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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노동조합 파업에 대응만 하다 정작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대기업 A 임원)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파업에 보다 ‘관대한 기준’이 적용될 경우 불법 파업이 더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약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쟁점1: 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 간 교섭10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한 핵심 쟁점 중 첫 번째는 ‘사용자의 범위 확대’에 있다. 사용자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지금까지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더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면 모두 사용자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간접·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원청 기업이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원청과의 교섭권은 이들의 산업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지난해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까지 벌인 택배노조도 하청 대리점이 아닌 본사와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협력사가 5000개가 넘는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임금 협상을 요구하면 교섭이 가능하기나 할까”라고 반문했다. 삼성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1차 협력업체만 수백 곳에 이르고, 2∼3차로 범위를 넓히면 1000개가 훌쩍 넘는다. 김동욱 세종 변호사는 “항공모함에 여러 비행기가 실려 있듯이 여러 납품업체를 거느린 업체를 ‘기함기업’이라고 하는데 이들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민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에서 사용자 범위에 대한 판례가 확정되는 데 5년까지도 걸린다. 그동안 산업계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쟁점2: 합법적 파업 대상 확대 노란봉투법에서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는 발동 조건을 대폭 넓힌 것도 논란거리다. 기존에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다툼을 노동쟁의로 정의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에서는 해당 문구에서 ‘결정’이라는 표현을 빼버렸다. 이전에는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에 대해 의견이 불일치할 때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사 합의에 의해 결정할 사안이 아닌 ‘해고자 복직’ ‘부당 징계 철회’ ‘회사 소재지 이전’ 등에서도 노사 간 의견이 불일치하면 파업이나 태업, 피케팅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지금은 사용자가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노동자가 대처할 수단이 없어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사안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 올린 뒤 관철되지 않으면 쟁의권을 남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들도 걱정이 크다. 경기의 한 가전 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 노조 파업과 농성이 길어지면 협력업체 피해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쟁점3: 회사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 강화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동자의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도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본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 개개인이 회사에 얼마의 손해액을 발생시켰는지 회사가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명찰을 떼고,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채 회사를 점거하거나 폭력행위를 한 경우 폐쇄회로(CC)TV로 가해자를 식별하기 어렵다”며 “형사고발을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손해배상까지 막히면 노조의 불법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가 사업장을 불법으로 점거해도, 불법 폭력으로 공장 가동을 멈춰 막대한 손실을 끼쳐도 치외법권의 특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것이 기업의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손배 가압류 폭탄’으로 노조를 윽박지르던 ‘나쁜 관행’을 막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제와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이) 충분한 숙의 없이 처리되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은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법안 공포를 촉구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개정안은) 그동안 생성되고 축적돼 왔던 판례를 반영한 정도의 법”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해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5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화에 대해 노동당국이 전국 일제 감독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10일 한화가 맡고있는 전국 모든 건설현장에 대해 다음 달까지 일제 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9일 제주 서귀포시 한화의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 근로자 1명이 거푸집 설치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한화가 맡은 현장에서 발생한 5번째 중대재해 사고였다. 고용부는 시공능력 12위인 대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건 기업 경영자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하고,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고용부가 전국 모든 건설현장에 대해 감독을 벌이는 건 한화가 5번째다. 앞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DL이앤씨, 롯데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에 대해 일제 감독을 실시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노동계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단계 원-하청 관계에서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한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하지 않게 됐다”며 “노조 조합원에게 무자비한 손해배상 가압류 폭탄으로 보복했던 악덕 관행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권을 존중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반헌법적 행위를 하지 말라”고 밝혔다. 반면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이 초토화되어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국가 경쟁력은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백, 수천 개의 협력업체를 가진 일부 기업은 1년 내내 교섭하고 강성노조 사업장은 1년 내내 파업을 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각 5월과 3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이다. 노란봉투법에는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히는 내용이 담겼다. 쉽게 말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 기업 등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안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앞으로 채용이나 정리해고, 투자 같은 기업의 경영 관련 사항과 관련해서도 노조가 파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대해 정부 여당은 “산업 현장에 혼란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헌법·민법 위배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그간 애써 쌓아온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기업의 살인적 손배 소송 남용을 막고 노동자 생명을 보호하는 법”이라는 입장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외에 미디어 관련 학회, 기관 및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또 공개모집을 통해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한 일반시민 100명이 직접 공영방송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권을 국회에서 빼앗아 좌편향 이익단체, 직능단체, 시민단체에 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법안 개정을 통해 민주당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취지다. 