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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조립 포장)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7번째 첨단 패키징 공장을 일본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공정은 CoWos라 불리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다. 칩을 쌓아 처리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 소비를 줄이는 고정밀 기술로 인공지능(AI) 칩 생산에 쓰인다. 초미세공정을 통해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는 것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패키징 분야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TSMC의 CoWoS 설비는 모두 대만에 있다. TSMC는 지난달 구마모토에서 제1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일본 정부는 1공장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연내 착공할 2공장에도 최대 7320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TSMC의 패키징 공장까지 더해지면 일본 내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강점이 있는 업체가 많은 데다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춰 패키징 산업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 고객사는 대부분 미국에 있는 만큼 규모는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한항공이 31일부터 시작하는 하계 시즌을 맞이해 국제선 공급을 대폭 늘린다. 이에 따라 승객 수송능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96%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하계 스케줄에 맞춰 동남아와 중국, 유럽 등 4개 도시 운항을 재개한다고 18일 밝혔다. 다음 달 25일부터는 부산∼방콕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노선이 중단된 이후 약 4년 만에 운항을 재개하는 것이다. 중국 노선도 확대한다. 4월 23일부터 인천∼장자제(張家界) 노선을 주 3회 운항하며, 4월 24일부터 인천∼장저우(漳州) 노선을 주 4회 운영한다. 유럽 노선에서는 다음 달 2일부터 주 3회 인천∼취리히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노선의 운항 편수도 늘린다. △인천∼부다페스트 노선은 주 3회에서 4회 △인천∼방콕 노선은 매일 3회에서 4회 △인천∼마닐라 노선은 매일 2회에서 3회 △인천∼댈러스 노선은 주 4회에서 매일 운항으로 늘어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하계 시즌 국제선 여객 공급이 유효 좌석 킬로미터(ASK) 기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96%까지 회복됐다”며 “한국∼중국 간 여행 수요 증가와 상용 수요 확대 등에 맞춰 차별화된 노선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 반도체 DS(반도체) 부문이 올해 1분기(1∼3월)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등 업황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진 적자를 끊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미 흑자로 들아서 올해 본격적인 ‘반도체의 봄’이 기대되고 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4조900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6400억 원)보다 약 8배 증가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작년 4분기 실적(2조8257억 원)보다도 2조 원 이상 많다. 큰 폭의 성장세는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 영향 덕분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는 매출 66조6000억 원, 영업손실 14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요 하락과 그에 따른 반도체 가격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불황의 터널에 갇힌 탓이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가 2000억∼7000억 원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 근거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요 메모리 공급사들의 감산 효과로 D램과 낸드플래시(NAND)의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우상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메모리카드·USB용 128Gb MLC)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4.90달러로 1월보다 3.82% 올랐다. 또 다른 메모리 주요 제품인 D램 범용 제품(PC용 8Gb 2133㎒)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80달러로 1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도체 업황도 좋아지고 있다. PC와 모바일 제품 수요가 늘고 있고, 인공지능(AI)폰과 AI PC 등 AI 관련 디바이스 및 애플리케이션의 확산도 반도체 수요를 밀어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DS 부문 재고 자산도 감소하고 있다. 2022년 12월 말 29조576억 원이던 DS 부문 재고는 지난해 9월 33조7306억 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30조9987억 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부터 D램 증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량은 158만 장으로, 지난해 4분기 143만 장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감산을 끝내고 1분기부터 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 가격은 (앞선 분기보다) 16%, 낸드 가격은 23% 오르는 등 가격 반등 폭이 예상을 상회해서 메모리 부문은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앞서 작년 4분기에 영업이익 3460억 원을 기록하며 4개 분기에 걸친 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1조2728억 원으로 실적 개선이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DS 부문의 실적이 올해 본격적인 회복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메모리는 분위기가 좋은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대만 TSMC라는 경쟁사가 버티고 있고 대형 고객사 부재 등 이유로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대한항공이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강화하고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장을 위해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서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새 엔진 정비 공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이며 전체 면적 14만211.73㎡(4만2000여 평) 규모로 공사비 총 5780억 원이 투입된다. 2027년 새 엔진 정비 공장이 문을 열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항공 정비 공장이 된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이 정비할 수 있는 엔진 대수는 연 100대에서 360대 규모로 늘어나고 다룰 수 있는 항공기 엔진 종류도 다양해진다. 