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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선언 왜 했나. 아쉽거나 후회한 적 없냐”고 물었다. “정권을 만든 사람의 최소한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근 만난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은 그러면서 “후회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모두가 ‘자리’를 기대하던 시기에 새누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새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바른정당 소속이지만 이 의원은 박근혜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한때 ‘뼈박(뼛속까지 친박근혜)’으로 불린 친박 핵심이었다. 18대 대선이 치러진 2012년 12월 새누리당 안팎에선 친박 핵심들을 겨냥한 백의종군 압박이 거셌다. “측근들이 먼저 기득권을 던지고 박 후보(대통령)의 앞길을 터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선대위에서 요직을 맡았던 유정복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 이주영 후보 특보단장, 이학재 비서실장 등 많은 친박 인사들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이 중 이 의원만 이를 결행했다. 새삼 5년 전 얘기를 다시 꺼낸 건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백의종군 논쟁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사석에서 “이번 대선은 더 많이 버리는 쪽이 이기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측근들이 몸을 던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민심을 언급하며 던진 화두였다.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자리에 있던 선대위 관계자 가운데 누구도 먼저 나서겠다거나 논의해 보겠다는 말은 없었다. 국민의당도 박지원 대표를 둘러싼 백의종군론 또는 차기 정부 임명직 거부 선언 가능성에 대해 “박 대표에게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기시감이 들었다. 5년 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는 친노(친노무현) 핵심의 백의종군 논쟁이 벌어졌다.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 등 이른바 ‘3철’을 포함해 핵심 9명이 선대위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임명직에 나서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측근들이 물러나는 게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부가 출발하면 당선자의 가치와 정책을 즉각 현실화할 인재가 필요하고 오랫동안 함께 정치를 해 온 측근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을 지나며 사실상 내전을 치렀다. 이번 대선이 갈라진 대한민국을 치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 후보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금 함께하시는 분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모이신 분들이고, 정권교체까지가 역할이다. 대탕평 대통합의 원칙에 맞는 분이 있다면 누구나 발탁할 수 있다”며 ‘국민통합 대통령’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세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마디로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패권주의의 외형적 행태는 인사 독식이다. ‘100% 대한민국’을 약속했던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수첩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선 후보의 측근이었던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남궁진 최재승 윤철상 전 의원과 설훈 의원 등 동교동계 핵심 7명은 “김대중 총재가 집권할 경우 정부의 정무직을 포함한 어떤 주요 임명직 자리에도 결코 나서지 않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떨쳐버리는 용기로 DJ 정부 탄생과 새 정부의 연착륙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년 전인 1997년 9월 얘기다. 길진균 정치부 차장 leon@donga.com}
19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5명의 대선 후보는 자유토론 시작부터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하게 서로 맞붙었다. 후보들은 ‘송민순 회고록’ 논란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 햇볕정책 계승 등을 둘러싸고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불꽃 공방을 벌였다. 특히 양강 구도를 형성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대결이 아닌 범(汎)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 문, 안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맞부딪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문 후보의 송민순 회고록 논란 토론의 포문은 유 후보가 열었다.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첫 질문자로 나선 유 후보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북한에 사전에 물었다’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논란을 꺼내 들었다. ‘안보관’이 약점으로 거론되는 문 후보의 급소를 파고든 것이다. 유 후보는 “13일 TV토론에서 여섯 번에 걸쳐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문의했는지 질문했을 때 ‘먼저 물어본 적이 없다’고 한 문 후보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선 국가정보원에 물어봤다’고 말했다”며 “그게 (북한에 물어본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공세를 폈다. 문 후보는 2월 JTBC ‘썰전’에 출연해 “국정원이 갖고 있는 방법으로 확인해 보기로 한 것인데 국정원이 ‘북한의 반발이 심할 것 같다’고, 그러니 기권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유 후보가) 국정 운영을 안 해봐서 하는 질문”이라며 “국정원 자체 정보망을 가동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확인해 보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도 가세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가 거짓말하는지는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된다”고 압박하자 문 후보는 “확인해보라. 지금 정부에서 보면 될 것이다. 거짓말이라는 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유 후보는 문 후보를 상대로 북한 ‘주적’ 개념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하고 있다.”(유 후보)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지만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문 후보) 주적 개념을 둘러싸고 유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주적이라고 말을 못한다는 것이냐”고 다그쳤지만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2002년 대선 TV토론에서 노무현 후보도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려고 할 때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 문, 안 후보의 사드 말 바꾸기 논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특히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말 바꾸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5차 핵실험 때까지는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게 무슨 이야기냐”라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던 문 후보가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 도발을 계속해 나간다면 그때는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미국도 5차 핵실험까지 가만있다가 최근에 칼빈슨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보낸 것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심 후보 역시 ‘전략적 모호성’을 거론하며 문 후보를 공격했다. 