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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23일 밝혔다. 청와대는 일단 “두 사람의 사의를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박 대통령의 ‘방어 둑’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해왔다.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법적 대응을 보좌하는 등 역할을 해왔으며 이달 18일 정식 임명장을 받았다.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표(20일) 직후인 21일 김 장관이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사표를 내자 최 수석도 고심 끝에 22일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해 김 장관과 내가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박 대통령 조사를 놓고 청와대와 검찰이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다. 최 수석으로서는 청와대가 검찰 조직 자체를 부정하며 비판한 점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방어 전략에 핵심 역할을 해온 최 수석이 물러난다면 박 대통령은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앞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이면서 급격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29일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29일까지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조사가) 특검으로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이날 오후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창성동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을 압수수색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장관석 기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57·사법연수원 16기)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4·사법연수원 17기)의 사의 표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21일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20일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60·구속) 등의 범죄 혐의에 공모한 공범 관계에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는 애초 약속과 달리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최 수석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이 의결된 후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검찰 조사를 둘러싼 박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대통령과의 갈등은 없었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안 받는다고 결정한 것은 대통령 혼자 판단한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조언을 받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또 언론 통화에서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초 어려울 때 국가가 호출하면 부름에 응답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한 관계자가 최근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최 수석은 ‘검찰이 증거로 말해야지 판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표를 낸 이유가 이들이 밝힌 ‘공직자의 도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애초 국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민정수석에 취임한 최 수석은 더 이상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얘기다. 최 수석 등은 최 씨 기소 전에 검찰이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일단락 짓는 구상을 했다고 전해졌다. 검찰 수뇌부도 이에 동의하면서 최근 주말에 재계 총수가 줄줄이 소환돼 조사받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등을 돌렸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조사를 못 받겠다”고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검찰 특별수사본부 내부에도 강경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대응을 조언한다는 의심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의 강경기조가 청와대와 검찰의 물밑 공조를 깬 배경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이 검찰과 조율해 놓은 판을 김 전 실장이 뒤집자 김 장관 등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 수석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의 수사 결과를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이 법무부,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려다 반발을 촉발했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인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인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청와대 기류에 반발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실제로 그만두려고 했는지에 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예우를 갖추기 위해 ‘형식적’인 사의 표명을 한 것인데 예기치 않게 보도가 나가 곤란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들의 사표를 반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럴 경우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청와대 측은 예상하고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장관석·장택동 기자}
23일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의를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술렁이고 있다. 최 수석이 물러난다면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특별검사의 수사와 탄핵 정국을 앞둔 박 대통령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달 30일 ‘소방수’로 전격 투입됐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허원제 정무수석, 배성례 홍보수석비서관과 함께 청와대의 대응을 주도하며 ‘신(新) 4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 출신인 만큼 ‘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법적 대응에 대해서는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에서도 따르는 후배가 많은 만큼 검찰과 청와대 사이를 조율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박 대통령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런 최 수석이 물러난다면 청와대의 최순실 게이트 대응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 내부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고, 청와대 참모들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 수석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 수석은 이날 한 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의를 밝힌 뒤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최 수석이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청와대에 들어왔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며 “대통령이 만류한다면 사퇴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최 수석의 사의 표명을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삼으면서 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최 수석의 사의는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수용을 압박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같은 당 금태섭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드디어 또 한쪽에서 둑이 터졌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일각에선 “최 수석의 처신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청와대와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사의를 밝혔다고 청와대가 23일 밝혔다. 