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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사건이 가까스로 봉합 국면에 들어간 미국-이란 갈등에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이 격추했다”는 미국의 주장에 이란이 “기계 결함이 원인”이라고 맞서면서 양국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 美, 위성·감청 동원해 ‘격추’ 주장 미국 당국은 적외선 감지 장비, 통신 감청, 추락 여객기 잔해 등을 토대로 이란이 여객기가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미 당국이 적외선 감지장비를 탑재한 미군의 탐지위성(SBIRS)이 여객기 추락 당일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인 ‘SA-15’의 발사를 탐지했다고 보도했다. SBIR는 우주궤도 정찰위성의 적외선 감지 장비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와 궤적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를 격추한 러시아계 반군의 방공 미사일도 이 시스템이 탐지했다. NYT는 미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정보기관은 SA-15시스템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이란의 통신도 감청했다”고 전했다. 사고 항공기의 잔해도 미국 주장을 뒷받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를 인용해 “여객기의 잔해가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다. 항공기가 기계적 결함으로 추락했다면 잔해가 좁게 퍼진다”고 분석했다. NYT가 공개한 감시카메라에 잡힌 사고 당시 동영상에는 어둠 속에서 섬광이 일어난 뒤 항공기 파편으로 보이는 잔해들이 비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이란은 격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은 “사고 원인이 테러 공격, 폭발물 또는 격추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문이) 맞다면 비행기는 공중에서 폭발했어야 하는데 불이 먼저 붙은 뒤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했다”고 말했다. 알리 아베자데 이란 민간항공청장도 국영통신사인 ISNA에 “과학적으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격추시켰다는 건 비논리적”이라고 일축했다. ● 트럼프 “이란 추가 제재 승인”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의 후폭풍도 여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9일 밤 바그다드 북쪽 80㎞ 떨어져 있는 미군 주둔 시설인 알발라드 공군기지 인근 두자일 지역에 로켓포 1발이 떨어졌다. 친이란 성향 민병대의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강력한 경제 제재 카드로 맞서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조금 전에 재무부와 함께 그것(추가 제재)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제재들은 매우 가혹했다. 지금은 상당히 증가했다”고 이란의 경제적 고통이 커질 것임을 예고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2014년 미국 케이블채널 쇼타임의 드라마 ‘홈랜드 시즌4’는 파키스탄의 유명 테러범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미 대사관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과정을 그렸다. 테러범은 극중 미 대사의 남편을 포섭하고 파키스탄 정보국(ISI)의 도움까지 얻어 군사 요새나 다름없는 대사관에 침입한 후 수십 명을 살해한다. 허구라 해도 미 대사관을 공격하려는 테러단체의 시도가 얼마나 집요하고 치밀하게 이뤄지는지 보여준다. 최근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이란 갈등의 뒤에도 미 대사관이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라크의 친(親)이란 시위대가 바그다드 미 대사관을 공격했다. 미국은 자체 발전소, 상하수도, 무기고 등을 갖춰 사실상의 신도시나 다름없는 바그다드 대사관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2008년 대사관 건립 이후 공격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3일 후 미군은 드론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바그다드공항에서 공개 사살했다. 1979년 11월 이란 혁명세력은 같은 해 2월 이슬람 혁명 후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테헤란 미 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줄곧 숫자 ‘52’를 강조하며 이란에 적대감을 표시하는 이유다. ● 빈라덴도 대사관 테러로 이름 알려 세계 각국의 미 외교공관은 수십 년간 크고 작은 공격에 시달려왔다. 특히 반미 감정이 심하고 각종 테러단체가 난립하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이런 일이 잦다.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수니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라덴(1957~2011)의 악명도 미 대사관 테러에서 시작됐다. 알카에다는 1998년 8월 7일 동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미 대사관에서 4분 간격으로 차량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같은 날 두 나라의 두 대사관에서 동시에 테러를 자행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희생자 수도 엄청났다. 나이로비에서 213명, 다르에르살람에서 13명 등 총 226명이 숨졌다. 나이로비에서는 견고하게 지어진 대사관 건물의 일부만 무너졌음에도 폭발로 인근 빌딩이 완전히 붕괴해 사망자 수가 많았다. 두 테러로 인한 부상자만 4000여 명에 달했다. 이 소식을 접한 미 전역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할리우드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2014년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도 이 모습이 잘 나와 있다. 주인공은 TV로 나이로비 테러를 접하고 그 참상에 놀란다. 테러범과 맞서겠다며 군대에 자원해 이라크전에서 저격수로 활약한다. 당시 미국은 두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빈라덴을 지목하고 그의 목에 4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테러 전만 해도 빈라덴은 이름이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재벌가 후손인 그는 주요 테러단체에 뒷돈을 대주는 인물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를 대형 테러를 진두지휘할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빈라덴은 테러 6개월 전인 1998년 2월 “세계 전역의 미국인을 죽이는 것이 무슬림의 의무”라는 과격한 주장을 내놨다. 이후 두 대사관 테러를 자행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9·11 테러’가 아니었다면 빈라덴은 케냐와 탄자니아 테러의 기획자로 기억됐을 것“이라며 ”두 사건으로 인해 그가 반미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결국 9·11이라는 미 최악의 테러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 미 대사 2명 순직 미 외교관과 민간인 직원의 희생도 잇따랐다. 미국의 대사가 목숨을 잃은 사건은 2건이다. 두 사람은 모두 미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외교관이었다. 2012년 9월 리비아 동부의 2대 도시 벵가지의 미 영사관이 무장 시위대 수십 명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미국에서 제작된 한 영화가 이슬람을 모독했다며 영사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수류탄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영사관 내 주요 시설이 연기로 뒤덮였고 시위대 일부는 대사관 내부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스티븐슨(1960~2012) 주리비아 미국 대사와 미국인 직원 3명이 숨졌다. 스티븐슨 대사는 원래 수도 트리폴리의 미 대사관에서 근무했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벵가지에 왔을 때 침입이 일어났다. 구출 당시 그는 연기로 인한 질식에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곧 숨졌다. 앞서 1979년 2월 아돌프 덥스(1920~1979) 주아프가니스탄 미국 대사는 대사관 코앞에서 일어난 납치로 사망했다. 그는 출근길에 수도 카불의 미 대사관 앞에서 이슬람 무장세력과 맞닥뜨렸다. 4명의 괴한이 그의 차량에 접근한 후 운전기사를 총으로 위협했다. 납치범들은 덥스 대사를 한 호텔로 끌고 갔고 아프간 정부에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덥스 대사는 구출 과정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대거 숨진 사건도 있다. 1983년 4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의 미 대사관에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미국인 17명이 숨졌고 이중 8명이 CIA 요원이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사건을 ‘하루에 가장 많은 CIA 요원이 숨진 날’로 규정했다. 