현재 300명 수준인 정비 관련 인력도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엔진 정비 능력을 갖추면 국내 항공업계의 해외 정비 의존도가 낮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고도의 엔진 정비 능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기술력 보유의 의미를 넘어 항공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자 대한민국 항공 MRO 사업 경쟁력 강화의 요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의 왕좌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13일 삼성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신제품 TV 론칭 행사를 열었고, 같은 날 LG는 신제품 TV의 홈페이지 판매를 시작했다. 2006년 이후 18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의 삼성전자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세계 1위인 LG전자가 어떤 성적표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삼성전자는 ‘언박스 앤드 디스커버 2024’ 행사를 열고 2024년형 ‘네오(Neo)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와 ‘삼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초정밀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AI 투자를 꾸준히 진행했고, 그 결과 AI TV 시대를 열게 됐다. 스포츠 중계나 K팝 콘서트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듯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Neo QLED 8K TV의 가장 큰 특징은 전년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가진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이다. 저해상도 영상을 8K급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영상 속 사물이나 인물, 화면 특성 등을 분석해 명암비와 색상, 역동성 등을 보정해준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땐 AI가 알아서 게임 특성에 맞게 화질 등을 조정해준다. 음향 기술에도 AI가 적용됐다. 콘텐츠마다 다른 음량 차이를 감지하고 목소리를 분리해 증폭시켜준다. 대화 내용이 배경음 등에 묻히지 않고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게 돕는다. 옆에서 청소기를 돌리면 TV가 소음을 감지해 음향을 최적화하는 식이다. 삼성 OLED TV에는 빛 반사를 줄여주는 기능을 넣었다. ‘2세대 AI 4K 프로세서’를 탑재해 저해상도 영상도 4K급으로 볼 수 있다. 용 사장은 “OLED TV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차가 돼 가는데 (글로벌) 점유율이 23% 정도 된다”며 “점유율을 더 빠르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위 모델 기준 Neo QLED 8K TV 가격은 1290만∼1590만 원, 삼성 OLED TV는 549만∼909만 원이다. LG전자는 AI 성능을 대폭 강화한 2024년형 ‘LG OLED TV’와 ‘LG 퀀텀닷 나노셀 발광다이오드(QNED) TV’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 중소형부터 초대형에 이르는 라인업으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신제품 TV에 AI 딥러닝 성능을 강화해 더 선명한 화질과 풍성한 음향을 제공한다. LG OLED 에보에는 알파11 프로세서를 적용했다. 기존 알파9보다 4배 더 강력해진 AI 성능을 기반으로 그래픽 성능은 70%, 프로세싱 속도는 30% 향상됐다. 프레임 내 픽셀 단위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화질을 업스케일링해 준다. 특히 LG OLED 에보에는 LG TV 최초로 넷플릭스, 애플TV+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까지 실시간 업스케일링하는 기능을 넣었다. 올해 LG전자는 OLED TV에서 △선명한 화질의 OLED 에보 △일반형 OLED TV △라이프스타일 OLED TV 포제 등 업계 최다 라인업을 운영한다. 무선 OLED TV에서는 기존 97, 83, 77형에 65형을 추가했다. 초대형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LG QNED TV 98형 제품을 더했다. 가격은 2024년형 LG OLED TV(42∼97형)는 209만∼4290만 원, LG QNED TV(65∼86형)는 249만∼1140만 원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G전자가 구글 엔지니어 출신들이 설립한 미국의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약 790억 원)를 투자한다고 12일 밝혔다. 주식매매거래가 종결되면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서 설립된 자율주행 로봇 회사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크리드(기술책임자)로 근무했던 하정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한 주요 보직에 구글 등 빅테크 출신 엔지니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베어로보틱스는 AI 기반 자율주행 실내 배송로봇은 물론이고 상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기반 관제 솔루션 분야 등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지분투자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관점에서 진행하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상업용 로봇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2017년 공항 안내로봇 서비스를 시작으로 배송과 물류, 방역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상업용 로봇의 경우 AI 기반 로봇 플랫폼의 표준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상업용 로봇의 확장성을 넓히는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증가하는 해외 여행객 수요를 겨냥해 주요 관광지에 신규 노선을 취항하고 해외 항공사와 플랫폼 제휴를 늘리는 등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5월 29일부터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미야코지마(宮古島)의 시모지시마(下地島) 공항에 취항한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약 290km 떨어진 작은 섬들로 이뤄진 미야코지마는 이색 관광지로 꼽히며 최근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적 항공사들이 한 번도 정기편 취항을 하지 않았다. 