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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반도체 사랑은 어디까지일까. 그룹 차원의 반도체 부문 사업 확장을 추진해온 최 회장이 이번에는 직접 투자에 나섰다. 1일 SK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하는 계약을 이달 체결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중국 쪽 펀드 1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는데, 지난달 28일 채권단 측에서 최 회장을 적격입찰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말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반도체의 토대가 되는 실리콘 재질의 얇은 판)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300mm 웨이퍼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에 올라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인 그룹 지주회사 SK㈜는 1월 LG그룹과 LG실트론 지분 51.0%를 62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는 지난달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도 LG실트론 지분 19.6%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K㈜와 최 회장의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LG실트론은 SK㈜가 70.6%, 최 회장이 29.4%의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최 회장과 SK㈜가 인수하는 LG실트론의 잔여 지분 49.0%는 4000억∼5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사명 변경, 정관 변경, 합병 등 특별 결의를 하려면 지분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SK㈜가 확보한 지분만으로도 충분한데 최 회장이 직접 사재를 투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IB업계에서는 “중국 등 해외 자본들이 잔여 지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를 막기 위해 최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챙긴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최 회장이 인수를 진두지휘한 SK하이닉스는 2012년 그룹에 편입된 지 5년 만에 최고의 ‘캐시 카우’가 됐다. SK㈜도 반도체를 주요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꼽고, 지난해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 제조사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옛 제일모직과 합병 3년째를 맞은 삼성물산이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1분기(1∼3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7020억 원, 1370억 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매출액이 6조4870억 원이었고 434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로써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건설 부문은 매출액이 2조7110억 원, 영업이익이 910억 원이었다.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150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상사 부문은 매출액 2조8690억 원, 영업이익 43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1%, 2050%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철강, 화학 트레이딩 사업에서의 매출액과 이익이 한꺼번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측은 올해부터는 점진적으로 합병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분기에 6년 만의 첫 분기흑자를 낸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도 높은 원가 개선, 저수익 자산 매각 등 전사적 경영 효율화를 통해 내실 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1위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2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1∼3월) 미국 가전시장 점유율은 19.2%로 직전 분기 18.7%에서 0.5%포인트 올랐다. 트랙라인은 냉장고, 세탁기,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을 합산해 브랜드별 점유율을 발표한다. 미국 월풀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6.6%에서 올 1분기 15.7%로 떨어져 LG전자(15.8%)에도 뒤진 3위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14.7%로 월풀(16.9%), LG전자(15.7%)에 이은 3위였다.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에서 월풀과 처음 공동 1위(16.7%)에 오른 뒤 3개 분기 만에 월풀과의 격차를 3.5%포인트로 벌렸다. 삼성전자의 가파른 상승은 냉장고과 세탁기가 이끌었다. 지난해 1분기와 올 1분기 사이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냉장고가 16.5%에서 23.0%, 세탁기는 16.2%에서 19.7%로 올랐다. 냉장고는 2500달러 이상 프렌치도어 모델, 2000달러 이상 양문형 모델이 미국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었다. 세탁기는 지난해 애드워시, 올해 플렉스워시 등 신제품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최익수 상무는 “기존에 없었던 혁신 제품들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서울 홍익대 인근은 인디 밴드들의 성지로 불린다. 상업자본의 지원 없이도 그들은 독특한 음악성으로 마니아 팬들을 사로잡는다. 22일 종로구 대학로에 또 한 부류의 ‘인디’들이 출몰했다. 음악이 아닌 게임을 갖고서. 홍익대 인근 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린 ‘제2회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 결선’이 그 무대였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지난해 1회 때의 1.5배나 되는 400여 게임이 출품됐다. 사전 심사를 거쳐 결선에 진출한 게임은 20개였다. 이날 행사를 찾은 700여 게임 유저의 투표와 심사위원 심사로 최종 ‘톱3’가 결정됐다. 유닛파이브의 ‘큐비 어드벤처’, 아크게임스튜디오의 ‘좀비 스위퍼’, 릴라소프트의 ‘비트 레이서’가 그 주인공이다. 최준원 유닛파이브 대표(43·사진)는 건축학 전공자다. 그러나 그는 교육 콘텐츠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던 벤처기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교육용 모바일게임을 직접 만들기 위해 2014년 1월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큐비 어드벤처는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 ‘대니’를 앞세운 콘솔 게임이다. 최 대표를 포함한 7명의 유닛파이브 직원은 14일 공식 출시된 큐비 어드벤처의 ‘대박’을 꿈꾸고 있다. 최 대표는 “대규모 자본 투자 없이 게임을 개발하는 게 여전히 어렵지만 최근에는 독립 개발사들이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많이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 추적 B급 액션 퍼즐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좀비 스위퍼는 아크게임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이 회사의 임직원은 임원호 대표(40) 한 명이다. 