청와대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수용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사퇴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법률 보좌 등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검찰이 최 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고,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 대해 청와대와 검찰이 갈등을 빚으면서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21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금 상황에서 사직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청와대와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사의를 밝혔다고 청와대가 23일 밝혔다. 청와대는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수용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사퇴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임명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법률 보좌 등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검찰이 최 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고,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 대해 청와대와 검찰이 갈등을 빚으면서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21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금 상황에서 사직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2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GSOMIA 협상 재개를 선언한 지 26일 만이다. GSOMIA 협상안은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일 양국 간 공식 서명으로 마무리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양국 정부를 대표해 서명한다. 광복 이후 한일 양국 간 첫 군사협정이 체결과 동시에 발효되는 것이다.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을 비롯한 2급 이하의 대북군사기밀 정보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 일본은 정찰위성 등이 수집한 사진·영상정보를, 한국은 감청정보와 인적정보(HUMINT)를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수중 위협에 대한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한 해상초계기는 70여 대로 한국(16대)보다 훨씬 많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GSOMIA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도 공론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사정보와 물자의 원활한 교류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한일 양국 간 군사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 등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작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의 ‘외치 행위(협정 재가)’를 비난하면서 협정 폐기나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GSOMIA 체결 강행에 반발해 30일 한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고, 향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시위에서 협정 반대 구호가 거세질 경우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채 군비 증강을 통한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는 일본과의 군사협정은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양국 간 군사협정 체결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주권이 침해받는 일은 없을 것임을 국민에게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장택동 기자}
“먼저 심히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20일 오후 5시 20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선 정연국 대변인은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뒤 “환상과 추측”, “인격살인” 등 강한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다. 당연히 맨 처음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사과의 말은 맨 마지막에 “송구하다” 딱 한 단어만 들어갔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피해자’인 것처럼 들렸을 것 같다. 청와대로서는 억울한 점이 있을지 몰라도 검찰의 공소장 내용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봐도 박 대통령이 할 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체는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추진한 일”(20일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이라고 하니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최순실 씨가 미르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직접 면접을 본 뒤 선정했다”는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박 대통령이라는 ‘뒷배경’이 없었다면 최 씨가 신생 공익재단의 인사에 관여할 순 없었을 것이다. 2014년 ‘딸 친구의 아빠가 운영하는 회사가 대기업에 납품하게 해 달라’는 최 씨의 부탁을 받은 박 대통령이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알아보라”는 지시를 한 것, 박 대통령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자료를 안 전 수석에게 주며 “대기업에 전달하라”고 했다는 부분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박 대통령은 ‘최 씨가 민원의 대가로 명품 가방과 돈을 받은 것이나 플레이그라운드의 설립자가 최 씨라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납품이나 광고 수주같이 이권 개입 소지가 많은 분야에 대통령이 특정한 지시를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기에 최 씨에 대해 “경계의 담장을 낮춰”(박 대통령 4일 대국민 담화) 최 씨가 온갖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배경을 깔아준 박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모든 사태는 내 잘못이고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책임을 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국민이 많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피의자’라는 수사 결과를 놓고 청와대가 사과와 책임에는 인색하고, 유감만 부각시켜 유감스럽다. 단순히 브리핑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박 대통령의 측근들도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통령의 주변을 살펴야 하는 자리에 있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내가 대통령을 잘 못 모셨다”라는 말 대신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안 그래도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문고리 3인방’이라는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도 검찰에 나가면서 자성의 발언은 한마디도 없었다. 박 대통령과 가깝다고 해서 ‘친박(친박근혜)’이라고 불리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고, 박 대통령과 함께 현 정부를 이끌어온 인물들인 만큼 박 대통령의 책임도 나눠 갖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 사과를 간헐적으로 내놓을 뿐 제대로 책임을 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탄핵’ ‘출당’을 외치며 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비박(비박근혜) 진영 인사들도 그다지 떳떳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 중에는 박 대통령이 힘이 있던 때에는 “알고 보면 박 대통령과 친하다”고 호소하고 다녔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많은 국민이 최순실 사태 이후 ‘집단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나라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국민은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더 우울하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청와대가 최근 2년간 미용과 노화 방지에 쓰는 태반주사, 마늘주사 200개 등 각종 의약품을 2000만 원어치나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청와대 의약품 구매기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녹십자와 녹십자웰빙이 제조, 수입한 의약품 10여 종을 31차례 구매했다. 