금 개혁 우선순위 3가지를 묻는 질문에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정성을 높이고,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달 10만 원 더 내시겠습니까.” 선뜻 ‘예’라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바로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0만 원’은 재정 고갈을 늦추기 위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5%로 높일 경우 가입자의 월평균 추가 부담액이다. 정부가 ‘2057년’으로 예측한 연금 재정 고갈을 막자는 데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개개인이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면 개혁 논의는 불가능하다. 표심에 급급한 정부와 정치권이 개혁 의무를 방기하는 사이 미래 세대는 엄청난 짐을 떠안게 됐다. ‘당장의 나’만이 아니라 ‘미래의 아이들’까지 생각해 짐을 나눠 들자고 하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런 의문을 갖고 거리로 나섰다. ‘10만 원 더 내자’는 팻말을 들고 14일과 19일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다만 19일엔 팻말 앞에 ‘아이들과 청년 위해’라고 조건을 덧붙였다. 미래 세대와의 공존을 강조한 후 생각의 변화를 살펴보는 ‘인식실험’을 한 것이다. #팻말1. ‘10만 원 더 내자’1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정문 앞은 청년들로 붐볐다. 팻말을 보자마자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았다. 한창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을 20, 30대였다. 상당수는 기자가 입을 떼기도 전에 여론조사 패널에 ‘반대’ 스티커를 붙이고 지나갔다. 회사원 임승현 씨(32)는 “이미 월급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뭘 더 내나”라고 반문했다. 대학생 윤모 씨(21)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연금은) 우리를 위한 제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안 내고 안 받고 싶다”고 했다. 2시간 후 결과는 찬성 46명, 반대 63명이었다. 이날 반대 의견을 낸 20, 30대 중엔 윤 씨처럼 국민연금 제도를 아예 폐지하자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부 김모 씨(30)는 “연금 낼 돈으로 차라리 내 집 마련에 ‘올인(다걸기)’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 20, 30대는 보험료 인상의 수혜자이자 피해자인 ‘낀 세대’다. 노인이 된 2057년 이후에도 연금 재정이 남아 있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보험료를 올리면 은퇴 전까지 약 30년간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팻말2. ‘아이들과 청년 위해’19일 오전 11시, 같은 자리에서 다시 한 번 ‘10만 원 더 내자’는 팻말을 들었다. 이번엔 팻말 앞에 ‘아이들과 청년 위해’라는 여덟 글자를 덧붙였다. 시민들의 반응은 닷새 전과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금수령 연기 안돼” 반대하다… “손주들도 받아야죠”에 공감 ‘연금 3년 늦게 받자’ 팻말에 역정… “구직 힘든데 제때 줘야 생계 잇지”찬 34-반 55… 스티커 부착 거부도… ‘미래세대 위해’ 문구 붙이자 반전찬 57-반 25… “내가 양보할 수도”… 전문가 “세대간 고통분담 호소를” 많은 시민들이 아이들의 부담을 ‘함께’ 진다는 부분에 공감하며 찬성 스티커를 붙였다. 대학생 김모 씨(22·여)는 “미래 세대는 지구 온난화 등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많은데 이것(연금)만이라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 살배기 자녀가 있다는 김모 씨(27)는 “제 아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시간 동안 설문을 진행한 후 나타난 결과는 놀라웠다. 찬성 67명, 반대 36명으로 닷새 전 결과에서 반전된 것이다. 프리랜서 최모 씨(29·여)는 “최근 일감이 줄어 반대하려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니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찬성했다. 14일에 비해 팻말의 내용이나 의미를 꼼꼼히 묻는 이도 늘었다. 회사원 서지오 씨(29)는 “왜 하필 10만 원이냐”고 물었다. 취재팀은 “소득 대비 연금 보험료의 비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면 재정 고갈을 20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직장인들이 매달 직접 부담하는 보험료를 기준으로 약 10만 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서 씨는 “작은 돈은 아니지만 아이 세대를 위해서라면”이라며 찬성 스티커를 붙였다. #팻말3. ‘3년 늦게 받자’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 앞. 이번에는 여론조사 팻말을 설치하기도 전에 격한 고성이 날아왔다. “젊었을 때 쎄(혀)가 빠지게 (보험료를) 냈는데 제때 줘야지, 이게 무슨 소리야!” 69세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이렇게 말한 뒤 ‘스티커를 붙이기도 싫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 노인이 화를 낸 이유는 ‘국민연금 3년 늦게 받자’는 취재팀의 팻말 때문이었다. 취재팀은 고령층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과 송해길 일대에서 연금을 받는 나이를 현재 65세에서 68세로 3년 늦춰 재정 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3년간 수령을 멈추자’는 조건을 제시하기로 했다. 팻말에 대한 시민들의 역정은 2시간 내내 계속됐다. “어느 단체에서 나와서 이런 조사를 하느냐”고 따져 묻는 노인이 많았다. 한 70대 남성은 “이러면 586세대가 연금 늦게 받는 거냐”라며 찬성 스티커를 붙이려다가 ‘본인도 3년 연금이 끊기는 조건’이라고 알리자 혀를 차며 자리를 떴다. 고령층 대다수는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상동 씨(67)는 “연금 없이는 한 달도 연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영선 씨(59·여)는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데 연금마저 없으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는 찬성 34명, 반대 55명이었다. 스티커를 붙이길 거부한 노인들까지 합하면 실제 반대 비율은 훨씬 높았다.#팻말4. ‘우리 손주들을 위해서’2시간 후. 이번에는 팻말 앞에 ‘손주들도 연금 받게’라는 여덟 글자를 덧붙였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38.9%·2020년 기준)라는 걸 감안하면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반응은 불과 2시간 전과 크게 달랐다. 임신 9개월인 딸(32)과 나들이하던 이은숙 씨(60·여)는 찬성 스티커를 붙였다. 