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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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4-10-14~2024-11-13
미국/북미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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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8%
경제일반4%
사회일반4%
국제인물4%
국제경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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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박경리문학상 알바니아 작가 카다레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사진)가 토지문화재단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제9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18일 선정됐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고 이듬해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이 됐다. 상금은 1억 원.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아시아나항공, 마로니에북스, 연세대, 미림씨스콘, 스펙스가 후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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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경험서 나온 솔직함이 30년 베스트셀러의 비결이죠”

    “고머(GOMER)는 ‘내 응급실에서 꺼져(Get Out of My Emergency Room)’라는 뜻이야.” ‘하우스 오브 갓’(세종서적)은 의학 소설의 시조새 격이다. 1978년 미국의 현직 의사가 썼다. 동료와 환자들로부터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 가명을 내세웠다. 착한 의사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를 ‘고머’라 부르고, 환자를 다른 과나 병동으로 넘기는 ‘터프’와 차트를 차에 광내듯 꾸미는 ‘버프(buff)’를 일삼는 냉혈한들이 병원을 활보한다. 소설은 30년째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의사들이 성경보다 더 많이 읽은 책으로도 꼽힌다. 최근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e메일로 만난 저자 사무엘 셈(75)은 롱런 비결에 대해 “유머와 섹스가 담긴 세계 최초의 의학 소설이다. 또 소설 속 의사들은 ‘잠 좀 자게 이 할망구 환자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투덜거릴 정도로 솔직하다”고 자평했다 배경은 1970년대 종합병원 ‘하우스 오브 갓’, 주인공은 인턴 로이 G 바슈. 로이는 의사와 환자는 물론이고 원무과, 간호과, 사회복지과 직원들에게 수시로 혹사당한다. 로이가 겪는 부조리, 좌절, 성장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셈은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 병원 생활은 이보다 더 혹독하다”고 했다. “부조리한 일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인턴 시절 쓴 이야기예요. 인턴 시절 환자를 인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하도록 교육받았어요. 의료 시스템에서 배운 지식과 마음속 요구(상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이 컸습니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레지던트 ‘팻맨’이다. ‘고머는 죽지 않는다’, ‘환자는 언제든 자신이 겪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의사에게 안겨줄 수 있다’, ‘의술을 베푼다는 것은 가능한 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등 ‘하우스 오브 갓의 13법칙’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별종이다. 셈은 13법칙에 대해 “환자를 치료할 때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치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가능성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인간의 치유력은 놀라울 만큼 강력하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소설 출간을 계기로 병원 시스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졌다. 의사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크다. 의사인 남궁인 작가는 “의학이 환자의 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병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회의감은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이슈다. … 50년 전인데도 주인공 로이 바슈가 상관에게 편하게 소리를 지르는 대목도 인상적”이라고 짚었다. “의사들은 강한 자아, 고립된 자아를 지닌 사람들로 알려져 있지요. 착취당한다면 연대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함께하면 힘이 생기죠. 의술은 오직 우리 의료진이 한다는 걸 명심했으면 합니다. 분명히 의사가 없으면 치료도 없습니다.” 의사, 소설가, 극작가, 사회운동가로 일한 지 40여 년. 그의 관심은 언제나 “의료계에서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곧 선보일 신작에서는 돈과 전자의무기록에 점령당한 의료계를 파헤친다. ‘하우스…’의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속편 격이다. 한국의 동료 의료진에게 “고립은 치명적이다. 연결돼 있으면 치유된다”는 조언을 건넸다. “모두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고통을 주변으로 전파하지 마세요. 환자를 돌보는 건 커다란 재능입니다. 당신이 환자를 돌보는 순간은 환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일 거예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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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편집자 없어도 책 한권 뚝딱… 오늘부터 나도 작가!

    회사원 조세형 씨(40)는 지난 2년간 책을 431권 펴냈다. 법령집 시리즈가 430권, 에세이가 1권이다. 출판사는 모두 ‘부크크’. 원고를 올리면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책을 찍어내는 ‘자가 출판’ 플랫폼이다. 88권이 팔린 책(‘국제선박항만 보안법’)도 있지만, 절반은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조 씨는 자동차 관리법을 공부하려다 마땅한 책이 없어 직접 책을 출간했다. 그는 “대부분 법령집은 광범위한 분야를 하나로 묶어서 두껍고 가격도 비쌌다. 필요한 부분만 따로 떼 내 책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시리즈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원고만 올리면 편집부터 디자인까지 뚝딱 책으로 만들어주는 자가 출판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인 교보문고 ‘퍼플’을 비롯해 2014년 문을 연 부크크, 최근 시장에 진출한 ‘북팟’ 등이다. 아직 전체 규모는 작지만, 자가 출판 시장은 해마다 성장률이 가파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12년에 비하면 올해 매출 규모는 10배 정도 성장했다”고 했다. 홈페이지에서 원고를 업로드하고 판형, 종이 재질, 디자인을 선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5∼10분. 제작 비용은 무료, 권당 책 가격은 1만 원 내외다. 기존 출판 시스템과 달리 주문이 들어오면 책을 제작한다. 책이 팔리면 저자는 10∼35%를 인세로 받는다. 한건희 부크크 대표는 “자가 출판을 통하면 재고 및 인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최소 단위 없이 1권이라도 제작이 가능해 출판 서적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각 플랫폼에 올라오는 원고는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일단은 에세이나 소설, 팬픽과 작은 시장을 노린 실용서와 교재가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경찰행정법을 다룬 ‘곧경감’이나 ‘헤어디자이너의 인턴 일기’, 레몬나무 키우는 법을 담은 ‘레몬나무 키우기’ 등 수요가 작아 기존 출판사에선 펴내기 힘들었던 책도 인기다. 겨루, 어비북스, 쿰라이프게임즈 등 작은 출판사도 플랫폼의 단골 고객. 최근에는 여행서, 학원 교재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책의 마케팅과 홍보는 필자가 직접 해야 한다. 퍼플은 주요 온라인 서점 7곳에, 부크크는 자체 온라인 서점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 책을 유통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판매할 수 없다. 자가 출판으로 팬픽을 여러 권 출간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자가 출판은 개인에게 매력적인 출판 통로”라고 말했다. “인지도 없는 개인이 출판사 문을 두드려 계약을 맺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죠. 자가 출판은 막막한 출간의 기회를 쉽게 열어줍니다. 책이 다소 엉성하고 내용도 날것에 가깝지만 출판사의 개입 없이 오롯이 나를 드러낼 수 있어요.” 막 활기를 띠기 시작한 자가 출판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조상현 북팟 상무는 “독서 인구가 줄고 있지만 콘텐츠의 힘은 강해지고 있다. 개인의 표현 욕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1인 출판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세형 씨는 “자가 출판을 통해 창작 욕구를 고급스럽게 해소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자기만족이 아닌 독자가 필요한 부분을 담아낸 책이 많아져야 자가 출판 시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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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독자 2567만명의 유튜버 “얻은 건 팀원, 잃은 건 자유죠”