법안이 3월 본회의에 직회부됐을 당시 보수 언론시민단체 미디어연대는 “시청자위원회 등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단체들은 사실상 친민주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KBS노동조합(1노조)과 MBC노동조합(3노조) 등도 “민주당과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현업 종사자의 대표성과 학계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이라며 방송3법 통과를 추진해왔다.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언론 단체도 “거대 양당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 먹기와 낙하산 사장 선임 관행을 철폐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회사 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안. 과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돕는 성금을 담은 노란봉투에서 이름을 따왔다.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KBS와 EBS의 이사회, MBC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확대 개편하고 이사 추천 권한을 외부 단체, 학회, 직능단체로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법안.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내년부터 노동조합 규모를 더 자세하게 파악하는 등 노조 현황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입법예고됐다. 고용부는 매년 1월 노조가 정부에 제출하는 ‘노조 현황 정기 통보서’를 바탕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주요 산별 노조와 기업 노조 등의 규모를 파악해 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노조는 이 통보서에 산하 조직 정보를 더 꼼꼼하게 기재해야 한다. 지금은 산하 조직의 이름, 소재지, 대표자, 조합원 수 등만 적도록 돼 있다. 앞으로 해당 노조의 상급단체가 어디인지, 각각의 산하 조직별로 사업자등록번호, 사업장 이름과 소재지까지 기록해야 한다. 그동안 각 노조가 신고할 때 조합원 수를 부풀리거나 산하 조직을 누락할 가능성이 있어 노조 현황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A산별노조 아래 B기업 노조, C기업 노조, D지역본부 등이 지부와 지회로 있는 경우 A노조가 산하 지회, 지부 현황을 같이 신고하는데 조합원 수를 부풀리거나 조직을 누락해도 확인하기 어렵다. 규모가 작은 지회, 지부는 별도로 설립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성된 노조 현황 통계는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 등에서 참여 노조를 선정하거나 특정 노조의 세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제1노총’ 자리를 다툴 때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 법적으로 허용된 노조 전임자 한도를 결정하거나 기업 내 교섭대표를 정할 때도 통상 정부에 신고한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한다. 노동계는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조합원 규모는 이를 통해 조합비 등 예산 파악이 가능하고, 노조 간 세력 다툼에서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이라며 “노조 규모를 투명화하는 취지는 좋지만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인천에서 건설기계정비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70)는 최근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중소 건설업은 추가 근로를 해서라도 임금을 더 받길 원하는 구직자가 많은데, 주 52시간제 때문에 임금을 맞춰 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뜩이나 힘든 일이라 인력난이 심한데 일감이 몰릴 때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건설기계정비의 경우 건설현장이 멈춘 오후 4, 5시쯤 일을 시작해 다음 날 정비한 기계를 돌려줘야 해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날이 많다. 김 씨는 “우리처럼 특수한 업종이나 영세한 곳은 근로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정부가 300인 미만 건설, 연구개발, 일부 제조업 등 특정 업종에 선별적으로 근로시간제 유연화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되면 해당 업종은 ‘주 52시간’ 틀에서 벗어난 근로시간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6월부터 두 달가량 진행한 국민 6000명 대상 근로시간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편 보완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300인 미만 건설, 연구개발, 일부 제조업 등의 업종에서 연장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쓰려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확인된 업종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시간제를 개편하려다 ‘주 69시간’ 논란이 불거진 뒤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던 것을 고려해 필요한 곳에만 선별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인력난 中企 “연장근로 제한 풀어야”… 건설-SW개발 등 완화할듯 주52시간제 개편 재시동“일감 몰릴 때 제대로 대응 안돼”스타트업-수주산업 등 개편 요구‘주69시간 역풍’에 일부 유연화올해 3월 고용부는 현재 ‘주(週)’ 기준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재 1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만 가능한 연장근로를 ‘주 평균 12시간’으로 바꿔 일이 많을 때 몰아서 일하고, 나중에 몰아서 쉬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주 69시간 장기 근로를 조장한다”는 비판 여론에 부닥쳐 대국민 설문을 거쳐 보완하기로 했다.● 일부 中企 “일손 없어 주 52시간으론 역부족” 현재 주 52시간제는 주당 ‘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이뤄진다. 앞서 고용부가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는 노사 합의를 거쳐 현재 ‘1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 연 등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하면 일이 바쁠 때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이나 특정 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업종과 직종 등에서 이를 통해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실제로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보기술(IT)업과 스타트업, 조선 등 수주 산업, 에어컨 공장처럼 계절에 따라 수요가 몰리는 업종 등을 중심으로 근로시간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이나 업무에 따라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로 대응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중소기업은 사람을 추가로 뽑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는 “새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수시로 중간 테스트를 해야 하고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기획 방향이 계속 바뀐다”며 “출시 일정 막바지엔 집중적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다른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도 “발주자가 원하는 대로 공사 기간을 촉박하게 잡는 데다 대부분 야외 작업이라 기후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공사 막판으로 갈수록 일이 몰려 초과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사실 연장근로 유연화가 필요한 업종이 많지는 않다”며 “다만 조선업 같은 수주 산업이나 계절적 수요가 몰리는 업종 중심으로 연장근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의견 수렴 거쳐 추후 최종안 마련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근로시간제도 유연화를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필요한 업종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접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발표했던 개편안이 논란에 휩싸인 것도 전체 근로자가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돼 불필요한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개편안 발표 직후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만 부각되면서 국민적 반대 여론이 커졌다. 당시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도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며 “설령 초과근무가 필요하다는 노동자가 있어도 이는 예외적인 상황인데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입법을 하는 것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제도 보완을 지시해 고용부는 6월부터 두 달가량 일반 국민, 근로자, 사업주 등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근로시간제도 개편과 관련된 인식과 제도 현황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를 토대로 국민 의견을 수용해 제도 개편안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8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근로시간 개편이 모든 업종, 직종에 똑같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직종별, 업종별 차등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용부는 조만간 이번 설문 결과와 함께 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을 다시 마련할 계획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한국 사회의 직장 내 ‘젠더 감수성’이 낙제점 수준으로 낮아 회사에서 성차별을 겪는 일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젠더 감수성 지수에 대해 설문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73.5점이 나왔다. 