이 의약품에는 태반주사(라이넥), 감초주사(히시파겐씨), 마늘주사(푸르설타민)가 다량 포함됐다. 피부 탄력성을 회복시켜 준다고 알려져 ‘회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을 2015년 4∼12월 150개(개당 2mL·74만2500원) 구입했다. 만성피로에 좋다는 ‘히시파겐씨’는 2015년 4월, 2016년 6월 총 100개(35만6400원)를 반입했다. 노화 방지용 ‘푸르설타민’(총 50개), 면역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등도 2014∼2016년에 다량으로 구입했다. 이 주사제들이 집중 구매된 시기는 2014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처방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병원장이 차움의원을 떠나 해당 병원에 재직한 시기와 겹친다. 의약품 구입비는 총 2026만9000원, 구입 당사자는 대통령비서실 혹은 대통령경호실이었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대통령비서실에서 가려움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주사제를 그렇게 많이 사들인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문자메시지로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대통령 대리처방’ 수사에 착수했다. ‘비선 진료’와 ‘세월호 7시간’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김 원장 외에도 최순실 씨 자매와 박 대통령을 진료한 ‘제3의 의사’가 있다는 방송 보도가 논란이 됐다. 본보 취재 결과 이 의사는 경기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A 씨(차움의원 출신)로 확인됐다. 그는 소속 병원을 통해 “2014년 당시 차움의원에서 근무했지만 박 대통령을 진료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을 진료한 것 아니냐는 한 방송사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갑자기 물어봐 그렇게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장택동 기자}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야권이 2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자진 퇴진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치적 판단 아래 개헌을 제외하고는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최종 방안을 택한 것이다. 야 3당이 전날 야권 대선 주자 및 주요 정치인 8명의 ‘탄핵 추진’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탄핵 발의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이를 위해 당내에 탄핵추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시기와 추진 방안에 대해 즉각 검토하겠다”며 “여전히 최선의 방책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을 결심하는 것”이라고 탄핵 추진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의총에서 탄핵 즉각 추진 목소리가 대다수를 차지하자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국민의당도 비상대책위원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 발의를 당론으로 정했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권이 탄핵 추진에는 동의했지만 탄핵 국회 통과에 필요한 여당 의원 29명 이상의 찬성표 확보 등 사전 준비 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탄핵안 발의 시점은 적어도 이번 주는 지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회 국무총리 추천’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견을 드러내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혼란상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야권의 탄핵 추진 결정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철회 여부를 놓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후 탄핵 정국에서 총리 교체 카드를 지렛대로 쓰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입장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을 철회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정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의장 방문 시 대통령이 총리 권한에 대해 한 말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며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장택동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는 본격적인 국정 복귀를 알리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로 키’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청와대 내부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 여부를 놓고 숙고한 결과 주재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체류 중이어서 22일 오후 늦게 귀국한다. 청와대는 전날까지 ‘흔들림 없이 국정을 챙긴다’는 취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황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 ‘민심에 맞서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국무회의에는 ‘최순실 특검법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안 등 민감한 안건들이 상정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미) 특검을 수용한다고 말했다”며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GSOMIA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GSOMIA는 국무회의 의결, 박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23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 정부를 대표해 서명할 예정이다.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GSOMIA를 의결하면 협정 폐기나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정국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본인이 수없이 강조했던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약속 철회를 둘러싼 논란과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사 임명을 수용하면서도 ‘중립적 특검’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상황 바뀌었어도 국회 추천 총리 수용해야 청와대는 22일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회가 추천한 책임총리 임명’ 방침을 취소할 것인지를 놓고 혼선을 빚다가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쪽으로 일단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박 대통령이 8일 국회에 총리 임명 추천을 요청한 것은 ‘최순실 정국’을 정치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대통령직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국회와의 협치, 총리와의 권한 분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야당은 박 대통령에게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국회 총리 추천 수용,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었고 하야(下野)나 탄핵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야당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는 대통령 탄핵의 선행 조치로 황교안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총리 교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박 대통령은 리더십을 잃었고 국정은 마비 상태다. 