심 후보는 “문 후보의 전략적 모호성은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기 좋은 태도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는 “고도의 외교 안보 사안에 전략적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미국에서도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나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대선 전까지 사드 배치는 불가능하다. (사드 배치 결정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미 FTA 재협상 등 산적한 한미 간 현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 후보는 이어 “(사드 배치는) 입장이 애매한 안 후보에게 질문해야 한다”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대북 송금 논란까지 번져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안 후보를 상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대북 송금 문제를 꺼내들었다. 중도·보수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유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송금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안 후보가 “모든 역사는 공과 과가 있다”며 답변을 피해가자 유 후보는 반복해서 “공인가, 과인가”라며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안 후보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 모두 바라는 게 평화로운 한반도와 평화통일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홍 후보도 안 후보 때리기에 가세했다. 홍 후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나”라고 안 후보에게 물었다. 안 후보가 “그 역시 공과 과가 있다”고 말하자 홍 후보 역시 “계승하는 것 맞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100% 그대로 다 옳거나 다 아니거나 그런 건 없다”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에 동의한다. 강력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북한과) 협상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논란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불거졌다. 홍 후보는 “집권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느냐”고 문 후보에게 물었다. 문 후보가 “찬양고무 조항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답변하자 홍 후보는 “2003년 기무사령관을 불러서 폐지를 요구한 일 없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기무사령관에게 지시한 적은 없고 그때(노무현 정부)는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이어 “그 시기에 국보법 7조(찬양·고무)를 폐지하는 쪽으로 여야가 의견을 모았는데 못한 게 아쉽다”라고 했다.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 기자·강경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최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만나 입각을 제의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홍 전 회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일 문 후보가 우리 집으로 찾아와 점심을 함께했는데 그 자리에서 문 후보가 외교와 통일과 관련된 내각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하지만 내가 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할 군번은 아니지 않으냐. 만약 평양특사나 미국특사 제안이 온다면 그런 것은 도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홍 전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 느낌으로는 문재인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 인맥과 상징성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 후보가 얼마 전까지 언론사 사주였던 인사에게 입각을 제의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후보 측의 박광온 공보단장은 “홍 전 회장과 오찬을 하면서 긴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동북아평화 등 외교안보 사안에서 많은 부분 인식이 같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내각 참여와 같은 구체적 자리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8일 나란히 중장년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 문 후보는 호남에서 ‘어르신 정책’을 발표했고, 안 후보는 대전에서 노인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시 덕진노인복지회관에서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 (소득 하위) 70%에게 20만 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차등 없이 모든 어르신에게 30만 원으로 인상해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안 후보도 이날 대전 KAIST에서 ‘100세 시대, 어르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어 노인들이 받는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단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50%로 한다는 게 문 후보와 차이점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들의 범위가 문 후보 측이 더 큰 만큼 재원도 많이 들어간다. 문 후보 측은 이 공약을 이행하는 데 연평균 4조4000억 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안 후보 측은 공약 추진에 3조6000억 원 정도를 전망해 8000억 원가량이 안 후보 쪽이 적다. 문 후보는 이날 안 후보가 전날 방문했던 호남을 누빈 반면 안 후보는 전날 문 후보가 다녀간 대전과 대구에서 이날 집중 유세를 펼쳤다. ‘서민 대통령’을 앞세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텃밭인 PK(부산경남) 지역 전통시장 4곳을 들러 서민경제와 민생을 강조했다. 이날 경기 파주시 등에서 유세를 이어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틀 연속 청년층 인구가 많은 수도권 공략에 공을 들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5시 퇴근제’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내놓았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 울산·부산=신진우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5시 퇴근, 주 35시간 노동시대’ 공약을 내놓았다.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8일 인천 계양역 앞에서 출근길 유세 등을 펼친 심 후보는 국회로 이동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발표했다. 심 후보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과로사회 탈출과 인간존중,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며 “2022년부터 ‘5시 퇴근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2025년까지 ‘노동시간 주 35시간’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가 이날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2단계 로드맵’은 2018년부터 연장근로를 법(주 40시간, 연장근로는 12시간으로 제한)대로 시행하고, 2022년부터는 법정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심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2022년부터 금융·보험업, 정부투자기관, 지방공사·지방공단, 국가·지방자치단체와 투자기관,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은 주 35시간제를 도입하게 된다. 2023년에는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2025년에는 300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심 후보는 “2023년을 기점으로 청년 생산가능인구와 취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2단계로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건 필수”라며 “이는 일자리를 나누는 경제정의의 실현이자 일자리 혁명”이라고 강조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7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에 맞춰 ‘적폐청산’ 구호를 사실상 용도 폐기하기로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16일 “앞으로 문 후보의 연설문 등 공식 메시지에서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며 “국민통합의 대원칙 아래 적폐청산 대신 원칙과 상식이 있는 대한민국 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등에서 적폐청산이 일부 언급될 수는 있어도 대선 전략의 큰 기조는 ‘적폐청산’에서 ‘국민통합’으로 전환하겠다는 설명이다. 