    이 남자에겐 장난감 가게가 참새 방앗간이다. 아이도 없는데 틈만 나면 장난감 가게를 어슬렁거린다. 인기 아이템은 뭔지,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어떻게 노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유튜브 채널 ‘토이푸딩’을 이끄는 김세진 대표(40)다. 토이푸딩은 단일 채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6일 기준 구독자 수는 2567만65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148억 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 기준으로 세계에서 35번째로 누적 조회수가 높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이푸딩은 장난감과 손만 나온다. 주인공은 인형 ‘베이비돌리(BABYDOLI)’. 카메라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기 인형을 돌보는 베이비돌리의 모습을 가만히 비춘다. 인형이 인형 놀이를 하는 역할극인데 어른이 봐도 꽤 재미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이들 속도에 맞춰 장난감 움직임이 느리다. 정서에 좋은 배경음악을 깔고 효과음을 극대화해 오감 만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최근 책 ‘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다산북스)를 펴냈다.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담은 실용 가이드에 가깝다. 유튜브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과정과 몸으로 겪은 조언을 아우른다. “예기치 않게 채널이 커지다 보니 많은 분이 노하우를 물어오세요. 개별적으로 알려드리기엔 어려워 책을 펴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에 전략을 더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4년. 10년간 이끌던 소셜커머스 업체를 접은 뒤 유튜브를 자주 보던 때였다. 한때 PD를 꿈꿨을 만큼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희귀 장난감 수집가였던 그는 ‘장난감 채널’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창고에 흰색 시트지를 바르고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작했죠. 사업에 실패했던 때라 4∼5시간 자면서 하루 3개씩 영상을 올렸습니다. 유치원을 마칠 시간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방학에는 동영상 개수를 늘리며 노출에도 신경을 썼어요.” 채널이 커지자 전략의 중요성을 직감했다. ‘여아’와 ‘글로벌’을 성장 전략으로 정했다. 남아 장난감은 유행 주기가 짧고, 해외에선 여아 시장이 더 컸다. 채널 충성도를 위해 베이비돌리를 제작했다.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장난감 구입 비용은 월 1000여만 원.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구입한다. 직원 20여 명이 팀별로 모여 상황을 짜고, 스토리보드를 만든 뒤 촬영을 한다. 토이푸딩 스토리작가 김진화 씨(38)는 “5시간 정도 촬영해 5∼10분으로 편집한다. 장난감 각도와 손동작까지 세심히 살피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했다. 월 수익은 얼마나 될까. 그는 누적 조회수(148억 뷰)에 비춰 짐작해 달라고 했다. 5년간 매출이 100억 원은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광고수익 말고도 최근 진출한 중국 쪽 플랫폼의 수익도 상당하다. 하지만 비용 지출도 늘었다. 직원 20여 명 인건비에 연구개발비 및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지출도 상당하다. 그는 “감사한 일이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이라며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큽니다. 하루라도 쉬면 어느 순간 순위에서 사라질까 봐 새벽에도 사이트를 들여다봐요. 한국 구글에서 상위 팀들을 모아 분기별로 자리를 마련하는데,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어요. 모든 일이 어렵지만 유튜브도 경쟁의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요즘, 새로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각광받는다. 부정적 시선도 있다. 손쉽게, 운 좋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성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키즈채널은 특히 아이들에게 유해한 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대표는 “자극적인 영상은 일시적이다. 뚝배기 같아야 오래 간다”고 했다. “유튜브를 허용할지 말지가 아니라 활용 방법을 고민할 시점인 것 같아요. 저희는 교육 전문가가 사회성과 언어발달을 고려해 영상을 구성합니다. 따라 해도 좋을 역할 놀이와 단순한 단어(과일, 숫자, 음식 등)가 등장해 언어를 배우는 식이지요. 물론 너무 오래 봐선 안 되겠죠.” 유튜브는 변화무쌍하다. 새로운 강자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최근엔 ‘코코멜론’이 키즈튜브(어린이 유튜브)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장의 무기는 3차원(3D). 토이푸딩도 현재 운영하는 2차원(2D) 만화를 3D로 바꿀 계획이다. 주 시청 연령층도 높이려 한다. 그는 “세계 아이들이 베이비돌리로 즐거움을 얻고, 학습하고, 또 오프라인에서 베이비돌리로 놀이하는 장면을 그려본다”고 했다. 경쟁이 무시무시한 유튜브 세계에서 선두에 서 있는 김 대표. 그는 유튜브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성공한 건 실감이 안 나고요. 얻은 건 팀원들, 잃은 건 건강과 자유.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조회수 추이를 살펴야 하니까요. 직업으로서 유튜버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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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독자만 2567만명” 아이들 사로잡은 ‘토이푸딩’…월 수익은 얼마?

    이 남자에겐 장난감 가게가 참새 방앗간이다. 아이도 없는데 틈만 나면 장난감 가게를 어슬렁거린다. 인기 아이템은 뭔지, 어떤 신상이 들어왔는지,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어떻게 노는지 관찰한다. 식당에서 동영상을 보는 아이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영상 내용과 보는 방식을 가자미눈으로 살핀다. 유튜브 채널 ‘토이푸딩’의 김세진 대표(40) 얘기다. 토이푸딩은 단일 채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6일 기준 구독자수는 2567만 65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148억 만 뷰. 2017년 SM엔터테인먼트와 가수 싸이에 이어 세 번째로 1000만 구독자의 상징인 다이아버튼을 받았다. 2000만 명은 처음으로 돌파했다. 소셜블레이드 기준 세계에서 35번째로 누적 조회수가 높다. 토이푸딩에는 장난감과 손만 나온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주인공은 인형 ‘베이비 돌리(BABYDOLI)’. 카메라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 하고 아기 인형을 돌보는 베이비돌리의 모습을 가만히 비춘다. 인형이 인형 놀이를 하는 역할극인데 어른이 보기에도 꽤 재미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움직임이 느리다. 정서에 좋은 배경음악을 깔고 효과음을 극대화해 오감 만족에 공을 들였다.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화면에 음악이 좋아 어른 시청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최근 ‘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다산북스·1만6000원)를 펴냈다. 채널을 키우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담은 실용 가이드에 가깝다. 책은 유튜브의 전반적인 과정을 아우르지만 몸으로 겪은 조언도 풍부하게 담겼다. 인기 키워드를 선점하는 방법과 검색 결과 상위에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지표를 알려준다. “예기치 않게 채널이 커지다보니 많은 분들이 노하우를 물어오셨어요. 개별적으로 알려드리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워 책을 펴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에 전략을 더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채널마다 상황이 다르니 참고삼아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4년. 창업해 10년 간 이끌던 소셜커머스 업체를 접은 때였다. 그 시절 자주 유튜브를 했다.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유튜브에 익숙했고 한때 PD를 꿈꿨을 만큼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그는 희귀 장난감 수집가. 장난감 채널이라는 다섯 글자가 마음을 잡아끌었다. “당시 국내 키즈 채널은 전무했어요. 창고에 흰색 시트지를 바르고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했죠. 사업에 실패했던 때라 4,5시간씩 자면서 하루 3개씩 영상을 올렸습니다. 방과 후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방학에는 동영상 개수를 늘리며 노출에도 신경을 썼어요. 좋아하는 것(장난감)과 잘하는 것(사진 찍기)가 유튜브를 만나 재밌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영상을 오래된 순으로 정렬하면 지금과 사뭇 다른 영상이 뜬다. 자동차와 로봇 같은 남아 장난감이 더 많다. 채널이 커지자 전략의 중요성을 직감했다. ‘여아’와 ‘글로벌’을 성장 전략으로 정했다. 남아 장난감은 유행 주기가 짧고, 해외 전체에선 여아 시장이 더 컸다. 채널 충성도를 위해 베이비돌리라는 인형을 제작했다.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한국의 양배추 인형과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한 멜짱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뽀로로 타요 등 업체에서 개별 채널을 개설한 뒤로는 베이비돌리만 등장시키려 해요. 앞으로 나나베어와 베이비킹 호랑이 등 캐릭터를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한 장난감은 10여 평 방에 꽉 들어찰 만큼 많다. 장난감 구입비용은 월 1000여 만 원.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구입한다. 촬영은 전쟁터 같다. 직원 20여 명이 팀별로 모여 이야기를 짜고, 스토리 보드를 만든 뒤, 촬영을 한다. 토이푸딩 스토리작가 김진화씨(38)는 “5시간 정도 촬영해 5분~10분으로 편집을 한다. 장난감 각도와 손동작까지 세심히 살피다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했다. 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소셜블레이드는 1000회 광고 노출 당 가격을 0.25~4달러로 계산한다. 시청 국가와 시청 지속 시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그는 누적 조회수(148억 만 뷰)에 비춰 짐작해달라고 귀띔했다. 지난 5년 간 벌어들인 매출이 100억은 훌쩍 넘는 셈. 유튜브 광고수익분 아니라 중국 쪽 플랫폼의 수익도 상당하다. 수입원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비용 지출도 늘었다. 직원 20여 명의 인건비에 연구 개발비 및 신규사업 발굴에대한 지출도 상당하다. 그는 “단기간에 성공했지만 그 굴레가 상당하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이라며 뜸 들이다 말을 이었다. “순위가 뜨니까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큽니다. 하루라도 내려놓으면 어느 순간 순위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새벽이든 언제든 수시로 사이트를 들여다봅니다. 구글에서 상위 팀들을 모아 분기별로 자리를 마련하는데, 비슷한 고민들이 많습니다. 모든 일이 어렵지만 유튜브도 경쟁의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아요. 물론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유튜브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요즘 새로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각광받는다. 부정적 시선도 있다. 손쉽게, 운 좋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성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키즈 채널은 특히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김 대표는 “자극적인 영상은 일시적이고 오래 가는 건 뚝배기 같은 영상”이라고 했다. “유튜브가 성인들에겐 포털이지만 아이들에겐 하나의 문화가 됐어요. 음성 검색으로 접근이 쉬워졌죠. 이젠 허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고민할 시점인 것 같아요. 최대한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교육 전문가가 영상을 구성해요. 따라 해도 좋을 역할 놀이와 단어(과일, 숫자, 음식 등)를 나열해 언어를 배우도록 하는 식입니다.” 유튜브는 변화무쌍하다. 새로운 강자들이 쉼없이 등장한다. 한숨이라도 돌릴라치면 순위가 뒤바뀐다. 최근엔 ‘코코멜론’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장의 무기는 3D. 토이푸딩도 현재 운영하는 2D 만화를 3D로 바꿀 계획이다. 주 시청 연령층도 높이려 한다. 그는 “전세계 아이들이 베이비돌리로 즐거움을 얻고, 학습하고, 또 오프라인에서 베이비돌리로 놀이하는 장면을 그려본다”고 했다. 사회적 영향력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우선 장난감 기부와 재능 기부부터 시작했다. 최근 경찰청의 어린이 안전 교육 영상을 무료로 제작하기로 했다. 향후 유튜브 컨설팅을 계획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은 무료로 도와주려 한다. 무시무시한 경쟁의 세계에서 선두에 서 있는 김 대표는 유튜브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성공한 건 실감이 안 나고요. 얻은 건 팀원들, 잃은 건 건강과 자유. 24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조회수 추이를 살펴야 하니까요. 직업으로서 유튜버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컨텐츠를 생산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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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심하고 이기적인… 스무살의 나에게 쓰는 반성문”