현재 국적 항공사들은 오키나와 본섬에 있는 ‘나하 공항’에만 취항해 오키나와현의 다른 섬에 가려면 일본 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진에어가 미야코지마 신규 취항을 결정한 것은 기록적인 엔화 약세에 지난해 일본 여행객 수(1938만 명)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880만 명)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4월 1일부터 호주의 버진오스트레일리아와 인터라인 협정을 맺고 오세아니아 대륙 노선을 확대한다. 인터라인이란 여러 항공사가 운항 중인 노선을 하나의 티켓으로 연계해 판매하는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시드니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협정으로 버진오스트레일리아의 항공권을 티웨이항공과 연계한 국내 여행사 플랫폼에서 한 번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시드니와 연결편 구매가 가능한 노선은 브리즈번, 멜버른, 골드코스트, 퍼스, 케언스 등 호주 주요 9개 도시와 뉴질랜드 퀸스타운과 피지섬 등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에스원의 심장자동충격기(AED) 판매량이 의무 설치 대상 확대로 인해 크게 늘었다. 11일 에스원은 자사의 지난해 AED 판매량이 2022년보다 약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부터 AED 의무 설치 대상이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관광지나 관광단지 관리사무소와 안내시설’까지 확대된 것이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들 사업장이 AED를 설치하지 않으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AED를 사용하려면 심전도 분석에 이어 고전압 충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통상 20초가량이 필요하다. 에스원은 심전도 분석과 고전압 충전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술을 적용해 구동 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사용 연한이 지난 AED가 계속 사용되는 등 방치 문제도 있었는데, 온라인 모니터링 솔루션을 도입해서 현장에 가지 않고도 AED 부품 및 문제 등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심부름도 하는 ‘똘똘한 AI로봇’“심부름도 하고 가족을 돌보며 감정치유도 해주는 만능 로봇.” 상상 속에서나 그렸던 로봇이 현실이 되고 있다. 로봇이 인공지능(AI)을 만나면서다. ‘잘 만든 로봇 하나가 열 사람 부럽지 않은 시대’를 선점하려는 빅테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인공지능(AI) 집사 로봇’ 맞대결이 이목을 끌었다. 삼성은 ‘볼리’, LG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각각 선보였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때로는 반려동물처럼, 때로는 집사나 비서 역할을 하는 신기한 로봇의 등장을 두고 한 관람객은 “AI 로봇 대전(大戰)’의 서막을 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사 수장들도 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이 성장 물살을 탈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로봇 시장은 5년 내 명확한 미래가 될 것”이라며 “로봇은 새롭게 집중할 영역이다. 발전 방향을 주시하고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태동은 로봇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과거엔 로봇을 움직이려면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다. 물을 담은 컵을 가져오게 하려면 로봇을 움직여 컵을 집어 들게 하고, 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명령어를 넣어야 했다. 하지만 AI가 본격적으로 사물에 적용되면서 인간이 추상적으로 말을 해도 로봇이 명령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 로봇’부터 사람과 비슷한 외형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까지, 생명체를 닮아가는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AI가 나오면서 인간의 언어로 명령만 내려도 로봇이 움직이는 세상이 왔다”며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잘 받아들이게 되면서 ‘사람 같은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초등학생 자녀보다 똘똘하다”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볼리와 함께하는 미래 생활 모습을 공개했다. 둥근 공 모양에 바퀴가 달린 볼리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지시에 따라 다양한 작업을 수행했다. 날씨를 물어봐도, 뉴스를 물어봐도 척척 대답을 했다. 오늘의 일정을 물어봤더니 “결혼기념일을 잊지 말라”고 알려줬다. 중요한 일정을 놓칠 뻔한 주인은 볼리에게 꽃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볼리는 근처 꽃집을 찾아 전화까지 연결해 줬다. 만찬을 위한 요리 레시피도 추천해 줬다. 볼리는 가족 돌봄 역할도 한다. 반려동물이나 아이의 건강 상태 등을 모니터링한다. 집 밖에 누가 왔는지도 살펴준다. CES 2024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초등학생 자녀보다 더 똘똘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LG전자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로 맞불을 놨다. 두 다리에 달린 바퀴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음성과 음향, 이미지 등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주변 상태를 파악해 가사 도우미 역할을 한다. 특히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MS의 음성 인식 기술 기반의 ‘애저 AI 스피치 서비스’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사용자의 음성을 구별하고 억양이나 불분명한 발음, 구어체 표현도 알아듣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세탁이나 음식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만약 세탁물을 바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감지하면 ‘구김 방지 기능’을 제안해 준다. AI 에이전트는 교감능력도 갖췄다. 반려동물이나 가족 돌봄은 물론이고 현관 앞으로 마중을 나와 사용자를 반갑게 반겨 준다. 사용자의 목소리나 표정 등을 파악해 분위기에 맞는 음악도 틀어준다. 특정 시간에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볼리에 관심이 많다. 