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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가 ‘무관중, 무중계’로 끝나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미가 비핵화 대화에서 한국을 공개적으로 ‘패싱’시키는 데 이어 북한이 국제 체육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을 홀대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의 대북 레버리지를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평양에서 15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 경기의 생중계가 무산된 것에 대해 “저희도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그러지 못한 데 대해 똑같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평창 겨울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국민들도 많이 기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7월 17일 조 추첨에서 북한과 함께 H조에 배정된 후 월드컵 남북 경기를 관계 개선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의 이런 노력에 무반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평창 때와는 달리 북한은 내내 무응답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번에 무중계를 결정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축구협회 차원에서 (북한 측을) 제소하는 절차가 별도로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남북 관계와는 별도로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협회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겠고,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통일부는 상식 수준에서, 제소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 같다”고 했다. 통일부가 축구협회에 책임을 미뤘으나 무중계 무관중은 북한 당국의 결정인 만큼 협회는 별다른 항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2차 예선의 경우 중계와 응원 등 경기 제반 사안에 대한 결정은 개최국에 있기에 북한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무중계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경기 시작 30분 전에야 알았다고 한다. 북한은 “경기장에서 인터넷이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막상 현장에선 사용이 불가능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평양 현지의 상황을 도착 이후에나 우리 측에 알려주는 게 습관화돼 있다. 남북의 월드컵 경기도 그런 깜깜이 상황에서 치러졌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경기가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이번 경기는 월드컵) 예선 그 자체로, 기존의 어떤 남북 합의에 의한 체육 교류로서 진행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 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해서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국제 경기인 월드컵과 남북 간 합의에 의한 체육 교류는 ‘별개’로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조차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가 진전됐다고 홍보했던 것은 뭐가 되냐”란 반론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 대북 라인 역량에 전반적으로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9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가 ‘무관중, 무중계, 무득점’의 ‘3무(無)’ 경기로 끝나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미가 비핵화 대화에서 한국을 공개적으로 ‘패싱’시키는 데 이어 북한이 국제 체육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을 홀대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의 대북 레버리지를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평양에서 15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 경기의 생중계가 무산된 것에 “저희도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그러지 못한 데 대해 똑같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평창동계올림픽이 스포츠를 통해 평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국민들도 많이 기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7월 17일 조 추점에서 북한과 함께 H조에 배정된 이후 월드컵 남북 경기를 관계 개선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의 이런 노력에 무반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평창 때와는 달리 북한은 내내 무응답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번에 무중계를 결정한 북한에 책임을 묻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축구협회 차원에서 (북한 측을) 제소하는 절차가 별도로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남북관계와는 별도로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협회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겠고,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축구협회 관계자는 “통일부는 상식 수준에서, 제소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 같다”고 했다. 통일부가 은근슬쩍 축구협회에 책임을 미뤘으나 무중계 무관중은 북한 당국의 결정인 만큼 협회는 별다른 항의 수단을 갖고 있지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2차 예선의 경우 중계와 응원 등 경기 제반 사안에 대한 결정은 개최국에 있기에 북한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무중계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은 경기 시작 30분전에야 알았다고 한다. 북한은 “경기장에서 인터넷이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막상 현장에선 사용이 불가능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평양 현지의 상황을 도착 이후에나 우리 측에 알려주는 게 습관화 돼 있다. 남북의 월드컵 경기도 그런 깜깜이 상황에서 치러졌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경기가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이번 경기는 월드컵) 예선 그 자체로, 기존의 어떤 남북 합의에 의한 체육교류로서 진행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해서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국제경기인 월드컵과 남북 간 합의에 의한 체육교류는 ‘별개’로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조차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가 진전됐다고 홍보했던 것은 뭐가 되나”란 반론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 대북 라인 역량에 전반적으로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북한 축구의 성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는 뜻밖의 정적이 흘렀다. 북한이 안방경기를 치르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짝짜기 소리와 “본때를 보여라”는 팬들의 함성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15일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는 텅 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심판의 휘슬 소리만 가득했다. 2년 전 한국과 북한의 여자 축구 경기(1-1 무)가 이곳에서 열렸을 때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북과 장구를 든 응원단이 끊임없이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날 킥오프 30분 전인 오후 5시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이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경기장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 외신 기자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짧은 시간에 일사불란하게 관중을 입장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14년째 김일성경기장에서 남자 축구 무패 행진(10승 2무)을 이어온 동력인 자국 관중의 응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 전날 저녁 양 팀 매니저 미팅 때만 해도 관중 4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도 관중은 보이지 않았다. 