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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를 만나겠다”고 밝힌 걸 두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틀째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두고 대전협 비대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실은 3일에도 “시간, 장소, 의제 등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재차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전공의 사이에선 ‘회의적 반응’ 우세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사이에선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지를 두고 의견이 나뉘는데, 회의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의 한 전공의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태도가 지금과 달라지지 않으면 만날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전공의는 “최소한 그동안 정부가 전공의들을 ‘악마화’하며 자존감을 훼손한 것을 사과하는 발언과 필수의료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반면 대화를 무조건 거부해선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협상 테이블에는 참여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나 대폭 축소 약속이 없으면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는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이에선 박 위원장이 전체 전공의를 대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의 한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사직한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만나 얘기하더라도 개인 의견일 뿐 전공의 전체 의견을 대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 “환영할 일”대한의사협회(의협)는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 비대위에서 제안했던 대통령과 전공의와의 직접 만남은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 김성근 언론홍보위원장도 “저희는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긍정적”이라며 “대통령이 먼저 만나자고 요청한 만큼 정부도 어느 정도 준비한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교수 단체 입장은 다소 엇갈렸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성명을 내고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겠다’는 전제조건을 대통령께서 제안해 달라”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제안했던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3일 “업무개시명령 폐지와 사과가 전제조건”이라며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했던 전날 발언을 철회했다. 또 “전의교협 입장이 아니라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비대위 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회신 기다리는 중”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공의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지만 아직 회신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원 2000명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주재한 내부 회의에서 “만남의 내용이나 형식, 공개 여부 등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국민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30명 이내 규모의 대화 협의체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한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턴 대상자 3068명 중 등록 마감 시한 2일까지 등록자는 131명(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날 등록률을 12%로 추산했는데 실제로는 더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등록하지 않은 의대 졸업생이 수련을 받으려면 올 9월이나 내년 3월에 등록해야 한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3일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교육부·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2000명 증원 처분을 중단하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된 집행정지 신청 6건 중 2번째 각하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수감 중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3일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법원이 보석 신청을 기각하자 2차례나 공판에 불출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송 대표가 다음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송 대표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 심리로 열린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 “보석 청구 기각으로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지 않았다. 송 대표는 지난달 29일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기각하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달 1일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2일에는 변호인을 통해 “참정권을 침해당한 저항권의 하나로서 재판을 거부하고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재판부는 “(피고인과 함께) 변호인이 불출석하는 상황은 상상을 안 해봤다. 피고인 측에서 한 분도 나오지 않아 (재판이) 엉망이 돼버렸다”며 재판을 15일로 연기했다. 그러면서 “(심리 치료에 대한) 진단서를 내달라고 했음에도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며 “(송 대표가) 계속해서 불출석을 고집한다면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송 대표는 최근 총선 후보 TV 방송연설을 녹화하게 해달라고 서울구치소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소나무당을 창당해 광주 서갑 후보로 4·10총선에 출마했다.법무부는 박주선 전 의원 등의 전례를 감안해 송 대표의 요청을 허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현대그룹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박 전 의원은 송 대표처럼 옥중 출마를 선언한 뒤 교정당국 허가를 받아 서울구치소에서 방송연설을 녹화했다. 법조계에선 송 대표가 미결수 신분인 데다 전례가 있는 만큼 법무부가 녹화를 막을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녹화를 허용하면 송 대표의 연설 영상은 4일 방송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송 대표는 2021년 5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에게 300만 원짜리 돈봉투 20개 등 총 6650만 원을 살포하는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과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대통령실이 2일 밝혔다. 