이 회장은 최근 볼리 시연을 본 뒤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 (볼리에) 독거노인을 위한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AI를 탑재한 로봇들은 사용자에 맞게 점점 진화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AI 학습 기능 때문이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은 더 잘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 로봇으로 커가는 것이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반려 로봇은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동반자 역할로 발전할 것”이라며 “로봇이 AI 학습을 통해 진화해 가면서 동시에 감정이 있는 생명체로 느껴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도 푹 빠진 휴머노이드 로봇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포문을 연 인물이다. 머스크 CEO는 2022년 9월 열린 ‘테슬라 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모습이었고, 양팔을 접었다 펴거나 손을 흔드는 등 기초 수준의 동작만 했다. 하지만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은 확연히 진화했다. 머스크 CEO는 최근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이 연구실에서 혼자 걸어 다니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올렸다. 걸음걸이가 사람처럼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옵티머스 2세대는 첫 공개 당시의 1세대보다 30%가량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다. 무릎을 90도로 꿇기도 하고 계란을 손가락으로 집어 올려 냄비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춤까지 출 줄 아는 로봇으로 불과 1년 반 만에 일취월장했다. 옵티머스가 특히 주목을 받는 건 AI를 탑재한 로봇이면서 대량 양산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 CEO는 2022년 테슬라 AI 데이에서 “로봇이 풍요롭고 빈곤이 없는 미래를 만들 것이다. 옵티머스 수백만 대를 양산할 것이며, 3∼5년 이내에 2만 달러(약 2600만 원) 이하로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2600만 원짜리 똑똑한 로봇이 24시간 인간을 대체해 일하고 있는 공장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로봇으로 수익을 챙기기보다는 대량 생산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 CEO가 로봇 분야 경쟁업체인 ‘피규어 AI’를 의식해 옵티머스 영상을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피규어 AI는 2022년 테슬라와 미국 로봇 전문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3월 ‘피규어 01’이라는 로봇을 선보였다. 피규어 01은 사람과 비슷한 크기와 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과 비슷한 움직임과 상호 작용도 가능하게 개발 중이다. 옵티머스처럼 인간 노동을 대체할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피규어 AI는 올해 안에 독일 BMW의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피규어 AI에 각각 1억 달러와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MS와 ‘챗GPT’ 개발사 오픈AI, LG이노텍과 삼성전자 등도 수백만∼수천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규어 AI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자 머스크는 치열한 로봇 경쟁을 암시하는 듯 SNS에 “덤벼라(Bring it on)”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로봇이 인간과 상호 작용하고 작업하는 방법에 대한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함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21년 약 9600억 원을 투입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의 대표작은 로봇 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스팟은 산업 현장에 투입돼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산업 시설을 점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족 보행 로봇인 아틀라스는 뛰는 것은 물론이고 춤도 추고 백텀블링도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앞으로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AI 연구를 강화하기 위하여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한재권 교수는 “공장에서 나올 때는 똑같은 로봇인데 사용자와 살면서 결국 다른 로봇이 된다.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게 AI 로봇”이라며 “과거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만드는 등 특정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 각광을 받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로봇 하나만으로도 모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 결정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량 생산 가능성이 중요하다. 머스크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에 퍼지는 파급력에 대해 투자자들이 큰 점수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로봇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아직까지 AI 로봇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독보적 위치에 있는 기업도 없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용 제품도 없다.