국민을 위해서는 또 다른 선출 권력인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국정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대통령이 총리 교체를 놓고 국회와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 검찰 수사 거부, 특검 중립성 요구도 논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한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이 많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 때만 해도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자”며 검찰에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20일 검찰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자 변호인과 대변인을 통해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검찰의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며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부터 검찰을 부정한다면 국민에게 검찰을 인정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거부는 결국 대한민국과 국민을 부정하겠다는 것”(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박 대통령 변호인이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최순실 특검법’은 야당이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새누리당도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런데 특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청와대가 갑자기 ‘중립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야당에서는 ‘특검 임명을 늦추거나 특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청와대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추천 총리 임명'과 관련해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야당이 계속 거부를 해왔다"며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지금 상황이 변화가 있기 때문에 지켜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철회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정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통령이 국회의장 방문 시 총리 권한에 대해 한 말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 대변인은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지켜보자'고 말한 것은 야당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참석을 검토했던 22일 국무회의에 불참하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이번 국무회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할 예정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 체류 중이어서 22일 오후 늦게 귀국할 예정이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검찰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차라리 탄핵을 하라’고 배수진을 쳤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下野)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박 대통령도 이에 버티면서 ‘대한민국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순실 씨(60)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일괄 구속 기소했다.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죄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최 씨는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순방 일정과 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대평원’이라는 문건으로 넘겨받는 등 201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총 180건(이 중 47건은 공무상 비밀)을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는 같은 해 3월 정 전 비서관에게서 박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순방과 정상회담 일정을 파일명 ‘계절풍’으로 보고받았고, 같은 해 9월 박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 일정은 문건명 ‘선인장’으로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같은 해 4월 박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한 사실, 북핵 문제 관련 고위 관계자를 접촉한 사실도 보고받았다. 특히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을 비롯한 장차관 인선자료와 현 정부 출범 당시 행정부 조직도, 3월 창조경제 관련 현장방문 계획안과 11차 국무회의 자료 등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서 전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를 위해 직접 각종 민원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달한 사실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10일경 K스포츠재단의 추가 출연금으로 롯데그룹에 7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할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독대했다. 독대 직후에는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75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포스코 권오준 회장과 독대해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 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최 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가 거기의 자문을 맡게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심히 유감스럽다”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진행돼 온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며 검찰 조사에 불응할 방침임을 밝혔다. 청와대는 탄핵을 감수할 것이며 탄핵 의결 전까지는 박 대통령이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정 대변인은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며 “대통령은 국정의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석 jks@donga.com·장택동·허동준 기자}
지난달 25일 대(對)국민 사과에서 최순실 씨(60)에 대한 국정 문건 유출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간은 ‘청와대 보좌체계 완비 전’으로 못 박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올 4월까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7)을 통해 대외비 유출을 직접 지시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 해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정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하면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201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47건의 비밀문건을 최 씨에게 유출했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의 직권남용 및 강요혐의 공모자로 지목된 기간까지 합치면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올 9월까지 45개월 동안 최 씨와 ‘불법적인 관계’를 맺은 것이 된다. “취임 후 일정 기간 최 씨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는 게 지금까지의 박 대통령 해명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최 씨에게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10월 25일 대국민 사과)라고 비위 범위를 국한하거나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까지 저질러 안타깝다”(11월 4일 대국민 담화)며 최 씨와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이권을 위해 대기업 모금 및 편의 제공 등을 직접 지시한 ‘적극적 개입자’로 판단했다. 예컨대 최 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이 최 씨가 추천한 인사를 KT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이 회사에 지시한 데 이어 수개월 뒤에는 해당 ‘낙하산 임원’들이 광고 부문으로 발령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챙긴 사실도 기재됐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거짓 담화’ 논란에 대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대로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 최 씨에게 연설문에 관해 자문했을 뿐”이라며 “그 이후에 최 씨에게 넘어간 자료가 있다면 박 대통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장택동 기자}