의료 현장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가 7주를 넘어선 가운데 정책 최고 결정권자인 윤 대통령과 전공의와의 만남이 성사돼 의정(醫政) 갈등 해소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2일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며 “대통령실은 국민들에게 늘 열려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3일 공식 일정이 없다고 즉각 공지하며 전공의와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향해 “윤 대통령이 초대한다면 아무 조건 없이 만나 보라”고 당부한 직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전공의 측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며 “(전공의 단체와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상황을 확인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의교협 차원도 아니고 조 위원장 개인 의견으로 안다”고 했다.대통령실 “일정 비워놨다” 대화 제의… 전공의 대표 “상황 확인중” [의료공백 혼란]교수협 회장 “전공의들 의견 중요”의협 “상의된 바 없어” 불편한 심기법원, ‘의대 2000명 증원 처분’ 관련 교수協 제기 집행정지 신청 각하 “외람되지만 감히 윤석열 대통령께 부탁드립니다. 지난 6주간 국민들로부터 낙인찍혔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게 5분만 대통령의 팔과 어깨를 내어주십시오.” 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2일 오후 온라인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태를 풀어 달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조 위원장은 “필수의료 현장에서 밤낮으로 뛰어다니던 전공의 가슴에 맺힌 억울함과 울분을 헤아려 달라”며 “윤 대통령께서 (TV 프로그램에서처럼) 요리를 직접 해 주시면 마음속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지요”라고도 했다. 그는 브리핑 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실 “전공의 단체 만날 의향 있어” 조 위원장이 제안한 지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은 국민들에게 늘 열려 있다.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를 만나겠다고 나선 건 2월 20일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공의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싶다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전공의 단체들도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도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 규모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3일 공식 일정이 없다”며 전공의와 언제든 만날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KBS에 나와 “(윤 대통령과 전공의 간) 대화를 위한 접촉이 있는 걸로 안다”며 “시간이나 장소,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전공의들과 진정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대표 “상황 확인 중” 조 위원장은 이날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 수반”이라며 “만약 그분이 초대한다면 아무 조건 없이 만나 보라. 그분의 열정을 이해해 보도록 잠시나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전공의 간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박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상황을 확인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의 김성근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조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교수님 개인 의견으로 안다. 의협과는 전혀 상의된 바 없다. (조율되지 않은 의견을) 함부로 발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도 “전공의들의 의견이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의제 없는 단순한 (대통령과의)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대전협은 대화를 위한 전제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7대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의사들 사이에선 ‘이제는 대화를 할 때’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의 한 2차 병원장은 “의협 비대위와 정부 간 공식 협의체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치킨게임’을 벗어나 대화 물꼬를 트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협이 원점 재논의 주장만 반복하는 건 아예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2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내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6건 가운데 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신청인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김정중 법원장(58·사법연수원 26기)이 28일 장기미제 사건 재판을 맡아 직접 심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해소책으로 전국 법원장도 재판을 맡도록 했고, 김 법원장도 이날 처음 심리에 나섰다.김 법원장은 이날 총 6건의 재판을 진행했다. 주로 장기미제 사건으로 2017년 소송이 제기돼 7년간 재판이 진행중인 의료감정이 필요한 보험소송사건 등이다. 법원장이 심리하는 재판은 합의부가 아닌 단독 재판부여서 법원장이 배석판사나 재판연구원 없이 기록 검토, 재판 진행 및 판결 작성 등 재판의 전 과정에 걸쳐 직접 모든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김 법원장은 심리에 앞서 “재판 장기화에 대한 불만과 비판 여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신속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변화에 기대가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법관 수가 감소해 사건이 적체되는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국민이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관 증원과 임용 자격에 대한 개선입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여건속에서도 법원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여 신속하고 충실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재판에 출석한 당사자들에게 김 법원장은 “사건의 핵심은 사고 발생과 책임이 아닌 손해배상 범위”라며 “신체감정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김 법원장은 “사법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법원장이 직접 재판업무를 하면서 재판 절차 장기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법원 차원에서 국민을 위한 재판 구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법원장은 1997년 판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법,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고,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도 활동했다. 2021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다.