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로봇 가격을 낮추는 것도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반려 로봇도 출시는 됐지만 활용 범위가 넓지 않아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AI 로봇 시장이 성장세를 탔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넥스트MSC는 글로벌 AI 로봇 시장이 지난해 1224억 달러(약 162조 원)에서 2030년 1848억 달러(약 245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진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로봇이 판단을 하려면 AI가 필요하기에 로봇과 AI의 접목은 필연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AI 로봇이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AI 로봇을 접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가고 있다 보니 기업도 정부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엔비디아에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한 핵심 연구원이 미국 후발주자 마이크론의 임원으로 이직한 사실이 밝혀지며 뒤늦게 법원이 이직에 제동을 걸었다. AI 구동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1위 주자인 SK하이닉스의 기술이 해외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던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두 회사를 제치고 차세대 HBM인 ‘HBM3E’ 양산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5세대 AI칩을 양산할 수 있게 된 것에는 핵심 인재 포섭을 통한 기술 확보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이를 위반하면 하루당 1000만 원을 SK하이닉스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 결정 당시 이 씨는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 직급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씨는 20년 넘게 SK하이닉스에 근무하며 HBM 설계를 주도했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2위인 SK하이닉스는 ‘챗GPT’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4세대 HBM ‘HBM3’를 납품하며 HBM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이 씨는 SK하이닉스 퇴직 무렵인 2022년 7월 전직금지 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지만 이를 어겼다. 약정에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전직금지 대상이 되는 경쟁 업체가 구체적으로 나열됐으며 전직금지 기간도 2년으로 명시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이 씨의 마이크론 이직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을 냈다. 재판부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어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봐야 할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며 “이 씨가 알고 있는 정보가 유출되면 마이크론이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반면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해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측 법정대리인은 “재판부가 채권자(SK하이닉스)가 청구한 이행강제금 1000만 원을 그대로 인용 판결했다는 것은 이 씨가 전직금지를 이행하지 않을 시 채권자가 입게 될 피해를 법원이 주의 깊게 보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최근 마이크론이 주류 모델인 4세대 HBM을 건너뛰고 5세대로 직행해 세계 최초 양산에 돌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출된 기술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기술 격차를 좁힌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차세대 AI 반도체용 메모리인 HBM3E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도 단계라는 것이 있는데 고난도 기술을 하루 아침에 확보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외부로부터 각종 기술 수혈을 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이크론도 인재 영입을 통해 단기간에 캐치업(따라잡기)을 하려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첨단 산업에서 핵심 인재 포섭을 통한 기술 유출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법원이 전직금지 약정서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는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기업도 인재 유출에 대한 강도 높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사법부도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을 내려주는 분위기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 스타트업 ‘쿠루’가 전기 이륜차 배터리 교환 사업(BSS)을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BSS는 전기 이륜차의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충전 대신 교환을 하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기 이륜차를 많이 쓰는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BSS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이다. BSS를 활용한 전기 이륜차의 유지 비용은 일반 이륜차의 절반 수준이라는 게 쿠루의 설명이다. 쿠루 측은 “하루 125km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 이륜차는 연료비와 보험료 등을 포함해 한 달 47만 원가량이 들지만, 쿠루의 월 11만 원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면 월평균 23만 원의 운영비가 든다”고 주장했다. 쿠루는 사용자들이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방문하기 전에 혼잡도를 미리 확인하거나 교환할 배터리를 미리 예약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도 갖췄다. 또 최초 1회만 인증하면 다음 배터리 교환 시 추가적인 인증 필요 없이 20초 내로 배터리를 바꿔 낄 수 있다. 다수의 이륜차 모델과 배터리가 호환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쿠루는 2022년 10월에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 독립기업이다. 독립 조직으로 운영되지만 관련 사업부의 전방위 지원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사내 독립기업을 길러내 배터리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G전자가 성별이나 나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가전을 사용하도록 돕는 ‘LG 컴포트 키트’를 이달 출시한다고 5일 밝혔다. 대표적인 컴포트 키트 제품은 세탁기나 건조기, 냉장고에 부착하는 ‘이지핸들’과 세탁기와 건조기 다이얼에 끼워 사용하는 ‘이지볼’이다. 이지핸들은 근력이 부족하거나 손 움직임이 섬세하지 않은 지체 장애 고객이 세탁기나 건조기, 냉장고 문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지볼은 세탁기나 건조기의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어려운 고객을 위해 다이얼에 끼워 사용하는 것으로, 보다 쉽게 작동되도록 손잡이 볼을 적용했다. 다이얼이 어떤 코스에 위치해 있는지 기준점을 알려줘 시각 장애인들에게도 유용하다. LG전자는 컴포트 키트 정식 출시에 앞서 체험단 300명을 모집한다.