해당 지수는 직장인들이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응답자가 다니는 직장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곳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 측은 “젠더 감수성 지수 평균 점수가 73.5점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일터가 성차별과 젠더 폭력의 무법지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정규직, 저임금, 중소기업 노동자일수록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젠더 감수성을 낮게 평가했다. 조사 결과 ‘성희롱’이나 ‘(원치 않는) 구애’ ‘해고’ 등의 지표에서 평균 80점 이상으로 젠더 감수성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전체 직원 성비에 비해 상위 관리자급 직책에 특정 성별이 압도적으로 많은지를 묻는 ‘주요 직책’ 지표는 58.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많은 회사에서 직장 내 ‘유리 천장’이 아직 견고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모성’ 지표와, 채용 시 능력과 무관하게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지를 묻는 ‘채용’ 지표의 점수도 각각 60.3점, 63.8점으로 낮았다. 이 밖에 같은 일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낮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차별받는 일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 가운데는 “남성 직원은 애를 낳으면 가장됐다고 승진을 시켜주면서 여성 직원은 급여 자체도 적게 책정돼 있다. 인사실장이 ‘급여가 낮은 것은 여성 직원이라 그렇다’고 말한 적도 있다”는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사장이 앞으로 남성 직원들을 뽑을 거라며 ‘남성 직원은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 있고 잘 시켜 먹어도 군소리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내 앞에서 했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직급과 급여가 낮고,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니는 노동 약자들이 성차별과 젠더 폭력에 더 취약한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위원회에서 일부 총연합단체가 참여권을 독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간담회에서 “앞으로 청년, 플랫폼 종사자, 미조직 근로자도 다양한 정부위원회에 참여하도록 개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양대 노총이 각종 위원회에서 전체 근로자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양대 노총의 강한 반발에도 정부의 이런 방침은 노정(勞政) 갈등의 흐름을 타고 하나둘 시행되고 있다. 고용부는 산하 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의 추천권을 다른 단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 찾기 등 해결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정부위원회에 독점적으로 참여해온 관행을 깨려는 정부의 구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정부위원회서 밀려나는 양대 노총현재 고용부 산하 위원회 중 가장 빠르게 개편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건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 심의위원회(산재심의위)다. 관련 법 시행령은 산재심의위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 5명을 추천하는 주체를 ‘총연합단체인 노조’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꿔 다른 노조나 단체가 추천권을 행사할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등 나머지 다른 위원회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부처 위원회 가운데는 이미 양대 노총의 영향력을 배제한 곳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5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면서 양대 노총의 추천을 받지 않았다. 이 위원회는 직장가입자 대표 10명, 지역가입자 대표 10명, 공익위원 10명으로 구성된다. 직장가입자 10명 중 노조에서 추천하는 5명을 그동안 양대 노총이 추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회계 장부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이유로 양대 노총을 제외했다. 복지부는 장기요양위원회(6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8월)를 구성할 때도 양대 노총 위원들을 제외했다. 기획재정부는 7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한국노총 민간위원을 뺐다.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도 양대 노총은 배제됐다. 올해 3월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근로자 대표 중 한 명인 윤택근 민노총 수석부위원이 고성을 지르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해촉됐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양대 노총의 사회적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근로자 대표 추천권을 총연합단체에 주도록 규정한 건 그 정도는 돼야 전체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를 확대하면 우후죽순 지원자가 늘고, 정부가 자신들에 우호적인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 ‘노동계 대표’로 사실상 위원회 독점 그동안 양대 노총은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이나 민간위원에 대한 추천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해왔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올해 1월 기준 정부 부처 산하 위원회 6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21곳에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참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 고용부 산하 위원회가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국민연금심의위원회 등 복지부 산하 위원회가 7곳이었다. 정부가 양대 노총에 정부위원회 추천권을 부여한 건 ‘전국 규모 총연합단체’라는 상징성과, 시민사회에서의 노동계 역할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한국노총(123만7878명)과 민노총(121만2539명) 소속 조합원만 245만417명에 이른다. 노조 가입이 가능한 임금 근로자의 11.9%에 불과하지만, 노조 가입자의 대부분(83.5%)을 차지한다. 노조 가운데 이만큼 대표성을 가진 조직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는 하위법령이 아닌 관련 법에 근로자 대표 추천권 부여 주체를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로 명시했다. 양대 노총도 정부위원회 참여를 통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해왔다. 약 25년간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민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처럼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부위원회에는 계속 참여해왔다. 민노총이 2019년 말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이 됐을 때 정부에 “각종 정부위원회 위원을 한국노총보다 더 배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 투쟁 일변도에 노동계 대표성 논란 최근 들어 양대 노총이 과연 전체 근로자를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양대 노총이 대기업, 공기업 등 이른바 ‘힘 있는 노조’ 중심으로 운영돼 노동 약자 보호가 아닌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양대 노총의 과다 대표성을 지적할 때마다 언급하는 “86% 미조직 취약 근로자”라는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내 노조 조직률이 14.2%에 불과해 나머지 85.8% 근로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 스스로 그간 투쟁에만 집중하며 정부와의 대화나 정책 파트너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총은 올해 6월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현 정부 출범 후 나날이 악화한 노정 관계 때문이었다. 유일한 노동계 참여자였던 한국노총까지 불참하면서 경사노위는 사실상 멈췄다. 