문 후보가 선거 벽보와 유세차량 등에 ‘든든한 대통령’을 앞세운 것도 ‘적폐청산’이란 표현에 불안감을 느끼는 중도·보수층에 ‘안정감’을 주고, ‘불안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불식하기 위한 전략이다. 민주당은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과 함께하면 든든해요’라는 로고송을 사용한 적이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승세가 둔화된 것도 문 후보가 ‘적폐청산’ 용어를 과감히 포기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집토끼’로 표현되는 진보 진영의 지지가 충분히 다져진 만큼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산토끼’(중도·보수) 끌어안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게 문 후보 측의 판단이다. 전날 반려동물 주치의 사업을 지원하고 유기동물의 재입양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한 문 후보는 이날 광역급행열차 확대와 광역알뜰교통카드 도입 등 대중교통비 절감 방안을 내놓았다. ‘1일 1공약’을 통한 생활밀착형 공약을 연이어 제시해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통합 행보다.문 후보 측은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가 문 후보 지지를 이날 선언했다. 상도동계 출신인 김덕룡 전 의원은 문 후보 지원을 결심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캠프에 몸담았던 박영선 변재일 의원은 이날 당 선대위 합류를 공식 선언했다. 두 의원은 이날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통합, 국가개혁, 통합정부 등의 어젠다를 놓고 문 후보와 충분히 협의한 결과 문 후보의 결연한 통합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문 후보의 압도적 승리와 국민통합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빌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 합류를 계기로 당 선대위 안에 ‘통합정부 추진위원회’ 설치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진영 의원도 이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 선대위에 공식 합류했다. 문 후보는 17일 0시 “시대교체, 정치교체, 세대교체의 문을 연 첫 대통령이 되겠다”는 동영상 출마 메시지를 발표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박성진 기자}
“지금 함께하시는 분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모이신 분들이고, 정권교체까지가 역할이다. 저와 함께해 오지 않은 분이라도 충분한 신망을 갖추고 있고 대탕평·대통합의 원칙에 맞는 분이 있다면 총리뿐 아니라 장관으로도 언제든지 발탁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강력한 대탕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정부 요직을 장악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음은 문 후보와의 일문일답. ―후보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 국회다. 극복 방안이 있나. “정권교체로 우리 정치도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회와는 수시로 소통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반대를 극복해 나가겠다.” ―차기 조각(組閣)의 원칙은…. “조각의 원칙은 첫째도 도덕성, 둘째도 도덕성, 셋째도 도덕성이다. 참여정부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이다.” ―경선 과정에서 ‘섀도 캐비닛’ 계획을 밝혔다. 언제 윤곽이 드러나나. “국정을 운영할 사람도, 정책도 준비돼 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합리적 인사, 지역 편중인사를 극복하는 탕평인사, 해당 분야에서 식견과 경험을 갖춘 유능한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인사 문제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며, 앞으로 당과도 협의할 문제다.” ―정부조직 개편 구상은…. “5년마다 정권교체와 함께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효율적 정부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조직 개편을 할 것이다.” ―적폐 청산을 빼고 문 후보의 핵심 미래 공약은 무엇인가. “일자리가 최선의 경제 회복 방안이고 최고의 복지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직접 챙기겠다. 강력한 분권을 통해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고, 경제도 살리겠다. 권력의 도구였던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개혁해 적폐 청산의 출발점으로 삼겠다.” ―사드 배치가 이미 시작됐다. 집권하면 철수시키겠다는 뜻인가. “사드 배치의 기본 목적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사드는 북핵에 대한 방어의 목적일 뿐 북핵 자체를 근원적으로 폐기시키는 방안은 아니다.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 마찰 문제가 심각하다. 집권하면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 ―미국이 시리아를 폭격했다. 미국이 북한도 폭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럴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가지 옵션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방안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반드시 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협의 없이 미국 단독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한미동맹 정신을 위반하는 일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무능한 상속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안 후보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살아오신 분이고, 저야말로 흙수저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공감하는 후보이지 않느냐. 국민이 다 아시리라 생각한다. (안 후보는) 박지원 대표의 아바타 같다고 느낀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끝장토론을 먼저 제안했다. “어떤 방식의 토론이든 환영한다. 누가 진정한 정권교체 후보이고,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할 준비된 대통령인지 TV토론을 통해 분명히 확인될 것이다. 정권 연장을 꾀하는 적폐세력들과 손잡으려는 안 후보의 모습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먼저 분명히 답하라고 말하고 싶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누가 촛불민심을 대변하여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지, 누가 촛불을 멀리하고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 국민들이 평가할 것이다. 저는 국정 경험, 정책, 세력이 다 준비된 후보다. 안 후보는 국정 경험도 없고 40석 소수 정당의 후보로는 국정 운영이 불안하다고 국민들은 판단할 것이다.” ―당 일각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 지사의 지사직 사퇴 후 선거운동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다. 충남도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안 지사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한편 문 후보는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 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최성 경기 고양시장과 8일 ‘호프 타임’을 갖고 화합을 다졌다. 문 후보는 “안 지사가 주는 술은 ‘통합의 술’, 이 시장이 주는 술은 ‘공정의 술’, 최 시장이 주는 술은 ‘분권의 술’”이라며 “국민이 이기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를 위하여”라고 했다. 이날 회동은 안 지사가 미리 예정된 일정이 있었던 탓에 30여 분 만에 끝났다. 안 지사는 ‘소맥(소주+맥주)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문 후보는 “사실은 제가 모신 자리인데 선거법 때문에 술값을 낼 수 없어 세 분께 술을 얻어 마셔야 될 것 같다”고 했고, 이에 이 시장은 “더치페이로 하자”고 했다. 