앞서 18일에는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58·24기)이 행정9부의 법원장 재판을 진행한 바 있다. 다음달 18일에는 윤준 서울고법원장(63·16기)이 민사60부 재판장을 맡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민사사건 등의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앞으로 반도체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사범에게 법원이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흉기를 소지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범은 법원이 징역 5년까지 선고하기로 했다. 또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유통시키거나 시가 10억 원 이상의 마약을 밀수한 사범에겐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전체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새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우선 양형위는 별도의 양형 기준이 없었던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 침해’ 조항을 신설해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또 영업비밀 침해 행위와 같은 유형으로 묶여 최고 형량이 징역 9년에 그쳤던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해서도 징역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고쳤다. 기업(피해자)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거나 비밀유지 의무를 어긴 경우도 선고형량을 가중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했다. 다만 ‘미필적 고의’로 기술 유출 범죄를 저지른 사범은 형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양형 기준은 올해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된다. 양형위의 이 같은 결정은 기술 유출 관련 양형 기준이 턱없이 낮아 반도체 등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153건의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적발됐다. 이 중 47건(30.7%)이 국가핵심기술이었다.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유독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어 온 만큼 (양형위의) 이번 조치로 잠재적 위협에 경종을 울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양형 기준은 흉기 등을 소지해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는 징역 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일반 스토킹 범죄도 최대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 형량을 높이면서, 벌금형은 예외적으로 내리도록 했다.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잠정 조치를 위반한 스토킹 사범에 대한 양형 기준도 신설해 죄질이 나쁠 경우 징역 2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스토킹 범죄의 ‘동종 전과’ 범위에는 약취·유인범죄가 포함돼 이런 전과가 있을 경우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마약류 범죄의 권고 형량도 대폭 높였다.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유통시킨 사범이 영리 목적을 가졌거나 상습범일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특히 마약 유통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마약가액 10억 원(필로폰 약 10kg 분량) 구간의 범죄 유형을 새로 신설하고, 이 기준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마약 중독의 ‘관문’으로 꼽히는 대마는 단순 소지·투약도 무겁게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양형위는 “최근 마약류 범죄의 가파른 확산세와 10대들의 마약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소송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윤모 씨 등 108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등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판결이다. 서울시는 2021년 4월 서초구의 한 지하철 역사 인근 7601m² 부지에 지상 36층, 835채 규모의 역세권청년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승인하고 고시했다. 그러자 부지 북쪽 주상복합건물을 소유한 주민들은 “일조권 및 조망권 등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2021년 고시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냈고, 심판이 각하되자 2022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소송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일조권 침해 우려 역시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민들은 사업구역 밖에 거주해 이 사건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며 “감정 등에 따르면 일조권에 한도를 넘는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항소해 항소심은 서울고법이 심리할 예정이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서울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소매치기 행각을 벌인 러시아인들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러시아인 40대 남성 2명과 30대 여성 1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서울 지역 지하철을 탔다가 내리는 것을 반복하며 승객들의 지갑 등을 몰래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러시아에서 범행 방법을 치밀하게 모의한 뒤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1명이 범행 대상을 물색하면 다른 1명은 범행 대상 근처에서 외투를 벗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했고, 또 다른 1명이 피해자의 가방에서 지갑 등을 꺼내 가는 식으로 역할을 배분했다. 실제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성 승객 2명에게서 현금과 상품권, 지갑 등 2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5일 이내에 범행을 마치고 러시아로 다시 도주할 계획을 세웠지만, 신고를 받고 잠복 수사에 나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국 관광을 하기 위해 입국했다”고 진술했지만, 국내에 머문 9일간 총 45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는 등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지하철을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고 역할 분담을 정한 후 그에 따라 실행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범행을 모두 자백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행정소송 가운데 외국인들이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의 비율이 4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소송은 세금 부과나 산업재해·난민 불인정 등 정부의 행정처분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절차다. 