킥오프와 동시에 AFC 감독관은 “무관중으로 경기를 시작한다”고 알려왔다. 한국 응원단과 중계·취재진의 방북 무산에 이어 고액의 중계권료 문제로 국내 생중계까지 불발되면서 ‘깜깜이 경기’를 자초한 북한은 자국 응원단 관람을 막는 ‘셀프 무관중 경기’까지 선택했다. 안방팀이 징계가 아닌 사유로 무관중 경기를 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여겨진다. 북한은 2005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전에서 발생한 관중 소요 사태로 일본과의 안방경기를 제3국(태국)에서 무관중으로 치르는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북한의 결정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을 장려하고 있는 북한은 여행사들이 예약을 받았던 외국인 관광객의 경기 관람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2년 전 여자 축구는 북한(FIFA 랭킹 9위)이 한국(20위)보다 우위에 있다 보니 승리를 예상해 관중을 동원했다. 하지만 남자는 한국(37위)이 북한(113위)보다 전력이 월등히 높아 자국 관중에게 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무관중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만큼 무관중 경기를 통해 “일방적 응원 없이 경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한국을 향한 불만 메시지를 쏟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 대표단이 평양까지 왔지만 관중을 아예 빼버리면서 당장 남북 교류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AFC와 북한 측이 사전 조율을 한 사항은 아니다. 입장권 판매 등 안방경기 마케팅 권리는 주최국 축구협회가 가지고 있으므로 AFC에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무관중 경기가 징계 사유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야당은 무중계, 무관중, 무승부로 끝난 이날 남북 대결을 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현주소를 확실히 보고 있다. 이 정권의 무능함을 생생히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노영관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1년 전 내디딘 평화의 첫걸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남북 평화체제 구축은 마냥 북한 김정은의 숙원 사업을 위한 발판인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의 짝사랑을 중단하고, 내 밥그릇 아닌 국민 모두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힘쓰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세계가 주목했지만 ‘깜깜이’ 남북 더비가 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폐쇄적이고 안하무인적 태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깜깜이 경기’만은 막아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남북 당국 모두) 무능하고 무례했다”고 지적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황인찬·신나리 기자}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북한 축구의 성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는 뜻밖의 정적이 흘렀다. 북한이 안방경기를 치르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짝짜기 소리와 “본때를 보여라”는 팬들의 함성, 거대한 파도타기 응원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15일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는 텅 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심판의 휘슬 소리만 가득했다. 2년 전 한국 여자대표팀이 북한과의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1-1 무)을 위해 김일성경기장을 찾았을 때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북과 장구를 든 응원단이 끊임없이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날 킥오프 30분전인 오후 5시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이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경기장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 외신 기자도 보이지 않는다.” 단체 응원단 동원에 익숙한 북한이 짧은 시간에 일사분란하게 관중을 입장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14년째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린 김일성경기장에서 남자 축구 무패 행진(10승 2무)을 이어온 동력인 자국 관중의 응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 전날 저녁 양 팀 매니저 미팅 때만 해도 관중 4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일사분란하고 고압적인 북한의 응원을 처음 본 상대 선수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도 관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킥오프와 동시에 AFC 감독관은 “무관중으로 경기를 시작 한다”고 알려왔다. 당초 한국 응원단 및 중계·취재진의 방북이 무산된 탓에 북한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액의 중계권료 문제로 국내 생중계까지 불발됐다. ‘깜깜이 경기’를 자초한 북한은 한 술 더 떠 자국 응원단까지 관람을 막는 ‘셀프 무관중 경기’까지 선택했다. 안방 팀이 징계가 아닌 사유로 무관중 경기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2005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발생한 관중 소요 사태로 일본과의 경기를 제3국(태국)에서 무관중으로 치르는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북한의 결정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을 장려하고 있는 북한은 여행사들이 미리 예약을 받았던 외국인 관광객의 경기 관람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2년 전 여자 축구는 북한(FIFA 랭킹 9위)이 한국(20위)보다 우위에 있다보니 승리를 예상해 관중을 동원했다. 하지만 남자는 한국(37위)이 북한(113위)보다 전력이 월등히 높아 자국 관중에게 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무관중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복합적 메시지를 보냈다는 분석도 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만큼 무관중 경기를 통해 “일방적 응원 없이 경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것. 또한 한국을 향한 불만 메시지를 쏟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 대표단이 평양까지 왔지만 관중을 아예 빼버리면서 당장 남북 교류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요한 관중석과 달리 양 팀 선수들 간에 충돌이 있어 경기감독관이 안전 요원을 대기시킬 정도로 그라운드는 격렬했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1-2 패) 이후 29년 만에 평양 원정에 나선 남자대표팀은 공방전 끝에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29년 전에는 북한 관중 15만 명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찾았다. 이번 무관중 경기 사태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AFC와 북한 측이 사전 조율된 사항은 아니다. 