이 씨는 “원래 ‘3년 늦게’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반대하려고 했지만 곧 태어날 손주를 위해서라면 양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세형 씨(72)도 “내가 조금 손해 보는 길을 택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찬성 57명, 반대 25명.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전제조건이 없을 때와 크게 달랐다. 다만 정모 씨(70·여)는 “손주를 위해서라니 내 3년을 양보할 수는 있지만, 정말 살기 어려운 분들을 집중 지원하는 식으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팻말 실험 결과를 두고 국민연금 개혁을 바라보는 ‘2개의 마음’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개개인의 금전적 손실만 따져서는 개혁을 이루기 어렵지만, 미래 세대와의 고통 분담과 세대 간 통합을 강조하면 합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실험으로) 최소한 세대 간 연대의 희망은 본 것 같다”며 “정치인들은 표를 잃을까 봐 겁먹고 연금 개혁을 미루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미래 세대와의 고통 분담을 잘 설명하면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공존을 향해〉 시리즈 순서〈2회〉연금 개혁에 실패한 2057년의 모습은?〈3회〉세대 공존 가능한 연금개혁안을 찾아서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르면 주말인 24일부터 야구장 등 모든 실외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2020년 10월 13일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1년 11개월여 만이다.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히 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적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논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토요일인 24일 0시부터 곧장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정부가 5월 2일 대다수 장소에서 풀었다. 그러나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 공연 및 스포츠경기 관람에선 유지해왔다.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떼창’을 하는 과정에서 침방울(비말)이 많이 튀어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최근 하루 확진자가 4만 명 안팎까지 줄자 21일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실외 마스크 의무는 전면 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방역당국에 전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은 ‘최후의 방역수단’이기 때문에 이번 겨울이 지나야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르면 주말인 24일부터 야구장 등 모든 실외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2020년 10월 13일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지 1년 11개월여 만이다.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히 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다. 적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논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토요일인 24일 0시부터 곧장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정부가 5월 2일 대다수 장소에서 풀었다. 그러나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 공연 및 스포츠경기 관람에선 유지해왔다.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떼창’을 하는 과정에서 침방울(비말)이 많이 튀어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최근 하루 확진자가 4만 명 안팎까지 줄자 21일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가 실외 마스크 의무는 전면 해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방역당국에 전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은 ‘최후의 방역수단’이기 때문에 이번 겨울이 지나야 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남자가 뿌리면(피우면) 섹시할 것 같은 향이에요.” 20대 여성 유튜버 A 씨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증기를 내뱉으며 한 말이다. 19일 유튜브에 올라온 니코틴 용액 리뷰 영상이었다. 앞에 ‘성인 대상 영상’이라고 표기했지만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볼 수 있었고, 판매업체로부터 제작비를 받았다면서도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튜버가 구독자에게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밝히자 영상 게재 하루 만에 “언니 영상 보고 전담(전자담배) 입문했어요” 등의 댓글이 200건 넘게 달렸다. 유튜브에서는 이런 전자담배 사용 후기나 판촉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튜브에서 ‘담배 리뷰’ ‘담배 추천’ 등의 키워드로 모니터링한 결과 총 845건의 영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17건을 A 씨를 비롯한 10명의 유튜버가 게재했다. ‘담배 전문 유튜버’인 셈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인터넷으로 담배를 광고하거나 판촉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된 유튜브 흡연 영상 중 40.0%에 해당하는 338건에서는 출연자가 전자담배 업체로부터 후원받았다고 버젓이 밝히거나 해당 제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안내했다. 광고와 판촉의 성격이 짙다. 그런데도 제재가 어려운 건 담배의 법적 정의가 ‘담뱃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담배의 줄기와 뿌리, 합성니코틴 등으로 만든 전자담배 제품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이는 관련법이 전자담배가 없었던 1988년 제정된 이후 지금껏 쭉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업체와 유튜버들이 법망을 피해 일종의 ‘영업’을 하는 것을 국회가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유튜브 내 담배 판촉 영상 4건 중 1건은 성인 인증 없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었다. 