    친구의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읽고선 유경은 긴 생각에 잠긴다. 그는 스스로 괜찮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다소 냉소적이지만 지적이고 온화한 성격에 책임감도 남달랐다. 한데 40년 지기 희진의 눈에 비친 과거의 자신은 형편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 번째 공주였다. … 그 상황에서 왜 비련의 여주인공을 흉내 내며 제풀에 도망을 치는 것일까. … 회피야말로 가장 비겁한 악이다. 애매함과 유보와 방관은 전 세계 소통에 폐를 끼친다.” 소설가 은희경(60)은 숙명여대 기숙사에서 보낸 시절을 흑역사로 기억한다. 스무 살 은희경은 미숙하고 소심해서 “쉴드를 쳐주기 힘들 만큼 엉망”이었다. 한 번은 짚어야 할 이야기인데 아무리 애써도 의미가 잡히지 않았다. 가슴앓이로 어느 날 울음이 터졌고, 그 순간 빛줄기가 스쳤다. 답은 현재와 과거의 관계에 있었다. 신작 장편 ‘빛의 과거’를 펴낸 그를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이야기가 그래서 왜?’라는 고민과 씨름하다가 몇 년 전 여성주의 물결에서 답을 찾았다. 과거의 내가 제대로 싸우지 않아서 현재로 문제가 이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소설은 기성세대의 반성문”이라고 했다. “자기변명이나 미화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과거를 바라보면 현재의 좌표를 제대로 읽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희진의 서늘한 시선을 빌려 유경이 과거를 다시금 되짚길 바랐습니다.” 유경과 희진 외에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학생운동에 적극적인 최성옥, 남을 교정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곽주아, 혼자 있길 즐기는 책벌레 오현수, 허영심 강한 연애박사 양애란, 예쁜데 걸걸한 송선미 등이다. 긴급조치 9호 시절이었던 시대상을 세밀하게 복원하기 위해 건축물을 쌓듯 정교하게 캐릭터를 직조했다. “인물마다 사회와 부딪히는 접점을 만들어 시절을 드러냈어요. 오현수는 집단의 틀에 침범당하는 개인성, 최성옥은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 김희진은 여성에 대한 편견에 각각 맞서죠. 현재로 이어지는 당대의 문제들을 인물을 통해 제시했습니다.” 청춘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썼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젊은 독자들이 기성세대의 비애를 들여다봐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는 “세상이 각박해지니 상대를 쉽게 속단하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기성세대가 어떤 꿈을 꾸고 좌절해 왔는지를 그렸다. 문학으로 화해의 장을 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요즘 20년 만에 이사 간 아파트 독서실에서 글을 쓴다. 10대, 20대가 주로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나이는 의식하지 않는다. 나이뿐 아니라 그 어떤 틀에도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그는 “카페에선 손님, 외국에선 이방인, 길에선 걷는 사람이다. 다양한 나로서 살아야 계속 쓸 수 있다”고 했다. “읽고 쓰는 인생이 아니었다면 이기적이고 소심한 스무 살 무렵의 은희경으로 남았을 거예요. 소설 덕분에 타인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죠. 새벽에 책장에 햇빛이 비쳐 드는 걸 보면, 깨치고 표현하면서 산 지난 세월이 형편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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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서 캐낸 어린이 만화 콘텐츠로 ‘대박’ “채널과 책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델 꿈꿔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웃음에 굶주린 것 같아. 배꼽 빠지도록 웃기게 만들어 볼까?” 지난해 가을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가 박현미 미래엔 출판사업본부장의 눈에 들어왔다. 크리에이터 정다운, 한으뜸 씨가 초등학생 남매의 일상을 연기하는 코믹 채널이었다. 학습 만화를 주로 만들어온 박 본부장과 박소영 만화콘텐츠개발팀장은 “어떠한 학습적 요소도 없이 순수하게 웃긴 책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결과는 핵폭탄급 성공. ‘흔한남매’(아이세움·1만1000원) 1권은 출간 11주 만에 16만 부가 팔렸다. 2권은 예약 판매만으로 8월 넷째 주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남매가 동시에 서로의 볼을 꼬집은 채 “네가 먼저 놓으라”며 신경전을 벌이거나 “싫으면 시집가라”며 말다툼하는 일화를 담았다. 4일 서울 서초구 미래엔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계약 당시에도 ‘흔한남매’의 구독자 수는 80만여 명에 이르렀다. 기본 팬덤에 만화라는 형식과 코믹 요소가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것 같다. 특히 만화로 펴낸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자평했다. “유튜브를 다룬 책은 흔하지만 만화로 펴낸 건 ‘흔한남매’가 처음이에요. 대부분 크리에이터와 채널 내용에 초점을 맞추죠. 티격태격하는 남매 이야기는 만화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책에서는 (유튜브처럼) 어린이를 연기하는 어른이 아닌, 진짜 초등학생 캐릭터를 내세워 몰입을 높였습니다.” ‘와이(Why)’ ‘내일은 실험왕’ ‘마법 천자문’…. 한국은 학습만화의 요람이자 천국이다. 한국에서 학습만화 장르가 싹텄고 출간도 활발하다. 요즘에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나 ‘Go Go 카카오프렌즈’처럼 캐릭터와 결합한 형태가 흐름을 주도한다. 박 본부장은 학습만화 시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오롯이 초등학생을 위한 만화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했다. 그 옛날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과 꺼벙이 시리즈 같은 책이 머릿속을 스쳤다. 때마침 만난 ‘흔한남매’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흔한남매’는 영상이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이 분명했어요. 하나의 영상을 만화 에피소드로 뽑을 수 있겠다 싶었죠. 특히 90년대 개그적인 요소가 매력적이었어요. 실제 아이가 만화책 보는 걸 말리려다가 같이 보게 됐다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영상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고, 에피소드를 추리고, 초등학생 감정을 고려해 이야기를 다듬었다. ‘흔한남매’, 글 작가(백난도), 그림 작가(유난희)가 영상을 돌려보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박 본부장은 “몸동작이나 유행어가 지나치게 많은 영상은 만화로 옮기면 밋밋했다. 만화에 맞는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다”며 “조석 작가의 웹툰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했다. 출간 직전까지 유튜브 채널의 팬들이 마음에 걸렸다. 책이 유튜브에 못 미쳐 혹여 동심에 실망을 안길까 걱정됐다. 다행히 유튜브와 별개로 책에 대한 팬덤이 싹트며 순항하고 있다. 책을 통해 ‘흔한남매’를 구독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뭣보다 ‘흔한남매’ 당사자들이 책을 좋아해주셔서 기뻐요. 내년에 세 권을 더 펴내고 글 중심의 책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채널과 책이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델을 꿈꿉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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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가 만화로…서점가 돌풍, 비결은?