입장권 판매 등 홈경기 마케팅 권리는 주최국 축구협회가 가지고 있으므로 AFC에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무관중 경기가 징계 사유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황인찬기자 hic@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두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이 10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의 한 세미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갈취와 한미 동맹 분열을 위해 핵무기를 계속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점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공산주의 체제하의 적화통일을 원해 왔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시도할 단계가 한미 동맹의 균열”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허한 비핵화 약속으로 제재를 섣불리 완화하면 안 된다. 섣부른 완화라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핵 개발을 추진했다고 보지만 북한은 서울을 사정권에 두는 포격 능력을 비롯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도 엄청난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무부도 북한에 “미사일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계속하라”고 촉구했다.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북한이 5월 이후 세 차례 발사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글을 실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1일 외교안보 전문지 ‘한미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중 미국만이 북한 핵에 대응할 수 있는 핵무기 및 운반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군 지휘부만이 전시 작전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와 시행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작권 전환 개념은 한반도에서의 전투 관점에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황인찬 기자}
북한이 비핵화 실무회담 결렬 후 미국을 향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이를 ‘CIWH·Complete and Irreversible Withdrawal of the Hostile policy’로 번역한 것이 확인됐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본떠 제재 관련 문구를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다음 날인 6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은 이 내용을 전하며 ‘CIWH’로 압축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CIWH 같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귀국길에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일 오전 조선동해 원산만수역에서 새 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전날 2일 오전 7시 11분경 강원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이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라고 공식 밝힌 것이다. 북한의 SLBM 도발은 2016년 8월 함남 신포 앞바다에서 북극성-1형의 발사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새 형의 탄도탄시험발사는 고각발사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시험발사를 통하여 새로 설계된 탄도탄의 핵심전술기술적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됐으며 시험발사는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사소한 부정적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 시험발사를 지도한 당 및 국방과학연구부문 간부들은 성공적인 시험발사결과를 당중앙위원회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시험발사에 참가한 국방과학연구단위들에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별도의 대미, 대남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3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콜드런치(cold launch·수직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공중에서 점화·비행시키는 방식)’ 방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군은 발사체가 정점고도 910여 km를 비행해 460여 km를 날아갔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사거리 등 발사 정보를 추가로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에 진행한 새 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군사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로 된다”고 밝혔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북-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지 13시간 만인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에 나섰다. 핵기습 타격이 가능한 SLBM을 실무협상 직전에 선보이면서, 비핵화에 나설 테니 체제 보장이나 제재 완화 등 제값을 내놓으라고 워싱턴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선 단거리 발사체들을 용인했던 미국은 SLBM 도발에도 정면 대응을 삼가며 어렵게 살린 협상 불씨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 “SLBM도 있다” 몸값 높이는 北 올해 북한은 5월 4일 첫 도발 이후 9월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가깝게는 9월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남 단거리 발사체로는 워싱턴이 움직이지 않자 협상 재개를 코앞에 두고 SLBM까지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북한에 이어 미국도 실무협상 재개를 공식화하자 기다렸다는 듯 13시간 만에 도발에 나선 것. 정부 당국자는 “결국 실무협상을 눈앞에 두고 협상력을 급히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빨리 끌어들이려고 SLBM 발사라는 도박을 벌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이후 가장 사거리가 긴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면서 워싱턴에 “정상회담까지 너무 시간 끌지 말라. 톱다운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날렸다는 분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실무진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협이다’라고 보고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하루빨리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더 많은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분명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SLBM을 실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며 몸값 높이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우 센터장은 “북한이 도발을 통해 이번 협상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비핵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과 같은 ‘군축 협상’을 하는 자리라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SLBM 도발에도 일단 참는 美 미국은 실무협상 날짜를 받아놓고 SLBM이란 ‘재’를 뿌린 북한에 대해 정면 대응을 삼가는 기류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이날 동아일보의 질의에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의 지역 내 동맹들과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앞선 단거리 도발 때와 비슷하게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SLBM 능력을 깎아내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미국 CNN은 2일 정통한 미 당국자의 설명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을 SLBM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지만 잠수함에서 발사된 건 아니라는 게 미국 당국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도 “아직 북한 잠수함의 활동 영역이 동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북한 SLBM이 아직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잠수함의 작전 반경이 아직 한반도 안팎인 만큼, 태평양을 통해 미 본토 인근해까지 와서 SLBM을 발사할 수준의 잠항 및 핵운용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북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지 13시간 만인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에 나섰다. 