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자를 포함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해 왔던 지지자분들을 모셔오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나 중도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단호히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며 선명성을 부각했다. 심 후보는 “문재인과 안철수 경쟁 구도로는 현상이 유지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후보의 아들 취업 특혜 논란과 관련해 “문 후보 측에서 분명한 입장을 말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도 “이미지 정치만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자유한국당에 허락받는 정치로는 가능한 것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6일 본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양강 구도를 형성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총공세에 나섰다. 문 후보 측은 그동안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집중 겨냥했던 타깃을 이날부터는 안 후보에게로 옮겼다. 문 후보 캠프는 이날 오전 논평에서 “국민의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이제부터 안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시작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2위와의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 문 후보는 이날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안 후보의 끝장토론 제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안 후보는 저하고 토론을 말하기 전에 아직도 국민으로부터 준비된 정도라든지 여러 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안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적폐 세력의 지지를 많이 받는 안 후보가 정권 교체를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우선 의문스럽다. (끝장토론 전에) 그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한다”며 “안 후보는 촛불집회에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지금 ‘적폐 세력’ 지지도 많이 받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 캠프는 이날 오전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의 ‘차떼기’ 의혹을 문제 삼았다. 오후에는 박범계 의원이 안 후보의 포스코 사외이사 경력을 문제 삼으며 “안 후보는 ‘공정경제’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안 후보를 향한 전방위적 공세와 관련해 민주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안 후보도 이제 본격적인 검증을 받아야 할 때가 됐다. 집중 공세는 며칠 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 약진으로 본선 초반 레이스에 먹구름이 끼자 문 후보 측이 일차적으로 안 후보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네거티브 강화 기조로 일부 선회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공세가 대선 구도를 안 후보 중심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나왔다. 문 후보 캠프 내에선 ‘본선 전략’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헌 전략기획본부장은 ‘정권 교체’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태도이지만, 정권 교체와 적폐 청산을 뛰어넘는 다른 비전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이 그리는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일단 다음 주부터 생활 밀착형 공약 발표 등을 통해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펴기로 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반(反)기업 정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도·보수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의 영입을 문 후보가 직접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문 후보 캠프 이용섭 비상경제대책단장은 4개 경제단체 임원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의 경제철학을 혁신과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J(제이)노믹스’라고 명명하고 “단기적 고통을 거쳐 지속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 목포=박성진 기자}
5·9대선의 대진표가 확정되자마자 대선 초반 지형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 여전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매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오차 범위 안에서 문 후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서울신문과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4일 전국 성인 10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양자 대결 시 안 후보는 47.0%의 지지를 얻어 문 후보(40.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5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선 양자 대결에서 문 후보가 46.3%의 지지를 받아 안 후보(42.8%)를 앞섰지만 오차 범위 이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후보 측은 다자 구도에서 여전히 문 후보가 1위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 양자 대결이 이뤄지기 위한 전제 조건인 안 후보와 보수진영의 결합 또는 연대에 대한 설명이 질문에 포함된다면 양자 대결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 측은 다자 대결에서도 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신문과 YTN 조사에서 5자 대결의 경우 문 후보는 38%, 안 후보는 34.4%로 오차범위 내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안 후보 측은 다자 구도 속에서도 ‘심리적 양강 구도’를 만든다면 보수층이 안 후보에게 지지를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문 후보는 여론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 아래 경선 후유증을 조기에 제거하는 한편 ‘적폐 청산’을 뛰어넘는 통합 메시지와 거물급 인사의 영입 등 본선 전략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본인(문 후보) 스스로가 이번에는 대선 후보들 검증이 중요하니까 끝장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다자 구도 아래에서도 50% 이상 지지받는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국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문-안 대결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의 적자’임을 내세우며 존재감 부각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홍 후보는 “안 후보의 사드 배치(공약)나 ‘철수생각’ 책을 보면 ‘얼치기 좌파’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를 향해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 받는 것을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세상일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문병기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을 책임질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을 두고 추미애 대표와 문 후보 캠프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추 대표가 선대위의 핵심 요직인 상황실장에 당 대선기획위원회 김민석 기획조정단장을 추천한 것에 대해 캠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캠프는 김 단장이 ‘통합’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상황실장 인선을 보류했다. 당 선대위 조직과 캠프를 통합하는 실무는 당에서는 김 단장이, 캠프에서는 송영길 총괄본부장이 맡고 있다. 