난민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불법체류’에서 벗어나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보니 무분별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부 브로커들과 변호사들이 이를 영업 수단으로 삼아 돈벌이에 나서면서 행정·사법력과 비용 낭비가 심해지고, 실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 행정소송 10건 중 4건은 난민소송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무부의 난민불인정 결정에 불복해 낸 난민소송은 지난해 대법원 전체 행정소송의 41.8%를 차지했다. 대법원에서 처리되는 전체 행정소송(3526건)의 절반(1475건) 가까이가 난민소송인 셈이다. 2013년 난민법 시행 후 2014년엔 비중이 1.6%에 불과했지만 2016년 20.6%, 2021년 31.2%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대법원이 법무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을 파기한(뒤집은) 경우는 지난해 한 건도 없었다. 2014년부터 10년간 파기율도 0.27%로 전체 행정사건 평균(3%)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승소 가능성이 낮은데도 3심까지 가는 건 법무부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은 국내 체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인종, 종교, 정치적 박해 같은 난민 인정 사유가 없음에도 난민신청과 소송을 진행해 체류자격을 얻은 뒤 국내에서 돈벌이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난민소송의 항소율은 61%, 상고율은 67.7% 수준으로 행정소송 평균(33.3%, 49.7%)을 웃돈다.● 가톨릭 개종했다면서 세례명 묻자 침묵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의 난민재판을 살펴본 결과 정말로 난민인지 의심스러운 외국인들이 상당수였다. 12일 난민 재판에 나온 한 카자흐스탄인은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으로 개종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다니는 성당명과 세례명을 말해달라”는 재판부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21일 난민 재판에서 한 태국인은 마피아 조직원이던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거부한 뒤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없다”고만 했다. 인도인 난민 신청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토지를 친형이 내놓으라고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난해 인도에 다녀온 기록이 있었다.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판결 후 다시 난민을 신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2일 심리를 진행한 19건의 난민소송 중 9건은 당사자가 나오지 않아 재판 일정이 1∼2개월 뒤로 밀렸다. 난민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애초에 난민 신청 사유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아 진짜 난민들에게까지 선입견이 씌워질까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브로커-변호사 개입해 소송 남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을 신청한 1만8838명 중 1만5864명(84.2%)이 관광, 가족 방문 등 목적의 무비자 또는 단기비자로 입국해 난민신청서를 냈다. 한 난민 전문 변호사는 “상당수가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난민신청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지법에서 유죄가 확정된 제주의 한 성매매업소 운영자의 판결문에는 태국 여성 8명 중 4명이 ‘난민신청’ 비자로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브로커들과 일부 변호사들은 난민 사유를 허위로 꾸며주며 소송을 부추긴다. 카자흐스탄인 2명 등 브로커 3명은 외국인 149명의 허위 난민신청을 알선하고 1명당 80만∼150만 원을 받은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지난해 구속됐다. 외국인 184명에게 1인당 200만∼300만 원을 받고 허위 난민 신청을 도운 변호사가 2021년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 난민’으로 인한 피해는 상황이 절박한 ‘진짜 난민’들에게 가고 있다. 이집트인 칼리드(가명) 씨는 민주화 운동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은 뒤 2018년 한국으로 와 난민을 신청했다. 그는 본국에서 받은 판결문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법무부는 ‘판결문이 진짜인지 증명할 길이 없다’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행정소송 끝에 2022년에야 1심에서 난민으로 인정됐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난민 전문가인 강성식 변호사는 “돈벌이를 위해 난민소송에 나서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정작 본국에서 실제 박해를 받은 난민은 난민 인정이 어려워지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난민법이 2013년 시행된 후 3심까지 올라간 난민 소송이 대법원에 접수된 행정소송의 40%를 넘길 정도로 폭증하면서 난민 인정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 인정을 전문·객관적으로 심사하는 기관을 설립하고 절차를 줄인다면 행정력 낭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 인정은 △난민 신청 심사 △이의 제기 신청 △행정소송(1∼3심) 등 최대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단계마다 최소 1년 이상이 걸리고 행정소송까지 갈 경우 5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난민 신청자들 사이에선 난민 인정 여부와 기준이 제각각이란 인식이 팽배해 법무부 결정에 불복한 뒤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난민 심사를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철효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문성과 공정성을 가진 심사위원들로 난민심판원을 구성한다면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낭비되는 행정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 산하가 아닌, 독립기관으로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고학력·기술자 난민에 대한 문호를 적극 넓히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난민들에 대해 이민 비자를 적극 발급해 이들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다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하루아침에 난민을 많이 받아들인다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난민에 대한 국민 감정 역시 지금보다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어.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중 어떤 걸 해야 해?” 2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회의실. 화면에 뜬 채팅창에 법률 관련 질문을 입력하자 약 10초 후 답변이 올라왔다.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채무자가 사기죄 등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놓을 겁니다. 민사소송으로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게 적절합니다.” 이어 “돈을 빌려간 사람이 원래부터 돈을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재차 질문을 입력하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 경찰에 신고해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답변이 추가로 올라왔다.