핵기습 타격이 가능한 SLBM을 실무 협상 직전에 선보이면서, 비핵화에 나설테니 체제보장이나 제재완화 등 제값을 내놓으라고 워싱턴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선 단거리 발사체들을 용인했던 미국은 SLBM 도발에도 정면 대응을 삼가며 어렵게 살린 협상 불씨를 유지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SLBM도 있다” 값 높이는 北 올해 북한은 5월 4일 첫 도발 이후 9월 10일까지 10차례 걸쳐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가깝게는 9월 23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남 단거리 발사체로는 워싱턴이 움직이지 않자 협상 재개를 코 앞에 두고 SLBM까지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북한에 이어 미국도 실무협상 재개를 공식화하자 기다렸다는 듯 13시간 만에 도발에 나선 것. 정부 당국자는 ”결국 실무협상을 눈앞에 두고 협상력을 급히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빨리 끌어들이려고 SLBM 발사라는 도박을 벌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이후 가장 사거리가 긴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면서 워싱턴에 ”정상회담까지 너무 시간 끌지 말라. 톱 다운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날렸다는 분석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실무진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협이다’라고 보고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하루빨리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으면 더 많은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분명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SLBM을 실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며 ”값 높이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우 센터장은 “북한이 이번 도발을 통해 이번 협상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비핵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 했던 것과 같은 ‘군축 협상’을 하는 자리라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평가했다. ●SLBM 도발에도 일단 참는 美 미국은 실무협상 날짜를 받아놓고 SLBM이란 ‘재’를 뿌린 북한에 대해 정면 대응을 삼가는 기류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도 이날 동아일보의 질의에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의 지역 내 동맹들과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앞선 단거리 도발 때와 비슷하게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SLBM 능력을 깎아내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미국 CNN은 2일 정통한 미 당국자의 설명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을 SLBM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지만 잠수함에서 발사된 건 아니라는 게 미국 당국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한 정부 소식통도 “아직 북한 잠수함의 활동 영역이 동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북한 SLBM이 아직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잠수함의 작전 반경이 아직 한반도 안팎인 만큼, 태평양을 통해 미 본토 인근해까지 와서 SLBM를 발사할 수준의 잠항 및 핵운용 능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기존 재직자의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어제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개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5곳의 2017년 이후 정규직 전환자(3048명) 중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비율은 10.9%에 달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고용세습’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서울시는 2016년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청년의 죽음 이후 승강장 안전관리 위탁업체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하기로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를 미리 인지한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이 위탁업체 이사와 노조위원장에게 친·인척 1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청탁했다고 한다. 이들 중 14명은 지난해 3월 서울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편승해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의 꿈을 품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뎌냈던 20대 비정규직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이 ‘친·인척 스펙’을 가진 일부의 채용으로 귀결된 것이다. 또 구 도시철도공사는 재직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 45명을 면접 등 약식 절차만 거쳐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했는데 이들도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됐다. 지난해 10월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원 감사를 자청했던 서울시는 어제 “친·인척 채용 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위법인지 아닌지는 감사원이 검찰 수사를 요청한 만큼 차분히 기다리면 밝혀질 것이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청년의 고용 안정을 위한 구의역 사고대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데 대해 자성부터 해야 한다. 정규직 아니면 노동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청년들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청년들과 탈락한 취업준비생들이 역차별이라고 분노하는 데 대해 서울시는 뭐라 답할 것인가.▼ [반론보도] “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관련 ▼본지는 10월 1일자 오피니언 A31면 “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종합 A8면 “112명이라더니…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192명” 기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근거해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과정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기사에 언급된 15명 중 청탁을 통해 위탁업체에 입사한 사실이 확인된 건은 2명이며, 직원 추천 입직자 45명의 정규직 전환과정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북쪽 정부도 잘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책임을 덜려는 교활한 속내”라고 비난했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8일 ‘사실을 오도하는 후안무치의 극치’란 제목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하고 긴장 상태가 지속돼 온 데는 ‘북의 책임’도 있다고 하면서 북남관계를 교착상태에 빠뜨린 저들의 책임을 덜어보려는 교활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3일 한 추석특별방송에 출연해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이 적반하장 격으로 북남관계 교착의 책임을 떠넘기는 놀음을 벌여놓는 것은 참으로 경악할 일”이라며 “지금처럼 본말을 전도하는 부질없는 형태에 계속 매달린다면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은 비판 입장을 내며 문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고, ‘북쪽 정부’라고 이례적으로 부른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에 공감하면서도 좀처럼 테이블에 마주 앉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29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행사와 노동신문을 총동원해 ‘안전 보장’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해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라는 대미 압박에 나섰다. 