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LG전자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근력이 부족하거나 장애가 있는 신청자가 우선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롯데그룹이 모든 계열사 신입사원의 채용 시기를 3, 6, 9, 12월로 통일하기로 했다.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으로 양질의 지원자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기 채용과 수시 채용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다른 대기업 중에서도 팬데믹 기간 사라진 ‘공채’ 형태를 부활시키는 곳이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은 자사 채용 시스템으로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을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계열사별 채용 일정을 맞춰 3, 6, 9, 12월 등 3의 배수인 달에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는 제도다. 시기는 지원자들의 학사 일정을 고려해 정했다. 5일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케미칼 등 10개 계열사가 그룹 채용 통합페이지에서 모집을 시작한다. 다만 채용 인원과 모집 분야는 계열사별로 다르며 해당 기간이더라도 채용 인원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모든 분기에 신입 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력 사원과 채용연계형·체험형 인턴사원 채용은 일정을 통일하지 않고 기존처럼 계열사마다 수시 채용 형태로 진행한다. 앞서 롯데는 2021년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시행해 왔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기 힘들어진 데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기 공채에서 소규모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기업이 많았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정기 공채를 수시 채용으로 바꿨다. SK그룹은 2022년부터 모든 계열사에서 수시 채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삼성뿐이다. 수시 채용은 기업 입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업무에 적합한 인원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직자 입장에서는 수시로 채용 사이트에 접속해 공고를 살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일부 계열사들은 홍보 부족으로 지원율이 저조한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롯데는 이를 고려해 지원자들이 채용 가능 시기를 예상하고 모든 계열사 채용 공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분기별 모집 일정은 졸업 예정자들의 학사 일정을 고려해 정할 예정이다. 그룹 차원에서 신입사원 입문 프로그램과 멘토링도 함께 진행한다. 채용 업계에서는 롯데를 시작으로 주요 그룹의 채용 방식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기 공채는 특정 시기에 맞춰 대규모 인력을 뽑을 수 있으며 채용 이후 한꺼번에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무엇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줘서 양질의 지원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채용 플랫폼 관계자는 “정기적인 대규모 고용은 기업뿐 아니라 구직자 입장에서도 준비하는 데 효율적”이라며 “각 그룹 상황에 따라 채용 방식에 변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해 말 기업 76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정기 공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경기 침체와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 등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술력’으로 차별화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1조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며 살아나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1조2924억 원을 조달한다고 4일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확보 재원의 32.2%인 4159억 원을 IT, 차량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OLED 사업 확대에 쓸 계획이다. 나머지는 생산 안정화 등 운영비 및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 조달 규모 확정에 앞서 진행한 우리사주 사전청약률은 120%에 달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초과 청약됐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는 내부 직원들의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선제적으로 실탄을 마련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앞으로 반등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올해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수출액은 2022년과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1.1%, 12.1% 줄며 2년 연속 역성장했다. 반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는 6.5% 늘어난 197억9300만 달러(약 26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을 이끌 핵심 원동력은 OLED로 특히 TV, 스마트폰, 노트북·태블릿 등 IT 기기 분야에서의 기대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하는 가운데 OLED TV는 전체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12.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TV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본격 뛰어든 것도 호재다. OLED TV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필요한 패널도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OLED를 공급받고 있다. 중소형 패널에서는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성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애플이 올해부터 아이패드 신제품에 OLED 화면을 탑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LG 양사 모두 애플에 OLED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기술력 때문에 공급사는 (중국이 아닌) 국내 패널업체로 한정됐고 이에 따라 공급가액 역시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했다. 