관련 법에 따라 근로자위원의 참여 없이는 회의를 열거나 의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 개정을 하지 않고서는 한국노총의 뜻에 따라 무기한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식 위원회는 아니지만 올해 3월 출범한 고용부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역시 양대 노총의 불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해 참여한 양대 노총이 “실업급여 삭감에 반대”하며 두 달 만에 불참을 선언해 현재 TF는 반쪽으로 운영되고 있다. ● 양대 노총 ‘배제’ 아닌 ‘보완’해야노동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의 독점을 깨고 노동계 추천권을 다양화하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양대 노총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이 갖는 대표성 자체를 부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의 합산 조직률이 11.9%에 불과해도,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는 조합원 245만 명을 보유한 유일한 세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 대체할 조직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같은 사용자단체 역시 국내 사업체 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조직률이 10% 안팎으로 낮아 노동계에만 낮은 조직률을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직률과 상관없이 양대 노총은 노동 분야에서 자주적으로 조직된 가장 크고 무게감 있는 결사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노조나 근로자단체와 똑같이 취급한다면 오히려 대표성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의 대표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독점적으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양대 노총에 근로자대표 추천권을 부여하되 일부를 다른 노조나 근로자단체에 나눠주라는 것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 교수는 “양대 노총이 전체 근로자를 압도적으로 대표할 수 없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자를 추가하는 게 옳다”며 “그래야 대표성 논란이 적고 양대 노총도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정책사회부 기자 jaj@donga.com}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그간 거부해온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공시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조합원들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조만간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23일 “총연맹이 결산 공시를 하지 않아 발생할 조합원 피해가 없도록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에 회계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회계 공시 참여와 별개로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현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측은 “(이번 결정은) 법을 준수하고 조합원 피해를 방지하려는 것뿐, 정부가 개정한 시행령에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동한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정부가 노조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회계 공시 참여를 거부해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000인 이상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소속 조합원들은 연말정산 때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15%)를 받을 수 없다. 산하 조직이 회계 공시에 참여해도, 상급단체인 총연맹이 거부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제도에 대해 양대 노총은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려는 의도”라며 반발해왔다. 하지만 당장 다음달 말까지 회계 공시에 참여하지 않으면 세제 혜택이 박탈돼 조합원 불만이 커질 수 있어 한국노총이 먼저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계속 고심해온 민노총도 2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대응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한국노총과 비슷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한국노총의 결정 직후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국노총의 참여는 노조 회계 투명성과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착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노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 한층 더 높은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19일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정부가 중증, 응급, 신생아와 분만 분야를 특정해 최우선적으로 인력 규제를 풀 계획이다. 생사(生死)를 헤매는 환자가 ‘표류’하다가 제때 치료를 못 받거나 지방에 사는 임신부, 신생아가 서울까지 ‘상경 분만’ ‘상경 치료’를 하러 오는 문제를 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전날(19일)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공백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정해진 한도 안에서만 직원 인건비를 줄 수 있는 ‘총액 인건비’와 ‘정원 제한’이 모두 적용된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인력 확충은 필요조건”이라며 19일 규제 완화를 지시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충북 청주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역에서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갖춘 충북대병원은 병상이 포화 상태였다. 병상 25개를 모두 채우고도 베지넷(아기 바구니) 2개를 추가로 배치해야 할 정도로 위중한 신생아가 많았다. 결국 이 아기는 50km 떨어진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윤신애 충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 중환자실을 지키는 의사가 나를 포함해 2명뿐이라 365일 맞당직을 선다. 몸이 2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대병원 중 총액 인건비, 정원 제한에 예외를 둔 곳은 어린이병원뿐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초 중증외상과 응급, 분만, 신생아 치료 등으로 이를 확대할 방침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력에도 공통적으로 적용한다. 인건비를 높여 실력 있는 양질의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환자 생명에 직결된 분야는 서둘러 인력을 확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공언한 의대 정원 확대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지역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지금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관계부처는 철저히 계획하고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붕괴 위기’ 지방 응급-분만 인력 확충… 의사-간호사 모두 늘린다 [필수의료 개혁]국립대병원 정원제한 규제 개선지방 필수의료 인력 유출 심각소아과 의사 8명중 4명 그만두기도정부가 국립대병원 중증외상, 응급 신생아, 분만 분야의 의사 정원, 인건비 규제를 먼저 풀 계획인 가운데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사 외 의료 인력들도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급한 분야부터 인력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문을 닫고, 응급실을 제때 가지 못해 생명을 잃기도 하며, 지방에 사시는 환자분들이 서울까지 올라와 치료를 받는다”며 “무엇보다 의료 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력 유출 심한 중증응급부터 규제 완화정부가 전날(19일) ‘지역·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의대 정원 확대는 규모와 속도, 방식을 두고 각계의 견해차가 크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인력과 장비 규제도 여러 부처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소에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병원은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직원 인건비의 총액과 연간 인상률(올해 기준 1.7%)이 정해져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떠난 동료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매일 밤 당직을 서도 월급은 그대로다. 병원이 의사를 채용할 때 교수직을 제안하고 싶어도, 전임교원 정원은 행정안전부의 심사 대상이다. 최근 비수도권의 한 국립대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연달아 사표를 냈다. 인근에서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이곳뿐이었기 때문에 의사들이 한꺼번에 그만두면 말 그대로 ‘의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병원장이 의사들에게 사정하다시피 요청해 사표를 거두게 했지만 병원 관계자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는 당장 중증 응급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부터 해결하기 위해 해당 분야 인력 규제부터 시범적으로 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심뇌혈관센터 등 ‘골든타임’이 짧은 응급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부서는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에 인력 유출이 심하다”라며 “응급 분야부터 인력을 더 채용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고, 그 효과를 평가해 다른 분야로 넓히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국고 지원, 낡은 의료장비 교체부터 정부는 국립대병원 시설과 장비에 국고를 지원할 때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고가의 의료기기 등 필수의료와 직결된 분야부터 먼저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국립대병원 의료 현장에서는 도입한 지 18년 돼 시술 도중 작동이 멈추는 심혈관 조영기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고압산소치료기가 없어서 응급 화상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등 아찔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17곳의 진료 적자는 지난해 4007억 원이었다. 