대략 일정은 잡아놓고, 구체적인 협상 의제를 놓고 벌이는 북-미의 막판 기싸움이 더욱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신문은 29일 ‘군사적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한 술책’이란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대신 오히려 그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외세의 군사적 지배를 반대하는 남조선 인민들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면 한국군 대장이 전·평시 모두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되지만, 최근 유엔사가 전시 작전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은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은 28일(현지 시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 미국을 겨냥해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신뢰 조성과는 대립되는 제재 유지 발언을 공공연히 일삼고 있다”며 “미국이 심사숙고해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 가지고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성명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28일 컬럼비아대 강연 자리에 참석해 북-미 실무협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시점이 낙관적”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북-미 3차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그건 아직 제가 말할 게 못 된다”고 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수주(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미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선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이) 협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다는 징후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에서 열릴 가능성에 대한 인터뷰 질문엔 “굉장한 가설(big hypothesis)”이라며 현 단계에선 가능성을 낮게 봤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공전을 거듭하던 북-미가 오랜만에 대화 재개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막판 기싸움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일 관계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1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냉랭한 ‘시계 제로’ 상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일본의 아사히신문사, 중국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28일 서울에서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을 열어 한중일 전문가들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및 한일 관계를 심층 분석했다.》“마지막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어젠다를 유지하는 게 한중일 3국의 공동 목표다. 북핵이 용인되는 상황은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 지즈예(季志業)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고문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에서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3국은 분명한 공동 목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 정세를 바라보는 한중일의 시각이 갈리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최종 목표엔 3국 간 이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 평화연구소가 일본 아사히신문사와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중일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고리로 한 3국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심도 깊게 진행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북-미 3차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빅딜’ 가능성” 한중일 전문가들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단계적 이행 방안이 담긴 큰 틀에서의 합의’가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하나의 ‘프레임워크(큰 틀) 합의’를 만들어 이 속에 2, 3개의 (부속)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자기가 주장해온 ‘빅딜’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초반 단계에서 원하는 것을 갖고, 후반의 것은 이행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엔드스테이트(최종 목표)’를 일단 정해 두고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는 ‘프레임워크 합의’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즈예 고급고문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언제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단계적으로 간다는 데 미국도 동의할 거 같다”며 이를 ‘단계적인 빅딜’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몰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톈충(劉天聰)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동북아연구소 부연구원은 “비핵화라는 최종적 목표는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고 북한의 군사능력 발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스몰딜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북제재의 효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를 얘기할 때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변수는 대북제재”라며 “중국이 제재 실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 (중국을 통해) 제재의 뒷문이 반쯤 열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류 부연구원은 “중국은 굉장히 엄격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개발에서 경제 발전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도 (제재 등) 외부적 압박은 부차적이다. 