게임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그는 3년 전 회사를 나왔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갈증은 여전했다. 결국 2년 전부터 홀로 게임 개발에 나섰다. 3년째 이어진 ‘수입 0원’의 생활은 버거운 여정이었다. 그나마 지난해 정부에서 주최하는 ‘게임 창조 오디션’에서 2등을 차지해 3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는 혜택도 받았다. 임 대표는 “이번 구글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국내 출시 일정을 8, 9월로 앞당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릴라소프트의 비트 레이서는 스테이지별로 적용된 음악에 맞춰 나오는 비트들을 삼키면서 달리는 리듬액션 기반 런게임이다. 홀로그램 기술업체 디스트릭트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릴라소프트는 지난해 독립했다. 김준한 대표(44)를 포함해 3명이 전부인 스타트업이다. 비트 레이서는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는 1년 전 출시됐고 구글 앱마켓에서도 지난해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김 대표는 주로 대외 투자유치 활동을 맡고 개발은 최종민 실장(35) 등 2명이 전담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Others.” 조너선 웨츨 매킨지글로벌연구소장의 13일 세계경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였다. 미국에서 지난 20년간 가장 빠르게 증가한 직군이라고 했다. 청중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었다. ‘Others’, 즉 ‘기타’는 기존 직업군으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직업들이다. 그만큼 새로운 직업, 그것도 과거에는 없었던 일자리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는 의미다. ‘Others’는 미국 일자리 시장의 생동감을 대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이런 변화는 더 거세질 것이다.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하나의 아이디어로 태동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단숨에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기존 기업들이 채용을 늘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던 것과는 다른 형태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는 이런 변화와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더해 320조 원이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인 1387조 원의 23%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 202조 원은 올해 정부 전체 예산 401조 원의 절반이다. 한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스페셜 원(Special One)’들은 한국 경제를 지금에까지 이르게 한 주역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 대기업에만 기댈 수는 없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위해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듯 국가 경제도 주력 산업과 신산업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살아 숨쉬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정부와 정치권이 무분별하게 쌓아온 규제의 장벽에 번번이 막혔다. 아일랜드는 1845년부터 5년간 극심한 감자 대기근을 겪었다. 인구 850만 명 중 100만 명이 굶어 죽고, 100만 명은 배고픔 때문에 나라를 떠났다.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단일 품종에 대한 절대적 의존이었다. 생산성이 좋고 아일랜드인 입맛에 맞아 대부분 농가에서 재배하던 감자가 하필 당시 유행한 진균류 곰팡이에 취약했던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당장의 수익만 생각하다 새로운 품종을 키워내지 못한 게 아일랜드 전체에 독이 된 것이다. 이는 농업뿐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새로운 산업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시작점이다. 미국에서 ‘Others’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 그랬다. 한국에서는 드론 하나 날리기 어렵고 자율주행차도 연구소에서만 겨우 시범운행을 한다. 벤처 투자업계도 ‘될성부른 떡잎’을 찾기보다 당장이라도 제품을 팔 수 있는 ‘잘 자란 잎’에만 돈을 댄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들기 전까지는 누구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부모와 친척, 친구 돈까지 모두 끌어다 쓰다 보니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이스라엘 등 벤처 강국들은 아이디어, 시제품, 상용 제품 등 기업이 성장하는 단계별로 전담하는 투자 펀드들이 있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 일자리 공약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든다느니, 청년수당을 몇십만 원씩 쥐여주며 중소기업 일자리를 늘린다느니 하는 약속들은 실망스럽다. 신산업에 대한 사전 규제는 보고서를 들춰볼 것도 없이 무조건 없애버리겠다는 선언이 나왔으면 한다. 다음 달 9일 내 소중한 한 표는 그 후보의 몫이다.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57)이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4개월간의 출국금지 족쇄가 풀리게 됐다. 최 회장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인수 타진, 중국 내 신규 프로젝트 재추진 등 적극적인 해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 강화와 SK그룹의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 위한 출장 일정 짜기에 들어갔다. 해외 파트너들과의 약속을 단기간 내 확정하긴 힘들지만 이르면 이달 내 출국할 가능성도 있다. 1순위는 도시바로부터 분사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일이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5위 기업인 SK하이닉스가 2위인 도시바 메모리 전체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일본 도시바 측과 직접 담판을 짓거나 미국으로 건너가 공동 인수에 나설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대형 프로젝트들을 재추진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인해 SK그룹 계열사들이 추진하던 신규 사업들은 대부분 멈춰 서 있다. 최 회장은 2월 그룹 임원 모임에서 “중국에서 잊혀질까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공장 설립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지에서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영국 BP로부터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50%)을 인수하는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차례나 중국을 찾았지만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기업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부터 사실상 발이 묶였다. SK그룹의 ‘간판’인 최 회장으로서는 수개월간 단절된 해외 고위급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를 다시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최 회장 본인도 1월 다보스포럼, 3월 보아오포럼 등에 잇달아 참석하지 못한 데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열릴 중국 상하이(上海)포럼 참석은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행보도 보다 적극성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최 회장과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했던 ‘확대경영회의’는 올해도 열린다. 