김 단장이 선대위 상황실장으로 추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문 진영의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훌륭한 사람을 모셔 와도 쉽지 않은 선거인데 당 대표가 자기 사람부터 심으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상황실장 자리는 당과 다시 조율하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하는 계획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선거 캠페인의 1장 1절은 ‘나는 누구이며, 적은 누구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정의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첫 단계다. 그 의미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것이 ‘프레임 전략’이다. 4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각 정당의 모든 후보가 5·9 대선 링에 올랐다. 이제 대선까지 남은 34일간 누가 얼마나 강력한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느냐만 남았다.○ ‘적폐 연대’ vs ‘패권 세력’ 대선 1라운드에 가장 강력하게 맞붙고 있는 프레임은 ‘적폐 연대’ 대 ‘패권 세력’이다. 적폐 연대 프레임은 가장 앞서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수성(守城) 전략’ 중 하나다. 안 전 대표의 부상(浮上)을 막고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결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문 전 대표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를 향해 “적폐 세력을 지지한 표심에 손을 내미는 모습 자체가 촛불 민심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연대를 ‘적폐’로 규정한 셈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이끈 ‘정권 교체 열망’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이른바 ‘더 좋은 정권 교체론’이 다시 대선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가 최근 내놓은 ‘무능력한 상속자론’은 ‘더 좋은 정권 교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안 전 대표는 “무능력한 상속자에게 국가를 맡기면 안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유산을 받아 손쉽게 올라간 사람들이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했다. 안 전 대표의 실제 타깃은 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속자라는 얘기다. 선거 전문가들은 상대의 단점을 공격하면서 후보의 장점이 부각돼야 캠페인의 파괴력이 커진다고 조언한다. 그런 점에서 ‘무능력한 상속자론’은 안 전 대표의 히든카드다. 문 전 대표를 ‘2인자’로 깎아내리는 동시에 자신을 ‘자수성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정치 입문 이후 이렇다할 정치적 성취를 보여 주지 못한 점은 숙제다. 문 전 대표를 향한 공세는 ‘패권주의’로 요약된다. 문 전 대표 진영이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 구도를 곧바로 안 전 대표와 구(舊)여권 간 연대로 규정하고, 반문 인사들을 향한 문자 폭탄을 ‘양념’이라고 받아넘기는 등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패권주의 프레임’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나(문 전 대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몰상식, 불의라고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패권주의의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몰락 이후 권력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반문 진영은 노무현 정부 당시 부정부패와 실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2006년 불거진 도박 게임기 ‘바다이야기’ 사건의 수익금 문제 △문 전 대표 아들의 특혜 취업 의혹 △노무현 정부 당시 이석기 특별사면 문제 등을 ‘3대 의혹’으로 제기한 뒤 “국민 시각에서 패권적 오만함을 검증하겠다”고 별렀다.○ 보수 표심 묶어 낼 프레임 전략은? 대선 초반 보수 표심을 붙잡기 위한 프레임 전쟁도 뜨겁다. 구여권 처지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출한 집토끼의 귀환’이다. 한국당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수 표심을 잠식하고 있는 안 전 대표를 ‘얼치기 좌파’로 규정한 이유다. 그러면서 자신은 ‘우파 스트롱맨’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대비 전략’이다. 바른정당 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며 안 전 대표와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파열음이 더 크게 나오면서 문 전 대표나 안 전 대표 등 상위권 후보를 향한 프레임 전략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 의원은 이날도 “한국당은 전혀 변한 게 없고, 홍 지사는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홍 지사도 “우리가 큰집이고, 큰형님인데 동생이 대든다고 뭐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단기 승부전을 가를 네거티브 프레임 전쟁에도 양 보수 진영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이재명 egija@donga.com·길진균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5·9 대선은 ‘5자 구도’로 출발하게 됐다. 문 전 대표 외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대권을 향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대선 초반 레이스는 문 전 대표가 앞서 달리는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진영의 재결집 여부와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 등의 ‘반문(반문재인) 연대’ 성사 가능성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5년 만에 ‘단일화 파트너에서 적으로’ 최근 안 전 대표의 상승 기세가 만만치 않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문 전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뿔뿔이 흩어진 보수 진영의 일부 표심이 안 전 대표를 주목하는 것도 호재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문-안 양강’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5년 만에 두 사람의 관계는 단일화 파트너에서 적으로 역전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 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이다가 대선을 26일 남겨두고 문 전 대표에게 전격 양보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때부터 두 사람 간 갈등이 깊어졌다. 문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문재인 캠프에선 ‘안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안 전 대표는 최근 “그런 말을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하다”라며 거칠게 반박했다. 5년 만에 맞닥뜨린 정면승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측의 신경전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수차례에 걸쳐 ‘적폐 연대’를 연급하며 안 전 대표를 겨냥했다. 안 전 대표와 보수 진영의 연대설을 국정 농단 세력과의 결합으로 규정한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 진영을 ‘제2의 박근혜 사태’를 촉발할 패권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보수 표심에 구도 출렁일 듯 하지만 정치권에선 당장 양자 구도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홍 지사와 유 의원의 완주 의지가 강하다. 이들은 중도하차 시 향후 정치적 미래를 담보하기가 어렵다. 각각 정당 경선을 거쳐 당의 후보가 된 이상 과거 무소속인 안 전 대표처럼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이들이 완주하더라도 ‘반문 성향’ 유권자들이 표심을 통해 안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주는 ‘자발적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최대 40%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홍 지사와 유 의원의 지지율 합을 10% 안팎으로 묶고, 심상정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표를 일부 잠식하면 안 전 대표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홍 지사나 유 의원 측 모두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보수 표심이 다시 결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만약 두 사람의 지지율 합이 20%를 넘으면 안 전 대표의 자강론도 힘을 잃게 된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홍 지사나 유 의원과 손을 잡기도 쉽지 않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로 호남 텃밭을 잃을 수 있어서다. 