내재적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김정은 ‘돌발 거래’ 가능성 우려 북-미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라는 예측 불허 지도자들의 결단에 달린 만큼 ‘돌발 거래’가 성사돼 한중일 3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지 고급고문은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후 미국이 단호하게 반대하다가 추후 몰래 인정한 사례를 돌아보면 (북한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양측 간 비밀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중일의 최종 목표는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해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의 결과로 한미·미일 동맹 관계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사하시 료(佐橋亮) 도쿄대 준교수는 “북-미가 비핵화 합의를 하기도 전에 미국이 먼저 군사훈련의 정지와 같은 양보를 해버린다면 한미·미일 동맹의 근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빅딜’ 등 제대로 합의가 이뤄졌을 때 북한에 안전 보장을 해주는 것은 일본도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신패권 경쟁’을 벌이며 북핵 문제가 사실상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경쟁 구도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압도해버리는 상황”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된다면 북한은 (중-러와의 밀착을 통한) 핵무기 보유 인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하시 교수도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의 종결을 통해 (국내) 정치적 인기를 얻으려 한다면, 미중 관계에서 북한 문제를 통한 전략적인 협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한일갈등 안보까지 영향… 정상회담 시급” ▼“민족주의 성향 지도자 리스크 우려… 경제분야부터 타협점 찾아가야”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본격 점화된 한일 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며 정치,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에 한중일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한중일 모두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3국 관계 협력에 ‘지도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일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 발제에서 “국제 관계가 국내 정치에 점점 지배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른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제’ 이후 발전해 왔던 한일 양국 관계가 다시 출발점, ‘제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토론에서 “한일 정상이 모두 ‘투 트랙(과거사-미래지향)’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원 트랙(과거사)으로만 가는 상황”이라며 “외교 논리가 아닌 법적 논리를 들이대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즈예(季志業)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고문은 “한일, 한중 간 영토 및 역사 문제가 한중일 3각 협력의 장애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협점을 찾기 위해 우선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회담 불발이 한일 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그 이하 장관, 국장급, 실무자 회담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무역 부문”이라면서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했고, 이어 열리는 실무협의에서 충분히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경제를 출발점으로 다른 부분도 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철희 교수는 “무엇보다 한일 국민감정까지 악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한국’, ‘아베 신조=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양국 국민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근본적 관계 전환(transform)’이란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며 한미 연합훈련 비난을 재개했다.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다시 제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선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라며 비판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서해에서 풍겨오는 대결의 화약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부터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군부는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하지 않고 ‘도발’ ‘무장충돌’ 따위의 궤변을 계속 설파하며 미국과 함께 북침합동군사연습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남(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차단하고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은 논할 나위도 없이 명백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 과감한 외교(bold diplomacy)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북 접근법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비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은 일축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6일 ‘떡 줄 생각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베가 국제회의에서까지 ‘북조선과 마주 앉겠다’라고 하면서 객기를 부려댔다”며 “우리는 후안무치한 섬나라 족속들과 무턱대고 마주 앉는 데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결의를 갖고 있다”며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근본적 관계 전환(transfrom)’이란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며 한미연합훈련 비난을 재개했다.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다시 제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선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라며 비판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서해에서 풍겨오는 대결의 화약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해부터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군부는 군사분야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하려고 하지 않고 ‘도발’ ‘무장충돌’ 따위의 궤변을 계속 설파하며 미국과 함께 북침합동군사연습에 광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남(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차단하고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기 위해 발악하는 자들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은 논할 나위도 없이 명백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 과감한 외교(bold diplomacy)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북 접근법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비난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 아베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제안은 일축했다. 우리민족끼리는 26일 ‘떡 줄 생각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베가 국제회의에서까지 ‘북조선과 마주 앉겠다’,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하면서 객기를 부려댔다”며 “우리는 후안무치한 섬나라 족속들과 무턱대고 마주 앉는 데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에서 “조건을 달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결의를 갖고 있다”며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 ‘새로운 방법(new method)’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을 “현명한 정치적 결단”이라며 환영했다. 자신을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직접 밝히면서 기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고수할 뜻도 내비쳤다. 