최 회장이 CEO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건 지난해 10월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한 변화와 도전’을 주제로 마련한 CEO 세미나 이후 처음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저희들이 설 만한 무대가 없잖아요.” 해가 지면서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혀 가던 15일 저녁 서울 신촌 스타광장. 조금은 특별한 오디션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걸음을 붙잡았다.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클래식 음악 전공 청년들이 참가한 ‘길거리 경연’이었다. 관객들은 젊은이들의 패기 넘치는 공연에 큰 박수를 보냈다. 100여 개 좌석은 꽉 찼고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본 이들이 어림잡아 수백 명이었다. 경연에 참가한 백석영 씨(23·여)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선배들을 보면서 연주 기회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연주할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백 씨 등 20대 중반 여성 색소폰 연주자 4명이 지난해 12월 결성한 팀 이름은 ‘색소폰콰르텟’. 이 팀은 이수연 씨(24)가 우연히 경연 참가자 모집 현수막을 본 뒤 연주 모습을 직접 동영상으로 찍어 신청했다. 연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인 류경임(29·여·졸업), 김우진 씨(28·4학년)는 ‘신촌 남매’라는 듀엣을 이뤄 참가했다. 김 씨는 “무대가 너무 간절했다. 우리 같은 청년들이 노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경연에는 30여 팀이 신청해 10개 팀이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예선을 치렀다. 본선에는 나란히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이욱재(30), 김우진 씨(26)의 ‘바리스타’와 대학원생인 박요셉 씨(25)까지 총 4팀이 올랐다. 색소폰콰르텟과 박 씨가 공동 1등으로 상금 100만 원씩, 바리스타와 신촌 남매가 공동 2등으로 상금 50만 원씩을 받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비영리전문예술법인 ‘인씨엠예술단’이 청년 세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노희섭 인씨엠예술단장(47)은 “해외 공연 직수입 확대 등으로 국내 음악인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청년들도 절박한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기획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노 단장의 300번째 길거리 공연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국내 유일의 ‘성악 버스커’인 그는 경연에 앞서 가곡 ‘선구자’와 ‘목련화’,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등 10곡을 불렀다. 그는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치기 위해 19일 출국한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100%의 직업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조너선 웨츨 글로벌연구소장은 “원헌드레드 퍼센트(one hundred percent)”라는 말에 특히 악센트를 줬다.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조찬강연회. 웨츨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자동화, 일자리, 직업의 미래’를 주제로 일자리의 미래를 그려냈다. 그는 5%의 직업에서는 일자리의 100%가 기계로 대체되고, 60%가량의 직업에서는 30% 정도의 일자리가 자동화될 것으로 봤다.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3명 이상이 기계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도 했다. 장밋빛 미래상에 가려진 4차 산업혁명의 ‘우울한 모습’들이다. 1시간여의 강연과 30분 남짓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한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기존 일자리는 결국 기계로 대체될 수밖에 없으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인간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웨츨 소장은 “같은 업종 내에서도 디지털화 측면에서 상위 10% 기업이 전체 이익의 50%를 가져가고 이에 뒤처진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고 했다. 당장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디지털화를 머뭇거리다간 오히려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 20년간 모든 직업 중 가장 빠르게 일자리가 증가한 분야가 ‘기타’라고 했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면서 특정 직업군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기타 직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그의 의견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균형을 맞추는 모델’로 요약된다. 웨츨 소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원천은 민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기업들이 이슈를 만들어내면 정부는 모든 참여자의 대표 자격으로 기준을 만들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웨츨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노동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직업훈련 투자가 가장 낮은 한국도 디지털화에 대비한 교육 방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내수 기업에서 수출 기업으로….’ 5년 전 인수한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체질을 ‘수출 주도형’으로 바꿔 놓았다. 정유와 석유화학 등 에너지 부문과 함께 그룹의 ‘양 날개’인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은 매출액의 절반을 수출로 거둬들이고 있다. 8일로 창립 64주년을 맞은 SK그룹은 더 이상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지 않게 됐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사업, SK플래닛 등 그룹 내 ICT 계열사들은 지난해 총 37조40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 중 17조 원(45.5%)이 수출액이었다. 