    “요즘 초등학생들은 웃음에 굶주린 것 같아. 배꼽 빠지도록 웃기게 만들어 볼까?” 지난해 가을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가 박현미 미래엔 출판사업본부장의 눈에 들어왔다. 크리에이터 정다운·한으뜸 씨가 초등학생 남매의 일상을 연기하는 코믹 채널이었다. 학습 만화를 주로 만들어온 박 본부장과 박소영 만화콘텐츠개발팀장은 “어떠한 학습적 요소도 없이 순수하게 웃긴 책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결과는 핵폭탄 급 성공. ‘흔한남매’(아이세움·1만1000원) 1권은 출간 11주 만에 16만 부가 팔렸다. 2권은 예약 판매만으로 8월 넷째 주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남매가 동시에 서로의 볼을 꼬집은 채 “네가 먼저 놓으라”며 신경전을 벌이거나 “싫으면 시집가라”며 말다툼하는 일화를 담았다. 4일 서울 강남구 미래엔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계약 당시에도 흔한남매의 구독자수는 80만 여 명에 이르렀다. 기본 팬덤에 만화라는 형식과 코믹 요소가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것 같다. 특히 만화로 펴낸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자평했다. “유튜브를 다룬 책은 흔하지만 만화로 펴낸 건 ‘흔한남매’가 처음이에요. 대부분 크리에이터와 채널 내용에 초점을 맞추죠. 티격태격하는 남매 이야기는 만화가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책에서는 (유튜브처럼) 어린이를 연기하는 어른이 아닌, 진짜 초등학생 캐릭터를 내세워 몰입을 높였습니다.” ‘와이(Why)’, ‘내일은 실험왕’, ‘마법 천자문’…. 한국은 학습만화의 요람이자 천국이다. 한국에서 학습만화 장르가 싹텄고 출간도 활발하다. 요즘에는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나 ‘Go Go 카카오프렌즈’처럼 캐릭터와 결합한 형태가 흐름을 주도한다. 박 본부장은 학습만화 시장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오롯이 초등학생을 위한 만화책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했다. 그 옛날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과 꺼벙이 시리즈 같은 책이 머릿속을 스쳤다. 때마침 만난 ‘흔한남매’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흔한남매’는 영상이 드라마처럼 기승전결이 분명했어요. 하나의 영상을 만화 에피소드로 뽑을 수 있겠다 싶었죠. 특히 90년대 개그적인 요소가 매력적이었어요. 실제 아이가 만화책 보는 걸 말리려다가 같이 보게 됐다는 부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영상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캐릭터를 만들고, 에피소드를 추리고, 초등학생 감정을 고려해 이야기를 다듬었다. 흔한남매, 글 작가(백난도), 그림 작가(유난희)가 영상을 돌려보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박 본부장은 “몸동작이나 유행어가 지나치게 많은 영상은 만화로 옮기면 밋밋했다. 만화에 맞는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다”며 “조석 작가의 웹툰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했다. 출간 직전까지 유튜브 채널의 팬들이 마음에 걸렸다. 책이 유튜브에 못 미쳐 혹여 동심에 실망을 안길까 걱정됐다. 다행히 유튜브와 별개로 책에 대한 팬덤이 싹트며 순항하고 있다. 책을 통해 ‘흔한남매’를 구독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뭣보다 흔한남매 당사자들이 책을 좋아해주셔서 기뻐요. 내년에 세 권을 더 펴내고 글 중심의 책도 출간할 예정입니다. 채널과 책이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델을 꿈꿉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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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위한 큰 걸음… 영광의 얼굴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5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3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4개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3, 4명씩 참여해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 이론-경험 겸비한 대표적 교육철학자 “교육은 백년대계 의미 명심해야할 때” ▼[교육]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일반적으로 교육 부문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의 다음에 위치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촌상은 수여하는 상 가운데 교육 부문을 가장 앞세웁니다. 망국의 시기, 교육으로 나라를 구하려 했던 인촌 선생의 뜻을 이어받은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이돈희 서울대 명예교수(82)는 4일 인촌상 수상 소감으로 “교육계의 일원인 저는 누구보다도 이 상을 무겁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수상 사실을 통보받은 뒤 내가 인촌상을 감당할 정도로 교육 분야에 기여한 것이 있었는지 되돌아봤다”며 “앞으로도 인촌의 정신을 기리고, 교육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 교육학계에서도 대표적인 교육철학자로 평가받는다. 30년 동안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지내며 교육철학과 교육정의론 등을 연구했다. 그가 가르친 제자들은 전국 각 대학에 포진해 한국 교육계의 핵심 학자로 성장했다. 더불어 이 명예교수는 이론과 현장을 모두 아우른 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본인 스스로 “초등학교 외에 거의 모든 교육현장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교수를 지내며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3년간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03년 서울대 교수직을 퇴임하고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전직 교육부 장관이 일선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건 처음이어서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여기에는 이 명예교수의 ‘철학’이 숨어 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당시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주창했고 장관이 돼서 실제로 도입 방안을 연구했다”며 “과학자가 실험실에 가듯 교육학자로서 내가 만든 정책이 반영되는 현장을 찾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에는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숙명학원 이사장을 맡아 재단 경영에 참여했다. 2016년부터 2년 동안 전문대인 김포대 총장을 맡기도 했다. 자립형사립고의 주창자였던 이 명예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교육은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책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며 “획일화된 교육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다양한 분야의 영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립학교 정책에 대해서도 “사학마다 각자의 건학 이념이 있는데 이를 지나치게 평준화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교육에 정치 이념이 개입돼 정권에 따라 주요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불렀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교육계에 당부했다.● 공적서울대 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웨인주립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30년 동안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교육개발원장(1995∼1998년), 교육부 장관(2000∼2001년), 민족사관고 교장(2003∼2008년), 숙명학원 이사장(2013∼2017년) 등을 역임했다. 1980년대 이후 근대 학문으로서 한국의 교육철학을 이끈 주도적 학자이면서 동시에 장관과 고교 교장, 학교법인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자신의 교육철학을 현장에 접목시켰다. 자립형사립고 도입을 직접 발의해 현실화하기도 했다. ▼ 역사-폭력 탐구… 한국문학의 지평 넓혀 “박경리-박완서 선생님과 같은 상 기뻐” ▼[언론·문화]한강 소설가“박완서 박경리 선생님 같은 훌륭한 작가들이 수상한 상을 받게 돼 기쁩니다.”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9)은 최근 인터뷰에서 “인촌상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자세히 찾아봤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1993년 11월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는 정교한 시선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와 폭력성을 깊이 있게 사유한 작품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016년 장편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국인으로서 처음 이 상을 받은 그는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밀려드는 업무를 차분히 잘 헤쳐 나가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그 뒤로 (집필 활동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설가 한승원(80)의 딸이다. 어린 시절 지천에 널린 아버지의 책과 더불어 자랐다. “책 속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니 현실의 세계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두 세계에서 살 수 있었던 점이 유년기의 나를 도와줬다”고 한다. 소설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무렵. 대학 시절 습작기를 거쳐 출판사에 취직한 뒤 3∼4시간씩만 자면서 글을 썼다. 뜨거움이나 열정보다 끈기로 소설을 써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현재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작별’(2018년)에 이은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집필 중이다. “‘여수의 사랑’에 실린 단편을 쓰던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을 쓰던 2015년 초까지 비슷한 밀도의 끈기로 작업해 온 것 같습니다. 최근 4년여 동안은 개인적 위기를 지나고 있어서 더 강한 끈기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세간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은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수년째 붙들고 있는 이 소설은, 지극히 사적인 방식으로 돌파해야 하는 어떤 것입니다.” 올 6월 서울국제도서전을 끝으로 그는 칩거해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소설 생각뿐이다. 그는 “지금까지 쓰고 싶은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왔다. 그 결과는 통제 밖의 영역”이라며 “오직 쓰는 과정에 있는 사람만이 작가이며, 다행히 지금 쓰고 있으니 나는 아직 작가”라고 말했다. 이따금 그는 소설 밖을 꿈꾼다. “전에 만들고 불렀던 노래들을 담담하게 다시 녹음해보고 싶습니다. 그 사이 새로 만든 노래들도 넣고요. 음반 제목은 오래전 보았던 연극의 대사인 ‘안아주기에도 우리 삶은 너무 짧잖아요’로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백일몽일 뿐이지만 언젠가 그런 여유가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 공적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와 소설집 ‘노랑무늬 영원’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의 영미판이 해외 언론에서 호평을 받고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 ‘몽골제국의 역사’ 연구서 세계적 성과 “중앙유라시아史로 韓 문화채널 확장” ▼[인문·사회]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촌상을 받을 만큼 학문적 성과를 냈는지,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더욱 근실하게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64)는 수상 소식을 듣고 숙연해졌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의 선구자이자 몽골제국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 성과를 쏟아낸 석학이다. 몽골제국의 제도와 정책을 분석해 제국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유지된 단일한 실체로 입증했다. 1980년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국내에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들었다. 중앙유라시아에서 명멸한 여러 민족의 역사를 그들의 입장에서 조명하기 위해 중국인의 시각이 반영된 한문 사료가 아니라 원 사료를 분석했다. 언어 공부부터 시작했다. 1980년대 중앙유라시아는 거의 공산권이어서서 현지 방문도 불가능했다. “15∼18세기 위구르 말은 미국에도 가르치는 분이 없어 독학했지요. 중세 텍스트는 현대어 사전에는 없는 어휘가 있어 여러 사전을 찾아보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가 해독할 수 있는 언어는 몽골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튀르크어, 위구르어 등 10개 정도 된다. 세계에 흩어진 사료를 수집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요즘은 웬만한 사료의 사본을 온라인으로 구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현지에 가서 사본을 만들어야 했다. 김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에는 유라시아 각지의 박물관에서 복사하거나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해 인쇄한 자료들이 빼곡하다. 한때 중앙유라시아를 누비며 찬란한 문화를 만들었지만 현대에는 위축됐거나 다른 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았던 유목 민족의 역사가 객관적인 시선에서 되살아났다. 19세기 중반 중국 서북부 신장(新彊)지역 무슬림의 혁명운동을 다룬 연구서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사계절)은 미국 스탠퍼드대가 ‘Holy War in China’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몽골제국과 고려’(서울대출판부), 몽골제국의 역사를 페르시아어로 기록한 ‘집사(集史)’의 역주서, 교양서 ‘황하에서 천산까지’(사계절),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돌베개) 등 여러 저서를 냈다. 2017년부터는 국제역사학회 한국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을 맞는 그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세계 학자 약 40명의 글을 모아 출판하는 ‘몽골제국사’의 책임편집을 계속하는 한편 몽골제국의 군사, 민정, 교통, 통신 등 ‘제국적 제도’를 몽골인의 관점에서 총괄하는 책을 쓸 계획이다. “우리의 문화적 관심과 지식이 지역적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중국 일변도였고, 현대에는 서구 일변도지요. 신라부터 조선 초까지 우리의 문화 채널은 초원과 유라시아 멀리까지 연결돼 있었어요. 우리 문화의 또 다른 근원이자 역동성의 원천이죠. 중앙유라시아사 연구를 통해 우리의 문화적 채널도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적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에 40년 가까이 천착하며 이 분야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유목 소수민족의 역사를 그들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서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로 부임해 제자들을 양성했다. 1993년 중앙아시아연구회를 창설했고 2002년 중앙아시아학회장을 지냈다. 대중성을 갖춘 여러 저술도 이 분야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지적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 데이터로 미래 예측하는 통계학 석학 “길을 잃은 시대,불확실성 줄여나갈것” ▼[과학·기술]박병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큰 상을 받아서 놀랍고 감사합니다. 통계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박병욱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58)는 한국 통계학계를 대표할 수 있는 학자 중 한 명이다. 전 세계 통계학자 및 통계 전문가들의 국제기구인 국제통계기구(ISI)의 부회장에 8월 취임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수학자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통계학자로는 이례적으로 초청강연을 했다. 학문적 성과를 수학자들도 인정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통계학자로서 한국사회에서 큰 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데이터의 시대지만, 역설적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통계학이 설 자리가 그렇게 넓지만은 않다는 생각에서다. “통계에 대한 조예 없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루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이에 따라 왜곡된 사실이나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도 하지요. 전문가인 통계학자에게 검토만 받아도 되는 일인데, 잘 안 됩니다. 몸이 아플 때 의사를 찾는 일은 상식이 됐지만, 통계 분석이 필요할 때 통계학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의사를 찾지 않는 사람은 자신만 손해지만, 통계학자를 찾지 않는 사회는 그 피해가 사회 전체에 미친다. 그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졌고 복잡해진 반면 옥석을 가리기는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잘못된 분석이나 여론조사에 의한 가짜뉴스도 횡행한다. 포털 뉴스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잘못된 정보에 따른 편 가르기 싸움으로 늘 시끄럽다. 그는 “길을 잃은 시대에 통계와 데이터 분석으로 진실을 찾아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데이터에서 법칙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이론을 연구한다. 특히 데이터가 추출된 곳(모집단)의 특성과 관계없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모수 추론’이 그의 전문 분야다. 박 교수는 2017년 대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전국 지역구별로 평균 나이와 교육 정도, 주거지 시세, 보험료 액수, 직전 총선에서의 정치 성향별 후보자 득표수 등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지역구별 득표를 예측하는 모형을 개발했다. 모형 예측치는 실제 득표 결과를 비교하니 정확히 들어맞았다. “사람들은 흔히 나이가 많거나 돈이 많으면 보수화되고, 교육수준이 높으면 진보 성향을 띤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로 검증해 보면 조금 다릅니다. 나이는 정치 성향과 연관성이 있는데, 경제력은 영향이 없더군요. 교육은 오락가락합니다.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을 때까지는 보수 성향을 띠다가도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진보 성향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미래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통계학이 유용한 것은, 바로 그 불확실성을 계량화하고 조금이라도 줄여 나가려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적 고통스러운 이론 증명 과정을 마치고 그 내용을 논문으로 쓸 때 어떤 취미보다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천생 학자다. 서울대 계산통계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를 거쳐 1988년부터 서울대 통계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통계학 분야 양대 학술지로 꼽히는 ‘미국통계학협회저널(JASA)’과 ‘통계학 연보(Annals of Statistics)’ 등에 발표한 논문 30여 편을 포함해 총 1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 제33회 인촌상 심사위원(가나다순)▽교육 △위원장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전 포스텍 총장 △위원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김성훈 동국대 교수, 백순근 서울대 교수 ▽언론·문화 △위원장 윤영철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 △위원 김은미 서울대 교수, 왕은철 전북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 ▽인문·사회 △위원장 박찬욱 전 서울대 총장직무대리 △위원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이재열 서울대 교수 ▽과학·기술 △위원장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위원 김성근 서울대 교수, 김승환 포스텍 교수, 전호환 부산대 총장}