이런 영상은 청소년 흡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은 청소년 10만666명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종합한 결과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흡연 장면에 노출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담배 사용률이 2.18배로 높았다고 밝혔다. 김길용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정책팀장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담배 판촉 영상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면 담배의 법적 정의를 ‘모든 담배제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아프가니스탄과 모로코에서 의료봉사를 해온 외과의사 박세업 씨(60·사진)가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에 따르면 박 씨는 2005년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의사가 부족해 사망자가 많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프가니스탄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장을 맡아 주민들을 보살폈다. 2012년부터는 국제보건의료단체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본부장을 맡아 모로코 내 결핵 환자 2만7000여 명을 치료했다. 이 밖에 의료봉사상은 27년간 한센인 치료에 힘쓴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54)이, 사회봉사상은 56년간 미혼모와 성폭력 피해 여성 등 소외된 여성들을 돌봐온 착한목자수녀회(대표 이희윤 수녀)가 각각 받는다. 시상식은 11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대병원과 아주대병원이 3년마다 실시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탈락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40곳을 대상으로 시설·인력과 환자 진료 실적 등을 통해 재지정 여부를 평가한 결과 두 병원이 탈락했다고 밝혔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고 대형 재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최종 거점 응급실’이다. 2000년 7월 처음 생겼고 재지정 평가는 2018년 도입됐다. 탈락 병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두 병원의 탈락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의료계에선 두 병원 모두 이번 평가를 통과하려는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연간 약 20억 원 수준의 지원을 받지만 시설과 인력 기준 등을 지키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서울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7곳 있지만 인구 163만 명인 서울 서북권역(종로·용산·은평·마포·서대문·중구)에선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신규 지정 공모에 지원할 의사를 밝힌 병원도 없어 응급의료 공백이 우려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지정되기 전까진 서울대병원이 현재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급감했던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최근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에 근접했다. 영유아에게 위험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늘면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 상황이 10∼12월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가을 독감’ 유행 우려에 RSV까지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36주차·8월 28일∼9월 3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4.7명으로 집계됐다. 2020, 2021년 같은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1명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방역 완전 해제 후 급증한 것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은 의심환자 비율 4.9명이다. 현재 비율(4.7명)과 0.2명 차이에 불과해 이례적인 ‘가을 독감’ 유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통상 독감은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독감뿐만이 아니다.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유발하는 RSV도 비상이다. 질병청 조사 결과 8월 마지막 주 RSV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는 156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이 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아데노, 보카, 리노 등 다른 호흡기바이러스 환자도 1년 전에 비해 평균 7배로 늘었다.○ 비슷한 증상에 의료 현장 혼란 우려문제는 독감 등 이들 호흡기 바이러스 증상이 코로나19와 대동소이해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을 구별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원 전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같아도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멀티데믹이 오면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코로나19 유행이 올겨울 다시 확산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시 감염자에 대해선 치료 기준이 없다”며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독감, RSV 등도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을 것을 권고했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같은 날 동시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급감했던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최근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에 근접했다. 영유아에게 위험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늘면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ple pandemic)’ 상황이 10~12월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가을 독감’ 유행 우려에 RSV까지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36주차·8월 28일~9월 3일)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이 4.7명으로 집계됐다. 2020, 2021년 같은 시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1명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방역 완전 해제 후 급증한 것이다. 