지난해 ICT 부문 수출액은 그룹 전체 수출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2014년부터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에너지·화학 부문 수출액이 줄어드는 사이 ICT 부문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준 것이다. 2011년만 하더라도 SK그룹 ICT 부문의 전체 매출액 17조6000억 원 중 수출이 1300억 원(0.7%)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이 2000년대에 미국,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노렸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SK㈜ C&C사업도 주로 그룹 일감이나 국내 공공사업에만 주력했다. 2012년 3월 새 식구가 된 SK하이닉스의 ‘수출 중심’ 사업 방향은 다른 ICT 계열사로도 전염됐다. SK㈜ C&C사업은 지난해 7600억 원을 수출했다. 2011년 대비 약 7배로 늘어났다. SK플래닛의 경우 2013년 터키, 2014년 인도네시아, 2015년 말레이시아 등 해외 오픈마켓 시장에 잇달아 진출했다. SK그룹 전 계열사의 지난해 수출액 합계는 524억 달러(약 59조7400억 원). 한국 전체 수출액 4954억 달러(약 564조7600억 원)의 10.6%나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만으로는 시장 정체에 따른 ‘슬로 데스’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그룹을 에너지-ICT ‘투톱’ 체제로 재편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적극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으로 해외 진출 및 수출을 늘려나간 것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사상 최대인 7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전 연간 투자금액 3조5000억 원의 두 배에 해당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AI사업단을 신설했다. 5세대(5G)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 등에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웠다. SK㈜ C&C사업은 미국 IBM의 왓슨 기반 AI 기술 ‘에이브릴’을 국내 의료 분야에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항공모함에서 초고속 스마트 함정으로.’ 삼성전자의 최근 전략 선회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1∼3월) 잠정 매출액 50조 원은 전년 동기(49조7800억 원)와 큰 차가 없다. 그 대신 영업이익은 9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6800억 원)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과도하게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서 최대한 이익을 남기는 전략을 선택한 결실이다.○ ‘몸집’ 대신 ‘효율성’ 선택 삼성전자는 창립 40주년을 맞은 2009년 10월 ‘2020년 글로벌 10대 기업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때 세웠던 목표가 2020년 매출액 4000억 달러(약 452조 원)였다. 그해 136조 원이던 매출액 규모를 11년 만에 3.3배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실제 2013년 매출액 229조 원을 기록할 때만 해도 이 계획은 유효했다. 하지만 2014년 ‘갤럭시 S5’의 실패로 매출액이 206조 원으로 뒷걸음질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 9만9400명, 2015년 9만6900명, 지난해 9만3200명으로 국내 직원 수를 줄였다. ‘연간 200조 원 매출액’에 맞는 몸집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 변화에 좀 더 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반영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빠르게 회복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7∼9월)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직접 손실 규모가 3조5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도 2조5000억 원의 간접 기회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연간 영업이익을 29조200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갤럭시 노트7 여파로 인한 간접 손실은 올 1분기에도 1조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향만 없었다면 2013년 3분기의 최대치(10조1600억 원)를 경신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1분기 영업이익률 19.8%는 전년 동기 대비 6.4%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효율성 극대화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전망도 장밋빛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57% 하락한 208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낸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15.4%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분기(4∼6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모든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을 13조4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13년 36조8000억 원을 넘어 새 기록을 쓸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갤럭시 S8’과 ‘갤럭시 S8플러스’가 앞에서 끌고 반도체가 당분간 뒤를 든든하게 받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갤럭시 S8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은 갤럭시 S7과 S7엣지가 1년간 팔린 5000만 대를 훌쩍 넘어 6000만 대까지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 S8 예약판매 첫날인 7일 국내 이동통신 판매점에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노트7 때(2주일간 약 40만 대)보다 1.5배쯤 열기가 높다”고 했다. 반도체의 경우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린 ‘초격차 전략’이 산업 호황기와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급 D램과 4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등으로 압도적 세계 1위의 지위에 흔들림이 없다. 비(非)메모리반도체 부문도 2015년 14나노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정을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는 10나노급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편, 삼성촉진펀드는 최근 골드만삭스, 델파이, 미디어텍 등과 함께 이스라엘의 반도체 스타트업 발렌스에 6000만 달러(약 678억 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형 M&A 등 투자 적기를 놓친다면 4차 산업혁명 선도 경쟁에서 점차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이건혁 기자}