환자를 진료해서 번 돈만으로는 새 장비를 구할 수 없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는 시설과 장비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이 25%로 묶여 있다. 한 대에 10억 원이 넘는 의료기기를 사기가 어려운 구조다. 올해 국립대병원에 배정된 시설 장비 예산 788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의료 장비가 아닌 주차장 개선 공사 등에 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당은 ‘의료 TF’ 가동- 야당은 “무책임, 무능” 정치권에서는 전날 발표된 의료 대책을 놓고 여야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여당은 후속 조치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야당은 의대 정원 확대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0일 ‘지역·필수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정부의 후속 조치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역 필수의료 혁신을 핵심 민생정책으로 선정해 당이 지닌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F는 유의동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국회 관련 상임위 여당 간사들을 비롯해 의료인부터 일반 시민까지 참여해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의 구체적 규모 등을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인 규모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로드맵조차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5일 오후 1시 경기 안산시의 원단 염색 중소기업 글로벌텍스. 바쁘게 돌아가는 기계 사이로 머리가 희끗한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전날 처음 출근한 ‘신입사원’ 조장한 씨는 올해 72세이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도 별것 아니라는 듯 1.5m 길이의 원단 뭉치들을 척척 수레에 실은 뒤 원단 염색공장 1층 곳곳을 누볐다. 조 씨는 “스물다섯 살에 염색 일을 시작해 50년 가까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힘만 있으면 정년 상관없이 일흔 살까진 일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의 옆에서 원단을 염색 준비틀에 넣고 있던 최연수 씨(61)도 “손주가 둘인데 명절 때 레고라도 사주고 할아버지 노릇 하려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36명 중 10명이 58세 이상 고령 노동자다. 2교대로 돌아가는 노동 환경상 노동 강도가 높고, 염색업 자체가 대표적인 기피 업종이라 일손이 항상 부족하다. 회사는 나이를 가려서 직원을 뽑을 상황이 아니다. 사장 김영석 씨(65)는 “염색일이 힘들어 젊은 근로자들이 선호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고령자 아니면 외국인뿐이다. 이들이라도 있어서 공장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근로자를 퇴직시키는 ‘정년제’가 이 기업에는 없다. 김 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고령자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력난 中企에는 정년 유명무실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 생산직 노조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정년연장을 요구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60세 정년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인력난이 심해 고령자 일손마저 아쉬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직원 수 300인 이상 기업의 94.3%가 정년제를 도입했지만 300인 미만 기업은 21.9%만 정년제를 운영 중이다. 현행법상 정년을 둔다면 60세 이상으로 해야 하지만 정년제 도입이 의무는 아니다. 퇴직 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3년간 일했던 이모 씨(61)는 “중소기업에선 젊은 사람이 안 들어오니까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나이 들었다고 내보내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이 들어와도 근로 여건이 열악해 오래 일하지 않기 때문에 정년 개념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서구에서 정비공장을 운영하는 70대 김모 씨도 “일손이 없어서 60세 넘은 직원은 촉탁직으로 계약해 70세까지 고용하고 있다”며 “60세 넘은 직원이 2명인데 최고령이 68세”라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은 정년이란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청년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장에는 60세 넘어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노동계 “65세로 연장” vs 정부 ‘고령자 재고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현재의 60세에서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년에 도달해 퇴직하는 시점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노총은 올 8월 해당 내용을 담은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실시해 5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관련 법률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큰 현재 상황에서 법정 정년만 다시 늘리면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라며 “대기업 내에서도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의 경우 지금처럼 조기 퇴직으로 정년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년 연장보다는 고령자 계속고용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기존 임금, 고용조건을 유지한 채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계속고용은 정년이 차면 일단 퇴직시킨 뒤 계약직, 촉탁직 등으로 다시 고용을 하는 식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보다 유연한 형태다. 정부 대책은 일본처럼 60세 이상 고령자에 재고용을 포함한 유연한 방식으로 고용 계약을 이어갈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7월부터 계속고용연구회를 구성해 장려금 확대 등 계속고용 관련 제도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연공형 임금도 개선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년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일괄적 연장보다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는 유연한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노동연구원장)는 “60세 정년도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일본처럼 60세 이후 계속고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 지원과 노사 공동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확대에 대해 기업의 부담과 근로자의 이익 사이 조화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을 연장하려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형 임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연공형 임금과 인사 체계로는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기업이 지금처럼 조기 퇴직 등을 활용해 정년을 피하려 할 것”이라며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해선 연공 중심의 보상, 승진 체계 비율을 낮추고,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안산=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자 고용 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한국과 같은 60세다. 하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사업주가 65세까지 고용 의무를 져야 해 ‘사실상 65세 정년제’라고 볼 수 있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일본의 정년제도는 장기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점진적으로 발전했다. 1971년 고령자 고용 관련 법이 처음 제정됐고, 1986년 사업주가 60세 이상 정년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을 법으로 의무화했다. 정년 60세가 의무적으로 시행된 건 1998년이다. 그사이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각종 보조금과 노사 자율 도입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정년 의무화 직전 대다수 기업이 이미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었다. 2000년부터는 65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했고, 2013년 65세 이상 고용 의무화를 전면 시행했다. 이는 6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가 △65세로 정년 연장 △계속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1971년 고용 관련 법 제정부터 42년 이상의 논의를 거쳐 도입된 셈이다. 