    •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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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일상을 잠식하는 과거의 순간들과 오롯이 마주하기

    밀레니엄을 목전에 둔 1999년 한 대학 캠퍼스. ‘힙’과 ‘쿨’의 대명사 노마 선배와 어떤 상황에서도 심드렁한 국화가 체스판을 두고 마주한다. ‘나’가 선망하는 노마 선배에게 국화는 직구를 툭툭 던진다. 그런 국화에게 선배는 이상하게도 영 힘을 못 쓴다.(‘체스의 모든 것’) 야심 차게 1인 출판사를 차린 나. 빛과 소금 같은 인문·교양 지식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으나 현실은 파산. ‘곰의 자서전’ 같은 재고 서적은 결국 잘나가는 닭갈비집 사장인 장인의 냉동 창고에 잠자는 신세가 된다. 나는 장인과 아내의 은근한 멸시 속에 열패감에 빠진다.(‘오직 한 사람의 차지’) 때론 굴욕의 속편이 더 큰 괴로움을 안긴다. 왜 잠자코 참았을까. 반격하지 못했나. 굴욕의 순간이 초 단위로 무한 증식해 구정물 같은 수치와 모욕을 던진다. 소설가 김금희가 2015년 이후 써내려간 작품 9편을 묶어 세 번째 단편집을 냈다. 올해로 등단 10년 차를 맞은 그는 최근 인터넷 서점 예스24 독자들이 뽑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에 뽑혔다. 책에는 저마다의 과거에 붙들린 인물이 등장한다. 책에 대해 작가는 “전작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했다. 계속 플롯을 짜는 방식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인물들이 지나온 상처에 집중하려 했다”고 했다 고유한 상처들은 무시로 튀어나와 일상을 지배한다. 해외 농장에서 일할 때였다. 노마 선배는 저지르지 않은 잘못을 고백하고선 모욕감을 느낀다. 이후 “그런 기억에서 자신을 구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벌주고 싶었고 그렇게 벌주고 싶으니까 종종 스스로 학대한다”. 훗날 재회한 노마 선배와 국화는 실패자의 감각을 공유하면서, 한때의 열띤 체스 토론을 회상한다. ‘문상’의 송은 조모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린 자신의 뺨을 몇 번이고 갈긴 아버지로 인해 “어떤 대상과 가까워질 때마다 드는 복잡한 결의 불편함”을 지니고 산다. 과거는 “환각처럼 짜고 물큰한 오래오래 달여진 국물음식의 냄새”처럼 떨치기 힘들다. 송은 문상길에서 희극배우와 대화를 나누면서 상처와 화해한다. ‘새 보러 간다’에서는 지위 차를 들여다본다. 원로 예술가 현석경의 작품을 비평하는 윤. 꿈에 그리던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의 무수한 특징과 암시, 자기만 알아낼 수 있었던 반복과 패턴, 의미 등을 열렬히 설명하지만, 현석경은 그저 침묵만으로 윤을 압도한다. “참으로 냉정한 오리지널리티였다.” 사랑으로 인한 동요를 그린 작품도 아름답다. ‘레이디’는 투명한 만큼 스러지기 쉬운 여중생들의 사랑을 그렸다. ‘누구 친구의 류’는 십수 년 만에 재회했다 다시 헤어지는 첫사랑 이야기다. 상처에 휘청거리면서도 작품 속 인물들은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동면을 지속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은 다 잊은 봄날의 곰처럼, 아니면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오직…’)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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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 ‘로메리고 주식회사’, 제7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

    제7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으로 최영(43·사진) 씨의 장편소설 ‘로메리고 주식회사’를 선정했다고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29일 밝혔다. 로메리고 주식회사는 사법시험에 실패한 뒤 손해사정 법인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가 윤후명 성석제 강영숙, 문학평론가 정홍수 신수정이 참여한 심사위원단은 “우리 자신조차 미처 모르고 있던 우리의 얼굴을 발굴해낸 이 작가의 예리한 안목에 갈채를 보낸다”고 했다. 시상식은 10월 열릴 예정이며 당선작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상금은 5000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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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6회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 선정

    신석정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제6회 석정시문학상’(이사장 윤석정)의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사진·76)이 선정됐다. 또 미발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석정촛불시문학상’은 이춘호 시인의 ‘도마’가 당선됐다. 신달자 시인은 초기 시집 ‘봉헌문자’, ‘모순의 방’ 등으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31일 오후 3시 전북 부안읍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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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회 소나기마을문학상’ 수상자에 윤대녕·김기택·조수경 선정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8회 소나기마을문학상’의 황순원작가상에 소설가 윤대녕 씨(57)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집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라고 황순원기념사업회는 밝혔다. 황순원시인상과 황순원신진상은 각각 시인 김기택 씨(62)와 조수경 씨(39)가 수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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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옷 입은 고전… 신세대가 사는법… 시리즈는 계속된다

