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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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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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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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케네디” 막판 좌절된 로버트 케네디 암살범 가석방[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암살한 범인의 가석방이 거부됐습니다. 최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케네디 전 의원 암살범인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민자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77)의 가석방 권고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범인 리 하비 오스월드가 이미 사망한 것과 달리 케네디 전 의원을 암살한 시르한은 생존해 캘리포니아 주 교도소에서 53년째 수감 중입니다. 1968년 42세 나이에 대선에 출마한 케네디 전 의원은 캘리포니아 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뒤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축하행사 현장에서 시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5년 후 비슷한 방식으로 동생이 암살됐다는 점,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2개월 후 터진 암살 사건이라는 점 등 때문에 케네디 전 의원 사망이 던진 충격파는 컸습니다. 1960년대 리버럴리즘(자유주의)을 상징하는 두 형제가 몇 년 간격으로 암살되면서 “카멜롯(태평성대) 시대의 종언” “케네디 가문의 저주” 등의 유행어가 생겨났습니다. 시르한은 체포된 뒤 법정 진술에서 “케네디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언론과의 옥중 인터뷰에서 “내 손에 총을 든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석방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청문회에서 “더 이상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시르한에 대한 가석방 권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16번째 심사 만에 처음 나온 권고 결정이었습니다. 앞선 심사 때마다 반대 의견을 냈던 캘리포니아 주 검찰도 지난해 8월 심사에서는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으면서 암묵적인 동의 의사를 표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가 일정 기간 형량을 마친 장기 수감자를 더 이상 감옥에 두지 않고 사회 복귀를 유도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가석방 허용 분위기에 불을 지폈습니다. 하지만 가석방 시도가 최종 문턱에서 주지사에 의해 좌절되자 시르한 변호인단은 크게 반발했고, 법조계와 언론에서는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역시 케네디”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이례적으로 9장에 걸친 보도자료를 통해 가석방 권고를 거부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왜 나는 시르한 시르한을 가석방하지 않기로 했나”라는 제목의 기고문도 게재했습니다. 시르한이 아직 자신의 범행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지금 출소하면 여전히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주지사는 “시르한은 과거 자신이 내렸던 위험하고 파괴적인 결정들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통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그는 아직 해야 할(뉘우칠)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는 “형제애를 나눈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상처를 봉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케네디 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을 끝맺었습니다. 주지사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케네디 전 의원이 생전에 추구했던 사법 정신에 비춰볼 때 이번 결정은 “지나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존 F 케네디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케네디 전 의원은 재소자 인권 향상과 사법당국의 과잉 형량을 줄이는 데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1963년 흉악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사용됐던 앨커트래즈 교도소 폐쇄 결정을 내린 것도 당시 법무장관이던 케네디 전 의원이었습니다. 시르한 변호팀은 “가석방 거부 결정을 내리면서 교정 개혁을 중시했던 로버트 케네디를 거론한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주지사의 이번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낙마 위기를 극복한 주지사가 케네디 가문의 영향력을 계산에 넣지 않고 이번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시르한 변호팀 역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9월 소환투표에 회부됐던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의 지지를 발판으로 주지사직 사수에 성공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캘리포니아를 찾아 주지사 지지 운동을 벌였습니다. 케네디 가문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섬 주지사는 평소 케네디 전 의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습니다.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케네디 전 의원과 캘리포니아 주 고등법원 판사를 지낸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케네디 가문은 시르한 가석방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방위적으로 반대 로비를 펼쳐왔습니다. 케네디 전 의원의 부인인 올해 94세의 에델 여사와 자녀 6명은 가석방 권고 결정이 나오자마자 뉴섬 주지사에게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막내딸인 로리 케네디 영화감독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시르한은 가석방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장남인 조 케네디 2세 전 하원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자녀들은 아빠를 그리워하며 자랐다”면서 “그 어떤 서류도, 법적인 결정도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셋째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변호사와 열째인 더글러스 케네디 폭스뉴스 기자는 가해자를 용서한다며 가석방을 허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케네디 전 의원은 에델 여사와의 사이에 11명의 자녀를 낳았고, 이중 2명이 사망했습니다. ‘케네디’라는 이름은 미국인들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유발합니다. 동경의 대상인 반면 자주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그동안 사회적 윤리와 법적 테두리를 넘는 각종 스캔들을 일으켜 비판의 대상이 됐다면 이번 시르한 가석방 거부 결정은 케네디 가문을 모처럼 피해자의 앵글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감옥에서 노인으로 변한 시르한이 지금 가석방된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위협이 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지만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는 힘든 단어임에 분명합니다. 2023년에 있을 다음 가석방 심사 때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주목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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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희망을 가져. 내일 일은 아무도 몰라”

    미국에서 사람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했습니다. 이번 수술에 대해 “breakthrough(돌파구)” “watershed(분수령)” “incredible achievement(믿기 힘든 업적)” 등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수술을 성공시킨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술에 얽힌 뒷얘기를 공개했습니다. △“Well, will I oink?” 수술 전 의료진은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받겠느냐”고 물은 뒤 반응을 살폈다고 합니다. 돼지 심장 이식은 첫 시도이고, 돼지의 의료적 사용이 주는 이미지가 좋지 않아 환자가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대답은 “음, (수술을 받게 되면) 내가 꿀꿀 소리를 내게 되는 건가요?”였다고 합니다. 환자는 이런 농담으로 수술대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죠. 동물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는 한국어와 영어에서 크게 다릅니다. 돼지의 ‘꿀꿀’ 소리는 영어로 ‘오잉크(oink)’라고 합니다. 개의 ‘멍멍’은 ‘우프(woof)’라고 하죠. △“The organ transplant list will probably increase by orders of magnitude.” 이번 수술에는 재생의료기업 리비비코어에서 사육한 유전자 교정 돼지가 사용됐습니다. 이 회사 연구팀은 “(수술 성공으로) 장기 이식 희망자 명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기뻐했습니다. ‘크기의 순서’로 번역되는 ‘order of magnitude’는 원래 수학적 개념으로 ‘10배 비율의 자릿수’를 뜻합니다. 경제 관련 기사에 ‘increase by two orders of magnitude’라고 나오면 ‘10배 비율의 자릿수 두 개, 즉 100배 증가’를 의미하죠. 일반적인 대화에서 “order of magnitude”라고 하면 복잡하게 수학적으로 따질 것 없이 “크게, 많이”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됩니다. △“We are thrilled, but we don′t know what tomorrow will bring us.” 이번 수술을 이끈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흥분된다(기쁘다), 하지만 내일이 무엇을 가져다줄지 우리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수술의 완전한 성공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겠죠. ‘미래의 불확실성’을 영어로는 ‘내일이 가져다주는 것(what tomorrow brings)’이라고 합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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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의사당 청소’ 앤디 김 의원이 보는 난입 사태 1년…“지금은 치유할 때”[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최근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6일 벌어진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기억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사당 현장을 찾아 “민주주의의 목전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하원의 ‘1·6 조사 특별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 50여명의 증언을 듣기 위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대부분의 측근들은 증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특위의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당시 체포된 700여명의 시위 가담자 가운데 현재까지 70~80명이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새삼 주목받는 인물이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40)입니다. 뉴저지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의 김 의원은 시위가 벌어진 다음날 이른 새벽 의사당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잔해들을 청소해 감동의 물결을 일으킨 주인공입니다. 