질병청이 발표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은 의심환자 비율 4.9명이다. 현재 비율(4.7명)과 0.2명 차이에 불과해 이례적인 ‘가을 독감’ 유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통상 독감은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독감뿐만이 아니다. 영유아에게 모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유발하는 RSV도 비상이다. 질병청 조사 결과 8월 마지막 주 RSV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는 156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이 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아데노, 보카, 리노 등 다른 호흡기바이러스 환자도 1년 전에 비해 평균 7배로 늘었다.● 비슷한 증상에 의료 현장 혼란 우려 문제는 독감 등 이들 호흡기 바이러스 증상이 코로나19와 대동소이해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을 구별하려면 유전자증폭(PCR) 검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입원 전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같아도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멀티데믹이 오면 환자에게 엉뚱한 약을 처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코로나19 유행이 올 겨울 다시 확산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시 감염자에 대해선 치료 기준이 없다”며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됐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독감, RSV 등도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은 독감 예방접종을 꼭 받을 것을 권고했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된다. 독감과 코로나19 백신을 같은 날 동시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사진)이 7일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는 예산·재정 분야에 정통한 경제 관료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 적임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후보자는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차관보),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로 재직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5월 9일 복지부 1차관에 기용됐다. 조 후보자는 경제 관료 출신이자 경제학 박사로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킬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출신 복지부 장관은 2007년 6월 국민연금 개혁 임무를 받은 변재진 전 장관이 마지막이었다. 보건의료 분야 경력이 없는 조 후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과 필수의료 강화 등의 현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복지 사각 계층 발굴과 저출생 고령화 대비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가 쌓여 있다. 조 후보자는 “그간 복지부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 소통하며 정책을 검토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55)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기재부 재정관리관 △복지부 1차관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7일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는 예산·재정 분야에 정통한 경제 관료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 적임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후보자는 1988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차관보),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로 재직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5월 9일 복지부 1차관에 기용됐다. 조 후보자는 경제 관료 출신이자 경제학 박사로서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킬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출신 복지부 장관은 2007년 6월 국민연금 개혁 임무를 받은 변재진 전 장관이 마지막이었다. 보건의료 분야 경력이 없는 조 후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과 필수의료 강화 등의 현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복지 사각계층 발굴과 저출생 고령화 대비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가 쌓여있다. 조 후보자는 “그간 복지부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 소통하며 정책을 검토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55)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기재부 재정관리관 △복지부 1차관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의 A산부인과는 2019년 8월 자궁근종 수술 1건을 하면 환자에게서 수술비로 830만 원을 받았다. 1년 뒤, 수술 전후에 해야 하는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똑같은 수술의 환자 부담금이 835만 원으로 오히려 5만 원 늘어났다. 