헤즈볼라는 같은 해 9월에도 베이루트 대사관 인근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 상징성과 접근성으로 공격 빈번 중동 전문가들은 미 외교공관에 대한 공격이 잦은 이유로 △상징성 △군사 시설에 비해 비교적 쉬운 접근 △미국과 주재국의 갈등 유발 △미 본토 공격의 대체 효과 등을 꼽는다. 미 대사관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대표한다. 또 주로 각국 대도시의 도심 핵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삼엄한 경비를 펼쳐도 인근을 오가는 인파가 상당해 민간인 피해가 적지 않다. 테러 세력의 시각에서는 미국에 적대심을 표출하면서 피해는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공격이 발생했을 때 경비 소홀 등을 이유로 미국과 주재국의 갈등이 커져 정작 테러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다는 점도 반미 무장단체들이 대사관 테러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라크 친이란 시위대의 바그다드 미 대사관 공격은 미국과 이란 갈등 못지않게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미국은 대사관의 이라크인 경비세력이 친이란 시위대에 동조해 이들의 대사관 진입을 제대로 저지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한다. 이라크도 미국이 자국 땅에서 이란 군 최고위급 인사인 솔레이마니를 공개 암살한 것은 주권 침해라고 분노한다. 바그다드 대사관 공격 닷새 뒤인 이달 5일 이라크 의회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결의했다. 격분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라크 제재’ 카드를 언급하며 맞불을 놓았다. 2006년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사망 후 이라크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완전히 양분됐다. 2014년부터 이슬람국가(IS)가 기승을 부렸고 지난해 10월부터는 경제난 등으로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아 중앙정부 기능이 극도로 허약하다. 미국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치안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미국 역시 중동 최대 반미 국가 이란과 대결하려면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라크의 지정학적 가치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데도 양측이 이렇게 대립하는 것 자체가 대사관 공격의 후폭풍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미 본토에 대한 직접 공격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미국에 큰 피해를 입히려면 9·11 테러와 같은 본토 공격을 감행해야 하지만 중동에서 미국이 지리적으로 워낙 멀고 9·11 이후 검문이 강화돼 입국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치외법권 지역인 외교공관에 대한 공격은 미 본토의 직접 공격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 외교공관에 대한 테러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 공격 받을 때마다 구조 바꿔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는 미 정부가 미 외교공관의 구조와 경비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잦은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1998년 나이로비 대사관 테러 이후 대사관의 첫 번째 출입구와 본체 건물 사이에 상당한 간격을 두는 방식으로 건물을 짓고 있다. 테러 전 출입구와 본체 건물이 상당히 가까웠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컸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대사관 건물의 방탄 창문, 출입구의 차량 바리케이드 역시 필수 요소가 됐다.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은 세계 약 300곳 미 대사관에 약 4만5000명의 특수 요원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은 대사관 건물에 대한 물리적 보호, 직원들의 안전가옥 대피, 위험 대응 지침 및 화학무기 공격 대비책 등을 담당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계 태세가 강화될수록 현지에서의 마찰 또한 불가피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미 대사관들은 대부분 높은 외벽을 쌓고 상당수 미군을 대사관 경비에 투입한다. 주재국 경호 요원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바그다드 대사관 공격 때도 이라크인 보안 요원들은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미군들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대거 발사하며 친이란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이처럼 대사관 보안 업무를 미군이 담당하는 것이 현지에선 ‘점령군 행세’로 받아들여져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라크에서 바그다드 미 대사관은 외세의 상징처럼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 피해 없는 중국과 러시아 공관 미국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 같은 강대국 외교공관은 아직까지 중동에서 별다른 공격을 받은 적이 없다. 두 나라가 반미 성향인데다 중동에서의 군사력은 미국에 못 미쳐 대중들의 반발 심리가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두 나라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한다면 모를까 아직은 미국과 비교하기 힘들다. 대중들의 반중, 반러 감정도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동에 군사 기지가 없다. 특히 지금까지 중국의 중동 정책은 철저히 경제 협력 위주였다. 러시아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바샤르 알 아사드 현 대통령을 지원하며 공군 등을 파견했지만 이를 시리아에만 국한했다. 반면 중동 주둔 미군의 숫자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뉴스위크와 MSNBC 등에 따르면 현재 아프가니스탄(1만4000명), 카타르(1만3000명), 쿠웨이트(1만3000명), 바레인(7000명), 이라크(5200명), 아랍에미리트(5000명), 사우디아라비아(3000명), 요르단(2800명), 시리아(2000명) 등 중동에만 약 5만5000명의 미군이 있다. 이번 이란과의 갈등으로 추가 파병되는 약 9000명의 군인을 감안하면 6만 명을 훌쩍 넘는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가 IS 격퇴 작전의 중심지이자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이유로 한 나라에서만 12곳의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중동 주둔 미군이 불어날수록 군사 시설보다 상대적으로 공격이 용이한 외교공관의 피해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도 중동에서의 군사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 나라는 이란과 함께 인도양 북부와 오만만 공해에서 사상 최초로 합동 해군훈련을 실시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군사적 보복 대신 강력한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도 “추가 공격 계획은 없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미국-이란 간 정면충돌의 ‘카운트다운’은 일단 멈춰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미국인 사상자는 없었고 기지 내의 피해도 크지 않다”며 “이란은 물러서는 것처럼(standing down)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정권에 즉시 징벌적인 추가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면서도 “우리는 이를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이란과의 기존 핵합의(JCPOA)의 잔재에서 벗어나 세상을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협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란과의 핵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 발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 “이란과 전제조건 없이 진지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미사일 공격 뒤 트위터에 “이란은 유엔 헌장 51조 자위권 조항에 따른 비례적인 대응을 했고 (공격을) 종결했다(concluded)”며 “우리는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이란에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전 이라크에 이를 미리 통보하는 등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대응을 한 것은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지역 전쟁은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현역병 52만여 명과 사거리 2000km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이란과의 전면전이 벌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인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 △이란이 향후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 △이란이 공격 계획을 미리 이라크에 알린 점 등은 ‘이 정도에서 봉합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공화당 전략가인 앨릭스 코넌트 등을 인용해 “대선을 앞두고 강한 이미지를 만들면서도 중동에서의 끝없는 전쟁을 끝내길 원하는 지지자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미군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최대 22발이나 쐈는데도 사상자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9일 “전일 이라크 미군기지 2곳에 대한 공격은 미국인의 인명 살상 목적이 아니라 미군의 군사 장비를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더 많은 살상을 할 의도였다면 최소 군인 500명을 살해할 작전을 고안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란이 일부러 미사일을 빗나가게 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공격이 이란과 미국 모두의 체면을 세워주는 ‘계산된 이벤트’였다고 분석했다. 