    “시리즈는 출판인들의 꿈입니다. 당장 많이 팔리지 않아도 오래 독자 곁에 머무르며 독서 패턴을 바꾸고 그 숨결이 계속 이어지는….”(출판인 A) 1900년대 초반까지 책은 영국에서 두꺼운 지식 뭉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펭귄출판사는 1935년 가볍고 저렴한 문고판 시리즈를 만들어 슈퍼마켓과 기차역에서 팔았다. 책의 물성이 변하자 독서 풍경도 덩달아 바뀌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 성공한 시리즈는 손에 꼽힌다. 우선 성패의 가늠자인 1권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바로 날개가 꺾인다. 권마다 성적이 들쭉날쭉해도 제동이 걸린다. 결국 펴낼수록 손해를 보게 되고, 야심 차게 시작한 시리즈는 용두사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시리즈는 계속 이어진다. 출판사의 종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대표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려면 시리즈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간파해 독자의 마음을 훔친 시리즈의 성공 포인트를 각 출판사 책임자에게 들어봤다. ○ 시리즈 ‘자기만의 방’=주제와 형식에서 타깃으로 개념 비틀기 어떻게 하면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가 책과 친해질까. 13개월간 연구한 끝에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고양이와 원룸에 사는 7년 차 직장인 김시영 씨(32)다. 시영 씨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지만 여혐에 관심이 있고, 일을 싫어하진 않지만 회사의 부속품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낀다. ‘자기만의 방’은 시영 씨의 휴식, 사유,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소소한 집수리에 대한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 습관’, ‘수채화 피크닉’ 등이다. 편집자가 손 편지를 쓰고 직접 포장한 수채물감을 선물하며 소통을 시도한다. 각 방에 입주한 이들이 모여 마을(취향공동체)을 이루는 게 꿈이다.(김민기 휴머니스트 지식실용부문 주간)○ 시리즈 ‘쏜살문고’=전통+시대정신+큐레이션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리즈를 고민했다. 민음사다움은 ‘고전’이었다. 새로움을 위해선 외피를 바꿨다. 주머니와 손가방에 쑥 들어갈 만큼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교체했다. 고전이 새 옷을 입어 ‘쏜살문고’가 탄생했는데, 가장 상징적인 책은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등이다. 고전 중의 고전 한 편만 단행본화해 ‘민음쏜살×동네서점 에디션’으로도 선보였다. 쏜살문고의 또 다른 핵심은 큐레이션이다. 수백 권에 이르는 기존 문학전집 시리즈와 달리 소설과 비소설을 섞은 총서를 추구한다.”(조아란 민음사 콘텐츠 기획팀 팀장)○ 시리즈 ‘아무튼’=양말·문구·로드무비의 모든 것 생각만 해도 좋은 것에 대한 책을 펴내 보자고 1인 출판사인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대표 셋이 의기투합했다. 취향을 다룬 기존 시리즈는 대체로 와인·LP 등에 주목했다. ‘아무튼’은 양말, 문구, 술, 피트니스 등 소소함을 책 한 권에 담아낸다.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쏟고 기쁨을 찾는 태도 자체도 요즘 시대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스타일의 느슨한 통일감도 시리즈의 특징이다. 독자들이 ‘아무튼’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광경을 보면 뿌듯하다.(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고전의 현재를 찾아서 ‘고전의 현재’를 거듭 고민한 끝에 ‘사람’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거장에 대한 관심이 원 텍스트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거장은 공간에 영향을 받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게 전문가 100인이 거장이 머물던 공간을 여행하는 프로젝트가 지난해 9월 닻을 올렸다. 특히 공들인 부분은 저자 선정이다. 인지도와 파급력이 강연, 팟캐스트, 여행 상품 제휴 등으로 파생되며 다시 시리즈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자리 잡으면서 관심 분야가 아니라도 시리즈를 사보는 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원미선 아르테 문학사업본부장)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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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들 마음 훔친 잘 나가는 ‘출판 시리즈물’ 성공 포인트는?

    “시리즈는 출판인들의 꿈입니다. 당장 많이 팔리지 않아도 오래 독자 곁에 머무르며 독서 패턴을 바꾸고 그 숨결이 계속 이어지는….”(출판인 A) 1900년대 초반까지 책은 영국에서 두꺼운 지식 뭉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펭귄출판사는 1935년 가볍고 저렴한 문고판 시리즈를 만들어 슈퍼마켓과 기차역에서 팔았다. 책의 물성이 변하자 독서 풍경도 덩달아 바뀌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 성공한 시리즈는 손에 꼽힌다. 우선 성패의 가늠자인 1권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바로 날개가 꺾인다. 권마다 성적이 들쭉날쭉해도 제동이 걸린다. 결국 펴낼수록 손해를 보게 되고, 야심 차게 시작한 시리즈는 용두사미 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시리즈는 계속 이어진다. 출판사의 종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대표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려면 시리즈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간파해 독자의 마음을 훔친 시리즈의 성공 포인트를 각 출판사 책임자에게 들어봤다. ● 시리즈 ‘자기만의 방’=주제와 형식에서 타깃으로 개념 비틀기어떻게 하면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1982~2000년 생)가 책과 친해질까? 13개월 간 연구 끝에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고양이와 원룸에 사는 7년차 직장인 김시영 씨(32)다. 시영 씨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지만 여혐에 관심이 있고, 일을 싫어하진 않지만 회사의 부속품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낀다. ‘자기만의 방’은 시영 씨의 휴식, 사유, 성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우른다. 소소한 집수리에 대한 ‘안 부르고 혼자 고침’, ‘채식은 어렵지만, 채소 습관’, ‘수채화 피크닉’ 등이다. 편집자가 손 편지를 쓰고 직접 포장한 수채물감을 선물하며 소통을 시도한다. 각 방에 입주한 이들이 모여 마을(취향공동체)을 이루는 게 꿈이다.(김민기 휴머니스트 지식실용부문 주간)● 시리즈 ‘쏜살문고’=전통+시대정신+큐레이션 창립 50주년을 맞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리즈를 고민했다. 민음사다움은 ‘고전’이었다. 새로움을 위해선 외피를 바꿨다. 주머니와 손가방에 쑥 들어갈 만큼 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고전이 새 옷을 입어 ‘쏜살문고’가 탄생했는데, 가장 상징적인 책은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등이다. 고전 중의 고전 한 편만 단행본화해 ‘민음쏜살X동네서점 에디션’으로도 선보였다. 쏜살문고의 또 다른 핵심은 큐레이션이다. 수백 권에 이르는 기존 문학전집 시리즈와 달리 소설과 비소설을 섞은 총서를 추구한다.“(조아란 민음사 콘텐츠 기획팀 팀장)● 시리즈 ‘아무튼’=양말·문구·로드무비의 모든 것 생각만 해도 좋은 것에 대한 책을 펴내보자고 1인출판사인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대표 셋이 의기투합했다. 취향을 다룬 기존 시리즈는 대체로 와인·LP 등에 주목했다. ‘아무튼’은 양말, 문구, 술, 피트니스 등 소소함을 책 한권에 담아낸다. 좋아하는 것에 애정을 쏟고 기쁨을 찾는 태도 자체도 요즘 시대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스타일의 느슨한 통일감도 시리즈의 특징이다. 독자들이 ‘아무튼’ 이야기를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광경을 보면 뿌듯하다.(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고전의 현재를 찾아서 ‘고전의 현재’를 거듭 고민한 끝에 ‘사람’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거장에 대한 관심이 원 텍스트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거장은 공간에 영향을 받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게 전문가 100인이 거장이 머물던 공간을 여행하는 프로젝트가 지난해 9월 닻을 올렸다. 특히 공들인 부분은 저자 선정이다. 인지도와 파급력이 강연, 팟캐스트, 여행 상품 제휴 등으로 파생되며 다시 시리즈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자리 잡으면서 관심 분야가 아니라도 시리즈를 사보는 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원미선 아르테 문학사업본부장)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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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일곱에 찾아온 뇌중풍… 좌뇌 멈추자 평화가 오더라”