경비대원들과 함께 빈 물병과 박스 등을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는 김 의원의 모습을 당시 우연하게 현장에 있던 AP통신 기자가 카메라에 담으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의사당 난입 사태가 낳은 스타인 김 의원은 ‘그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최근 두 가지 활동상을 공개했습니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모습입니다. 김 의원은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시위대 비판 대열에 참가했던 친(親)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의 발언 내용을 찾아서 1주년 당일인 지난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더 이상 질문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 당신이 책임지시오”라고 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내 정치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라며 “오늘 나는 최악의 미국을 봤다”고 한탄했습니다. 트럼프 절친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다”고 했습니다. 이밖에 정치인 30여명의 트럼프 비판 발언이 김 의원 트위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의 발언을 모두 공개한 뒤 김 의원은 한마디의 글을 올렸습니다. “공화당 리더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기 전”이라는 한 줄입니다. 김 의원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치인들의 1년 전 발언을 추적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당시 트럼프 비판에 앞장섰던 이들의 대부분은 다시 트럼프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당시 폭력 사태를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6 조사 특위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난입 사태 1주년 기념 연설을 가리켜 “이 얼마나 당시 상황을 뻔뻔하게 정치화하는 것이냐”며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김 의원의 두 번째 1주년 기억법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입니다. 그는 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사당 벽에 걸린 명판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렸습니다. ‘로툰다’로 불리는 의사당 1층 원형홀의 한쪽 벽면에 걸린 명판입니다. 의사당을 찾는 수많은 외부 방문객들은 이 명판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기자 역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의사당에 자주 출입했지만 한번도 명판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본 적이 없습니다. 황금색 명판에는 ‘이 아래쪽에 1793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놓은 미합중국 의사당의 주춧돌이 놓여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명판은 1893년 의사당 착공 100주년을 맞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등 3부 요인이 설치한 것입니다. 김 의원은 명판 사진과 함께 “의사당 쓰레기를 치우던 날 이 명판을 봤다”는 글을 올렸습니다.김 의원은 6일 보도된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명판에 대한 뒷얘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바닥만 보며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의사당 벽에 걸려있는 명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이 건물의 역사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NBC 인터뷰에서 의사당에 얽힌 어머니와의 추억도 소개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민 온 뒤 어린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처음 워싱턴 관광길에 오른 어머니는 의사당 계단을 밟으면서 “우리도 당당하게 이곳을 걸을 수 있다”고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는 삶이 1년 전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대에 의해 부서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경비대원들에게 ‘나에게도 비닐봉지를 달라’고 해서 같이 치우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김 의원은 “명판을 보며 ‘치유(healing)’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명판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마음속에는 극렬 시위대에 대한 분노, 의사당이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한 허탈감 등이 더 컸던 듯 합니다. 하지만 명판을 보며 “이 건물을 세우고 지키는 일에 수많은 세대의 노력이 거쳐 갔고 앞으로도 많은 세대가 그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1년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내전 상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인 11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의사당 난입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는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92%에 달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27%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정당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양쪽 진영 사이에 메우기 힘든 격차가 존재합니다. 치유와 용서가 목적 지점인 것은 확실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너무 험난해 보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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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식품부, 내년 영농정착 지원대상 2000명으로 확대

    “귀농 초기 변변한 소득이 없어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이때 받은 지원금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웠습니다.”(A 씨) “지원금 덕분에 농외소득 활동을 줄이고 본업인 농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B 씨)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된 농부들은 지원금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도 다르고, 지원금을 받아 사용한 용도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 신청 시즌이 돌아왔다. 27일 접수가 시작돼 내년 1월 28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이 사업은 창업자금, 기술 경영 교육과 컨설팅, 농지은행 매입비축 농지 임대 및 농지 매매를 연계 지원해 건실한 경영체로 성장을 유도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특히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 후계농에게 최장 3년간 월 최대 100만 원의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현금 성격의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은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2022년도 사업의 특징은 선발 인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전년에 비해 200명 늘어난 20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8년 사업 시작 후 2020년까지 3년 동안 연 1600명씩 선발했고, 2021년 1800명으로 늘었고 이번에 2000명으로 추가 확대됐다. 본보 등을 통해 우수사례가 집중적으로 소개되면서 관심을 갖는 농부들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총사업비로는 556억9100만 원(국비 388억9100만 원, 지방비 169억9200만 원)이 투입된다. 지원금액은 1년 차 월 100만 원, 2년 차 월 90만 원, 3 년차 월 80만 원이 지급된다. 농가 경영비와 일반 가계자금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유흥, 사치품 구매, 일반 가계자금의 범위를 넘어선 과소비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지급 방법은 ‘농협 청년농업희망카드’를 발급하여 바우처 방식으로 금액이 지급된다. 현금 인출이나 계좌이체는 불가능하며 신용·체크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신청 자격은 만 18세 이상부터 만 40세 미만. 2022년도 사업의 경우 신청 가능 연령은 1982년 1월 1일부터 2004년 12월 31일까지의 출생자다. 영농 경력이 독립경영 3년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신청에 관련된 정보는 웹사이트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 또는 1670-0255로 전화하면 된다. 서류(신청서, 영농계획서 및 증빙서류) 신청은 Agrix 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 경쟁률은 2∼3 대 1에서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며 “이번 신청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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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수확-가공-체험… 토마토 캐릭터-굿즈… 창농 아이디어 활짝

    《청년농부들은 오늘도 꿈을 개척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땀이 결실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다. 최근 마무리된 ‘2021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우수사례 수기공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례 두 명을 소개한다.》화분 패키지-밀키트 등 분야 다양… “사업가치 극대화”군산 ‘딸기로움’ 농장 강정구 대표 각광받는 석유화학회사 근무, 연봉 7000만 원 이상, 주임에서 주무로 순조롭게 진급, 2, 3년 후 팀장이 될 수 있다는 비전. 지난해 전북 군산에서 ‘딸기로움’이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강정구 대표(39)가 좋은 조건의 회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농사에 뛰어들었을 때 양가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말 그대로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말렸다. 강 대표는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농장에 데리고 와서 직접 흙을 만져가며 딸기 모종과 작물을 보여줬다”며 “미래가 불안정한 회사원보다 농부라는 경영주가 훨씬 장래성이 있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습과 경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다면 창농에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판단하에 군산시 스마트팜 임차인 모집 공고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0평 3년 임대 자격을 얻었다. 강 대표는 ‘아이디어 공장’이다.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딸기 생과 판매 외에 동결건조 딸기, 딸기농장 수확체험, 딸기 화분 패키지 판매, 딸기 잎차 가공 등을 이미 사업화했거나 출시 계획을 갖고 있다. 딸기 찹쌀떡 밀키트 제작까지 착수했다. 다양한 사업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올해 선정된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 사업이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창농 초기이다 보니 소득이 불안정했습니다. 매달 고정수입이 생기니 다양한 시도를 할 여유가 생긴 것이죠.” 스마트팜 임대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자가 경영에 도전하기 위해 이미 1500평 토지를 구입했고, 현재 설계도가 완성 단계다. 토지구매 대금을 마련하고 취득세를 납부할 때도 영농정착 지원사업이 도움이 됐다. 