스위스가 이란의 공격 계획을 인지하고 이후 중재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 공습 전 기지 내 병력을 벙커로 대피시켰다. 실제로 백악관 상황실에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가 모인 시간은 7일 오후 2시였다. 이란의 공격(오후 5시 반)이 벌어지기 3시간 반 전부터 공격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란도 호응했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 주재 이란대사는 이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갈등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대로 양국의 충돌 국면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3일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적절한 보복은 미군을 중동에서 내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8일 밤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의 ‘안전지대(그린존)’에도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포 2발이 발사됐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CNN과 신화통신은 8일(현지시간) 자정경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안전지대(그린존)’ 안으로 2발의 로켓포가 발사됐다고 전했다. 그린존은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을 포함해 외교공관들이 밀집해 있는 구역이다. 이번에 발사된 로켓포들은 미 대사관 인근에 떨어져 폭발했지만, 특별한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미군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최근 미국과 이란 갈등이 격해지면서 현지에선 그린존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5일에도 그린존에 3차례 포탄이 떨어진바 있다. 이란이 이번 공격을 사전에 이라크와 미국에 알려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란이 공격 전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이라크에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관계자도 “공격이 있을 것이란 점을 몇 시간 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이란이 공격 계획을 미국에 알려줘 병력 대피와 주요 시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미국과의 전면전 내지 추가 충돌을 원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 보복’을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사정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군사강국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종합적인 군사력은 미국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솔리에마니 사망 뒤 거세지고 있는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미군 기지를 공격하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안주는 보복으로 ‘출구 전략’을 찾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미-이란 사이에 추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돌발변수는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라크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과 이로 인해 미국인이 사망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대응을 했던 것처럼 또다시 민병대의 미군 혹은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도 최근 “미군기지, 전함, 군인들을 포함한 중동 내 미군이 공정한 표적이고,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해 미군에 대한 공격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 인명피해를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이란이 직접 도발하지 않더라도 친이란 성향 민병대의 공격이 인명피해를 유발할 경우 미국이 보복에 나서고 다시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우려했던 ‘중동의 화약고’가 결국 터졌다. “보복을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에도 8일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 하메네이의 지시 뒤 즉각 대응 이란의 공격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강경 대응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하메네이는 7일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에 대한 ‘비례하고 직접적인 보복’을 지시했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하메네이의 지시는 무조건 이행해야만 하는 일종의 ‘스탠딩 오더’”라며 “이란군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반미 감정 고조도 이란이 즉각적으로 보복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공격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어젯밤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며 중동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거짓되고 기만적이다. 그들은 위대한 사령관(솔레이마니)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려 했다. 이 지역에서 부패한 미국인의 존재는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TV 연설에서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미국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응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폭살한 시간과 같은 시간에 맞춰 보복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꾸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공격”이라고 전했다. 공격 지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두 기지는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아인알아사드 기지에는 미군 1500여 명, 아르빌 기지에는 7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아인알아사드 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방문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이란이 13개 보복 시나리오를 밝힌 만큼 향후 공격 규모도 주요 관심사다. 이란은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하이파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론하며 “미국의 공격에 가담하면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북한과 관련된 미사일 발사한 듯 이라크 군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아인알아사드 기지에 미사일 17발, 아르빌 기지에 5발을 발사했다. 아인알아사드에 떨어진 미사일 중 2발은 불발됐다.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좀 더 가까운 아르빌에는 사거리가 짧은 파테-110을, 더 멀리 있는 아인알아사드에는 사거리가 긴 키암-1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미사일 모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키암-1과 파테-110은 모두 북한과 관련이 깊다. 키암-1은 이란이 북한의 화성-6형 미사일을 수입해 국산화한 ‘샤하브-2’를 개량한 모델로 알려졌다. 이란이 2011년 실전 배치했으며 최대 사거리가 750km다. 파테-110은 최대 사거리가 300∼500km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키암-1에 비해 더 빠르게 준비해서 쏠 수 있다. 파테-110은 2012년경 북한에 수출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9년 미 의회조사국은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에 대한 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두 기지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이번에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의 미사일은 1발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라크에 배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인알아사드 기지가 방어가 아닌 전진기지 개념이라 패트리엇이 배치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정미경·최지선 기자}