    서른일곱의 전도유망한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원이었던 질 볼트 테일러 박사(60)는 1996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예기치 못한 불운 앞에 그가 처음 내뱉은 말은 “멋지다”였다.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던 좌뇌의 재잘거림이 멈추자 더없는 평화가 찾아왔다. 8년간 재활을 거친 끝에 그는 기적적으로 테드(TED) 강연 무대에 섰다. 뇌과학자가 직접 겪은 뇌중풍 경험담에 전 세계 500만 명이 열광했다. 그의 이야기를 담아 2011년 국내 출간된 ‘긍정의 뇌’가 올해 초 뇌과학 열풍을 타고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윌북·1만3800원·사진)로 다시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만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반년 넘게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메일로 만난 테일러 박사는 “뇌중풍을 겪으면서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신경 회로들을 하나하나 자각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든지 감정과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내 영혼이 우주와 하나이며 주위의 모든 것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황홀했다. … 회복이라는 것이 항상 스트레스를 느끼는 삶을 의미한다면 회복하고 싶지 않았다.’(74쪽) 테일러 박사에 따르면 두 개의 뇌는 우리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우뇌는 거시적 관점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좌뇌는 큰 그림을 잘게 쪼개 보여준다. 좌뇌는 사물을 범주에 따라 나누지만 우뇌는 직관으로 파악한다. 좌뇌는 언어로, 우뇌는 그림(이미지)으로 사물을 파악한다. 그는 “좌뇌가 무너져 내린 이후 소통과 학습은 물론이고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고 지금 현재의 순간에만 집중하게 돼 ‘행복의 나라’로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뇌의 세상에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인지·학습 능력과 소통 능력을 되찾기 위한 마라톤 여정이 시작됐다. 뇌 속의 언어 파일이 모두 망가져 신생아처럼 알파벳부터 익혀야 했다. “(퍼즐) 조각의 똑바른 면을 위로 놓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똑바로 놓는 게 뭔지, 모서리가 뭔지” 물어야 했다. 재활 과정에서 그는 새삼 수면의 강력한 치유력을 확인했다고 한다. “뇌세포는 에너지를 흡수한 뒤 찌꺼기를 배출하는데, 잠자는 동안에 이른바 ‘환경미화원 세포’들이 찌꺼기를 청소해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이 찌꺼기가 뇌에 남아서 세포들의 소통을 방해합니다.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알람시계 없이 개운함을 느낄 정도로 자는 게 이상적입니다.” 좌뇌를 잠재우지 않고도 평화로움을 얻으려면? 각자가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호흡, 음식의 감촉, 향초, 아름다운 풍경, 새소리, 비경쟁적 스포츠…. 원치 않는 사고 패턴을 오감의 자극으로 대체하면 의식을 평온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테일러 박사는 “목표는 좌뇌를 잠재우는 게 아니라 덜 신경 쓰는 것이다.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좌뇌의 스트레스 회로에 제동이 걸리고, 자유자재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박사는 1세대 뇌과학자 출신 저술가다. 최근 뇌과학 분야의 화두는 신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을 연구하는 신경발생, 마음챙김(명상) 등 3가지가 꼽힌다. 세계 각국에서 뇌과학자가 쓴 책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그의 책은 여전히 뜨겁다. 그는 “과학과 영성의 세계가 우리 안에 공존한다는 메시지가 흥미롭게 읽힌 것 같다. 뇌를 다스려 평화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한 부분도 다른 저서와 차별점”이라고 자평했다. 어린 시절 예술과 스포츠에 능했던 테일러 박사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해부학이라는 과목과 사랑에 빠졌다. 이때 우뇌에서 좌뇌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이후 좌뇌에 뇌중풍이 생기면서 다시 우뇌가 우세해졌고, 피나는 재활을 거쳐 우뇌의 가치 구조(인간다움)에 의지하면서 좌뇌(언어와 분석력)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는 올해 두 가지 인지적·감정적 마음을 뇌과학으로 풀어내 두 번째 책에 담아낼 예정이다. “건강한 뇌란 당연하게도 우뇌와 좌뇌가 수평을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건강한 몸에 필요한 충분한 수면, 카페인과 설탕 제어, 적당한 사회활동이 건강한 뇌를 만들지요. 우수한 뇌를 위해선 경쟁보다 놀이가 도움이 됩니다. 뇌는 정답이 아닌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발전해 나가거든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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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졸중으로 쓰러진 37세 뇌과학자가 처음 내뱉은 말은 “멋지다”…왜?

    서른 일곱의 전도유망한 하버드대 뇌과학 연구원이었던 질 볼트 테일러 박사(60)는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예기치 못한 불운 앞에 그가 처음 내뱉은 말은 “멋지다”였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판단하던 목소리, 즉 좌뇌의 재잘거림이 멈추자 더없는 평화가 찾아왔다. 8년 간 재활을 거친 끝에 그는 기적적으로 테드(TED) 강연 무대에 섰다. 뇌과학자가 직접 겪은 뇌졸중 경험담에 전 세계 500만 명이 열광했다. 그의 이야기를 담아 2011년 국내 출간된 ‘긍정의 뇌’가 올해 초 뇌과학 열풍을 타고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윌북·1만3800원)로 다시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만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반년 넘게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 권을 유지하고 있다. e메일로 만난 테일러 박사는 “뇌졸중을 겪으면서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신경 회로들을 하나하나 자각하게 됐다. 그리고 얼마든지 감정과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내 영혼이 우주와 하나이며 주위의 모든 것과 함께 흘러가는 것이 황홀했다.…회복이라는 것이 항상 스트레스를 느끼는 삶을 의미한다면 회복하고 싶지 않았다.’(p74) 테일러 박사에 따르면 두 개의 뇌는 우리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우뇌는 거시적 관점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좌뇌는 큰 그림을 잘게 쪼개 보여준다. 좌뇌는 사물을 범주에 따라 나누지만 우뇌는 직관으로 파악한다. 좌뇌는 언어로, 우뇌는 그림(이미지)으로 사물을 파악한다. 그는 “좌뇌가 무너져내린 이후 소통과 학습은 물론 걷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고 지금 현재의 순간에만 집중하게 돼 ‘행복의 나라’로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뇌의 세상에 주저앉을 순 없었다. 인지·학습 능력과 소통 능력을 되찾기 위한 마라톤 여정이 시작됐다. 뇌 속의 언어 파일이 모두 망가져 신생아처럼 알파벳부터 익혀야 했다. “(퍼즐) 조각의 똑바른 면을 위로 놓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똑바로 놓는 게 뭔지, 모서리가 뭔지” 물어야 했다. 재활 과정에서 그는 새삼 수면의 강력한 치유력을 확인했다고 한다. “뇌세포는 에너지를 흡수한 뒤 찌꺼기를 배출하는데, 잠자는 동안에 이른바 ‘환경미화원 세포’들이 찌꺼기를 청소해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이 찌꺼기가 뇌에 남아서 세포들의 소통을 방해합니다.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알람시계 없이 개운함을 느낄 정도로 자는 게 이상적입니다.” 좌뇌를 잠재우지 않고도 평화로움을 얻으려면? 각자가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호흡, 음식의 감촉, 향초, 아름다운 풍경, 새소리, 비경쟁적 스포츠…. 원치 않는 사고 패턴을 오감의 자극으로 대체하면 의식을 평온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테일러 박사는 “목표는 좌뇌를 잠재우는 게 아니라 덜 신경 쓰는 것이다. 훈련을 반복하다보면 좌뇌의 스트레스 회로에 제동이 걸리고, 자유자재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박사는 1세대 뇌과학자 출신 저술가다. 최근 뇌과학 분야의 화두는 신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 새로운 신경 세포의 생성을 연구하는 신경발생, 마음챙김(명상) 등 3가지가 꼽힌다. 세계 각국에서 뇌과학자가 쓴 책이 쏟아지는 요즘에도 그의 책은 여전히 뜨겁다. 그는 “과학과 영성의 세계가 우리 안에 공존한다는 메시지가 흥미롭게 읽힌 것 같다. 뇌를 다스려 평화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한 부분도 다른 저서와 차별점”이라고 자평했다. 어린 시절 예술과 스포츠에 능했던 테일러 박사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해부학이라는 과목과 사랑에 빠졌다. 이때 우뇌에서 좌뇌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이후 좌뇌에 뇌졸중이 생기면서 다시 우뇌가 우세해졌고, 피나는 재활을 거쳐 우뇌의 가치 구조(인간다움)에 의지하면서 좌뇌(언어와 분석력)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는 올해 두 가지 인지적·감정적 마음을 뇌과학으로 풀어내 두 번째 책에 담아낼 예정이다. “건강한 뇌란 당연하게도 우뇌와 좌뇌가 수평한 상태입니다. 건강한 몸에 필요한 충분한 수면, 카페인과 설탕 제어, 적당한 사회활동이 건강한 뇌를 만들지요. 우수한 뇌를 위해선 경쟁보다 놀이가 도움이 됩니다. 뇌는 정답이 아닌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발전해 나가거든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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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깊은 바다를 맨몸으로… ‘숨막히는 자유’ 찾는 사람들