안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사면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하루 만에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선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안 전 대표와 홍 지사, 유 의원 등이 문 전 대표를 집중 공략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문 연대’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특정 후보가 인위적으로 좌우 확장을 시도하면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며 “후보 개개인의 정치력과 유권자의 기대가 어떻게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 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5·9대선이 3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의 본선 대진표가 이번 주 확정된다. 각 당 주자들은 경선 종료를 앞두고 본선 주도권을 겨냥한 난타전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전국 순회 경선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인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을 서울에서 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앞서 3연승을 거둬 누적 득표율이 59%에 이른다. 문 전 대표가 수도권 경선 결과를 포함해 50% 이상 득표하면 결선투표 없이 대선에 직행한다. 2일 국민의당 서울·인천 경선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86.5%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해 사실상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4일 대전·세종·충남·충북 경선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지난달 31일과 28일 각각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정의당은 유일한 여성 후보인 심상정 대표가 후보로 나섰다. 이번 대선은 일단 5자 구도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문(반문재인) 진영’ 후보 단일화 결과에 따라 대선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이에 앞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보수 적통성’을,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중도-보수 표심’을, 민주당과 나머지 정당은 ‘선거구도’를 두고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홍 지사는 2일 첫 선거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이)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는 건 보수 우파 진영을 궤멸하려는 의도”라고 흡수통합론을 주장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한국당은 사라질 정당”이라고 맞불을 놨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두고 사흘째 정면충돌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발언이 보수 정당과의 연대를 위한 정략적 발언이라고 몰아세웠고, 안 전 대표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네거티브 공세”라고 맞받아쳤다.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 기자}
진보·중도 진영으로 지형이 기울어진 가운데 실시되는 5·9대선에서는 호남과 TK(대구경북)에서의 ‘몰표 현상’이 사라지고 ‘세대 변수’에서도 40대가 아닌 50대가 세대 간 균형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 몰표 사라질까? ‘여권과 야권’으로 맞붙었던 역대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대통령 파면으로 여권이 사실상 붕괴하면서 각 지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동아일보가 28, 29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심장’인 호남의 표심은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선에서 ‘될 사람을 밀어주자’며 몰표 성향을 보여 온 호남은 이번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고른 지지를 보내고 있다. 5자 대결 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44.1%의 지지를, 안 전 대표는 37.7%의 지지를 받는 등 역대 대선에서 나타났던 호남 민심의 쏠림 현상이 사라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호남에 남아 있는 반문(반문재인) 정서와 호남 다수당인 국민의당의 존재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호남 몰표 현상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자 대결의 경우 문 전 대표가 20대(58.9%), 30대(57.1%), 40대(51.2%)에서 강세를 보이는 반면 안 전 대표는 50대(51.7%), 60대 이상(57.7%) 등 장년층 지지가 높아 세대 간 분화도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 갈 곳 잃은 ‘나그네 표심’ TK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며 ‘보수의 성지’로 불린 TK 표심은 길 잃은 모습이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5자 구도에서도 안 전 대표(25.2%)와 홍준표 경남도지사(22.4%), 문 전 대표(15.8%) 등에게 밀려 8.9%의 지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유 의원을 제외한 4자 대결 시에는 TK 지역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유권자(22.4%)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옛 야권 후보들의 강세 속에 TK 민심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다만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상대적으로 TK에선 강세를 보였다. 안 지사는 안 전 대표와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41.9% 대 35.6%로 앞섰다. 문 전 대표는 TK에서 안 전 대표와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21.9%로 안 전 대표(51.0%)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큰 셈이다. PK(부산울산경남)에선 양자 대결 시 안 전 대표(46.5%)가 문 전 대표(34%)를 누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 4일 조사에선 문 전 대표(39.0%)가 안 전 대표(27.9%)를 앞섰는데 이번 조사에선 뒤집힌 것이다. 호남과 TK, PK가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세대 균형추 50대로 이동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5자 대결에서 홍 지사(34.2%), 안 전 대표(26.5%), 유 의원(9.3%), 문 전 대표(8.5%) 순으로 지지를 보냈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에게 압도적 표를 몰아줬던 보수층 표가 이번 대선에선 상대적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 역시 문 전 대표(37.7%)와 안 전 대표(31.0%)에게 고른 지지를 보냈다. 반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문 전 대표(64.8%)에게 과반의 지지를 보냈다. 세대별 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20, 30, 40대는 문 전 대표가 50% 안팎의 지지를 받아 확연하게 앞섰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보다 높았고, 홍 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과거엔 세대 전쟁에서 40대가 균형추 역할을 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50대 초중반이 새롭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20∼40대의 강세를 50대까지 얼마나 끌어올릴지, 안 전 대표는 장년층의 지지를 어떻게 40대 이하로 확산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박성진 기자}