삼성전자 7일 1분기(1~3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0조 원, 9조9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선전한 결과다. 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였던 2013년 3분기(10조1600억 원)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영업이익률은 19.8%로 전년 동기 대비 6.5%포인트나 올랐다. 잠정 실적 발표는 사업 부문별 실적까지는 공개하지는 않는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만 1분기에 6조 원 안팎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부문은 지난해 4분기(10~12월)에서 4조9500억 원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갤럭시S8’이란 날개를 달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이후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내놓은 이번 신제품은 이미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단가 상승과 수요 증가가 겹쳐 2분기에도 호성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에게 백열전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의 결정체였다. 1093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 에디슨이 백열전구의 상용화와 대중화를 위해 쏟은 정성은 유명하다. 탄소필라멘트가 빛을 내는 전구에 최적이란 사실을 발견할 때까지 6000개가 넘는 물질을 실험했다. 스스로 “이건 수천 번의 실패가 아니다. 전구 발명을 위한 수천 번의 단계일 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가 1931년 숨졌을 때 전국의 미국인들은 전깃불을 깜빡거려 위대한 발명왕을 추모했다. 에디슨은 미국 대표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공동창업자이고 GE의 뿌리는 이 백열전구 사업이다. 그러나 GE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이후 인류가 발견한 ‘2번째 불’이라는 칭송을 받던 이 백열전구의 스위치를 영원히 내리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전구 사업 중 상업용 발광다이오드(LED) 부문만 유지하고 가정용 전구 사업은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위해 투자은행들과 사업 매각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매각 예상 가격은 5억 달러(약 5650억 원)라고 신문은 전했다. WSJ는 “GE의 전구 사업 매출은 상업용 LED까지 포함해도 22억 달러(약 2조4860억 원·지난해 기준)로, 전체 매출의 2%가 채 되지 않지만 GE의 모태가 에디슨이 만든 전기회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용 전구 사업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GE가 가정용 전구 사업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2015년부터 본격화한 사업 재편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의미는 ‘이제 GE는 더 이상 아버지 세대의 회사가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GE는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사업 부문을 차례로 매각했다. 소비자금융에서 손을 뗐고, 부동산 사업도 접었으며, GE의 상징이었던 소비자가전 사업도 지난해 중국의 최대 가전제품 업체인 하이얼그룹에 매각했다. 현재 GE의 핵심 비즈니스는 발전기 터빈, 항공기 엔진, 의료보건장비, 기관차 등에 집중돼 있다.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 등은 “1892년 세워진 GE가 100년 넘게 건재한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때로는 시대를 앞서서 끊임없이 변신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창업자 에디슨의) 전구 사업 매각도 생존을 위한 변신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GE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30대 대기업 중 유일하게 100년이 넘은 기업이다. 이 지수는 기업 실적이 부진하면 30대 명단에서 제외하는데 GE는 1907년 이래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변신의 몸부림은 GE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 IBM은 2005년 PC 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는 등 하드웨어(HW) 중심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지 오래다. 글로벌 선두 화학기업 듀폰은 자신들의 ‘뿌리’와도 같았던 섬유와 화학 사업을 정리한 뒤 종자, 효소 등 차세대 농생명공학 부문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 역시 휴대전화와 가전 등 전통 사업을 버리고 에너지, 헬스케어, 도시 인프라 등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과감한 변신은 국내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한 한국 경제는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유, 석유화학, 조선, 철강 등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1980년대 반도체, 1990년대 휴대전화, 2000년대 디스플레이 등 가뭄에 콩 나듯 하던 새로운 ‘스타 산업’은 2010년대 들어 그나마 자취를 감췄다. 개별 기업들로 보더라도 사업 전환을 시도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1990년대 음료 사업을 정리하고 중공업회사로 거듭난 두산이나 2014, 2015년 화학 계열사를 모두 매각한 삼성 정도만 거론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해외 경쟁사들이 발 빠르게 새로운 사업으로 옮아가는 사이 정체돼 있던 국내 기업들은 결국 떠밀리듯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대응이 한발 늦었던 데에는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성과 새로운 산업을 실현하기 힘든 규제 문제 등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김창덕·황인찬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2조 원이라는 최고 실적을 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이 주력인 국내 민간 발전사들의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조16억 원이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5년 11조3467억 원에서 6549억 원(5.8%)이 더 늘어났다. 한전 실적 상승은 저유가 기조로 인해 발전 원가가 하락한 덕분이다. 한전에 ‘봄바람’이 부는 사이 민간 발전사들 표정은 우울하다. 국내 민간발전 ‘톱3’인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2777억 원이었다. 2015년 4746억 원에서 41.5%나 줄었다. 2015년 영업이익도 2014년(6364억 원)보다 16.2% 감소했었다. 발전공기업은 최대 호황, 민간발전사들은 실적 악화라는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석탄→LNG 순으로 발전소를 가동하는 국내 전력 수급 구조 때문이다. LNG발전소는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면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해 LNG발전소들의 평균 가동률은 39%로 원자력(76%), 석탄(74%)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구조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에 관한 사회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다.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LNG발전을 100으로 봤을 때, 무연탄화력과 유연탄화력이 각각 250, 230에 이른다.