● AI가 민사-형사 모두 상담 대륙아주가 20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네이버클라우드, 넥서스AI와 합작으로 개발한 ‘AI 대륙아주’다. AI 대륙아주는 △질문 키워드 추출 △관련 법률 검색 △유사 사례 검색을 거쳐 답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날 열린 시연회에선 민사·형사 사건 모두 비교적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로펌 중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시연에 나선 개발자가 “음주운전 재범으로 걸렸고,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다. 이전 음주운전은 2년 전이다. 실형을 살게 될까? 사고는 없었다”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규정이며 실제로 실형 선고 여부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된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1개의 사안에 대한 질문이 5개를 넘어가면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는 “간혹 사건번호가 안 맞거나 (법률) 조항을 틀리기도 한다”며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과 튜닝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로펌들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디지털 증거를 열람·검토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AI 번역 모델을 개발해 법률문서 번역에 적용 중이다. 태평양, 세종, 화우도 법률 리서치 등에 AI를 이용할 방침이다.● “변호사법 위반” vs “불법 아냐” 법조계에선 법률 상담에 AI를 활용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법률 상담 서비스도 이른바 ‘리걸테크(Legal-Tech)’로 볼 수 있는 만큼, 법률 플랫폼 ‘로톡’처럼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대한변호사협회는 △AI 상담 진행 과정 △변호사 최종 검수 여부 등을 소명해 달라고 대륙아주 측에 요청했다. 변협은 또 대륙아주가 ‘24시간 무료 법률 상담’이라고 홍보 중인 것도 소명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변협의 광고 규정은 무료·염가 표방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륙아주는 “AI 서비스가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규정을 해석하다 보면 달리 판단될 부분도 있는 만큼, 변협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법원이 입시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33)에게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경선 판사는 22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판결했다. 검찰은 올해 1월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입시 비리 범행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한 대다수에게 허탈감과 좌절감을 주는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지원 당시 변조나 위조 등 구체적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관련 대학의 입학 취소 소송을 취하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2013년과 2014년 서울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허위로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위조된 표창장 등을 제출해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공범으로 기소된 어머니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고, 아버지 조 대표도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어.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중 어떤 걸 해야 해?”2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회의실. 화면에 뜬 채팅창에 법률 관련 질문을 입력하자 약 10초 후 답변이 올라왔다.“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해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채무자가 사기죄 등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수사기관은 무혐의 처분을 내놓을 겁니다. 민사소송으로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게 적절합니다.”이어 “돈을 빌려간 사람이 원래부터 돈을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재차 질문을 입력하자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 경찰에 신고해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답변이 추가로 올라왔다.● AI가 민사-형사 모두 상담대륙아주가 20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네이버클라우드, 넥서스AI와 합작으로 개발한 ‘AI 대륙아주’다. AI대륙아주는 △질문 키워드 추출 △관련 법률 검색 △유사 사례 검색을 거쳐 답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날 열린 시연회에선 민사·형사 사건 모두 비교적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로펌 중 처음”이라고 설명했다.시연에 나선 개발자가 “음주운전 재범으로 걸렸고, 혈중 알콜농도는 0.11%다. 이전 음주운전은 2년 전이다. 실형을 살게 될까? 사고는 없었다”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AI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는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규정이며 실제로 실형선고 여부는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된다”며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덧붙였다.다만 AI가 항상 정확하게 답변한 것은 아니다. 1개의 사안에 대한 질문이 5개를 넘어가면 잘못된 내용을 사실처럼 답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는 “간혹 사건번호가 안 맞거나 (법률) 조항을 틀리기도 한다”며 “추가적인 데이터 학습과 튜닝을 통해 능력을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했다.다른 로펌들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디지털 증거를 열람·검토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AI 번역 모델을 개발해 법률문서 번역에 적용 중이다. 태평양, 세종, 화우도 법률 리서치 등에 AI를 이용할 방침이다.● “변호사법 위반” VS “불법 아냐”법조계에선 법률상담에 AI를 활용하는 건 불법이란 주장도 나온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상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법률 상담 서비스도 이른바 ‘리걸테크(Legal-Tech)는’로 볼 수 있는 만큼, 변호사 중개 플랫폼 ‘로톡’처럼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실제 대한변호사협회는 △AI 상담 진행 과정 △변호사 최종 검수 여부 등을 소명해달라고 대륙아주 측에 요청했다. 변협은 또 대륙아주가 ‘24시간 무료 법률 상담’이라고 홍보 중인 것도 소명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변협의 광고 규정은 무료·염가 표방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이에 대해 대륙아주는 “AI 서비스가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규정을 해석하다보면 달리 판단될 부분도 있는 만큼, 변협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사들의 ‘의료 감정’이 필요한 재판의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감정비를 증액하는 등 재판 지연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9일 법원 내규를 개정해 병원에 의료 감정을 요청할 때, 감정 문항 수에 따라 의료감정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법원 예규에 따른 진료기록 감정료는 60만 원으로, 감정서 배출의 신속성, 감정의 문항의 수 등을 참작하여 감정료를 증액할 수 있다. 