강 대표의 ‘딸기로움’은 다양한 소득원 덕분에 올해 6700만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2년 차 농부로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라며 웃었다. 그는 “농부가 흙을 만지는 것에 만족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농업을 창업으로 접근해 비즈니스 가치를 최대한 높여볼 생각입니다.”볼펜-컵-엽서 등 굿즈 개발 … “농업과 문화를 결합”진주 ‘힙토’ 농장 박지현 대표 10월 경남 진주의 한 문화공간에서 ‘힙토 농업문화전시회’가 열렸다. ‘농업과 문화를 더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는 토마토를 주제로 한 11점의 포스터와 허수아비, 끌개 등 농기구들이 전시됐다. 직접 대추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어보는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이 행사를 기획한 주인공은 이 지역에서 ‘힙토’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여성 농부 박지현 대표((27)다. “도시인들에게 ‘농업으로 오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부는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도 하고, 기획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도시와 농촌 간의 문화적 괴리감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20년 귀농해 ‘힙토’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취업을 걱정하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것. ‘힙토’는 ‘세련된’이라는 의미의 ‘힙(Hip)’과 ‘토마토’의 합성어이다. 전시회 개최뿐 아니라 토마토를 형상화한 캐릭터와 굿즈(상품) 제작 사업도 벌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유료 판매되는 ‘힙토’ 굿즈는 휴대전화 거치대, 에어팟 케이스, 키링, 라이터, 볼펜, 컵, 엽서 등이 있다. 본업인 농사를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낮에는 5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온라인, 도매상 등을 통해 판로를 개척합니다. 저녁에는 캐릭터 굿즈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합니다.” 지난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된 그녀는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라며 “매달 받는 지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힙토’를 통한 저의 꿈은 젊은 농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농업에 문화를 더해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청년 농업인이 많아진다면 농사도 언젠가는 힙한 업종이 되겠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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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연말 파티가 사라졌다…‘오픈 하우스’ 행사로 대체[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파티’에 진심인 미국인들. 파티가 삶의 일부분입니다. 어떤 파티에 초대되느냐로 자신의 사회적 인기를 가늠하고, 주말 파티를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자 챙겨야하는 가족, 친구, 회사 단위의 파티 외에 세인트패트릭스 데이(초록색 옷을 입는 그리스도교 명절·3월) 부활절(4월), 독립기념일(7월), 할러윈(10월), 추수감사절(11월), 하누카(유대교 명절·12월) 등 철마다 파티 명절들도 수두룩합니다. 파티 캘린더의 정점을 찍는 것이 크리스마스에서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지금 같은 때입니다. 최근 백악관의 연말 파티 시즌이 마무리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올해 백악관의 연말 파티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덜 흥겨운(less merry)’이라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팬데믹’ 때문입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경험에 비춰보면 백악관은 낮과 밤이 다른 곳입니다. 낮에는 넥타이 차림의 관리들이 서류를 끼고 총총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삭막한 사무실이지만 밤이 되면 흥겨운 음악에 각종 뷔페 테이블이 펼쳐지고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파티 호스트인 대통령 부부는 손님들 사이를 옮겨 다니며 대화를 주도하고, 손님들은 대통령과 한 컷 사진을 찍으려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입니다. 백악관은 이런 행사들을 “파티”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볼(Ball)” “갈라(Gala)” “리셉션” 등으로 부릅니다. 매년 12월 백악관은 50여개의 각종 볼, 갈라 등이 개최합니다. 바쁠 때는 하루에 2개씩 파티가 열리는 날도 있습니다. 올해는 이런 파티가 “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 CNN의 분석입니다. 통상적으로 백악관의 12월 파티에 초대되는 인사들은 1000명이 넘습니다. 올해는 100명 정도라고 합니다. 백악관 파티의 총책임자는 전통적으로 퍼스트레이디입니다. 파티 수와 인원 감소는 질 바이든 여사가 내린 결정입니다. 올해는 파티의 형태도 바뀌었습니다. 음식 대접? 없었습니다. 주류 제공? 없었습니다. 대통령 부부 참석? 없었습니다. 파티 시간? 통상 2시간에서 올해는 30분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참석 전 48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는 필수. 참석자들 간의 거리두기 규칙도 지켜졌습니다. 전 사키 대변인도 변한 파티 분위기가 미안했던지 “올해는 ‘오픈 하우스’ 스타일이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분양 아파트 오픈하우스처럼 미국의 오픈 하우스 행사는 한번 쭉 둘러보는 ‘집들이’ 성격이 강합니다. 참석자들은 백악관의 각종 룸들을 투어하며 질 여사를 비롯한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몇 달 동안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연말 장식들을 구경한 뒤 퇴장했습니다. 미국 파티 특유의 ‘밍글(mingle·삼삼오오 어울리는)’ 문화가 사라졌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는 5개의 백악관 파티가 있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1962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부부가 당시 각각 5세, 2세였던 자녀 캐롤라인과 존 F 케네디 주니어를 위해 마련한 생일 파티입니다. 당시까지는 주로 정치외교 행사 성격의 점잖은 파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반해 케네디 대통령이 ‘퍼스트 패밀리’라는 가족 컨셉을 강조한 파티를 처음 열어 화제가 됐습니다. 캐롤라인과 존-존(존 F 케네디 주니어의 애칭)의 친구 30명이 초대됐습니다. 백악관 곳곳이 풍선으로 장식되고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여사가 직접 꼬마 손님들의 손을 잡고 입장했습니다. 해군 군악대 밴드도 동원됐습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맏딸 패트리샤의 야외 결혼식을 열었습니다. 하객 400여명이 초대된 행사에 닉슨 대통령은 딸을 손을 잡고 입장했습니다. 식후 리셉션은 실내 이스트룸으로 옮겨 진행됐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딸의 손을 잡고 춤을 췄습니다. 1975년 백악관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딸 수전의 ‘프롬(고교 졸업반 파티)’의 무대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백악관 프롬’입니다. “백악관에서 국민 돈으로 프롬까지 열어주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수전을 비롯한 메릴랜드의 홀튼 여고 학생 75명이 당시 액수로 총1300달러(154만원 정도)에 달하는 행사 비용을 지불했고 백악관은 장소만 제공했습니다. 각자 파트너를 데리고 온 학생들은 미트볼로 식사를 하고 출장 록밴드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인근 포토맥 강에 나가 요트도 탔습니다. 파티 하면 역시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일이 제격이죠. 할리우드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2개의 유명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1981년 퍼스트레이디 낸시 여사는 레이건 대통령의 70세 생일을 맞아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이미 파티 개최를 알고 있던 레이건 대통령이 “서프라이즈”라는 환호성에 애써 놀란 척 하는 연기를 한 것이 우스웠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가수 겸 배우이자 레이건 대통령의 친구인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초대됐습니다. 또다른 레이건 파티는 1985년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미국 방문에 맞춰 국빈 만찬을 열었던 것입니다. 당시 결혼 4년째인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미국에서도 상당한 셀러브리티였기 때문에 그녀의 일거수일수족은 큰 화제였습니다. 배우 존 트라볼타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의 다이애나비의 손을 잡고 춤은 춘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백악관 파티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은 꿈의 이벤트입니다. 한번이라도 참석해본 사람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파티의 흔적’을 남기며 자랑하기 바쁩니다. 미국인들은 내년에는 백악관 파티가 제대로 열리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야 화려한 파티 드레스를 구경하는 재미라도 있을 테니 말이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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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윗 캐롤라인, 우리에게 오다”…케네디 대사 지명에 호주 ‘환호성’[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얼마 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 미국대사(64)가 주호주 대사로 지명됐다는 소식에 호주 소셜미디어는 하루 종일 환영 메시지로 와글와글했습니다. 호주의 대표 신문인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캐롤라인 케네디는 이상적인(ideal) 대사”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조 하키 전 주미 호주대사는 “호주에 대한 미국의 찬사(compliment)”라고 했습니다. 호주의 유력 매체 브리즈번타임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대사 임명이 늦어지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요한 나라에 자신이 신뢰하는 인물을 보낸다는 것”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름 하나로 아이콘이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캐롤라인 케네디가 그런 사람입니다. 케네디의 후광이 캐롤라인이라는 이름에 녹아있습니다. 대사 지명을 계기로 호주 인기팝송 차트에 소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닐 다이아몬드의 1969년 노래 ‘스윗 캐롤라인’은 후렴구가 이렇게 시작됩니다. “사랑스런 캐롤라인, 옛날에는 좋더라도 이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았고, 내게는 이렇게 멋진 날들이 절대 없을 거라고 믿었어요.” 이 곡에 얽힌 뒷얘기를 하자면 주인공이 캐롤라인 케네디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다가 2007년 다이아몬드가 방송 인터뷰에서 “말을 타고 있는 어린 캐롤라인의 잡지 표지 사진을 보고 노래를 지었다”고 밝히면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캐롤라인 케네디의 50세 생일 축하 파티에서 이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사 내용에 함축된 성적(性的) 메시지 때문에 논란이 일자 2014년 다이아몬드는 “사실 아내인 마샤를 모델로 한 노래이며, 멜로디 상으로 세 개의 음절이 필요해 ‘캐-롤-라인’으로 했다”고 정정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스윗 캐롤라인’ 속 캐롤라인의 정체는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일한 직계 가족인 캐롤라인 케네디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과 관심입니다. 