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노후화된 석탄발전소를 지목하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경 문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전력 수급 구조부터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말에 발표할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친환경 발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전기 수급 정책을 마련할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성까지 고려해 LNG와 신재생에너지 등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미국 애플까지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도체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31일 요미우리와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국 애플과 브로드컴(반도체회사)-실버레이크(투자펀드) 컨소시엄,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 등 10곳이 지난달 29일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인수 시도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애플이 도시바를 인수해 자체 공급 라인을 갖추면 모바일낸드의 핵심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한편 중국 칭화유니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인수전 불참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간판을 바꿔 단다. 한국기업연합회가 새 이름이다. 정관 변경과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등 절차가 남았지만 전경련이라는 이름은 곧 폐기될 운명이다. ‘정경유착의 핵심 고리’로 지목돼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전경련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고육책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전경련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관여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했던 사회본부부터 폐지했다. 경제정책과 관련한 기업 의견을 대변하던 경제본부와 산업본부는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 통합시켰다. 대기업 민원 창구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의지였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고위 임원 몇몇이 짐을 쌌고 남은 직원들도 인력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 전경련을 탈퇴한 곳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5곳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이라는 통로가 없으면 기업들도 불편하다. 하지만 더 곤란해진 곳은 정부와 정치권”이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전경련은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다. 5공 시절의 일해재단이 그랬고, 이명박 정부의 미소금융재단과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재단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차기 정권으로서는 충실한 대기업 컨트롤러를 잃게 됐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티타임 한 번 갖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너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지만 이대로라면 그토록 바라던 정경분리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행보가 이채롭다. 대한상의는 23일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5개 정당에 전달했다. 제언문 자체보다도 정경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경제인들의 시도에 많은 이들이 주목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과거처럼 기업들의 ‘위시 리스트’를 드리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및 정치권이 재계를 경제정책 수립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게 결국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정경유착’은 버리되 ‘정경연대(連帶)’로 가자는 얘기다. 물론 손뼉은 부딪쳐야 소리가 난다. 박 회장도 “(대선 주자들이) 대답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가뜩이나 이번 대선에는 ‘정권을 잡으면 기업부터 손보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후보들만 넘쳐난다. 자신이 개혁하려는 대상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정책을 논의할 만큼 통 큰 대선 주자가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지난 반년은 반(反)기업 정서, 반기업인 정서가 역대 가장 강했던 때”라는 토로가 자주 나온다. 대선 주자들의 행보도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다르다. 내 월급이 깎이길 바라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경영진과 근로자가 다른 곳을 바라본다 해도 기업이 살쪄야 국민도 풍족해질 수 있다는 명제는 바뀌지 않는다. 정부 정책이나 법안을 마련할 때 재계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는 이유다. 2002년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가장 성공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 관료도 정치인도 아닌 폴크스바겐 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에게 개혁을 맡긴 결과였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한 명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상의가 던진 화두에 대해 정치권도 답을 해야 할 때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
모낭 분리사, 식생활 지도사, 드론 조종사….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청년드림 잡 페스티벌’에서는 청년들의 발길을 붙잡는 독특한 코너들이 마련됐다. 그중에서도 미래에 주목받을 수 있는 이색 직업을 소개한 14개의 노란색 포스터는 유독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낭 분리사는 탈모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새롭게 조명되는 직업이다. 모발 이식은 미용 목적으로도 확대되는 추세여서 모발 이식센터나 식모기 업체는 물론이고 프리랜서로 활약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은 헬스케어와 관련한 새로운 직업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바른 식생활 문화를 컨설팅하는 식생활 지도사,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개발에 기여하는 생물정보 분석가, 정보기술(IT)을 의료산업에 접목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기획자 등이 대표적이다. 2014년 인간이나 배아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는 병원과 대학의 경우 생명윤리운영회(IRB)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IRB의 행정간사 역할을 하는 생명윤리운영원도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IRB가 설치된 기관은 600개 안팎이다. 콘텐츠산업 부문에서도 다양한 직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소비가 폭증하면서 창작자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관리하는 창작자 에이전트도 뜨는 직업이 됐다. 콘텐츠 소비 채널 확대를 등에 업은 모바일 광고기획자, 디지털광고 게시판 기획자 등도 새롭게 도전할 만한 분야다. 