이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보복으로 8일(현지 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22발을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란에 강력한 추가 제재를 즉각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왔다”며 “미군의 시설에 최소한의 피해가 있었지만 단 1명의 미국인도 사망하거나 다치지 않았다. 미군 장병은 모두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해제하려면 이란 정권이 행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동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적극 개입할 것을 요청한다”며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8일 이란은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에 17발, 아르빌 기지에 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작전명은 ‘순교자 솔레이마니’였고, 미사일 발사 시간은 닷새 전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시간과 같은 오전 1시 20분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 중동에서 부패한 미군의 주둔을 끝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중동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등 미국의 우방에 추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는 달리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으로 8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피격 직후 “현장의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 이라크 거주 미국 인력과 파트너,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저녁 참모진과의 회의를 마친 뒤 트위터에 “우리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잘 무장된 가장 강력한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5일에는 “이란이 미국인을 공격하면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과 중동 지역의 우방 정상들과 전화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최지선 기자}
이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보복으로 8일(현지 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22발을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란에 즉각 새로운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왔다”며 “미군의 시설에 최소한의 피해가 있었지만 단 1명의 미국인도 사망하거나 다치지 않았다. 미군 장병은 모두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해제하려면 이란 정권이 행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동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적극 개입할 것을 요청한다”며 국제사회가 이란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강력한 무기가 있다고 해서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최고의 억지력이다. 세계를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이란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해서는 “그는 악행을 저지른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다. 그는 미국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폭살을 정당화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8일 이란은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에 17발, 아르빌 기지에 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작전명은 ‘순교자 솔레이마니’였고, 미사일 발사 시간은 닷새 전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시간과 같은 오전 1시 20분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 중동에서 부패한 미군의 주둔을 끝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중동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등 미국의 우방에 추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는 달리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으로 8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피격 직후 “현장의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다. 이라크 거주 미국 인력과 파트너,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저녁 참모진과의 회의를 마친 뒤 트위터에 “우리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잘 무장된 가장 강력한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5일에는 “이란이 미국인을 공격하면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과 중동 지역의 우방 정상들과 전화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6일(현지 시간) B-52 전략폭격기 6대를 인도양으로 보내고 해군 및 해병대 4500명의 중동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한 미국의 경계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미 해사청은 7일 “중동지역의 해상에서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이란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역을 지나가는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CNN은 이날 이란이 무인기로 미국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것이란 첩보에 따라 중동 전역의 미군 및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가 이란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한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CNN 등은 6일 미국이 중동 최대 미 공군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가 아닌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B-52 전략폭격기 6대를 급파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국가안보위원회를 찾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비례적인 공격”을 지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이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13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중동 내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 소위 중동 ‘시아파 벨트’ 국가에서 친(親)이란 민병대의 공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先)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일주일 만에 미군 9000명 증원 6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미군이 현재 운용 중인 전략폭격기 중 가장 큰 기종인 ‘B-52’ 6대를 인도양의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파견했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벌어질 때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B-52는 최대 항속거리가 1만6000km에 달하고 최대 32t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핵무기와 순항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는 미군의 핵심 자산이다. 