지난해 대선 캠페인 초반에 저조한 인기로 고민하던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캐롤라인 케네디의 지지를 얻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았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당시 보잉사 이사로 있던 그녀의 지지 성명을 얻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고, 캐롤라인 케네디는 보스턴글로브 기고(2020년 2월)를 통해 공식 지지를 밝혔습니다, “그(바이든 후보)는 미국의 낙관주의와 관대함을 대변한다. 그는 언제나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할 것이며,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그는 상대국에게 고언을 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고언은 사적인 채널을 통해 기술적으로, 그리고 상대에 존경심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 기고는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케네디 전 대통령 시대의 글로벌 리더십의 비전이 고스란히 배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판에 박힌 정치인 지지 성명이 아니라 자신보다 15세나 많은 정치 대선배인 바이든 후보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언어들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캐롤라인 케네디의 바이든 지지에 열 받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그녀의 주일 미국대사 경력을 깎아내리며 “일본은 케네디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조롱했습니다.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외교 경력이 없는 그녀를 주일대사로 임명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캐롤라인 케네디를 가리켜 “일본 전문가도 아니요, 국제문제 전문가도 아니다. 외교관 경력은 물론 공직을 가져본 경험조차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그녀가 주일대사에서 물러났을 때 평가는 크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하와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동서문화센터는 “양국 외교 관계를 밀착시키고 일본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녀의 이임을 아쉬워하며 ‘대사관의 영역을 벗어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대사’라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캐롤라인 케네디는 대사 경력은 짧지만 미국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자산입니다. 흔히 외교가에서는 “대통령과 직통전화 라인(direct line)을 가진 대사”라고 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롤라인 케네디 대사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최고 결정권을 가진 것으로 간주됩니다. 주일대사 시절부터 그녀를 알고 지내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른 나라들은 대사가 ‘노(No)’라고 해도 그 윗선(대통령)을 설득하면 ‘예스(Yes)’로 바뀔 수 있는데 반해 캐롤라인 케네디가 ‘노’라고 하면 진짜 ‘노’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막강한 발언권으로 2016년 오바마 전 대통령을 설득해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평화공원 방문을 성사시켰습니다. 전문가들은 캐롤라인 케네디의 강점에 대해 케네디이기 때문에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긍정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함이라고 분석합니다. 다른 케네디 후손들이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과 달리 모범적인 사생활을 유지해왔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힙니다. 캐롤라인 케네디 다음으로 유명한 케네디가 후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변호사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반대 운동가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다가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됐습니다. 한국은 캐롤라인 케네디라는 ‘대어(大魚)’를 낚은 호주를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이웃국가 일본 중국에는 이미 미국대사가 지명된 것과는 달리 주한 미대사는 11개월째 공석입니다. NBC방송은 미 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인들이 아직 주한 미대사가 임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례를 볼 때 한국에는 캐롤라인 케네디 같은 셀러브리티급 미대사가 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스타 정치인이든, 실무형 외교관이든 미 대사가 없다는 것은 임기 말 외교 과제가 산적한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 외교가에서 나오는 말대로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면 한국 외교당국은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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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탈이야”[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얼마 전 미국의 존경받는 정치인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별세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정계에 진출해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그의 별세 소식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et’s be honest. Bob Dole was always honest sometimes to a fault.”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20여 분에 걸쳐 매우 긴 추모사를 낭독했습니다. 함께 의회를 누비며 우정을 쌓아온 오랜 정치 지기의 별세 소식에 침통한 모습이었습니다. 추모사 중에서 조문객들의 웃음을 자아낸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 솔직히 말하자. 밥 돌은 언제나 솔직한 사람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사람의 좋은 성격을 나타내는 형용사 뒤에 붙은 ‘to a fault’는 ‘결점이 될 때까지’, 즉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돌 전 의원의 솔직함에 대해 흉을 보려는 의도가 아니라 매우 고결한 성품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죠. △“Speak straight, even when it gets you in trouble.”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공식 추모식에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참석했습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출연했던 그는 과거 돌 전 의원이 이끌었던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건립 운동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는 추모사에서 돌 전 의원이 들려준 삶의 교훈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바르게 말하라, 그것이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지라도”라는 교훈이었다고 합니다. ‘get into trouble’은 ‘곤경이나 위험에 부딪히다’는 뜻입니다. △“We cannot let political differences stand in the way of that common good.” 돌 전 의원은 별세 2주일 전쯤 언론에 기고문을 남겼습니다. 그는 힘겹게 종이에 한 글자씩 쓰며 1개월 이상 걸려 기고문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에 게재된 기고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정치적 견해 차이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 ‘stand in the way’는 ‘길 가운데 서 있다’, 즉 ‘진로를 가로막다’는 뜻입니다. 분열의 정치를 염려하며 “타협(compromise)은 결코 더러운 단어가 아니다”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노(老)정객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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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식품부, 수입 농산물 유통이력 관리 일원화

    수입 농산물의 불법 유통 및 원산지 둔갑 차단 등 효율적인 유통 관리를 위해 내년 1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유통이력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통관부터 유통 단계에 해당하는 유통이력 업무는 관세청이 담당하고, 유통부터 소비 단계인 원산지 표시·단속 업무는 농식품부가 담당했던 것을 내년부터 통관부터 소비까지 농식품부가 일원화해서 관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고 의무자인 수입자 및 유통업자는 수입 농산물의 유통신고(수입 농산물 유통관리 시스템)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해야 한다. 2009년부터 관세청은 통관 후 소매 단계까지 사회 안전 또는 국민 보건을 해칠 우려가 현저한 수입 농산물을 지정해 유통이력을 관리해오고 있다. 현재 김치, 콩 등 14개 수입 농산물이 대상 품목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1995년부터 수입 농산물의 유통(도소매업체) 및 소비(음식점 등)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를 관리·단속 중이다. 원산지 표시 대상 업체는 156만4000개이며 대상 품목은 농산물·가공품 651개, 음식점 9개다. 이 같은 이원화 시스템으로 원산지 단속이 이뤄지면서 신속한 유통이력 정보의 활용에 한계가 있고, 유통이력 신고와 원산지 표시 대상 업체가 대부분 중복된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돼 왔다. 관세청도 지정 품목 확대와 수입물 증가에 따라 관리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8년 농식품부와 유통이력관리제 이관 논의를 시작해 2019년 6월 합의에 도달했다. 내년부터 일괄적으로 관리를 맡게 된 농식품부는 소비자 관심이 높거나 부정 유통이 많은 품목으로 유통이력 관리 대상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김치 고추 콩 양파 등 14개인 대상 품목을 2023년 20개, 2025년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유통이력 관리 품목 확대와 함께 수입 농산물 부정 유통 예방을 위한 수입 농산물 유통이력 시스템도 구축된다. 수입자 및 일련번호로 이뤄진 현행 관리체계를 품목 연도 국가 및 일련번호로 보강해 ‘유통이력관리번호’만으로도 품목 원산지 등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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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 밑천 딸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심야토크쇼 출연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평소에 직접 요리를 하십니까?”(진행자 지미 팰런)“아니요. 질(와이프)이 합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요즘 지지율이 낮은 것에 신경이 쓰이십니까?”(팰런)“(난처한 듯 얼굴을 긁적이며) 더 이상 신경 안 써요.”(바이든)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TV 심야토크쇼 ‘더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했습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심야토크쇼에 나온 것입니다. 