계속고용이란 정년퇴직 후 재계약 등으로 고용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65세 고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하는 기업의 약 70%가 계속고용을 선택했다. 나아가 2021년부터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주도록 노력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했다. 다만 여기에는 창업, 프리랜서 계약, 사회공헌활동 등 더 폭넓은 활동을 포함해 고용 연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의 초고령화, 연공형 임금·인사체계 등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국이 정년 연장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주는 시사점이 많다. 전진호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일본은 고령자 고용 관련 노력 의무를 먼저 규정한 뒤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의무화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2013년 법제화 후 3년 뒤 곧바로 정년 60세 의무화를 시행했지만 아직도 제도가 정착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식 계속고용 제도는 주로 ‘계약직 재고용’이기 때문에 임금 수준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근로자의 노동 조건이 나빠지는 한계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계속고용보다 적극적인 정책 수단인 법정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연장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에 따라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휘발유와 경유, LPG부탄에 붙는 세금을 각각 L당 205원, 212원, 73원씩 인하해 주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말까지 이어지게 된다. 중동전쟁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최근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에너지 수급과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다소 진정돼 가던 세계적인 물가상승 흐름이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추 부총리는 “24시간 금융·실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지역별 맞춤형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방안도 발표했다. 3월과 7월 발표한 두 차례 대책에 이어 이번에는 서울을 제외한 16개 광역지자체와 함께 지역별로 인력이 부족한 업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부터 부모가 함께 육아휴직을 쓰면 첫 6개월간 기존 월급만큼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도 최대 450만 원으로 늘어 부부 합산 월 최대 9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모두 육아휴직을 쓰도록 유도해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아직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많은 만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6+6 부모 육아휴직제’ 도입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입된 ‘3+3 부모 육아휴직제’가 내년에 ‘6+6 부모 육아휴직제’로 확대된다. 현재 생후 12개월 이내인 자녀를 둔 부부 직장인이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면 두 사람에게 각각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육아휴직 급여로 준다. 일반적인 육아휴직의 경우 통상임금의 80%를 급여로 받는다. 내년부터 부부 각각 6개월로 급여를 더 주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부모 육아휴직제 대상이 되는 자녀의 나이도 생후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한다. 부모 육아휴직제를 사용할 때 받는 급여의 상한액은 월 최대 30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늘어난다. 급여 상한액은 휴직한 기간이 길수록 늘어나는데 첫 달 200만 원에서 시작해 매달 50만 원씩 오른다. 마지막 6개월 차에는 한 사람당 최대 450만 원까지 받는다. 만약 월급이 각각 450만 원 이상인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하면 6개월 차에 총 9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모두 매달 상한액만큼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한 사람당 6개월간 1950만 원씩, 합산 3900만 원을 받게 된다. 고용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남성 육아휴직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은 2018년 17.8%에서 지난해 28.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남성이 같이 육아휴직을 할 때 주는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영아기 때 부모가 과중한 양육 부담을 나눠서 맡으라는 취지다. 해당 제도는 부모 중 한 명이 내년 이후에 육아휴직을 처음 쓸 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올해 엄마가 육아휴직을 쓰고, 내년에 아빠가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시작하면 엄마 몫의 6개월 치 육아휴직 급여 추가분이 소급해서 지급된다. ● 직장인 절반 “육아휴직 자유롭게 못 써”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제도 개편을 환영하면서도 실제로 육아휴직을 같이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년에 확대되는 육아휴직 급여와 관련해서 “아직도 남성 직원은 육아휴직은커녕 10일짜리 배우자 출산휴가 쓰는 것조차 눈치를 주는 회사가 너무 많다”, “남편까지 육아휴직을 쓰는 건 불가능해서 그림의 떡”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응답은 54.5%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소속이 각각 71.1%, 80.5%로 높았다. 반면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직장인은 30.1%만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쓴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육아휴직을 허락하지 않는 건 근로감독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불법 행위”라며 “누구나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이유로 직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 근로감독 때 모성보호 관련 위법 확인을 더 강화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육아휴직을 주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건비 지원 등의 지원 방안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대형 제과업체에 다녔던 서모 씨(48)는 4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 파주에 북카페를 차렸다. 당시 과장으로 한창 일할 나이였지만 앞이 캄캄했다. 서 씨는 “10년 뒤 부장이 된다 해도 그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고, 어차피 나갈 거면 한 살이라도 일찍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법정 정년(60세)을 채운 선배를 본 적이 없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참 어린 후배 밑에서 일하게 하거나, 대기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임원으로 승진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2016년 ‘법정 정년 60세’가 시행된 지 8년째인 올해, 정년 65세 연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 1월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계속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지금의 정년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취업플랫폼 인크루트에 의뢰해 20∼40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스로 퇴직하고 싶은 나이’는 평균 60세로 법정 정년과 동일했다. 반면 ‘실제 퇴직할 것으로 예상하는 나이’는 평균 53.1세였다.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7년쯤 있는 셈이다. 응답자 상당수는 “회사에서 정년까지 버티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20, 30대 직장인들은 “정년을 채울 만큼 한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달 제안한 국민동의청원의 결과로 이르면 11월 국회에서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입법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도 연말까지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직장인 71% “60세 정년 체감 못해도 65세 연장엔 찬성” [당신의 정년은 언제입니까]〈上〉 체감 안되는 ‘정년 60세’40대 “정년 못채워 다른일 찾아야”… 30대 “이직때 정년은 관심사 아냐”올해 55~64세 정년퇴직 8.5% 불과… 노동계 “노인빈곤 심각, 정년늘려야”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김모 씨(38)는 11년 동안 직장을 다섯 차례 옮긴 일명 ‘프로 이직러’다. 그는 처음 입사한 대기업을 제외하면 직장을 선택할 때 ‘정년 보장’ 여부를 따져본 적이 없다. “회사가 나를 60세까지 책임져줄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어차피 정년을 채우기 힘들고, 정년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그보다 훨씬 오래 살아야 하잖아요.” 