이날 미국은 바탄상륙준비단(ARG) 소속 해군과 해병 4500명도 추가로 중동에 배치하기로 했다. 바탄ARG는 강습상륙함인 USS 바탄을 중심으로 독(dock)형 상륙선거함 USS오크힐, 상륙수송선거함 USS 뉴욕 등으로 구성됐다. 해외 파병 경험이 풍부한 미 해병대 제26원정단(MEU)도 여기에 속한다.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이 친이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지난해 12월 31일 육군 82공수사단 신속대응부대(IRF) 750명을 쿠웨이트로 보낸 것을 시작으로 약 9000명의 미군을 중동에 추가 파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5월 이후 미군의 중동 증원 규모가 1만4000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줄곧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군의 전력 증강에도 이란은 보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6일 트위터에 “IR-655편의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고 적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이란의 52개 시설을 조준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52’는 1979년 이란 테헤란 미국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이 인질로 잡혔던 사건과 관련이 있고 ‘290’은 1988년 7월 미 해군이 이란 공군기로 착각해 격추한 이란 항공기 ‘IR-655’의 사망자 290명과 연관돼 있다. 두 나라 정상이 각각 구원(舊怨)을 떠올리며 강 대 강으로 맞선 것이다. 또 7일 이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고향인 케르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적(미국)에게 보복할 것이다. 그들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설 오락가락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이라크를 향해 미 행정부가 제재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6일 이슬람국가(IS) 퇴치 다국적군 사령관인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준장이 이라크군에 “이라크의 미군 철수 요구를 존중해 향후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병력을 재배치하겠다”고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수신처는 이라크 국방부의 바그다드연합작전사령부였다. 몇 시간 뒤 미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라크 철군 불가’ 방침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과 달리 현지 사령관이 이라크 의회의 요구대로 철수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워싱턴이 들끓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라크를 떠난다는 어떤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 실리 준장의 편지는 우리의 입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동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서한은 서명조차 안 됐고 발송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가세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6일(현지 시간) ‘B-52’ 전략폭격기 6대를 인도양으로 보내고 해군·해병대 4500명의 중동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이란 정부는 1988년 7월 미 해군의 오판으로 격추된 이란 항공기 ‘IR-655’의 사망자 290명을 언급하며 맞섰다. CNN 등은 이날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무인기 공격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동 최대 미 공군기지인 카타르 알우데이드가 아닌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B-52’ 6대를 급파한다고 전했다. 추가 파병 병력 4500명은 수륙양용함 USS 바탄호에 탑승해 우선 지중해로 파견된 뒤 대(對)이란 작전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290’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말라”고 썼다.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79년 11월부터 444일간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에서 미국인 52명을 인질로 붙잡힌 사건을 거론하며 “이란의 52개 시설을 조준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맞대응한 것이다. 당시 미군은 민간 항공기 IR-655를 이란 공군기로 착각해 미사일로 격추시켰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이라크를 제재하기 위한 초안 작성에도 착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이라크 의회가 미군 철수결의안을 가결시키자 “이전까지 보지 못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라크에서 명망있는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미국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며 철군을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란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면 대통령은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후 미 고위관계자가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과 이란의 극한 대립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물론이고 중동 각지의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는 잇달아 3일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천명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등 미국 동맹국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흐센 레자이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5일 트위터에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이란의 보복에 대응하면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 텔아비브, 하이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가세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도 이날 “솔레이마니의 사망에 대응하는 것은 이란만의 책임이 아니라 동맹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기지, 전함, 군인들을 포함한 중동 내 미군이 공정한 표적”이라며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며 미국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의 외교공관 밀집 지역인 안전지대(그린존)에 3차례 포탄 공격이 가해졌다. 이 중 한 발은 미대사관과 가까운 티그리스 강둑 위에 떨어졌다. 하루 전에도 미대사관 인근에 박격포 2발이 떨어졌다.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시아파는 아니지만 ‘반미’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특히 미국이 당분간 중동 정책의 최우선을 이란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알샤밥 등 수니파 무장단체를 격퇴하기 위한 대테러 활동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공백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테러범들이 활개 칠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내 미군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IS를 겨냥한 대테러 활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9·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의 하부조직 알샤밥은 IS의 힘이 빠진 틈을 타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5일 알샤밥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약 470km 떨어진 라무의 미군기지를 공격해 미국인 3명이 숨졌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28일 인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도 차량폭탄 테러를 저질러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의 미국 우방국들은 이란과 충돌을 우려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카타르와 오만 등 미-이란 양측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가진 국가의 중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구가인 기자}