최근 대통령의 대형 말실수 사건이 몇 건 있었던지라 재치 있는 입담이 중요한 심야토크쇼 출연이 적절한가를 두고 출연 전부터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번 출연은 처음부터 생생한 현장감은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초대 손님인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방송 스튜디오에 출연해 팰런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백악관에서 화상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5분 정도 진행된 인터뷰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인 한계에서 진행된 심야토크쇼 출연은 우려했던 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제에서 벗어나기, 용두사미식 결론, 과거 이야기에 초점 맞추기, 산만한 대화 분위기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본인도 이를 의식했는지 팰런과의 대화 중에 “긴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결론은” 등의 표현을 자주 쓰며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팰런이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대통령이 말할 때마다 너무 크게 웃는 리액션을 보인 것이 부자연스러웠다는 평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와 정치 풍토가 다른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심야토크쇼에 종종 출연합니다. 심야토크쇼에서 초대 손님과 진행자 간의 대화는 전반부 농담과 후반부 본론으로 구성됩니다. 전반부에서 개그성 대화로 관심을 끈 뒤 후반부에서 출연한 진짜 이유를 설명합니다. 연예인 초대 손님의 경우에는 신작 영화나 노래 소개가 후반부 본론에 해당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됐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달라진 일상 생활에 대한 소소한 잡담으로 시작해 인플레이션, 기후 변화, 선거법 개정, 코로나19 대응 등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심야토크쇼 출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 전반부 개그성 대화에서 재미있는 농담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비교적 대화를 잘 이끌어갔지만 이런 정책 설명이야 굳이 심야토크쇼가 아니더라도 기자회견이나 다른 연설 무대에서 하는 것이 더 빛이 났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성공적인 대통령의 심야토크쇼 출연 사례가 7개 정도 있습니다. 첫 사례는 1960년 ‘더 투나잇쇼 스타링 잭 파’에 출연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으로 시작합니다. 케네디는 심야토크쇼에 처음 출연한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뛰어난 개그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미국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대문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명언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후부터 대통령의 토크쇼 출연은 ‘장기 자랑’으로 흘러갑니다. 1963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15명의 바이올린 반주에 맞춰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선보였습니다. 1992년 ‘아세니오 홀 쇼’에 출연한 빌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곡을 색소폰으로 연주했습니다. 1994년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정치풍자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에 출연해 자신을 흉내 내는 코미디언을 향해 “전혀 나와 닮지 않았다”며 떼를 쓰는 코미디를 선보였습니다. 2000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선 후보는 ‘더 레이트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에 출연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이렇게 바꾸겠다’ 톱 텐(Top 10)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목록은 ‘러시모어 조각상에 어머니(바버라 부시 여사) 얼굴 새겨 넣기’ ‘동생(젭 부시 플로리다 전 주지사)을 백악관 세차 요원으로 고용하기’ 등 재미있는 내용으로 꾸며졌죠. 2016년 ‘더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대머리 의혹 해소를 위해 진행자 팰런에게 자신의 머리가 가발이 아니라며 직접 만져보라고 했습니다. 2016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랩송으로 만들어 노래했습니다. 심야토크쇼에 출연하는 미국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체면과 격식은 버리고 철저히 오락에 주력합니다.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심야토크쇼는 시청자가 하루의 짐을 벗어버리고 편안하게 즐긴다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머 코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심야토크쇼 출연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과거 심야토크쇼에 출연해 히트를 쳤던 적이 있습니다. 2016년 부통령 시절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입니다. 당시 그는 방송 스튜디오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두 가지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파격적인 장면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힐러리 클린턴-트럼프 대선후보 TV 토론을 평가해달라는 팰런의 요청에 난데없이 삼위일체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하더니 “세상에나, 그렇게 지식이 딸리는 사람(트럼프)은 처음 봤다”는 농담으로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출마 부담감이 없는 임기 말 부통령 자격으로 출연했던 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릅니다. 하지만 이번 심야토크쇼 출연으로 최대 목적이었던 지지율 만회는 힘들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옵니다. 그나마 대형사고 급 말실수가 없었던 것을 최대 성과로 꼽아야 할 듯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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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도산 참기름-들기름 7년만에 매출 2배 껑충

    “엄마처럼 살기 싫었어요.” 전남 진도에 사는 곽그루 씨(31)는 농부라는 직업을 고된 일이라 생각하고 멀리하려 했다. 하지만 농사에서 즐거움을 찾는 어머니의 변한 모습을 보며 자신도 농사에 투신한 지 7년째가 됐다. 곽 씨는 최근 동아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후원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농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개최한 ‘2021년 뉴스타 청년농부 공모전’에서 선발된 10인 중 두 번째 청년농부다(첫 번째 사례 11월 11일자 D2면 참조). 곽 씨의 대표 상품은 청정지역 진도산 해참깨와 햇들깨로 만든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그의 롤모델인 어머니는 연고도 없는 진도에 들어와 농사를 지으며 수십 년을 살다가 어느 날 인터넷 미니홈피에 농사일지를 올리면서 인생의 반전을 맞았다. 홈피 방문자들이 응원자가 되고 고객이 되면서 보람차게 변한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곽 씨는 대학 졸업 후 고향 진도로 돌아와 모전여전(母傳女傳) 농부의 길을 택했다. 곽 씨가 가족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은 참깨와 들깨는 신선한 품질 관리를 위해 단 1회의 착유 과정을 거친다, 참깨는 고온에서 빠르게 태우지 않고 저온에서 은은하게 볶아 부드러운 풍미와 향을 높였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다 보니 많은 양을 생산하기 힘들다. 착유한 찌꺼기(깻묵)는 천연 퇴비와 액비로 사용해 다른 농산물을 재배한다. 생들기름은 깨끗하게 세척한 들깨를 사용해 자연 건조해 저온에서 압착한다. 이 제품을 이용해 ‘생들기름 수제 마요네즈 샐러드 체험’을 농장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은 지 7년 만에 제품 매출이 200% 높아졌다”는 곽 씨는 “5년, 10년 뒤 더욱 성장해 있을 나의 모습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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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 6개국에 심은 K농업 활짝

    한국 농산물이 좋은 품질로 해외에서 각광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한국의 농업 ‘기술’이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에 근무하는 추디엠항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밀려드는 농업 생산성·비용·품질 관련 정보를 관리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62개 행정구역의 정보를 취합하려면 각 지역에 2명씩 있는 통계담당자가 손으로 작성한 내용을 전화나 팩스로 전달받아야 했다”며 “자료 정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수도 반복됐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문제는 2016년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와 머리를 맞대면서 해결됐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국가농식품정보시스템(NAIS)’을 지원하자 쌀 생산·유통을 아우르는 농업통계 정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베트남은 NAIS 시스템 가동으로 40여 개 품목의 생산·재고·유통·수출입 정보를 현장에서 모바일로 입력하면 중앙시스템에 데이터가 곧바로 축적된다. NAIS 구축 이후 2020년 초에 쌀 재고량 급감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쌀 수출을 일시 제한하면서 쌀 부족 위기 상황을 사전에 대처할 수 있었다. 추디엠항 씨는 “NAIS 시스템의 대국민 개방으로 농업인과 유통업자들이 농산물 가격·유통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지며 국민의 정보 격차가 해소되는 성과까지 얻었다”며 기뻐했다. 한국은 국제농업협력 사업인 ‘아세안 +3 식량안보정보시스템(AFSIS) 협력사업’으로 2014년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 NAIS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2026년까지 △시스템 구축 △시스템 고도화 △생산예측 시범사업 등 3단계로 이어지는 NAIS 구축 및 실무자 교육이 진행 중이다. 한국으로부터 NAIS 시스템을 지원 받는 6개국은 모두 농업 중심 국가들이다. 2016년부터 NAIS를 구축한 베트남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통계 행정 전산화를 필두로 서버, PC, 태블릿 등의 기자재를 제공 받았고, 수작업에 익숙한 전국의 통계담당자 117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시스템 활용 기술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이 덕분에 베트남의 NAIS 정보 등록 건수는 2019년 1664건에서 2020년 3974건으로 1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NAIS 시스템 방문자 수는 250%(2019년 396명, 2020년 1384명) 늘었다. 아세안 6개국 전체로 보면 NAIS 정보 등록 건수와 방문자 수는 각각 214%, 2116% 증가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낳았다. 이런 성과를 낳은 한국의 AFSIS 협력사업은 9월 국내 농업 분야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혁신사례로 선정됐다. 한국 농식품부 관계자는 “팬데믹,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식량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시점에 K농업이 NAIS 시스템 구축 지원을 통해 개도국들에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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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렛츠 고 브랜든” 올해 美 최고 유행어 등극 조짐[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동아일보 지면에 영어 배우기 칼럼을 연재하는 관계로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콩글리시가 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힘내라”는 의미의 “파이팅”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끼리 쓸 때는 괜찮지만 미국인을 만나거나 미국에 갈 때를 대비해 정확한 영어 단어를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에 가서“파이팅!” “화이팅! 이라고 외치면 현지인들이 대충 의미는 파악하지만 약간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봅니다. 