김 씨의 목표는 자신만의 사업을 꾸리며 정년과 상관없이 일하는 것이다. 김 씨도 첫 직장을 고를 때는 정년 보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보다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2년 만에 그만뒀다. 그는 “지금 다니는 회사는 40대 중반까지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회사에서 계속 배움과 충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면 정년까지 다녀도 좋겠지만 그게 가능한 회사가 많지는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 정년과 실제 퇴직 다른 ‘디커플링’ 심각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로는 그 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다. 동아일보와 취업플랫폼 인크루트가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정년보다 6.9년 이른 ‘평균 53.1세’에 퇴직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정 정년과 상관없이 본인이 퇴직하고 싶은 나이는 20대 응답자가 평균 58세, 30대는 60.1세, 40대는 62.4세였다. 올해 6월 소규모 제약회사에서 퇴직한 최모 씨(47)는 재취업 자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업 경력을 살려 다시 취업하고 싶지만 제약업계 상황이 나빠 일단 업종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최 씨는 “아직 애들도 어린데 아무래도 퇴직자는 재취업하면 예전보다 연봉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중소기업에는 아예 정년제도 자체가 없는 곳이 많아 정년 60세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정 정년과 실제 퇴직 나이의 괴리를 뜻하는 ‘정년 디커플링’ 현상은 통계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통계청이 매년 5월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55∼64세 고령층이 가장 오래 다녔던 직장에서 퇴직한 연령은 평균 49.4세였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비율은 8.5%에 불과했다. 퇴직은 정년보다 빠른데 노후 준비가 부실한 탓에 60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있거나,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55∼79세 고령층이 일을 그만두길 원하는 나이는 평균 73세였다. 정년과 상관없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전문 자격증을 따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많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 다니는 이모 씨(32)는 틈틈이 노무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내년 시험에 합격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다. 이 씨는 “마음만 먹으면 정년까지 버틸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성장하거나 배울 기회가 별로 없다”며 “기대수명이 길어져 어차피 60세 이후에도 일해야 하는데 전문 자격증이 있으면 정년과 무관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의 시대”라며 “직장과 상관없이 65세나 7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정년 못 채워도 정년 연장은 필요”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해지자 노동계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에 맞춰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에서 “소득 크레바스, 질 낮은 고령 일자리, 노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신속히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응답자(1200명)의 71.2%(854명)는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또 응답자의 76.1%(913명)는 ‘정년 연장이 자신의 실제 퇴직 연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정년 60세 이전에 퇴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법정 정년 연장에는 찬성한 것이다. 정년보다 빨리 퇴직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100세 시대에 맞춰 더 오래 일해야 하는 미래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법정 정년이 늘어나면 그에 맞춰 실제 퇴직도 조금이나마 늦어지고, 고령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30대 응답자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먼저 시행하면 자연스럽게 정년을 65세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20, 30대 직장인들은 “내가 퇴직할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아 65세 퇴직자 선례가 생기는 등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 씨(33)는 “직장인에게 정년은 일종의 보험 같아서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보험이 더 커지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이달부터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1000인 이상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연말정산 때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상급단체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약 245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달 1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소개하고 노조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제 조합원이 클릭 몇 번으로 노조의 재정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돼 알 권리가 보장되고, 노조에 가입하려는 근로자도 어느 노조가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앞으로 양대 노총 등 총연합단체와 1000인 이상 산별 노조 및 개별 노조가 매년 4월 말까지 노동행정 종합정보망인 ‘노동포털’에 마련된 공시 시스템을 통해 전년도 자산, 부채, 수입, 지출 등의 내용이 담긴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조합원들이 연말정산 때 조합비에 대해 1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당장 올해 10~12월 3개월분 조합비에 대해서도 소속 노조가 다음 달 말까지 지난해 결산 공시를 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용부는 소규모 노조의 행정적 부담을 고려해 회계 공시 대상을 1000인 이상 규모의 노조로 제한했다. 하지만 상급단체의 공시 여부까지 고려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공시를 한 1000인 이상 노조나 1000인 미만 노조라도 총연맹 등 상급단체가 공시를 거부하면 조합원들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노총과 민노총 모두 공시를 거부한 상황이라 산하 조합원 약 245만 명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양대 노총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복수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상급단체가 있는 노조 조합원은 조합비 세액공제를 못 받고, 나머지 노조 조합원은 받을 수도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조 회계 공시는 노조에 대한 무력화 시도의 끝판왕”이라며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 확보는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0월 첫 주인 이번 주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고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등 아침저녁에 쌀쌀한 날씨가 예상된다. 첫 단풍은 지난달 30일 설악산에서 시작됐다. 2일 기상청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3일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다가 밤부터 맑아지겠다고 예보했다. 3일 아침 전국의 최저기온은 9∼19도, 낮 최고기온은 21∼25도로 예보됐다. 이날 주요 지역 최저기온은 서울 15도, 춘천 12도, 대전 13도, 광주 14도, 부산 18도 등이다. 최고기온은 서울 23도, 춘천 22도, 대전 23도 광주 24도, 부산 25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내내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7∼17도, 낮 최고기온은 19∼24도로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전국적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15도로 크겠으니 건강 관리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설악산에서 올해 첫 단풍이 시작됐다. 평년보다 2일, 지난해보다 하루 늦다. 단풍은 보통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설악산 지역 날씨가 평년보다 조금 높았다. 단풍의 시작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단풍이 80%가량 물들었을 때인 ‘절정’은 시작일에서 약 20일 지났을 때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9월 29일 설악산 단풍이 시작돼 10월 21일 절정을 보였다. 