기기에 인공지능(AI)을 심는 이른바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한국 고사양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 등 AI폰과 2024년형 LG 그램 및 갤럭시 북 등 AI노트북들이 올해 대거 출시되며 그동안 얼어붙었던 IT 기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월 31일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달 27일 기준 100만 대를 넘기며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단 기록을 세웠다. AI노트북인 갤럭시 북4 역시 국내 출시 두 달 만에 10만 대 넘게 팔리며 역대 최단 기록을 갈아치웠다. TV에서 삼성이 LG OLED를 탑재하는 것과 달리 노트북에서는 LG가 삼성 OLED를 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기업들이 이사 보수 한도 삭감에 나서고 있다.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지난해 480억 원에서 올해 430억 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한다. 삼성전자는 장기 성과 보수 한도를 15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감액한다. 일반보수 한도는 330억 원으로 지난해와 같다. 이사의 수도 11명으로 변동이 없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 SDS가 이사 수를 지난해 9명에서 올해 7명으로 줄이고, 보수 총액 한도도 106억 원에서 83억 원으로 줄인다. LG그룹은 ㈜LG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주력 계열사들이 이사 보수 한도를 축소한다. ㈜LG는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지난해 180억 원에서 올해 170억 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리한다. 이사 수는 7명으로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같다. 또 LG전자는 이사 보수 총액을 90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LG화학은 80억 원에서 70억 원으로, LG생활건강은 8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SK그룹에서는 SK텔레콤이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12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감액한다. 이사 수가 작년 8명에서 올해 9명으로 늘어나는데도 총액을 줄인 것이다. SK스퀘어는 이사 수를 7명에서 5명으로 줄이면서 보수 총액 한도를 지난해 120억 원에서 올해 100억 원으로 축소한다. HD현대도 보수 총액 한도를 작년 34억 원에서 올해 27억 원으로 줄인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업무를 담당한 ‘기업결합 TF(태스크포스)’ 구성원 약 100명에게 별도로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말 국내 한 5성급 호텔에서 기업결합 TF 팀원을 대상으로 만찬 회식을 열었습니다. 이와 별도로 대한항공 측은 해당 직원들에게 직급과 근속기간 등에 따라 500만∼2000만 원씩 격려금을 줬습니다. 대상은 100여 명으로 직원급은 500만∼1500만 원, 임원 및 팀장급은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이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대한항공은 노사 합의에 따라 전년도 경영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1년에 한 번 지급합니다. 올해는 전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407%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격려금은 일부 업무를 맡은 직원들에게만 ‘금일봉’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기준도 없이 몰래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지급 절차 및 방법이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돈 준 것이 당당하면 왜 따로 주고 입막음시키느냐” “기업결합 팀원은 승진도 다 챙겨줬으면서 격려금까지 주느냐”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정식 성과급이 아니라 격려금인 만큼 노사 합의 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기업결합심사 실무를 담당한 직원들에게 지난 3년여의 시간 동안 밤낮없이 쏟아온 노고를 위로하고, 남은 심사 완결까지 더 노력해 달라는 의미로 소정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9분 능선을 넘었습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조건부로 승인 결정을 내리며 미국의 결정만 남은 상황입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회사가 직원들을 격려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공정과 투명성에 민감한 요즘 세대 직장인들의 인식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LG전자가 조만간 출시를 앞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인 ‘2024년형 올레드(OLED) 에보(evo)’를 ‘프리즈 LA’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3일 LG전자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부터 로스앤젤레스(LA) 샌타모니카 공항에서 열린 프리즈 LA 전시에서 세계적인 그라피티 예술가인 셰퍼드 페어리와 협업해 ‘LG 올레드 라운지’를 꾸렸다. 페어리는 2024년형 LG 올레드 에보(시리즈명 G4)를 활용해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벽화 작품 6점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올레드 에보를 비롯한 2024년형 LG 올레드 TV를 13일부터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기존 모델보다 최대 4배 성능을 강화한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탑재한 LG 올레드 에보는 영상을 픽셀 단위로 더욱 세밀하게 보정해 자연스러운 화면을 구현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지난달 1년 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역시 1년 전보다 60% 넘게 늘어나면서 전체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당분간 수출은 플러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대중 무역수지는 2억4000만 달러(약 3209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대중 무역수지는 2022년 9월부터 매달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무역 적자를 보기도 했다. 대중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건 반도체 수출 회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대중 반도체 수출은 26.7% 증가했다. 