그럴 때 영어로는 ”Go(고우)!“ 또는 ”Let‘s go(렛츠 고)!“라고 하면 됩니다. 특히 ”렛츠 고“는 단순히 ”갑시다“가 아니라 ”전진하자“ ”적을 눌러버리자“는 의미의 응원 구호로 많이 쓰입니다. ”렛츠 고“가 요즘 미국에서 화제입니다. 뒤에 사람 이름 ’브랜든(Brandon)‘을 붙여 ”렛츠 고 브랜든“이라는 제목의 노래도 있고, 인터넷 밈(짤막 동영상)도 많습니다.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도 다뤄졌을 정도입니다. 최근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로 가는 사우스웨스트 항공기 승객들은 웃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기장이 이륙 직후 기내 안내방송을 하면서 ”렛츠 고 브랜든“이라는 말로 마무리했기 때문입니다. 승객들은 시간과 장소에 적절치 않은 기장의 ’갑툭튀‘ 발언에 웅성거렸습니다. 마침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AP통신 기자가 이 사실을 기사화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측은 ”기장이 이 발언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내부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업무 중 직원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렛츠 고 브랜든“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입니다. 보수 성향의 미국인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즐겨 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이든 O먹어라(F*** Biden)“의 뜻입니다. 아무리 예의범절을 따지지 않는 미국인들도 현재 집권 중인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인 욕설을 하는 것은 삼갑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를 욕하고 싶을 때마다 ”렛츠 고 브랜든“을 은어처럼 씁니다. 바이든 대통령을 가리키는 비속어에 ”바이든“이 아닌 ”브랜든“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게 된 이유는 뭘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최근 유명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NASCAR) 엑스피니티 시리즈에서 브랜든 브라운 선수가 우승했습니다. NBC방송의 켈리 스타베스트라는 여기자가 현장에서 우승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자는 브라운 선수에게 ”지금 ’렛츠 고 브랜든‘이라는 응원의 함성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장면에서 관중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욕설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강한 보수적 정치 성향의 팬들이 흥분 상태에서 군중심리에 휩쌓인 것이죠. 당시 TV 인터뷰를 보면 뒤편 관중석에서 들리는 욕설 소리를 배경으로 기자가 ”렛츠 고 브랜든“을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타베스트 기자가 왜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렛츠 고 브랜든“으로 ’둔갑‘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는 인터뷰 상황에서 ’방송사고‘를 막기 위해 순간의 기지를 발휘했을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이번 인터뷰 사건 이전에도 스포츠 이벤트나 대형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욕설은 심심찮게 들려왔습니다. 폭등하는 물가, 코로나19 대응력 부족, 사회안전망 예산 통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 등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생길 때마다 불만의 목소리는 커져 갔습니다. 그런 불만의 목소리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렛츠 고 브랜든“입니다. ”렛츠 고 브랜든“은 직접적인 욕설은 아니면서 적당한 유머감이 섞여있어 미국인들이 딱 좋아할만한 단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보수 성향의 매체 워싱턴타임스는 ”기술적 검열에 걸리지 않고 짐짓 무해하게 들리는 ’렛츠 고 브랜든‘은 보수 쪽에서 터져 나오는 마음의 외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CNN은 ”’렛츠 고 브랜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인기를 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전성기를 맞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보수파 정치인들은 신이 났습니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사 발언을 끝낼 때마다 구호처럼 ”렛츠 고 브랜든“이라고 외치는 것이 유행이 됐습니다. 이 문구가 인쇄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최근 공화당 소속의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 내에서 영업하는 기업과 상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거부해도 된다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서명 장소는 다름 아닌 플로리다 서쪽의 작은 도시 브랜든이었습니다. 도시 이름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조롱 수위가 높습니다. 1890년대 말 사생아를 가진 채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로버 클리브랜드 전 대통령(22대·24대)은 가는 곳마다 ”엄마, 나의 아버지는 어디 있어?“라는 군중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중혼 제도를 지지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토머스 제퍼슨(3대), 앤드류 잭슨(7대)) 전 대통령 등도 비슷한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현대로 와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를 원숭이에 비유하는 모독적인 발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에 비해 ”렛츠 고 브랜든“은 훨씬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틱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렛츠 고 브랜든“이 유행어가 된 것을 알고 있을까요. 최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그 문제에 집중하거나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에서 ”Let’s go Brandon“이라는 구호가 들리고 현수막과 전광판이 내걸린다면 모를 리가 없겠죠.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그 문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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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깐깐한 안전검사 실시… “GAP 마크 농산물, 믿고 드세요”

    “GAP(농산물우수관리) 마크가 있으면 뭐가 좋은 거죠?”(40대 주부) “이 과일에 농약을 안 쳤다는 겁니까?”(70대 은퇴자) “믿고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20대 직장인)요즘 ‘핫’하다는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이 백화점 식품관 산들내음 매장에서 ‘GAP 농산물 백화점’이라는 기획전이 열렸다. 새로 문을 연 더현대 서울에서 처음 개최되는 GAP 농산물 기획전이어서 손님들은 많은 질문을 판매사원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번 행사는 최근 현대백화점 계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주관하는 ‘2021년 GAP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오프라인 유통부문 금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진열대에 오른 샤인머스켓, 햇사과, 반시 등은 당일 정상가보다 20∼40% 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요즘은 농산물에 대한 국가공인 인증이 다양한 시대다. 식품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산들내음의 경우 GAP, 저탄소, 유기농, 무농약, 동물복지, 무항생제 등 6개 국가 인증을 받은 상품만을 취급한다. 이 곳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겉면 포장을 보면 이중에서 적어도 1개, 많으면 복수의 인증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GAP는 여러 인증 마크 중에서도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알아보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현대그린푸드 본사에서 기획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나온 박인규 생식품영업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GAP 농산물’이라고 하면 농부, 시골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현대백화점 같은 유통점도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소비자가 GAP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구입하려면 농가와 직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소매 유통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산들내음은 2016년 GAP 농산물을 본격 유통하기 시작했다. 전국 16개 현대백화점 영업점에 있는 산들내음 매장에는 각지에서 출하되는 야채 200여 개 품목, 청과 40여 개 품목이 모여든다. 이 중에서 GAP 인증 마크가 찍힌 상품은 올해 말 현재 청과 16개 품목이다. 인증 품목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매출 규모가 큰 것들이다. 사과 배 등 기본 과일을 비롯해 대저토마토, 파파야멜론, 천혜향 등에도 GAP 인증 마크가 찍혀 있다. GAP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산들내음의 청과 매출은 크게 늘었다. 취급 전인 2015년 117억2500만 원에서 2018년 131억6300만 원으로 3년간 약 12% 늘어났다. 박인규 팀장은 “2019년 이후 팬데믹으로 인해 매출이 축소되는 어려움을 취급 비중 확대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46%였던 GAP 농산물 비중을 올해 말까지 5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점의 GAP 농산물 구매체계는 산지 협력사와의 거래에서 시작된다. 현대그린푸드는 농관원 ‘GAP 정보서비스’ 데이터를 활용해 GAP 인증 농가 및 재배현황을 확인한다. 전담 바이어가 직접 신규 산지를 방문해 거래 계약을 진행한다. 아직 GAP 인증을 받지 않은 기존 협력사에 대해서는 “인증을 받는 것이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며 인증 절차를 밟도록 설득한다. 판매 농산물은 정기적인 안전 검사를 거쳐야 한다. 현대그린푸드 식품안전실 식품위생연구소의 담당 연구원들은 직접 매장이나 산지 협력사를 방문해 위생점검을 실시한다. 잔류농약, 중금속 분석에서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GAP 인증 고유번호 추적을 통해 위반 농가에게 통보하고 거래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이진원 현대그린푸드 식품안전실장은 “업계 최고시설 기준을 적용해 지나치게 깐깐하다 싶을 정도의 철저한 검사를 실시한다”며 “식품안전 관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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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말 전국 GAP 농가 11만7000호 예상”