김 대사는 이날 첫 담화를 통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이제 진행하게 될 조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최근 해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하며 “볼턴이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서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 ‘새로운 방법’이 좋을지 모른다”며 유연한 접근법을 시사했다. 김 대사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서울 광화문에 8월 14일 천막이 하나 더 세워졌다. 세월호 추모공간 길 건너편이다. 광화문광장 인근 다른 천막들처럼 설치한 날은 있어도 철거 날짜엔 기약이 없다. 천막의 주인공은 탈북민들이다. 발단은 안타까운 사연 하나였다. 7월 31일 서울 관악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바짝 마른 상태의 탈북민 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어머니는 마흔두 살, 아들은 여섯 살이었다. 텅 빈 냉장고엔 고춧가루만 남아 있었다. 3월부터 양육수당 10만 원이 이들 모자의 유일한 정기 수입이었다. 정부는 탈북민 전수조사 및 사각지대 지원이란 대책을 내놨다. 모자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보름여 만이었다. 이렇게 일단락될 것 같았던 사건은 실은 현재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들 모자의 장례식이 아직 치러지지 못했다. 탈북민 단체들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장례 일정 등을 놓고 여러 차례 비공개 협의를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의 요구 사항은 크게 3가지다. 모자의 사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탈북민이 함께하는 공식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책임자 격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사의를 표시했고, 통일부 장관의 수리만 남은 상태다. 또 정부와 탈북민이 참여하는 협의기구에 대해서도 정부는 긍정적 입장이다. 마지막까지 장례의 걸림돌로 남은 것은 ‘아사 여부’다. 지난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사인 불명’이어서 경찰은 아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사망 시점 역시 ‘추정 불능’으로 나왔다. 이러자 탈북민들은 “정부가 아사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일부는 “경찰이 ‘사인 불명’으로 판단한 것을 어떻게 뒤집느냐”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탈북민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은 이번 모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정부에 누적됐던 탈북민 사회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탈북민 3만 명 시대를 넘겼지만 지난해 탈북민 생계급여 수급률(23.8%)은 일반 국민(3.4%)의 7배나 된다.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간다는 탈북민들의 불만도 높다. 북한을 의식해 북한 인권이나 탈북민 보호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탈북민 A 씨는 “정부가 북한과 동등하게 협상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민 단체들은 21일 광화문 분향소에서 시민애도장을 열 예정이다. 모자를 추모하는 행사로 실질적인 장례행사는 아니다. 정부와 탈북민 단체들은 시민애도장 이후 장례를 치르는 것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일부 탈북민 단체의 불만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13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발견됐던 탈북민 모자는 아직도 관악구의 한 병원 안치실의 좁은 공간에 놓여 있다. 5월 말 사망 뒤 두 달여 만에 발견된 모자가 이제는 한 달 넘게 좁은 관 속에 누워 있는 것이다. 망자에게도 엄연히 인권이 있다. 탈북 모자의 마지막 가는 길이 더는 늦춰지지 않게 정부와 탈북민 단체들이 접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기에 놓인 탈북민에 대한 지원 정책도 사각지대 없이 더욱 촘촘해져야 할 것이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정부가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최초 발생이 확인된 다음 날인 18일 북한에 공동 방역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관 접촉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피해 상황과 함께 남북 방역 협력의 추진 필요성을 담은 대북 통지문을 전달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돼지열병과 관련해 남북 간 정보 교류와 공동 방역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우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우리 근무 인원의 입출경 때 방역을 강화했다는 내용 등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5월 30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협동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99마리 가운데 77마리가 폐사됐고, 22마리를 도살 처분했다는 것을 보고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정부는 다음 날 북한에 “공동 방역에 나서자”는 제안을 했으나 북한은 여태껏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북한은 OIE에도 추가적인 피해 상황이나 방역 실태를 전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이 공동 방역에 응할 경우 제재에 해당 안 되는 소독약 등을 우선 지원해 북한의 방역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미국을 향해 ‘9월 하순 실무협상’ 개최를 제안한 지 7시간 21분 만인 10일 오전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전격 발사했다. 전날 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이번엔 “접수 가능한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고 압박한 데 이어 동시에 무력시위에까지 나선 것. 북-미 실무협상 성사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전 6시 53분과 7시 12분에 북한이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은 17일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10번째다. 이날 한 발은 북한 내륙을 가로질러 약 330km 떨어진 무인도에 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북한 도발 때 발사체의 정점 고도와 최대 속도 등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했던 합참은 이날 사거리 이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일본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군은 “대북 정보력 노출 우려 때문”이라며 부인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 10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가진 뒤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은 일단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북한과 관련해 방금 나온 성명을 봤다. 흥미로울 것”이라며 “만남은 언제나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 시점에 발표할 (북한과의) 어떠한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손효주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정권수립 71주년인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함께 전통적인 중조(중북) 친선을 계승 발전시키고 두 나라 친선 협조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더욱 발전되도록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큰 행복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선 김 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과 자신의 6월 방북을 언급하면서 “우리 사이에 이룩된 광범한 공동 인식이 적극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데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 건국 70주년(10월 1일), 북-중 수교 70주년(10월 6일)에 맞춰 중국을 답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