행정법원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감정의 문항 수가 10개를 초과할 때는 매 5문항마다 20만 원의 감정료를 증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감정의 난이도에 따라서도 증액할 수 있다.교통 사고 등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이나 행정법원에서 다루는 산업재해 사건을 판결하기 위해선 의사들의 의료 감정이 필수적이다. 사건·사고로 인한 재판 당사자의 신체적 피해 여부와 정도를 입증한 감정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감정은 낮은 감정료, 감정의 부족 등의 이유로 회신이 지연되거나 감정을 거부 당하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한 판사는 “병원에 감정 요청을 보내면 3번은 거절당하고 1, 2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의료감정이 진행된 손해배상 선고건 중 10건은 2016년, 17건은 2017년, 64건은 2018년 소가 제기된 사건으로 통상 민사 판결 선고 기간을 상회하는 상황이다.특히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병원 등 3차 병원에서만 이뤄지는 의료 감정 회신 지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감정 지연으로 재판 당사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감정 비용 증액을 통해 적정하고 신속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법원 내 의료감정원 도입을 통해 재판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병원에서 감정 회신이 지연되면서 몸이 아픈 채로 재판이 몇 년 동안이나 길어져 힘들어하는 당사자가 많다”며 “감정비를 적절한 수준으로 증액한다면 신속한 회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법원장으로서 재판하게 돼 영광입니다. 장기간 (판결이) 미뤄진 사건을 일부나마 처리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206호 법정. 판사석에 앉은 김국현 서울행정법원장(58·사법연수원 24기)이 재판을 주재하기 전 이렇게 말했다. 이날 김 법원장은 행정9부의 재판장을 맡아 ‘법원장 재판’을 진행했다. 법원장 재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던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14일 경기 수원지법을 시작으로 최근 전국 법원에 도입됐다. ● 재판 당사자 “원활한 재판 진행 느껴” 이날 김 법원장은 접수된 지 3년이 지난 장기미제 행정분쟁 사건 중 사안이 복잡한 13건을 맡아 진행했다. 여기엔 아동학대를 이유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2019년 12월 제기한 복직 소송도 포함됐다. 한 웹툰 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사건과 유사한 구조다. 웹툰 작가 사건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결정이 지연되고 있었다. 김 법원장은 심리 도중에도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한 원고가 “아직 관련 사건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의견 표명을 주저했다. 그러자 김 법원장은 “행정 제재와 형사사건은 별도라서, 한쪽 결론을 기다리기 위해서 다른 쪽을 멈출 순 없다”며 의견을 촉구했다.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하자 그는 “(관련 사건의 판결을 기다리느라) 이 소송의 결론이 계속 미뤄지면 원고 측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 최초로 행정법원에서 네 번째 근무를 하며 ‘행정법원통’으로 알려진 김 법원장은 원고와 피고에게 민형사상 소송과 행정소송의 차이점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재판 당사자들은 “진행이 평소보다 원활했다”고 밝혔다. 그중 한 명은 “평소엔 재판부가 ‘네, 네’라고만 하고 별다른 구체적 의견을 주지 않고 빨리 듣고 끝내기 바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오늘은 법원장이 재판 당사자 의견을 한 번 더 정리해서 알려주고 확인까지 해주니 재판이 편하고 원활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속 결론 가능” vs “법관 증원 필요”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전국 37개 법원이 모두 법원장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 관내 법원에선 18일 서울행정법원을 시작으로 중앙지법(28일)과 동부지법(22일), 남부지법(25일), 서부지법(27일) 등에서 이달 중 법원장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인 만큼 법원장들은 주로 기존 재판부로부터 장기미제 사건을 재배당받아 처리하게 된다. 법원 관계자는 “원숙한 재판 능력을 갖춘 법원장이 재판 업무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재판 지연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원장이 솔선수범하면서 법원 구성원들과 재판 경험을 공유해 재판 지연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도 등을 발굴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장 1명이 재판에 추가 참여함으로써 모든 재판 지연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판사 부족 등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장기미제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법원장 재판으로만 재판 지연을 해결하려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재판 절차의 효율성 개선, 법관 증원, 정보기술(IT)의 활용 확대 등의 대책이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8화입니다.“재판 일정에 늦어 죄송합니다.”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재판이 시작하기 전 재판부를 향해 머쓱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밝혔습니다.재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는 오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오전 11시에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느라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법정에 출석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전날 재판부에 시간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후에 출석했습니다.이 대표가 불참한 오전 재판에서 재판부는 “오늘 기존 재판에서 했던 증언과 관련해 증거조사 절차를 갱신하기로 했는데 이재명 피고인이 나오지 않아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며 “오후 1시 30분부터 재판을 속행하겠다”며 휴정을 선언했습니다.● 총선 앞두고 너도나도 재판부에 기일변경 신청총선이 다가오자 재판부에 기일 변경을 요청한 것은 이 대표 뿐만은 아닙니다. 