병원이 초음파 검사로 얻는 이익이 55만 원 줄어들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종양 제거 시술(하이푸) 가격을 60만 원 올리면서 ‘수입 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일명 ‘문재인 케어’)이 시행된 이후 이처럼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급여 의료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케어 수립에 참여했던 학자들조차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비급여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풍선 효과’를 막을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급여 의료비 부담, 되레 3조 원 증가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9일 “미용, 성형 등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건강보험료가 다소 오르더라도 국민들이 내는 비급여 의료비를 줄여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의료비를 64%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놨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 13조5000억 원이던 비급여 규모는 연간 4조8000억 원 규모까지 줄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론 비급여 의료비의 덩치와 개수 모두 불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실태조사 결과 비급여 진료비는 2016년 이후 3년 연속 늘어 2019년 16조6000억 원이 됐다. 2016년 대비 23% 늘어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으로 전체 의료 이용이 줄어든 2020년에도 비급여 의료비는 15조6000억 원에 달했다. 국민들 입장에선 건강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로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의료비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시술 등의 종류도 2017년 6월 3498건에서 지난해 6월 3705건으로 많아졌다. 동네의원들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형편이 됐다고 항변한다. 똑같은 검사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순간 정해진 비용만 받아야 한다. 통상 종전의 반값 수준이다. 실제 부산의 한 비뇨기과의원에선 초음파 검사를 할 때 방광, 콩팥의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되자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요도 검사를 추가해 전체 검사비를 80만 원에 맞추고 있다.○ 文케어 자문 교수도 “후속 대책 있어야”당초 정부도 이런 문제를 예견하고 여러 대책을 예고했다. 그중 하나가 ‘신포괄수가제’였다. 예컨대 ‘폐암 치료엔 1000만 원’ 등으로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병원이 어떤 검사를 하든 간에 그 돈만 주는 방식이다. 불필요한 비급여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선 큰 이득이 없어 참여가 저조하다. 2011년 시범 도입 때도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올 6월 기준 신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병의원은 전국 98곳에 그쳤다. 전체 병의원 7만1231곳의 0.1%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문재인 케어의 정책 자문을 맡았던 오주환 서울대 의대 의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는 조치가 이어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건보 강화와 함께 의료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만 충실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줬어야 했는데, 이런 조치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는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보 재정개혁 추진단’을 구성하고 문재인 케어 손보기에 나섰다. 강준 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조정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두 번째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했다. 독일에서 입국한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나흘 전에 동네 의원을 찾아갔지만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걸러내는 ‘예방 시스템’이 일선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달 18일 독일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A 씨가 3일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지만 지난달 28일부터 발열과 두통, 어지럼 증상이 나타났다. 같은 달 30일에는 피부에 통증을 느껴 서울의 한 동네 의원을 찾아갔다. 피부 통증은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방역 당국은 7월부터 원숭이두창이 유행하는 5개국(영국,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에 다녀온 입국자 정보를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시스템(ITS)’에 등록하고 있다. 특정 감염병이 유행하는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이 동네 병의원을 찾아가면 진료 접수나 처방 단계에서 의료진 모니터에 “○○○ 여행 이력이 있으니 증상을 눈여겨봐 달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A 씨의 독일 여행 이력도 의료진에게 제공됐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발견한 의료진은 24시간 이내에 방역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당시 의료진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메시지가 뜨는 걸 봤지만 그냥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원숭이두창 감염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A 씨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해외 방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후 A 씨는 1일 자신이 직접 보건소에 문의한 뒤에야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분류됐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6월에도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신고됐다가 수두 환자로 판명된 외국인 B 씨를 통해 국내 방역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적이 있다. B 씨는 입국 전날부터 원숭이두창 증상인 수포성 피부병 증상을 보였지만 건강상태 질문서에는 ‘증상 없음’이라고 적어 제출해 인천국제공항 검역을 통과한 뒤 부산까지 이동했다. 4일 기준 A 씨와 접촉한 사람은 15명으로 집계됐다. 고위험 접촉자는 없고 보건소가 21일 동안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중위험 접촉자가 가족과 친구 등 2명이 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 접촉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최근 1년여간 정부 부처와 법원 등 국가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성희롱이 월평균 3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 8월까지 국가기관이 여가부에 통보한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총 42건이었다고 4일 밝혔다. 