이란이 5일(현지 시간) 사실상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 핵무기 개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북-미 간의 핵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란, 핵무기 개발 재개할까 핵 전문가들은 이란이 제한 없이 핵 프로그램 재개에 나설 경우 빠르면 1년 반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직후인 2018년 5월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복구, 가동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양의 우라늄을 추출하는 데 8∼10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당시 보유 중이던 1만9000개의 원심분리기 중 약 3분의 2를 제거하고 6100여 개만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 9월경부터 다시 시설 확충에 들어갔고, 핵합의에서 허용된 ‘IR-1’ 원심분리기보다 농축 속도가 약 10배 빠른 ‘IR-6’, 농축 속도가 약 50배 빠른 ‘IR-9’도 가동 중이다. 핵합의에서 정한 △농축우라늄 저장 한도(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kg. 육불화 우라늄 기준 300kg) △중수 저장 한도(130t) △우라늄 농도 상한(3.67%) 기준 등도 넘긴 상태다. 미-이란 간 핵협상이 다시 진행되려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요구한 12개 조건(모든 핵 시설에 무제한 접근 허용, 중동 지역 내 민병대 지원 중단 등)을 완화하는 것이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란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설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최고 수준의 경제제재를 시행 중이며, 필요시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건 이란으로서도 부담이다. 미국도 이란의 군사력을 감안할 때 핵시설 공격은 조심스럽다. 이란은 핵합의 탈퇴 선언을 하면서도 “IAEA에 계속 협력하고, 제재가 해제될 경우 JCPOA에 복귀하겠다”고 밝혀 대화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이란 대화 혹은 재협상은 11월 미 대선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의 당선 여부와 이 시기 미국의 스탠스 등을 감안해 이란도 새로운 전략을 짜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은 이란 정부에 핵합의 탈퇴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정상 간 전화회담 후 “핵합의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치를 철회할 것을 이란에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미국, 북핵 문제 후순위로 미룰 수도 이란의 핵 개발 문제가 불거질 경우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의 진행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핵 협상에 집중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이 분산되면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거나 관련 업무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과 이란이 준전쟁 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적으로 북한 문제에 임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북-미 협상 재개를 원할 경우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재개하는 ‘충격요법’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미 교착상태가 초긴장국면으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반발과 적개심을 공유하고 있는 북한과 이란이 향후 핵 개발에 협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3월 북한과 이란 군부가 핵, 미사일 개발 협력을 지속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이란이 5일(현지 시간)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규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틀 전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폭살(爆殺)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핵개발 카드를 꺼낸 것이다.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해 위기를 맞은 핵합의가 4년 반 만에 완전히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이란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원심분리기 수, 우라늄 농축 농도 등에 관한 제약을 지키지 않겠다”며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란 핵개발을 막기 위해 핵 관련 시설 폭격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이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공격하면 신속하고 완전하며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공격한 것보다 훨씬 과도하고 강하게 응징하겠다는 취지다. 미 국방부는 육군 특수전사령부(ASOC) 산하 제75레인저연대의 1개 중대(150∼200명)를 중동에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에는 트위터에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5일 이라크 바그다드 미국대사관 근처에 로켓포 3발이 떨어지는 등 친(親)이란 민병대의 소행으로 보이는 공격이 잇따랐다.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 의회는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철수를 거부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3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미-이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목표물의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격 의지를 불태웠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남부 케르만주 지역을 담당하는 굴람 알리 아부함자 사령관은 “이란군은 중동지역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량이 수송되는 해로다.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의 타격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인 호세인 데그한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대응은 미군과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전쟁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며, 미국인들이 (이란에) 입힌 타격과 같은 공격을 받아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 등은 4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는 이라크 군인들을 향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군부대에서 1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시신은 5일 오전 남서부 아바즈 공항을 통해 이란에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이미 공격 목표로 조준해 왔다”며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맞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파병해 앞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2주간의 국가 테러 경보 체제를 발령했다. 이날 미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공격을 받았다. 외교부는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이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편성하고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6일에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병 외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 작전 이후 미-이란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양국이 서로의 주요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솔레이마니 시신 이란 귀환 AP통신 등에 따르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 부사령관, 경호원 3명 등 5명의 시신은 5일 오전 이란으로 돌아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부터 사흘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솔레이마니의 시신은 하루 전 사망 장소인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대규모 장례식을 치른 뒤 시아파 최대 성지인 이라크 중남부 카르발라를 거쳐 이란 남서부 아바즈에 도착했다. 1980년 발발한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20대였던 솔레이마니는 혁명수비대 제41사단장을 맡아 이라크가 잠시 점령했던 아바즈 등 남서부 영토를 되찾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날 아바즈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만 명이 반미 구호를 외치며 솔레이마니를 추모했다. 