대선 주자들은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호남 경선을 위해 광주로 집결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27일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당연한 결정”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전 대표 측 박광온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13건의 범죄 혐의가 있고 공범들은 모두 구속된 상태”라며 “검찰은 이번 국정 농단 사태를 막아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강훈식 대변인은 “국정 농단의 몸통인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측 김병욱 대변인은 “법원 역시 구속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시 통도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을 숨기려고 한다면 검찰과 법원은 국민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들은 검찰의 영장 청구에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 문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할 때 사정비서관을 지낸 점을 지적하며 문 전 대표의 눈치를 보고 검찰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한국당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검찰이 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나 판단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며 “법원에서 맑은 눈으로 구속 여부에 대해 바른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호위 무사’ 역할을 자처하는 김진태 의원은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우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국민 화합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탄핵으로 박 전 대통령이 이미 처벌을 받았는데 또 구속을 하겠다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며 “정치 검찰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들은 ‘보수 표심’을 의식한 듯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은 “검찰의 결정을 존중하고 법원의 결정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고 국민 통합을 위해 불구속 수사 및 기소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이다. 검찰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두 문장짜리 입장문을 냈다.송찬욱 song@donga.com·길진균 기자}
‘안철수도 키우고 문재인도 밀어주나.’ 호남은 27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60.2%라는 높은 지지를 보냈다. 호남은 또 25, 26일 9만여 명이 참여한 국민의당 호남 현장 투표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64.2%의 지지를 안겼다.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분수령인 호남은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며 대권 가도를 활짝 열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호남 유권자는 전국의 10%에 불과하지만 민주당 역대 경선에선 호남의 승자가 늘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선으로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5년 전인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는 56.52%의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지만 광주·전남(48.46%)과 전북(37.54%)에서는 과반을 얻지 못했다. 투표율에서도 호남 민심은 5년 전에 비해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호남지역 선거인단 투표율은 56.86%로, 2012년 48.3%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전두환 표창장 논란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걸로 분석됐다. 문 전 대표 캠프 총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록 전 의원은 “국민의당과 숫자나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호남의 민심이 어디로 쏠려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호남 경선에서 14만2343표를 득표했고 안 전 대표는 현장 투표로만 5만8504표(제주 제외)를 얻었다. 특히 문 후보에 대한 호남의 ‘비토’ 기류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세간의 인식 때문인지 문 후보는 이날 승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전 대표가 결과 발표 직후 “(호남이 저를) 지역통합 국민통합 후보라고 평가해 줬다. 호남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며 감개무량해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득표를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현장 투표로만 구성된 국민의당의 완전국민경선은 민주당의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나 현장 투표보다 바닥 민심을 더 많이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당 관계자는 “모바일 투표는 대다수가 조직 동원”이라며 “문 전 대표가 얻은 60% 득표를 25일 궂은 날씨에도 현장 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 청년층은 문 전 대표, 장년층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등 세대 간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0∼40대에서, 안 전 대표는 5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경선에서 문, 안 전 대표 모두의 손을 들어준 호남 민심이 본선에서 어디로 수렴될지도 관심이다. 광주의 정모 씨(53·여)는 “아무리 욕하고 비판해도 될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 광주 사람”이라며 호남 민심의 전략적 선택 성향을 대변했다. 그러나 호남 민심이 아직까지 확실한 지향점을 정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기류도 있다. 전북 전주에서 회사를 다니는 김영우 씨(31)는 “공약을 보면 안 전 대표가 나은 것 같지만 주변에는 문 전 대표 지지자도 많이 보인다. 다들 누구를 택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천안함 폭침 7주년인 26일 북한은 또다시 대남 협박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25일(현지 시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입구에서 핵실험 준비용 차량 또는 트레일러로 보이는 4, 5대의 물체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 북, 우리 식의 선제적 특수작전 위협 북한은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경고에서 “미제와 괴뢰 군부 호전광들의 ‘특수작전’ 흉계가 명백해지고 위험천만한 ‘선제타격’ 기도가 드러난 이상 우리 식의 선제적 특수작전과 선제타격전으로 그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미 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미 특수부대를 연합 훈련에 참가시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 전쟁지휘부 제거 훈련을 실시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을 건드리면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보복하겠다는 경고”라며 ”북한이 그만큼 한미 연합군의 대북 참수작전을 두려워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미 군 당국은 ‘핵공격 명령’을 내리는 북 수뇌부의 타격 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실시된 한미 연합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는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잇달아 한국으로 날아와 김정은 등 지휘부가 숨은 지하 벙커를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 올해 초 주일미군에 배치된 F-35B가 한국에서 폭격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주한미군은 F-35B의 폭격 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군 당국자는 “앞으로 더 많은 첨단 전력을 투입해 대북 참수작전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한미, 북 화학무기 제거 작전 잇달아 실시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VX 암살 이후 한미 군 당국은 북 화학무기 도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 군 장병 400여 명은 21, 22일 경기 파주 인근 훈련장에서 유사시 사린 등 북한의 맹독성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훈련을 실시했다고 주한미군이 이날 밝혔다. 