여가부에 따르면 국가기관 내 성폭력의 통보 의무는 지난해 7월 13일 생겼다. 개정 성폭력방지법은 국가기관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관장은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여가부에 통보하고 3개월 내에 재발방지책을 제출하도록 했다. 성희롱 사건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똑같이 조치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기관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여가부에 알리지 않다가 언론 지적 후 뒤늦게 통보했다. 지난해 8월 해군 성추행 사건 때는 피해자인 여군 중사가 피해를 알린 지 엿새 만에 국방부가 이를 여가부에 통보했다.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언론에 보도된 후였다. 여가부 통보 의무가 면제되는 건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견이 있는 경우’뿐인데, 국가기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경찰로부터 과장급 직원 A 씨가 동료 직원의 집에 불법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피해자가 (통보를) 원치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라며 이를 여가부에 알리지 않았다. 국가기관이 통보 의무를 어겨도 제재 조항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초 국회엔 통보 의무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두 번째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했다. 독일에서 입국한 이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나흘 전에 동네 의원을 찾아갔지만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걸러내는 ‘예방 시스템’이 일선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달 18일 독일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A 씨가 3일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A 씨는 입국 당시 증상이 없었지만 지난달 28일부터 발열과 두통,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났다. 같은 달 30일에는 피부에 통증을 느껴 서울의 한 동네 의원을 찾아갔다. 피부 통증은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방역 당국은 7월부터 원숭이두창이 유행하는 5개국(영국,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에 다녀온 입국자 정보를 ‘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시스템(ITS)’에 등록하고 있다. 특정 감염병이 유행하는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이 동네 병의원을 찾아가면 진료 접수나 처방 단계에서 의료진 모니터에 “○○○ 여행 이력이 있으니 증상을 눈여겨봐 달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A 씨의 독일 여행 이력도 의료진에게 제공됐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를 발견한 의료진은 24시간 이내에 방역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당시 의료진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의료진이 ‘메시지가 뜨는 걸 봤지만 그냥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원숭이두창 감염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A 씨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해외 방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후 A 씨는 1일 자신이 직접 보건소에 문의한 뒤에야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분류됐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6월에도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로 신고됐다가 수두 환자로 판명된 외국인 B 씨를 통해 국내 방역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적이 있다. B 씨는 입국 전날부터 원숭이두창 증상인 수포성 피부병 증상을 보였지만 건강상태 질문서에는 ‘증상 없음’이라고 적어 제출해 인천국제공항 검역을 통과한 뒤 부산까지 이동했다. 4일 기준 A 씨와 접촉한 사람은 15명으로 집계됐다. 고위험 접촉자는 없고 보건소가 21일 동안 증상을 모니터링하는 중위험 접촉자가 가족과 친구 등 2명이 있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감염 경로는 성적 접촉 등 밀접 접촉이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한 개량 백신이 올 4분기(10∼12월) 중 국내에 유통된다. 백신 접종 후 4개월 이상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은 이르면 10월부터 우선 접종이 가능하다. 31일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계획 기본방향’을 공개했다. 접종 1순위는 60세 이상과 요양시설 입소자, 면역저하자 등이다. 50대와 기저질환자 등 2순위 대상에게도 접종을 권고한다. 이후 접종을 희망하는 만 18∼49세 일반인 접종도 허용할 계획이다. 개량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 제품 총 6000만 회분이다. 4분기 접종에는 주로 모더나의 개량 백신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코로나19 5차 유행을 주도한 오미크론 변이 ‘BA.1’에 대응해 개발됐지만, 최근 6차 유행을 이끄는 BA.5를 무력화하는 효과도 기존 백신보다 1.69배로 높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개량 백신을 접종하면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의 개량 백신도 4분기에 함께 유통될 수 있다. 다만 화이자는 BA.5를 직접 겨냥한 개량 백신을 개발했지만 아직 동물실험까지만 마친 단계다. 경우에 따라 국내 유통이 미뤄질 수 있다. 접종 간격은 마지막 코로나19 백신 접종일이나 확진일로부터 4∼6개월 후다. 따라서 3월 이후 4차 접종에 참여했던 고령층 중 일부는 올겨울에 다섯 번째 접종을 하게 될 수 있다. 질병청은 접종 명칭을 ‘n차 접종’ 대신 ‘동절기 추가접종’으로 정했다. 앞으로 코로나19 백신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처럼 주기적으로 접종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질병청은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확정하지는 못했다. 