증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역시 총선 출마로 인해 증인 출석 일정을 4월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인이나 피고인들 선거 관련 일정을 고려하긴 어렵다”며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게 보석 조건을 준수하라고 주의시켜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최근 공천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들과 대포폰으로 연락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정 전 실장은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보석 석방된 것이므로 보석 조건을 준수하라고 주의를 환기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정 전 실장은 2022년 12월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지난해 4월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받아 풀려났습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법원의 허가 없이 부산에서 일정을 보내고 보호관찰 위반 통지를 받은 것과 관련해 외박 사유를 물었습니다. 정 전 실장은 “지인하고 (제) 집이 멀어서 다음날 새벽 6시쯤 귀가했다”고 답했고 재판부는 “앞으로 12시 넘어 귀가하는 경우는 사전 허가를 받는 걸로 조건에 기재하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피고인 스스로도 조심하지 않으면 보석 조건 추가할 수 있으니 조심해달라”고 경고했습니다.이날 오후 재판에서 이 대표는 3월 19일에 예정된 유 전 직무대리의 증인신문과 관련해 “그날은 정진상 피고인 측 반대신문으로 알고 있다”며 “저와는 관련이 없어서 저희로서는 반대신문에는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다”며 변론분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저번에도 말했지만 반대신문 자체가 공통된 증거로 쓰일 수 있어 분리해서 진행하지 않았다”며 “통상적이지 않고 변론 분리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이 대표의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기일 외 증인신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기일 외 증인신문이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먼저 절차를 진행한 뒤 향후 해당 조서를 증거조사 하는 방식인데, 이럴 경우에는 이 대표가 불출석하더라도 재판 진행은 가능합니다.● 위증교사 혐의 재판서 검찰과 설전이 대표는 지난달 26일과 27일에도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이 대표는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인 김모 씨에게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출석하며 부부가 동시에 재판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이 사건 공범으로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앞서 김 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부탁으로 위증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선 꼬리 자르기라며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요. 위증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이 대표 측은 “검찰이 녹취록을 일부만 제시하는 등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만 골라 부당하게 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이에 검찰은 최근까지도 두 사람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이들이 2022년 9월에 나눈 문자메시지를 법정에서 제시했습니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된 것을 위로하기 위해 “힘내세요 형님”이라고 보냈고 이 대표는 다음날 “감사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녹취록을 짜깁기했다’고 하는 데 전혀 아니다”라며 “녹취 파일 전체를 읽어보면 ‘사실대로 진술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야기하는 대로 허위로 말하라’는 것인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간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양측의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검찰 측은 위증교사라고 하고 이 대표는 아니라고 하니까 (녹취록을) 쭉 듣는 게 핵심일 것 같다”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 측은 “다음 기일에 재생하자”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 李 “사탕 한 개 얻어먹은 적 없어”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뇌물 등 혐의 재판에도 출석했습니다. 이날은 법관 정기 인사로 배석판사 2명이 교체됨에 따라 검찰이 공소사실을, 피고인 측이 혐의 인부 여부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갱신 절차가 진행됐습니다.발언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사탕 한 개 얻어먹은 일이 없다”며 “대장동 사업에서 수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는데 관련자나 주변 사람들을 사적으로 만나거나 접촉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저는 그들과 유착한 게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오히려 뺏으려 했다”며 “성남시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처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 신빙성도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유동규가 검찰의 회유 압박으로 진술을 번복한 이후 진술이 오히려 디테일해지고 있는데 상세히 묘사할수록 진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유동규 진술이 아닌 다른 객관적 증거로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유동규가 민간업자들과 저지른 범행에 이재명과 정진상을 교묘하게 엮어서 얹은 것”이라며 “검찰은 ‘정진상에 모두 보고됐으니 이재명도 정진상을 통해 모두 공유받았을 것’이라고 할 뿐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모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공정 무도함 심판해달라”…李, 법원 앞에서 작심 발언이 대표는 이달 8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던 중에는 이례적으로 법원 청사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통상 이 대표는 재판을 위해 법원에 들어올 때 취재진의 질문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습니다.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올린 뒤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로 잠시 입에 가져다 댔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당 대표가 법정을 드나드는 이 모습이 우리 국민들 보시기에 참으로 딱할 것”이라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부인은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이런 명백한 범죄 혐의들이 상당한 증거에 의해서 소명이 되는 데도 수사는 커녕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까지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아내는 7만 원 밥값을 대신 냈다는 이상한 혐의로 재판에 끌려다니고 저 역시 아무런 증거 없이 무작위 기소 때문에 재판받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이 불공정과 무도함에 대해서 총선에서 심판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을 의식하는 듯 “심판해야 바뀐다”며 “못 참겠다, 더 견디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되시면 꼭 투표하시고 심판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판사 출신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뒤 강단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 이모 씨는 지난해 8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 씨가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벌금 300만 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판사 출신인 이 씨는 서울고법 판사 등을 지냈다. 