    GAP(농산물우수관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GAP 인증 제도를 총괄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의 이주명 원장은 최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GAP 인증 증가 수치를 자신있게 제시하며 식품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요즘 “GAP 인증은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농가와 유통업체가 많습니다. 이렇게 GAP 제도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식품안전과 환경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안전과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GAP인증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도 GAP인증 농산물의 취급량을 늘리고, 생산자들도 GAP인증 취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올해 말까지 어느 정도의 GAP 성과를 기대하십니까. “올해 말 인증농가는 전년도 말 대비 2.4% 증가한 11만7000호, 인증면적은 1.6% 증가한 12만9000ha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GAP 인증 기준에 맞춰 관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하는 농부들이 있습니다. 인증 심사 과정을 간소화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토양·농업용수 등 재배환경과 재배관리 및 수확 등 작업과정이 GAP 인증 기준에 부합되어야 하므로 처음 인증을 받는 농가는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 있으나 경험이 쌓이면서 계획경영에 도움이 되고 매출도 증가해 보람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농가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 인증기관(전국 60개소)에 신청서를 접수해야 하며, 인증기관에서는 처리 기간(40일) 안에 서류 및 현지심사를 거쳐 인증기준 적합 여부를 평가하여 적합한 경우 인증서를 발급합니다.” ―농관원은 GAP 인증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생산 기반 확대를 위해 농업인을 대상으로 GAP 인증 교육과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업인 및 유통업체의 GAP 인증 참여를 위해 2015년부터 GAP 우수사례를 선정 전파하고 있습니다. 유통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유통업자, 학교 영양사, 경매사를 대상으로 GAP 이해 교육 및 현장체험을 추진하고 농산물 처리시설의 GAP 시설 지정을 위한 컨설팅, 유통업체 협업을 통한 기획판매전 개최, GAP 농산물 전용판매대 설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GAP 농산물의 판로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소비자단체를 대상으로 GAP 이해 교육과 현장체험을 추진하고, TV 라디오 신문 등 대중매체 홍보, 인터넷 쇼핑몰 유튜브 블로그 등을 활용한 온라인광고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슈퍼마켓, 마트 등에서 고르는 농산물이 GAP 인증 마크가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지요. “저는 업무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시로 현장의 GAP 인증 농가와 유통업체를 방문해 GAP 농산물 생산·유통 과정의 어려움에 대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슈퍼나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반드시 GAP 표시를 확인하고 농산물을 구매합니다. ―GAP 인증 신청을 망설이거나 잘 모르는 농가 유통업체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주시겠습니까. “GAP 제도는 농산물의 생산, 수확 후 관리 및 유통의 각 단계에서 농경지 및 농업용수 등의 농업환경과 농산물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유해미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환경과 고품질의 농산물을 원하신다면 GAP가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농관원에서는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는 농정방향에 따라 GAP 농산물의 생산·유통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국민들에게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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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핀란드産 오트 갈아내 고소한 맛… 식물성 음료 ‘어메이징오트’ 첫선

    대표적인 식물성 음료 ‘아몬드브리즈’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 매일유업이 최근 새로운 식물성 음료를 선보였다. 청정 핀란드산 오트(귀리)를 원물 상태로 수입해 껍질째 갈아낸 ‘어메이징 오트’다. 오트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항산화 작용에 효과적인 베타글루칸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997년부터 오트의 콜레스테롤 상승 억제, 심장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인정해 ‘오트가 지방이 낮은 식단과 함께 사용될 경우 심장질환을 낮춰줄 수 있다’는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어메이징 오트는 고품질의 핀란드산 오트를 맷돌 방식으로 세 번 갈아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오트 원물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기 때문에 영양소 손실이 적은 데다 본연의 맛을 살렸다. 기호에 맞게 캡슐커피나 스틱커피와 함께 즐기면 카페라테처럼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어메이징 오트에 압착 오트로 만든 뮤즐리 시리얼을 붓고 하룻밤 불리면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어메이징 오트는 언스위트와 오리지널 등 2종이다. 어메이징 오트 언스위트는 달지 않은 오트 본연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다. 오리지널은 프락토 올리고당을 첨가해 풍부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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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삼립호빵 광고모델에 유재석… 토종 유산균 넣은 ‘발효미종’ 등 개발

    SPC삼립이 겨울철 대표 간식인 ‘삼립호빵’의 광고 모델로 방송인 유재석을 발탁하고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립호빵은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고 밝혔다.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로제호빵’ ‘민트초코호빵’은 10일 만에 40만 개 이상 판매됐다. 광고는 ‘따뜻함은 커진다’라는 콘셉트로 유재석이 소방관, 택시기사, 어린아이 등 다양한 층에게 삼립호빵을 나누며 호빵이 점점 커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SPC삼립은 ‘발효미(米)종 알파’를 개발해 호빵 제품에 적용했다. 특허 받은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한 ‘발효미종’에 쌀 당화액(쌀과 누룩의 발효로 생성된 당)을 더한 ‘발효미종 알파’로 쌀 특유의 감칠맛과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 패키지에도 변화를 주었다. 최근 집밥과 혼밥 문화에 따라 ‘식사형 호빵’은 1개입으로 구성됐다. 찜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포장 기술인 ‘호빵 스팀팩’도 적용됐다. 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녹색인증을 받은 친환경 패키지를 삼립호빵에 적용했다. 메틸에틸케톤, 톨루엔 등의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색감의 선명도를 유지하는 친환경 포장재 제조 기술을 사용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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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아베딘, 바람둥이 남편을 둔 아내의 동병상련[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74)은 미국인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최근 요로결석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간호하느라 별로 외부 활동이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열심히 참석하는 곳이 있습니다. 국무장관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이었던 후마 아베딘(45)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입니다.최근 뉴욕에서 ‘후마 아베딘-힐러리 클린턴: 대화’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아베딘의 자서전 ‘양쪽/그리고: 여러 세계에서의 삶(Both/And: A Life in Many Worlds)’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힐러리 전 장관은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대선후보 등 역동적인 정치 인생을 살아온 자신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보좌했던 아베딘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풀어놨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열린 뒤풀이 파티까지 참석했습니다. 자신을 위한 행사도 아니고 전 비서의 출판기념회에 찬조 출연하는 힐러리 전 장관에 대해 “정성이 뻗쳤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합니다.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힐리러-아베딘은 친한 사이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아베딘은 친숙한 얼굴입니다. 1996년 힐러리가 퍼스트레이디였을 때 담당 인턴으로 백악관에 발을 들여놓은 뒤 25년 동안 그녀의 ‘바디 우먼(Body Woman)’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나 유명 정치인의 공적, 사적 스케줄을 책임지며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최측근 비서를 “바디 맨” “바디 우먼”이라 부릅니다. 아베딘은 2016년 힐러리 대선 캠페인 부위원장 역할을 마지막으로 힐러리 전 장관과의 공식 관계는 끝났지만 사적 친분은 유지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힐러리-아베딘 관계를 단순한 상사와 부하 간 의리가 아니라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컨셉으로 분석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남편의 섹스 스캔들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전 장관은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 전 백악관 인턴을 포함한 여러 여성들 간의 성 추문이 터질 때마다 “왜 (이런 바람둥이) 남편을 떠나지 않느냐”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견디며 살아왔습니다. 그 데자뷰(기시감)가 20여년 후 아베딘에게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아베딘의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아베딘과 위너는 한 민주당 행사에서 만나 2010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례로 결혼했습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결혼 다음해인 2011년 위너 전 의원은 ‘섹스팅(Sexting)’이라고 부르는 성관계를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와 자신의 하체 부분을 촬영한 사진을 한 여성에게 트위터로 보내려다 잘못 배달돼 공개 망신을 당했습니다. 아베딘의 자서전에는 “결혼식 전날 우연히 열어본 남편의 e메일 박스에 여성들로부터 온 메시지가 가득해서 놀랐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위너 전 의원은 곧바로 하원의원 직을 사퇴하고 삶을 바로 잡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섹스팅이 2013년, 2016년 두 차례 더 발각됐습니다. 2016년 섹스팅 때 보낸 사진에는 아베딘과의 사이에 낳은 5세 아들이 배경에 찍혀 “제 정신이냐”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위너 전 의원은 15세 미성년 여성에게 성적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돼 2년 가까이 수감됐고, 이후 남아있는 성범죄자 기록 때문에 지금은 정치적 재기는 물론 일반적인 생활도 어렵습니다.아베딘은 2016년 세 번째 스캔들 후에야 별거 결정을 내렸습니다. 현재 이혼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는 중입니다. 연이어 남편의 성 추문이 터졌을 때 남편과 헤어지지 않는 그녀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013년 위너 전 의원의 뉴욕시장 선거 유세 동안에 나온 두 번째 섹스 스캔들 때는 클린턴 부부의 ‘60분’ 인터뷰를 연상시키는 부부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남편과 헤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랑한다” “아이가 우선이다”라고 했습니다. 2016년 아베딘-위너 부부의 세계에 힐러리 전 장관이 매우 극적으로 엮이게 됩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섹스팅 메시지가 오간 위너 전 의원의 컴퓨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힐러리 전 장관의 공적 업무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베딘이 남편과 컴퓨터를 공유하면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공식 업무용 컴퓨터 이외의 사적 컴퓨터를 통해 정부 기밀사항이 오가는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FBI는 공식 조사 착수를 발표했습니다. 