백신 제조사마다 개발 상황이 다르고 공급 일정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질병청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접종 예약을 이달 1일부터 받는다고 밝혔다. 만 18세 이상 성인의 1, 2차 접종에 활용된다. 5일부터는 보건소와 일부 병의원에서 당일 접종을 할 수도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023년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이 7.09%로 결정됐다. 올해는 직장인 월급의 6.99%가 건보료로 나가지만 내년부터는 월급의 7.09%가 건보료로 책정된다는 뜻이다. 직장인 건보료율이 7%를 넘은 건 현행 건보제가 2000년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일명 ‘문재인 케어’ 영향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악화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 직장인 월평균 2069원 더 내야보건복지부는 제1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2023년 직장가입자 건보료율을 올해(6.99%) 대비 1.49% 인상된 7.09%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직장인의 건보료는 한 해 동안 받은 보수 총액을 근무 개월 수로 나눈 ‘보수월액’에 건보료율을 곱해 산정된다. 회사와 개인이 절반씩 건보료를 낸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의 월평균 건보료는 본인 부담액 기준으로 올해 14만4643원에서 내년 14만6712원으로 2069원 오른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재산, 자동차 등 등급별 점수에 ‘보험료 부과 점수당 금액’을 각각 곱해서 산정된다. 이 보험료 부과 점수당 금액도 올해 205.3원에서 내년에 208.4원으로 인상된다. 다만 지역가입자는 이번 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월평균 건보료가 올해보다 2만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일부터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건보료는 이달 기준 10만5843원이지만 부과체계 개편이 시행되는 다음 달부터는 8만3722원으로 줄어든다. 부과체계 개편과 이번 인상률 결정의 영향을 모두 반영한 내년도 지역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8만4986원으로 예상된다.○ “2029년 건보 적립금 전액 소진”직장인 건보료율을 7% 이상으로 올리는 건 건보 재정 악화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감사원이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은 2029년 전액 소진되고 2040년에는 누적 적자가 678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 적자를 건보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것도 한계에 이른 상태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건보료율 상한선을 8%로 정하고 있다. 내년도 건보료율이 7.09%인 만큼 앞으로 상한선까지 1%포인트도 남지 않았다. 건보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는 ‘문재인 케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케어는 미용, 성형 목적 등을 제외하고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제도다. 기존에 건강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던 항목에 보험금을 지급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과잉 진료가 늘고 건보 재정이 과다 지출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는 건보 적용 첫해였던 2018년 1891억 원에서 2021년 1조8476억 원으로 3년 새 약 10배로 증가했다. 복지부는 현재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보 재정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초음파, MRI 등에 대한 건보 적용이 적절한지 재평가하고 있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정된 재정을 불필요하고 값비싼 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보다는 취약계층의 재난적 의료비 등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내년 일선 경찰서에 권총이 확대 보급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 등이 확대되면서 내년 예산이 늘어 눈길을 끌었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배정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예산은 1조 원이 처음 편성됐다. 30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예산안’에선 최근 윤 대통령의 ‘1인 1총기’ 보급 검토 지시 및 현장 대응력 강화 주문에 따라 경찰 총기 보급 예산이 대폭 늘었다. 경찰청은 ‘지역경찰 등 권총 교체 및 확대’에 올해(1억5000만 원)보다 약 25배로 증가한 37억 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내년 약 4900정의 권총이 일선 경찰에 추가 보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이 보유한 총기는 약 5만9000정이다. 경찰청은 또 경찰의 경량 호신용 조끼 도입 예산 124억 원과 집회 시위 현장 대응 등에 쓰이는 중형방패 및 접이식방패 도입 예산 9억 원을 신규 편성했다. 번호판이 뒤에 달려 ‘단속 사각지대’로 꼽혔던 이륜차 단속을 위해 차량 뒤 번호판을 찍는 ‘후면 번호판 단속 장비’ 25대 도입 예산 10억 원도 편성됐다. 내년 여성가족부 예산은 올해(1조4650억 원) 대비 5.8% 늘어난 1조5505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 중 3546억 원은 출퇴근 시간대 등의 자녀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시간제 아이 돌봄 서비스에 투입된다. 또 저소득 한부모가정 자녀 양육 지원에 4959억 원이 배정됐다. 이에 따라 한부모가정 양육비(월 20만 원)를 받는 대상이 현재 ‘중위소득 52% 이하’ 가정에서 ‘중위소득 60% 이하’ 가정으로 확대된다. 다문화가족과 청소년 부모 지원 예산은 올해 393억 원에서 내년 469억 원으로 늘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예산을 올해(7500억 원)보다 2500억 원 늘린 1조 원으로 편성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행안부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인구감소지역 89곳, 관심지역 18곳)에 주는데, 기초단체의 경우 사업 계획을 평가해 차등 배분한다. 정부는 2031년까지 10년간 해마다 기금 1조 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주민 10명 미만의 작은 섬이 무인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 급수시설 등의 설치 예산 35억 원도 편성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