단풍철에는 산악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악 사고 중에 10월에 발생한 사고가 7123건으로 가장 많았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5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생전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는 등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이 회사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수사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이날 고용부는 5월에 발생한 40대 팀장급 직원 A 씨 사망을 계기로 LG디스플레이를 근로감독한 결과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넘긴 장시간 근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A 씨는 사망 직전 하루 평균 12.5시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4월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총 250.9시간을 일했다. LG디스플레이는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면 별도의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으로 관리했다. 1개월 단위의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 중인 이 회사는 직원 한 사람당 한 달에 최대 48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데, 직원 130명이 이 한도를 초과해 7120시간(251차례) 더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5월 19일 A 씨가 서울 여의도 한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 씨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3년간 식당을 운영하다가 접고 4년 전 경비원으로 취직한 강진순 씨(59)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다가 올해 1월 가까운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를 방문했다. 친구가 이곳의 해운업 산업별특화서비스 과정을 통해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해운업 과정에 참여해 이력서와 면접을 준비했고, 단기 직무훈련을 통해 선박과 해운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덕분에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과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를 활용해 최근 여객선 조리장으로 취업했다. 다음 달 5, 6일 열리는 ‘2023 리스타트 잡페어’의 공공부문 부스에서는 취업을 원하는 중장년,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개별 구직자들에게 맞춤형 취업 정보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이라면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부스에서 맞춤형 취업 정보와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퇴직을 앞둔 40대 이상 재직자 또는 이미 퇴직한 사람을 대상으로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경력설계 지원 등 종합적인 전직 지원 상담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경력개발을 위한 생애경력설계 자가진단을 받은 뒤 전문 컨설턴트에게 일대일 대면 상담도 받아볼 수 있다. 고용부 부스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이나 일반 구직자에게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아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 안내와 상담도 제공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자에게 직업훈련 등 종합적인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소득 구직자에는 구직촉진수당 등 지원금도 주는 제도다. 출산,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뒀다가 다시 일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여성가족부의 새로일하기센터 부스를 찾으면 된다. 경력 단절 여성에 특화된 취업 상담, 직업 교육 훈련, 인턴십 및 취업 후 사후관리 등 종합적인 취업 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5일에는 종로새일센터, 6일에는 중구새일센터 상담사 2명이 상주하면서 취업 상담을 진행한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기념품도 준다. 해외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라면 한국산업인력공단 월드잡플러스 부스에서 해외취업연수사업(K-move스쿨), 해외취업정착지원금 등 각종 해외 취업 지원사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외 취업 엑스포 부산 등 올 하반기(7∼12월) 예정된 해외 취업 관련 행사 일정도 알 수 있다. 또 해외 취업 준비단계부터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해일로(해외 취업 일자리 로드맵)’ 서비스 소개와 해외 취업 상담 등도 이뤄진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스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직업 재활을 돕기 위한 상담, 직업 적응 훈련, 취업 알선 등 맞춤형 직업 재활 서비스를 소개한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인천에서 대형병원을 운영하던 우모 씨(57)는 올해 3월 말 직원들에게 갑자기 “4일 뒤 병원 문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직원 274명의 두 달 치 월급과 퇴직금 등 임금 28억 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우 씨는 불법 사채를 끌어다 무리하게 병원을 운영하다가 경영이 악화되자 급하게 폐업을 결정한 것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김병곤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 근로감독관은 “병원장의 무책임한 폐업과 임금 체불로 직원들이 심각한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임금 체불액이 크게 늘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임금이 밀린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년간 감소세를 보였던 임금 체불액이 올해 다시 증가하자 이정식 고용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5일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공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 집행유예 중 또 임금 안 준 50대 구속올해 1∼8월 임금 체불액은 1조14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96억 원)보다 29.7% 늘었다. 연간 임금 체불 규모는 2019년 1조7217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지나면서 기업의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던 중에 다시 경기가 꺾이면서 임금 체불이 늘어난 것으로 고용부는 분석했다. 임금 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의 약 70%는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영세한 회사에서 일하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매년 1조 원 이상의 임금 체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습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는 ‘악덕’ 사업주가 많기 때문이다. 이달 18일 임금 체불 혐의로 구속된 전기업자 A 씨(50)는 2011년부터 임금 체불로 26차례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전국 공사 현장 9곳에서 임금 4000여만 원을 체불했다. 이 가운데 건설 일용근로자 12명에 대한 체불액 1900만 원은 A 씨의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 상습적으로 수많은 근로자에게 피해를 준 점이 고려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처럼 2019년 이후 4년간 임금 체불 혐의로 2번 이상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업장만 7707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0번 이상 검찰에 송치된 사업장도 22곳에 이른다. 임금 체불 사건은 피해 근로자가 떼인 임금을 돌려받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업주가 뒤늦게라도 임금을 주고 근로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문제는 사업주들이 이 같은 조항을 악용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고 버틴다는 점이다.● 상습 체불 사업주 구속 수사 원칙 최근에는 건설 현장에서 임금 체불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7월 말까지 발생한 임금 체불액 가운데 건설업 비중은 24.3%로, 지난해 같은 기간(21.6%)보다 늘었다. 반면 임금 체불이 가장 많은 제조업의 경우 올해 30.9%로 지난해(33.7%)보다 비중이 줄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계 임금 체불이 늘고 있다”고 봤다. 올해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이 역대 최대인 12만 명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2019년 이후 매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이 1100억∼1200억 원대 규모로 발생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고용부는 추석을 앞두고 이달 27일까지 임금 체불 예방과 청산 집중 지도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장관은 합동 담화문을 통해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소액이라도 고의적으로 체불한 사업주는 정식 기소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임금 체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고용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 확대 등의 입법 논의를 지원할 계획이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