    “벌거벗고 태초의 대지 위에 선 듯 자유로워집니다.” 베테랑 낚시꾼은 바다낚시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제 몸집만 한 참치와 드잡이를 하다보면, 태초의 사냥꾼이라도 된 듯 용기가 솟구친다는 것이다. 같은 경험은 없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갔다. 갑판에서 사나운 파도와 맞닥뜨리거나 방파제 발밑의 시퍼런 바다를 내려다봤을 때 일렁이는 묘한 희열 같은 게 아닐까. 이 책은 취재를 계기로 프리다이빙의 세계에 발을 들인 저널리스트가 썼다. 황홀하고 무시무시한 프리다이빙과 경이로운 해양 과학 이야기가 교차로 전개된다. 흥미로운 소재 둘을 엮어 술술 읽힌다. 수심 2만8700피트(약 8.75km)까지 수직 낙하하는 이야기는 바다에 대한 동경을 제대로 찌른다. 프리다이빙은 원하는 만큼 깊은 바다에 들어가 숨을 참는 스포츠다. 장비 없이 맨몸으로 들어간다. 10분 가까이 숨을 참으며 수백 m를 잠수하는 비결은 ‘마스터스위치’. 중요한 기관으로 혈액을 보내고, 폐가 쪼그라들고, 심장박동 속도를 늦추고…. 수압에 따라 우리 몸은 알아서 최적화된다. 우리는 바닷물과 성분이 비슷한 양수에서 태어난 바다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임신 8주 차 태아의 턱 부위에는 아가미를 닮은 틈이 있다. … 임신 1개월 차의 인간 배아는 발이 아니라 지느러미가 먼저 발달한다. 신생아를 물에 넣으면 반사적으로 평영으로 헤엄친다.” 바다를 향한 인류의 열망은 멈춘 적이 없다. 수백 년간 커다란 종 모양 단지에 사람을 넣고, 돼지가죽 잠수복을 입고, 유리 양동이를 쓰고 잠수를 시도했다.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물속 탐험의 역사는 더 깊이 내려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피와 뼈에 빚진 여정인 셈이다.” 지구에서 가장 깊이 내려간 이들의 무용담은 아름답지만 위태롭다. 사지 마비, 코피 범벅, 블랙아웃은 다반사. 구조 다이버가 항시 대기하지만, 운이 나쁘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멈출 생각이 없다. ‘심해의 문’을 지나 열리는 초월, 거듭남, 영혼의 정화를 떨칠 수 없어서다. “고요함이에요. 온몸으로 명상을 하는 기분이요.” “새로운 차원의 경계들을 떠밀면서 물속으로 더 깊이 내려가는 겁니다.” “인간의 한계를 깨고 잠재력을 넓히고 싶어요.” 해양과학자들의 분투로 알려진 바닷속 풍경도 흥미롭다. 수심 700피트(213m)에 이르면 생명체는 사라지고 사방이 탁한 푸른색이다. 수심 2500피트(762m)는 햇빛이 들지 않아 식물이 살 수 없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전기가오리는 생체전기의 치사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몸을 진화시켰다. 프리다이버 중 누군가는 탐험을 즐기고 누군가는 숫자에 집착한다. 직접 프리다이빙에 도전한 저자는 ‘프리다이빙 십계명’을 마음에 새긴다. “심해의 문은 슬며시 밀고 들어가야 한다. 혼자 잠수해선 안 되고, 모두가 평화로운 상태로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모든 페이지가 살아 펄떡여 책이 아닌 영화를 본 것 같다. “우주에 관한 책으로 ‘코스모스’가 있다면, 바다에 관해서는 이 책이 있다. 황홀하고, 호쾌하며, 영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해외 평론가의 말에 공감한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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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한 스케일, 동양적 판타지… 중국 웹소설이 몰려온다

    “비는 건 지갑이요, 느는 건 소설 목록입니다. 워낙 길어서 한번 빠지면 ‘현망진창’(현실+엉망진창)이 되지만 끊을 수가 없네요. 최근엔 번역기 돌리는 데 지쳐서 중국어 공부도 시작했어요.” 30대 직장인 임모 씨는 최근 중국 웹소설에 푹 빠졌다. 시작은 2년 전 케이블TV에서 접한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 十里桃花)’. 억겁의 세월을 넘나드는 신선들의 사랑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드라마 원작 소설을 하나둘 찾아보다가 지금은 웹소설 마니아가 됐다. 글로 접하면 감정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로맨스와 강렬한 판타지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 장엄하고, 독특하고, 깨알 같은 중국 웹소설 중국 웹소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국내 웹소설 3대 플랫폼인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문피아에 따르면 2∼3년 전부터 불어온 바람은 지난해 태풍급으로 커졌다. 20일 기준 네이버 시리즈 다운로드 순위 20위 안에 오른 중국 웹소설은 5편. 현대의 의사가 고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겪는 모험담인 ‘천재소독비(天才小毒妃)’는 지난해 최장 기록인 15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지는 ‘학사신공(學士神功)’ ‘보보경심(步步驚心)’ 등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네이버 시리즈의 웹소설 총괄 박제연 리더는 “2016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원작이 중국 웹소설로 알려지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 한 번 검증을 받은 작품들이라 대부분 높은 순위에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아직은 ‘찻잔 속 태풍’이지만 꾸준히 독자층을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단행본 출간도 활발하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집계한 8월 셋째 주 소설 분야 1위는 중국 웹소설을 묶은 ‘잠중록(簪中錄)4’(아르떼). 아르떼 관계자는 “중국 웹소설을 처음 펴냈는데 단행본과 e북 모두 반응이 좋다. 드라마·영화화된 작품 원작을 꾸준히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르 소설을 유통하는 독립서점 서울프렌드의 목책 대표는 “올해 들어 중국 단행본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판타지로맨스와 ‘화천골(花千骨)’ 같은 선협(仙俠·신선+무협) 그리고 현대물까지 두루 인기 있다”고 했다. ○ 진융(金庸)의 맥을 잇는 선협과 로맨스 판타지 중국 웹소설의 매력은 △방대한 세계관 △한국에 익숙한 권선징악 서사 △동양적 판타지 등이 꼽힌다. 특히 인기를 끄는 분야는 로맨스(언정소설·言情小說). 과하다 싶은 복수와 여성 주인공의 한(恨), 복잡한 러브라인, 새드엔딩이 도드라진다. ‘천재소독비’ ‘폐후의 귀환’ ‘화비, 환생’ ‘서녀명란전’ 등이 대표적이다. 로맨스에 판타지와 스릴러를 가미한 작품을 즐겨 보는 30대 직장인 이성경 씨는 “당하는 부분은 한없이 측은하고, 갚아주는 대목은 고구마 없이 시원해서 좋다. 최근 서양식 로맨스 공식에 질려 있었는데, 미지의 대륙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했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선협 소설의 인기가 뜨겁다. 주인공이 도의 최고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플롯을 기본으로, 1만 년 도를 닦은 잡초가 사람으로 변하는 등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택규 중국어 전문 번역가는 “김용(진융) 소설을 읽고 자란 중년층 남성들이 지금의 중국 웹소설 선협 장르를 즐겨 본다”고 했다. 중국은 웹소설 강국이다. 시장 규모(2조1500억 원)는 2017년 기준 한국(4300억 원)의 다섯 배에 이르고, 해마다 100편 이상을 2차 저작물로 제작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웹소설)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는데, 작품은 이를 따라잡지 못해 실망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그 틈을 검증된 중국 웹소설이 파고들고 있다”며 “이를 위협으로 느끼기보다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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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심은 물고기와도 통하는데…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여세요”

    소설 ‘완득이’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의 공통점은? 청소년용이지만 성인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인 작품이다. 어른도 곱씹어볼 만한 문제의식을 담아 책장이 무겁게 넘어간다. 영국에서는 장편소설 ‘널 만나러 왔어’(원제 Fish Boy·사진)가 성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문학동네가 출간했다. 이 소설은 물고기와 대화하는 12세 소년 빌리의 마법 같은 성장담이 바다와 더불어 펼쳐진다. 클로이 데이킨은 데뷔작인 이 소설로 영국 북부 작가상을 수상하고 브랜퍼드 보스상을 비롯한 각종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e메일 인터뷰에서 “바다는 온전한 타자성 속에 자신을 풀어놓게 만드는 미스터리한 공간이다. 어릴 적 육체적 자유로움과 명랑함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고 했다. 아파서 침대를 거의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 무심하고 불친절한 아빠, 틈만 나면 자신을 놀려대는 친구들. 어른들의 세계는 위태롭고, 친구들은 뾰족하게 군다. 어쩔 수 없이 겉늙어버린 빌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고등어들. 환상의 세계는 일상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데이킨은 “집필 내내 해방감을 만끽하면서도 아이들의 동심이 얼마나 다치기 쉬운지를 되새겼다”고 했다. “유년기는 실험과 발견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와 서로 다른 존재의 방식들을 배워나가죠.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마음을 터놓을 기회를 줘야 합니다.” 빌리는 누군가가 건넨 믿음과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외톨이 빌리에게 손을 내밀어준 새 친구 패트릭은 “그 고등어는 오로지 너만 만나러 온 것”이라고 지지한다. 고등어 친구는 “여기서 살자, 여기서 살자”고 빌리에게 손을 내민다. 각자의 방식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대자연의 섭리는 빌리는 물론 어른들까지 껴안고 위로해준다. 데이킨은 “아이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고 싶겠지만 참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기다리면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과 자신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작은 친절과 애정을 담아 아이들과 소통하세요. 언젠가 소소하지 않게 될 현재의 소소함을 즐기세요.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웃음, 사랑, 모험, 자신감, 바다와 불가사의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느끼길 바랍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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