게임 산업에서도 기존 프로그램 개발자나 그래픽 디자이너 외에 게임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게임 테크니컬 아티스트, 게임 내 지도와 레벨 등을 설계하는 게임 레벨 디자이너 등을 찾는 곳이 많아졌다. 아직 국내 규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드론 산업 역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회사는 물론 산림청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도 향후 드론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취미로 즐기던 드론 조종을 직업으로 삼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4년부터 매년 100여 개씩 신규 이색 직업을 발굴해 오고 있다. 이 중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가 자격증 도입이나 민간 부문에서의 육성을 추진하기로 한 직업만 70여 개에 이른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청년들이 연봉과 복지혜택 등의 조건을 따져 ‘원하는 기업’을 찾아다녔다면, 앞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양=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유학을 떠난 지 11년 만에 귀국한 30대 중반의 공학도는 한국 군 통신지휘 체계의 토대를 만들었다. 40대 후반에 한국통신프리텔(KTF) 사장이 됐다. 50대엔 민영화된 KT의 첫 사장을 시작으로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정보통신부 장관과 광운대 총장을 지냈다. 이력서 마지막 줄은 2010년 1월 출범한 통합 LG유플러스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치열하게 살아온 그였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자유인’이라고 불렀던 그가 이제 진짜 ‘자유인’이 된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이어 이달 말 상근고문직에서도 물러나는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69) 얘기다. 21일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했다. 이날 인터뷰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마지막 외부 공식일정이었다.#1. “4차 산업혁명 본질 아는 대선 주자 없어” 앞서 이 전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은 2014년 7월이었다. 당시 그는 인공지능(AI)에 말 그대로 꽂혀 있었다. 미국에서 주문을 받기 시작한 가정용 AI 로봇 ‘지보(JIBO)’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을 손수 찾아 보여줬다. LG유플러스는 그로부터 1년 뒤 이 로봇을 만든 벤처기업 지보에 200만 달러(약 22억4000만 원)를 투자했다. 이날도 이 전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얘기에 유독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99도까지 서서히 뜨거워지던 물이 100도에서 확 끓어버리는 것 같은 ‘빅뱅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축적돼 온 컴퓨터 기술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상상조차 못했던 다양한 사업 모델과 직업, 사회 현상이 쏟아져 나온다는 의미다. AI는 여기에 폭발력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 증기 기관, 전기, 인터넷 등 세기의 발명이 각각 1∼3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것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강의는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로 이어졌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대선 공약들은 그저 한 표라도 더 받겠다는 수사일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공무원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은 나오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라는 두 키워드 모두 놓치기는 싫은데 연결시킬 논리는 개발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한 명의 인재, 하나의 벤처가 100만 명에게 일자리를 안겨주는 시대가 그가 그리는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그런 인재와 벤처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 산업, 노동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 전 부회장의 조언이다.#2. “아름다운 은퇴, 인생 끝까지 최선 다하는 것” 이 전 부회장은 지난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 다녀왔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의 생각과 선도기업들의 전략을 읽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10곳의 해외 통신사업자와 만났다. 중국, 러시아, 폴란드, 태국, 터키,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역도 다양했다. 대부분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롱텀에볼루션(LTE)의 성공 노하우를 물어왔다. LG유플러스는 2011년 7월 LTE 통신망 주파수를 처음 송출했다. 이듬해 8월 LTE망을 이용한 음성통화 ‘VoLTE’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3년 4월 음성통화를 무제한 허용하는 LTE 전용 요금제도 내놨다. 모두 ‘세계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 전 부회장은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걸어가야 했던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비디오(동영상)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겁이 났다고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제 자신의 경험을 다른 나라와 나누려 한다. 기술 수출 가능성 때문이다. 우선 다음 달 태국 강연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중국의 한 통신사업자도 자국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강연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강연이 기술 수출로 이어진다면 친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거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국내에선 흔치 않은 전직 CEO의 ‘세일즈 외교’다. #3. 청년에게 던진 키워드는 ‘책임’ 대학 총장을 지낸 그이기에 미래 세대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이 청년들에게 던진 키워드는 ‘책임’이었다. 본인이 불행하다면, 본인에게는 자신을 불행에서 구해 낼 책임이 주어진다고 했다. 취업을 하기 힘들면 작은 기업에라도 들어가 본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식이다. “너 때문, 부모 때문, 정부 때문, 기업 때문”이라는 남 탓은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아인슈타인은 대학 졸업 후 교사 자리를 얻지 못해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에서 4년간 관리직으로 일했다. 자신이 원치 않았던 그 직장에서 아인슈타인은 현대과학사의 물줄기를 단번에 바꾼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서동일 기자}