청와대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의문의 7시간 행적’ 의혹과 관련해 “이날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19일 밝혔다. 청와대가 당일 박 대통령의 위치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공작정치”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마련한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 코너에서 10건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유언비어로 국민이 선동되고 국가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상세히 공개한다”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을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총 31차례 보고를 받거나 지시했고 이 가운데 5차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없는 보고였다.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선 “청와대에는 관저, 본관, 비서동에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며 “대통령은 청와대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출퇴근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 결과 국가안보실은 당일 오전 10시 52분경 해경으로부터 “구조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지금 배에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 52분∼오전 11시 30분 “미구조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집무 내용에는 이 같은 안보실의 보고 내용이 누락돼 있다. 대통령이 관저에 주로 있었다는 것에 대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그 긴박했던 시간에 (박 대통령은) 출근하지 않고 무엇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한편 청와대는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이 브라질 방문 중 그 나라 대표 작가의 소설 문구(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인용한 내용”이라며 “언론과 야당이 이를 왜곡보도와 공작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박 대통령의 대포폰 사용 의혹을 제기한 것도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에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쓴 것은 “대선을 앞둔 박 후보에게 누가 될까 봐 병원 직원이 ‘길라임’으로 썼고, 박 대통령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실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바꿨다”고 밝혔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청와대는 “인격살인” “검찰의 일방적 주장” “성급하고 무리한 수사 결과 발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대형 수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많고, 당사자들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음에도 검찰 지휘부나 수사검사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검찰 조직 자체의 신뢰도를 사실상 전면 부정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 맞느냐.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면 국민은 누굴 믿고 수사를 의뢰하느냐”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자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여는 등 수시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TV를 통해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 대응 방침을 정한 청와대는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논란을 매듭짓자”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더 밀리면 ‘하야(下野)’ 요구가 더욱 거세질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승부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22일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박 대통령이 주재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내에서는 여론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꼭 필요한 국정 일정은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국회 추천을 받아 책임총리 임명’ 방침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가 국회에 이를 제안한 것은 ‘박 대통령의 임기 유지’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의 논의는 먼저 총리를 교체한 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청와대의 구상과 차이가 크다. 총리를 교체하지 않고 탄핵이 이뤄질 경우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돼 야당으로서는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취소까지 한 만큼 총리 임명에 관한 우리의 제안은 결렬됐다고 본다”며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며 다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180일 이내에 심리를 하게 되는 만큼 박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층의 재결집을 도모할 시간을 벌게 된다.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헌재가 심리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재판을 통해 잘잘못을 가릴 수 없다. 반면 헌재의 탄핵 심리는 일종의 공개재판이어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국민에게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특검의 ‘중립성’을 문제 삼아 특검 임명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순실 특검법’에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받은 뒤 사흘 안에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이 시한을 넘겨도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검찰이 최순실 씨(60·구속)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은 20일 최 씨를 기소한 뒤 박근혜 대통령도 수뢰 혐의 피의자로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동전의 앞면에 뇌물을 받은 제3자가 있으면 뒷면에는 이를 공모(共謀)하거나 도운 공무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 씨를 사실상 ‘한 몸’으로 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데에는 ‘조사 시점’만 변수로 남아 있어 ‘최순실 게이트’는 현직 대통령이 뇌물수수 피의자가 되는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최 씨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무게를 두는 지점은 롯데의 70억 원 추가 출연 부분이다. 롯데는 다른 52개 대기업과 함께 지난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했다. 그런데 올 3월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 원을 추가로 낼 것을 종용했고, 5월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후 검찰의 롯데그룹 내사가 본격화하자 K스포츠재단은 6월 롯데에 70억 원을 돌려줬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은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롯데의 추가 출연금 납부에 반대했다”고 진술했다. “연초부터 꾸준히 반대했는데도 박 대통령이 내가 알 수 없는 경로로 출연을 추진했고 롯데 돈이 입금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 돈을 되돌려준 것도 자신이 박 대통령에게 재차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여러 이유를 들어 롯데의 추가 출연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롯데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견돼 있었다. 4월부터 본격화한 ‘정운호 게이트’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구속)이 연루돼 관련 수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앞서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롯데 관련 세무조사 자료를 대량 확보했다. 