그의 시신은 6일에는 수도 테헤란과 종교도시 쿰으로 옮겨져 또 한 번 장례식이 거행된다. 이후 7일 고향인 남동부 케르만에 안장된다.○ 복수의 ‘붉은 깃발’ 올린 이란 이란은 사이버 공격을 포함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4일 ‘이란 해커’를 자처한 세력이 미 연방정부의 각종 출간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를 공격했다. 이로 인해 초기 화면에 ‘신의 이름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 등 영어·페르시아어 글귀와 이란 국기, 하메네이 등의 이미지가 등장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이란 단어 아래에 뻗어 나온 주먹에 맞아 입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의 합성 이미지도 동시에 게재됐다. 호르무즈 해협에도 긴장이 감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해의 입구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가장 폭이 좁은 곳은 39km에 불과해 군사 강국인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봉쇄할 수 있다. 이란은 이 지역에서 지난해 6월 미군 무인기(드론)를 격추했고, 7월에는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한 바 있다. 또 AFP는 5일 이란이 지난해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진행해 오던 핵합의 이행 수준 완화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 시민들의 반미 정서는 고조되고 있다. 4일 이란 수도 테헤란 남쪽에 위치한 시아파 성지인 쿰의 잠카란 모스크에 대형 붉은 깃발이 걸렸다. 시아파에서 빨간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이 깃발을 거는 행위 역시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솔레이마니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딸이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 모두가 할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란은 이날 솔레이마니 후임으로 에스마일 가니 고드스군 부사령관을 임명하며 전열 다듬기에 나섰다. 이라크 민심도 심상치 않다. 이라크 의회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공격 목표에 매우 중요한 곳들 포함”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트위터에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로 정해 놓았고, 이 중에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 포함돼 있다”고 경고한 것도 주목받고 있다. ‘52’란 숫자는 이란이 1979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테헤란 미국대사관에서 444일간 억류했던 미 외교관과 국민의 숫자(52명)를 의미한다. 현대 미국 역사의 최대 치욕으로 여겨지는 이 사건의 피해자 52명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란에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군 장비에 2조 달러를 썼고, 우리(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좋다. 만약 이란이 미군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무기 일부를 주저 없이 보낼 것”이라고 썼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이란이 당해본 적이 없을 만큼 센 맞공격을 하겠다는 뜻이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이 3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미-이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목표물의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격 의지를 불태웠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남부 케르만주 지역을 담당하는 굴람 알리 아부함자 사령관은 “이란군은 중동지역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상당량이 수송되는 해로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의 타격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비쳤다. 알리 파다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은 이란 국영TV를 통해 “이란의 위대한 저항 전선(친이란 민병대를 의미)이 강력한 보복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날 이날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발라드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는 이라크 군인들을 향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군부대에서 1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시신은 5일 오전 남서부 아바즈 공항을 통해 이란에 돌아왔다. 수만 명의 시민이 공항에 운집해 반미 구호를 외치며 복수를 다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이미 공격 목표로 조준해 왔다”며 이란이 보복하면 즉각 맞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파병해 앞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2주간의 국가 테러 경보 체제를 발령했다. 이날 미 연방출간물도서관프로그램(FDLP) 웹사이트(www.fdlp.gov)가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외교부는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이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편성하고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해당 지역에서의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미국 등 주요국들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6일에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병 외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이란 정부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KH)가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에 대한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이에 미국은 즉시 82공수부대의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며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복수의 ‘붉은 깃발’ 올린 이란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잠카란 모스크에는 대형 붉은 깃발이 걸렸다. 시아파에서 빨간 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이 깃발을 거는 행위 역시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솔레이마니의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그의 딸이 “누가 우리 아버지의 복수를 할 것이냐”고 묻자 “우리 모두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솔레이마니의 고향인 남부 케르만주(州)를 담당하는 골라말리 아부함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타스님통신에 “중동 내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도 우리의 공격 범위 안에 있다”고 위협했다. 솔레이마니가 숨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도 이날 대규모 장례식이 열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 만 명의 참가자들은 역시 붉은 깃발을 든 채로 “미국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부터 6일까지 2박 3일을 솔레이마니의 추모 기간으로 정했다. 실제 이라크 내에서는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을 향해 공세를 시작했다. 4일 오후 주이라크 미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안전지대(그린존)에 로켓포가 떨어진 데 이어 KH는 대대적인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KH의 간부로 알려진 아부 알리 알아스카는 트위터에 “이라크 군경의 지휘관은 자신의 병력이 안전 준칙을 지켜 (미군의) 인간 방패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5000명의 미군이 10여 개 기지에 분산 주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정(神政) 체제인 이란에서 전일 ‘신의 대리인’으로 통하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대미 보복을 언급한 이상 미국과 우방국들을 향한 강도 높은 공격은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분석했다. 