해체 위기에 몰렸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기업연합회로 ‘간판’을 교체한다. 사회협력회계를 아예 없애 정경유착 고리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4일 오후 4시 반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3층 오키드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회원사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후 전경련이 마련한 혁신안을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요약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전경련은 우선 사회협력회계를 없애고 사회본부를 폐지해 정치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끊어내기로 했다. 허 회장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관여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과 모금 활동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경련은 49년간 써 온 이름을 버리고 한국기업연합회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다. 1961년 한국경제협의회로 출범한 전경련은 1968년부터 지금의 이름을 써 왔다. 기존 회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각 회원사 전문경영인 20여 명으로 구성될 경영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대기업 오너 중심의 단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조직 및 예산도 4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7본부 체제를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커뮤니케이션본부의 1본부 2실 체제로 바꾼다. 민간 경제외교와 회원사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국내외 소통 기능만 남긴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이날 저녁 배상근 전무에게 총괄 전무 겸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맡기는 등의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엄치성 상무와 이상윤 상무가 각각 국제협력실장과 사업지원실장에 선임됐다. 권태신 상근부회장과 한국경제연구원으로 파견 가는 유환익 상무를 제외한 임원 3명은 사표가 수리됐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경기 시흥시에 있는 프론텍은 자동차용 너트 및 공구세트 제조사다. 연간 매출액이 500억 원 수준인 프론텍은 2015년 하반기(7∼12월) 공구세트 조립 공정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회사가 7000만 원을 투자하고 정부로부터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이 공정에 투입했던 외국인 및 일용직 근로자들을 모두 시간선택제 정규직 여성으로 교체했다. 시스템 구축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프론텍의 공구세트 불량률은 지난해 전년 대비 45%나 낮아졌다. 중소기업 생산 현장의 ‘스마트화’가 성과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민관 합동으로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이 이뤄진 중소·중견기업은 2800개에 이른다. 정부가 스마트 공장 구축 완료 기업 186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산성이 이전보다 23% 개선되고 불량률은 4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16% 절감, 납기 35% 단축의 효과도 있었다. 대구의 절삭공구 생산업체 한국OSG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및 스마트 기기와 연동한 자동화 창고를 도입했다. 이후 재고 파악 시간은 98%나 줄었다. 재고 오류율은 0.9%로 떨어뜨렸다. 기업 경쟁력 강화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한국OSG는 영업사원 20명을 충원하면서 새로운 판매처 확보에 나섰다. 경기 의왕시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아이탑스오토모티브는 이 사업을 통해 제품 공정을 체계화하면서 시간당 생산량을 기존 대비 10% 이상 늘리면서도 불량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인천의 비데 및 도어록 부품 생산 기업인 이랜시스는 자동화 라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뒤 생산성이 60% 증가했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 도시바 등과 50억 원 규모의 신규 수출 계약을 맺었다. 산업부는 올해 정부 예산 905억 원과 민간 기금 203억 원을 투입해 2200개의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14년 시작한 스마트 공장 구축 사업은 올해 누적 50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사업의 한계도 있다. 지난해 말까지 구축된 중소·중견기업 스마트 공장 10곳 중 8곳은 기초단계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4단계로 나뉜다. 10곳 중 나머지 2곳도 대부분 중간1 단계에 머물러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간2와 고도화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추가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SK그룹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꿀 대형 인수전을 코앞에 두고 요즘 발만 구르고 있다.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지분을 100% 내놓으면서 삼성을 제외한 글로벌 선두 기업이 일제히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SK의 ‘작전 사령탑’인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도 출국금지 조치에 발이 묶여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초 도시바 최고위층을 직접 만나기 위한 해외 출장 계획을 잡으려 했다. 반도체 사업 지분 20% 미만을 팔겠다던 도시바가 계획을 바꿔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달에도 출국이 어려울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출장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1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걸어놓은 출국금지 조치가 매달 연장되고 있다. 25조 원에 달하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지분 100%는 단독 인수가 어렵다. 해외 파트너와의 공동전선 구축이 필수적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대형 투자에 대한 결정권은 최 회장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SK와 협상할 게 있더라도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 뒤 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K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청문회, 특별 수사에 대비하느라 5개월째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온 재계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총수가 구속된 삼성을 비롯해 롯데 CJ 등 주요 기업들이 동면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추가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위축이 대선 후까지 지속되는 것 아니냐”며 “기업 수사가 불가피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끝내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