장병들이 여러 대의 헬기에 나눠 타고 북 화학무기의 제조·비축 시설을 급습해 내부 인력을 체포하고 화학무기를 탐지,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양국군은 지난달 중순에도 경기 포천 훈련장에서 같은 훈련을 했다. 북한은 개전 초 화학탄두를 실은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을 오염시켜 미 증원전력 투입을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서해 5도를 겨냥해 국지적 화학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일부 대선 주자들 뒤늦은 참배 한편 앞서 24일 거행된 제2회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불참했던 일부 대선 주자는 이날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희생 장병을 추모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박영선 의원멘토단장, 변재일, 김민기 의원 등과 함께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했다. 안 지사는 방명록에 “마흔여섯 분의 용사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숭고한 희생과 애국심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두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선 주자와 주요 정치인들은 24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경선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해 안보불감증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묘역을 참배하지 않고, 희생 장병과 유족을 위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길진균·주성하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판도를 좌우할 27일 호남 경선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남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압도적 표차로 2위를 앞서거나 반수 이상을 득표한다면 향후 경선을 주도하면서 당 대선 후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의 과반 획득을 저지하고, ‘의미 있는 2위’를 차지한다면 민주당 경선은 다시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 수 있다.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 등 세 후보는 26일 대전에서 열린 아홉 번째 합동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사 측의 이견으로 전날(25일) 열린 충북 토론회가 대전·충남 지역에 방영되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대전·충남 지역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한 차례 더 개최한 것이다. 안 지사는 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셀프 대세’ ‘안방 대세’인 것 같다”며 “불안한 대세론으로는 안 된다. 외연을 확보할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정권교체는 다 되는 것’이라 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긴장해야 한다. 필승 카드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호남대전을 앞두고 문 전 대표 측은 득표율 55%를,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35%를 1위 달성에 필요한 ‘매직 넘버’로 꼽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대구를 거쳐 대전, 광주까지 광폭 행보를 했다. 대구시의회에선 TK(대구 경북)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선 압승이 필요하다. 호남에서부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경쟁한 뒤 반문(반문재인) 진영에 섰던 김두관 의원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모두 35% 이상의 득표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위 자리를 두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누가 30%를 넘는 ‘의미 있는 2위’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이어질 순회경선에서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지사 측은 “안 지사가 35%를 넘게 되면 문 전 대표의 과반도 무너지는 것”이라며 “광주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충청 경선에서 승리해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허구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 고무돼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냐”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적폐청산이지”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과거 말고 미래와 희망을 담은 메시지는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있잖아. 담당 기자가 그것도 몰라? 적폐청산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어떻게 그리 뻔한 질문을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최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캠프를 출입하며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적폐청산’이다. 문 전 대표는 대연정 논란에 대해 “국론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적폐를 제대로 청산한 뒤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적폐청산’이라는 한마디면 모든 논란이 가라앉는, 마치 마법의 주문 같은 느낌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생경한 단어였던 ‘적폐청산’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60년간의 적폐청산 구상을 밝히면서다. ‘정치인의 표현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것이 여의도의 속설이지만 박 전 대통령이 썼던 표현이 문 전 대표의 시대정신으로 바뀐 것은 아이러니하다. 선거는 누가 시대의 바람을 정확하게 읽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다. 시대 상황에 맞는 이슈를 선점해 자기 것으로 만들면 이기고, 뒤만 쫓다 보면 맥없이 지게 된다. 성난 민심을 고려할 때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적폐청산”이라고 외치는 민주당 주자들의 선거 전략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대선을 46일 앞둔 지금까지 보수 진영은 ‘적폐청산’이라는 마법의 주문 앞에서 어떤 이슈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적폐청산은 중요하다. 정경유착, 비선에 의한 통치, 기득권층의 반칙 등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아쉬운 것은 적폐청산이라는 전투적인 단어 한마디에 국민통합,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정치 쇄신, 증세 등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굵직굵직한 이슈와 논쟁이 덮여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은 과거에 대한 평가이고,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고 한다. 대선은 국가를 이끌 시대정신을 내놓고 누가 더 많은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지를 겨루는 장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문제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동안 진보 좌파 진영은 “반대와 비판에만 익숙하다”는 혹평에 갇혀 살았다. 지금 민주당이 보다 높은 희망과 긍정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어떨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어디서나 ‘변화(Change)’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외쳤다.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믿음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언젠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마무리되면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을 것이다. 향후 5년의 시대를 읽고,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어젠다와 희망을 만드는 것이 대선 결과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길진균 정치부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