안 전 수석으로서는 추가 출연금 요청이 외압으로 비칠 수밖에 없어 롯데의 추가 출연을 꺼렸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의 진술대로 그가 지속적으로 반대했다면 결국 ‘롯데 70억 원’ 문제의 몸통은 최 씨가 되며, 이를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은 박 대통령이란 게 수사팀의 생각이다. 롯데는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넓은 직무범위와 당시 롯데가 당면한 처지를 고려하면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도 묵시적으로 입증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기업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순응한 것은 그만한 약점이 있거나 대가를 바랐을 것으로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오랫동안 깊게 친분을 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씨 일가가 얻은 이익이 박 대통령 퇴임 후 사회정치적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 두 개에도 이런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첩 한 개는 대통령이 전화로 지시한 내용을 급히 받아 적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른 글씨체로 정성 들여 옮겨 적은 것이라고 한다. 이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가 설립을 주도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재정 지원을 해줄 것을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하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18일 자금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한편 청와대는 “검찰이 아직 최 씨 등을 기소하지 않은 만큼 지금 박 대통령의 혐의 유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소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장택동 기자}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3주째 역대 최저치인 5%에 머물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론 악화와 검찰 수사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였다.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도 지난주와 같은 90%로 취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는 15∼17일 전국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번 주에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경제·안보 불안감이 가중된 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시간 만에 박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전격 취소해 박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조금도 반등하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전주보다 2%포인트 낮아진 15%로 나타나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민주당 지지율(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국민의당(14%)과도 오차범위 내에 있어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신임 참모진과 차관, 대사 등에게 임명장과 신임장을 수여하는 등 국정 재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개 일정을 가진 것은 10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8일 만이다. 12일 ‘100만 촛불시위’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16일과 17일 이틀 연속 차관 인사를 했고, 다음 달 일본 도쿄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의 전면 복귀는 22일 국무회의 주재 여부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9, 20일)에 참석한 뒤 이날 오후 귀국한다. 이번 국무회의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안, ‘최순실 특검법’ 공포안 등 민감한 사안들이 상정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만 하고 있다”며 “국무회의 주재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라고 여러 차례 밝혀 온 청와대가 17일 검찰의 거듭된 요청에도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다음 주로 미루면서 주말 ‘촛불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순실 씨 구속 기한이 20일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박 대통령의 조사 시점 마지노선을 18일로 제시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최 씨의 불법 행위에 박 대통령이 얼마나 관련돼 있는지에 집중돼 있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가급적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변론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대통령 관련 의혹을 한꺼번에 조사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 씨 기소 이후로 조사를 늦추는 쪽을 선택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은 각각 22일, 24일 구속 기한이 끝나 박 대통령 조사는 다음 주 후반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자청해 조사를 받는 것인 만큼 일정은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이들의 공소장에 본인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되면 장차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미 밝힌 대로 검찰 조사, 특검 조사 모두 받을 것”이라며 “수사에 필요하다면 대면조사를 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국정 혼란이 심화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마이 웨이’를 가속화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하야(下野) 요구를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나섰고, 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정치인이 (부산) 엘시티 개발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이 사건을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시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어 ‘조사를 최대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뒤 몸을 한껏 낮췄던 친박계도 장기전에 대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이정현 대표 주재로 이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한 최경환 의원은 “아무 대안 없이 지도부가 그냥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를 겨냥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시간이 흐르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야권은 본격적인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추미애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민주당은 18일 당 차원의 시국집회를 서울 광화문에서 열고 19일에는 서울시당이 주도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거나 검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박 대통령의 형사소송법상 지위를 피의자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당 차원에서 19일 촛불집회에 참가할 방침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도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주말 촛불집회를 계속 열 예정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등은 19일 서울 등 전국 100여 개 시군에서 4차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노동탄압 분쇄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주최 측은 전국적으로는 12일 촛불집회 때보다 많은 100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권기범 기자}