2016년 대선 을 열흘 앞두고 생긴 일이었습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힐러리 e메일 사건’입니다. FBI는 나흘 만에 “e메일 조사 결과 기밀 사항에 관련된 내용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적 컴퓨터를 통해 공적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재택 근무가 많아지면서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선에서 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전 장관은 명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섹스팅 메시지가 오간 추잡한 컴퓨터를 통해 정부 업무가 처리될 정도로 공사 구분이 안 되고 리더십이 허술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폭주했습니다. FBI 조사는 당시 도덕적 열세 에 놓여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유세 막판에 터진 초대형 악재에 고전했고,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아베딘의 출판기념회에서 그는 “패배에 많은 요인이 있었지만 FBI 조사가 결정적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자서전에 따르면 유세 비행기에서 FBI 조사 착수 뉴스를 접한 아베딘은 화장실로 뛰어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의 컴퓨터를 이용해 정부 업무를 처리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와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아”라고 위로한 것은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클린턴 전 장관이었다고 합니다. 과거의 자신이 그러했듯 아베딘 역시 남편 섹스 스캔들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죠. 미국인들은 힐러리-아베딘 관계를 “일심동체(一心同體)” “동업자” “어머니와 딸” 등 다양한 단어로 설명합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나에게는 딸이 1명(첼시 클린턴)있지만, 두 번째 딸이 있다면 그건 후마였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심리학자들은 힐러리-아베딘이 공유하는 감정을 ‘벙커 심리’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제어하기 힘든 일에 처하면 그 상황에서 헤어 나오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안으로 파고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섹스 스캔들을 접한 뒤 떠나지 않고 머무르는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죠. 힐러리는 정치적 야망 때문에, 아베딘은 무슬림 가정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 동병상련의 정이 정치적인 굴곡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이들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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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유럽 농약 사용기준 ‘깐깐’… GAP 인증은 수출길 필수조건

    GAP(농산물우수관리·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을 받는 농가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06년 도입된 GAP 제도는 2010년 인증 농가가 3만4000여 호로 전체 농가의 2.9% 수준이었다. 2020년에는 전체 농가의 11.3%에 해당하는 11만4000여 호로 늘었다. GAP와 친환경 인증이 확산되면서 국내 농약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6년 24만1000여 t이던 농약 사용량은 2013년 18만7000여 t, 2019년 16만7000여 t으로 줄었다. 물론 GAP 인증을 받는 것은 ‘수고’가 따르는 일이다. 한국GAP협회에 따르면 GAP인증 신청 건 중 인증비율은 70∼80% 수준이다. GAP 인증을 시험으로 친다면 10명의 신청자 중 7∼8명은 붙고 2∼3명은 떨어지는 셈이다. GAP 기준에 맞게 농약 비료 등의 사용을 제한하고 토양을 가꾸고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것도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P 인증이 가지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매년 신청자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선에서 농부들을 자주 접하는 인증기관 담당자들은 GAP 인증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 유럽 등은 국가가 운영하는 식품안전 기준은 물론 월마트, 테스코 등 대형 슈퍼마켓들이 개별적으로 정한 농약 사용 기준 등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선진국 수출을 염두에 둔 농부들은 GAP 인증을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 조건으로 봅니다.” “시장 교섭력이 확 달라진다는 농부들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GAP 마크가 있는 농산물을 찾으니까 유통점들은 자연히 GAP 인증을 받은 농가와 거래하고 싶어 하죠.” GAP 업무를 총괄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신청 절차는 다음과 같다. 인증을 받으려는 농가는 자신이 생육 중인 농산물의 최초 수확 예정일로부터 1개월 이전에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농산물우수관리인증 신청서와 위해요소관리 계획서를 제출한다. 서류 양식은 ‘GAP정보 서비스’에서 다운받거나 인증기관을 방문하면 종이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완성된 서류는 전국 60개소의 인증기관에서 접수한다. 근처의 인증기관을 알려면 ‘GAP정보 서비스’에서 검색이 가능하며, 지역별 농업 관련기관에 문의해도 된다. 서류가 접수되면 작물 수확기에 맞춰 현장심사 일정이 통보된다. 심사 대상자는 현장심사까지 대기 기간 동안 GAP 컨설턴트가 배정된다. 현장심사 때 제출하는 영농일지 작성을 돕고, GAP 기준에 적합한 농약 농기구 관리법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역할이다. 현장심사 때는 인증기관 담당자가 신청 농가를 방문해 토양, 수질분석, 잔류농약 검사 등을 실시한다. 농기계·농기구의 청결 상태를 점검하고, 농장 발생 쓰레기 및 폐기물의 안전관리도 심사한다. 적합 판정을 받으면 녹색의 GAP 인증 마크가 부여된다. 마크 밑에 개별 농가의 인증번호가 의무적으로 표시된다. 인증을 받은 농가가 계속 GAP 기준에 합당한 농산물을 생산 관리하는지 알기 위한 사후점검도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GAP 인증의 유효기간은 2년이며, 그 이후는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GAP협회 송병진 이사는“이제는 농업도 글로벌 경쟁시대”라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GAP 인증이라고 생각하는 농부들이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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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산물우수관리 인증, 국민건강 책임지는 농부의 자부심이죠”

    겨울로 가는 길목이지만 충북 진천에는 봄처럼 꽃이 피었다. 파프리카 나무에 달린 빨강, 노랑, 오렌지 3색 파프리카가 꽃처럼 울긋불긋하다. 파프리카 나무 9만 그루가 펼쳐진 곳을 따라가 보면 ‘태양의 친구’라는 뜻의 ‘썬메이트(Sunmate)’ 농원이 나온다. 썬메이트가 생산하는 파프리카의 90%는 일본으로 수출된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파프리카 박스 2000여 개가 11t 대형 트럭에 옮겨지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출용 박스에 파프리카를 등급 색상 크기별로 분류해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출하 및 상차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신동창 썬메이트 대표(55)는 “트럭에 실린 파프리카는 경남 마산으로 가서 일본행 배에 선적된다”며 “현지에 도착한 뒤 중간 판매상을 거쳐 일본 전역의 슈퍼마켓에 진열된다”고 설명했다. 썬메이트는 올해 수출 목표인 400t, 10억 원 매출에 도달했다. 팬데믹 때문에 일본의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파프리카를 주로 쓰는 외식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도 수출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수출 역군”이라는 칭찬에 신 대표는 “한국산 파프리카의 품질이 일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기뻐했다. “일본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파프리카의 90%는 한국산입니다. 한국에서 연 3만 t이 일본으로 수출되죠. 자국산에 비해 품질이 비슷하거나 더 좋은 데도 가격은 50% 정도 저렴하니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산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신 대표는 2019년 1월 파프리카 수출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0년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을 받았다. 식품안전 기준이 철저한 일본으로 수출되므로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농부 자신이 정한 안전 기준도 있지만 국가가 정한 보편적인 기준인 GAP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생산·수확·유통의 각 단계에서 위생적으로 관리되니까 망설임 없이 GAP 인증을 받았죠. 일본 수입업자가 GAP 인증을 꼭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 박스에 찍힌 GAP 마크를 볼 때마다 제 기분이 뿌듯해집니다.” GAP는 객관적인 매출 상승효과를 낳고 있다. 2019년 생산 322t, 수출 279t이던 실적이 GAP 인증을 받은 후 생산 362t(12.5% 증가), 수출 286t(3% 증가)으로 늘었다. 식품안전 공로를 인정받아 썬메이트는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주최하는 ‘2021년 GAP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썬메이트의 파프리카는 2만3390m²(7085평)의 스마트팜에서 재배된다. 경희대 농학과를 졸업한 신 대표는 선진국 기업농 형태의 스마트팜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대학 졸업 후 30여 년간 유리온실 시공업체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수십억 원을 투자해 자신의 온실 설계 노하우를 집약시킨 최첨단 스마트팜을 2018년 준공했다. 신 대표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처음 들르는 곳은 스마트팜의 심장부인 중앙자동제어실이다. 그가 하루를 마감하는 것 역시 이곳이다. 제어실에서는 작물 생육의 5대 요소인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병해충관리가 컴퓨터 마우스 하나로 관리된다. 2개 동으로 구성된 온실 내부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되고 작업도구 장갑 등의 소독 관리를 철저히 해서 해충에 전염되지 않도록 사전방지를 하고 있다. 1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현지어로 된 GAP 안전 교육을 받으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세 차례 30분씩 휴식 시간을 갖는다.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모범적으로 관리되는 썬메이트는 유명해져 지난해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출 격려차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마쳤다. 막 열리기 시작한 중국 파프리카 시장에도 조만간 진출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공기열 히트펌프 등 친환경 시설을 보강해 농식품부가 지정하는 수출원예전문단지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저처럼 대단위 스마트팜을 운영하건, 소규모 가족농이건 농부의 마음은 모두 똑같습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입니다. 이 자부심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식품안전 기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진천=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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