다만 중국 춘제(春節·음력 설) 영향으로 대중 수출액은 96억5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4% 감소했다. 전체 반도체 수출은 99억 달러였다. 전년보다 66.7% 늘어난 규모로, 2017년 10월(69.6%)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이 2배 넘게 늘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PC와 휴대전화 교체 수요도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 66% 급증… AI 등 고성능 수요 늘어2월 대중 무역 흑자 전환대미수출 98억달러 ‘월간 최대’수출 5개월 연속 증가세 이어가 반도체 업계는 3월에도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메모리카드·USB용 128Gb MLC)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4.90달러로 전달보다 3.82% 올랐다. 또 다른 메모리 주요 제품인 D램 범용 제품(PC용 8Gb 2133㎒)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80달러로 올 1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수출에 긍정적이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증가와 서버 교체 등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수출이 부진했던 반도체 대신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 돼 왔던 품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설 연휴 휴무와 일부 업체의 생산라인 정비 등으로 인한 일시적 감소”라고 설명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20%가 넘는 전기차 수출은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도 1.5%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제치고 20년 만에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된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98억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 증가한 규모로, 1월(102억 달러)에 이어 2월에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다시 썼다. 대일본과 대아세안 수출도 각각 1.0%, 1.4%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4.8% 증가한 524억1000만 달러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플러스 행진이다. 조업일수로 따지면 일평균 수출액은 12.5% 증가하며 두 자릿수 증가 폭을 보였다. 지난달 수입은 481억1000만 달러로 13.1% 줄었다. 원유 수입은 0.9% 늘었지만 가스(―48.6%), 석탄(―17.3%) 등의 수입이 큰 폭으로 줄면서 3대 에너지 수입은 2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43억 달러 흑자였다. 흑자 폭은 올 1월(3억 달러)보다 커졌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부터 계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중국 경기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많이 늘지 못하다가 지금 올라오고 있다”며 “변수가 없다면 수출은 올 하반기(7∼12월)까지 현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화그룹이 세계 2위 선박용 저속엔진 기업인 HSD엔진 인수를 완료하고 사명을 한화엔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한화그룹은 전날 HSD엔진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화엔진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 개정과 신임 이사 선임 의안을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한화엔진의 대주주는 한화임팩트로 보유 지분은 32.8%다. 한화엔진의 새 대표이사에는 유문기 전 한화임팩트 투자전략실장이 선임됐다. 유 대표는 한화첨단소재 사업개발실장, 신사업부문장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완료로 한화그룹의 선박 건조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오션을 인수한 데 이어 한화엔진까지 합류하게 됐다. 한화는 한화엔진을 중심으로 친환경 엔진 개발 및 상용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선박 기자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유 대표는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효성은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품질 혁신을 이뤄가며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평소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수소를 비롯해 리사이클 섬유, 탄소섬유 등의 친환경 사업과 신소재 분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나일론 리사이클 원사, 폴리에스터 리사이클 원사에 이어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제조공정상 발생하는 산업 부산물을 재활용해 100% 리사이클 스판덱스를 상용화했다. 특히 효성티앤씨는 유럽연합(EU)이 2025년 탄소국경세 전면 도입을 발표함에 따라 유럽 현지에서 원료부터 친환경적인 소재(바이오 소재)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주목했다. 이에 2022년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인 ‘리젠 바이오베이스드 스판덱스’를 상용화했다. 리젠 바이오베이스드 스판덱스는 거의 모든 의류에 포함되는 스판덱스의 원료부터 자연 친화적인 것으로 바꾸면서 화학적 에너지원의 사용을 줄이고 줄어든 탄소세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장점을 가진 차세대 친환경 섬유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과 독일, 미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는 4번째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탄소섬유는 수소차의 연료탱크를 제조하는 핵심 소재로 철보다 강도는 10배 강하고 무게는 25%에 불과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2022년에는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초고강도 ‘H3065(T-1000급)’ 탄소섬유를 개발했다.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우주발사체의 알루미늄 등 기존 소재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높은 탄성과 강도를 지녔다. 발사체의 무게를 최대한 덜면서 높은 하중을 견디고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 효성은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연산 2만4000톤(t)까지 확대할 예정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