대학 측은 지난해 이 씨에게 장계를 내렸고, 이 씨의 2학기 강의는 도중에 중단됐다. 그러나 이 씨는 징계 기간이 끝나자 올해 1학기에는 강의를 재개했다. 동아일보는 이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판사 출신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뒤 강단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 김모 씨(가명)는 지난해 8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를 검토해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김 씨가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서 벌금 300만 원이 그대로 확정됐다. 판사 출신인 김 씨는 서울고법 판사 등을 역임했다.대학 측은 지난해 김 씨에게 징계를 내렸고, 김 씨의 2학기 강의는 도중에 중단됐다. 그러나 김 씨는 징계 기간 끝나자 올해 1학기에는 강의를 재개했다. 동아일보는 김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아이폰과 갤럭시 등에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의 임직원들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춘)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국내의 한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업체 임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일부 피고인은 구속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중 김모 씨는 카메라모듈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그래버’(이미지 센서로부터 받은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부품)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국내 업체의 영업이사로 근무했다. 삼성은 물론이고 애플 제품과도 호환되는 그래버는 전 세계에서 이 업체만 보유한 기술로,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첨단 기술로 인증했다. 2022년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김 씨는 중국 업체로 이직하기로 결심한 뒤 핵심 엔지니어 등 6명을 설득해 함께 퇴사했고, 중국 업체가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로 이직했다. 퇴사 당시 회사 측이 자료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이직을 앞두고 그래버 개발에 필요한 부품리스트 파일 등을 중국 업체와 카카오톡으로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당 제품의 소스코드 파일 등을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한 뒤 그대로 가지고 나간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이렇게 빼돌린 기술로 중국 업체의 사무실에서 테스트용 제품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등은 국내 회사에서 근무할 때도 그래버 부품 목록 등의 영업비밀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아이폰과 갤럭시 등에 카메라모듈 검사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의 임직원들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춘)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국내의 한 카메라모듈 검사장비업체 임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해당 사건은 2023년 1월 국가정보원이 적발,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한 사건이다.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일부 피고인은 구속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피고인 중 김모 씨(가명)는 카메라모듈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그래버’(이미지 센서로부터 받은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부품)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국내 업체의 영업이사로 근무했다. 삼성은 물론, 애플 제품과도 호환되는 그래버는 전 세계에서 이 업체만 보유한 기술로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첨단 기술로 인증했다. 2022년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김 씨는 중국 업체로 이직하기로 결심한 뒤 핵심 엔지니어 등 6명을 설득해 함께 퇴사했고, 중국 업체가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로 2022년 말 이직했다. 퇴사 당시 회사 측이 자료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도 조사됐다.검찰은 이들이 이직을 앞두고 그래버 개발에 필요한 부품리스트 파일 등을 중국 업체와 카카오톡으로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당 제품의 소스코드 파일 등을 개인 외장하드에 저장한 뒤 그대로 가지고 나간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이렇게 빼돌린 기술로 중국 업체의 사무실에서 테스트용 제품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등은 국내 회사에서 근무할 때도 그래버 부품 목록 등의 영업비밀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소송을 시작한지 6년 만에 항소심 법정에서 대면했다. 항소심 판결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두 사람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12일 첫 변론 기일을 열고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2018년 1월 16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조정기일 이후 약 6년 만에 법원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정식 변론기일 기준으로 보면 1심과 2심을 통틀어 처음이다. 이혼 소송은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두 사람은 모두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재판 시작 약 15분 전 법원에 도착한 노 관장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최 회장도 약 10분 뒤 도착해 법정대리인들과 함께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이 끝난 후 최 회장은 재판에 출석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비가 오네”라고만 했다. 노 관장 역시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재판부는 다음 달 16일애 다음 재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변론이 종결된 이후 선고기일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항소심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앞서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 원 및 위자료 명목으로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한 뒤 노 관장 측은 재산분할 청구 금액을 현금 2조 원으로 변경하고, 위자료 청구 액수 또한 30억 원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노 관장과 이혼 의사를 밝히고 2017년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은 2년 뒤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