중동 외교소식통은 “이란에서 하메네이의 지시는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 일종의 ‘스탠딩 오더’”라며 “최대한 미국에 타격을 입할 수 있는 보복 전략을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이날 솔레이마니 후임으로 에스마일 거니 고드스군 부사령관을 임명했다. ● 트럼프 “주저 없이 최신 무기 사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자산을 공격할 때를 대비해 이란의 52곳을 공격 목표 지점으로 이미 정해놨다”며 “목표물 중에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들이 포함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솔레이마니를 ‘테러리스트 지도자’로 규정한 뒤 “이란은 (미국이) 테러범을 제거한 데 대한 복수로서 특정한 미국 자산을 공격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뻔뻔스럽게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군 장비에 2조 달러를 썼고, 우리(무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좋다. 만약 이란이 미군 기지나 미국인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최신 무기 일부를 주저 없이 보낼 것”이라고 썼다.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면 이란이 당해본 적이 없을 만큼 세게 맞공격을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2’란 숫자를 강조한 이유도 의미심장하다. 1979년 2월 이슬람 혁명으로 2500년간 이란을 통치했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이란 혁명세력은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 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같은 해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테헤란 주자 미 대사관을 점거해 미 외교관과 국민 52명을 444일간 억류했다. 현대 미국 역사의 최대 치욕으로 여겨지는 이 사건의 피해자 52명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란에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이란의 로멜’ ‘이란 권력 2인자’ ‘트럼프와 맞짱 뜬 남자’….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3일(현지 시간)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사령관(63)의 별칭들이다. 미국에는 눈엣가시였지만 이란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란의 신정 일치 통치 체제의 토대인 혁명수비대에서도 엘리트 조직으로 통하는 고드스군 총사령관을 22년째 지냈다. 고드스군은 해외에서 특수·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정예 조직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고드스군을 이끌며 중동 곳곳에서 현장 작전을 지휘했다. 특히 ‘시아벨트’ 국가를 중심으로 친이란 무장세력을 지원해 중동지역에서 안보 영향력을 넓혀 왔다. 전략뿐 아니라 현장 지휘관으로서도 활동했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공을 세웠고 2015년에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주도했다. 이처럼 중동 전역을 누비면서도 은밀히 작전을 펼쳐 ‘그림자 사령관’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란에서 그는 실질적 권력이 대통령을 능가한다고 한다. 1999년 전국적 반정부 시위 당시 모하마드 하타미 당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고 2017년에는 대선 후보로 추대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외교장관을 대신해 시리아와 이란 간 정상 회담에 배석해 화제를 모았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2018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 개시를 앞두고 드라마 ‘왕좌의 게임’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뒤 “제재가 오고 있다”는 문구를 넣은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리자 “당신은 내가 상대한다”는 메시지와 자신의 사진을 담은 이미지로 맞대응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3일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핵심 조직인 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미국-이란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이란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형국이어서 정면 군사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러설 곳 없는 미국-이란 2018년 5월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뒤 양국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5, 6월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소속 유조선 피격, 6월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생산시설 피격 등이 이어지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그렇지만 양측은 정면충돌은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드론이 격추당했을 당시 “보복하면 150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공격 직전 이를 취소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은 과감한 군사작전을 펼쳐 이란 군부의 핵심을 제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라크 내 미국인 소개령을 내린 것도 이례적이다. 필요하면 군사 옵션을 자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란을 향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공습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한 번도 전쟁에서 이긴 적이 없는데 협상에선 한 번도 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란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리 하메네이는 “그(솔레이마니)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조직(PMF)도 복수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라크 총리실은 “미군의 폭격이 이라크에서 벌어질 파괴적인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라고 우려했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미국 우방국들 긴장 먼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같이 이란의 정치·안보 영향력이 막대한 ‘시아벨트’ 지역에서 이란 측이 미국 또는 미국의 중동지역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국민과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시아벨트에 자국군을 일부 파견했고, 현지의 시아파 민병대들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 남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헤즈볼라의 경우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 전쟁을 벌여 큰 피해를 입혔고, 1983년 레바논 내 미 해병대 사령부를 공격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고 있다. 헤즈볼라는 중남미 지역의 반미 무장조직과도 협력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본토나 주변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사우디와 UAE의 석유, 전력, 담수화 관련 시설을 공격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전 세계적인 석유 공급 차질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유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를 높이는 군사 활동으로 주요국들의 원유 수급에 악영향을 주는 조치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 북한에 ‘경고’로 작용할 수도 이번 사태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이란과의 충돌까지 겹치면서 북한에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군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태로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을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야 하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로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에는 이번 사태가 적잖은 악재가 될 수 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